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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7, 10:05:54 PM / 23,432 views / 13 comments / 25 recommendations
[인터뷰] 딥플로우 | 10년차 랩퍼의 웰메이드 앨범 '양화'


HIPHOPPLAYA (이하 힙플) : 티케이(TK)와 딥플로우가 거의 모든 곡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더라. 마지막까지 굉장히 깐깐하게 작업했다고.

딥플로우(Deepflow, 이하 딥): 마지막까지 비트 선정 작업이 힘들었다. 컨셉과 가사는 미리 있었거든. 비트가 나와서 가사를 쓴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 템포와 분위기를 정해놓은 다음에 가사를 먼저 쓰고 그에 맞는 비트를 후 작업으로 만들다 보니까, 변심도 하고, 만들어 놓고도 더 어울리는게 있을 것 같으면 더 만들어보고 하는 그런 과정이 좀 오래 걸렸다.



힙플 : 마지막까지도 비트 셀렉을 계속한 건가?

딥: 맞다. ‘버킷리스트’ 같은 경우에는 마스터하기 일주일전에 비트가 바뀐 곡이다.



힙플 : 티케이와 애초에 작정하고 합을 맞춰가지고 그렇게 작업을 한 줄 알았다.

딥 : 앨범의 거의 모든 곡들이 티케이의 손을 거쳤지만 앨범 미장센 역할을 해주는 사운드를 내가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놓고 티케이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줘야 했기 때문에 그 과정은 사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테마를 스케치 하고 티케이의 시퀀싱과 편곡으로 곡을 완성하는 식의 작업으로 대부분 진행됐다. 내가 혼자서는 구현 못하는 완성도의 사운드를 티케이가 적절하게 끌어 올리고 마감지어 줬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필연적인 작법이었다. 앨범 기획 초기부터 티케이를 무조건 메인 프로듀서로 생각 했던 이유다.



힙플 : 이번 앨범의 이야기들, 어떻게 보면 이곳의 베테랑들만이 잘 해낼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더군다나 주변 관계들을 의식하지 않은 화법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봐온 딥플로우는 그 동안 꾸준하고 묵묵히 힙합을 제대로 해온 랩퍼였지, 굳이 기름을 끼얹는 타입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해탈하고 열반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은 건가

딥 : 그 해탈하고 열반하기까지의 과정이 개인사일 수도 있고 한데, 내가 힙합 뮤지션이다 보니까 그 개인사들을 힙합이랑 연결을 안 지을 수가 또 없다. 굉장히 어떤 큰 사건이 있었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쌓였던 불만 같은 것들이 이제 증폭이 되다가 터진 거 같기도 하다. 근데 터졌다는게 분노로 표출 된 것이라고 하기보다 내 성격상, 그냥 해탈하는 느낌에 더 가까웠던 걸로 어느 순간 느껴졌다. 그냥 중간과정에 있어서는 거취도 많이 옮겼지 않나. 빅딜에 있다가 빅딜 나와서 전에 있던 크루들 다 그만하고, 뭐 아무것도 안하려고 나 혼자 개인적으로 하려고 하다가 뭐 비스메이저도 만들었고 비스메이저도 이제 크루였다가 레이블로 또 바뀌게 되고 또 같이 어울리는 동료들도 바뀌게 되고 이런 변화들이 나에게 조금씩 쌓이다가 어떤 분위기 환기가 된 시점부터는 좀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씬에 대한 불만 같은 것들도 포함이 됐을 거고.



힙플: 첫 트랙 ‘열반’에서 ‘난 이미 꿈을 이뤘다고 봐’라고 했지만, 그 구절은 사실 좀 복잡미묘하게 느껴졌다.

딥 : 일단 앨범의 첫 트랙의 첫 구절을 어떻게 시작할까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떠오른, 그때 가장 먼저 소리치고 싶은 말이 었다. 사실 난 누가 뭐래도 내 랩퍼로서의 커리어와 실력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감이 크다. 난 막연히 어릴 때부터 랩퍼가 되고 싶었는데 ‘난 지금난 앨범을 몇장이나 낸 랩퍼인거야?’ 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갈 때 기분은 되게 신기한 경험이다. 스스로에게 분위기 환기나 새로운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난 지금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고 있고, 어릴적 꿈도 이뤘으니 이 랩게임에서 더 눈치 볼 것도, 꿀릴 것 도 없다며 소리치는 일갈일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이 총체적 난국 속 에서 해탈한 경지를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



힙플: 성취감도 물론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딥 : 일단 [양화] 속에 내가 심어놓은 포인트 중에 하나가 장소마다 다른 화자의 심경변화의 묘사다. 왜냐면 무대 위 딥플로우의 어깨가 림보할때처럼 쫙 펴지는 모습과 양화대교를 넘어가서 영등포에서의 내 현실을 마주했을 때의 굽어지는 어깨의 상반된 모습에 대해서 그려내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 트랙에 분위기는 ‘당산대형’ 이라던가 ‘작두’ 같은 곡에서는 오히려 과장된 분위기를 조성했다. 후반부와 더 대비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열반’ 에서는 무조건 해탈한 경지의 10년차 랩퍼 딥플로우 모드다.



힙플 : ‘열반’의 첫 벌스에서 언급된 화두만 대략 살펴봐도 딥플로우가 바라보는 씬은 총체적 난국인 것 같다. Line By Line으로 천천히 짚어보자

딥 : 총체적 난국..(웃음)




힙플 : ‘지금 한국 힙합은 연애 중 저마다 갖고 싶어 해 유희열 면회증’ 미디어에 기생하고 있는 씬의 모습을 말하는 건가

’지금 한국 힙합은 연애 중
저마다 갖고 싶어 해 유희열 면회증’ – 열반 中


딥 : 그 메시지가 ‘열반’을 다 설명할 수는 없는데.. 그냥 그런 이유들 중에 하나라서 크게 이 라인에 대해서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냥 한 라인일 뿐이지. 그러니까 그 얘기를 한 거는 소위 말하는 ‘발라드 랩’들. ‘발라드 랩’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도 이제는 너무나 식상하고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 정도로 이제 너무나도 만연한 거라서 크게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저마다 비슷한 무드의 멜로 송들을 들고 나와서 천편일률 적인 미디어 프로모션의 행태가 너무 뻔하게 보이고 재미없었다. 그래서 그런 얘기에 대해 언급한 라인이다.



힙플 : ‘랩퍼들이 차트에 가져온 노래’ 에서 ‘You and you W.A.C.K 해석해줄게 너희 다 존나 끔찍해 다 똑같이 안 하면 좆 될 거 같은 눈치 게임’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좋은 라임이면서 펀치라인이다.

’ You and you W.A.C.K
해석해줄게 너희 다 존나 끔찍해
다 똑같이 안 하면 좆 될 거 같은 눈치 게임
다 질질 짰으니 힙합의 내일은 무지개’ – 열반中


딥 : 고맙다.(웃음) 음.. 라인바이라인. 이거 굉장히 멋있고 되게 좋아하는데, 사실 나는 그냥 브레인 스토밍 해서 써내려 갈때도 많다. 그때 내가 쓰고 싶었던 내용과 라이밍이 굉장히 링크가 잘 돼서 딱 펀치감이 있게 나왔을 때 그 순간이 나의 역량이다. 대략 총제적인 난국에 대해 열반한 메세지의 연장선이다. 드렁큰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서 나오는 대목. ‘You and you W.A.C.K’.를 모티브로 시작된 라이밍이다.



힙플: ‘그 형들은 문을 잠갔지 "너희는 못 나가"’ 라는 대목은 선배들의 대한 원망으로 들리기도 한다. 지난 코멘터리(http://www.hiphopplaya.com/magazine/16336) 에서도 잠깐 이야기해줬지만,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나.

‘우린 나아갈 뿐. 또 어딜 올라가?
그 형들은 문을 잠갔지 "너희는 못 나가" ‘ – 열반中


딥 : 우탄(Wu Tan)이의 'No Role Model'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우탄이와 자주 나누던 대화의 주제였다. ‘우린 롤모델이 안보이지 않냐?’ 라는. 씬 안에서 내 다음 행보에 힌트가 되어주는 매뉴얼을 들춰보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넥스트 레벨의 정공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힙플: 방금 언급한 라인도 그렇지만, 앨범 안의 많은 곡에서 그런 식의 뉘앙스는 많이 있었다. 선배들혹은, 딥플로우 세대 기성 랩퍼들에 대한 부정의 뉘앙스랄까

딥 : 코멘터리 했던 대로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이 씬에서도 기득권이 존재한다. 그 기득권들의 한마디 발언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요즘 그 기득권에 속하는 랩퍼들이나 서브컬처 씬 종사자들이 ‘문화발전’ 이라던지 ‘대중화’ 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자주 언급 하고 있는걸 봤는데 그 랩퍼들의 개인적인 성공과 힙합문화의 성공은 다른 거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개인적인 성공은 존중받고 박수 쳐주고 싶지만 문화에 대해서 자기가 공헌을 했다라는 식으로 연결 짓는건 큰 착각이다. 쇼미더머니에 나가서 자기가 예전보다 돈벌이가 더 많다고 힙합이 성공한건 아니라는 거다. 신인들에게 ‘오디션 안 나가도 너희들은 이렇게 잘 해 나갈 수 있어’를 보여줘야 하는 기득권들이 발 벗고 나서 오히려 좁은 문턱의 경쟁을 권장하고 있다. 문화를 논 할 자격이 없다.



힙플: 확실히 모든 랩퍼들이 오디션과 랩 레슨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미래를 그리진 않았을 테지만, 어쨌든 현재는 오디션과, 랩 레슨이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의 생계수단이 됐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좋은 작품이 뮤지션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개의 동아줄 랩 오디션과 랩 레슨
그게 네가 원했던 거야? 씨발 진짜?
그게 네가 원했던 거냐고 진짜?’- 열반 中


딥 : no role model 표어랑 조금 이어지는 거다. 적절한 정공법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임기응변의 행동으로 랩퍼들이 오디션에 나가거나 레슨을 한다거나 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다음 대안이 과연 이게 다인가 라는 뜻으로 가사를 쓴 거다.



힙플: 그런 맥락에서 아티스트로서 혹은 제작자로서, 딥플로우가 클래식을 위해 앨범에 공들일 때 어떤 비젼을 보는지 궁금하다.

딥 : 그런걸 소위 우리끼리는 자위행위라고 (하하하 모두 웃음) 얘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다. 그러니까, 나 같은 경우는 ‘내가 앨범을 낼 때가 됐기 때문에 앨범을 할 거야’ 보다는 할 게 있어서 앨범을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양화] 도 당연히 그런 맥락에서 기획 된 거다. ‘나 이런 컨셉 딱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영감이 오면 그때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거다. 성공이나 비전 보다는 자기만족을 더 우선시 여길 때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그게 클래식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좋은 작품만으로는 미디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딥 : 좋은 작품이 미디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것도 전례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근데 힙합이 아닌 장르에서는 간혹 있긴 한 것 같은데..



힙 : 장기하?

딥 : 맞다. 그런 뮤지션들. 근데 장기하도 나는 분명히 엔터테인과 뭔가가 섞여 있던거라고 생각을 한다. 완벽한 순도 100프로의 그런 경우를 많이 못 봤는데, 내가 기대하고 있는 바긴 하다. 좋은 작품으로 정말 좋은 선례를 남기는. 정말 멋질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힙플: 버스 프로모션의 기획의도는 어떤 맥락이었나?

딥 : 지극히 인디펜던트 스러운 앨범이니까 프로모션도 조금 독창적으로 하고 싶었다. 똘배(스톤쉽 대표)랑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똘배가 원래 자기는 양화대교에 큰 현수막 같은걸 걸어서 하고 싶다고 했다. 내 생각에 지나가는 차들이 저거보고 무슨 생각할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러다가 옮겨 진 생각이 홍대를 지나다니는 버스에 광고를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꽤 특이하기도 하고, 그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양화]라는 타이틀을 신작 영화가 개봉하는 것처럼 인식시키고 싶었다. 애초에 앨범 커버에도 그런 의도를 심어 놨었고 그게 이 앨범 감상 포인트에 좋은 역할을 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알맞은 구색이었다.



힙플: 앞서서 하던 얘기를 좀 이어가면, 쇼미더머니 시즌2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세탁되고 있는 와중에 이제는 베테랑 뮤지션들도 점점 프로그램에 대한 경계를 푸는 추세다. 딥플로우는 어떤가?

딥 : 세탁..(웃음) 이젠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입장은 좀 식상한 얘기만 나올 것 같으니까 살짝 떠나서 좀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는 대중 미디어를 어릴 때부터 늘 보고 자랐기 때문에 시청자인 동시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를 서로 평가다거나 하면서 방송을 전문가처럼 분석하는게 가능한 시대다. 단순히 그런 시각에서 봤을때 이제 슬슬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들처럼 흥행이 떨어질 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힙플: 시즌4부터?

딥 : 시즌4가 3보다 더 흥행해도 아마 이 다음부터는 당연히 내려가는게 섭리 인 것 같다. 물론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웃음) 앞서 말 한대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미 대중 미디어의 전문가들(웃음) 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이고 씬 안에서도 이런 추측은 돌고 있다. 차츰 흥미 거리 떨어 질 거 같고, 요즘 힙합이 대세라고 그러는데 그 분위기는 유행의 순리 상 다시 지나갈 테고 뭐 그게 나한테는 좋은게 아니지만. 아무튼 이젠 그냥 내가 저기에 관심을 왜 가져야 되나 싶다. 일개 예능 프로그램이 한 장르 씬의 유명 아티스트들을 손에 쥐고 그 이슈들은 힙합 커뮤니티를 완전히 다 잠식했고, 다들 알다시피 굉장히 기형적인 상황이지만 사실 이것도 역사적으로는 잠시의 현상으로 기록 될 수도 있다. 빙하기가 뭘 어쩌겠나. 이걸 조장한 책임자들이 나중에 책임 져야한다. 어쨌든 그래서 뭐 프로그램에 대해서 뭐가 문제고 뭐가 잘못됐고 어떻게 되어야 되고는 이제 내 관심거리가 아니게 된 거 같다. 그냥 불구경 하는 거다.



힙플: 근거는 없다고 했지만, ‘끝 날 거다’ 라고 보는 그 추론의 근거는, 쓸 수 있는 자원이 떨어져서인 것도 이유에 포함 되나?

딥 : 그렇다. 그런 부분도 있고, 음. 좀 더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미 거기에 누가 나갈지 다 들었다. 벌써 등수가 정해져 있고, 어떤 회사가 나갈 거고 뭐 이런 식의 이야기가 씬에서 돌고 있기 때문에 우리끼리는 다 알고 있다. 뭐 루머일수도 있지만. 만약에 내가 들은 출연진과 포맷대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이젠 매니아들도 등을 돌릴거같다. 그리고 유행하는 시류는 영원할 수 없잖나. 계속 돌고 돌기 때문에 이 쇼미더머니도 길게 쳐줘서 한 사년 오년까지는 해먹는다고 해도(웃음) 영원하진 않을 거다.



힙플: 앞선 질문은 이 질문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 다음 자원이 ‘VMC가 되지 않을까’ 라고 보는 시각들도 있거든. 말하는 걸로 보아선 보이콧 일 것 같은데?

딥 : 만약에 이 모든게 엔터테인이라면, 이 작은 랩 게임 안에서도 엔터테인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면 우리가 취해야할 입장은 당연히 보이콧이다.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솔직한 대답은 그냥 의도적으로 보이콧 해서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힙플: 제안은 많이 들어왔을 것 같은데.

딥 : 그렇다. 농락도 많이 당했다.(웃음) ‘미팅하러 와주실 수 있나요.’ 하는데, 생각해보면 갑이 을한테 하는 소리인 거다. 이제 다음부터 전화 오면 ‘니네가 오라고’(웃음) 할 것이다. 미팅 안 한다 그래도 계속 연락이 온다. 끈질기다(웃음)



힙플: 쇼미더머니에 참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고 했다. 그럼, 그들에 대한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딥 : 불속으로 뛰어드는 나방 같다. 어쩌면 이제 빙하기가 오고 그 새로운 환경에 살아남는 종들만이 남겨지거나 또 새로운 개체들이 생겨나겠지. 건투를 빈다.



힙플: 동감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못했던 그 모든 것이 범위 진짜 힙합의 재채점’이라는 구절은 이곳만의 시스템 셋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혹시 딥플로우가 그리고 있거나 상상하고 있는 그림이 있나

‘난 다음 꿈을 꾸기 위해서 다시 눈을 감아
보여줄게. 내 목표는 그들이 못했던
그 모든 것이 범위 진짜 힙합의 재채점’ – 열반 中


딥 : 나의 개인적인 청사진이 있다면, 이곳이 씬 이라고 명칭이 성립 되려면 앞으로는 정말 매뉴얼이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폼 같은 것이랄까. 마치 명절이 되면 우리는 다들 명절이라는 폼 안에서 각자 제사를 지내던 고향을 가던 하루를 보내듯이. 일종에 형식미 에 대한 얘기 일수도 있고. 그런 일정한 형태의 폼이 있어야지 어쨌든 명맥이 오래 유지되는게 아닐까. 우리가 씬이라는 것을 체감 할 수 있는, 그걸 조금 더 실체화 시켜줄 수 있는 청사진은 뭐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내가 제일 바라는 이상향이 있다면 지금 보다 많은 레이블 혹은 크루, 창작 집단들이 리그처럼 형성되어야 한다는 거다. 마스터플랜부터 시작해서 소울컴퍼니, 빅딜, 지기펠라즈 수많은 집단들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걸 반복 했는데, 이런 현상이 생태계적으로 자연스러운 거라고만 받아들이기에는 악순환처럼 반복되고 매뉴얼이 계속 리셋 된다. 난 지금 있는 하이라이트, 비스메이저, 일리네어 등의 이런 레이블들이 프리미어리그에 명문 구단처럼 쭉 이어 지는 그림을 그린다. 마치 슈퍼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가 있고, 바르셀로나가 있다면, 아스날도 있는 것처럼 레이블 마다의 매니아 층이 분명 하게 형성 되는 형태를 보고 싶다.

예를 들면, 어떤 랩퍼 지망생이 ‘내가 보기에 일리네어가 돈을 제일 많이 벌지만, 내가 하고 싶은 타입의 음악은 비스메이저야’ 라는 생각으로 VMC 의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는 어떤 저변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비스메이저의 지금 멤버들이 다음 2대 멤버를 양성하고 2대가 3대를 양성하는, 어쩌면 무협 영화의 문파(웃음) 같은 개념이 될 수 도 있는 거고. 그런 각자의 전통 있는 문파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일정 기간 명맥이 유지 된다면 그때야 말로 단단한 씬이 형성되는 시작 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서상 힙합은 서브컬쳐로 분류 될 수밖에 없는데 미디어의 과장된 조명으로 이제는 서브컬쳐가 아니게 됐다. 오히려 철저한 서브컬처로 남는 것이 장르의 멋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단단한 뿌리를 뻗게 되는 해답일 수도 있다.



힙플: 어떻게 보면 일리네어가 제시한 그림도 매뉴얼이 될 수 있지 않나? 이미 많은 랩퍼들이 그들의 매뉴얼을 따라가고 있다.

딥 : 근데 그 너무 ‘철권 10단 콤보’를 매뉴얼로 주니까 애들이 10단 콤보 부터 해야 되는 게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너무 그들만의 매뉴얼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린 친구들이 체감하기에 난이도의 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모든 위인들이 다 세종대왕처럼 만원 짜리에 용안이 박히기는 힘들다. 대부분 존경하는 위인이 누구냐 하면 세종대왕, 이순신을 꼽는데 그들의 업적은 좀 범접하기 힘든 영역이다. 뭐랄까, 왠지 장영실이 세종대왕 앞에서는 초라해 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장영실에게 세종대왕이 될 수 있는 매뉴얼은 필요가 없다. 그럼 장영실은 장영실이 아니게 되는 거니까.



힙플: 얼마 전, 그랜드라인의 디제이 돕쉬(DJ Dopsh)와 작은 설전이 있었다. 화두가 ‘힙합적인 태도’였던 것 같은데. 뮤지션이나 회사의 에티튜드가 점점 장르 구분의 지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버벌진트(Verbal Jint)와 타블로(Tablo)같은 랩퍼들은 ‘차트 랩 메이커’로 치면 상위 랭커들임에도, 이들이 양화에서 말하는 ‘차트송 랩퍼’들과 구분되는 지점이 궁금하다.

딥 : 마음속으로 늘 결정은 돼있다. 똑같은 바이브의 곡을 했더라도 이 사람은 이전에 어떤 커리어를 이뤘고 나한테 어떤 영감을 줬고 멋있는 뮤지션으로써 내가 리스펙하는 랩퍼다 하는 사람의 작품과, 반대인 경우의 작품은 내가 받아 들이는게 다를 수밖에 없는 거지. 다시 말하지만, 당연히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 내가 이런 것을 ‘심판’할 수는 없다. 지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지만 나에겐 ‘커리어’ 가 가장 큰 부분 같다.



힙플: ‘불구경’에 언급된 여러 아티스트들 말인가

‘VJ의 Flow 타블로의 Brain
F와 P의 Rhyme 가리온의 Fame
내 DNA 첨가물들의 레시피’ – 불구경 中


딥 : 그 라인은 그냥 그 영역에서 상징적으로 멋있는 분들 얘기한 거다. 페이보릿 랩퍼들의 나열이라기보다 일종의 샤라웃에 가깝다.



힙플: 이 앨범은 누가 들어도 타켓이 명확하다. 물론, 그 랩퍼들이 한 둘이겠냐만, 특히나 매드클라운(Mad Clown)은 정확히 타겟하고 있다.

딥 : 내가 풀어가는 가사에 제일 안성맞춤인 먹잇감으로 돼서, 나는 그냥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웃음) 장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나랑 얘랑 장기두면 재밌겠다.’ 그런 느낌.



힙플: 아, 딱히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고?

딥 : 그러니까, 나한테 힙합이 무슨 종교 대하듯 ‘넌 이걸 더럽혔으니 널 죽이고 처벌하겠다.’ 이런 마음은 전혀 없다. 그냥 이런게 생태계 구나. 저런 사람이 있고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균형 잘 맞으니 게임으로써 되려 재밌게 느껴진다. 뭐 그런 감정 정도다.



힙플: ‘불구경’의 두 번째 벌스나, ‘낡은 신발’의 션이슬로우 벌스는 새로운 세대의 랩퍼들을 겨냥한 노래다. VMC에 들어오는 데모들이나 ‘Re By DEEP’ 같은 피드백 컨텐츠들을 하며 느낀 점이 있나?

'너의 영역을 더 넓히는 법
더 튀는 법 아님 버티는 법
난 네 데모시디를 던져
넌 하고 싶은 것보다 되고 싶은 게 먼저' - 불구경 中


‘Swag 타령하면서 과정따위엔 모두다 방심했지
대체 니 꿈이 도끼야? 자신으로 살기 포기한채
그건 니가 로또맞을 확율보다도 Unlucky 한거야, 이 병신아
진짜 멋이 뭔지 모르는 이 현실안에 니 힙합음악
남의 것 들로만 덕지덕지 떡칠할거면 이젠 그만해라
뭔 할말만 없으면 꼰대 갖다놓고 이빨을까고있어
내가 그 개꼰대다 어서 니 좆을 까고있어’ – 낡은 신발 中


딥 : 신예들이 랩을 처음 시작 할때의 그 막막한 그 기분을 나도 겪어 봤기 때문에 잘 안다. 보통 처음엔 피드백을 듣고 싶고 내가 어떤 고칠 점이 있나 부터 시작해서 랩을 더 잘해지고 싶고 나중에는 내가 어떻게 여기 발을 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돈을 벌수 있을까의 순서로 고민의 포인트가 옮겨가게 된다. 근데 요즘은 그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하고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을 착각한다. 예술의 범주에서 창작자가 ‘하고 싶은게’ 더 앞에 있어야 되는 거라고 난 당연히 생각 하니까 쓴 가사이다. 랩을 하고 있지만 진짜로 하고 싶은게 뭔지 헷갈려하고, 랩 하다가 잘 안 되면 다시 학교를 다닐까 말까 하면서 보험을 설계하는 아마추어는 그 태도를 존중하기 힘들다. 이런 애들도 있다. ‘내 팔로워가 몇 명이상 되지 않으면 음악을 그만두겠다.’ 물론 내가 어떤 단면을 본 걸 수도 있는데, 이건 예술가에게 경쟁심만 부추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 이후 더 극대화 된 기현상인 것 같다.



힙플: 개중에도 정말 잘하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테다. 소개해 줄만한 신예는 전혀 없는 건가?

딥 : 음 일단은 생각나는 사람이 딱 없는데.(웃음) 근래에 소위 FA들 중에서 데리고 오고 싶은 사람은 넉살밖에 없었다. 아예 은둔형 고수 중에는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내 제자였고 내가 믹스테잎 제작을 도와줬는데 이름은 빈센트 라는 친구이다. 얘 믹스테잎 나와서 공개되면, 적어도 저스디스나 던말릭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거다 라는 생각은 한다. 근데 만약 이걸 본다면 너무 으쓱해 하지 말길 바란다.(웃음)



힙플: 신예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럼 이번 앨범에 참여한 케이온(Kayon) 같은 경우는 어떤가?

딥 : 작년에 리드머 인터뷰(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4964&m=view&s=interview&c=24)에서 처음 본 친구이고, 나이도 좀 있어 보이는데 왜 이제 처음 알았을까 하는 생각에 앨범을 들었는데, 되게 좋더라. 그냥 스킬 적으로 랩이 완성되거나 출중한 느낌이라기보다 데뷔 앨범을 굉장히 매끄럽게 완성해 낸게 인상적이었다. 그 연령대 랩퍼만이 풀어갈 수 있는 가사 속에 서사들이 확실히 다른 여자 랩퍼들과 다르게 들렸다. 그 후 ‘클리셰’ 에 여자 랩퍼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떠오르는 사람이 케이온 밖에 없었다.



힙플: 서울블루스도 그랬지만, 서울블루스의 가사를 인용한 ‘빌어먹을 안도감’ 역시 홍대에 대한 애증인 것 같다. 홍대에 대한 회의를 드러내는 가사들이 특히 많이 나온다.

딥 : 이제 홍대는 상징적인 의미로 존재할 뿐이지. 지금은 뭐 이니스프리 엄청 많고 중국 관광객들 많고, 무슨 문화의 메카 이런 거 옛날부터 아니지 않나? 내가 어릴 때 뭔가 ‘홍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을 때, 멋있는 힙합 클럽 많고, 형들 다 여기서 음악하고, 여기 살지도 않으면서 맨날 여기서만 이럴 때의 기분은 지금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아 이제 홍대 식상하니까 다른 동네 한 번 가서 놀아보자.’ 해도 결국은 다시 홍대로 돌아와서 빌어먹을 안도감을 느끼게 되더라. 장소의 이름만 바꿔 놓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거라고 생각한다. 오디 같은 어린 친구도 애도 ‘형 우리 이태원가서 놀죠.’ 이래놓고서 얼마 안가 ‘아... 다시 홍대로 갈까요?’ 이런다. 홍대가 지네 집도 아니면서.(웃음) 그럴 때 택시타고 다시 홍대로 넘어와서 문을 열고 상상마당 앞에서 내릴 때 느껴지는 그 이상한 감정이 바로 커빈이 말했던 빌어먹을 안도감의 진정한 의미인 거 같아서(웃음) 그런 표현을 쓴 거다. 살짝 애매했던 거는 ‘서울블루스’를 아는, 그리고 커빈을 아는 사람은 이 가사, ‘빌어먹을 안도감’ 제목만 봐도 어필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빌어먹을 안도감이 어떤 누구의 가사였는지 모르는 친구가 이제 더 많더라. 그래서 그게 펀치가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함도 느껴지지.



힙플: 이 두 구절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사실 힙합씬의 네트워크야 모두 한 둥지 사람들 아닌가, 음악에서 치고 받아도 결국에는 마주치고 부대껴야 하는 동네다.

‘넌 이제 낄 자격이 없어 여길 맴돌아도
난 거짓말을 했지. "다음에 한잔해"
역시 언제쯤 어디서 같은 건 안정해’- 양화 中

‘차트에 랩송 다 구려
난 그걸 불난 집 보듯이 구경
게네 대부분이 구면
내게 인사해 그럼 난 소금 뿌려’


딥 : 그렇지. 일단 땅덩어리도 좁은데 다들 홍대에만 몰려드니까..



힙플: 딥플로우 역시 침 뱉고 등돌린 랩퍼들과 얽히는 상황이 많을 것 같은데 오히려 이번 앨범은 그런 부분에 초연한 것 같다.

딥 : 거의 다 실제 경험들이었다. 예를 들면 ‘불구경’에서도 그런 대상들을 꽤 여러 명 생각하면서 썼다. 특정 대상이 아니어서 모호 한 게 아니고, 너무나 자주 일어난, 많은 경험들이었던 거다. 쉽게 말해서 공연장에서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눠도 서로에게 존중이 있는지는 쉽게 확인 할 수는 없다.



힙플: 어쨌든, 이런 상황이 불편하지는 않나?

딥 : 아주 예전에는 불편했다. 빅딜 안에서, 지기펠라즈 안에서 수많은 멤버들과 때로는 음악적으로 리스펙이 없는 사람과도 어떤 유대를 가져야 되는 당시 환경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회색적인 태도였다. 어색하지만 굳이 인사를 건내고 영혼 없는 얘기를 나누거나 하는 처세법이 어린 내 몸에 익었는데 속으로. 근데 그냥 뭐 다 나이 먹으면 이제 좀 그런 것도 그냥 자연스럽고 불편하지도 않다. 감정 소모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됐으니까. 예를 들면 나랑 트랙 위에서든 SNS 에서든 신경전이 있었던 상대를 지나가다 만나도 난 ‘안녕’ 하고 지나갈 수 있다. ‘내가 쟤네랑 안 좋은데...’ 막 이런 거는 약간 어린 애들이 그런 거잖아. 고딩들이.(웃음)



힙플: 다음으로 ‘나 먼저 갈게’ 라는 곡 역시 곡 안에서의 디테일한 감정이 느껴진다. 박탈감이라고 하면 좀 과장인가?

딥 : 그날의 기분에 따라 복잡 미묘하게 달라지는 술자리 속 감정들 묘사해본 가사라 성인들은 많이들 공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 가야 하지만 가기 싫은 날이 있고 집에 안가도 되지만 서둘러 들어가고 싶은 날이 있다. 홍대에서 집으로 오가는 양화대교 위에서 교차되는 마음을 그린 ‘양화’ 의 발단이 되는 역할의 트랙이기도 하다.



힙플: ‘양화’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감성인 것 같다. ‘난 이미 꿈을 이뤘다고 봐’라는 구절의 복잡미묘함도 사실, 양화에서의 양면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딥 : 랩퍼가 트랙 위에서 보여주는 온도와 무대 위에서의 행동과 말투, 또 집에서 컴퓨터로 힙합플레이야 하고 있을 때의 모습은 확연히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에너지나 아드레날린 자체도 완전 다른 거고, 내가 인터뷰에서 하는 지금 말투랑 엄마한테 하는 말투랑 다른 거니까. 어쩔 때는 완벽히 하나의 일관적인 모습으로서 존재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언행일치 확실한 랩퍼가 되고 싶은 그런 느낌. 그게 근데 좀 어렵더라. 방금 홍대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와 동료들과 악수를 한 후 택시를 타고 영등포에 도착해 집 현관문을 열 때의 기분은 그 순간순간이 다르고 복합적이다. 누군가는 나에 대해서 ‘딥플로우는 하고 싶은 거해서 좋겠다.’ 라며 내 뮤지션으로써의 모습만 보고 동경 할 수도 있고, 우리 동네 주민들은 내가 지나다닐 때 쟨 뭐하는 사람일까 하며 추측할거다. ‘저 빡빡이는 뭘까?(웃음) 운동선수인가?’.

[양화]에서 최대한 지금 내 감정과 이야기를 잘 묘사하려면 이 양쪽의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극단적으로 다른 감정의 모습을 둘 다 알아야지, 나에 대해서 평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비스메이저 친구들이나 내 여자 친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래도 좀 알 수 있을 거다. 왜냐면 내가 그 양쪽 모습을 이 친구들한테는 다 보여주고 있으니까. 뭐 힙합 팬들은 내가 홍대일 때의 모습밖에 모를 거고, 우리 엄마는 내가 집에서 있을 때의 아들의 모습밖에 모를 거 아닌가. 어쨌든 나에 대한 배경을 확실하게 깔아주고 싶고, 사실 그 딜레마 자체가 [양화]에서 진짜로 내가 하고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제일 중요한 서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과적인 감정 전달을 위해 홍대에서의 나를 상징하는 앨범의 초반부 트랙들을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묘사했던 것 같다.




힙플: ‘Bucket List’는 어디서 크리셋 미쉘(Chrisette Michele)을 섭외해왔다. 나스(Nas)의 행보를 의식한 건지..(웃음)

딥 :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장면은 옛날 50년대 재즈밴드가 연주하는, 투박한 마이크를 잡고 촌스러운 드레스를 빼입은 여자 보컬이 핀 조명을 받고 노래를 부르는 느낌. 그래서 떠오른게 크리셋 미셸이고, 그런 음색 톤의 보컬을 찾다가 우혜미씨랑 같이 하게 됐다.



힙플: 병상에 계신 아버님께 바치는 곡이라고, 아버님께 음악은 들려드렸나

딥 : 아예 씨디를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부모님한테 내 노래를 거의 안 들려 드렸는데 왜냐면 내 음악을 별로 공감할 수 없으실 것 같았기 때문에. 근데 이번 앨범에는 들려드리고 싶은 곡들이 몇 개 있다. 버킷리스트를 포함해서.



힙플: 웃긴 얘기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앨범을 듣기 전 까지 나는 딥플로우가 은수저? 최소 한 동수저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딥 : 나는 완전 맨손으로 밥 먹는 (웃음)



힙플: ‘역마’, ‘개로’ ‘Bucket List’ 같은 트랙들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 감흥이 컸다. 어떨 때는 그런 개인사들이 촌스러운 감성팔이가 되기도 하지 않나, 이 앨범은 온도조절에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딥 : 앨범에 ‘Cliche'라는 트랙이 있지만, 나는 항상 클리셰에 대해서 의식을 한다. 클리셰랑 웰메이드에는 한 끗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내가 지향하는 건 웰메이드다. 감정 선이 드러나는 곡들은 아무대로 클리셰에 가까운 경우가 발생하기 쉬워서 적절한 리미트를 거는게 내 임무였다. 전작들에서 하지 못했던 진짜 내 얘기를 온전히 다 끄집어내는 것이 이번 앨범의 큰 목표중에 하나 였는데 신파가 되기는 싫었기 때문에 적정 온도 맞추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힙플: ‘당산대형’은 원래 소울스케이프의 타이틀로 알고 있다.

딥 : 지금의 합정 작업실을 온 게 1월 달이고 그 전까지는 작업실이 당산동에 있었다. 양화의 가사와 컨셉들은 거의 당산에 있을 때 다 썼다. 이미 작업을 마친 후 답정남 처럼 소울스케이프 형에게 허락을 받았다.



힙플: ‘당산대형’의 두 번째 벌스는 어떻게 보면 VMC를 보는 주위의 시선을 말해준다. 1년동안 VMC를 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 같다.

‘열 다섯 명의 밥그릇 넌 의심해 "돈 안 되지?"
좆 까 내 유일한 관심사는 타케조 스타일 도장깨기 hah’ – 당산대형 中



딥 : 내가 생각하는 청사진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 한다. 근데 사람들은 마치 매년 열리는 시상식처럼 레이블의 등수를 매기고 소고기처럼 등급을 정한다. 이게 힙합인지 프로야구인지 모르겠다. 가끔 비스메이져는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훈수 두는 키보더들이 있는데, 나는 일 년 내 내 24시간 비스메이져의 비전에 대한 설계도를 생각하고 있다. 정말이지 같잖은 잔소리 들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너네는 지금 잘 하고 있다’ 라는 말도 많이 듣지만, 뭘 잘하고 있다는 건지 정확한 실체가 없는 칭찬도 그리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그러니까 두 가지 훈수 전부, 나한테 전혀 와 닿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냥 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될 때가 있다. 이 곡에서는 저 라인은 큰형, 빅브라더로써 내 동생들과 나 자신에게 전하는 응원가 같은 가사다..



힙플: ‘가족의 탄생’이라는 곡은 딥플로우가 VMC 안에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밖에도 VMC의 랩퍼들을 인터뷰할 때면 딥플로우에 대한 존경이 엄청나다. 가장으로서 딥플로우의 철학이 있나

‘난 너를 가르치지 않아 그저 가리킬 뿐’ – 가족의 탄생 中


딥 : 일단 리더는 너무나도 좆같은 거다.(웃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아주 아주 많다. 그래도 나는 그게 조금 내 성격에 잘 맞아 떨어지는 타입인 거 같기도 하다. 예전에 내가 몸담았던 크루나 레이블들이 와해되고 트러블이 생기는 여러 유형을 봐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의 백신 프로그램이 내 뇌에 탑재가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되고 안 된다 하는 매뉴얼이 있는 거지.(웃음) 예를 들면 던밀스와 우탄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을 때(웃음) 얘네가 왜 이러는지 나는 딱 보인다. 뭐 눈치 빠른 사람들은 다 그럴 수 있지만 나는 조금 더 아티스트들의 입장으로써 공감 할 수가 있다. 가끔은 내가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웃음) 어렵고 벅찰 때도 있지만 어쨌든 과거의 경험들이 많이 도움 되는 것 같다.
난 가장이 된 거다.



힙플: 전혀 힘들지 않아 넌센스하지 ‘I'm good’은 큰 의미를 둔 라인은 아니겠지만, 이 질문은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양화]와 함께 2015년 상반기 기대작, 쌍두마차였던 에넥도트 신화의 산증인이지 않나

딥 : 개인적으로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 들었다고 얘기한 거.



힙플: 후회 하고 있다고 해서 미안하지만, 에넥도트 프리뷰를 부탁한다.

딥 : 일단, 그 드립이 후회하는 부분은 그 말을 번복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양화 기대 된다’라는 글을 클릭할 때 ‘혹시 에넥도트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런 부분이 후회된는 말이다. ‘아 씨발 괜히 말했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 앨범에 더 집중 당하고 싶은데, (웃음)

내 앨범 [양화]가 웰메이드라면, 이센스의 [Anecdote]는 웰메이드가 아니다. 돕(dope)으로 설명할 수 있는 앨범인 것 같다. 전형적이지 않지만, 모든 힙합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앨범일거다. 여태 그런 느낌의 서사구조나 한 명의 MC가 그런 전형적인 면을 모두 탈피한 채 끌어나가는 앨범이 아예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앨범을 다 듣고 난 뒤에는 일매릭(illmatic)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일매릭이 상징하는 여러 가지 포인트들과는 엄연히 다르긴 하지만, 내가 말하는 포인트는 상징성이다.

내 생각에 지금의 우리나라 힙합의 역사는 미국으로 치면 딱 94년도쯤 일 거 같다. 당연히 미래에서 보면 지금의 한국힙합씬은 엄청난 올드스쿨일 것이고, 센스의 데뷔앨범 [Anecdote]가 일매릭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바꿀) 것 말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코멘트를 조금 덧붙이자면, [양화]와 [Anecdote] 두 앨범의 가사들이 비슷한 게 되게 많았다. 전체적인 흐름도 그렇고, 어떤 한 곡에서는 실제로 센스가 한 번 찾아와서 ‘형 이거 솔직히 제 가사 보고 썼죠?’(웃음) 했던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였다. 뭐, 그때는 당연히 내 가사 쓴 날짜를 보여줬지. ‘2013년’. (웃음) 그렇지만, 그 곡에서는 정말로 비유하는 법이나 풀어가는 방법이 완전 비슷했다. 이 인터뷰에서 미리 얘기하지만. 오해하지 않았음 좋겠다. (웃음) 아무튼, 센스는 내 앨범을 안 들어봐서 모르겠지만, 나는 그 유사함을 많이 느꼈다. 어떤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은 느낌 말이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가 중점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되게 내 앨범과 ‘동류’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결정적으로 화법은 많이 달랐기 때문에 다시 말하지만, 내 앨범이 굉장히 전형적이고, 웰메이드함을 추구했다면 [Anecdote]는 웰메이드하지 않고, 전형적이지 않다.


힙플: 이번 앨범은 딥플로우 개인의 이야기들이면서 동시에 언더그라운드에서 정도를 걷고 있는 플레이어들에 대한 헌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앨범에 영감을 얻을 모든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딥 : 어제 앨범 발매 기념으로 한잔하다가, 우탄이가 이런 고백을 했다. ‘나는 딥플로우보다 더 잘 할 수 있고 잘 할 거야 아니, 나는 이미 더 잘 해’ 라는 생각으로 해왔는데(웃음) 이번 [양화]를 듣고 뭔가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자기는 이런 앨범은 아직 못 만들 거 같다고. 그래서 내가 해줬던 말은, [양화]가 개인적으로 큰 프로젝트 이긴 했지만 어쩌면 이 씬 안에서는 나만의 역할이 있고, 나는 그 역할을 해낸 것뿐이라는 거다. 뭔가 대단한 새로운 걸 만들고 제시한 게 아니라 딱 내가 해야 할 만큼을 한 거다. 이건 내 앨범이고 당연히 나를 제외한 모두가 [양화]를 못 만든다. 그리고 [에넥도트] 같은 건 당연히 센스만 만들 수 있는 거고, 그렇게 각자 자기 역할이 투명한 공란으로 정해져있다고 본다. 근데 그 공란은 투명하기 때문에 가까이 찾아가기가 힘들다. 자기만이 채울 수 있는 공란을 채워내는게 사실 당연한 의무지만, 그 공란을 못 채우는 사람이 아직 세상에 너무 많은 거지. 어렵지만 당연한 일이라는 얘기다. 각자의 공란들을 채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냥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아까 초반에 말 한대로 좋은 작품이 미디어를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그런 자기 역할을 하는 앨범들이 쭉 나오게 돼서 분위기를 탄다면 지금의 기형적이고 울퉁불퉁한 레이스에서 핸들을 꺾을 수 있는 계기 혹은 근간이 돼 줄 것 같다.



힙플: 질리도록 질문 받았을 것 같은데, 은퇴 앨범이 될 거라는 말을 했다. 지금은 어떤가?

딥 : 이거 확실하게 해야 될 거 같은데, 난 은퇴라는 말 한 번도 한적이 없다. 인터뷰 초반에도 말했듯이 앨범을 만드는 건 누가 시킨게 아닌 나의 선택이다. 내가 어떤 기획사에서 5년 계약의 앨범 다섯 장 뭐 이런 상황이면 몰라도 내 활동에 모든게 내가 정하는 일정인데,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의 아이디어가 생겨야지 정규 앨범을 하겠지. 내가 헤비딥을 낼 때만 해도 ‘이제 20대 후반이니까, 내가 다음에 할 내 얘기가 생길까?’ 라고 생각 했는데 근데 또 시간이 지나 30대가 되니까 더 할 얘기가 생겼고, 컨셉이 그려지면서 [양화] 를 만든 거고. 그래서 지금 당장은 다음 거에 대한 기약이 없는게 맞다. 컨셉이나 할 이야기들이 생길 때는 당연히 하겠지만, 사실 지금 기분으로는 정규앨범 단위의 프로젝트가 큰 호기심거리가 아니다. 내가 정규 앨범을 한번 만들 때 쏟는 에너지와 작업방식은 나에게 있어서 진짜 인생 급 프로젝트가 되버린다. 꽤나 힘든 여정이다. 그래서 이젠 싱글앨범 단위나 미니앨범, 아니면 믹스테잎 등 이전과는 달리 가벼운 형태의 작품 활동이 더 재밌을 것 같다.



힙플: 되게 의외다.

딥 : ‘진짜 하고 싶은 것만 해야지’ 가 예전보다 더 증폭된 상태다. [양화] 같은 프로젝트가 막 끝났으니 작법에 있어서 완전 다른 안 해본 거 해보고 싶다.



힙플: 웰메이드 앨범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만큼 [양화]같은 앨범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하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이런 앨범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말은 사실 굉장히 의외고 아쉽기도 하다.

딥 : 당분간은 VMC의 프로듀싱, 제작을 주로 하게 될 거 같다. 넉살이와 오디, 프로듀서 티케이의 앨범을 구상하고 있고. 던밀스와 우탄도 계속 새 앨범 작업 중이다. 사실 지금 가장 구미가 당기는 거는 내걸 만드는 것 보다 비스메이저 멤버들의 작품을 만드는 거다. 의외라고 말했으니 좀 더 말해보자면, 랩퍼들이 가장 멋있는 순간, 어떤 꼭지 점이 딱 찍어지는 이후에는 꼭 플레이어로서 최전선에 앞장 서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난 아직 30대 초반이니까 아직 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멋진 힙합은 늘 젊고 생생한 음악이다. 지금보다 감이 떨어진다는 걸 스스로 느껴질 때는 굳이 작품 활동을 더 하고 싶지 않을 거 같다.



힙플: 당연히 젊고 프레쉬하면 좋지. 근데 랩퍼들이 은퇴를 안 하는 이유를 생각을 해보면 명예롭게 레전드로 남지 못해서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측면도 있다. 한국힙합에서는 이제 뭐 좀만 뭐해도 퇴물, 꼰대 소리 듣는 그런 분위기가 만연하니까.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지 않을까?

딥 : 그래서 나는 그냥 그때의 기분에 충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진짜 플레이어로서 완전 손때야지 라고 생각할 때가 언젠가 온다면 나는 완전 겸허하게 받아들일 거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설명해주고자 하는 거지 ‘나 이제 앞으로 안 하겠다’ 이런게 아니다. 난 랩퍼만이 힙합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바운더리 안에서 멋지게 서포트하고 제작하는 프로덕션들, 예를 들어 힙합플레이야 직원들도 힙합을 하는 거고 스톤쉽 똘배도 힙합을 하는 거다. 그러니까 훗날 내가 트랙을 발표하지 않고 무대에 서지 않아도 힙합을 그만두는게 아닌 거다.



힙플: 마지막이다. 딥플로우가 생각하는 양화앨범 최고의 트랙은 무엇인가?

딥 : 고르기 힘들지만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양화’가 아닌가 싶다. 만족도라기보다는 의미부여가 많이 되는 가사는 분명히 ‘양화’다.


인터뷰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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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뱅크투브라더스, 제이락(J-Roc) & 호림(Horim)  [5]
HIPHOPPLAYA(이하 힙) : 디렉터 인터뷰를 통해 꼭 취재하고 싶었다. 본인 소개 부탁한다. J-roc(이하 제) : 뱅크투브라더스(BANK ll BROTHERS) 디렉터를 하고 있고, 힙합팀 CRACKKIDZ(크렉키즈)와 CREAM082(크림082)에서 댄서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락이다. Horim(이하 호) : 내 개인적인 소개인 건가? 리짓군즈(Legit Goons)와 비투비(BTB), 라이브앤다이렉트(Live&Direct)에서 활동하고 있는 Horim이다. 리짓군즈에서는 보컬, 비투비에서는 대외활동과 공연 기획을 전담하고 민재형(J-roc)과 브랜드 컨셉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눈다. 라앤다 팀에서는 주로 진행 담당을 맡고 있다. 힙 : 비투비 의류의 모든 디자인은 제이락이 직접 맡아서 하고 있나? 제 : 옷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맡아서 하고 있다. 디자이너 겸, 디렉터 겸, 생산 겸(웃음). 얼마 전에 옷 프로모션을 맡긴 분한테 디자인이랑 생산 모두 혼자 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못하실 텐데..’ 하더라 (웃음) 호 : 비투비는 제이락형이 2012년에 시작한 브랜드다. 때문에 노하우도 스스로 익혀와서 그런지 혼자서 많은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아무래도 브랜드를 이끄는 데에 있어서 혼자 하기에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멤버들이 각자 분담을 해서 밸런스를 맞춰가는 중이다. 아마, 한해 한해 지날 때마다 더 좋아질 거다. 힙 : 두 사람 외에 다른 멤버들도 있는 걸로 안다. 간략하게 소개해줄 수 있나 제 : 이제는 소개를 많이 해줘 버릇해서 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비투비는 일단 내가 디렉터를 맡고 있고, 호림이가 흔히 브랜드들에서 하는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특이하게 댄서들을 전담하는 친구가 따로 있는데, 댄디(Dandy)라는 친구가 댄서로 활동하면서 댄스 씬에서 활발한 대외활동 및 판매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내 여자친구인 비비(Beebi)라는 친구가 총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친구는 비투비에 정식으로 속해있다기 보다는 내가 일을 허투루 하니까 옆에서 어쩔 수 없이 나를 조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호 : 제일 중요한 역할이지.. 정신적 지주라고 볼 수 있겠다. (웃음) 힙 : 일을 허투루 한다니 (웃음) 제 : 내가 약간 그런 타입이다. 애들이 ‘형 이거 해야 돼’ 하면 ‘아 이거 내일~’ 하고 느긋하게 넘기는. 그러면 여자친구가 옆에서 ‘지금 해’라면서 못박는다. (웃음) 마지막으로 비투비(BTB) 막내이자 최근에 들어와서 일을 배우고 있는 솔소우(Solsow)라는 친구가 있다. 원래는 내 제자인데, 내가 이 친구가 속해 있는 오디베이(Odybey)라는 댄스 팀을 만들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일도 함께하게 됐다. 호 : 기원이(Solsow)는 최근에 들어오기도 했고 막내이지만, 요즘 이 친구가 많은 일을 해주고 있다. 멤버는 이렇게 5명인데, 그 외에 패밀리쉽으로 도와주고 있는 형,동생들이 많이 있다. AFTER PARTY at grill5taco 힙 : 제이락은 비투비 오너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현역 댄서로도 활동하고 있지 않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건 어떤 계기가 있어서인가? 제 : 되게 뻔한 얘기가 될 것 같지만, 처음에는 단순했던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댄서들이 그렇듯이 나도 돈은 없는데 옷은 잘입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명이었거든. 그래서 단순하게는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잘입고 싶어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뭐, 일이 점점 진행되면서부터는 ‘주변의 댄서들에게 좀 더 싸고, 좋은 옷, 멋있는 옷을 입혀주자’라는 생각도 들게 됐지만, 지금에 와서 시작했을 때를 돌아보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힙 : 일단, 멤버들 각자 겸하고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애로사항도 있을 것 같다. 댄서활동을 하면서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제 :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확실히 둘 다 집중해야 되는 시기가 겹칠 때는 정신이 없긴 하다. 옷도 힘들던 시기가 잠깐 있었는데, 지금 여기 새 쇼룸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많이 적응된 것 같다. 왜냐면 이제는 춤 레슨을 많이 뺐거든. 힙 : 브랜드가 그 정도로 궤도에 오른 건가? (웃음) 제 :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선택을 했다. 원래 성격이 큰 결정을 하는데 있어선 질질 끌지 않고, 빨리 결정하는 편이다. 춤의 비중이 80이고 브랜드가 20이었다 치면, 결국에는 브랜드 쪽을 더 많이 키우고 싶었는데, 댄서로서 많은 활동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돈이 좀 없고 힘들더라도 완전히 주객전도를 시켜버렸던 게 이 곳 새로운 사무실로 넘어오면서다. 일주일 내내 하던 춤 레슨을 많이 줄이고 그냥 여기에 집중을 하게 된 거지. 졸지에 백수가 됐다. (웃음) 힙 : 댄서로서 쌓아온 개인 커리어가 있는데 아쉽지는 않나? 브랜드와 댄서로서의 커리어를 저울질해봤을 것 같다. 제 :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은 브랜드 커리어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이라서 할 수 있는 말 같은데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댄서로서의 커리어는 이제 난 욕심이 별로 없다. 부정적으로 내가 더 이상 춤을 안 추겠다. 발전을 멈추겠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나한테만 집중하면 될 뿐이고, 댄서인 제이락으로 남들한테 보여지는 이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 멋있다는 생각이 들고, 발전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커리어에 욕심이 없다고 춤을 열심히 안 하는 게 아니니까. 실제로 요즘 춤은 나한테 집중하는 재미로 추고 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래서 그런지 다른 의미로 춤이 즐겁다. 말하자면 자기위로 같은 거다. 힙 : 연습에 소홀해지거나 그러진 않나? 제 : 음.. 원래 연습을 잘 안 해서.. 호 : 재작년부터 형을 옆에서 계속 봐왔는데, 옛날 얘기를 들어보면 형도 연습을 많이 했었지만 요즘은 지금은 자기가 세워놓은 커리큘럼 안에서 그때그때 관심 가는 걸 적용해서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댄서로서 커리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말을 약간 부연하자면, 댄서들도 씬 안에서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크고 작은 공연을 뛴다거나 배틀에서 좋은 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그런 행사들에서 심사위원으로 있을 수도 있고, 스트릿댄스 스튜디오에서 강사를 하거나 교수직까지 할 수도 있다. 댄서로서 자신의 위치를 올리고 싶다면 그런 과정들이 필요하지만, 제이락 형은 그런 활동보다는 브랜드를 발전시키는 데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재미있는 건, 비투비라는 브랜드가 댄서 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니, 점점 스트릿댄스 컬쳐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역으로 댄스 씬에서도 점차 우리만의 장이 생기고 있는 게 느껴지더라.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면 정말 멋있는 행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댄서들 안에서도 이런 식으로 걸어나가는 팀은 별로 없기 때문에 그 지점에 우리가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힙 : 댄스 신을 기반으로 둔 브랜드가 지금은 비투비 하나인가? 제 : 사실 우리나라 스트릿 댄스씬도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어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우리 팀 하나만 열심히 보고 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 쪽 패밀리가 좀 하드코어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끼리는 다 친한 사람들이어도, 남들이 볼 때는 좀 다가오기 어려워 하더라. 무서워하고 (웃음)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실 남들이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옛날에는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우리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나는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실제로도 주위의 댄서가 옷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권장해주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주고 있다. 오히려 나는 독점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게 더 싫다. 앞으로는 댄스 씬을 기반으로 여러 브랜드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호 : 댄서들도 개인적으로 옷을 많이 만들긴 한다. 댄서들은 보여지는 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고 또 아무래도 그 안에 크루 문화가 깊게 자리한 직업이기 때문에 공연 의상은 말할 것도 없고 팀 복장, 행사 복장 등 다양한 형태로 옷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 댄서들이나 팀들 중에서 세계적으로 정말 유명한 댄서들은 자신의 이름을 건 MD들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주로 단발적이고, 우리처럼 브랜드를 기획하는 형태가 있지는 않다. 제 : 실제로 정말 유명한 어떤 댄서는 자신의 티를 만들어서 파는데, 꽤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층이 확실히 있어서 그런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힙 : 그럼 그 옷들은 수요가 많나? 제 : 아예 다 품절이 되고, 중국에서는 ‘짝퉁’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진짜 월드 클래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힙합 씬으로 보자면 일리네어의 808 머천다이즈로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힙 : 질문이 늦었다. 뱅크투브라더스의 뜻을 소개해달라. 제 : 설명할 때 마다 너무 힘들다.(웃음). 심지어 예전보다 뜻이 더 늘어난 것 같다. 어감상 뱅크투브라더스에 BANK가 있어서 그런지, 돈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냐고 하는데 (웃음), 그보다는 ‘뚝심 있는 형제들’이라는 의미다. 기존에 있는 단어는 아니지만, BANK, 2, BROTHERS라는 단어가 모여서 Brothership을 형성해 주는 것이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사실 BANK 단어대로 돈을 좀 많이 벌어서 은행에 자주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웃음) 2016년 시즌부터 뱅크투브라더스 로고 밑에 ‘FROM THE VAULT’이라는 문구도 두 가지 의미가 있다. VAULT이라는 단어가 금고라는 뜻 외에 지하창고, 납골당 이런 의미가 있는데, 밑에서부터 올라왔다는 부분이 우리랑 잘 맞기도 하고, 역시 금고라는 뜻이 있어 바램도 담겨있고 (웃음) 호 : 이름이 참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보면 그 이름대로 가는 것 같다. 처음에 민재형한테 단어만 들었을 때는 개인적으로 오글거리는 만화의 장면이 떠올랐다. 뭔가 석양을 맞으며 형제들이 절벽 위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앞날을 다짐하는 그런….(웃음) 하지만 그런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나도 우리 브랜드가 끈끈하게 다른 사람들과도 같이 커져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뭔가 일확천금을 얻을 만한 그런 일은 없었지만, 우리 브랜드를 댄서들에서 랩퍼들, 그리고 일반인 분들까지 찾아주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힙 : 내 기억으로 호림에게 브랜드를 소개 받은 게 작년 초였던 것 같다. 실제로 브랜드가 만들어진 건 언제인가? 제 : 브랜드가 만들어진 건 12년도인데, 나도 사실 작년부터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멤버가 갖춰진 것도 작년이고, 사업자도 작년에 냈다. 그 전에는 그냥 댄서들을 위한 브랜드였지, 이름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한 건 아니었으니까. 2012' BANKIIBROTHERS 힙 : 근 1년동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고 본다면, 굉장히 단기간 내에 멋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브랜딩 하는데 있어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제 : 나조차도 놀랍고, 거기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아직 1년도 안됐는데, 신기하게도 네이버에 브랜드 이름을 검색하면 쭉 나오니까. 아직은 달려가기에 바빠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생각들을 적용시키고 진행하고 있다. 호 : 브랜딩하기 까지는 1년의 시간밖에 없었지만, 그 전에 형이 홀로 이끌어온 3년의 시간이 있었다. 형이 혼자서 이것저것 시행착오도 미리 겪어 본 것도 있고, 다른 브랜드가 그렇듯이 디렉터 스스로가 빠져있는 문화와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멤버들 모두도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댄서라서 그런지 다른 브랜드가 갖기 힘든 색다른 바이브의 움직임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민재형은 일 이전에 유대관계를 중요시 하는 스타일이라서 멤버들간의 유대감이 쫀쫀한 것도 한몫 했다. 제 : 호림이 말대로 3년간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다. 그간 금전적인 면부터 사람 문제도 많았고, 여러 상황이 격변하던 시기였다. 그러다 작년에 브랜드로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을 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확고함이 생겼다. 멤버들한테 어느 정도의 부담감을 줘야 하며, 어느 정도는 내가 무조건 안고 가야 하는지. 그런 걸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나니, 처음 하던 때 보다는 나 스스로도 정리가 된 것 같다. 힙 : 무엇보다 비투비는 단단한 컬쳐씬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게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작지만 단단한 댄서씬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제 : 글쎄.. 이건 풀면 몇 시간 짜리라서..(웃음) 힙 : 흔히들 댄서씬이라고 하면 비보이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나만해도 그랬고. 제 : 비보이 말고도 현재 힙합, 팝핀, 락킹, 왁킹 등 많은 장르의 스트릿 댄서들이 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많은 움직임이 있다. 1년 내내 일주일에 규모를 막론하고 2~3개 정도의 배틀 및 공연단위의 행사가 있으니 말이다. 속사정에 대해서 말하자면 댄서씬에 있는 사람들은 멋있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다.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댄서들도 자기애가 없으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라, 그래서 그런지 크고 작은 이슈도 많이 생기는 편인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사실 사이가 좋은 댄서들이 많지 않다. 실제로 내가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웃음)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을 주고, 그 외적인 사람들한테는 굳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긴 하다. 호 : 사실 밖을 많이 돌아다녀야 많은 교류가 있는 건데, 형이 비투비를 점점 더 열심히 하면서 점점 더 안 돌아다니더라.(웃음) 제 : 그래서 그 역할을 댄디라는 친구가 하고 있다. (웃음) 호 : 나도 전부터 춤도 조금씩 배우기도 했었고, 스트릿댄스 씬에 꽤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말 모르는 씬이 많다. 아무래도 우리는 댄디형이 활동을 왕성하게 해서 그런지 많은 댄서분들 역시 우리를 많이 알아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제 : 댄디는 사람들한테 무조건 친절한 타입이다. 가리지 않고. 힙 : 그래서 댄디인가. 제 : 아 그건 고등학교 때 소개팅에서 이름 정하는 거 하다가, 그날 댄디하게 입고 나가서 그냥 댄디가 됐다고 한다. (웃음) 힙 : 실제 스타일도 댄디한가? 제 : 그런가? 이상한데? 구린데.. (웃음) 호 : 안타깝게도 댄디스럽진 않다.(웃음) 근데 이름이 엄청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댄디형 완전 멋있다.(웃음) 제 : 분명히 댄디가 내가 해 야할 일을 해주고 있다. 나 혼자 했으면 이렇게까지 댄서들이 우리를찾아주지는 않았을 거다. 물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나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이 개인 취향에 맞는 사람들은 찾아주었겠지만 가장 먼저 합류한 댄디가 댄서씬 안에서 우리를 많이 알려주었다. 댄서씬은 워낙 변화가 빨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우린 그냥 여기 안에서 우리끼리 움직이니까, 요즘 애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를 거다. 원래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진 않았지만..(웃음) 어쨌든 그걸 댄디가 대신 해주고 있는 거지. 여담이지만, 얼마 전 얼반이라는 장르를 하는 10대 댄서가 내가 누군지 모르고 너무 무례하게 메시지를 하더라.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그 순간엔 정말 폭발 할 뻔 했다. (웃음) 호 : 그래서 외부담당 멤버, 댄서담당 멤버가 우리는 무조건 나뉘어져 있어야 한다. 제 : 왜냐하면 디렉터가 글도 예쁘게 올리고, 홍보도 맨날 하고 그래야 되는데 나는 일절 안 한다. 댄디는 제품이 나오면 댄서들에게 사진을 쭉 보내거나, 본인이 올린다. 그럼 댄디에게 질문들이 몰리는데, 그 때 영업을 한다. (웃음) 호 : 요즘 들어서 그 전문성이 나날이 늘어가는 것 같다.(웃음) 힙 : 댄서씬을 기반으로 하니, 확실히 그들의 수요가 판매 지분에 있어서 클 것 같다. 호 : 그 부분이 1년 동안 브랜딩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제품을 내는 데에 고정된 수량이 있는데, 어느 정도 구매해주는 수요층이 있기 때문에, ‘아 이거 일반인들이 몰라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없었다. 감사하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게지. 제 : 근데 문제도 있다. 댄서들의 수요가 시기마다 위 아래로 움직이는 유동성이 커서, 수량 조절이 어렵다.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우리는 우리에게 다이렉트로 문의하는 댄서들이 꽤 많기 때문에 시즌마다 그런 수치를 잡는 데에 애를 많이 먹는다. 오프라인 거래처들과도 호흡을 맞춰가는 중이라 그런지 아직 가늠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힙 : 댄서씬은 말 그대로 밖에 있는 스트릿씬이다. 힙합플레이야나 힙합엘이 등의 웹 상의 구심점이 없지 않나, 댄서들은 어떻게 씬에 들어오고 씬을 형성하나. 제 : 나 같은 경우에는 간간이 해주는 댄서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모두가 그렇듯 ‘힙합’ 만화책을 보고, 동네 형들 쫓아다니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담배 심부름도 하고, 정말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길거리 주차장에서도 추면서 배워왔던 것 같다. 지금은 스튜디오도 전보다 정말 많이 생겨났고, 학교에서도 강의가 많이 개설되어 있어서 전보다는 지망생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진 것 같다. 호 : 아무래도 이제는 형과 같은 경로로 배우는 친구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많이 좋아진 시스템 덕에 배워보고 싶었던 춤을 배워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제 : 씬에서는 내가 거의 종의 마지막인 것 같다. 나 이전의 형들은 거의 다 그런 식이었다. 힙 : 여담으로 힙합씬에는 쇼미더머니가 있고, 댄서들에게는 댄싱나인이 있다. (웃음) 제 : 어떻게 보면 힙합 씬에서 생각하는 쇼미더머니와 우리가 생각하는 댄싱나인은 거의 비슷한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댄서들은 그런 프로그램을 나가는 것에 있어서 댄서씬을 더 알려야겠다는 애티튜드를 개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본인이 성공을 해서 이 씬을 더 알려야겠다 하는 사명감도 있는 것 같은데, 물론 그 프로그램 자체는 구리다. 호 : 아무래도 힙합이 대중화가 됨에 따라 쇼미더머니에 참여하는 랩퍼들은 특정 씬을 알리려는 것보다는 말 그대로 본인의 이름을 알리고 그에 따른 보상을 챙기게 되는데, 댄서들은 각자가 아직 대중들이 잘 모르는 자신들의 씬을 알리려고 하는 것 같다. 힙 : 힙합씬에서는 쇼미더머니에 대해 부정적인 축이 항상 있고, 그런 분위기 조성이 꾸준히 되어왔는데 댄서씬도 마찬가지인가? 제 : 우리도 구린 건 구리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안 나간다. 근데 만약에 댄디가 나간다고 하면..나가 달라고 할거다. (웃음) 내년에 꼭 우리 옷 입고 나가줘. 많은 부분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호림이가 말한 대로 임하는 자세가 다르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랩퍼들보다 댄서들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댄싱나인에서도 랩퍼들에게 연락 돌리듯 어디까지는 그냥 올라가게 해주겠다 하고 딜이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다. 호 : 최근에 방송한 댄싱나인 시즌은 보지 못했지만, 시즌1 당시에는 댄싱나인을 매번 챙겨봤었는데,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을 섞어서 전혀 다른 분야의 춤을 제대로 추라고 시키는 포맷에 혀를 내둘렀던 것 같다. 이건 쇼미더머니에서 억지 디스를 시키는 그런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랩퍼한테 국악을 시키는 것과 같은 건데, 솔직히 힙합 댄서가 스포츠 댄스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웃음) 제 : 그 프로그램이 애초에 스트릿 댄스 씬을 밀려다가, 스트릿은 협회도 없고 구심점이 없는 상태라 상황이 변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비교적 더 단단하게 자리잡은 발레, 현대무용 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간 것도 같고. BADCAMP Vol.2 힙 : 개인적으로 댄서씬이 온라인 위에 있지 않다는 게 멋있고 나름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비투비가 주최하는 파티만 가보더라도 관객과 무대의 갭이 안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좋더라. 호 : 근데 그런 부분이 좋으면서도 안 좋은 거다. 공연하는 사람도, 즐기러 오는 사람도 댄서들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하나가 되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와서 즐기기엔 뭔가 장벽이 있을 것 같다. 내가 페이데이(PAYDAY)같은 파티에 처음 갔을 때도 그랬었다. 궁금해서 가봤는데 무섭게 생긴 사람들만 있으니 약간 뻘쭘 하더라. (웃음) 어쨌든 우리는 더 많은 분들이 와서 이 문화를 같이 즐기길 바란다. 그러려면 우리도 열심히 해야지. 제 : 관객과 공연진이 밀착된 분위기는 사실 우리가 그런 포맷으로 하고 있는 거지, 다른 댄서들은 관객석과 무대가 나뉜 큰 무대에서도 많이 공연을 한다. 그건 단지 우리가 관객이랑 붙어서 공연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다. 힙 : 다시 돌아와서 댄서씬을 기반으로 하지만, 프로모션은 아무래도 랩퍼들을 통해서 많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유별나게 좋아하는 랩퍼가 있나 제 : 넉살(Nucksal) 형이 제일 좋다. 호 : 실제로 제일 좋아한다. 넉살 형이 변변치 않았을 시절에 (전원웃음) 내가 페이데이 공연에 리짓군즈와 넉살 형을 데리고 가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그때 민재형이 넉살형의 랩하는 모습을 보고 꽂힌 것 같았다.. 그때부터 우리가 넉살형을 꾸준히 서포트 했는데, 되든 안 되든 잘 밀어보자 했었던 것 같다. 제 : 원래 한국 랩을 안 들었다. 외국 랩에만 춤을 췄기 때문에, 호림이 만나기 전까지는 듣지도 않았고, 무조건 구리다고만 생각했었지. 그러다가 얘 때문에 한국 힙합을 점점 알게 되고, 라이브를 실제로 처음 봤었는데, 그게 넉살 형이었다. 우리나라 랩퍼들이 다 이 정도로 하나 하고 충격을 먹었는데, 그 정도로 라이브가 정말 강했다. 그 뒤로 점점 다른 사람들의 라이브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근데 뭐.. 다는 아니더라고 (웃음) 호 : 형이 그 동안 해왔던 우리 팀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넉살 형이랑 어글리덕(Ugly Duck)이 어울리는 것 같다. 실제로 이 두 명은 우리 옷을 굉장히 좋아한다. 제 :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최근에는 나플라(Nafla)나 루피(Loopy)를 보면서도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루피의 경우에는 재작년에 어거스트 프록스(August Frogs)의 세희 형이 ‘WA$$UP’ 뮤비를 보여줘서 알게 되었는데, 당시에 세희 형이 자기가 보기에 조만간 터질 거라고 하더라. 근데 실제로 지금 완전 주목 받는 랩퍼가 됐지. 물론, 라이브는 아직 못 봤지만 (웃음) 호 : 우리와 함께 하는 던밀스(Don Mills)형과 리짓군즈 형들도 좋다. 우리의 느낌과 어울리는 랩퍼도 있지만, 우리는 자기만의 느낌이 있는 랩퍼들을 좋아한다. 황치형도 짱! (웃음) 힙 : 비투비가 속해 있는 배드캠프 공연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한다. 제 : 배드캠프의 멤버들을 소개하자면 우리 비투비 멤버들, 리짓군즈, 넉살 형, 던밀스(Don Mills), 어덕이 등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애들끼리 돈도 안보고 부담 없이 열었던 공연이다. 지금은 처음의 그 없는 느낌은 반감되었지만, 더 멋있어지긴 하겠지 (웃음) 시작하게 된 건, 홍대 커피숍에서 이런 거 한번 해볼까 하고 던지듯이 얘기가 나왔던 게 갑자기 단체 카톡방으로 회의가 진행되고, 이름이 정해지고 (웃음). 영상, 섭외, 포스터 등등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재미있게 시작했던 공연이다. 호 : 올해도 언제 할까 고민하고 있다. 민재형 말대로 처음에는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자기 색깔이 뚜렷한 댄서들과 랩퍼들이 모여서 옴니버스식 공연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페이데이 공연에 랩퍼들을 데리고 와서 댄서들의 공연 느낌을 보여주면서 점점 더 구체화가 되었다. 1회를 하고 나서는 랩퍼 형들이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아 그리고 배드캠프에는 드러머 까멜로(CAMELO)형이 항상 패밀리로 함께 해주고 있다. 까멜로형은 보기 드문 ‘힙합’ 드러머인데, 힙합 드러머가 외국에는 많이 있지만, 한국에는 정말 손에 꼽히기 때문에 정말 보석 같은 분이다. DRUMMER CAMELO at PAYDAY 힙 : 배드캠프 1회를 열고나서는 어땠나? 제 : 1회 때 돈을 1도 안 남기고 다 썼던 기억이 있다. 행사를 다 마무리 하고 마지막 남은 십 몇 만원 그걸로 회식했거든. (웃음) 재미있었던 건, 그러다가 갑자기 다들 즉흥적으로 길바닥에서 프리스타일을 하면서 놀았는데, 까멜로형은 드럼 세트 놓고, 우리는 소파 누가 버린 거 가져와서 고프로 하나 설치하고 경찰이 올 때까지 프리스타일을 했었다. 그리고, 그 때 어덕이는 배드캠프의 멤버가 아니었는데, 친구 차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우리를 발견해서 같이 놀다가 그 이후로 배드캠프에 합류하기도 했다. 아마 영상이 어디 있을 텐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웃음) 당시에 넉살 형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힙합의 형태였다’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 형이 돈 맛을 봐서 어떤지 모르겠다. (전원웃음) 힙 : 그런 식의 대외적인 컨텐츠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 같은 의류 브랜드로서의 마케팅은 유난히 없었다. 그런 니즈가 있지는 않나? 제 : 그게 내가 모자란 부분인 것 같다. 디렉팅을 혼자 하다 보니, 그런 부분까지 팔이 뻗지 못하는데, 우리도 당연히 콜라보도 해보고 싶고, 이것 저것 해보고 싶다. 다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진 않은 것 같다. 호 : 한 문장으로 얘기하자면 ‘안 해봐서’ 인 것 같다. 우리랑 잘 맞으면, 우리 것 보다 더 열심히 할 의향도 있다. 그런데 일단 안 해봐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콜라보 하는 거 누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웃음) 제 : 우리가 성격상 모르는 사람에게 제안서를 보내고 이런 걸 잘 못한다. 보통은 놀다 보니 친해져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옷 하는 사람들과는 아직 교류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힙 : 정말 콜라보를 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호 : 나는 갑자기 지샥(G-shock)이.. (웃음). 즉흥적이긴 한데 사실 인터뷰하기 전에 아카풀코골드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컬렉션에 지샥이 있는 걸 봤다. 아카풀코에서 나이키와 콜라보 했었던 덩크처럼 지샥도 색깔이 예쁘게 나왔더라. 그래서 갑자기 ‘우리도 나중에 지샥이랑 하면 멋진 컬러가 나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카풀코 골드와도 언젠가 콜라보를 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운이 좋아서 브루클린에 있는 본사에도 가본 적이 있는데, 참 멋진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제 : 호림이가 말한 아카풀코골드도 좋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브랜드들보다 우리랑 비슷한 느낌의 콜라보였으면 좋겠다. 일본의 에프터베이스(Afterbase)라는 브랜드랑 하고 싶다. 거기도 댄서들이 소속되어있는 브랜드거든. 힙 : 접점이 많지 않나? 일본에 자주 가기도 하고. 제 : 에프터베이스가 우리랑 비슷한 느낌이고, 나이대도 비슷한 친구들인 걸로 알고 있다. 일본에갔을 때 직접 샵에 가서 보니, 옷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다. 개인적으로 셀렉샵을 차리면 제일 먼저 들여오고 싶었는데, 이번에 이미 한국으로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다. 나중에 셀렉샵 같은 걸 하게 되면 우리나라에 아예 없는 브랜드, 또 돈이 안 되는 짓이지만(웃음)사람들이 모르는 특이한 옷들을 모아놓고 싶었다. 에프터베이스는 그 위시리스트에 있던 브랜드다. 우리가 좋아하는 느낌을 다른 식으로 훨씬 멋있게 풀어내고 있거든. 기회가 닿아서 멋진 작업을 해봤으면 좋겠다. 15 FW ACROSS THE UNIVERSE 힙 : 작년 F/W 컨셉이 ACROSS THE UNIVERSE 였는데, 어떻게 진행했나. 제 : 사실 혼자 했던 3년간 아이디어를 다 써버린 것 같다. 그 이후로는 항상 갈팡질팡하는 것 같은데, 일단 컨셉을 정할 때는 컨셉을 3~4개 정도 준비하고 문구도 정한 다음에, 이것 저것 만들어 놓는다. (웃음) 디자인을 전문으로 한 게 아니다 보니, 머리 속에 있는걸 옮겨보면 잘 안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여러 개 하다가 맞춰놓은 컨셉에 얻어 걸리면 거기에 집중하는 편이다. 힙 : 너무 솔직한데? (웃음) 호 : 그 전 단계는 편하게 둘이 만나서 얘기하다가 형이 멋있게 본 것들을 보여주고, 나도 보여주면서 교환하는 식이다. 카톡으로도 종종 보내는데, 보통 형이 괜찮다 생각하면 답장이 오고, 별로면 아예 답장을 안 준다. 1만 없어지고. 읽기만 하는 거지(웃음) 제 : 내가 원래 카톡 답장을 잘 안 한다. 특히 호림이는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해서.. (웃음) 카톡 켜놓고 씹는다. 가끔 보면 얘는 나보다 더 하드코어한 취향을 갖고 있어서 이상한 옷을 종종 보내는데, 나도 이해 못하는 수준의 하드코어함이다. (웃음) 호 : ACROSS THE UNIVERSE는 형이 우주 같은 걸 하면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내가 마침 우주 관련된 영화를 한창 보고 있을 때여서 저 문구를 던져줬다. 형은 꽂히는 걸 던져주면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다. 힙 : 디자인을 전문인력이 아니면 디자인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제 : 사실 디자인은 하루 이틀 만에 나온다. 엄청 매달려서 하게 되면 스트레스도 받고 민감해지는데, 갑자기 한 번에 풀릴 때가 있다. 예열이 오래 걸리지만, 풀리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 내에 다 만들어내곤 한다. 호 : 이번 시즌 같은 경우도, 형이 갑자기 사무실로 부르더니 본인이 고민한 걸 펼쳐서 보여주더라. 나랑 30분 정도 정리하고, 디자인은 1시간만에 끝냈다. (웃음) 힙 : 가장 힘들었던 작업이 있었다면? 제 : 로고다. 전부터 메인 로고가 3가지 로고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뱅크투브라더스 풀네임 로고, BTB 로고, B로고. 그때 당시에 BTB 로고는 빨리 끝냈는데, B로고가 너무 안 떠올랐다. 한 3일 정도 걸렸나. 그러다가 어느 날 단순하게 멍 때리면서 모니터를 보는데, 어떤 B로고에 별이 들어있었다. 우리 거에 적용했더니 예쁘더라고. 호 : 개인적으로 이런 단계에서 별건 아니지만 자유로운 느낌이 좋다. 옛날 힙합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흑인 몇 명이 다 같이 앉아있다가 한 명이 ‘피자 먹을래?’ 하면 ‘갑자기 왜?’ ‘그냥 저기 앞에 보이는 피자집 간판이 이쁘길래!’ 하면서 신나서 나가는 그런 충동적인 부분이 우리 팀에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것 때문에 정리가 안되고 산만하기는 하지만. (웃음) 제 : 맞아, 러프하지. 근데, 이번 여름 제품은 우리가 안 해본 시도도 많고, 퀄리티도 저번 것 보다는 많이 올라갈 것 같다. 투자도 그만큼 많이 했으니, 이번 여름 제품들에 기대감이 있다. 실제로 제품들이 너무 마음에 들 때는 ‘안 팔려도 괜찮다, 내가 다 입으면 된다’ 하는 그런 게 있는데, 이번 여름 시즌이 모자부터 해서 벌써 그렇게 나오고 있다. 다들 신나서 ‘이거 우리 브랜드 맞아?’ 할 정도로 (웃음) 어떻게 보면 우리의 자신감이지. 좀 사줬으면 좋겠다.(웃음) 힙 : 비투비 옷들을 보면 스트라이프나, 단색 컬러웨이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제 : 원래 그런 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까 우리 아이덴티티가 잡히는 느낌이더라. 사실 이번 시즌에는 단가라가 없었는데, 갑자기 들어갔다. 갑자기 예전 제품을 보다가 여자친구한테 작년에 단가라 예쁘지 않았냐 했더니, 그렇다고 해서 바로 호림이랑 상의하고 이번에도 진행했다. 완전 즉흥적인 거지, 이것도. 호 : 돈 많이 벌면 아마 우리는 훨씬 재미있는 거 많이 할 거다. 지금은 우리 여건상.. (웃음) 제 : 근데 거기에 우리 느낌을 넣는 거다. 기본으로 나오는 반팔 같은 건 우리의 색깔을 보여주는 거고, 전체적인 힘을 쏟은 부분은 이제 새로 나온 제품이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바지나 나일론 롱빌캡 같은 경우가 그렇다. 아마 앞으로도 기본 로고 제품은 조금씩 바꿔가면서 계속 나올 예정이다. 힙 : 평소 영향을 받거나 영감의 원천이라고 할만한 게 있나? 제 : 여담이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일이 아니라 온전히 여행으로 보라카이를 갔었는데, 알 수 없는 시너지 같은 게 나오더라. 사람이 여유로워지고, 여자친구가 말하길 거기서는 화도 안 낸다고.. (웃음). 영감을 받았다기 보다 마음이 좀 편안해지면서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거였다면 요즘은 사소한 것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하는 편이다. 힙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받는 영감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비즈마키(Biz Markie)라는 랩퍼가 있었던 것 같다. 컨셉은 그렇게 안 나왔을 수 있는데, 비즈마키 특유의 색감을 우리식대로 풀어본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비즈마키가 옛 시절의 타일러라고 생각한다. 뮤비를 보면 엄청 컬러풀하고 느낌 있게 옷을 잘 입는다. 호 : 그리고 저번에는 형 집에서 윌스미스(Will Smith)가 프레쉬 프린스(The Fresh Prince)로 활동 할 때의 시트콤을 봤다. 나는 제대로 처음 봤는데 옷이 하나같이 주옥 같더라 정말. 제 : 시즌이 몇 개가 있는데, 윌 스미스가 거기서 완전 미친놈이었다.(웃음) 말은 잘 못 알아듣지만 옷을 많이 봤다. 호 : 형은 또 외국랩퍼들이나 댄서들 영상을 많이 보는데, 구글링을 좀 해줘야 접할 수 있는 매니아들의 영상을 본다. 블랭형(Blnk Time)이나 어글리덕도 디깅력이 있어서 가끔 만나서 얘기하면 건질 것들이 되게 많다. 제 : 블랭이랑은 저번에 만나서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영화 얘기를 많이 했다. 힙 : 마지막 질문이다. 비투비의 올해 목표가 있다면. 호 : 내가 들어온 재작년까지는 형이 혼자 해왔던 때처럼 브랜드라기 보다는 댄서들이 애용하는옷 느낌이었지만, 작년 들어 비로소 브랜드로써의 행보를 처음 디딘 것 같다. 올해는 옷 수량도 많아졌고, 안 해봤던 아이템들도 도전할 계획이라 이제 또 우리 브랜드만의 밸런스를 새롭게 맞춰갈 때가 아닌가 싶다. 더 탄탄해져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더 나아갈 수 있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더 잘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넉살 형한테 황치와 넉치 때마다 뱅크투브라더스 입고 나와줘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웃음) 제 : 사실 얘 말은 잘 못 알아듣겠다. (웃음) 내 목표는 음.. 지금 생각해봤는데 우리 브랜드 식구들한테 다 풍족한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태가 됐음 좋겠다. 물론, 이번 년도에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웃음) 댄디야 워낙 댄서로서 많이 벌고 있고, 여자친구도 다른 일을 하니까 걱정을 안 하는데, 호림이나 막내 같은 경우는 우리 쪽에서 두둑하게 월급을 주면서 같이 사업을 굴려 나가게 되면 그때는 안도할 수 있을 것 같다. 호 : 나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번 겨울에 패딩 만드는 게 목표다. 제 : 그 소리 할 줄 알았다. (웃음). 인터뷰 ㅣ 차예준 김가람 (HIPHOPPLAYA.COM) 비투비 힙플스토어 ㅣ http://b2b.hiphopplaya.com 비투비 16SS 시즌 룩북 ㅣ http://goo.gl/Rd1o19 비투비 인스타그램 ㅣ http://www.instagram.com/banktwobrothers_b2b/
  20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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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독네이션(Dok Nation) 'Pusha T Changed My Life'  [2]
힙합플레이야(이하 힙) : 만나서 반갑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독네이션(이하 독) : 의정부에 살고 있는 한승현, a.k.a 독버섯이다. 힙 : 독버섯은 무슨 의미인가? 독 : 예전에 언더그라운드에서 힙합듀오로 활동할 기회가 있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팀 이름이다.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나를 씹으려면 씹어라, 씹으면 죽는다. 그래서 독버섯이다’라고 말하곤 했다.’(웃음) 그런데 같이 준비하던 동료가 ROTC를 가게 되면서 활동이 어려워졌고, 그 이후 내가 독버섯이란 예명을 썼다. 후배나 친구들이 독, 독버섯, 독버섯오빠, 독자언니, 독형 이렇게 부른다. 힙 : 독네이션의 ‘독’도 독버섯에서 연결되는 건가. 독 : 그렇다. 대학교 때 만들었던 흑인음악 동아리 후배들과 함께 의정부를 중심으로 하여 공연도하고 블록파티를 하는 단체를 결성했었는데, 그 이름이 독네이션이었다. 제이지(Jay Z)의 Roc Nation을 흉내 낸 것인데, 미국의 유명한 레이블 또는 아티스트의 로고들, 예를 들면 RUN DMC, 러프 라이더스(Ruff Ryders) 로카펠라(Roc-a-Fella) 등등의 로고들을 패러디하여 옷이나 스티커도 만들었다. 그 당시 처음 작업했던 결과물이 지금 내 그림에 사용하고 있는 로고(Run DMC)다. 사실 RUN DMC 패러디 로고는 임시로 사용한 것이었는데, 푸샤티(Pusha T)가 퍼뜨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공식으로 사용하고 있다.(웃음) 힙 : 그림은 언제부터 그린 것인가 독 :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신문 안에 껴 있던 광고지의 하얀 뒷면에 볼펜으로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셨는데, 그걸 보고 따라 그리면서 시작했다. 그 뒤로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다. 미술대회에서 많은 상을 타기도 했고, TV에서 방영하는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조금씩 관찰하고 기억해두었다가 하루는 얼굴, 하루는 팔(웃음) 이렇게 그림을 완성해 나가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교과서 모든 페이지를 그림으로 꽉 채울 정도로 그림에 미쳐있었다. 당연히 성적은 엉망이었지(웃음) 어느 날 미술 선생님이 만화학과를 추천해주셔서, 그래서 교내 도서관에 있는 대학자료집을 찾아보고 만화학과를 목표로 계속 그림을 그렸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당연히 실기전형으로 지원하려고 했었는데, 비실기전형으로 지원해서 합격했다.(웃음) 힙 : 집에서는 반대가 심하지 않았나? 독 : 반대가 엄청 심했다. 어떤 날에는 아버지께서 내가 그린 그림 위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라고 볼펜으로 메모를 남기시기도 했다. 지금은 당연히 좋아하시지. 얼마 전 내가 ‘아버지 말씀 안 듣고 끝까지 그림을 그리기를 잘했다’고 말씀 드렸더니 ‘나는 너한테 절대 공부 잘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웃음) 어쨌든 대학교 입학원서를 내기 직전까지 반대하셨다. 근데 정작 대학에 가서는 그림은 안 그리고 음악에 미쳐서 살았다(웃음) 힙 : 힙합 캐릭터를 그려야겠다 하는 계기가 있었나. 독 : 어렸을 때부터 춤과 음악도 굉장히 좋아했다. 붐박스를 들고 다니기도 했고, 장기자랑에 나가는 것도 좋아했다.(웃음) 빌보드 차트를 매주 체크하고, 레코드샵 가서 앨범을 사서 듣다 보니, 힙합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었다. 대학교 때에는 그래피티도 했었고. 힙합을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힙합 아티스트들을 그리게 되었다. 옛날부터 SD 캐릭터(Super Deformation Character]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내 인스타그램에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 그림도 그때 당시에 그렸던 느낌 그대로를 기억해서 다시 그려본 것이다. 힙 : 캐릭터들을 보면 특징을 정말 잘 살리는 것 같다. 독 : 관찰력이라고 할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도 모르게 조금씩 쌓여온 것 같다. 가끔 나도 내가 놀라울 때가 있다. 그리고 예쁜 사람보다 특징 있는 사람이 그리기가 쉽다.(웃음) 힙 : 리드머에서 ‘THIS IS HIPHOP’ 이라는 만화를 연재했던데. 독 : 그렇다. 원래는 리드머 정모도 꾸준히 나갈 정도의 열정회원이었다. 일권이 형이랑은 그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어느 날 리드머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리드머에서 힙합 만화를 준비하고 있고 지금 그림 그릴 사람을 찾고 있다’라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에 블로그에 만화일기를 올리고 있어서, 그 친구가 나를 일권이형에게 추천해주었다. 근데 일권이 형과 나의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 작업이 어려워졌고, 결국 그만하게 되었다. 작년 즈음에 다시 새로운 제안을 주셨는데, 나도 많이 바빠져서.(웃음) 그리고 또 얼마 전에도 잠깐 전화통화를 했었다. ‘네가 더 유명해지기 전에 얼른 뭐 하나 해야겠다’고.(웃음) 힙 : 인스타그램을 보면 해외 아티스트가 많은 것 같다. 이유가 있나. 독 : 비율로 봤을 때 많은 편이다. 국내 아티스트도 사실 많이 그렸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걸 본 후, 국내 아티스트의 팬들을 끌어들이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겨서 한 때는 닥치는 대로 다 그렸었는데, 어느 날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뭐 때문에 이러나 싶더라. 뭔가 내 자신을 속이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거의 다 지웠다. 이제는 팔로워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과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고 있다. 오래 전부터 외국인들이 에미넴(Eminem)을 그려달라고 댓글을 많이 남기고 있는데, 내가 에미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직까지 그리지 않고 있다. 근데 얼마 전 굿우드(GOOD WOOD NYC)에서 연락이 왔다. [The Marshall Mathers LP] 앨범 커버에 있는 나무 집이 불에 타서 철거를 하였는데, 그 때 타고 남은 나무를 가지고 Shady Records와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고. 가능하다면 내가 에미넴을 그려서 Shady Records에 보내주는 건 어떻겠냐고 하더라. 결과물은 빠르면 4월 안으로 나올 듯 하다. 힙 : 캐릭터는 심플한데, 작업한 원본의 일러스트 선을 보면 정말 복잡하다. 하나 그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독 : 내 컴퓨터에 이미 엄청난 양의 자료들이 있어서 자료를 수집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료를 토대로 몸의 비율이나 팔, 다리 길이 등 실제 비율에 맞게 그리기 때문에, 그 연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자세히 보면 내가 그린 아티스트들의 키나 체형이 전부 다 다르다. 비욘세(Beyonce) 그림의 경우는 정말 오래 걸렸고, 수 백 번 넘게 수정하였다. 남이 볼 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만 아는 디테일이 굉장히 많이 있다. 허리 라인이라든가 허벅지 굵기, 머리 크기 등등. 어쨌든 그때그때 달라서 정확한 작업시간을 말하기가 어렵다. 한번은 결혼을 앞둔 남녀 한 쌍을 그린 적이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다 심지어 우리나라에 살고 있지도 않았다.(웃음) 그래서 사진 몇 장과, 그분들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특징과 분위기, 느낌, 스타일 등등을 파악하고 연구하면서 작업을 하였는데 마무리 하기까지 약 20일 정도 걸렸다. 힙 : 국내 아티스트 작업으로는 자메즈(Ja Mezz)가 눈에 띄게 많다. 어떻게 작업하게 된 것인가. 독 : 쇼미더머니를 안보기 때문에, 자메즈가 누군지 전혀 몰랐었다. 그러다 친구의 추천으로 ‘Wanna Get’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고 너무 멋있어서 자주 듣고 다녔다. 이후 ODB가 주최한 파티에 스폰서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때 자메즈를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자메즈가 먼저 내 팬이라고 하면서 말을 걸어왔고, 보니까 자메즈의 핸드폰 배경화면에 내 그림이 있더라(웃음) ‘Wanna Get’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자메즈의 모습과 아디다스, 코카콜라, 닥터페퍼, 아이들 등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어서 뭔가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파티 이후에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힙 : 본인 그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그림이 있나. 독 : 비욘세. 정말 많은 시간을 공을 들이기도 했고 이걸 과연 마무리할 수 있을까? 했었는데 완성하고 나서 기분이 정말 너무 좋았다. 그리고 MC메타와 이현도. 두 분 다 자료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사진 몇 장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는데 결국에는 완성을 했고, 두 분다 내 그림을 너무 좋아해주셨다. 이현도님은 트위터 맞팔하는 사이다(웃음) 옛날에는 이런걸 전혀 상상도 못했었는데 정말 좋은 세상이다 힙 : 직접 맨투맨이나 티셔츠 등을 만들기도 했는데, 판매는 진행하지 않았나. 독 : 퍼블리시티권 때문에 판매를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비욘세인 그림을 그려서 판매를 하면 안 된다. 퍼렐 윌리엄스 티셔츠 같은 경우에는 퍼렐에게 선물로 보내주려고 제작했던 건데, 따로 소장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서, 판매를 하지 않고 제작비를 1/N 해서 나눴다. 푸샤티에게는 네 그림으로 옷을 만들고 싶다 했더니, 본인한테 그런 거 안 물어봐도 되니까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하라 하더라. 나중에 딴 소리 할까 봐 증거자료로 메시지 캡쳐도 하고(웃음) 근데 그것도 판매하진 않고, 퍼렐 때처럼 진행했다. 힙 : 푸샤티의 한국 동생이라고(웃음) 푸샤티와는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가. 독 : 예전에 ‘만화로 보는 제이지’라는 제이지(Jay Z)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려고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제이지 캐릭터를 만들면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그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하나 둘씩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줄도 모르고 해쉬태그도 잘 안하고 그랬는데, 몇몇 사람들이 제이지 그림의 댓글에 ‘제이지 인스타그램 보고 왔어요’라고 남겼더라. 너무 신기해서 푸샤티 그림을 올릴 때는 푸샤티 계정을 태그 해봤는데, 푸샤티가 좋아요를 눌러주고 자신의 SNS에 내 그림을 올렸다. 그것도 그냥 올린 게 아니라 WHO DAT IS? DOKNATION(웃음) 그 순간부터 핸드폰 알림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고 작동을 못 할 정도로 마비가 되었다. 팔로워도 순식간에 많이 올라갔고 메세지도 많이 받았고. 옛날부터 힙합 아티스트와 내 그림으로 뭔가 해보고 싶다 하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그 때 그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와! 정말 좋은 세상이구나.(웃음) 그때부터 만화로 보는 제이지를 그만두고 하루에 하나씩 그림을 그려서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손도 동그랗고, 신발도 디테일 없이 동글동글, 선 하나 죽죽 그린 것 같은 느낌으로, 그냥 그렇게 막 올렸다. 힙 : 지금은 코르테즈, 아디다스 신발 다 그리지 않나. 독 : 자메즈를 그리면서 그렇게 됐다.(웃음) 자메즈가 코카콜라 캔을 들고 있는 것, 아디다스 신발을 신고 있는 것, 캉골 로고도 넣어줘야 하고. 자메즈의 특징을 표현 하려다 보니, 캐릭터가 구체적이 되었고, 지금은 그렇게 다 그리고 있다. 힙 : 푸샤티의 샤라웃 이후, 제안들이 더 많이 들어왔을 것 같다. 독 : 정말 그렇다. 그 중에 재밌는 게 하나 있었는데. 애틀란타에 사는 까를로스라는 분이 본인의 강아지를 그려달라고 한 적이 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 정도 메일을 보냈다. 네가 그려주면 정말 해피할 것 같다며.(웃음) 그리고, 미국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제안을 많이 줬다. 본 썩스 앤 하모니에게서도 연락이 왔었고. 허드슨 모호크(Hudson Mohawke)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한테서 곡 비를 못 받았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접했는데, 내가 만난 외국 아티스트들은 정말 깨끗했던 것 같다. 대부분 돈부터 보내줬다.(웃음) 역시 빠른 입금이 최고다 힙 : HOUSE OF VANS 행사에서 푸샤티를 직접 만났는데, 당시 상황을 조금 설명해주자면. 독 : 푸샤티가 온다는 뉴스를 접하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매니저와 연락을 하라며 연락처를 알려줬다. 푸샤티가 내 그림을 퍼뜨리면서 내 삶이 많이 바뀌었고, 그 이후로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되었으니, 뭔가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말 그대로 ‘Pusha T Changed My Life’였으니까. 행사장으로 갔는데, 푸샤티 만나러 왔다고 하니까 공연 스태프들이 다들 미쳤다고 하지.(웃음) 어쩔 수 없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푸샤티 매니저가 늦어서 미안하다며 대기실에서 기다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줬다. 푸샤티가 나타났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말도 안되’하면서(웃음). 푸샤티가 랩을 할 때는 눈 막 휘둥그래지고 무서운데, 실제로 보면 굉장히 차분하고 친절하다. CD에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길게 올렸는데, 푸샤티가 번역 좀 해서 올려달라고 직접 댓글도 남겼었다.(웃음) 근데, 지금은 솔직히 무덤덤하다. 가끔 가만히 있다가, 다시 생각해보면 와 이게 말이 되나 싶다가도. 어쨌든 요즘에도 가끔씩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다 힙 :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역시 직접 만났다. 이 얘기도 궁금하다. 독 : 스팸메일을 많이 받는데, 요즘은 정말 국제적으로 받고 있다. 팔로워를 늘려주겠다던가(웃음). 어느 날 이메일이 와서 봤더니, 본인이 디제이 프리미어의 매니저인데, 프리미어가 내 그림을 보고 티셔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겼대서 찾아봤더니 진짜 프리미어 매니저더라고(웃음). DJ 프리미어가 솔로 앨범 준비하는 게 있는데, 그 앨범이 나올 때쯤에 티셔츠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솔로앨범 얘기는 3년전부터 들었는데, 언젠간 나오겠지(웃음) 그리고 얼마 후 디제이 프리미어가 한국에 왔고 미리 연락을 해서 얼굴이나 한 번 보기로 했다. 당시 매니저가 안 오고 로드매니저만 왔었는데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고, 심지어 프리미어는 나를 만나는 줄도 몰랐었다. 결국엔 프리미어가 머물던 호텔 로비에서 잠깐 보았는데, 만남이 깔끔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가지고 간 그림 선물을 보고 프리미어가 정말 좋아해줘서 기뻤다.(웃음) 내 그림을 들고 찍은 사진을 아직도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더라.(웃음) 내가 굿우드와 프리미어를 연결해줘서, 그 둘의 작업도 준비되고 있다. 근데, 박진영이 알켈리(R.Kelly) 만나고 나서 지소울이랑 알켈리랑 작업할거라 했다가 결국 안 하지 않았나. 미국이 그런 게 진짜 많아서, 안심할 수 없다(웃음) 힙 : 굿우드와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독 : 버킷리스트라고 하지. 굿우드도 내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였다. 그림을 그리면서 나중에 이 그림으로 목걸이를 만들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비기가 예수 목걸이를 하고 있는 그림을 올리면서 굿우드를 태그 해봤다. 근데 그날 새벽에 바로 굿우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새벽 2시라 나는 자야 되는데, 거긴 낮이니까(웃음) 네가 올린 그림들을 가지고 우리가 제품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며 바로 제안을 하더라. 내 작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진행하고 하나를 팔면 그 수익을 나누는 형식으로 하자고 해서 오케이했다. 근데 나는 실제로 몇 개가 팔렸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웃음) 그냥 믿고 가는 거지. 힙 : 굿우드와 기획 중인 다른 작업들도 있나. 독 : 지금 샘플링 작업 진행중인 게,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랙원(Raekwon)이랑 이지 이(Eazy E)도 있고. 밥말리(Bob Marley)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내가 그린 MPC, Boom Box, Turntable 그림으로도 제품을 준비중이다 힙 : 다른 브랜드나,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계획은 없나. 독 : 굿우드 일이 많이 크다. 거기서 제안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다.(웃음) 물론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안을 주는 굿우드에게 정말 감사하다. 계약서 상에는 네가 필요하면 우리 사무실에서 일을 해도 된다 라고 되어 있는데, 아직 실제로 가본 적은 없다. 고스트페이스킬라, 랙원의 샘플이 나오고 잘 성사되면 올 8월이나 9월쯤 브루클린에서 블록파티를 할 계획인데, 그때 뉴욕에 가볼 생각이다. 미국 가서 굿우드 사장님께 엄청 두꺼운 스테이크 사줘야 한다(웃음). 그리고 항상 제안을 줄 때, ‘이거 가능할까요? 이런 일이 있는데,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려우시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나를 항상 존중해주고 한 명의 아티스트로 대해주고 있다. 힙 : 굿우드x독네이션 컬렉션에 국내 아티스트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독 :안 그래도 굿우드에서 한국 아티스트들과도 연결할 수 있는 분들이 있으면 제안을 달라고 했다. 그때 딱 일리네어(Illionaire Records)가 떠올랐다. 평상시에도 일리네어에 관심이 많았었고, 한 길로만 쭉 걸어온 도끼(Dok 2)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굿우드와 공동작업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일리네어 사무실로 연락을 하고, 메일도 보냈는데, 어쨌든 거절 당했다.(웃음) 내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국내 레이블은 VMC다. 사실 2005년 이후로는 국내 힙합을 잘 안 들어서 모르는 게 많다. 딥플로우(Deepflow)도 원래는 잘 몰랐었는데 우연히 랩빗쇼에서의 VMC 무대을 보고 그 때부터 관심있게 보고 있다. 당시에 넉살(Nucksal)이 무대에 등장해서 비스메이저 현수막을 펼쳤었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힙합과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멋있고, 그 멤버들이 뭔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좋은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먼저 제안을 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굿우드처럼 확실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딱히 머릿속에 그려놓은 것이 없기도 하고. 좋은 제안이 있어서 먼저 연락을 주면 나야 뭐.(웃음) 아 그리고 YG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CL에게는 관심이 많다. 예전에 CL을 그리기도 했었는데, 다시 그려서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힙 : 비기의 딸이 전개하는 브랜드에도 독네이션의 그림이 함께 했다. 독 : 비기 딸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나는 솔직히 아닌 줄 알았다. 비기가 만났던 여자들도 많을 거고. 그래서 뭐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의 딸인가(웃음). 그랬는데, 구글에서 검색해보니까 비기가 그 동안 만났던 여자들 리스트가 쭉 나오는 사이트가 있더라. 이 분은 그 첫 번째 여자친구의 딸이었다. 이름을 검색해봤더니 인터뷰나 뮤직비디오나 자료가 좀 나오길래 그 때부터 믿었다. 연락을 하면서 비기의 딸이 My Father 라고 하는데 그게 너무 찡했다. 본인이 노토리어스(Notoriouss)라는 의류를 하고 있는데, 내 그림을 사고 싶다 하더라. 그래서 나는 이렇게 연결이 되어서 너무 영광이라고, 그림을 보내주고 나머지는 그 쪽에서 다 알아서 하라고 했다. 비기의 가족으로부터 인정을 받다니 기분이 묘했다 힙 : 굿우드 외에 버킷리스트에 포함된 건 어떤 것들인가. 독 : 몇몇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이 있다. Missy Elliott, New Era도 리스트에 있다. 일단 지금 최종 목표는 DOK NATION X 아디다스 X 스눕독(Snopp Dogg)인데, 이건 지금도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다.(웃음) 그리고 내 그림들을 나중에 피규어로 제작할 생각도 있다 힙 : 아디다스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독 : 힙합을 좋아했으니까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다.(웃음) 미씨 엘리엇(Missy Elliott)의 [Under Construction] 앨범을 들으면서 아디다스를 좀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아디다스가 하고 있는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고 힙 : 팬 분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독 :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내가 블로그에 만화를 올리던 시절부터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최근에 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던 한 분을 직접 만났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때, 쿨레인 스튜디오에서 만든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피규어를 선물로 주셨다.(웃음) 힙 : 팬 분들에게 받았던 질문 중 기억나는 게 있다면. 독 : 푸샤티 형이랑 요즘에도 연락해요? 라는 질문이 가장 많다.(웃음) 그리고 팬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이제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본인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과연 이 것을 계속해야 하는지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일단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인가를 깊이 생각해보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면 무조건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하려면 끝까지 해보라고. 내 경험에 의하면 좋아하는 걸 하면 잘 안 되더라도 후회는 안 하게 되더라. 지금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돈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그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힙 : 특별히 좋아하는 앨범이나 뮤지션이 있나. 독 :뮤지션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비욘세, 테디 라일리(Teddy Riley), 넵튠스(The Neptunes) 시절의 퍼렐을 좋아한다. 앨범은 딱 다섯 장만 꼽자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Dangerous],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의 [Another Level], 매소드맨 앤 레드맨(Method Man & Redman)의 [Blackout!], 클립스(Clipse)의 [Hell Hath No Fury]. 그리고 S.E.S 4.5집 [Surprise].(웃음) [Dangerous]는 마이클 잭슨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과장해서 말하면 지금까지 3000번 가까이 들었다. 최근에도 다섯 번 정도 들었다. [Blackout!]은 대학교 때 흑인음악 동아리 후배들과 들으며, 많은 추억이 있는 앨범이다. [Another Level]은 누가 R&B 앨범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추천해주는 앨범이다. 대학교 때 흑인음악 동아리 이름이 No Diddtiy였는데 블랙스트리트의 노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S.E.S의 앨범은 지금도 자주 듣고 있고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다. 옛날에 마이클 잭슨이 나이 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맘이 많이 아팠었는데 요즘 S.E.S를 보면 좀 그렇다. 무한도전 ‘토토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사람이 나 하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클립스는 뭐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힙 : 인스타그램에 레드벨벳 사진이 굉장히 튄다. 팬인가.(웃음) 독 : 레드벨벳의 팬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냥 그들의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 사실 음악 이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멤버 이름도 잘 모른다.(웃음) 그들이 나오는 방송을 챙겨보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Dumb Dumb’ 뮤직비디오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게 그냥 너무 좋더라. 그래서 다음날 앨범을 주문했고, 그 뒤로도 많이 들었다. 작년에 내가 꼽은 올해의 앨범이기도 하고(웃음) 최근에 나온 앨범도 당연히 샀다. 내가 쇼미더머니를 보지 않았지만 자메즈에 대해서 알게 된 것처럼 결국에는 좋은 앨범, 좋은 결과물이 답인 것 같다. 그리고 잠깐 쇼미더머니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쇼미더머니 때문에 힙합의 이미지가 많이 변질된 것 같다. 내 주위 사람들도 힙합이라고 하면 디스, 욕이 전부인줄 알고. 프로그램도 문제가 있지만, 아티스트들도 참 안타깝다.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에 좋은 행보,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 프로그램에서 멈춰 있지 않나. 쇼미더머니에 나간 래퍼는 가짜고 안 나가면 진짜다 이런 얘기가 아니라, 아티스트라면 음악적 결과물이 가장 파워풀한 경력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힙합이든 아이돌이든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레드벨벳 앨범을 산 것도 음악이 좋아서였고.(웃음) 그리고 웬디는 짱이다. 힙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독 : 지켜 봐달란 얘기는 뭔가 웃기고(웃음)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끝까지 계속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아 그리고 조만간 Tiger JK의 작업실에 가볼까 생각 중이다. 옛날부터 드렁큰 타이거의 엄청난 팬이었고 함께 뭔가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일리네어도 다시 한번 도전을..(웃음) 결국엔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오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꼭 이런 인터뷰를 하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힙합플레이야와 하게 되어서 너무 영광이다. 이 인터뷰로 인하여 내 삶이 또 한 번 바뀔 듯하다. Pusha T Changed My Life에서 Hiphopplaya Changed My Life로(웃음). 인터뷰 ㅣ 김가람 차예준 (HIPHOPPLAYA.COM) http://www.instagram.com/doknation/ http://doknation.hiphopplaya.com
  201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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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제리케이, ‘힙합도 사회의 일부, 변할 건 변해야 한다’  [9]
힙플 : [감정노동] 발표를 축하한다. 네 번째 정규 앨범이자 음반으로는 열 번째인데 감회가 어떤가? 제 : 10번째 음반이라는걸 발매 전날 컨셉 사진을 찍으려고 씨디를 꺼내보다가 알게 됐다. ‘아 10번째 음반이구나.. 여기까지 잘 버텼다’ 힙플 : 험버트(Humbert)의 경우도 풀랭스 앨범의 전곡을 프로듀싱한건 이번이 처음인 걸로 안다. 험 : 앨범이 나왔을 때 정말 내 앨범이 나온 것처럼 기뻤다. ‘해냈구나!’ 싶었지. 앨범의 엔지니어인 나잠수형의 작업실에서 CD를 받자마자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제 : 감동의 눈물을 흘리더라.. 험 : 감동의 눈물은 마음 속으로.. (웃음) 힙플 : 제리케이와 험버트는 ‘결혼결심’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추고, 그 이후로 쭉 함께 해왔다.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된 건가? 제 : 이전 앨범 [현실,적]을 내고 나서 비트를 준 김박첼라형과 믹스를 맡아준 소리헤다에게 CD도 주고, 밥이나 사줄 겸 찾아갔었는데, 이 친구가 거기에 있었다. 밥을 먹으러 나오는데 따라오더라. 참여도 안 했는데.. (웃음) 근데 뭐, 온다는데 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어서.. 험 : 초면에 밥을 얻어먹었었지.. 제 : 그때 처음 봤고, 그 뒤로는 아날로그소년의 ‘선인장’을 들으면서 이 친구가 진짜 잘하는 친구라는 걸 느끼게 됐다. 뭐랄까, 리얼 악기의 소스들을 기반으로 하면서 신스가 섞인 류의 음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또 그런 프로듀서를 찾고 있어서 그런지 험버트가 적임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혼결심’으로 험버트에게 처음 곡을 맡겼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그런데 사실, 험버트가 앨범 전체를 맡게 된 과정은 조금 다르다. 험 : 아 그건. 내가 하고 싶다고 했다. (웃음) 제리케이형은 어릴 때부터 나의 페이보릿 MC였기 때문에 그 이후로 형을 볼일이 거의 없었는데도, 내가 나서서 찾아 뵙고,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제 : 어느 날 갑자기 문자가 오더라. 할 얘기 있으니 한번 만나자고. 약간 무서웠다. (전원웃음) 그래서 전혀 아무 생각도 못하고 나갔는데, ‘제가 형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하고 싶습니다’라면서 야망을 밝히더라. 힙플 : 야망.. (웃음) 험버트의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나? 제 : 그때는 총괄 프로듀서를 둬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던 상황이라서. ‘뭐라고?’ (웃음) 하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 받아놓은 비트들도 있었기 때문에.. 험 : 난 비트들이 있는지 몰랐다. (웃음) 제 : 앨범을 만들기 위한 곡 수집은 늘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예전에 사놨던 비트들과 중간에 다른 친구들한테 받아놨던 비트들이 있었다. 어쨌든, 당시에 나는 이 친구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는 거 좋다. 그런데, 네가 전곡을 다 쓰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곡을 가지고 오면 네가 다시 한번 손을 보는 쪽으로 하자’라고 말했는데, 진행하다 보니까 이 친구 걸로만 가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더라. 힙플 : 1MC 1PROD 조합은 처음이지 않나. 작업 과정이 보통과는 좀 달랐을 것 같다. 제 : 맞다. 앨범 전체를 내가 만든 비트로만 한적은 있어도 프로듀서 한 명과 붙어서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업 과정은 보통 내가 이 친구한테 어떤 느낌을 요구하면 이 친구가 열심히 만들어서 보내고, 다시 내가 까는 식이었다. (웃음) 정말 많은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작업했다. 험 : 엄청났지.. 제 : (웃음) 그야말로 감정노동.. 이 친구가 정말 감정노동을 많이 했다. 왜냐면 나는 작업할 때 방해 받지 않는, 독립적인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타입이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시간을 보장해주려고 하는 편이다. 그 자리에서 같이 뚝딱 만들어내는 건 내 체질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친구가 나름대로 그림을 만들어 오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그걸 조금씩 쌓아 올리는 과정들이 있었다. 특히 어떤 곡들은 그런 과정들이 정말 많았지.. 험 : 그건.. 정말 힘든 곡이었다. (웃음) 제 : 그러니까 ‘Louder’나 ‘축지법’, ‘No Role Models’ 3곡은 이 친구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이 친구가 원래 하던 스타일의 곡도 아니었고, 내가 요구하는 바가 좀 많았거든 (웃음) 하지만, 어떤 곡들은 정말 처음 형태 그대로 나온 것들이 있다. 힙플 : 어떤 곡들인가? 제 : ‘#MicTwitter’ 같은 경우는 처음에 보내준 게 정말 좋아서 아주 약간의 디벨롭만 더해서 갔다. 험 : 내가 처음 만들어놓은 비트의 형태와 구성을 가장 많이 유지한 곡은 ‘기립박수’랑 ‘No More Heroes’다. 힙플 : 여담이지만, ‘No More Heroes’ 같은 경우는 처음 피아노반주에서 ‘Everest’가 떠올랐다. 험 : 의도한 건 전혀 없지만, 직접 연주를 하다 보니 청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고 본다. 힙플 : 작업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 제 : (웃음) 너 파일 날릴 뻔했잖아 험 : 아, 믹스 전날에 ‘Life Changes’ 파일을 통째로 날려버릴 뻔했다. 다행히 복구하기는 했는데, 6시간 동안 사경을 헤맸었던.. 제 : (웃음) 자고 있어나서 문자를 보는데 험버트가 제 정신이 아니더라. 그래서 문자를 쭉 내려보는데. ‘아 해결됐습니다’ (웃음) 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험 : 다행히 백업이.. 힙플 : 좋은 곡 안 날려서 다행이다. (웃음) 제 : 곡 별로 내가 개입한정도가 많이 다른데, ‘Life Changes’의 경우는 특히 이 친구가 욕심을 많이 낸 곡이었다. 편곡된 버전이, 스케치 버전과 느낌이 좀 다르고 낯설어서 원래대로 바꿔보려고 했었는데, 이 친구 의지가 강하더라. 결국에는 이 친구의 뜻대로 갔고 정말 완성도가 높아졌다. 그런데, 그게 날라갈 뻔한 거지 (웃음) 힙플 : 한 명의 프로듀서가 도맡은 앨범이어서인지 공통된 무드 안에 트랙들이 응집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앨범의 색깔이나 방향을 잡는 데에는 어떤 논의들이 있었나? 제 : 이 친구는 앨범의 전체 색깔을 잡고 가길 원했지만, 내가 작업하는 방식은 그게 아니었다. 프로듀서에게 곡을 받고 내가 마무리를 짓거나, 혹은 내가 곡을 주문하면 프로듀서가 그에 맞춘 곡을 쓰는 형태로 늘 모음집 같은 앨범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사실 이번 작업도 내 입장에선 그렇게 진행됐다. 그렇지만 한 명이 도맡다 보니 유지되는 일관성은 있었던 것 같다. 험 : 사운드적인 부분이나 편곡적인 부분을 모두 내가 하다 보니 내 딴에는 ‘이거 너무 다르지 않나’라고 느끼는 부분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관적인 무드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들이 있더라 제 : 이 친구가 전적으로 사운드를 책임지다 보니까, 사운드적인 유기성에 대해서 굉장히 날카롭게 보는 부분이 있었다. 그만큼 트랙과 트랙 사이 유기성에 관한 고민들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또 내 입장에서 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이다 보니까, 서사의 흐름을 생각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런 조율이 막판에는 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험 : 그 조율만 약 일주일을 했다. 힙플 : 특히 험버트의 경우는 악기 연주를 직접하는 프로듀서지 않나. 음악적인 역량의 배경이 궁금하다. 험 : 작곡을 전공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악기들을 다룰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비트메이커분들과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다른 비트메이커분들이 비트로서 접근을 한다고 치면 나는 작곡가적인 의도로 접근을 하는 부분이 크다. 그래서 항상 곡을 만들 때 주제가 있어야 하고, 주제에 따른 영감을 찾는 편이다. 제 : 그런 측면에서 재미있었던 곡 중에 하나가 ‘축지법’이었다. 일단 비트가 신기하지 않나, 그것은 내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내용도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축지법’이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쓸 거고, 비트를 만들어봐 달라고 했을 뿐. 그런데 이런 신기한 비트를 만들어 오더라. 뭐랄까, 상상력을 확장해가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힙플 : 그 비트를 처음 받았을 때 당황하진 않았나? (웃음) 제 : 아니, 너무 좋았다. 얘가 엄청난걸 만들어냈구나 싶었지. 물론, 그 비트의 느낌이 후반 작업에 조금 바뀌어서 지금의 형태가 됐지만, 어쨌든 되게 놀라웠다. 힙플 : 그 비트의 완급은 애초에 초안이었나? 제 : 맞다. BPM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건, 애초에 그런 컨셉이었다. 그러니까 축지법이라는 단어에서 그걸 상상해낸 거지. 음악적으로 아주 훌륭한 프로듀서다. 험 : 이걸 또 잘 살려주시다니.. 힙플 : 물론 굉장히 참신했지만, 한편으로 ‘리믹스는 틀렸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웃음) 제 : (웃음) 그건 그렇네 힙플 : 앨범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에 앞서 앨범 제목을 감정노동이라고 지은 의도가 있나? 제 : 처음에 붙였던 제목은 ‘Life Changes’였다. 이제까지 거의 매년 한 두 개씩 앨범을 계속 내오다 작년 한 해를 쉬었는데, 작년에 결혼을 하고 결혼 전후로 내 삶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 시기 즈음 그런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이 변해가고 있는 과정과 흐름들. 그 만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도 조금씩 변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 것들을 소재 삼은 가사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앞에서도 말했듯 앨범전체의 각을 잡고 한 작업이 아니다 보니 그때 그때 떠오르는 감정들과 이야기들을 썼는데, 만들다 보니 ‘Life Changes’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것들이 아니더라 그래서 ‘콜센터’라는 곡을 대표곡으로 두고 다른 제목을 생각해봤다. 나는 모든 노동자가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도, 한 명의 음악 노동자이기 때문에 내 나름의 감정노동을 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으로 생각하니 앨범 전체의 줄기가 잡히는 것 같았다. 내가 씬의 일원으로서 하고 있는 감정노동, 다른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면서 하게 되는 감정노동,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볼 때 내가 표정관리를 어디까지 해야 되는지에 대한. 뭐 이런 것들이 앨범의 주된 정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 앨범 소개에 지난 일년 여 동안의 표정관리를 해야 했던 순간들, 그때의 감정을 담았다고 했다. 구체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제 : 쇼미더머니지.. 쇼미더머니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감정노동의 장이었다. 이 앨범의 주된 소재와 테마 중의 하나가 안티-쇼미더머니 아니겠나. (웃음) 그러니까 쇼미더머니가 구리다는 걸 알면서도 나가서 정신승리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에서 몰락하는 영웅들. 나는 쇼미더머니에 나왔던 모든 사람을 다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바스코형 같은 경우는 그걸 계기로 훨씬 더 멋있어졌다고 생각을 한다. 단지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느낌과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이 대체로 멋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계속 꺼내는 건데, 사실 한번 더 생각해보면 다 동료들이고 함께 음악 했던 사람들이고 아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건 대놓고 까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묻어두자니 내 성격과 음악인으로서의 자의식이 감당을 못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선을 지키는데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신경 안 쓰면 안 쓸 수도 있을 텐데도 난 유난히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힙플 : 그런 동료 뮤지션들을 대할 때 어떤 고충이 있나? 제 : 나는 집밖에 잘 안 나간다. 사람들하고 연락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고. 그래서 면대 면으로 그럴 일은 거의 없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연락이 닿게 되면 스스로 껄끄러운 게 있었다. 아마 내가 이 앨범을 낸 후로 그와 관련된 분들이 날 본다면 그쪽도 비슷하지 않을까. 힙플 : ‘이제는 끝물이다’라고 쇼미더머니의 향방을 예측하던 게 계속 이어져오고 있고 올해만 해도 참가자들이 최대 수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제리케이 입장에서는 뭔가 허탈했을 것 같다. 제 : 그 허탈함도 이번 앨범의 주된 정서중의 하나다. 힙플 : 쇼미더머니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제 : 나는 더 갈 거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금방 단물이 빠질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럴 것 같지 않다. 왜냐면 그곳에 목매고 있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엠넷이라는 방송사는 그런 사람들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존재하는 한 그걸 계속 끌고 갈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충분히 더 갈 거라고 본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점점 더 고립될 수도 있겠지. 힙플 : 물론 여전히 고용 불안정이나 사회약자 혐오와 같은 사회적 이슈들을 앨범 곳곳에서 다루고 있지만, 전작과 비교해 이번 앨범은 제리케이의 시선이 다시 힙합씬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제 :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는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물어봐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스눕독 사건이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힙플 : 그 사건을 어떻게 봤나? 제 : 그 사건이 계기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단지 그 모습이 구리고 쪽 팔리고 역겹고 그래서가 아니다. 나는 방송 전에, 그런 상황이 연출됐다는 얘기를 미리 들었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아주 엉망진창이 됐고, 망했다라는 얘기를 먼저 들은 거다. 그래서 난, 쇼미더머니4가 승승장구를 하다가도 그 장면이 방송되는 순간 이 씬의 플레이어들 모두가 등을 돌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터진 당일 날 나는 특히나 가운데 손가락을 굉장히 높이 들었지. (웃음) 정말 높이, 있는 힘껏 들었다. 그런데 둘러보니 그렇게 들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그러니까 그걸 비웃거나 하는 정도의 반응은 있었고, 물론 화내신 분들도 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팬들이 화를 더 많이 내고, 플레이어들은 묵묵부답인 느낌이었다. 그 갭에서 온 충격이 굉장히 컸다. 그리고 실망도 많이 했지. ‘다들 이 정도까지 이걸 받아들일 생각으로 살고 있구나’ 뭐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더 날카로워지지 않았나 싶다. 힙플 : 험버트는 어땠나? 험 : 본인들에 대한 리스펙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쇼미더머니를 보고 있으면 항상 반복된다. 우리 모두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들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러겠지’ 하면서 이해를 하다가도 이번에는 또 누가 나가서 똥을 쌌다 하는 얘기를 들으면 또 화가 나고. 이런 감정의 반복인 것 같다. 아직까지도. 힙플 : 어쨌든, 제리케이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강경해져 가는 것 같다. 씬 안의 동료들에 대한 불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정도로 말이다. 제 : 뭐랄까, ‘예능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냐’는 그런 논리가 있다. 근데 엠넷이 프로그램을 풀어내놓는 방식이 예능일 뿐, 실제로 그들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을 예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고, 나가는 사람들조차 쇼미더머니를 예능이라고 생각하며 나간다고 보지 않는다. 진짜 목숨 걸고 하지 않나. 때로는 울기도 하고, 몸싸움까지 하면서 하는걸 보면 말이다. 스눕독 사건 당시에 마이크로닷이 ‘와 이거 진짜 재밌다’라는 스탠스를 취했다고 들었는데, 난 그게 오히려 쿨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예능으로 나갔다면 그렇게 했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건 구리지만 예능이니까’라고 말하는 건 정말 자기비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엠넷 측에서는 프로그램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때마다 ‘힙합 대중화’라는 키워드를 늘 꺼내며 음악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나. 그걸 그저 예능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실상은 모두가 쇼미더머니를 음악프로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걸 구리게 만들고 있고, 그것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밖에 안 되는 거다. 험 : 안쓰러운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가끔은 거기에 나가는 사람들 역시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거든. 거대자본이 만들어놓은 룰이 있고, 그걸 거부하기가 너무 힘들어진 상황이다. 그 와중에 제리케이형이 하고 있는 싸움은 지는 게 예정되어있는 싸움이다. 하지만, 질 걸 안다고 해도 누군가는 해야 되지 않나 제 : 나는 ‘누군가 해야 되니까’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런 오만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냥 내가 못 받아들이니까 하는, 훨씬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이다. 힙플 : 말했듯이 대다수의 랩퍼들이 룰 밖의 뭔가를 찾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그 룰 밖의 뭔가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이 있다. 제리케이의 생각은 어떤가? 제 : 물론, 쇼미더머니가 등용문 혹은 입신양명이란 기회의 관점으로 볼 때는 굉장히 매혹적인 선택지라는 건 인정한다. 그곳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그리고 만약 내가 랩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었다면 나 역시도 혹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나도 ‘이거 진짜 나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 정말 나가야 되나?’ 라는 고민을 했던 적도 있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운데 손가락을 높이 들겠다고 결정한 건, 내가 블랙넛 관련 코멘터리에서도 말했듯이 떳떳함이라는 나의 기준에 전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나는 힙합의 코어에 있는 정서는 떳떳함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입장이라면 정말 나 스스로를 속여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느꼈다. 힙플 : 또 한편으로는 그곳에서 부담 없이 모양새 구기지 않는 프로듀서라는 역할도 있다. 만약에 제안이 들어온다면,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거기서 뭔가를 챙길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나? 제 : 프로듀서 제안이 온다고 해도 당연히 하지 않을 거다. ‘Life Changes’ 가사에서 ‘세계는 흑과 백이 아니지’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요즘 내 판단 체계가 그렇다. 맘에 드는 부분과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늘 공존하고, 그 무게를 비교해서 따져봐야 어떤 판단이 선다. 그런 측면에서, 거기에 나가는 프로듀서들에 대한 감정은 진짜 반반이다. 어쨌든 그걸 통해서 얻어가는 게 있다는 건 당연히 인정하고, 또 그런 계산이 꼭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서는 충분히 선택 가능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시작하는 사람들이 쇼미더머니를 유혹적인 선택지로 여기듯이 베테랑들이 쇼미더머니 프로듀서를 유혹적인 선택지로 여기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렇게 이해가 가는 게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결국 그 시스템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그들 스스로가 하고 있지 않나 싶은 마음이다. 힙플 : 도의적인 측면인 건가? 제 : 말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책임이라고 하려면 그들에게 어떤 사명감을 바라는 건데, 나는 그들에게 사명감을 바랄 생각이 없거든. 그냥 스스로 떳떳하다면 오케이다. 하지만, 행여나 떳떳하지 못하다면 좀 쪽팔려 했으면 좋겠다. 그냥 그 정도다. 차마 ‘너네가 이 시스템에 일조하고 있어! 너네 진짜 그러면 안돼’ 라고는 말 못하겠다. 힙플 : 여전히 어렵고 진 빠지는 주제다 (웃음) 제 : 이런 고민을 내내 했으니, 얼마나 감정노동이 심했겠나 (웃음) 힙플 : 이 얘기는 하면 할수록 수렁이니 그만하도록 하자 제 : 정치랑 종교, 쇼미더머니는 늘 그렇다. 근데 난 그 중 두 가지 얘기를 많이 하니 참 피곤한 사람이다. (전원웃음) 힙플 : 다시 앨범 이야기로 돌아와서 처음에 의도한 트랙순서는 지금과는 달랐던 걸로 안다. 일주일을 고민한 트랙리스트라고 했는데 (웃음) 어떤 과정이 있었나? 제 : 가장 큰 차이점은, ‘No More Heroes’가 첫 트랙으로, 앨범 전체의 인트로처럼 피아노반주가 나오고 씬에 대한 환멸을 푼 뒤에 ‘No Role Models’가 나오는 구성이었다. 나는 아직 두 곡의 제목이 헷갈리기도 한다. (웃음) 험 : 두 곡의 가사도 중첩되지 않나 제 : 맞다. 의도가 이어지는 곡들이니. 그런데 제작사 스톤쉽과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처음 두 곡이 굉장히 길고, 피아노로 시작하는 구성이 너무 클리셰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 그러니까 창작자의 입장으로 접근한다면, 스톤쉽은 듣는 이의 입장으로 접근을 하기 때문에 첫 트랙에서 임팩트를 강하게 주고, 텐션을 유지한 채 끌고 가야 중반 이후까지 사람들이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해주더라. 지금의 트랙배치는 그런 측면을 고려한 결과다. 앨범을 들을 때 두 번 이상 꼭 순서대로 들어달라고 한 건, 원래 의도대로 ‘No More Heroes’와 ‘No Role Models’가 이어지는 느낌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래서였다. 힙플 : ‘No Role Models’의 경우는 의외의 피쳐링인 루피(Loopy)와 나플라(Nafla)가 참여했다. 신혼여행 중에 만나서 섭외를 한 걸로 안다. 제 : 내가 5월 30일날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LA로 간 건 7월이었다. 신혼여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뻔한 그림들이 있지 않나? 나는 그게 별로 땡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게 없을까 고민을 많이 하던 중에 7월에 LA에서 열리는 제이콜(J Cole)의 공연을 발견하게 된 거지. (웃음) 제이콜의 ‘Forest Hills Drive Tour’였는데 메인이 제이콜이고 그 앞에 게스트가 빅션(Big Sean), 제러마이(Jeremih), 와이지(YG)였다. 이정도면 사실 볼만한 공연 아닌가. 와이프는 힙합을 막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있는 심슨 스프링 필드와 미니언즈 등을 어필해서 설득했다. (웃음) 그리고 그때쯤이 루피랑 나플라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 한국에 알려질 때였던 것 같다. 나도 그들을 굉장히 멋있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힙합엘이의 네잇독(Nate Dogg)님을 통해 미팅 오퍼를 보냈다. LA 맛집 추천도 같이 부탁 드렸는데, 진짜 종류별로 너무 잘 알려줘서.. 심지어 LA에 있는 한인식당까지 알려주시더라. 거긴 갈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웃음) 아무튼, 그들과는 한인타운의 ‘노란집’이라는 카페에서 만났다. 2000년대 초반의 대학로 카페 같은 느낌의 장소였는데, LA의 한인타운이 약간 과거 한국의 느낌이 있더라. 거기에 앉아 음료수와 고구마 맛탕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사실 피쳐링을 부탁하러 간 건 아니었고, 그냥 만나보고 싶었다. 그렇게 만나서 2~3시간 정도? 굉장히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그 친구들이 한국의 시장상황을 물어보기도 하고, 음원시스템에 대한 얘기들, 쇼미더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고 나니까 유대감 같은 것도 쌓이고, 루피가 다음 날도 보자고 했는데 신혼여행 중이니 차마 그러진 못했지. 아무튼 한국에 돌아와서 준비하고 있는 곡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고, 그렇게 작업을 하게 됐다. 하고 나니 굉장히 얘기가 긴 것 같네. (웃음) 힙플 : (웃음) 제이콜의 공연은 어땠나? 제 : 나는 제이콜의 ‘Forest Hills Drive 2015’ 앨범은 프로덕션이 좀 아쉽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그걸 밴드 셋으로 풀어내니까 정말 너무 멋있었다. 힙플 : 게스트들의 공연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제 : 제러마이가 잘하는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그냥 멋있는 수준의 공연이었다면, 와이지는 웨스트코스트의 아이콘 중 하나이다 보니 정말 사람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빅션은 무대 세팅을 한참이나 하더라. 그 공연은 한 명의 공연이 끝나면 그 다음 뮤지션이 무대 세팅을 한참 하고, 그 동안 사람들은 나가서 밥도 먹고 티셔츠도 사고 한 뒤에 다시 공연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아무튼 빅션은 너무 오래 세팅을 했다. 근데 그만큼, 자기 콘서트에서 하는 무대장치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 나는 몇 년 전 빅션을 맨 처음 봤을 때 라이브 정말 못한다고 느꼈었는데, 퍼포먼스도 좋고 너무 멋있었다. 힙플 : 그 투어는 앨범으로도 나온 공연이니 엄청났을 것 같다. 제 : 맞다. 그 앨범 자켓의 지붕을 무대 세트로 만들어 놨었는데, 상대적으로 빅션이 세트를 너무 멋있는 걸 가져와서, 당시에는 사실 좀 초라해 보이긴 했다. (웃음) 그렇지만, 뒤에 깔리는 배경화면과 무대장치의 하모니가 굉장히 좋았고, 제이콜이 워낙 라이브 자체를 잘하기 때문에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진짜 멋있었던 장면이 뭐냐면, 공연 중 제이콜이 혼자 한참을 떠드는 시간이 있는데, 그 내용이 정말 인상깊었다. ‘요즘도 트위터 등으로 믹스테잎 데모를 보내오는 신인들이 있지만, 들어보면 전부 구리다. 하지만, 나 역시도 그런 때가 있었다. 온갖 음악 회사 관계자들한테 데모를 보내던 때가 있었고, 항상 까였었다. 근데, 지금은 이 말도 안 되는 “big-fuckin-screen” 앞에서 공연하고 있고, 제이지가 내 보스다. 정말 먼 길을 왔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준 그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때 노래들을 들려주겠다’ 이런 말을 하면서 첫 믹스테잎의 곡들을 메들리로 하는데 소름이 돋았다. 힙플 : 딥플로우가 작두를 만들면서 넉살의 가사를 세 번이나 다시 쓰게끔 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나플라와 루피가 요즘 가장 핫한 루키다 보니 소속사 사장으로서 슬릭과 던말릭을 참여시킬 때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제 : 나는 그런 건 잘 안 한다. 그냥 그 사람의 해석이니까. 글쎄, 작두에서는 딥플로우가 작정하고 넉살을 어떤 모습으로 보여줘야겠다는 게 있어서 그랬다고 들었다. 물론 나도 소속사 사장으로서 앨범을 제작할 때는 그런 부분을 고려한다. 예를 들어 리코의 첫 앨범이 완전 슬로우잼으로 나온 건, 첫 앨범만큼은 리코의 색깔을 분명하고 굵게 보여줬으면 한다는 나의 요구가 있어서였다. 그런 식의 디렉팅은 하지만, 랩 가사나 피쳐링에 있어서는 별로 터치를 안 하는 편이다. 내가 앨범을 작업 하면서 터치를 한 건 오직 험버트 뿐이다. (웃음) 힙플 : ‘#MicTwitter’ 얘기를 해보자. 마침 3일 후가 트위터 10주년이다. 혹시 그걸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인가? 제 : 전혀 아니다. 내가 트위터를 처음 시작할 때가 2009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여태까지 그때 즈음에 트위터가 생긴 걸로 알고 있었다. 근데 10주년의 기준이 트위터 창립자가 트위터에 첫 트윗을 날린 날로부터 계산된 거더라. 그러니까 대중들이 쓰기 시작한 건 아직 10년이 안된 거다. 그래서 당연히 그걸 염두에 뒀던 건 아니었다. 힙플 : 이번에 트위터에서 10주년을 기념하며 선정한 트위터리언 3인 중, 한 명으로 뽑힌 걸로 안다. 제 : ‘#MicTwitter’를 올리면서 #트위터미담 이라는 해시태그를 썼었는데, 마침 트위터에서 10주년 기념으로 그런 미담을 모집하고 있더라. 난 몰랐는데 그걸 모집하던 분이 우연찮게 내걸 보고 트위터를 잘 사용한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날 선정해주었다. 힙플 : 7년차 트위터 유저로서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나? (웃음) 제 : 전혀. (웃음) ‘#MicTwitter’는 모든 벌스가 140자 이하로 이루어진 컨셉이고, 이 컨셉을 처음 생각했던 건 처음 트위터를 시작할 때였다. 2009년 즈음. 당시에 소울컴퍼니 안에서도 ‘이런걸 해보면 어때?’라고 얘기를 한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묻혔었다. (웃음) 어쨌든 곡 안에서 트위터 컨셉에 맞춰서 트잉여 인증도하고, 트위터 찬양도 하고 했는데, 스톤쉽에서 일하는 희정이라는 친구가 ‘트위터 코리아에 아는 분 있는데 한번 엮어볼까요?’라고 하더라. 하지만 난 ‘2절에 대통령 얘기가 나와서… 안될 거야’라고 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트위터 코리아에서 먼저 나한테 연락이 온 거다. 성공한 트잉여다 (웃음) 힙플 : 험버트가 말한 빨리 작업된 곡 중에 ‘#MicTwitter’도 있는데 작업은 어땠나? 험 : 이 곡은 제리케이형 머릿속에 이미 어느 정도 그림이 다 그려져 있던 곡이었다. 심지어 나한테 처음 스케치를 보내줬을 때는 드럼이 있는 비트를 보내주면서 ‘이 리듬대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까지 했었다. 그래서 그걸 기반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까 빨리 빨리 됐던 것 같은데, 그때 형이 주셨던 아이디어 중에는 새소리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있었다. 제 : 정확히 새소리 같은 전자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얘기를 했었지. 근데 지금은 아마 새소리는 없을 거다. 힙플 : 조금 전 말했듯이 대통령 저격을 했는데, 일명 ‘ㄹ혜체’라고 하는 대통령의 화법을 사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제 : 이건 140자 이내로 써야 되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의 화법을 알고 있지 않으면 아마 그런 느낌으로 나오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나는 그걸 워낙 오래 해왔으니까 나한테는 체화 되어있던 화법이었다. 험 : 나는 사실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 때가 있었다. 트윗 개그는 익숙하지 않아서.. (웃음) 힙플 : 트위터 이용률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웃음) 제 : 안 그래도 뮤직비디오를 올릴 때 해시태그로 #트위터야죽지마 라고 달아 올렸었다. 트위터 서버가 한번씩 멈출 때도 있고, 트위터 임원들이 대거 사직한다는 그런 소식도 들려오고. 그래서 ‘진짜 트위터 망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걱정이 될 때도 있었는데, 지금 계속해서 줄어가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없어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굉장히 강력한 이용 층이 있거든. 힙플 : 칸예웨스트 (전원웃음) 제 : (웃음) 맞다. 그리고 한국 트위터만 두고 봐도, 지금 트위터는 정치적이거나 혹은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한 축으로 트위터를 지탱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축은 각종 덕후들인데, 그 두 축이 강력하게 트위터를 버티고 있어서 딱히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웃음) 힙플 : 이 곡 후반부 가사를 보면 ‘이 씬의 유일한 독립변수’라는 구절이 나온다. 부연설명해줄 수 있나? 제 : 그것도 쇼미더머니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가사인데, 한 마디로 축지법에서 얘기하는 ‘자격’을 갖췄고, ‘거의 유일하게 저격할 수 있는 사람이 나다’라는 그런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독립변수의 반대말이 종속변수지 않나. 나는 상대적으로 그런 류의 시스템에 종속이 덜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니까 힙플 : ‘Studio Gangstas’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한국의 힙합씬과 퍼거슨 사태 때의 미국 힙합씬을 비교했다. 두 씬이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르다고 생각하나? 제 : 퍼거슨 사건을 비롯해 연이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인권문제가 불거졌었다. 미국 랩퍼들은 흑인으로서의 프라이드를 가지고 태어나고, 그걸 계속해서 리마인드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는데, 때문에 퍼거슨 사건과 ‘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들이 그 이슈를 완전히 자기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흑인들은 흑인인권에 대한 문제를 자기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다같이 모여서 시위도 하고 추모 곡도 같이 낼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에는, 피해자들을 타자화하고 고립시키려는 언론의 흐름이 있었다. 그 언론의 흐름은 정치권에서부터 나왔고, 사람들은 그렇게 분리되어가는 과정을 겪었는데, 아마 랩퍼들도 똑같았을 거다.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도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이건 분명히 내 일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지 않나? 그 배에 내가 탔을 수도 있는 거고, 내가 타고 가던 지하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는 건데, 분명히 자기의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조차 뭔가 겁나서 말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자기일로 느끼지 못하는 것도 좀 짜증이 났고, 자기 일로 느끼고 있으면서도 어떤 발언을 했을 때 그걸 받아들이는 팬이나 대중의 시선이 겁나거나 혹은 그걸 컨트롤하는 회사가 무섭거나 하는 이유로 발언을 아끼는 게 한심해 보였다. 힙플 : 이런 식의 생각들이 있다. ‘똑같은 감정을 느꼈어도 발언하지 않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달라’ 라는. 그들은 이런 식의 문제제기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침해 받는다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제 : 당연히 그 사람들의 자유고, 나는 그 자유를 침해한적이 없다. 단지, 나는 나의 표현의 자유로 그들을 ‘비겁하다’라고 비판한 것뿐이다. 그 비판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반박하면 된다. 가치 없다고 생각하면 무시해도 되는 거고. 표현의 자유는 비판 받지 않을 자유가 절대로 아니다. 어쨌든 내 생각은 이렇다. 힙합 음악을 하고 있고, 힙합을 어떤 도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기가 느낀 부조리함이나 강력한 감정에 있어서는 다른 허들이 있어도 뛰어 넘어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힙플 : ‘기립박수’의 경우는 공연장에서 관객들과의 호흡이 기대가 되는 음악이다. 자찬을 하게 된 이유랄까? 제 : 마냥 자찬이라고 하기에는 벌스들이 자조적이다. 이 곡은 애초에 훅을 먼저 썼는데, 그땐 이 곡의 가사가 이런 식으로 나올지 나도 몰랐다. 박수를 계속 유도하는 훅이기 때문에 벌스에서도 노는 분위기로 갈까 했었는데, 그때 나의 정서가 도저히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잡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다같이 나에게 박수를 보내 줘’가 아니라 나한테 내 스스로가 박수를 쳐줘야겠구나 싶었다. 나는 그럴만한 삶을 살아왔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얘기를 풀어냈고, 이런 가사가 나오게 됐다. 험 : 내가 본 제리케이는 무의미하고, 심증뿐인 가사는 쓸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고. 힙플 : ‘기립박수’는 앨범에 있는 트랙 중 유일하게 드럼과 기타세션을 받은 곡으로 알고 있다. 제 : 이 곡 외에도 험버트가 직접 연주한 기타는 여러 곡에 들어가 있는데, 이 곡 같은 경우는 이 친구가 원래 스케치 해놨던 곡의 신스 코드웍만 그대로 가고, 세션을 받은 경우다. 험 : 그 곡은 2012년 즈음? 좀 옛날에 작업해놓은 곡이었기 때문에 요즘에 들었을 때는 그 시절의 방식이 촌스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결국에는 밴드형식으로 풀어내게 됐다. 제 : 나도 루츠(The Roots)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방향은 언제든 환영이었지만, 사실 처음 드럼 녹음을 받았을 때는 ‘어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럼을 치는 친구가 잘 쳐주기는 했는데, 다른 트랙들과 붙었을 때 힙합 트랙의 느낌과 무드를 유지하면서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런데, 워낙 출중한 프로듀서와 출중한 엔지니어가 붙으니까 사운드를 잘 살려주더라. 굉장히 만족스럽게 나온 트랙 중 하나다. 힙플 : 가사 구절 중, 백 몇 곡이 넘지만 여전히 ‘화창한 봄날에’나 ‘둘만 아는 말투’ ‘You're Not a Lady’ 같은 곡들이 나의 paycheck 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는 사랑노래가 전혀 없지 않나. 제 : 우효 씨가 있기 때문에.. (웃음) 그리고, 그게 뭐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 같지도 않더라. 사랑노래가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나는 쇼미더머니가 끼친 수많은 악영향 중에 그래도 긍정적인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뭐랄까, 기존의 가요힙합이 아닌 곡들도 대중들이 친숙하게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 그건 쇼미더머니가 가져온 몇 안 되는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전에 사랑노래를 넣었던 건 그때 그 얘기를 하고 싶어서 했던 거였다. 지금은 결혼을 했고, 안정된 삶을 기반에 깔고 나서 보니까 그 외에 것들이 더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힙플 : 유일한 페이첵이 될만한 음악들의 경우에는 대중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지만, 정치적 색깔이 짙은 음악들은 일부 리스너들은 불편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제 : 나도 그런 걸 가끔 본다. 이번에도 ‘#MicTwitter’랑 ‘콜센터’가 처음 나왔을 때, 트위터에서는 굉장히 화제가 많이 됐었는데,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뭔가 피드백들이 많이 오더라고. ‘아 제리케이 사랑노래밖에 몰랐는데, 이런 것도 있었네’ 라는 반응들. 그전에도 꾸준히 봐왔었다. ‘제리케이 노래 중에 ‘화창한 봄날에’가 제일 좋아’ 뭐 이런 반응들. 지금의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뭐 어쩌겠나? 그분들이 좋아하는걸 들어주시면 되는 거지. 그게 싫지는 않다. 그리고, 내가 좌리케이라고까지 불리는 상황에서는 그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여러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거니까. 힙플 : ‘UH! TV’에 출연했을 때 녹취를 스킷으로 넣었다. 거기에서 ‘최후의 선’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을까? 제 : 그건 어떤 맥락이었냐 하면, 논쟁에 관한 얘기였다. 그 앞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표현의 자유라는 건 어떤 말을 했을 때, 반박 받지 않을 자유가 아니라, 어떤 말을 했을 때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그 비판을 받아들이거나 반박하거나 무시하거나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그리고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논쟁이 필연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때로는 논쟁이 격화될 수도 있고 그것 때문에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표현의 자유와 격한 논쟁의 모든 것을 긍정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말하자면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사람의 인간성자체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거지. 그 스킷 뒤에 ‘Louder’와 ‘You’re Not a Man’, ‘콜센터’가 쭉 이어지는데, 나는 자유로운 논쟁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 안에서 소수자나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지 말아야만 좀 더 좋은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믿고 있기에, 그 스킷과 곡들을 이어지는 흐름으로 배치한 것이다. 힙플 : ‘You’re Not a Man’의 맨박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어떤 계기로 이 곡을 쓰게 됐나? 제 : 일단, 트위터에서 주워들은 게 많았다. (웃음) ‘You’re Not a Lady’가 내가 냈던 곡들 중에서는손꼽힐 정도로 많은 분들에게 인기를 얻었는데, 트위터에서 여성혐오적인 문화에 대한 지적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할 때 즈음 ‘You’re Not a Lady’도 여혐적이다라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때가 쇼미더머니에서 송민호씨의 산부인과 구절이 문제가 됐던 때라, 내가 예전에 써놨던 가사들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볼 계기가 됐지.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가 차별적인 시선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걸 느끼게 됐다.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어서 나 역시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왔던 거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쯤 슬릭이 이 곡의 기반이 된 맨박스에 대한 TED 강의영상을 보여줬다. 그 강의를 보면서 ‘아 이게 내가 고민하던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가능하다면 그 TED 강의도 인터뷰 링크로 꼭 첨부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꼭 보길 바란다. 힙플 : 조금 더 얘기를 이어가 보자면 지난해 말 씨잼이 ‘신기루’를 발표했을 때 ‘게이랩퍼’에 대한 구절을 지적했었다. 그 곡이 크게 터져서일지는 몰라도 당시의 피드백 중에 씨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런 식으로 핀트를 잡으면 안 된다는 피드백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제 : 내가 그걸 지적한다고 해서 씨잼의 의도가 퇴색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잘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씨잼의 신기루가 랩에서부터 가사, 비디오에 출연한 씨잼의 모습까지 완벽했다고 생각하거든. 그 표현만 뺀다면 나도 너무 좋아하고, 멋있었다고 생각하는 곡이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말하자면 서로 물고 빨아주는 랩퍼들을 ‘게이랩퍼’로 비유한 건데, 세계각지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가 되고 있는 마당에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냐’ 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게이의 이미지가 ‘서로 빨아주는 남자들밖에 아닌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명백히 차별적인 가사고, 지적할 건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내가 그걸 굳이 지적한 것도 ‘신기루’라는 곡이 좋았기 때문이거든. 정말 구린 곡에서 그런 가사가 나왔다면 지적할 필요성도 못 느꼈을 것 같다. 힙플 :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여성혐오는 미국힙합에서도 고질적인 폐단이지만, 한국힙합씬에서는 유독 제리케이 혼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유가 뭘까? 제 : 그건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가 워낙 여성차별적이고, OECD 국가 중 유리천장지수가 압도적으로 1위인 데다가, 이런 현상이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말할 정도로 뿌리깊게 배어있지 않나. 성소수자들을 죄악시 하는 시선도 일반적이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차별하지 말고 인정해야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비정상으로 보이고, 위축되게 된다. 어쨌든, 난 그건 너무 시대에 뒤쳐졌다고 생각하고 지적을 하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논리성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가지고 오는 건 ‘힙합은 원래 이래’ 라는 거였다. 하지만 힙합도 사회의 일부이고, 변할 건 변해야 하며, 그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힙플 : 타이틀곡 ‘콜센터’는 우효의 건조한 보컬이 오히려 감정전달을 극대화했다고 생각한다. 우효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된 건가? 제 : 개인적으로 우효씨의 음악을 좋아했다. 또, 작년에 되게 핫하지 않았나, 그래서 막연하게 우효씨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솔직히 ‘안 해주겠지’라는 마음이었다. (웃음) 왜냐면 그 정도로 핫했으면 피쳐링 작업물이 정말 많이 나왔어야 정상이거든. 그래도 시도나 해보자 해서 스톤쉽을 통해 러브콜을 넣었다. 그런데, 의외로 쿨하게 참여하겠다는 반응이 와서 너무 깜짝 놀랐다. 순전히 개인적인 팬심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보컬을 절절하게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절실하게 만드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우효씨는 지금 런던에 계셔서 아직까지 얼굴도 못 뵈었고, 페이스북 메시지 외에 대화도 나누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우효씨 앨범을 모두 엔지니어링하신 고현정 기사님께 믹싱을 하러 갔을 때 말씀을 전해 들어보니, 진짜 피쳐링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는데, 거의 다 거절하길래 내 것도 거절하겠거니 했는데 우효씨가 먼저 하겠다고 하셨다더라. 넘나 감동인 것. (웃음) 험 : 왜 우리 것만 한다고 했는지 포인트가 나도 되게 궁금한데,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제 : 내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나눴을 때의 느낌으로는 이 곡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메시지의 방향, 그리고 그 분이 음악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느낌이 잘 맞아떨어져서 수락한 걸로 알아들었다. 힙플 : ‘콜센터’의 가사 1절과 2절에 공통적으로 어머니세대와 비교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 부분의 의도가 궁금하다. 제 : 이 가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 문장이었다. ‘과거의 공장에서 여성들이 점하고 있던 사회적 위치를 현재는 콜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대체하고 있다’라는 문장을 어떤 기사에서 봤는데, 그게 나에게 와 닿은 거다. 그런데 실제로 이 곡을 내고 나서 콜센터에서 일하시는 분에게서 ‘왜 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못 배우고 일할 곳이 없어서 콜센터에서 일하는 것처럼 묘사를 해놨냐’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의도로 썼지만, 표현을 그렇게 들리게 한 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고 몇 번 사과를 한 바가 있다. 풀어서 말하자면, 과거에 산업화가 진행되는 와중에는 공장에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고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았다. 그래서 이력이 없는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도 도시에서 일을 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지금은 학교를 다니면서 스펙을 많이 쌓아도, 그리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도 남성이든 여성이든, 특히 여성은 더욱 더 취업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절하를 받는 사회로 가고 있다. 열심히 하는데도 사람의 가치가 점점 낮아지는 사회가 됐다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좋은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일상적인 감정노동과 불안정한 고용관계에 신음해야 하는, 삶의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만 늘어난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례를 병치 시킬 수 있었다. 엄마 세대들에서 그런 고생이 신체적인 고통과 질병으로 나타났다면, 지금 세대에서는 감정적인 차원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첫 번째 벌스에서 서술한 부분을, 좀 더 잘 풀어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긴 한다. 힙플 : 뮤직비디오에 알바노조/알바연대, 희망연대노조의 전화번호가 공개되었다. 이런 식의 엔딩을 만든 이유가 있나? 제 : 예전부터 캠페인성 뮤비들이 나올 때마다 ‘이건 음악적인 에네지와 영향력을 사회에 실질적인 액션으로 풀어내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구나’라고 생각을 해왔었고, 결정적으로 힙플의 ‘5thangs’에도 나왔다시피 레이디가가(Lady GaGa)의 뮤비를 보고 나서 ‘나도 이런 걸 꼭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콜센터’가 다룬 감정노동이라는 주제도, 그 일을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뮤비를 보면서 슬퍼하거나 혹은 공감하고 공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한발 더 나가 직접 손이 갈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게, 내가 가지고 있는 일말의 영향력을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드는데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컨텐츠적인 부분에서 스톤쉽이 육성한 A&R 어시스턴트 친구들이 큰 도움을 줬는데, 이 곡에 공감하지 않는 단체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그냥 넣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알바노조와 희망연대노조 쪽에 긴밀하게 컨택을 해서 곡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고 동의를 얻었고, 그런 식으로 실제 전화번호까지 넣을 수 있었다. 힙플 : 앨범의 제목이 될 뻔했던 ‘Life Changes’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제 : 앨범 전반에 대한 의논을 하다가, 스톤쉽에서 좀 더 자전적인 곡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줬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써온 가사들은 대체로 내 밖의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내 안의 분노에 접근하는 게 많았지, 내가 내 삶의 고독한 부분을 얘기하는 곡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True Self] 조차도 ‘좀 더 나은 내가 돼야 해’ 라고 푸쉬하는 내용에 가까웠던 것 같고. 그래서 생각해보니,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 말고, 마음 속으로 푹 빠져든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졌다. 험버트도 몰랐을 텐데, 원래 이 곡 가사의 뼈대는 무반주에 슬램처럼 하려는 기획을 가지고 썼었다. 험 : 정말 헤맸던 게, 이 곡이 유독 형의 추상적인 요구가 많았던 곡이다. ‘이건 너무 남자다운데? 뭐랄까.. 남자답지는 않고 강한 느낌?’ 이런 식의 표현이었다. (웃음) 제 : 처음에 내가 고독함이라는 주제를 던졌을 때, 락사운드 샘플이 들어간 너무 강한 느낌의 곡이 왔다. 그래서 그런 피드백을 줬는데, 그 다음에는 되게 팝한 느낌으로 오더라. 그게 마음에 들어서 가사를 쭉 썼는데, 가녹음 한 걸 보내서 편곡을 맡겼더니 또 다시 전혀 다른 게 왔다. (웃음) 그래서 ‘이전의 그 팝한 느낌이 좋았는데..’ 라고 의견을 조금 피력해봤으나 이 곡은 이 친구의 의지가 강했다. 뭐 지금은 그때 의지를 강하게 표출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특이한 사운드가 지금은 갈수록 매혹적으로 느껴지거든. 험 : 나도 이 곡은 피쳐링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확신이 80프로 정도 밖에 안됐었다. 근데 후렴을 담당해준 디스이스매너(This Is Manner)형의 목소리를 올리는 순간, 이거는 됐다 싶었지. 정말 건드릴게 없었다. 힙플 : 디스이즈매너와 딥플로우의 참여 배경도 소개 부탁한다. 제 : 딥플로우는 이런 소재로 가사를 쭉 써낸 앨범을 만들어냈고, 이런 가사를 쓴다고 할 때 참여시킬 수 있는 한국의 몇 명 안 되는 랩퍼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그 중에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곡을 보냈더니 곡이 너무 좋다고 험버트에 대한 칭찬을 막 하더라. 험 :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했나? (웃음) 제 : 너무 자만할 까봐, 왜냐면 앨범을 잘 마쳐야 됐거든. (웃음) 아무튼, 그렇게 딥플로우가 참여하게 됐고, 그 다음엔 이 곡에 남자보컬이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누가 좋을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다. 처음에는 이 곡의 스케일이 크길 원했기 때문에 스케일이 큰 보컬을 염두에 뒀었는데, 편곡이 바뀌어서 오니까 스케일 큰 보컬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누가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잘 안 떠오르더라. 그때 슬릭이 디스이스매너라는 보컬을 추천해줬다. 들어봤는데 굉장히 특이했다. 목소리가 위켄드(The Weeknd)같기도 하고, 자이언티(Zion.T)나 벤(Ven)의 느낌도 나면서 묘한 매력이 있는데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했었다. ‘이건, 진짜 잘 나오거나 아니면 전혀 안 묻거나 둘 중에 하나다’ 나중에 나도 디스이스매너한테 들은 얘기인데, 본인도 똑같이 생각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가녹음해서 보내줬을 때 내가 굉장히 수정을 많이 할 줄 알았다고 말했는데, 사실 나는 온 거에서 거의 손도 안대고 디테일만 약간 손보고 끝냈거든. 가이드 버전이 왔을 때 뭔가 이미 완성되어있었다. 힙플 : 여러모로 슬릭의 공이 큰 것 같다. 제 : 슬릭이 첫 트랙에서도 굉장히 공이 크고, 이 트랙에서도 굉장히 공이 크다. 힙플 : ‘You’re Not a Man’에서도 결정적이지 않았나 제 : 아! 그러네 (웃음) ‘앨범 프로듀서’ 크레딧에 슬릭 이름을 올렸어야 됐나 보다. 힙플 : ‘Life Changes’의 구절 중에 ‘적당히 맞춰서 살라는 쿨내 나는 인간들의 비판’ 이란 구절들이 있고, 보도자료에는 보통사람들의 사회로부터 점점 격리되는 랩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제리케이가 느끼는 보통사람들의 사회는 뭔가? 제 : 음.. 랩퍼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쇼미더머니 이후로 더더욱 사회와 동떨어져간다고 생각을 했다. 똑같은 문제의식이 ‘Studio Gangstas’에도 연결이 되는데, 그냥 그런 랩퍼들의 이미지가 전혀 2016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현 사회의 일원이라고는 생각이 안 되는 모습인 것 같았다. 와이프가 직장에서도 ‘남편은 뭐해?’라는 말에 ‘랩퍼에요’라고 대답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고 한다. 무슨 소리지 이게? 랩퍼도 그냥 사람인데.. (전원웃음) 그 정도로 동떨어져있다는 거다. 랩퍼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특히 나는 더더욱 대한민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입장에서, 랩퍼와 보통의 사회를 동 떨어뜨릴 수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 그래서 격리되어 있는 것 같다는 표현을 썼던 거다. 적당히 맞춰서 살라는 그런 말은 내가 쇼미에 관한 강경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었을 때, 전해 전해서 들었다. 플레이어들이 나에 대해 꼰대라고 얘기하고 있다는 것도 전해 들었는데, 나는 말했듯이 그냥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힙합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도 기본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가사가 나왔는데, 어쨌든 그런 맞춰가는 삶을 살라고 하는 건 나한테는 전혀 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삶을 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런 내 모습을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힙플 : ‘No More Heroes’ 같은 경우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No Role Models’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어떻게 보면 공통된 주제의 곡을 이렇게 한 앨범에 두 곡이나 할애한 건데, 이유가 있나? 제 : 나는 두 곡이 그 뿌리는 같지만 나온 모습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쓴 거다. ‘No More Heroes’ 는 어떻게 보면 ‘신기루’와도 비슷한 관점인데, 내가 지금까지 보고 자라고 동경해온, 하지만 이제는 내 마음속에서 박제 해야 되는 영웅들에 대한 제사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렇게 향불을 피우고 나서 (웃음) 나를 기점으로 내 다음 세대의 루키들에게 나 같은 괴로움을 겪지 말라고 얘기해주는 트랙이 ‘No Role Models’이다. 뿌리는 같지만 뻗어 나오는 결은 좀 다르다. 힙플 : ‘No More Heroes’ 구절 중에 ‘역겨운 개싸움에 장단 맞추는 게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되는 지금 내가 내는 화가 질투와 시기일까?’ 라는 구절이 있다. 유일한 해법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을까? 제 : 다른 건 없고, 그냥 정공법밖에 없다고 늘 생각해왔다. 쇼미더머니가 시작할 때부터 나는 쇼미더머니 싫어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가지고 있는 엄청난 영향력 밑에서 계속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을 몇 년째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늘 나오는 마지막 답은 ‘잘하면 돼’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하면 돼’ 밖에 없더라고. 잘하면 뭐, 딥플로우처럼 올해의 음악인이 될 수도 있는 거고. 한편으로는 내 안에서 ‘그들은 구리니까’ 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혹시 내가 진짜로 그들만큼 돈을 못 벌고 있고, 못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핍을 내 스스로 ‘걔네는 구리다는 걸로 합리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었다. 내 결핍을 덮기 위해서 그런 핑계를 대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 있게 그런 부분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멋없는 걸로는 돈 벌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할거면 진짜 멋있게 돈 벌고 싶다는 욕심, 그 선례가 되고 싶은 건 확실하다. 힙플 : 그 트랙들에 대한 얘기는 거의 다 마쳤고, 잠깐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이번 아트워크를 김기조 작가가 맡았다.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됐나? 제 : 김기조씨 역시 개인적으로 팬이었다. 그분이 하신 아트워크를 너무 좋아했고, 특히 나는 소울컴퍼니 때부터 한글에 대한 사랑을 가져왔던 사람으로써 한글로 된 타이포그래피를 되게 좋아하는데, 사실상 그 분야의 1인자가 김기조씨이기 때문에 늘 지켜봐왔다. 그런데, 그 분이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디자이너이고, 마침 스톤쉽이 붕가붕가레코드와 전략적 제휴 관계에 들어가면서 붕가붕가와 연이 닿았지. 그때가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랑 던밀스(Don Mills)가 합동공연을 했을 때였는데, 그날 그곳에서 김기조씨와 만나 얘기를 하게 됐다. 나와 되게 공통점이 많았고, 얘기가 잘 통했다. 그래서 그날 서로의 작업에 대한 리스펙트을 확인하고, 이번에 함께 하게 됐다. 힙플 :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레터는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제 : 김기조씨의 아이디어였다. 나는 김기조씨의 원래 느낌대로 선이 명확한 그런 레터링을 생각 했었는데, 선이 명확한 레터링은 딱 봤을 때 힙합 앨범 자켓의 느낌보다는 인디씬의 느낌이 많이 났다. 사실, 인디씬이라는 표현도 되게 웃기긴 한데, 어쨌든 밴드음악 쪽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몽글몽글한 느낌의 레터링으로 아이디어를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덧대어갔는데, 그걸 워낙 구현을 잘 해주셨다. 근데, 이 커버가 호불호가 좀 갈리더라 (웃음) 우리 안에서도 슬릭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나는 되게 좋아한다. 힙플 : 연기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제 : 음 내가 하얗게 불태웠다? (웃음) 그건 사실 그냥 가져다 붙인 거고, 김기조씨의 설명을 들었을 때는, 선이 굵은 레터링은 일관적인 느낌인데, 이렇게 짙고 옅음이 공존하는 글씨는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기 좋다고 설명을 해주셨다. 그 설명에 설득당했지. 그리고, 나는 이 앨범의 색깔이 검은색이거나 어두운 네이비 정도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색깔로 뽑아서 보다가 스톤쉽에서 주황색 컬러가 어떠냐는 말을 해주더라. 똘배는 내 앨범을 그런 색깔로 봤나 보다. 그래서 그 색깔을 입혀봤더니 확 살더라고. 뭐랄까,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음악들의 느낌과 묘하게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각적으로 봤을 때도 예쁘고. 그런데, 호불호가 갈린다고 말했듯이 험버트도 처음에는 별로 안 좋아했다. 험 : 나는 주황색을 너무 선동적이라고 얘기했었다. 제 : 하지만 내 앨범이니까.. (웃음) 힙플 : 이제 막바지다. 데이즈얼라이브 식구들의 앨범 계획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다. 제 : 솔직히 궁금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거 알고 있다. (웃음) 하지만 많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왜냐면 지금 발매 일정이 빡빡하게 있거든. 4월 19일에는 던말릭(Don Malik)이 키마(Kima)와 함께 ‘트라이비스트(Tribeast)’라는 팀으로 앨범을 낼 거다. 요즘 루키들이 하려고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는 그런 앨범이다. 전 곡이 LP 샘플링을 베이스로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철학이 견고하게 담겨있는 앨범이기 때문에 기대해도 좋다. 그리고, 아직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여름이 오기 전에 슬릭의 첫 정규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지금은 녹음이 거의 다 끝난 상태다. 슬릭이 이 앨범 작업을 한지 굉장히 오래됐다. 그리고 나도 슬릭 앨범이 나올 거라고 말하고 다닌 지도 꽤 오래됐는데, 어쨌든 지금 완성도 높은 형태로 후반 작업이 들어간 상태기 때문에 여름이 오기 전에는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힙플 : 리코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제 : 다른 인터뷰에서 좀 얘기를 했었는데, 몇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다. 개인적인 것도 있고, 다른 프로듀서랑 같이하는 작업도 하고 있고, 싱글도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데 아마 발매시기는 랩퍼 세 명이 나온 이후가 될 것 같다. 어쨌든 올해 상반기는 굉장히 바쁠 것으로 예상된다. 힙플 : 제리케이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제 : 일단, 피쳐링 해야 될 게 몇 개 있어서 그거 하고, 4월 1일날엔 마인드프리즘이라는 심리치유기업이랑 같이하는 행사가, 그리고 17일에는 ‘콜센터’와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단한 다큐멘터리인 ‘위로공단’과 함께하는 행사가 있다. 그리고 나서는 트라이비스트 앨범과 슬릭 앨범을 서포트 해야겠지. 어쨌든 레이블 대장으로써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힙플 : 험버트는? 험 : 나는 작년부터 해왔던 얘기인데, 올해는 꼭 내 앨범을 내는 게 목표다. 그리고 또 다른 1MC 1PROD 앨범이 마무리 작업 중이다. 힙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 이제 쇼미더머니5가 할 텐데 그게 진행되는걸 보면서 내가 또 어떤 스트레스를 받게 될지 걱정된다. 그리고 내가 내 얘기를 계속 해나가는데 거기에 계속 영향을 받는 것도 싫고. 그런데, 내가 눈을 감고 거기에 신경을 안 쓰는 게 잘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쨌든 늘 말해왔지만 할거면 좀 멋있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했을 때 떳떳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만한 앨범을 이번에 가지고 왔고, “proper respect”, 딱 걸 맞는 정도의 리스펙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위 인터뷰는 블랙넛과의 디스전 이전에 진행된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뷰 | 이승준, 차예준 (HIPHOPPLAYA.COM) https://twitter.com/JerrykMusic https://www.instagram.com/jerrykmusic/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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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화지, '상아탑에서 불구경 편하게 하던지, 불에 타 죽던지'  [14]
HIPHOPPLAYA (이하 힙플) : 2년만의 정규 앨범이다. 공백이 꽤 길었는데 감회가 어떤가? HWAJI (이하 화) : 글쎄, 후련함 밖에 없는 것 같다. ‘아 나왔다. 이제 다음 거 할 수 있겠구나’ 힙플 : 얼마나 준비한 앨범인가? 화 : 자잘한 준비기간까지 모두 합치면 1년정도 되는 것 같은데, 다시는 이렇게 장기간이 걸리는 작업은 안 하려고 한다 (웃음) 힙플 : 원래는 작업속도가 빠른 편인가? 화 : 그건 또 아니다. (웃음) 쓸데없는 완벽주의라고 할까? 원래는 더 심했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내려놓은 상태다. 힙플 : 1집때와 비교하면 준비과정은 어땠나? 화 : 더 재미있게 한 것 같다. [EAT]를 통해 풀랭스 앨범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머릿속에 쌓여있는 쓸데없는 고민거리를 조금 덜어낸 상태로 작업했다. 하지만, 반면에 1집에서 시작한 썰을 매듭지어야겠다는 욕망은 커졌지. 결국 거기까지 해소를 잘 한 것 같다. 힙플 : 일단 [ZISSOU] 발매를 축하한다. 화 : 고맙다. 기분 좋다. (웃음) 힙플 : 1~2집 합본패키지가 예약판매 이틀 만에 품절됐다. 발매하지 않았었던 1집의 힘인가? 감회가 있었을 것 같다. 화 : 1집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 진짜 그 앨범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좀 계시는 거 같더라. 그래서 말 그대로 스페셜에디션으로 발매했던 건데. 정말 그렇게 다 나가고 나니 기분이 당연히 좋았다. (웃음) 사실, 나도 그 앨범을 가지고 싶은데 내가 가질 수 있는 수량도 없었다. 더 드릴 말은 없고, 사주신 분들에게 진짜 감사하다. 힙플 : 지난 앨범 [EAT]가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상을 수상했다. 당시를 소회한다면? 화 : 정말 내가 탈 거라는 기대 전혀 없이 그 자리에 간 거였기 때문에 상을 탈 때는 그냥 어안이 벙벙했던 것 같다. 무대 위에 올라서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웃음) 힙플 : 당시 수상소감으로 과정의 미학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화 : 맞다. 지금은 뭐든 인스턴트로 소비하는 시대인데 뭐, 그걸 두고 구조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소비패턴에 맞는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인기와는 무관하게 과정에서의 낭만을 좇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는 건데, 그런 사람들이 존중 받을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할 따름이다. 한대음 수상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정말 좋았다. 힙플 : 작품성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화 : (웃음)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다. 힙플 : 하지만 동시에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생기진 않았나? 화 : 존나 멋있는 척 하는 것 같지만, 그럼 부담보다도 항상 내가 내 작품에 만족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 그게 제일 괴로운 것 같다. 힙플 :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그런 슬럼프가 있었나? 화 : 되게 많았다. 사는 게 빡샐 때 찾아오는 기복들 말이다. 물론 지금도 빡새지만.. (웃음) 살다 보면 생기는 이런저런 문제들이 많지 않나, 그런 것 때문에 다운이 되다 보면 창작샘이라는게 그런 멘탈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 같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는 그런 업앤다운되는 삶이 솔직하게 녹아있다. 힙플 : 게시판 피드백은 좀 챙겨보는 편인가? 화 : 일부러 좀 안 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게 칭찬이든 욕이든 거기서 영향 받는 게 오히려 안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 줏대 있고 솔직하게 내가 가장 즐겁다고 느끼는걸 해야지 그런 피드백들에 영향 받는 게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앨범에 관한 피드백은 잘 안보는 편인데, 그래도 그런 건 봤다. 앨범 예쁘게 찍어서 올린 인증샷들. 그런걸 보면 기분은 굉장히 좋다. 힙플 : 그럼 주변반응은 어떤가? 화 : 앨범이 나오고 지금은 귀를 쉬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한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나왔다는 그 즐거움을 만끽하는 중이다. 힙플 : 일단, 앨범에 관한 호평이 대부분이지만, 비슷한 무드로 진행되는 구성이 지루하다는 피드백도 있는 것 같다. 화 :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다 잘 맞는 앨범이겠나 (웃음) 어떤 사람들은 나랑 좋은 대화를 하고 웃으면서 얘기 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들이 모두 나한테 술친구가 되지는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음악도 사람이 하는 거니까 맞는 사람이 있으면, 안 맞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두를 만족 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사람들이 즐거워해준 앨범이고 나는 거기에 보람차게 생각한다. 힙플 : 앨범 타이틀 [ZISSOU]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스티브지소와의 해저 생활’에서 따왔다고, 영화가 어떤 영감을 주었나? 화 : 내 인생영화 중에 하나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디테일이 굉장히 살아있고, 꽉꽉 채워 담는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나는 작품을 볼 때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맙게 여긴다. 그러니까 아티스트가 작품에 들인 공들이 느껴지는 순간들 말이다. 그럴 때마다 그것들을 경험하고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든. 아무튼,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이고 ‘스티브지소와의 해저 생활’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데, (사실 감독 이전에 이 영화의 주인공인 빌 머레이(Bill Murray)의 빅팬이다) 이 영화는 자크 쿠스토라는 해양 다큐멘터리 감독의 인생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정말 다보고 죽고 싶다는 거였다. 세상은 넓고 생은 너무 짧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영화 안에서 스티브지소라는 인물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에 가장 가깝게 살다간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 앨범의 전곡을 팀메이트 영 소울이 프로듀싱했다. 그에게 프로덕션을 일임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화 : 가장 빨리 되니까! (웃음) 이 친구도 작업량이 엄청난 스타일인데, 항상 편하게 가서 ‘야 이거 오늘 꽂히는데 이걸로 작업해보자’ 할 수 있는 작업물들이 늘 쌓여있다. 그리고, 한 명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확실히 어떤 통일성을 가져갈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통일성이 좀 전에 질문한 것처럼 어떤 사람들에게 지루함으로 다가갈 수 있겠지만 뭐, 항상 똑 같은 음악만 할 것도 아니고 딱히 신경 쓰지는 않는다. 힙플 : 영 소울의 랩을 들어본 지 좀 되었다. 둘의 랩 케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라디오스타(Radiostarr)의 작업물은 언제쯤 들어볼 수 있나? 화 : 나도 그렇고 그 친구도 성격이 재미없어지면 절대 안 하는, 그러니까 시켜도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걔가 느끼기에 랩을 해서 얻는 쾌감보다 프로듀싱을 할 때의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하더라. 랩을 하지 않는다고 슬프거나 그런 건 없다. 어쨌든 시간은 없고 좋아하는 걸 하려면 안배를 해야 하니까. 힙플 : 그럼 라디오스타라는 팀은 사실상 이제는 원프로듀서 원MC 팀으로 굳혀진건가? 화 : 글쎄 잘 모르겠다. 우리가 그 이름을 가지고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시도들을 해볼 거고, 어쨌든 다 도전하고 죽으려고 한다. (웃음) 힙플 : 앨범 아트워크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아트워크를 그려준 배즈본에 대해 소개해달라. 화 : 옛날에 라디오스타로 나왔었던 [Villainaire]라는 미니앨범이 있는데, 그 앨범의 커버를 그려줬던 분의 소개로 알게됐다. 박재광씨라고.. 지금은 촉망 받는 만화가인데.. (웃음) 아무튼, 배즈본이라는 친구가 어글리덕(Ugly Duck)의 싱글 커버를 멋지게 그려준 것도 보고해서 의뢰를 하게 됐다. 제천에 있는 온천으로 여행을 가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나눴는데, (웃음) 굉장히 재능 있는 친구고, 내가 생각했던 걸 그림으로 잘 구현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힙플 : 싱글 곡들의 커버 이미지들이 [ZISSOU]의 전체 아트워크로 이어지는 발상이 굉장히 참신했다. 화 : 일단, 뭐 이건 이런 뜻이야 저런 뜻이야 하기보단 그림으로서 예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첫 번째였다. 그림이 점점 줌아웃이 되는 건데, 앨범 중심에 있는 테마가 ‘큰 차원에서 바라보는 세상’이었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을 담고 싶었다. 그걸 너무 잘 담아준 배즈본한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힙플 : 아트워크에 지구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이번 앨범에서 화지의 시점인 것 같은데, 조망효과라고 하나? 화 : 맞다. 조망효과라는 건, 말하자면 우주비행사 같은 사람들이 지구 바깥으로 나갔을 때 느끼게 되는 의식의 전환 같은 거다. 상상해봐라 처음으로 지구 밖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상황을. 지구 주변에는 무한대로 아무것도 없고, 우리는 이 얇은 산소막 덕에 살고 있는 작은 존재인지를 느끼게 되는 거다. 60억 인구가 들어있는 우주선에 살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무한대처럼 펼쳐져 있는 어둠을 보면서 이 밖으로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의식의 업그레이드 같은 거지. 이번 앨범은 그런 걸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다. 유명세에 대한 비유를 하자면, 유명세 자체가 좋다기 보다, 유명해지고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 때 그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커지지 않나.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의식의 주파가 맞춰지듯이. 힙플 : ‘상아탑’을 듣다 보면 어쨌든 지금의 위치나 현실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관하고 있는 것 같다. 흔히 속세를 떠나 즐기는 경지에 일컫는 사람들을 상아탑에 빗대서 표현하지 않나 화 : 사실 ‘상아탑’같은 곡이나 이런 모든 것들이 나를 비관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막상 즐겁게 살고 있거든. 그러니까 그런 식의 세상의 멸종을 암시한다 던지 하는 가사들은 사람들의 기억에 더 남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던 것 같다. 그리고, ‘상아탑’은 어느 정도 상아탑이라는 말에 대한 비꼬는 표현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아이보리 타워라고 하는데, 사실 그건 말 그대로 근데 ‘아이보리 타워에서 좀 내려와!’ 할 때 쓰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있는 표현이거든. 결국, 상아탑에 올라서 불구경 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그것만이 답이 될 수는 없는 거다. 결국, 탑에 갇히게 되면 세상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적어지니까 말이다. 어쨌든, 지금 세상이 이렇게 잔인한 세상이다. 상아탑에 올라가서 불구경 편하게 하던지, 불에 타 죽던지 해야 하니까.. (웃음) 힙플 : ‘상아탑’의 특정 구절은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캠페인 ‘Do The Right Rap’을 겨냥한 듯한데? 올바른 랩 이딴 거 씨발 됐고 니 챙겨 나는 백퍼 재미 위주, 아님 왜 여기 있겠어? – 상아탑 화 : 근데 그건 ‘Do The Right Rap’ 벌스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 그 캠페인의 취지 역시 엄격하게 ‘올바른 랩 해야 돼, 너네 이거 아니면 존나 틀렸어’라고 하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힙플 : 앨범의 참여진이 많지 않다. 곡들마다 참여 뮤지션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화 : 뭐 기준이라고 하긴 우습고, 팔로형이랑 상구형 같은 경우는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내 세대의 랩퍼들이다.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때 힙합 공연을 가게 되면 보는 형들 말이다. 그런 형들과 항상 작업을 같이 하고 싶었다. 힙플 : 딥플로우가 라디오에서 ‘정신 똑바로 박힌 랩’이라는 말을 했다 화지도 정신 똑바로 박힌 랩퍼 중 한 명이 아닌가 싶은데.. (웃음) 화 : 내가 랩에서 정신이 똑바로 박혔는진 모르겠지만, 뭐.. 내가 정신 똑바로 박힌 놈은 아닌 것 같다. 음.. 절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웃음) 근데, 형이 뭘 말하려는 건지는 알 것 같다. 힙플 : 앨범 작업 중, 영화 외에 가장 큰 영감이 된 것들이 있나? 화 : 뭐든지 자연스러운 것 같다. 내가 좀 애 같은 면이 있어서 주변에 딸랑딸랑 소리 나는 게 있으면 이거 잡았다 저거 잡았다 하는 편이다. 아무튼, 관심이 가고 안가고 하는 것들이 있는데, 최근에는 진짜 이거 들어봐야 되겠다 할만한 음악이라 던지 그런 건 딱히 없었던 것 같다. 한국힙합에 있어서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뭔가 만족이 안 되더라. 듣기 좋은 것들이 많이 나오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힙플 :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음악들에 관한 얘기인가? 화 : 맞다. 근데 말초적인 것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나도 말초적인 거 되게 좋아하거든. 말초적으로 쳐먹어서 살도 이렇게 막 찌는 거다. (웃음) 뭐, 어쨌든, 내가 말하는 건, 뭔가 어떤 세계관에 확 동기화 되어서 빠져들었다고 할만한 앨범이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말이 좀 우습지만, 지적으로 머리가 충족이 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내가 생각하는 랩은 굉장히 인텔리전트한 음악이고, 말로 할 수 있는 최상의 노래인데 말이다. 힙플 : 힙플 : 과거 인터뷰에서 한국 힙합 씬을 누리는 사람들이 문화적인 이해가 많이 없다는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느끼는 생각은 어떠한가? 화 : 글쎄, 잘 모르겠다. 그게 강요될 수는 없는 부분이니까. 다만, 선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나도 그렇고 이곳에서 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음악을 떠나, 사는 방식에 있어서 멋있게 살고 그런 선례가 된다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상아탑’의 가사처럼 그것 또한 오만일 수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아닌 것들이 있는데 어쨌든 그건 내가 바꿀 수 없는 거기 때문에 나부터가 선례가 되는 게 맞는 것 같다. 힙플 : ‘꺼져’와 ‘그건 그래’는 1집 수록곡 ‘새로운 신’의 후속편 같은 느낌이다. 친구 혹은 동창생과의 대화 상황을 가사의 설정으로 계속 활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화 : 작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내 핸드폰이 내 가사 노트인데, 요즘에는 다 동기화되고 편하지 않나, 그래서 걸어 다닐 때 생각나는 것들을 그냥 그 자리에서 쓰는 편이다. 내 앨범에 핵심이 되는 주제의식이 있으면 그거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장치나 소스들이 살면서 문득문득 떠오르기 때문인데 그리고, 그건 백퍼센트 친구들 혹은 동창들이 모여서 취해서 개소리하는 술자리인 경우가 많다. ‘그건 그래’ 역시 그런 식이었다. 동창생들이 모인 술자리에 갔는데, 그 때의 존나 재미없는 순간들이 내 앨범을 표현하는 장치로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의 일들을 적어놨고, 그때의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 같다. 힙플 : UGK에서 언급하는 개미와 배짱이들은 동창생들과 화지로 대변되는 두 그룹인 것 같다. 화 : 굳이 이분법적으로 그렇게 세상을 나누기는 싫지만, 개미가 있으면 배짱이가 있기 마련이다. 뭐 그건,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들어왔던 얘기니까. 어쨌든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걸 얻기 위해 살아 가는 거라고 본다면 그 과정에서 각자만의 방식이 있는 거겠지. 배짱이들도 그들이 사는 방식이 있는데, 내가 타고난 거기도 하지만, 이 사람들은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이건 정말 좋은 뜻으로 얘기하는 건데 우리는 타고난 한량이란 말이다. 근데 이 배짱이들의 장점이 뭐냐면 똑같은 순간에서도 개미들보다 훨씬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다는 거다. 그건 자부할 수 있다. 왜냐면 우리는 순간의 쾌락을 항상 추구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힙플 : UGK가 얘기가 나와서 곡 제목을 UGK로 지은 특별한 의미가 있나? 화 : 일단, UGK를 되게 좋아하고, 영소울이 비트를 줄 때의 비트제목이 ‘UGK’였다. 이게 전형적인 UGK 느낌의 곡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남쪽의 그 리듬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곡을 썼는데, 곡의 내용이 ‘100 유지해’이기도 하고 약자가 ‘Underground King’이기도 해서 제목으로도 좋다 싶었다. 사실, 제목 고민은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웃음) 힙플 : ‘100 유지해’란 구절은 ‘Keep it 100’라는 영어식 표현을 의미 그대로 옮긴 건데, 그런 식의 한글 표현에 대한 시도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화 : 생색을 좀 내자면 그래서 이게 어려운 작업인 거다. (웃음) 그 표현을 이렇게 가지고 왔을 때 이게 무슨 국뽕이 되면 안되지 않나 (웃음) 그 느낌 그대로 살아야 성공한 건데, 만약 그렇지 못했을 때는 샤프한 재미를 죽이게 되는 거거든. 우리나라 전통적인 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영어 표현의 날카로운 토씨까지의 구현이다. 예를 들면 센스형은 그런 방면으로 엄청나다. 말 그대로 완성된 한국식 표현들이고, 때문에 분명 우리나라 말인데 들어도 존나 멋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 한영혼용 랩에 대한 강박이라고 하면 좀 과장인가? (웃음) 화 : 강박이라기 보다는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그리고 이게 더 어렵다. 확실히 그냥 영어로만 하면 굴러가는 소리에 쌔고 영어만의 발음이 있기 때문에 그루브 형성이 잘 되는데 한글로 그걸 표현하려면 훨씬 더 어려운 게 있다. 이건, 내 나름의 도전의식 같은 거지 (웃음) 힙플 : [ZISSOU]의 트랙들을 관통하는 두 가지 정서가 있다. ’쾌락주의’와 ‘허무주의’인데, 언뜻 보면 대립할 것 같은 개념인데도 앨범 속에서 공존하고 있더라 화 : 나는 허무주의 때문에 쾌락주의가 따라 온다고 항상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 이유가 결국에는 생각의 생각의 생각의 끝을 끝까지 가다 보면 모든 질문의 끝에 ‘야 X발 그럼 난 뭔데?’가 있어서라고 하지 않나, 존나 큰 우주에서 하염없이 작은 나의 존재는 뭘까 하는 그런 허무주의에 빠진다는 거다. 아까 조망효과에 대해 얘기한 것도 이거와 비슷한데, 그렇지만, 난 그런 허무주의에 빠질 때 반대로 좀 더 큰 그림에 기대서 지금의 걱정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허무주의가 쾌락주의를 동반하는 거지. ‘어차피 내가 하는 거 다 부질없다’라는 생각이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쾌락은 다 누리다 가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가 그렇게 살았었는데, 지금은 그 벨런스를 많이 찾은 상태다. 힙플 : [ZISSOU]에는 몇몇 곡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오는 구절들이 있다. 먼저 “세상이 미친 게 아니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화 : 무슨 뜻으로 썼는지에 대한 대답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가사를 쓸 때 최대한 안 꼬아서 쓰고 어느 정도는 직선적으로 얘기하려고 하는데 결국에는 사람들이 상상하기 나름이니까. 자라면서 어떤 자아가 형성이 될수록 조망효과의 일부처럼 자신의 자아만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자아가 이 세상 어디에 어떻게 위치해 있는지에 대한 걸 알게 된다. 그 전환이 누구나 다 거치는 거라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더라 결국, 이 세상이 미친 게 아니라,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런 발상이 허무주의에 빠지는 발상이라 조심해야 하지만 (웃음) 아무튼, 이 구절은 그런 발상에서 나온 구절이다. 질문에 허무주의와 쾌락주의가 대립하는 것 같다고 말했듯이. 내가 듣기에도 재미있는 게 분명히 그랬던 것 같다. 그런 두 관점의 대립이 계속 되면 결국에는 내가 생각하는 열반에 가까운 거를 찾게 되는데, 이 앨범은 그 과정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힙플 : 1년안에 굉장한 세계관을 펼친 것 같다 (웃음) 화 : 힘들지만, 기분 되게 좋을 때도 있었다. 중요한 건, 어쨌든 이런 작업은 다시는 안 할거다. (웃음) 힙플 : “우린 우주의 작은 점”이라는 구절도 무려 세 곡에서 등장한다. (’Ill’, ‘Gypsy Girl’, ‘이르바나’) 화 : 마찬가지로 조망효과에 대한 관점에서 우리는 진짜 우주의 작은 점이라는 발상이었다. 그런 발상으로부터 허무주의라던지 아니면 쾌락주의, 열반으로 향하는 양 갈래길이 펼쳐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 그런 생각들에 발단이 된 영감들이 있나? 왠지 평소에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 엄청 볼 것만 같다. 화 : 글쎄.. 그거 재미있다. 옛날에 칼세이건이 먼저 했었고, 닐 타이슨이 복각한 코스모스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인데 어딘가에 있을 거다. 티비 다시보기 이런 거에 무슨 오바마가 추천한 특집 다큐.. 이런 식으로 있을 거 같은데, 그걸 보는걸 추천한다. (웃음) 그거 말고도 원체 옛날부터 별이 많은데 살아서 어릴 때부터 어딜 가도 올려다보면 항상 하늘에 별이 가득 있었는데, 사람이 그런데 살다 보면 이런 끼가 생기는 것 같다. (웃음) 힙플 : ‘서울을 떠야 돼’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화지가 정의하는 ‘21세기 히피’가 ‘20세기 히피’와 다른 점이 궁금하다. 언뜻 비슷해 보여도 우린 절대 아냐 20세기 히피 요새 보면 욕심 그릇 큰 베짱이가 군림 판은 뒤집혔지 이미 - 서울을 떠야 돼 화 : 돈맛 본거? 21세기 히피는 돈이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비싼 삶의 방식인 거지. 그래서 그 삶을 유지하려면 공격적으로 쟁취를 해야 되는데, 그거를 아는 사람들을 나와 내 주변의 친한 친구들은 21세기 히피라고 부른다.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정의한 건데, 이 노래도 거기서 파생된 노래다. 힙플 : 공격적으로 쟁취해야 되는 거.. 히피로 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웃음) 화 : 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걸 아는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유지를 해야 누릴수 있는 거 아닌가, 그걸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힙플 : 화지에게 서울은 어떤 공간인가? 화 : 서울? 답답하다. 옛날에 대학 다닐 때는 방학에 한국 들어오면 진짜 놀러 오기 좋은 곳이었지만, 그래도 이곳에 몇 년 있어보니까 이제 알겠더라고. 놀러 오기에만 좋은 곳이라는걸.. 일단, 빡빡하고 사람들은 여유 하나도 없고, 예의도 없다. (웃음) 그렇게 살다 보면 가끔씩은 서울을 떠나서 상쾌하게 기분 전환을 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내일 시골에 내려갔다 올 예정이다. 힙플 : 이 앨범에선 ‘바하마’가 서울의 대척점 같은 곳인데, 왜 바하마인가? 화 : 막연한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웃음) 그게 내가 어렸을 때 꽂힌 단어인데, 지금 막상 알아보니 따지고 들었을 때, 그렇게 천국 같은 곳이 아니더라 (웃음) 만약 선택하라면 거기 말고 나는 다른데 갈 것 같거든.. (웃음) 근데, 바하마는 어릴 때부터 내 머릿속에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왠지는 모르겠다. 어릴 때 티비에서 어떤 미국채널을 봤다던지 이러지 않았을까? 뭔가 야자수가 깔려있고, 바다가 펼쳐져 있는 그런 장면들이 어렴풋이 남아있거든. 어떻게 보면 되게 개인적인 단어긴 한데, 그냥 바하마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 아는 곳이니까. 그런 식으로 나한테 개인적인 단어가, 사람들한테 어떤 의미로 공감이 되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다. 힙플 : ‘나르시시스트’에서는 이슈에 민감한 소셜미디어 속 목소리들을 나르시시즘이라며 조롱한다. 어떤 계기로 이 곡을 쓰게 됐는지 궁금하다. 화 : 그냥 내가 나르시시스트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어느정도 그런 기질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겠다 싶기도 하고.. 더군다나 우리는 어쨌든 이거밖에 없지 않나. 그리고, 더 깊게 들어가서는 어떤 생각까지 했냐면 선한 사람의 선행들, 예를 들어 이웃집에 떡을 돌리고 남 몰래 하는 선행들도 어떻게 보면 다 일종의 나르시시즘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것도 어느 정도 감정의 다운타임에 나온 발상이긴 한데, 결국에는 그게 지금의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힙플 : 어떻게 보면 [ZISSOU]의 준비과정이 본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을 것 같은데, 마지막 트랙 ‘이르바나’ 같은 경우는 사전적 의미로 열반이다. 마지막 트랙에 어떤 열반을 했는지 궁금하다. 화 : 해답이라고 할만한 건 당연히 없다. 내가 예수, 부처도 아니고 얼마나 살았다고 거창한 해답을 내리겠나 다만, 마음은 편하다. ‘내가 올바르게 내가 원하는걸 좇으면서 가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나한테는 일종의 작은 이르바나였던거지. 힙플 : 딥플로우의 [양화]에 수록되어 있는 ‘열반’이라는 트랙에 ‘좆같은걸 초월한 뒤에 남은 열망은 영감을 채워 만들 명반밖에 없다’라는 라인이 있다. 이번 앨범의 화지와 그 라인이 굉장히 오버랩 되더라 화 : 맞다. 그래서 내가 항상 상구형의 팬이다. 그냥 죽는 순간에 진짜 후회가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거 모두 시도라도 한번 해보고 죽고 싶다. 열반을 통해서 뭔가를 쟁취할거라기보다는 그냥 열반 자체를 원하는 거지. 마음의 평화를 지킨 상태로 이 세상을 뜨고 싶다. 힙플 : 마지막 질문이다. 화지 본인이 직접 청자들에게 앨범의 감상 포인트를 짚어 준다면? 화 : 그런 거 없고, 듣고 싶은 대로 개인적인 공간이든 어디서든 접하시고 싶으신대로 하십쇼. 다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첫 곡부터 끝까지 한번쯤은 돌려봐주면 좋을 것 같다. 그 이상은 부탁할 수가 없다. 인터뷰 | 이승준, 차예준 (HIPHOPPLAYA.COM) https://twitter.com/Hwajilla https://www.instagram.com/hwajilla/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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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SECRET SOCIETY 디렉터, 바스코 & 앤드류 송  [2]
힙합플레이야(이하 힙) : 두 분 소개 먼저 부탁한다. 바스코(이하 바) : 저스트뮤직, 린치핀의 바스코다. 앤드류송(이하 앤) : 앤드류 송이다.. 힙 : (웃음) 반갑다. 앤드류 송님은 시크릿 소사이어티 이전에 어떤 일들을 했나 바 : 범죄자였다. (전원웃음) 장난이다.(웃음) 앤 : 패션디자이너다. 시크릿 소사이어티 이전에는 후부(FUBU) 등 뉴욕에서 일을 했다. 힙 : 두 분이 고등학교 동창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브랜드를 함께 하게 되었나. 앤 : 17년 동안 안 보다가 홍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다. 바 : 안 본 게 아니라, 못 보다가. 안 본거는 like, FUCK YOU! (웃음) 아무튼, ‘여기 내가 하는 클럽 있으니까, 놀러 와’ 라고 해서 왔다가, 클럽 이름이 예쁘다며, 처음에는 클럽 직원들 티셔츠를 만드는 쪽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다 이 친구가 서플라이 디멘드(Supply Demand)에서 하던 디자인을 보게 되었지. 그 때 ‘와 존나 예쁘다!’라고 했는데, 당시 일하던 곳에서는 컨펌이 안됐다고 했다. 그래서 ‘그래? 그럼 나랑 같이 하자’ 하면서 시작된 게 시크릿 소사이어티다. 힙 : 브랜드 이름이 운영하고 있는 클럽 이름과 동일하다. 이유가 있나. 바 : 그냥 말했다시피 처음에 그렇게 시작을 했고, 이 컨셉 가지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힙 : 이전 시즌에서는 몇 가지 모티브를 이용해 디자인이 전개되었다. 브랜드 자체 컨셉은 어떤 것인가. 앤 : 전체적인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은 뉴욕시티다. 바 : That’s it? 앤 : (웃음) Yeah, That’s it. 힙 : (웃음) 정말 심플하다. 모티브는 어떻게 선정하는가? 바 : 우리가 봤을 때, 그것이 쿨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모티브들의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우리가 너무 커버린 것 같다. 어렸을 때 쿨하다고 느꼈었고, 지금 와서도 그렇게 느끼는 것들. 설명하기가 쉽진 않은데, 우리 기준의 쿨함이 있고, 그 기준에 부합했을 때 진행하고 있다. 힙 : 지난 시즌에 진행했던 모티브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자면. 앤 : Lean 시리즈는 미국에서 소다랑 섞어서 마시는 감기약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고, 회색 티셔츠나 흰색 모자는 영화[파이트 클럽]을 모티브로 삼았다. 바 : 우리가 [파이트 클럽]을 같이 보다가, 한 순간에 둘이 같은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0.5초 정도 잠깐 지나가는 장면인데, 주인공이 어떤 뚱뚱한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다가 얼굴을 땠을 때, 티셔츠에 남은 눈물 자국. 그 장면이 우리 둘한테 임팩트가 있었고, 그게 지금 출시되어 있는 ‘Tyler Tee’다. 힙 : 지금 나와 있는 상품 중에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바 : 나는 발라클라바(Balaclava)를 추천한다. 그게 가장 우리 아이덴티티에 맞게 비밀스러우면서도, 기능적으로도 좋다. 쉽게 일반 사람들이 쓰고 다닐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앤 : 나도 같은 생각이다. 힙 : 컬렉션을 진행하게 되면 두 분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는가. 바 : 앤드류가 디자인을 여러 개를 하면,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셀렉하거나, 서로 의견을 내면서 발전시키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앤 : 코멘트를 계속 왔다 갔다가 하면서. 일종의 콜라보다. 바 : 앤드류 의견에 오케이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님 내가 욕심을 부리는 경우도 있고. 힙 : 의견이 부딪히면 주로 누가 양보를 하나.(웃음) 바 : 다 앤드류. (전원웃음) 성격이 되게 ‘Eh, Okay’ 힙 : (웃음) 친구 관계라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컬렉션을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가. 바 : 모티브들을 선택하는 것에 가장 신경을 쓴다. 이유 없이 그림이 예쁘니까 넣는 경우는 없다. 앤 : 다 레퍼런스가 있다. 바 : 그 레퍼런스를 보는 사람들이 찾아내던 안 찾아내던 중요하지 않지만, 우리 의도가 다 숨어있다. 한문 폰트만 봐도, 그냥 한문에 기울기만 준 게 아니라, 영화[영웅본색]에서 얻은 것이다. 그 때 당시의 올드스쿨, 갱스터, 아시아 영화의 그런 맛들이 다 담아내고 싶었고, 시크릿 소사이어티의 한문인 비밀사회(祕密社會)를 동일하게 디자인하게 되었다. 이렇게 기울기 하나, 모든 그림 하나하나에 이유가 다 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은 알 거고, 모르는 사람들은 모를 거고. 그 모르는 사람을 알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다. 힙 : 이번에 공개되었던 룩북 역시 비밀스러운 마약 거래 현장을 담았다. 바 : 그 소재 역시 가장 비밀스럽게 거래되는 것은 뭘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우리 옷들도 마약처럼 비밀스럽게 거래되도록 연결해보자 했고, ‘비밀’이라는 컨셉 속에서 계속 브레인스토밍하고 있다. 힙 : ‘시크릿’을 컨셉으로 갖고 있는데, 어느 순간 붐업이 되어 대중적인 스트릿 브랜드가 되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 바 : 별로 안 좋을 것 같다.(웃음) 잘되면 좋지만, 굳이 지금은 붐업되고 싶지 않다. 대중화가 되서 무슨 지오다노처럼 되면(웃음) 힙 : 바스코님은 뮤지션들과의 컨택이 가능해서, 아티스트 프로모션은 수월할 것 같다. 바 : 수월하긴 한데, 굳이 그렇게 푸쉬를 하고 있진 않다. 말했다시피 한 순간의 붐업을 원하는 것은 아니니까. 누가 이게 갖고 싶다 하면 주는데, 뭐 ‘신상품이 나왔습니다, 보내드릴게요, 주소 주세요’(웃음) 이렇게 까진 하지 않는다. 솔직히 그렇게 해서 줘도, 그 사람이 안 입으면 그만인 거 아닌가. 정말 자기가 원해서 ‘형, 그거 존나 이쁜데, 나 하나 줘’라고 하면 준다. 그럼 진짜 입으니까. 힙 : 이번에 트웰라이브(TWLV)와 콜라보한 N3B PARKA 제품이 출시되었는데, 어떻게 작업하게 되었나. 앤 : 얼마이티(트웰라이브)에 지인이 있는데, 그 브랜드에서 잘 만드는 대표 아이템이 아우터다. 그래서 하나의 스타일로 같이 해보자 하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힙 : 캐어라벨이나 방금 말한 N3B나 배 모양 그래픽이 있다. 그건 어떤 의미인가? 앤 : 이번 시즌 룩북도 그렇고, 베이스가 마약이다. 마약이 들어오는 경로를 생각하면 배나 비행기가 아닌가. 바 : 그래서 그래픽에 설명된 것이 PACKING, SHIPPING, DISTRIBUTION 이다. 힙 : INTERNATIONAL MOVEMENT 라고도 되어 있고. 앤 : 우리 Shipping이 WORLD WIDE니까 (웃음) 힙 : 앞으로도 다른 브랜드들과 콜라보 할 계획이 있나. 바 : 그렇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도 있고. 앤 : 47BRAND와 미팅 중이고, 지금 세인트페인(Saint Pain)과도 진행하고 있다. 힙 : 이 외에 협업 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바 : 슈프림 (전원웃음) 앤 : 그럼 좋지 (웃음) 힙 : 슈프림과 하면 한 방이겠다.(웃음) 브랜드를 시작하고 한 시즌이 지났는데, 한국 패션시장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 바 : 잘은 모르겠지만, 길거리만 봐도 뭔가 한가지 유행하면 우르르 쫓아가는 게 없지 않아 있다. 브랜드에서도 누가 어떤 아이템 하나로 대박을 쳤다면 그런 비슷한 아류작들이 나오는 것 같다. 물론 어떤 컬러나, 패턴 등 유행은 있겠지만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버리면서 쫓아가는 건 멋없는 것 같다. 만약에 핑크 컬러가 유행한다고 하면, 우리도 핑크를 할 수 있겠지. 근데 우리가 핑크를 푼다면 어떻겠나. 캠론(Cam’ron) 앤 : YEAH 바 : 그거는 FUCKING 게이 핑크가 아니잖아. (전원 웃음) 캠론이랑 연결시키면 멋있는 핑크다. 본인들의 컨셉 안에서 유행을 풀어내면 멋있고 간지겠지만, 단순히 트렌드만 따라가는 건 멋없다. 앤 : 시장에 대한 생각보다는 우리 색깔을 최대한 강하게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힙 : 인스타그램을 보니 해외에서도 문의가 많다. 해외구매 서비스도 시작했는데, 체감되는 반응이 있다면. 바 : 우선은 한국과 외국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조금 다르다. 예를 들면, 외국 친구들은 Lean 시리즈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있어서, Oh Shit! 이렇게 반응을 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이트 클럽 쪽이 더 반응이 좋고. 힙 : 다음 발매 역시 지난 FW와 같은 짧은 컬렉션들로 진행되나. 바 : 현재 시크릿 소사이어티 안에 라인이 세 가지가 있다. LEAN 라인, 파이트 클럽 라인, 스탠다드 라인. 이 세가지 안에서 나올 게 아직 더 있다. 라인을 더 늘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 세 가지에서 여러 가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힙 : 이제 발매될 S/S시즌에는 뭔가 마스크처럼 시크릿한 아이템이 있을까. 바 : 고민 중이다. 굳이 아이템으로 뽑아내는 것 보다, 디자인 포인트로 사용하면 어떨까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배게 안에 비밀 주머니를 넣거나, 라벨을 작은 주머니로 만들던가 하는.. 뭔가 숨길 수 있는 느낌으로 계획하고 있다. 힙 : 올해 조금 있으면 설날인데, 브랜드로써 목표가 있다면. 바 : 이 친구(앤드류 송)가 먼저 말했다. 5년 동안 돈 벌 생각하지 말라고. 우선은 그냥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큰 목표는 없다. 힙 : 공식적인 질문은 모두 끝났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앤 : 난 없다. (웃음) 바 : 우선 시크릿 소사이어티 관심 깊게 봐주길 바란다. 아무래도 디자인의 미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 브랜드에서 어떤 생각으로 이런 디자인을 했을까 하는 고민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랩으로 치면 음악을 틀어서 ‘듣기 좋은 소리다’하고 넘기기 보다, 가사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듯이 말이다. 우리가 모티브로 사용한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를 한번 봐야 옷을 입었을 때 본인이 좀 더 스페셜한 옷을 입고 있다라는 느낌도 가질 수 있고, 우리에 대해서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그 스웩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인터뷰 | 김가람, 차예준 (HIPHOPPLAYA.COM) 시크릿소사이어티 힙플스토어 (http://secretsociety.hiphopplaya.com) 시크릿소사이어티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crtscty/)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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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넉살, “작은 것들의 신이니까. 작은 사람들은 싸우지 못하거든”  [16]
HIPHOPPLAYA (이하 힙플) : 앨범이 상당히 미뤄진 걸로 알고 있다. Nucksal (이하 넉) : 원래는 VMC에 들어오기 전 한 3년전부터 이미 내 머릿속에 있던 EP규격의 앨범이었다. 그러니까 이 스토리는 다섯 곡으로 완성하려고 생각했던 앨범이었는데. 결국에는 ‘밥값’, ‘올가미’, ‘작은 것들의 신’이 살아남고 앨범은 더 크게 확장되었다. 힙플 : ‘밥값’, ‘올가미’, ‘작은 것들의 신’이 그렇게 오래된 곡이라고 전혀 생각 못했다. 앨범을 확장시킨 특별한 이유가 있나? 넉 : 상구형이 말하길 ‘이렇게 시간이 길어진 상태에서 EP앨범으로는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 할거다’라고 하더라. 게다가 작품을 한 단위로 볼 때 EP는 의미가 없으니 플랭스로 가자는 조언을 해줬다. 결국 12트랙으로 앨범을 확장했지만, 시간은 더 지체 됐지.. (웃음) 힙플 : 기간으로 따지면 얼마나 걸린 앨범인가? 넉 : 내용정리 하는 데만 1년정도가 걸렸고, 비트 교체하고 후반작업이 7~8개월 정도 걸렸다. 힙플 : 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원제의 책이 있지 않나, 책과 앨범의 연관성에 대해 넉 : 솔직히 제목 말고는 없다. 그래도 책의 내용과 비슷한 메타포를 따온 게 있다면, 결국 그 책에서 말하는 게 어떤 소수 신앙자들을 얘기할 때나 그것들을 표현 할 때, 작은 것들이라는 얘기를 하거든. 소소한 것들, 우리는 거대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결국 굉장히 작은 것들을 입밖에 낼 수밖에 없다는 건데, 그런 식의 정서들을 내 방식의 메타포로 사용했던 것 같다. 우리 같이 알바나 비정규직으로 사는 사람들, 내 주변이 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대변하고 싶었다.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왜 항상 잘되는 사람만 잘될까? 안 되는 사람들은 왜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가?’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신은 있을까? 그런 메타포를 책에서 빌려왔고, 거기서 우리의 일상을 대입 시켰다. 힙플 : 'Make it slow'에서 넉살은 시간에 초연하지만, 이제 이곳의 논리를 알만한 짬밥이고, 아는 만큼 눈에 보이고 보이는 것들이 눈에 밟힐 나이 아닌가, 왠지 이 곡이야 말로 스스로에게 용기를 복 돋아 주는 곡일 것 같다. 넉 : 이건 진짜 귀신 같다. (웃음) ‘Make it slow’는 정말로 나 자신을 위로하려고 쓴 가사였다. 나이 서른이나 처먹었는데 아직도 뭔가 이렇게 부유물처럼 떠있는 거 같고, 돈도 제대로 못 벌고 시간은 항상 촉박한데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압박감이란 게 솔직히 없을 수가 없거든. 아무리 초연해지려고 노력해도 말이다. 그런 식으로 내가 불안하니까 사실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나를 위로하는 트랙들이 많았다. 나 자신한테 ‘그래 괜찮아 할 수 있어’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Make It Slow’는 정말 그거였다. ‘서른이 돼도 좋은 음악을 하면 가능할거야, 늦지 않았어’ 라는 막연한 희망들. 세상이 아무리 날 떠밀고, 너 망했어 시발 너 존나 늦었다고 얘기해도 ‘아니야 나 같은 인간도 서른 나이에 상구형 같은 좋은 사람 만나서 이런 음악 낼 수 있어 할 수 있어!’라고 나 자신한테 계속 복 돋아 준거지. 무서울 정도로 정확히 포착했다. 힙플 : 제이지, 무라카미 하루키, 비비안 웨스트우드 모두 대기만성한 아티스트들이다. 이들의 존재가 실제로 어떤 영감을 주기도 했나? 넉 : 하루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다. [잡문집]이라는 수필집이 있는데 거기에 하루키가 언제, 왜 글을 썼는지가 나온다. 야구경기를 보다가 어떤 타자가 구회 말에 장외 홈런을 치는 순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나이 서른에 말이다. 멋있게 살 붙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웃음) 어쨌든, 그 구절이 너무 멋있었다. 내가 딱 서른이 되던 해에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됐다. 제이지의 첫 번째 앨범이 28살 즈음이었고,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자신의 샵을 차렸을 때가 서른이었다고 한다. 그들을 나열하면서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힙플 : 넉살이 가지고 있는 그런 불안감의 원인에 분명 지금의 시대상황이 한몫 했을 것 같다. 어쨌든, 미디어가 커리어에 상처를 줄 거란 걸 알면서도 등을 떠미는 상황이다. 악마들과 TV 프로 속 PD 야바위꾼들의 빠른 손놀림 너의 등을 떠미는 정체 불명 불안감의 원인 뭘 해도 늦은 듯한 기분이 들어 그래서 너의 재능을 상처 입힐 채찍을 들어? 넉 : 맞다. 요새 상황이 그렇다. 그런데 이 구절은 미디어에 대한 악감정이 아니라 철저히 삼자입장에서 상황을 묘사하고 싶었다. 실제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미디어가 인디음악, 힙합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뜻 봐도 너무 실체화 되어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굳이 감정적으로 묘사하기는 싫었다. 어차피 내가 얘기하니까 주관적이고 일차원적이겠지만 말이다. 음악은 그냥 음악인데 요즘은 음악들이 미디어를 통해 눈에 보이는 비주얼적인 가치로만 판가름 나고 있다. 그 중심에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 있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공중파 방송에서 ‘랩스타의 탄생’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다뤘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렇게 힙합이 다루어지는걸 보면 참 웃기다. 솔직히 말해서 난 음악은 그냥 음악만으로 남았으면 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Make It Slow’나 앨범 전체적으로 그런 가사들이 되게 많았는데, 그렇지만 그게 미디어를 보이콧하는 느낌이었다기 보다는 실제상황에 대한 내 나름의 묘사였다. 거기에 악감정이 묻어났다면 어쩔 수 없지만.. (웃음) 다만, 최소한 그런 가사를 쓸 때에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묘사하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다. 힙플 : ‘Make it slow’에서 시간에 초연하지만, 뭔가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그 반대지점에 ‘올가미’가 있는 것 같다. 쫓아오는 시간에 대한 실제적인 압박감들 말이다. 넉 : ‘올가미’는 진짜 쓰는데 6개월 정도가 걸린 것 같다. 왜냐면 지금도 정말 보고 싶지 않은 글이거든. ‘내 머리 하나 들어갈 올가미’라는 게 자살할 때의 목줄을 표현한 거였다. 쓰지 말아야 되는 가사인데 써야만 하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꼭 필요했다. 뭔가 X같은데 필요한 거. ‘살아서 뭐하냐’라는 가사를 꼭 쓰고 싶었다. 그런 가사를 쓸 때면 내면으로 계속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우울해지고 착잡해진다. 힙플 : 내가본 넉살은 쾌활하고 어둠 없는 사람인데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편인가? 넉 : 물론 한다. 고등학교 때는 그게 좀 심해서 병원도 다니고 그랬었다. 사람이 자기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그런 생각들을 안 할 수가 없거든. ‘살아서 뭐하냐 일해서 뭐해 아무 의미가 없는데’라는 생각들, 한번씩 하지 않나? 그저 양면화 돼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 그럼 ‘올가미’ 가사작업은 여러모로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 같다. 넉 : 죽음에 가장 가까운 가사를 써야 하는데 그걸 쓰려고 집중하다 보면 사람이 우울해지더라. 그리고, ‘올가미’는 사실 ‘밥값’의 인터루드 같은 곡이다. 처음에는 인터루드라는 단어를 붙일까도 생각했었다. ‘밥값’이랑 연결되는 구절들은 ‘무말랑이’ 같은 단어들인데, 음식들을 나열하면서 밥값의 예고편 느낌을 주고 싶었다. 힙플 : 이 곡을 많이 듣지는 않겠군 넉 : 잘 안 듣는다. (웃음) 하지만, 굉장히 힘들게 쓴 만큼 되게 마음에 드는 곡이다. 힙플 : 'Skill Skill Skill'은 재치 있는 주제의 워드플레이도 인상 깊지만, 어쨌든 랩퍼의 하드웨어를 강조하는 곡이다. 사실 요즘엔 하드웨어적으로 탄탄한 랩보다도 탄탄한 기믹랩이 주류로 떠오른 감이 있다. 넉 : 이게 참.. 요즘에 랩 하는 사람들은 연기를 잘해야 된다. 액팅이 가미된 랩들의 세상인 것 같다. 말하자면 워드나 문장이 뿜어내는 바이브보다 ‘나는 이런 캐릭터라 이런 랩을 해’라는 액팅이 가미된 음악들이 지금의 주류를 차지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어떤 면에서 나는 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런 식의 외부적인 것들이 부각될수록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은 분명히 힘을 잃어 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Skill Skill Skill’같은 경우에 그런 하드웨어에 대한 고찰들이 비중을 차지한다기 보다는 그냥 ‘내가 랩 이만큼 잘해요’ 하는 트랙이다. 거기에 뻔하지 않기 위해 ‘랩 테크닉 = 직업 기술’이라는 장치를 넣은 거지. 아버지한테 타이어도 하나 못 가는 놈이 무슨 음악을 하냐고 가서 기술이나 배우라는 말을 듣고 정말 거기서 초안을 짜서 만들었다. 힙플 : 아마 넉살의 톤과 발성이 1차적으로 테크니션의 인상을 심어주는 것 같다. 딥플로우는 자신의 랩을 베이스기타에 비유했는데, 넉살의 랩은 비유하자면? 넉 : 예전에 인터뷰에서 나는 내 톤을 싫어한다고 얘기한적이 있는데 난 사실 이 하이톤에 로망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난 랩을 한다면 상구형 같은 톤에 그런 묵직한 라이밍을 박는 랩을 하고 싶었다. 내가 옛날에 들었던 랩들이 그런 것들이었고, 그런 거에 심취해서 시작을 한 건데 어쩌다 보니까 내가 이렇게 되어있더라. (웃음) 뭐, 어쨌든 상구형이 적절한 표현을 해준 것 같다. 상구형은 말 그대로 덩치처럼 묵직한 베이스기타 같은 스타일이다. 그리고, 상구형은 라이밍 만으로도 스토리라인을 연결할 수 있을 정도로 라이밍 구사에 있어선 한국에서 탑 수준이기도 하다. 상구형 라이밍에는 어떤 타격감까지 있는데 심지어 거기다 이야기가 연결될 정도니 라이밍에 있어선 엄청난 고수다. 그래서 상구형은 ‘랩 하면 라임’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말 그대로 베이스 랩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라임에 대한 구조를 많이 깨려고 한다. 더 이야기처럼 문장 전체를 살리는데 힘쓰는데 그런 식이니까 아무래도 라임보다는 변주가 많이 필요한 스타일이다. 내가 내 랩을 일렉기타에 비유 한 건, 내가 랩을 화려하게 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면 내 가사는 진지하고 묵직하게 랩하면 그대로 진지충이 되는 가사거라는 말이다. (웃음) 분명 ‘아 이 새끼 뭔데 혼자 세상 다 산 것처럼 존나 진지해’ 하겠지. (웃음) 그래서 내 나름대로 진지한 가사이되 재미있게 들리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던 것 같다. 나는 본질적으로 박히는 가사들을 들려주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조금 더 화려하고 일렉기타 같은 랩이 필요했던 것 같다. 힙플 : 어떻게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기도 하겠다. 넉 : 뭐, 좋다 (웃음) 랩 잘한다고 해서 좋은데, 사실 지금은 ‘나 가사도 꽤 써요’라고 어필해야 되는 상황이 되긴 했지 (웃음) 힙플 : 씨잼이 힙플 인터뷰에서 ‘랩퍼는 랩을 잘해야 된다’라고 하더라 (웃음) 넉 : 그건 당연한 거지 힙플 : 가만 보면 기똥차게 뱉는 랩퍼들 입장에선 충분히 배알 꼴릴 것 같기도 하다. (웃음) 넉 : 근데 상구형 말대로 결국에는 ‘정신 똑바로 박힌 랩퍼’만 살아남게 된다. 랩이라는 건 내가 보기엔 도구와 같다. 힙합이라는 틀 안에서 어떤걸 표현하고자 할 때 쓰는 도구인데, 생각해보면 ‘무엇을 표현하고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 표현하려면 결국에 랩을 잘해야겠지. 음식점에 가도 일단은 맛이 있어야 되지 않나 힙플 : (웃음) 딥플로우가 라디오에서 우스개 소리로 '정신 똑바로 박힌 랩'이라는 말을 꺼냈지만, 굉장히 펀치감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넉살이 다른 스킬풀한 MC와 분류되는 구별점이기도 하고. 넉 : 음식점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중요한 건, 앞으로는 그 안에 어떤 재료가 들어있고, 어떤 구성이 갖춰져 있어서 본질적으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가 부각되는 시대가 분명히 올 거다. 상구형이 라디오에서 말한 ‘정신 똑바로 박힌 랩’은 아마 그런 얘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본질이다. ‘무엇을 표현을 하려 하는가’가 확실히 뿌리 박혀 있어야 되고, 그게 의문사로 끝나든 느낌표로 끝나든 에너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거다. 랩 자체의 청각적인 즐거움을 넘어서야 한다는 거지. 랩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노래와 비교해 단순하게 가사가 졸라 많다는 점인데, 만약 16마디를 4마디씩 4개로 나눈다면 그건 4연짜리 시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4개 문단으로 나누었을 때 문학적인 장치가 분명히 있어야 되고, 가사적으로는 메시지라는 에너지가 있어야 되겠지. 하지만, 메시지라는 게 꼭 사회를 선동한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랩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그린클럽(Green Club)이 이번에 나왔는데, 그 곡들은 가벼운 내용에 굉장히 쉬운 단어들을 사용해 표현한 랩이지만, 그 앨범이 표현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확실했기 때문에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힙플 : '밥값'의 비디오가 공개됐다. 이 비디오의 콘티를 살짝 들었었는데, 스토리라인이 기똥차더라 넉 : 상구형이 녹음을 하는 순간 이 스토리를 다 생각했다. 이 앨범은 전곡이 상구형의 디렉을 받은 앨범이거든. 밥값을 녹음하면서 이 뮤비에 대한 스토리를 얘기해주더라 결국에는 돈의 순환을 얘기하는 건데, 사실 ‘밥값’에서 진짜 담고자 했던 내용의 일부만 발췌한 거지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고등학생 친구가 CD를 사면서 낸 만원이 계속 돌고 돌아서 노래방 도우미한테도 갔다가 직장인한테도 갔다가 나한테도 왔다가, 다시 그 소년에게 돌아가는 식의 돈의 순환과정인데 ‘밥값’은 내가 일부러 장치를 많이 뒀고,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곡이다. 힙플 : 이 곡은 개인적으로 감동적인 곡이었다. 넉 : 뮤비가 또 한 몫 했다. 엄마랑 된장찌개 나오면 끝이지! (웃음) 힙플 : 라디오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좋은 '질'에 항상 높은 '값'이 따라오는 건 아니다. '밥값'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넉 : 라디오에서도 얘기했지만, 난 곡에 대한 주석 자체를 싫어하기도 하고, 나한테는 그게 크다. 받아들이는 청자가 마지막으로 완성 시키는 것. 어떻게 해석하느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에디슨’ 같은 가사에서 많은 의문들을 던졌던 거고, 이번에 힙플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Q’에서도 그런 라인들을 많이 넣은 거였다. 인터뷰니만큼 ‘밥값’에 대한 내 나름의 코멘트를 달자면 그건 정말 ‘값’과 ‘가치’에 대한 얘기였다. 나도 가끔씩 내가 랩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응당 그 만큼의 값을 받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그럴 거다. 육체노동을 하던지 재능을 파는 사람이라 던지 분명 다들 어느 정도의 불만들이 있을 건데, 내 경우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값이 매겨지는 매커니즘에 대해 정말 원초적인 것부터 따지고 들어가봤던 것 같다. 결국에는 살기 위해 필요한 의식주가 있는데 그 중 식을 택해서 원초적으로 값을 밥으로 표현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한 마디로 ‘밥값’이라는 건 내가 응당 받아야 되는 값인 거다. 힙플 : 하지만, 이 곡이 인상적인 건 그런 볼 맨 소리들이나 불만토로로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달한 결론이 있나? 넉 :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니 ‘그럼 이제 여기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될까?’ 라는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달한 결론은 결국 값이 가치를 만드는 건 아니니까 그 가치에만 집중하자는 거였다. 마치 승패와 상관없이 엄마가 차려주는 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듯이, 사랑이 기다리고 있듯이, 값이 가치와 일치될 때까지. ‘만약 너도 가치에 집중하며 부끄럼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면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거다.’ 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힙플 : 하지만, 곡의 마지막 구절은 상당히 씁쓸한 결말이다. 혹은 차가운 방 불 꺼진 겨울 타지에서 혼자 꿈을 끓이는 이의 열망 내가 지던 이기던 신경 쓰지 않는 세상과 매일 아침 마주하는 그 밥상의 값은 얼마 넉 : 맞다. 사실은 엄마만 우리를 기다리지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된다’ 라는 라인도 하나 넣어놨다. 여러 가지를 담고 싶었고, 담아낸 곡이다. 힙플 : 그런 점에서 ‘Do it For’에서 넉살의 벌스는 개인적으로 꼽은 최고의 벌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30살 신인 랩퍼 넉살이 치열하게 살아남고 변해온 과정들이 한번에 읽혔거든. ‘난 사랑을 내밀었지만, 세상은 돈을 원해 그래 나도 그게 편해’ 넉 : 그야말로 실제로 랩에서 화를 내기 때문에.. (웃음) 나는 개인적으로 로맨티스트가 되고 싶다. 뱃사공형처럼 항상 로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로망이나 꿈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그라들지만, 항상 영혼을 믿는 거고. 그런데, 실제 세상에서 로망이라는 건 사실 그저 기호품 같은 거다. 담배처럼 피든 안 피든 상관이 없는 거지. 세상이 그런걸 원하지 않는데 나만 그런걸 원하고 갖고 있다면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 세상이 원하는 대화방식은 돈인데 그런 상황에서 괜히 내 영혼이나 곤조나 가치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어느 순간 에너지 소모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그래.. 돈 얘기가 오히려 나도 편하다’라는 자세를 취하는 거지. 힙플 : 잘쓴 가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리리시스트들의 공통점은 자칫 감상에 빠질 수 있는 주제도 촌스러운 코드들을 잘 피해간다는 점. 딥플로우는 페이소스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점이 넉살 가사의 포인트라고 했다. 넉 : 쥐어짜려고 하는 트랙은 그렇게 가주는 게 맞다. 페이소스나 그런 식의 음악적 장치를 많이 이용할수록 진부함을 피할 수 있거든. 내가 실제로 그런 것들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긴 하다. 사실 이번 앨범은 내가 주제를 굉장히 기발하거나 독특하게 잡은 앨범이 아니기 때문에 ‘에디슨’ 같은 가사나 ‘Organ’류의 스페셜한 혹은 독특한 가사들은 없었을 거다. 페이소스 같은 장치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 뻔한 얘기를 뻔하게 랩하고 뻔하게 표현한다면 누가 그걸 듣겠나, 뻔한 주제를 쓴다면 철저히 나만의 색깔로 풀어야 한다. 한 마디로 내 가사에서 페이소스들은 어떤 기교가 아닌 필수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힙플 : 사람들은 아직 랩 테크니션으로서의 넉살에 더 주목하는 듯 하다. 사실 그 이전에 뛰어난 리리시즘이 빛난 앨범 아닌가. 피드백에 대한 어떤 아쉬움은 없나? 넉 : (웃음) 사실은 작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힙플 : 피드백을 살펴보는 편인가? 넉 : 1분에 한번씩 노이로제 정신병자처럼 계속 찾는다. (웃음) 솔직히 안 본다면 구라고 진짜 많이 찾아보는데, 피드백들에서 조금 아쉬웠던 건, 요소적인 장치로 ‘여기로 들어오세요’ 했던 곡들, 예를 들면 ‘악당출현’ 같은 곡만을 맛있게 먹어주는 건 조금 아쉬웠다. 실제로 ‘악당출현’이 가장 반응이 좋았고, 성공했는데, 사실 그건 대놓고 그런 함정을 파 놓은 곡이었거든. 그런데, ‘밥값’이나 이야기했던 ‘Do it For’의 벌스나 여러 가지 문학적인 장치를 동원해 ‘이 가사는 여기서 애들이 싸겠다’ 했던 라인들은.. (웃음) 의도들을 또 피해가더라. 그냥 ‘랩이 좋네, 먹먹하네 눈물 나네, 밥값 해야겠네’ 이런 식으로 (웃음) ‘밥값 하러 갑니다~’ 류의 피드백들. 사실 밥값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 담고자 했던 메시지는 치열하게 산 너의 삶조차 응원한다는 거였거든. 힙플 : 딥플로우는 ‘이 곡(밥값)의 반응이 없으면 은퇴를 해버리겠다!’라는 발언까지 한 상태인데.. 심각한 거 아닌가? (웃음) 넉 : 하지만 이 정도면 선방은 했기 때문에, 은퇴는 안 해도 될 거 같다.. ^^; 힙플 : ‘ONE MIC’라는 곡 이야기를 해보자. 쇼미더머니로 인생이 바뀌는 랩퍼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이번 스눕독 사건을 묘사하기도 했다. 넉 : 첫 벌스부터 중반까지는 내 이야기다. 쇼미더머니2에 나갔을 때의 상황과 똑같거든. 힙플 : 쇼미더머니에 나간 커리어가 이런 가사를 쓰는데 발목을 잡진 않았나? 넉 : 전혀. 만약에 그게 쪽팔리다고 생각하고, 나의 흑역사를 들춰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밑도 끝도 없다. 비록 떨어져서 아쉽지만 지금은 그냥 재미있게 잘 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회사원 형님이랑 하는 영상이 아직도 돌고 있는 걸 볼 때면 막 찌릿찌릿하고 (웃음) 볼 때마다 미칠 거 같긴 하지만.. 뭐 어떻게 하겠어? 지나간 일인데 (웃음) 어찌됐든 중반까지 나의 경험을 토대로 가사를 썼고, 그 다음부터는 스눕독 사건을 보고 나서 느낀 그 충격과 공포와 전율의 도가니에 관해 이야기했다. 상구형이 그걸 보자마자 그 주제를 생각했고, 나한테 던져주었다. 힙플 : 가사 내용처럼 그런 식으로 태도가 변한 랩퍼들을 실제로 본적이 있나? 넉 : 벌스3는 완전한 픽션이었지만, 사실 뭐, 딱 봐도 그럴 거 같다. 힙플 : ‘HOOD’ 역시 스토리텔링으로 서사를 끌고 가는 곡이었다. ‘원하던 성공을 이뤘지만 어딘가 삐끗한 삶들’ 정도로 압축해본다면 ‘ONE MIC’의 이야기와 무척 닮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넉 : 맞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이야기들이다. ‘보이즈 앤 후드(Boyz N The Hood)’라는 영화를 옛날에 봤었는데, 마일드비츠 형한테 비트를 받아서 듣는 순간 그 영화가 생각이 나더라. 게토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 그걸 한국식으로 대입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에 했고, 주제의 초안을 잡았다. 돈을 벌러 동네를 떠났는데, 지금의 자신이 부끄러워서 동네에 못 돌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분들을 상상했다. 힙플 : 넉살도 뭔가 마음의 안식처 같은 후드가 있나? 넉 : 나한테는 연희동이 그렇다. 힙플 : 레이블들의 숱한 공연곡들이 있지만, '악당출현'은 소재 선택에서 이미 임팩트가 굉장하다. 산왕 홈그라운드에 들어간 북산의 이미지라니. VMC와 굉장히 잘 맞아떨어진다. 넉 : 이 곡은 원래 VMC 컴필레이션을 만들 때 수록하려고 했던 곡인데, 내 앨범에 가져가게 됐다. 상구형이 앨범의 전체적인 디렉션도 보지만 ‘악당출현’같은 경우에는 상구형이 ‘버기(Buggy)’한테 곡을 요구해서 만들어냈고, 랩 더블링부터 훅까지 모두 상구형이 정리 하기도 했다. 힙플 : 아직 앨범이 전부 소화되기엔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악당출현을 앨범의 킬링트랙으로 꼽았다. 물론 좋은 곡이지만, 어느 정도 단체 곡 어드벤티지를 가지고 갔다고도 생각된다. 양화의 작두처럼. 넉 : 아까 얘기했다시피 의도와 함정이 다른 곳에도 분포돼있는데, 다른 함정에도 좀 듬성듬성 빠져줬으면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웃음) 힙플 : 이번 앨범에서 가장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곡이 있다면? 넉 : 솔직히 열 두 곡 모두 애착이 있다. 상구형이랑 쥐어짜고 싸우면서 만든 앨범이니까. 굳이 꼽자면 ‘작은 것들의 신’의 첫 구절이 생각나는데, 그 가사를 보면 진짜 감회가 새롭다. ‘하수구 냄새를 맡으며’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실제로 플스방 알바 할 때 옆에 싱크대에서 하수구 냄새가 계속 났거든. 모니터 꺼지지 않게 마우스를 흔드는 것도 실제로 포스 화면 안 꺼지게 마우스 건드는 게 일이었다. 지금 보면 정말 고등학교만 나와서 알바만 하던 애가 힙합 앨범을 냈다는 감회에 젖는 가사다. 힙플 : 딥플로우가 ‘너는 아직 오르간을 뛰어넘지 못했다’라는 말을 했다고 했는데 (웃음) 이 앨범으로 커리어 하이를 갱신한 것 같나? 넉 : 그거는 사람들이 평가해주겠지 (웃음) 나는 그냥 이 앨범을 내서 기분이 좋다. ‘오르간’은 그때의 바이브와 나의 집중력이 맞아 떨어진 곡이고, 이 앨범은 내가 서른이 돼서 본 풍경과 그 동안 겪은 삶에 대한 얘기니까 또 나름의 그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 개인적으로 이런 소시민적 코드에 되게 취약한 취향이 아닌데도, 감정선을 여러 번 건드리는 앨범이었다. 같은 의미로 [양화]나 [The Anecdote] 정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본인이 직접 두 앨범의 영향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넉 : 솔직히 디테일은 모르겠다. 그런데 딱하나 얘기할 수 있는 건 작년에 앨범을 준비하면서 센스형의 ‘비행’을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뱃사공형이랑도 맨날 그 얘기를 하는데, 딱 듣는 순간 사람이 존나 우울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소리가 몸 속으로 들어와서 마음을 어그러트리는 느낌. ‘비행’이라는 곡이 나한테 딱 그랬다. ‘내가 많이 변했냐?’라는 첫 구절에 이미 게임 끝난 거지 (웃음) 그런걸 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좋든 안 좋든 사람들의 마음을 만질 수 있는 그런 랩 말이다. [The Anecdote]나 [양화]가 그게 쌨던 것 같다. 힙플 : ‘Sleep Tight’은 어땠나? 넉 : ‘Sleep Tight’은 개인적으로 노멀했다. 나는 ‘비행’이 작년 통틀어서 내가 들은 한국 음악 중에 제일 좋다. 근데 너무 마음을 뒤흔드니까 자주 듣지는 못했지 우울해질 까봐 힙플 : ‘작은 것들의 신’은 시스템의 불합리를 정서적으로 깔고 가는 앨범이지만, 그럼에도 X 같은 시스템이라고 말하거나 그런 것들에 저항하는 가사를 담지 않았다. 넉살만의 확고한 서사 규칙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넉 : 작은 것들의 신이니까. 왜냐면 작은 사람들은 싸우지 못하거든 (웃음) 소시민들은 절대 시스템에 싸우지 않는다. 가정을 하자면 이런 거다. 굉장히 불편한 의자가 있는데 그 의자에 항상 앉아야 있어야 된다. 그럼 어떻게 될까? 아마 이 의자가 불편하다는 생각을 잊고 그 의자에 적응을 하고, 처음에는 불편한 의자였지만 결국 편하게 앉는 방법을 찾게 될 거다. 그리고 나중에는 편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겠지. 인간의 적응 같은 거다. 힙플 : 다른 말로 노예근성 넉 : 담배 값이 오천 원이라고?! 지금 누가 그런 말하나 아무도 그런 말 안 한다. 두 배로 올랐는데도 (웃음) 힙플 : 매소드 랩이었던 건가? (웃음) 넉 : 그게 좀 담겨져 있다. ‘아, X같아..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어’ 같은 생각은 당연한 거다. 누구나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 이 구조가 기형적인 건 모두가 안다. 하지만, 기형적이라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그건 모순적이지만, 내 앨범에서도 ‘이 사회의 불합리와 내 등을 떠미는 세상, 그걸 고쳐야 합니다’라고 얘기 하진 않는다. 난 그냥 ‘이 세상은 기형적이에요’ 정도 까지만 얘기할 뿐이지 그걸 고칠지 말지는 각자의 판단이다. 힙플 : 그런 서사 방식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한다. 넉 : 나한테는 그게 정말 중요하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음악이 사람들한테 닿았을 때 온전히 그 순간 와 닿는 감상이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힙플 : 이번 앨범을 잘 감상할 수 있는 팁이랄까? 넉 : 뭐, 뻔할 뻔자로 처음에는 재미있는 랩을 즐겨주시고, 시간이 좀 된다면 가사와 함께 보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나는 텍스트로만 봐도 얘기가 멋있게 나오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힙플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궁금하다. 넉 : 어떤 방식으로일지는 모르겠지만, 오디(ODEE)와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코드쿤스트(Code Kunst)와 EP프로젝트가 있는데, 그거에 대한 주제들이 몇 개 있는 상태다. 그 두 개가 내 개인적인 올해의 목표고, 싱글이나 무료공개곡들도 자주 하려고 한다. 힙플 : 이제 막바지다. VMC는 한결같이 강단을 지켜왔고, 그 강단이 이끌어온 감이 있다. 그런데, 얄팍한 생각으로 ‘그 강단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봤다. 많은 레이블들이 다른 길로 샐 수 있다는 많은 여지를 만들어놓지 않나 넉 : 나는 내가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걸 수도 있겠지만, 그 강단이라는 게, 한 번도 틀린 말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거를 강단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건데, 누가 들으면 ‘내 욕하는 거 아니야?’ 라고 들릴만한 강단임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그게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상구형이 만든 스탠스는 반드시 필요한 거였다고 본다. 내가 아는 상구형은 절대 개소리나 뻘소리 하는 사람이 아니다. 확실히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강단이 발목을 잡더라도 우리는 ‘틀린 말 한 거 아닌데 뭐 어때?’하고 넘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난 그런 강단이 좋다. 사실, 누구를 미워하는 건 내 타입도 아니고, 난 겁쟁이라서 누구를 직접적으로 디스하는 건 잘 못하지만, 그래도 할말은 하고 살아야 하지 않나? 말도 안 되는 랩으로 돈 버는 애들한테는 일침 한번 쏴주는 게 필요할 때도 있는 거다. 힙플 : 2016년 VMC는 어떨 것 같나? 넉 : 내가 옛날에 개그맨 이국주씨를 보면서 그랬다. ‘아 저 사람은 진짜 재미가 없다 진짜 안되겠다’ 했는데 어느 순간 엄청나게 재미있어지고, 그 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대가 오더라. 그때 느낀 게 있는데, 버티고 살아남으면 언젠가는 화살표처럼 후르르 하다가 차례가 온다는 거다. 그런데, 올해 비로소 포기하지 않고 이 게임을 떠나지 않고 있었더니 그 화살표가 우리한테 굉장히 가까이 온 것 같은 느낌이 온다. 화살표가 또르르 가다가 사람들 다 돌고, ‘너희 남았네?’ 하면서 우리한테 오고 있는데, 그 타이밍이 올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넉살 [작은것들의 신] 쇼케이스 http://hiphopplaya.com/live/3108 인터뷰 | 차예준 (HIPHOPPLAYA.COM) 넉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ucksal/ 넉살 트위터 https://twitter.com/nucksal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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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버벌진트(Verbal Jint), '작은 프레임 안에서 앨범을 만든다는 건 내 지성이나 모험심을 모독하는 것'  [20]
힙플 : 드디어 고하드가 나왔다. 감회가 어떤가? Verbal Jint (이하 VJ) : 2015~2016년 뿐 아니라 그 후로 올 몇 년 동안 유효할 것 같은 이야기들을 나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담아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속 시원하고, 동시에 텅 빈 느낌이다. 힙플 : 긴 시간이 걸린 앨범이다. 앨범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나? VJ : [Go Hard]라는 제목 자체가 [Go Easy]를 만들다가 생각난 것이었으므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쌓여온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다. 2011년 처음 의도한 바는 믹스테입 만들듯이 배설을 해보자는 것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다 보니 swag 얘기 없고 디스곡 없이 건조하고 밀도 높은 reality rap 앨범을 만들고 싶어졌다. 한국음악 팬들이라면 다들 아실 것으로 생각되지만, 각종 피처링, 프로듀싱 작업과 TV출연 등으로 내 앨범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기가 상당히 많았고 편곡도 많이 갈아엎었다. 그러다 보니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졌다. 힙플 : 앨범을 시작하게 만든 어떤 구체적 계기가 동기가 있었다면? VJ : [Go Easy]나 [10년동안의오독 I]에서 '김진태'로서의 이야기를 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야기나 소소한 일상이야기를 다룬 곡들로 인해 가려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버벌진트가 아닌 사회구성원 김진태의 이야기를 대놓고 하고 싶었다. 힙플 : [Go Easy]의 반작용으로 [Go Hard]가 탄생했따면 굉장히 치열한 과정이었을 것 같다. 앨범을 만들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나 슬럼프가 있었나? VJ : 하루에도 수십 번 기분이 바뀐다. [Go Hard]를 작업하는 와중에도 역시 흥미로운 일상랩, 연애랩, 심지어 전혀 힙합이 아닌 음악적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떠올랐고, 유희하는 기분으로 곡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는데 그것들을 뒤로 미뤄두고 '최대한 현실적인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단속하는 것이 어려웠다. 음악스타일 자체만 놓고 보자면 일상적으로 Metro Boomin, London on da Track, Ty Dolla $ign, Future, Mike Will Made It, Young Thug, Chance The Rapper 등등을 즐기다가 다시 내 작업에 몰두하며 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 침착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힙플 : 고하드에 대한 예고가 나온 시점부터 몇 년에 걸쳐 기대치가 정말 많이 쌓인 앨범이다. 혹시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VJ :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청자들이 나에게서 기대하는 모습에 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이 따로 있고 나는 조연을 맡을 뿐인 피처링작업에서는 다르지만) 내가 나에 대해 갖는 기대치가 가장 중요했다.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고밀도 가사를 쓰느라 에너지 소비가 많았고, 견고한 사운드 건축물을 원했기 때문에 큐베이스를 오래 붙잡고 앉아있느라 허리에 부담이 되었고, 담배가 많이 늘었다. 힙플 : 부제가 '상향평준화'에서 '양가치'로 바뀌었다. 제작 과정 중 전체적인 그림이 바뀌기도 했나? VJ : 딱히 방향설정을 바꾼 것은 아니다. 단지 작업곡이 10곡을 넘어설 때쯤 '양가치'라는 제목에 걸맞는 그림이 그려져 가는 것을 느끼고 제목을 그렇게 바꾸게 되었다. 힙플 : 일단, 고하드를 기다린 팬의 한 명으로서 감사하게 즐기고 있다. 피드백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주변 반응은 어떤 것 같나? VJ : 반응은 예상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 널려있는 힙합과는 전혀 다른 소재들을 다루다 보니 프로레슬링 선수 보듯이 랩퍼들을 대하는 수많은 힙합소비자들과는 별로 이어지는 지점이 없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두가 세입자 혹은 건물주니까 자연히 앨범 내의 몇몇 주제들에 반가워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프로덕션 면에서의 피드백도 역시 예상대로다. 힙플 : [Go Hard]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사이코반이 큰 역할을 담당할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결국 스스로 거의 대부분의 프로덕션을 총괄한 앨범이 나왔다. VJ :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특별한 계기나 의견불일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힙플 : 아마, [누명]과 [Go Easy]로 대표되는 상극의 앨범이 이번 앨범 [Go Hard]의 감상에도 개입되고, 영향을 끼칠 것만 같다. 어쨌든 양극에 있는 팬들에겐 호불호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앨범인데 VJ : 어떤 타입의 청자를 미리 설정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춰 음악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나 자신과 내 주변에 영향을 받아서 음악을 만들게 되는데 2015년, 2016년의 이야기가 2008년, 2011년의 이야기들과 같을 순 없다. 힙플 : 역대 가장 드라마틱한 앨범 중 하나인 [누명]에선 랩 게임에 대한 환멸을 그대로 담아냈고, 실제로 [Go Hard] 이전까지 씬을 달관해왔다. [Go Hard]에서 일부지만 씬 내부의 이야기들을 되새김질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VJ : 이번 앨범에서 씬 내부의 이야기를 얼마나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현재 나의 환경을 만들어준 요소들에 대해 가사를 쓰다가 몇 번 언급을 하게 된 것 같다. 힙플 : 올 초부터 에넥도트, 양화, 고하드가 빅앨범 삼두마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앞서 발표된 두 앨범들은 혹시 들어봤는지? 들어봤다면 버벌진트에게 어떤 영향이 있었나? VJ : 두 앨범 모두 반가운 마음으로 즐겁게 들었고 부지런하게 창작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그러나 내 앨범의 소재나 방향설정과는 무관했다. 힙플 : 본격적으로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앨범의 파트를 두 구간으로 나눈 의도가 궁금하다. VJ : 큰 의도는 없었다. 개인적인 작업흐름상 일단 어느 단계에서 매듭을 짓고 한숨 돌린 후 나머지를 마무리하고 싶은 정도뿐이었다. 에너지문제라고 해도 되겠다. 가사쓰고 녹음하는 것 외에 비트의 전개나 사운드 성향 하나하나 신경을 쓰다 보니 앨범 막바지작업 즈음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앨범 후반부의 10곡이 훨씬 암울한 톤으로 정리된 것 같다. 힙플 : 앨범 안에 무수히 많은 상반된 가치들이 혼재해있고, 대치하고 있다. 양가치라는 부제의 핵심인 것 같기도 한데, 구성에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VJ : 1번부터 21번까지의 구성에 대해서 주변 분들이 여러 가지 재미있는 감상평을 주셨는데 실제 내가 트랙순서를 정함에 있어서는 음악적으로 조이고 푸는 느낌, 앞 곡에서 뱉은 단어를 다음 곡이 이어받는 설정, 앞 곡의 정서를 다음 곡에서 다시 부정하는 설정 등 자잘한 구성미를 추구했던 것 같다. 힙플 : 'Rewind'는 굉장히 쉽게 나온 곡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이 곡을 포함한 '언어장벽', '건물주Flow'같이 소위 날이 서 있고, 타이트한 곡들이야말로 팬들의 예상 범위 안에 있던 [Go Hard]의 전형이었을 것 같은데. 결과적으론 훨씬 더 폭넓게 섭렵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VJ : 감사하다. 예상범위 안의 [Go Hard]라는 것이 뭔지 알 것 같긴 한데, 딱히 그 예상범위 안의 [Go Hard]만을 요구하던 사람들은 사실 팬들로 생각 안 할 뿐더러, 그 작은 프레임 안에서 앨범을 만든다는 건 내 지성이나 모험심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힙플 : 10년 전부터 버벌진트가 음악 안에서 부지런히 솎아내던 '막귀', '지진아'들은 이제는 '힙합프레임에 갇혀있는 근시안들'로 진화한 것 같다. 물론 버벌진트가 그때만큼 에너지를 할애하진 않지만, 어쨌든 옛날과 비교해 지금의 대립구도를 대하는 마인드셋이 궁금하다. VJ : 대립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힙플 : 버벌진트와 헤이터는 사실 공생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난 날 오버클래스가 보여준 어떤 투쟁의커리어는 임팩트가 대단했다. 어쩌면, 당신이 말한 '힙합헤드'들이 원하는 진정한 엔터테인 소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정작 본인 생각은 어떤가? VJ : 내가 갖고 있는 호기심과 욕심을 희생해가면서 타인을 만족시켜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대충 둘러봐도 그 역할을 기꺼이 맡고 싶어하는 랩퍼들은 많다. 힙플 : '시발점'의 코멘터리를 보면, 재즈힙합이란 카테고리에 어떤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코멘트는 서브장르에 대한 어떤 비꼼이었나? VJ : 요즘은 어디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는지 모르겠는데 Nujabes 사망시기 근처만 해도 재즈힙합으로 퉁쳐서 고급스러운 취급을 받는 대충 만든 음악들이 많다고 느꼈었다. '시발점' 비트를 처음 만들 땐 그런 음악들의 몇몇 단골 요소들만 재료로 빌려와 보겠다는 의도가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그게 잘 유지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힙플 : 이 곡에 빈지노를 섭외한 이유도 있을 것 같다. VJ : 가사나 곡의 리듬상으로 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처링 요청을 한 것이다. 힙플 : 반대로 '랩 발라드'에 대한 카테고리를 마음 속으로 설정하고 내리깎는 사람들이 있다면? VJ : 어디부터 어디까지 '랩 발라드'인지 모르겠지만 특정한 정서가 싫은 것이든, 그냥 가요적인 게 싫은 것이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지라 남이 뭐라 해봤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멜로디를 만드는 사람이고 프로듀서기도 한 나에게 한 곡 한 곡 나올 때마다 "랩! 랩! 마초랩! 아 형 이런거 말고 빨리 swag 있는 거 좀!" 이러고 앉아있는 사람을 보면 혹시 일상생활에서도 저렇게 멍청하진 않을까 의심하긴 한다. 힙플 : 다양한 플로우에 대한 시도들이 치열하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많은 영향들이 있었겠지만, '보통사람', '나대나' 같은 곡은 특히나 연출적으로 켄드릭라마가 떠오른다. VJ : 2011년부터 [To Pimp A Butterfly] 앨범 발매 즈음까지 발표된 각종 켄드릭라마(Kendrick Lamar) 의 벌스들에서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자극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남의 곡에 짧게 피처링한 벌스들에서도 항상 자기만의 랩 구조로 독특한 건축물을 쌓아 올리는 모습, 곡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요리하는 방식,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힙플 : 요즘 한창 논란 중인, 플로우 레퍼런스에 대해선 관대한 편인가? VJ : 재미있는 경우도 있고 재미없는 경우도 있다. 관대한 편이냐는 질문은 '용서하는가 용서 못하는가' 이런 뉘앙스로 들리는데 나 역시 한 명의 음악팬으로서 어떤 판단을 내릴 순 있겠지만 버벌진트로서 할 말은 없다. 다들 똑똑하게 즐겁게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힙플 : '아포가또'를 듣고, 유명세에 대해 생각해봤다. 버벌진트에게 유명세는 어떻게 다가오는지 궁금하다. VJ : 예전보다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게 신기하고, 그게 더 넓은 활동의 폭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동시에 완벽히 자유로운 산책을 하려면 좀 멀리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안타깝다. 힙플 : 사실, 곡에서 느껴지는 아포가또만큼 나름 밸런스 있는 희비라면 오히려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유명세로 파멸한 정말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지 않나 VJ : 만일 완벽히 자유로운 산책을 아예 못 할 만큼 유명해진다면, 정말 파멸할 것 같다. 힙플 : 이센스의 경우 유명세의 쓴맛을 가혹하게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벌진트 역시 'Fast Forward'에서 이센스를 샤라웃하며 대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한국에선 특히나 민감한 문제다. 그 구절을 쓰는데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나? ‘I Wanna See E Sens Shine’ – Fast Forward VJ : 큰 용기를 가지고 쓴 구절은 아니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랩음악의 상당수는 크든 작든 떨의 도움을 받은 상태에서 탄생했다고 믿고 있으며, 곡 자체가 널리 알려질 법한 스타일의 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구절로 크게 욕을 먹을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신기하게도 'Fast Forward'는 여러 방송국에서 심의를 통과했다. 힙플 : 조심스럽지만, 힙합 커뮤니티에서 이센스에 관한 반응들을 보다보면, 종종 놀랄 때가 있다. 준법정신과 힙합 팬심 사이에 발생하는 이중잣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VJ : 'Fast Forward' 가사에서도 밝혔듯 랩퍼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떨 관련해서는 이용자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 상황이 아니라면. 힙플 : 비프리와 산이의 비프는 측근으로서 어떤 감정으로 지켜봤나? ‘I Wanna See Free and San Squash Beef’ – Fast Forward VJ : 자신과 다른 personality를 가진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단지 지켜보는 눈들 때문에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창작을 못 하고 작품의 방향을 재설정하거나 자기검열을 할까봐 조금 걱정되곤 했었으나, 이마저도 나의 오지랖이라고 생각한다. 힙플 : 위 구절과 같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의 달콤함을 만끽한 아티스트라면, 나름의 성찰이 있을 것 같다. 이 곡의 핵심키워드도 아니고, 꼭 거대시스템에 저항하는 투사일 필요도 없지만 위 구절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진짜와 가짜를 반대로 위치 짓고 있는 업계 내의 Cartel’ – 아포가또 VJ : '아포가또' 가사중 '업계내 cartel' 이야기는 창작자들에게 갖다 붙여도, 평론가들에게 갖다 붙여도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그 'cartel' 측에 속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아포가또' 가사를 쓸 당시엔 아까 언급한 "랩! 랩! 마초랩! 아 형 이런거 말고 빨리 swag 있는거 좀" 이러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챈 업계 내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음흉한 의도를 가지고서 뭔가 다른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는 뮤지션들을 뭉뚱그려 우스운 그룹으로 분류한 뒤 진짜힙합 VS 가짜힙합 구도를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힙플 : 이 곡의 키워드 중 하나인 만화 '내일의 죠'의 주인공 '야부키 죠'도 복잡다단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에 어떤 동질감을 느끼고 있나? VJ : 동질감까진 아니고, 단지 '하나의 후회도 남기지 않고 하얗게 불태우고 싶다'는 가사를 쓰고 싶었다. 아, MBC에서 '내일의 죠'를 '도전자 허리케인'이란 제목으로 방영해주던 시기 오프닝곡(by 김종서)을 엄청 좋아하기도 했었다. 힙플 : 버벌진트가 빅뱅을 샤라웃하는 걸 종종 봤던 것 같다. 지드래곤의 팬이 되기까지의 변화과정이랄까? ‘…Dramatic하게 지금의 내가 G-Dragon 그의 팬이 될 줄 몰랐을 거야 누구도’ – 아포가토 VJ : 탁월한 것을 탁월하다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힙플 : 버벌진트는 어떤 순간에 '현자타임'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자신을 명확하게 돌아보는 순간들 VJ : 종합소득세 신고기간마다 현자타임을 느낀다. 나의 소비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힙플 : 버벌진트가 서울에 산다는 건? VJ : 아까도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즐거운 산책을 위해 서울을 떠날까 생각 중이다. 서울의 높은 인구밀도가 지금은 좀 버겁게 느껴진다. 힙플 : 'My Bentley'는 어쩔 수 없이 더콰이엇의 'Bentley'와 함께 듣게 되더라. 'My Audi'에서 함께 두 차주의 상반된 정서가 흥미롭다. VJ : 가사 그대로 'My Audi' 때는 '흐흐 즐거운 운전생활~' 이었고 'My Bentley' 때는 '으아아아 서울이 버겁고 지친다' 이런 느낌이다. 힙플 : '좌절좌절열매' 역시 'The Grind' 시리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곡 모두를 관통하는 '슈퍼을'의 좌절감이랄까.. 이런 문제에도 평소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인가 VJ : 가까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나름대로 각색해서 담았을 뿐이다. 아마 대부분의 랩퍼들이 잘 안 풀리는 인생, 꼬인 인생이란 소재로 가사를 쓰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낄 것이다. 함부로 다루고 싶진 않아서 많이 자제하는 편이다. 힙플 : '좌절좌절열매'의 연예인지망생을 '쇼미더머니'의 한방을 노리는 랩스타 지망생으로 설정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 같나? VJ : '좌절좌절열매'의 경우 남성화자 1인칭으로 여성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쇼미더머니'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을 것 같다. 힙플 : 쇼미더머니 이야기를 해보자. 초심얘기에 민감한 버벌진트가 '세입자flow'라는 곡을 만들 정도니 상당히 인상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대한 소회가 듣고 싶다. VJ : 쇼미더머니4 참여의 목적은 정말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에너지를 얻고싶다', '에너지를 주고싶다'였는데 첫번째는 충분히 달성했고, 두 번째에 관해서는 반성 중이다. 'I'm Da Man' 가사에서 이야기했듯 새로운 랩퍼들에게서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 힙플 : 번복이라는 오명을 남겼을 땐, 다른 팀들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그때의 심경은 어땠나? VJ : 비난은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실제 벌어진 상황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까지도 상상했었다. 관련자들과 쇼미더머니 시스템에 신뢰를 가졌다가 실망하신 시청자들에게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힙플 : 스눕독 에피소드는 충격적이었다. 심사위원으로서 당시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VJ : 내게도 충격적이었고, 그 자리에서 어떤 발언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 힙플 : 최근, 제이통의 앨범에서 디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힙합의 마초적 성향을 도려낸 장본인'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VJ : 저 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과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략 한국의 마초라 하면,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고, 쩝쩝거리며 식사하고, 소변 본 후 손 씻지 않고, 사람을 만나면 서열정리부터 해야 하고, 인종차별에 쩔어있고, 잘못한 것 사과할 줄 모르고 각종 공중예절 못 지키는 남자들이 떠오르는데, 힙합에서 마초적 성향을 도려낸 장본인이 나라고 인정해준다면 정말 고맙다. 사실 아직도 더 많이 도려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마초 컨셉이 자기 밥줄인 랩퍼들도 있을 것이고, 그것 역시 나름 존중하지만 나는 그런 차고 넘치는 힙합마초 이미지에 더 이상 뭔가를 추가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힙플 : 사수자리4나 오독2 앨범을 기대해 봐도 좋을까? 또한, 고하드의 다음파트는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있나. VJ : 아직 그 어느 것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욕구가 생기는 게 우선이고, 그 후에 뭐가 됐든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힙플 : 마지막으로 브랜뉴뮤직 내 독립 레이블 ‘OTHERSIDE’를 설립은 큰 이슈다. 타블로의 하이그라운드를 비슷한 선상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예상들이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 갈 계획인가? VJ : 아직은 추상적인 그림밖에 없다. 당연히 힙합으로 한정되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진 않으며,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 인터뷰 | 차예준 (HIPHOPPLAYA.COM) 버벌진트 https://www.instagram.com/freevjfreevj/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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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돕덕이(Dope' Doug) '뭐든 해낼 것 같다가도 또 어떤 날은 자괴감에 빠지는 그런 날들의 반복'  [3]
HIPHOPPAYA (이하 힙플) : 돕덕이라는 독특한 랩네임을 쓰고 있다. 무슨 뜻인가? Dope’Doug (이하 돕) : 돕덕이라는 이름의 뜻을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더라. 혹시 드래곤에이티(Dragon AT)를 알고 있나? 힙플 : 물론 알지 (웃음) 돕 : 그 형과 재작년 즈음부터 랩네임을 정하기 위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좀 한국적인 이름을 하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음악이 물론 한국적이지는 않지만, 이름만큼은 한국적인 느낌으로 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만들었던 이름이 복덕이라는 이름이었다. 받을 복 베풀 덕 자를 써가지고. (웃음) 힙플 : (웃음) 돕 : (웃음) 웃기지만, 좋은 뜻이다. 그래서 그걸 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너무 토속적인 것 같더라. 그래서 앞에 복자만 빼고 돕을 넣었다. 힙플 : 드래곤 에이티와는 어떤 인연인가? 돕 : 에이티형이랑은 재작년 즈음 같은 동네에 살면서 알게 됐다. 철산동에 있는 옥탑방에 살고 있던 때인데, 당시 그 동네에 혼자 살다 보니 적적하고 심심해서 디씨 트라이브에 철산동에서 같이 담배 필 사람 있냐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드래곤 에이티형이 댓글을 달았고 그걸 계기로 만나면서 친해졌다. 힙플 : 힙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 유년기가 궁금하다. 돕 : 고등학교 1학년때인가 옆 자리 친구를 통해서 음악을 듣게 되었다. 그때 처음 들었던 건 진지하게 엠씨몽이었는데, 찾아서 듣다 보니 당연히 소울컴퍼니까지 도달했고, 그렇게 듣다가 외국 음악을 조금씩 접하게 되면서 힙합을 알게 됐다. 힙플 : 엠씨몽과 지금 스타일 사이의 간격이 너무 아득하다 (웃음) 돕 : 어떻게 보면 그때 처음 엠씨몽을 들었던 게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힙플 : 그건 왜인가? 돕 : 만약 처음부터 알아 듣지도 못 하는 외국 명반들을 접하고 딥한 음악을 듣고 먼저 시작했다면, 아마 큰 흥미를 느끼지 못 했었을 것 같다. 엠씨몽을 좋아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힙플 : 한해와 죽마고우인 걸로 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음악을 해온 건가? 돕 : 함께 음악을 계속 해 온 것은 아니다. 한해랑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그러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2학년때인가 한해가 내 디스곡을 내더라고. 싸이월드 게시판에.. 힙플 : 왜? 돕 : 모르겠다. 당시 내 랩네임은 메피스토였는데, 한해가 게시판에 올린 메피스토 디스곡을 우연히 듣게 됐다. 디스한 이유는 모르겠고, 디스 내용은 그냥 깝치는게 마음에 안 든다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냥 나를 좀 부러워했던 거 같다. (웃음) 힙플 : 맞디스는 했나? 돕 : 아 별로 상응하고 싶지 않았어 가지고.. 힙플 : 어쨌든, ‘힘이 솟아’는 인상 깊은 등장이었다. 이 곡은 치프키프의 ‘Love Sosa’에 영향을 받은 곡인가? 돕 : 피드백들을 한번씩 훑어보긴 하는데 살펴보면 ‘Love Sosa’ 카피 아니냐는 반응들이 많더라 그런데, ‘솟아’ 라는 어감에 있어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일 뿐, 러브소사와 힘이솟아는 곡 자체로 멜로디라인부터 완전히 다른 곡이다. 힙플 : ‘힘이 솟아 Remix’에는 랩퍼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곡의 작업기 또한 궁금하다. 돕 : 원래 그런 식의 대거 리믹스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리믹스를 해도 그냥 한해나 다른 친구들이랑 소소하게 하려고 했었는데, 뭔가 지금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프로모션에 한계도 있고, 어떻게 보면 이런 식으로 리믹스를 하는 것도 하나의 프로모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요즘 잘 없는 단체곡이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힘이솟아와 어울릴만한 다른 랩퍼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먼저 섭외 했었던 랩퍼가 딥플로우 형님이다. 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드렸었는데 운이 좋게도 흔쾌히 참여해주셨다. 외에는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라 ‘우리 이거 같이하자’ 식으로 쉽게 진행 할 수 있었다. 힙플 : 그렇게 많은 랩퍼들을 한 곡에 담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돕 : 그 곡은 사실, 그냥 재미로 시작한 거였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참여진들 모두 부담없이 작업 한 곡이고 큰 비중을 두지 않았었다. 작업도 되게 빨리 끝났는데, 다만 아카펠라가 워낙 많다 보니까 그걸 모아서 믹스하고 마스터하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더 이상의 단체곡은 없을 것 같다.. 힙플 : ‘힘이 솟아’ 발표 전의 돕덕이가 궁금하다. 딥플로우의 양화 리믹스 ‘철산’에선 서울 상경 이후 방황했던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하지 않았나 돕 : 내가 부산에서 23살때쯤 올라왔는데 처음부터 음악을 해야겠다라는 목적을 두고 올라온 건 절대 아니었다. 부모님 밑에서 몸 편하고 게으르게 생활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경각심이 들어서 스스로에게 현실을 깨우쳐 주자라는 마음으로 상경을 했던 건데, 뭐 존나 힘들었지 (웃음) 서울이 아니라 광명 철산으로 가게 된 이유는 누나가 철산동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렇게 상경하고 나니 누나가 3달만에 시골로 이사를 가더라 (웃음) 힙플 : 그 곡을 듣다 보면 굉장히 게토스러운 얘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밝힐 수 있는 것들인가? 돕 : 장황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당시에 내가 일을 굉장히 여러 가지로 하고 있었다. 새벽엔 오토바이로 신문을 배달도 했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주로 인력과 관련 된 일을 했었다. 그러고 집으로 돌아오면 잠 좀 자고 , 작업하고 뭐.. 근데 이렇게 일을 해도 돈이 없더라. 몸은 몸대로 지치고 방세에, 또 생활은 해야되지, 집에다가도 조금씩이라도 돈 보내드려야되지.. 부모님은 또 내가 잘 풀리고 있는걸로 알고 계시지,, 이래저래 무작정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어린 마음에 잘 못 된 선택을 했었고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됬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털어놓겠다. 힙플 : 그 시기가 현재 음악의 바이브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나? 음악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대부분 일관적이다. 돈과 꿈 이야기들 돕 : 지금도 사실 그때랑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삶이 내음악에 영향을 되게 많이 끼친다. 나는 작업을 할 때 주제를 딱히 정해놓고 하지 않는데, 그래서 항상 무의식 중에도 가사를 쓰다 보면 나오는 게 일관적인 것 같다. 그냥 지금의 내 상황을 적나라하게 얘기하는 거고,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게 말하려고 한다. 힘들게 살고 있기 때문에 돈 얘기를 할 때도 있고,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를 얘기 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내 시간은 가고 있다 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사는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 거지. 요즘은 음악들을 보면 보통 내가 짱이고 너네는 좆밥이라는 주제가 대부분이지만, 나는 그런 얘기를 잘 안 쓰게 되더라. 힙플 : 왜 그런 것 같나? 돕 : 굳이 그런 얘기를 쓰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왜냐면 항상 눈뜨면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이 아 일 나가야된다, 오늘도 잘 견뎌야지 하는 생각들이니 관심사가 오로지 나한테 맞춰져서 그런 것 같다. 힙플 : 그런 주제 자체가 배부른 얘기처럼 느껴진다는 건가? 돕 : 내 기준에서는 맞다. 관심도 없을뿐더러 지금 나에겐 공감 자체도 안되니까.. 힙플 : ‘전부 우리꺼’의 가사 중 ‘돈을 좀 괴롭혀볼까’라는 가사가 인상 깊었다. 돈과의 징글징글한 관계가 느껴지는 구절이다 (웃음) 돕 : 친구들이나 형, 동생들을 만나면 항상 얘기하는 게 보통 사람들도 다 그렇겠지만 인생 얘기 되게 많이 하지 않나, 불안한 미래, 돈 걱정 등. 우리는 금수저들이 아니니까 (웃음) ‘앞으로 뭐 해먹고 사나, 돈 많이 벌어야하는데’ 식의 얘기들. 힙플 : 광명을 벗어나면 제2의 광명 랩히어로가 되는 건가? 돕 : 그렇게 되나? (웃음) 힙플 : 데뷔 앨범 [나는 (Feelin’ My Self)]는 제목처럼 자전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채운 앨범이다. 본인이 직접 하는 앨범에 대한 소개가 듣고 싶다. 돕 : 12월 15일에 처음 EP를 발매했다. 나는 실질적으로 믹스테이프를 한 장도 낸 적이 없다. 사실상 그 동안에 쌓아왔던 작업물들은 되게 많았지만, 공개를 안 했었거든. 그래서 인터넷상에서 돕덕이 믹스테이프 냈냐는 얘기가 올라오는 걸 보면 사람들이 충분히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믹스테잎 한 장도 없이 이런 식으로 CD발매까지 하는 케이스는 이례적이니까. 어쨌든, 믹스테이프는 여러 번 준비했지만, 개인적인 만족감에 차지 않아서 여러 번 엎다 보니 이렇게 세월이 흘러와 버렸고, 그러면서 조바심도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작년에 마음을 먹었던 게 ‘올해가 가기 전에는 뭐라도 제대로 내자’였고, 그래서 낸 앨범이 이번 앨범이다. 이번 앨범의 트랙 수는 알다시피 7트랙에 전체적으로 나의 바이브를 모두 담아 낸 앨범이다. ‘나는’이라는 타이틀의 앨범이고, 영어 제목으로 했을 때는 ‘Feelin’MySelf’인데 앨범 전체에 나를 주제로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곡들을 들어보면 어떤 트랙은 내가 사는 현실에 대해 적나라하게 얘기하다가도 또 어떤 트랙에서는 ‘나 이런대도 존나 멋있어’ ‘해낼거야’ 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뭐든 해낼 것 같다가도 또 어떤 날은 자괴감에 빠지고 그런 반복들.. 힙플 : 앨범 참여진들을 보면, 베테랑 랩퍼들이 참여하기도 했지만, 프로듀서진들은 오히려 굉장히 생소한 프로듀서들이다. 돕: 랩 피쳐링으로는 프리형하고 팔로알토형 참여해주셨고, 디미너가 보컬로 참여해줬다. 프리형이랑 팔로알토형은 부바그래피형을 통해서 소개를 받게 됐는데, 흔쾌히 피쳐링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프로듀서진들 중, 캐쉬라는 프로듀서가 있다. 이 친구는 내 첫 싱글인 ‘힘이 솟아’를 같이 만들었던 친구인데, 일본에서 드라마음악을 만드는 팀에 속해있기도 하다. 그래서 개인 활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없는 환경에서 작업을 해왔는데, 이제 올해부터는 아마 국내의 다른 아티스트들과도 작업을 많이 해서 낼 것 같다. 그 외에도 Let The galaxy burn 등 아직은 눈에 띄는 활동은 없지만 모두 실력있는 친구들이다. 힙플 : 앨범이 발매되고, 주문부터 택배 포장까지 혼자서 모든 잔업을 도맡아 한 걸로 알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돕 : 막상 공지를 띄우고 주문을 받았을 때는 금방 할 수 있겠지 별 거 아니겠지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앨범이 많이 나가더라 (웃음) 처음에는 예약반으로 딱 50장만 판다고 공지를 올렸는데 한 4일정도만에 50장이 모두 나가버렸다. 막상 주문을 다 받고 나니, 그거를 다시 주소록에 옮기는 것도 일이고 내가 엑셀도 안 써가지고 수기로 한 분 한 분 모두 옮겨서 썼는데 그것부터가 정말 힘들었지 (웃음)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하면서도 사주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정말 좋았다. 사실 만 오천원이라는 가격이 적은 돈은 아니지 않나, 더군다나 주 소비층이 아마 학생들일 텐데.. 힘들긴 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했다. 힙플 : 선 공개한 곡 ‘전부 우리꺼’는 반응이 가장 좋았다. 본인에게 또한 의미 있는 곡일 것 같다. 돕 : 뮤직비디오 찍는 날 비가 엄청 왔던 기억이 난다. 뮤직비디오를 찍기로 한 날 환경도 안 받쳐줬고, 심지어 오기로 했던 친구들은 한 3시간을 늦게 왔는데.. (웃음) 뮤비도 그냥 고기 구워먹고 놀면서 찍었기 때문에 사실 멋진 뮤비가 될 거라는 기대는 별로 안 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냈는데, 그게 한 3일정도 지나니까 입 소문을 타더라. 그러면서 힙합엘이 쪽에서도 공유해주고 그런 식으로 퍼져나가는걸 봤는데, 어떻게 보면 내 작업물이 그렇게 크게 퍼지는 건 처음이었거든. 그래서 생소하면서도 좋았던 기억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현재의 내 상황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다 했던 곡이다.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던 것 같고 뮤직비디오에는 끝에 내 친구, 현재 ‘IamNotAHumanBeing’ 디자이너 Lil Deezy의 나레이션이 담겨있다. 이 곡을 작업 할 당시만 해도 deezy도 많이 힘든 생활을 했다. 집도 없었고 당장 끼니 걱정해야되고, 이 친구의 개인 히스토리도 많고,, 그래서 뭔가 내 친구의 속에 담긴 얘기를 풀어놓게 해주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속 쉬원하라고 근데 지금은 나 보다 더 잘 살고 있다. 인스피형(Insp)이 의리페이로 찍어준 첫 뮤비이기도 하고 나의 뮤비들 중에 가장 질리지 않는 뮤직비디오 라고 할까.. 가끔씩 우울 할 때 다시 돌려보곤 하는데 볼때마다 괜히 힘이난다. 이래저래 의미가 많은 곡임에는 분명하다. 힙플 : 그 곡을 발표하고, 어떤 길이 보였나? 돕 : 길이 보이지는 않았다. (웃음) 길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직은 더 해봐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던 것 같다. 힙플 : (웃음) 그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돕 : 사실 지금 같은 경우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음악 활동에 100프로 만족을 하면서 하는 건 아니다. 정신적으로는 물론 200프로 만족을 하지만 사실상 쇼미더머니 위주로 돌아가는 추세인 것도 사실이고, 사실상 쇼미더머니가 시작되면 연말까지는 공연 같은 것도 쇼미더머니에 나왔던 친구들 위주로 돌아가는게 사실인데, 그런 상황에서 나 같은 사람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어떻게든 올라간다는 게 사실상 쉬운 일은 아니지.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발을 좀 디딜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나를 더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힙플 : 쇼미더머니 출연에 대한 고민인가? 돕 : 그렇지는 않다. 출연에 관해서는 아직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물론, 쇼미더머니가 악의 구조라는 생각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음악 하는 친구들이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 최선의 타협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타협이라고 표현하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볼 수 밖에 없는 타협점인 것 같다. 힙플 : 주변의 측근들이 쇼미더머니에 나갔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 돕 : 쇼미더머니는 간간히 인터넷에 떠도는 클립들을 보긴 했는데, 내가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지는 않아서 뭘 느끼거나 한 건 없었다. 그저 모두가 각자의 환경에서 결정을 내린 거고, 거기서 최선을 다한 건 사실이니 거기에 대해 딱히 어떤 생각이 있지는 않다. 힙플 : 컨소울과 함께한 두 개의 싱글도 인상 깊었다.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돕 : 컨소울과 내가 속해있는 바이브(Vyvv)라는 크루를 먼저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사실 크로스하츠(Krosshartz)같은 다른 크루들을 보면 다같이 뭉쳐가지고 으쌰으쌰하고, 작업물도 되게 많이 나오고 그러지만, 우리 크루 같은 경우는 크루라는 이름은 하고 있지만 사실상 동아리 개념이 맞는 것 같다. 서로 일을 거의 같이 안 하거든. 다 각자 할 일 알아서 잘 하고 단톡방에서 누가 누가 웃기고 개드립 잘하는지, 정말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느낌,, 인스피(insp) 형은 내 뮤비를 도와주고 내가 힘들 때 돈도 빌려줬었다. 한해, deezy도 마찬가지. 하지만 아직 인스피(insp)형과 한해에게 빌린 돈은 갚지 못 했다. 이 인터뷰 글을 본다면 곧 갚겠다고 전해라.. 컨소울이랑은 terry’s world 라는 프로듀서 동생을 통해서 알게되었고, 예전에 같이 생각 없이 작업해뒀던 곡을 서로 각자 작업물 발매 전에 그냥 공개 해버리자 해서 싱글로 발매하게 되었다. 힙플 : 클라우드 랩 스타일에 특화 되어있다. 스타일이 만들어지기까지 영향 받은 것들이 있다면? 돕 : 20살 때 즈음 영향 받은 음악장르를 굳이 꼽자면 당시에는 서던 쪽 음악에 엄청 심취해있었다. 그 중에서도 티아이(T.I)랑 요가티(Yogotti), UGK, 영드로(YoungDro) 같은 뮤지션들을 좋아했었다. 내 원래 취향 자체가 멜로디컬한 걸 좋아하고, 평소에도 힙합 보다는 알앤비 쪽의 음악을 더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시간이 흘러가면서 지금의 돕덕이가 만들어진 것 같다. 힙플 : 서서히 주목 받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더욱 이름을 알려 나가기 시작할 텐데, 목표로 두는 레이블이 있나? 돕 : 사실상 혼자서 정규 EP를 준비했는데, 하면서 느낀 건 확실히 혼자서 하기는 너무 힘들다는 거였다.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그럴뿐더러 전체적인 제작과정을 돌아봤을 때에도 확실히 혼자서 하는 것 보다는 나와 성향이 잘 맞는 레이블에 속해서 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작품을 만드는 쪽이 그림이 좋기도 하고 , 퀄리티 역시 높일 수 있겠더라. 물론 나를 받아줘야 하겠지만 목표로 두는 레이블을 굳이 꼽으라면 aomg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힙플 : 3번 트랙 ‘Chill & Kill’이 CD에서 5분 7초인 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알고 있다. 돕 : 3번트랙을 프로듀싱한 영 앤 플라이(Young & Fly)라는 친구의 어머니가 5월 7일에 돌아가셨거든. 그래서 그 곡에서 내가 뭔가 해주고 싶었다. 그 친구한테 내가 곡비를 백 만원 천 만원씩 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CD에 의미를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3번트랙이 끝나고 5분 7초의 공백을 넣었다. 곡의 바이브나 컨셉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그 친구의 어머니를 애도하는 마음에서 넣게 되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외국인 친구인데 이 친구 또한 활발한 활동을 보여 줄 것이다. 힙플 : 그 외에 짚고 갔으면 하는 앨범의 숨은 장치라던가 의미를 부여한 것들이 있나? 돕 : 일단 내 앨범을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한테 한가지 팁을 주자면 이어폰을 꼽고 전 트랙을 쉬지 않고 풀러닝으로 달리는걸 추천한다. 사실상 그걸 노리고 트랙배치를 한 거고, 그걸 노리고 트랙을 작업을 했던 거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사람들이 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앨범의 아트적인 부분 그러니까 부클릿이라던가 앨범 커버들과도 조화가 잘 된 앨범이기 때문에 그런 전체적인 측면도 눈 여겨 본다면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힙플 : 아무래도 막 커리어를 시작한 랩퍼로서 피드백적인 부분에서 오는 아쉬움은 없나? 돕 : 항상 아쉽다. 사실상 피드백은 측근들한테나 받는 게 다인데 그런 피드백은 크게 개의치는 않거든. 그런데, 일단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나에 대한 이야기나 곡을 공개했을 때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아직 돕덕이라는 랩퍼가 주목을 크게 못 받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아쉽기는 한데 사실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지금은 어떡해서든 몸값을 불려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없다. 힙플 : 2016년 첫 작업물인 ‘병신년’의 부제가 반성문이다. 2014년 ‘힘이 솟아’ 이후 1년 동안 작업량이 적었다곤 할 수 없지 않은데, 2015년을 돌아봤을 때 어떤 만족스럽지 않은 행보였나? 돕 : 그 곡의 부제를 반성문이라고 썼던 건 다른 이유다. 연초 이기도 했고 근래에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물론 어느정도 인지도도 올릴 수 있었고 EP도 내고 여러 활동을 한 건 맞지만 이철호 내 자신 스스로에 있어서 반성을 좀 하고 싶었다. 조금씩 몸이 편해지면서 나태해지기도 했고 행동들이나 생각들이 안 좋은 쪽으로 많이 변한 것 같더라. 스스로 반성을 하고 싶었고 공개적으로 새해 다짐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내 메일로 와있던 비트 하나를 듣게 되었고 한시간도 안되서 녹음까지 경건한 마음으로 끝냈다. 힙플 : 그러니까 음악외적인 이야기군 돕 : 맞다. 생활적인 측면이나 일을 할 때도 그렇고 사람들을 만날 때도 처음과는 달리 내가 많이 변한 것 같았다.. 힙플 : 어쨌든 생계유지와 음악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돕 : 그런데, 한가지 확실하게 느끼는 건 사실상 일을 한다고 해서 음악에 소홀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다른 일을 하면 음악 활동에 시간적인 제한을 받는다는 건데, 만약 인터뷰라던가 사진 촬영, 공연 섭외가 들어와도 만약 그 시간에 일을 하고 있으면 하지 못하니까 피해를 보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일을 한다고 해서 음악 할 시간이 없다라고 말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왜냐면 나 같은 경우엔 작년 즈음 금전적으로 정말 힘이 들었을 때 오히려 음악을 정말 열심히 했었거든. 어느 정도였냐면 온갖 빚이 쌓여서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당장 노가다를 나간다고 그 큰 부분이 해결이 되는 게 아니어서.. 결단을 내리고,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었다. 그리고는 딱 6개월만 죽었다 생각하고 돈 벌어서 빚 갚으려는 마음으로 울산에 있는 공장에 내려가서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지.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토요일까지 일하고,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서 작업을 하고 다시 울산에 내려가는 생활이 가능해지더라. 차라리 그렇게 하면서 음악을 했을 때가 지금보다 더 나았던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엊그제 공개했던 곡을 쓰면서도 생각을 했던 건데 사실상 지금은 내가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거든. 지금은 그렇게 하라면 절대 못 할 것 같다. 어쨌든,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때가 더 음악을 잘 했었던 것 같고, 고정적인 돈 벌이 수단이 있었으니 정서적으로도 더 편안하고 그랬던 것 같다. 힙플 : 그럼 음악적으로는 2015년을 돌아봤을 때 어떤가? 돕 : 솔직히 음악적인 활동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크게 없다. 오히려 운이 너무 좋았지. 하이라이트의 프리형이나 팔로알토 형, 내 친구 디미너나 또 곡 잘 쓰는 친구들이 내 앨범을 도와줬고, 사진은 부바그래피형과 아트워크를 로우디가 형이랑 한 정도면 사실 씬에서는 거의 최선두에 있는 분들이랑 작업을 한 거기 때문에 그런 부분만해도 건져갔다고 생각한다. 2015년의 목표가 딱 하나만 건져가자 였거든. 이걸로 내 인생이 바뀐다거나 그런 건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내가 음악을 하고 있구나, 제대로 하고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건졌으니 나는 만족하고 있다. 힙플 : 그러면 올해 2016년 계획을 들어보자 돕 : 원래 계획을 잘 안 세우는 성격이기도 하고 아직 별 다른 생각은 없다. 일단, 믹스테이프를 하나 구상하고 있는데, 오피셜 믹스테이프는 아니다. 기존에 있는 비트를 사용해서 할거고 컨셉은 한창 서던이 유행하던 때의 클럽뱅어들을 모아서 그걸 내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믹스테이프가 될 것 같다. 그 다음은 나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할거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잘 노출할 수 있을지. 어떤 식으로 음악 작업을 해야 될지. 어떤 음악을 내야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쨌든, 당장의 큰 계획은 믹스테이프와 간간히 낼 싱글들, 그리고 비디오 작업을 꽤 많이 할 것 같다. 힙플 : 마지막으로 못다한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해달라 돕 : 먼저 씨디를 구매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내가 직접 CD를 팔면서 ‘아 그래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구나, 음악 계속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번 더 느낄 수 있었거든. 사실 어느 정도는 이 앨범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한 것도 있는데 그런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됐다. 이번 EP를 발매 함에 있어서 금전 지원을 해주신 이준화 형님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갚을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울산에서 그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신 형님이 있는데 어느 순간 연락을 안 하다 보니 뭔가 모르게 그 형님과 멀어졌다. 늦었지만 그 형님에게 지금이라도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늘 자리를 지켜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 EP에 도움을 준 참여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나를 많이 노출하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아마 올해는 나를 밖으로 많이 내놓는 해가 될 것 같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 돕덕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지켜봐주시길.. 인터뷰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돕덕이 https://www.instagram.com/dope_doug051/
  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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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I AM NOT A HUMAN BEING 디렉터, 릴디지(Lil Deezy)  [1]
힙합플레이야(이하 힙) :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릴디지(이하 릴) : I AM NOT A HUMAN BEING 디자이너 겸 커스텀 디자이너 릴디지(lil Deezy)라고 한다. 힙 : 원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알고 있는데, 휴먼비잉 브랜드는 어떻게 런칭하게 되었나. 릴 : 어렸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형들이랑 이태원을 돌아다니며 힙합 옷을 디깅하는 걸 좋아했다. 옷을 만들기 시작한 건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에, 물감으로 옷 커스텀을 하기 시작한 건데, 그러다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브랜드까지 진행하게 됐다. 힙 : 브랜드 색깔이 독특한 것 같다. 휴먼비잉의 컨셉에 대해 소개해주자면. 릴 : I AM NOT A HUMAN BEING 슬로건이 ‘SAME OLD SHIT’이다. 내가 바스키아(화가 l Jean Michel Basquiat)를 좋아하는데, 고리타분한 것에서 벗어난 특이한 그래픽 위주로 진행을 하려 했다. 또 내가 되게 괴팍하고 튀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웃음) 힙 :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릴 : 핏과 그래픽. 런칭 초기부터 강한 그래픽을 해왔고, 그래서인지 그래픽에 대한 기대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도 그래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반면에 판매 되는 걸 보면 심플한 디자인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더라. 그런 점에서 중간 지점을 찾고 있기도 하다. 물론, 내 욕심 같아선 아직 쾌변을 못한 느낌이다. (웃음) 힙 : 런칭 이전에 커스텀 제작을 하면서, 메일로 별도제작 요청을 많이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릴 : 메일 진짜 엄청 많이 왔다. 가격 듣고 안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웃음) 래퍼라든지 R&B뮤지션분들이 많이 찾아주셨다 힙 : 말마따나 뮤지션 커스텀이 많더라. 작업했던 커스텀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릴 : 아무래도 태완(C-Luv)형의 커스텀은 제일 처음 시작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고, 바스코(Vasco)형의 클럽 시크릿 소사이어티와 했던 작업도 기억에 남는다. 힙 :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직접 커스텀한 건가. 릴 : 그렇다. 힙 : 이제까지 진행해 왔던 그래픽 작업들이 굉장히 독특하다. 본인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던 계기가 있나. 릴 : 아까도 한번 이야기 했던 바스키아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미술을 하게 된 것도 바스키아의 영향이었고. 그리고, 미스킨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예전 힙합 뮤직비디오에 많이 나왔고, 캠론(Cam’ron), 쥬엘지(Juelz Santana)가 한참 잘나갈 때 많이 입던 브랜드인데, 그 브랜드가 핸드페인트로 디자인을 하는 브랜드였다. 아마, 그런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힙 : 미스킨이란 브랜드를 언급해줬는데, 지금은 벤치마킹 하거나 롤모델로 삼는 브랜드가 있나? 릴 : 글쎄. 그건 잘..(웃음) 없는 것 같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힙 : 그래픽 작업할 때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나 릴 : 직접 그린 다음에 직접 프린팅 하는 경우도 있고, 사진 같은 경우에는 콜라주 할 때 컴퓨터 작업도 한다. 힙 : 브랜드 소개글을 보면, 일본식 해체적인 패턴을 추구한다고 되어 있다. 평범하지 않은 컨셉을 일상의 옷에 녹이는 데에 어려움 같은 건 없었나. 힙 : 우리에게도 판매 타겟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사실 그들의 취향에 맞추는 게 힘든 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건 A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걸 B라고 치면, 그걸 조율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 내 취향대로 디자인한다고 모두 판매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을 할 땐 그 지점을 생각하고 어느 정도 타협을 한다. 힙 : 그렇게 해서 나온 옷 중에 대표가 지난 시즌의 데님 콜라주 진(DENIM COLLAGE JEAN)이라고. 릴 : (웃음) 그렇다. 힙 : 나는 그게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 릴 : 처음 데님 콜라주 진이 만들어지게 된 데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돈 없는데 옷은 너무 사고 싶던 시절에, 입던 바지 세 개를 뜯어서 콜라주 식으로 새로운 바지를 만들었다. 그렇게 나를 위해 만든 것이 처음이었는데, 만들어보니 기성화시켜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힙 : 많은 그래픽 소스들이 있지 않나, 그래픽 소스들은 보통 어떤 것들에서 영감을 받나? 릴 : 취향이 딱 있다.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스카페이스나 혹성탈출도 좋아하고. 그런 좀 말도 안되지만 멋있는 영화들. 그런 데에서 영감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번에도 스카페이스를 이용한 디자인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야동. (웃음) 그렇다고 야동을 많이 보는 건 아닌데..(웃음) 힙 : 야동에서 영감을 찾나(웃음) 릴 : 야동을 보면 자극적이고 괴팍한 씬이 많은데, 어떻게 보면 그들도 돈 벌려고 하는 것 이지만, 분명히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그런 식의 외설과 예술 사이를 오가는 걸 보며 이것도 이용하면 재미있겠다 싶었고, 그렇게 야동에서 따온 그래픽들이 포르노 시리즈 옷들로 나왔다. 힙 : 포르노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 이런 과감한 그래픽이 통할까 싶었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찾더라. 릴 : 음..(웃음) 나도 생각보다 놀랐다. 사실 나로서는 그걸 메인으로 두고 디자인을 했지만, 내심‘아 이걸 사람들이 찾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사가시더라. 힙 : 이전 활동을 보니, 휠라 헤리티지와의 작업이 있었다. 이건 어떻게 닿은 인연인가. 릴 : 그건 부바(Boobagraphy)형이 촬영하신 건데, 한국에 없는 이미지인 것 같다 하시면서, 같이 찍고 싶다고 연결해주셨다. 힙 : 이후에 휠라 룩북에는 릴디지의 커스텀 옷이 나왔던데. 릴 : 휠라에서 아이즈 매거진(Eyes Magazine)과 룩북 촬영을 같이 하는데, 옷 협찬이 가능하냐고 연락이 왔었다. 힙 : 런칭을 하고,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줬다. 작년에 대한 감회가 있다면. 릴 : 일단 이렇게 까지 될 줄은 몰랐다. 내 힘든 시절을 아는 주변사람들이 ‘잘될 거야’ 라는 응원을 굉장히 많이 해줬는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효자 상품을 만들어준 지코(Zico)씨한테 특히 감사하고 있다. (웃음) 근데, 요즘 ‘인맥패션이다’ 하는 말이 많이 들리더라.(웃음) 거기에 대해 몇 마디 하자면, 이 경우에는 스타일리스트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서 옷을 가져갔다. 그리고, 지코씨와 나는 커스텀 할 때 카톡 몇 개 주고 받았을 뿐, 그 전에는 말 한마디 섞어본 적이 없다.(웃음) 힙 : 지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쇼미더머니를 통해 휴먼비잉 제품을 대중들에게 각인 시키지 않았나 릴 : 운이 좋았던 게, 그때 지코씨 스타일리스트와 송민호씨 스타일리스트 쪽에서 비슷하게 연락이 왔었다. 나는 그 두 분이 같은 팀으로 올라가는지 몰랐는데, 오키도키 무대에서 우리 제품을 같이 입고 나왔더라. (웃음) 힙 : 기폭제가 됐을 것 같다. 그때 당시를 소회하자면. 릴 : 진짜 난리가 났지. 집에 티비가 없어서, 컴퓨터로 보고 캡쳐 하느라 바빴다(웃음). 기분도 좋았고, 내가 만든 옷이 티비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일단 신기했다. 힙 : 그 이후,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을 것 같다. 사업적인 컨택같은. 릴 : 맞다. 그 이후로, 스트릿샵들에서 입점 문의가 많이 왔었다. 힙 : (웃음) 어쨌든, 대중화가 가진 양날의 검이 분명 있을 것 같다. 휴먼비잉 같이 호불호가 명확한 브랜드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은데, 원 힛 원더에 대한 걱정 같은 건 없나. 릴 : 사실 근본적인 마인드는 멋진 옷을 많은 사람들이 입어주길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원 힛 원더에 대한 걱정이나, 셀럽들의 홍보가 꼭 필요하다는 등의 생각은 없다. 어쨌든, 옷이 예쁘면 사람들이 찾아 올 거고, 나는 그만큼 멋진 디자인과 좋은 퀄리티의 옷을 만들 것이다. 퀄리티는 정말 자신 있거든 힙 : 퀄리티적인 면에서 휴먼비잉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릴 : 원단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스트릿 좋아하는 사람들은 슈프림(Supreme)의 빳빳한 느낌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결코 그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부드러운 재질도, 가벼운 재질도 충분히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많이 알아줬음 좋겠다. 나는 사용할 원단을 발주부터 신경 쓰고, 좋은 원단을 좋은 가격에 맞춰 상품을 출시하려고 하지만, 컴플레인 사례들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기모 원단은 빨면 어쩔 수 없이 줄어들기 마련이라 조심해달라는 의미로 캐어 라벨을 붙이는데, ‘빨았더니 줄더라, 퀄리티가 별로더라.’ 라는 반응들이 나올 때면 아무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힙 : 원단에 대한 획일화된 이해도가 아쉽다는 얘기인가? 좋은 얘기다. 릴 : 그렇다. 빳빳하고 무거운 게 원단이 무조건 좋다라는 인식은 조금 안타깝다. 힙 : 릴디지가 갖고 있는 그런 매니악한 취향이 어쨌든 지금 통하고 있다. 어느 순간, 붐업이 됐는데, 기분이 어땠나. 릴 : 처음에는 안 와 닿았다. 근데, 런칭 이후에, 언젠가 버스에 타 있는데, 휴먼비잉 모자를 쓰신 분이 있었다. 그 분이 심지어 나를 또 알아봐주셔서 진짜 신기하긴 하더라. (웃음) 힙 : 근데 진짜 눈에 띈다(웃음). 나도 지나가다 많이 봤다. 휴먼비잉 옷 입는 사람도 많이 봤고. 릴 : 기분은 어떻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묘한 것 같다. 좋기도 하고. 힙 : 질문이 약간 늦은 감이 있는데, 브랜드 명인 ‘I AM NOT A HUMAN BEING’ 은 릴웨인(Lil wayne) 앨범에 나오는 가사이기도 한데, 혹시 그런 쪽에서 착안을 한 건가. 릴 : 착안은 아니었다. 그냥 정말 ‘인간이 아니다’ 라는 컨셉의 그래픽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런 옷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한국 옷 시장을 보면 다 돌고 돌고, 여러 브랜드 들이 똑같은 거 카피하고 그렇지 않나. 근데 그런 시장에서 진짜 특이하고 레어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 해서 그렇게 지은 것뿐이다. 힙 : 지금 옷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보기에 지금 스트릿 시장은 어떤 것 같나? 릴 : 어떻게 보면 디스일 수 있는데.(웃음) 독특한 옷들이 많이 나오면, 나 역시 자극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데, 다수의 브랜드들이 아이덴티티가 없는 것 같아서 아쉽긴 하다. 그렇지만 나도 물론 유행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사실 판매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어느 정도 생각을 하지만, 아예 동대문 같은 경우는 유행이다 싶은 아이템은 FAKE도 많이 내놓고 하니까. 힙 : 옷 시장에서는 빈티지 폴로 등 다른 브랜드를 레퍼런스하는 게 엄청 만연한 것 같다. 그런 건 어떻게 보는가. 릴 : 따로 생각은 안 해봤지만,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냥 그렇구나 하는 정도(웃음) 힙 : 또 잠깐 옛날 얘기를 하면, 브랜드의 런칭파티를 바스코의 시크릿 소사이어티 클럽에서 진행했다. 그때 당시에 재밌는 사건이나, 기억에 남는 게 있나. 릴 : 그때 너무 정신이 없었다(웃음) 아는 지인들이 다 와서 인사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 것 같다. 그래서 기억이 사실 별로 없다(웃음) 아! 바스코형이 런칭파티 때 조용히 오셔서 어깨를 두드려 주시더라. 거기서 은근히 힘이 됐다(웃음). 힙 : 바스코는 휴먼비잉의 모델로도 참여를 했었다. 어떻게 시작된 인연인지. 릴 : 태완형이 공연에서 백업을 좀 해달라고 해서 갔을 때, 바스코형이. ‘어, 너 멋있다.’ 하면서, 전화번호 교환하고, 커스텀 얘기로 시작됐던 것 같다. 힙 : 바스코 역시 이번에 의류 브랜드를 런칭했는데, 휴먼비잉과 같이 콜라보를 해도 괜찮을 거 같다.(웃음) 릴 : (웃음) 나는 뭐, 언제든지 좋다. 힙 : 전공은 의류 쪽인가. 릴 : 의류 쪽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림은 그렸었다. 예고도 나오고, 엘리트 루트라고 보면 그럴 수 있는데, 내 친구들 중에서 나만 잘 안됐던 케이스였다. 다 외국 가서 작업하고 그랬었는데(웃음) 힙 : 중간 중간에 언급한 그 어려웠던 삶은 어땠었나. 릴 :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배신을 많이 당한 케이스였다. 인스피형네 작업실에 얹혀살면서,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잠만 억지로 겨우 자는 정도로 힘들게 살았다. 그래도 앨범 그래픽 작업이 가끔씩 있어서 다행이었다. 힙: (웃음) 그래도 대기만성하지 않았나. 릴 : 아직 모자르다(웃음) 힙 : 현재 바이브(Vyve) 크루에 속해 있는데, 잠깐 소개해주자면. 릴 : 원래는 대학교 힙합 동아리였다. 거기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졸업하고 나와서 시작했는데, 큰 뜻이 있어서 ‘이런 거 해보자!!’ 해서 뭉친 건 아니다. 비디오 디렉터, 아트 디렉터, 랩퍼, 프로듀서, R&B싱어, 디자이너, 나도 있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재미있는 크루인 것 같다. 서로 필요할 때 도움도 되고, 조언도 많이 해주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힙 : 그렇다면 최근 관심사랄까. 릴 : 옷에 대한 생각 뿐이다. 지금도 레어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는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 아이디어 스케치도 하고 만들어보기도 해야, 나도 더 재미있는 생각들이 나오는데, 요즘은 일을 하다 보니까 너무 정신이 없다. 힙 : 앞으로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 릴 : 몬스터 에너지. 그 회사의 파워풀한 컨셉도 그렇고, 브랜드 로고도 우리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힙 : 의류 커뮤니티 등에서 휴먼비잉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들을 보는 편인가? 반응이 어떤 것 같나. 릴 : 안 보려고 해도 보인다.(웃음) 페이스북만 쓱 봐도. 반응은 그냥 반반인 것 같다.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는 감사하고. 별로라는 사람은.(웃음) 좋지 않은 피드백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힙 : 힙플스토어에서는 휴먼비잉이 꽤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 릴 : 아(웃음)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예쁜 옷 많이 나올 테니, 기대해도 좋다. 힙 : 다음 시즌에 대해 조금 소개해줄 수 있을까. 릴 : 이전 시즌보다는 조금 심플해졌다. 그렇다고 아예 괴팍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제를 했다. 여백의 미라고 해야 되나(웃음) 그런 느낌으로 많이 하고 있다. 힙 : 이제 2016년이 됐는데, 올해 소망하는 목표라던가 계획이 있다면? 릴 : 소망하는 건 진짜 부자가 되고 싶다.(웃음) 그렇지만 돈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한 브랜드로서 내 옷을 인정을 해주길 바란다. 나도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휴먼비잉을 발전시킬 거고, 그래서 이곳 저곳에서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 힙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한다. 릴 : 일단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바이브 크루 사람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 아, 돕덕이(Dope’Doug) 앨범은 진짜 걔만의 바이브가 다 담겨있는 좋은 앨범이니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보이즈 인 더 허슬(Boys In Da Hustle)크루의 옐라 다이아몬드(Yella Diamond)와 임채건이라는 친구에게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고, 브랜드 런칭할 때 옆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조언해주신 롸킥스 대표 정현우 사장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인터뷰 | 김가람, 차예준 (HIPHOPPLAYA.COM) 아임낫어휴먼비잉 힙플스토어 http://iamnotahumanbeing.hiphopplaya.com 릴디지 https://www.instagram.com/lil_deeeezy/
  201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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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바스코(Vasco) '언제든 바닥으로 다시 갈 수 있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9]
힙플 : 쇼미더머니가3가 끝난지 2년 정도가 지났다. 방송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잘 활용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쇼미더머니 버프’를 가장 잘 소화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VASCO (이하 V) : 그렇게 봐주니 고맙다. 쇼미더머니는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장치? 도구? 들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고 어떤 것을 만들어 낼지 고민을 많이 했다. 나름 잘 활용했고 많은 것을 현명하게 얻었다고 생각한다. 힙플 : 이미 그 전에 저스트뮤직 합류로 전환점을 맞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프로그램이 바스코의 커리어에 탄력을 줬다. 출연 전과 후 꽤 많은 것들이 바뀌지 않았나. V : 많은 것 이 바뀌었다. 물론 돈 벌이가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겠지만. 그 보다도 일련의 사건(이혼, 레이블 해체)으로 위축되어 있던 자신이 좀 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요즘 랩 잘하는 친구들과도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무대 공포증도 극복했고. 힙플 : 씨잼은 쇼미더머니에 대한 질문에 “나는 쇼미더머니3로 인생이 바뀔 정도로 득을 많이 본 랩퍼다. 내가 쇼미더머니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자격도 멋도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된다.” 라고 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V : 어차피 방송에 출연을 하기로 결정한 이상 내 선택에 의해 ‘방송 포멧에 들어가겠다!’라고 한 것이다. 방송의 포멧 자체가 너무 싫고 바꾸고 싶으면 PD시험을 봐야겠지. 쇼미더머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멋이 없는 건 사실이다. 나가서 내가 구린 짓만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또 방송이 너무 멀리 잘못 간다면 지적을 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힙플 : 매체를 현명하게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쇼미더머니 또한 문화의 일부가 되어가는 듯 하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는 이들, 원래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이들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고 있는데, 바스코의 경우는 어떤가? V : 나 같은 경우는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쪽이다. 내가 멋진 것을 보여주면 된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방송의 포멧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랩은 경쟁하는 장르다. 경쟁구도는 방송이 아니어도 원래 존재해왔다. 힙플 : 씨잼도 그렇고, 바스코 역시 ‘산이’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산이의 앨범에 참여했고, 산이를 옹호했다. 분위기상 아티스트로서 예민한 부분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당시를 돌아보면 어떤가? V : 우선 몇 번을 이야기 했지만. 산이는 내 유일한 진짜 친구다. 랩, 음악, 돈 뭐 모든 것을 떠나서 내 친구다. 내가 이혼하고 정말 힘들 때 내 손을 잡아주고 함께 눈물을 흘려주고 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집에 와서 어깨 잡아주던 유일한 사람이다. 이런 친구에게 랩, 음악, 뭐 기타 다른 여러 상황들은 나에게 있어서 아무 의미도 없다. 슬프나 기쁘나 좋든 싫든 내 친구다. 힙플 : 쇼미더머니 이후, 왕성한 작품 활동(앨범 두 장)과 여러 무대 활동 등, 허슬해 오고 있다. 저스트뮤직 내에서도 독보적인 활동량인데, 그 원천이랄까? V : 저스트뮤직 모두가 엄청난 역량들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난 이 그룹 안에서 내가 제일 속도가 빠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 들어와서는 내 속도가 너무 느려서 다른 멤버들한테 미안할 정도였다.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까지 받았었다. 지금은 그들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해서 어느 정도 좋아졌지만 여전히 스윙스, 씨잼의 속도는 엄청나다. 단순히 속도를 떠나서 결과물의 퀄리티도 훌륭하다. 노창도 하루에 여러 곡을 쓴다. 기리보이는 항상 작업을 하고 있고 엄청 많은 완성 곡들을 이미 가지고 있다. 아예 앨범을 2-3장 단위로 이미 계획을 마쳐놓은 상태다. 블랙넛도 앨범 2장정도 분량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스윙스 같은 경우 최근 믹스테입을 2주만에 가사 쓰고 녹음해서 다 완성 시켰다. 그리고 이번 컴필을 1주일 만에 다 완성했다. JM식구들이 내 원천이다. 힙플 : 뮤지션으로써 활동 외에도 클럽 ‘Secret Society’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바쁠 시기일 것 같은데, 음악과 개인 비즈니스를 병행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나? V : 클럽, 바에서 음악과 함께 일을 하니 일하는 게 일 같지도 않다. 랩 자체가 일은 아니다. 노는 게 일이고 일이 노는 거다. 음반작업에도 도움이 되어서 오히려 좋다. 단지 몸이 여러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재미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돈은 별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손님들이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을 만든 것 뿐이다. 클럽 일을 하면서도 앨범 작업 및 컴필 작업에 차질은 없다. 잠을 줄이면 된다. 힙플 : 믹스테입 ‘MADMAX’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올해 초 매드맥스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작업으로 알고 있다. 제작 배경이 궁금하다. V : 매드맥스 영화처럼 기승전결 없이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때리고 부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근데 시작하고 완성해 가는 단계에서 앨범이 좀 너무 강해지기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끈적끈적한 곡들을 좀 추가했다. 그게 플러스 요인일지 마이너스 요인일지는 청자들의 몫이겠지만. 아무튼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상태가 좀 더 앨범 전체적으로 흐름이란 게 생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 힙플 : 선 공개했던 ‘Whoa Ha!’는 뜨거운 반응이었다. 곡도 곡이지만, 특히나 뮤직비디오는 최고의 저예산 뮤비가 아닐까 싶다. 뮤직비디오의 기획배경이 궁금하다. V : 자본은 나름 중요하다. 자본이 있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이 있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들이 나오는 건 아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때 가장 중요한 코어, 핵심은 아이디어다. 아이디어가 괜찮다면 자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물론 아이디어도 대박인데 자본까지 갖춰진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그래서 자본 없이 그냥 간단한 아이디어로 재밌게 만들어보려고 했던 작업이다. 촬영, 편집, 기획 모두 내가 알아서 했다. 색 보정만 엄코라는 친구가 도와줬다. 총 제작비 10만원. 이 정도면 내가 기획한 데로 된 것 같다. 힙플 : 뮤비에 등장하는 지인들의 립싱크는 어떤 기준으로 배치했나? V : 여러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그 가사에 맞는 캐릭터를 배치하기도 하고. 가사와 너무 맞지 않아서 엉뚱한 매력을 느끼게도 하려고 했고, 랩 링싱크를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좀 쉬운 부분을 줬고 랩을 잘 따라오는 친구들에게는 좀 어려운 파트를 주는 등 여러 기준으로 작업을 했다. 힙플 : ‘힙부심’은 말 그대로 16년차 배태랑이 바라본 총체적인 힙합씬의 풍경이었다. 여러 지점들이 있겠지만, 매체를 대하는 스탠스에 대해서 쇼미 덕에 이제 와서 힙합이 대세? Nha man M.net은 적이 아냐, 그냥 매체 현명하게 이용하면 돼 show 하지 말고 rap 해. – 힙부심 V : 쇼미 덕분에 힙합이 대세가 된 건 아니다. 쇼미가 존재하기 이전에 여러 래퍼들이 각자 영역에서 꾸준히 열심히 활동하고 씬을 키워놨기 때문에 쇼미라는 프로그램도 생길 수 있었다. 쇼미는 그저 우리가 만든 컨텐츠를 가지고 또 다른 컨텐츠를 만들어서 대중에게 제공했을 뿐이다. 우리가 이건 방송이니 타협해야 해! 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방송에 나와서 쇼 하는 몇몇 친구들이 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쓴 구절이다. 평소에는 착한 친구가 카메라만 들어오면 어떻게든 튀려고 남을 억지로 깎아 내리거나 강한 척을 한다던가 하는 그런 쇼맨쉽들을 보면 좀 아쉽긴 하다. 취권 랩이나 스님 랩 등등 랩을 잘하면 되는데 퍼포먼스로 승부를 보려고 하니. 그리고 그런 컨텐츠를 지들이 스스로 제공을 해주니 엠넷이 그런걸 찍어서 내보내지.. 랩만 잘하고 멋있게 보여주면 되는걸 굳이 왜 저렇게 할까 생각이 들었다. 힙플 : 마지막 구절은 의미심장하다. 키스에이프의 당시 인터뷰 발언은 어떻게 받아들였나? V : 키쓰에이프에게만 하는 구절은 아니다. 키쓰에이프의 그 인터뷰 내용에 그 글을 포인트로 가져다가 한 말이지만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래퍼들의 자세이기도 해서 쓴 구절이다. 굳이 우리가 서로 적이 될 필요는 없긴 하다. 근데 나 혹은 우리를 먼저 건드린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이 좁은 바닥에서 서로가 적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한국힙합 뮤지션들이 다같이 뭉치면 정말 가요계, 미디어를 우리가 장악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힙합은 위에서 말한 데로 경쟁을 하는 장르이다. 쇼미에서는 방송의 특성상 우리끼리 경쟁을 했지만 그 이상 우리끼리 싸우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옆집 친구를 이겼다고 해서 전세계 짱을 먹는 게 아니란 말이다. 다같이 힘을 합쳐서 더 큰 상대와 대결을 했으면 좋겠다. 힙플 : ‘맨 위의 맨 위’를 들으면, 큰 그림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바스코의 10년 뒤를 디테일하게 상상한다면 어떨 것 같나? V : 10년뒤엔 미국에서 아들이랑 살고 있을 거다. 힙플 : 가장 직설적인 구절이었다. 씨잼의 ‘신기루’ 구절도 그렇고 직접적이진 않지만 하이라이트와는 묘한 대립구도가 서는 것 같은데 쇼미더머니 치트키를 쓴다고 깎아 내리더니 자폭하고 있는 꼴을 보니 사라져 내 어이 - 맨 위의 맨 위 V : 우선 난 하이라이트를 좋아했다. 그들의 자세도 마음에 들었다. 노래들도 좋았고. ‘My Team’이 처음 나왔을 때도 뭐 좀 거슬리긴 했지만 ‘우리와는 생각이 다르군’하고 생각했지, 그게 구리다 틀렸다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당시에는 별다른 피드 없이 지나갔었다. 근데, 그 이후에 쇼미에 나오고 하는 모습들이 싫었다. 나 역시 그들의 자세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실망감이 있었고 그들이 먼저 찔렀으니 나도 이번엔 찔러 준거다. 별거 없다. 그냥 앞으로는 서로 안 찔렀으면 좋겠다. 힙플 : 굴곡 많은 행보를 보여준 랩퍼로서 ‘STIMPACK’의 가사는 과거의 몇몇 이슈들을 홀가분하게 털어내기도 했다. 과거의 일들을 디테일하게 짚어낸 이유랄까 뭐, 톡까고 jiggy하며 BB탄총 쏜 적 없어 찌질하게 예매율 보고 공연 취소한 적 없고 - STIMPACK V: 그냥 가끔 커뮤니티들을 보면 애들이 전혀 사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지어내서 말을 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런 글을 읽으면 화가 났다. 그걸 그냥 다 풀어놓은 곡이다. 힙플 : 몇몇 벌스들은 최악의 슬럼프를 극복한 바스코기 때문에 진정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뭔가, 투쟁의 아이콘이 된 것 같기도.. 바닥을 쳤던 경험이 메시지에 자양분이 되기도 했나? V : 죽어도 다시 돌아가라면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말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지금도 언제든 바닥으로 다시 갈 수 있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난 해낸 사람 중 하나다. 난 언제든 다시 올라갈 수 있고 멈춰 질 수 없는 사람이다. 그걸 이미 격어 봤기에 그리고 나오는 법을 배웠기에 두려움이 없다. 힙플 : ‘All껌’에선 대만에서 활동 중인 크루 TGMF의 소속 BCW와 YZ가 참여했다. 작업 계기는 어떻게 되나? 꽤 이채로운 콜라보이다. V : Andrew Song이라는 내 고등학교 친구가 소개해줬다. 음악을 들어봤는데 되게 멋있었다. 그들의 배경도 멋있었고. 그들이 한국까지 넘어와서 같이 작업을 했다. 나 역시 대만을 다녀왔고. 음악적으로도 훌륭한 친구들이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좋았다. 힙플 : 대만에서도 공연을 가졌던 걸로 안다. 대만의 씬을 보면서 느낀 점이랄까 V : 대만은 아직 규모로 봤을 때 한국의 5-10년전 인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아티스트들의 수준은 높다. 정말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이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그들은 제대로 씬을 만들어 가는 친구들이다. 그들이 올바른 길로만 간다면 대만 힙합 자체가 엄청 멋진 길로 가는 것이니.. 힙플 : ‘NICO’에서 면도와는 어떻게 함께 되었나. 슈퍼비와의 커넥션이었나. V : 슈퍼비가 시크릿 소사이어티에 데려와서 인사를 시켜줬었다. 그리고 바로 클럽에서 그의 녹음물을 들어봤는데 너무 맘에 들었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바로 한 곡을 같이 하자고 이야기 했다. 정말 잘 하는 친구다. 힙플 : 곡 얘기와는 멀지만 ‘NICO’를 듣고 흡연이 섭이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피드백이 있더라. 이런 류의 피드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V : 우리 아버지도 담배를 태우셨다. 그리고 내가 어릴 때는 사람들이 뭐 어디서든 다 담배를 태웠었다. 아버지는 심지어 집에서 태우기도 하셨다. 난 적어도 집에서 담배 태우지는 않는다.(웃음) 음.. 모르겠다. 아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도 싫고 담배 때문에 건강을 헤치는 것도 싫기 때문에 담배 피지 말라고 말은 하겠지만, 강요할 생각은 없다. 우리 아버지도 그러셨다. 그냥 내 선택일 뿐이다. 나중에 아들도 자신의 선택이 있겠지. 아들 앞에서는 담배를 조심한다. 피고 나면 손도 닦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안 받도록 노력한다. 힙플 : 많은 곡에서 섭이를 언급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섭이에 관한 피드백들도 많아졌다. 소위 주제넘은 섭이의 관한 피드백들을 볼 때는 어떤 기분인가? V : 자식 가져봐라. 힙플 : ‘40’에서는 현재의 바스코까지를 비교적 짧게 담아냈는데, 사실 지기펠라즈만 해도 할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이처럼 스윽 담백하게 담은 배경이랄까. V : 그냥 40마디에 내 이야기를 쭉~ 담은 곡이다. 원래 컨셉은 36살이니 36마디에 담아내야지 했는데 쓰다 보니 좀 길어졌고 그냥 40마디로 마무리 시켰다. 그냥 숫자 40을 보니 40를 피쳐링 시키고 싶었다. 질문처럼 그냥 스윽~ 작업했다. 힙플 : ‘Transurfer’, ‘40’ 등 개인의 서사를 담은 곡들이 정규 앨범에 메인을 잡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어떤가. V : 정규앨범은 어떤 포멧 어떤 방향이 될지는 아직 잡지 못했다. 힙플 : 저스트뮤직 컴필에 대해서도 스윙스의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발매가 임박한 듯 한데 컴필에 대해 티저 좀 부탁한다. 천재노창의 참여는 있는지 등등. V : 천재노창이 전곡을 할 것으로 보인다. 스윙스는 이미 벌스 녹음을 마친 상태이고 나도 4곡은 완료한 상태이다. 다른 멤버들도 거의 가사 작업은 다 끝났다. 조만간 만날 듯 하다. 그리고 아마도 새 멤버도 있을까? 모르겠다. 힙플 : 개릴라 시리즈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바스코의 정규는 어떤 식의 앨범이 될 것 같나? 내 다음 앨범 정규 5집은 명반, ONE – Transurfer V : 정규 5집이 게릴라뮤직 3부작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지, 아니면 다른 컨셉의 앨범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계속 생각이 바뀐다. 계획도 계속 바뀐다. 게릴라 뮤직 vol1, vol3 모두 좋은 평을 받았었다. 그래서 마지막 퍼즐 조각을 잘 맞춰서 멋지게 완성을 시키고 싶은 욕심이 큰 만큼 계속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어렵다. 정말.. 힙플 : 제이문과의 ‘Special Day’는 이전 소속 랩퍼와의 오랜만의 작업이었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이전 인디펜던트 식구들에 대한 커넥션은 유지되고 있나? V : 베이식, 제이문, 제이키드먼 빼고는 대부분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힙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부탁한다. V : 2016년에는 엄청난 앨범을 들고올테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인터뷰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바스코 https://www.instagram.com/VASCO187 저스트뮤직 https://www.instagram.com/wejustmusic/
  201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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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지코(ZICO)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블락비와 지코는 분명히 다르다'  [11]
힙플: 솔로 커리어를 단단하게 다진 해가 아닐까 싶다. 올해는 본인으로서도 학수고대한 순간이었을 것 같은데 2015년을 돌아보면 감회가 어떤가? ZICO (이하 지코) : 2015년은 내 개인적인 커리어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해다. 다작을 하기도 했고, 돌아봤을 때 그 결과물들의 내용이 꽉 차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해다. 힙플: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갤러리라는 타이틀의 의미에 대해. 지코: [Gallery]라는 앨범은 곡 자체를 이미지화 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앨범이다. 왜냐면 곡들마다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가 모두 극명하게 다르거든. 예를 들어 관통하는 주제 안에서 비슷한 바이브로 다르게 해석된 곡들을 나열한 일반적인 앨범이 아니라 이건 각기 장르도 다르며 주제도 다르고 심지어 풀어나가는 전개방식마저 다른 앨범이었기 때문에 그런 다양한 작품들을 한군데에 모아놨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표현이 갤러리라는 표현이었고, 거기에 맞춘 이미지 작업을 병행했다. 어쨌든, 음악도 작품인데 음악을 작품이라고 일컫는 표현이 좀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난 갤러리라는 표현을 통해서 이미지와 함께 아트적인 느낌으로서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 벅와일즈의 부바그래피형과 함께 사진 작업을 하면서도 이것들을 그냥 음악트랙으로만 분류하기에는 좋은 이미지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힙플: 각 트랙마다 겹치지 않는 아이덴티티를 보여줬다는데 의미를 둘 수도 있겠지만, 싱글 소품집으로서의 한계도 분명 있을 것 같다. 풀랭스 앨범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지는 않나? 지코: 음.. 있다. 풀랭스 앨범에 대한 욕구는 너무나 많지. 우리는 애초에 그런 앨범만 듣고 자랐으니까 힙합팬이라면 풀랭스 앨범에 대한 갈증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되게 잘 생각해야 되는 문제이기도 했다. 많은 뮤지션들이 앨범 단위로 작품을 낼 때 사람들은 앨범에 수록된 몇 곡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타이틀곡이나 피쳐링이 참여한 몇 트랙만 기억에 남고, 그 외의 트랙은 의미 없이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그래서 우선은 내가 아티스트로서 앨범 전체를 각인 시킬만한 스탠스가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힙플: ‘날’을 제외한 전곡의 뮤비가 나온 건, 비주얼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비주얼을 포함한 전체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이다.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영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혹은 각마다 곡들을 어떤 식으로 이미지화 시킬 것 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는데, 그 결과 음악작업과 중간 중간 영상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음악만으로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모두 전달하기에 역부족이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만한 피상적인 것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곡에 영상작업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었던 것 같다. 힙플: 그럼 ‘날’의 뮤직비디오도 원래는 계획되어있었나? 지코: ‘날’도 원래는 영상 적으로 준비하려고 했던 부분이 많은 곡이었다. 결국 스케줄상으로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쉽다. 힙플: 피쳐링 캐스팅에만 반 년이 걸렸다고 했다. 자이언티는 3개월, 제이통은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들을 섭외했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지코: 나도 내가 느끼는 내 하드웨어의 한계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악기의 한계고, 내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바이브의 한계인데, 물론 비트를 만들 때 내 목소리만으로 전체를 채우는 것도 좋고, 그렇게 했을 때의 미니멀한 바이브가 좋게 작용할 때도 있지만, 간혹 메이킹을 하면서 어떤 트랙들은 스스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들게끔 했다. 마치 여러 악기가 하모니로 어우러져 좋은 음악이 나오듯,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풍성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미처 내 에너지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에 피쳐링 게스트를 사용하게 됐고, 그래서인지 결코 쉽지 않은 게스트를 선택했던 것 같다. 힙플: 제이통의 경우, 아직도 지코의 행보와 부딪히는 부분이 많은데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지코: 제이통형이랑 작업하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한 3개월 정도가 걸렸고, 섭외 하는데만 한 달이 걸렸을 거다 (웃음) 처음 피쳐링 제안을 했을 때 음악 듣고 구리면 안 하겠다고 하더라. 당연히 난 무조건 자신 있다고 했지.. (웃음) 그래서 한번은 제이통형이 서울에 올라왔을 때 내가 만들어놓은 1절을 가지고 찾아가서 내 차에서 바로 음악 모니터링을 시켜줬는데, 그때까지도 확답을 주지 않더라. 그래서 아예 2절까지 만들어서 보내줬다. 그랬더니 가사를 보고 하시는 말이 ‘야 일단 해보는데.. 내 거 나오고 내 거 구리면 안 한다’ 라고 하더라.. (웃음) 우여곡절 끝에 사비를 받아냈고,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았다. 내가 타이트하게 몰아치는 부분에서 그 바이브를 이어갈 만한 묵직함을 정말 잘 표현해주시더라. 내가 원하는 그대로 묵직하고 러프하지만 날이 서있는 바이브로 받아쳐 주셔서 굉장히 만족했다. 힙플: 사실 제이통의 벌스가 들어있지 않아 의외였다. 처음부터 훅만을 원했던 건가? 지코: 맞다. 애초부터 훅에서의 강단 있는 파트를 원했고, 제이통형의 이미지대로 짧지만 간단명료하고 자극적이게 치고 빠지는 그림을 원했었다. 힙플: 지코 커리어의 피쳐링진들을 살펴보면, 그 시점에 가장 핫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지속적으로 컨택해 왔다. 씬의 흐름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살피는 편인 것 같은데 어떤가? 지코: 맞는 것 같다. 왜냐면 나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팬이니까. 작업을 목적으로 컨택 할 때도 어쨌든 팬의 입장에서 다가가는 게 큰 것 같다. 당연히 핫한 루키들이 있다면 팬으로서 즐겨 듣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비트를 만들기도 한다. 마치 공놀이를 하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임하는데, 가까운 예로 자메즈(Ja Mezz)형이 그랬고, 던밀스(Don Mills) 형 역시 그랬다. 힙플: 힙합 팬으로서 가장 최근에는 어떤가? 지코: 면도(Myundo)와 나플라(Nafla) 그리고 루피(Loopy)다. 나는 쇼미더머니 때부터 면도의 랩핑을 너무 좋아했다. 심지어 1차때 심사를 했을 때도 나와 팔로알토 형이 계속 면도를 밀었었는데 방송에는 결국 안 나오더라. 정말로 면도얘기 맨날 했는데.. (웃음) 아무튼, 3명을 꼽자면 루피 나플라 면도다. 아, 그리고 펀치멜로라는 랩퍼도 있다. 딘(DEAN)이 소속되어있는 클럽 에스키모라는 크루에 있는 어린 랩퍼인데 그 친구도 굉장히 잘한다. 그런 영하고 감각적인 사람들한테서 매번 배우는 것 같다. 그 사람들 걸 듣다 보면 아, 아직 너무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들거든. 또 최근에는 덤파운데드(Dumfoundead) 형이 낸 미장원을 듣고 그냥 넉다운 되기도 했다. (웃음) 힙플: 지금까지 했던 콜라보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콜라보가 있었다면? 지코: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 형들이랑 했던 야유회가 최근에 했던 것들 중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보면, 내 세대의 랩퍼들에게 다이나믹 듀오는 교과서 같은 존재들이지 않나 모든 랩퍼 지망생이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다이나믹 듀오 앨범에 참여한다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나 역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힙플: 보통, 어느 시점에서 판타지가 깨진다고들 얘기한다. 아직까지 그런 판타지를 유지하고 있나? 지코: 나는 아직까지 한국힙합의 팬이다. 지금도 나오는 루키들과 작업하는 게 소망이고, 공연도 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 내 포지션을 좋아하는 거기도 하고. 힙플: 메이저에서 언더그라운드로 필드를 역행한 또 한 명의 mc다. 박재범의 커리어가 기행에 가까웠다면, 지코의 경우엔 아이돌들의 스탠다드로 굳혀져 버린 것 같다. 기분이 어떤가? 지코: 왜냐면 나는 지금도 아이돌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굳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그런데, 재범이형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이 무리에서 나왔고, 지금은 아예 독립적인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ceo이기 때문에 분리될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까지 메이저에서 가요를 만드는 프로듀서이기도 하고, 케이팝 밴드 그룹을 이끄는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힙플: ‘캐릭터 모방하는 제작자’, ‘아이디어 떨어진 a&r’ 같은 가사에서 그런 상황에 대한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지 않았나 지코: 아, 스탠다드가 그런 의미라면 (웃음) 음.. 그건 어쩔 수 없는 생리인 것 같다. 제작하시는 분들은 히트곡이 나오면 무조건 그 히트 곡을 쓴 작곡가한테 우르르 몰려가고, 유명한 스타일리스트가 있으면 그 유명한 스타일리스트한테 우르르 몰려가는 습성이 있다. 어떻게 보면 유행에 굉장히 민감한 건데.. 그래서 나 같은 포지션이 나왔을 때 그 분들한테 내가 어떤 성공사례로 비춰졌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모든 아이돌들이 내가 했던 행보에 맞춰 믹스테이프 한 번 만들어보고 시작하려는 느낌이 들었을 때에도 사실 불쾌함 보다는 오히려 자존감을 느꼈다. 그 가사 역시 ‘이렇게 할 만큼 내가 열심히 했나 봐’ 혹은 ‘잘 봐, 저 제작사들도 내가 했던 패턴 그대로 자기 연습생 들한테 시키잖아’라고 말하고 싶은 어떤 자존감의 표현이었는데.. 정작 중요한 건 나는 누군가 시켜서 그것들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들이었다는 거다. 힙플: 그런 이고를 표현할 때,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제작자들이 있거나 그 때문에 불편한 기류를 느끼진 않나? 지코: 음, 없는 것 같다. 힙플: 솔로 커리어 내내 날이 잔뜩 서있는 랩만 봐와서 일까, ‘오만과 편견’ 같은 노래는 더 의미가 깊을 것 같다. 지코: 맞다. 여태 솔로로서 단순히 랩만 하는 트랙을 많이 해와서인지. 일단 톤을 전체적으로 낮게 잡고,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에게도 굉장히 신선한 도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업하는 내내 새로운 감성으로 임할 수 있었고, 리프래쉬 되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힙플: 이제 슬슬 불편한 이야기를 해도 될까? (웃음) 지코: 예상하고 있다. (웃음) 힙플: 여러모로 비트와 뮤직비디오, 랩 플로우까지 카피와 래퍼런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지코: (웃음)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사실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엔 감독님들의 의도 또한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길게 설명하진 못할 것 같지만, 비트 같은 경우엔 랫챗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랫챗이라는 장르 자체가 바이브가 국한되어 있는 장르이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들을 때 단순히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얘기하는 ‘Boys And Girls’와 ‘A-yo’가 비슷하다는 말에 대해서는 일단, 나는 절대로 그 곡의 코드워크 조차 따라간 적이 없고, 곡의 키도 전혀 그 곡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 곡은 베이스부터 즉흥적인 시퀀싱으로 창작했다 플로우 같은 경우에는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분명히 나한테 인풋 되어 온 것들이 무심결에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리스닝을 많이 하는 리스너이기 때문에 무언가에 영향을 받았을 땐 그것들을 내 안에서 새롭게 재창조해서 아웃풋시켰어야 하는데, 이번엔 그게 미처 되지 않은 채 감명만 받은 상태로 쏟아지는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날’에서 드레이크의 ‘6 Man’에서 플로우를 차용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확실히 내가 그 곡의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 부분에 있어서 미처 검토를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사실, 플로우 레퍼런스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유행하는 많은 플로우들이 공유되어왔지 않나 그때마다 이런 논란이 있었지만 말이다. 지코: 사실 미고스(Migos)의 ‘Versace’나 제이지(Jay-Z)의 ‘My 1STSong’같은 곡처럼 당대의 유행이 되는 리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애매함을 가지고 있긴 하다. 미고스의 플로우나 쥬시제이(Jucy J)가 자주 하는 이 음절 씩 끊어 치는 플로우들 모두를 카피 곡으로 봐야 하는 건가? 어떤 분들은 중복되는 플로우를 단순히 유행으로서 허용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어떤 분들은 플로우가 중복됐을 때 카피라고 하기도 한다. 그 기준점은 사실 애매한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플로우를 유사하게 뱉는 게 MC로서 독창성이 없는 행위인 건 맞다. 만약 나도 미리 알았더라면, ‘어? 이건 너무 비슷한데?’하고 바꿨을 거기 때문이다. 힙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비판에 있어서 열려있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거북선Remix’의 구절에선 비판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 선비들이 행동 개시할 차례 모방과 영감을 구분하지 못해, 왜? 자식 나면 니 얼굴도 표절했다 해 Anecdote 듣고 뻐꾸기 그만 날려, man’ - 거북선 remix 지코: 그 구절의 배경에는 확실히 그런 게 있었다. 거북선 비트는 내가 샘플cd에서 직접 컷팅 해서 만든 곡인데, 그걸 굳이 같은 샘플을 쓴 어떤 DJ의 곡을 가져와서 표절이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걸 보고,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거다. 그리고 이건 비단 거북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히트곡이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비교부터 하고 보니까, 그런 것들에 질렸었다. 리뷰들을 보면 항상 ‘이거 이거랑 똑같이 한 거네’ 식의 반응인데, 비슷한 소스의 악기만 사용해도 똑같다고 해버리는 사람들한테 한 마디 하고 싶었다. ‘날’은 그 이후에 발표된 건데, 물론, 그 곡에 온 피드백에 대해서는 ‘아니요? 아닌데? 난 내 건데?’ 라고 변명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 곡은 명백하게 내 안에서 미처 지혜롭게 풀어내지 못한 거였다. 힙플: 지코처럼 랩 피지컬이 뛰어난 랩퍼들을 얘기할 때마다 항상 ‘랩 차력’이라는 단어가 따라 등장한다.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받아들이기에 따라 좋은 피드백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코: 어떻게 보면 좋기도 한데, 어쨌든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테크나인(Tech N9ne)이나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람들인데, 그걸 랩 차력이라고 했을 땐 랩에 박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 힘이 임팩트와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피로도나 불편함을 준다는 얘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티스트가 그런 피드백을 들었을 땐 영리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힙플: 언더와 오버를 병행하는 포지셔닝에 대해 꾸준히 언급해왔다. 그리고 현재 그 역량을 갖춘 뮤지션이 되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힙합 뮤지션과 아이돌 가수의 정체성이 부딪히는 부분은 없나? 지코: 초반에는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나 스케줄적인 부분에서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울 때가 간혹 있기는 해도 음악적으로는 부딪히는 순간은 아예 없다.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영화로 치면 블락비는 전체 관람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고, 지코는 감독 판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지코는 뭔가 스코어를 목적으로 커머셜하게 푼다기 보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고, 블락비 같은 경우는 대중적인 소통을 하고, 모든 연령층을 최대한 넓게 섭렵할 수 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 둘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블락비는 절대 힙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블락비 곡 중에 힙합 곡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냥 랩이라는 악기를 많이 사용하는 그룹 중에 하나일 뿐이지, 거기다가 힙합이라는 장르를 굳이 붙이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그것 때문에 힙합이라는 장르자체를 잘못 판단하는 분들도 분명히 생길 거기 때문에 말이다. 모르시는 분들은 ‘정통 힙합 아이돌!’ 이러고 나왔을 때 ‘저게 힙합이야?’ 할 수 있단 말이다. 그런 식으로 힙합 자체를 왜곡시키고 싶지는 않다. 심지어 초반에 회사에서 블락비를 ‘정통힙합 아이돌’이라고 바이럴을 했을 때에도 나는 돌아다니면서 다 아니라고 말하고 다녔다. 우리는 그냥 좋은 음악 하는 아이돌이고, 케이팝 밴드라고 힙플: 그런 에티튜드는 멤버들이나 회사와도 공유되고 있나? 지코: 멤버들과는 당연히 공유하고 있다. 원래 멤버들 자체도 그냥 음악을 좋아하지 힙합을 엄청 좋아하는 팀은 아니거든. 힙플: 유저 질문이다. ‘지코의 경우는 언더와 아이돌을 동시에 준비해왔던 인상이 있어서요. 이와 관련해서 말인데, 시작할 때 자신이 세웠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그냥 했다"가 아니라 좀 더 거창한(?) 목표였을 거 같은 느낌..’ 지코: 시작부터 이런걸 해보고 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라이브러리를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고, 정말 내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었거든. 그래서 소통의 창구로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시장인 가요계를 공략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처음 내가 음악을 시작하게 한 태동인 힙합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고. 그래서 ‘이거 두 개 다 해볼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누가 못할 거 같다고 얘기해도 무작정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했다. 힙플: 유저질문2 ‘지코가 단순히 랩 말고 ’힙합‘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뭔가요? 마인드? 스킬적인 부분? 스킬적인 부분이라면 리릭인지 랩핑인지 플로우인지 / 마인드라면 어떤 태도인지 뭐 이런식으로 상세하게 부탁드립니다. 지코: 예전에는 가사였다면 요즘에는 무드인 것 같다. 청자들 자체도 무드를 많이 보는 것 같고. 예전에 비해 그 안에 있는 내용이 무엇이건, 그 곡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본인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서 좋은 곡, 안 좋은 곡을 기준 짓는 성향이 많아진 것 같은데, 나 역시도 그렇다. 힙플: 쇼미더머니5가 프로듀서로서 각광받은 결정적 계기가 될 것 같다. 쇼미더머니를 돌아보면 어떤가? 지코: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힙플: 역사를 쓴 스눕독 에피소드 당시는 어땠나? 지코: 하.. 기분 굉장히 안 좋았지. 당시에 장난 아니었는데.. 출연진들은 모두 알 거다. 참가자 형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는 형들이었고, 나랑 작업했던 사람, 나랑 친한 사람, 우리 크루 사람들이 섞여있었거든. 그 사람들한테 생고기 하나 던져주고 뜯어먹으라는 식으로 한다면 그걸 누가 좋아하겠나. 그런데, 초반에는 그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고, 단순히 멋있는 랩을 보며 했던 리액션이 그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다. 당연히 나한테도 그 에피소드는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한국힙합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 힙플: 올라운드 포지션에 대한 욕심이 상당한 것 같다. 특히 올해 들어 프로듀서로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그리고, 거기에 팝타임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싶은데. 팝타임에 대해 소개한다면? 지코: 팝타임형은 나랑 곡 자체를 같이 진행하는 형이다. 내가 전체적인 무드나 큰 그림을 잡으면, 팝타임형이 그 안에서 좀 더 전문적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해준다. 특히 사운드디자인에도 힘써주는, 정말 완벽한 파트너지. 지코로서 만드는 비트 자체는 나도 아직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내가 팝타입 형과 함께 작업한다면 그 한계가 무궁무진해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의 엄청난 파트너이자 내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힙플: 유저질문3 가장 많은 질문이 들어왔다. ‘에넥도트 듣고 뻐꾸기 그만 날려’ 라는 구절에 대해 코멘트가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에넥도트에 대한 무시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지코: 그건 말 그대로 정말 힙합 잘 듣지도 않았으면서 그거 하나 듣고 리뷰창에 말도 안 되는 소리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거였다. 나는 뉴블러드 믹스테이프도 전에 블랭키먼 믹스테이프부터 센스형을 들어왔고, 그걸 듣고 음악을 시작했을 정도로 이센스의 팬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뭐만 있으면 전혀 상관도 없는 음악에다가도 ‘이거 듣고 와라’라는 식으로 [The Anecdote]를 가져다 붙이더라, 사람들이 왜 전혀 장르도 다르고, 맞지도 않는 음악들에다가 에넥도트를 들이미는지.. 그건 센스형도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센스형 팬으로서 어쩌면 내 나름의 힙부심을 부린 것 같다. 힙플: 마지막이다. 못다한 말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지코: 앞으로 MC 지코로서도 꾸준히 노력할거다. 힙합팬 분들이 주시는 피드백에 대해서는 항상 귀 기울이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내가 가사에서 자신감 있게 표출하는 것들은 말 그대로 헤이터들에 대한 나의 의지를 얘기하는 거고, 정말 심도 있는 피드백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떤 피드백들은 내 독창성 없는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6년은 그런 팬들마저 즐길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려고 노력하는 해가 될 것 같다. 지코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oozico0914/ 사진 제공 | 세븐시즌스, 뮤직비디오 캡쳐 인터뷰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20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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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일리닛│‘골목 상권의 맛집 같은 컨텐츠가 되길 바란다’  [10]
HIPHOPPLAYA (이하 힙플) : 하반기 빅앨범들 사이에서 조용하게 등판한 웰메이드 앨범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감회가 어떤가? Illinit (이하 일) : 음.. 발매시기에 대한 생각은 사실상 하지 않았고, 준비가 되는대로 앨범을 냈다. 감회를 말하자면 지금까지 냈던 어떤 앨범보다 기분이 좋다. 잘 만들었다기 보다 거의 처음으로 원하는 대로 만든 앨범인 것 같아서 나한테는 1집같은 앨범이다. (웃음) 힙플: 담백하게 등장한 앨범이어서일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순수하게 좋은 앨범이 묻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정작 본인의 마음은 어떤가? 일 : 이 앨범을 프로모션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애초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냥 원하는 걸 했기 때문에 불안함 같은 건 전혀 없다. 골목 상권의 맛집처럼 컨텐츠가 좋고 느낄 수만 있다면 구전을 통해서라도 소문이 날 거고, 그랬을 때 알아서 사람들 귀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힙플: 앨범이 나온 뒤 주변 반응은 좀 어떤 것 같나? 일 : 주위에 팬/친구인 베스트들이 몇 명 있는데, 걔내들이 맨날 피드백들을 캡처해서 카톡으로 보내준다. 원래 내 얘기는 잘 없으니까 신기했겠지.. (웃음) 한동안 아침마다 일어나서 그런 카톡들을 봤는데 ‘너 존나 좋대!’ 이런 말들을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다. 피드백이 많이 있다는 건 어쨌든 좋은 거니까 힙플: 독립 레이블 Triple I로 활동을 하다가 작년부터 팩토리보이(Factory-Boi Records)에 합류했다. 음악 환경에 있어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 일 : 일단 녹음실이 생긴 것, 그 다음이 엔지니어링 작업 같은 앨범 제작에 있어서 필수적이지만, 내가 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해결되는 게 가장 크다. 팩토리보이는 페임제이(Fame-J)라는 친구가 대표로 있는 곳인데, 그 친구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내가 아이디어로만 가지고 있던 걸 소리로 구현해주니 모든 게 달라졌다. 힙플: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98은 상징적으로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98년도는 일리닛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일 : 나는 유년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는데, 중학교 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한국 정서에 적응해야만 하는 시기를 보냈다. 억압돼있었고, 정신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워하는 애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일로 우연히 다시 미국에 가게 됐는데, 그때가 98년도였고 그 해는 나한텐 굉장히 의미가 깊은 해다. 물 만난 물고기가 됐던 것 같다. (웃음) 일단 마음이 편했던 게 한국에서는 힙합을 몰래 좋아했는데 그곳에서는 대놓고 좋아할 수 있었거든. 그리고 그 시기에 ‘ill’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일리닛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그게 벌써 17년이 지났으니 정말 어마어마한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에 와서 그때를 돌아보니까 기분이 묘해지더라. 어릴 적에 그저 멋있어 보이려고 장난 식으로 내린 선택이 지금 이 나이를 먹고 이런 앨범을 만들게 했다는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 그 연도에 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왜냐면 내 몸뚱이는 부모님이 만들었지만, 일리닛이라는 존재는 온전히 내가 원해서 선택한 거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존재니까 말이다. 그것 자체로 98년도는 나한테 창세기가 되는 시절이다. 힙플: 질풍노도의 시기를 미국에서, 그것도 힙합의 황금기와 함께 지나온 세대다. 지금의 일리닛한테 굉장히 큰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일 : 확실히 그렇다. ‘Made In ‘98’ 가사에도 나오지만, 98년도에 블랙스타(Blackstar)의 앨범이 나왔고, 제이지(Jay-Z)의 [Hard Knock Life]가 출시되고, 에미넴(Eminem)의 [Slim Shady LP] 아웃캐스트(Outkast).. 엄청난 앨범들이 쏟아져 나왔거든. 게다가 사후 앨범이지만 비기(Notorious B.I.G)의 [Born Again]이나 투팍(2pac)의 [Greatest Hits] 이런 앨범이 나오던 시대니까. 돌이켜보면 정말 어마 어마 했다. (웃음) 힙플: 정서적으로 풍요로웠던 때겠다. 일 : 풍요롭고, 모든 게 기대되던 시절이다. ‘야 투팍 죽었는데 또 앨범 나온대!’ 하던 그런 추억들이 이 앨범에 있어선 굉장히 뜻 깊은 기억들이 됐다. 힙플: 실제로 단어들이나 묘사들이 정말 생동감 있는 곡이었다. 게다가 앨범 자켓의 사진도 이 곡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마치 [GKMC]에서 도요타 벤이 맴도는 것처럼 이 앨범의 고증 같은 사진일 것 같은데 일 : 이 앨범의 자켓 사진은 실제로 98년도에 찍은 사진인데, 아마 여자친구 집 앞이었을 거다. 이 사진을 어떻게 보게 됐냐면, 한 번은 마이노스(Minos)와 함께 우리 집에서 술을 먹은 적이 있는데 당시에 내가 취한 상태로 ‘야 나 옛날에 어땠는지 알아?’ 하면서 옛날 사진을 꺼내서 보여줬다. 그런데 마이노스가 그 사진을 보더니 ‘와 이거 대박 앨범 자켓 같다’ 라며 너무 멋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 10년만에 박스에서 옛 사진들을 꺼내서 보게 됐다. 정말 모든 것들이 다 떠오르더라 ‘이땐 이랬고, 똥차가 있었는데, 친구들이 다 면허가 없어서 내가 애들 다 픽업하고 내려다 주고.. 스피커는 또 완전 똥이라서 베이스 하나도 없는데 베이스 있는 것처럼 그루브타고 있었고..’ 이런 시시콜콜한 기억들을 마이노스와 같이 있던 사람들한테 한참 얘기 해줬는데.. (웃음) 그러면서 ‘아.. 나 이 얘기 너무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바로 가사작업에 들어가서 그 다 다음날인가 이 곡의 가사가 나온 것 같다. 그래서 말씀해준 것처럼 당시의 풍경을 글로 그리는데 있어서 이 사진이 정말 큰 역할을 했다. 힙플: 그때는 이 사진이 이런 식으로 쓰일지 알았나? (웃음) 일 : 실제로 이 앨범이 나왔을 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서 ‘이 앨범을 17년전 아무것도 모르던 저 새끼한테 바칩니다.’ 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었다. 그때 걔는 음악을 계속 할지, 나중에 이 사진이 자켓에 쓰일지 상상도 못하고 그저 똥 폼만 잡고 있는 거거든. (웃음) 힙플: 앨범 자켓이 된 사진 외에 이 앨범의 영감이 된 가장 큰 사건은 뭐가 있나? 일 : 사운드적으로는 아마 당시에 내가 듣고 있는 음악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겠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 같고. 정신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건 딥플로우(Deep Flow)다. 딥플로우랑은 1년 전부터 뒤늦게 알고 지내왔는데, 결국에 이 앨범을 정규 단위로 내게 된 건 딥플로우 덕이 크다. 힙플: 그 말은 [양화]가 이 앨범의 영감이 됐다는 말인가? 일 : 양화를 듣기 이전에도 딥플로우와 술을 몇 번 먹었는데, 딥플로우가 항상 나한테 하던 얘기가 ‘형 정규내야 돼요. 정규를 내야만 보여줄 수 있어요. 보여줘야만 해요’ 라는 말이었다. 걔는 디스코그래피를 굉장히 중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가 나에 대해서 얘기 좀 해달라고 했을 때는 항상 ‘디스코그래피가 중요해요’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럼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고 했더니 ‘형 정규 내면 분명히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라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정규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뒤에 [양화]가 나왔지. 자극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나는 이 앨범의 정신적인 영감을 그 인물과 그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걔한테 이걸 직접적으로 얘기한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아마 걔도 대충은 알고 있을 거다. (웃음) 힙플: 이 앨범이 정말 좋았던 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이야기한다는 점이었다. 의도한 부분이 있나? 일 : 트랙리스트 순서대로 노래를 만든 것도 아니고, 이거 만들었다 저거 만들었다 하면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딱히 트랙배치에서 그걸 의도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나중에 보니까 어떤 시간 순서대로. 끼워 맞추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나 그 사진을 보고 나서 정하게 된 기본적인 구성은 옛날의 나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걸 끌어와서 지금의 내가 어떻게 걔를 바라보는지 이야기하고, 미래의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그런 식으로 곡마다 할 얘기들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 힙플: 앨범의 흐름을 따라서 ‘Beer In My Backpack’까지 들었을 땐 ‘98 힙합키드의 생애가 화려하진 않아도 꽤 잔잔한 영화가 됐다고 말하는 것 같다. 딱 현재의 모습인 것 같다. 일 : 그때는 굉장히 모났었고 센척하는걸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한번은 ‘Beer In My Backpack’을 듣고 피타입 형한테 전화가 왔는데 ‘이거 완전 너 같다’라고 하더라. 정말 그런 것 같다. 이 곡은 그냥 지금의 내 상태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즐겁고,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있고, 고통이 없는 상태랄까.. 예전에 비하면 정말 그렇다. 왜냐면 예전에 했던 센 척들. 차 위에 올라가서 혀로 볼을 빨아서 간지나는 표정 지으려고 하고..(웃음) 그런 것들이 일종의 두려움 같은 거거든. 도마뱀이 날개 펼쳐서 쌔 보이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두려움이 사라지고 여유가 생겼다. 힙플: ‘Beer In My Backpack’을 타이틀로 정한 이유라면? 일 : 원래 난 타이틀을 정하지 않는 주의라서 맨 처음에는 타이틀을 어떤 곡으로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음원 사이트에도 걸어야 하고 하니까 정하긴 했는데, 처음에는 ‘Made In ‘98’을 하려다가, 사람들한테 들려줬을 때 조금 더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게 낫지 않겠냐 라는 의견이 있었고 나도 거기에 동의를 해서 그냥 정했다. (웃음) 힙플: 결국엔 ‘자유로운 존재’가 되면서 앨범을 종착시킨다. ‘눈떠’라는 곡은 자유를 얻게 된 어떤 계기가 될 것 같다.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나? ‘눈을 감고 나의 정신 떠 더 깨끗하게 보였지 높이서 다시 말해 제자리에 앉은채 내 세상을 바꿔놨지 단숨에 행복해졌어 갑자기 새 길을 텄어..’ – 자유로운 존재 일 : 음.. 2012년 이전에 스나이퍼 사운드에서 나오면서 어떤 슬럼프 같은 걸 겪었다. 그때 음악을 접을 생각을 하고 있었고, 맨날 술만 마시면서 폐인처럼 살았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살다간 정말 병신 되겠다 싶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살아나보려고 이것 저것 책도 많이 읽고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존재’의 가사 2절에 눈을 뜨고 일어났더니 단숨에 내 세상이 바뀌어있었다는 가사가 있는데 정말 명상을 통해서 한 순간에 내 마인드를 바꿔놨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좀 더 알게 됐고. 다시 음악을 해서 나를 치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즈음에 믹스테잎도 내고, 팩토리보이도 만나게 된 건데. 그러니까 어떤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아무도 날 구원해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정신차리게 됐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힙플: 스나이퍼 사운드 시절의 일리닛은 분명 어떤 부분에선 궤도에 오른 랩퍼였지만,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공백도 길었고 말이다.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에 대해 이야기 해줄 수 있나? 일 : (웃음) 궤도에 올랐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지나가며 들어봤을 수도 있는 사람이었을 텐데.. 솔직하게 말하면 완전히 길을 잃은 상태였다. 물론, 그때의 음악들이 부끄럽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나 자신을 보여줬다기 보다는 내가 알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이런 길로 간다면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워너비적인 모습들.. 물론, 그것 또한 내 선택에 의한 거였지만 뭔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느낀 순간에도 절대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냥 나는 여기서 끝이구나, 난 그냥 이런 음악 하는 사람이고 이 틀을 절대 깰 수가 없구나’ 모든 걸 리셋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빠지다 보니 모든 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거지 (내 커리어가)거짓말 같았고, 변명하고 싶지도 않은 시기였던 것 같다. 그렇게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할 말도 없는 상태로 슬럼프에 빠져버렸다. 힙플: 스나이퍼 사운즈 자체나 당시를 함께 했던 동료들에 대해서 지금은 어떤 감정인가? 일 : 음.. 죄송한 것도 있고, 감사한 것도 있는 것 같다. 사실, 지금 이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고 있었는데, 지금 막 떠올려보면 어찌됐든 모든 걸 선택한 건 나였기 때문에 그들을 탓하거나 누군가를 손가락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이 억지로 ‘앨범 안내면 죽여버릴 거야!’ 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웃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크다. 차라리 그때 내가 먼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 같다’ 라는 말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런데 나조차도 어떤 흐름에 편승한 채로 살았기 때문에 그건 나의 잘못이 분명하고, 지금은 오히려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힙플: 답변 내용이 마치 ‘Half-Duplex’의 가사의 구절 같다. (웃음) ‘사건마다 자신을 대변하는 lawyer 피고석엔 남 아닌 내가 앉아 남 탓이나 덕 없이 전부 나의 책임인 게 보여’ – Half-Duplex 일 : 맞다. 피해자도 나고, 가해자도 나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져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Half-Duplex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한쪽 방향에서만 통신이 가능한 방식’이다. 이 곡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일 : 그 곡은 사실 옵티컬아이즈 엑셀(Optical Eyes XL)이 자기 앨범에 넣으려고 만든 곡이었다. 심지어 이미 가사도 있었는데, 그걸 들었을 때 내가 빡 꽂혀버려서 나도 가사를 바로 쓰기 시작했다. 통일성을 주기 위해서 엑셀이 써놓은 첫 구절 ‘얼굴은 어려도’로 시작을 하는데 하다 보니까 그냥 중구난방 별에 별소리를 다하게 되더라. (웃음) 결국에 말하고 싶었던 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고, 나는 내가 너무 좋고, 사람들이 뭐라 하든 그건 상관없고, 모든 걸 내가 책임진다였다. 힙플: 단순하게 외골수적 성향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XL의 경우엔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시켰다. 지리멸렬하게 반복되는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들.. (웃음) 일 : 맞다. 각자 조금씩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제목을 정하기 전에 이 가사들을 보면서 이건 그냥 술자리에서 존나 취해가지고 사람들이 듣던 말던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해대는 그런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소주테이블’ 이런 제목을 생각했었는데 엑셀이 ‘Half-Duplex’ 라는 제목을 던져줬다. 단방향 통신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일방적인 얘기를 하는 거다. 힙플: ‘Half-Duplex’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보상 없는 씬 혹은 시스템에 대한 일방적 고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일 : 처음 제작 의도가 그렇지는 않았더라도 충분히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씬에 대한 시각을 일방적으로 꾸역꾸역 전송한다는 점에서 맞는 얘기다. 힙플: 그러고 보면, 이번 앨범에 참여한 피쳐링진들은 대부분이 불한당의 프로젝트 앨범 [A.T.C.N]에서 커넥션이 이어져온 것 같다. 피쳐링진들과는 어떻게 함께하게 된 건가? 일 : 말한 대로 저스디스(Justhis)나 넉살은 불한당에서 냈던 [A.T.C.N]이란 앨범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나는 피쳐링을 정할 때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고, 함께 놀면서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그래서 생각났던 게 이들이고, 흔쾌히 작업을 해줬다. 힙플: 프로듀서들의 비중을 이번 앨범에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XL과 페임 제이의 존재감이 눈에 띄는데 이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일 : 사실 나도 비트를 몰래 찍고 있는데, 너무 좆밥이어서 이번 생에는 절대 세상에 못 나올 거 같지만.. (웃음) 어쨌든, 페임제이는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사운드나 느낌을 나의 흥얼거림이나 대화를 좀 하는 걸로도 그걸 캐치해서 내 의도와 거의 일치하게 소리로 만들어내는 수준이다. 둘이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것도 있지만, 정말 뭔가 합이 잘 맞는다. XL이랑도 일주일에 한 번씩 조기 축구회처럼 무조건 만나서 놀듯이 작업을 한지 한 6개월 정도 됐는데, 그 작업들 중에서 제일 느낌 있고, 내가 지금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뽑아냈다. 한 마디로 페임제이와 XL은 늘 상 함께 하고 있는 만큼 정말 순산했던 작업들이었던 것 같다. 힙플: 다른 얘기로 일레븐과의 프로젝트 앨범은 앞으로 또 기약이 있는 건가? 일 : 최근에 이 앨범을 만들려고 집중하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보류중인 상태다. 힙플: 오랫동안 폼을 유지하고 있는 베테랑 중 한 명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일 : 그런데 그게 기이한 현상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그럴만하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내가 맨 처음으로 작품을 냈던 게 십 몇 년이 지나긴 했지만, 그 사이에 음악을 안하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거든. 그때 계속 열심히 하고 있었으면 지금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니 지금 이 정도의 스포트라이트는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Rap Superstar 보다는 Livin’ hiphop이 나의 꿈’ 같은 구절을 보면 애초에 거창한 야망가와는 거리가 먼 타입 같기도 하다. 일 : 그게 나한테도 되게 중요한 구절인 게, 나는 아버지가 음악을 하는 걸 반대하셨기 때문에 항상 뭔가를 거스르면서 이걸 했어야 됐다. 우리는 아직까지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흑인 아티스트들처럼 태어났을 때부터 옆에서 힙합음악을 듣고 있고, 삼촌이 음악을 들려주는 그런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저 평범한 한국애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런 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아버지는 내 인생에서 정말 큰 인물이었거든. 모든 것 앞에서는 쫄지 않을 수 있는데 그때의 아버지는 정말 두려운 존재였고, 굉장히 오랫동안 뭔가를 거스르면서 꿈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제서야 인정하시고 좋아해주시는데.. (웃음) 당시에는 그걸 거스르면서 아버지의 뜻과 나의 꿈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다 보니까 항상 길을 잃은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그냥 리빙 힙합만 할 수 있어도 존나 감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랩 슈퍼스타도 물론 좋지만, 그건 리빙힙합을 해야만 갈 수 있는 다음 레벨이기 때문에 리빙 힙합도 못하는 상황에서 바랄 건 아니었다. 어쩌면 그 마인드 셋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다. 리빙힙합만 해도 좋은 거지. 내가 이렇게 입고 이렇게 말하고,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면 충분하다. 힙플: 그럼 지금은 어떤가? 랩스타를 꿈꿔 볼만한 시대 아닌가? 일 : 맞다. 지금까지 얘기한 건 온전히 내 이야기인 거고, 모두의 경우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한테 랩 슈퍼스타를 꿈꾸냐고 물어보는 거라면 되면 좋지만, 아님 말고다. 그러니까 목표는 그냥 음악을 계속 하는 거다. 물론, 슈퍼스타가 된다면,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안전한 보험이 될 수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유명세로 골치 아프고 싶지는 않다. (웃음) 지루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명성이라는 걸 혐오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위선적이라고 느끼기도 하지만.. 힙플: 아마 많은 랩퍼들이 비슷한 딜레마를 겪을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씬을 보면 어떤가? 그런 혐오감이 번지기도 하나 일 : 그런데 이게 웃긴 건, 나 스스로한테만 그런 강박이 있고, 씬에 대한 거시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거나 어떤 심사위원으로서 여기를 바라보고 싶지는 않다. 이들은 이래야 한다. 이대로 한국힙합 괜찮은가? 쇼미더머니 괜찮은가? 하는 문제들에 대해 에너지를 들이는 게 너무 귀찮다. 만약 FAME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 해도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무슨 자연인 같은 이야기로 빠지는 것 같은데 (웃음) 그건 아니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걸 수도 있겠다. 넌 네 거 하고, 난 내 거 하고 힙플: 예전 인터뷰를 보면, 지금은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 똥고집을 부려보는 중이라는 말을 했었다. 주변에 동료들이 쇼미더머니에 참가하는 걸 보면 나가고 싶지 않나? 일 : ‘항상’이라는 노래에서 가사로 그 얘기를 했다. 물론, 내가 나가는 상상도 당연히 해봤다. 샤워할 때 쇼미더머니 나간 것처럼 프리스타일 해보고 막 해봤는데.. (웃음) 존나 이상하더라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나는 그냥 시청자가 어울린 다는 거였다. 이번에는 시청도 많이 못했지만, 그건 내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쇼미더머니에 나가서 잘된 사람들을 우러러 보지도 않고, 나가서 부끄러워하는 사람들한테는 그걸 왜 부끄러워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단지 내 것이 아닐 뿐이지 그걸 선택한 모든 사람들한테 나름의 스토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만약 다음 시즌에 프로듀서 제의가 들어온다면? 일 : 안 들어올 거다. (웃음) 생각 안 해봤다. 힙플: 1년 동안 랩퍼사냥이라는 피드백 컨텐츠를 진행했다. 최근의 신인들을 보며 든 생각이 궁금하다. 일 : 물론, 못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들었을 때 충격적인 것들도 있었고. 그런데 뭐든지 그렇지 않나 피라미드처럼 되어있어서 못하는 사람만큼 잘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 랩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인구가 많아졌을 뿐이지 현상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컨텐츠는 그 안에서 좋은 걸 찾아서 피드백을 해주는 거였기 때문에 아닌 것들은 아니라고 얘기 했다. 그리고 그 컨텐츠를 하면서 굉장히 재미있었던 건, 한 달에 한 번씩 딥플로우랑 술제이 만나고 락힙합 사람들 만나서 술 먹는 거였다. 그런 것들이 되게 재미있었고, 그들을 바라보면서 어떤 고찰을 하거나 이런 건 없었던 것 같다. 힙플: 그들 중 주목할만한 신인을 찾아냈나? 일 : 흠.. 지금 딱 물어봤을 때 기억나는 인물이 얼돼 밖에 없는 것 같다. 되게 느낌 좋았다. 그렇지만, 평가라고 하기 애매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나름의 상대평가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절대평가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그렇게 눈에 띌만한 신인은 없는 편이었던 것 같다. 힙플: 지난 앨범 [Airborn]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사람들의 요청에 의해 피지컬 앨범으로 발매했다. 일 :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있었지만, 피드백을 받기 전부터 내가 이 앨범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CD를 구워서 나오기 2주 전부터 혼자 듣고 있었는데 그냥 내가 듣기가 좋더라고 (웃음) 그래서 CD를 내가 하나 가지고 싶었다. 나중에 더 나이 들었을 때 한번 꺼내보고 싶고. CD는 이제 프린팅 하고 있고, 아마 12월 중순 정도에 발매하게 될 것 같다. 힙플: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에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곡이 있다면? 일 : 만약 한 곡만 꼽으라면 ‘Made In ‘98’이다. 마치 사진 속에 있는 나처럼 만들 때는 몰랐는데 나한테 정말 중요한 트랙이 됐다. 할 때는 대충 재미있게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의미가 깊더라고. 힙플: 혹시 못다한 말이 있다면! 일 : 힙합플레이야에서 인터뷰하자고 연락왔을 때 되게 기분 좋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좋은 피드백 해주신 분들도 너무 고맙다. 난 계속 할거니까 앞으로도 기대해줬으면 좋겠다. 기사작성 | 차예준 (HIPHOPPLAYA.COM) 일리닛 (https://www.instagram.com/jayillin/)
  201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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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서사무엘ㅣ '정작 중요한 건 그들처럼 사는 거지, 그들처럼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다'  [11]
힙플 : 반갑다. 소개 부탁한다. 서 : 서사무엘이라고 한다. 힙플쇼나 힙플 인터뷰는 고등학생 때부터 구경만하던 것들인데, 직접 하게 되니 솔직히 지금 조금 벅찬 감정을 느끼는 중이다. (웃음) 힙플 : (웃음) 내 기억에 서사무엘의 첫 인상은 언더그라운드 색이 굉장히 짙은 랩퍼였던 걸로 기억한다. (웃음) 아무래도 지금은 그때와 느낌이 사뭇 다른 것 같은데 서 : 예전에 비해 지금은 하고 싶은 게 확실히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떤 랩퍼로서의 정체성이 틀처럼 박혀있었는데, 내가 빅딜을 나왔을 때 뉴챔프(Newchamp)형이 항상 나한테 했던 얘기가 ‘너는 랩 해야 돼’였거든. 힙플 : 빅딜과 뉴챔프 얘기가 나왔는데, 조금 옛날 이야기로 거슬러 가보자. 뉴챔프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 서 : (웃음) 뉴챔프형은 어떻게 보면 나를 살려준 사람이다. 빅딜을 나오면서 원래 난 정말로 대학을 열심히 다녀서 좋은 피아노 연주자가 되고 싶었거든. 그래서 그 동안 이곳에서 알게 된 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다녔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당시 최음제라는 사람이었다. 그 형을 만나서 ‘형 저 이제 접으려고요’ 라고 했더니 갑자기 치킨 집을 데려가더라 (웃음) 그 자리에 뉴챔프형이 있었다. 첫 만남부터 날더러 뉴블락베이비즈(New Block Babyz)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솔깃했던 게 그때라면 뉴챔프가 첫 믹스테이프를 내고 가장 핫 했을 때였거든. (웃음) 그렇게 뉴블락베이비즈에 들어가면서 다시 랩을 시작한 것 같다. 힙플 : 어떻게 보면, 뉴챔프가 서사무엘의 초창기 롤모델이었겠군 서 : 맨 처음 내 랩을 높게 사준 것도 뉴챔프형이었고, 그로부터 1년 후에 내 랩을 깎아 내리기 시작한 것도 뉴챔프형이었다. (웃음) 내가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뉴챔프형이 내 랩을 되게 좋아해줬다. 그래서 군대에서도 휴가 틈틈이 믹스테이프를 4장인가 5장이나 냈었는데, 전역을 하고 나서는 랩을 들려주니 ‘너 왜 이렇게 못하냐’라고 하더라 (웃음) 그때부터 맨붕이 와서 재기 불가능한 시점까지 간 것 같다. 왜냐면 뉴챔프 때문에 다시 힙합을 시작한 거였고, 뉴챔프가 나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이 형이 하라고 하면 한다’라는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사실 그 형은 나에게 있어선 은사고 좋은 형이기 때문에 그 마음은 지금도 비슷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멘탈이 나갔었지 (웃음) 힙플 : 그럼 그때부터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건가? 서 : 맞다. 생각했지. ‘내가 지금 잘할 수 있는 게 뭔가’ 솔직히 말해서 전역하고 나니 랩은 너무 잘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웃음) 이미 씬이 너무 많이 바뀌어있었고, 랩으로 승부를 걸기엔 ‘이 사람들을 어떻게 이기지?’하는 막막함이 있었다. 내가 살아남으려면 정말 내가 잘하는 걸 찾아야 했다. 힙플 : 한편의 성장드라마 같다. (웃음) 그래서 어떻게 찾게 됐나? 서 : 내가 잘하는 걸 하나씩 적어봤다. 딱히 잘한다고 해서 그 분야의 정상을 먹을 수 있다는게 아니라,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봤지. 그랬더니 작곡을 할 수 있더라고. 그런데 작곡을 하려면 멜로디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지 않나, 그 요소를 살리기 위해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노래를 하게 됐는데, 이제 주제는? 당시는 특히나 언어유희적인 가사들이 대세던 때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거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밀린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사의 주제 역시 차별화를 두어야만 했다. 그래서 정말 가감 없이 일기장처럼 내 얘기를 썼지. 뭐, 어설프게 언어유희를 해서 못하는 걸 부각 시키지 말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웃음) 힙플 : 랩 커리어를 접으려고 했던 건 어떤 이유인가? 서 : 눈치챘겠지만, 내가 정말 유리멘탈이다. 사실 나는 빅딜에 들어가기 전까지 랩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라임이랑 플로우라는 것도 빅딜에 들어가서 알았을 정도로.. 힙플 : 빅딜을 좋아할 정도면 힙합에 대한 그 정도 관심은 있지 않나? (웃음) 서 : 나는 힙합이라기 보단 빅딜을 사랑했다. (웃음) 랩을 처음 시작한 게 마일드비츠(Mild Beats)의 ‘Deal With Us’를 보고 시작했을 정도로 말이다. 빅딜의 오디션도 사실 되면 되는 거고, 안되면 안 되는 거지라는 심정으로 도전한 거였는데.. (웃음) 그 당시에 나랑 오디션에 뽑혀서 들어간 사람들이 진솔이라는 형이랑, 유수라는 형, 그리고 얌모(Yammo)라는 친구였다. 유수라는 형이 우리 4명을 이끄는 주장 같은 존재였는데, 그 형이 녹음을 하다가 날 보며 한숨을 쉬고 말하더라 (웃음) “사무엘아 너 라임이 뭔지 아니?” 난 “그게 뭐에요?” 라고 했지. 그렇게 어설프게 덤볐다가 내가 느낀 게 뭐냐면, ‘환상 속의 존재는 환상 안에 남겨놨을 때 가장 예쁘구나’ 라는 거였다. 빅딜은 내가 감당하기 너무 큰 그릇이었고, 나와 같이 들어온 형들이나 얌모라는 친구의 실력이 나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걸 깨달았을 때 ‘아, 이건 내 게임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 지금은 빅딜이 와해됐고, 심지어 그 마지막이 아름답진 않았다. 빅딜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지금의 감정은 어떤가? 서 : 빅딜에 대한 느낌은 여전히 똑같다. 여전히 형들이 앨범을 내주길 바라고, 특히나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다이나마이트(Dynamite)형이랑 데드피(Dead’P)형을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형 동생을 떠나서 팬심만 남아있는 것 같다. 만나더라도 이 형들은 아직까지 나한테 랩퍼 다이나마이트고, 데드피고 딥플로우(DeepFlow)인 거지. 힙플 : 속해있는 두 크루 색체가 많이 다르다. 일단 GUE는 전형적인 힙합 크루지만, XVOI는 좀 더 포괄적인 것 같거든 서 : GUE는 사실 폭파 직전이다. (웃음) GUE는 챔프형이 어느 날 일산에 모아놓고 하자 해서 하게 된 크루인데, 후자는 정말 내 동네친구들과 함께하는 모임이다. 목동의 지하주차장에 있는 창고에서 XVOI의 멤버 14명 정도가 함께 지냈었다. 거기선 문신도 하고, 작업도 하고 플스도 가져다 놓고 노는 그런 공간인데, 사실 이 친구들은 음악만 하는 친구들이 아니다. 마술을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안 하는 친구도 있다. 예외가 있다면 좀 나중에 들어온 페노메코(Penomeco)나 진솔이형, 거기다 토이(Toy) 누나까지 셋만 목동인이 아니라는 점 힙플 : 토이는 무리 안에서도 굉장히 신선한 멤버였겠다. 서 : 토이 누나는.. (웃음) 딱히 의미를 두고 영입한 건 아니었다. 그냥 이 사람이랑 작업실에 같이 있으면 굉장히 뜬금없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작업실에 들어갔는데 막 흑인이 있으면.. (웃음) 힙플 : 지난 EP앨범으로 서사무엘이라는 다재다능한 신인아티스트가 조명 받았었다. 당시를 소회하면 어떤가? 서 : 어느 순간부터 힙합 커뮤니티에 안 들어가게 됐다. 그곳의 반응들을 내 눈으로 보면 멘탈이 나갈 거 같아서.. 가끔 주변친구들이 캐내서 놀리듯이 보내는 것들로 보긴 하지만 (웃음) 어쨌든 일부러 피드백을 멀리 하는 편인데, 그 당시는 그게 가장 심했을 때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재지 않아서 너무 좋았던 때기도 하지. 그때는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정말 자연인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웃음) 한 달 동안 화장실 갈 때 빼고는 밖에 나가지 않고, 담배도 동생이 사다 줄 정도로 앨범 작업 마지막 한 달 생활을 그 안에서만 지냈다. 그곳에선 내가 뭘 만들든 간에 온전히 내가 만드는 거고, 내걸 만드는 동안 그곳에서만큼은 나한테 아무런 소리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정말 편했었지. 내 인생에 그때만한 때가 없던 것 같다. 물론, 혼자 모든걸 다하려고 했기 때문에 앨범의 완성도적인 면에선 굉장히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웃음) 힙플 : 맞다. 아트워크부터 앨범의 컨셉이나 구성들을 혼자서 전부 도맡았지 않나, 그때부터 전방위적인 아티스트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이번 앨범도 물론 그렇겠지? 서 : 이번 앨범은 그때보다 깐깐했다. 어떻게 보면 전반적인 틀 자체는 저번 앨범과 비슷하지만, 이번 작업이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나 혼자 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것 같다. 전반적인 아이디어 제시만 내가 하고, 나머지는 각 분야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 작업했다. 때문에 훨씬 만족스러운 것들이 나왔지. 게다가 그때보다 더 깐깐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내가 아니라 주변사람들이 정말 깐깐하게 잘 해줬다. 예를 들어서 민석이라는 메이크업해준 친구만 해도 그 여자애랑 한 달을 같이 살다시피 했는데, 만나서 하루에 최소 25시간 정도를 얘기하면서 작업에 대해 소통한 것 같다. 뭐랄까.. 저번 앨범은 내가 쉬고 싶을 때 쉬면서 널널한 시간을 가지고 했던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은 나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작업했던 것 같다. 음악 같은 경우도 앨범의 14곡을 뽑아내려고 내가 버린 곡이 320여곡이다. 힙플 : 그 정도면 작업량이면 트랙들을 유기적으로 묶는 것도 나름의 과제였겠다. 서 : 내가 냉정하게 나를 두고 봤을 때, 나는 목소리만 놓고 보면 전혀 개성이 없는 사람이다. 확실히 메리트가 없다는 걸 알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개성 없는 목소리가 있어서 어떤 분위기의 노래를 만들던 간에 큰 괴리감이 없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딱히 그런 고민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없었다면 이 앨범은 정말 영양가가 없었을 거다. 그 과정에서 기름이 많이 빠졌고, 내가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 나를 돌아보는 자기 수양의 시간을 가졌거든 (웃음) 힙플 : 말한 것처럼 모든 트랙별 아트워크를 제작했다. 제작과정에서 받은 영감들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서 : 이번 앨범의 곡들을 다 만들어놓고, 커버아트들로 곡들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지난 앨범 같은 경우는 내가 직접 그림을 사거나 받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면, 이번에는 좀 다른 걸 하고 싶었다. 그림이나 사진, 혹은 글귀가 아닌 다른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고민하고 있는데, 내 스타일리스트 형이 메이크업이라는 테마를 던져주더라, 그때 나 자신이 프레임이 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스로 액자가 되어서 내 안에 뭔가를 그려 넣으면 첫 번째 앨범의 작업방식과도 일맥상통하면서 더 괜찮은 작업이 이루어지겠구나 싶었지. 그렇게 소개 받은 게 민석이라는 친구다. 되게 신기했던 건, 내가 생각했던 모든 뻔한 틀을 그 친구가 다 깨줬다. ‘앨범 커버아트에 메이크업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이다’라고 하는 내 나름의 잣대가 모두 무너졌지 (웃음) 그 친구 왈 ‘네가 뭐를 생각하던 내가 받아들이는 건 다를 거고, 최대한 나의 생각에 기반을 둬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거다’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냉정하게 말하면 직관적으로 봤을 때 음악하고 매칭되는 아트워크는 없다. 하지만, 사실 까고 들어가면 그것들은 100% 매치가 되는 아트워크들인 거다. 가사를 재해석해 놓은 메이크업도 있었고, 굉장히 다양한 접근방식이 생긴 거지. 힙플 : 개인적으로 지난 앨범과 비교하면, 이번 앨범은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었다. 거창한 주제의식이 없어서일까? 일상처럼 흘러가는 앨범인 것 같다. 서 : 애초에 앨범에 수록할 곡들을 고르면서 내가 살면서 정말 기억에 남는 순간들만 담으려고 했다. 정확히 그거에만 포인트를 뒀기 때문에, 어떨 때는 여자친구에 대한 얘기가 될 수도 있고, 부모님의 생각에 대한 얘기가 될 수도 있었다. 굳이 평소에 고민해서 생각하지 않더라도 문득문득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에 대한 주제를 담았고, 그리고 그 주제에 맞는 소리를 찾다 보니까 전반적으로 기름기가 쫙 빠진 편안한 느낌이 나온 것 같다. 힙플 : 절제되고 미니멀한 사운드들은 작금의 트랜드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어떤가? 서사무엘은 트랜드에 민감한 사람인가? 서 : 아니, 전혀. (웃음) 사실 나는 음악을 많이 안 듣는 편이다. 뭐라고 해야 되지.. 정말 찾아 듣는 것만 듣게 되는데, 그것들마저도 굉장히 옛날 음악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난 내 유치원시절이나 초등학생 시절에 듣던 밴드음악을 주로 듣는다. 지금도 제일 많이 듣는 음악은 슬립낫(Slipknot) 1집이나 데프톤즈(Deftones) 1집 같은 앨범들이다. 그래서 내 음악들도 요즘 새로 나오는 자극적인 소리를 찾기 보단 그냥 내가 들었을 때 시간이 지나도 들을 수 있는 것들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힙플 : 요즘 등장하는 플레이어들을 힙합프레임으로만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당연히 서사무엘도 그 중 한 명인데, 단적인 예로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같은 포지션이 독특한 뮤지션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서 : 그런 랩퍼들의 영향도 분명 굉장히 크지만, 그 영향이 그들의 음악에서 오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그들의 인터뷰나 다큐멘터리에서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는 편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MNEK라는 뮤지션도 그렇고, 차일디쉬 감비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제일 크게 오는 건 항상 릴웨인(Lil Wayne)인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사는 걸 보고 있으면 그렇더라고. 일단 자유롭고, 뭘 표현하던 간에 가급적이면 최소한만 남겨놓고 자신들이 살아온 것들에 대해서만 표현하려고 한다. 소리 역시도 자신들이 살아온 것에 근거를 둔 소리들만 내려고 하는 게 보이니까 그런 것들에서 굉장히 큰 영감을 받는다. 정작 중요한 건 이 사람들처럼 사는 거지, 이 사람들처럼 음악을 하는 건 아니거든. 힙플 : 이 앨범은 음악색이나 비주얼적으로도 대중성을 어필해 볼만한 앨범이었던 것 같다. 이 앨범의 대중적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았나? 서 : 전혀. (웃음) 여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서, 딱히 그런 걸 기대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그냥 차곡차곡 쌓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나는 진심으로 책장에 펼쳐놓고 봤을 때 ‘아 그래도 이 만큼 했다’라고 자기만족을 할 수 있는 그런 앨범들을 쌓고 싶다. 힙플 : 굉장히 낙관적인 것 같다. (웃음) 인디 뮤지션으로서의 생존(?)문제도 있지 않나 서 : 생존이 중요한 과제긴 하다. 실제로 옛날의 나는 무조건 상업적으로 성공해서 멋있는 차를 타고, 아버지 어머니한테 효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거든. 물론 그건 지금도 똑같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편하게 먹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이 너무 극에 다르니 예민해지고, 주변사람들에게 막대하게 되더라고. 한동안 내가 굉장히 예민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가 돈에 대한 압박이 가장 심했을 때다. 지금은 어차피 상황이 변하지 않을 거라면, 소소한 것에서 재미를 찾자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 같다. 사실 지금의 내 환경이 모든 사람이 다 갖출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원할 때 작업실 와서 음악 만들 수 있고, 바로 옆에 나의 지지자가 있다는 건 생각만해도 행복한 거다. 힙플 : 앨범에 그런 정서들이 묻은 것 같다. (웃음) 전체적으로 앨범의 무드가 담담하지 않나, 심지어 마지막 곡 ‘Frameworks’의 가사를 보면 시간에 대해 달관한 것 같은 뉘앙스도 준다. (웃음) 서 : 맞는 것 같다. 지금의 나의 정서를 잘 표현한 앨범이다.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웃음) 힙플 : 타이틀곡 ‘Make Up Love’의 반응은 어떤 것 같나? 서 : 반응은 잘 모르겠고, 그냥 내가 만족할 수 있었던 곡이다. 그러니까 그 노래의 원본은 원래 느리고, 기타선율이 조용하게 흘러가는 차분한 노래였다. 코러스도 화려하지 않았고, 멜로디도 좀 달랐지. 그 노래는 내가 지금까지 연애했던 것 중에 가장 오랫동안 연애한 여자친구에 대해 쓴 곡인데, 뭐랄까.. 나한테는 굉장히 의미가 큰 노래다. 왜냐면 그 여자친구랑 연애하면서 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질투는 다 해본 것 같고, 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구속이란 구속은 다 해본 것 같거든. (웃음) 정말 말 그대로 여자한테 미쳐있던 시기였는데, 결국은 그 여자애한테 바람맞아서 차여버렸다. 상당히 강한 트라우마로 남더라고 (웃음) 어느 정도냐 하면 그 여자애랑 갈라서고 지금 3년 반 정도가 흘렀는데도 하루도 생각을 안 한적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도 생각했다. (웃음) 근데, 그런 트라우마를 노래에서 그대로 어둡게 표현하자니, 내가 아무것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 같더라. 더군다나 내가 들었을 때 더 우울해질 거 같았다. 그래서 억지로 밝게 만들어보자 해서 나온 게 지금의 곡인데, 어떻게 보면 이 노래를 타이틀로 정한 것도 나한테 정말 의미 있는 곡이어서였기 때문에 딱히 반응을 살피거나 신경 쓰고 있지는 않다. 힙플 : 이 노래를 당사자가 들어봤을까? 서 : 들었으면 좋겠다. 진짜.. (웃음) 힙플 : (웃음) 속사정을 모르고 들으면 굉장히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노래다.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서 : 아! 반응 중에 제일 큰 반응은 뮤비에 나온 여자배우 누구냐는 메시지가 하루에 열 몇 개씩 온다. (웃음) 그 뮤직비디오의 감독은 김훈이라는 형인데, 그 형은 이런 감성만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하게 잘하는 형이다. 현장에서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깐깐한 성격이고. 그래서 이번 뮤직비디오도 정말 믿음을 가진 만큼, 정말 날 위해서 열심히 찍어줬기 때문에 난 그 뮤비에 대해서 만큼은 정말 쩌는 뮤비라고 어디서든 얘기할 수 있다. 힙플 : 타이틀곡 같은 미니멀한 팝이 있는 반면에 ‘POSSE’같은 빈티지한 사운드나 ‘Stay If You Want’같은 PBRNB 트랙들도 있다. 한 장르적 취향이 반영된 앨범이라기 보단, 뮤지션의 역량이 총망라된 앨범 같은데 서 : 나는 장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무엘씨는 피비알엔비 하시는 분이죠? 팝 하시는 분이죠?’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난 항상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거든. 그러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피비알엔비나 팝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면 나는 해드릴 말이 없는 게 나는 정말 그것들에 대해 모른다. (웃음) 난 그냥 그때그때 주제에 맞는 소리를 찾는데 충실한 타입이다. 만들고 나니까 그렇게 정의 내려질 수 있는 단어가 있다는 거에 감사할 뿐이다. 힙플 : ‘흐려져’ 같은 곡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쓴 가사인가? 서 : 그 가사들이 그렇게 받아들여졌다면 정말 기분이 좋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디렉팅하다 보니까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남이 바라보는 내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더라. 그런 얘기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옆에서 관찰한 부모님 입장에서 부모님 자신들의 모습과 그리고 그 부모님이 바라본 나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그런 생각에 빠지다 보니 나는 그 분들한테 있어서 걸림돌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 부모님은 굉장히 오랜 기간 연애를 하셨는데, 다 똑같이 20대를 거쳐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창 좋을 때 내가 나와버린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포커스가 나한테 맞춰져 버리니까 본인들 하고 싶은 거 못하면서 그렇게 사는 거지. 그렇게 아버지는 벌써 환갑이 되셨다. 이분들도 분명히 속으로는 예전같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뭐, 정작 어머니는 이 노래를 싫어하신다. (웃음) 힙플 : 가장 애착이 가는 트랙이 있다면? 서 : ‘When I Grow Up’인 것 같다. 난 어렸을 때부터 나 자신에 대해 항상 불안해 하던 애였거든. 공부도 어중간하게 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유일하게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하던 게 피아노였는데, 만약 내가 당시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나온 노래다. 가사도 내 생각엔 어렵지 않게 풀었고, 정말 편하게 나한테 할 수 있는 말을 담담하게 한 것 같아서 애착이 가는 곡이다. 힙플 : 이번 앨범에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다음 앨범은 어떤 방향이 될 것 같나? 서 : 다음 앨범은 뭔가 확 오기 전에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전반적인 것들을 앨범에 풀어놨기 때문에, 만약 지금 또다시 무언가를 얘기한다면 똑같은 소리를 할 것 같거든. 그게 싫어서 새로운 감정이 생길 때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일단은 많이 경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사의 대표인 준백형도 나한테 하는 얘기가 사무실에 있지 말고 나가서 영화보고 책보고 놀다 오라고 말한다. 그렇게 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와서 느낀 점을 자기와 함께 다시 얘기해 보자고. 어떻게 보면 이 형도 나랑 비슷한 게 나만큼 기계적으로 작업하는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준백형 말처럼 나는 지금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 얘기를 어떻게 더 새롭게 풀어나가야 할 지가 과제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 같다. 4시에 기상해서 4시 반부터 6시 반까지 뛰고 걷고, 계속 돌아다닌다. 힙플 : 곧 쇼케이스도 계획중인 걸로 알고 있다. 11월 7일에 홍대 폼텍웍스홀이란 곳에서 진행을 하는데, 거기는 신설 공연장이고 굉장히 음향이 좋을 예정이다. (웃음) 힙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 :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빈말이 아니고 감동적이어서 말이 정돈이 안 된다. 힙합플레이야라니 (웃음) 빅딜을 맨 처음에 접하게 해준 매체도 힙합플레이야였고, 나에 대한 얘기가 처음 퍼진 것도 힙합플레이야였고, 내가 맨 처음 본 공연도, 서고 싶어한 공연도 힙합플레이야였다. 그리고, 인터뷰를 언젠가 한다면 해보고 싶은 곳도 힙합플레이야였는데, 일단 해보고 싶었던 것 하나를 이뤄서 너무 영광이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될 거란 생각을 가지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사작성 | 차예준 (HIPHOPPLAYA.COM) 서사무엘 https://instagram.com/iam.samuelseo/
  2015.11.06
조회: 23,656
추천: 25
  [인터뷰] 크림빌라│'씬 안에서 이 앨범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라 믿는다'  [6]
HIPHOPPLAYA(이하 힙) : 멤버들 각자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Loben(이하 L) : 프리즈몰릭(PRIZMOLIQ)과 크림빌라(CREAMVILLA)를 하고 있는 로벤이다. 두 팀 모두 그랜드픽스(GrandPics)라는 크루 안에 속해있다. EX8ER(이하 E) : 반갑다. 그랜드픽스와 크림빌라 소속의 익스에이러라고 한다. Quaimo(이하 Q) : 콰이모라고 한다. 반블랭크(이하 B) : 그랜드픽스, 크림빌라, 프리즈몰릭의 반블랭크다. 힙플 : 그랜드픽스가 크림빌라의 전신인 걸로 알고 있다. 크림빌라라는 유닛은 언제 어떻게 결성된 건가? L : 크림빌라가 결성된 건 작년 쯤이다. 사실, 그랜드픽스라는 크루에서 음악을 한 건 꽤 오래됐는데, 멤버들 중에서도 음악을 그만둔 친구들이 생기고, 우리처럼 아예 전업으로 음악을 하는 친구들로 나뉘게 됐다. 말하자면, 크림빌라는 그랜드픽스 안에서 음악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끼리만 따로 뭉쳐서 만든 유닛이다. 그게 아마 작년쯤인 것 같다. 힙플 : 유닛을 결성하자마자 앨범을 준비한 건가? L :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 안에서도 음악색깔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뭉쳤을 때 어떤 팀 적인 이미지가 생길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거든. 그래서 처음에는 곡 작업도 몇 번 해보고, 공연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러운 색이 생길 때까지 합을 맞췄던 것 같다. 힙플 : 콰이모는 그랜드픽스 원년멤버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새로 영입된 건가? Q : 난 작년에 들어왔다. 프리즈몰릭 형들의 추천으로 제의가 들어왔는데, 나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함께 하게 됐다. B : 부산의 콰이모가 속해있는 크루가 주최한 공연에 우리(프리즈몰릭)가 게스트로 가게 됐는데, 그 공연에서 한 명이 유독 라이브를 잘하길래 유심히 봤다. 그때는 콰이모가 다른 이름을 쓰고 있을 때였는데, 우리가 누구를 픽업할 정도로 잘나가는 입장은 아니지만.. (웃음) 어쨌든 콰이모를 픽업했다. 부산의 로컬 뮤지션 중에서 그래도 우리 프로듀서진은 빵빵하기 때문에 콰이모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힙플 : 콰이모를 처음 알게 된 건, 파이랩스의 비디오였던 것 같다. 지금은 두 팀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건가? Q : 아, 올해 봄 즈음에 파이랩스 크루는 나오게 됐다. 각자 으쌰으쌰 했던 것도 있는데, 어쩌다 보니 나한테는 큰 시너지가 없을 것 같아서 탈퇴하게 됐다. 힙플 : (웃음) 첫 트랙부터 등장하지만, 부산에 대한 로컬프라이드가 가득 찬 앨범이다. 부산에도 로컬씬이 형성되어 있는데, 서울로 올라오게 된 계기랄까? L : 우리는 부산 로컬씬에 대한 애정이라던가, 출신에 대한 프라이드를 굉장히 깊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루 전체적으로 봐도 그렇고, 아마 개인적으로도 그럴 거다. 부산 출신 랩퍼들이 부산을 샤라웃하면서 서울로 올라온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이라면, 프리즈몰릭의 경우는 그렇다. 12~13년 당시는 우리가 음악과 학업을 병행하던 시기였는데, 진로선택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되더라. 음악에 올인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업에 집중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모든 게 엉망이 되는 것 같았다. 학업과 음악 두 개를 저울질하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거지. 그러다가 1집을 발매할 때쯤 결단을 냈는데, 서울로 올라온 건 어떻게 보면, 돌아보지 않기 위해 우리를 내몰았던 거였다. 부산에서 음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풀리기 마련이거든. ‘이제 음악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좀 더 확실하게 내몰고 싶었다. 힙플 : 앨범의 정서로만 보면, 서울생활이 녹록치 않은 것 같은데.. L : 되게 힘들었다. 1집 앨범을 내고 나서 서울에 올라왔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일단 친한 사람이 없었고, 당연히 금전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래서 상경 초반에는 음악적인 고민과 금전적인 고민을 엮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올라온 지 이제 2년이 조금 안됐는데, 아직은 계속 부딪혀보고 있는 중이다. 힙플 :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E : 나는 아직 부산에 있기 때문에.. L : 이 친구는 부산에 있어서 힘든 거지 (웃음)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B : 원래라면 오늘 올라와서 월요일날 뮤비 촬영까지 끝내고 다시 내려가면 되는데, 이 친구는 학교 스케줄 때문에 당장 오늘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웃음) E : 내가 아직 학교 졸업을 못했다. 힙플 : 콰이모의 경우에는 어떤가? Q : 아직 딱히 힘들지는 않다. 나는 이제 1년이 다되어가는데 아직까지는 그냥 재미있다. B : 콰이모는 아직까지 엄마찬스 아빠찬스를 쓸 수 있는 시기다. (웃음) Q : 그런 건 아니다. (웃음) 물론, 돈을 생각하면 힘들지만 난 워낙 집돌이라 나갈 돈도 그렇게 많지 않거든. 힙플 : 반블랭크는 가사에서 이제 제이통, 사이먼디는 부산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의 부산 씬은 어떤가? B : 내가 생각했을 때 부산에 아직까지 그렇다 할만한 뮤지션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부산에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분명히 있지만 아직까지 퀄리티 높은 결과물들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부산의 로컬씬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뭐 그런 상황이고, 좀 더 분발을 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우리가 부산을 충분히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부산을 많이 샤라웃하고 부산에서 공연 많이 하고, 어떻게든 부산 로컬씬을 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거든. 우리는 서울에 있지만, 오히려 부산에 있는 뮤지션들보다 더 그렇다. 제이통이나 쌈디 같은 분들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부산이 낳은 슈퍼스타들이다. 이제는 전국구가 됐기 때문에 굳이 그 사람들이 부산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힙플 : 떠난 존재들이라는 말인가? B : 맞다. 그들은 그냥 잘나가는 뮤지션들이다. 힙플 : 반블랭크 같은 경우엔 얼마 전에 부산 기반의 또 다른 크루인 아우라지와 디스전이 있었다. B : 일단, 아우라지와 그랜드픽스는 부산에 있을 때부터 공연도 함께 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크루였는데.. E : 어떻게 보면, 내가 두 크루의 교두보였다. 당시는 그랜드픽스 크루의 전신인 페이머스 몬스터즈(The Famous Monsters)라는 크루였는데, 아우라지쪽 뮤지션들과는 스케리피(Scary’P)형이 앨범에 비트 제공도 하는 등, 부산 뮤지션들끼리 교류가 활발했다. 공연을 하더라도 서로 시너지를 받기 위해 같이하는 경우가 많았지. 그때까지만 해도 부산의 힙합씬은 벅와일즈로 대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더 힘을 뭉치는 식이였던 것 같다. 12년도부터 한 13년도까지 1년정도를 같이 했다. 아우리지 대표분이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장을 섭외하면 우리는 부족하지만 프로모션을 맡는 식이었지. 그분이 기획력이 있으신 분이어서 공연을 체계적으로 많이 열려고 했었고, 우리는 그걸 통해 그랜드픽스라는 크루의 정체성을 가져가려고 했지만, 지내다 보니 안 맞는 부분을 느꼈다. 뭐랄까, 말하기 애매하지만, 우리는 더 힙합다운 힙합을 하길 원했거든.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리얼함을 반영하고 싶었는데, 이곳은 정서 자체가 다른 걸 느낀 거지. B : 우리가 봤을 때 그쪽은 약간 인디 감성의 대중가요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와는 안 맞는다고 판단하고, 좋게 끝낸 거였는데, 그 와중에 크리틱(Critic)이라는 사람이 개념 없는 행동을 하게 되면서 결국 그 친구 한 명 때문에 아우라지랑 그랜드픽스가 갈라서게 됐다. 전부 얘기하기에는 너무 길지만, 사실 그 친구한테 사과할 수 있는 기회도 몇 번 줬었다. 근데 자기가 싫다니까 그냥 그렇게 넘겼던 건데, 몇 년 지나고 싱글로 디스를 하더라. E : 사실 크루가 한 명 때문에 멀어진 거기 때문에 더 아쉽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작년에 정규앨범 녹음도 아우라지에 소속된 형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을 정도니. 난 이래저래 애매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힙플 : 디스곡은 받아들이기에 어땠나? B : 사실 나는 듣지도 못했었는데, 아는 동생의 문자로 알게 됐을 정도로 뜬금없었다. 그리고, 그 디스가 어이없는 건 가사 내용이 ‘내 삶은 멋진데 프리즈몰릭은 서울 가서 뭐하냐’라는 식인데 훅은 ‘City of 쌈디’ 라니.. E : 우리가 부산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갔다고 욕하는데, 그 훅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진 꼴이다. B : 그 말은 서울에 올라온 뮤지션들이 금전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 꼴이 안 좋다는 뜻밖에 안 되는데, 그건 부산 뿐만 아니라 서울에 올라와서 음악을 하는 수많은 로컬 뮤지션들을 모욕하는 가사라고 느껴졌다. 그냥 어이가 없었지. 그 사람 성향을 보여주는 멍청한 가사다. 욕은 하고 싶어서 했는데, 쌈디는 또 멋져 보이거든. 힙플 :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전형적인 언더그라운드 랩 씬을 이야기한 앨범이다. 앨범을 기획할 때 중심이 된 테마랄까 E : 앨범이 전체적으로 붐뱁이긴 하지만, 사실 처음부터 ‘반드시 붐뱁을 해야겠다’하고 만든 앨범은 아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앨범에 초점을 맞춘 건, 네 명의 랩퍼와 한 명의 디제이가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음악적인 퍼포먼스였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붐뱁 바이브로 맞춰진 것 같다. 더군다나 그 당시에 때마침 프라임(Prhyme)앨범이 나왔는데, 그게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멤버들의 취향이 그렇게 모였다. 힙플 : ‘격’을 비롯해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처음에는 좀 놀라웠다. 소위 리얼에 대한 고민을 이 정도로 진지하고 정직하게 뱉을 줄은 몰랐거든. E : 사실은 앨범의 컨셉 자체가 주제를 의식하고 접근하지는 않았다. 물론 우리가 주제를 바탕으로 가사를 쓰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는 크림빌라 4명이 경쟁하듯이 각자의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치중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화나있는 랩들을 하게 된 것 같다. 힙플 : 단지 배틀랩을 위한 주제들이었나? E : 맞다. 딱히 의도 없는 배틀랩이었지만, 그래도 뼈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B : 화가 나있기는 했지.. 사실 ‘격’은 뒤에 가서 방향이 좀 바뀌긴 했는데, 그 곡은 원래 리스펙에 대한 노래였다. 디제이에 대한 리스펙, 거리에 대한 리스펙 말이다. 우리들은 처음부터 길거리에서 시작해서인지 프리스타일 문화나 길거리에 대한 리스펙이 있었다. 그래서 멤버들끼리 그에 대한 주제들을 각자 담당해서 했었는데, 하고 나서 보니 조금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 같기도 하다. 말하자면, 리스펙을 얘기하려다 보니 리스펙 없는 사람들에 대한 화가 표출 된 거지.. 격식을 갖추라는 말이었고, 콰이모는 ‘난 화나있어’ 라는 가사를 실제로 쓰기도 했다. (웃음) L : 정말 1차원적으로.. 나 화나있다고 (웃음) Q : 난 원래 가사를 1차원적으로 쓴다. 나한테 가장 솔직해야 하는 게 내가 쓴 가사거든. 내가 격에서 쓴 가사는 나를 포함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한 말이었다. 힙플 : ‘격’의 관점에서 지금 힙합씬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B : 일단, 나는 그 곡에서 디제이에 대한 리스펙을 말했다. 사실 요즘 많은 랩퍼들이 디제이에 대한 리스펙이 없는 것 같다. 그냥 MR트는 사람인줄 아는 거지. 난 예전부터 그런 부분에 화가 많이 났는데, 그게 뭐 랩퍼든 공연 기획자든 팬들이든 말이다. 디제이가 없었으면 과연 힙합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은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데 지금의 그들은 너무 찬밥신세인 것 같다. 크림빌라에도 디제이 티즈형이 있지만 당장 그 형이 받는 대우만 봐도 정말 화가 난다. 프리즈몰릭도 서울 올라와서 찬밥신세 많이 당했지만, 내가 느꼈을 때 티즈형은 힙합씬에서 굉장히 한 게 많은 사람이고, 내가 정말 존경하는 형인데 옆에서 그렇게 찬밥신세 당하는 걸 보면 화가 많이 난다. 그 형은 그냥 허허허 웃으면서 넘기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비트에는 디제이에게 존경을 보내는 가사를 꼭 쓰고 싶었다. 힙플 :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E : 문화의 대한 경외심이다. 근데, 결국 우리에 대한 리스펙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왜냐면 그 가사를 쓸 당시에 많이 사람들이 시스템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는 게 멋없어 보였거든. 물론 그 길은 정말 달콤한 길이기 때문에 이해도 하고, 크게 봤을 땐 시스템을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도 하지만, 마음가짐이라도 스스로 갖추고 있다면 이렇게까지 멋없어지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 격을 갖추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물론, 나 역시도 옛날 1세대 엠씨들이 ‘Keep It Underground’나 초심을 얘기한다면 오그라들 거고 와 닿지도 않겠지만, 가볍게 할 때는 하더라도 내가 뱉는 말에 무게를 실을 때는 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이건 근본적으로 마인드 자체가 팔랑팔랑 거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L : 일단, 요새는 힙합이라는 걸 접하기가 굉장히 쉽기도 하지만, 방송에서 다뤄지는 힙합이 대중들한테 너무 가볍게 비춰지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거를 보고 힙합음악을 접한 세대들이 힙합이라는 음악과 문화자체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리스너들이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이 문화를 다루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E : 사람들한테 개 꼰대 팀으로 보일 거 같은데.. (웃음) 힙플 : 꼰꼰한 감성이 되려 신선하다고 느꼈다. 요즘은 아무도 이렇게 안 하지 않나 B : 맞다. 우리도 약간 이런 앨범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도 플레이어인 동시에 리스너지 않나 힙플 : ‘Dead Wrong’을 비롯해서 대체적으로 한국힙합에 대해 비관하는 것 같다. 콰이모의 벌스는 미디어를 겨냥한 건가? 쇼미더머니는 어떻게 봤나? Q : 난 엄청 재미있게 봤다. 그런 프로그램도 이제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도 하나의 방식이고 기회고 길이니까 E : 맞다. 거기 나온 사람들에 대한 나쁜 감정은 없다. B : 쇼미더머니에 나간 것 자체는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거기 나갈 때는 어느 정도 힙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에게는 꼰대 같은 감성일 수 있겠지만 문화에 대한 경외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 실제로 프로그램 안에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사람도 되게 많았다. 난 미디어 자체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헛된 망상을 가지고 나와서 자신한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사람들은 존중하지 않는다. E : 사실 미디어는 어쩔 수가 없다. 그렇지만, 리스너들이 관심을 여기만 두고 있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난 ‘격’도 그렇고 사실 리스너들을 깐 거였다. ‘어떻게 리스너를 까는 건 너무하지 않냐’라고 해도 난 진짜 올바른 리스너라면 그 가사에 찔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식의 리스너를 선도하는 문화는 지금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힙플 : 버벌진트의 지진아 사냥처럼? (웃음) E : 나는 그런 움직임이 어느 정도 문화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게 꼭 옳은 마인드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잘나가는 미디어에 얼굴 비춰서 뱉은 16마디가 몇 년에 걸쳐 만든 앨범보다 주목을 받는 건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디어를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이 되는 건 좋지만, 반대로 기준이 되어야 할 기존 리스너들이 오히려 씬에서 멀어지는 건 분명 안타까운 현실이다. 힙플 : 아이돌 랩퍼들에 대한 반감은 어떤가? B : 무관심이다. 별로 랩퍼로 생각하지도 않고 E : 그냥.. 잘하면 잘하네 정도로 생각하고, 사실 크게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애써 무관심이 아니라 그냥 평소에 무관심이다. Q : 잘하면 오.. 못하면 애.. 우리랑은 다른 세계 사람들이다. 당연히 그쪽 사람들도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고충이 있겠지. 힙플 : 현재 한국힙합의 메인 키워드는 ‘Positive Vibe’라는 생각이 들지만, [The Anecdote] 같은 절대적으로 암적인 앨범도 나왔다. 누군가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E : 내가 딱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바이브.. 물론 좋지.. 좋은데, 그것조차 너무 많은 일리네어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힙플 : 그것마저도 획일화 되어있다는 건가? E : 끌어당김의 법칙, 긍정의 법칙. 뭐 이런 거 있지 않나. '시크릿' 같은 서적들에서 설파하는.. 이게 넓혀서 보면 불교의 사상인데 물론 좋은 사상이고 좋은 마인드지만 그것마저도 따라 하는구나 싶어서 씁쓸할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센스 같은 감성이 좋다. 사람이 모두가 낙천적일 수만은 없지 않나. L : 매사에 부정적인 친구다. (웃음) Q : 익스에이러형은 원래 부정적이다. (웃음) B : 자신의 감정이 정확히 어떤지 모르고 그냥 멋있어 보이니까 그걸 따라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진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의 긍정적인 바이브는 곡을 들었을 때 확실히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힙플 : 미디어가 씬에 깊게 들어오면서 한탕주의가 만연하다. 그 과정에서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의 방식이 ‘힙부심’이나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L :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유인 것 같다. 우리의 앨범을 듣고 ‘얘네 되게 꼰대다’ 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웃음) E : 싫은데 (웃음) 진짜 싫은데.. L : 혹은 멋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우리는 그냥 우리가 느끼는 그런 것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아서 앨범을 만든 거지. 엄청난 사명감으로 앨범에 이런 이야기들을 한 건 아니다. 단지 이런 앨범,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그거를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거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우리가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앨범이 씬에서 한 어떤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역할에 대해 좋게 평가를 해주는 사람들한테 감사할 따름이다. Q :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게 힙부심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딱히 구분을 짓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다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산이 노래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걸 구분 짓기 보다는 그냥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힙플 : ‘No One Does’는 아마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 E : 나는 랩 하면서 힙부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개념을 확실히 해야 될 건, 사명감은 나도 없다. 다 저마다 자기 할거 하는 거지. 한탕주의는 욕하긴 하지만, 사실 나도 한탕치고 싶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게 다 사람인 거 같고, 당장이라도 쇼미더머니에 붙여준다고 한다면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나도 크게 성공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게 정말 솔직한 마음인데 ‘No One Does’는 얘기 자체가 그거에 대한 얘기였다기 보다는 그냥 어릴 때 멋있어 보였던 나의 영웅들이 굉장히 멋없어 지는걸 바라보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이 사람과 같은 무대에서 한번 서보고 싶다’라던가, 술자리 뒷풀이에서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고 음악 얘기하면서 ‘와! 통한다..’ 하는 이런 게 꿈이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판타지가 깨져버리더라 힙플 : 더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나 E : 말 그대로 판타지가 깨져버렸다. 별로 그들이 멋있지 않은 거지. 요즘 누가 잘나가고 이런 얘기나 하고 있고, 되게 속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광경이 무덤덤해질 때쯤에 느꼈지. ‘아 나도 이 사람들과 나란히 서있구나’ 나는 내가 한 명의 뮤지션이 되었다는 걸 그렇게 실감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일리네어가 아무리 멋있게 성공했어도 나는 일리네어처럼 성공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더 나아가서는 따라갈 길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한테 ‘No One Does’는 그런 얘기였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말은 다른 말로 ‘나는 내 방식대로 한다’가 되는 거거든. L : 사실은 우리 음악이 ‘꼰대스러울 수 있겠다’라는 것도 오늘 처음으로 느꼈다. Q : 그렇게 보일 수 있다. E : 음.. 그러면 꼰대형들이 좋아해줘야 되는데.. (웃음) 딱히 꼰대형들한테도 닿지 않은 것 같다. B : 꼰대형이 누군데? (웃음) E : 이렇게 말하기 좀 그렇긴 한데 힙플을 포함해서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많지 않나, 나는 디씨트라이브 아이디는 없지만, 기생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종종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그쪽엔 올드팬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이분들이 좀 좋아했으면 좋겠다’ 힙플 : 말하자면 ‘여기의 꼰대들한테 먹힐 수 있는 음악’이고 싶다라는 건가? (웃음) E : 먹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사이트에 언급될 일이 없어서 (웃음) 그래서 좀 아쉬웠다. 디씨티를 욕하는 건 아니다. 힙플 : 요즘 인터뷰를 하다 보면 정말로 그런 얘기가 자주 나온다. 한 마디로 ‘No Role Model’이라고 E : 딥플로우형 앨범에도 그런 맥락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 정도의 우리한테조차 선배인 분들은 이미 예전에 깨졌을 거다.. (웃음) L : 멋있게 늙어가는 게 진짜 힘든 거 같다. 음악에서는 더더욱. 한국의 시스템적으로도 굉장히 힘들고. 힙플 : 그럼 ‘Timeless Thang’ 얘기를 해보자 소위 ‘유행을 타지 않는 것’들을 좇고 있는 것 같다. E : 그 곡은 그런 것들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소소한 것들부터 한 번 얘기를 해보자고 로벤형이주제를 던졌던 곡이다. L : 지금은 다시 붐뱁 유행이 돌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이 곡을 작업을 할 당시에는 붐뱁보다는 트랜디한 힙합이 유행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음악에 대한 사랑을 좀 더 다른 표현 방식으로 말해보고 싶었는데, 그러니까 ‘우리는 붐뱁을 사랑해’라고 말하기 보단 붐뱁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들을 나열하면서 그것들에 붐뱁을 투영시키고 싶었다. 힙플 : 너무 멀리 가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프로듀서 무드슐라는 "Fuck Timeless"라고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공감을 한 부분이 있는데, ‘올드스쿨=타임리스’라기 보단 그냥 당시의 타임라인에서 가장 트랜디한 것들이 결국 클래식으로 남는 건 아닐까? E : 넓게 본 것 같다. 그러니까 시간의 단위를 세기단위로 본다면 공감이 가지만, 아직 힙합은 100년도 안됐다. 옛날 음악들도 바로크, 고전파, 낭만파 음악 등 그때 유행하는 시류가 있듯이 어쩌면 붐뱁이 지금의 가장 큰 유행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베토벤이나 바흐의 음악들은 아직도 애호되는 음악들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분명히 타임리스라는 건 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 사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곡들의 구성이나 랩퍼들간 앙상블이 굉장히 좋다고 느꼈다. 곡들을 만들면서 멤버들간 의견차이는 없었나? B : 트러블은 솔직히 하나도 없었어요 Q : 단 한번도 B : 비트 초이스를 할 때나 각자가 래퍼런스를 잡아서 아이디어를 얘기하면 그걸 모아서 하이플라이즈한테 던져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보통 한 명이 마음에 안 들면, 모두 같은 의견이었고 그런 부분에서 의견이 되게 잘 모아졌다. E : 구성적으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다. 랩퍼가 4명이고, 멤버 모두가 한 곡을 제외한 모든 곡에 참여했기 때문에 앨범을 들을 때, 이 구성이 지루하게 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구성적으로 주고 받는 다거나 다양하게 시도를 많이 했다. 힙플 : 말이 나온 김에 반블랭크만 솔로곡을 한 이유가 있나? B : 사실 그 곡은 디제이 티즈형의 솔로 파트였다. 원래는 ‘No One Does’와 ‘Timeless Things’ 중간에 스크래치 트랙을 넣어서 분위기 반전을 주려는 의도였지. 우리한테 DJ가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걸 최대한 부각 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끝까지 형 이거 솔로트랙 해야 된다고 얘기했는데, 형이 처음에는 오케이 아무거나 비트만 던지라고 자신 있다고 하더니 갑자기 너가 아무래도 16마디 해야 될 거 같다고 하더라. 그 이유는 형이 예전부터 넉살이나 블랙넛씨 같은 사람들이랑 1DJ 1MC 작업을 많이 했었고 그런걸 좋아하는데, 나한테 ‘이제 반블랭크 너다’ 하더라. 이거 하면 넉살이나 블랙넛처럼 뜰 수 있다고 (웃음) 힙플 : 다른 사람들은 솔로트랙 욕심은 없었나? E : 특별히 없었다. Q : 나는 거의 모든 곡에 숟가락만 올렸다. (웃음) B : 나도 솔로트랙에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웃음) L : 콰이모는 진짜 숟가락만 올렸다. (웃음) 주제도 한번도 안 던지고.. B : 근데 잘 묻었다. 잘해 준거지 뭐 (웃음) 힙플 : 피쳐링진으로 유일하게 마이노스(Minos)와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가 한 트랙에 섭외됐다. 섭외기준이 있었나? E : 그 곡은 비트가 나왔을 때 ‘이건 타이틀곡 감이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은 생각을 했던 게 우리끼리 이 곡을 하고, 리믹스버전을 따로 만드는 걸 생각했었는데, 결국 아싸리 단체곡으로 가게 됐지 (웃음) L : 단체곡 중의 단체곡이다. 우리끼리만 해도 단체곡인데.. E : 피쳐링은 베테랑급 엠씨 둘 정도에 루키 한 명 조합으로 셋 정도를 생각했는데, 당연히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트랙을 가장 멋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로 골랐던 것 같다. 나름 후보군까지 정해놓고 섭외했었는데, 모두 1순위들로 섭외가 됐지. 힙플 : 근데 곡에 딱히 주제는 없었던 것 같다.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하거든 E : 그냥 번이라는 제목에만 포커스를 맞춘 곡이다. 사실 그렇게 하려고 만든 트랙이거든 큰 주제가 없이 배틀랩을 하기 위한 B : 공연 때 우리의 시너지를 발산시킬 수 있는데 초점을 맞췄다. E : 근데 뭐라고 해야 될까.. 정말 아무 내용 없이 적은 가사라서 가끔 들을 때마다 부끄러울 때가 있다. 너무 가사를 막 썼구나 싶어서.. (웃음) 막 쓰긴 했어도 또 8번을 갈아엎으면서 쓴 가사긴 하지만. 내용까지 생각하면서 하다 보니 플로우가 마음에 안 들고, 플로우 위주로 가다 보니 내용이 마음에 안 들길래 결국에는 반쯤은 가사내용을 포기하고 썼다. 힙플 : 전체적으로 각 잡고 타이트한 랩을 보여주기 위한 앨범이 아닌가? E : 그래서 그런 부분이 몇몇 트랙의 벌스들은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하다. B : 난 그런 거 없어 다 좋아 L :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이 이렇게 갈린다. Q : 난 살짝 아쉬운 건, 1년동안 준비하면서 내가 랩을 뱉는 방식이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 ‘Cream Cream’이나 ‘No One Does’나 약간 아쉽지. 힙플 : ‘열매’라는 곡에서는 멤버들 저마다 척박한 씬에서 버텨낼 수 있는 동기들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나 (웃음)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나 E : 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 음악에 가장 깊게 자리 잡힌 정서거든. 2008년 즈음은 내가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인데,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2011년 즈음을 기점으로 나는 내 음악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부터는 뭔가 열등감이 생긴 것 같다. 왜냐면 군대에 가기 전에는 랩을 할 때 스스로도 잘한다는 느낌이 있었고, 스무 살 나이 때 주위사람들은 모두 나한테 ‘넌 진짜 잘 될 거다’라고 말했거든. 나도 굉장히 긍정적인 아이였다. 실제로 랩을 한지 4~5개월만에 버벌진트 랩 컴피티션에서 수상하고 소울컴퍼니 오디션에서도 최종까지 갔으니 그때는 나 스스로 자부심이 있었고 난 크게 될 거라는 야망도 있었다. 그런데 군대를 갔다 오고 나니까. 환경이 바뀌어버렸고, 그 환경에 적응하면서 심적으로 문제가 생기더라. 사실, 랩 자체를 못 따라가거나 이런 건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작업물을 내면 랩퍼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제는 시선조차 끌기가 너무 힘든 거지. 아마 그런 상황에서 열등감이 계속 쌓였던 것 같다. 한 마디로 음악에 올인을 못했다. 음악만 하기에는 솔직히 좀 겁이 났거든. 그 이유는 아마 누구나 그렇겠지만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큰 것 같다. 내가 쓴 가사는 그런 이야기였다. 내가 음악으로 번듯하게 성공을 해서 부모님에게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힙플 : 로벤은 어떤가? L : 나는 마지막 벌스인데 내 가사는 같이 음악을 하던 그랜드픽스 동료들한테 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그랜드픽스를 결성했을 때 같이하던 음악동료들 중 지금 여기 모여있는 사람 외에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음악을 못하고 있거든. 물론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술자리를 같이하곤 하지만, 난 그 사람들한테서 계속 그런 시선을 느꼈다. 음악을 했던 사람으로서 계속 끓고 있는 뭔가를 말이다. 그걸 옆에서 느끼면서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 친구들을 대표해서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뭐 꼭 대표자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음악으로 성공해서 그 친구들을 빛내주고 싶은 마음이지. 그래서 이 곡의 가사는 음악을 같이하던 동료들에게 지켜봐 달라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앨범이 나오고 개인적으로 짠했다는 톡이 많이 왔다. 과거에 공연준비하고 연습하던 때가 떠올랐다고. 힙플 : 콰이모는 여자친구에게 쓴 가사인가? Q : 나는 전 여자친구들한테 썼다. 힙플 : 들? Q : 한 마디에 한 명씩. 그래서 14명인데 (웃음) 문란했던 건 아니고.. 뭐,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는데, 그 여자애들이 내가 만약에 잘됐을 때 이런 걸로나마 자랑해보라는 좀 찌질한 감성이었다. (웃음) 힙플 : (웃음) 그런 망상들이 실제로 동기가 되나? Q : 동기가 된다. 안 좋게 헤어지면서 한 두 번 정도 상처받았던 적이 있는데, 실제로 이런 게 동기부여가 되더라고. 그런데, 앨범을 냈는데 아무한테도 카톡이 안 와서 아쉽다. (웃음) 힙플 : 반블랭크님은? B : 내가 음악하는 동기는 가족이다. 가족이 제일 크고, 그 다음이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함, 그리고 그 다음은 동료도 있고 고마운 분들이 많이 있겠지만 가장 고맙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우리음악을 들어주고, 조금이라도 홍보해주려고 하고 공연장에 와주는 분들이다. 편지를 써온다거나 먹을 걸 준다거나 선물을 받을 때마다 진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거든. 이제는 프리즈몰릭으로 정규앨범도 내고 EP 앨범도 두 장 발표하면서, 그리고 부산에서 서울에서 공연들을 하면서 어느 정도 우리 음악을 아시는 분들과 우리 음악을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한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마음 한 켠에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가사를 쓰게 됐다. 지금이 우리의 무명 시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 이 시기에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우리가 성공했을 때 느낄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Q : 나랑 비슷하네.. (웃음) 힙플 : 콰이모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정규 앨범을 발표한적이 있지 않나 정규 단위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있다면? B : 일단, 우리는 정규앨범을 내고 나서 서울에 올라왔다. 처음에는 공연도 많이 하고, 쇼케이스도 진행하고 공연 여기저기에도 불려 다녔는데, 마치 잘될 것만 같았다. 근데, 점점 피드백도 줄고 뭔가 생각처럼 안 된다는 기분을 많이 느꼈다. ‘서울에 온 게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 그래서 나온 앨범이 [서울 블루스EP]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서울 블루스 앨범에 완전히 묻어져 있는데, 뭐 한 마디로 가장 아쉬운 건 홍보가 안 된다는 점이다. 앨범을 내도 홍보가 안 되는데 어쩌겠어. 그런 게 짜증이 나지만 지금은 ‘내가 잘해야지 내가 유명해져야 이런 기분도 덜 겪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실 이번 앨범도 홍보가 안됐다. 멜론에도 노출이 안됐고, 생각했던 것보다 완전 홍보가 안됐는데, 홍보가 안된 거에 비해서는 앨범 피드백이 좋더라.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 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 잘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기도 했다. 물론 더 잘해서 유명해져야겠지. 홍보 걱정 안하고 음악 할 수 있게 E : 나는 말했듯이 계속 억울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 쉽게 뜨는 걸 억울해했던 것 같다. 물론, ‘나에 대한 인정이 너무나도 부족하지 않나’라는 억울함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그냥 어쩔 수가 없는 것 같고 내가 깨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훨씬 더 뛰어나게 했을 때 뒤에 가서 모두 소급해서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음악을 포기할 수가 없는 이유다. 실제로 멀리 닿지는 못했지만, 이 노래가 닿은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괜찮은 피드백이 오고 있고, 나를 아는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심어주고 싶은 이미지를 계속 심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난 항상 익스에이러라고 하면 랩을 어느 정도 하고, 가사를 허무맹랑하게 쓰는 랩퍼가 아니라는걸 보여주고 싶었거든. 오히려 과정에 비해 너무 떠버린 사람들은 뒤에 가서 제대로 하려고 할 때 그 얄팍한 성공이 발목을 잡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기대치보다 못한 성공이 억울한 만큼 더 무기를 갈아왔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덧붙이자면 이제 나도 8년차 정도가 됐는데, 사실 8년정도를 하면 스타일이 굳어진다고 생각한다. 근데, 내가 루키의 마인드로 계속 이를 갈 수 있는 건 내 위치가 계속 그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힙플 : 되게 긍정적인 사람 같다 (웃음) Q : 이럴 줄은 몰랐다.. 처음 보는 형의 모습이다. L : 본인한테만 긍정적이야 B : 내 생각에 멤버들에게 이번 앨범이 동기가 많이 된 것 같다. 힙플 : 마지막으로 앞으로 활동계획이라던가 못다한 말들로 마무리 짓자 인터뷰 수고했다. B : 한 명씩 나이 순서대로 해라 (웃음) L : 앨범이 나왔으니 크림빌라로 이제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쇼케이스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좀 많은 공연에서 우리를 찾아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렇게 5인조 팀을 결성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공연 시너지가 너무 좋아서인데 그 시너지를 많은 공연장에서 터트리고 싶다. 우리는 음원보다 공연에서 훨씬 시너지가 터지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B : 나 차롄가.. 말했듯이 우리 공연 잘한다. (웃음) 정말로 자부심이 있다. 받는 페이 이상으로 해줄 수 있으니까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고, 각자가 실력 있고 음악적으로 욕심이 많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개인 작업물들도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그런 곡을 냈다. ‘크림빌라가 해내길’ 이라는 무료공개곡을 냈는데 진짜 말 그대로 크림빌라가 해냈으면 좋겠다. E : 11월 7일에는 서울에서 11월 15일에는 부산에서 쇼케이스 한다. 그때 보자. Q : 크림빌라 앨범 준비하면서 완전 재미있게 지낸 것 같다. 그렇지만, 크림빌라는 크림빌라고 나는 또 내가 원하는 사운드와 주제로 크림빌라와는 완전 다른 음악을 할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음악들을 하고 싶고, 내 솔로 작품으로 음악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기사작성 | 차예준 (HIPHOPPLAYA.COM) 반블랭크 https://twitter.com/Banblank 콰이모 https://twitter.com/QUAIMO1995 익스에이러 https://twitter.com/ex8er_0609 로벤 https://twitter.com/Loben1217
  201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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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제이통(J-Tong), '이정훈' 이 문화를 바로 잡아 다스리는데 큰 공을 세울 이름  [83]
힙플: 오랜만이다. ‘모히칸과 맨발’ 이후, 행방이 크게 도드라지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지냈나? 제이통 : 잘 지냈다. 힙플: 작년, 이센스와의 레이블 설립 설이 있었다. 실제로 진행이 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어떤 이유로 함께 하지 못하게 된 건가. 제이통: 유통사와의 계약을 앞두고 서로 엇갈렸다. 센스형은 지금 존재하는 유통망이나 음원 사이트 등 편리하게 갖춰진 시스템을 ‘이용하자.’ 였고, 나는 아무것도 ‘이용하지 말자.’ 였다. 난 내 20대 초반을 센스형과 붙어 지냈다. 난 센스형이 회사의 계약, 시스템에 의해 겪어온 상처를 가장 가까이서 봐온 사람 중 하나이고, 그 센스형의 상처를 통해 시스템을 배운 놈이다. 그런 과정을 겪은 나로서는 이제 센스형과 아무런 제약 없는 시스템 밖에서, 그 어떠한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평생 행보를 같이 하고 싶다 라는 바램이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여 지금도 아쉽다. 힙플: 아메바컬쳐와의 협업 이후, 앞서 설명해 준 이센스와의 레이블 설 이후 크게 다른 소식은 없었고, 급작스레 새 앨범을 발표하는데, 레이블에 대한 이야기는 없더라. 독립 레이블로 혼자 진행하고 있는 건가? 제이통: 모든것들을 혼자 진행하고 있다. 힙플: 이유는? 제이통: 우리나라에선 음악을 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이 많다. 기획사랑 계약을 해야 하고, 유통사와 계약을 해야 하고, 음원 사이트와 계약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라고 불리는 단체는 철저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음악 위에 돈을 벌기 위한 회사의 생각이 낄 수밖에 없다. 계약 수칙을 어기면 법적인 조치가 따르며, 모든 건 계약에 맞추어 돌아간다. 난 돈을 벌기 위해 음악을 만드는 노예가 아니다. 난 여러 계약들을 지킬 마음도 없고, 그럴 자신도 없다. 힙플: 이번 음반의 판매 방식은 음원, 음반 모두 특정 사이트(http://www.ikbuckjtong.com)와 제이통이 직접 진행하는 앨범 직거래로만 구매가 가능하다. 모험적인 시도인데, 어떻게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건가. 제이통: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누구의 생각도 반영되지 않은, 오로지 내 선택으로만 이루어진 하나의 창작물을 내 방식대로 선보일 수 있어서 의미가 있고, 내 음악을 느끼는,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진 별난 인간들을 직거래로 직접 만나는데 의미가 있다.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여러 창구와 매체가 즐비 하는 요새 시대에 어떤 미친 가수가 직접 만나서 직거래를 하는가? 모든 것들이 편리하게 디지털 화 되어가는 현재 시대를 내 방식대로 역행하여 살아남는 것이 내 삶의 의미이고 목표다. 힙플: 한정 배포/판매는 특정 사람들에게만 공유 되는 형태이다. ‘널리’ 들려졌으면 하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은 없나? ‘갈’을 통해 접한 메시지로 보자면 아쉬움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만. 제이통: 내 음악을 사기 위해서는 남루한 내 사이트의 성인인증을 거쳐야한다. 내가 28세인데 28세의 생각을 미성년자가 공감하리라 생각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신보 [이정훈]은 비싸다. 3만원이며, 1집 모히칸과 맨발은 4만원, EP는 5만원이다. 앨범이 비싼 이유는 내가 들인 노력과 시간을 높이 사기 때문이고, 구작이 신작보다 더 비싼 이유는 난 낡고, 오래 되었지만 성질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심지어 착불이다. 이런 과정을 직접 뚫고 날 이해하며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짜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내 팬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거 유행하면 이거 좋아하고 저거 유행하면 저거 좋아하는 분별력 없는 인간들은 내 까다로운 방식 속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내 사이트는 현재 가장 뜨거운 유행이 된 이 힙합 문화 사이에서 진짜 내 팬들을 온전히 가려내어 줄 장치이다. 힙플: 여러 반대 운동이 있었지만, 음원 수익 분배에 있어서의 불합리함은 바뀔 기미조차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제이통과 같은 방식이 소수에 그쳐서는 시도로 끝날 가능성도 커 보이는데, 여기에 있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이통: 시스템 안에서의 음원 다운로드로 유통되는 음악의 한 곡당 가격은 500원 정도이며, 스트리밍으로 유통되는 음악의 한 곡당 가격은 7.2원 정도이다. 저 가격에서 계약 된 비율로 기획사가 떼어가고, 유통사가 떼어가고, 음원 사이트가 떼어간다. 창작자 본인에게 떨어지는 금액은 껌 보다 싸며, 과자 보다 싸고, 라이타 보다 싸다. 싼 음원 가격은 결국 사재기를 유발하여 국내 음원 차트는 믿을 수 없다. 여기서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을 해 보라. 난 내 앨범을 3년 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준비했다. 앨범 아트웍은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네팔까지 가서 진행했고, 내가 관련된 모든 영상은 내가 다 편집해서 만들었으며, 작사, 녹음, 믹스, 마스터 등의 작업 과정에서도 매사 태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그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근데 왜 내가 고생하여 만든 음악들을 시스템 안에서 그들이 정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아야 하며, 왜 내가 저런 불합리한 판에 얽혀야 하나. 우리나라 래퍼들은 95% 이상이 의식 없이 대가리에 똥만 차서 멍청히 살아간다. 어떻게든 현재 유행에 맞춰 지 밥그릇 챙길 생각만 하고 있다. 잘 들어라. 힙합 문화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돈, 자기 자랑 따위가 아니라 불합리함에 분노하는 저항의식이다. 니가 벌면은 얼마나 벌며, 니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나. 니가 아무리 많이 벌어봤자 넌 더 큰 돈의 노예고, 니가 아무리 잘나봤자 이 불합리한 시스템의 노예다. 같은 속도로 나란히 달리는 버스 2대에서 각자의 창문을 통해 서로를 쳐다보고 있으면 버스는 앞으로 직진 하고 있지만 서로의 모습은 정지해 있다. 흐르는 물도 마찬가지로,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각각의 물 한방울 한방울들은 자신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평생 모를 것이다. 시스템 안에 있으면 자신이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절대 깨달을 수 없다. 시스템 밖으로 나와라. 시스템 밖으로 나와야 비로소 시스템이 보인다. 힙플: 넘어가서, 지난 앨범에서는 ‘혼란속의 형제들’ 이번 앨범에서는 ‘27인의 해적’이 수록 됐다. 여기서 ‘혼란속의 형제들 (IK)’은 어떻게 된 것인가? 자연스러운 크루 해체로 보여 진다는 의견이 대다수인데. 제이통: 우리끼리의 웃음 나는 추억이 있다. 크루는 그거면 된 거다. 지금은 각자 바빠 안본지 꽤 되어서 만나면 어색하겠지만 난 형들이 좋다. 크루가 어떻게 되는지는 기석이 형(Simon Dominic)한테 물어봐라. 힙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개량한복’에 대해서 물어보겠다. 도끼&더콰이엇를 향했는데, ‘빈지노’는 아닌 것에 대해 많은 피드백들이 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답해 줄 수 있는가? 제이통: 도끼와 더 콰이엇은 자본주의를 조장하는 사기꾼이다. 도끼는 자신이 연예인이 아닌 MC 라고 포장하지만 여러 방송에 나온다. 방송에 나오는 모습은 다 똑같다. 돈 자랑이다. 도끼의 옛 음악들을 들어봤나? 가사에 난 쇼미더머니같은 방송매체 따윈 이용하지 않는다. 난 힙합이다. 라고 이야기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쇼미더머니에 얼굴을 비춘다. 도끼는 방송에 나와 자신이 불교를 믿는다고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부처 목걸이를 보여준다. 그의 삶을 보라. 과연 부처를 믿는 자의 삶인가? 도끼는 기본적으로 언행일치가 되지 않고,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채로 일찍 돈에 눈이 멀어 허영심이 가득하고 거만하다. 세상은 돈으로 살수 없는 사람과의 관계가 있고, 돈으로 살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한 경험이 있다.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다. 몇 년째 도끼와 더콰이엇의 돈 타령은 지겹도록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 돼지새끼들이 얼마나 더 우려서 해 처먹을지 모르겠다. 지겹기 이전에 같은 창작자로써 역겹다. 내 인터뷰를 보는 분들께 질문을 하나 하겠다. 도끼와 더콰이엇의 돈 얘기에 대해 지금 더 궁금한 사람이 있는가? 창작자라면 본인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본인이 어떤 인간인지, 더 발전하여 자신의 커리어에 맞게 삶을 풀어 나가야 하는게 맞지 않는가? 트랩이라는 장르를 아는가? 미국 힙합의 유행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들은 도끼와 더콰이엇의 음악이 미국 흑인의 태도, 가사, 심지어 사운드까지 그냥 모든것을 배낀 흉내내기 음악이라는 걸 알고 있을것이다. 지노형 얘기로 넘어가면 도끼는 옛날부터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어떤 누군가를 이용하여 이익을 내는 얕은꾀를 써왔는데, 커리어 초반엔 박재범이었고 지금은 지노형이다. 지노형은 타고 났다. 청자의 가슴을 때리는 깊은 가사를 써낼 줄 알고, 섬세하고, 정의롭다. 그릇이 넓어 여러 장르에도 어울리고 멜로디도 잘 짜며 많은 색깔을 가지고 있다. 도끼의 모든 커리어를 통틀어 합쳐 몇 트럭을 가져와도 지노형의 'if i die tomorrow' 한 곡이 더욱 빛난다. 같은 돈 자랑을 해도 내 디스에 빈지노는 아닌 이유는 간단하다. 형은 자격이 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혹시 모르는 미래에 형이 도끼와 더콰이엇 같이 인기와 돈에 눈이 먼 병신이 되어 실망스러운 음악을 계속 내 놓는다 하더라도 난 형을 욕하지 않을 것이다. 나와 형은 형이 지금 빈지노이기 이전에 임성빈과 이정훈으로 만난 사이다. 형은 운동을 즐겨 항상 얼굴에 생기가 있고, 주변 교우관계도 깊으며, 심성이 착해 배려심도 깊어 주변 형, 동생들을 기분 좋게 한다. 형의 삶은 욕먹을 이유가 없다. 다시 음악 얘기로 돌아가면 힙합 한답시고 미국 본토 문화를 그대로 베껴 한국에서 흉내 내는 건 의미 없다. 이 문화가 지닌 본질과 매력을 파악하여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맞게, 자신의 나이에 맞게, 시대에 맞게 문화를 재해석해야 한다. 그 온고지신의 태도가 바로 옛 멋과 현재가 조화를 이룬 개량한복의 성격이며, 개량한복이 내 노래의 제목이 된 이유이다. 힙플: 두 번째로 ‘머저리들의 행보는 결국 쇼미더머니’ 이 구절을 두고는 ‘벅와일즈’ 멤버들의 출연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그래서 ‘졸렬하다’ 라는 식의 피드백들이 대다수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이통: 난 동생들이 쇼미더머니에 나오든 뮤직뱅크에 나오든 전국 노래자랑에 나오든 무조건 응원할 꺼다. 동생들과의 인연은 8년이 넘었다. 동생들이 큰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난 내 방구석 깊은 곳에 숨겨 줄 거다. 벅와 멤버들의 행보가 어떻든, 어떤 음악을 하든 난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가 지금 보다 더 잘 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난 벅와일즈를 사랑한다. 그 뿐이다. 날 졸렬하게 보았다면 정확하게 보았다. 미안하다. 버벌진트 산이 도끼 더콰이엇 한테는 화가 나지만 벅와 동생들한테는 화가 나지 않는다. 난 졸렬한 놈인가 보다. 오히려 동생들이 출연하기 전 보다 잘 되어서 기분이 좋다. 우린 각자의 성격들이 조화가 잘 맞아 재밌는 상황이 많이 생겨 웃긴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심지어 27명이라 거의 2주마다 누군가의 생일이다. 벅와 카톡방은 2주 마다 축제다. 벅와일즈를 통한 내 목표는 평생 재밌게 같이 공연 하며 늙는 것이며, 멤버 모두와 한번 씩 음악 작업을 하는 것이다. 물론 작업으로 생기는 저작권료와 같은 시스템 상의 수익은 난 모두 거절한다. 그리고 최근에 멤버가 한명 더 늘었다. 코리안 좀비 소속의 격투가 서진수 선수이다. 힙플: 이 곡에서는 산이와 버벌진트도 겨냥했다. 무려 네 명이나 겨냥했는데. 제이통: 산이, 버벌진트는 힙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천박한 싸구려 사랑 노래를 대중 매체를 통해 유행시켜 이 문화의 가장 중요한 매력인 마초적인 성향을 도려내었다. 듣기 좋게,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뻔한 가사에, 예쁜 아이돌 하나 골라 귀에 잘 빨리는 멜로디 만들어 훅에 끼워 맞추고는 '힙합'이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한다. 내가 생각하는 힙합은 남자의 음악이다. 산이는 예쁘게 성형수술을 하였고, 버벌진트는 방송에 나와 여성스러운 손짓을 하며 질질 짠다. 그리고 도끼, 더 콰이엇 이 둘은 자본주의를 조장하여 대중 매체를 통해 돈이 최고라는 사상을 대한민국에 널리 퍼뜨렸다. 가사에는 외제차가 몇 대니, 보석이 몇개니, 내가 버는 돈이 얼마니, 지겹게 자랑하고 돈 얘기가 아니면 다 닥치라고 하며 청자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가뜩이나 극심한 자본주의로 피폐해지는 세상에 기름을 콸콸 부어댄다. 내가 생각하는 힙합은 정의로운 음악이다. 자신이 유명하고, 돈 많이 번다고 자랑만 할게 아니라 그 와중에 자기가 찾은 옳은 정답들을 음악으로 구체화 해나가는게 맞다. 자신이 한 몫 챙겼다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위 네 명은 내가 사랑하는 문화를 망치는 역적들이다. 후한 말의 십상시와 같고, 조선말의 매국노와 같다. 힙플: [부산]에서는 ‘똥’으로, [모히칸과 맨발]에서는 ‘찌찌뽕’, 이번 앨범의 ‘개량한복’까지 의도 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태까지의 모든 앨범에서 말이다. 일정부분 어떤 주목을 받을지는 생각했을 것 같은데, 음악보다 이슈에 집중되는 것에 아쉬움은 없나? 제이통: 어려운 부분이다. 공교롭게도 나의 모든 커리어는 이슈 덩어리다. 나를 그냥 관심종자로 보는 사람도 많고, 노이즈 마케팅에 미친놈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난 그냥 나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뿐이다. 난 음악으로 돈을 많이 벌어 평생 떵떵거리며 살 생각도 없고, 어딜 가나 알아보는 유명한 가수가 될 생각도 없다. 나의 증조할머니는 건강하게 장수하시고 주무시다가 편하게 돌아가셨다. 내 꿈은 무병장수이다. 난 부모님이 일찍 이혼하여 엄마 없이 자랐다. 그 어떤 결핍이 있어서 그런지 난 유방이 너무 좋다. 난 삼시 세끼를 잘 챙겨먹으며 과일을 좋아하고 영양학에 관심이 많다. 술은 다음날 설사해서 싫다. 한달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한다. 난 평소 자연을 좋아하여 약초와 버섯, 곤충에 관심이 많으며 산에 가는걸 좋아한다. 자연 관련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은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 이다. 난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즐기는데 가장 쾌감 있는 운동은 공연이다. 자위행위도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여성과의 섹스도 중요하다. 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하여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음악 만드는 걸 좋아하고, 영상 만드는 걸 좋아한다. 고통 뒤에 얻는 쾌감을 좋아하여 문신을 좋아하고 이젠 심지어 문신 기술도 배우고 있다. 인간이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뒤죽박죽이면 어떻나, 난 멋지게 늙을 자신이 있다. 이쯤 되면 그냥 날 뒤죽박죽인 놈이라 생각하고 그러려니 너그럽게 받아드려 달라. 힙플: 이번 앨범 10곡 중 4곡을 영상으로 시각화 했다. 제이통: 이번 앨범의 모든 아트웍은 네팔에서 진행 되었다. 세계의 지붕 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의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을 보고 싶었고, 때묻지 않은 대자연을 느끼고 싶었다. 네팔 여행 과정에서 겪었던 순간들을 이영호 사진사와, 최강훈 촬영감독이 잘 포착해주었다. '눈' 이라는 영상은 이주호 음악감독의 곡 위에 맞추어 편집 하였다. 영상 안에는 주로 네팔의 오래된 옛 사원, 자연, 인간, 풍경들로 이루어져 있다. 난 내가 만들어 낸 영상들로 당신들의 '눈' 이라는 감각 기관을 통해, 내가 경험한 장면들과 느낌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 네팔에 일어난 큰 지진으로 오래된 사원들도 거의 다 무너지고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 하지만 내 영상속의 네팔 사람들은 평생 살아 숨쉬고, 내 앨범 아트웍 속의 네팔 사원들은 평생 견고하다. 내 영상과 아트웍은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백양산'으로 넘어가면, 산과 나의 인연은 깊다. 먼저 나의 아버지가 산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자사모(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다음 카페에서 미스터 폴 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며 모든 등산길에 날 데리고 다니셨다. 그리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굴절이 다른 '부동시'로 군대를 가지 못하였는데, 4급을 받고 산불감시 요원으로 발령나 근무하게 된 곳도 산이다. 바로 백양산이다. 공익 시절 2년 가까이 등산만 하여 난 백양산의 모든 등산로를 꿰고 있고, 백양산은 내 집 마냥 편하며, 산에는 내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이 있다. 내가 사는 곳은 부산진구 초읍동이며 집과 백양산 입구까지의 거리는 10분 거리다. 난 앓아눕거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시급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7일 중 3일은 눈 뜨고 일어나자마자 백양산에 간다. 등산은 사계절을 가리지않고 내가 가장 자주 즐기는 운동이다. '백양산' 이라는 영상은 내가 산을 오르내리며 직접 촬영한 풍경들로 이루어져 있다. '문신' 으로 넘어가면, 난 고통을 좋아한다. 어차피 삶은 고통이다. 고통을 이겨냈을때 다가오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문신은 가장 1차원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나에게 고통을 준다.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 것이다. 화로와는 22살때 홍대에서 타투이스트와 고객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서로의 기운이 잘 맞아 금방 친해졌다. 진심 반, 농담 반으로 서울 생활 접고 부산으로 내려오면 벅와일즈에 받아주겠다고 했는데, 미친놈이 5개월 뒤 노가다로 천만원을 모아 부산으로 이사하며 벅와일즈가 되었다. 화로와 같이 부산에서 어울리며 내가 생각하는 운율의 구조와 배치의 정답들을 공유했고, 철학과 사상을 공유했다. 화로는 나에게 오래된 친구이자, 유능한 제자이며, 문신 기술을 전수 해주는 선생이다. 마지막으로 '호흡'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성과의 만족스러운 섹스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좋은 섹스는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것 이다.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여러 행위를 기초로 두고 상대 여성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이렇게 해보고 싶다던지, 저렇게 해보고 싶다던지 에 따라 대화하고 수렴하여 호흡을 맞춘다. 섹스는 서로 '호흡'을 맞추어 각자 성향의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힙플: ‘호흡’은 유튜브의 선제대응이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널리 퍼졌으면 찌찌뽕을 잇는 이슈를 탔을 거라고 생각한다. '찌찌뽕’으로 겪어본 아티스트이기에 또 이런 시도를 했다는 자체는 좀 의아했다. 어떤 연유로 ‘다르지만 비슷한’ 류의 비디오를 또 제작했는지 궁금하다. 제이통: 인간의 큰 욕구 중 하나는 표현의 욕구이다. 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리로,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영상을 공개한지 1시간 만에 잘렸지만, 내 사이트를 통해 다시 공개 할 예정이다. 내 사이트는 '성인사이트' 다. 성인은 보통 만 20세 이상의 남녀를 이르는 단어로 쓰이지만,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성인'은 인과관계에 대한 통찰력이 있고, 분별력이 있으며, 책임감이 있다. 난 내 회원들을 믿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내 시스템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여담으로 중학교 다닐 적 설문조사 할 때, 장래희망 적는 란에 성인 AV 배우라고 적어 선생님께 혼난 적이 있다. 난 지금 내가 만든 성인 영상의 총감독 이고, 촬영감독 이며, 편집자 이며, 배우다. 난 여러모로 장래희망을 살고 있다. 힙플: 그럼 이 인스트루멘탈들은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는 궁금하다. 어떤 의도, 어떤 배경이 있는 곡들인가. 제이통: 내가 만들어 낸 곡들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여, 앨범 구성 상 흐름을 잡아 줄 차분한 소리들이 필요했다. 이주호가 제 몫을 잘 해내주었다. 주호의 또 다른 직업은 헬스 트레이너다. 힘든 노력에 의한 값진 성취의 진행 과정을 즐길 줄 아는 멋진 동생이다. 이주호 음악감독과 나의 영상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 질 것이다. 힙플: 앨범 전체적인 바이브가 ‘올드스쿨’, ‘옛 것’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제이통: 잘 보았다. 정답은 이미 옛 것에 다 나와 있다. 모든 예술은 옛 것을 자신의 삶에 맞게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거다. 난 한국의 옛날 방식을 사랑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올드스쿨 문화는 다양했고, 낭만 있었으며, 철학적이었고, 정의로웠다. 나의 가사에는 한국인이 즐겨 쓰는 쉬운 사자성어가 많다. 난 가장 단순한 표현으로, 가장 쉽게 전달한다. 사소한 말장난 하나 없이 화법도 상투적이고, 외국어도 거의 없다. 나의 노래 제목들은 '개량한복', '귀촌', 꾸짖을 '갈' 등으로, 벌써 낡아서 옛날 냄새를 풀풀 풍긴다. 나의 문신들은 그림의 선들이 뚜렷하고 간단하여 눈에 쉽게 들어오며 생활 속에서 많이 쓰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빨강, 노랑, 파랑 따위로 색칠 되어 있다. 나의 주된 행보는 '직거래'로, 난 나의 음악을 원하는 사람과 직접 만나 오른손으로 물건을 주고 왼손으로 돈을 받는 가장 1차원적인 형태의 '거래'를 하고 있다. 내 가사를 읽어봐라, 내 노래 제목들을 봐라, 내 문신들을 봐라, 내 행보를 봐라. 내 삶의 모든 방식은 '올드스쿨' 이다. 심지어 옷도 올드한게 좋다. 나와 취향이 같은 옛날의 누군가를 상상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공감을 얻고, 신기해하며 옷을 입는다. 게다가 누가 입었던 옷은 싸서 좋다. 힙플: 앨범 내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바는 시스템과 씬에 대한 ‘화’이다. 씬에, 시스템에 바라는 바가 구체적으로 있나. 제이통: 대통령에게 바라는게 있다. 주요 음원 유통사인 로엔 엔터테인먼트, CJ E&M. KT 뮤직 모두 현재 멜론, 엠넷닷컴, 지니 뮤직 등의 음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유통사가 음원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니 돈 있는 놈이 돈 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음원 사재기도 근본적으로 이 구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침투를 막아야 한다. 이젠 공연까지 기업화되어 공연 뒷 풀이는 옛 말이며, 선후배 간의 의리도 없다. 그리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없애고, 음원 가격을 내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범주로 높여, 판을 깨끗이 만들어 달라. 음악의 가치가 높아져 행복한 창작자들이 많아지고, 빌보드, 오리콘 같은 신뢰성 있는 차트가 생겨, 대한민국의 문화적인 수준이 높아진다면 당신도 좋고 나도 좋고 얼마나 좋은가. 힙플: 3년여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는데, 다음 앨범은 얼마나 걸릴까? 제이통: 내가 구축한 나만의 시스템으로 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는 돈을 모아 떳떳하게 살아남는다면 다음 앨범이 나올 것이고, 살아남지 못한다면 다음 앨범은 없다. 힙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부탁한다. 제이통: 난 똥이라는 노래 한 곡으로 소울커넥션이라는 한 단체를 없애버린 장본인이며, 부산 EP를 통해 한국힙합 문화에 지역 색을 입힌 장본인이다. 내 이름은 오얏 [이]. 바로 다스릴 [정]. 공 [훈]. 이다. 이 문화를 바로 잡아 다스리는데 큰 공을 세울 이름이다. 기사작성 | 힙합플레이야 (HIPHOPPLAYA.COM) 사진촬영 이영호 (Booba) http://instagram.com/boobagraphy 제이통 홈페이지 http://www.ikbuckjtong.com 제이통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ikbuckjtong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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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더콰이엇(The Quiett), '즐기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아쉬울 필요는 없다.'  [19]
힙플: 프리모(DJ Premier)와의 콜라보 트랙이 없는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 말고 아쉬움을 줬는데, 어떤 일이 있었나. Q: 나에게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꼭 넣으려고 했던 트랙이었는데, 결국엔 스케줄 문제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기 때문에 계속 미뤄지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넣지 않게 됐다. 힙플: 새 앨범까지 꽤 긴 시간이 있었는데. Q: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원래는 작년에 내려고 했던 앨범이었지만, [11:11]이 나오고서는 너무 바빠서 작업 할 시간이 부족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행사 등이 너무 많아서 그것들 외엔 많은 걸 할 수 없었다. 그냥 매일 연결고리만 부르고 다녔다.(웃음) 힙플: 대부분의 곡에서 프리마비스타와 함께했다. 어떻게 보면, 일리네어의 객원 멤버 같은 느낌이 강한데 Q: 프리마 비스타와 나는 2007년도 쯤부터 곡을 같이 만들어왔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일리네어의 큰 부분이 됐다. 그치만 알다시피 현재 일리네어는 프로듀서를 소속 시키는 레이블이 아니다. 힙플: 부클릿이 공개 되지 않은 상태라서 그럴지도 모르는데, 샘플 클리어런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Q: 어느 시점 이후부터 우린 샘플 클리어를 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도 클리어 해야 되는 곡은 했고, 예전에 발표했던 곡들도 차근차근 하고 있는 중이다. 힙플: 단연 샘플사운드가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곡 작업, 혹은 비트 초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Q: 최근 몇 년 동안 힙합 음악의 유행이 뚜렷하긴 하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 항상 내 음악은 나의 취향에 의해서 결정 되어왔다. 그동안 발표한 내 앨범들이 시대에 따라서 변화 해오기는 했지만, 나의 음악 취향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앨범도 예외는 아니다. 힙플: 앨범 전체적인 무드나, 사운드의 좋은 피드백들에 비해서, 랩에 대한 의문부호가 많다. 부정적 피드백이 많다는 이야기다. Q: 난 화려한 랩 보다는 깔끔한 랩들을 들어왔고 하고 있다. 그 걸 더 잘하려고 하고 있는 거고. 톤 높고 빠른 랩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선 항상 인기가 많지만 내가 추구하는 건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건 자연스러운 그루브다. 사람들이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도. 힙플: 랩과 돈의 간격을 좁혔다는 구절이 있다. 힙합씬을 더콰이엇의 등장 전후로 살펴보라는 구절도. 당신의 등장 이후 어떤 것들이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나? Q: 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웃음) 그게 꼭 나 때문이라는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타이밍 상 내 또래 뮤지션들의 세대에서 바뀐게 너무 많다. 함께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나열하기는 어렵다.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 세대에서 생겨난 것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게임의 기반을 마련한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일리네어 이후의 많은 것들은 일리네어가 만들어 낸 것들이다. 힙플: 그 일리네어 행보들의 브레인은 더콰이엇이다? Q: 기본적으로 우리의 아이디어는 나와 도끼의 것이다. 그것으로 일리네어의 주 된 부분들을 만든 것이고, 빈지노는 우리 둘과는 다른 걸 함으로써 우리의 영역을 확장시켜주었다. 힙플: 실제로 단순한 페이 수준을 떠나 당신은 여러 면에서 랩퍼들이 돈을 쫓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2의 일리네어같은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Q: 내 생각엔, 자신의 방식을 믿고 밀어붙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각자의 고집대로 꾸준히, 영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결국엔 성과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힙합으로 예를 들자면 제이지의 방식, 릴웨인의 방식, 릭로스의 방식, 퍼렐의 방식, 타일러 방식 등 다양한 모양의 방식과 성공이 있을 수 있다. 근데 우리나라에선 뭐든 일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다들 비슷하게 하는데다가 쉽게 포기하거나 노선을 바꾼다. 뻔하고 안전해 보이는 행보는 관심을 받지 못한다. 힙플: 몇개의 트로피를 버렸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당신의 과거 커리어들 중 일부는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다는 뜻? Q: 그건 말 그대로다. (웃음) 비유는 아니고 실제로 트로피를 몇 개를 버렸다. 힙플: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다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그 ‘계획’은 일리네어와 본인의 이야기일 텐데 그 계획은 무엇인가? Q: 이것도 다른 의미는 없다. 'AMBITIQN'에 썼던 가사인데 한 번 더 쓴 거다. 내겐 그다지 뚜렷한 계획은 없다. (웃음) 힙플: 사람들이 참 의미를 많이 두는 것 같다. 랩을 들을 때. Q: 그런 것 같다. 정작 의미를 두어야 하는 가사들은 따로 있다. 그걸 느끼던 말던 상관은 없지만 이번 앨범엔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끼는 가사들이 많이 있다. 힙플: 일리네어의 스타일은 랩퍼지망생들의 에티튜드나 음악 스타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쩌면 랩퍼 지망생들에게 교과서나 바이블이 된 것 같기도 한데. 아마 본인들도 실감할 것 같은데 기분이 어떤가? 혹시 보거나 듣나? Q: 우리는 전혀 모른다. 젊은 뮤지션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아는 뮤지션도 드물다. 그나마 쇼미더머니3를 하면서 약간의 계기가 되었다. 차메인과 오왼도 알게 됐고, 씨잼이나 기리보이도 처음 봤다. 힙플: 모른다고 이야기해서, 더 웃겨진 질문인데. 웃긴 얘기일 수 있지만,그런 파급이 보기에 따라 아주 피곤하고 민망한 광경이 되기도 했다. 여기의 신인 랩퍼들 중 한 무더기는 일리네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웃음) Q: 우리는 전혀 몰랐다.(웃음) 힙플: 그럼 실제로 이렇다면.. 현재의 상태가. Q: 우리의 영향을 받는 건 우리로썬 좋은 일이지만 결국 자기 것을 찾아야 한다. 우리한테 배워야 할 건 힙합에 대한 사랑과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 우리가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것들은 자신의 것들로 해 나가야한다. 힙플: 엔터테인의 측면에서 혹은 메시지의 과잉들이 실제, 돈 자랑에 대한 스웨깅에 부정적인 친구들이 아직 많다. 뭐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기분도 작용하겠지만, ‘엔터테인’에 대한 요소는 청자들에게도 아직 낯선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Q: 이게 낯선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걸 즐겨주면 고마운 거지, 즐기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아쉬울 필요는 없다. 난 지금으로도 되게 만족하고 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이런 음악과 랩을 선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이 이게 뭔지 감도 못 잡았었다. 나도 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이걸 즐기게 되었다. 대학교 축제에 가면 학생들이 연결고리 랩을 따라 부르는데, 가끔씩 그 걸 보면서 기분이 좀 이상할 때가있다.(웃음) ‘어쩌다가 학생들이 이런 랩을 따라 부르고 있지’랄까. 아무튼 멋진 일이다. 힙플: 자수성가, 재벌 이런 표현들은 어떤 세대에게는 재미를, 어린 친구들에게는 분명히 희망이나 꿈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더콰이엇의 삶을 전달하는 건가, 실제 이런 의도도 있는 건가. Q: 기본적으로 랩이라는 건 개인적인 행위다. 자신의 얘기를 쓰고 그게 좋은 음악으로 완성 되는 것만으로 이미 목적은 달성 되는 것이다. 그게 어떤 사람한테 메시지가 되고 안 되고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음악에 대한 반응은 날씨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웃음). 다만 이번 앨범에서 ‘Your World’는 노골적으로 교훈적인 노래다. 나의 진심어린 조언을 담은 노래다. 내가 깨달은 진리들을 담았다. 힙플: 또, ‘성공’의 시기부터 음악에 담기는 이야기가 그저 운이 좋아 해 낸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오해들을 멀리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스트레스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아니면, 더콰이엇, 일리네어의 음악을 접하게 될 친구들이 확장되었기 때문인가. Q: 우리가 유명해질수록 오해나 환상도 커질 거라고 본다. 이젠 우리를 단순히 돈 많은 랩퍼들로 아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다. (웃음) 다만 그 이상을 봐야한다. 우리는 여기까지 오는데 되게 오래 걸렸다. 그러니까 그 ‘과정’을 말하고 싶은 거다. 우리는 계속 견뎌왔고, 앞으로도 견뎌야 한다. 이것은 누구에나 공평한 것이다. 그러니 그걸 피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Your World’에서 한 거다. 힙플: 일리네어를 향한 비아냥들에 대한 대답을 랩에 꾸준히 담아오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내가’가 있겠고. Q: 랩은 질투나 편견 등의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들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니네 말이 틀렸다’ 라든지, ‘니네가 아무리 그래도 난 내 뜻을 굽히지 않을 거야’ 라든지. 그런 걸 말하는게 랩의 목적이기도 하다. 힙플: 근데 한국 힙합 잘 안 듣지? 이 질문은 사실, 그런 곡들에 대한 대답이었냐는 질문 이었다. Q: 아. 사실 잘 안 듣고 잘 모른다.(웃음) 하지만 많은 래퍼들이 우리를 향한 가사들을 쓰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 상황자체는 알고 있지만, 굳이 찾아듣지는 않는다. 힙플: ‘언더그라운드킹 필요없어 왕관’.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힙합 ‘씬’과 거리를 두려는 행보가 엿보이기도 했다. Q: 글쎄. 일단 그 구절은 ‘난 최고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정도로 보면 될것 같다. ’씬’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선 좀 복잡한 문제다. 한국의 힙합씬이라는게 워낙 형태가 많이 변했고, 지금은 약간 형태를 알아보기는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는 논하는게 무의미 한 때라고 생각한다. 힙플: 피쳐링 의뢰도 많이 들어 올 것 같은데, 응하는 방식? 혹은 기준도 궁금하다. 안다 라든가, 우효 라든가, 원펀치의 원이라든가. Q: 여러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음악이 좋아서 하거나, 견적이 맞아서 하는 경우도 있고, 친분 때문에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 기준을 딱 잘라 말하기는 좀 어렵다. 힙플: 쇼미더머니3 이후의 대중매체의 ‘이용’ 은 제안이 들어와서겠지만, 적극적인 이용의 배경이 궁금하다. Q: 쇼미더머니3를 하면서 사람들이 기대이상으로 힙합적인 색채를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그 동안은 TV에 랩퍼들이 나와서 타협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쇼미더머니를 겪으면서 시대가 바뀌었거나, 우리가 이걸 바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흐름이 시작 된 김에 이 기회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힙플: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프로듀서’로서 출연해 온 아티스트로써. Q: 이것에 대한 문제는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경험을 얘기하자면, 쇼미더머니3는 나름 재밌었고 우린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 출연을 결정할 때부터 우린 엄청 까다롭게 시작 했었다.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요구했었다. 심지어 프로그램 제목을 바꾸라고도 했었다. 그건 못하겠다고 해서 넘어가긴 했는데(웃음), 어쨌든 이런 저런 요구를 되게 많이 했었다. 그렇게 해서 시즌 2와 3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엔 제작진의 의지이긴 하지만 우리의 요구가 작용한 부분이 적지 않다. TV 출연을 하면서 그런 걸 주장하는 출연자는 그다지 없을 것이다. 원래 우린 할 마음이 없었는데, 계속 조르니까 ‘그러면 이런 거 해줄 수 있나. 아니면 안 하겠다’ 라는 식으로 나갔다. 그래서인지 우리 출연 당시엔 크게 거슬리는 건 없었다. 그리고 결국엔 예능 프로기 때문에 애초에 어느 정도 이상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힙플: 이 프로그램은 이제는 엄연히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다. 부정적인 면? 긍정적인 면? Q: 우린 그 프로그램을 하면서 얻은게 많았기 때문에 일단은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봤다. 당연히 빛과 어둠이 존재하지만, 난 매사에 밝은 면만 보려고 하는 사람이다. 어쨌든 힙합 예능 시대에도 끝이 있을 것이고, 그 동안엔 뮤지션들은 각자의 방식을 증명하면 된다. 꼭 TV에 나온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그래왔듯 현명한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다. 힙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부탁한다. Q: 없다. 기사작성 | HIPHOPPLAYA.COM 더콰이엇 https://instagram.com/thequiett/ 일리네어 레코즈 http://www.illionaire.kr/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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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블랭타임ㅣ'Color Unique Red, 엄마와 집이 주는 편안함'  [12]
HIPHOPPLAYA(이하 힙) : 리짓군즈 인터뷰 이후로 오랜만이다. 그 동안의 근황이랄까 BLNK TIME (이하 블) : 리짓군즈 인터뷰가 재작년이었지 아마? 그 이후의 근황이랄까.. 우리끼리 문제가 좀 있었다. 그러니까 인간으로 있었던 문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굉장히 해이해졌던 것 같다. [Change The Mood]는 일찍이 만들어둔 앨범이었고, 원래는 크루 작업실을 구하면서 리짓군즈 컴필레이션 2집까지 만드는 게 계획이었는데.. 힙 : 그러고 보니, 리짓군즈 2집 이야기도 있었다. 블 : 맞다. 근데 사람들이 한 명씩 책임전가를 하기 시작하면서 놀자판이 됐지. (웃음) 지금은 거의 물거품 됐고, 6개월 정도 허송세월 하다가 이제는 개인 작업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힙 : 리짓군즈가 처음 나왔을 때 특유의 집단 느낌이 강렬했다. 당연히 2집에 대한 기대도 있었는데, 어찌됐건 아쉽게 됐네 (웃음) 블 : 가장 큰 이유는 2집의 준비과정에서 목적을 잃었기 때문인 것 같다. [Change The Mood] 때는 그런 게 있었거든 ‘지금 유행하는 거 말고 우리가 원래 좋아하던 거를 하자!’라는 어떤 목적이 있었는데, 2집을 준비하다 보니 회의를 하면서도 딱히 뭔가가 나오지 않았다.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될지, 또 우리에 대해 뭘 보여줘야 할지 말이다. 어떤 뭔가에 확실하게 꽂히지 않아서 진행을 못했다. 힙 : [Change The Mood]는 트랩 시즌에 분위기 환기하듯 등장한 붐뱁 앨범이었다. 뭘 하고 싶었던 건가? 블 : 사실 우리는 뭔가를 그렇게 따지는 사람들이 아니다. 뭐가 어디서 파생됐고 누가 누구한테 영향 받았고 이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 당시 우리가 모였을 때 좋아하는 음악들이 공교롭게 모두 비슷했고, 그 안에서 공통분모를 찾다 보니 올드한 느낌이 나왔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우리가 판을 뒤엎을 거야!’라는 큰 뜻도 없었다. ‘너네 너무 유행 따라가는 거 아니냐?’ 라면서 꼬집을 생각도 크게 없었고. 나한테는 그저 우리가 좋아하던 음악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게 전부였다. 물론,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인터뷰할 때 정훈이형(어센틱)이 그렇게 말했었는데 당연히 그 형의 생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스무리한 생각을 가지고 만드는 거지 모두 한마음일 순 없거든 (웃음) 힙 : 돌아보면 그래도 꽤 많은 작업물들이 리짓군즈 내에서 쏟아졌다. 특히 최근에 말이다. 블 : 사실 작년부터 개개인이 준비했던 것들이 뜻하지 않게 몰려서 나온 거다. 충분한 회의를 했다면 순차적으로 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치밀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 앨범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의 앨범도 자꾸 밀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맞물리게 됐다. (웃음) 그런 걸 컨트롤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회사가 아니다 보니 그럴 사람도 없고 어쩔 수 없다. 힙 : 어쨌든 여러 싱글들이 있었고, 코드쿤스트(Code Kunst)와 뱃사공의 정규 앨범, 이제 블랭타임의 정규까지 올해 방점을 찍었는데, 리짓군즈의 한 해를 돌아본 소회가 어떤가? 블 : 음.. 뭔가 잘했다기보다는 어차피 나올 것들인데 너무 늦게 나온 거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퀄리티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난 우리의 모든 앨범을 인정하거든 뱃사공 형 앨범도 너무 좋고, 성우(코드쿤스트)야 말할 것도 없지. 이제 곧 나올 제이호(Jayho) 앨범도 진짜 좋을 거다. 앨범이 아직 없는 멤버들 소개를 제대로 못했는데 결과물이 충분히 준비되면 꼭 소개를 하고 싶다. 힙 : 제이호 앨범도 기대 중이다. 블 : 제이호도 올해 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거 같긴 한데, 사실 걔는.. 그런 스타일 아니라 그냥 나오면 나오는 대로 낼 것 같다. 시골 새끼라서.. (웃음) 뭐 우리 안에서 쪼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모두 급하진 않은 것 같다. 그냥 크루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터치를 잘 안 하는 편이고, 그렇게 할 권리도 없다. 힙 : (웃음) 혹시 내부적으로 불화가 있는 건 아니지? 블 : (웃음) 사이 다 존나 좋다. 뭘 싸워.. 다 늙어빠져 가지고 힙 : 그래도 활발하다면 활발한 한 해였다. 이제 리짓군즈라는 이름이 조금씩 브랜딩 되고 있다고 느끼나? 블 : 나는 오히려 우리가 컴필 앨범을 내서 그런지 우리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리짓군즈를 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다. 근데 사실 그럴 의도는 없었거든. 뭐 그렇게 안다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웃음) 어쨌든, 우리는 이 크루를 무겁게 생각하거나 울타리를 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가 나중에 시간이 오래 지나고 누군가와의 사이가 서먹서먹해진다면 그때는 또 크루가 아닐 수도 있는 그런 거지. 그래도 인간적으로 봤을 때 몇 년이 지나서 봐도 지금처럼 장난치면서 노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 힙 : 딱히 소속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가? 블 : 그러니까 작업만 얘기하자면 나는 있되, 누구한테 강요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우리는 이제 나이도 적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케어 해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 누군가가 뭔가를 어디서 어떻게 하고 싶다는 얘기를 술자리에서 살짝 흘리면 우리는 그걸로 같이 고민해주는 모임이지 그걸로 우리가 스케줄 잡고 녹음 꼭 맞춰서 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거든. 그래도 컴필 앨범을 만든다거나 곡을 다같이 작업할 때는 소속감을 가지고 한다. 무엇보다 리짓군즈 단체활동 (등산, 야유회, 운동회, 바자회) 등을 계획하고 실행할 때는 똘똘 뭉쳐서 열심히 한다. 힙 : 블랭타임 말대로 이제 모두 연식이 좀 됐으니, 크루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할 법도 하다. 레이블에 대한 발전 가능성이라던가.. 블 : 질문이 되게 얌전하지만 답은 항상 똑같다. 돈이 있어야 하지! (웃음) 성우는 우스개 소리로 먼저 뜬 사람이 레이블 차리자고 장난스럽게 얘기 한적도 있지만, 사실 그건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 자기 행보를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란 말이다. 또 레이블이라는 게 푼돈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제 알고 있다. 만약에 조그만 회사를 차린다면 지금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크루가 마음 편할 것 같다는 게 우리 모두의 생각이다. 회사를 차린다는 것은 어떤 모든 집단의 꿈이긴 하겠지만 지금 현재 여건 상 불가능한 게 맞다. 복권에 당첨돼서 만들고 싶다. 힙 : 어쨌든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은 각개전투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블 : 맞다. 작년에 모여서 얘기했었다. 리짓군즈 컴필이 그나마 사람들한테 이름을 알렸으니 그 앨범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이제는 멤버들을 소개할 때가 된 것 같다고. 그래서 그때 모두 정규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 번 갈아엎은 거고, 뱃사공형은 그때부터 준비해서 이번에 나온 거다. 준호도 곧 나올 거고. 리짓군즈 라는 이름으로 보여진 작업물도 분명 하나의 색을 가지고 있지만, 크루 안에 속해있는 각자 모두 자신만의 색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꼭 하나 하나 보여주고 싶었다. 힙 : 씬 전체를 봐도 을해 가장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꼽는다면 당신들 중 코드쿤스트를 빼놓을 수 없다.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 블 : 다 좋아했지 진심으로 축하해줬고. 장난치는 게 생활화 되어있지만, 우리도 할 건 한다. (웃음) 우리가 인스타에서 서로 욕하고 이상한 사진 올리고 이러는 건, 그냥 나이는 먹었는데 생각이 다 애 같아서 중학생처럼 부대끼면서 노는 거다. 힙 : 당신들을 보면 훈훈하고 아름다운 유대감(?)은 아닌것 같은데, 뭔가 치열하게 자극도 받았을 것 같다. 블 : 자극은 당연히 받았지. 굳이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그건 당연하다. 비트메이커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나도 그렇고 준호도 뱃사형도 모든 사람들이 자극을 받았을 거다. 왜냐면 나는 코쿤이를 2집을 내고 나서 만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친구의 데뷔시절, 첫 싱글을 내던 때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때의 위치와 지금의 위치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친구가 했던 노력이나 음악적 역량이 발전하는 걸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열정 있게 하면 언젠가는 인정을 받는구나’ 라는 걸 느끼기도 한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거다. 우리가 나름 크루인 만큼 서로간의 어떤 진득함은 있어서 서로 시기하고 이런 건 없다. 그리고 시기해봤자 어쩔 건데 지가.. (웃음) 힙 : [Color Unique]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가장 먼저 아트워크가 눈에 들어왔다. 색감이 참 마음에 들더라 블 : 아트워크는 나랑 친한 누나가 해줬다. 스테파니안 이란 누나인데 내가 어느정도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그걸 페인팅 해줬다. 실제로 아크릴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뒤에 하나하나 찍어서 아트워크를 완성했다. 굳이 설명을 좀 더 하자면 부제인 RED 색감으로 전체적인 것을 잡았고, 양쪽의 여자는 각 skit에 해당한다. Red와 color unique red. 뒷면은 그냥 나의 편안한 모습을 담았다.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과 자연을 옆에두고 편안함의 상징인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하는 모습이다. ㅎㅎ 속지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데 취해 비틀거리는 사슴이다. 내가 술담배와 자극적인 것들로 헤롱헤롱한 모습을 귀엽게 담아보았다. 힙 : 어쨌든 블랭타임도 이제 정규1집 뮤지션이 됐는데, [Color Unique] 어떻게 얼마나 준비했나? 블 : 얼마나 라고 얘기하기가 좀 그렇다. 그러니까 작년부터 준비하다가 12월에 한 번 까먹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컬러유니크라는 앨범 제목을 확정 짓긴 했지만, 사실 수록된 곡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바뀌었다. 원래 넣으려고 했던 두 곡이 있었는데, 그 곡들 조차 이번 년도에 들어와서 없애버렸지. 힙 : 앨범을 엎은 이유가 궁금하다. 블 : 나라는 사람 자체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거를 다시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오래 걸렸다. 하지만, 그렇게 갈피를 잡고 나니, 앨범 준비에 있어서 창작을 하는 데는 3~4개월 정도밖에 안 걸리더라 힙 : ‘#SND’라는 곡으로 앨범을 처음 계획했던 걸로 안다. 그때와는 톤, 플로우, 심지어 패션 스타일까지 변했고, #SND는 이 앨범에서 누락되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블 : 일단은 생각하는 게 제일 크게 변한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전의 나는 나 자신을 표출하고 싶어하고 인정욕구가 강했다면, 앨범을 한번 엎으면서는 멘탈이 강해졌다. 사실, 막 열심히 하지도 않았거든. 그러니까 그런 나태한 나의 모습들을 보면서도 이건 정말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 내가 가면을 쓰려고 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뭔가 허황된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컬러유니크는 편안함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시작했다. 힙 : 최초 타이틀은 [Color Unique : Red]였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곱씹다 보면 레드라기 보다는 그린에 가까운 앨범이 아닌가 싶은데 (웃음) 블 : 그냥 가제를 컬러유니크 레드라고 하고 싶었다. 11번 트랙에 ‘Skit2_Color Unique Red’라는 곡이 있다. 어머니 목소리가 나오는 트랙인데, 레드라는 키워드로는 난 딱 그거 하나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작년에 내가 생각했던 레드는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화려한 모습이 맞았다. 누구에게나 섹시하고,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느낌이었지. 근데, 그걸 엎고서 스킷을 다시 짤 때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도시가 상징하는 화려한 레드 보다는 엄마의 따듯함이 주는 편안함이 훨씬 더 유니크한 레드 컬러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 : 말하자면, 도시유랑을 하면서 ‘집의 소중함을 알겠더라’ 라는? (웃음) 블 : 맞다. ‘Skit 1_RED’는 대사는 나오지 않지만, 내가 길거리를 걷다가 차를 타고 빨간 불빛이 상징하는 도시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그 사이 트랙에는 내가 생각하는 도시의 모습들이 쌘 붐뱁 음악이나 여자, 섹스이야기들로 담겨있지. 그렇지만, ‘Skit2_Color Unique Red’ 이후에는 도시를 벗어난다. 힙 : 어쨌든, 처음 계획했던 앨범의 컨셉트와는 많이 바뀐 거군 블 : 그렇지 어떻게 보면. 그러니까 내가 한번 이 앨범을 엎었던 것도 이거를 준비하기 위해서 했던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더 마음이 편한 것 같다. 물론, 이런 내용들을 음악의 느낌으로 전달받기에는 굉장히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이야기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힙 : 예전에도 한번 얘기했었지만 블랭타임 랩이 챈스더래퍼(Chance The Rapper)랑 되게 비슷했었다. 블 : 맞다. 지금도 약간 비슷하다. (웃음) 힙 : 사실, 지금은 어느 정도 떨쳐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민도 했을 텐데 블 : 그건 그냥 자연스럽게 변한 것 같다. 그러니까 예전에 했던 곡들의 가이드나 내가 갈아엎었던 곡들을 들어보면 내가 은연중에 쓰는 플로우들이 분명히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모두 챈스더래퍼가 했었던 건데 내가 의도적으로 베끼지는 않았지만 그런 바이브가 과하게 섞여있는걸 나도 느꼈다.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 일단, 내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모두 엎었다. 힙 :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건가? 블 : 맞다. 내 노래인데 다른 사람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쁜 일이다. 그렇지만, 나조차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그냥 좀 더 내공을 쌓고, 내 걸로 발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 바이브에서 못 벗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부정을 할 수가 없다. 아직도 내 오리지널리티를 찾으려고 노력 하는 중인 것 같다. 그리고 설령 다 떨쳐냈다 해도, ‘나 이제 거기서 벗어났으니까 그 문제에 대해 더는 말하지마’라고 하는 것도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한다. (웃음) 힙 : 챈스더래퍼나 빅멘사(Vic Mensa)류의 랩퍼들일 것 같다. 그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받았나? 블 : 내가 삭스(Chance the Rapper & The Social Experiment) 앨범이나 최근에 등장한 신인들의 사운드 자체를 워낙 좋아한다. 내가 이전 인터뷰 때도 한번 이야기 했었지만, 그런 사운드에 랩이 그렇게 맛깔나게 들어오는 걸 들었을 땐 거기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그렇게 거의 1년이 넘도록 지금까지도 그들의 노래만 듣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색을 섞은 랩퍼들이 나오고 거기서 파생된 친구들의 음악으로 넓혀진 건데. 그 외에도 그쪽 색깔에 자신의 옷을 입힌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걸 하나의 장르로 보는 편이다. 또 나 역시 그런 사운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뛰어든 거고. 그래도 그들과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나도 나만 할 수 있는 분명한 바이브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힙 : '데리고와'부터 본격 서래마을 한량의 정서다. 뭐랄까 이것도 일종의 로컬 프라이드일까 (웃음) 'Chillin' in my house' 에서도 동네와 집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더라 블 : 로컬까지는 아니고 (웃음) 아까도 말했다시피 두 번째 스킷을 들어보면은 편안함이 나한테 가장 이상적인 테마였던 것 같다. 그럼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뭘까 생각해보니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랐고, 그 다음에는 그냥 무조건 집이었다. 집에 있으면 마음 편하고 긴장감 하나 없이 좋잖아 (웃음) 자연스럽게 집에 혼자 있으면 생각나는 것들, 다른 거 없이 그것들에 충실했다. 듣는 쪽에선 좀 지겹겠지만 계속 쉬자 쉬자 얘기하는 것도 그냥 나한테 편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전에 준비했던 앨범을 너무 피곤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나한테 가장 필요한 바이브였다. 힙 : 'Chillin' in my house'는 비디오부터 훅멜로디 세션까지 쏟아낸 공들이 보이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트랙이기도 하고. 블 : (웃음) 앨범을 엎자마자 세곡을 만들었었다. 한 일주일 만에 세곡을 만들었는데, 그게 ‘Coloman’ 이랑 ‘Airplane Mode’랑 ‘Chillin’ in my house’다. 당연히 오래된 곡이고, 작업실에서 컴퓨터 키면 보이는 게 이 곡들이다 보니 여기저기 많이 만지게 되더라. 한 마디로 뭐가 많이 쌓여진 곡이다. 그러니까 코러스 좀 넣어볼까 하면서 코러스를 넣는다던가 아니면 호준이형(Jake)이 믹스하면서 계속 만지다가 기타를 넣어보자 하면 세션 구해서 기타 세션도 넣어보고 하는 식이었지. 힙 : 실제로 언급한 세 곡이 퀄리티적으로 돋보이는 곡들이다. (웃음) 블 : 리짓군즈에 호림(Horim)이라는 친구가 코러스로 참여했고, 아람이라는 친구는 고맙게도 내 앨범의 전체 코러스를 맡아줬는데, 결과적으로 앨범의 퀄리티적인 면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인디펜던트로 준비하는 것 치고 이 정도 퀄리티라면 일단 만족하고 있다. 그래도 다음 앨범에 있어서는 더 많은 것들을 탄탄하고 신선하게 준비하고 싶다. 힙 : 'Chillin' in my house'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라면? 블 : 일단 전체적인 주제에 가장 부합했고, 무엇보다 노래가 좋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노래네 (웃음) 힙 : 리짓군즈 때부터 계속 뮤비를 자급하지 않았나 본인만의 영상 철학이랄까 그런 게 있나? 블 : 나 혼자 만든 건 아니고 리짓군즈 사람들이 같이했지.. (웃음) 그리고, 난 영상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난 영상을 구글로 배웠고, 어떻게 보면 내 영상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감각들을 비벼서 보기만 좋게 만들어놓은 습작들이다. 영상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자들이 본다면 말이다. 근데 그것들이 좋은 기회를 만나면서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함께한 AR Film의 오준이 같은 경우가 그런 건데, 얘가 도와주니까 내가 마음에 드는 영상을 만드는 거지, 그런 게 아니었으면 내 영상들은 아마 리짓군즈가 처음에 만들었던 그 느낌 그대로 똑같은 단계에 머물러 있었을 거다. 왜냐면 그건 구글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거든. 힙 : (웃음) 업자가 보기에 블랭타임과 함께 하는 이유는? 오준(AR Film) : 감각 있다. 근데 난 얘한테도 말했지만 처음에 나한테 영상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살짝 부정적이었다. 맡길 거면 맡기는 거지 난 원래 같이하는걸 되게 싫어하기 때문에 내키지 않았는데, 얘랑 이제 두 번 정도 해보니 뭐.. 재밌네? 블 : 이 친구는 원래 광고영상을 하는 친구다. 나랑은 한 5년 전쯤부터 알던 페이스북 친구였는데 (웃음) 어떻게 또 같은 동네에 살아서 마을버스에서 가끔 마주치던 사이었지. 그렇게 페이스북으로만 가끔 소통하면서 한참 지냈는데, 결국에는 내가 염증을 느낀 게 계기가 됐다. (웃음) 이번에도 영상을 해야 되는데, 또 똑같이 감각만으로 비비기가 싫었거든. 내 지식은 여기까진데 여기서 이렇게 계속 비비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 사실 감각 좋다는 말도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정말 그걸 비벼가지고 되는 수준은 거의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이번엔 정말로 전체적인 때깔이나 퀄리티를 높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친구와 만나서 얘기를 했고, 시기적으로 이 친구도 뮤비를 하려고 생각하던 찰나에 타이밍이 잘 맞았지. 이 친구가 지금은 딥플로우(Deep Flow)형의 ‘당산대형’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는데, 나랑은 또 다른 걸 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얘랑 한 뮤직비디오들이 다 마음에 들었고, 당산대형도 내가 좋아하는 감성은 아니지만, 뮤비 자체로 마음에 들었거든. 힙 : 상투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앨범에 어떤 정갈한 흐름이 느껴진다. 구성에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블 : 옛날 힙합음악이나 소울, 알앤비 앨범을 들으면, 되게 유치하지만 알면서 당하는 그런 흐름이 있다. 일단, 노래들이 전부 이어지고 촌스럽지만 다음 곡에 대해 넌지시 광고하기도 하는 마치 라디오 메뉴얼스럽고 어떻게 보면 노골적이고 없어 보이는 구성인데, 난 그걸 하고 싶었다. 뭐, 근데 다 구현을 못했지. 그래도 노력한 흔적이 있다면 ‘Chillin’ in my house’에서 스킷1으로, ‘Vintage love’에서 스킷2로 이어지는 이음새라던가 아니면 스킷1에서 ‘Colorman’으로 넘어갈 때 암시를 준다던가 하는 정도인데 그걸 완벽하게 하고 싶었지만, 사실 후반 작업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죽도 밥도 안 돼버렸다. (웃음) 다음 앨범엔 꼭 더 멋지게 성공할거다. 그리고, 내 앨범 속지에 보면 thanks to도 적혀있다. 좀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앨범은 그냥 내가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낸 앨범이니만큼 신경 쓰지 않았다. 난 단지, 중학교 때 두근두근하며 열었던, 학교 가기 전에 한 트랙만 더 한 트랙만 더 하는 마음으로 밤 새 들었던 그때 당시에 CD에서 본 것들을 한 것뿐이거든. 앞으로도 난 시대의 흐름보다는 아주 지극히 주관적으로 내가 느꼈던 것들에 대해서 구성을 짜고 해 나갈 거다. 힙 : 담백한 앨범이다. 앨범의 구성도 일관적이고 유기적이지만, 어쩌면 누군가 에게는 무난하고 평이한 앨범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극의 시대 아닌가 블 : 자극적인 앨범을 만든다는 것은 누군가 에게는 쉬운 일 일수도, 또 어려운 일 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앨범을 자극적으로 만든다고 해도 그게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앨범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지. 물론, 내 이름을 많이 알리고 리짓군즈라는 단체를 많이 알리면 좋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자극은 유치한 트랩이나 알량한 댄스를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정말 멋있는 것 안에서도 자극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나뉜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힙 : 그게 나름 앨범의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플레이어들이 앨범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은 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앨범이라는 큰 단위 작품들이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힘을 못쓰고 있다. 원 히트 싱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블 : 조금 이상한 말을 하자면 나는 만 명의 팬보다 10명의 느낌 있는 팬들을 가지고 싶다. 아티스트의 단 한가지 요소 때문에 가벼운 팬 심을 가지게 되는 그런 게 아니라, 그 아티스트 자체, 혹은 그 음악 자체를 깊이 있게 인정하는 팬 말이지. 내가 그런 팬심을 가지는 편이라, 나도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그래서 이상한 프로모션이나, 원 히트 싱글을 만드는 것에는 욕심이 크게 없다. 꾸준히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천천히 나의 모습에 대해서 표현하고 전달해주면 그만이다. 그러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많이 들어주면 그 한 곡이 히트 싱글이 되는 게 아닐까 힙 : 이런 이야기로 깊게 빠지다 보면 결국에는 쇼미더머니가 나올 것 같다. 한국 힙합씬의 가장 큰 취업의 장 아닌가. 블랭타임의 경우에는 어떤가? 블 : 난 사실 하면 하지라는 입장이었다. 리짓군즈 안에서도 그렇고 모르는 사람들 조차 나가라고 나를 부추겼거든. 사실 그 프로그램에 대해 크게 반감도 없었다. 물론 옛날에는 있었지만, 시즌이 진행되면서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솔직히 객관적으로 봐도 좀 X같았잖아.. (웃음) 그래서 ‘하면 하지!’ 정도의 마음이었는데, 문제는 이게 너무 귀찮은 거지.. (웃음) 거기 갔던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하고, 랩도 안 시킨다던데.. 결과적으로 ‘아니 개xx들이 그럴 거면 사람들 왜 불러모으냐고 심사위원을 늘리던가 어떻게 해야지 말이야..’ 이러면서 안 나갔다 (웃음) 악감정이라기 보단 너무 귀찮아서 안 나간 게 끝이다. 나가는 사람 욕할 것도 없고, 그걸 x같다고 욕하는 사람 욕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힙 : 다음 시즌에 기회가 온다면? 블 : 그때도 아마 나간다고 하고 귀찮아서 안 가겠지. (웃음) 근데, 언프리티 랩스타가 존나 웃기던데.. 싸움은 여자싸움이더라고. 힙 : (웃음) 돌아와서 어쨌든 본인의 이야기에 충실해서일까 이번 앨범은 훨씬 더 랩 게임의 클리셰를 벗어난 느낌이다. 블 : 맞다. 그리고 잘 들어보면 실제로 내가 랩벌스를 많이 안 했다. 눈치를 챈 사람은 이미 눈치챘겠지만 거의 모든 곡이 원 벌스다. (웃음) 훅이 정말 많고, 구성도 복잡하게 짜놨다. 훅이 세 개인 것도 있고, 브릿지가 두 개인 것도 있지.. 성격이 많이 반영 된 건데, 이 앨범의 비트메이커 아이딜형과 집에서 함께 작업하다 보니 그냥 서로 손가는 대로 작업했다. ‘그래 그냥 그렇게 해~’ 하다가도 구리면 욕 하고.. (웃음) 그렇게 제재 받지 않는 분위기에서 작업하다 보니 규격 없는 자유로운 것들이 나오더라. 그래서 오히려 딱딱한 구성이나 정법에서 벗어나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큰 무기가 될 것 같다. 힙 : 그럼에도 'Color Man'에선 본인과 천편일률적인 '똥폼잡는 랩퍼들' 사이에 거리를 두지 않나 뜬금없지만, 씬 안에서 가장 추한 랩퍼의 모습은 뭐라고 생각하나? 블 : 뭉뚱그려서 얘기 하는 거지, 사실 타겟삼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그런 거 있잖아 완전 촌스러운데 그게 진심으로 멋있는 줄 아는 사람들. 힙 :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나? 블 : 에이.. 그 뭐 산이나 뭐 이런 사람들 있잖아 힙 : 저격한 거 아니라며 (웃음) 블 : (웃음) 전혀 아니다. 매드클라운이나 뭐 그런 부류들은 이제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리스트 아닌가 난 단지 모두가 아는 얘기를 굳이 노래에 짚어서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웃음) 물론 각자 가치관의 차이겠지만 존나 똥폼이잖아 솔직히.. 그래도 포장을 좀 하자면 그 사람들도 원래는 나 같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나처럼 그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싫었겠지. 근데 어떻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 평화주의자라는 걸 꼭 실어줬으면 한다. (웃음) 힙 : 지금 말한 랩퍼들의 행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인가? 블 : 아니. 근데,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최대한 평화주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근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 되겠어? (웃음) 힙 : ‘Queen’의 훵 소울한 느낌도 앨범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간이다. ‘Treat You Like A Queen’라는 구절도 유명한 소울 넘버 제목인데, 이 곡의 영감이 궁금하다. 블 : 영감이라기보다는 그건 코드쿤스트의 아이디어였다. 힙 : 근데 이 노래가 유일하게 핵심주제를 못 짚겠다. 블 : 그래서 이 노래가 ‘Sex & love’와 ‘Colorman’ 중간에 있는 거다. 그냥 내가 거리로 나갔을 때 했던 것들의 맥락이 그 안에 있는 거지. 원래는 실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곡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후반 작업할 때 급하게 들어온 곡이기도 하다. 성우랑 작업 할 때는 성우가 신경을 많이 써준다. 편곡할 때에도 내가 구성을 짜가더라도 어떤 구성이 생각나면 그걸 유연하게 바꾸기도 해서 이 곡은 작업자체가 재밌었던 곡이다. 영감이라고 할건 거의 없다. 그냥 뭐 느낌대로 하는 거지. 내가 만드는 곡들 대부분이 그렇다. 힙 : 가사를 보면 단어들을 그냥 흘리는 식이더라. 어떻게 보면, 정리된 문장을 만드는 걸 일부러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블랭타임 작법의 포인트는 뭔가? 블 : 내 생각에도 사람들이 알아듣게 쓰는 가사가 좋은 가사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내가 그렇게 전달하려고 마음 먹은 주제가 없을 뿐이다. 힙 : 말하고 싶은 주제가 없다? 블 : 맞다. 어떻게 보면, 다음 앨범에는 그런 식의 작업도 할 것 같은데, 사실 내가 영향을 받고, 어렸을 때부터 쭉 봐왔던 슬로우잼이나 여타 장르들의 가사를 보면 그냥 딱딱 박히는 단어들로 자극을 주는 식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작법을 되게 좋아한다. 예를 들어 ‘남자 셋이 여기 앉아서 치킨을 시키고 맥주를 같이 먹었다’ 라고 풀어주면 그게 좋은 거고, 알아듣기 쉬운 가사겠지만, 나는 보통 그거보다는 좀 더 함축적이고 세련되게 표현하려고 한다. ’머리 셋, 치킨 하나’ 뭐 이런 수준이지. 나는 사람들이 가사를 보면서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내 작법도 그런 쪽으로 꼭 완성을 시키고 싶다. 물론, 그런 부분에서 아직도 난 준비단계지만. 힙 : 이번 앨범의 보너스 트랙 'I Do'같은 곡에서는 국힙에 대한 소소한 애정을 드러냈지만, 동시에 씁쓸함이 섞여있는 것 같기도 하다. 블 : 간략하게만 얘기하면 난 원래 한 초등학교 5학년때 넬리 노래를 처음 듣고 힙합에 입문했다. 사실, 그 전부터 외국 팝을 들으면서 자랐는데, 오히려 힙합에 빠진 건 고등학교 때였지. 내가 고등학생 시절 3년정도가 한국힙합이 가장 핫했던 때거든 소울컴퍼니(Soul Company)나 뭐 가리온(Garion)의 [무투]같은 앨범들이 다 그 시절이니까. 아마 그때 한국적인 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나 보다. 그러다가 스무 살 즈음부터 티아이나 영지지 같은 세련된 사우스 음악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때 다시 미국 힙합 쪽에 빠졌지. 어떻게 보면 난 팝음악을 들으며 자랐지만, 힙합은 한국힙합으로 시작한 거라고 볼 수 있다. 그 가사는 아마 이런 내 음악 변천사의 연장선이겠지. 내가 고등학생 때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고 나에게 랩퍼라는 꿈을 심어줬던 사람들이었거든. 힙 : 이제 그들이 더 이상 당신에게 영감을 주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블 : 맞다. 조금은 대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실망스러웠다. 근데 이것도 내가 부리는 욕심이지. 내가 나이를 먹었는데 그 사람이 나이를 안 먹었다면 이상한 거잖아 나이를 먹으면 감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거니까 힙 : 당신도 무조건 힙합은 프레쉬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가? 블 : 그렇지는 않지만, 마흔 넘고 이랬을 때 새로운걸 창조하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힙 : 창작에도 때가 있다는 뜻인가? 블 : 문제가 될 발언일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고, 유명세가 쌓이면 포지션적으로도 그렇게 하기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팔로알토(Paloalto)같은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데 그렇게 꾸준히 탄탄함을 유지하면서 도전한다는 건 정말 멋있는 거거든. 물론, 내가 어쩔 수 없이 도태된 사람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얘가 나랑 축구 하는데 축구 좀 못했다고 싫지는 않잖아. 힙 : 미국과 비교하기 싫지만, 스눕독이나 퍼렐 같은 불혹을 넘긴 뮤지션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어떻게 보면, 그건 그냥 한국힙합의 저변일 수도 있다. 블 : 만약 미국씬 같은 선후배간의 리스펙트나 유대관계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면 분명히 프레쉬함과 노련함이 만나면서 나오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반화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었다. 힙 : 피쳐링진들과의 합은 어땠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블 : 다른 사람들이야 워낙 친한 사람들이라 피쳐링 섭외가 자연스러웠지만, 도넛맨(Donutman)은 내가 너무 좋아해서 부탁한 케이스다. 도넛맨은 내가 가지지 못한걸 가졌거든 힙 : 그게 뭔가? 블 : 담백함. 걔는 피쳐링 부탁했는데, 파일이 딱 두 개가 왔다. 메인 벌스 하나, 더블링 파일 하나 이렇게. (웃음) 원래 나는 많이 쌓는 스타일이라 이 새끼가 뭘 잘못 안 보냈나 싶었는데 정말 그게 끝이더라. ‘와 이 새끼는 진짜 잘한다’ 싶었지. 사실 그렇게 깔끔하게 딱 떨어지게 하는 랩은 정말 연구 많이 하고, 갈고 닦은 랩이거든 난 솔직히 그렇게 못한다. 힙 :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없었나? 드왕(Dwang)형이랑 한 마지막 트랙이 되게 재미있었다. 드왕형 앨범을 내가 되게 좋게 들어서 이번에 함께 작업하게 됐는데, 작법이 나랑 너무 다르고, 난 그런 작법은 처음 봤다. 드왕형 작업실에 갔는데, 처음에는 딴짓만 계속하더니 가사 있는데 들어봐 하면서 시작하는데 24마디 40마디 정도를 프리스타일로 하더니, 그거를 잘라서 조합해서 주더라고 (웃음) 어떻게 이런 작법이 있나 싶었다. 더 신기한 건 원래는 이게 안 맞아야 정상인데, 랩이 하나처럼 다 맞더라고 힙 : 그럼 마지막 보너스트랙에 피쳐링으로 참여한 랩도 짜깁기한 벌스인가? 블 : 내가 처음 가이드 받았을 때는 그렇게 했는데 마지막에 온 거는 다른 벌스가 왔다. 그 벌스도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 형은 워낙 특이한 형이라.. 존나 멋있는 형이고. 힙 : 앞에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을 한 몸에 받는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 블 : 가족들의 지지가 아니라 엄마의 지지다 (웃음) 옛날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고3 때 비디오와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예대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날 죽이려고 하더라. 그래서 병신같이 재수까지 해서 공대에 갔다. 그렇게 대학교를 3년이나 다녔지. 결국, 졸업도 못하고 때려 쳤지만. 그냥 참을 수가 없었던 거다. 3년한게 아까워서 졸업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문득 이제 더 늙으면 진짜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그때가 스물셋이었는데, 그때 시작해서 내가 언제 애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결단이 되더라. 아마, 그것 때문에 엄마가 미안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힙 : 스킷만 들어도 어머니가 멋지신 분 같다. 블 : 우리 엄마는 원래 예술에 관심이 많고 미술품도 모으셔서 그런지,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되게 높다. 솔직히 내가 하는 음악은 지금 우리 또래들에게도 호불호가 분명한 음악인데,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까 싶지만, 엄마는 나이가 되게 많으신데도 내 음악을 좋다고 해주고 응원해주거든. 뭐 아들 음악이니까 좋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거지. (웃음) 실제로 앨범 제작하는데도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인디펜던트로 솔직히 무슨 돈이 있다고 뮤비를 찍고 하겠나. 다른 형들이 나를 보고 쉽게 쉽게 한다고 얘기하는데, 진짜 쉽게 쉽게 만들었다. 만약 내가 힘들다고 얘기하면 진짜 개새끼인 게 돈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그건 힘든 게 아니거든. 생각해보면 난 다른 애들 다 하는 거 똑같이 한 것일 뿐이다. 음악 만들고 어디 가서 믹싱하고 뮤비 찍는 거야 여기 뮤지션들 다 똑같이 하는 일 아닌가. 걔네 들은 돈까지 벌어가면서 한다. 심지어 가까이 있는 뱃사형은 투잡 뛰면서 하는데 나는 마음 편하게 하는 거지. 하지만, 난 이런 거에 대해서 죄책감 같은 건 없다. 어차피 내가 다 갚아야 할 것들이라서 힙 : 각자의 환경이지 (웃음) 어쨌든, 앨범에서 그리는 블랭타임의 일상은 여유가 넘친다. 심지어 ‘Last Dance’의 이십대가 끝나감을 노래하는 순간마저 낙관적인데, 실제로는 어떤가? 블 : 그렇지. 근데 그게 말이 좋아서 여유지 (웃음) 객관적으로 봤을 땐 철딱서니 없는 개새끼다. 27살 처먹고 엄마 돈 같다가 앨범 내는 개새끼가 어디 있어! (웃음) 그건 나도 인정한다. 이건 그대로 실어줘라(웃음) 하지만, 일단 하고 싶은 게 마음이 너무 강하다 보니 욕심 부리는 거다.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거든. ‘Last Dance’ 역시 마찬가지로 내 성격이 그대로 묻어난 곡이다. 난 옛날부터 큰 걱정을 안하고 살았고, 실제로 큰 걱정이 있어도 부풀리지 않는다. 그렇게 스물일곱 살의 여름이 지나면서 20대의 마지막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Last Dance’는 앨범에서 가장 마지막에 녹음한 곡이다. 근데, 넉살 형과 얘기하면서 생각해보니 또 마냥 암담하지도 않더라고. (웃음) 오히려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 내가 하는 음악이 조금 어설프긴 해도 어떻게 해서든 표현이 되고 하니까 ‘그래도 내가 허투루 하지는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어렸을 때 만들었던 음악보다는 나 스스로 만족도가 높아졌으니, 그거에 대해 만족하고 낙관적인 가사를 쓴 거지. 게다가 이 노래는 넉살형과 아이딜형이랑 실제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가사에 옮긴 거거든. 한 3~4년 전이면.. 넉살 형도 진짜 좆도 없을 때인데..(웃음) 지금이야 인스타그램에 K달고 그러지만 그때는 쓰레기 발로차고 술 먹고 남의 차 부시던 때거든. 정호형(아이딜)도 마찬가지고. 그랬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아직 형편이 많이 나아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성장했다고 느껴지더라고. 남들은 모두 30대가 오는 걸 암울해하지만, 우리는 이제까지 쌓은 만큼 앞으로 30대가 되면 더 쌓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신나지 않나? 곡도 그래서 신나게 만들었다. 힙 : (웃음) 이 앨범은 어떻게 보면 리짓군즈 프로듀서진들이 얼마나 탄탄한지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프로듀서 아이딜에 대해 소개해달라 블 : 아이딜형이 8곡이나 했으니까 거의 반을 한 거지. 나랑 그 형은 잘 맞는다. 그러니까 그 형도 완전 힙합만 듣고 사는 사람이 아니거든. 귀가 넓다고 해야 되나 팝도 좋아하고 하우스도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얘기할 때도 분명히 나랑 코드가 잘 맞는 게 있다. 그래서 내가 적극적으로 같이 하자고 했고, 참여를 많이 했지. 이 형도 이제 솔로앨범을 준비하는데 랩퍼 한 두 명에 노래하는 사람들이나 악기 세션이 주가 된 앨범을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 형은 정말 음악성 있는 형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술,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병신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음악 할 때만큼은 정말 잘하니까 언젠가는 성공할거다. 그리고, 나랑 해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힙 : 이번 앨범을 통해 지금 본인의 이야기들은 전부 들려줬다. 이제 어떤 이야기를 할 건가? 블 : 사람이 살면서 그때그때 느끼는 게 있지 않나. 이 앨범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 가족과 집이 주는 편안함과 따뜻함이었다. 단지 그걸 하길 원했던 거지, 사람이 그것만 가지고 살지는 않으니까 할 이야기는 많다. 난 뭐, 8년만난 여자친구도 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이렇게 고생 모르고 자란 아들이 거리로 나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 할 수도 있겠지. 그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인간적으로 겪었던 것들에 대해 추상적이지는 않되 앨범을 무겁게 내고 싶다. 힙 : 2집 앨범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나? 블 : 두 가지가 있을 거 같다. 하나는 얘깃거리고, 두 번째는 음악스타일일건데 음악 스타일은 그냥 언제 낼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때 꽂히는 걸로 낼 것 같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거의 그냥 막가파지 (웃음) 요즘은 하우스 음악을 되게 좋아한다. 그리고 그냥 덤덤한 멜로디가 있는 노래들이 하고 싶다. 얘기하다 보니까 조금씩 랩에서 멀어지는 것 같은데, 사실 랩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랩은 그냥 아티스트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쓰는 도구 정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취사선택인 것 같고, 뭐 일단은 그냥 곡들이 널브러져 있는 단계라 해줄 말이 별로 없다. 힙 : 색다른 이야기가 나오려면 환경이 바뀌는게 가장 빠르지 않나? 회사 생각은 어떤가? 블 : 음악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회사는 무조건 들어가는 게 좋다고 본다. 왜냐면 겪어보니 너무 똑같은 것만 반복하면서 살다 보면 사람이 어두워지고 단조로워진다고 해야 될까? 입체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같더라고. 맨날 느꼈던 지루함이나 막연함, 분노들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못나지니, 분명 돈은 조심해야 되는 거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정말 필요한 건 돈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 세우는 것도 돈이거든. 난 지금 그 미니멈에 있는 돈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물론, 아까도 걸어오면서 얘기했듯이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해야지 내가 회사를 필요로 하면 안되기 때문에.. (웃음) 힙 : 알겠다. (웃음) 긴 시간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블 : 우선 앞으로 다양한 장르를 바탕으로 나만의 독특한 색을 좀 더 표현하고싶다. 어떤 틀 안에 갇히지않고 새로운 사람과 음악 또 새로운 영상들로 모두들에게 나란 사람에 대해서 천천히 보여주고싶다. 인터뷰 l 차예준(HIPHOPPLAYA.COM) 블랭타임 ㅣ https://twitter.com/BLNKTIME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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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이루펀트 |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 이야기가 떠오르게 될 거다'  [8]
힙플: 첫 질문으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소울푸드메이커스의 곡에 대한 답가 형식의 '언타이틀(http://www.hiphopplaya.com/magazine/16432)'에 대해 묻고 싶다. K: 곡을 발매 한 당시에도 사실 인터뷰를 하자는 얘기가 왔었는데, 곡에서 할 이야기를 다 한 느낌이라 그 당시에 따로 인터뷰는 하고 싶지 않았다. 글쎄 뭐랄까 소울컴퍼니를 해오던 당시에 시작과는 다르게 끙끙 앓고 있던 게 맴버들 모두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마음이 많이 닫혀 있던 시기였고 그때 사람들 마음을 충분히 이해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건데, 다시 그 시기로 다시 돌아가 가사를 써야 되다보니 한동안 기분이 많이 어려웠었다. 그 시절 내가 누군가를 챙겨야 되는 역할로서 충분히 못했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가끔 소울컴퍼니를 친구로서 보면 즐겁고 여전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힙플: 우주소년 트릴로지의 마지막 시리즈인 ‘Man on the Moon’을 발표했다. 싱글앨범과 미니앨범이 주된 추세와 달리 정규앨범, 그리고 이렇게 세편에 걸친 작품을 기획하신 의도가 있다면? 마이노스(이하: M): 방금 말한 것처럼 흐름을 따라야 된다는 말도 많이 들어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완결된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 더 고민하며 해온 세대이다 보니 어떤 방식이 더 잘 될 것이다 보다는 어떤 게 더 멋있는 거다를 더 많이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이런 생각을 지켜나가도록 노력할거다. 어떠한 한 사람의 세계를 따라가며 나를 비춰 볼 수 있게 된다는 건 그걸 만든 사람도 또 듣는 사람에게도 즐겁고 흥분되는 일 아닌가. “Man On The Moon" 이라는 제목이 정해지고 나서부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게 될지는 몰랐지만 분명 즐거운 여정이었고 이걸 들려줄 수 있게 돼서 너무 뿌듯하다. 키비(이하: K): 어떤 음악에도 시장의 흐름이라는 건 분명히 존재하고 그 흐름을 거부하면서 음악을 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을 한다. 근데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서 보면, 작품을 만든다는 건 뮤지션의 세계를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에 그 욕구는 모든 뮤지션들한테 다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에는 뮤지션들이 싱글을 발표하면서도 정규의 형태든 비정규의 형태든 앨범을 꾸준히 내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 뮤지션으로서의 자기 세계를 만들려는 본능 때문에. 어쨌든 마이노스형 말대로 제목을 짓고 나서는 시리즈물로써 기획을 할 만큼 우리가 하고 싶은 어떤 이야기들과 의도들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M: 실제로 트릴로지라고 표현을 하게 됐지만 원래 우리가 생각했던 거는 ‘맨온디얼스’, ‘아폴로’, ‘맨온더문’ 세장이 합쳐졌을 때 2집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힙플: 이 시리즈가 진행되는 와중에 환경적으로 달라진 것은 브랜뉴뮤직에 합류 하게 된 거다. 그런데 그 직전 갤럭시맵을 노출 시킨 배경이 궁금한데.(웃음) K: 갤럭시맵은 처음에 내 작업실의 명칭이었고, 현재는 스튜디오 겸 프로덕션으로서 천천히 움직임을 가져갈 계획이다. 애초에 브랜뉴뮤직의 대표님인 라이머형도 충분히 인지하셨고, 현재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가는 중이다. M: 이루펀트가 되던, 각자의 개인작이 되던 우리의 프로덕션 안에서의 결과물을 가지고 진행을 하는 그림이기 때문에 프로덕션 그 자체로 갤럭시맵은 유지 될 거다. 힙플: 서로가 원했다는 가정 하에 브랜뉴뮤직과는 진작에 함께 했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브랜뉴뮤직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M: 음악 작업 이외에도 아티스트 스스로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 환경 속에서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그러던 와중에도 작업은 별개의 즐거움이니까 앨범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었고 어느 날 라이머형과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어 라이머형은 브랜뉴뮤직의 음악 모니터링을, 우리는 우리 작업 물들의 모니터링을 서로 부탁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라이머형이 음악이 너무 좋으니 브랜뉴와 함께 마무리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가 어떤 음악을 계속 홰 왔고 어떤 역사가 있는 아티스트들인지 전혀 모르는 회사랑 같이 하는 것 보다 충분히 이해를 하고 계신 분이 같이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믿음을 가지고 함께 진행하게 됐다. 힙플: 합류 시점부터 혹은 그 이전 시기부터 브랜뉴뮤직을 향한 말들이 참 많다. 피타입도 힙플 인터뷰에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는데 이루펀트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K: 나도 사실 브랜뉴뮤직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었다. 내가 경험하기로는 각 뮤지션들이 최대한 스스로 프로덕션을 꾸려서 제작하고, 회사와 조율 과정을 거쳐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형태이다. 내가 브랜뉴뮤직 소속 뮤지션 전부를 대변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중이라는 거다. 회사가 음악적인 터치를 많이 하거나 뮤지션에게 특정 스타일을 강요하거나 하진 않는다. 이루펀트가 브랜뉴뮤직에 합류했기 때문에 어떤 어떤 음악을 하게 되겠구나 하는 추측은 당시에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합류 결정시점에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진 않았다. 같이 음악을, 일을 멋있게 할 수 있느냐가 첫 번째로 중요했기 때문에. 힙플: 조금만 더 이야기 해보자면, ‘모두가 내 발 아래’ 이후 첫 브랜뉴뮤직 아티스트 인터뷰라 질문해 보건데, 그 곡이 발표 되고 여러 아티스트들이 반응을 보였는데, 정작 브랜뉴 아티스트들은 반응이 없었다. 어떤 이유인지 궁금하다. M: 생각보다 아티스트들의 반응에 별 반응이 없더라. 우리가 브랜뉴뮤직에 합류한 지 얼마 안됐을 때라서 우리가 없는 자리에서만 이야기를 나눈 건가?(웃음) K: 마이노스 형 말대로 ‘모두가 내 발아래’ 발표 이후 산이하고 그거에 대해서 얘기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에 곡을 듣고서 ‘아 산이 더 잘 할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런 얘기를 산이랑 했었다. 힙플: 브랜뉴뮤직 내에서는 딱히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던? M: '왜 이렇게 과열되는 거 같지?' 라는 이야기 정도는 지나가는 얘기로 했던 거 같다. 힙플: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 달라 M: 산이는 앨범을 생각보다 쿨하고 캐쥬얼하게 작업한 거 같았다. 그냥 어떤 어떤 스타일의 음악들이 요즘 좋아서 그 스타일로 앨범을 작업하고 싶었다라고 하더라. 맞는 얘기라 끄덕 대긴 했지만 너무 쿨해서(웃음) 그래서 그 곡도 ‘디스곡이다’ 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한 트랙은 전혀 아니었고, 그 라인을 통해서 재미있게 대답하고 싶었다 정도의 제스쳐였다고 하더라고. 산이가 할 거라면 더 멋지게 화답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개인적으로도 있지만 이상하게 분위기가 과열됐던 것도 사실인 거 같고 내부적으로 그 이상한 분위기가 신경 쓰여 휩쓸리는 느낌도 없었던 거 같다. 힙플: 앨범으로 가보자. 13트랙 중에 비디오가 무려 6곡이다. M: 트릴로지의 마지막 편이기도 하고, 우리가 가진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이 워낙 많았다. 그 전작들에서도 충분히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었는데, 상황적으로 뭐가 안 맞았었던 거지. 어쨌든 이번에는 우리 둘의 아이디어도 워낙에 많았고, 그 아이디어를 브랜뉴뮤직은 물론, 이런저런 주변에 도와줄 분들이 많이 생겨서 좀 더 풍요롭게 하고 싶은대로 힘을 실어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다각적인 형태로 내가 생각한 세계를 보여주는걸 하고 싶다. K: 마이노스 형과 비슷한 의견이고, 특별하게 이제 저희 앨범 자켓 디자인도 해주고, 전체적인 비디오 작업을 많이 해준 그 'N Designers' 라는 디자인팀이 있는데 그쪽에서 적극적으로 많이 작업을 해줬다. 우리 음악 듣고 ‘이거는 우리가 그냥 해보고 싶다.’ 라는 식으로 진행해주신 것들도 꽤 있었으니까. 우리가 만든 음악을 비디오나, 디자인 작업하는 작가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지 궁금했었는데, 완성된 비디오들을 볼 때 느껴지는 감상의 폭이 넓어졌고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느낌을 전할 수 있어서 비디오가 이렇게 많아진다는 건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M: N Designers 이야기 나온 김에 좀 더 덧붙이자. 작년 말, 올해 초에 이루펀트 공책 전을 했었다. 기억나나? 그 전시회부터가 시작이었다. 갤럭시맵이 런칭 되고 ‘플라이미투더문’이 공개 되고, 그 지점부터 전부 연결 되어 있는 그림이다. 이번 앨범의 자켓 혹은 그 안에 들어있는 이미지 북을 포함해서 최근 8월1일 공개 된 ‘플래닛오브젝트’ 프로젝트까지 N Designers 와 콜라보레이션이다. 달로 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준비물이 담긴 박스랄까? 머천다이징 제품들도 포함해서 여러 아이디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있다. 이걸 함께 본다면 ‘우주소년 트릴로지‘ 자체, 이 프로젝트의 전체가 보이면서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앨범, 트릴로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달’은 어떤 의미를 갖는건지 궁금한데. K: 첫 번째로 잡은 것은 달의 외로움이었다. 달은 우리가 밤에만 볼 수 있는 것이고, 항상 곁에 있는 것 같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공간. 그런 비슷한 게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씩 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 어딘가 간직하고 있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는 그런 기억. 두 번째는 성취와 경쟁 같은 얘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가 아폴로를 타고 달에 갔다는 것은 과학 문명이 발달해 얻은 ‘인류의 성취’라는 의미가 있는데, 우리는 그 때 이후로는 달에 가지 않는다. 혹은 달에 갔던 것 또한 허위였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고. 어쨌든 두 번째 의미는 그런 거다. 우린 모두가 무언가 ‘성취’를 위해서 살아가도록 과열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행복하면 되는데, 그 보다 하는 일로 잘 되어야 하고 성공해야 하고 성공은 곧 얼마큼 돈을 벌었느냐로 잣대를 들이대고 해야 하는 상황들. 비단 음악 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이런 구조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다른 방식의 시선은 없는가 하는 고민을 음악을 통해 해보는 거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애쓰지만 그 성취 이면에 갖고 있는 모두의 외로움, 모두의 고독함. 우리가 늘 꿈을 꿔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노력들을 하는데 사실 뒤집어보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끼리 경쟁을 하고 있고, 경쟁된 구조 속에서 누군가는 꿈의 목적이 흐려지고 강요만이 남은 현상들. 음악 하는 사람한테도 사실은 마찬가지라는 거다. 달에 빗대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이 밖에도 많았지만 난 이 크게 두 가지였다고 본다. 힙플: 힙플: 마이노스의 워드플레이가 새삼 주목 받기도 한 앨범이다. 특히 잊음. M: 말 그대로 제목 ‘잊음’이 이 곡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다. 재밌던 걸 잊어가고 있는 시간들인 거 같다란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한거 같거든. 그러니까 우리가 처음에 랩을 좋아하기 시작하고 힙합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되게 큰 부분들.. 나 스스로도 예전보다 큰 감흥을 받지 못하고 있고, 리스너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 예전보다 간과하고 있는 느낌들을 받았다. 동시에 여전히 그게 힙합에 굉장히 큰 매력이고, 내가 이 문화를 좋아했던 이유 중에 되게 컸던 부분들임을 다시 되새김질 하고 싶어서 작업하게 된 트랙이다. 그러다보니까는 더더욱 가사를 잘 쓰고 싶었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듣기 따라서 다르게 들리는 RAP을 하고 싶었다. 그게 다다. 워드 플레이는 뭐 마디 안에서 작사가가 노는 방식이니까 내가 노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싶어 기뻤지. 나는 모든 가사에서 개구쟁이이고 싶다. K: 마이노스 형이나 나나 다른 곡들의 가사도 상당히 공을 들였지만, 이 곡에 대해서는 좀 뭐랄까 견고하게 쓰려고 했다. 그러니까 텍스트로써도 되게 견고하게 담고 싶다 라는 생각. 그래서 굉장히 수정을 많이 했던 가사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벌스 안에 다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마이노스 형이 그 자음 라임 쓰면서 되게 고민 많이 했고 좋은 벌스가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그 워드플레이를 바라보기 보다는 그 가사가 담고 있는 내용에 포커스가 갔으면 좋겠다. 혹시 워드플레이 자체로서 재미만 느끼고 넘어가는 건 아닌가에 대한 아쉬움? M: 설마 다 그런 건 아니겠지. K: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가사의 내용을 좀 더 들여다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힙플: '잊음'에서는 현 힙합씬을 향한 이야기들을 담았는데, 한국힙합은 지금 그러하다. 양쪽으로 나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루펀트가 ‘말하는’ 지점의 가사들을 뱉는 랩퍼들과 아닌 스타일의 가사를 만들어 내는 뮤지션 서로가 서로를 인정 안 하는 거 같은데. 뭐가 맞다 틀리다가 아니다, 이와 같은 지향 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M: 조금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 스타일 엠씨들에 대해 나는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대로의 장르적 재미 혹은 쓰고 있는 표현들에서 충분히 재미를 느끼고, 즐기고 있는 리스너 중의 한명이거든. 그러니까, 그런 재미와 즐길 것을 주는 엠씨들도 있는 반면에 다른 방향의 재미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 방향의 재미만 즐기는 게 안타까웠던 거다. 옛날에는 들으면서 뭔가를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거기에 있어서 내가 배우게 되는 것도 있는 거 같고, 이런 재미들이 분명 있었는데, 그 재미를 요즘에 듣는 사람들은 즐기고 느끼고 있나의 부분에서의 아쉬움. 그런 즐김도 있지만, 이런 재미도 있다는 그것. ‘견제하고 있다’ 라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더 재밌으면 좋은 거 아닌가. K: 나는 그 스타일이라는 것과 가사가 갖고 있는 내용의 무게감이라는 것이 절대 대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스타일과 메시지 둘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이지. 그래서 분명히 우리가 잘 해낼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 그것들이 뭔가 씬에 혹은 플레이어들한테 어떤 긍정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고, 반대로 우리가 분명히 다른 아티스트들한테 영향 받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그것들이 서로 공존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힙플: 키비씨가 말한 측면에서 두 개다 취한 그런 아티스트가 있다면? M: 최근에는 켄드릭라마인 거 같다. 이렇게 들어도 저렇게 들어도 재밌다. 힙플: 'peaple & paces’ 는 예전 동명의 앨범명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두 사람의 워드플레이가 재미있는 곡이다. 씬의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뮤지션들인 만큼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가사들도 많다. 오래된?! 힙합 팬들의 즐길 거리를 더 늘려준 느낌이라는 피드백도 많고. M: 맞다. 동명의 앨범에서 영감을 받은 트랙이다. 그때도 마찬가지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이제 누군가로부터 혹은 어떤 장소나 어떤 환경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그 영감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존재들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지. 그런 부분에서 나 같은 경우는 ‘피플’ 그러니까 사람들과의 자리를 워낙 좋아하다보니까 사람들 혹은 내가 영감 받았던 어떤 인물들의 이름들로 워드플레이를 하면서 가사를 쓴 거고, 키비 같은 경우는 어떤 장소들, 나라 이름들로 워드플레이를 하면서 가사를 작성한 거다. 영감을 받고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존재로써 영원히 할 것이다 라는 이야기. 힙플: '이사하는 날'은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인가? 어떤 것에서 출발한 곡인가? K: 경험을 바탕을 둔 가사들이다. 왜냐면 나 같은 경우는 이사를 어렸을 때 되게 많이 했었거든. 거의 한해에 한 번씩. 그런 감정, 잔상이 남아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고 민호형 같은 경우는 이제 음악하기 위해서 대구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온 케이스이고. 어떻게 보면 환경이 바뀌면서 받는 어떤 그런 씁쓸함을 분명히 둘 다 가지고 있는 거지. 그거를 가사로 녹여내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둘 다 했었고 뭐 대부분의 가사들이 그런 것 같다. 우리들한테 뭔가 이제 살면서 기억에 남았던 것들, 혹은 경험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들을 메모해놨다가 그것들의 기억이 좀 무르익었다라고 생각될 때 그 가사로 꺼내는.. 이사하는 날도 마찬가지고. M: 나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 이사를 한다 그러면 항상 신났다. 새로운 환경이기 때문에 뭔가 두근거리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거고 그랬는데, 이게 나이가 드니까는 전혀 다른 느낌이더라. 좀 씁쓸하기도 하고, 두근 되는 것 보다는 겁이 나기도 하고. 소울컴퍼니에서 브랜뉴뮤직으로의 이사. 20대에서 30대로의 이사. 역시 이 곡에도 보여지고 들려지는 거 이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힙플: ‘꽃’에서는 ‘그 삶은 꽃이나 열매인거야’ 저스디스가 선보였던 가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M: 누군가의 꽃이거나 열매인거야로 표현을 한 건데 매드클라운과 저스디스가 함께한 커먼콜드의 가사에서 영감을 받은 라인이긴 하지만, 거기에 대한 내 스스로의 생각 혹은 어머니랑 이야기를 나눴을 때 든 생각을 리플을 다는 느낌으로 쓴 가사다. 내 스스로의 삶이 내가 피워낸 꽃이거나 열매일 수도 있지만, 그거보다는 난 누군가가 물을 주고 양분을 공급해서 키워진 꽃이고 열매다 라는 생각. 그러니까 내 스스로가 누군가의 꽃이거나 열매인거처럼 당신도 누군가의 꽃이고 열매이고 또 당신도 어떤 꽃이나 열매를 또 키울 것이고. 힙플: 어머님이 이 곡을 들으셨나? M: 아직 못 들어보신 거 같다. 앨범이 나온 건 알고 계시는데, 어머니가 최근에 건강이 그렇게 좋지 않으셨다. 좀 우울한 상태이신 것 같아서 ‘어머니 들어보세요’ 라고 까지는 이야기 안 했는데, 어머니 뵈러 가면, 들려드릴께요. 사랑합니다. 힙플: 예전부터 호흡을 맞춰 온 김필씨나 주영씨말고, 김태우, 소유는 평소에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었기에 이번 기회에 함께 하게 된 것인가? M: 하고 싶었던 거다. 좋아하는 목소리들이고 좋아하는 보컬리스트들이니까. 이런 우리 생각을 회사에 이야기 했고, 회사가 그 부분을 도와 준 거지. 힙플: 피쳐링 이야기 나온김에 묻자면, ‘차트 랩’과 ‘언더그라운드 SHIT'으로 양극화 시켜 보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한테는 분명히 약간 이 씬을 벗어난 음악일 수도 있다. 이루펀트의 음악이. 여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K : 나는 이 현상이 되게 흥미롭다. 예를 들어서 딱, 비트를 들었을 때 되게 마일드하고, 소유 피쳐링하고 그러니까 이거를 ‘차트인’하기 위한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음악을 처음부터 듣지 않는다고? 우리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소유씨가 같이 한 ‘심심할때만’을 미리 만들어놓고 ‘이거는 차트용이니까 나머지 준비하자’ 이랬던 게 전혀 아니거든. 이 곡이 차트에서 엄청나게 경쟁력이 있는지는 처음부터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어쨌든 우리는 어떤 곡도 타이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앨범을 만들었으니까. 브랜뉴뮤직에 합류하고 그 이후에 다듬어진 부분들도 있지만, 우리가 준비해 다 만든 앨범에 대한 오해 섞인 시선들이 되게 재밌고 흥미로웠었다. 그렇다고 그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특별히 다른 제스쳐를 취하고 싶지도 않았다. 왜냐면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정수로 담아낸 앨범을 내어야지 시선을 의식해서 다른 음악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이틀곡에 소유 피쳐링이 있다고 해서 들어보지 않는 다는 건 내가 보기엔 좀 웃긴 생각이다. M: ‘아 이게 별로인데 그러면 내가 이거를 들어야 되는 이유를 설득해봐’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재밌게 작업을 했고 분명히 내가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을만한 부끄럽지 않고 되게 솔직한 이야기들을 한 앨범인데, 거기에 대해서 ‘난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라고 한다면, ‘오케이.’ 그걸로 끝. 내 세계를 내 개인적인 취향대로 보여줬는데 그걸 나도 알아들었어, 멋있는데? 라고 한다면 친구니까 더 멋진걸 보여 줄 거다. 힙플: 마지막 트랙 '귀환'은 이루펀트의 어떤 여정의 끝인데, 제목처럼 마무리가 쓸쓸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라. K: 앨범 작업 과정에 있어서 이 곡을 마지막에 만든 건 아니다. 그런데 이 곡을 완성하고는 이곡이 앨범 마지막 트랙에 수록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다. 말 그대로 곡제목이 ‘귀환’ 이니까. 어떻게 보면 달에 가는 테마로 가사들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정리도 하고 싶었고, 귀환이 앨범 마지막에 들어가면서 내가 혹은 우리가 갖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같은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묻어 날 수밖에 없었던 거 같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첫 시작 구절을 되게 좋아한다. ‘내 땀 묻은 셔츠 벗어 바구니 담아두면 Sweet home’뭔가 한참 빽빽하게 막 달렸고 거친 시간을 보내고 뭔가 뒤죽박죽됐던 그런 하루가 좀 편하게 혼자 쉴 수 있는 그런 메시지를 담게 되는 트랙이랄까. M: 나는 어쨌든 간에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고 어떤 긍정의 힘을 믿고 있는 사람인데, 근데 그러보니까는 오히려 스스로 혼자 외로워지는 경우들을 거울처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타지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주인공처럼 살고 있지만 내가 진짜 주인공인가? 내가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나는 지금 꿈을 향해서 계속해서 뭔가 열심히 이동하고 발걸음을 움직여 왔지만 내가 지금 꿈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 건 맞는 건가라든지, 아니면 내가 뭔가 뒤돌아보면서 뭔가 사람들을 챙기면서 내가 생각해왔던 멋있고 좋은 사람으로서 커가고 있는 건 맞는 건가 같은 이런 저런 고민들이 산재 할 때가 있다. 그런 내 외로움을 내 스스로 위로해 주고 싶었다. ‘잘하고 있다. 고생했다’ 라는. 키비가 이야기하는 것과 내가 이야기 하는 게 맞물려서 어떤 이미지를 함께 전달하고 있겠지만, 스스로의 가사 안에서의 포인트들 혹은 단어들은 굉장히 개인적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한다. 힙플: 굉장히 호흡이 긴 시리즈였다. 이렇게 긴 시리즈를 준비하다 보면 샛길로 가기도 하는 등의 고민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 K: 뭐 많았지. 처음 계획보다는 많이 딜레이가 됐던 것도 사실 작업했던 트랙들이 훨씬 많았었는데 뭔가 욕심이 뭔가 들어가고 있다라는 것을 작업하면서 불현듯 느꼈고, 그 때부터 앨범을 추려가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곡은 음악 그 자체로는 되게 완성도 있고 자신있는 곡이었지만, 앨범으로써 놓고 보면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든지 하는 곡들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 때 그때에 꽂히는 것을 좀 배제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나의 시리즈, 앨범을 위해서. M: 그러니까, 어렸을 때보다 좀 더 덜어냄을 배운 거지. 힙플: 4년 만에 마무리 지어진 앨범이다. 소회가 있을 것 같은데. M: 기분이 좋다. 생각했던 거를 잘 마무리 지었다는 해냈다는 것에 대해서, 키비에게도 나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 앨범이다. 그리고 또 새로운 뭔가 에너지들이 생기게 되는 거 같다. 새로운 창작욕들이 생기고, 재밌다. 난 여전히 이 자체를 재밌어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K: 우리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작품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긴 시간을 들인 만큼 뭔가 만족스러운 앨범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앞서서 답변을 했지만 달에 대한 소재를 계속 쫓아가는 과정 속에서는 ‘왜 우리가 달을 골랐지’라는 생각도 많이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근데 만들어놓고 나니까 내 상태가 이러이러하니까 계속 이렇게 쫒아오게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앞서서도 말했지만, 내가 느꼈던 외로움, 어떤 성취에 대한 욕구들. 근데 그게 현실에서 완벽하게 현실로 이렇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영역들. 그런 모든 것들을 달에 빗대어 이야기 할 수 있었던거지. 그리고 마이노스형의 가사들을 듣고, 보면서 형을 더 이해하게 됐고, 나 스스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앨범이 됐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되게 만족스럽고 다음 프로젝트들을 당연히 해나갈 텐데, 스스로에게 줬던 메시지들이 다음 프로젝트들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M: 많이들 알겠지만, 짐캐리 주연의 영화 ‘맨온더문’이 있다. 괴짜로 알려진 실존했던 개그맨의 일대기 성격의 영화인데, 그 영화를 보고 나서 혹은 그 영화의 포스터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서 ‘맨온더문’이라는 제목을 떠올리게 됐었다. 마이노스 인 뉴올 [Humanoid / Hypnotica] 앨범 수록 곡 “반달 : Man On The Moon" 때 이미 구상한 제목이었는데 그 뒤로 오롯이 집중해서 걸어왔구나 싶어진다. 영화도 다시 한 번 보고 ”반달‘도 다시 한 번 들어야 겠다. 힙플: 하나의 시리즈가 끝났으니까, 다음 행보에 대한 생각도 있을 것 같은데? M: 다음 작품에 대해서 이미 밑그림은 다 그려놓은 상태이고,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중이지.(웃음) 뭐 거기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말고 나중에 푸는 게 재밌지 않을까 싶다. K: 트랙을 쓰는 입장에서 '맨온더문'에서 했던 프로덕션이랑 다르게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래서 새로 악기 구하고, 세팅을 다시 하고 있는 중이지. 밑그림은 잘 그려지고 있다. 힙플: 솔로 앨범과 노이즈맙은? M: 노이즈맙은 라임어택이 자기 솔로앨범 이후에도 계속 솔로 작들을 작업 하고 있어서 조금 천천히 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놈들이니까 조금 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어줘. 내 솔로 작은 이전부터 작업해오고 있어서 완성시켜둔 가사들도 있는데, 이루펀트의 새로운 앨범 진행하면서 개인작도 같이 작업해 볼 생각이다. 얼마 전에 SNS 에도 글을 남겼는데 즐겁게 나를 몰아세울 꺼다. (웃음) K: 나 역시 마찬가지로 솔로 아티스트로써 원래 하고자 하는 게 당연히 있으니까 구상만 해나가는 중이고, 랩적으로나 프로듀싱적으로 새로 채워야 할 것들이 많아서 연구 중이다. 힙플: 고정 질문 느낌의 질문을 하겠다. 커다란 영향력을 갖은 ‘쇼미더머니’에 대해서 좀 묻고 싶다. M: 지난 회(스눕독과 함께한 싸이퍼가 방송 된 에피소드)는 보지 못했는데, 이미 예고편만 봐도 정말 안 봤으면 하는 장면이다.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걸 실제로 내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까 되게 씁쓸했던 거 같다. 안 보는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되게 씁쓸했다. 방송이니 자극적으로 포장하겠지만 제발 더 멋있게 만들어 달라. K: 나도 방송을 계속 보지만 아티스트들을 모아놓고 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아티스트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게 안타까운 부분이다. 방송이니까 이건 엔터테인먼트니까 라고 다 넘어가기에는 심각한 부분이 여기저기 느껴졌다. 분명히 방송을 준비하면서 뮤지션들의 어떤 멋있는걸 보여주기 위한 동기나 배려들을 함께 녹아낼 수 있을 텐데 항상 그 점이 아쉽다. 그냥 단순히 방송화면을 통해서 ‘저희 열심히 씬을 위해서 하겠습니다’ 이런 거 말고. 어쨌든 나는 쇼미더머니 참여하는 뮤지션들 다 응원한다. 쇼미더머니 나간다는 게 결국 크던 작던 어떤 용기를 내어 참여했을 거고, 자기 것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으로 나간 거니까. 그런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자극적인 것에 프로그램을 몰빵한 느낌이 든다. 진짜 이게 정말 음악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면, 음악을 대하는 관점을 지금보다는 더 많이 고려를 했으면 한다. 그랬을 때 분명히 지금과 다르게 선사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거다. 힙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부탁한다. K: 음악을 하면서 아티스트로 살아간다는 게, 변화에 내 몸을 맡기기도 하고 혹은 변화에 관계없이 내가 해야 되는 걸 밀어붙이고 싶을 때도 있고 그게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내 상태도 계속 달라지니까 어떤 부분에선 고집부리기도 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이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나온 앨범이다 보니 만드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를 많이 들여다보게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을 종종 듣게 될 거 같다. 음악을 듣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루펀트가 만든 음악을 들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 이야기가 떠오르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믿음이 있는 앨범이기에 듣는 분들이, 앞으로 듣게 될 사람들이 잘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M: 함께 행복 합시다. 항상 건강 합시다. 키비 https://instagram.com/kebeesoul 마이노스 https://instagram.com/minoschoi 브랜뉴뮤직 https://twitter.com/BN_Music
  20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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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씨잼ㅣ '랩퍼는 랩을 잘해야 한다'  [31]
HIPHOPPLAYA (이하 힙플) : 데뷔 믹스테잎을 발표한지 3년만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하였는데, 소감이 어떤가? C Jamm (이하 C) : 그냥.. 뭔가 엄청나게 특별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웃음) 기분이 좋다. 이미 지난주에 쌌어야 됐던 똥을 지금 싼 느낌.. H : 쇼미더머니 끝날 무렵부터 앨범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C : 맞다. 근데, 그때 준비했던 곡은 한 곡도 안 들어간 거 같다. 지금의 앨범은 최근 몇 개월 동안 만든 곡들이 수록 되었다. H : 작업량이 엄청났다는 소리로 들린다. C : 거의 믹스테이프 3장은 낼 수 있을 만한 분량이었던 것 같다. 근데, 내가 변덕이 좀 심해서, 계속 생각하는 것도 바뀌고, 취향도 바뀌었지. 그리고, 웃기지만 중요한 건 컴퓨터가 중간에 고장 나는 바람에 그 컴퓨터에 있던 자료들이 자동 폐기되었다. (웃음) H : (웃음) 살아남거나 남겨둔 곡들이 있다면 믹스테이프로 낼 생각도 해볼 법한데 C :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메모장에 가사들은 살아있기 때문에.. H : 생각이 계속 바뀌었다고 했는데, 처음에 기획했던 앨범은 지금의 그림과는 좀 많이 달랐던 건가? C :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 거창한 기획을 하지는 않았다. 사실, 어떻게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저 계속 내가 어떤 사람인지만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앨범을 만들어야지’라던가 1집이라는 타이틀이 괜히 뭔가 부담이 되기도 했고. 그러던 중 어떤 책을 봤는데, ‘네가 어떤 사람인지, 혹은 네가 뭘 만들지만 고민하고 있으면 그냥 그 고민만 계속하게 된다’ 라고 하더라. 뭐라도 하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거라도 그냥 계속 했다. 그래서 한 8곡쯤 만들어진 후에 앨범 제목을 지었던 것 같다. 내 생각에 이 앨범은 앨범 제목이 제일 멋있는 것 같다. (웃음) H : (웃음) 앨범 제목이 [Good Boy Doing Bad Things] 이다. 앨범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C : 나는 내가 굿보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걸 많이 경험해왔다. 예를 들면 나는 무릎을 구부리고 앉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수업시간에 열심히 수업을 듣다가 선생님한테 질문을 하면, 선생님이 자꾸 나를 혼냈었다. 그래서 ‘수업 열심히 듣고 있는데 왜 혼나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선생님이 말하길 버릇이 너무 없다고 하시더라. 단적으로 그런 상황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물론, 그걸 앨범에 완전히 넣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내가 스스로 ‘Good Boy’라고 생각하는데 반해 내가 하는 행동이 사람들한테 ‘Bad Things’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녹여냈다. 내가 랩퍼가 된다고 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학교에서는 그런 진로에 대해 전혀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 길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는 정해진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들 눈에는 내가 걷는 길이 마치 무단횡단 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살면서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하지 말라고 했던 것들, 예를 들면 야동을 본다 거나 담배나 술 같은 것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지. 그렇기 때문에 더 헷갈리는 그런 감정을 담고 싶었다. H : 이야기를 듣다 보니, [GKMC]의 컨셉이 떠오르기도 한다. 의식하고 있었나? C : 음.. 그건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켄드릭라마 영향을 받은 것 같기는 하다. 켄드릭라마의 가사를 내가 완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 사람의 에너지는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켄드릭라마 보다 최근에는 투팍에 엄청나게 빠져있었다. 투팍은 뭔가.. 진짜 MC지 않나, 나도 뭔가 ‘Move The Crowd’ 하고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런걸 떠나서 그냥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생각했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가지고 있는 내 생각들을 모아서 음악을 만들었다. H : 아트워크에 대한 코멘트도 필요할 것 같다. 아트워크는 누구의 작품인가? C : 아트워크는 내 친구들이 만들었다. 가사에도 나오는 내 제주도 부랄 친구들인데, 이제 곧 엄청나질 친구들이다. 다이브 인 아일랜드라는 크루 이름을 기억해둬라. 어쨌든 어렸을 때부터 그 친구들과 낭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복권 당첨되면 뭐할까?’부터 시작해서 쓸데없는 얘기들이 단골 주제였는데, 그 친구들이랑 중학교 때 약속했던 게 우린 무조건 특별한 사람 되자는 거였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뻔하지 않은 사람이 되길 바랬다. 지금은 내가 쇼미더머니로 어느 정도 돈을 벌기 시작한 후부터 이 친구들을 모두 제주도에서 불러들였다. 내가 사는 집에서 다같이 지내고 있고, 내가 가장이 됐는데, 여러 가지를 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H : 아트워크 뭘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궁금하다. C : 그 친구들은 나를 10년 넘게 봐왔다. 그래서 그냥 그 친구들을 믿고, 나와 앨범 제목을 가지고 떠오르는 거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나온 작업물이기 때문에 나도 정확한 해석은 못하겠다. H : 뭐 별의별 해석이 나오더라 (웃음) C : 내 가사에도 썼었는데, 피자가 꼭 그 속에 뭐가 들어가는지 알아야 맛있는 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나 같은 취향의 예술가들이 어떤 작품을 만드는 건 내 생각에 단순히 뭔가를 표현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거를 어떻게 분석하기를 원하고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냥 표현하고 싶은걸 표현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저 새끼가 왜 이걸 했는지 알아야 돼’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그것보다는 그냥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그 아트워크 역시 어떻게 만든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말한다면 옛날 컴퓨터 모니터를 사서 그걸 부순 다음에 그 안에다 그림을 그렸다. 내가 볼 때는 그 앨범 커버를 가지고 사람들이 수없이 해석하게 하려는 것 자체가 커버의 의도였던 것 같다. H : 개인적으로 '2-1'부터 'Golden Cow'까지 코드쿤스트와 씨잼의 시너지를 좋아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콜라보 작업들이 호평을 받지 않았나, 이번에도 코드쿤스트가 주도적으로 프로덕션을 꾸렸는데 작업하면서의 호흡은 어땠나? C : 거의 뭐 음악적인 동거자였다. 그리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지. 앨범에는 다섯 곡이 실렸는데, 사실은 그것보다 더 많은 비트를 나한테 보내줬었다. 그 정도만 해도 엄청나게 수고스러운 건데, 코드쿤스트형한테 정말 고마웠던 건 심지어 코드쿤스트형은 조이배대스(Joey Bada$$)랑 작업하면서 미국의 더 많은 사람들과도 컨택하고 바빴을 텐데, 내 앨범을 자기 앨범처럼 도와줬다는 거다. 그리고, 더더욱 고마웠던 건 작업을 하면서 나만큼 재미있어했다. 코드쿤스트형이랑은 될 수 있는 한 오랜 시간 같이 하고 싶다. 나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가서 얼룩말들이 뛰어 노는 걸 보면서 곡을 만들기로 했다 (웃음) H : ‘Golden Cow’부터 느꼈지만, 첫 곡 'Upgrade'를 들으면서, 씨잼도 이제 커리어가 궤도에 올랐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도 가사를 써내는 스펙트럼이 넓어진 걸 느끼나? 랩퍼의 간지는 커리어가 가사에 녹아든 시점부터 아닌가 C : 그런 것 같다. 옛날에는 아예 스펙트럼이 없었거든. 그래서 여기(손등)에 문신까지 새겼었다. 스펙트럼이라고.. (웃음) 정말로 스펙트럼이 아예 없던 게 나의 고민이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걸 의식하지는 않았다. 할 때는 생각 없이 하는 게 나의 모토기 때문에 그냥 생각 없이 했다. ‘Upgrade’라는 노래의 제목도 나중에 정한 거다. 빨리 앨범을 내야 됐기 때문에 제목을 정하지 않고, 그냥 곡을 쓴 뒤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하지..’ 하다가 ‘아 이건 업그레이드다!’ 하고 정했다. H : 앨범이 생각만큼 오래 준비한 건 아니었군? C : 심지어 어떤 몇 곡들은 앨범에 넣고 싶었는데, 원래 넣으려고 했던 곡이랑 나중에 만든 곡의 흐름이 안 맞는 것 같아서, 녹음 받아주는 키보형한테 잠깐 쇼미더머니 좀 보고오라고 한 다음에 바로 만들어서 녹음하고 만들어서 녹음하는 식으로도 작업했다. H : 'watch'는 여러모로 할 이야기가 많다. 일단, 과거 일리네어 지망생이었지 않나 C : 1지망생이었지. H : 도끼를 앨범에 섭외했을 때의 소회가 있을 것 같은데 C : 진짜 기분 좋았지. 일단, 나는 일리네어갱이니까. 나는 정말 일리네어갱이었고, 저스트뮤직 싸인 만큼이나 일리네어 싸인을 머리위로 들었던 사람이란 말이다. 옛날에 ‘Illionaire Day Vlog’라고 있었는데, 그것도 정말 많이 봤다. 옛날에 스윙스형이랑 같은 곡을 할 때도 똑같은 기분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제는 그 사람한테 내가 카카오톡으로 피쳐링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일단 너무 기분이 좋았다. 도끼(Dok2)형이 곡을 들어보기도 전에 흔쾌히 알았다고 했었거든. 그리고 심지어 내가 어떻게 하다 보니까 곡을 굉장히 늦게 보내줬는데도 바쁜 와중에 곡을 되게 빨리 해서 보내주시더라. 그리고 앞에 내 이름을 언급하면서 그 멋있는 톤으로 가사를 뱉는데, Shit!!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로 나중에는 외국의 랩퍼들한테서도 꼭 이런 기분을 느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어쨌든,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건 나의 영웅이 내가 만들어 놓은 그림에 들어온 거거든. 조금 더 예전에는 나의 영웅들이 저를 초대하는 기분이었단 말이다. ‘야 너 여기 와서 랩 좀 해봐’ 였다면, 이번에는 그 영웅이 내 집안에 신발까지 벗고 들어온 거다. (웃음) 게다가 열심히 자기 그림을 마저 그려주고 갔지. H : 컨소울 같은 뮤지션과는 조합이 되게 의외였다. 어떻게 알게 됐고, 참여하게 된 건가? C : 옛날부터 이름은 알고 있었다. 비와이랑 작업을 했었기 때문에.. 근데, 바스코형이 이 친구 되게 느낌 있다고 하면서 들려주더라. 어떤 느낌이었냐면 나중에 본인한테도 그렇게 말을 들었지만, 거의 뇌를 안 쓰고 랩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웃음) 그냥 이제까지 머리에 담았던 생각을 절대 꼬지 않고, 어떤 비유나 장치 없이 나오는 대로 뱉는.. 마치 순수한 애들처럼 자기의 생각을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 같아서 그런 느낌이 좋았다. 왜냐면 나는 그렇게는 못할 거 같았거든. H : 내가 느끼기엔 씨잼 역시 [Go So Yello] 같은 믹스테이프 때만 해도 짜여진 펀치라인을 던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사실 그런 계산된 짜임은 느끼지 못했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가사 작업 방식에 달라진 부분이 있나? C : 아 그냥 내 취향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릴웨인을 일단 너무 좋아했고, 릴웨인이 그런 ‘~~ 처럼 ~~’ 식의 라인을 되게 많이 썼기 때문에 그런 가사 방식이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미국에서도 그렇게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 요즘은 문장자체가 펀치라인으로 떨어지도록 가사를 쓴다. 예를 들면 ‘나한테 안될 거라고 했던 점쟁이는 이제 권사님’ 같은 가사처럼 함축된 문장으로 만드는 거지. 그 흐름에 나도 참여한 것 뿐이고, 이전의 방식은 뭐랄까.. 흥미가 떨어져서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다. H : 또 가사에서 ‘산이 왕따놀이 pussy game’ 이라는 구절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측근으로써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이랄까 C : 그 라인은 산이형을 위해서 쓴 라인은 아니다. 그냥 딱 그 문장에서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우리는 랩퍼지 않나, MC라고 말하며 스스로한테 군중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말을 붙인다. 더군다나 많은 팬들과 사람들이 우리의 생각을 닮으려고 하고 따라주는데, 그 힘을 sns에 손가락 움직여서 누군가를 욕하는데 쓰는 게 나는 되게 별로였다. 그 라인에 대해서는 여기서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스윙스형을 만나고 나서부터 내가 만든 룰이 있는데, 랩퍼로서 어떤 생각들은 랩으로만 해야 한다는 게 내 룰이거든. 그래서 이 가사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문장에서 말하는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H : 이어가자면 원래 랩 잘하는 거야 정평이 나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 씨잼의 랩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혀를 내둘렀다. 좋은 의미로 기계로 찍어내는 랩 머신 같았거든..(웃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랩 하나만큼은 이견이 없을 것 같은데 피드백은 좀 살펴봤나? C : 피드백은 원래 거의 안 보는데, 이번에는 막 들뜨고, 궁금해서 좀 보긴 했다. 아니면 친구들한테 물어보던지. 피드백은 어떻게 보면 내가 예상했던 대로긴 했다.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말이다. 글쎄.. 말해준 대로 그냥 이런 느낌이었다. 내 랩을 듣고 일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느낌이 있지 않나, ‘기계 같다’ 라던지 ‘랩을 너무 잘한다’ 같은.. 근데, 이런 사실을 두고 그걸 장점으로 보느냐 단점으로 보느냐는 사람들 저마다의 차이었던 거 같다. 누군가는 이 특징을 가지고 ‘아 너무 기계 같아’라고 말하거나 누군가는 ‘와.. 완전 기계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런데, 그냥 이 말만 하고 싶다. 우사인볼트가 개그를 잘해서 금메달을 딴 게 아니다. 우사인볼트는 달리기를 잘해서 금메달을 딴 거다. 그냥 랩퍼는 랩을 잘해야 된다. H : 이번 앨범의 가사들을 보면 워낙 EGO가 강해서 가사들이 쉽게 읽히진 않을 것 같다. C : 그럴 것 같다. 나도 이 가사들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굳이 자신의 에너지를 써가며 이해하고 싶지 않은 가사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내가 봤을 때 내 주변에서 이 앨범을 가장 깊게 느낀 사람이 바스코형이었는데, 그러니까 바스코형은 나랑 생각하는 게 되게 비슷한 거 같더라고. 서로 항상 같이 지내다 보니 되게 비슷해진 것 같다. 어쨌든, 내가 본 사람 중에 이 앨범을 가장 제대로 느낀 사람은 바스코형이었다 H : 심지어 ‘Guerillaz’ 가사 중에는 ‘내 가사도 못 느끼면서 나를 빨어, 답답함과 돈은 또 쌓여’라는 가사가 있지 않나 C : 맞다. 그런 감정을 완전 느끼고 있다. 완전 완전 느끼고 있어서.. 모르겠다. 이거는 그냥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다른 점 일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틀린걸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아직까지 내가 틀렸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지금은 그냥 내가 느끼는 거를 내 방식대로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H : 어떻게 보면 그 정점이 '걍 음악이다'였다. 알다시피 비판이 있었고, ‘걍 음악이다 Remix’에서는 직접적으로 피드백에 반응했었는데, 어떻게 받아들였나 C : 걍’ 음악이다’는 사실,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 곡이 아니다. 비트를 만든 비와이한테 이렇게 말했었다. 가끔 어떤 비트메이커들은 비트를 만들 때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토핑을 넣는다고, 너는 그냥 최대한 뺀다고 생각하고 만들어보라고 했었다. 그러고 나서 비트를 받았는데, 듣는 순간 갑자기 뭘 하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걍 음악이다!’라는 말을 내가 막 질렀고, 그게 훅이 됐다. 8마디동안 그 말만 뱉었더니 훅이 된 거지. 그래서 ‘느낌 좋은데?’ 하면서 바로 녹음 프로그램 켜놓고 프리스타일로 나오는 말을 담았다. 그렇게 16마디를 만들었지. H : 그렇게 곡을 만들었을 때 동료들 반응은 어땠나? C : 회사 사람들이랑 친구들한테 들려줬는데, ‘와.. 이거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방향으로든 쩌는 거 같아’ 라고 하더라. 그리고 나도 너무 좋았다. 이거는 거의 내가 랩을 한 게 아닌 수준으로 그 순간은 그냥 내가 있던 공간의 우연들이 겹쳐서 곡이 만들어진 느낌이었거든. 나한테 고민은 단 1퍼센트도 없었지만, 그런데도 음악이 됐다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H : 그 곡에 대한 비판들은 그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C : 거기에 따른 비판도 모두 인정하지만, 이건 그냥 음악이다. 이게 음악이 아니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3분 43초’ 라는 제목으로 곡을 내고, 3분 43초 동안 피아노 앞에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다는데, 나도 그냥 뭐든지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걍 음악이다’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그냥 음악이다’가 끝이다. 그거에 대해서 사람들이 싸우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마치 내가 말도 안 되는, 나조차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거기에 다 로그인해서 싸우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그냥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H : 그럼에도 리믹스로 다시 재구성한 이유가 있다면? C : 리믹스는 그냥 사람들이 내고 싶다고 했던 것 같다. 회사 사람들이 마지막에 왠지 노창형이 들어가면은 멋있겠다고 하길래.. 그 외에는 사실 별 이유가 없다. 그냥 곡이 너무 좋았고, 사람들한테 ‘걍 음악이다’는 정말 그냥 음악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내 가사도 못느끼면서 날 빤다’ 라는 라인이랑 연결된 거 같기도 한데, 어차피 사람들은 내가 열심히 쓴 가사도 못 느끼면서 날 판단 하니, 이것도 한번 느껴보라는 거였다. H : 반면에 ‘Good Night’ 같은 경우는 어떤가? 뒷부분을 수정하지 않았나 나름 피드백을 수용했다고 봐도 되나? C : 맞다. 그건 나도 인정. 왜냐면 내가 들을 때도 진짜 듣기 싫었거든.. (웃음) 이걸 냈을 때 난 너무 신나있었다. 내 키가 168인데, (69인지 알았는데 68이었다.) 키 168짜리 애가 굿나잇에 나오는 삶을 맨날 산다고 생각해봐라. 내 스스로도 ‘와.. 이건 재미있는 삶이다’ 싶었고 그걸 써야 됐다. 그건, 어떤 자랑 같은 게 아니었다. 그냥 내가 너무 신나니까 그런 감정을 담은 건데, 그 감정을주체하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넣은 거지. 으악! 하면서.. (웃음) 근데 그건 듣기가 너무 거북 하더라.. 다른 랩퍼들도 그렇겠지만, 어떤 곡을 내면 그 곡은 너무 많이 들어서 보통 본인은 질려 하는데, 사실, ‘Good Night’은 내고 나서도 정말 많이 들었던 곡이다. 근데, 그 뒷부분은 듣기가 싫더라고..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곡이랑 안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어서 뒷부분은 빼게 됐다. H : 다시, 돌아와서 ‘걍 음악이다’ 뮤직비디오에 투자를 많이 한 것 같다. 어쨌든 온갖 혹평을 들었던 ‘A-yo’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인데.. 디렉터 엄코가 심기일전 한 건가 C : 엄코형.. 진짜 많이 긴장했다. 물론, 나도 그렇고. 왜냐면 우리는 ‘A-yo’를 만들었던 사람들이지 않나.. (웃음) 어쨌든, ‘A-yo’ 같지 않아서 일단 다행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옛날의 나는 힙부심이 엄청나게 강해서 흑인처럼 보이고 싶어했던 것 같다. 심지어 쇼미더머니 하고 있을 때만해도 그랬던 거 같은데, 지금 보면 너무 오그라든다. H : 지금은 어떤가? (웃음) C : 일단, 나는 태어나서 흑인을 100명도 안 만나봤고, 실제로 그 문화 속에 들어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걸 자각한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게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실제로 거기서 벗어나고 나니 움직임이나 제스처같은 것들이 전보다 자유로워지더라. 그래서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는 자유롭게 깝쳤던 거 같다. 그리고, ‘걍 음악이다’를 내고 또 하나 느낀건, 뮤직비디오는 엄청나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면, 정말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와 에너지, 태도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H : (웃음) ‘칭챙총의 각성’이랄까.. 흑인 커뮤니티에서 관습화된 이미지들로부터 빠져 나오려는 시도는 노창의 앨범에서도 살짝 감지했던 것 같다. 비슷한 화두로 최근에 저스트뮤직 내에서 주고 받은 어떤 영향들이 있었나? C : 사실, 노창형 앨범은 나오고 나서 들었다. 글쎄.. 잘 모르겠다. 마침 노창형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표현하는 방식이 나보다는 좀 더 강했고, 나는 ‘내가 흑인이 아니다’라는 걸 느꼈다면, 노창형 앨범을 듣고 내가 느낀 건, ‘나는 지구인이었다’ 혹은.. ‘난 한낱, 한국사람일 뿐이었다’ 였다. (웃음) ‘아.. 나는 지구에서 랩을 하고 있구나..’ H : ‘This Feeling’만 봐도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다. 무대에서의 폭발적인 라이브가 기대되는 곡인데 C : 이 곡은 정말 너무 신날 것 같다. 음이 좀 높아서 내가 라이브로 온전히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건 진짜 재미있을 거 같다. 이 곡은 나중에 밴드와 함께 리얼 세션으로 공연해보고 싶은 곡이다. H : 트랙배치에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C : 나는 이 앨범이 어떻게 하다가 만들어진 곡들이 모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랙배치를 내가 그렇게 잘했나 싶고, 하나하나 치밀하게 배치하지는 않았지만, 그 와중에 유일했던 건 흐름이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바이브든 이야기의 흐름이든 그래도 정규앨범이니까 흐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H : 이야기를 나눠보니 굉장히 쿨한 정규다. 사실 모든 랩퍼들이 정규 앨범이라고 하면 하나부터열까지 심혈을 기울이지 않나 C : (웃음)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H : 그럼 앨범에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나? C : 아쉬운 점은 정말 너무 많지만, 그냥 다음 거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거밖에 방법이 없고, 뒤를 너무 많이 돌아보면 오히려 앞으로 못 가거든. 당연히 아쉬운 건 많다. 심지어 티는 안 냈어도 반성까지 했었다. 왜냐면 내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리고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 소수는 내 가사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도 있을 거기 때문에 분명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반성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반성이 내 태도에 대한 반성은 아니다. 나는 그냥 아무렇게나 한 음악들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 태도에 대해 반성하지는 않는데, 단지 녹음상태 라던지 엔지니어링 같은 부분에 일단 내가 아무 지식이 없었고, 충분한 퀄리티를 낼 시간적 여유 없이 작업했다는 거에는 반성하고 있다. H : ‘2014.12.18’에도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술자리 다음날 아침인 것 같은데 C : 맞다. 그때가 ‘Good Night’의 삶을 막 보낼 때였거든. ‘말달리자’의 가사도 이 시기에 썼고. 그렇게 막 노는데 어느 날 그냥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해야 되지.. ‘Good Night’의 밤이 빛이라고 하면 스킷의 내 모습은 그 빛 아래 생긴 그림자 같은 느낌이다. H : 공허함 말인가? C : 맞다. 빛이 환하면 그림자는 더 어두운 것처럼, 내가 이 스킷에서 느낀 감정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굿나잇의 밤을 보내고, 아침에 핸드폰 진동 알람 소리에 깨어났는데,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그 이상한 느낌을 그냥 메모장에 적었다. 이 스킷은 그때 적은 두서 없는 글에다 라임을 붙인 거다. H : 어쨌든, 굿모닝이 오지 않나 사실, 씨잼이 할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노래다. C : 지금까지 ‘Good’ 시리즈를 계속 해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Good Day’가 있고 ‘Good Night’도 했으니, 언젠가는 나한테 굿모닝이 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었는데, 그게 내 생각보다는 빨리 오더라. 정말로 우리 어머니는 내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걱정할 정도였거든. 막연하게 순서상 굿나잇이 있어야 굿모닝이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가 이제까지 내가 만났던 분들 중에 나한테 가장 크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 같다. H : 힙합식 세레나데를 들은 여자친구 반응은 어떤가? C : 내가 예상했던 반응 그대로인데.. 첫 벌스를 듣고는 정말 기분 안 좋아했다. 여자친구를 위해 만든 노래인데도 되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더라. 아.. 그냥 여자친구는 이 노래를 그렇게 사랑하지는 않는 거 같다. (웃음) 사실 나도 그게 엄청난 사랑노래라는 생각도 안들고.. (웃음) 그냥 이 노래는 여자친구를 만나기 시작한 시점에 만든 노래라서 이제 굿애프터눈이 나와야 그게 진짜 사랑 노래가 될 것 같다. H : 마지막곡은 '케빈'은 주제가 재치 있는 곡이었다. 어떻게 나온 곡인가? C : 이 곡은 거의 유일하게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 나온 곡인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넥스트 레벨을 하고 싶은데, 이 당시에 정체된 기분을 느꼈다. 사실, 당시 내 머리가 거기까지밖에 안 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파급효과를 할 때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라스트 레벨인 랩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때는 ‘왜 그런 기분이 안 들지?’ 하는 느낌을 받았다. H : 슬럼프를 겪은 건가? C : 맞다. 그래서 얼마 동안은 랩 하는 게 별로 즐겁지가 않았다. 영감도 잘 떠오르지 않아서 슬럼프를 겪었는데, 그래서인지 일부러 혼자 있었던 적이 많았다.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면서 영감을 받는 요즘은 이것도 훈련이란 걸 알고, 그만큼 근육도 생겼지만, 당시에는 영감을 여기저기서 얻어 오는 능력이 부족했거든. 그래서 사람들이랑 얘기를 하다 보면 그냥 내 에너지만 빠져 나가고, 뭔가 내 안으로 흡수를 못 하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뭔가를 쌓고 나면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그것들을 소화해내야 했지. 그래서 일부러 혼자 있는 시간을 계속 만들었다. 엄청나게 심심하고, 핸드폰 열고 싶고, 친구한테 전화하고 싶어도 그걸 버텨내야 뭔가가 떠올랐는데, 그러다 보니 그냥 벽을 보고 있다가도 ‘이 벽지는 언제 만들어졌을까?’부터 온갖 이상한 생각들이 떠올랐고, 이 곡도 그때 떠오른 생각들이 아이디어가 됐다. H : 한국의 라스트 레벨 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건 어느 시점부터인가? 사실 랩 피지컬로만 보면 지금은 최고지만, 어쨌든 비프리 컴피티션 때를 생각하면.. (웃음) 제대로 실력 상승곡선을 그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C : 진짜 웃긴 게 뭐냐면, 나는 원래 듣는 귀가 진짜 shit이었다. 진짜 너무 Fucked-Up 상태여서 사실 나는 내가 가사를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 내가 너무 잘한다고 믿었다. (웃음) 완전 WACK이었지.. 그래서 심지어 비프리 컴피티션에 참여했을 때도 나는 내가 너무 쩌는 거를 했다고 믿고 있었다. (웃음) 그때와 지금,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돌이켜보면 실력이 늘었던 건 환경이 바뀌고 나서였던 것 같다. 내 주변에 진짜 랩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좋은 귀를 가지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난 후부터 바뀌었지. 그래서 나는 흑인들이 랩을 잘하는 이유도 물론 흑인이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들은 태어났는데 친형, 옆집 형, 삼촌, 심지어 할머니까지 다 힙합을 듣는 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걔들은 그냥 학생들도 프리스타일 랩 시키면 그냥 하잖아.. 뭐.. 옛날 왕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태어났는데 이미 그를 위한 궁녀가 너무 많이 있고, 그를 왕으로 만들어 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왕이 됐다고 생각하지, 만약 그 사람이 태어난 장소가 호랑이 동굴 앞이었으면, 그 사람은 몇 시간 뒤에 왕이 아니라 그냥 뼈다귀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이건 좀 극단적인 비유였지만 어쨌든, 환경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내 옛날 랩을 들어보면, 얘는 절대 재능이 아예 없거든. 내가봐도 얘는 랩을 하면 안될 정도로 재능이 0라는 생각이 드는데, 결국에는 재능이 아니라 환경이었던 거지. 만약 나에게 재능이 있었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자신감과 이걸 너무 재미있어했다는 것 밖에 없었다. 물론 그게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H : 지금 저스트뮤직의 환경은 어떤가? C : 지금 저스트뮤직의 환경은 나의 이제까지 환경 중에 라스트 레벨이다. 주변을 보면 배울 것 밖에 없어서 내가 이곳의 막내인 게 너무 행복하다. 나는 막내기 때문에 아무것도 서스럼 없이 궁금해 해도 되고, 물어볼 수도 있고 그렇잖아. 하나도 창피하지 않다. (웃음) H : 반대로 섹시 스트릿($exy$treet)에서는 리더지 않나 (웃음) C : 뭐라고 할까.. 나는 행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H : 쇼미더머니 시즌4는 즐겨 보는 편인가? 참 말이 많다. 어떻게 보고 있나? C : 시즌4는 일단.. 유튜브로 보고 있다. (웃음) 사실, 시즌4는 거의 안 봤다. 다른 이유는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안 봤다. 내가 안 나와서인가.. 물론, 시즌3도 내가 너무 오그라들어서 잘 못 봤지만 말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너무 보기 싫어서 본선에 올라가고 나서는 거의 안 본 것 같다. 시즌4는 비와이나 블랙넛형 그리고 릴보이(Lil Boy)형, 베이식(Basick)형 같은 사람들이 나오는 부분만 유튜브로 보고 아예 안 봤다. 이유는 없다. H : 섹시스트릿 멤버 비와이(Bewhy)가 쇼미더머니에서 상당히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C : 너무 멋있었다. 랩을 너무 잘했거든, 정말 잘했다. 내 취향으로는 랩만으로 봤을 때 1:1에서 보여줬던 건, 쇼미더머니 모든 시즌을 통틀어 가장 잘한 무대라고 생각한다. 그 에너지는.. 거의 거기서 공연을 했다고 생각한다. H : 풍문으로 들었든, 어쨌든 쇼미더머니를 둘러싼 이슈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이 있나? C : 나는 쇼미더머니3로 인생이 바뀔 정도로 득을 많이 본 랩퍼다. 내가 쇼미더머니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자격도 멋도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된다. H : 마지막으로 LA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크리에이션 크루와 섹시스트릿 사이에 미묘한 비프가 있었던 걸로 안다. 최근에 나플라나 루피 같은 뮤지션들이 수면위로 올라왔는데, 보면서 어떤 감흥이 있었나? C : 일단, 너무 좋게 듣고 있다. 그리고 설사 내가 그분들한테 아직 안 좋은 감정이 있다 해도, 음악이 좋은데, 그 음악까지 까는 건 페이크라고 생각한다. 진짜 잘하는 것 같다. 지금 몇 년이 지났지? 한 2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2년이면 헤어진 여자친구랑도 친구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그 당시에 대한 아무런 기억조차 없다. 이건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언젠가 음악을 찾아 듣다가 ‘오.. 이사람 완전 돕한데?’ 이러고 있었는데 내 친구가 ‘이 사람 예전에 그 영크리에이션 크루 사람이야 (웃음)’ 하면서 알려줬다. H : 사람들이 원하는 대결구도가 만들어지진 않을 것 같네 (웃음) C : 사람들은 물론 대결구도를 만들기 좋아하겠지. 근데, 모르겠다. 만약 정말로 대결한다면 오히려 좋을 것 같다. 왜냐면 홍보가 되니까.. (웃음) 어쨌든 우리는 그걸 이용하는 법을 배워야 되거든. H : 아무튼 두 크루 모두 기대가 된다. (웃음) 인터뷰 질문은 마쳤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C : 마지막 하고 싶은 말.. 계속 그냥 음악을 할거다. 아직 나는 성장하는 중이고, 뭔가를 배우고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의 사춘기 같거든. 뭐.. 여기서 당장 멋있는 말을 지어내지 못할 것 같다. 그냥 계속 내가 하는 것들을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인터뷰 l 차예준(HIPHOPPLAYA.COM), 고지현 사진 l 저스트뮤직(JUST MUSIC) 씨잼 ㅣ https://instagram.com/cjadoublem
  201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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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천재노창 ㅣ'그저 이 상황을 똑똑하게 사용해야만 했다'  [34]
힙플 : 라쇼컬쳐스에서 ‘기억시옷’ 등을 발매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를 소회한다면? 노창 : 낚였다고 말하면 정확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오해하고 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그 시절에 대한 악감정은 이제 없다. 그것도 나의 초석이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 힙플 : 예전에 했던 음악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때 즈음을 말하는 건가? 노창 : 그런 것 같다. 가사나 곡이 좋은 건 몇 곡 있지만, 당시의 음악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지금은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누가 꺼내보는 것 같은 기분이 더 크긴 하다. (안웃음) 힙플 : 2012년부터 저스트 뮤직에 합류해 ‘127시간’ 등 무료 곡들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당시 ‘127 시간’을 둘러싼 반응들은 여러모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딜리버리가 아니라, 정말 음악의 이해에 관한 반응들이었다. (웃음) 돌이켜보면 어떤가? 노창 : 127시간은 그냥 정신 놓고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음악이다. 실제로 나 스스로나, 내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이 제일 어려워 하는 건 ‘이런날이뻐해’일건데, 나도 무슨 말 하는지 모르는 게 많다. 감정은 전달되어 오는데 사람의 말로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21살 후반부터인가 22살때부터인가 우울증과 정신분열 초기 증상으로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고, 처방 받은 약을 매일 먹고 우울해하고 이러던 때 썼던 가사들이라 나조차도 이해 안 되는 가사가 80프로였다. 정신과 쪽 약을 먹으면 멍-해지고 몇 분 전의 상황도 흐릿하게 생각난다. (몇 분전에도 멍 때리고 있었을 테니). 그래도 내가 듣기엔 그때의 내 비트 자체는 들을 만한 게 어느 정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힙플 : 어쨌든,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화법은 직설적인 편인 것 같다. 노창 : 그런 것 같다.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기도 하면서 용감해지기도 했다. 힙플 : 배경 스토리(인스타그램 해프닝)를 깔고 나온 앨범이다. 계획된 프로모션은 당연히 아니었을 테고.. 그럼 이 앨범은 즉흥적인 앨범인가? 노창 : 계획됐다는 말이 나오는 게 참 가슴이 아프다. 난 그저 이 상황을 내가 똑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영원히 창피당하고 괴로워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꽤나 잘 사용해서 모두를 웃게 만들었으니 됐다. 여전히 나는 참 괴롭지만 말이다. (최초의 내려고 했던)앨범은 두 달 전부터 준비했고, 그 중간 지점 즈음 사건이 터졌다. 앨범 전체의 방향이라기 보다는 60~70% 정도의 디테일이 바뀌고 엎어졌다. 힙플 : 그럼 원래 계획했던 앨범은 어떤 그림이었나? 노창 : 지금 들어보면 쓸데 없이 진지하고 ‘나 랩 잘할 줄 알아!’ 라고 발악하는 느낌의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앨범 자체의 컨셉은 ‘비꼼’이였다. 요즘 힙합음악을 비꼬고 꼬집고 – 하지만, 결국 나 자신 역시 내가 비꼬는 그 모습들인.. 그런 앨범을 만들려고 했다. 예를 들면 ‘위아더월드’ 같은 곡이 화석처럼 원래 컨셉에서 살아남은 곡이다. 힙플 : 예를 들면 트랜드를 과장되게 의식한 플로우나 마찬가지로 힙합어법에 과장되게 집착하는 가사들은 어떤 비꼼이었다는 말인가? 거의 모든 곡에 힙합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간다. 노창 : 난 요즘 힙합에 대해 불만도 많고, 꼬인 생각도 많은데 멀찍이 떨어져서 보니 내가 비꼬는 테두리 속 무리들에 껴서 제일 신나게 놀고,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이 나라는 걸 느꼈다. 말하자면, 그런 주제의식을 가진 앨범을 만들던 중이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이 앨범의 전체적 방향과 의도와 컨셉은 ‘나 스스로의 혼란’이다. 난 내가 힙합이라고 생각 안 한다, 그냥 음악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태의 커리어는 다 힙합이었다. 그래서 그 혼란 속에서 나온 가사들이다. 내가 답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고 다 질문을 던지는 가사들이다. 힙합이란 단어가 나오는 내 가사들은 모두 내 스스로에게나 모두에게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특정 인물은 아무도 디스 안 했다. 이 앨범의 초반 컨셉은 유행에 관한 비꼼과, 비꼬는 대상에 나도 아주 크게 포함되어있다는 걸 전제로 시작되었으니 비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아주 평범하게 가정하자면, 요즘 트렌드나 유행인 힙합을 비꼬려면 시대 지난 힙합이나, 아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비꼬았겠지. 나는 그냥 혼란스러운 거다 내 스스로가. 그리고, 난 트랩 좋아한다. 신나니까. 힙플 : 어쨌든, 본의 아니게 방향을 우회한 앨범이다. 준비하면서 노창의 정서랄까? 노창 : 사건 후의 감정은 다 안 좋고 슬프고, 부정적이고, 화 뿐이었다. 힙플 : 예상했을 테지만, 앨범 반응 역시 혼돈의 카오스다.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 노창 : 재미있고, 욕이 많아도 슬프지 않다. 내가 의도한 바를 나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고, 욕이나 비난이나, 심지어 대부분의 비판-비평 마저 난 찔리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감정이 안 든다. 예전엔 욕이나 비난이야 상처받으며 그냥 지나쳐왔고, 비판-비평만큼은 내 자신을 송두리 째 흔들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요번에는 아니다. 내가 의도한 바와, 내 의식과 나 자체를 내 방식대로 표현해서 내가 아닌 사람은 당연히 백 퍼센트 공감을 못할 앨범이니, 아주 빗나가는 비판들이 날라온다. 그래, 심지어 칸예웨스트(Kanye West) 얘기가 나와도 요번의 난 아주 당당하고 뻔뻔한 표정으로 ‘지랄ㅎ’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소소한 예로 난 [MBDTF] 앨범이 나왔을 때 2년 8개월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씩 그 앨범을 들었다. 나보고 칸예 갖다 붙이는 애들은 나보다 칸예 음악에 대해 모른다. 그리고 심지어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는 칸예 음악은 단 한번도 안 들었다. 입 좀 닥쳐줬으면 좋겠다. 난 지금 아주 당당하게 말하는 거니까. 트래비스스캇(Travi$ Scott)은 [Cruel Summer]에 들어있는 것만 들어봤다. 아, 사이퍼 영상에서 랩 하는 것과 ‘BLOCKA’란 곡도.. 그 외에는 멤버들이 다른 방에서 듣고 있을 때 화장실 가면서 흘려 듣던 것 중에 한 곡 정도가 다다. 난 아주 나 자체인 앨범을 냈다. 빗나가는 화살들 그건 아무렇지 않다. 나한테 날아오지도 못하거나 방향자체를 잘못 잡은 화살들만 내 옆에 흩어져있다. 하지만, 반응이 많다는 건, 어떤 의미가 됐건 감사하고, 무엇보다 내가 내 앨범을 노예 짓 하지 않고 냈다는 거에 스스로 만족하고, 뿌듯해하고 있다. 힙플 : 일단, 긍정적 호응이 폭발적이라는 걸 전제로,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척하는 싸이코’ 혹은 ‘천재가 싼 똥’이라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노창 역시 이번 앨범에서 충분한 대답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주고 받기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노창 : 일단 제일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수 차례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나는 천재라는 존재가 좋고, 천재가 되고 싶어서 이름 앞에 천재를 붙이고 활동한다. 멋있자고 사는 사람이고, 멋있자고 붙인 이름인데, 그렇다고 풀네임으로 ‘천재인인물들이몹시존경스러워천재가되고싶어이름앞에천재를붙인천재노창’ 으로 하긴 싫다. 날 낳아주신 부모님은 나에게 이름을 줬고, 날 아티스트로 태어나게 한 내 자신이 내게 이름을 붙인 거다. 이름에 관한 건 여기까지 하고, 내가 작품을 내고 그 안에서 대중을 욕하고, 대중들이 나를 욕하는 - 그 주고받기가 언제까지 계속 될지는 나란 사람이 걱정할 이유도, 연구할 이유도 없다. 난 내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난 ‘문화 안에 속한 모두를 행복하고 평화롭게 유지시키는 UN같은 단체’의 단원이거나 대장이 아니다. 관심 없다. 힙플 : 악플에 민감한 편인 걸로 안다. 그 시기보다 더 많은 피드백을 얻는 위치가 되었는데, 요즘은 어떤가? 그런 반응들이 여전히 불편한가? 혹은 내성이 생겼나? 노창 : ‘꽃가루’란 곡 마지막 부분이 딱 지금의 나다. ‘좆까 얘들아 좆까 빈지노 더큐 도끼 어떻게 돈 쓰든지 너네 알 바 아냐 너넨 그냥 병신 쥐디 발톱 때만도 못한 병신 슬프지 않니 인생을 바꿔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이 씨발 좆밥 새끼들아’ – 꽃가루 진짜 어쩌라고다. 내 정곡을 찌르는 비판-비평만을 아프지만, 결심하고 받아들여 소화한다. 예전만큼 인터넷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자취하는 집에 인터넷이 끊기는 일도 있었고, 그 정보의 바다에 한번 안 들어가다 보니 인터넷, TV, 뉴스 모두 멀리한지 꽤 됐다. 이번에는 앨범이 나와서 많이 훑어보긴 했지만. 힙플 : 주로 민감한 피드백은 어떤 것들인가? 노창 : 앞서 말했듯이 내가 찔릴만한 비판과 비평의 글들이다. 그 외에 제일 싫어하는 말은 ‘약빨았네’이다. 나 약 안 빤다. 약 팔뚝에 꽂지도 않는다. 코로 빨지도 않는다. 술은 빤다. 내 창의력을 표현하기 위한 나의 노력을 그 따위 표현으로 뭉뚱그리지 않았으면 한다. ‘약 빨았네’ 라고 쓰는 애들 다 약은 한 번 빨아보고 저런 말 쓰는지 궁금하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그 문장으로 밖에 기분이나 감상을 표현 못하는 사람들의 표현력에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고 싶다. 표현력 연습 좀 해보라고. 진심으로 이건 사소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표현력 연습하면 나중에 인생에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다, 아주 쉬운 예로 남자든 여자든 이성에게(뭐 혹은 동성에게) 고백 할 때, 표현 하나만 달라도 더 와 닿을 테니까. 그리고, 한국은 마약 금지국이다. 나는 타이레놀이랑, 성대에 뿌리는 스프레이, 그리고 지금 다니는 병원에서 받는 약 말고는 약 안 먹으니까, 약 빨았단 말 자꾸 해서 마약 단속국에서 내 머리털 하나라도 뽑아가는 상황이 오면, 당연히 아주 깨끗한 상태로 나와서 자비로 아이피 수사대 차려서 다 콩밥 먹게 할 거다. 힙플 : 우스개 소리로 노예노창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해방자유’는 스윙스의 군생활 타이밍을 염두 해둔 곡인가? 노창 : 아니다. 그냥 앨범이 나오니까 나온 노래다. 꼭 나만 할 수 있다기보다 나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한 곡이다. 지금은 나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이야기를 한 거다. 힙플 : '해방자유'의 관점에서 작년 한 해, 레이블 활동에 대한 소회가 있다면? ‘털ㄴ업해야해’에서도 저스트뮤직을 소소하게 디스하지 않나 (웃음) 노창 : 비유해보자면 만약 어떤 가족 안에서 자녀가 아버지 심부름을 계속하고, 그 와중 꿀밤도 귀엽게 한대 맞고 한다면 자녀는 불만이 많을 거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더 크겠지. 커다란 신뢰와 아끼는 마음 안에 아주 작고 짙은 불만을 재미있게 디스로 표현해서 쓴 가사들이다. 너무 짙어서 꼬추 아니 좆을 때려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나에겐 ‘저스트뮤직’만큼 나를 알아주고 아껴주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공간과 사람들은 없다. 오히려 빚지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 정도다. 힙플 : 곡을 들은 동료들의 반응은 어떻던가? 노창 : 다들 재미있어했고, 대견해 하면서 존중, 존경을 표해줬다. '행'을 앨범 나오기 2일 전에 가사를 쓰고 녹음하고 믹스하던 일요일 오전 10시쯤? 기리(Giriboy)가 갑자기 뜬금없이 전화해서는 ‘ㅇ..애..앨범 다 들어봤는데 ㅈ...존나 존나 쩔어!’라고 말해서 되게 감동 받았다. 누구보다 듣는 귀 좋고, 표현 잘 안 하는 친구에게 저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 좋았다. 혁진이형은 가끔 진행되던 곡들 가사보고 그 라이오넬 리치 표정을 짓기도 했고, 대웅이 형은 매 곡마다 들어주며 엄지를 척! 해줬다. 힙플 : 근래 가장 성공가도를 달리는 프로듀서다. 유명세가 이 앨범에 미친 영향이라면? 노창 : 성공가도를 달리는 노예였다. 난 프로듀서가 아니다. 나 단독의 아티스트다. 원래 항상 그래왔고 이렇게 말을 했어야 했지만, 앨범 한장 없이 저 말을 할 자격은 스스로에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제야 말한다. 유명세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참 크다. 유명해진다는 건 알려지는 과정에 있어서 인정을 받는다는 거니까. 그렇지만, 회사 앞에서 (우리를)기다리는 (혹은 일부러 그 길을 걸어다닌다던지..) 우리 회사의 나를 포함한 누군가의 팬이나, 자기 자신을 나에게 각인시키려는 팬들, 내가 고갤 숙이고 빠르게 걷고 있는데 내 팔을 잡아채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들, ‘그 사건’ 때문에 그간 기분이 좋을 수 있을 리 없던 내가 정중히 거절하면 차라리 욕을 하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끝까지 매달리는 사람들은 나에게는 맞지 않는 유명세의 유형인 건 확실하다. 내 작품들만 유명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몇몇 곡에 실려있다. 힙플 : 유명해지고 나서 사람들이 이전보다 본인의 감성을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노창 : 완전한 공감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날 느끼는 사람은 적다고 본다. 왜냐면 나와 인간으로서의 삶이나, 경험, 생각하는 방향이 같을 정도로 비슷한 사람들만 날 70% 이상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란 사람의 음악이 좋아서, 혹은 내가 좋아서 공감하려는 머리 안의 노력이 내 감성을 이해한다기보단 감싸주려 하는 것 같다. 어쨌든 감사한 마음이야 변함없고 커다랗다. 힙플 : 앨범의 거의 모든 곡에서 드러나는 감정기복만큼 비트 변주도 변화폭이 크다. 본인이 쓴 비트지만, 소화하기에는 어땠나? 노창 : 박자들을 모두 새롭게 시도해봤는데, 랩을 하기에는 새로운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좀 어렵기도 했다. 처음인 것들도 많아서. ‘털ㄴ업해야해’의 초반부는 거의 다 박자를 몸에 익히기도 전에 가사 쓰자마자 녹음한 가녹파일을 그대로 썼다. 오히려 느낌이 더 잘살길래(ㅋㅋ). 진짜 특이하고 박자도 어려웠다 내겐. 힙플 : 앨범의 많은 가사들이 그렇지만, 특히나 ‘칭챙총’이나 ‘털ㄴ업해야해’의 비꼼이 (피타입이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기도 했던) 로컬라이징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혹시 비슷한 고민이나 갈등이 있었나? 노창 : 별로 힙합문화 발전에 대해 기여하고픈 마음이나, 힙합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인종이나 힙합의 태생 문화와 다른 문화권에 사는 우리가 해야 할 고민, 이런 거 생각 안 한다. 내가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면, 나 스스로에게 별로 유익한 시간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나에겐 그럴 시간에 음악을 만들던지, 그림을 그리던지 산책이나 하는 게 낫다. 힙플 : ‘위아더월드’의 아웃트로는 찾아보니 데릭월콧의 유명한 시 구절이더라, 브릿지로 넣어야 했던 의도가 궁금하다. 노창 : 일단 그 시는 ‘love after love’라는 제목의 시다. 사랑을 주제로 진행되는 시이고, 아주 현명하고, 모든걸 경험해본 나이가 지긋한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처럼 와 닿았다. 사랑이란 단어나 주제로 진행되지만, 난 그 시를 인생으로 대치해서 받아들이기도 했다. 정말 멋진 구절들이다. 신기하게 그 시를 한 줄씩 읽어내려 가다 보면 눈앞의 배경이 서서히 바뀌고, 안락한 따듯함이 스며드는 시이다. 힙플 : 원곡을 찾고 싶었는데 찾지 못했다. 노창 : 원곡은 타블로와 함께했던 ‘All Day’다. 일단 올데이 보다 느리고, 기타랑 오르간 두 개만 썼던가. 심지어 기타는 원곡에 세션 받아 둔걸 그대로 박자 맞춰서 쓴 거다. 그 두 악기 위에 내가 노래 불러서 느리게 재생했다. ‘위아더월드’ 마지막 부분은 결국 내가 부른 ‘멜로디는 올데이, 가사는 시’인 곡이다. 힙플 : 앨범 곳곳에 주변 잡음에 대해 아티스트 나름의 빅엿을 보내는 독기도 느껴진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먼저 커뮤니티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엄청난 경멸이 느껴진다 ‘음 커뮤니티 바다는 전문가들이 너무도 만연하지 지깟것들이 마치 피겨 여왕의 아버지께서 강씨인 것처럼 강연하지 답 줘야지 난 오직 중지로만 답해, 간편하지 음 음 여명 삼십병 엿 간편하지’ – 위아더월드 노창 : 커뮤니티든 리뷰 창이든 그냥 인터넷 바다이건, 내 음악을 예로 들었을 때, 거기에 글을 써서 날 칭송하건, 칭찬하건, 비판하건, 비난하건 욕을 하건, 그 사람들은 나보다 음악을 모른다. 난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어디 껴들고 싶어서 안달 난 채로 개소리하는 꼴이 참 같잖다. 자 기분이 나쁠테니,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면, 주식시장에 관한 커뮤니티가 있는데, 주식의 좆도 모르는 내가 그 커뮤니티에 가서 ‘야 ㅋㅋㅋㅋ 병신들 그 주식 왜 샸냐 노답 ㅋㅋㅋㅋㅉㅉ 이거라니까 요번 주는 아휴.. 말을 말자’ 이런 글을 쓰는 것과 같다. 주식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내가 음악으로 마이클잭슨만큼 대단해도, 주식을 모르면 그냥 난 껴들지도 말아야 하는 날파리라는 것이다. 배우고 싶다면 배우는 자세를 갖추고, 말투를 깨끗이해라. (나는)애 같은 성격이 좋고 평생 그렇게 살고 싶더라도 성숙함과 공존할 수 있는 성격이니까, 성숙해져라. 병신들아, 사랑해요. (해쉬택조울증) 힙플 : (웃음) 그 외에도 모든 뮤지션들이 멜론을 비롯한 음원사이트들과 암투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번 앨범에서 노창의 경우에는 완전히 노골적이었다. ‘멜론 뿌리부터 잘라야지 그땐 보게 될 거야 진짜 수액’ – 칭챙총 ‘미안 과일은 제일 빨리 썩어 사라져 그냥 처 먹는 게 가장 현명한 답이잖어’ – 좆간지 노창 : ‘그 사건’을 이후로 정신 나가고, 목 줄 끊긴 망나니 핏불이 된 것 같다. 후회나 두려움은 없다. 전부터 쭉 불만이었고 내 머리 속에 있던 생각이었다. 이제야 용기가 났고, 막 나가는 태도가 생겼기 때문에 이제야 소리친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존경스럽고 멋진 부분은 멜론의 욕이 저렇게 노골적으로 담겨있는데 프로모션도 해주고, 유통을 해준 로엔(멜론)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 드리고 싶다. 존경한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힙플 : 노창이 시스템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듣고 싶다. 노창 : (시스템을)깨는 건 나중 문제, 일단 이 시스템 밖으로 혼자 나가서 멀리서 큰 그림을 볼 거다. 어쩌면 이 시스템이 정말 맞을 수도 있으니까. 힙플 : 그런데, 시스템을 탈출한 사례라고 할만한 것들이 있나? 특히 한국에서 노창 : 기억나는 일은 없다. 하지만, 한국을 나가서 한국 상식선의 시스템이 아닌 곳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많다. 힙플 : 그럼, 저스트뮤직의 행보는 어떤가? 노창 : 좋다. 어느 때보다 노창하고 있다. 힙플 : 워드플레이들이 타이트하게 들어가 있는 앨범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정도로 알게 모르게 들어가있는 장치들이 상당하더라 당장 기억에 남는 라인이 있다면? 노창 : 내가 틀려버린 ‘울 엄마 김정례씬 한살림 알바생이지’ 라는 구절이다. 우리 어머니한테 정직원이라고 정정 카톡이 왔다. 음.. 그리고 해방자유에서 ‘일을 맡기는 멤버들이 생각하는 내 능력치는 나이키 – Nothing Is Impossible’ 라는 라인이다. 참고로 나이키 표어는 ‘Just Do It’, 아디다스가 ‘Nothing Is Impossible’이다. 멤버들은 내가 노예로 살던 시절 나란 사람이 나이키인지 아디다스인지 신경도 안 썼다. 자신들이 주문하고 싶은 게 나이키인지 아디다스인지도 모른 채로, 그저 ‘너에게 불가능이란 없으니 그냥 해! 아몰랑!’이었다는 말이다. 이런 엉망진창이었던 경험을 가사로 적어낸 라인이다. 모든 가사들이 다 재미있게 연결 돼있고 열심히 자기 본래 뜻이나 모습을 감추고 있는 라인들이 많다. 천천히 잘 찾아보면 더 피식 하거나 새로운 메세지가 발견 될 수도 있다. 전곡을 이어서 들어야 와 닿을 구절도 있을 거다. 힙플 : ‘다음에 또 봐ㅇ’ 같은 곡은 파급효과 앨범의 아웃트로와 연결되는 곡인 것 같다. 어떤 연관이 있나? 노창 : 이 일이 있기 전 원래 계획했던 앨범의 흐름 상으로는 똑같이 ‘다음에 또 봐요’가 제목으로 된 곡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피아노 곡으로 한 4분 정도 되는 긴 곡이었는데, ‘요’에서 모음 하나가 빠진 건, 말하자면 원래 흐름대로 가고 있다가 마무리 직전 사건으로 내 멘탈의 엔진 부품이 빠진 거다. ‘다음에 또 봐요’로 맺으려는 상태에서 일이 생겨버리는 바람에, ㅇ까지 치고 갑자기 푸슉하면서 터져버린 거지. 내가 하고 싶은 걸, 끝까지 못하고 바뀌어버린 상황을 스스로 의미 삼아서 ㅇ까지만 쳤다. 원래는 피아노 곡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힙플 : 스캔들에 관한 주제는 앨범에서 꾸준히 다뤘다. 현재의 감정은 어떤가? 노창 : 늪 아래 늪 아래 늪 아래 늪 아래 염라대왕 부관직에 앉아있다. 10번 곡 마지막 부분, 그 곡 안에 다 설명되어있고 난 거기에 있다. 힙플 : 사실, 지금도 맥주를 가져온걸 보고 흠칫했다. 노창 : 내 작업실을 가서 보면 알게 바로 알게 될 텐데 설명해보자면, 정말로 술병이 쌓여있다. (웃음) 그리고 백 프로 약 빨았다는 얘기가 나올 거 같아서 일부러 치우지도 않았다. 양주, 소주, 맥주.. 뭐 술이란 술은 다 이만큼씩 빈 병인 채로 쌓여있다. 심지어 회사에서 내 방이 사운드를 잡아야 하는 방이라서 제일 넓은데도 불구하고, 움직일 때마다 덜그럭 소리가 날 정도니.. 그 정도로 난 계속 취해 살았고, 여태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다. 정말 위기인 순간도 많았고, 병원도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내 인생은 매우 고통스럽다. 일단, 질문지를 받았을 때,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냐는 질문이 있는걸 봤다. 대답부터 하자면, 만약 내 실수로 인한 쪽팔림이나 나만의 과거였다면, 나는 다 얘기할 수 있다. 어차피 알게 될 거고, 누군가는 찾아낼 거니까. 근데, 내가 얘기를 안 하는 이유는 나 말고 여러 사람이 엮여있고, 그 사람들은 내 실수로 인해 이미 너무 많은 피해를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9번트랙에서 그렇게 화를 내면서 기자의 실명까지 언급하면서 화를 냈는데도 이 질문을 내게 물어야겠다고 아이디어를 낸 분께 진짜로 화가 나고, 살기 있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싶었다. 나한테 결국 이 질문을 하다니... 어쨌든 지금의 나는 그 정도의 감정이다. 힙플 : (찔끔) 김한길 기자와는 연락이 닿았나? 노창 : 그분은 내 새 인스타그램도 모를 거다. 그분?.. 그 $%@#는 내 인스타그램도 모를 거다. 당시에 그 메시지를 잘못 썼을 때, 나는 5분만에 글을 지우고 아이디까지 지워버렸다. 근데, 그 사람 기사를 보니까 그 5분 사이에 그 글을 캡처해서 올렸더라. 처음에는 ‘뭐지?’ 싶었다. 만약 내 팬이 아니라면 어떻게 저걸 5분만에 캡처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고, 만약 팬이라면 내가 음악을 냈을 때 홍보기사라도 한 번 내줄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것만 물어가는지.. 그것도 이해가 안됐다. 만약에 내 팬이어서 그 메시지를 타이밍 좋게 볼 수 있었다고 치자. 그렇다 해도 기사를 써서 올렸으니 나는 정말 그 인간을 죽창 같은 걸로 안 죽을 부분만 골라 안 죽을 때까지만 빽빽히 찔러서 남대문에 밧줄로 매달아 걸어놓고 싶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왜냐면 이건 나만 달린 일이 아니거든. 만약에 내가 인스타그램에 내 누드 사진을 5분동안 올렸다가 지웠는데 기사가 난 거였다면, 나는 그냥 혼자 고통스러워하고 말았을 거다. 근데 이건 여러 명이 엮여있는 일이었고, 누구에게도 유익하지도 않았고 필요했던 정보가 담겨있는 기사가 아니었다. 난 인간이 아닌 취급을 당한 기분이었다. 물론 내가 실수는 했지만, 그건 나와 실제 사건에 엮여있는 사람들 간의 문제지 않나. 왜 굳이 나 같이 유명하지 않은 인간을 괴롭혀야 했었나 싶다. 기자로서의 사명감이나 자존심은 없는 건가. 내 인생은 지금 그냥 좆 됐고 죽을 정도로 망가졌는데? 힙플 : 김한길 기자와 실제로 만나기를 원하나? 노창 : 안 만나야지. 얼굴 앞에 두지를 말아야지.. 슬프고 힘든 순간들은 ‘행’ 같은 노래나 9번트랙을 통해서 이미 모두 드러냈고, 사람들이 알게 됐다면 그냥 그걸로 됐다. 그 사람도 인간이라면, 그리고 내 상황을 알게 됐다면 미안해하겠지. 그렇지만 서로 대면은 없어야겠다. 죽여버릴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간 꼭 한번 되갚을 거니 잘 기다리고 편안하고 방심으로 가득한 나날들 보내고 계시길. 힙플 : 마지막 곡 ‘행’은 멋진 마무리 트랙으로 남을 것 같다. 작가가 앨범에 한 발짝 떨어져서 본 에필로그 같았달까, 앨범에서 유일하게 이성적이기도 했고.. 노창 : 나도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힙플 : 혹시 힙합플레이야 게시판에 올라온 ‘행’에 관한 리뷰를 본적이 있나? 어떤 유저가 ‘행’에 관해 아주 의미심장한 해석을 남겼다. 노창 '행' 주관적 리뷰. (From. r) http://board.hiphopplaya.com/view/1096055 노창 : 아.. 신나래 팀장이 보내줘서 봤는데, 거의 90프로 정도 의도를 알아주셔서 되게 신기하고, 소름 돋았다. ‘와.. 진짜 이 곡도 내가 의도한바 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신기해했다. 힙플 : ‘행’이라는 제목의 의미부터 듣고 싶다. 노창 : 3개의 의미를 의도해서 사용했다. 먼저 행복의 첫 글자 ‘행’도 땄고, 그 다음에 글을 나누는 행의 의미도 있고, 영타로는 ‘god’의 의미도 된다. 나는 종교가 없고,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종교서적이나 신화를 읽는 건 되게 좋아한다. 그리고, 신화이건 종교이건 실존하건 않건 모두 떠나서 신들을 존경하고. 차라리 신이 있었으면 세상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하는데.. 어쨌든, 나는 내가 신이라고 생각한다. 내 육체가 신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말하자면 이 커피잔을 보더라도 어떻게 쳐다보느냐, 그리고 무슨 소리를 어떻게 듣느냐, 무언가를 어떻게 느끼느냐를 조종하는 건 결국 내 머리 안에 있는 자아와 생각이라는 거다. 그 자체로 나는 내가 나 자신의 신이라고 생각한다. 신이란 존재의 크기와 나를 비교하진 않는다. 내가 보는 모든 세상을 만드는 건 내 자신과 내 자아와 내 생각이라는 점에서 내가 ‘나 자신의 신’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여러 가지 종교 서적에서나 나올법한 단어들을 쓰면서 곡을 진행시켰다. 그리고, 불교서적이든 성경이든 장∙절 같은 챕터의 개념이 있는 것처럼 이어서나 마침, 다음 같은 구성을 했다. 힙플 : 개인적으로는 가사에서 늪과 아름다움에 관한 구절이 인상 깊었다. 노창 : 늪이란 단어를 ‘혼란 내지 고통, 혼돈, 슬픔 등의 부류의 감정’을 담은 단어로 사용했다. 아름다움은 ‘내가 그냥 바라보고 염원하고 이상적인 상황, 상태, 배경’ 등을 나타낸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늪은 지옥. 근데 최근에 작업하면서 이렇게 힘들면서도 - 그러니까 늪 안에 있으면서도 - 그 상황의 내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상황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늪 안에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은 그 신기한 감정에서 시작됐다. ‘내가 가장 힘들 때도 내가 행복할 만한 결과물을 낼 수 있구나’ 라는 감정이다. 아름다움 속에 늪이 존재하기도 한다고 한 건 - 평온하고 행복한 상황에 살고 있어도, 언제나 가까이에 있던 예상치 못한 늪에 빠질 수도 있고, 행복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늪을 만들어내는 상황, 혹은 그냥 늪이 스물스물 생겨나는 상황이 분명히 있다는 뜻으로 쓴 가사다. 늪이 나의 바로 옆에 있을 수도 있고, 늪 밑에 늪 밑에 늪 밑에 늪이 있을 수 있고 아름다움 위에 아름다움 위에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사들이 그다지 철학적이지는 않다. 비유들이 많이 쓰였을 뿐이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크게 안 복잡하다. 힙플 : 노창에게 창작이라는 건, 혼란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말인가? 노창 : 창작이라기 보다는 내 인생의 관한 곡이었다. 물론 정말 내 인생은 창작이 가끔은 원인이 되긴 지만, 대부분은 조울증 때문에 극악으로 떨어질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냥 우울증이 있을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근데 한 번도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다. 우울증은 기쁘거나 행복한 리듬이 없이 그저 단조롭게 우울하다라는 박자만 이어지는 느낌이라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조울증이 생겨난 건지 우울증이 괴물이 되어서 조울증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울증은 날 위아래로 계속 쥐고, 큰 폭으로 흔들었다. 조울증은 내가 살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게 한다. 그런데, 이게 진짜 무서운 거다. 나는 당장 죽어버릴 거 같은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진짜 나 죽는 건가? 하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거대해져서 머리위로 떨어진다. 질문에 제대로 답해보자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이 창작이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창작이라는 게 혼란 속으로 간다거나 날 보낸다기 보다는 내 인생이 혼란과 혼돈 속으로 가고 있고, 그 상황에서 창작물이 나오는 거다. 그 창작물들은 내 상황을 고스란히 담을 수밖에 없다. 힙플 : 후반부엔 어김없이 지옥구간으로 빠진다. 현재의 감정 상태인가 노창 : 지금 내가 있는 곳. 거기서 외치는 말들은 친구 가족 동료 내가 아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말하는 거다. 아직 오지 말라고, 실은 아직 오지 말라는 게 아니고 너는 절대 여기 오지 말라는 메시지다. 현재 여기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곳에는 절대 오지 말았으면 한다. 정말 힘드니까, 보기 힘든 광경들과 달팽이관 뽑아서 다 버리고 싶은 만큼의 잡음들이 들리는 곳이다. 그래서 ‘너는 버틸 수 없으니까, 너는 행복하게 살아야 돼’. 라는 얘기를 지금 내 위치에서 말하는 거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내고 여기서 나간다면, 그 안에서의 나의 노력과 경험들, 그리고 내가 만들어 낼 것, 내가 만들어 낼 행동, 내가 할 말들, 그건 내가 진심으로 모두를 아끼는 마음으로 하는 것들일 테니까, 내가 이겨낸 그 증명만 보고 날 따라오길 이라고 가사로 썼다. 힙플 : 난 별로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괜히 짠한 곡이었다. 그만큼 많이 들었고. 노창 : 난 원래 내 음악을 아이폰에 넣지 않는데, 처음으로 이 노래를 넣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어떤 사람들이 멜론에다가 처음부터 듣다 보니까 어지럽고 울렁거린다고 써놨길래 ‘어휴...뭐래...’ 이러면서 (웃음) 나는 처음으로 제대로 낸 내 앨범에 뿌듯해하면서 계속 신나게 듣고 있었다. 근데 진짜 어떨 때는 조금 울렁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웃음) 왠지는 모르겠는데.. 힙플 : 마지막 곡 ‘행’까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주변 얘기를 조금 더 나눠보자. 정규앨범 [나의 주식회사 금]을 예고했었고, 블랙넛과의 합작 앨범도 이야기가 나왔었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노창 : 대웅이형이랑 하는 앨범은 한동안은 못 나올 것 같다. 올해만큼은 오직 내 음악만 하려 한다. 힙플 : 그 2012년 기사에 꾸준히 댓글이 달리고 있다. (웃음) 노창 : 그건 나중에 제이지(Jay-z)랑 뭐야 칸예가 했던 [Watch the Throne] 간지로 우리 둘 다 탑이 되가지고 낼 거다. 그래야 또 새롭고 강력한 파급력이 생길 테니. 아, 난 왜 비유에 꼭 한번씩 칸예가 껴있는지.. 징글징글하다. (웃음) 힙플 : 정규앨범 [나의 주식회사 금]은 어떤 앨범인가? 노창 : 비트는 이미 다 찍혀있다. 근데, 한.. 3년 전에 찍은 비트들이다. 힙플 : 갈아 엎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노창 : 그건 아니다. 그대로 갈 거다. 지금 찍으라면 못 찍을 비트들이기 때문에.. 참 신기하다. 한 2년만에 첫 트랙을 틀어봤는데 ‘와 어떻게 이렇게 했지? 이 때는 또 이 때만의 정신상태가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사운드도 심지어 지금보다 더 골 때린다, 복잡하고. 오히려 지금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것과는 다르더라. 그래서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힙플 : 앨범은 얼마나 진행되었나? 노창 : 트랙이 한 25트랙 정도가 있는데, 걸러내기도 해야 할 테고, 가사를 어떻게 쓸지 연주 트랙을 어떻게 넣을지 이런 거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주제는 잡혀있고, 어떤 의식을 갖고 만들고 있었는지는 확실하게 기억을 하고 있으니까 생각보다 빨리 나올 것 같다. 그러니까 이번에 나온 앨범이 나한테는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나의 주식회사 금]은 사실, 겁나서 못 냈었다. 완벽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앨범은 내 스스로의 기준에서 완벽하지 않다. 하나도 안 완벽하다. 그렇지만 이게 나에게는 초석이되었다. 초석이라는 말의 의미는 몇 년 간, 가사의 첫 글자도 못썼던 사람이, 4마디 반복인 후렴구 가사도 며칠 동안 쓰던 사람이, 피쳐링 한 명도 없이 내 앨범을 냈다는 거다. 힙플 : 이번 앨범, 스스로 완벽하지 않았는데도 꽤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보지 않았나 용기가 되었을 것 같다. 노창 : 나는‘Don’이나, ‘Rain Shower’ 같은 곡을 내면서 훅 중독자라는 별명을 얻고, ‘훅 개쩐다’ 이런 얘기를 들었지만, 사실 훅 하나 하는 거에도 겁을 냈다. 근데 지금은 가사 쓰고 앨범을 내서 욕 엄청 먹어도 ‘근데 병신아’ 할 수 있는 내성이 생겼다. (웃음)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정말 병신이라는 게 아니라, 내 자아가 이젠 그 욕들에게 ‘근데 병신아’할 수 있는 태도를 갖췄다는 얘기다. 지금의 나는 아티스트로서 갖춰야 할, 인간으로서의 내가 아닌, 내가 가진 재능의 자아가 단단해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제대로 정규앨범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10트랙이나 됐는데도.. (뭐 많은 것도 아니지만) EP앨범인 이유는 내가 원래 담고자 했던 이야기도 아니었을 뿐더러 내 자아를 제대로 찾고서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랜 기간 공 들인 앨범도 아니다. 이 앨범은 그저 순간적인 지금의 감정을 빨리 뾰족하게 튀어나오게 하고 싶은 마음에 낸 앨범이었다. 이미지 출처 : W website (http://www.wkorea.com/content/view_02.asp?menu_id=06040200&c_idx=012203080000032&_C_=5) 힙플 : 최근에는 포토그래퍼 구영준과 함께 브랜드 ‘Won I Closed’를 론칭했다. 이제는 음악 외적으로도 영역을 점점 넓혀가는 건가? 저스트 뮤직의 멤버들 대부분이 그런 쪽으로 노력하는 것 같다. 노창 : 머리들.. 지랄들 좀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웃음) 다 또라이 같아서 무섭다. 같이 지나가고 있으면 노란 머리, 뽀글이, 막 삐죽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는 거지 않나.. 아우씨. 농담이고, 뭐 멤버들 다 멋있어지는 걸 꿈꾸고 그걸 바라고 있기 때문에 다들 스스로 그게 옷이 됐건, 자신의 인성이 됐건, 음악이 됐건, 행동이 됐건 다 스스로의 길을 찾고 있다. 구영준이라는 형은 내가 알기로는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스트릿 포토그래퍼다. ‘Won I Closed’는 대단하고, 멋진 삶을 살고 있는 형과 내가 런칭한 브랜드인데, 쿠형이 찍은 스트릿 패션사진을 토대로 내가 그래픽 작업을 해서 옷을 만드는 걸로 시작했다. 힙플 : 스윙스가 입대 전에 밝혔던 곧 들어온다던 새 멤버의 존재도 조만간 확인해 볼 수 있을까? 노창 : 아마 있겠지, 있을 거 같은데.. 기본적으로 저스트뮤직은 우리 모두가 동의해야 들어온다. 근데 가장 대장인 스윙스형이 멀리 떨어져있고, 연락이 잘 안되다 보니 그게 좀 더뎌지고 있긴 하다. 그리고, 다들 새로운 영역의 활동을 각자가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은 거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바스코형 같은 경우는 ‘Secret Society’라는 클럽을 열었고, 씨잼(C.Jamm)은 정규앨범을 만들고 있다. 기리 역시 피쳐링, 방송활동, 새로운 사람들과의 작업 등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가고 있고, 나는 내 앨범 활동을, 대웅이형은 쇼미더머니 촬영 중에 있다. 이런 식으로 각자의 갈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힙플 : 스윙스가 없는 회사에 적응은 잘 되어가고 있는 상태인가? 노창 : 뭐 요즘은 별탈 없이? 뭐 더 나아졌다고 하면 스윙스형이 없는 게 더 낫다고 들릴 수도 있는데 그 뜻이 아니고 정말 잘 적응해나가고 잘 하고 있다. 힙플 : 이제 다들 앨범이 나올 거라고 했다. 컴필레이션 앨범도 남아 있는데, 진행이 되고 있나? 노창 : 난 컴필 앨범 비트는 다 만들어놨다. 근데, 프로듀서가 바뀔 수도 있다. 왜냐면 원래는 올해 1월부터 내 음악을 할 생각이었는데, 거의 한 4개월이 밀렸다. 4~5개월 사이에 있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 하자면.. 이번에 블랙넛형 싱글 나온 거, 그걸 만들자고 한 게 3일인가 4일전에 갑자기 결정됐다.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급하게 나와야 했고,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내가 아끼는 비트를 갑자기 쓰겠다고 하더라. 갑자기 빡이 돌았다.. (웃음) 이제야 겨우 멤버들 거 다 하고, 내 거(요번 EP)를 시작해서 집중하고 있는 동시에 ‘그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갑자기 진짜 화가 났다. 그러던 중 어느 한 명이 ‘야 그냥 딱 오늘 하루만 얘한테 헌신해 꼭 해야 되고, 며칠 뒤면 나오니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더라 갑자기 목 뒤까지 뜨거워졌다. 개 예민한 빡빡이.. ‘아 진짜 나 노예구나..' (웃음) '나는 개 좆밥이구나 여기서..’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 마디로 나는 이 회사에서 이미지가 굳을 대로 굳혀져 있던 거다. 일단, 일은 빨리 다 해버렸다. 어떻게 보면 화 때문에 조금의 대충도 있었는데 어쨌든, 블랙넛이 사용할 내 곡의 편곡을 마치고, 기리가 만든 다른 한 곡도 세션 다 받아서 두 곡 모두 믹스 마스터를 끝내버렸다. 그리고 그 날은 내거는 하나도 못하고 그냥 집에 와서 술 먹고 누웠지. 근데 저녁 늦게 내가 잠들 즈음에 갑자기 대웅이형한테 카톡오더라. ‘요맨 나 이거 하나 고치고 싶은데 부탁 좀 해도 될까ㅠㅠ...?’ 라고.. 갑자기 눈물이 났다. 몸도 머리속도 힘들었던 때라. 카톡을 장문으로 막 따다다닥 쏴 붙였다. 그리고 계속 보고 있었다. 1없어지나 안 없어지나.. 없어지자마자 답장이 안 오길래 한 30초 기다리다가 전화를 했다. '아ㅁ러ㅏ이;ja!!' 울면서(웃음) '아 나 진짜 이러기 싫다고!! 나 내 꺼 하고 싶다고!!' 막 화내고 한탄했다. 형도 황당했겠지.. (웃음) 나도 형한테 그러면 안됐었는데. 그때 오랜만에 화를 필름이 끊길 정도로 세게 냈다. 필름이 끊겨서 이후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웃음) 힙플 : (웃음)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됐나? 노창 : 이제야 모두가 나를 존중해주더라. (웃음) 역시 화 한번은 내야 돼.. 저스트뮤직 모두가 개새끼가 되는 일화를 말해서.. 사람들이 참 재미있어 할만한 인터뷰가 되겠군. 힙플 : (웃음) 좋은 마무리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다면? 노창 : 하고 싶은 얘기야 많지만, '나한테 어떻게 해달라'라고 하는 건, 대중한테 해도 안 먹히니까 그런 방식의 이야기는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난 또 앨범을 낼 거고, 계속 음악할거고, 정규 앨범 빠른 시일 내에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할거다. '여러 분 늪에 빠지지 마세요. 다들 행복하고 멋진 하루 되시길.' 인터뷰 l 차예준(HIPHOPPLAYA.COM), 고지현 사진 l 저스트뮤직(JUST MUSIC) 천재노창 ㅣ https://twitter.com/MeasureCloth
  20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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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라임어택 | NBA : Never Been Artist  [12]
HIPHOPPLAYA(이하 힙플) : 노이즈맙(Noise Mob) 이후로 커리어 공백이 길었다. 어떻게 지냈나 스탠다트(Standart Music Group)와 결별한 이야기를 포함해서… RHYME-A- (이하 람) : 노이즈맙의 데뷔 음반이 2012년 4월에 나왔으니 벌써 3년이 지났다. [M.O.B] 발표 후 노이즈맙으로서 공연 및 행사로 많은 활동을 해왔고, 중간에 나의 싱글 프로젝트인 [Project R]도 발표했었다. 불한당으로서의 작품 활동도 해왔다. 라임어택 개인으로서의 정규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을 뿐, 꾸준히 뭔가를 해오긴 해왔던 거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커리어 공백이라면 공백이 시작된 것 같다. 스탠다트 뮤직그룹에서의 문제로 인해 그 공백이 시작됐다고 봐야할 것 같고, 그 이후에 실질적으로 내가 [NBA]를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NBA] 이외의 외부 작업을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길어졌다. [NBA]를 시작하기 전, 그리고 [NBA]를 작업하면서 너무나 힘들었고 또 힘들었다. 생각이 많았고, 우울증과 편두통이 나를 괴롭혔다. 사람들과 연락을 잘 하지 않던 시기도 있었고… 사실 그런 힘들었던 시간들이 [NBA]를 만들도록 나에게 강요하는 것만 같았다. ‘넌 아티스트로서 타고났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겪는 거야’라고 속삭였고, 실제로 나는 내가 아티스트로서 타고난 줄 알았기 때문에 [NBA]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힙플 : 그 사이에 얼마 전, 프레쉬에비뉴(Fresh Avenue)의 소울컴퍼니(Soul Company) 추억파괴 디스가 있었다. 어떻게 지켜봤나? 람 : 슬펐다. 그리고, 해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 당시로 시간을 돌려보면 나도 해체를 간절히막고 싶었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전까지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그때 2년 정도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회사 생활과 [Hommage] 음반 준비로 너무 바빴거든. 그래서 동생들이나 동료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고, 소울컴퍼니에 대해서는 그저 즐거운 면만 봐왔던 것 같다. 힙플 : 딱히 정치적으로 엮인 건 아니었겠군. 람 : 나는 그런 걸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어쨌든, 그런 이야기가 나왔고 그 상황에서 ‘우리 그래도 계속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하고 싶었고 말리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당시에 별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그건 내가 그 상황을 인지했을 때, 이미 동료들이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 지가 헤아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예감했기 때문에 굳이 나서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소울컴퍼니가 없어지고, 각자 자신의 노선대로 음악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곡(‘Soul Mood Faker’)이 발표됐고, 그 곡을 들었을 때… 그런 건 있었다. 내 기억으로 ‘누군가는 했어야만 하는 이야기’라는 식의 코멘트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사실은 거기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했어야만 한다…?’ 그거는 잘 모르겠더라. ‘할 수도 있지’만 ‘꼭 했어야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던 거겠지. 특히나, 키비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예상되기도 했고… 힙플 : 이번 앨범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나? 람 : 처음으로 구상한 건 2013년 이맘때 인 것 같다.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한기 시작한 것이 작년 4~5월 정도, 거의 1년 간 작업해온 셈이지 힙플 : 앨범의 아트워크부터 트랙리스트만 보더라도 의미심장한 앨범이다. 먼저, 아트워크의 컨셉이 궁금하다. 람 : 음... 후에 설명하겠지만, 사실 아트워크는 음반을 진행하면서 그 콘셉트가 크게 바뀌었다. 결국 그렇게 바뀌어서 완성된 현재의 아트워크는 ‘평범한 아기’이다. 그 어떤 특별함이나 비범함도 찾아볼 수 없는 아기. 그리고 이 아기는 ‘나(라임어택)’ 자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힙플 : 비기, 나스, 드레이크 등 아이코닉한 아트워크들이 이 앨범에도 어떤 영향을 미쳤나? 람 : 비기의 그것들을 많이 차용했다. 아기가 등장하는 아트워크라든지, ‘Born Again’, ‘Ready to Die’와 같은 곡들의 제목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번 음반을 통해 한 아티스트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조명한다. 안타깝게도 그 아티스트는 나 자신이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기의 음반들에는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적절한 소스들이 많았다. 자연스레 떠올릴 수 밖에 없었지. 힙플 : 이번 앨범, 명확한 흐름 안에서 감정들이 다양하다. 앨범을 만들면서의 정서랄까? 람 : 음반 안에는 ‘#OAO’나 ‘Background Music’ 같은 다소 밝은 분위기의 곡들도 더러 있지만, 음반을 작업하면서의 주된 감정은 외로움과 우울함이었다. 실제로 힘들고 우울한 상태에서 음반 작업을 시작했고, 우울한 상태에서 마무리되었다. 특히나 마스터링을 앞두고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듣는데, ‘내 음반이 이렇게 우울했었나’ 싶을 정도였다. 힙플 : ‘Born Again’에서 ‘NBA’로 이어지는 구간은 비장미가 살아있다. 비범한 천재의 탄생비화를 본 것만 같은… 람 : 탄생 비화까지야… 뭐 그렇게 느꼈다면 고맙다. 실제로 초반부의 곡들을 작업할 때만 해도, 난 내가 아티스트로서 타고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힙플 : ‘Born Again’의 가사는 특히나 은유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은데, 공백기를 청산하는 과정으로 읽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한다. 람 : ‘Born Again’은 크게 두 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바로 탄생과 재탄생인데, 여기서 말하는 탄생은 실제로 나의 출생을 의미하고, 재탄생은 질문에서 나온 것처럼 [NBA]를 준비하며 생겼던 공백기를 깨고 새로운 작품을 들고서 씬으로 다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공백기, 혹은 출생 전의 내 모습과 생각을 동면 중인 나, 태아 상태의 나로 각각 비유한 것이다. 가사 안에 등장하는 겨울이라는 특정 시점이나 겨울잠 등이 일종의 공백기, 휴면기를 의미하는가 하면, 양수에 둘러싸여있는 태아라든가,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아래쪽으로 향하게 되는 내용 등을 통해 탄생이 가까워가는 나를 그려냈다. 아주 작은 점에 불과했던 내가 ‘나는 무엇을 위해 생겨났는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본능적으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알아차린 뒤, 결국 어머니의 뱃속을 빠져 나와 환한 빛에 휩싸이게 된다. 비로소 태어난 것이다. 가사의 말미에 나오는 ‘눈부신 빛’은 그 동안 나를 기다렸던 팬들의 화답이자, 분만실의 조명인 것이다. 힙플 : 타이틀곡을 NBA로 선정한 의도가 있을 것 같다. 람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음반 작업의 초기에 결정했던 내용이고, 그래서 음반의 제목과도 동일하게 작업했었다. 물론 그 당시엔 ‘Headache’부터 ‘Realize / Epilogue’로 이르는 후반부의 곡들이 지금처럼 바뀌어버리기 전이었고, [NBA]가 이런 음반이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했었지. 힙플 : 앨범의 흐름이 진행될수록 타이틀곡 ‘NBA’를 비롯한 전반부 곡들에 설득력이 생긴다. 앨범의 흐름을 짜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람 :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음반을 작업한다는 것은, 하나의 곡을 작업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그리고 그건 내가 발표했던 첫 음반인 [Story At Night]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나는 음반이 가지는 이야기와 흐름, 그리고 음반을 구성하는 각 곡들이 가지는 이야기와 가사에 큰 공을 들인다. 음반의 흐름이 진행될수록 전반부 곡들에 설득력이 생긴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실은 처음 의도대로 음반 작업이 진행됐다면 지금과 같은 감상은 절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후반부 트랙들에서 하려는 이야기가 처음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내가 다르게 그리고자 해서 바꾼 게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달라진 것이다. 이 또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기구한 것 같다. 힙플 : 스타일이 바뀌었다. 먹통 붐뱁을 벗어난 건, 이미 ‘혼자라고 느낄 때’ 부터 계속 시도했지만, 이번 앨범은 좀 다른 차원인 것 같다. 스타일 변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람 :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하다. 나는 [NBA]를 통해서 다른 것을 했다. 내가 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하고 싶었던 것. 나의 데뷔 때부터 노이즈맙을 거쳐 불한당까지의 행보를 봐온 사람들이라면 의아할 것이다. 1집 음반 [Hommage]를 발표하고 나서 한 인터뷰에서도 이야기를 했던 것 같 같은, 2009년으로 돌아가보면 나는 [NBA]를 작업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압박을 내게 스스로 심었고, 그에 따라 음반을 만들었었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그 압박이란 건, ‘오직 나만이 이런 것을 할 수 있고, 또 나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해야만 한다. 였다. 그게 바로 붐뱁이었고, 나는 그대로 [Hommage]를 만들었다. 붐뱁이란 건 나한테는 언제까지나 ‘(나의)처음’ 또는 ‘힙합’으로 기억될 만한 것이다. 단순한 장르나 바이브를 넘어선 어떤 것이라는 거다. 그런 생각과 일종의 사명감으로 [Hommage]를 발표했고, 우습게도 그 이후에 처음으로 발표한 나의 작품은 [혼자라고 느낄 때]였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생각컨데 나는 완전한 90년대의 아이였다. 그게 힙합으로서의 의미이든, 그냥 임형래라는 한 사람으로서의 의미이든지 말이다. Real 90’s kid, 아직도 어린시절이었던 90년대를 돌이켜보면 무척이나 행복한 기억들이 많다. 그리고 나는 나의 청소년기를, 대한민국에서, 90년대를 살았던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고 일종의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즐겨 들었던 음악들, 그것이 힙합이었든 가요였든지, 혹은 내가 즐겨 했던 놀이들, 함께 했던 친구들, 인천이라는 도시와 그 당시 나를 둘러싼 그 모든 문화들.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Hommage]를 발표한 뒤에 나는 한껏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다. ‘마침내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나는 내가 강박적으로 가져왔던 붐뱁에 대한 애정에서 조금 벗어나, 내가 재미있게 생각해왔던, 혹은 해보고 싶었던 작업을 하고 싶었다. [혼자라고 느낄 때]는 그 첫 번째 산물이었던 것이다. 앞서 내가 90년대 아이라고 했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 가요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정말 엄청난 성장을 거두었었다. 나도 여느 아이들처럼 에이치오티와 젝스키스를 비교했었고, 핑클과 에스이에스를 저울질했으며, 솔리드와 김건모에 열광했고 룰라나 유승준의 춤을 따라 추곤 했었다. 특히나 나는 랩에 지금과 같은 애정을 가지기 전인 그 당시에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즐겼는데(지금까지도 그렇지만), 그러한 나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혼자라고 느낄 때]를 만들어냈다. 2012년에 나온 나의 다른 작품들인 [질투 나잖아]나 [웃어봐]와 같은 것들 것 마찬가지다. 가장 크게 생각했던 건 ‘신나는 노래를 만들고 직접 부르고 싶다’였다. 어렸을 때 나는 특히나 솔리드의 광신도였는데, [질투 나잖아]를 처음에 만들 때 솔리드의 ‘천생연분’ 같은 곡들을 만들고 싶었었다. 이번 음반 [NBA]를 보면, 대체적으로 미니멀한 사운드의 곡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위에 랩을 얹어냈다. 기본적으로는, 랩이나 음악적으로 드레이크(Drake)를 닮고 싶어했었다. 왜냐하면 붐뱀에서 벗어난 내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 그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So Far Gone], [Take Care], [Thank Me Later]를 제일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지도 즐겨 듣고 있는 음반들이다(아마도 나스의 일매릭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은). 드레이크가 보여줬던 노래와 랩, 그리고 장르는 아우르는 음악적인 역량에 반했고, 멜로디를 만들고 그걸 직접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런 걸 만들고 싶었다. 물론 사람들이 라임어택이라는 아티스트에게 무엇을 바라는 지,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좋아하는지를 알고는 있지만, 나는 항상 내가 좋아하고, 내가 나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것을 해왔고, 앞으로도 하고 싶다. 힙플 : 랫칫이나 트랩처럼 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스에 얹은 가사 치고는 가사들이 무거운 편이다. 처음엔 몰랐지만, 들을수록 오묘한데.. 혹시 의도된 바가 있나? 람 : 의도라기보다는 일단 음반 자체가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저 주제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서 가사를 썼을 뿐이다. 일례로 ‘#OAO’나 ‘Background Music’은 무거운 가사가 아니지 않나. 힙플 : 한편으로는 프로듀싱이 조악하다는 평 역시 많다. 앨범 전체가 셀프 프로듀싱이어야만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람 : 첫 번째로 ‘이건 완벽한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걸 내가 만들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음반을 구상하던 당시에 나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인데, 이 생각이 너무 커져서 ‘곡을 받아서 한다’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로,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만든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어찌 보면 고집인 셈인데, 내가 프로듀싱을 한다는 건 곧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만들고 마감한다’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의도를 표현함에 있어서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 가장 나을 거라는 판단도 있었다. 세 번째로, ‘이 또한 나다, 솔직한 나’라는 생각이 있었다. 음반 작업을 진행하면서, 주위의 몇몇 동료 아티스트들에게 내가 쓴 곡들을 들려준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아쉽다’라는 말들이었다. 사실 처음에 내가 모든 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자신감이 있었다. 어이없게도, 뭔가 막연하게, 그냥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야말로 ‘근자감’이었다. 동료 아티스트들의 평가는 정확했고, 나는 점차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나 점차 반대로 ‘이게 지금 내가 가진 역량의 전부다. 높든지 높지 않든지, 이 또한 그대로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이 음반은 내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는 음반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생각이 옳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주변의 멋진 프로듀서들과 세션들의 참여를 배제하고서, 내가 마무리해낸 것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나는 내가 써낸 곡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좋아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의도를 명확하게, 아쉬움 없이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이건 내 성격 상의 문제이기도 한데, 만약 [NBA]의 곡들을 전세계 유수의 프로듀서들로부터 받았다고 하더라도, 나에겐 아쉬움이나 마음 속 한 구석에 찜찜함이 남았을 것이다. 힙플 : 프로듀싱을 둘러싼 혹평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람 : 나도 사람인지라 그런 혹평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어떤 날엔가는 ‘아니, 그렇게 못 들어줄 정도야?’라는 생각까지도 했으니까. 하지만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음악이기에, 음악적으로 평가 받는 것이니까. ‘자, 여러분! 전곡 제가 모두 만들었으니까 퀄리티 여하를 막론하고 해냈다는 것 그 자체에 박수 쳐주세요!’하지는 않는다. 힙플 : 반면, 말했듯이 간결한 프로덕션덕분에 랩이나 가사의 서사에 몰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람 : 그렇게 바라봐 준다면 고맙다. 실제로 몇몇 곡은 ‘랩을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곡’이라는 생각으로 작업하기도 했다. 힙플 :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앨범들을 소포모어 없이 이미 몇 개나 만들어낸 랩퍼다. 유독, 이 앨범에서 소포모어를 의식한 이유가 있나? 람 : 아무래도 첫 번째 싱글컷인 [Sophomore]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에 대한 생각은 곡 후반부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맨 처음 [Sophomore]라는 주제에 대해 떠올렸을 때에는 나 스스로 크게 그에 동요되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그 단어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전체 프로듀싱을 내가 맡아서 했다는 것도 그러한 위기를 느끼게 하는 데에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거듭 말하는 것 같지만, 음반 작업 초반에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진짜 타고난 아티스트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소포모어’라는 것에 대해 필연적으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NBA]는 나의 솔로로서 ‘두 번째’ 작품이 아닌가. 힙플 : ‘Autonomic Reflex’에서 랩은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번 앨범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들었다. 람 : 음반 작업을 진행하면서 맞딱뜨리게 된 몇 가지 어려움들이 처음과는 전혀 다른 의도로 [NBA]를 바꾸어놓았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모든 게 어렵다’고 느끼게 된 것이었다. 물론 ‘Autonomic Reflex’를 작업할 그 때만 하더라도, 그 ‘어려움’이 표면적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곡을 만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가사를 쓰는 것이나 녹음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몇 번이나 녹음에 실패해서 아무 소득도 없이 집에 돌아가거나, 며칠 동안 단 한 줄의 가사도 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시간들이 많았다. 내가 타고났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스스로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결국 음반의 후반부를 작업하는 내내 내 스스로 나에게 ‘야, 너는 네가 아티스트로서 타고났다고 생각해서는 이 음반을 시작했으면서, 이게 뭐냐? 뭐든 뚝딱 해버려야 하는 거 아냐? 사실은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거 아냐? 타고난 재능이든 뭐든 좆도 없으면서 단지 오래 해왔다는 이유만으로’라고 끊임없이 묻게 되었고, 그 결과 후반부 곡들의 내용이 바뀌거나 추가된 것이다. **본 음반 [NBA]는 후반 몇 개의 일정을 제외하고는, 1번 트랙부터 14번 트랙까지 거의 트랙 순서대로 작업되었다고 한다. 힙플 : ‘Real Recognize Real’은 스피킹 트럼펫과 함께했다. 이 곡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람 : 2012년에 노이즈맙의 데뷔음반 [M.O.B]를 발표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절친한 동료 아티스트인 수다쟁이(Suda)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의 팀인 겟백커스(Get Backers)의 음반이 발표되었고. 평소에 워낙 친했고 서로의 음악을 존중하던 차에 뭔가 함께 일을 벌이면 좋을 것 같았고, 결국 네 명이 의기투합해서 ‘Real Recognize Real’라는 이름으로 대구와 부산, 서울에서 음반 발매 기념 합동 콘서트를 진행했었다. 그 당시에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에너지나, 우리가 모두 모였을 때의 시너지라는 것이 실로 너무도 대단한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때부터 이 멤버들로 ‘Real Recognize Real’이라는 곡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NBA]를 구상하기도 전에 말이다. 엄연히 따지자면 이건 스피킹 트럼펫이라기 보다는 소위 ‘Real Recognize Real’ 멤버들끼리의 컬래버레이션이다. 힙플 : 작년 ‘난장이’에서의 벌스나 ‘Real Recognize Real’, ‘Autonomic Reflex’의 가사를 들여다보면,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힙합 씬과는 은연 중에 선을 긋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실제로 새로운 랩퍼들과의 호흡이 없는 것도 의혹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람 : 음… 이 질문은 새로운 래퍼들과의 교류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간단하게 말하면, 나는 정말 필요한 때에, 필요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을 뿐이다. 어떤 한 아티스트의 인지도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교류하는 데 있어서의 메리트로 작용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또한 [NBA]의 경우 단순한 음반이 아닌 나 자신이고, 따라서 나를 이해할 수 있고, 또 내가 믿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아티스트들과만 함께 하고 싶었다. 힙플 : 그럼에도 이 앨범에 참여한 생소한 루키, 어뮤즈 더 래빗(Amuse the Rabbit)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람 : 어뮤즈 더 래빗은 [NBA]를 통해서 처음 자신의 랩을 선보이는 여성 아티스트이다. 이 친구는 내가 실용 음악 학원에서 랩 관련 수업을 하던 시절에 학생으로 처음 만났다. 사실 상 내가 멘토인 셈이다. 긴 시간 착실히, 또 열심히 연습해왔고, 고맙게도 내 가르침대로 잘 따라와주었기 때문에 나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참여한 곡의 제목대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다른 것보다 나는 이 친구가 생각해내는 주제와, 그 주제를 가사로 풀어내는 능력에 주목해왔는데, 아무래도 조금 뻔한 주제일 수도 있는 참여곡 ‘Potential’ 보다는 온전히 자기 이야기를 들려줄 곡들에서 그 능력을 더욱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등단을 시킨 만큼 이후 활동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사실 어뮤즈 더 래빗이라는 이름도 만든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NBA]의 참여와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서는 어쨌든 이름이 필요했으니까. 힙플 : 이번 앨범의 테마가 ‘아티스트로 태어났기에 가능한, 아티스트로 태어났기에 겪어야만 하는 것들’이라고. ‘#OAO’나 ‘Background Music’는 어떤 의미였나? 람 : 두 곡 모두 ‘타고난 아티스트로서의 사랑’에서부터 출발한 곡들이다. ‘#OAO’는 내 실제 이야기이기도 한데, ‘아티스트로서 타고났다면 조금 진부할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도 한 번 쯤은 음악을 통해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Background Music’을 통해서는 ‘난 아티스트로서 타고났기 때문에 사랑을 나누는 그 순간 조차도 음악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힙플 : 멜로디에 집중했다는 점 때문일까, 어떤 부분에선 드레이크가 연상되기도 했다. 람 : 글쎄… 사실 앞서 말한 두 곡에서 드레이크를 찾는 다는 건… 아! 당연히 찾을 수 있다. ‘Background Music’에서 의도적으로 드레이크의 가사를 인용한 부분이 있다. ‘Best I Ever Had’와 ‘Make Me Proud’에 나오는 가사들을 엮어서 쓴 부분이 있는데 일부러 목소리와 멜로디도 비슷하게 만들어서 표현했다. 하지만 그 외에 멜로디에 집중한 어떠한 부분이 드레이크를 연상시켰는지는 의문이다. ‘#OAO’같은 곡에서 드레이크를 찾는 건 어불성설일 것이고, ‘Background Music’의 경우도 프리훅과 훅 전체가 노래이긴 하지만, 위에서 말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창법이나 멜로디 라인 그 어떤 것도 드레이크를 연상시킬 수 있을만한 부분은 없다. 왜냐하면 난 이 두 곡을 힙합으로 생각하고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Background Music’의 경우는 더더욱 그런데, 난 알앤비 트랙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Background Music’을 만들었다. 오히려 내가 드레이크를 생각하며 만든 트랙들은 ‘Sophomore’, ‘Real Recognize Real’, 그리고 ‘Headache’였다. 힙플 : ‘Realize’와 ‘20130802’의 에피소드는 이번 앨범의 중요한 발단이다. 그때를 회상하면 어떤 기분인가? 람 : 이 음반 [NBA]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창피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날을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아직도 울컥하고 눈물이 난다. 나스는 나의 아이돌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 그런 그를 만난 것이다(본 것이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나스의 공연 전, 나는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그를 보기 위해 이미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새치기하듯 뚫고 앞 자리로 나아갔었고, 그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랩을 하기 시작했을 땐 정말 미친 놈처럼 소리를 질렀었다. 모든 모습을 두 눈에다 직접 담고 싶어서 핸드폰을 꺼낼 생각도 하지 못했었고, 정말 목이 터져라 모든 노래를 따라 불렀었다. 중간에 아주 잠시 눈을 감아봤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헛갈렸다. 다시 눈을 뜨면 나스가 내 앞에서 랩을 하고 있었다.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고, 단언컨대, 33년을 살던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는 쉽사리 무대 앞을 뜰 수가 없었다. 또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쉽고 너무 아쉽고 또 너무 아쉬웠다. 차라리 아예 안 봤으면 모르겠는데, 보고 나니 정말 너무나도 다시 보고 싶더라. 여담으로, ‘20130802’와 ‘Realize / Epilogue’에 삽입된 당시의 현장음은 메익센스(Makesense)에 의해 촬영된 동영상으로 가능할 수 있었고, 두 트랙에서 내 목소리와 이센스(E Sens)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20130802’에서 나스의 멘트에 가장 큰 목소리로 “이예에에에~”라고 외치는 게 이센스고, ‘Realize / Epilogue’의 벌스1이 끝난 후 브레이크 부분에서 나스의 드럼 연주 중 중간에 “하하하”하고 웃는 게 나다. 나스가 의외로 드럼을 잘 쳐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힙플 : ‘Focus on Me’에서 묘사한, 무대에서 내려올 때의 심정은 어떤가? 람 : 음…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를 기다려왔을지, 혹은 내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를 기다려왔을지 모르는 수많은 팬들을 뒤로 하고 난 무대에서 내려온다. 내가 채웠던 무대는 내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가 채울 것이고, 내가 받았던 조명과 환호는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가 받게 될 것이다. 내가 무대에서 내려온 순간, 난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가 없고,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 그리고 나를 대체하거나, 나보다 더 큰 환호를 받을 그 ‘누군가’들은 무수히 많다. 밤이 늦을 때 즈음 해서 공연장에서 나오면, 나는 집에 갈 걱정을 해야만 한다. 행여나 버스가 끊기지 않기를 바라야 하고, 그나마 버스가 남아있다면 앉아서 가야 할 생각에 집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버스를 타러 가야만 한다. 그렇게 더 멀리 가서는 결국에 버스를 타고, 남아있는 자리에 아무렇게나 엉덩이를 뉘이면 그때가 되어서야 내가 섰던 무대가 생각난다. 공연장을 찾은 수많은 팬들, 내가 저질렀던 실수, 맞고 있기엔 뜨거웠던 조명이나 몇 번이고 훔쳐냈던 땀. 그리고 속으로 ‘ㅋㅋㅋ’ 한 번 하고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지워진다. 나는 언젠가부터 ‘내가 만약 무대에 섰을 때, 그 모습이 스스로 멋지게 느껴지지 않거나, 관객들에게 멋지게 보이지 않는다면, 이걸 그만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대받지 않은 식사에 억지로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그게 무엇이든, 음악이 아닌 다른 것을 더 열심히 하고 있을 것 같다. 힙플 : ‘NBA’라는 정체성이 ‘Ready To Die’에서 결국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람 : 맞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나 자신과 내 주변 사람들, 또 팬들을 속이긴 싫었다. 힙플 : 실제로 ‘Headache’에서부터 이어지는 구간은 나스와의 만남 이후의 정서들인 것 같다. ‘Headache’부터 ‘Ready to Die’로 이어지는 구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람 : 음… 정확히는 나스와의 만남이 처음부터(음반 작업을 시작했던) ‘Headache’로부터 시작되는 후반부 트랙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방향을 바꾸어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NBA]를 구상하고 시작하는 데에 있어서 그 어떤 계기가 된 것이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날(나스와 만난 날) 이후의 나는 굉장히 복잡한 심정이었다. 다양한 감정들이 혼재해있었는데, 가장 큰 것은 일종의 자괴감이었다. 작업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일체의 공연활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끝도 없이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던 와중 문득 든 생각은 ‘아 나 또한 타고난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나 고민을 하는 것이다’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음반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약 1년 여간 작업을 진행했다. 트랙의 순서대로. 그런데 음반 작업을 진행하며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혔고, 그 속에서 남아있던 후반부 트랙들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남아있던 곡들의 주제와 내용을 바꾸거나 추가하였다. 내가 타고난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뒤였기에,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Headache’로부터 시작되는 후반부 트랙들은, 원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했었다. 10. Headache - 타고난 아티스트가 가진 아킬레스 11. Focus on Me - 타고난 아티스트의 무대 증후군 12. Ready to Die - 마지막 순간에 다시금 돌아본 타고난 아티스트로서의 인생 결국 최종적으로는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기본 틀로써 자리한 채, ‘내가 타고난 아티스트가 아닐 수도 있다 혹은 아니다’를 암시하는 핵심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감상에 있어서 집중해야 하는 포인트가 바뀐 것이지. 힙플 : 스스로 타고난 아티스트가 아니라는걸 의식하고 받아들인 건, 정확히 언제부터였나? ‘NBA’라는 타이틀을 ‘Natural Born Artist’의 의미로 올해 초부터 사용했고, ‘Headache’의 마지막 구절에서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 걸 생각하면, 나스와의 만남만이 이유가 된 건 아닌 것 같은데 ‘천장이 자꾸만 내려와 말도 안 돼, 난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조금 나쁜 것뿐 속삭이네, "넌 아니니까 이제 내려놔" 헛소리 마, 난 여느 때처럼 머리가 조금 아픈 것뿐’ - Headache 람 :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후반부 트랙들에 대한 작업을 남겨놓은 상태에서였다. 그리고 그 시점 즈음 해서, 내 안에서는 이미 음반의 제목인 [NBA]가 의미하는 바 또한 ‘Natural Born Artist’에서 ‘Never Been Artist’로 바뀌어 있었다. 힙플 : 만약 앨범의 방향이 바뀌지 않았다면, 이 앨범은 어떻게 마무리 될 예정이었나? 람 : 음반의 방향이 바뀌기 전에는 현재의 ‘20130802’라는 인터루드는 없었고, 그게 [NBA]의 마지막 곡의 제목이었다. 당연히 ‘Realize / Epilogue’라는 트랙은 아예 없었지. 원래의 마지막 곡인 ‘20130802’라는 제목의 트랙에는 단순히 나스를 본 날에 대한 감상을 쓸 생각이었다. 쉽게 말하면 본래 트랙 리스트는 ‘Ready to Die’ 다음에 ‘20130802’(인터루드가 아닌 완곡)로 끝이었다. 그런데 방향이 바뀌면서, ‘20130802’는 인터루드로 바뀌었고, 본래 쓰려던 내용을 ‘Realize / Epilogue’에 담아낸 것이다. 물론 내용을 바꾸고 추가해서 말이다. 힙플 : ‘Realize / Epilogue’는 단연 이 앨범의 백미다. ‘Epilogue’가 진정한 마지막 곡이겠지. 씁쓸한 마무리다. 람 : 역시 창피한 이야기지만, 이 트랙 때문에 많이 울었다. 나스라는 아티스트가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그날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었는지, 그 후로 내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그 안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쉽게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참고로 나는 되게 이성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서, 인간이 어떠한 결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거대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저건 다 꾸며내거나 연기하는 거지, 이해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 2013년 8월 2일은 정말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힙플 : 이 구절은 확실히 은퇴의 메시지로 읽힐 수도 있다. 실제로 분위기가 라임어택 은퇴설이 돌고 있는 와중이니. 어떻게 생각하나. ‘‘최고가 되어야만 하는 래퍼들의 숙명 나도 한땐 그 한가운데에 있었지, 분명 이제 난 빠질게 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이상 나를 속일 순 없어, 너무 숨 막히네’ – Realize / Epilogue 람 : [NBA]가 발표된 지 한 달여가 지나가고 있구나. 기분 상, 굉장히 오래 전에 발표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 동안 수시로 생각들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지만, 아직은 해보고 싶은 것들이 남아있다. 힙플 : 호불호가 갈린 앨범이다. 피드백을 살펴보니, 진정성 자체로 인정받거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반응, 각양각색이더라. 람 : 좋게 들은 사람에겐 좋은 작품일 거고, 좋지 않게 들은 사람에겐 좋지 않은 작품이겠지. 어느 것 하나 이해시키거나 강요하기 싫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NBA]는 나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클래식이다. 힙플 : 라임어택을 모르는 이들에겐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앨범일 것도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지 않나. 람 : 나는 항상 내가 나로부터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든다. 나를 알건, 나를 모르건, 들어줄 사람들을 고려하면서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왜 내가 음악을 만들 때 그런 걸 신경 써야 하나? 힙플 : 이번 앨범으로 어떤 감정들은 완전히 해소되었을 것 같은데, 아직 남아 있는 게 있나? 람 : 매번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느끼는 ‘왜 조금 더 잘 하지 못했나’라는 아쉬움을 빼면 없다. 아마도 이러한 아쉬움은 죽을 때까지 채워지지 않지 않을까? 남은 게 있다면, 어쨌든 계속 해나가게 될 새로운 도전과 창작일 것이다. 힙플 : 이후의 작품들은 어떤 이야기들이 될지 굉장히 궁금하다. 람 : 음… 여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힙플 : 긴 인터뷰 미안하고 고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람 : 이 자리를 빌어 [NBA]를 위해 고생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우선 거의 함께 [NBA]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팩토리 보이(FACTORY BOi)의 페임제이(FAME-J), 손수 멋진 아트워크를 그려준 상아, [Sophomore], [Background Music] 싱글컷의 아트워크와 함께 [NBA]의 아트워크까지 제작, 마감해준 진왕이(Jinwang), 전작들을 포함해서, 마스터링에 신경 써주신 소닉 코리아(Sonic Korea)의 전훈 부장님(Big Boom), 함께 멋진 트랙들 완성해준 수다쟁이(Suda),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마이노스(Minos), 샛별이(Satbyeol), 어뮤즈 더 래빗(Amuse the Rabbit), 마지막으로 내 음악을 들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또 고맙다. 인터뷰 l 차예준(HIPHOPPLAYA.COM) 사진 l EtchForte for kick&snap(www.kicknsnap.com) 라임어택 SNS http://facebook.com/rhymea http://twitter.com/aka_rhymea http://instagram.com/aka_rhymea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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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얀키ㅣ'내가 할 수 있는 걸 했고, 좋아하는 걸 했다'  [2]
HIPHOPPLAYA (이하 힙플) : 이번 앨범 얼마나 오래 준비했나? Yankie (이하 얀키) : 1년 조금 넘게 준비한 것 같다. 1년 6개월 정도? 힙플 : 이번 앨범, 회고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다분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것 같다. 이제까지의 작품과 좀 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은데 얀 : 이전에 팀으로 활동을 했었지만, 솔로로도 이번 앨범은 2집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을 발표하고, ‘뭔가를 해냈다’하는 감흥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고, 좋아하는 걸 했다. 힙플 : 작정하고 만든 앨범은 아니었다는 말 같다. (웃음) 얀 : 작업할 때는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앨범 작업이 끝나고 처음부터 계속 듣다 보니.. 뭐랄까, 자랑스럽다기보다는 후회가 남지 않더라. 쏟아낼 걸 쏟아낸 것 같다. 힙플 : ‘Sold Out’ 뮤직비디오는 잘 봤다. 때깔 정말 좋더라 (웃음) 얀 : 뮤직비디오는 이기백 감독이 찍었고, 자이언티(Zion.T), 블로형(Tablo), 로꼬(Loco) 그리고 까메오로 강혜정 형수와 박재범(Jay Park),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그리고 우팸의 모니카와 제이블랙이라는 댄서분들이 오셨다. 일단, 재료 자체가 엄청 좋았지. (웃음) 뮤직비디오 감독을 만나서 회의를 할 때,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는 뮤비였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색도 좋고, 중간 중간 들어가는 올드스쿨 효과들도 나쁘지 않았다. 힙플 : 이전의 얀키의 스타일로 비춰보면, 가사들이 상당히 추상적이었는데, 이번 앨범의 가사들은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속내를 많이 들어낸 것 같다. 어떤 변화를 겪었나? 얀 : 변화라기 보다는 계속 얘기하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1집같은 경우는 음악을 관두려던 시기에 나스(Nas)의 [The Lost Tape]처럼 이전에 실지 못했던 곡들을 모아서 만든 앨범이었다. 앨범 제목도 [Lost In Memories] 였다. 어떻게 보면, 그 앨범은 당시에 힘들었던 과정을 본능적으로 가사로 썼던 앨범이었는데, 그래서 항상 술에 취해있었고 생각하던 것들이 뒤죽박죽 정리가 안되어있었다. 근데, 이번 앨범의 경우는 ‘아, 그때는 그랬었지’ 까지는 아니지만, 돌아보는 마음으로 여태까지 있었던 일이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올바른 정신에서 작업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운드적인 면이나, 내가 좋아하고, 하고자 했던 메시지들이 뚜렷하게 정리가 되었고, 거기에 요즘 것들이라고 하는 바이브를 많이 입혀서 낸 앨범이다. 힙플 :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영감 받은 음악들은 어떤 음악들이었나 얀 :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안에서 뼈대를 채웠다. 당연히 음악 자체는 계속 들어왔는데, 요새에는 옛날 것만이 아니라 에이셉 라키(A$AP Rocky) 라던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제이콜(J.Cole), 드레이크(Drake) 등 좋은 음악들은 안 들을 수가 없이 모두 들었다. 그리고, 그런 랩퍼들이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내 음악도 어떤 식으로 풀어야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지. 힙플 : 이번 앨범의 아트워크부터 시선이 끌리더라. 각 곡의 테마를 담아낸 것 같은데, 간략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 얀 : 말했듯이 [Lost In Memories]가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본능에 의해 움직였던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은 아트워크부터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확실했다. 예를 들어 앨범 수록곡 중 80프로는 어떤 얘기여야만 하고, 나머지는 어떤 바이브여야 할지 설계가 되었었던 거지. 그리고, 그런 것들이 확신이 선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니, 앨범 자켓 자체도 이런 식의 콜라주 느낌이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그래서 그것들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함께하게 됐다. 힙플 : 아트워크 작가가? 얀 : 수퍼프릭 레코즈(Super Freak Records)의 레어벌스(Rarebirth)라는 작가다. 힙플 : 아, 레어벌스의 아트워크들 개인적으로도 좋아한다. 얀 : 이번에 한 아트워크는 사실, 그 분이 기존에 하는 작업물과는 공통점도 있지만, 약간 틀렸다. 그렇지만, ‘오브젝트를 어떻게 녹여줬으면 좋겠다’라고 했을 때, 소통이 잘 됐고, 나 역시도 결과물이 딱 나왔을 때 첫 느낌 자체가 너무 좋았다. 힙플 :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1번 트랙 ‘Andre’ 같은 경우는 얀키의 세례명으로 알고있다. 얀 : 앨범 자체가 내 이야기였고, 1번 트랙의 가사 같은 경우는 내가 음악을 하건, 뭘 하건 평소에 내가 듣고 싶었던 얘기들을 가사로 썼다. 그리고 ‘Andre’라는 단어는 내 세례명이기도 하지만, ‘And, Re’로 띄어 쓰면 ‘그리고, 다시’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힙플 : 그런 면에서, 이전에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한 'Sunshine'의 가사에서도 그랬지만, 이어지는 '24'와 'Me'같은 곡은 앨범의 중요한 감정선인 것 같다. CEO 얀키와 뮤지션 얀키 사이에서 조율을 모색하는 모습이랄까 얀 : 사실 CEO라는 말은 일을 배우는 단계에서 아직 익숙하지는 않은데 어쨌든, ‘Sunshine’이라는 곡 말고도 [Lost In Memories]의 마지막 트랙 ‘Runaway’라는 곡이 있다. 이 두 트랙은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과 이어질 수도 있는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 이전의 내 생각들인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앨범과 연장이 굉장히 잘 된 것 같다. 힙플 : '24'의 구절이다. 랩퍼들이 투잡허슬은 진정성 없다고 생각하는 어떤 인식에 관한 건가? '뮤지션이 기피하는 투잡 I’m havin fun 내 자신을 위한 투자 오늘도 늦은 밤 workin hard 미안 도끼 I gotta do 이건 패밀리 비즈니스 내 가족 난 지켜야 해 can’t touch this' – 24 얀 :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꼭 힙합씬이 아니더라도 투잡은 어느 예술이든, 어떤 직종이든 사람들이 그것 자체에 굉장히 힘들어하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주위에 굳이 음악을 하지 않는 내 친구들을 봐도 그렇다. 그 구절은 투잡을 부정적으로 한탄하기보다는 그것 자체를 즐기고, 또 하고 싶은 거를 찾는다면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얘기 하고 싶었다. 도끼를 언급한 건, 단순히 도끼 가사에 투잡에 관한 가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도끼의 마인드도 존중하고 좋아하는 동생이기에 가끔 보기도 하는데, 도끼한테도 이런 가사가 들어간다고 이야기 했고, 우리는 이런걸 그냥 즐겁게 공유한다. 단지, 모두가 추구하는 게 다를 뿐이지. 이 가사는 단순히 ‘내 경우엔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라는 뜻에서 썼다. '몇 년을 고민했지 내 음악을 지킬 방법 퓨어뮤직을 위해 난 또 다른 날 만들어' - 24 얀 : 사실 TBNY를 할 때도 항상 그런 고민이 있었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진짜 음악만 바라보고 했었던 건데, 당연히 돈을 생각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이왕 하는 거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대로, 음악은 음악대로 내 얘기나 하고 싶은 것들을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힙플 : 가벼운 라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얀키의 현재 포지션상 심지 있는 라인으로 여기고 물어보겠다. 재작년 이센스와 아메바컬쳐의 비프, 최측근으로서 어떻게 지켜봤나 얀 : 뭐 회사 쪽에서 보면, 방해 받는다고도 생각했다. 근데, 굳이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닌 거 같았다. 사실, 그 일 전에도 힙합씬은 항상 친한 사람들간에 그런 비프들이 있어왔다. 다만, 이번의 경우가 디스곡이 나오게 되면서 확장이 된 건데, 사실 그런 일들은 굉장히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사건 당시에 주목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더 심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을 텐데 말이다. 나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힙플 : ‘24’와 ‘Me’의 구성을 훅 없이 랩으로 쭉 이어간걸 보면, 할 얘기가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얀 : ‘24’는 훅이 있는데 한 번만 나와서.. 사실 그 곡은 24마디짜리가 3개나 되는 곡이었다. 근데, 그러다 보니까 너무 지루해지더라. 그래서 몇 구절은 좀 빼고 곡을 2개로 나눠서 내게 됐다. 하다 보니 할 얘기는 해야겠고, 구성상으로도 지루해지면 안 됐기 때문에 특히나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곡인데, 결과적으로 잘라낼 건 잘라내고 훅이 한 번 나오더라도 벌스들을 두 트랙을 나눠서 실었다. 그만큼 굉장히 많이 들었고, 다른 앨범들에서는 어떤 식으로 긴 트랙들을 녹이는지 많이 연구했던 두 곡이다. 힙플 : 곡이 넘어가는 순간의 사운드적인 디테일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 깊었다. 얀 :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그러니까, 그 두 곡 중 첫 곡(‘24’)은 내가 만들고 두 번째 곡(‘Me’)는 프라이머리(Primary)가 만들게 됐는데, 처음부터 이 두 곡은 꼭 연결이 되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거든. 처음엔 굉장히 난해한 과제였다. (웃음) 힙플 : 전혀 다른 두 비트를 엮었다는 말인가 얀 : 프라이머리가 곡 자체를 너무 훌륭하게 만들어줬다. 이건, 편곡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했다. 원래는 곡마다 BPM도 달라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 정도까지 연결될 줄은 몰랐다. 힙플 : 벌스 중 무브먼트 시절에 대한 소회도 담겨 있더라, 당시를 돌이켜보면은 어떤가? 얀 : 글쎄, 사실 굉장히 많이 보고 싶은 형들이고, 가끔씩 보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무브먼트라는 이름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그 안에서 친한 사람들끼리의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무브먼트에 대한 소회는 없는 것 같다. 힙플 : 전쟁터 같았던 집단이라고 했다. (웃음) 그 얘기를 좀 듣고 싶다. 얀 : 정말 잘하는 집단이었다. 그 정도로 크게 했던 집단이 없었고, 크루 전체가 힙합을 향해 달렸던 것 자체로 멋졌지. 물론, 그 안에서 대중적인 곡들도 많이 나왔지만 모두가 그것만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대중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성공을 하더라도, 항상 힙합적인 면을 놓지 않았다는 건, 정말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레이블이나 크루는 노선이 정해져 있어서, 그러기 힘들지 않나. 그리고, 가사에서도 말했듯이 에픽하이(Epik High),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 더블케이(Double K) 도끼(Dok2)는 지금만 봐도 정말 무시무시한 사람들이고, 정말 치열하게 힙합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모든 것들이 굉장히 자랑스럽다. 힙플 : 이 구절의 에피소드는 [Lost In Memories] 당시의 이야기인 것 같다. '사비로 차린 회사가 만든 2집 사기꾼 명예 욕심이 뜯어놓은 뮤직 그 강한 팀을 깨게 되는 내 결심 시작의 본질 그 느낌이 철저히 망가진 이유가 컸지' – 24 얀 : TBNY의 2집을 할 때, 내가 회사 자체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했었다. 그때는 독자적인 회사로 성공을 해보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뭐랄까..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처음에 내가 그렸던 그런 그림의 느낌이 잘 나지 않더라. 힙플 :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나? 얀 : 일단, 돈을 생각하게 되니, ‘이번 것만 잘되고 힙합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물론, 앨범의 모든 곡을 그렇게 작업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조금씩 계속 침투 해왔다. 그러다 보니, 앨범자체가 좋더라도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 자체는 많이 떨어졌지. 그렇게, 완전히 리듬이 많이 망가져버리니, 그 결과에 대해서 실망을 많이 했고, 실망을 하는 요점 자체도 ‘적자냐 흑자냐’로 판단을 하는 내가 굉장히 싫었다. 어쩌면, 회사를 차릴 때 팀원들 자체도 사기꾼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일련의 상황들을 갈등하면서 음악을 접을 생각을 했었던 거고. 힙플 :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Me’에서의 이야기로 연결된 것 같다. (웃음) 얀 : 회사가 그렇게 끝나고 음악을 접은 이후, 깨닫게 된 이야기들이다. 너무 많이 앞서나가려 했었고, 욕심 때문에 방황하던 때를 돌아보니,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힙플 : ‘똑바로 써 내 이름’은 전형적인 랩씻 트랙이었다. (웃음) 특히, 화법에서 개코의 ‘될 대로 되라 해’가 연상되기도 했다. 혹시 그의 스타일을 의식을 하고 있었나 얀 : 그렇진 않다. 이 곡은 단순히 원래 내가 하던 랩 스타일이었다. 오히려 그런 얘기보다도, 이 곡은 뉴씻이면서 빨리 달리는 곡이라.. 그런 방면으로 랩을 엄청 잘한 트랙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다. 개코형의 노래와는 많이 다르다고 본다. 이 트랙의 주제는 사람들이 내 이름을 쓸 때, ‘YANKEE’로 스펠링을 틀릴 때가 굉장히 많아서.. (웃음) 거기에 맞춰서 가사를 쓰게 됐는데, 한편으로는 공연 때나 어디서나 나를 알릴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곡을 앨범의 앞 부분에 둔건, 단순히 몸풀기처럼 입을 풀어보려는 의도였다. 힙플 : 클린버전까지 수록된걸 보면 방송활동도 염두 해둔 곡 같은데 얀 : 방송 활동보다도 라디오에 많이 나오길 바랬다. 글쎄, 만약 이 곡이 방송활동을 한다면.. 지금 보니 차트에 아이돌들이 굉장히 많던데, 그들의 팬들은 어벙벙한 표정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힙플 : 앨범에 다양한 주제와 감정, 스타일을 담으려고 한 것 같다. 회고하는 트랙들로 시작해, 스웩송부터, 어반한 감성의 6번(Purple Night) 7번(강변북로) 트랙까지의 흐름을 생각하면 의도한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얀 : 다양한 것들을 담으려고 했다기 보다는, 사람이 항상 같은 감정일 수만은 없지 않나, 단순히 시간대마다 드는 생각에 맞춰서 썼던 것 같다. ‘Purple Night’ 같은 경우는 시간대가 금요일 밤으로 시작을 하거든. 그리고 다음 곡 ‘강변북로’는 토요일 밤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실제로 금요일 밤에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다가도 생각이 나는 여자가 있고, 아니면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다가도 정신이 멍하고 집중 안 되는 상황들. 그것들을 그대로 트랙에 옮겼다. 힙플 : 좀 더 깊게 빠지면, ‘강변북로’는 인간관계에 지쳤을 때 듣고 싶은 곡이다. 얀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무겁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듣고 그냥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강변북로를 들으면서 많이들 깊게 빠지더라 힙플 : 유난히 그랬다. ‘내일은 또 마시겠지, 누군가 뱉는 감정의 매연’이라는 구절이 와 닿았거든 얀 : 강변북로 같은 경우는 완성은 늦게 됐지만, 초반부터 작업이 되어있던 트랙이다. 앨범의 가사작업 자체가 틈틈이 순간 순간의 감정들을 써놨다가 내가 하고 싶었던 트랙들마다의 메시지에 풀어 넣었던 건데, 나도 그 구절에 굉장히 많이 와 닿았고 쓰게 됐다. 힙플 : 수란이라는 싱어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얀 : 일단, 굉장히 잘하는 싱어송라이터다. 곡도 본인이 만들고, 이미 앨범이 있는 가수다. 처음 알게 된 건, 플래닛쉬버(Planet Shiver) 때문에 알게 됐다.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그 친구를 소개받았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음악도 많이 아는 동생이라는 생각에 자주 보게 됐다. 근데, 알고 봤더니 엄청 노래를 잘하더라 (웃음) 힙플 : 뮤지션인지 몰랐던 건가 (웃음) 얀 : 그렇지 (웃음) 사실, 플래닛쉬버는 이 친구한테 큰 생각이 없었는지 오히려 그냥 친한 동생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 친구가 노래를 엄청 잘하는걸 알게 되면서 더욱 흥미를 가지고 프라이머리에게도 이 친구를 소개시켜줬다. 결국에 내 앨범에 피쳐링으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됐지. 힙플 : 재작년에 노워크엔드 프로젝트로 발표했던 ‘이놈(I.N.D.O)’도 그랬지만, ‘EXOcist’ 역시 구체성이 없는 곡이다. 코멘트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얀 : 글쎄, 내가 원래 그런 스타일의 곡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고, 그 안에서 박자를 밀고 당기고 튕기는 걸 굉장히 재미있어한다. 강변북로 이후에 이 곡이 있는 건, 그런 감정의 매연을 많이 마시다 보면, 내 자신이 굉장히 미워지거나, 남이 미워질 때가 많지 않나 그래서 마음속의 있는 미움이나 나쁜 생각들을 악귀라고 표현했던 거다. 처음에 나오는 스킷의 목소리도 목사가 ‘악귀들을 떨어뜨리자’라고 하는 말이었다. 나는 나대로의 고충을 곡에 담았는데, 다듀형들도 나름대로 그들만의 고충을 가사에 썼더군. 힙플 : ‘ProMeTheUs (튀겨)’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단체곡이다. 얀 : ‘똑바로 써 내 이름’도 그렇고 프로메테우스도 그렇고 ‘똑바로 써 내 이름’의 경우는 요새는 디제이들을 너무 활용을 안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스크래치를 넣었던 거고, 프로메테우스도 역시, 단체곡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단체곡을 해보자’해서 만든 노래는 아니지만, 이 사람들이 함께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만든 노래다. 특히, 사비같은 경우는 던밀스(Don Mills)가 하게 됐는데, 단체곡 자체에 이미 힘이 있지만, 던밀스의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가 굉장히 멋있게 나왔다. 힙플 : 인프라가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섞일 거라고 쉽게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피쳐링진들의 포지션이 다양하지 않나 얀 : 사실 그들이 어울리지 않았다면 부탁하지 않았을 거다. 던밀스 이후에 내가 짧은 훅을 한 번 더하는데, 그런 것들이 피쳐링진들을 연결해주기 위한 장치였고,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앨범 자체의 흐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힙플 : 랩몬스터(Rap Monster)나 던밀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얀 : 던밀스의 유쾌한 캐릭터 자체를 좋아하지만,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했거든. 힙플 : 랩몬스터는 어떤가? 얀 : 랩몬이나, 방탄소년단의 슈가(Sugar)같은 친구들이 가끔 아크 스튜디오에 오면, 음악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처음에는 그 친구들이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기도 했지만, 힙합을 대하는 자세나 열정은 웬만한 힙합하는 뮤지션들조차 그 정도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이가 있는 친구들이었다. 만약, 이 곡에서 랩몬스터가 랩 자체를 정말 못했으면 할말이 없었겠지만, 랩을 정말 잘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 사실,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되게 많이들 하는데,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힙플 : 'Mirror'에서 다시 전반부의 무드로 돌아온다. 어쨌든, 처한 환경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인가? 얀 : 원래 앞 부분에 집 문을 여는 소리가 나고, 물 트는 소리가 나면서 시작을 하는 곡이었다. 그러니까 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세수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 다음에 거울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결국, 물소리나 문 여는 소리들이 너무 무드를 깊게 잡는 것 같아서 빼게 됐지만.. (웃음) 나뿐만이 아니라 내 나이대의, 그리고 주변의 이십 대 중반에서 삼십 대 초반의 친구들이라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직이나 새로운 일에 대한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볼텐데. 그런 감정들이었다. 그래서 이 곡은 ‘24’나 ‘Me’의 감정과 톤은 비슷할지언정 세세한 감정이나 드는 생각은 아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좀 더 뚜렷한 다짐일 수도 있겠다. 결국에는 내 얘기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두가 다 힘들지 않나 힙 :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있다면? 얀 : 일단, 내 할 얘기를 앨범 안에서 제대로 잘 풀었던 것 같다. 가사가 억지라던가 이런 것도 없고, 그저 내가 얘기 하고 싶은 걸 잘 얘기 했다. 힙플 : 아쉬운 부분은? 얀 : 아쉬운 부분은 크게 없다. 힙플 : 마지막으로 다음 앨범은 어떤 식이 될까? 얀 : 계속 이런 이야기들의 연장이 될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 못한 얘기도 있고, 좀 더 구체적인 얘기들이 있는데, 서울에 관한 얘기도 있을 거고, 내 주변 친구들에 관한 얘기도 있을 거다. 사실 내가 이제까지 음악을 해오면서 내 얘기를 많이 한적이 없기 때문에 할 이야기는 많다. 사실, 이번 앨범에 준비한 주제 자체도 한 50~60개는 됐었다. 써놓은 가사도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다음 앨범은 그런 것들에 대한 정리만이 필요할 것 같다. 곡들도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프로듀서들한테 굉장히 미안할 따름이다. 비다로까(Vida Loca)만 하더라도 나한테 한 몇 십 곡을 던져줬는데, 그 중에서 두 곡밖에 못 실었거든. 곡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이번 앨범에 맞는 주제에 할 수가 없는 곡들이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차단을 했었다. 아마 그런 점에서 프로듀서들이 굉장히 많이 힘들었을 거 같다. 힙플 : 다음 앨범의 비트들도 추스르기만 하면 되는 단계인가? 얀 : 아니, (웃음) 곡들은 새로 해야겠지. 감정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장담하지 못하겠다. 주제를 먼저 잡은 뒤에 주제에 맞는 곡들을 선택할 것 같다. 힙플 : 기대하겠다.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인터뷰 | 차예준(HIPHOPPLAYA.COM) 얀키 트위터 https://twitter.com/Yankie1999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yankie1999/
  201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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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코드쿤스트ㅣCRUMPLE,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는 앨범  [12]
HIPHOPPLAYA(이하 힙플) : 앨범 작업기간은 얼마나 됐나? CODE KUNST(이하 코) : 한 8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힙플 : 작업량이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어떤가 코 : 노벨을 발매 한 그 해에 12곡에서 13곡을 모두 끝냈다. 4개월 만에 끝낸 거지. 근데 개코(Gaeko) 형 앨범을 비롯해 여러 앨범/트랙에 참여를 하게 되면서 신경을 많이 못 쓰게 됐다. 당시에 다 만들어놨다고만 생각을 했으니까. 원래 프로듀서든 엠씨든 만들고 나서 계속 고치고 보완을 하고 해야 되는데, ‘이거 다 됐으니까, 일단 다른 거부터 하자’ 라는 생각으로 다른 작업들을 열심히 하다가 어느 날 다시 들었는데 정말 아니더라. 그때부터 다시 뜯어 고치기 시작하면서 28트랙까지 만들었다. 근데 28트랙은 솔직히 낼 수가 없다.(웃음) 물리적으로 발표야 할 수 있겠지만, 내봤자 득이 되는 것도 없고 사람들한테 힘든 요구인 것 같아서, 20트랙으로 발매한 거다. 20트랙도 솔직히 무리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힙플 : 맞다. 20트랙도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20트랙은 길다고 느끼지 않았나? 보통 풀랭스라고 하면은 12곡 정도가 일반적이지 않나 코 : 트랙은 20트랙이고, 68분짜리 앨범인데, 이거는 그냥 내가 음악을 듣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 같다. 50분, 60분짜리 외국 앨범을 들을 때도 지루하다고 느껴본 적이 별로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12트랙의 앨범은 짧다고 생각했다. 내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이렇게 앨범을 구상했다고 하면 답이 될 것 같다. 힙플 : [NOVEL]과 이어지는 코드쿤스트식 먹통 앨범이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보니까 지난 앨범이랑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겼던 것 같은데 지난 앨범과는 어떤 연결 지점이 있는 건가? 코 : 연결지점을 굳이 억지로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 이번 앨범의 스무 곡 중에 한 다섯 곡, 여섯 곡 이 정도가 이미 노벨이 끝날 때 다 되어 있었다. 그래서 원래는 노벨에 같이 내려고 했었는데 그냥 딱 들었을 때, 느낌상 아닌 거 같아서 이번 앨범에 수록 하게 된 됐다. 말한 대로 유기적으로 분위기를 이어가 보자는 생각이었다. 힙플 : 앨범에서 어떤 곡들이었나? 코 : 우탄(Wutan) 형이랑, 씨잼(C Jamm). 그리고 뉴챔프(New Champ)형이 참여한 트랙까지 이렇게 세 개가 연결된 걸로 만들었는데, 결국에는 곡마다 다른 주제를 부여하면서, 중간에 ‘Good Bye Novel’이라는 스킷을 끼워 넣으면서 지난 앨범을 마무리 짓게 됐다. 힙플 : [Novel]과 [Crumple]을 구분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이 있다면? 코: 미묘한 차이로 노벨이 내 이야기를 참여 진들이 대변해주는 앨범이었다면, 크럼플은 그 반대다. 내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는 앨범이지. 힙플 : 그럼, 가사를 컨펌하는 일은 없었겠네 코 : 당연하다. 가사에 대한 컨펌은 절대 안 한다. 가사는 철저하게 엠씨의 영역이기 때문에 내 경우에는 작업 초기 단계에서 주제를 확실하게 말하고, 내가 원하는 부분을 최대한 전달하는 편이다. 힙플 :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은 자유 주제로 갔던 건가? 코 : 아, 주제는 팔로형과 함께한 ‘그렇다고’를 빼고 내가 모두 주문했다. 힙플 : 이번 앨범에 참여진들은 코드쿤스트가 던진 주제에 잘 팔로우를 해준 편인가? 코 : ‘이런 주제로 해줘’라고 하면은 ‘싫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던진 주제를 가지고 엠씨들 각자가 해왔던 방식으로 다 잘 풀어 내 준 것 같아서 고마울 뿐이다. 힙플 : 이번 앨범에 많은 곡들이 실렸다. 그것도 씬에서 주목 받는 랩퍼들로 빽빽이 채워서 (웃음) 확실히 상승가도에 오른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당장 섭외만 봐도 지난 앨범 보다 훨씬 다채로워진 것 같다.. 코 : 비트를 만들면서 앨범의 흐름이나 테마, 컨셉을 준비하는 건 확실히 지난 앨범에 비해 수월했다. 섭외는 순조로우면서 순조롭지 않았다. 많이들 오케이가 됐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사정이라는게 생기지 않나. 그렇다 보니, 원래 계획했던 참여진과는 30% 정도 빗나갔다. 빗나간 참여진을 말해 줄 수는 없지만 (웃음) 힙플 : 어떻게 보면 노벨이 호평을 받고, 개코 앨범 작업을 하면서 인지도가 확 오른 것 같다. 어떤 영향이 있었나? 코 : 사람들이 보는 시야에서도 영향이 컸을 거고, 나 스스로도 그 영향이 컸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개코형 솔로앨범에서 3곡을 함께 했는데, 그 3곡을 작업하면서 나 스스로가 ‘아, *나 늘고 있다.’ 라는 생각을 했거든. 노벨과 개코형 앨범에 수록된 곡의 레벨이 많이 다르지 않나? 그 때 많이 배운 것 같다. 힙플 : 개코와의 인터뷰에서 개코가 코드쿤스트나 다른 신예 프로듀서들이 소스를 운용하는 방식들을 높이 사더라. 랩퍼들이 보통 소스들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코 : 예전에는 당연히 노하우가 없었다. 그때는 그냥 내가 만들고 싶은 소리를 만들어서 넣은 거라고 보면 된다. 내가 스스로 녹음을 한 것이든, 남이 녹음한 거를 따와서 변형을 시키던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는데, 이제는 소스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기면서 소스들을 많이 만들어 두는 편이다. 곡이 안 나올 때는 막 만들어서 1,2,3 저장해 놓는 거지.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외국의 음악들을 들어보면 어떤 음악은 음악보다 소스의 비율이 더 많은 음악도 있고, 소스로만 이루어진 음악들도 있다. 힙플 : 1번트랙 ‘Rap Concert’ 같은 경우는 1번트랙 치고는 격정적이었다. 이 곡에 코드쿤스트가 던진 화두가 어떤 거였는지 궁금하다. 코 : 말 그대로 랩 콘서트였다. 이 곡은 원래 노벨의 마지막 트랙으로 넣으려고 했던 곡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으로 가져오면서 오프닝이 된 셈이지. 의미라면, 딱 짚어서 말은 안 하겠지만 당시에 그 곡을 만들 때만 해도 되게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았다. 어떤 건 ‘랩도 아닌 거 같고, 뭣도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있을 때가 있었는데, 이 곡의 주제는 단순히 ‘제대로 된 랩으로만 콘서트를 열테니 들어봐라’ 정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방금 말한 의도와 주제로 우탄 형과 이야기 했고, 우탄 형이 거기에 자기가 느낌 것들을 부여 한 거다. 힙플 : 미디어와 얽혀있는 랩 무대 밖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사실, 코드쿤스트가 그렇게 ‘Be Underground’를 지향하는지는 몰랐다. 코 : 아, 그렇지는 않다. 확대해석이 된 것 같은데, 이건 되게 특정한 곡 때문에 나온 곡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모두 좋아한다. 재미있게 본다는 말이지. 랩으로 이루어진 예능이라는 마음으로 보고 재밌어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좀 심한 것들..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친 그런 것들이 이 곡을 만들게 했다. 힙플 : 한 명의 힙합 팬으로써 이번 쇼미더머니는 어떻게 관망하나? 코 : 처음에는 당연히 아니꼬운 시선이 있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분야의 음악을 너무 오락으로만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 생각을 어느 순간 안 하니까, 그냥 예능으로 보이더라. 단순하게 런닝맨은 이름표를 떼는 포맷을 가진 거고, 무한도전은 도전을 계속 하는 테마를 갖고 있고, 이거는 그냥 랩을 하는 예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지금은 되게 재미있게 보고 있다. 힙플 : 그것들이 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해도? 코 : 별로 상관없는 것 같다. 어차피 나는 그냥 내꺼 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쇼미더머니에 나간 랩퍼들을 집에서 TV보면서 욕할 수는 있겠지만, 남 앞에서 혹은 어떤 자리에서 ‘얘는 쇼미더머니 나가서 병신이야’ 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 참가자로 나가는 아이돌 멤버들은 모르겠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가 나가는 사람들은 나갈까 말까 고민을 몇 번을 했을까? 그런 마음고생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앨범 내듯이 쇼미더머니 나가는 랩퍼들도 그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식인 거니까, 그냥 다 멋있다. 힙플 : 앨범 여러 곡에 나레이션이 들어간다. 이 곡의 경우에는 어디서 따온 건가? 코 : 내 이상한 취미 중에 하나가 그거다. 외국의 유명 명사들의 강의 보기.(웃음) 그 여러 가지의 강의 중, 하나의 짜깁기다. 플랭스로 다 들어간 건 아니고 특정 단어들을 내가 조합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만들었다. 아마, 그 곡의 나레이션은 하버드였나? 공부쟁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공에 대한 강의였는데, 쉽게 말해 ‘힙합을 좋아한다면 직접 공연장에 가서 랩퍼들이 손짓하고 발짓하고 외치는 것들을 들어라’ 라고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그 강의에서 내가 주목한 건, 스테이지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거였고, 오묘하게 주제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힙플 : 앨범 전체적으로 보이스 샘플 소스들이 도드라지더라, 영화 대사들처럼 들리는 나레이션들도 들리고, 90년대 알앤비 발라드도 들리고, 길거리 소음들도 들렸다. 주로 어떤 것들을 디깅하나? 코 : 나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샘플링을 하는 건데, 샘플링 할 곡을 디깅하는 게 아니라, 주로 효과음에 쓰일 것 들을 디깅하는 편이다. 곡은 거의 다 시퀀싱이다. 샘플링을 너무 좋아하지만, 샘플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못한다. 어쨌든 날 잡고, ‘오늘 디깅해야지’ 이런 경우는 없고, 그냥 평상시에 보고 들으면서 모으는 편이다. 요즘에는 노이즈들을 좀 많이 모으는 편이다. 힙플 : 주로 어디서 수집하는 편인가? 코 : 노이즈는 어디든지 있다. 음악에도 노이즈가 있고, 영화에도 있고, 그 노이즈들을 가져와서 그냥 그대로 곡에 쓰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서 공간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싶을 때는 공간적인 이펙팅을 노이즈에 거는 거지. 노이즈도 하나의 음악으로 대하는 거다. 힙플 : 개인적으로는 ‘Golden Cow’의 재잘거리는 샘플이 기억에 남더라. 코 : 그거는 돈 주고 샀다. (웃음) 힙플 : 특히나 애착을 갖고 있거나, 이번 앨범의 필살기(?) 같은 소스가 있었나? (웃음) 코 : 화지 형이 참여한 ‘주소’라는 곡의 처음에 지었던 가제는 스트릿무드였다. 직역해서 길거리의 감성이라는 가제가 있었는데, 최종 제목으로 확정 된, ‘주소’ 역시 길거리의 것들이기 때문에 주제로 정하게 됐다. ‘주소’ 이야기를 왜 했냐면, 이 곡은 노이즈도 많고, 깔끔한 게 하나도 없다. 드럼도 되게 더럽다. 근데 그 소스들이 길거리에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곡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넉살(Nucksal)형이랑 한 ‘에디슨’은 소스가 굉장히 많이 쓰인 곡인데, 이 곡을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곡 전반에 변주도 많고, 쿵쾅거리는 사운드들은 에디슨이 발명품을 만들고 있는 소리를 구현한 것이다. ‘thinks like 에디슨’이라는 구절처럼 실험하며, 발명품을 만들던 에디슨처럼 생각하라는 것이 이 곡에 던져줬던 주제였다.. 힙플 : 넉살과의 시너지는 이미 ‘Organ’에서 상한가를 쳤다고 생각했고, 그 이상은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에디슨은 개인적으로는 그 이상이었다. 코 : 나도 그랬다. 내가 만든 곡을 원래 잘 안 듣는데, 에디슨은 나도 정말 많이 들은 곡이다. 힙플 : 넉살과의 작업은 어떤가? 코 : 사람들이 정말 잘 맞는다고 말하곤 하는데, 막상 작업 할 때는 그렇게 잘 맞지는 않는다. 넉살형이 나한테 비트 병신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나도 특정 부분 플로우가 별로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하면서 굉장히 티격태격하면서 만드는 편이다. (웃음) 힙플 : 제일 편하다는 말이네 코 : 그렇다. 제일 편한 사람 중 한 명이지. 힙플 : 넉살의 인터뷰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코드쿤스트의 곡을 받았을 때 막막했다고 하더라 코 : 그건, 그 형이 멍청해서 그렇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웃음) 힙플 : 이정도 되면 제대로 된 콜라보 앨범에 대한 기대를 가질 만도 한데, 어떤가? 코 : 안 그래도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넉살 형이랑도 술 먹다가 농담 식으로 할까하는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넉살 당신 앨범부터 내고 이야기를 제대로 하자 이거다. 그 사람 앨범이 아직도 안 나왔다. (웃음) 우선, 그 사람 앨범부터 나오면 생각하고 싶다. 힙플 : 어쨌든, 계획은 있는 거군 코 :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힙플 : 넉살뿐만 아니라 씨잼(C Jamm)도 그렇고 블랭타임(Blnk-Time)은 코드쿤스트 사단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 (웃음) 코 : 되게 잘하고, 나하고 잘 맞다. 그냥 단순히 곡 주고, 주제 주고 딱딱딱 이런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되게 많이 하면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힙플 : 씨잼이나 넉살과는 달리, 블랭타임은 좀 다른 양념 같은 느낌도 든다. 코 : 맞다. 사람들이 나는 어두운 음악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당연히 밝은 것도 되게 좋아하지만, 내 앨범의 컨셉에서는 밝은 거를 할 수 없거든. ‘컨셉’ 앨범을 들었을 때, 신나는 게 나오고, 갑자기 우울해지면 흐름이 없는 앨범이 될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조심하는데, 씨잼이나 넉살 같은 경우가 내가 평소에 하는 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바이브로 앨범을 채워준다면, 블랭타임 같은 경우는 좀 더 세련되고, 편안한 느낌을 추구하기 때문에 블랭타임과는 내가 평소에 쉽게 하지 못하던 스타일을 할 수 있다. 힙플 : 코드쿤스트 했을 때, 예상되는 바이브의 앨범 말고 소품집으로 전혀 다른 감성의 앨범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나? 코 : 요즘 프로젝트가 좋은 게 많이 생겨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내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쯤에 4~5곡짜리로 나올 것 같다. 소품집 개념의 앨범에서는 되게 괴기한 소스들의 음악을 만들어 볼까 한다. 힙플 : 곡 마다의 편차를 줄이는데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을 받았다. 어떤가? 코 : 노벨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나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1번부터 마지막 곡까지 다 내 마음에 들고 너무 좋다고 생각을 했는데, 결국 노벨에서 사람들한테 기억되는 건, ‘넉살의 오르간’, ‘JJK형의 ash’ 이 두 곡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트랙은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거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그 편차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당연히 전곡을 모두 타이틀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앨범의 흐름이 완전 다 무너지고 믹스테이프처럼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전체적인 분위기는 좋게 만들되 특별히 튀는 곡은 없도록 접근을 했다. ‘특정 곡만 최고고 나머지는 다 별로야’ 라는 말이 안 나왔으면 싶었거든. 그래서 이번 앨범의 무드를 일관적으로 유지했다. 그런데, 내 의도를 사람들이 알았는지 이번 앨범의 피드백들을 보면 좋아하는 곡들이 모두 다르더라. 굉장히 만족한다. 힙플 : 피드백들은 많이 받아봤나? 코 : 다 본 것 같다. 힙플 : 주로 어땠나?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코 : 음 나쁜 것도 있었고 좋은 것도 있었는데.. 힙플 : 나쁜 건 뭐였나? 코 : 예전에 상구(Deepflow)형이 말했던 건데, 68분짜리 앨범을 발표했는데, 12시 10분(편집자 주: 대 다수의 앨범/싱글들이 발매일 정오에 발매 된다)에 ‘앨범 별로인데?’(웃음)라는 피드백이 오는 건, 말이 안 된다. 1분 미리듣기로 들어도 내 앨범의 경우엔 20분이란 말이다. (웃음) 뭐, 이건 신경 안 써도 되는 거긴 하지만, 그런 피드백들이 기억에 남는다. 좋았던 건, 자기 취향과 다르다고 하는 사람들도 물론 많았지만, 생각보다 1번부터 20번까지 모두 들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까 차례대로 쭉 들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힙플 : 팔로알토(Paloalto)와 함께한 ‘그렇다고’라는 곡을 앨범에 마지막에 수록했다고 들었다. 비장의 와일드카드였던 건가? (웃음) 코 : 맞다. 이번 앨범에서는 무조건 팔로형과 하고 싶었다. 무조건. 힙플 : 특별한 이유가 있나? 코 : 팬으로써 좋아하는 랩퍼거든. 내 청소년기를 책임졌던 랩퍼 중 한 분이다. 또 다른 한 분이신 개코형과 작업하고 나니까, 팔로형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서 곡을 보냈지. 근데 내가 욕심에 눈이 멀어서 곡을 잘 못 줘버렸다. (웃음) 힙플 : 자세하게 듣고 싶다 (웃음) 코 : 프로듀서가 주제를 함께 이야기할지언정 곡에 참여하는 뮤지션의 상황을 생각 하고, 쓸 수 있는 가사에 맞는 비트를 줘야 하는데, 팔로 형이 결혼을 막 했을 그 시기에 내가 앨범의 가장 우울한 비트를 보낸 거지.(웃음)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났을 때, 나의 실수임을 깨닫고, 곡을 다시 썼다. 그래서 제일 마지막에 작업하게 된 거다. 힙플 : ‘What I Feel’같은 곡에선 오왼(Owen Ovadoze)과 도넛맨(Donutman)이 뭉쳤다. 내가 알기로 둘은 접점이 없는 랩퍼 같은데 어떻게 엮게 된 건가? 코 : 내가 생각하기에도 가장 만족스러운 조합 중에 하나다. 곡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과 할 때 내가 주문한 건, ‘지금 씬에서 활동하면서 영감을 받는 거를 써도 되고, 불만이 있는 걸 써도 된다. 그냥 지금 느끼고 있는 걸 써달라’였다. 둘이 쓴 훅이 전혀 달라도 된다는 전제도 말해줬다. 사실, 어떻게 보면 두 친구랑 속내까지는 털어놓지는 않았기 때문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되게 다른 성향의 랩퍼라고 생각을 했다. 근데, 그래서 더 재미있게 잘 나왔지. 나중에는 좀 미안하더라. 너무 내 마음대로 한 거 같아서 (웃음) 힙플 : 이 곡의 아웃트로 나레이션은 뭐였나? 코 : 스티비원더(Stevie Wonder)의 강연을 보고 나서 만든 나레이션이다. 힙플 : 어떤 영화의 대사인지 알았다. 코 : 영화의 대사는 쓰지 않는다. 내 나름의 철학인데, 영화는 어찌 됐건 연기를 하고 있는 거고, 주어진 대본에 맞춰서 가는 거지만, 강연은 강연자가 정말 속마음 안에서부터 끌어 올려서 외치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강연의 이야기들을 곡에 녹인다. 힙플 : 개인적으로 ‘Love Scene’에서 ‘미도’로 이어지는 구간을 좋아한다. 내용이 모호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두 곡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코 : 러브씬은, 어떻게 보면 내가 이 정도로 음악 실력이 늘었고,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트랙이기도 하다. 힙합적인 드럼이 주는 질감이나 그런 무드를 그대로 가져와서 뭔가 브릿 팝 적인 스타일로 재해석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메이슨(Mayson The Soul)에게 부탁을 했지. 그리고 이 곡은 작업실에서 메이슨과 처음부터 같이 만들었다. 주제는 *나 찌질한 동양인의 이야기다. 힙플 : 아, 곡의 시놉시스가 정해져 있던 건가? 코 : 그렇다. 스토리텔링이지. 정말 찌질한 동양인이 어떤 아름다운 백인 여자를 너무 사랑하게 되는데 그 여자의 남자친구에게 많이 맞고, 상처를 받게 되면서 자살하기 전에 남긴 편지의 내용이다. ‘시발 다 뒤졌어 나 마지막 발악이야’ 이런 느낌의. 힙플 : 그 내용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코 : 메이슨이 짜서 나한테 얘기를 해줬다. 근데, 그 내용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일맥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이야기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흑인들과 백인들의 음악에 영감을 받아서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그들에게 전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힙플 : 미도는 어떤가? 코 : 올드보이의 캐릭터인 ‘미도’에게 영감을 받았다. 너무 끌렸다. 너무 멋있고, 매력적이었던 그 느낌을 곡으로 썼는데, 왠지 ‘미도라는 이름에도 뜻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제이호(Jayho)가 검색을 하다가 찾아낸 건데, ‘아직 도달하지 못한’ 이라는 뜻이 있더라고. 그래서 리짓군즈(Legit Goons) 회의 때 그런 이야기를 나눴고, 이 곡에는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것’을 주제로 가사를 쓰기로 했다. 정말 딱 맞지 않나? 리짓군즈의 현 상황과..(웃음) 힙플 : 그런 것 같다. (웃음) 코 : 리짓군즈는 진짜 잘한다. 진짜 잘하는데, 하는 거에 비해서 주목을 못 받고 있지. 그 곡의 주제는 정말 쉽게 말하면, ‘우리는 결국, 도달할거지만, 아직까진 도달하지 못했어 그래서 *같애’ 딱 이거였다. 힙플 : 리짓군즈는 올해 그리고 있는 마스터플랜이 있나? 코 : 각자의 개인 앨범이 모두 나올 예정이다. 힙플 : 어떨 것 같나? 코 : 나는 크루 안에서도 약간 싸가지 없는 그런 캐릭터다. 서로 곡들을 들려줬을 때, 구리면 구리다고 심하게 이야기 하거든. 근데 지금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앨범들은 정말 좋다. 같은 크루라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절대 아니다. 힙플 : 뉴챔프(New Champ)가 참여한 ‘Life Is Crazy’는 지금 뉴챔프를 둘러싼 드라마가 쌓인 만큼 심경이 잘 드러나있어서 인상 깊었다. 코 : 나는 앨범을 구상 할 때, 그 사람의 현 상황이 어떻든, 그 사람이 잘나가든 못나가든 그 사람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랩퍼를 1순위로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번 앨범은 엠씨, 보컬의 이야기를 내가 대변해주는 거니까 할 이야기가 있고, 그게 궁금한 사람들이 내가 쓸 수 있는 랩퍼였다. 뉴챔프 형은 군대에서 힙플을 통해 믹스테이프로 처음 접했는데,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혹은 우리가 그 당시에 주목하고 기대하던 형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은 포텐이 터지지 않은 상태이지 않나, 나는 그게 너무 궁금했다. 그러니까, 보통 그렇게 주목을 받은 신예들은 올라가는데, 챔프형은 아쉽게도 딱히 올라가보지 못하고,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형이 느끼고 있는 감정들, 이야기가 궁금했던 거지. 물론 ‘챔프형을 내가 구사일생 시켜줘야지’ 하는 알량한 생각이 있었던 건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형한테 정중하게 이런 이야기를 써줄 수 있겠냐고 부탁해 봤다. 힙플 : 그런 건, 어떻게 보면 민감한 이야기지 않나 코 : 결국에는 부탁을 드렸고, 작업을 하게 됐지만, 나도 생각만 하고 있었지,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라서 몇 달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근데, 챔프 형이 거리낌 없이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고 랩도 솔직하게 멋있게 나온 것 같다. 힙플 : 여담이지만, 뉴챔프가 이번 쇼미더머니에 재도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곡이 또 나름의 펀치감을 주더군 코 : 난 이상하게 뭔가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어떤 징크스가 있다. 첫 번째 EP에서 씨잼이 타이틀곡 ‘1-2’에 참여했었는데, 그걸 하고 나서 씨잼이 분위기를 타게 됐고, 넉살형도 오르간으로 분위기를 탔다. 물론 당연히 그들이 잘해서겠지만. 매 앨범마다 그래왔으니 이번에도 주목 받을 뮤지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 그걸 뉴챔프로 보는 건가? 코 : 챔프형은 잘 될 거다. 잘 될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힙플 :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한 ‘주소’는 화지의 곡치고는 정갈한 곡 같다. 이 곡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코 : 앞서 말 한 대로 ‘길거리의 영감’을 테마로 화지 형과 조율을 했고, 만족스럽게 잘 나온 곡이다. 화지형의 [화지] 앨범은 나한테 굉장히 큰 감흥을 준 작품이었는데, 내 앨범에서 그런 돕한 느낌을 원하지는 않았다. 내가 원했던 건, ‘알 수 없는 느낌의 감동’이었고, 그런 면에서 의도대로 만족스럽게 나온 곡이다. 이 곡은 리짓군즈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을 예정이다. 힙플 : 뮤직비디오가 의외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코 : 얼마 전에 나온 비디오 ‘그렇다고’는 뭔가 뮤비의 개념보다는 내가 랩퍼라서 립을 따는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대로 특이한 형식의 비디오를 내게 된 거다. 앨범 작업 기간 동안 작업실에 카메라를 설치 해 놓고 앨범을 만드는 기간을 담았다. 나 같은 경우에 음악을 처음 시작 할 때, 프로듀서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되게 궁금했거든. 그래서 이런 메이킹 형식의 비디오를 한 번 찍어보고 싶었다. 아, 그리고 이런 이유도 있다. 프로듀서를 지망하는 많은 친구들이 메일로, 메시지로 ‘어떻게 작업하나요?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보내온다. 당연히 이 비디오 하나만으로 전반적인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는 없을 테지만, 이 비디오는 내가 작업하는 환경을 보고 ‘뭐야 나랑 똑같네?’ 할 몇몇 사람들을 위한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이제 시작하는 프로듀서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힙플 : 많은 프로듀서들이 코드쿤스트처럼 앨범 단위의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요새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믹스 작업물을 올린다거나 리스 형식으로 비트를 팔기도 하는 프로듀서들도 많은 것 같은데 코 : 내 곡의 값을 리스로 매겨서 사운드 클라우드에다 파는 건, 너무 자기 자신을 저평가하는 행위인 것 같다. 그게 만약, 철저하게 팔려는 의도와 취미활동으로 만든 비트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게 아닌 프로듀서들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싶은 건, 더 클 수 있는데 왜 스스로의 가치를 5만원으로 정해버리는 그런 멍청한 짓을 하냐는 거다. 실제로, 비트메이킹을 하는 친구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형도 남는 비트 있으면 한번 팔아보세요. 생각보다 잘 팔려요‘ 라고, 근데 나는 그것 보다는 차라리 앨범을 낼 것 같다. 나는 내 비트가 이 사람도 쓰고 저 사람도 쓰는 그런 비트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힙플 : 보너스트랙 중에 로세미 a.k.a 구구스타가 참여한 곡을 굳이 보너스 트랙으로 실은 이유가 있나? 코 : 아예 처음에 보너스를 만들어야지 생각을 하고 작업한 곡이다. 내가 앨범에서 정말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고, 이 곡은 보너스로 수록 됐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것 같았다. 흐름 상, 수록곡으로 녹이면 사람들이 왠지 스킵할 거 같고.. 힙플 : 아, 한번 꼰 전략이었나 (웃음) 코 : 그렇지. 참여진들, 트랙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힙플 : 코드쿤스트는 회사에 들어갈 법도 한데 아직 인디펜던트를 고수하고 있다. 제의가 들어오지는 않나? 코 : 몇 개 제의가 왔는데. 어떤 회사인지 밝히지는 못하겠지만, 그 회사에 내가 속했을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나도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그 회사들에 별로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아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내가 만약 레이블에 들어간다면 이유는 하나다. 단순하게 내가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회사가 도움이 되고, 나도 그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거절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힙플 : 들어가고 싶은 레이블은 있나? (웃음) 코 : 마음속에는 있는데, 말할 수는 없다.(웃음) 힙플 : 알겠다. (웃음)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들려 달라 코 : 나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한테 내가 도움을 줄 차례이고, 가능한 많은 MC들의 앨범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1MC 1PD로 프로젝트성 앨범을 내보고 싶다. 더 넓은 시장을 보고 움직이고 싶다. 인터뷰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코드쿤스트 http://twitter.com/codekunst18 https://instagram.com/codekunst
  20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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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피타입ㅣ'한국힙합', 폭력적이고 잡종적이지 않게 로컬라이징에 성공했나?  [16]
HIPHOPPLAYA (이하 힙플) : 이번 앨범의 아트워크나 비디오들, 직접적으로 방향이나 콘티를 염두한 채로 콜라보한 건가 피타입 : 일단, 앨범의 아트워크의 경우에는 전적으로 내가 진두지휘 했다. 물론, 아티스트들의 노하우나 작업과정들을 내가 모두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내 머리 속의 상상력으로 로우디가(Row Digga)와 윤협이라는 두 아티스트를 엮어버렸던 거지만, 그 둘이 합쳐질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오더를 줬다. 당연히 윤협이가 뉴욕에서 활동을 하며, 현재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로우디가 역시 글로벌한 활동을 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한몫 했던 것 같다. 아트워크는 그 둘을 엮으면 시너지가 엄청 나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대한의 감별을 통해 둘의 콜라보를 성사시켰다. 사실, [Heavy Bass]가 거론될 때마다 늘 찝찝했던 게 아트워크였는데, 이번 아트워크는 매우 만족한다. ‘반환점’이나 ‘Timberland ‘6’, 그 이후에 광화문까지 여러 아트들은 실제로 내가 다 핸들링한 작업물들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나도 작업자들의 바이브를 조금 더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돈키호테2’의 경우에는 회사의 A&R 스탭들의 도움이 컸다. 실제로, 강승원 감독이 어거스트 프록스(August Forgs)에서 독립한 뒤 어떤 작품이 나올지 내 머릿속에 좀 흐릿했었기 때문에, 스탭들과 옥신각신 끝에 비디오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힙플 : 우선, 헤비베이스에 킵루츠, 아티슨비츠(사탄), 피타입이 있었듯이 이번 앨범에서도 프로듀서 라인업이 꽤나 중요했을 것 같다. 섭외 과정들이 궁금하다. 피타입 : 이번 앨범은 [Heavy Bass] 시절의 바이브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앨범이다. 그 바운더리에서 크게 다른 옵션들 까지는 생각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요새 많은 프로듀서들이 내가 만족할 정도의 하드한 붐뱁을 잘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옵션이 딱히 많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랩 피쳐링을 섭외할 때 기준도 그랬지만, 프로듀서 섭외 역시 현재 내 주변에서 지금 나와 같이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바이브를 위주로 컨택했다. 때문에 섭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일단, 패시네이팅(fascinating a.k.a MC성천)형 같은 경우에는 지난 3집을 놓고 봤을 때, 일리네어(Illionaire) 애들이랑 같이했던 ‘OST : Respect' 비트가 나한테는 앨범에서 가장 큰 만족치를 줬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작업을 하게 됐다. 그렇게 스타트를 페시네이팅형의 '반환점'으로 끊고 나니까, 술술 풀리더라. 사실, 앨범을 만들 때 아티스트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프로듀서진의 구성이다. 프로듀서진을 브로드하게 벌렸을 때는 당연히 프로덕션의 다양함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3집 때와 같은 우를 범하기 싫었다. 개인적으로 [Rap] 앨범을 돌아봤을 때 ’일관성 없이 다양한 스타일을 개인이 적응하는데 급급했던 앨범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힙플 : 지난 3집 앨범은 성에 안찼던 건가? 피타입 : 맞다. 그래서 ‘프로듀서를 너무 많이 가지는 말자‘라는 생각이 있었고, 1집 때처럼 킵루츠(KeepRoots)형이 메인을 잡고, 상당부분 작/편곡을 겸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패시네이팅 조차도 사실 처음에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다만,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양한 프로듀서들에게 눈이 갔을 뿐이다. (웃음) 그렇게 눈을 돌리면서 ’어디 더 프레쉬한 사람 없을까’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프로듀서 중 한 명이 디프라이(Deepfry)였던 거고. 그 당시만 해도 디프라이는 오로지 쇼미더머니 때 가리온의 편곡자로 노출됐던 것 외에는 노출된바가 전혀 없었던 친구였다. 그런데, 마이노스(Minos)의 소개로 비트를 받아봤는데, 얘가 과연 20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붐뱁의 느낌이 잘 만들어져 있더라. 구식을 추구하면서도 패기 있게 잘하는 친구였다. 아쉽게도 샘플클리어런스 문제로 디프라이의 비트를 많이 셀렉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그런 부분에서 오점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터라 더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힙플 : 정작 킵루츠의 프로듀싱 비중이 그렇게 커 보이진 않는다. 피타입 : 사실, 피타입 앨범에 킵루츠형의 비트가 딱 하나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물론, 킵루츠 비트를 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마지막까지도 조율을 했었지만, 어느 순간 킵루츠형에 대한 어떤 애착이나 집착이 과연 내 욕심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결국, 한 곡만 넣게 됐다. 힙플 : 듣고 보니 프로듀서 섭외는 결국, 붐뱁의 달인 색출작업 이었던 것 같다. (웃음) 그런 점에서 프로듀서 키비(Kebee)의 참여도 흥미롭다. 피타입 : 그래도 90’s 스타일의 바이브를 추구하는데 ‘재지한게 너무 적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재즈샘플을 통 샘플링하자니 그 방식도 좀 진부한 것 같고 색다른 바이브를 찾으려고 눈길을 돌리고 있을 때 키비의 ‘Vibe Versa’ 비트를 고르게 된 거다. 키비한테는 딱 한마디 했다. ‘야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꿈은 일매릭을 만드는 건데, 큐팁(Q-Tip)이 없어 (웃음)’ 그랬더니 결과적으로는 딱 원하는 느낌의 비트가 나왔지. 그 외에도 소리헤다나 마일드 비츠(Mild Beats)형, 험버트(Humbert) 같은 친구들이랑도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실제로 마일드 비츠형한테는 ‘이번 앨범에 형 비트 없이 붐뱁을 완성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을 정도인데, 이상하게 내가 마일드 비츠형이랑 작업을 하려고 할 때면, 일두형의 감정기복이 다운모드가 되더라 (웃음) 그래서 이번에도 거의 여름 한 철 내내 시도하고 왔다 갔다 하다가 마지막에는 내려놓게 된 케이스다. 힙플 : ‘붐뱁은 이름을 얻고 스탠다드를 내줬지’라는 가사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니까, 사실 내가 어렸을 때는 붐뱁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는 않았거든. ’붐뱁은 이름을 얻고 스탠다드를 내줬지 난 노래를 얻고, 악마와 계약을 맺었지’ – 최악의 남자 中 피타입 : 맞다. 근데, 그거는 어떻게 보면 시간이 흐르고 이 문화 안에서 표현되는 스타일들이 점점 누적이 되는 순간 어쩔 수 없어진 것 같긴 하다. 어쨌거나 그 현상 자체는 재미있었다. 그러게 말이다..(웃음) 붐뱁이 하나의 스타일화 된 순간 경계할건 딱 하나인 것 같다. ‘붐뱁이 원래 스탠다드야 모두 붐뱁으로 복귀해야 돼!’라는 얘기가 아니라, 어떤 하나의 음악 내지는 그 음악을 둘러싼 문화 속에서 서브 장르들을 계속 칼로 두부 썰기 하듯이 갈라놓는 건, 자칫 위험하고 쓸데없는 관점일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주변에 어린 친구들한테 항상 얘기할 때 예를 드는 게 그런 거다. ‘너 소울하고 펑크 구분할 수 있냐?’ 혹은, ‘스티비원더(Stevie Wonder)는 소울의 신이야 아니면, 펑크의 아버지야? 그것도 아니면 알앤비의 선구자야?’ ‘제임스브라운(James Brown)은 펑크의 황제인 거야? 소울의 신인 거야?’ 이걸 모두 구분할 수 있나? 나는 못 하겠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런 구분의 가치들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힙합 역시 마찬가지겠지. 나는 되게 깜짝 놀랐던 게 재즈힙합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때다. (웃음) 왜 그게 하나의 당당한 서브 장르처럼 얘기가 되어야 하는 거지? 그냥 성향이고 색깔인 건데.. (웃음) 사실, 붐뱁이 스탠다드로 있을 때는 재즈 샘플을 써서 그런 바이브를 만들어 낸다고 해서 재즈힙합이라고 부르지는 않았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바이브 자체가 하나의 서브 장르로 자리를 잡으려고 움트더라. 그 모습이 굉장히 어색했다. 마치, 크레이티브 디렉터, 아트 디렉터,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혹은 카피라이터 같은 직업들이 생겨났듯이 내 입장에서는 ‘이게 뭐야? 뭐 이렇게 많아, 왜 이렇게 타이틀에 집착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쩌면 그건, 계속 직업을 창출해내면서 리치마켓을 공략해야 하는 어떤 시스템의 노예 같은 일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뭐, 그런 생각 정도다. 어쨌거나, 붐뱁이 스탠다드를 내줘버린 건 이미 그렇게 된 거고, 그거에 대해서 짜증난다거나 내지는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다양한 것들을 소화하려고 할 때 그 다양한 것의 중심에 존재해야 되는 건, 예술가로서, 혹은 이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에티튜드고, 이런 것들은 흔들림 없이 항상 있어야 되는 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코스프레가 안 되는 것 같다. 힙플 : 이번 앨범 작업기간이 꽤 길었나 보다. 피타입 : 그렇지도 않다. 보통 내 앨범의 텀을 생각하면 굉장히 짧았던 축에 속한다. 3집 이 나오고 불과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길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건, 음감회 때도 얘기를 했는데 가을, 겨울 한철을 쉬었기 때문이다. 힙플 : 한 타이밍 쉬었던 이유가 있나? 피타입 : 3집을 여름에 내놓고 그 해 가을 겨울부터 작업에 들어가서 이듬해 1월달 즈음 반환점을 내놨다. 반환점을 이미 내놓는 시점부터 이건 앨범에 싱글컷이라는 걸 마음속으로 정해놨기 때문에 그 시기부터 이미 작업이 활성화 돼있는 시점이었다. 그렇게 두더라잇랩(Do The Right Rap)으로 봄까지 달리고, 행사나 외부의 일들을 6~7월에 소화하고 나니 9월 낙엽 떨어질 무렵 이전에 작업했던 트랙들을 들었을 때는 그것들이 성에 안 찼다. 이건 뭔가.. 분명히 내가 이 작업을 시작한 동기는 3집에 대한 큰 불만을 지워버리고자 했던 거였는데, 그것들이 채워지지 않은 채 찜찜함으로 남아있었다. 그대로 진행됐다가는 또 다시 같은 우를 범할 것 같았고, 그때부터는 정말 거짓말 안하고 가사를 한 줄도 안 썼다. 힙플 : 그럼 그 기간엔 뭘 하고 지냈나? 피타입 : 생각만 했다. ‘뭐가 빈 거지?‘ 거의 한 3개월정도를 한 줄의 가사도 안 썼다. ‘뭐지? 나 지금 뭐가 만족스럽지 않지?’ 라는 생각들. 오히려 ‘반환점’이나 ‘Do The Right Rap’ 같은 곡에서는 리듬을 만드는 체계자체로 분명히 나를 더 혁신했다고는 생각을 했는데, 리듬을 바꾼 것만으로는 부족한 건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가을한철을 그렇게 생각만 했던 것 같다. 힙플 : 그래서 해답은 찾았나? 피타입 : 그 무렵이 지날 때 즈음, 뭔가 하나를 깨우쳤다. 그 동안 내가 내 언어를 작품의 언어로만 대해 왔다는 것. 그러니까, 내 언어들은 뭔가 정제되어있는 단어여야만 했고, 여러 가지의 상황 변수를 고려한 단어여야만 했던 거다. 한 마디로 내 단어들은 ‘갈고 닦기를 너무 많이 한 단어’들이었다. 결국에는 ‘툭 나와서 툭 뱉은듯한’ 느낌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하는 지점에 이르렀지. 그리고, 신기한 건 바로 그때 차붐이 [Original]을 들고 나왔다는 거다. ‘시발 이거야!’ 싶더라 (웃음) 내가 고민하던 그 언어를 차붐이 가지고 나온 거지. 차붐의 앨범을 듣고, 만족치가 생기는 걸 느끼면서 내가 지금 포착하고 있는 내 안의 문제가 틀리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그때부터는 조금씩 고민이 풀렸던 것 같다. 실제로 그 뒤로 몇몇 가사들은 쭉쭉 풀리기 시작했다. ‘광화문’, ‘이방인’ 같은 가사들, 정말 쉽게 쉽게 즐겁게 썼다. 힙플 : 이어지는 맥락으로 피타입의 이전 인터뷰들을 보면 아티스트로서의 피타입도 있지만, 기술자로서의 피타입이있다. 기술적인 고민을 끊임없이 해온 대표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지 않나, 지금은 어떤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은 끝난 건가? 피타입 : 그거에 대한 답은 습관처럼, 계속 숨쉬듯이 고민을 해야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리듬 패턴을 한 번 바꿨고, 사용하는 언어의 종류를 한 번 바꿨다고 해서 내 안의 혁신이 끝났다고 하면, 나는 그날 죽어야 된다. 아티스트라는 건 그런 존재다. ‘뭘 좀 바꿔보지? 나를 어떻게 수술해보지?’ 내 안에서, 혹은 바깥에서부터 그런 불만스러운 점을 찾아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업이라고 생각한다. 힙플 : 1집 당시에는 정말 치열하지 않았나 (웃음) 피타입 : 물론, 1집 당시에는 (씬 안에)그런 고민자체가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1집을 통해 ‘그 고민을 하는 게 맞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그 고민을 하셔야 10년뒤에 고민의 결과물들이 나올 것이고, 그래야 한국힙합도 미국의 힙합처럼 멋있어집니다.’ 라고 얘기한 반면에,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 라이밍 정도는 모두가 다 할 줄 알지 않나. 정말 웃긴 건, 당시에 나와 SNP식구들을 비롯해서 씬을 형성하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그렇게 이를 부득부득 갈며 달려들고, 주장해서 이뤄낸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 라임을 쓰지 않던 사람들도 이제는 은근슬쩍 라임을 쓰지만, 그 누구도 너희들 때문에 라임을 쓴다는 말은 안 한다는 거다. 그러나 그런 은근슬쩍은 계속 일어나는 일이고, 그거를 공치사하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이 정도면 됐다고 본다. ‘됐어 그래. 이제 다들 노력은 하네, 됐네’ 싶은 거지. (웃음) 이제 와서 또다시 그 필요성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오그라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보도자료에 라임 어쩌고 들어가는 것도 싫어한다.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웃음) 너무 라임으로 포커싱하니까 다른 부분은 못 하는 것처럼 보이거든. (웃음) 내가 회사스탭들한테 금지어로 지정한 단어들 중 1세대 외 몇몇 단어들이 있는데, 이제는 라임을 추가해야 될 거 같다. (웃음) 힙플 : 말했듯이, [RAP] 앨범에서 이번 앨범으로 가장 익숙하고 잘하는 것으로 회귀한 느낌이다. 3집 [RAP] 이후 느꼈던 음악적 생각들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피타입 : 3집을 내고 나서, 여러 인터뷰에서 겸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사실 1집이나 2집 같은 경우에는 내가 향하고자 하는 지점이 명확했다. 1집 같은 경우에는 ‘왜 이렇게들 밖에 못해? 이렇게 하는 거라고!’ 하는 마음에서 교과서를 내놓겠다는 작정을 하고 달려들었던 거였기 때문에 [Heavy Bass]는 오리지널 외에는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그 이후의 앨범은 말하자면 ‘조금 더 뿌리로 돌아가자’였다. ‘너무 힙합이라는 이름 안에만 갇혀있었던 건 아닌가’하는 고민들 말이다. 오히려 그건 랩이라는 보컬 테크닉을 좀 다양하게 어댑테이션 해보자는 시도였다. 그러고 나서 5년동안 회사생활을 했다. 그럼 그 다음 3집 앨범은 5년만에 복귀하는 앨범이 되겠지. 그런데, 그 주제에 내가 뭔가를 지향하고, 뭔가를 입증해야 되고, 주장해야 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내가 그럴 깜냥이 돼?’ 하는 회의가 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신 있는 건 랩밖에 없었고, 그래서 제목까지도 랩이 됐던 건데, 어떻게 보면, 프로덕션면에서는 하나의 일관성 내지는 어떤 지향성을 띈다는 것 자체가 애매모호한 상태가 되어버렸던 거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그 상황에 적응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럽게 만족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은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1집 이후로 2집과 3집 자체가 ‘힙합이라는 단어를 내 가슴에 박아놓고 가면서 만든 앨범이었냐’한다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3집의 모호한 지점은 결국 거기서 생겼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너 뮤지션으로 복귀할거야, 아니면 힙합 아티스트로 복귀할거야?’라는 부분에서 스스로 답을 못 내렸던 거지. 3집 앨범은 ‘힙합의 키워드들을 사용하지만, 나는 과연 힙합을 하는 게 맞나?’라는 의구심을 낳았고, 거기서부터는 ‘나를 수술하지 않으면 답이 없겠다’라고 생각했다. 힙플 : ‘반환점’이라는 선공개 타이틀이 그 갈림길에서 답을 내린 시점이었나? 피타입 : 그렇다. 첫 싱글 ‘반환점’에 타이틀을 붙인 건, 힙합 본연의 모습으로 나 자신을 되돌린다는 의미가 컸다. 바로 그 시점이 내가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인 것 같다. 힙합으로 스스로 인식하고 확고한 태도로 돌아온다는 것 힙플 : 그럼 그 모든 맥락에서 이번 앨범은 어떤가? 피타입 :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적응을 끝낸 앨범이다. 다만, ‘요새 맛은 다 봤고, 뭔지는 알겠는데, 내가 예전에 하던 것 할 때보다 재미있나?’ 라는 생각을 했던 거고. 힙플 : 문제의 2집 앨범이다. [The Vintage]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의미의 1집이라는 취지로 시작한 앨범 아닌가, 그 이후로 그 프로젝트의 맥이 끊겼던 이유가 있었나 피타입 : 지금에 와서 그 당시의 내 발언이나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을 때를 돌아보면 몇 개의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로는 1집 [Heavy Bass]를 정말 ‘힙합, 힙합, 힙합!’으로 만들어놓고 돌아보니 ‘또 그거를 해야 되나’ 하는 전형적인 소포모어가 있었을 테고, 그 다음으로는 여러 번 얘기하고 다녔듯이 어느 순간 샘플을 수집하려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내가 왜 이 노래를 따서 만들어야 되지? 이걸 직접 해야 동급의 아티스트로 살아갈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다른 한 지점으로 있었다. 그리고 이 지점은 어떻게 보면 뿌리로 다가가겠다는 의지였다. 그 다음 세 번째로는 힙합이라는 걸 당시의 나조차도, 과연 ‘라이프스타일로 인지하고 있었나?’라는 물음이다. 그리고, 돌아보면 그 발언을 하던 시기의 나 역시도 장르 음악을 하나의 테크니컬 폼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싶다. 일단, 그 부분은 명백한 오류였다. 마지막으로 그때 내 나이가 딱 서른 살이었거든. 힙합으로 10년을 살고 나서 30대를 맞은 사람의 어떤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괴리감이 모두 복합적으로 얽혀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착각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총체적으로 비전이 안 보였던 것 같다. ‘비전이 안 보였다’라고 하면 단순히 ‘돈벌이가 안 된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주변사람 혹은 대중들)그 누구도 힙합을 컬쳐 폼으로 인식을 하지 않고, 마치 뮤지컬 폼, 음악적 형식으로만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 세대가 비보이파크(B-Boy Park)를 하던 때는 실상 그렇지는 않았단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비보이들이랑 괴리감을 느끼고 있고,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랑 멀어졌고, 그런 와중에 친했던 비보이 친구들이 힘들어서 판을 떠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아이드피스(Black Eyed Peace)는 성공을 거두고, 지하철역에서는 이제 랩 음악을 듣는 게 어렵지 않게 됐으며, 한국에는 ‘8마일’ 붐이 일고 있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까 ‘아, 내가 여기서 라이프스타일, 내지는 컬쳐폼으로서 힙합을 뿌리내리겠다고 하는 도전이 과연, 적합한 도전인가? 10년동안 해왔는데 나는 그에 합당한 결과를 손에 쥐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섣부른 판단을 내렸었다. ‘안 된다 이 나라 사람들은 문화라는 말 자체의 뜻도 모르고 알 생각도 없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라는 판단이 섰고, ‘힙합은 문화로서 지속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고 나 스스로 선고를 내렸다. 그런데, 그게 30대를 맞이하는 개인의 생계와 맞물리면서 굉장히 네거티브한 늬앙스가 되어버렸고, 그러다 보니 ‘한국적 정서의 문화폼은 아닌 것 같아요’라는 발언이 ‘폭력적인 잡종문화’라는 발언으로 나왔던 거다. 힙플 : 결국에는 그것 또한, 로컬라이징에 대한 이야기였군 피타입 : 맞다. 그러니까 결국에는 ‘한국화 되기는 힘들 것 같아요’라는 발언에 지나지 않았다. 그 후로는 30대로써 사회적 괴리감을 지우기 위해서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지. 힙플 : 어쨌든, 다시 씬 안으로 복귀했다. 피타입 : 판으로 돌아 오고자 했을 때, 내가 반성하고 깨달았던 건, ‘지속가능성이 없다’라고 생각하고 섣불리 던졌던 돌이 아직 살아있음을 본 순간이었다. 굉장히 숙연해졌고, 이 판을 지켜온 사람들에 대해 굉장한 존경심이 들더라. 아직도 후배 아티스트들에 대해서 ‘나보다 낫다’라고 얘기하고 다니는 것도 그런 부분들이다. 특히, 딥플로우(DeepFlow)나 팔로알토(Paloalto)같은 친구들은 이제 일가를 이뤄내지 않았나. 이런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5년은 존재할 수 있었던 거다. 그렇다면 5년전에 내가 한 판단은 명백한 오판이었던 게 되는 거고. 힙플 : 2집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해야 될 것 같다. (웃음) 피타입 : 뭐, 그렇다. 당시에 내가 내린 결론은 ‘문화로서, 혹은 라이프스타일로서, 삶으로서, 이걸 지향하면서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페이크다’ 라는 결론을 내렸던 거다. 나는 이미 내 머릿속에서 그런 판단이 선 상태에서 힙합을 표방할 수는 없었고, 말하자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 돼! 다만, 나는 여기서 랩이라는 보컬 테크닉만은 가지고 나가겠어’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가 만약 거기다 대고 그걸 힙합이라고 우겼으면? 그거는 내가 생각했을 때도 쓰레기다. 혹자들은 물어본다. ‘2집에서도 랩을 했고, 충분히 프레쉬한 라이밍을 보여줬는데, 그렇다면 블랙뮤직의 카테고리로는 볼 수 있지 않냐, 왜 굳이 힙합 안 한다는 말을 했냐?’ 나는 아직까지도 그 상황에서는 힙합을 한다고 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힙플 : 어쨌든, 당시에도 피타입을 지지하는 측과 비난하는 측, 양쪽의 대립이 첨예했다. 피타입 : 그래서 당시에 재미있는 해프닝이 뭐였냐면, 앨범이 나온 이듬해에 대중 음악상 힙합부문 후보에 이 앨범이 올라간 거다. 나도 당연히 통보를 받았는데, 그때 내가 직접 그건 힙합이 아니라며, 당장 내리라고 했다. 내 스스로 위배되는 삶을 살수는 없으니까. 힙합으로 논해지는 것 자체가 힙합한테도 나한테도 안 좋은 것 같으니 내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내려갔었는지 어땠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런 해프닝이 있었다. (웃음) 힙플 : 그럼 이 기회에 ‘폭력적인 잡종문화’라는 말을 다시 정의해줄 수 있나 피타입 : 어쨌거나, 힙합이 폭력성, 내지는 잡종이라는 속성에 의해 태어난 문화라는 생각은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혹자들이 비판하긴 하지만, 폭력이라는 걸 ‘경쟁적이다’라는 말로 바꾸면 과연 어떨까? 세상의 모든 경쟁은 폭력이다. 그리고, 힙합이 그런 폭력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는 건 변함이 없다. 일례로 배틀을 하는 건 여기밖에 없고, 그건 힙합의 중요한 속성이라고 생각 하거든. ‘잡종’이라는 말 역시 부차적의미로 낮춰 부르는 ‘잡놈’의 ‘잡’과의 동음이의어에 의한 혼동으로 생겨난 오해 같은데, 잡종은 하이브리드고, 두 개 이상이 섞여있으면 잡인 거다. 나는 실제로 도요다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잡종차를 타고 있다. 그렇다고, 그 차가 질이 낮다거나 상대적으로 낮춰 부를 수 있는 차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실제로 중국집에서도 잡탕밥이 짬뽕밥보다 비싸다! (웃음) 잡이 반드시 비하를 의미하는 건 아닌데, 당시의 그 말 자체는 어쩌다 보니 비하발언이 되어버리더라. 물론, 아까 얘기한 것처럼 당시 얽혀있었던 힙합의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과 내 개인 신상에 얽혀있는 얘기들이 더해져서 네거티브한 늬앙스를 증폭시켰던 거기 때문에 분명 내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 자체가 과연 틀린 것일까?’라고 생각해보면, ‘폭력적인 잡종문화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요?’ 라고 하는, 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하고 여전히 유효하지 않나 생각한다. 힙플 : (웃음)재미있는 건, 그때의 화두를 이번 앨범에 다시 소환해서 직접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목화밭도 못 봤고, 피부 색깔 역시도 못 바꿔‘ 라는 한 구절로 앨범의 정체성을 못박고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느낀 건, 피타입이 말하는 한국힙합의 패러다임이 '외국힙합 따라잡기'에서 한 프레임 더 넓혀 봤더니, 결국 다시 오리지널 한국힙합으로 귀결됐다는 말로 들렸다. ’나는 목화밭도 못 봤고 피부 색깔 역시도 못 바꿔 코스프레 따윈 니년 오빠 거 이거부터 확실히 못 박고’ – 폭력적인 잡종문화 中 피타입 : 맞다. 다시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이야기였다. 2008년도 당시, 발언했던 ‘폭력적인 잡종문화’ 라는 말의 핵심은 거듭 말하지만, 토착화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였기 때문에, 다시 그 단어를 꺼냈을 때는 당연히 그때의 얘기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문제다. 흔히 우리가 하는 여러 논쟁이 있지 않나, 힙합씬을 둘러싼, 혹은 힙합씬 내에서 벌어지는 그 논쟁들은 결국 내 눈에 ‘로컬라이제이션이 되고 있는 거냐, 혹은 단순히 따라 하는 거냐’의 문제로 비춰졌다. 다양하다고 하는 스타일까지도 결국에는 외국 것에 대한 모방, 혹은 따라잡기로만 바라봐야 되는 건지에 대한 고민들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다. 애당초 내가 1집을 만들 때의 에티튜드 자체도 ‘제대로 따라 하자’ 였는데 ‘뭐 다를 거 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소위 비판 받을만한 컨텐츠들이 나올 때마다 ‘어느 부분이 잘못된 건가’하는 딜레마에 빠졌는데, 곰곰히 들여다보니 여전히 딱 그 부분인 것 같았다. ‘힙합다운 힙합’을 시작하면서 말했던 그 내용들.. ‘난 의문이다 가죽의 줄무늬가 같아질 수는 없음을 한 숨을 쉴 뿐이다 – 힙합다운 힙합 中’ 적어도 우리는 흑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합은 그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만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과연 우리한테 이 문화를 흑인처럼 따라 하거나, 아예 흑인들의 카테고리에서 완전히 벗어나버리는 것 두 개의 선택지 밖에 없는 걸까?’ 라는 생각들을 하게 됐을 때, 내 경우에는 그건 아닐 것 같았다는 거다. ‘대한민국 지금 충분히 참담한데? 반도 전체가 게토라고 설정하면 더 많은 얘기가 가능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까지 도달했고, 나는 그 부분에서 내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놓고 싶었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이 전반적으로 힙합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이야기하고, 나를 얘기하지만 결국 그 귀결은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시도로 갔던 이유다. 힙플 : 다른 한편으로 ‘폭력적 잡종문화’는 당시의 발언 때문에 스스로 자제하고 있었다는 뉘앙스도 준다. 언더그라운드 지킴이 역할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지금, 한번 힙합을 부정했다는 과거가 자격론을 들이민다면 어떨 것 같나 피타입 : 뭐,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결국 그거에 대한 해답은 살면서 내가 갚는 것 밖에는 없다. 그건 이미 내가 30대에 들어서며 한번 생각을 해봤던 문제인데, 그 낙인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어쨌거나 내가 벌린 일이고 지금에 와서 그때의 내 얘기가 ‘사실은 힙합에 대한 부정이 아니었다.’ 라며 덮어버리기도 싫은 거다. 그냥 날 퇴출하고 싶은 사람들은 날 안 보면 그만이겠지만, 내가 스스로 행했었던 일에 대한 책임을 갚아야 한다면, 그건 내가 다시 랩을 제대로 잘 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마치 전과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랑 똑같은 것 같다. 그런데, 전과자는 선행을 하거나 의로운 일을 행할 수 없는 건가? 혹은 그 의로운 일을 방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건가? ‘평생 전과자의 낙인을 안고 그냥 숨어서 조용히 닥치고 살아’라고 하는 시선은 굉장히 잘못되고, 못된 생각 같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갱생이지. 한국힙합을 부정했다는 부분을 갑론을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래서 잘 되었냐, 폭력적이지 않게 잡종적이지 않게 로컬라이제이션까지 잘 했니?’ 라고 되묻고 싶다. ‘ 힙플 : ‘핏줄이라곤 이제 내 그림자뿐’ 1세대가 보여준 한국힙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하려는 건가? 한국힙합은 적통이 없다고 느끼는지.. 피타입 : 그 부분에서 질문이 더 전개되기 전에 제대로 한번 짚고 가야 되는 게, 네안데르탈은 일단, 힙합씬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그 연속의 맥락으로 보면 조금 덜 짚어지는 부분들이 있고, 오히려 가사를 굉장히 못쓴 게 될 거다. ‘네안데르탈’은 예술계 전체를 은유한 곡이었고,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고, 예술이라는 전통적 가치가 점점 쇠락하고 있고 작금의 세태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 무리들은 멸종을 맞이하는 종이나 다를 게 없다’라는 것에서 시작을 한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마이노스가 ‘형 저는 이걸 힙합씬에 대한 이야기로 베리에이션 해서 쓰겠습니다’ 하고 가사를 쓰고 있을 때 내가 스탑시켰다. 이 메타포 자체가 사실은 우회의 각도가 굉장히 큰 메타포인데 마이노스가 그렇게 베리에이션 해버리면 꼬아지고 꼬아져서 주제의식이 흐릿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너도 여기 붙어’라고 못박고 작업을 했었던 거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예술계 전반을 칭하는 이야기지 굳이 힙합씬의 특정 상황에 포커싱한 내용은 아니었다. 힙플 : 사실, 나는 JJK가 재작년에 발표했던 ‘종의 마지막’이라는 곡을 연상했다. 내가 너무 빠져버린 건가. (웃음) 피타입 : 쭉 이어지는 맥락으로 읽다 보면 그럴 수도 있었을 텐데, 사실 그렇게 비춰지지 않길 희망했었다. (웃음) 사실, 그 부분에 대한 실마리를 좀 더 뚜렷하게 썼어도 좋았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래 자체를 수수께끼처럼 남기고 싶었기 때문에 훅 또한, 수수께끼처럼 썼던 거고. 힙플 : ‘Neander, Neumann, Newman’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멸종을 부르는 열정 신인류 Neander Neumann Newman’ – 네안데르탈 中 피타입 : 이 곡은 ‘Neander, Neumann, Newman’ 이라는 말에 많은 실마리가 들어있다. 흔히 네안데르탈에서 발견된 고대의 인종을 ‘네안데르탈인’ 이라고 하지만, 사실 ‘네안데르’는 지명 이름이고, ‘탈’이라는 말은 독일어로 계곡이라는 뜻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이름이 재미있는 건 네안데르라는 지명이 그 지역에서 배출한 작곡가이자 시인인 ‘네안더(Neander)’라는 사람의 이름을 땄다는 거다. 네안더라는 이름은 그리스식 표기고, 독일식으로는 ‘노이먼(Neumann)’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노이먼이라는 이름은 미국식 발음으로 ‘뉴먼(Newman)’, 신인류가 되지. 이 세 개의 이름에 포착을 해서 훅을 풀어냈다. 그래서 멸종(네안데르)을 부르는 노이먼(예술가)의 열정이 뉴먼(신인류)을 만들어냈다는 건데, 이 관계를 떠올리고 나면 사실, 이 이야기가 힙합씬 안에서의 이야기로 비춰진다기 보다는 그냥 예술계에 대한 이야기로 비춰진다. 그러니까, 인터넷 바람이 불어 닥치고 심지어는 모든 것들이 공공재화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 미술은 그렇게 죽었고, 문학 또한 그렇게 죽어버렸다. 출판사들은 문을 닫고, 인터넷화된 문학 작품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지. 단지,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는 거다. 음악 역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퍼플레코드(Purple Record)와 레코드포럼(Record Forum)이 문을 닫았다. 미화당은 진작에 문을 닫았고, 이제 향레코드 하나만 남았는데, 그 말은 즉, 이 인근에서는 더 이상 피지컬 메테리얼(Physical Material)은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 힙플 :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지만, 이 노래가 담담하게 그걸 받아들이는 흥은 아니었다. 그런 흐름들이 내심 아쉽진 않나? 피타입 : 그것들이 피지컬로 남아있을 때, 우리한테는 사실 여러 가지의 가치가 있었다. 선물을 할 수 있고, 빌려 들을 수 있고, 모으는 재미가 있었으니까. 물론, 그것들이 디지털라이즈 되고, MP3로 남아 있을 때 까지만 해도 다운로드해서 모으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있었지만, 그러나 이제는 모두 스트리밍으로 옮겨갔다. 스트리밍으로 옮겨간다는 건 말하자면 공기처럼 된다는 거거든. 누구나 마실 수 있고, 누구나 지나가다가 들릴 수 있게 된다는 거다. 그러니까 예술의 대한 가치 자체가 바뀌는 거지. 그것이 추락인지 상승인지는 아직 가치판단 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 가치는 변했다. 다시 말해 음악은 이제 돈을 내야만 누릴 수 있는 사유화되는 자산이 아닌, 공공의 자산이 되어버린 거다. 그랬을 때, 이걸 생산하는 예술가들의 입지는 굉장히 위태위태하고, ‘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라고 보는 거다. 힙플 : 그것에 대한 대안이라고 한다면? 피타입 : 수정자본주의에서는 사회주의 내의 사유재산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에 그것을 공공화 시키되 국가가 계획 경제로 들어가서 지원을 해준다. 반면, 북한에서는 영화인들한테 연금을 주고 배우들한테 연금을 준다. 사회주의에서는 이런 것들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있다. 물론, ‘사회 체제를 유지 존속시키는데 일조해라’ 라는 딜을 내걸겠지만 어쨌거나 ‘국가가 예술가를 보호한다’라는 개념은 사회주의에서는 익숙한 개념이고, 실제 수정자본주의에서 받아들여져야 되는 부분들인 거다. 근데 우리나라는 이미 공공자산이었던 것조차도 민영화 시킨다. 국가의 보호를 받아도 모자를 판국에 말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네안데르 종이 멸종한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힙플 : ‘광화문’에 바로 그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특히, '반강제로 수긍한 이 시스템'에서 '피라밋 같은 건물들 그 속에서 곧 물들거나 늙을 어린아이였던 속물들'로 이어지는 구간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나의 밤과는 상관없다 방관한 타인의 삶 반강제로 수긍한 이 시스템 시스템 위에 시스템이 낳은 시스템 권력이 거리에 미메시스된 피라미드 같은 건물들 그 속에서 곧 물들거나 늙을 어린아이였던 속물들 귀찮아도 눈을 떠 삐걱대면서 버텨 과연 이러는 게 똑똑한가 하루는 비참하고 다른 하루는 비겁해 오늘 난 옛날의 나에게 떳떳한가 피타입 : 우리 모두가 반강제로 시스템에 수긍하고 있다. 그 시스템을 선동하거나 혹은 지지하건, 반대하건 그거와 상관없이 우리는 세금을 내고 있고 시스템 위에 만들어진 것들에 녹을 먹으며, 시스템 안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단 말이다. 반대하고 있는 사람 조차도 이미 이 시스템 안에 있는, 말하자면 반강제로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 바로 전 가사가 ‘나의 밤과는 상관 없다며 방관한 타인의 삶’인데 사실, 그 순간 이미 시스템에 수긍하고 있다는 거고, 우리는 누구나 시스템 안에 있으면서 그 시스템을 받아들이기도, 거부하기도 애매한 오갈 데 없는 민초의 삶이다. 이 상황은 말하자면, 누구를 비판할 것도 없고, 누구를 상대로 떳떳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가장 많이 충돌했던 게 작년 한 해였지 않나.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시스템의 리더들이 행하는걸 보면서 그렇게 충돌하는 해를 보냈다.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수긍하며 살고 있었던 거다. 내가 오늘밤 광화문에 촛불을 들러나가면 난 내일 출근을 못하겠지만, 세상은 뒤집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현장에 나가지 않은 사람을 우리가 손가락질 할 수 있나? 혹은 나가지 않았지만, 아무도 나한테 손가락질 할 수 없다고 떳떳할 수 있나? 누구도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복잡미묘함 자체가 21세기의 대한민국 한복판의 현실이고 내가 처한 현실이며, 남들의 현실이다. 나는 이 모든 걸 이 곡을 통해 그저 고백하고 싶었다. 포장 하고 싶지도 않았고, 항변하고 싶지도 않다. 이 곡에서는 있는 그대로가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 힙플 : 광화문이라는 장소가 가진 특별한 의미가 있나? 피타입 : 실제로 광화문이라는 곳은 대한민국의 마천루들이 즐비한 거리다. 국가의 중앙시스템들이 모두 집중되어있고 대기업 건물들이 들어와있고, 건물들이 피라미드보다 더 웅장하게 위엄을 뽐내고 있는 곳인데, 그 거리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 한 거다. 마치 권력이 미메시스된 것 같은, 그러니까 권력이 거리에 형상화된 것 같은 모습 말이다. 피라미드라는 건 사실 그런 것이지 않나, 왕은 어차피 지하에 묻히지만, 그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쓸데없이 높은 마천루를 지어 올리는 것과 같은 거라고 본다. 우리가 흔히 고층건물에 권위를 느끼는 이유도, 펜트하우스에 상위1%의 감을 갖는 것도, 왠지 사장실은 높은데 있을 것만 같은 것도 다 그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 빌딩들이 마치 권력이 거리에 미메시스된 형상 같다고 생각을 했던 거고, 그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이제 끝난 인생은 아닌데 영원히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순수했던 과거를 추억하면서 속물로 늙어가는 그 모습들이 손가락질 하고 비난할게 아니라 누구나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 줄이 그런 거다. ‘하루는 비참하고 하루는 비겁한 거라고’ 힙플 : 굉장히 큰 프레임으로 쓴 가사지만, 사실 우리는 힙합 커뮤니티고 어쨌든, 내가 본 작은 프레임으로 그 부분을 해석했다. 아주 덮어놓고 억측하는 거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브랜뉴에서의 피타입을 이입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레이블 역시 시스템이지 않나 피타입 : 그거 되게 신선한 해석인데? 전혀 생각 못했는데 그렇게 대입해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웃음) 힙플 : 한국 힙합씬에서 멀티를 지향하는 레이블이 가지고 있는 인식들이 다양하다. 브랜뉴 안에서의 피타입은 어떤가? 피타입 : '어떤 부르짖음이기도 했는가?' 라는 질문인 것 같다. 뭐 그 생각을 하면서 쓴 가사는 아니지만, 그렇게 놓고 얘기를 하니까 그것도 맞는 것 같다. (웃음) 어쨌거나 시스템 대 개인과의 관계를 놓고 얘기해보자면 맞다. 그럴 수도 있다. 근데 실제로는 이런 거다. 브랜뉴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혹은 창작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작품을 내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그런 외압은 없다. 다만, 전혀 압박이 없지는 않지. 그걸 압박이라고 표현하는 거 자체가 웃기지만, 사실 상의를 하지 않는 것도 웃기다. 그럴 거면 뭐 하러 계약하겠나 (웃음) 어쨌거나 대표와 스텝들과 주요곡들을 놓고 상의를 하지만, 나머지 곡들이야 회사 내에서 내 나이가 있다 보니, 터치하거나 혹은 나한테 많은 부담을 주려고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준다. 게다가 나라는 뮤지션 자체가 팝 성향을 해봐야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건 회사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곡들이 나올 때는 소위 대중성이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정도의 판단은 함께 하려고 한다. 계약을 한 순간 그게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힙플 : 그럼에도 광화문 같은 곡을 주요곡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피타입 : 실제로 '광화문' 같은 노래는 회사에서 반기지 않았고. 라이머형은 '꼭 이걸로 해야 되니?'라며 '광화문'은 수록곡으로 하고 바로 타이틀을 까자라고 했었다. 그런데, 나는 죽어도 이 노래는 오픈해야 된다고 이 문제로 속을 많이 썩였지. 어마어마한 똥고집을 부렸다. (웃음) '서른 여섯 살 강진필이 4집앨범을 내는 시점에서 이 곡은 한 번 내놓고 가야 됩니다' 라고. 이 곡을 수록곡으로 묻어둔 상태에서 타이틀곡을 까는 건 내가 생각하는 맥락이 아니었고, 피타입이라는 텍스트의 맥락상 옳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우여곡절 정도가 있는 거다. 근데, 그건 누구나 겪는 우여곡절일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거란 말이다. 그리고, 그 얘기인 즉, 아까 포착한 얘기가 말이 된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사회 생활을 하는 모두가 시스템과 나의 자율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나, 그 정도의 고민인 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시스템을 부셔버리겠어' 혹은 '모두 이 시스템에 순응하고 있잖아? 닥치고들 살아' 이런 것도 아니고 '누구나 비참하고 누구나 비겁하다'라고 누군가는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다. '최소한 혁명가는 못될지언정, 예술가라면 그렇게는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 정도다. 물론, 굉장히 신선한 해석이었고, 적용 가능한 시각인 것 같다. 힙플 : 돈키호테는 원곡을 해치지 않으려고 무척 신경 쓴 느낌이다. 원곡이 10년넘게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부담되지는 않았나 피타입 : 맞다. 사실은 제목 자체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데뷔 11년차가 되어서도 다시 한번 소포모어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런 제목이지 않나 (웃음) 사실 ‘돈키호테2’를 만들려는 시도는 그러니까 브랜뉴에 들어오고, 컴백한 이후부터 늘 있었다. 2년넘게 싱글을 작업하자는 얘기가 있었고, 심지어는 ‘휘성도 섭외할 수 있다!’라는 라이머형의 공언까지도 있었는데, 막상 그런 오더 아닌 오더를 받고 권유를 받다 보니 어떻게 ‘‘돈키호테2’를 만들어야 되지?’ 라는 부담이 들더라 힙플 : 어떤 고민이 들던가? 피타입 :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첫 번째 고민은 ‘히트곡이었으니까, 히트만 시키면 되나? 혹은 옛날에 클래식이니까 웰메이드 힙합으로 만들면 되나?’ 근데, 어떤 식으로 가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영광을 좇아서 사람들이 많이 들을 수 있는 노래로 만들자니 돈키호테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정말 멋있는 힙합으로 끝내자니 먼지 되고 끝날 것 같은.. 그런 딜레마가 있었다. 이게 결국에는 모든 아티스트가 고민하는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의 딜레마인데, ‘돈키호테’는 사실 그 밸런스를 굉장히 잘 잡았던 곡이었다. 그런 압박 때문에 만들고, 엎기를 반복하고 가사를 썼다 지우기를 2년 반 동안 반복했다. 힙플 : 그래서 완성할 수 있었던 실마리가 있었나? 피타입 :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돈키호테2’를 좀 잘 만들어서 무조건 선공개 하라는 정도의 라이머형의 주문은 있었다. 근데, 그렇게 선공개성 곡 작업을 하려고 하니까 어떻게 해도 돈키호테 같지 않더라. 그래서 중간에 그냥 생각을 바꿨다. 내려놓은 거지. 그렇게 해서 비트 셀렉까지는 됐다. 원래 다른 내용을 쓰려던 비트를 돈키호테로 만든 셈이다. 가사 역시도 생각이 많았다. 10년 전 돈키호테는 전체를 놓고 포부를 밝히는 가사를 쓰는 게 가능했지만, 10년만에 또 포부를 밝히는 것도 웃긴 거고, 또 한편으론 과연 10년전, 돈키호테를 불렀던 나에 대해, 남들이 대입하는 성공을 내가 누리고 있는지도 생각해봤다. 쇼킹했던 건, 3집 작업 당시 일리네어 애들이랑 밥을 먹는데 그 친구들이 하는 얘기가 ‘형 1집 되게 많이 팔리지 않았어요? 그때 정산 받았으면 형 이렇게 힘들게 안 하셔도 되는 거 아니에요?’ 라고 하더라. ..정산을 받았다면 그래도 되겠지. (웃음) 4만 몇 천장이 팔렸는데.. 정산을 제대로 받았다면, 어림잡아도 킵루츠(Keeproots)형이랑 나는 1억씩은 챙겼어야 됐다. 근데, 한 푼도 못 건졌다. 힙플 : 왜인지 물어봐도 되나? 피타입 : 회사가 없어졌다. 힙플 : 허허.. 그런 경우도 있나? 피타입 : 회사가 공중분해 되고, 누군가 정산을 받았는데, 그 사람을 못 찾은 거지. (웃음) 당시에는 그 정도로 미비했다. 저작권법 조차도 희미할 때였는데, 우리는 그 당시 저작권자 등록도 안되어있었거든. 당시 스물다섯 살 짜리 피타입은 언감생심으로 ‘내가 변호사 살 돈이 어디 있어’ 하면서 움츠러들기 마련이었고, 당시에는 (킵루츠와)우리 둘 다 그냥 ‘그래 데뷔 잘했으니까 이걸로 됐다’하면서 소주 마시고 끝난 거다. 그러고 나서 우리 둘은 노가다를 뛰었지. (웃음) 미련했고, 똑똑하지 못했던 시절이다. 어쨌거나, 당시의 그 성공은 그렇게 그냥 날아가 버렸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성공한 싱글이였고 성공한 앨범인 상황이었지. 실제로 그 정도 팔린 거면 쥬얼리보다 많이 팔았다고 하니 성공이 맞지만, 10년 후 현실의 나는 남들이 생각하는 정도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런 괴리감을 내가 어떻게 다뤄야 될지 생각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지금의 초라함과 궁색함을 표현하자니 내가 그렇게 바닥치고 있지는 않은데 그건 싫고, 그렇다고 과거에 대단한 노래를 만들었던 나를 과대 포장할 정도로 내가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 위대하기엔 초라하고 초라하기엔 위대한 심정이랄까. 그런데, 결국 이걸 고민하는 게 과거에 그 노래를 불렀던 나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돈키호테2’에서는 고민하는 나를 소탈하게 담아내려고 했다. 힙플 : 보컬 섭외는 어떤 기준이었나? 피타입 : 돈키호테면 보컬 훅이 붙어야 했고, 주요곡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듣기 좋은 라인을 만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남자보컬을 선정했다. 그러다가 이 곡에 대해 내려놓고 수록곡으로 만들자고 생각한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고, 여자 보컬을 넣어볼 생각을 하게 됐다. 은근히 재지한 바이브가 들어가면 그것도 어울릴 것 같았거든. 우리의 머릿속에 최초 탈립콸리(Talib Kweli)의 ‘Get By’나 혹은 다일레이티드 피플즈(Dilated Peoples)의 ‘This Way’같은, 칸예웨스트(Kanye West) 초창기 스타일의 레퍼런스가 있었다면, ‘여기에 여자 보컬을 넣읍시다’ 라고 하는 시점에는 우리가 생각하던 칸예 초창기가 아닌 오케이플레이어(Okay Player) 스타일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바버렛츠(Barberettes)의 멤버 김은혜씨가 완전 힙합 올드팬이어서 편하고, 수월하게 작업이 성사된 거다. 게다가 ‘돈키호테2’라고 하니까 은혜씨 같은 경우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더라. (웃음) 처음에 힙합팬이라는고 했을 때 상투적인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딥한 힙합팬이어서 놀랐다. 그래서 은혜씨한테 멜로디 라인을 주도적으로 맡겼는데, 가녹음을 받았을 때, 정말 생각한 그대로 나왔다.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의 캐스팅이였다. 라이머형한테도 들려줬더니 ‘타이틀로 가’ 하더라. 어깨에 힘 빼고 있는 그대로 투영하자라는 생각이 유효했던 트랙이다. 힙플 : 선우정아나 바버렛츠는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굉장히 잘 녹아 들어서 더 의외였다. (웃음) 피타입 : 개인적인 지론상 90년대 붐뱁 바이브는 특히나 재지한 보컬이 들어가면 끝난다고 본다. 그건 진리다. (웃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사람들과 작업을 할 것 같다. 힙플 : 실제로 ‘돈키호테2’의 가사처럼 10년전 클래식이 피타입의 상대였다. 현재까지 앨범에 대한 피드백들이나 본인이 느끼는 만족도는 어떤가? 피타입 : 다행히도 생각한 정도의 피드백이 돌아오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 내가 기대한 만큼의 반응은 끌어낸 것 같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마케팅 데이터로서는 역시나 이런 건 차트에서 맥아리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도 됐다. 그렇다고 해서 차트에서 힘 받을 수 있는 노래를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단지, ‘차트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일 수 있겠구나’라는 걸 재확인한 셈이다. 확실히 매니아층이 이제는 꽤 다수가 됐지만, 아직은 파플러한 마켓에서 그 숫자가 영향력을 가지는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이런 데이터를 알고 있으니 헷갈려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트에 못 들어간다고 징징대거나 내지는 차트송 스타일로 갑자기 자신의 행보를 꺾는 그런 비겁한 짓은 하지 않아야 된다는 말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데이터 하나 쌓았다. 물론, 어차피 이럴 줄은 알았지만 (웃음) 힙플 : 그런 점에서 차트 음악에 대한 유혹은 없나 (웃음) 피타입 : 그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면, (회사한테)무책임한 거다. 가급적이면 많이 듣는 게 좋은 거니까,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게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할 수야 있겠지. 3집때 적응을 하면서 시도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단지, 그게 나한테 딱 맞는 옷은 아니었다. 나는 이렇게 범버자켓 입고, 팀버랜드 신고 다닐 때가 제일 멋있지, 보타이 매고, 슈트를 입는다거나, 스키니진 입고 스니커즈 신는다면 웃기지 않겠나 그런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나한테 어울리고, 그게 과연 나한테 유효한가’의 문제지 ‘욕심이 있냐, 없냐’의 관점은 아닌 것 같다. 안 맞는 옷 입고 욕심부려서 성공이라도 거머쥐면 다행이지만, 사실 안 맞는 옷 입고 성공을 거머쥐는 경우도 별로 없거든. 힙플 : 다시 앨범으로 돌아와보자.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10년전 ‘돈키호테’의 가사에서 ‘무엇 하나 이루어진 것이 없다’ 라고 회고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바라는 건, 정체된 이 문화가 거센 바람을 거두며 앞으로 나가 빛을 발하는 것 내가 말하는 걸 기억한 어린 아이들이 어서 자라는 것’ – 돈키호테 中 피타입 : 이 앨범은 ‘이루어진 게 전혀 없다’라기 보다는 ‘손에 쥔 게 없다’라고 표현한 앨범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이루어진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문장을 일궈낸 장본인들, 허클베리피(Huckleberry P)나 마이노스같은 친구들이 나한테 계속 힘을 실어주고 있고,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것들이 나한테 많은 힘이 된다. 그리고, 당연히 ‘돈키호테2’에서는 다시 10년뒤의 예언이나 바람까지 담지는 않았다. 그건 그런 곡이 아니니까. 이 노래는 10년전 ‘돈키호테’를 불렀었던 강진필에 관한 노래다. 힙플 : ‘여기 멋지게 낡은 미래란 없지’라는 가사나 ‘누가 붙여달랬냐 1세대 딱지’라는 가사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리스펙트에 대한 문제다. 한국힙합에서 1세대들이 레전드로 남을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피타입 역시 그런 성찰을 한 것 같은데 ’여기 멋지게 낡은 미래란 없지 꼰대라던 아버지들에게 빚진 건 떼어먹지 – 반환점 中’ ‘누가 붙여달랬냐 1세대 딱지 개나 주고 다시 가져와 지폐와 금딱지 – 폭력적인 잡종문화 中’ 피타입 : 맞다. 나는 심지어 내가 직접 메스를 대고 싶을 때도 있다. 심지어는 크루 내부에 있는 동료들이나 선배들을 보면서도 ‘이제 이런 거 해야 되는데..’라는 생각들을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나는 불한당 내부에서 영원히 그런 존재다. 힙플 :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피타입 : 2002년도부터 나는 늘 형들한테는 피곤하고 부담스러운 동생이었다. 가리온(Garion)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술 취해서 ‘라임은 왜 안 써요?’라고 했을 정도니까. 그리고, 그 얘기를 10년동안이나 하고 있다. (웃음) 아무튼, 나는 형들한테 직구를 제일 잘 던져오던 사람이고,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쨌거나, 멋지게 낡아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아.. 서른다섯이면 그렇게 늙은 건 아닌데.. 시발 힙플 : (웃음) 피타입 : 성인 남성의 전성기는 서른다섯에서 여섯이다. 육체적으로 가장 뛰어난 힘을 발휘할 때인데, 마크헌트가 효도르를 팽개쳤을 때도 그 나이 때였다. 시발.. 비록 졌지만.. 어쨌든, 영 플레이어들이 워낙 빠르게 유입되고 많아지는 상황에서 씬의 첫 모습부터 있어왔던 사람들이 만약 자신이 여태까지 해온 업적만을 묻어둔 채로 멈춘다면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죽을 때까지 쇄신해야 하는 예술가의 소명으로서 옳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멈춘 사람들과 1세대라는 이름 하에 같은 딱지가 붙는 것도 나로서는 굉장히 불쾌하기 때문에, 그런 뒷방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사실 악착같이 하고 있는 것도 있다. 다만, 내가 불만스러운 것들은 마치 그들이 다음 세대들한테 비판 받듯이 내 입에서도 그 비판이 행해져야 되는 상황들과 거꾸로 나한테 이뤄지는 비판들은 내 동세대가 나한테 하는 비판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인 거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치고 박기는 영원히 있을 거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이 되어야겠지. 힙플 : 사실, 내 질문의 초점은 새로운 세대들의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웃음) 예를 들어 팔로알토(Paloalto)가 ‘이미 업적을 일궈낸 레전드는 그거대로 존경 받아 마땅하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피타입 : 그것 또한 멋있는 시각이지. 멋있는 리스펙이고.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영원히 쇄신하려는 노력을 멈췄다면, 그 시점에선 그 아티스트에게 분명한 비판이 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나는 그런 치고 박기가 활발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나 또한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여태까지 일궜던 업적이 한 순간 잿더미가 되는 것도 위험하지만, 그것 때문에 까방권이 생겨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힙플 : 그것대로 타당하다. 신인들에 관한 질문들로 이어가 보자. 힙합씬이 그리 꿈같은 동네가 아니라는 걸, 여러 랩퍼들이 간증하고 있는 상황에도 매년 랩퍼 지망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모든 지망생들은 랩스타를 바라보고 있겠지. 이 구절은 그런 상황에 관한 구절인 것 같다. ’랩퍼들은 마약 같은 성공 팔고 어린아이들은 꿈이란 이름의 마약 빨고 나는 목화밭도 못 봤고 내가 사는 현실 역시도 못 바꿔 – 이방인 中’ 피타입 : 소위 차붐의 '빨아삐리뽕'이나 여타가사에서 진부한 클리셰라고 표현했던 얘기들. 결국에는 ‘이방인’이나 ‘광화문’같은 얘기들도 그렇지만, 힙합에 관한 얘기를 힙합얘기로 끝나지 않게, 내 얘기는 내 얘기에서 끝나지 않고, 세상에 대한 얘기는 세상 얘기에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앨범의 미션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혼재시키고, 융합 시키려고 했던 시도가 몇 곡에서 있었는데, 특히, 이 곡의 가사가 그렇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가사를 쓰는 내 모습으로부터 시작해서 세대차이를 이야기하고, 전화기 속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 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씬의 얘기로 끝나는 그런, 혼재되고 뒤섞인 이야기 말이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 판에서 내가 가장 거부 반응을 가지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게 바로 정확히 짚어낸 대로 지금의 이방인 같은 상황에 관한 이야기였다. 모두가 성공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꿈을 좇았더니 성공했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 아이들은 그걸 바라보고 랩스타의 대한 환상을 품으며, 랩씬으로 들어오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 상황은 결국 로컬라이제이션으로 연결된다. 로컬라이제이션을 얘기할 때 가장 핵심포인트로 짚어야 하는 부분이 ‘힙합을 직업으로 생각하고 달려드는 아이들이 많다’라는 거거든. 그 얘기인 즉, 아이들은 ‘힙합을 하나의 기술로서 인지하고 있다’라는 거고, 결국 그 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다시 ‘힙합을 문화가 아닌 음악장르로 받아들인다’라는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힙합이 일개 음악 스타일이 되어버린다면, 결국에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하는 어린 친구들은 이 문화를 ‘어떤걸 내가 쉬우면서 멋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옵션으로만 판단을 하게 된다는 거다. 그랬을 때 이 문화는 하나의 직업 옵션에 지나지 않게 될 거고, 삶의 가치관으로서는 기능을 잃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쇼미더머니에 3~4천명이 몰리는 이유도 정확하게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대입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서 경주마처럼 살다가 대입자체가 존재 가치를 잃은 시대가 도래하니, 아이들은 새로운 직업에 눈을 돌리게 됐고, 그 옵션 중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가장 달콤하게 다가왔을 거다. 그리고, 그 연예인의 여러 옵션 중에 가장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게 힙합 뮤지션이었을 거라고 보는데, 그래서 결국, 이 꼬라지가 났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너희가 뭘 하고 살건, 네가 행복하면 된 거야’라는 교육을 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란 말이다. 직업을 고민하게 되고, 그 직업 중에 하나로 힙합을 골라잡게 되는 상황이 된 거다. 그러니 당연히 그 시점에서 랩퍼들의 ‘나는 잘 살게 됐단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 마약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켰을 거다. 그건 마치, 모든 화이트 칼라들의 우상이 빌게이츠고, 스티브잡스가 되는 거랑 똑같은 논리다. 하나의 성공담을 시스템에 있는 노예들이 우상처럼 받아 들고 따라가게 되는 거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랩퍼들이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보는 건 아니다. 성공한 아이들이 성공한 이야기를 하는 게 뭐가 나쁘겠어. 다만, 그것으로 인해 이런 부작용이 일어나는 이 상황 자체가 굉장히 웃긴 거지. 결국, 원흉은 시스템일 테고 내가 포착한 부분은 그 부분인 거다. 힙플 : 듣고 보니, 목화밭이라는 키워드로 마무리되는 것도 그런 장치였군 피타입 : 실제로 목화밭이라는 키워드는 이방인의 비트에서부터 출발했다. 처음에 디플라이의 비트를 셀렉했을 때, 닐영(Neil Young)의 ‘Southern Man’이라는 곡을 샘플링한 걸 알고, 그 곡의 가사를 다시 한번 찾아봤다. 그런데, 그 가사가 내가 앨범에 담아내려고 했던 주제의식과도 일맥상통하더라. 그래서 일부러 내 가사집에도 닐영의 보컬 파트 가사를 브릿지로 써놨다. 실제로 이 곡이 샘플링한 ‘Southern Man’이라는 노래는 닐영이 60~70년대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하던 때 남부 지방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 남부 백인들은 각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쓴 노래다. 가사 내용이 ‘너네 그렇게 살면 너희들이 보고 있는 성서에 위배되는 행위 아니냐, 나는 남부에서 목화밭도 봤고 높은 흰 저택도 봤지만, 흑인들이 사는 낡은 판자집도 봤다’라는 내용이다. 작년 한해 마이클 브라운이나 에릭가너 사건으로 미국 흑인사회가 한껏 들끓었었고, 또 동 시점에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겪었다. 내가 트위터로 팔로우 해놓은 많은 미국 내 아티스트들이나 혹은 매거진들이 전부 마이클 브라운과 에릭가너 사건을 얘기했는데, 이 상황이 나한테는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더라. 그것들이 나한테 의미가 없는 거 같지도 않고, 딱히 의미가 큰 것 같지는 않은 그런 미묘한 감정이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하게 된 거다. 난 이런 곡을 샘플링해서 이 부분까지 썼는데, ‘그 목화밭, 나는 봤나?’ 그건 로컬라이제이션이 필요하다는 어떤 반증의 의미이기도 했다. 힙플 : 얼마 전에 ‘Do The Right Rap’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컴페티션에 ‘Right Rap’이라는 주제로 접수된 많은 곡들을 모니터링 해봤을 텐데 어땠나? 피타입 : 잘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뽑히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에 부합하는 친구들이 되게 많았는데, 그런 친구들 중에 몇몇은 실제로 만난 친구들도 있다. 어쨌건, 나를 심사에서 스스로 배제 했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과는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나눴다. 결과적으로 잘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고, 멋있었다. 근데 음감회 때도 얘기했지만 캠페인이 끝나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거다. ‘이 씬은 정말 플레이어 반 리스너 반이다’라는 생각. ‘Do The Right Rap’ 가사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지만, ‘리스너라고 해도, 다들 잠재적으로 랩퍼가 되기 위한 리스너들이 더 많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나나 내 동료들 역시 그렇게 출발했듯이 힙합의 팬이면서, 그 팬들이 성장해서 (힙합을)사랑하는 마음으로 아티스트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게 과연 우리가 흔히 작금에 얘기하는 ‘힙합씬이 커졌다고 보는 것의 실체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한 뒷맛도 있었다. 실제로 1,200명에서 1,500명 정도가 넘게 캠페인에 참가를 했는데 그만한 숫자가 우리가 투어를 도는 동안 목격되지 않은 걸 보면 극명해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주목 받고 싶고, 좀 더 힙합스러워지고 싶고, 그걸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많아졌을지언정, 순수하게 이 음악을 듣고 공연장에서 움직이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소위 일부 평단에서 얘기하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팬을 늘었을지언정, 음악을 따라다니는 팬은 줄어들었다’라는 얘기도 같은 맥락인 것 같고,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어떤 씁쓸한 소회가 남기는 했다. 힙플 : 말하자면 판을 까는 사람들이나, 판에 깔리는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피타입 : 판을 까는 사람들이 없다? 뭐, 그 부분은 굳이 내가 날을 세워서 비판 하고 싶지는 않다. 그거는 사실, 개인의 행보니까. ‘판을 까는 이들이 너무 없어!’라고 하는 푸념은 하나 마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의 씬은 이유불문하고 더 커져야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지금 해야 할건 그건 것 같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거지. 그런데, 노를 저어야 하는 게 개인의 일신이 아니라, 판을 부풀리기 위해서라면 거품이 많이 껴도 상관없다고 본다. 거품이 낄수록 남는 것도 많으니. 힙플 : 얼마 전, 리드머에서 언프리티 랩스타를 비판한 글의 포인트는 판이 커져가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었다. 피타입의 입장은 방식불문하고 판이 커져야 된다고 보는 건가? 피타입 : 나올게 나왔군. (웃음) 그렇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낄 거품이면 아예 많이 껴야 거품 꺼질 때 남는 거라도 늘 거란 생각이다. 어쨌든 결국, 아티스트들 본인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왜 그 눈치를 보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더 활발히 외부로 모습을 비추려 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고, 마음에 들지 않을지언정, 더 활발하게 (컨텐츠들이)생겨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그곳에 나와서 제대로 해나가는 사람들이 생겨날 테고, 그럼 판 깔아주는 사람들 중에서도 제대로 된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한다. 막말로 엠넷이 힙합에 해박하지 못한게 단죄 받을 대상인가. 대한민국 모든 미디어 관계자들, 혹은 힙합이라는 키워드를 쓰고 싶은 사람들 전부다 이미 힙합 잘 알고 시작해야 하나? 물론 노력해야지. 노력하지 않는다면 혼나야겠지. 비판 받고, 그에 귀 기울이고, 그래서 더 나아지는 거, 그게 건강한거지. 앞에선 무시하고 뒤에선 놀리는 거, 그거 제일 비겁한 거 아닌가. 만나서 가르쳐 주던가, 가르쳐주는 친절한 태도가 자신의 캐릭터가 아니라면 나가서 침을 뱉어 주면 되는 건데, 왜 뒤에서 선동질인지 모르겠다. 뭐, 그렇게 하는 게 자신들의 역할이라면 그것까지도 이해하겠다. 그런데, ‘쟤 구리니까 니네 쟤랑 놀지마. 쟤랑 놀면 니네도 구린거야’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고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에 노출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싶고, 그걸 통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게 부도덕한 건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웃음) 나는 왜 그게 출연에 응한 이들을 한국 힙합에 먹칠한 역적 무리로 싸잡아 몰아갈 근거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힙플 : 리드머 역시 하나의 매체로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공격했다고 본다면? 피타입 : 얘기할 수 있다. 자신들의 포지션상 그럴 수 있지. 근데, 그렇게 해서 공격의 대상을 ‘모두’로 설정하는 게 맞냐 하는 거다. 브랜뉴 깠어? 괜찮다. MC몽 깠어? 엠넷 깠어? 다 괜찮다. 근데 거기에 가담한 모두를 역적몰이 하는 건 생각이 짧았거나 감정적이거나 의도가 의심된다. 거기에 연루된 모든 연루자들을 ‘연좌제로 낙인 찍겠다’라는 건 사실은 씬의 모두한테 ‘낙인 안 찍히려면, 우리 눈치 봐라’ 라는 것 밖에 안되지 않나. 여태 리드머의 몇몇 행보가 그래왔기 때문에, 참다 참다 그 부분에서 짜증이 났던 거다. 힙합 모르는 엠넷이 만든 힙합의 관점에서 구린 프로그램에 힙합으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엠씨몽이 나왔는데, 그 지난 회차에 출연했으니 유죄인 거면, 그 유죄 몇몇과 엮였던 리드머는 뭐냐. 나는, ‘너희는 그렇게 계속 몰아가 나는 너희들이 몰아가는 얘기에 공신력 없다고 떳떳하게 얘기할 테니까’ 였던 거다. 각자의 방식이라면 각자의 방식일 수 있겠지만, 나는 빡세게 인정 못하겠다. 아, 비평하는 것 자체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 공격 대상을 그런 식으로 설정하는 건, 난 죽을 때까지 인정 못한다. 힙플 : 특히, ‘버드맨의 늙은 썅년’이라는 표현은 비평에 대한 거부로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피타입 : ‘소신껏 침 뱉는 것이 비평인가’라고 한마디 덧붙인 것이 논란을 가중시킨 것도 있는데, 그 부분은 빼도 된다. 흥분해서 실언한 부분 같기도 하고. 각자 소신껏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 나 역시 그렇게 살면서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지. 그러나 리드머 일부를 버드맨의 늙은 썅년처럼 느낀 건 맞다. 버드맨이라는 영화 안에서 그 비평가가 올바른 비평가의 표상으로 비춰지지 않은 건,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그 비평가는 아티스트가 스스로 파멸하기 전까지 아티스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게 맞는 건가? 리드머가 하는 행태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설정한 답안지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을 페이크로 분류하는 과정 자체가 버드맨에 나오는 늙은 비평가 같았다는 말이다. 정확하게 그 여자가 영화 내에서 한 대사들이 리드머랑 비슷했거든. ‘너는 연예인이면 네가 노는 물에서나 놀지, 왜 여기 들어와가지고 좋은 작품이 차지해야 될 자리를 네가 차지하고 있냐, 난 네 작품을 보지는 않았지만, 네 연극을 반드시 죽일 거다’ 이게 썅년이지.. (웃음) 어떤 특정한 답을 정해놓고 비평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건, 무엇이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리드머의 비평 자체도 만약, 컨텐츠 질의 높낮이를 논했으면 나도 고개를 끄덕였을 거다. 물론, 미디어에 나를 노출시킨 것 자체를 실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어휴, 질 낮은 프로그램 괜히 나가가지고’이러고 말았을 거란 말이다. 근데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연좌제로 까는 건.. 분명 잘못됐다고 본다. ‘까마귀 노는데 백로야 가지 마라’ 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다 그렇게 해서 피해 다닐 거면 댁들이나 그렇게 살라고 말하고 싶다. 막말로 우리가 씨발 MC몽 나오는지 알았냐고.. (웃음) 힙플 : 정말 아무도 몰랐던 건가? 피타입 : 아무도 몰랐다. 힙플 :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이야기들이다. 그럼 브랜뉴뮤직을 향한 부정적 피드백들, 동료인 산이(San E)의 행보에 대한 피드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피타입 : 그 이야기들을 전부다 힙합의 카테고리 안에 몰아넣고자 하는 행동은 분명 잘 못됐었고, 비판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대놓고 한다. 브랜뉴가 힙합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것들이 힙합이 아니라는 건 나도 인정한다. 그저 나는 내 것만 잘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 음악 시장에서 대중가요를 만드는 것 자체가 욕먹을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비평가들도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지금의 비판들은 그것이 힙합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놓고, 힙합씬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니까 비판의 메스를 대는 거겠지. 그렇지만, 요즘에는 보면 너무 비판만 한다. 힙플 : 이제 마지막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피타입 : 아직까지는 다음 작품에 대한 뚜렷한 구상이 나올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지금 다시 돌아온 이 스탠스 자체를 굉장히 만족해하고 충분히 즐기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의 행보나 혹은 추가적인 컨텐츠들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그 외에 이번 앨범과 관련한 활동으로는 방금 말씀 드렸듯이 내 의지에 반하는 어떤 노출 기회가 오더라도 나는 거기에 나가서 내 의지를 밝히고 올 거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마음에 안 드는 곳에 나가서 마음에 안 든다고 얘기하고 오면 되는 거다. 그런 모습들도 지켜봐 주면 좋을 것 같다. 힙플 : 그게 혹시, 쇼미더머니를 말하는 건가? 피타입 : 부른다면 갈 용의는 있다. 대신에 부르는 쪽에서 각오는 해야겠지. 내 생각 자체가 곱지는 않으니까. 예쁜 모습으로 재롱 떨다 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어떤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관련한 어떤 기회가 오더라도, 그 기회 자체를 ‘얘네는 힙합이 아니니까’라는 딱딱한 생각만으로 쳐내지는 않을 거다. 봐왔듯이 유연한 음악을 하는 것 만으로는 아무 기회도 오지 않고, 씬에 어떤 좋은 영향도 끼칠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씬은 무조건 커져야 하고, 그런 태도는 씬이 커지는데 아무 일조도 할 수 없다. 그냥 여태까지 늘 있었던 멋있는 목소리 중에 하나로 작게 끝나겠지. 더 큰 확성기를 통해서 목소리를 내보이는 것이 오히려 후세대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한테는 브랜뉴가 더 많은 사람들한테 들려줄 수 있는 둥지인 거고. 다만, 나를 잃거나, 영혼을 파는 행위는 하면 안되겠지. 힙플 : 긴 시간 빡센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인터뷰 | 차예준, 이상원(HIPHOPPLAYA.COM) 피타입 트위터 https://twitter.com/ptype_thebigcat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ptype_thebigcat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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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딥플로우 | 10년차 랩퍼의 웰메이드 앨범 '양화'  [13]
HIPHOPPLAYA (이하 힙플) : 티케이(TK)와 딥플로우가 거의 모든 곡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더라. 마지막까지 굉장히 깐깐하게 작업했다고. 딥플로우(Deepflow, 이하 딥): 마지막까지 비트 선정 작업이 힘들었다. 컨셉과 가사는 미리 있었거든. 비트가 나와서 가사를 쓴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 템포와 분위기를 정해놓은 다음에 가사를 먼저 쓰고 그에 맞는 비트를 후 작업으로 만들다 보니까, 변심도 하고, 만들어 놓고도 더 어울리는게 있을 것 같으면 더 만들어보고 하는 그런 과정이 좀 오래 걸렸다. 힙플 : 마지막까지도 비트 셀렉을 계속한 건가? 딥: 맞다. ‘버킷리스트’ 같은 경우에는 마스터하기 일주일전에 비트가 바뀐 곡이다. 힙플 : 티케이와 애초에 작정하고 합을 맞춰가지고 그렇게 작업을 한 줄 알았다. 딥 : 앨범의 거의 모든 곡들이 티케이의 손을 거쳤지만 앨범 미장센 역할을 해주는 사운드를 내가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놓고 티케이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줘야 했기 때문에 그 과정은 사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테마를 스케치 하고 티케이의 시퀀싱과 편곡으로 곡을 완성하는 식의 작업으로 대부분 진행됐다. 내가 혼자서는 구현 못하는 완성도의 사운드를 티케이가 적절하게 끌어 올리고 마감지어 줬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필연적인 작법이었다. 앨범 기획 초기부터 티케이를 무조건 메인 프로듀서로 생각 했던 이유다. 힙플 : 이번 앨범의 이야기들, 어떻게 보면 이곳의 베테랑들만이 잘 해낼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더군다나 주변 관계들을 의식하지 않은 화법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봐온 딥플로우는 그 동안 꾸준하고 묵묵히 힙합을 제대로 해온 랩퍼였지, 굳이 기름을 끼얹는 타입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해탈하고 열반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은 건가 딥 : 그 해탈하고 열반하기까지의 과정이 개인사일 수도 있고 한데, 내가 힙합 뮤지션이다 보니까 그 개인사들을 힙합이랑 연결을 안 지을 수가 또 없다. 굉장히 어떤 큰 사건이 있었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쌓였던 불만 같은 것들이 이제 증폭이 되다가 터진 거 같기도 하다. 근데 터졌다는게 분노로 표출 된 것이라고 하기보다 내 성격상, 그냥 해탈하는 느낌에 더 가까웠던 걸로 어느 순간 느껴졌다. 그냥 중간과정에 있어서는 거취도 많이 옮겼지 않나. 빅딜에 있다가 빅딜 나와서 전에 있던 크루들 다 그만하고, 뭐 아무것도 안하려고 나 혼자 개인적으로 하려고 하다가 뭐 비스메이저도 만들었고 비스메이저도 이제 크루였다가 레이블로 또 바뀌게 되고 또 같이 어울리는 동료들도 바뀌게 되고 이런 변화들이 나에게 조금씩 쌓이다가 어떤 분위기 환기가 된 시점부터는 좀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씬에 대한 불만 같은 것들도 포함이 됐을 거고. 힙플: 첫 트랙 ‘열반’에서 ‘난 이미 꿈을 이뤘다고 봐’라고 했지만, 그 구절은 사실 좀 복잡미묘하게 느껴졌다. 딥 : 일단 앨범의 첫 트랙의 첫 구절을 어떻게 시작할까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떠오른, 그때 가장 먼저 소리치고 싶은 말이 었다. 사실 난 누가 뭐래도 내 랩퍼로서의 커리어와 실력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감이 크다. 난 막연히 어릴 때부터 랩퍼가 되고 싶었는데 ‘난 지금난 앨범을 몇장이나 낸 랩퍼인거야?’ 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갈 때 기분은 되게 신기한 경험이다. 스스로에게 분위기 환기나 새로운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난 지금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고 있고, 어릴적 꿈도 이뤘으니 이 랩게임에서 더 눈치 볼 것도, 꿀릴 것 도 없다며 소리치는 일갈일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이 총체적 난국 속 에서 해탈한 경지를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 힙플: 성취감도 물론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딥 : 일단 [양화] 속에 내가 심어놓은 포인트 중에 하나가 장소마다 다른 화자의 심경변화의 묘사다. 왜냐면 무대 위 딥플로우의 어깨가 림보할때처럼 쫙 펴지는 모습과 양화대교를 넘어가서 영등포에서의 내 현실을 마주했을 때의 굽어지는 어깨의 상반된 모습에 대해서 그려내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 트랙에 분위기는 ‘당산대형’ 이라던가 ‘작두’ 같은 곡에서는 오히려 과장된 분위기를 조성했다. 후반부와 더 대비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열반’ 에서는 무조건 해탈한 경지의 10년차 랩퍼 딥플로우 모드다. 힙플 : ‘열반’의 첫 벌스에서 언급된 화두만 대략 살펴봐도 딥플로우가 바라보는 씬은 총체적 난국인 것 같다. Line By Line으로 천천히 짚어보자 딥 : 총체적 난국..(웃음) 힙플 : ‘지금 한국 힙합은 연애 중 저마다 갖고 싶어 해 유희열 면회증’ 미디어에 기생하고 있는 씬의 모습을 말하는 건가 ’지금 한국 힙합은 연애 중 저마다 갖고 싶어 해 유희열 면회증’ – 열반 中 딥 : 그 메시지가 ‘열반’을 다 설명할 수는 없는데.. 그냥 그런 이유들 중에 하나라서 크게 이 라인에 대해서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냥 한 라인일 뿐이지. 그러니까 그 얘기를 한 거는 소위 말하는 ‘발라드 랩’들. ‘발라드 랩’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도 이제는 너무나 식상하고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 정도로 이제 너무나도 만연한 거라서 크게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저마다 비슷한 무드의 멜로 송들을 들고 나와서 천편일률 적인 미디어 프로모션의 행태가 너무 뻔하게 보이고 재미없었다. 그래서 그런 얘기에 대해 언급한 라인이다. 힙플 : ‘랩퍼들이 차트에 가져온 노래’ 에서 ‘You and you W.A.C.K 해석해줄게 너희 다 존나 끔찍해 다 똑같이 안 하면 좆 될 거 같은 눈치 게임’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좋은 라임이면서 펀치라인이다. ’ You and you W.A.C.K 해석해줄게 너희 다 존나 끔찍해 다 똑같이 안 하면 좆 될 거 같은 눈치 게임 다 질질 짰으니 힙합의 내일은 무지개’ – 열반中 딥 : 고맙다.(웃음) 음.. 라인바이라인. 이거 굉장히 멋있고 되게 좋아하는데, 사실 나는 그냥 브레인 스토밍 해서 써내려 갈때도 많다. 그때 내가 쓰고 싶었던 내용과 라이밍이 굉장히 링크가 잘 돼서 딱 펀치감이 있게 나왔을 때 그 순간이 나의 역량이다. 대략 총제적인 난국에 대해 열반한 메세지의 연장선이다. 드렁큰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서 나오는 대목. ‘You and you W.A.C.K’.를 모티브로 시작된 라이밍이다. 힙플: ‘그 형들은 문을 잠갔지 "너희는 못 나가"’ 라는 대목은 선배들의 대한 원망으로 들리기도 한다. 지난 코멘터리(http://www.hiphopplaya.com/magazine/16336) 에서도 잠깐 이야기해줬지만,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나. ‘우린 나아갈 뿐. 또 어딜 올라가? 그 형들은 문을 잠갔지 "너희는 못 나가" ‘ – 열반中 딥 : 우탄(Wu Tan)이의 'No Role Model'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우탄이와 자주 나누던 대화의 주제였다. ‘우린 롤모델이 안보이지 않냐?’ 라는. 씬 안에서 내 다음 행보에 힌트가 되어주는 매뉴얼을 들춰보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넥스트 레벨의 정공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힙플: 방금 언급한 라인도 그렇지만, 앨범 안의 많은 곡에서 그런 식의 뉘앙스는 많이 있었다. 선배들혹은, 딥플로우 세대 기성 랩퍼들에 대한 부정의 뉘앙스랄까 딥 : 코멘터리 했던 대로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이 씬에서도 기득권이 존재한다. 그 기득권들의 한마디 발언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요즘 그 기득권에 속하는 랩퍼들이나 서브컬처 씬 종사자들이 ‘문화발전’ 이라던지 ‘대중화’ 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자주 언급 하고 있는걸 봤는데 그 랩퍼들의 개인적인 성공과 힙합문화의 성공은 다른 거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개인적인 성공은 존중받고 박수 쳐주고 싶지만 문화에 대해서 자기가 공헌을 했다라는 식으로 연결 짓는건 큰 착각이다. 쇼미더머니에 나가서 자기가 예전보다 돈벌이가 더 많다고 힙합이 성공한건 아니라는 거다. 신인들에게 ‘오디션 안 나가도 너희들은 이렇게 잘 해 나갈 수 있어’를 보여줘야 하는 기득권들이 발 벗고 나서 오히려 좁은 문턱의 경쟁을 권장하고 있다. 문화를 논 할 자격이 없다. 힙플: 확실히 모든 랩퍼들이 오디션과 랩 레슨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미래를 그리진 않았을 테지만, 어쨌든 현재는 오디션과, 랩 레슨이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의 생계수단이 됐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좋은 작품이 뮤지션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개의 동아줄 랩 오디션과 랩 레슨 그게 네가 원했던 거야? 씨발 진짜? 그게 네가 원했던 거냐고 진짜?’- 열반 中 딥 : no role model 표어랑 조금 이어지는 거다. 적절한 정공법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임기응변의 행동으로 랩퍼들이 오디션에 나가거나 레슨을 한다거나 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다음 대안이 과연 이게 다인가 라는 뜻으로 가사를 쓴 거다. 힙플: 그런 맥락에서 아티스트로서 혹은 제작자로서, 딥플로우가 클래식을 위해 앨범에 공들일 때 어떤 비젼을 보는지 궁금하다. 딥 : 그런걸 소위 우리끼리는 자위행위라고 (하하하 모두 웃음) 얘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다. 그러니까, 나 같은 경우는 ‘내가 앨범을 낼 때가 됐기 때문에 앨범을 할 거야’ 보다는 할 게 있어서 앨범을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양화] 도 당연히 그런 맥락에서 기획 된 거다. ‘나 이런 컨셉 딱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영감이 오면 그때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거다. 성공이나 비전 보다는 자기만족을 더 우선시 여길 때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그게 클래식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좋은 작품만으로는 미디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딥 : 좋은 작품이 미디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것도 전례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근데 힙합이 아닌 장르에서는 간혹 있긴 한 것 같은데.. 힙 : 장기하? 딥 : 맞다. 그런 뮤지션들. 근데 장기하도 나는 분명히 엔터테인과 뭔가가 섞여 있던거라고 생각을 한다. 완벽한 순도 100프로의 그런 경우를 많이 못 봤는데, 내가 기대하고 있는 바긴 하다. 좋은 작품으로 정말 좋은 선례를 남기는. 정말 멋질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힙플: 버스 프로모션의 기획의도는 어떤 맥락이었나? 딥 : 지극히 인디펜던트 스러운 앨범이니까 프로모션도 조금 독창적으로 하고 싶었다. 똘배(스톤쉽 대표)랑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똘배가 원래 자기는 양화대교에 큰 현수막 같은걸 걸어서 하고 싶다고 했다. 내 생각에 지나가는 차들이 저거보고 무슨 생각할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러다가 옮겨 진 생각이 홍대를 지나다니는 버스에 광고를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꽤 특이하기도 하고, 그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양화]라는 타이틀을 신작 영화가 개봉하는 것처럼 인식시키고 싶었다. 애초에 앨범 커버에도 그런 의도를 심어 놨었고 그게 이 앨범 감상 포인트에 좋은 역할을 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알맞은 구색이었다. 힙플: 앞서서 하던 얘기를 좀 이어가면, 쇼미더머니 시즌2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세탁되고 있는 와중에 이제는 베테랑 뮤지션들도 점점 프로그램에 대한 경계를 푸는 추세다. 딥플로우는 어떤가? 딥 : 세탁..(웃음) 이젠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입장은 좀 식상한 얘기만 나올 것 같으니까 살짝 떠나서 좀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는 대중 미디어를 어릴 때부터 늘 보고 자랐기 때문에 시청자인 동시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를 서로 평가다거나 하면서 방송을 전문가처럼 분석하는게 가능한 시대다. 단순히 그런 시각에서 봤을때 이제 슬슬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들처럼 흥행이 떨어질 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힙플: 시즌4부터? 딥 : 시즌4가 3보다 더 흥행해도 아마 이 다음부터는 당연히 내려가는게 섭리 인 것 같다. 물론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웃음) 앞서 말 한대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미 대중 미디어의 전문가들(웃음) 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이고 씬 안에서도 이런 추측은 돌고 있다. 차츰 흥미 거리 떨어 질 거 같고, 요즘 힙합이 대세라고 그러는데 그 분위기는 유행의 순리 상 다시 지나갈 테고 뭐 그게 나한테는 좋은게 아니지만. 아무튼 이젠 그냥 내가 저기에 관심을 왜 가져야 되나 싶다. 일개 예능 프로그램이 한 장르 씬의 유명 아티스트들을 손에 쥐고 그 이슈들은 힙합 커뮤니티를 완전히 다 잠식했고, 다들 알다시피 굉장히 기형적인 상황이지만 사실 이것도 역사적으로는 잠시의 현상으로 기록 될 수도 있다. 빙하기가 뭘 어쩌겠나. 이걸 조장한 책임자들이 나중에 책임 져야한다. 어쨌든 그래서 뭐 프로그램에 대해서 뭐가 문제고 뭐가 잘못됐고 어떻게 되어야 되고는 이제 내 관심거리가 아니게 된 거 같다. 그냥 불구경 하는 거다. 힙플: 근거는 없다고 했지만, ‘끝 날 거다’ 라고 보는 그 추론의 근거는, 쓸 수 있는 자원이 떨어져서인 것도 이유에 포함 되나? 딥 : 그렇다. 그런 부분도 있고, 음. 좀 더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미 거기에 누가 나갈지 다 들었다. 벌써 등수가 정해져 있고, 어떤 회사가 나갈 거고 뭐 이런 식의 이야기가 씬에서 돌고 있기 때문에 우리끼리는 다 알고 있다. 뭐 루머일수도 있지만. 만약에 내가 들은 출연진과 포맷대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이젠 매니아들도 등을 돌릴거같다. 그리고 유행하는 시류는 영원할 수 없잖나. 계속 돌고 돌기 때문에 이 쇼미더머니도 길게 쳐줘서 한 사년 오년까지는 해먹는다고 해도(웃음) 영원하진 않을 거다. 힙플: 앞선 질문은 이 질문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 다음 자원이 ‘VMC가 되지 않을까’ 라고 보는 시각들도 있거든. 말하는 걸로 보아선 보이콧 일 것 같은데? 딥 : 만약에 이 모든게 엔터테인이라면, 이 작은 랩 게임 안에서도 엔터테인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면 우리가 취해야할 입장은 당연히 보이콧이다.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솔직한 대답은 그냥 의도적으로 보이콧 해서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힙플: 제안은 많이 들어왔을 것 같은데. 딥 : 그렇다. 농락도 많이 당했다.(웃음) ‘미팅하러 와주실 수 있나요.’ 하는데, 생각해보면 갑이 을한테 하는 소리인 거다. 이제 다음부터 전화 오면 ‘니네가 오라고’(웃음) 할 것이다. 미팅 안 한다 그래도 계속 연락이 온다. 끈질기다(웃음) 힙플: 쇼미더머니에 참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고 했다. 그럼, 그들에 대한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딥 : 불속으로 뛰어드는 나방 같다. 어쩌면 이제 빙하기가 오고 그 새로운 환경에 살아남는 종들만이 남겨지거나 또 새로운 개체들이 생겨나겠지. 건투를 빈다. 힙플: 동감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못했던 그 모든 것이 범위 진짜 힙합의 재채점’이라는 구절은 이곳만의 시스템 셋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혹시 딥플로우가 그리고 있거나 상상하고 있는 그림이 있나 ‘난 다음 꿈을 꾸기 위해서 다시 눈을 감아 보여줄게. 내 목표는 그들이 못했던 그 모든 것이 범위 진짜 힙합의 재채점’ – 열반 中 딥 : 나의 개인적인 청사진이 있다면, 이곳이 씬 이라고 명칭이 성립 되려면 앞으로는 정말 매뉴얼이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폼 같은 것이랄까. 마치 명절이 되면 우리는 다들 명절이라는 폼 안에서 각자 제사를 지내던 고향을 가던 하루를 보내듯이. 일종에 형식미 에 대한 얘기 일수도 있고. 그런 일정한 형태의 폼이 있어야지 어쨌든 명맥이 오래 유지되는게 아닐까. 우리가 씬이라는 것을 체감 할 수 있는, 그걸 조금 더 실체화 시켜줄 수 있는 청사진은 뭐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내가 제일 바라는 이상향이 있다면 지금 보다 많은 레이블 혹은 크루, 창작 집단들이 리그처럼 형성되어야 한다는 거다. 마스터플랜부터 시작해서 소울컴퍼니, 빅딜, 지기펠라즈 수많은 집단들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걸 반복 했는데, 이런 현상이 생태계적으로 자연스러운 거라고만 받아들이기에는 악순환처럼 반복되고 매뉴얼이 계속 리셋 된다. 난 지금 있는 하이라이트, 비스메이저, 일리네어 등의 이런 레이블들이 프리미어리그에 명문 구단처럼 쭉 이어 지는 그림을 그린다. 마치 슈퍼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가 있고, 바르셀로나가 있다면, 아스날도 있는 것처럼 레이블 마다의 매니아 층이 분명 하게 형성 되는 형태를 보고 싶다. 예를 들면, 어떤 랩퍼 지망생이 ‘내가 보기에 일리네어가 돈을 제일 많이 벌지만, 내가 하고 싶은 타입의 음악은 비스메이저야’ 라는 생각으로 VMC 의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는 어떤 저변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비스메이저의 지금 멤버들이 다음 2대 멤버를 양성하고 2대가 3대를 양성하는, 어쩌면 무협 영화의 문파(웃음) 같은 개념이 될 수 도 있는 거고. 그런 각자의 전통 있는 문파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일정 기간 명맥이 유지 된다면 그때야 말로 단단한 씬이 형성되는 시작 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서상 힙합은 서브컬쳐로 분류 될 수밖에 없는데 미디어의 과장된 조명으로 이제는 서브컬쳐가 아니게 됐다. 오히려 철저한 서브컬처로 남는 것이 장르의 멋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단단한 뿌리를 뻗게 되는 해답일 수도 있다. 힙플: 어떻게 보면 일리네어가 제시한 그림도 매뉴얼이 될 수 있지 않나? 이미 많은 랩퍼들이 그들의 매뉴얼을 따라가고 있다. 딥 : 근데 그 너무 ‘철권 10단 콤보’를 매뉴얼로 주니까 애들이 10단 콤보 부터 해야 되는 게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너무 그들만의 매뉴얼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린 친구들이 체감하기에 난이도의 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모든 위인들이 다 세종대왕처럼 만원 짜리에 용안이 박히기는 힘들다. 대부분 존경하는 위인이 누구냐 하면 세종대왕, 이순신을 꼽는데 그들의 업적은 좀 범접하기 힘든 영역이다. 뭐랄까, 왠지 장영실이 세종대왕 앞에서는 초라해 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장영실에게 세종대왕이 될 수 있는 매뉴얼은 필요가 없다. 그럼 장영실은 장영실이 아니게 되는 거니까. 힙플: 얼마 전, 그랜드라인의 디제이 돕쉬(DJ Dopsh)와 작은 설전이 있었다. 화두가 ‘힙합적인 태도’였던 것 같은데. 뮤지션이나 회사의 에티튜드가 점점 장르 구분의 지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버벌진트(Verbal Jint)와 타블로(Tablo)같은 랩퍼들은 ‘차트 랩 메이커’로 치면 상위 랭커들임에도, 이들이 양화에서 말하는 ‘차트송 랩퍼’들과 구분되는 지점이 궁금하다. 딥 : 마음속으로 늘 결정은 돼있다. 똑같은 바이브의 곡을 했더라도 이 사람은 이전에 어떤 커리어를 이뤘고 나한테 어떤 영감을 줬고 멋있는 뮤지션으로써 내가 리스펙하는 랩퍼다 하는 사람의 작품과, 반대인 경우의 작품은 내가 받아 들이는게 다를 수밖에 없는 거지. 다시 말하지만, 당연히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 내가 이런 것을 ‘심판’할 수는 없다. 지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지만 나에겐 ‘커리어’ 가 가장 큰 부분 같다. 힙플: ‘불구경’에 언급된 여러 아티스트들 말인가 ‘VJ의 Flow 타블로의 Brain F와 P의 Rhyme 가리온의 Fame 내 DNA 첨가물들의 레시피’ – 불구경 中 딥 : 그 라인은 그냥 그 영역에서 상징적으로 멋있는 분들 얘기한 거다. 페이보릿 랩퍼들의 나열이라기보다 일종의 샤라웃에 가깝다. 힙플: 이 앨범은 누가 들어도 타켓이 명확하다. 물론, 그 랩퍼들이 한 둘이겠냐만, 특히나 매드클라운(Mad Clown)은 정확히 타겟하고 있다. 딥 : 내가 풀어가는 가사에 제일 안성맞춤인 먹잇감으로 돼서, 나는 그냥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웃음) 장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나랑 얘랑 장기두면 재밌겠다.’ 그런 느낌. 힙플: 아, 딱히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고? 딥 : 그러니까, 나한테 힙합이 무슨 종교 대하듯 ‘넌 이걸 더럽혔으니 널 죽이고 처벌하겠다.’ 이런 마음은 전혀 없다. 그냥 이런게 생태계 구나. 저런 사람이 있고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균형 잘 맞으니 게임으로써 되려 재밌게 느껴진다. 뭐 그런 감정 정도다. 힙플: ‘불구경’의 두 번째 벌스나, ‘낡은 신발’의 션이슬로우 벌스는 새로운 세대의 랩퍼들을 겨냥한 노래다. VMC에 들어오는 데모들이나 ‘Re By DEEP’ 같은 피드백 컨텐츠들을 하며 느낀 점이 있나? '너의 영역을 더 넓히는 법 더 튀는 법 아님 버티는 법 난 네 데모시디를 던져 넌 하고 싶은 것보다 되고 싶은 게 먼저' - 불구경 中 ‘Swag 타령하면서 과정따위엔 모두다 방심했지 대체 니 꿈이 도끼야? 자신으로 살기 포기한채 그건 니가 로또맞을 확율보다도 Unlucky 한거야, 이 병신아 진짜 멋이 뭔지 모르는 이 현실안에 니 힙합음악 남의 것 들로만 덕지덕지 떡칠할거면 이젠 그만해라 뭔 할말만 없으면 꼰대 갖다놓고 이빨을까고있어 내가 그 개꼰대다 어서 니 좆을 까고있어’ – 낡은 신발 中 딥 : 신예들이 랩을 처음 시작 할때의 그 막막한 그 기분을 나도 겪어 봤기 때문에 잘 안다. 보통 처음엔 피드백을 듣고 싶고 내가 어떤 고칠 점이 있나 부터 시작해서 랩을 더 잘해지고 싶고 나중에는 내가 어떻게 여기 발을 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돈을 벌수 있을까의 순서로 고민의 포인트가 옮겨가게 된다. 근데 요즘은 그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하고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을 착각한다. 예술의 범주에서 창작자가 ‘하고 싶은게’ 더 앞에 있어야 되는 거라고 난 당연히 생각 하니까 쓴 가사이다. 랩을 하고 있지만 진짜로 하고 싶은게 뭔지 헷갈려하고, 랩 하다가 잘 안 되면 다시 학교를 다닐까 말까 하면서 보험을 설계하는 아마추어는 그 태도를 존중하기 힘들다. 이런 애들도 있다. ‘내 팔로워가 몇 명이상 되지 않으면 음악을 그만두겠다.’ 물론 내가 어떤 단면을 본 걸 수도 있는데, 이건 예술가에게 경쟁심만 부추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 이후 더 극대화 된 기현상인 것 같다. 힙플: 개중에도 정말 잘하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테다. 소개해 줄만한 신예는 전혀 없는 건가? 딥 : 음 일단은 생각나는 사람이 딱 없는데.(웃음) 근래에 소위 FA들 중에서 데리고 오고 싶은 사람은 넉살밖에 없었다. 아예 은둔형 고수 중에는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내 제자였고 내가 믹스테잎 제작을 도와줬는데 이름은 빈센트 라는 친구이다. 얘 믹스테잎 나와서 공개되면, 적어도 저스디스나 던말릭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거다 라는 생각은 한다. 근데 만약 이걸 본다면 너무 으쓱해 하지 말길 바란다.(웃음) 힙플: 신예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럼 이번 앨범에 참여한 케이온(Kayon) 같은 경우는 어떤가? 딥 : 작년에 리드머 인터뷰(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4964&m=view&s=interview&c=24)에서 처음 본 친구이고, 나이도 좀 있어 보이는데 왜 이제 처음 알았을까 하는 생각에 앨범을 들었는데, 되게 좋더라. 그냥 스킬 적으로 랩이 완성되거나 출중한 느낌이라기보다 데뷔 앨범을 굉장히 매끄럽게 완성해 낸게 인상적이었다. 그 연령대 랩퍼만이 풀어갈 수 있는 가사 속에 서사들이 확실히 다른 여자 랩퍼들과 다르게 들렸다. 그 후 ‘클리셰’ 에 여자 랩퍼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떠오르는 사람이 케이온 밖에 없었다. 힙플: 서울블루스도 그랬지만, 서울블루스의 가사를 인용한 ‘빌어먹을 안도감’ 역시 홍대에 대한 애증인 것 같다. 홍대에 대한 회의를 드러내는 가사들이 특히 많이 나온다. 딥 : 이제 홍대는 상징적인 의미로 존재할 뿐이지. 지금은 뭐 이니스프리 엄청 많고 중국 관광객들 많고, 무슨 문화의 메카 이런 거 옛날부터 아니지 않나? 내가 어릴 때 뭔가 ‘홍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을 때, 멋있는 힙합 클럽 많고, 형들 다 여기서 음악하고, 여기 살지도 않으면서 맨날 여기서만 이럴 때의 기분은 지금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아 이제 홍대 식상하니까 다른 동네 한 번 가서 놀아보자.’ 해도 결국은 다시 홍대로 돌아와서 빌어먹을 안도감을 느끼게 되더라. 장소의 이름만 바꿔 놓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거라고 생각한다. 오디 같은 어린 친구도 애도 ‘형 우리 이태원가서 놀죠.’ 이래놓고서 얼마 안가 ‘아... 다시 홍대로 갈까요?’ 이런다. 홍대가 지네 집도 아니면서.(웃음) 그럴 때 택시타고 다시 홍대로 넘어와서 문을 열고 상상마당 앞에서 내릴 때 느껴지는 그 이상한 감정이 바로 커빈이 말했던 빌어먹을 안도감의 진정한 의미인 거 같아서(웃음) 그런 표현을 쓴 거다. 살짝 애매했던 거는 ‘서울블루스’를 아는, 그리고 커빈을 아는 사람은 이 가사, ‘빌어먹을 안도감’ 제목만 봐도 어필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빌어먹을 안도감이 어떤 누구의 가사였는지 모르는 친구가 이제 더 많더라. 그래서 그게 펀치가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함도 느껴지지. 힙플: 이 두 구절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사실 힙합씬의 네트워크야 모두 한 둥지 사람들 아닌가, 음악에서 치고 받아도 결국에는 마주치고 부대껴야 하는 동네다. ‘넌 이제 낄 자격이 없어 여길 맴돌아도 난 거짓말을 했지. "다음에 한잔해" 역시 언제쯤 어디서 같은 건 안정해’- 양화 中 ‘차트에 랩송 다 구려 난 그걸 불난 집 보듯이 구경 게네 대부분이 구면 내게 인사해 그럼 난 소금 뿌려’ 딥 : 그렇지. 일단 땅덩어리도 좁은데 다들 홍대에만 몰려드니까.. 힙플: 딥플로우 역시 침 뱉고 등돌린 랩퍼들과 얽히는 상황이 많을 것 같은데 오히려 이번 앨범은 그런 부분에 초연한 것 같다. 딥 : 거의 다 실제 경험들이었다. 예를 들면 ‘불구경’에서도 그런 대상들을 꽤 여러 명 생각하면서 썼다. 특정 대상이 아니어서 모호 한 게 아니고, 너무나 자주 일어난, 많은 경험들이었던 거다. 쉽게 말해서 공연장에서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눠도 서로에게 존중이 있는지는 쉽게 확인 할 수는 없다. 힙플: 어쨌든, 이런 상황이 불편하지는 않나? 딥 : 아주 예전에는 불편했다. 빅딜 안에서, 지기펠라즈 안에서 수많은 멤버들과 때로는 음악적으로 리스펙이 없는 사람과도 어떤 유대를 가져야 되는 당시 환경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회색적인 태도였다. 어색하지만 굳이 인사를 건내고 영혼 없는 얘기를 나누거나 하는 처세법이 어린 내 몸에 익었는데 속으로. 근데 그냥 뭐 다 나이 먹으면 이제 좀 그런 것도 그냥 자연스럽고 불편하지도 않다. 감정 소모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됐으니까. 예를 들면 나랑 트랙 위에서든 SNS 에서든 신경전이 있었던 상대를 지나가다 만나도 난 ‘안녕’ 하고 지나갈 수 있다. ‘내가 쟤네랑 안 좋은데...’ 막 이런 거는 약간 어린 애들이 그런 거잖아. 고딩들이.(웃음) 힙플: 다음으로 ‘나 먼저 갈게’ 라는 곡 역시 곡 안에서의 디테일한 감정이 느껴진다. 박탈감이라고 하면 좀 과장인가? 딥 : 그날의 기분에 따라 복잡 미묘하게 달라지는 술자리 속 감정들 묘사해본 가사라 성인들은 많이들 공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 가야 하지만 가기 싫은 날이 있고 집에 안가도 되지만 서둘러 들어가고 싶은 날이 있다. 홍대에서 집으로 오가는 양화대교 위에서 교차되는 마음을 그린 ‘양화’ 의 발단이 되는 역할의 트랙이기도 하다. 힙플: ‘양화’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감성인 것 같다. ‘난 이미 꿈을 이뤘다고 봐’라는 구절의 복잡미묘함도 사실, 양화에서의 양면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딥 : 랩퍼가 트랙 위에서 보여주는 온도와 무대 위에서의 행동과 말투, 또 집에서 컴퓨터로 힙합플레이야 하고 있을 때의 모습은 확연히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에너지나 아드레날린 자체도 완전 다른 거고, 내가 인터뷰에서 하는 지금 말투랑 엄마한테 하는 말투랑 다른 거니까. 어쩔 때는 완벽히 하나의 일관적인 모습으로서 존재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언행일치 확실한 랩퍼가 되고 싶은 그런 느낌. 그게 근데 좀 어렵더라. 방금 홍대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와 동료들과 악수를 한 후 택시를 타고 영등포에 도착해 집 현관문을 열 때의 기분은 그 순간순간이 다르고 복합적이다. 누군가는 나에 대해서 ‘딥플로우는 하고 싶은 거해서 좋겠다.’ 라며 내 뮤지션으로써의 모습만 보고 동경 할 수도 있고, 우리 동네 주민들은 내가 지나다닐 때 쟨 뭐하는 사람일까 하며 추측할거다. ‘저 빡빡이는 뭘까?(웃음) 운동선수인가?’. [양화]에서 최대한 지금 내 감정과 이야기를 잘 묘사하려면 이 양쪽의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극단적으로 다른 감정의 모습을 둘 다 알아야지, 나에 대해서 평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비스메이저 친구들이나 내 여자 친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래도 좀 알 수 있을 거다. 왜냐면 내가 그 양쪽 모습을 이 친구들한테는 다 보여주고 있으니까. 뭐 힙합 팬들은 내가 홍대일 때의 모습밖에 모를 거고, 우리 엄마는 내가 집에서 있을 때의 아들의 모습밖에 모를 거 아닌가. 어쨌든 나에 대한 배경을 확실하게 깔아주고 싶고, 사실 그 딜레마 자체가 [양화]에서 진짜로 내가 하고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제일 중요한 서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과적인 감정 전달을 위해 홍대에서의 나를 상징하는 앨범의 초반부 트랙들을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묘사했던 것 같다. 힙플: ‘Bucket List’는 어디서 크리셋 미쉘(Chrisette Michele)을 섭외해왔다. 나스(Nas)의 행보를 의식한 건지..(웃음) 딥 :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장면은 옛날 50년대 재즈밴드가 연주하는, 투박한 마이크를 잡고 촌스러운 드레스를 빼입은 여자 보컬이 핀 조명을 받고 노래를 부르는 느낌. 그래서 떠오른게 크리셋 미셸이고, 그런 음색 톤의 보컬을 찾다가 우혜미씨랑 같이 하게 됐다. 힙플: 병상에 계신 아버님께 바치는 곡이라고, 아버님께 음악은 들려드렸나 딥 : 아예 씨디를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부모님한테 내 노래를 거의 안 들려 드렸는데 왜냐면 내 음악을 별로 공감할 수 없으실 것 같았기 때문에. 근데 이번 앨범에는 들려드리고 싶은 곡들이 몇 개 있다. 버킷리스트를 포함해서. 힙플: 웃긴 얘기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앨범을 듣기 전 까지 나는 딥플로우가 은수저? 최소 한 동수저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딥 : 나는 완전 맨손으로 밥 먹는 (웃음) 힙플: ‘역마’, ‘개로’ ‘Bucket List’ 같은 트랙들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 감흥이 컸다. 어떨 때는 그런 개인사들이 촌스러운 감성팔이가 되기도 하지 않나, 이 앨범은 온도조절에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딥 : 앨범에 ‘Cliche'라는 트랙이 있지만, 나는 항상 클리셰에 대해서 의식을 한다. 클리셰랑 웰메이드에는 한 끗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내가 지향하는 건 웰메이드다. 감정 선이 드러나는 곡들은 아무대로 클리셰에 가까운 경우가 발생하기 쉬워서 적절한 리미트를 거는게 내 임무였다. 전작들에서 하지 못했던 진짜 내 얘기를 온전히 다 끄집어내는 것이 이번 앨범의 큰 목표중에 하나 였는데 신파가 되기는 싫었기 때문에 적정 온도 맞추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힙플: ‘당산대형’은 원래 소울스케이프의 타이틀로 알고 있다. 딥 : 지금의 합정 작업실을 온 게 1월 달이고 그 전까지는 작업실이 당산동에 있었다. 양화의 가사와 컨셉들은 거의 당산에 있을 때 다 썼다. 이미 작업을 마친 후 답정남 처럼 소울스케이프 형에게 허락을 받았다. 힙플: ‘당산대형’의 두 번째 벌스는 어떻게 보면 VMC를 보는 주위의 시선을 말해준다. 1년동안 VMC를 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 같다. ‘열 다섯 명의 밥그릇 넌 의심해 "돈 안 되지?" 좆 까 내 유일한 관심사는 타케조 스타일 도장깨기 hah’ – 당산대형 中 딥 : 내가 생각하는 청사진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 한다. 근데 사람들은 마치 매년 열리는 시상식처럼 레이블의 등수를 매기고 소고기처럼 등급을 정한다. 이게 힙합인지 프로야구인지 모르겠다. 가끔 비스메이져는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훈수 두는 키보더들이 있는데, 나는 일 년 내 내 24시간 비스메이져의 비전에 대한 설계도를 생각하고 있다. 정말이지 같잖은 잔소리 들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너네는 지금 잘 하고 있다’ 라는 말도 많이 듣지만, 뭘 잘하고 있다는 건지 정확한 실체가 없는 칭찬도 그리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그러니까 두 가지 훈수 전부, 나한테 전혀 와 닿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냥 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될 때가 있다. 이 곡에서는 저 라인은 큰형, 빅브라더로써 내 동생들과 나 자신에게 전하는 응원가 같은 가사다.. 힙플: ‘가족의 탄생’이라는 곡은 딥플로우가 VMC 안에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밖에도 VMC의 랩퍼들을 인터뷰할 때면 딥플로우에 대한 존경이 엄청나다. 가장으로서 딥플로우의 철학이 있나 ‘난 너를 가르치지 않아 그저 가리킬 뿐’ – 가족의 탄생 中 딥 : 일단 리더는 너무나도 좆같은 거다.(웃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아주 아주 많다. 그래도 나는 그게 조금 내 성격에 잘 맞아 떨어지는 타입인 거 같기도 하다. 예전에 내가 몸담았던 크루나 레이블들이 와해되고 트러블이 생기는 여러 유형을 봐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의 백신 프로그램이 내 뇌에 탑재가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되고 안 된다 하는 매뉴얼이 있는 거지.(웃음) 예를 들면 던밀스와 우탄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을 때(웃음) 얘네가 왜 이러는지 나는 딱 보인다. 뭐 눈치 빠른 사람들은 다 그럴 수 있지만 나는 조금 더 아티스트들의 입장으로써 공감 할 수가 있다. 가끔은 내가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웃음) 어렵고 벅찰 때도 있지만 어쨌든 과거의 경험들이 많이 도움 되는 것 같다. 난 가장이 된 거다. 힙플: 전혀 힘들지 않아 넌센스하지 ‘I'm good’은 큰 의미를 둔 라인은 아니겠지만, 이 질문은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양화]와 함께 2015년 상반기 기대작, 쌍두마차였던 에넥도트 신화의 산증인이지 않나 딥 : 개인적으로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 들었다고 얘기한 거. 힙플: 후회 하고 있다고 해서 미안하지만, 에넥도트 프리뷰를 부탁한다. 딥 : 일단, 그 드립이 후회하는 부분은 그 말을 번복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양화 기대 된다’라는 글을 클릭할 때 ‘혹시 에넥도트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런 부분이 후회된는 말이다. ‘아 씨발 괜히 말했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 앨범에 더 집중 당하고 싶은데, (웃음) 내 앨범 [양화]가 웰메이드라면, 이센스의 [Anecdote]는 웰메이드가 아니다. 돕(dope)으로 설명할 수 있는 앨범인 것 같다. 전형적이지 않지만, 모든 힙합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앨범일거다. 여태 그런 느낌의 서사구조나 한 명의 MC가 그런 전형적인 면을 모두 탈피한 채 끌어나가는 앨범이 아예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앨범을 다 듣고 난 뒤에는 일매릭(illmatic)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일매릭이 상징하는 여러 가지 포인트들과는 엄연히 다르긴 하지만, 내가 말하는 포인트는 상징성이다. 내 생각에 지금의 우리나라 힙합의 역사는 미국으로 치면 딱 94년도쯤 일 거 같다. 당연히 미래에서 보면 지금의 한국힙합씬은 엄청난 올드스쿨일 것이고, 센스의 데뷔앨범 [Anecdote]가 일매릭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바꿀) 것 말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코멘트를 조금 덧붙이자면, [양화]와 [Anecdote] 두 앨범의 가사들이 비슷한 게 되게 많았다. 전체적인 흐름도 그렇고, 어떤 한 곡에서는 실제로 센스가 한 번 찾아와서 ‘형 이거 솔직히 제 가사 보고 썼죠?’(웃음) 했던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였다. 뭐, 그때는 당연히 내 가사 쓴 날짜를 보여줬지. ‘2013년’. (웃음) 그렇지만, 그 곡에서는 정말로 비유하는 법이나 풀어가는 방법이 완전 비슷했다. 이 인터뷰에서 미리 얘기하지만. 오해하지 않았음 좋겠다. (웃음) 아무튼, 센스는 내 앨범을 안 들어봐서 모르겠지만, 나는 그 유사함을 많이 느꼈다. 어떤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은 느낌 말이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가 중점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되게 내 앨범과 ‘동류’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결정적으로 화법은 많이 달랐기 때문에 다시 말하지만, 내 앨범이 굉장히 전형적이고, 웰메이드함을 추구했다면 [Anecdote]는 웰메이드하지 않고, 전형적이지 않다. 힙플: 이번 앨범은 딥플로우 개인의 이야기들이면서 동시에 언더그라운드에서 정도를 걷고 있는 플레이어들에 대한 헌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앨범에 영감을 얻을 모든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딥 : 어제 앨범 발매 기념으로 한잔하다가, 우탄이가 이런 고백을 했다. ‘나는 딥플로우보다 더 잘 할 수 있고 잘 할 거야 아니, 나는 이미 더 잘 해’ 라는 생각으로 해왔는데(웃음) 이번 [양화]를 듣고 뭔가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자기는 이런 앨범은 아직 못 만들 거 같다고. 그래서 내가 해줬던 말은, [양화]가 개인적으로 큰 프로젝트 이긴 했지만 어쩌면 이 씬 안에서는 나만의 역할이 있고, 나는 그 역할을 해낸 것뿐이라는 거다. 뭔가 대단한 새로운 걸 만들고 제시한 게 아니라 딱 내가 해야 할 만큼을 한 거다. 이건 내 앨범이고 당연히 나를 제외한 모두가 [양화]를 못 만든다. 그리고 [에넥도트] 같은 건 당연히 센스만 만들 수 있는 거고, 그렇게 각자 자기 역할이 투명한 공란으로 정해져있다고 본다. 근데 그 공란은 투명하기 때문에 가까이 찾아가기가 힘들다. 자기만이 채울 수 있는 공란을 채워내는게 사실 당연한 의무지만, 그 공란을 못 채우는 사람이 아직 세상에 너무 많은 거지. 어렵지만 당연한 일이라는 얘기다. 각자의 공란들을 채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냥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아까 초반에 말 한대로 좋은 작품이 미디어를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그런 자기 역할을 하는 앨범들이 쭉 나오게 돼서 분위기를 탄다면 지금의 기형적이고 울퉁불퉁한 레이스에서 핸들을 꺾을 수 있는 계기 혹은 근간이 돼 줄 것 같다. 힙플: 질리도록 질문 받았을 것 같은데, 은퇴 앨범이 될 거라는 말을 했다. 지금은 어떤가? 딥 : 이거 확실하게 해야 될 거 같은데, 난 은퇴라는 말 한 번도 한적이 없다. 인터뷰 초반에도 말했듯이 앨범을 만드는 건 누가 시킨게 아닌 나의 선택이다. 내가 어떤 기획사에서 5년 계약의 앨범 다섯 장 뭐 이런 상황이면 몰라도 내 활동에 모든게 내가 정하는 일정인데,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의 아이디어가 생겨야지 정규 앨범을 하겠지. 내가 헤비딥을 낼 때만 해도 ‘이제 20대 후반이니까, 내가 다음에 할 내 얘기가 생길까?’ 라고 생각 했는데 근데 또 시간이 지나 30대가 되니까 더 할 얘기가 생겼고, 컨셉이 그려지면서 [양화] 를 만든 거고. 그래서 지금 당장은 다음 거에 대한 기약이 없는게 맞다. 컨셉이나 할 이야기들이 생길 때는 당연히 하겠지만, 사실 지금 기분으로는 정규앨범 단위의 프로젝트가 큰 호기심거리가 아니다. 내가 정규 앨범을 한번 만들 때 쏟는 에너지와 작업방식은 나에게 있어서 진짜 인생 급 프로젝트가 되버린다. 꽤나 힘든 여정이다. 그래서 이젠 싱글앨범 단위나 미니앨범, 아니면 믹스테잎 등 이전과는 달리 가벼운 형태의 작품 활동이 더 재밌을 것 같다. 힙플: 되게 의외다. 딥 : ‘진짜 하고 싶은 것만 해야지’ 가 예전보다 더 증폭된 상태다. [양화] 같은 프로젝트가 막 끝났으니 작법에 있어서 완전 다른 안 해본 거 해보고 싶다. 힙플: 웰메이드 앨범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만큼 [양화]같은 앨범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하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이런 앨범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말은 사실 굉장히 의외고 아쉽기도 하다. 딥 : 당분간은 VMC의 프로듀싱, 제작을 주로 하게 될 거 같다. 넉살이와 오디, 프로듀서 티케이의 앨범을 구상하고 있고. 던밀스와 우탄도 계속 새 앨범 작업 중이다. 사실 지금 가장 구미가 당기는 거는 내걸 만드는 것 보다 비스메이저 멤버들의 작품을 만드는 거다. 의외라고 말했으니 좀 더 말해보자면, 랩퍼들이 가장 멋있는 순간, 어떤 꼭지 점이 딱 찍어지는 이후에는 꼭 플레이어로서 최전선에 앞장 서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난 아직 30대 초반이니까 아직 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멋진 힙합은 늘 젊고 생생한 음악이다. 지금보다 감이 떨어진다는 걸 스스로 느껴질 때는 굳이 작품 활동을 더 하고 싶지 않을 거 같다. 힙플: 당연히 젊고 프레쉬하면 좋지. 근데 랩퍼들이 은퇴를 안 하는 이유를 생각을 해보면 명예롭게 레전드로 남지 못해서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측면도 있다. 한국힙합에서는 이제 뭐 좀만 뭐해도 퇴물, 꼰대 소리 듣는 그런 분위기가 만연하니까.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지 않을까? 딥 : 그래서 나는 그냥 그때의 기분에 충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진짜 플레이어로서 완전 손때야지 라고 생각할 때가 언젠가 온다면 나는 완전 겸허하게 받아들일 거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설명해주고자 하는 거지 ‘나 이제 앞으로 안 하겠다’ 이런게 아니다. 난 랩퍼만이 힙합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바운더리 안에서 멋지게 서포트하고 제작하는 프로덕션들, 예를 들어 힙합플레이야 직원들도 힙합을 하는 거고 스톤쉽 똘배도 힙합을 하는 거다. 그러니까 훗날 내가 트랙을 발표하지 않고 무대에 서지 않아도 힙합을 그만두는게 아닌 거다. 힙플: 마지막이다. 딥플로우가 생각하는 양화앨범 최고의 트랙은 무엇인가? 딥 : 고르기 힘들지만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양화’가 아닌가 싶다. 만족도라기보다는 의미부여가 많이 되는 가사는 분명히 ‘양화’다. 인터뷰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딥플로우 https://twitter.com/Deepflow39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Deepflow39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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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던말릭ㅣ진짜 언더그라운드 씬은 이제 시작  [13]
힙플: 닉네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던말릭(Don Malik, 이하:D): 지금은 아닌지만, 예전에 천주교 신자였다. 그 때 받은 세례명이 돈 모스코였는데, ‘DON'이 힙합에서 갖는 의미도 있고, 우두머리라는 의미도 있고 해서 ‘돈’을 따왔고, 말릭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ATCQ 멤버 파이프독(Phife Dawg)의 본명에서 따왔다. 힙플: 96년생이다. 상당히 어린 나이인데, 힙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외국에서 살다 왔나? D: 한국 토박이고, 비행기는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 (웃음) 초등학생 때부터 큰 후드 티 입고 껄렁거리는 게 멋있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에 동경을 갖고 있었고, 음악으로 반했던 건, 드렁큰타이거(Drunken Tiger)였다. ‘이런 음악도 있구나’ 하면서 당시 흥했던 네이버 지식인에 '힙합음악 뭐 들어야 하나요?'라고 검색하면서 찾아들었는데, 그러던 와중에 라킴(Rakim)을 듣게 됐다.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것 같다. 그 뒤로는 일요일에 엄마랑 밥 먹을 때도 힙합 틀어놓고 그랬다. 가족들은 시끄럽다고 싫어했는데, 주입식으로 계속 틀었다. 힙플: 힙합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말해 준 것 같은데, 그럼 랩을 시작한 계기랄까? D: 계기라기보다는 이걸(랩) 해야겠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계속 쭉 해왔던 것 같다. 예전에는 운동도 했었고, 해사고를 다녔었는데 그 당시에도 ‘이걸로 돈을 벌어서 힙합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계기라고 할만한 건 없다. 아주 예전부터 랩, 힙합을 하겠다고 생각해왔고, 자연스레 하게 된 것 같다. 힙플: jjk의 레슨생 326-2 kids 출신이다. 레슨생으로 성장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 부탁한다. D: 레슨이라는게 뭔가 좀 부정적이지 않나, 한국에서 그런 폼으로 알려진 게 많이 없고, 외국에서도 랩 레슨이라는 개념이 없다 보니, 이게 ‘힙합이냐 아니냐’의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건 애초에 힙합의 테두리 안에 넣어둘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모든 예술 분야에서 돈을 매개로 가르침이 전승되어오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힙합 안의 세부장르인 랩이라는 것에만 색안경을 갖고 보는 것 같다. 나 자체가 레슨을 받아서 성장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걸 수 있지만, 나는 랩에만 색안경을 끼는 건 조금 불공평 하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레슨이라는 건 어떤 아트 폼 안에서 필요한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기개발일 뿐이지, 힙합의 태도를 배우는 것과는 별개다. 나는 레슨을 통해 ‘힙합은 이래야 하고, 힙합은 저렇게 해야 돼’ 라는 걸 배우지 않았다. 다만, 랩이 어떻게 그루브를 형성하고, 라임은 어떻게 만들어가는 거에 대한 기술을 배웠을 뿐이다. 힙플: 물론, ADV가 레이블은 아니지만 JJK의 레슨생이면 ADV에 들어갈 법도 한데, 데이즈얼라이브(Daze Alive)에 들어갔다. D: ADV는 되게 특이한 집단이다. 레이블이 아닌 크루가 맞는데, 프로모션을 하는 방식이나, 행보들은 단지 자본이 투입이 안 됐을 뿐이지 레이블에 더 가깝다. 어쨌든, 나는 JJK의 레슨생이었고, ADV에 안 들어가느냐는 이야기 역시 많이 들었다. 근데, 그렇게 되면 너무 뻔하고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 하나가 있었고, 또 다른 이유로는 내가 ADV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ADV의 팬, JJK형의 팬이 레슨생의 과정을 거쳐서 ADV가 되는 건 마치 레슨이 등용문인 것처럼 보일까 봐 그게 싫었다. 그리고, 때마침 제리케이(Jerry K)형이 러브콜을 보내주셨고, 데이즈얼라이브에 들어간 계기가 되었다. 힙플: 해시태그(#) 믹스테이프를 발표했을 당시에, JJK, 제리케이, 팔로알토, 마이노스 등 현역 랩퍼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나도 되게 좋게 들었고(웃음). 그 당시 느낌, 소회가 있었다면? D: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아직도 기억한다. 5월 22일. 그날 앨범이 드랍 된 건 아니고, 공연장에서 CD를 돌리면서 프로모션을 했는데, 그날 밤에 JJK 형이 카톡을 주셨다. SNS에 내 믹스테이프에 대한 호평들을 캡처된 사진들로 보내주시더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전까지 랩을 하는 것에 대한 주위의 시선들이나, 어머니의 걱정이 마음 쓰였고, 주위에서 인정을 못 받으니까 속상했었는데, 그 카톡을 받는 순간에는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많이 좋아하고 즐겨 듣던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는 느낌은 정말 기분 좋더라. 힙플: 미안하지만, 기분을 초칠 것 같다. (웃음),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느꼈지만. D: 이센스(E Sens)! 힙플: 문장의 느낌이나 여러 면에서 이센스의 화법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D: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공연장에 찾아가 해시태그 시디도 드렸다. 아무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지만, 이제 나에게는 애증의 관계다. (웃음) 힙플: 이제 떨쳐내야 되는.. D: 맞다. 떨쳐내야 된다. (웃음) 예전에 올티가 믹스테이프를 냈을 때, 허클베리피 얘기를 많이 들었듯이, 나도 이건 통과의례라고 생각을 한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이번 앨범으로 약간은 탈피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나는 이런 피드백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에 내가 이미 많은 커리어가 쌓여있는 사람이고, 거기에서 특정 뮤지션의 느낌이 확 난다 싶으면 진짜 망한 거겠지만, 아직 나는 스스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힙플: 이센스한테 시디 주고, 피드백은 받았나? D: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런 기대는 애초에 없었고, 그냥 내 스스로의 만족이었다. ‘당신 음악 듣고, 자란 사람인데 내가 이런 음악 만들었다’ 라는 것을 전달해 준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시디 드리기 전날 이센스 인터뷰가 올라왔는데, 요즘 신인 랩퍼들은 다 별로고, 기본도 안돼있는 애들이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시디 드리면서 ‘저 기본 이상은 확실히 하는 사람이니까 한번 들어주세요.’ 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했다. (웃음) 힙플: 믹스테이프 6번트랙의 모스뎁(Mos Def)에 대한 설명이 인상 깊었다. 이게 산이나 방탄소년단 행보의 대한 문제 제기라고 설명을 했고, '랩은 낭비되면 안 되는 sns'라는 구절까지 연관지어 코멘트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D: 모스뎁은 나한테는 힙합 그 자체인 사람으로 다가왔고, 방탄소년단은 나에게 힙합이 전혀 아닌 것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수식어로 앞에 계속 힙합을 붙이니 내가 모스뎁이 된 듯이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랩은 낭비되면 안 되는 SNS’라는 구절은 사실 사람의 말이 그렇지 않나. 말 하나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 말이 랩이라는 매개체고, 특히나 힙합 안에서의 랩이라면 그 영향력이 훨씬 강하다고 생각 하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책임감도 없이 대충 써서 내 뱉는 것 자체가 낭비라고 생각하고, 금기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 뱉는 말에 책임을 갖는 힙합, 랩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라인이다. 힙플: 그런 책임감이면 가사를 쓸 때도 퇴고가 엄청날 것 같다. D: 많은 편이다. 앨범 혹은 곡의 바이브가 확실할 때는 정말로 계속해서 (가사를) 수정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는 랩 안에서 가사를 쓰는 것에 있어서도 그대로 나온 문장이 아닌 한 번 더 비틀어낸 문장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예를 들면 구어체로 이야기하는 랩이 더 직설적이고 이미지를 받아들이기 확실할 수는 있지만, 쓰는 사람입장에서는 그것만큼 쉬운 것도 사실 없거든. 그런데 뭐, 그렇게 쓰는 사람이 요새는 많은 것 같더라. 단지, 나한테 랩이라는 건 ‘Rhythm And Poetry’이기 때문에 포엣트리라는 측면을 좀 더 강조하고 싶다. 힙플: 이제 앨범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앨범은 마일드비츠(Mild Beats)가 던말릭의 믹스테잎을 듣고 작업 제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D: 그때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 그 당시는 새벽까지 믹스테이프를 준비하고, 학교에서는 자고, 알바하고 다시 새벽까지 작업하던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대학은 어찌됐든 못 가는 게 기정사실화 되어있었기 때문에 믹스테이프를 내고,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그 후에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빠른 년생이다 보니, 계획된 시기에 신검을 못 받았고, 그 바람에 믹스테이프이든 뭐든, 다음 작업에 대한 생각만 하던 시기가 생겼다. 그러던 중 마일드비츠 형의 제의를 받게 된 거다. 힙플: 던말릭에겐 이번 콜라보가 커리어 시작단계에서 꽤 큰 의미였을 것 같다.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땠나? D: 당연히 의미가 깊고, 기분이 좋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하는 음악은 내 이전 세대의 음악이지 않나. 그런 점에서 내 이전 세대의 아티스트가 나를 인정해주고 나와 같이 하고 싶어한다는 게 굉장히 기뻤다. 그래서 뭔가 더 열심히 하고 싶었고, 작업 자체도 재미있고 뿌듯했다. 힙플: 올드스쿨을 공통 분모로 시작되었다지만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꽤 크다. 소통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D: 마일드비츠 형은 꼰끼라고 하나, 그런 게 전혀 없는 사람이다. 이야기할 때도 그저 재미있었다. 힙플: 스튜디오에서 함께 작업을 쭉 한 건가? D: 스튜디오에서 비트를 100개 정도 받았다. 이번 앨범은 그 100개의 비트에서 5개를 뽑은 건데, 가사가 좀 됐다 싶었을 때부터 스튜디오에서 함께 녹음을 시작했다. 힙플: 작업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D: 1년이 채 안됐다. 원래는 작년 연말에 내는 것을 목표로 한 앨범인데, 이런저런 일들로 좀 미뤄졌다. 실제 작업 시간은 6개월 정도인 것 같다. 시작은 작년 7월 경부터 했다. 힙플:‘탯줄’이라는 제목에 담은 뜻이랄까. D: 탯줄은 어떤 아기가 태어날 때 엄마한테 양분을 받는 것이지 않나, 배꼽으로 그 양분을 받는 다는 것이 나랑 비슷하다고 느꼈다. 힙합이 런디엠씨(Run DMC) 시대의 사람들 혹은 그 이전의 뮤지션들에서부터, 다스이펙스(DASEFX), 라킴, ATCQ, 나스(Nas)를 거쳐 결국에는 한국까지 왔지 않나. 또, 그 음악을 내가 접하는 과정 안에는 엄청난 역사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줄기가 긴 탯줄이고, 양분이라는 이야기다. 힙플: 가사를 쓰면서 특별히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D: 음.. 이미지인 것 같다. ‘내가 어떤 걸 전달하고 싶은가’에 대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예술분야가 그렇듯이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장르로 투과 시켜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힙합이 코어가 되어서 퍼지기도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림으로 퍼지게 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사로 퍼지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코어로 전달해야 할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고, 그거를 가장 잘 설명해줘야 하는 단어를 찾는 것이 나한테는 중요하다. 힙플: 탯줄로부터 마지막 트랙 첫 울음으로 ‘씬에 이제 막 다시 태어났다’의 느낌인데, 트랙배치의 의도는? D: 굉장히 뚜렷하다. 사실 스토리가 있는 앨범이 아니고, 곡들의 바이브가 일관적이고, 뿌리가 있는 앨범이기 때문에 그걸 정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구조가 어색하지만 않게 배치했다. 힙플: ‘무게 잡는 아저씨들의 가벼운 단어’, ‘빈종이에 펜을 쉽게 쑤시는 놈’, ‘숭고한 작업의식을 숨겨왔던 건 절대 아니지’ 라는 그런 표현들이 올드스쿨 바이브 혹은 리리시즘에 대한 자부심을 풀어낸 거 같은데, 턴업이나 트랩 등 가벼운 가사에 대한 거부감으로도 들리기도 했다. D: 나는 사실 트랩 좋아한다. 트랩에다 프리스타일 하는 것도 되게 재미있어하고. 근데 뭐랄까, 음악 행위 자체에 그 가벼움이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같은 걸 해도 멋있는 가벼움이 있고, 그냥 촌스러운 것들이 있는데, 그 지점이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애매한 부분이지만, 내가 느낀 건 ‘그렇게 좀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거다. 턴업뮤직이라고 다 같은 턴업뮤직이 아니다. 힙플: 굳이 특정 타켓은 없는 거군 D: 물론,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누군가가 많지만, 그런 부분을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듣는 사람들도 다 알 테니까. 힙 : 붐뱁을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힙합에선 자연스러운 건데도 요즘에는 힙스터들의 슬로건처럼 된 것 같기도 하다. D: 얼마 전에 느낀 건데, 어떤 유행이나 핫하고 힙하고 그런 건 한 개도 쓸모 없는 거라는 걸 느꼈다. (웃음)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 할 뿐이고, 올드스쿨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일 뿐이지, ‘내가 유행을 만들고 빽투더올드스쿨로 트렌드 세팅할거야’ 라는 의도는 하나도 없다. 그냥 내 내 취향인 거지. 힙스터들은 항상 옮겨 다니지 않나. ‘메인스트림을 싫어하는 건 너무 메인스트림이다’ 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웃음) 힙플: (웃음) ‘Street’에서는 거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얼마 전, 서출구와 올티의 인터뷰에서도 거리문화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 던말릭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D: 내 생각도 비슷하다. 나오는 사람들이 문화의 일원으로써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거 같다. 랩을 하는 데 있어서는 항상 자기가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갖고 그거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리에서도 똑 같다. 프리스타일한다고 해서 ‘아 나 그냥 놀러 나왔어. 프리하게 할 거야’ 이렇게 하는 것도 뭐 좋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멋없게 하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거고 자기 얼굴에 방귀 끼는 거다. 싸이퍼라는 것 자체도 힙합 문화고 거기서 랩을 하는 사람들도 그 문화의 일원이니까 좀 더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다. 힙플: 요즘도 싸이퍼를 주최하나? D: 옛날에는 많이 주최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되게 힘들더라. 싸이퍼 공지 띄우고 앰프들고 나가면 나 혼자 하고.. 힙플: 혼자? D: 몇몇 사람들과 가끔 했는데, 혼자 한 날이 엄청 많았다. 그때 생각하면 조금 힘이 빠지고 슬펐던 것 같은데... 뭐 그랬다.(웃음) 힙플: ‘영원히 남을 가사들과 멋 난 아직 따라하는 방법을 뒷모습에서 배울 뿐’ 이라는 ‘About Muse’ 가사 던말릭의 뮤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D: 수 많은 앨범들과 ATCQ다. 그 사람들이 하는 게 되게 옛날 거라서 촌스럽게 보일 수는 있어도 나에게는 굉장한 멋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것들을 여전히 계속 워너비하고 있다. 근데 결국에는 내가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거기 때문에 ATCQ의 뒤를 따라가지만, 문인섭의 삶은 다른 곳으로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한국힙합에서도 그런 뮤즈가 있나? D: 다들 알다시피 앞서 말한 이센스, 그리고 JJK형이다. 레슨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영향 받은 사람이니까. 빈지노 역시 많이 좋아한다. 힙플: ‘90`s Freestyle’에서는 미디어를 보이콧 했다. 올티 콘서트에선 ‘쇼미더머니에 출연하지 않고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앨범을 냈다.’(웃음) 라고 멘트를 하던데. D: 미디어를 보이콧 하는 건, 무턱대고 그러는 게 아니라 쇼미더머니 시즌1 에 나가본 경험에 의한 보이콧이다. 그 당시에 방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봤고, 방송에서 보이는 게 진짜가 아니라 연출 되어 있고, 설계가 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게 너무 싫었던 거다. 그 때가 고1때인가 그랬는데, 너무 실망을 한 거지. 내가 뭘 하던 간에 여기서(방송에서) 하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또 이야기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책임감과 자부심이고 그리고 진실성이 다. 무언가를 말할 때 진실성이 있어야 힘이 실린다고 생각하는데, 미디어에서는 전혀 그런 거를 느낄 수가 없었으니까 뭔가 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런 반감이 큰 것 같다. 물론, 좋은 취지라면 나갈 생각은 있다. 신인 랩퍼, 혹은 요새 핫한 언더그라운드 랩퍼를 소개한다는 컨셉이라면 흔쾌히 나가겠지. 근데 내 생각에 쇼미더머니 나간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 안에선 절대 힙합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힙플: 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나 D: 스톤쉽을 통해서 섭외가 왔었는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을 한 건 사실이다. 내 주위에는 올티가 있지 않나. 올티는 쇼미더머니를 하고 스포트라이트 많이 받고 돈도 많이 벌게 됐다. 그 친구한테는 되게 좋고 잘 한 거라고 본다. 걔가 거기서 뽑아먹을 수 있는 건 전부 뽑아먹었고, 엠넷에서도 걔를 뽑아 먹어서 캐릭터 판매에 성공했으니까. 근데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고민을 살짝 하긴 했는데 결국에 아닌 건, 아닌 거다. 힙플: 그럼 미디어의 힘없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어떤 비전을 보나? D: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만들어야 하는 거다. 그리고 진짜 언더그라운드는 이제 시작이 된 것 같다. 왜냐면 쇼미더머니라는 어떤 후진 매체가 생겨나면서 많은 기성 랩퍼들과 많은 신인 랩퍼들이 그곳에 자본을 챙기러 가는데, 사실 그 전까지는 굉장히 한 곳에 뭉쳐있지 않았나, 그때는 오히려 언더그라운드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부터는 진짜 언더그라운드가 시작이 된 것 같다. 뭐랄까, 단순하게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에 비해서 자본이 비교적 덜 투입되는 곳이고 비교적 조명을 덜 받는 곳이니까. 어쨌든, 언더그라운드에서 비전을 찾기보다는 내가 언더그라운드에서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힙플: 제리케이가 ‘탯줄’ 앨범 발매를 기점으로 이전과 다른 위치에 서게 될 거라고 말을 했다. 발매 한 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위치 변동은 실감하나? (웃음) D: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오히려 계속해서 앨범을 내면서 좀 더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보여줄 것이고, 당연히 이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다. 힙플: 이번 앨범 만족도는 어떤가? D: 녹음을 다 해 놓고는 되게 좋았는데 믹스, 마스터링 과정에서 확 깨졌다. 내가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앨범에서는 그런 아쉬운 부분들을 더 채울 거다. 사실 항상 아쉽다. 몇 개 안 되지만, 앨범/싱글 낼 때마다 아쉬운 감정은 항상 들기 마련이니 그거를 빼고 나면 되게 좋았던 앨범이었다. 의미도 깊고. 힙플: 마일드비츠의 만족도는? D: 되게 좋아하셨다. 만족하시는 것 같다. 힙플: 여러모로 언더그라운드가 사랑하는 행보형 아티스트로 길을 굳힌 것 같다. 앞으로의 장기계획이 궁금하다. D: 장기 계획은 일단 어떤 프로듀서분과 한번 더 작업을 할 것 같다. ONE MC, ONE PRODUCER 프로젝트로. 그리고, [From the Love]라는 솔로앨범 하나를 구상하고 있는데, 이건 진짜 죽일 거라고 난 믿고 있다. 뭔가 통속적인 사랑이라는 건, 낯간지러운 거일 수 있는데, 내가 조던을 좋아하고 이런 옷스타일을 좋아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단어에 포함이 되고, 랩을 하는 것도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거라고 생각하면 세상의 긍정을 가진 모든 것들은 결국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거다. 넓은 의미의 사랑을 담은 앨범을 만들 생각이다. 힙 :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기사작성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MIXTAPE] Don Malik - Hashtag[#] http://hiphopplaya.com/magazine/14328 던말릭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itstrumalik
  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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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오왼 오바도즈ㅣ'문화를 기록할 수 있는 사운드'  [7]
HIPHOPPLAYA (이하 힙플) : ‘오왼’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특별한 것 같다. Owen Ovadoz (이하 오왼) : 풀네임은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다. 사람이라면 모두 양면성을 가지고 있듯이 오왼은 나의 선한 면모를 나타내고, 오바도즈는 그 반대편이다. 특히, 오왼이라는 이름은 성경 구절에 ‘네 원수가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도 내어줘라’ 라는 말에서 따왔다. 한 마디로 관대하게 베풀라는 의미다. 힙플 : 미국에서 유년기 시절을 보냈다고 오왼 : 미국에는 초등학교 때 건너가서 2005년에 돌아왔다. 한국의 그 시절 힙합은 그냥 듣는 사람들만 듣는 정도였지 않나, 그런데 미국에 가니 학교에서 점심시간마다 힙합 노래가 나오더라. 옷도 후부나 로카웨어 같은 옷이 유행이었는데, 나도 자연스럽게 그런 옷들을 형들한테 물려 입기도 하고, 음악도 자연스럽게 접했다. 힙플 : 어느 지역에 있었나? 오왼 : 뉴욕 바로 옆에 뉴저지에 있었다. 힙플 : 힙합 음악에 빠진 계기와 음악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 오왼 : 미국에서는 쭉 문제아 소리를 들으며 지내다가 한국에 돌아왔는데, 한국에서 형의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나는 늦둥이라 형과는 여덟 살 차이가 나는데, 유년기를 떨어져 지내다 보니 형이랑은 유대감이 깊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형이 음악을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됐는데, 알고 보니 재즈 바이브의 샘플기반 프로듀싱을 하는 힙합 프로듀서더라. 우연찮게 뵙게 된 션이슬로우 형님이 형을 통해서 나를 알고 있을 정도였다. 션이슬로우 형님이 말하길 형이 라이브러리나 이해도로 봤을 때 탑3 안에 드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힙플 : 모두가 알만한 사람인가? 오왼 : 글쎄, 공식적인 레코드로 남는 그런 활동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형 방에 가면 음반이나 LP레코드들이 굉장히 많았었고,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하나씩 꼽으면서 무작정 들었다. 힙플 : 그럼 그때 처음 접한 한국힙합은 어떤 음악들이었나? 오왼 : 그 당시에 처음 들었던 앨범이 피타입(P-Type) 형님의 헤비베이스(Heavy Bass)였는데, 그 앨범을 듣고 한국힙합에 대해 새롭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영어로 듣던 힙합은 익숙하게 흘러나오는 음악들이니까 아주 당연하게 들었던 거였지만, 그 익숙한 느낌을 한글로 들으니 새삼 다르더라. 그때부터 조금씩 열정이 싹트기 시작했던 것 같다. 힙플 : 한국힙합을 먹통으로 제대로 입문했군 (웃음) 오왼 : 신기하게 그렇게 됐다. 중학생 때는 주변에 꼭 한 명씩 있는 히키코모리, 오타쿠 친구의 영향도 받았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는 지유닛(G.Unit)이나 팻조(Fat Joe) 테러 스쿼드(Terror Squard)같은 당대 유행하던 음악만 들었지 깊게 찾아보진 않았었는데, 그 친구가 나한테 추천을 한 음악이 에미넴(Eminem)이었다. 충격적이었지. (웃음) 청소년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힙플 : 청소년기 방황이 길었나? 오왼 : 유년시절 성장과정에서 힘들었던 일들쯤,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미국에서는 문제아였고 청소년기의 방황도 길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 모두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형은 군대 가서 없고, 한국에 오자마자 넓은 집에서 혼자 살았거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코치나 멘토링 없이 자라다 보니 그냥 겁먹은 채 혼자 넋 놓고 앉아 사춘기를 보냈던 것 같다. 힙플 : 듣기로는 F&C 아카데미를 다녔다고, 레슨을 통해 얻은 것들이 있나 오왼 : 부모님이 보수적이시라 학력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그런데, 공부로는 도저히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그래서 시작했던 게 농구였는데, 그렇게 준비하던 체육 특기생 마저 결국 수능직전에 그만두게 됐다. 그리고 바로 음악에 뛰어들었다. 당연히 그전까지 음악은 그냥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가사를 끄적거린 정도였기 때문에 아카데미에 찾아간 거였다. 뭐, 결국은 한 두 달 정도 다녔던 것 같다. 두 달 정도 해보니 배우는 게 없더라. 흔히 음악이 음학이 되면 안 된다고 하지 않나 나도 그걸 느꼈던 것 같다. 사실, 지금에 와서 ‘구글링만 해도 원하는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른다는 게 무슨 소리냐’ 할 수 있어도 그 몇 년 동안 허송세월 보냈던 옛날을 떠올리면,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어린 동생들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힙플 : ODB Part.1 믹스테이프 수록곡인 ‘어른아이’에서 사범대 이야기가 나오는 건, 어쨌든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는 말인데, 얘기를 들어보니 교육자를 목표로 둔 건 아닌 것 같다. 오왼 : 내가 오랫동안 했던 농구를 그만두고 다시 입시를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가 토익 900점을 넘기면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부모님의 조건 때문이었다. 그래서 토익 950점을 찍고 그걸로 영어교육과 수시에 붙었는데, 어쨌든 그건, 부모님의 신뢰를 찾기 위한 방편이었지 교육자를 목표로 했던 건 아니었다. 사실 영어로만 날로 먹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웃음) 힙플 : 학창시절에도 꾸준히 음악을 했던 건가? 오왼 : 고등학교 시절에 F&C 스튜디오의 연습생으로 있던 동생의 추천으로 잠깐 동안 F&C 기획사에 들어갔었다.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가 앨범 제작의 전반적인 부분을 지원해준다는 말에 혹했거든. 어찌됐건, 내 커리어에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들어간다는 건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했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사기였던 거지. 그때 만났던 형들이 인윤이형이랑 상욱이형, 지금은 VMC에 있는 TK라는 프로듀서형이다. 지금은 모두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형들이지만 그때는 크루도 만들고 뭐 그랬었다. 군 전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쇼미더머니에 지원했다. 원래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건가? 오왼 :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옛날에 듣던 올드스쿨 음악들을 고집하고 있는데, 형들한테는 한결같이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오피셜하게 하고 싶었다. 요즘에는 다들 듣는 음악과 하는 음악이 다르지 않나 힙플 :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을 말하는 건가? 오왼 : 컨셔스랩이다. 힙플 : 모두가 컨셔스랩을 하고 싶어한다라는 건가? 오왼 : 단지, 내가 하고 싶다는 거다. 나는 이 나라의 역사를 모르는 채로 떵떵거리기는 싫었고, 어느 정도는 뿌리를 알아야 한다는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모든 사회적 배경들이 컨셔스랩의 소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역하자마자 그 묵었던 것들을 믹스테이프를 통해서 쏟아 내기도 했다. 남들이랑 똑같이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미친놈처럼 했다. 쇼미더머니도 결국에는 그런 묵은 열정을 쏟아내기 위해 나간 거였다. 힙플 : 쇼미더머니 자체는 어땠나? 결과적으로는 이른 탈락이었다. 오왼 : 이성적이고 부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잘 말하고 싶다. 왜냐면 그때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줄곧 화가 나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에 참가를 했던 건, 말 그대로 내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곳에 참가한 다른 모든 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참가했을 것이니, 그걸 존중하려는 마인드가 있었다. 근데, 막상 들어와보니 대기하는 순간부터 너무 화가 나더라 힙플 : 어떤 점들이? 오왼 : 수능 기출 문제집을 옆에 끼고 있는 애들마냥 참가자들과 그 현장이 힙합은 아니었다. 힙플 : 떨어졌을 때 기분은 어땠나? 오왼 : 처음에는 모든 경연을 즐겁게 임하려고 했다. ‘오기로라도 어떻게든 해낼 거야’ 같은 감정은 원래 없었는데 나중에는 그런 감정들이 치솟더라. 힙플 : 어쨌든 방송에 나왔던 그 짧은 순간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출연 이후에 긍정적인 영향은 전혀 없었나? 오왼 : 긍정적 영향, 부정적 영향 그 둘이 동시에 교차했던 것 같다. 올티(Olltii)랑 했을 때도 내가 뻔한 가사 실수를 했지만, 그 친구가 씨제이 밑에 있는 회사 소속이니까 ‘당연히 올라가겠지’라는 시스템에 대한 인지를 계속 하고 있었는데, 올티와의 경연이나 기리보이(Giriboy)와의 경연에서 떨어졌을 때는 심사위원들이 계속 내 칭찬을 해주더라. 나도 이걸로 돈이나 명예를 바란 게 아닌 이상 좋게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각본 얘기를 듣고 나니, 떨어뜨리고 기분 나쁘지 말라고 한 마디씩 해준 것 같아서 사실 기분이 별로였다. (웃음) 힙플 : 믹스테이프 가사에 스윙스가 분노를 죽이라고 했다는 구절이 있다. 그 분노가 구체적으로 어떤 분노인가? 오왼 : 그냥 항상 달고 사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 판소리 문화가 들어갔는데 판소리를 지네 마음대로 각색해서 하고 있는 걸 정통 소리꾼이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들. 사실 그런 음악적인 고민이 아니더라도, 그냥 매사에 화가 계속 나 있었다. 쇼미더머니가 끝나고 스윙스형한테서 ‘너 이 새끼야 너 내 후배야’라며 전화가 오더라 내가 연신내 출신이라서 그런가 보다. 어쨌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고민을 털어놨고, 내가 겪었던걸 똑같이 겪어본 입장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시더라. 심호흡이 에어컨 역할을 한다고, 심호흡을 하면서 화를 죽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말 하나하나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사실 나한테는 도움이 많이 됐다. 힙플 : 방송 이후에 작업물들이 쏟아졌다. 믹스테이프는 언제부터 준비한 건가? 오왼 : 언제부터라기 보다는 나는 보통 뭔가를 준비할 때 갑자기 떠오르는 걸 킵해두는 편인데, 그렇게 모아놓은 아이디어를 추스려서 바로 시작한 거다. 힙플 : 파트 원은 ‘Owen’, 파트 투는 ‘Ovadoz’로 나눠서 공개됐다. 두 구간으로 나눈 특별한 의미가 있나? 오왼 :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다. 믹스테이프긴 하지만, 또 내가 추구하는 방식이 있으니까 그 방식에 맞는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원래는 20~30곡 정도를 실어서 ‘얘는 진짜 90's’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게끔 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극구 말리더라 (웃음) 프로듀서형도 굉장히 힘들어 할 것 같아서 결국엔 나눠서 하게 됐다. [Owen]과 [Ovadoze]의 차이라고 하면 오왼 파트가 마냥 즐거운 내용이라면, 오바도즈는 힘든 것들도 모두 꺼내서 얘기한다. 힙플 : 기리보이나 레디(Reddy)의 피쳐링에 참여에도 불구하고, 가사 여러 부분에서 일리네어를 향한 러브콜이 느껴진다. (웃음) 오왼 : 맞다. (웃음) 힙플 : 힙합 3사로 일리네어, 저스트뮤직, 하이라이트를 꼽던데, 그 중 일리네어 레코즈 제 4의 멤버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아직 유효한가? 오왼 : 라임배치 때문에 세 곳을 언급하긴 했지만, 비스메이져나 AOMG 역시 내공이 깊은 실력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이들 그러듯이 내 고등학생 때의 청사진이 일리네어였을 뿐이다. (웃음) 사람이 계획했던 것에 첫 스텝을 이루면 욕심이 나기 마련이듯이 어렸을 때는 팬부심이 컸기 때문에 그저 만나보고 싶다는 사적인 이유였다면, 지금은 방송 덕분에 그 목표를 이뤘다. 그러니까 쇼미더머니에서 내가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 바로 그때였다. 패자부활전이 끝나고 첫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심사위원분들이 모두 밖에 나와있더라, 그때 모두가 나한테 한 마디씩 해줬지만, 일리네어에서 해준 말은 정말 짧고 굵었다. 힙플 : 무슨 말을 해줬나? 오왼 : ‘몇 살이에요? 군대 갔다 왔어요? 나중에 따로 연락 드릴게요’ 라는 말이 끝이었다. 힙플 : 의미심장한데 (웃음) 오왼 : 진짜 연락이 왔고, 왕래를 하면서 많은 말들을 해줬다. 내가 가능성이 보이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일리네어에 들어오려면) 그냥 완벽한 아티스트여야 된다는 뉘앙스로 말을 해주더라, 그래서 나는 지금도 정교한 무언가를 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힙플 : 그 말은 즉,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였나? 오왼 : 힙합플레이야 커뮤니티나 SNS상에 많은 사람들이 일리네어의 4번째 멤버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도끼형이 인스타그램에 한 적이 있다.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기회를 주고, 3개월에서 6개월정도 지켜본다고. 그리고 그 이상이 걸린다면 힘들다는 이야기였는데, 일단 내가 6개월은 지난 거 같다. 힙플 : (웃음) 유효기간 만료인가? 오왼 : 그렇지만, 내가 그 동안 뭘 한 게 딱히 없기 때문에.. (웃음) 그 후에는 그냥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계속 비공식으로 완성된 트랙들을 스무 곡 정도 계속 보내긴 했다. 그래서 뭔가가 생기긴 했는데, 지금 밝히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힙플 : 궁금하다. 뭐가 생겼나? 오왼 : 외부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힙플 : 사실 좀 의외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일리네어는 트랩, 턴업 바이브의 최전선에 있는 팀이란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 ‘녹아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오왼 : 물론, 그런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아티스트들의 커리어도 돌아보면 사우스와 붐뱁, 재즈까지도 녹아있지 않나 힙플 : 그래도 오왼이 턴업을 외치는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한풀 꺾이긴 했지만, 한번 휘몰아쳤던 트랩시즌은 어떻게 보냈나? (웃음) 오왼 : 엄청 심했지. 그런데, 나는 어떤 장르가 됐건, 그 장르만의 긍정적인 바이브와 원초적인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전달이 될 수 있다는 걸 전제하에 놓고 본다면 그게 가져오는 긍정적인 바이브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상 그렇지가 못해서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는 건, 그저 표면일 뿐이다. 어쩔 수 없는 게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비주류고 또, 우리나라 정서가 아니라는 점이 큰 것 같다. 힙플 : 애초에 한국은 트랩정서가 아니다? 오왼 : 사실 힙합정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문화가 아닐뿐더러, 공통점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를 알려면 역사를 알아야 하고, 그런 요소가 담겨있는 삶을 살아 봐야 된다고 이야기하지 않나, 나도 그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바이브들이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런 느낌을 통으로 무시해버리니까 좀비들이 많아지는 거다. 어느 정도의 대중적인 사운드와 최소한의 문화를 기록할 수 있는 사운드가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언프리티 랩스타나 쇼미더머니를 보면 우리나라에 힙합이 얼마나 안 맞는지 알 수 있다. 힙플 : 지난번 잠깐 봤을 때, 한국힙합씬의 혼혈랩퍼와 교포 출신 랩퍼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그 이야기를 다시 해줄 수 있나? (각주 : 컴플렉스 매거진의 컨트리뷰터가 자신의 아티클에 한국힙합에 대한 취재를 싣기 위해 힙합플레이야 인터뷰 요청을 해온 적이 있다. 당시의 인터뷰 질문이 ‘한국 내에서의 본토음악 카피관행’을 포커스로 두고 있었고, 나는 ‘아시아권 힙합문화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오히려 랩퍼들에게는 랩의 소재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오왼 : 나랑 ODB라는 팀을 하고 있는 데비(Debi)형도 혼혈이고, 많은 혼혈 랩퍼들이 한국힙합씬에 있다.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더 많이 있을 거다. 지난 번의 대화는 ’정서상 한국은 본토 메인스트림에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 소재가 없지 않나’라는 주제에서 출발했던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나만해도 충분히 머릿속에 혼자 끙끙 앓는 압박감이 있단 말이다. 특히나 한국에서 자란 혼혈인들은 속된 말로 ‘튀기’라고 하는 비하와 좋지 않은 시선 속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다. 내가 봤을 때 그 사람들은 할 얘기가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 흑인들의 게토의 삶과 비교해 순탄한 한국 정서의 삶을 살아온 랩퍼들에게 힙합은 어울리지 않다는 건가? 오왼 : 쇼미더머니에 탈북자 랩퍼가 나왔다. 그 사람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얘기를 할 수가 있었고, 그 이야기는 소재만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게 힙합으로 파급을 내지 못했던 건, 그 사람이 힙합에 대한 이해도나 그 소재를 풀어내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토종 한국 정서여도, 자신만의 소재가 있고, 그 소재를 풀어내는 능력만 있으면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 대부분 ‘Rattatt’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오왼도 오왼이지만, 이 프로듀서도 먹통 느낌에 꽤나 충실한 것 같다. 오왼 : 이 형도 정말 대단하다. 샘플 기반으로 작업을 하는 형이기 때문에 오피셜로 자신의 작업물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데, 방송을 보고 어차피 못 내는 거 내가 자신의 곡을 써줬으면 좋겠다며 나한테 연락을 줬다. 내가 방향에 맞게만 비트를 써준다면 자기는 그걸로 좋다는 식이다. 무슨 산속의 도인 같다. 이 형 덕분에 작업에 좀 더 집중이 돼지 않았나 싶다. 힙플 : 샘플링 기반의 프로듀서들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은 조금 아쉽기도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샘플링 프로덕션이 작법상 열위에 있다고 보는 인식이 점점 늘고 있으니까 오왼 : 항상 말을 조심하고 경거망동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화가 올라온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샘플링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던데, 그 사람들은 그냥 병신이다. 음악은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아는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 이미 모두가 눈치챘겠지만, 빅엘(Big L)이나, 갱스타(Gangstarr) 등등 오왼한테 이스트코스트가 갖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추구하는 음악 색깔에 대해 오왼 : 내가 동부에서 지내긴 했지만, 어렸을 때는 사실 그쪽 음악에 깊이가 없었다. 근데, 스무살 때 형한테 선물 받은 아이팟에 담겨있던 음악들이 내 음악 색깔에도 큰 영향을 줬다. 빅엘, 빅펀(Big Pun), 비기(Notorious B.I.G), 나스(Nas), 블랙칼리셔스(Blackalicious), ATCQ(A Tribe Called Quest), 더 루츠(The Roots), 피플 언더 더 스테어스(People Under The Stairs), 피트락 앤 씨엘스무스(Pete Rock & C.L. Smooth) 등등 특히, 빅엘의 [Lifestylez Ov Da Poor and Dangerous] 앨범은 정말 많이 들었다. 힙플 : 가사에 대한 피드백이다. 랩 가사가 꼭 문학성까지 갖춰야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번 등장하는 ‘오바해, 오바마’ 같은 라인은 어떤 이가 본다면 어처구니 없는 표현일 수 있다. 특히 오왼이 동경하는 듯한 바이브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한국어 가사가 여물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의도됐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오왼 : 계산되지 않고 그냥 한 거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기에 의구심을 품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예술이 과학적으로 증명 되는 게 아닌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그런 걸 더 좋아한다. 내가 갑자기 나타난 요만한 루키기 때문에 그런 의구심을 더 품는 것 같기도 한데, 만약 내가 이미 완성된 패키지로 나타난 아티스트였다면 앤디워홀이 말했던 것처럼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 ODB 믹스테이프의 수록곡 ‘Hustla’z Life’는 푸샤티(Pusha T)의 ‘Nosetalgia’ 번안이었는데.. 오왼 : 뮤직비디오는 그 곡으로 레퍼런스를 잡았다. 말이 레퍼런스지 확실하게 카피가 맞다. 그런데, 곡의 메시지나 내용에선 제목 그대로 허슬러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았는지를 다루려고 노력했다. 힙플 : 베이스크림 크루에 속해 있는데,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오왼 : 처음에 말했던, 인윤이형과 상욱이형 TK형을 통해서 알게 됐다. 항상 내가 문화라는걸 강조하는데, 속해 있는 형님들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한마음이다. 힙플 : 마지막이다. 앞으로 계획된 것들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 오왼 : 내가 벌려놓은 판이 있어서 정규를 열 곡 정도로 준비 중인데, 기대해주면 좋을 것 같다. 특히 1번 트랙은 완전히 프리모 느낌이다. 힙플 : 수고했다.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기사작성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MIXTAPE] ODB Part. 2 : Move Da Culture (Official) http://www.hiphopplaya.com/magazine/16708 오왼 오바도즈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oWEN5VADOZ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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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넉살(Nucksal) | 개똥철학, 혹은 '병신 같지만 멋있어'  [14]
HIPHOPPLAYA (이하 힙플):힙합플레이야 인터뷰는 처음이다. 랩네임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한다. 넉살: 넉살이라는 이름은 고등학생 때 지었다. 영어 이름도 있었지만 한글로 된 이름을 가지고 싶었고, 광대.. 뭐 이런 몇 가지 이름들이 스쳐 지나갔는데 (웃음) 결국 넉살이라고 이름을 지었지. 힙플: 고등학생 때부터 랩을 한 건가? 넉살: 맞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에 힙합이라는 만화책이 유행했었는데, 그 만화책 보면서 중학생 때는 친구들이랑 춤을 췄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로 넘어오면서 랩을 시작하게 된 건데 딱히 계기라고 하면 우리 집이 사남매 집안이라 누나들이 세 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누나들이 힙합을 좋아해서 집에 항상 대한민국 시리즈라던가, 조피디의 앨범 등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허니패밀리(Honey Family)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중학생 때는 마스터플랜(Master Plan) 앨범을 들으면서 관심을 키웠던 것 같다. 그때부터는 외국힙합도 듣기 시작했지. 힙플: 2009년부터는 애니마토(Animato)와 팀을 결성하여 퓨쳐헤븐(Future Heaven)으로 데뷔를 했는데, 당시 활동은 어땠나? 넉살: 고등학생 때 내 꿈은 원래 글을 쓰는 거였다. 근데, 학교는 재미없고..랩 하다가 대학은 못 갔지.. (웃음) 그나마 실기로만 갈 수 있는 학교를 찾다가 기껏 준비하던 서울예대는 결국 떨어졌다. 그 바람에 알바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글 쓰는 공부를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대학교 힙합 동아리에 들어간 고등학교 친구의 소개로 애니마토 형을 만났다. 리드메카(Rhydmeka) 멤버 중에 쿠마라고 왜 돼지같이 뚱뚱한 친구 있지 않나, 그 친구가 나랑 고등학교 시절부터 같이 랩을 하던 친구였다. 어쨌든, 이 친구가 대학교 힙합동아리에서 만난 선배(애니마토)한테, 당시에 노래방에서 MP3로 녹음했던 음원들을 들려줬고, 그걸 계기로 애니마토 형과 만나 퓨쳐헤븐이라는 팀까지 결성하게 됐다. 2009년이면 내가 23살 때인데 그때 처음으로 EP앨범도 냈었지. 힙플: 데뷔시기로만 보면 사실상 베테랑이다. (웃음) 그럼에도 아직까지 루키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건, 불편한 상황일 수도? 넉살: 퓨처헤븐으로 쭉 해왔다 해도, 퓨처헤븐이라는 팀 네임이 베테랑이 되는 것뿐이지 실력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나는 넉살로의 커리어를 시작하면서부터 커리어가 새로 refresh 됐기 때문에 해당 사항 없다. 베테랑은 무슨.. 실력이 베테랑이지 경력이 베테랑이겠나 (웃음) 힙플: 솔로로 커리어를 전향한건 언제부터인가? 넉살: 군대 전역하고 나서였을 거다. 2009년에 퓨처헤븐 앨범을 1,2로 두 장을 내고 바로 입대를 했거든. 2011년인가 2012년에 전역을 했는데, 애니마토 형이 전업 프로듀서를 선언하더라. 그때부터 솔로로 전향했다. 햇수로 한 3년쯤 됐을 거다. 힙플: 팀이 해체 된 건가? 넉살: 나는 아직도 퓨쳐헤븐이라는 타이틀을 항상 샤라웃한다. 팀으로 활동은 안 하지만, 애니마토 형이 프로듀서로 있고 내가 랩을 하는 트랙이면 그것도 결국은 퓨쳐헤븐인거다. 힙플: 그렇군. 그러고 보니 ‘악마들이 춤 추는 댄스홀’이나 ‘RHYD YO’ 등 꾸준히 애니마토와 호흡을 맞추고 있지 않나? 넉살: ‘악마들이 춤추는 댄스홀’은 애니마토 형이 작곡과 엔지니어링을 했고, ‘RHYDYO’에서는 엔지니어링을 도와줬다. 'RHYD YO'의 작곡은 영제이(Young Jay)가 했다. 힙플: 그래 영제이가 했지. 말이 나온 김에 리드메카 크루랑 개릴라즈(GUE) 크루에 대해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넉살: 리드메카는 흔히 말하는 내 후드다. 고등학교 친구들부터 이십 대 초반, 주위에 힙합 음악 하던 친구들이 한 명 한 명 모여 만들어진 크루.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뭉쳐 다니며, 술 먹고 놀던 팀이지. 그 중 애니마토 형은 나한테 힙합음악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알려준 형이다. 나한테는 음악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스승같은 사람이다. 리드메카 크루는 그렇게 나랑 애니마토형, 쿠마 그리고 블랭타임(Blnk-Time), 영제이, 아이딜(Ideal) 형이 있고, 용우라는 노래하는 친구랑 들개, 허씨, 일균이 형, 원플로우라는 큰 형도 한명 있다. 씬에 완전히 들어와 있지는 않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겸하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힙플: 리짓군즈가 리드메카에서 파생된 건가? 넉살: 그렇진 않다. 리짓군즈는 다른 곳에서 자라난 암세포들이다. 리드메카는 리드메카대로 잡초 같은 사람들이고. (웃음) 힙플 :개릴라즈는? 넉살: 내가 군대를 막 전역했을 때 디제이 티즈(DJ Tiz)형이 갓 전역한 나를 불쌍히 여겨 공연 장에 데리고 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요즘에는 티즈형이 공연장에서 디제잉을 많이 안하지만 티즈 형이 한참 활동하던 때 티즈형의 디제이 타임에 내가 한두 곡 정도를 같이 하곤 했는데, 마침 그 시기에 뉴블락베이비즈(NewBlockBabyz)를 하고 있던 뉴챔프(NewChamp)형이 내 라이브를 보고 뭔가 좀 더 랩이 위주가 된 유닛을 꾸리고 싶었는지 나한테 컨택을했다. 그렇게 랩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발휘해 보자는 취지하에 개릴라즈가 만들어졌다. 멤버로는 챔프형과 나, 콸라(Qwala), 영제이, 제이호(Jayho) 그리고 서사무엘(Seo Samuel)과 지금은 아트 디렉팅을 하는 명선이 형까지 여섯 명이 속해있다. 힙플: 사실상, 개릴라즈와 리드메카 더 보면 리짓군즈 까지는 접점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춘추전국시대엔 의기투합도 생각 해 볼만 하지 않나? (웃음) 넉살: 맞다. 서로서로 접점이 많고, 선이 없다. 그런데, 내가 속해 있는 크루는 정확히 리드메카와 개릴라즈 두 개뿐이다. 아, 그리고 개릴라즈는 지금은 이름을 바꿔서 'GUE'라고 부른다. 리짓군즈는 그저 임원진일 뿐. (웃음) 리짓군즈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내가 항상 함께 있었다. 그들과는 엄청난 양의 술자리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처음에 어떻게 태동이 됐고, [Change The Mood]라는 앨범이 어떻게 시작되고 완성됐는지도 옆에서 계속 지켜봤다. 솔직히 크루 멤버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런데 내가 리짓군즈에 명단을 넣고 활동하지 않은 이유는 내 나름대로 다른 데서 힘을 키우고, 그걸 리짓군즈한테 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굳이 소속감이나 선을 만드는 것 보다는 어차피 사람들은 리짓군즈와 내가 잘 맞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냥 그들의 서포터가 되고 싶었다. 힙플: ‘GUE'크루의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까지 들은 것 같다. 콸라 말로는 멤버들 간의 색이 너무 다르고 뚜렷해서 한 트랙에 묶이기가 힘들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틀이 잡히지 않은 상황인가? 넉살: 그렇다. 틀은 아직도 거의 안 잡혀있고, 그건 GUE의 올해 목표다. 서로 생각하는 것들이나 개성이 너무 달라서 좀처럼 쉽지 않다. 랩싯으로 와다다다! 풀어내는 트랙은 쉽게 할 수 있어도 완성도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려면 어떤 확실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은 보류상태다. 힙플: 의견 수렴이 안 되나 보군. 넉살: 거기다 요즘에는 각자가 앞두고 있는 앨범들이 있기 때문에 힘을 ‘팍!’하고 한 번 쏟아 부을 여유가 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냥 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지금 나는 앨범을 준비하고 있고, 제이호도 마찬가지다. 사무엘이랑 영제이도 지금 앨범을 거의 완성한 걸로 알고 있다. 올해 상반기가 될지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각자 앨범 준비가 마무리됐을 때, GUE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볼 생각이다. 힙플: 콸라 말로는 넉살이 그렇게 독설가라고 넉살: (웃음) 병원에 가야만할 것 같다. 맨 정신에는 안 그러는데, 술만 먹으면 스멀스멀 욕을 하고 싶다. 사실 독설가라기보다는.. 글쎄, 독설가는 어떤 타당한 근거에 의해서 비판을 하고, 말을 싹수없게 하더라도 상대방이 반박할 수 없도록, 납득되는 욕을 하는 사람인데 나는 그건 아닌 것 같다. 그저 내 기분 내키는 대로 ‘너 쓰레기야 너 구려’식이니까 그게 많이 기분 나쁘고 그랬을 거다. 콸라랑 예전에 많이 그랬었지.. 힙플: 멱살 잡고 싸웠다고 들었다. 넉살: GUE는 술 먹고 자주 싸운다. 아주 많이..(웃음) 술 먹는 자리에서는 항상 두 명씩 짝지어서 싸우고 있다.(웃음) 그 중심에 대부분 내가 있는데, 콸라와는 이번 [Monsta Truck 2014]의 ‘동양똥개’나 ‘뻠삥’ 같은 트랙이 나오기 전까지 특히 그랬다. 힙플: 음악으로 싸우면, 보통 어떤 이유로 싸우나? 넉살: 내가 봐온 콸라는 어떤 음악적 기류가 있을 때, 그걸 되게 빨리 흡수하고, 캐치를 해내서 내버리는 타입이었다. 근데, 그건 내가보기에 너무 생명력이 짧아 보였던 거지. 난 항상 자기만의 근간을 둬야 된다고 생각한다. 콸라가 됐든 누가 됐든, 뮤지션을 떠올릴 때 단지 목소리가 아닌 어떤 것들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콸라한테 '근간을 잡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얘기를 해줬다. 물론, 친하니까 하는 얘기겠지. 어쨌든, 그 얘기를 맨날 하니 그만해 제발!’ 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진 거다. (웃음) 내가 항상 하는 얘기가 ‘집에서 나오지 말고 폐관 수련하면서 더 딥하게 들어가라’ 이런 레퍼토리였다. 근데 그 얘기를 백 번째 들으니 폭발할 수밖에.. (웃음) 그런데, 그 후에 콸라가 ‘그래.. 시발 내가 집에 가서 만들어 올게..’ 하더니 나온 앨범이 [Monsta Truck 2014]다. 그걸 듣고 바로 사과했다. (웃음) 어쨌든, 내 생각에 콸라는 이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금보다도 분명히 좋은 것들이 나올 거고, 근간을 두고 쌓아 올라가는 결과물들이 나올 것 같다. 예전 EP들은 좀 중구난방한 느낌이었거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