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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피타입ㅣ'한국힙합', 폭력적이고 잡종적이지 않게 로컬라이징에 성공했나?  [16]
HIPHOPPLAYA (이하 힙플) : 이번 앨범의 아트워크나 비디오들, 직접적으로 방향이나 콘티를 염두한 채로 콜라보한 건가 피타입 : 일단, 앨범의 아트워크의 경우에는 전적으로 내가 진두지휘 했다. 물론, 아티스트들의 노하우나 작업과정들을 내가 모두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내 머리 속의 상상력으로 로우디가(Row Digga)와 윤협이라는 두 아티스트를 엮어버렸던 거지만, 그 둘이 합쳐질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오더를 줬다. 당연히 윤협이가 뉴욕에서 활동을 하며, 현재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로우디가 역시 글로벌한 활동을 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한몫 했던 것 같다. 아트워크는 그 둘을 엮으면 시너지가 엄청 나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대한의 감별을 통해 둘의 콜라보를 성사시켰다. 사실, [Heavy Bass]가 거론될 때마다 늘 찝찝했던 게 아트워크였는데, 이번 아트워크는 매우 만족한다. ‘반환점’이나 ‘Timberland ‘6’, 그 이후에 광화문까지 여러 아트들은 실제로 내가 다 핸들링한 작업물들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나도 작업자들의 바이브를 조금 더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돈키호테2’의 경우에는 회사의 A&R 스탭들의 도움이 컸다. 실제로, 강승원 감독이 어거스트 프록스(August Forgs)에서 독립한 뒤 어떤 작품이 나올지 내 머릿속에 좀 흐릿했었기 때문에, 스탭들과 옥신각신 끝에 비디오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힙플 : 우선, 헤비베이스에 킵루츠, 아티슨비츠(사탄), 피타입이 있었듯이 이번 앨범에서도 프로듀서 라인업이 꽤나 중요했을 것 같다. 섭외 과정들이 궁금하다. 피타입 : 이번 앨범은 [Heavy Bass] 시절의 바이브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앨범이다. 그 바운더리에서 크게 다른 옵션들 까지는 생각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요새 많은 프로듀서들이 내가 만족할 정도의 하드한 붐뱁을 잘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옵션이 딱히 많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랩 피쳐링을 섭외할 때 기준도 그랬지만, 프로듀서 섭외 역시 현재 내 주변에서 지금 나와 같이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바이브를 위주로 컨택했다. 때문에 섭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일단, 패시네이팅(fascinating a.k.a MC성천)형 같은 경우에는 지난 3집을 놓고 봤을 때, 일리네어(Illionaire) 애들이랑 같이했던 ‘OST : Respect' 비트가 나한테는 앨범에서 가장 큰 만족치를 줬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작업을 하게 됐다. 그렇게 스타트를 페시네이팅형의 '반환점'으로 끊고 나니까, 술술 풀리더라. 사실, 앨범을 만들 때 아티스트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프로듀서진의 구성이다. 프로듀서진을 브로드하게 벌렸을 때는 당연히 프로덕션의 다양함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3집 때와 같은 우를 범하기 싫었다. 개인적으로 [Rap] 앨범을 돌아봤을 때 ’일관성 없이 다양한 스타일을 개인이 적응하는데 급급했던 앨범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힙플 : 지난 3집 앨범은 성에 안찼던 건가? 피타입 : 맞다. 그래서 ‘프로듀서를 너무 많이 가지는 말자‘라는 생각이 있었고, 1집 때처럼 킵루츠(KeepRoots)형이 메인을 잡고, 상당부분 작/편곡을 겸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패시네이팅 조차도 사실 처음에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다만,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양한 프로듀서들에게 눈이 갔을 뿐이다. (웃음) 그렇게 눈을 돌리면서 ’어디 더 프레쉬한 사람 없을까’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프로듀서 중 한 명이 디프라이(Deepfry)였던 거고. 그 당시만 해도 디프라이는 오로지 쇼미더머니 때 가리온의 편곡자로 노출됐던 것 외에는 노출된바가 전혀 없었던 친구였다. 그런데, 마이노스(Minos)의 소개로 비트를 받아봤는데, 얘가 과연 20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붐뱁의 느낌이 잘 만들어져 있더라. 구식을 추구하면서도 패기 있게 잘하는 친구였다. 아쉽게도 샘플클리어런스 문제로 디프라이의 비트를 많이 셀렉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그런 부분에서 오점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터라 더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힙플 : 정작 킵루츠의 프로듀싱 비중이 그렇게 커 보이진 않는다. 피타입 : 사실, 피타입 앨범에 킵루츠형의 비트가 딱 하나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물론, 킵루츠 비트를 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마지막까지도 조율을 했었지만, 어느 순간 킵루츠형에 대한 어떤 애착이나 집착이 과연 내 욕심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결국, 한 곡만 넣게 됐다. 힙플 : 듣고 보니 프로듀서 섭외는 결국, 붐뱁의 달인 색출작업 이었던 것 같다. (웃음) 그런 점에서 프로듀서 키비(Kebee)의 참여도 흥미롭다. 피타입 : 그래도 90’s 스타일의 바이브를 추구하는데 ‘재지한게 너무 적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재즈샘플을 통 샘플링하자니 그 방식도 좀 진부한 것 같고 색다른 바이브를 찾으려고 눈길을 돌리고 있을 때 키비의 ‘Vibe Versa’ 비트를 고르게 된 거다. 키비한테는 딱 한마디 했다. ‘야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꿈은 일매릭을 만드는 건데, 큐팁(Q-Tip)이 없어 (웃음)’ 그랬더니 결과적으로는 딱 원하는 느낌의 비트가 나왔지. 그 외에도 소리헤다나 마일드 비츠(Mild Beats)형, 험버트(Humbert) 같은 친구들이랑도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실제로 마일드 비츠형한테는 ‘이번 앨범에 형 비트 없이 붐뱁을 완성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을 정도인데, 이상하게 내가 마일드 비츠형이랑 작업을 하려고 할 때면, 일두형의 감정기복이 다운모드가 되더라 (웃음) 그래서 이번에도 거의 여름 한 철 내내 시도하고 왔다 갔다 하다가 마지막에는 내려놓게 된 케이스다. 힙플 : ‘붐뱁은 이름을 얻고 스탠다드를 내줬지’라는 가사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니까, 사실 내가 어렸을 때는 붐뱁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는 않았거든. ’붐뱁은 이름을 얻고 스탠다드를 내줬지 난 노래를 얻고, 악마와 계약을 맺었지’ – 최악의 남자 中 피타입 : 맞다. 근데, 그거는 어떻게 보면 시간이 흐르고 이 문화 안에서 표현되는 스타일들이 점점 누적이 되는 순간 어쩔 수 없어진 것 같긴 하다. 어쨌거나 그 현상 자체는 재미있었다. 그러게 말이다..(웃음) 붐뱁이 하나의 스타일화 된 순간 경계할건 딱 하나인 것 같다. ‘붐뱁이 원래 스탠다드야 모두 붐뱁으로 복귀해야 돼!’라는 얘기가 아니라, 어떤 하나의 음악 내지는 그 음악을 둘러싼 문화 속에서 서브 장르들을 계속 칼로 두부 썰기 하듯이 갈라놓는 건, 자칫 위험하고 쓸데없는 관점일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주변에 어린 친구들한테 항상 얘기할 때 예를 드는 게 그런 거다. ‘너 소울하고 펑크 구분할 수 있냐?’ 혹은, ‘스티비원더(Stevie Wonder)는 소울의 신이야 아니면, 펑크의 아버지야? 그것도 아니면 알앤비의 선구자야?’ ‘제임스브라운(James Brown)은 펑크의 황제인 거야? 소울의 신인 거야?’ 이걸 모두 구분할 수 있나? 나는 못 하겠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런 구분의 가치들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힙합 역시 마찬가지겠지. 나는 되게 깜짝 놀랐던 게 재즈힙합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때다. (웃음) 왜 그게 하나의 당당한 서브 장르처럼 얘기가 되어야 하는 거지? 그냥 성향이고 색깔인 건데.. (웃음) 사실, 붐뱁이 스탠다드로 있을 때는 재즈 샘플을 써서 그런 바이브를 만들어 낸다고 해서 재즈힙합이라고 부르지는 않았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바이브 자체가 하나의 서브 장르로 자리를 잡으려고 움트더라. 그 모습이 굉장히 어색했다. 마치, 크레이티브 디렉터, 아트 디렉터,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혹은 카피라이터 같은 직업들이 생겨났듯이 내 입장에서는 ‘이게 뭐야? 뭐 이렇게 많아, 왜 이렇게 타이틀에 집착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쩌면 그건, 계속 직업을 창출해내면서 리치마켓을 공략해야 하는 어떤 시스템의 노예 같은 일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뭐, 그런 생각 정도다. 어쨌거나, 붐뱁이 스탠다드를 내줘버린 건 이미 그렇게 된 거고, 그거에 대해서 짜증난다거나 내지는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다양한 것들을 소화하려고 할 때 그 다양한 것의 중심에 존재해야 되는 건, 예술가로서, 혹은 이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에티튜드고, 이런 것들은 흔들림 없이 항상 있어야 되는 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코스프레가 안 되는 것 같다. 힙플 : 이번 앨범 작업기간이 꽤 길었나 보다. 피타입 : 그렇지도 않다. 보통 내 앨범의 텀을 생각하면 굉장히 짧았던 축에 속한다. 3집 이 나오고 불과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길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건, 음감회 때도 얘기를 했는데 가을, 겨울 한철을 쉬었기 때문이다. 힙플 : 한 타이밍 쉬었던 이유가 있나? 피타입 : 3집을 여름에 내놓고 그 해 가을 겨울부터 작업에 들어가서 이듬해 1월달 즈음 반환점을 내놨다. 반환점을 이미 내놓는 시점부터 이건 앨범에 싱글컷이라는 걸 마음속으로 정해놨기 때문에 그 시기부터 이미 작업이 활성화 돼있는 시점이었다. 그렇게 두더라잇랩(Do The Right Rap)으로 봄까지 달리고, 행사나 외부의 일들을 6~7월에 소화하고 나니 9월 낙엽 떨어질 무렵 이전에 작업했던 트랙들을 들었을 때는 그것들이 성에 안 찼다. 이건 뭔가.. 분명히 내가 이 작업을 시작한 동기는 3집에 대한 큰 불만을 지워버리고자 했던 거였는데, 그것들이 채워지지 않은 채 찜찜함으로 남아있었다. 그대로 진행됐다가는 또 다시 같은 우를 범할 것 같았고, 그때부터는 정말 거짓말 안하고 가사를 한 줄도 안 썼다. 힙플 : 그럼 그 기간엔 뭘 하고 지냈나? 피타입 : 생각만 했다. ‘뭐가 빈 거지?‘ 거의 한 3개월정도를 한 줄의 가사도 안 썼다. ‘뭐지? 나 지금 뭐가 만족스럽지 않지?’ 라는 생각들. 오히려 ‘반환점’이나 ‘Do The Right Rap’ 같은 곡에서는 리듬을 만드는 체계자체로 분명히 나를 더 혁신했다고는 생각을 했는데, 리듬을 바꾼 것만으로는 부족한 건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가을한철을 그렇게 생각만 했던 것 같다. 힙플 : 그래서 해답은 찾았나? 피타입 : 그 무렵이 지날 때 즈음, 뭔가 하나를 깨우쳤다. 그 동안 내가 내 언어를 작품의 언어로만 대해 왔다는 것. 그러니까, 내 언어들은 뭔가 정제되어있는 단어여야만 했고, 여러 가지의 상황 변수를 고려한 단어여야만 했던 거다. 한 마디로 내 단어들은 ‘갈고 닦기를 너무 많이 한 단어’들이었다. 결국에는 ‘툭 나와서 툭 뱉은듯한’ 느낌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하는 지점에 이르렀지. 그리고, 신기한 건 바로 그때 차붐이 [Original]을 들고 나왔다는 거다. ‘시발 이거야!’ 싶더라 (웃음) 내가 고민하던 그 언어를 차붐이 가지고 나온 거지. 차붐의 앨범을 듣고, 만족치가 생기는 걸 느끼면서 내가 지금 포착하고 있는 내 안의 문제가 틀리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그때부터는 조금씩 고민이 풀렸던 것 같다. 실제로 그 뒤로 몇몇 가사들은 쭉쭉 풀리기 시작했다. ‘광화문’, ‘이방인’ 같은 가사들, 정말 쉽게 쉽게 즐겁게 썼다. 힙플 : 이어지는 맥락으로 피타입의 이전 인터뷰들을 보면 아티스트로서의 피타입도 있지만, 기술자로서의 피타입이있다. 기술적인 고민을 끊임없이 해온 대표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지 않나, 지금은 어떤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은 끝난 건가? 피타입 : 그거에 대한 답은 습관처럼, 계속 숨쉬듯이 고민을 해야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리듬 패턴을 한 번 바꿨고, 사용하는 언어의 종류를 한 번 바꿨다고 해서 내 안의 혁신이 끝났다고 하면, 나는 그날 죽어야 된다. 아티스트라는 건 그런 존재다. ‘뭘 좀 바꿔보지? 나를 어떻게 수술해보지?’ 내 안에서, 혹은 바깥에서부터 그런 불만스러운 점을 찾아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업이라고 생각한다. 힙플 : 1집 당시에는 정말 치열하지 않았나 (웃음) 피타입 : 물론, 1집 당시에는 (씬 안에)그런 고민자체가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1집을 통해 ‘그 고민을 하는 게 맞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그 고민을 하셔야 10년뒤에 고민의 결과물들이 나올 것이고, 그래야 한국힙합도 미국의 힙합처럼 멋있어집니다.’ 라고 얘기한 반면에,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 라이밍 정도는 모두가 다 할 줄 알지 않나. 정말 웃긴 건, 당시에 나와 SNP식구들을 비롯해서 씬을 형성하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그렇게 이를 부득부득 갈며 달려들고, 주장해서 이뤄낸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 라임을 쓰지 않던 사람들도 이제는 은근슬쩍 라임을 쓰지만, 그 누구도 너희들 때문에 라임을 쓴다는 말은 안 한다는 거다. 그러나 그런 은근슬쩍은 계속 일어나는 일이고, 그거를 공치사하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이 정도면 됐다고 본다. ‘됐어 그래. 이제 다들 노력은 하네, 됐네’ 싶은 거지. (웃음) 이제 와서 또다시 그 필요성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오그라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보도자료에 라임 어쩌고 들어가는 것도 싫어한다.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웃음) 너무 라임으로 포커싱하니까 다른 부분은 못 하는 것처럼 보이거든. (웃음) 내가 회사스탭들한테 금지어로 지정한 단어들 중 1세대 외 몇몇 단어들이 있는데, 이제는 라임을 추가해야 될 거 같다. (웃음) 힙플 : 말했듯이, [RAP] 앨범에서 이번 앨범으로 가장 익숙하고 잘하는 것으로 회귀한 느낌이다. 3집 [RAP] 이후 느꼈던 음악적 생각들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피타입 : 3집을 내고 나서, 여러 인터뷰에서 겸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사실 1집이나 2집 같은 경우에는 내가 향하고자 하는 지점이 명확했다. 1집 같은 경우에는 ‘왜 이렇게들 밖에 못해? 이렇게 하는 거라고!’ 하는 마음에서 교과서를 내놓겠다는 작정을 하고 달려들었던 거였기 때문에 [Heavy Bass]는 오리지널 외에는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그 이후의 앨범은 말하자면 ‘조금 더 뿌리로 돌아가자’였다. ‘너무 힙합이라는 이름 안에만 갇혀있었던 건 아닌가’하는 고민들 말이다. 오히려 그건 랩이라는 보컬 테크닉을 좀 다양하게 어댑테이션 해보자는 시도였다. 그러고 나서 5년동안 회사생활을 했다. 그럼 그 다음 3집 앨범은 5년만에 복귀하는 앨범이 되겠지. 그런데, 그 주제에 내가 뭔가를 지향하고, 뭔가를 입증해야 되고, 주장해야 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내가 그럴 깜냥이 돼?’ 하는 회의가 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신 있는 건 랩밖에 없었고, 그래서 제목까지도 랩이 됐던 건데, 어떻게 보면, 프로덕션면에서는 하나의 일관성 내지는 어떤 지향성을 띈다는 것 자체가 애매모호한 상태가 되어버렸던 거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그 상황에 적응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럽게 만족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은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1집 이후로 2집과 3집 자체가 ‘힙합이라는 단어를 내 가슴에 박아놓고 가면서 만든 앨범이었냐’한다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3집의 모호한 지점은 결국 거기서 생겼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너 뮤지션으로 복귀할거야, 아니면 힙합 아티스트로 복귀할거야?’라는 부분에서 스스로 답을 못 내렸던 거지. 3집 앨범은 ‘힙합의 키워드들을 사용하지만, 나는 과연 힙합을 하는 게 맞나?’라는 의구심을 낳았고, 거기서부터는 ‘나를 수술하지 않으면 답이 없겠다’라고 생각했다. 힙플 : ‘반환점’이라는 선공개 타이틀이 그 갈림길에서 답을 내린 시점이었나? 피타입 : 그렇다. 첫 싱글 ‘반환점’에 타이틀을 붙인 건, 힙합 본연의 모습으로 나 자신을 되돌린다는 의미가 컸다. 바로 그 시점이 내가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인 것 같다. 힙합으로 스스로 인식하고 확고한 태도로 돌아온다는 것 힙플 : 그럼 그 모든 맥락에서 이번 앨범은 어떤가? 피타입 :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적응을 끝낸 앨범이다. 다만, ‘요새 맛은 다 봤고, 뭔지는 알겠는데, 내가 예전에 하던 것 할 때보다 재미있나?’ 라는 생각을 했던 거고. 힙플 : 문제의 2집 앨범이다. [The Vintage]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의미의 1집이라는 취지로 시작한 앨범 아닌가, 그 이후로 그 프로젝트의 맥이 끊겼던 이유가 있었나 피타입 : 지금에 와서 그 당시의 내 발언이나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을 때를 돌아보면 몇 개의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로는 1집 [Heavy Bass]를 정말 ‘힙합, 힙합, 힙합!’으로 만들어놓고 돌아보니 ‘또 그거를 해야 되나’ 하는 전형적인 소포모어가 있었을 테고, 그 다음으로는 여러 번 얘기하고 다녔듯이 어느 순간 샘플을 수집하려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내가 왜 이 노래를 따서 만들어야 되지? 이걸 직접 해야 동급의 아티스트로 살아갈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다른 한 지점으로 있었다. 그리고 이 지점은 어떻게 보면 뿌리로 다가가겠다는 의지였다. 그 다음 세 번째로는 힙합이라는 걸 당시의 나조차도, 과연 ‘라이프스타일로 인지하고 있었나?’라는 물음이다. 그리고, 돌아보면 그 발언을 하던 시기의 나 역시도 장르 음악을 하나의 테크니컬 폼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싶다. 일단, 그 부분은 명백한 오류였다. 마지막으로 그때 내 나이가 딱 서른 살이었거든. 힙합으로 10년을 살고 나서 30대를 맞은 사람의 어떤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괴리감이 모두 복합적으로 얽혀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착각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총체적으로 비전이 안 보였던 것 같다. ‘비전이 안 보였다’라고 하면 단순히 ‘돈벌이가 안 된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주변사람 혹은 대중들)그 누구도 힙합을 컬쳐 폼으로 인식을 하지 않고, 마치 뮤지컬 폼, 음악적 형식으로만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 세대가 비보이파크(B-Boy Park)를 하던 때는 실상 그렇지는 않았단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비보이들이랑 괴리감을 느끼고 있고,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랑 멀어졌고, 그런 와중에 친했던 비보이 친구들이 힘들어서 판을 떠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아이드피스(Black Eyed Peace)는 성공을 거두고, 지하철역에서는 이제 랩 음악을 듣는 게 어렵지 않게 됐으며, 한국에는 ‘8마일’ 붐이 일고 있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까 ‘아, 내가 여기서 라이프스타일, 내지는 컬쳐폼으로서 힙합을 뿌리내리겠다고 하는 도전이 과연, 적합한 도전인가? 10년동안 해왔는데 나는 그에 합당한 결과를 손에 쥐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섣부른 판단을 내렸었다. ‘안 된다 이 나라 사람들은 문화라는 말 자체의 뜻도 모르고 알 생각도 없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라는 판단이 섰고, ‘힙합은 문화로서 지속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고 나 스스로 선고를 내렸다. 그런데, 그게 30대를 맞이하는 개인의 생계와 맞물리면서 굉장히 네거티브한 늬앙스가 되어버렸고, 그러다 보니 ‘한국적 정서의 문화폼은 아닌 것 같아요’라는 발언이 ‘폭력적인 잡종문화’라는 발언으로 나왔던 거다. 힙플 : 결국에는 그것 또한, 로컬라이징에 대한 이야기였군 피타입 : 맞다. 그러니까 결국에는 ‘한국화 되기는 힘들 것 같아요’라는 발언에 지나지 않았다. 그 후로는 30대로써 사회적 괴리감을 지우기 위해서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지. 힙플 : 어쨌든, 다시 씬 안으로 복귀했다. 피타입 : 판으로 돌아 오고자 했을 때, 내가 반성하고 깨달았던 건, ‘지속가능성이 없다’라고 생각하고 섣불리 던졌던 돌이 아직 살아있음을 본 순간이었다. 굉장히 숙연해졌고, 이 판을 지켜온 사람들에 대해 굉장한 존경심이 들더라. 아직도 후배 아티스트들에 대해서 ‘나보다 낫다’라고 얘기하고 다니는 것도 그런 부분들이다. 특히, 딥플로우(DeepFlow)나 팔로알토(Paloalto)같은 친구들은 이제 일가를 이뤄내지 않았나. 이런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5년은 존재할 수 있었던 거다. 그렇다면 5년전에 내가 한 판단은 명백한 오판이었던 게 되는 거고. 힙플 : 2집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해야 될 것 같다. (웃음) 피타입 : 뭐, 그렇다. 당시에 내가 내린 결론은 ‘문화로서, 혹은 라이프스타일로서, 삶으로서, 이걸 지향하면서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페이크다’ 라는 결론을 내렸던 거다. 나는 이미 내 머릿속에서 그런 판단이 선 상태에서 힙합을 표방할 수는 없었고, 말하자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 돼! 다만, 나는 여기서 랩이라는 보컬 테크닉만은 가지고 나가겠어’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가 만약 거기다 대고 그걸 힙합이라고 우겼으면? 그거는 내가 생각했을 때도 쓰레기다. 혹자들은 물어본다. ‘2집에서도 랩을 했고, 충분히 프레쉬한 라이밍을 보여줬는데, 그렇다면 블랙뮤직의 카테고리로는 볼 수 있지 않냐, 왜 굳이 힙합 안 한다는 말을 했냐?’ 나는 아직까지도 그 상황에서는 힙합을 한다고 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힙플 : 어쨌든, 당시에도 피타입을 지지하는 측과 비난하는 측, 양쪽의 대립이 첨예했다. 피타입 : 그래서 당시에 재미있는 해프닝이 뭐였냐면, 앨범이 나온 이듬해에 대중 음악상 힙합부문 후보에 이 앨범이 올라간 거다. 나도 당연히 통보를 받았는데, 그때 내가 직접 그건 힙합이 아니라며, 당장 내리라고 했다. 내 스스로 위배되는 삶을 살수는 없으니까. 힙합으로 논해지는 것 자체가 힙합한테도 나한테도 안 좋은 것 같으니 내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내려갔었는지 어땠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런 해프닝이 있었다. (웃음) 힙플 : 그럼 이 기회에 ‘폭력적인 잡종문화’라는 말을 다시 정의해줄 수 있나 피타입 : 어쨌거나, 힙합이 폭력성, 내지는 잡종이라는 속성에 의해 태어난 문화라는 생각은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혹자들이 비판하긴 하지만, 폭력이라는 걸 ‘경쟁적이다’라는 말로 바꾸면 과연 어떨까? 세상의 모든 경쟁은 폭력이다. 그리고, 힙합이 그런 폭력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는 건 변함이 없다. 일례로 배틀을 하는 건 여기밖에 없고, 그건 힙합의 중요한 속성이라고 생각 하거든. ‘잡종’이라는 말 역시 부차적의미로 낮춰 부르는 ‘잡놈’의 ‘잡’과의 동음이의어에 의한 혼동으로 생겨난 오해 같은데, 잡종은 하이브리드고, 두 개 이상이 섞여있으면 잡인 거다. 나는 실제로 도요다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잡종차를 타고 있다. 그렇다고, 그 차가 질이 낮다거나 상대적으로 낮춰 부를 수 있는 차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실제로 중국집에서도 잡탕밥이 짬뽕밥보다 비싸다! (웃음) 잡이 반드시 비하를 의미하는 건 아닌데, 당시의 그 말 자체는 어쩌다 보니 비하발언이 되어버리더라. 물론, 아까 얘기한 것처럼 당시 얽혀있었던 힙합의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과 내 개인 신상에 얽혀있는 얘기들이 더해져서 네거티브한 늬앙스를 증폭시켰던 거기 때문에 분명 내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 자체가 과연 틀린 것일까?’라고 생각해보면, ‘폭력적인 잡종문화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요?’ 라고 하는, 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하고 여전히 유효하지 않나 생각한다. 힙플 : (웃음)재미있는 건, 그때의 화두를 이번 앨범에 다시 소환해서 직접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목화밭도 못 봤고, 피부 색깔 역시도 못 바꿔‘ 라는 한 구절로 앨범의 정체성을 못박고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느낀 건, 피타입이 말하는 한국힙합의 패러다임이 '외국힙합 따라잡기'에서 한 프레임 더 넓혀 봤더니, 결국 다시 오리지널 한국힙합으로 귀결됐다는 말로 들렸다. ’나는 목화밭도 못 봤고 피부 색깔 역시도 못 바꿔 코스프레 따윈 니년 오빠 거 이거부터 확실히 못 박고’ – 폭력적인 잡종문화 中 피타입 : 맞다. 다시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이야기였다. 2008년도 당시, 발언했던 ‘폭력적인 잡종문화’ 라는 말의 핵심은 거듭 말하지만, 토착화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였기 때문에, 다시 그 단어를 꺼냈을 때는 당연히 그때의 얘기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문제다. 흔히 우리가 하는 여러 논쟁이 있지 않나, 힙합씬을 둘러싼, 혹은 힙합씬 내에서 벌어지는 그 논쟁들은 결국 내 눈에 ‘로컬라이제이션이 되고 있는 거냐, 혹은 단순히 따라 하는 거냐’의 문제로 비춰졌다. 다양하다고 하는 스타일까지도 결국에는 외국 것에 대한 모방, 혹은 따라잡기로만 바라봐야 되는 건지에 대한 고민들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다. 애당초 내가 1집을 만들 때의 에티튜드 자체도 ‘제대로 따라 하자’ 였는데 ‘뭐 다를 거 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소위 비판 받을만한 컨텐츠들이 나올 때마다 ‘어느 부분이 잘못된 건가’하는 딜레마에 빠졌는데, 곰곰히 들여다보니 여전히 딱 그 부분인 것 같았다. ‘힙합다운 힙합’을 시작하면서 말했던 그 내용들.. ‘난 의문이다 가죽의 줄무늬가 같아질 수는 없음을 한 숨을 쉴 뿐이다 – 힙합다운 힙합 中’ 적어도 우리는 흑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합은 그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만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과연 우리한테 이 문화를 흑인처럼 따라 하거나, 아예 흑인들의 카테고리에서 완전히 벗어나버리는 것 두 개의 선택지 밖에 없는 걸까?’ 라는 생각들을 하게 됐을 때, 내 경우에는 그건 아닐 것 같았다는 거다. ‘대한민국 지금 충분히 참담한데? 반도 전체가 게토라고 설정하면 더 많은 얘기가 가능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까지 도달했고, 나는 그 부분에서 내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놓고 싶었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이 전반적으로 힙합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이야기하고, 나를 얘기하지만 결국 그 귀결은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시도로 갔던 이유다. 힙플 : 다른 한편으로 ‘폭력적 잡종문화’는 당시의 발언 때문에 스스로 자제하고 있었다는 뉘앙스도 준다. 언더그라운드 지킴이 역할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지금, 한번 힙합을 부정했다는 과거가 자격론을 들이민다면 어떨 것 같나 피타입 : 뭐,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결국 그거에 대한 해답은 살면서 내가 갚는 것 밖에는 없다. 그건 이미 내가 30대에 들어서며 한번 생각을 해봤던 문제인데, 그 낙인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어쨌거나 내가 벌린 일이고 지금에 와서 그때의 내 얘기가 ‘사실은 힙합에 대한 부정이 아니었다.’ 라며 덮어버리기도 싫은 거다. 그냥 날 퇴출하고 싶은 사람들은 날 안 보면 그만이겠지만, 내가 스스로 행했었던 일에 대한 책임을 갚아야 한다면, 그건 내가 다시 랩을 제대로 잘 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마치 전과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랑 똑같은 것 같다. 그런데, 전과자는 선행을 하거나 의로운 일을 행할 수 없는 건가? 혹은 그 의로운 일을 방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건가? ‘평생 전과자의 낙인을 안고 그냥 숨어서 조용히 닥치고 살아’라고 하는 시선은 굉장히 잘못되고, 못된 생각 같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갱생이지. 한국힙합을 부정했다는 부분을 갑론을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래서 잘 되었냐, 폭력적이지 않게 잡종적이지 않게 로컬라이제이션까지 잘 했니?’ 라고 되묻고 싶다. ‘ 힙플 : ‘핏줄이라곤 이제 내 그림자뿐’ 1세대가 보여준 한국힙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하려는 건가? 한국힙합은 적통이 없다고 느끼는지.. 피타입 : 그 부분에서 질문이 더 전개되기 전에 제대로 한번 짚고 가야 되는 게, 네안데르탈은 일단, 힙합씬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그 연속의 맥락으로 보면 조금 덜 짚어지는 부분들이 있고, 오히려 가사를 굉장히 못쓴 게 될 거다. ‘네안데르탈’은 예술계 전체를 은유한 곡이었고,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고, 예술이라는 전통적 가치가 점점 쇠락하고 있고 작금의 세태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 무리들은 멸종을 맞이하는 종이나 다를 게 없다’라는 것에서 시작을 한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마이노스가 ‘형 저는 이걸 힙합씬에 대한 이야기로 베리에이션 해서 쓰겠습니다’ 하고 가사를 쓰고 있을 때 내가 스탑시켰다. 이 메타포 자체가 사실은 우회의 각도가 굉장히 큰 메타포인데 마이노스가 그렇게 베리에이션 해버리면 꼬아지고 꼬아져서 주제의식이 흐릿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너도 여기 붙어’라고 못박고 작업을 했었던 거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예술계 전반을 칭하는 이야기지 굳이 힙합씬의 특정 상황에 포커싱한 내용은 아니었다. 힙플 : 사실, 나는 JJK가 재작년에 발표했던 ‘종의 마지막’이라는 곡을 연상했다. 내가 너무 빠져버린 건가. (웃음) 피타입 : 쭉 이어지는 맥락으로 읽다 보면 그럴 수도 있었을 텐데, 사실 그렇게 비춰지지 않길 희망했었다. (웃음) 사실, 그 부분에 대한 실마리를 좀 더 뚜렷하게 썼어도 좋았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래 자체를 수수께끼처럼 남기고 싶었기 때문에 훅 또한, 수수께끼처럼 썼던 거고. 힙플 : ‘Neander, Neumann, Newman’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멸종을 부르는 열정 신인류 Neander Neumann Newman’ – 네안데르탈 中 피타입 : 이 곡은 ‘Neander, Neumann, Newman’ 이라는 말에 많은 실마리가 들어있다. 흔히 네안데르탈에서 발견된 고대의 인종을 ‘네안데르탈인’ 이라고 하지만, 사실 ‘네안데르’는 지명 이름이고, ‘탈’이라는 말은 독일어로 계곡이라는 뜻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이름이 재미있는 건 네안데르라는 지명이 그 지역에서 배출한 작곡가이자 시인인 ‘네안더(Neander)’라는 사람의 이름을 땄다는 거다. 네안더라는 이름은 그리스식 표기고, 독일식으로는 ‘노이먼(Neumann)’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노이먼이라는 이름은 미국식 발음으로 ‘뉴먼(Newman)’, 신인류가 되지. 이 세 개의 이름에 포착을 해서 훅을 풀어냈다. 그래서 멸종(네안데르)을 부르는 노이먼(예술가)의 열정이 뉴먼(신인류)을 만들어냈다는 건데, 이 관계를 떠올리고 나면 사실, 이 이야기가 힙합씬 안에서의 이야기로 비춰진다기 보다는 그냥 예술계에 대한 이야기로 비춰진다. 그러니까, 인터넷 바람이 불어 닥치고 심지어는 모든 것들이 공공재화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 미술은 그렇게 죽었고, 문학 또한 그렇게 죽어버렸다. 출판사들은 문을 닫고, 인터넷화된 문학 작품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지. 단지,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는 거다. 음악 역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퍼플레코드(Purple Record)와 레코드포럼(Record Forum)이 문을 닫았다. 미화당은 진작에 문을 닫았고, 이제 향레코드 하나만 남았는데, 그 말은 즉, 이 인근에서는 더 이상 피지컬 메테리얼(Physical Material)은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 힙플 :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지만, 이 노래가 담담하게 그걸 받아들이는 흥은 아니었다. 그런 흐름들이 내심 아쉽진 않나? 피타입 : 그것들이 피지컬로 남아있을 때, 우리한테는 사실 여러 가지의 가치가 있었다. 선물을 할 수 있고, 빌려 들을 수 있고, 모으는 재미가 있었으니까. 물론, 그것들이 디지털라이즈 되고, MP3로 남아 있을 때 까지만 해도 다운로드해서 모으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있었지만, 그러나 이제는 모두 스트리밍으로 옮겨갔다. 스트리밍으로 옮겨간다는 건 말하자면 공기처럼 된다는 거거든. 누구나 마실 수 있고, 누구나 지나가다가 들릴 수 있게 된다는 거다. 그러니까 예술의 대한 가치 자체가 바뀌는 거지. 그것이 추락인지 상승인지는 아직 가치판단 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 가치는 변했다. 다시 말해 음악은 이제 돈을 내야만 누릴 수 있는 사유화되는 자산이 아닌, 공공의 자산이 되어버린 거다. 그랬을 때, 이걸 생산하는 예술가들의 입지는 굉장히 위태위태하고, ‘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라고 보는 거다. 힙플 : 그것에 대한 대안이라고 한다면? 피타입 : 수정자본주의에서는 사회주의 내의 사유재산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에 그것을 공공화 시키되 국가가 계획 경제로 들어가서 지원을 해준다. 반면, 북한에서는 영화인들한테 연금을 주고 배우들한테 연금을 준다. 사회주의에서는 이런 것들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있다. 물론, ‘사회 체제를 유지 존속시키는데 일조해라’ 라는 딜을 내걸겠지만 어쨌거나 ‘국가가 예술가를 보호한다’라는 개념은 사회주의에서는 익숙한 개념이고, 실제 수정자본주의에서 받아들여져야 되는 부분들인 거다. 근데 우리나라는 이미 공공자산이었던 것조차도 민영화 시킨다. 국가의 보호를 받아도 모자를 판국에 말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네안데르 종이 멸종한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힙플 : ‘광화문’에 바로 그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특히, '반강제로 수긍한 이 시스템'에서 '피라밋 같은 건물들 그 속에서 곧 물들거나 늙을 어린아이였던 속물들'로 이어지는 구간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나의 밤과는 상관없다 방관한 타인의 삶 반강제로 수긍한 이 시스템 시스템 위에 시스템이 낳은 시스템 권력이 거리에 미메시스된 피라미드 같은 건물들 그 속에서 곧 물들거나 늙을 어린아이였던 속물들 귀찮아도 눈을 떠 삐걱대면서 버텨 과연 이러는 게 똑똑한가 하루는 비참하고 다른 하루는 비겁해 오늘 난 옛날의 나에게 떳떳한가 피타입 : 우리 모두가 반강제로 시스템에 수긍하고 있다. 그 시스템을 선동하거나 혹은 지지하건, 반대하건 그거와 상관없이 우리는 세금을 내고 있고 시스템 위에 만들어진 것들에 녹을 먹으며, 시스템 안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단 말이다. 반대하고 있는 사람 조차도 이미 이 시스템 안에 있는, 말하자면 반강제로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 바로 전 가사가 ‘나의 밤과는 상관 없다며 방관한 타인의 삶’인데 사실, 그 순간 이미 시스템에 수긍하고 있다는 거고, 우리는 누구나 시스템 안에 있으면서 그 시스템을 받아들이기도, 거부하기도 애매한 오갈 데 없는 민초의 삶이다. 이 상황은 말하자면, 누구를 비판할 것도 없고, 누구를 상대로 떳떳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가장 많이 충돌했던 게 작년 한 해였지 않나.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시스템의 리더들이 행하는걸 보면서 그렇게 충돌하는 해를 보냈다.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수긍하며 살고 있었던 거다. 내가 오늘밤 광화문에 촛불을 들러나가면 난 내일 출근을 못하겠지만, 세상은 뒤집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현장에 나가지 않은 사람을 우리가 손가락질 할 수 있나? 혹은 나가지 않았지만, 아무도 나한테 손가락질 할 수 없다고 떳떳할 수 있나? 누구도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복잡미묘함 자체가 21세기의 대한민국 한복판의 현실이고 내가 처한 현실이며, 남들의 현실이다. 나는 이 모든 걸 이 곡을 통해 그저 고백하고 싶었다. 포장 하고 싶지도 않았고, 항변하고 싶지도 않다. 이 곡에서는 있는 그대로가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 힙플 : 광화문이라는 장소가 가진 특별한 의미가 있나? 피타입 : 실제로 광화문이라는 곳은 대한민국의 마천루들이 즐비한 거리다. 국가의 중앙시스템들이 모두 집중되어있고 대기업 건물들이 들어와있고, 건물들이 피라미드보다 더 웅장하게 위엄을 뽐내고 있는 곳인데, 그 거리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 한 거다. 마치 권력이 미메시스된 것 같은, 그러니까 권력이 거리에 형상화된 것 같은 모습 말이다. 피라미드라는 건 사실 그런 것이지 않나, 왕은 어차피 지하에 묻히지만, 그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쓸데없이 높은 마천루를 지어 올리는 것과 같은 거라고 본다. 우리가 흔히 고층건물에 권위를 느끼는 이유도, 펜트하우스에 상위1%의 감을 갖는 것도, 왠지 사장실은 높은데 있을 것만 같은 것도 다 그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 빌딩들이 마치 권력이 거리에 미메시스된 형상 같다고 생각을 했던 거고, 그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이제 끝난 인생은 아닌데 영원히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순수했던 과거를 추억하면서 속물로 늙어가는 그 모습들이 손가락질 하고 비난할게 아니라 누구나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 줄이 그런 거다. ‘하루는 비참하고 하루는 비겁한 거라고’ 힙플 : 굉장히 큰 프레임으로 쓴 가사지만, 사실 우리는 힙합 커뮤니티고 어쨌든, 내가 본 작은 프레임으로 그 부분을 해석했다. 아주 덮어놓고 억측하는 거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브랜뉴에서의 피타입을 이입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레이블 역시 시스템이지 않나 피타입 : 그거 되게 신선한 해석인데? 전혀 생각 못했는데 그렇게 대입해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웃음) 힙플 : 한국 힙합씬에서 멀티를 지향하는 레이블이 가지고 있는 인식들이 다양하다. 브랜뉴 안에서의 피타입은 어떤가? 피타입 : '어떤 부르짖음이기도 했는가?' 라는 질문인 것 같다. 뭐 그 생각을 하면서 쓴 가사는 아니지만, 그렇게 놓고 얘기를 하니까 그것도 맞는 것 같다. (웃음) 어쨌거나 시스템 대 개인과의 관계를 놓고 얘기해보자면 맞다. 그럴 수도 있다. 근데 실제로는 이런 거다. 브랜뉴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혹은 창작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작품을 내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그런 외압은 없다. 다만, 전혀 압박이 없지는 않지. 그걸 압박이라고 표현하는 거 자체가 웃기지만, 사실 상의를 하지 않는 것도 웃기다. 그럴 거면 뭐 하러 계약하겠나 (웃음) 어쨌거나 대표와 스텝들과 주요곡들을 놓고 상의를 하지만, 나머지 곡들이야 회사 내에서 내 나이가 있다 보니, 터치하거나 혹은 나한테 많은 부담을 주려고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준다. 게다가 나라는 뮤지션 자체가 팝 성향을 해봐야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건 회사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곡들이 나올 때는 소위 대중성이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정도의 판단은 함께 하려고 한다. 계약을 한 순간 그게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힙플 : 그럼에도 광화문 같은 곡을 주요곡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피타입 : 실제로 '광화문' 같은 노래는 회사에서 반기지 않았고. 라이머형은 '꼭 이걸로 해야 되니?'라며 '광화문'은 수록곡으로 하고 바로 타이틀을 까자라고 했었다. 그런데, 나는 죽어도 이 노래는 오픈해야 된다고 이 문제로 속을 많이 썩였지. 어마어마한 똥고집을 부렸다. (웃음) '서른 여섯 살 강진필이 4집앨범을 내는 시점에서 이 곡은 한 번 내놓고 가야 됩니다' 라고. 이 곡을 수록곡으로 묻어둔 상태에서 타이틀곡을 까는 건 내가 생각하는 맥락이 아니었고, 피타입이라는 텍스트의 맥락상 옳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우여곡절 정도가 있는 거다. 근데, 그건 누구나 겪는 우여곡절일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거란 말이다. 그리고, 그 얘기인 즉, 아까 포착한 얘기가 말이 된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사회 생활을 하는 모두가 시스템과 나의 자율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나, 그 정도의 고민인 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시스템을 부셔버리겠어' 혹은 '모두 이 시스템에 순응하고 있잖아? 닥치고들 살아' 이런 것도 아니고 '누구나 비참하고 누구나 비겁하다'라고 누군가는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다. '최소한 혁명가는 못될지언정, 예술가라면 그렇게는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 정도다. 물론, 굉장히 신선한 해석이었고, 적용 가능한 시각인 것 같다. 힙플 : 돈키호테는 원곡을 해치지 않으려고 무척 신경 쓴 느낌이다. 원곡이 10년넘게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부담되지는 않았나 피타입 : 맞다. 사실은 제목 자체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데뷔 11년차가 되어서도 다시 한번 소포모어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런 제목이지 않나 (웃음) 사실 ‘돈키호테2’를 만들려는 시도는 그러니까 브랜뉴에 들어오고, 컴백한 이후부터 늘 있었다. 2년넘게 싱글을 작업하자는 얘기가 있었고, 심지어는 ‘휘성도 섭외할 수 있다!’라는 라이머형의 공언까지도 있었는데, 막상 그런 오더 아닌 오더를 받고 권유를 받다 보니 어떻게 ‘‘돈키호테2’를 만들어야 되지?’ 라는 부담이 들더라 힙플 : 어떤 고민이 들던가? 피타입 :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첫 번째 고민은 ‘히트곡이었으니까, 히트만 시키면 되나? 혹은 옛날에 클래식이니까 웰메이드 힙합으로 만들면 되나?’ 근데, 어떤 식으로 가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영광을 좇아서 사람들이 많이 들을 수 있는 노래로 만들자니 돈키호테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정말 멋있는 힙합으로 끝내자니 먼지 되고 끝날 것 같은.. 그런 딜레마가 있었다. 이게 결국에는 모든 아티스트가 고민하는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의 딜레마인데, ‘돈키호테’는 사실 그 밸런스를 굉장히 잘 잡았던 곡이었다. 그런 압박 때문에 만들고, 엎기를 반복하고 가사를 썼다 지우기를 2년 반 동안 반복했다. 힙플 : 그래서 완성할 수 있었던 실마리가 있었나? 피타입 :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돈키호테2’를 좀 잘 만들어서 무조건 선공개 하라는 정도의 라이머형의 주문은 있었다. 근데, 그렇게 선공개성 곡 작업을 하려고 하니까 어떻게 해도 돈키호테 같지 않더라. 그래서 중간에 그냥 생각을 바꿨다. 내려놓은 거지. 그렇게 해서 비트 셀렉까지는 됐다. 원래 다른 내용을 쓰려던 비트를 돈키호테로 만든 셈이다. 가사 역시도 생각이 많았다. 10년 전 돈키호테는 전체를 놓고 포부를 밝히는 가사를 쓰는 게 가능했지만, 10년만에 또 포부를 밝히는 것도 웃긴 거고, 또 한편으론 과연 10년전, 돈키호테를 불렀던 나에 대해, 남들이 대입하는 성공을 내가 누리고 있는지도 생각해봤다. 쇼킹했던 건, 3집 작업 당시 일리네어 애들이랑 밥을 먹는데 그 친구들이 하는 얘기가 ‘형 1집 되게 많이 팔리지 않았어요? 그때 정산 받았으면 형 이렇게 힘들게 안 하셔도 되는 거 아니에요?’ 라고 하더라. ..정산을 받았다면 그래도 되겠지. (웃음) 4만 몇 천장이 팔렸는데.. 정산을 제대로 받았다면, 어림잡아도 킵루츠(Keeproots)형이랑 나는 1억씩은 챙겼어야 됐다. 근데, 한 푼도 못 건졌다. 힙플 : 왜인지 물어봐도 되나? 피타입 : 회사가 없어졌다. 힙플 : 허허.. 그런 경우도 있나? 피타입 : 회사가 공중분해 되고, 누군가 정산을 받았는데, 그 사람을 못 찾은 거지. (웃음) 당시에는 그 정도로 미비했다. 저작권법 조차도 희미할 때였는데, 우리는 그 당시 저작권자 등록도 안되어있었거든. 당시 스물다섯 살 짜리 피타입은 언감생심으로 ‘내가 변호사 살 돈이 어디 있어’ 하면서 움츠러들기 마련이었고, 당시에는 (킵루츠와)우리 둘 다 그냥 ‘그래 데뷔 잘했으니까 이걸로 됐다’하면서 소주 마시고 끝난 거다. 그러고 나서 우리 둘은 노가다를 뛰었지. (웃음) 미련했고, 똑똑하지 못했던 시절이다. 어쨌거나, 당시의 그 성공은 그렇게 그냥 날아가 버렸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성공한 싱글이였고 성공한 앨범인 상황이었지. 실제로 그 정도 팔린 거면 쥬얼리보다 많이 팔았다고 하니 성공이 맞지만, 10년 후 현실의 나는 남들이 생각하는 정도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런 괴리감을 내가 어떻게 다뤄야 될지 생각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지금의 초라함과 궁색함을 표현하자니 내가 그렇게 바닥치고 있지는 않은데 그건 싫고, 그렇다고 과거에 대단한 노래를 만들었던 나를 과대 포장할 정도로 내가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 위대하기엔 초라하고 초라하기엔 위대한 심정이랄까. 그런데, 결국 이걸 고민하는 게 과거에 그 노래를 불렀던 나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돈키호테2’에서는 고민하는 나를 소탈하게 담아내려고 했다. 힙플 : 보컬 섭외는 어떤 기준이었나? 피타입 : 돈키호테면 보컬 훅이 붙어야 했고, 주요곡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듣기 좋은 라인을 만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남자보컬을 선정했다. 그러다가 이 곡에 대해 내려놓고 수록곡으로 만들자고 생각한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고, 여자 보컬을 넣어볼 생각을 하게 됐다. 은근히 재지한 바이브가 들어가면 그것도 어울릴 것 같았거든. 우리의 머릿속에 최초 탈립콸리(Talib Kweli)의 ‘Get By’나 혹은 다일레이티드 피플즈(Dilated Peoples)의 ‘This Way’같은, 칸예웨스트(Kanye West) 초창기 스타일의 레퍼런스가 있었다면, ‘여기에 여자 보컬을 넣읍시다’ 라고 하는 시점에는 우리가 생각하던 칸예 초창기가 아닌 오케이플레이어(Okay Player) 스타일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바버렛츠(Barberettes)의 멤버 김은혜씨가 완전 힙합 올드팬이어서 편하고, 수월하게 작업이 성사된 거다. 게다가 ‘돈키호테2’라고 하니까 은혜씨 같은 경우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더라. (웃음) 처음에 힙합팬이라는고 했을 때 상투적인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딥한 힙합팬이어서 놀랐다. 그래서 은혜씨한테 멜로디 라인을 주도적으로 맡겼는데, 가녹음을 받았을 때, 정말 생각한 그대로 나왔다.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의 캐스팅이였다. 라이머형한테도 들려줬더니 ‘타이틀로 가’ 하더라. 어깨에 힘 빼고 있는 그대로 투영하자라는 생각이 유효했던 트랙이다. 힙플 : 선우정아나 바버렛츠는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굉장히 잘 녹아 들어서 더 의외였다. (웃음) 피타입 : 개인적인 지론상 90년대 붐뱁 바이브는 특히나 재지한 보컬이 들어가면 끝난다고 본다. 그건 진리다. (웃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사람들과 작업을 할 것 같다. 힙플 : 실제로 ‘돈키호테2’의 가사처럼 10년전 클래식이 피타입의 상대였다. 현재까지 앨범에 대한 피드백들이나 본인이 느끼는 만족도는 어떤가? 피타입 : 다행히도 생각한 정도의 피드백이 돌아오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 내가 기대한 만큼의 반응은 끌어낸 것 같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마케팅 데이터로서는 역시나 이런 건 차트에서 맥아리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도 됐다. 그렇다고 해서 차트에서 힘 받을 수 있는 노래를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단지, ‘차트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일 수 있겠구나’라는 걸 재확인한 셈이다. 확실히 매니아층이 이제는 꽤 다수가 됐지만, 아직은 파플러한 마켓에서 그 숫자가 영향력을 가지는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이런 데이터를 알고 있으니 헷갈려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트에 못 들어간다고 징징대거나 내지는 차트송 스타일로 갑자기 자신의 행보를 꺾는 그런 비겁한 짓은 하지 않아야 된다는 말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데이터 하나 쌓았다. 물론, 어차피 이럴 줄은 알았지만 (웃음) 힙플 : 그런 점에서 차트 음악에 대한 유혹은 없나 (웃음) 피타입 : 그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면, (회사한테)무책임한 거다. 가급적이면 많이 듣는 게 좋은 거니까,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게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할 수야 있겠지. 3집때 적응을 하면서 시도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단지, 그게 나한테 딱 맞는 옷은 아니었다. 나는 이렇게 범버자켓 입고, 팀버랜드 신고 다닐 때가 제일 멋있지, 보타이 매고, 슈트를 입는다거나, 스키니진 입고 스니커즈 신는다면 웃기지 않겠나 그런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나한테 어울리고, 그게 과연 나한테 유효한가’의 문제지 ‘욕심이 있냐, 없냐’의 관점은 아닌 것 같다. 안 맞는 옷 입고 욕심부려서 성공이라도 거머쥐면 다행이지만, 사실 안 맞는 옷 입고 성공을 거머쥐는 경우도 별로 없거든. 힙플 : 다시 앨범으로 돌아와보자.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10년전 ‘돈키호테’의 가사에서 ‘무엇 하나 이루어진 것이 없다’ 라고 회고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바라는 건, 정체된 이 문화가 거센 바람을 거두며 앞으로 나가 빛을 발하는 것 내가 말하는 걸 기억한 어린 아이들이 어서 자라는 것’ – 돈키호테 中 피타입 : 이 앨범은 ‘이루어진 게 전혀 없다’라기 보다는 ‘손에 쥔 게 없다’라고 표현한 앨범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이루어진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문장을 일궈낸 장본인들, 허클베리피(Huckleberry P)나 마이노스같은 친구들이 나한테 계속 힘을 실어주고 있고,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것들이 나한테 많은 힘이 된다. 그리고, 당연히 ‘돈키호테2’에서는 다시 10년뒤의 예언이나 바람까지 담지는 않았다. 그건 그런 곡이 아니니까. 이 노래는 10년전 ‘돈키호테’를 불렀었던 강진필에 관한 노래다. 힙플 : ‘여기 멋지게 낡은 미래란 없지’라는 가사나 ‘누가 붙여달랬냐 1세대 딱지’라는 가사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리스펙트에 대한 문제다. 한국힙합에서 1세대들이 레전드로 남을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피타입 역시 그런 성찰을 한 것 같은데 ’여기 멋지게 낡은 미래란 없지 꼰대라던 아버지들에게 빚진 건 떼어먹지 – 반환점 中’ ‘누가 붙여달랬냐 1세대 딱지 개나 주고 다시 가져와 지폐와 금딱지 – 폭력적인 잡종문화 中’ 피타입 : 맞다. 나는 심지어 내가 직접 메스를 대고 싶을 때도 있다. 심지어는 크루 내부에 있는 동료들이나 선배들을 보면서도 ‘이제 이런 거 해야 되는데..’라는 생각들을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나는 불한당 내부에서 영원히 그런 존재다. 힙플 :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피타입 : 2002년도부터 나는 늘 형들한테는 피곤하고 부담스러운 동생이었다. 가리온(Garion)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술 취해서 ‘라임은 왜 안 써요?’라고 했을 정도니까. 그리고, 그 얘기를 10년동안이나 하고 있다. (웃음) 아무튼, 나는 형들한테 직구를 제일 잘 던져오던 사람이고,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쨌거나, 멋지게 낡아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아.. 서른다섯이면 그렇게 늙은 건 아닌데.. 시발 힙플 : (웃음) 피타입 : 성인 남성의 전성기는 서른다섯에서 여섯이다. 육체적으로 가장 뛰어난 힘을 발휘할 때인데, 마크헌트가 효도르를 팽개쳤을 때도 그 나이 때였다. 시발.. 비록 졌지만.. 어쨌든, 영 플레이어들이 워낙 빠르게 유입되고 많아지는 상황에서 씬의 첫 모습부터 있어왔던 사람들이 만약 자신이 여태까지 해온 업적만을 묻어둔 채로 멈춘다면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죽을 때까지 쇄신해야 하는 예술가의 소명으로서 옳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멈춘 사람들과 1세대라는 이름 하에 같은 딱지가 붙는 것도 나로서는 굉장히 불쾌하기 때문에, 그런 뒷방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사실 악착같이 하고 있는 것도 있다. 다만, 내가 불만스러운 것들은 마치 그들이 다음 세대들한테 비판 받듯이 내 입에서도 그 비판이 행해져야 되는 상황들과 거꾸로 나한테 이뤄지는 비판들은 내 동세대가 나한테 하는 비판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인 거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치고 박기는 영원히 있을 거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이 되어야겠지. 힙플 : 사실, 내 질문의 초점은 새로운 세대들의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웃음) 예를 들어 팔로알토(Paloalto)가 ‘이미 업적을 일궈낸 레전드는 그거대로 존경 받아 마땅하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피타입 : 그것 또한 멋있는 시각이지. 멋있는 리스펙이고.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영원히 쇄신하려는 노력을 멈췄다면, 그 시점에선 그 아티스트에게 분명한 비판이 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나는 그런 치고 박기가 활발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나 또한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여태까지 일궜던 업적이 한 순간 잿더미가 되는 것도 위험하지만, 그것 때문에 까방권이 생겨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힙플 : 그것대로 타당하다. 신인들에 관한 질문들로 이어가 보자. 힙합씬이 그리 꿈같은 동네가 아니라는 걸, 여러 랩퍼들이 간증하고 있는 상황에도 매년 랩퍼 지망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모든 지망생들은 랩스타를 바라보고 있겠지. 이 구절은 그런 상황에 관한 구절인 것 같다. ’랩퍼들은 마약 같은 성공 팔고 어린아이들은 꿈이란 이름의 마약 빨고 나는 목화밭도 못 봤고 내가 사는 현실 역시도 못 바꿔 – 이방인 中’ 피타입 : 소위 차붐의 '빨아삐리뽕'이나 여타가사에서 진부한 클리셰라고 표현했던 얘기들. 결국에는 ‘이방인’이나 ‘광화문’같은 얘기들도 그렇지만, 힙합에 관한 얘기를 힙합얘기로 끝나지 않게, 내 얘기는 내 얘기에서 끝나지 않고, 세상에 대한 얘기는 세상 얘기에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앨범의 미션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혼재시키고, 융합 시키려고 했던 시도가 몇 곡에서 있었는데, 특히, 이 곡의 가사가 그렇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가사를 쓰는 내 모습으로부터 시작해서 세대차이를 이야기하고, 전화기 속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 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씬의 얘기로 끝나는 그런, 혼재되고 뒤섞인 이야기 말이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 판에서 내가 가장 거부 반응을 가지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게 바로 정확히 짚어낸 대로 지금의 이방인 같은 상황에 관한 이야기였다. 모두가 성공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꿈을 좇았더니 성공했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 아이들은 그걸 바라보고 랩스타의 대한 환상을 품으며, 랩씬으로 들어오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 상황은 결국 로컬라이제이션으로 연결된다. 로컬라이제이션을 얘기할 때 가장 핵심포인트로 짚어야 하는 부분이 ‘힙합을 직업으로 생각하고 달려드는 아이들이 많다’라는 거거든. 그 얘기인 즉, 아이들은 ‘힙합을 하나의 기술로서 인지하고 있다’라는 거고, 결국 그 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다시 ‘힙합을 문화가 아닌 음악장르로 받아들인다’라는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힙합이 일개 음악 스타일이 되어버린다면, 결국에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하는 어린 친구들은 이 문화를 ‘어떤걸 내가 쉬우면서 멋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옵션으로만 판단을 하게 된다는 거다. 그랬을 때 이 문화는 하나의 직업 옵션에 지나지 않게 될 거고, 삶의 가치관으로서는 기능을 잃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쇼미더머니에 3~4천명이 몰리는 이유도 정확하게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대입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서 경주마처럼 살다가 대입자체가 존재 가치를 잃은 시대가 도래하니, 아이들은 새로운 직업에 눈을 돌리게 됐고, 그 옵션 중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가장 달콤하게 다가왔을 거다. 그리고, 그 연예인의 여러 옵션 중에 가장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게 힙합 뮤지션이었을 거라고 보는데, 그래서 결국, 이 꼬라지가 났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너희가 뭘 하고 살건, 네가 행복하면 된 거야’라는 교육을 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란 말이다. 직업을 고민하게 되고, 그 직업 중에 하나로 힙합을 골라잡게 되는 상황이 된 거다. 그러니 당연히 그 시점에서 랩퍼들의 ‘나는 잘 살게 됐단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 마약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켰을 거다. 그건 마치, 모든 화이트 칼라들의 우상이 빌게이츠고, 스티브잡스가 되는 거랑 똑같은 논리다. 하나의 성공담을 시스템에 있는 노예들이 우상처럼 받아 들고 따라가게 되는 거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랩퍼들이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보는 건 아니다. 성공한 아이들이 성공한 이야기를 하는 게 뭐가 나쁘겠어. 다만, 그것으로 인해 이런 부작용이 일어나는 이 상황 자체가 굉장히 웃긴 거지. 결국, 원흉은 시스템일 테고 내가 포착한 부분은 그 부분인 거다. 힙플 : 듣고 보니, 목화밭이라는 키워드로 마무리되는 것도 그런 장치였군 피타입 : 실제로 목화밭이라는 키워드는 이방인의 비트에서부터 출발했다. 처음에 디플라이의 비트를 셀렉했을 때, 닐영(Neil Young)의 ‘Southern Man’이라는 곡을 샘플링한 걸 알고, 그 곡의 가사를 다시 한번 찾아봤다. 그런데, 그 가사가 내가 앨범에 담아내려고 했던 주제의식과도 일맥상통하더라. 그래서 일부러 내 가사집에도 닐영의 보컬 파트 가사를 브릿지로 써놨다. 실제로 이 곡이 샘플링한 ‘Southern Man’이라는 노래는 닐영이 60~70년대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하던 때 남부 지방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 남부 백인들은 각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쓴 노래다. 가사 내용이 ‘너네 그렇게 살면 너희들이 보고 있는 성서에 위배되는 행위 아니냐, 나는 남부에서 목화밭도 봤고 높은 흰 저택도 봤지만, 흑인들이 사는 낡은 판자집도 봤다’라는 내용이다. 작년 한해 마이클 브라운이나 에릭가너 사건으로 미국 흑인사회가 한껏 들끓었었고, 또 동 시점에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겪었다. 내가 트위터로 팔로우 해놓은 많은 미국 내 아티스트들이나 혹은 매거진들이 전부 마이클 브라운과 에릭가너 사건을 얘기했는데, 이 상황이 나한테는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더라. 그것들이 나한테 의미가 없는 거 같지도 않고, 딱히 의미가 큰 것 같지는 않은 그런 미묘한 감정이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하게 된 거다. 난 이런 곡을 샘플링해서 이 부분까지 썼는데, ‘그 목화밭, 나는 봤나?’ 그건 로컬라이제이션이 필요하다는 어떤 반증의 의미이기도 했다. 힙플 : 얼마 전에 ‘Do The Right Rap’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컴페티션에 ‘Right Rap’이라는 주제로 접수된 많은 곡들을 모니터링 해봤을 텐데 어땠나? 피타입 : 잘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뽑히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에 부합하는 친구들이 되게 많았는데, 그런 친구들 중에 몇몇은 실제로 만난 친구들도 있다. 어쨌건, 나를 심사에서 스스로 배제 했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과는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나눴다. 결과적으로 잘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고, 멋있었다. 근데 음감회 때도 얘기했지만 캠페인이 끝나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거다. ‘이 씬은 정말 플레이어 반 리스너 반이다’라는 생각. ‘Do The Right Rap’ 가사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지만, ‘리스너라고 해도, 다들 잠재적으로 랩퍼가 되기 위한 리스너들이 더 많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나나 내 동료들 역시 그렇게 출발했듯이 힙합의 팬이면서, 그 팬들이 성장해서 (힙합을)사랑하는 마음으로 아티스트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게 과연 우리가 흔히 작금에 얘기하는 ‘힙합씬이 커졌다고 보는 것의 실체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한 뒷맛도 있었다. 실제로 1,200명에서 1,500명 정도가 넘게 캠페인에 참가를 했는데 그만한 숫자가 우리가 투어를 도는 동안 목격되지 않은 걸 보면 극명해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주목 받고 싶고, 좀 더 힙합스러워지고 싶고, 그걸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많아졌을지언정, 순수하게 이 음악을 듣고 공연장에서 움직이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소위 일부 평단에서 얘기하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팬을 늘었을지언정, 음악을 따라다니는 팬은 줄어들었다’라는 얘기도 같은 맥락인 것 같고,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어떤 씁쓸한 소회가 남기는 했다. 힙플 : 말하자면 판을 까는 사람들이나, 판에 깔리는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피타입 : 판을 까는 사람들이 없다? 뭐, 그 부분은 굳이 내가 날을 세워서 비판 하고 싶지는 않다. 그거는 사실, 개인의 행보니까. ‘판을 까는 이들이 너무 없어!’라고 하는 푸념은 하나 마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의 씬은 이유불문하고 더 커져야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지금 해야 할건 그건 것 같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거지. 그런데, 노를 저어야 하는 게 개인의 일신이 아니라, 판을 부풀리기 위해서라면 거품이 많이 껴도 상관없다고 본다. 거품이 낄수록 남는 것도 많으니. 힙플 : 얼마 전, 리드머에서 언프리티 랩스타를 비판한 글의 포인트는 판이 커져가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었다. 피타입의 입장은 방식불문하고 판이 커져야 된다고 보는 건가? 피타입 : 나올게 나왔군. (웃음) 그렇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낄 거품이면 아예 많이 껴야 거품 꺼질 때 남는 거라도 늘 거란 생각이다. 어쨌든 결국, 아티스트들 본인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왜 그 눈치를 보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더 활발히 외부로 모습을 비추려 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고, 마음에 들지 않을지언정, 더 활발하게 (컨텐츠들이)생겨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그곳에 나와서 제대로 해나가는 사람들이 생겨날 테고, 그럼 판 깔아주는 사람들 중에서도 제대로 된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한다. 막말로 엠넷이 힙합에 해박하지 못한게 단죄 받을 대상인가. 대한민국 모든 미디어 관계자들, 혹은 힙합이라는 키워드를 쓰고 싶은 사람들 전부다 이미 힙합 잘 알고 시작해야 하나? 물론 노력해야지. 노력하지 않는다면 혼나야겠지. 비판 받고, 그에 귀 기울이고, 그래서 더 나아지는 거, 그게 건강한거지. 앞에선 무시하고 뒤에선 놀리는 거, 그거 제일 비겁한 거 아닌가. 만나서 가르쳐 주던가, 가르쳐주는 친절한 태도가 자신의 캐릭터가 아니라면 나가서 침을 뱉어 주면 되는 건데, 왜 뒤에서 선동질인지 모르겠다. 뭐, 그렇게 하는 게 자신들의 역할이라면 그것까지도 이해하겠다. 그런데, ‘쟤 구리니까 니네 쟤랑 놀지마. 쟤랑 놀면 니네도 구린거야’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고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에 노출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싶고, 그걸 통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게 부도덕한 건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웃음) 나는 왜 그게 출연에 응한 이들을 한국 힙합에 먹칠한 역적 무리로 싸잡아 몰아갈 근거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힙플 : 리드머 역시 하나의 매체로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공격했다고 본다면? 피타입 : 얘기할 수 있다. 자신들의 포지션상 그럴 수 있지. 근데, 그렇게 해서 공격의 대상을 ‘모두’로 설정하는 게 맞냐 하는 거다. 브랜뉴 깠어? 괜찮다. MC몽 깠어? 엠넷 깠어? 다 괜찮다. 근데 거기에 가담한 모두를 역적몰이 하는 건 생각이 짧았거나 감정적이거나 의도가 의심된다. 거기에 연루된 모든 연루자들을 ‘연좌제로 낙인 찍겠다’라는 건 사실은 씬의 모두한테 ‘낙인 안 찍히려면, 우리 눈치 봐라’ 라는 것 밖에 안되지 않나. 여태 리드머의 몇몇 행보가 그래왔기 때문에, 참다 참다 그 부분에서 짜증이 났던 거다. 힙합 모르는 엠넷이 만든 힙합의 관점에서 구린 프로그램에 힙합으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엠씨몽이 나왔는데, 그 지난 회차에 출연했으니 유죄인 거면, 그 유죄 몇몇과 엮였던 리드머는 뭐냐. 나는, ‘너희는 그렇게 계속 몰아가 나는 너희들이 몰아가는 얘기에 공신력 없다고 떳떳하게 얘기할 테니까’ 였던 거다. 각자의 방식이라면 각자의 방식일 수 있겠지만, 나는 빡세게 인정 못하겠다. 아, 비평하는 것 자체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 공격 대상을 그런 식으로 설정하는 건, 난 죽을 때까지 인정 못한다. 힙플 : 특히, ‘버드맨의 늙은 썅년’이라는 표현은 비평에 대한 거부로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피타입 : ‘소신껏 침 뱉는 것이 비평인가’라고 한마디 덧붙인 것이 논란을 가중시킨 것도 있는데, 그 부분은 빼도 된다. 흥분해서 실언한 부분 같기도 하고. 각자 소신껏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 나 역시 그렇게 살면서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지. 그러나 리드머 일부를 버드맨의 늙은 썅년처럼 느낀 건 맞다. 버드맨이라는 영화 안에서 그 비평가가 올바른 비평가의 표상으로 비춰지지 않은 건,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그 비평가는 아티스트가 스스로 파멸하기 전까지 아티스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게 맞는 건가? 리드머가 하는 행태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설정한 답안지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을 페이크로 분류하는 과정 자체가 버드맨에 나오는 늙은 비평가 같았다는 말이다. 정확하게 그 여자가 영화 내에서 한 대사들이 리드머랑 비슷했거든. ‘너는 연예인이면 네가 노는 물에서나 놀지, 왜 여기 들어와가지고 좋은 작품이 차지해야 될 자리를 네가 차지하고 있냐, 난 네 작품을 보지는 않았지만, 네 연극을 반드시 죽일 거다’ 이게 썅년이지.. (웃음) 어떤 특정한 답을 정해놓고 비평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건, 무엇이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리드머의 비평 자체도 만약, 컨텐츠 질의 높낮이를 논했으면 나도 고개를 끄덕였을 거다. 물론, 미디어에 나를 노출시킨 것 자체를 실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어휴, 질 낮은 프로그램 괜히 나가가지고’이러고 말았을 거란 말이다. 근데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연좌제로 까는 건.. 분명 잘못됐다고 본다. ‘까마귀 노는데 백로야 가지 마라’ 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다 그렇게 해서 피해 다닐 거면 댁들이나 그렇게 살라고 말하고 싶다. 막말로 우리가 씨발 MC몽 나오는지 알았냐고.. (웃음) 힙플 : 정말 아무도 몰랐던 건가? 피타입 : 아무도 몰랐다. 힙플 :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이야기들이다. 그럼 브랜뉴뮤직을 향한 부정적 피드백들, 동료인 산이(San E)의 행보에 대한 피드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피타입 : 그 이야기들을 전부다 힙합의 카테고리 안에 몰아넣고자 하는 행동은 분명 잘 못됐었고, 비판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대놓고 한다. 브랜뉴가 힙합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것들이 힙합이 아니라는 건 나도 인정한다. 그저 나는 내 것만 잘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 음악 시장에서 대중가요를 만드는 것 자체가 욕먹을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비평가들도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지금의 비판들은 그것이 힙합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놓고, 힙합씬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니까 비판의 메스를 대는 거겠지. 그렇지만, 요즘에는 보면 너무 비판만 한다. 힙플 : 이제 마지막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피타입 : 아직까지는 다음 작품에 대한 뚜렷한 구상이 나올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지금 다시 돌아온 이 스탠스 자체를 굉장히 만족해하고 충분히 즐기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의 행보나 혹은 추가적인 컨텐츠들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그 외에 이번 앨범과 관련한 활동으로는 방금 말씀 드렸듯이 내 의지에 반하는 어떤 노출 기회가 오더라도 나는 거기에 나가서 내 의지를 밝히고 올 거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마음에 안 드는 곳에 나가서 마음에 안 든다고 얘기하고 오면 되는 거다. 그런 모습들도 지켜봐 주면 좋을 것 같다. 힙플 : 그게 혹시, 쇼미더머니를 말하는 건가? 피타입 : 부른다면 갈 용의는 있다. 대신에 부르는 쪽에서 각오는 해야겠지. 내 생각 자체가 곱지는 않으니까. 예쁜 모습으로 재롱 떨다 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어떤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관련한 어떤 기회가 오더라도, 그 기회 자체를 ‘얘네는 힙합이 아니니까’라는 딱딱한 생각만으로 쳐내지는 않을 거다. 봐왔듯이 유연한 음악을 하는 것 만으로는 아무 기회도 오지 않고, 씬에 어떤 좋은 영향도 끼칠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씬은 무조건 커져야 하고, 그런 태도는 씬이 커지는데 아무 일조도 할 수 없다. 그냥 여태까지 늘 있었던 멋있는 목소리 중에 하나로 작게 끝나겠지. 더 큰 확성기를 통해서 목소리를 내보이는 것이 오히려 후세대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한테는 브랜뉴가 더 많은 사람들한테 들려줄 수 있는 둥지인 거고. 다만, 나를 잃거나, 영혼을 파는 행위는 하면 안되겠지. 힙플 : 긴 시간 빡센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인터뷰 | 차예준, 이상원(HIPHOPPLAYA.COM) 피타입 트위터 https://twitter.com/ptype_thebigcat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ptype_thebigcat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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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랩몬스터 | '욕하기 위해서라도 믹스테잎을 꼭 들어주시면 좋겠다'  [16]
김봉현: 'P.D.D.'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진 건가. 랩몬스터: 작년에 방영된 방탄소년단의 엠넷 리얼리티 프로그램 를 통해 처음으로 워렌지(Warren G)를 만났다. 그 때 워렌지가 우리에게 비트를 주고 싶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앨범에서 작업하면 좋을까 논의하다 결국 내 솔로 싱글로 발매하게 됐다. 김봉현: 돈으로 매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웃음). 선후관계를 더 명확히 해준다면. 랩몬스터: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와중에 워렌지 측에서 먼저 작업 제안을 했다. 워렌지가 직접 말하기도 했고, 워렌지 매니저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제안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P.D.D.' 외에도 방탄소년단의 한 트랙을 워렌지가 리믹스해서 앨범에 싣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런 제안들이 그냥 해본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리어스'하다고 하길래 그제서야 진짜라는 걸 깨달았다. '너희가 한국에 돌아가면 회사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자'고 하더라.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안 믿을 사람은 안 믿겠지만(웃음). 김봉현: 먼저 몇 곡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랩몬스터: 처음엔 3곡을 받았다. 그런데 느낌이 잘 안 왔다. 내가 생각하는 워렌지 느낌이 아니었다. 'Regulate'이나 'This DJ' 같은 곡을 기대했는데 그런 곡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곡을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3곡을 추가로 받았다. 그중 'P.D.D.'가 내가 생각하는 워렌지의 느낌에 가장 가까운 곡이었다. 김봉현: 'P.D.D.'는 분명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전통적인 바이브가 있는 곡이다. 이런 사운드에 이런 가사를 얹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랩몬스터: 곡을 듣자마자 'Please Don't Die'라는 단어가 본능적으로 떠올랐다. 부드러운 비트 위에 조금은 살벌한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김봉현: '배틀 랩'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직설적인 가사를 연상한다. "너희들 다 죽여버리겠어!" 같은(웃음). 하지만 이 곡은 일종의 간접 화법처럼 들린다. 랩몬스터: 날 싫어하고 욕하는 사람들에 대한 요즘의 느낌이 반영된 것이다. 예전에는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초연해졌다. 그 느낌을 솔직히 담고 싶었다. "이제라도 나랑 같이 가고 싶으면 가자"는 가사가 있는 것도 그 이유다. 김봉현: 브릿지 부분의 그 가사를 보면서 예전보다 여유가 생긴 게 느껴졌다. 랩몬스터: 그렇다. 억지로 만든 게 아니라 요즘은 정말로 그렇다. 나를 인신공격하던 사람이라도 만약 이제라도 나와 같이 가고 싶다면 그러고 싶다. 그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다. 김봉현: 웨스트코스트 힙합 사운드의 전통이나 힙합 특유의 비장미, 배틀 랩의 여러 서사를 평소에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이 노래가 밋밋하다거나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랩몬스터: 그냥 인정한다. 그 사람들의 취향을 존중한다. 강요하거나 설명하고 싶지 않다. 나의 의도를 알거나 재미를 느끼는 분들에게는 고맙지만. 김봉현: 사실 'P.D.D.'는 어떤 면에서 'Regulate'과 유사한 면이 있다. 'Regulate'은 감미로운 사운드로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스토리텔링' 면에서도 의의가 있는 곡이고, 무엇보다 'Regulate'의 가사를 보면 사운드와 안 어울리게 살벌하지 않나. 랩몬스터: 맞다. 'Regulate'의 영향을 알게모르게 많이 받았다. 사실 'Regulate'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웃음). "사운드는 좋은데 가사는 왜 이렇지?", "왜 삥 뜯긴 이야기를 이렇게 부드럽게 하는 거지?" 하면서. 김봉현: 평소에 이런 배틀 랩 유의 가사를 즐겨 쓰나? 꼭 특정한 누군갈 공격하지 않더라도. 랩몬스터: 그렇다. 즐겨 쓰는 편이다. 꼭 누군갈 공격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김봉현: 꼭 누군갈 공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정확히 무슨 말인가. 랩몬스터: 나는 공격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공격을 하더라도 엄청난 공격성을 가지고 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타입이다. 그 뉘앙스가 무엇이든 음악을 통해 풀어내긴 해야한달까. 'P.D.D.'를 듣고 누군가는 "공격하려면 제대로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게 내 성향이고 방식인 것 같다. 김봉현: 리스너 입장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브릿지 부분에 'ride wit me'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물론 "나와 함께 가자"는 상징적인 표현인 건 안다. 그런데 웨스트코스트 힙합 음악을 많이 듣다보면 'ride wit me'라는 표현이 보다 직접적인 표현으로 많이 쓰이지 않나. "내 차를 타고 롱비치 해변을 달려" 같이(웃음). '드라이빙 뮤직'이라고 해야 하나.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게 묘하게 겹쳐지더라. 랩몬스터: 사실 가사를 쓰면서 'ride'라는 표현을 꼭 쓰고 싶었다. 평소에 많이 보았던 웨스트코스트 힙합 뮤직비디오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P.D.D.' 사운드가 지닌 웨스트코스트 힙합 바이브에 어울리는 단어라고도 생각했다. 사람들이 그 가사를 '중의'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봉현: 워렌지에게 멘토링을 많이 받았다고 하던데. 랩몬스터: 워렌지에게 힙합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고 싶었다. 워렌지가 말하길, '총 쏘고 마약하고 강도짓 하는' 것은 힙합 자체라기보다는 힙합에 유입된 부정적인 면이라고 하더라. 힙합에 껴든 불청객 같은 안 좋은 것인데 사람들이 그것을 힙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주었다. 또 힙합은 인종과 언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것이라고도 얘기해주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찌 보면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워렌지가 말하니 무게감이 확 다르더라. 또 워렌지는 말 끝 마다 "It's All Good"이라는 말을 항상 붙였다.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다 보면 정말로 기분이 좋아졌다. 할아버지가 옆에서 좋은 얘기 해주는 느낌이랄까(웃음). 김봉현: 워렌지 '안경 썼을 때' VS '벗었을 때'를 평가해준다면. 랩몬스터: 아무래도 세월이 흘렀으니까 지금은 안경 쓰셨을 때가 더 좋은 것 같다. 옛날에는 완전 '존잘'이었는데...그때 사진이나 뮤직비디오를 보면. 김봉현: 옛날에는 안경 벗었을 때가, 지금은 안경 썼을 때가 더 나은 것으로 정리하겠다. 'P.D.D.'에 관해 더 할 말이 있나? 랩몬스터: 음. 모든 걸 다 떠나서, 워렌지의 비트에 랩을 할 수 있던 것만으로도 정말 큰 행운이었다. 누군가는 이런저런 이유로 깎아내릴 수 있겠지만 나는 떳떳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김봉현: [RM] 믹스테잎 이야기를 해보자. 믹스테잎의 콘셉트를 말해준다면. 랩몬스터: 앨범 커버를 보면 내 얼굴이 흑백으로 양분되어 있다. 내가 이중적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어떨 때는 긍정적이었다가 어떨 때는 부정적이고, 희망을 말하다가 또 아니고. 내 내면에 있는 여러 가지 방을 꺼내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내 안에 이런 여러 모습이 있는데, 결국 이게 나다, 그리고 이 걸 듣는 너는 너고." 이 이야길 하고 싶었다. 평소에 인디아 아리(India Arie)의 'Just Do You'를 좋아한다. 혼란스러울 때 많은 위로가 되어준 노래다. 이 노래의 메시지가 이번 믹스테잎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믹스테잎 전체의 메세지를 대표하는 노래도 'Do You'다. 김봉현: 그룹이 아닌 솔로, 앨범이 아닌 믹스테잎이다. 작업에 임하는 특별한 자세가 있었다면. 랩몬스터: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논란이 될 것 같은 가사가 있어도 너무 심한 게 아니면 그냥 갔다. 방탄소년단의 앨범은 나 혼자만의 것도 아니고 그룹의 콘셉트도 맞아떨어져야 하고 고려해야할 것이 많지만 이번 믹스테잎은 나의 것이기 때문에 가장 날 것의 나를 성찰해서 편하게 하려고 했다. 김봉현: 욕이나 거친 표현도 눈에 띄는데. 랩몬스터: 사실 욕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shit'이나 'fuck'같은 단어만이 드러낼 수 있는 정서가 있다고는 생각했다. 그래서 필요한 부분이라면 그런 단어도 썼다. 심의를 받아야하는 작품도 아니었고. 김봉현: 믹스테잎 트랙 배치는 어떻게 했나. 랩몬스터: 일단 내가 순서를 정한 다음, 회사와 상의했다. 예를 들어 1번 트랙 '목소리'는 만들 때부터 첫 번째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과거 이야기를 하는 노래는 이 노래 밖에 없다. 또 외국 래퍼들이 피아노 위에 랩을 하는 걸 보고 영향을 받아 만든 노래이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믹스테잎의 핵심 메시지를 담은 'Do You'가 나오고, '각성'으로 할 말을 더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그 후 '몬스터', '버려', 'God Rap' 등이 나오는데 이 노래들에서는 말 그대로 '랩'을 하고 싶었다. 듣기 좋고, 뭐랄까...내 심장을 뛰게 했던 랩 음악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김봉현: '노래'가 아닌 '랩'만이 줄 수 있는 '청각적 쾌감' 같은 것 말인가. 랩몬스터: 그렇다. 그거다. 잘 표현이 안 됐다(웃음). 그리고 마지막 곡으로 'I Believe'를 넣었다. 그 전까지의 과정이 어떻든 결국은 나는 날 믿기 때문에 이 곡을 마지막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리하고 싶었다. 김봉현: 설명을 듣지 않아도 '목소리'는 딱 1번 같고, 'I Believe'는 딱 마지막 같다. 작업 과정에서 누락된 곡은 없나. 랩몬스터: 'Dreams'라는 곡이 있다. 2년 정도 전에 만든 곡인데 믹스테잎 콘셉트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넣지 않았다. 멜로한 곡도 몇 개 있었는데 좀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안 넣었다. 아, 돈에 관한 곡도 있었는데 내가 아직 큰 돈을 벌지도 못했고 돈에 관해 절박한 고민을 한 적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넣지 않았다. 사실 이 곡은 가사를 쓸 때에도 중간에 좀 막히거나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고민이 부족하거나 아직은 연륜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봉현: 그런 곡들을 걸러내서 결과적으로 잘 됐다고 생각하나. 랩몬스터: 만들 때는 심취해서 하긴 했는데...결과적으로 잘 됐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좀 아깝기도 했지만 더 정제되고 집중도 있는 믹스테잎이 나왔다고 본다. 그 곡들은 나중에도 활용할 수 있으니까. 김봉현: 듣는 이가 이것만은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랩몬스터: "You Do You, I Do I"가 이번 믹스테잎의 캐치프라이즈다. "너는 니 껄 하고, 나는 내 껄 할게. 근데 나는 이래."가 결국 내가 하고싶은 말이다. "너는 너고, 나는 나야"가 지금의 나를 지배하는 가장 큰 생각이다. 김봉현: 랩의 테크닉에 초점을 맞춘 곡이 몇 개 있다. 예를 들면 '농담'이 그렇다. 이 곡에 대해 말해준다면. 랩몬스터: '농담'은 의식의 흐름대로 가사를 쓴 곡이다. 그래서 제목도 '농담'이다. 가사에 뭘 숨겨놓았거나 그런 게 전혀 없다. 500% 랩의 청각적 쾌감을 위한 곡이다. 다른 곡에서 메시지나 정서를 담았으니 아무 생각 없이 리프레쉬하는 곡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랩의 '스킬'을 많이 집어넣었다. 김봉현: '농담'의 비트로 런더쥬울스(Run The Jewels)의 곡을 고른 이유는. 랩몬스터: 런더쥬울스를 원래 좋아한다. 믹스테잎에 안 실은 곡 중에도 런더쥬울스 비트에 녹음한 곡이 몇 개 있다. 엘피(El-P)가 미니멀하면서도 랩의 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비트를 되게 잘 만든다고 생각한다. '농담'의 후보 곡이 5개 있었는데 그 5개가 전부 런더쥬울스 비트였다. 평소에도 스킬을 뽐낼 곡을 녹음할 기회가 오면 무조건 런더쥬울스 비트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봉현: 엘피의 비트에 대한 생각에 공감한다. 래퍼로 하여금 '이 비트를 씹어먹어야겠다'는 전의를 불타게 하는 사운드다(웃음). 다음으로 크리즈 칼리코(Krizz Kaliko)가 참여한 'RUSH'에 대해 말해준다면. 랩몬스터: 작년 연말 방송국 시상식에서 크리즈 칼리코의 'Spaz'에 맞춰 댄스 무대를 꾸민 일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 영상을 크리즈 칼리코가 트위터에 올렸다. "얘네 봐라. 내 노래에 맞춰 춤췄는데 멋있다."고 하면서. 평소 크리즈 칼리코의 음악을 즐겨들었기 때문에 그걸 보고 내가 크리즈 칼리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디엠으로 작업 제의를 했는데 너무 쿨하게 작업하자고 답변이 왔다. 그래서 비트를 몇 개 보냈는데 내가 가장 맘에 들어 한 걸 크리즈 칼리코도 골랐다. 역시 듣는 귀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결과적으로 정말 열심히 작업을 해주었다. 본인이 먼저 "후렴도 해줄까?" 물어보기도 했고, 어떻게 알았는지 가사에 '오빠'라는 단어도 넣어서 보내왔다. 아마 '강남스타일' 때문에 알았을 것이다. 또 후렴 한 부분을 비워놓고 보내면서 "이 부분을 니가 한국어로 해서 넣으면 재밌지 않겠어?"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믹스에 대해서도 "지금 내가 투어 때문에 멕시코에 있는데, 평소에 같이 작업하던 엔지니어가 한 게 아니라 믹스가 별로야. 그러니 니네가 믹스를 다시 했으면 좋겠다. 미안."이라고 말해왔다. 작업이 끝나고도 "이번엔 믹스테잎 작업이었으니 나중에 제대로 작업을 해서 음원을 내자"고 제의해주기도 했다. 다음에 미국에 가면 꼭 한번 만나고 싶다. 김봉현: 'RUSH'에 담긴 크리즈 칼리코의 랩이 맘에 드나. 랩몬스터: 물론이다. 굉장히 성의 있게 해주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멜로디도 맘에 들고. 재미있는 건 우리가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 크리즈 칼리코가 꼭 축하한다고 멘션을 보내온다(웃음). 약간 귀여우신 것 같기도 하고. 김봉현: '목소리'에 나스(Nas)의 'One Mic'를 오마주한 부분이 들린다. 랩몬스터: 'One Mic'를 원래 좋아한다. 영화적인 전개도 좋고 정적인 분위기도 좋다. 'One Mic'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One Mic' 클린 버전 가사 일부분을 인용하기도 했다. 내 나름의 리스펙트다. 김봉현: 답변을 들으니 생각난다. 얼마 전 열린 다큐멘터리 상영회에 참석한 바 있다. 무엇을 느꼈나. 랩몬스터: 몰랐던 것을 많이 알았다. 특히 나스의 동생 정글(Jungle)의 인터뷰가 흥미로웠다. 브레이브하트(Bravehearts, 정글이 몸담았던 힙합 그룹)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했는데 안 나오더라. 사실 영화 자체도 그렇지만 상영회 자체에 대해 느끼는 게 많았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런 걸 할 수 있고, 이런 걸 하면 사람들도 이렇게 오고...그런 뿌듯함. 김봉현: '목소리'에는 "인정한다 나의 흑역사"라는 구절도 있는데. 랩몬스터: 말 그대로 흑역사다.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로 요약할 수 있는. 김봉현: 켄드릭 라마라고 하면, 켄드릭 라마의 'Swimming Pools'을 커버했던 '학교의 눈물'을 말하는 것인가. 랩몬스터: 그렇다. 김봉현: 그런데 그 노래는 말 그대로 '커버'이지 않나? 원곡의 비트 위에서 원곡의 플로우를 활용해가면서 랩 하는 건 힙합 믹스테잎이나 공개 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행인데. 랩몬스터: '학교의 눈물'은 뮤직비디오를 찍기는 했지만 원곡이 무엇인지 밝히고 공개한 커버 곡이었다. 말 그대로 습작이었다. 그런데 표절이라고 욕을 많이 먹었다. 사실 표절을 하려고 했다면 누가 그렇게 하겠나. 또 커버 곡이었기 때문에 켄드릭 라마의 플로우를 배워보려고 일부러 똑같이 한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나라 망신이다", "래퍼로서 배알도 없냐" 같은 비판이 달렸다. 김봉현: 내가 보기에도 그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무지에서 비롯된 비난으로 보인다. 흑역사는 아니고 백역사로 하자. 카니에 웨스트는 무엇인가. 랩몬스터: 방탄소년단 컴백 무대 안무 연습을 애초에 카니에 웨스트의 'Black Skinhead'에 맞춰 했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회사에서 좀 간과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방송에서 'Black Skinhead'를 그대로 쓸 순 없었으니까. 어쨌든 안무가 선생님이 엄청난 능력자여서 'Black Skinhead'의 모든 소스에 맞춰 안무를 완벽히 짜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컴백 무대 전에 이걸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런데 여러 번 바꿔보니까 춤이 완전히 죽더라. 그래서 할 수 없이 'Black Skinhead'와 비슷하게 새로 만든 음악으로 컴백 무대를 치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 노래는 앨범에 수록하지 않았고, 또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무대 퍼포먼스 용이었다. 비지엠처럼. 하지만 당연히 사람들이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이나 과정이 어찌되었든 결과가 그렇게 나왔으니까. 김봉현: 이건 흑역사라면 흑역사로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사람들이 과정을 이해해주면 고맙지만 그럴 의무는 없으니까. 이제 'God Rap' 이야기를 해보자. 랩몬스터: 'God Rap' 역시 나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나스의 비장미라고 해야하나. 나스의 바이브를 많이 떠올리면서 만들었다. 사실 제목을 지을 때 좀 고민을 했었다. 에미넴(Eminem)의 'Rap God'이 이미 있으니까. 하지만 'God Rap'은 "내가 랩의 신이다"라고 외치는 내용은 아니다.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고, 신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내용이다. 내 운명을 결정하는 건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다. 김봉현: 종교가 없나. 랩몬스터: 없다. 김봉현: 무신론자인가. 랩몬스터: 그렇다. 김봉현: 종교나 신에 관련한 것을 업어간다는 면에서 조이 배드애스(Joey Bada$$)의 'Christ Conscious'가 떠오르기도 한다. 혹시 참조한 건가. 랩몬스터: 아, 그 곡을 참조하진 않았다. 오히려 앞서 말한 대로 나스 등에게 영감을 받았다. 그런데 듣고보니 연계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Christ Conscious'를 평소에 많이 듣기는 했다. 김봉현: 이제 논란과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교육 현실을 다룬 데뷔곡 'No More Dream'은 힙합 팬들에게 ‘H.O.T. 시절부터 존재해온, 아이돌 그룹의 낡고 속 보이는 상업적 수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랩몬스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 안에 이미 결론이 있다. 내 생각에 10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여전히 꿈이 없고, 공부하기 싫어하고,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른다. 그냥 막연하게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거나 돈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전사의 후예'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현실을 우리도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이다. "꿈이 없는데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바로 나 자신이었다. 옛날이야기를 억지로 끌어내서 한 게 아니라 지금 내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김봉현: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했던데. 랩몬스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 공부를 안 해놓으면 나중에 성공을 못한다"는 말을 믿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공부를 해서 얻는 성취감이나 우월감이 좋았던 것 뿐 공부 자체를 좋아하진 않았다. 사실 'No More Dream' 가사를 쓸 때 방시혁 대표님에게 여러 번 퇴짜를 맞았다. 돈 얘기를 쓴 적도 있고 다른 얘기도 많이 써봤는데 모두 너희의 진짜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결국 돌고 돌아서 내가 진짜로 느끼는 내 이야기를 쓰게 됐다. 김봉현: 이런 생각이 든다. 물론 가요계의 흐름이나 아이돌의 역사 관점에서 'No More Dream'을 비판할 수도 있다. 누구나 창작자의 의도나 상황을 면밀히 알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진짜 자기의 이야기라면 '진실함'의 맥락에서 힙합다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랩몬스터: 비판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노래의 가사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이 없다. 진짜 내 이야기였다. 김봉현: 'If I Ruled The World'에서 "Westside Till I Die"를 외쳤는데. 랩몬스터: 그건 뭐. 내가 백번 잘못했다(웃음). 앨범이 나온 후 무심코 듣다가 나도 '아차' 했다. 녹음할 때 분위기에 도취돼서 어쩌다보니 그렇게 외쳤던 것 같다. 김봉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랩몬스터: 일단 내가 '웨스트사이드'에 살지도 않을 뿐더러...그 노래가 지-펑크 스타일의 사운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내가 그렇게 외친 건 웨스트코스트 힙합 뮤지션들을 존중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Westside Till I Die"라는 말 안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땀, 투쟁, 자부심 등등 인생을 압축한 구절 아닌가. 김봉현: 힙합 안에서 그 말이 가지는 무게감과 복합적 함의를 간과했다는 말인가. 랩몬스터: 그렇다. "Yo!", "Check It!" 같은 말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경솔했다. 김봉현: 실수라고 인정하는 건가. 랩몬스터: 실수를 넘어서 잘못이다. 할 말이 없다. 김봉현: 그럼 바비(Bobby)와의 배틀(?)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시작은 무엇이었나. 랩몬스터: 바비가 쇼미더머니에서 몇 번 언급을 했다. 가사에 '상남자', '방탕' 이런 단어를 즐겨 쓰더라. "상 남자처럼 방탕하다"는 말이 흔한 조합은 아니지 않나.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방탄소년단 뿐 아니라 보이프렌드도 공격했다. "너희들이 망쳐놓은 걸 내가 여기에서 다 보여주겠다"는 맥락이었다. 하지만 그때가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바비가 우릴 싫어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리와봐'라는 노래에 또 우리를 겨냥한 듯한 가사가 있었다. "난 방탕해 예쁜 남자 따윈 버림 / 날 괴물이라고 불러 내가 자칭한 적 없이 / 너넨 전신 유리 앞이 지하 던전보다 훨 좋지 / 실력이 외모면 난 방탄 유리 앞에 원빈" 사실 바비가 원빈은 아닌데...(웃음) 김봉현: 그럼 현빈인가? 랩몬스터: 아무튼 이 가사가 세 번째였다. 그때 세 번까지 참으면 병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을 하지 않으면 팬들에게도 모욕이 되는 셈이고 나 자신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사실 MAMA 무대에서 [RM] 믹스테잎의 가사를 쓸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리와봐'를 듣고 바비에게 대답하는 내용으로 가사를 급하게 바꿨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가사를 캐치하면서 결국 화제가 됐다. 하지만 나는 바비를 기본적으로 존중한다. 무대에서 되게 잘한다. 랩이 엄청 뛰어나다거나 스펙트럼이 넓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무대 장악력이 좋고 래퍼가 가질 수 있는 힙합의 멋이 있다. 또 회사의 힘이 있든 없든 쇼미더머니에서 우승했다는 건 분명 자신을 증명한 것이다. 김봉현: 디스전이다, 배틀이다, 논란이 됐었다. 랩몬스터: 바비와 내가 아이돌이라는 범주에 있기에 더 논란이 된 것 같다. 싸우라고 부추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웃음). 그런데 그런 것까진 아니었다. 김봉현: MAMA 무대 뒤에서 인사를 나눴다고 하던데. 랩몬스터: 공연이 끝나고 내려갔는데, 무대 뒤에서 바비가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왔다. 내 가사를 입으로 따라하면서 잘 봤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내가 무대에서 공연할 때 바비가 유심히 봤다는 이야길 전해 들었다. 김봉현: 그 상황으로 미루어보면 바비는 마인드가 힙합인 것 같다. 음악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이자 게임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랩몬스터: 바로 그 부분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그 부분인데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한다. 팬들도 이러다 막 싸움나는 게 아닌가 걱정을 한다(웃음).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김봉현: 누가 잘하고 못하고 누구 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내가 보기엔 좋은 것 같다. 서로 시너지도 날 것 같고. 랩몬스터: 그렇다. 사실 스윙스가 '컨트롤 대란'을 일으킨 것도 음악으로 경쟁해서 모두의 수준을 끌어올려보자는 의도가 아니었나. 그런데 바비나 나나 아이돌이라는 범주에 있다 보니 이것저것 더 논란이 생긴 것 같다. 힙합 안에서 이런 게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김봉현: MAMA 무대를 지코와 함께 했다. 지코가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나. 랩몬스터: 지코 형과는 꼬꼬마 시절부터 알던 사이다. 그 형의 행보 자체가 나에게 많은 걸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움도 되고 자극도 된다. 김봉현: 서장훈과 현주엽 같은 관계인가. 랩몬스터: 그건...잘 모르겠다. 김봉현: MAMA 무대 올라가기 전에는 둘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랩몬스터: 사실 MAMA에서 랩한 가사가 무대 오르기 4~5일 전에 쓴 것이었다. 그 얘길 했더니 지코 형이 그렇게 급하게 가사를 쓰는 건 위험하다고 조심하라고 했다. 예전에 한번 크게 실수한 적 있다고 하면서(웃음). 김봉현: 아이돌 그룹 활동은 랩몬스터에게 어떠한 의미인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좋은 수단? 목표 그 자체? 아니면 어쩌다보니 하고 있는 것? 랩몬스터: 팬 분들이나 그룹 자체에 실례를 범하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듯 싶다. 사실 내 목표는 명확하다. 내 음악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큰 무대에 서서 내 존재 가치를 더 많이 증명하고 싶다. 사실 데뷔 전에는 공부를 계속 하려고 했다. 그런 날 다시 음악으로 이끌어준 게 이 회사고 이 그룹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돌 그룹 활동을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이 활동으로 내가 얻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김봉현: 처음에는 그냥 음악을 하고 싶고, 또 랩을 하고 싶었다는 말인가. 랩몬스터: 그렇다. 하지만 그러다가 그냥 공부를 하려고 했을 때 언터쳐블의 슬리피 형에게 연락이 왔고 그로 인해 이 회사 오디션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이 이런 포맷이 아니었다. 춤을 추지 않는, 그러니까 YG의 원타임(1TYM) 같은 포맷이었다. 그래서 이 그룹에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큰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랩을 시켜준다고 한 거니까. 또 당시는 빅딜 레코드 오디션에서 떨어진 후였기 때문에 절박한 마음이 컸다. 이걸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싶다는 내 꿈을 실현하기에 딱 좋은 회사였다. 그런데 그룹의 포맷이 아이돌로 바뀌면서 혼란도 많았다. 절망도 했고. 하지만 그러다가 또 받아들이게 됐고...여기까지 온 것이다. 김봉현: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소극적인 선택'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 랩몬스터: 그렇다. 그냥...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웃음). 사실 처음에는 춤이 정말 싫었다. 잘 못하니까. 지금도 춤을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계속 이 회사에 있는 이유는 내 가사와 내 랩으로 내 음악을 시켜준다고 했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것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앨범에서도 그렇고 내 솔로 작업물에서도 그렇다. 예를 들어 [RM] 믹스테잎은 거의 나 자신이나 다름없다. 회사가 내게 한 약속이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힙합이 좋았고, 랩을 하고 싶었고, 큰 무대에 서고 싶었다. 그 세 가지가 맞물려서 지금까지 왔다. 어떻게 보면...내가 선택을 한 것이다. 김봉현: 하지만 힙합은 진짜와 가짜를 명확하게 나누고, 또 순수함에 대한 일종의 강박도 있는 세계다. 여전히 비판이 존재할 수 있을 텐데. 랩몬스터: 당연히 이해한다. 어떨 땐 나도 내 자신에게 문제의식을 느낀다. 때때로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난 내가 하기 싫은 건 안 해" 같은 다른 래퍼의 랩 가사를 볼 때면 나도 멋있다고 생각하고 부러운 면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나의 포지션에 대해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도 이해한다. 혼란도 많이 느끼고. 하지만 힙합의 그런 면모를 나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진실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이게 나에겐 가장 크다. 김봉현: '많은 사람'의 기준도 저마다 다를 텐데. 랩몬스터: 맞다. 그렇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음악만 들려주면 되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김봉현: 결국 '많은 사람'도 본인의 기준이고, 지금까지 삶의 과정에서 선택하고 타협했던 것들도 본인의 가치관과 기준에 최소한 위배되지는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과 기준이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동의할 수 없을 텐데. 랩몬스터: 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김봉현: 아이돌 그룹 활동과 관련해 이해할 수 있는 비판이 있다면. 랩몬스터: 여러 가지가 있다. 왜 스모키 화장을 하느냐, 왜 방송에서 예쁜 척을 하느냐 등등. 순수성을 중시하고 남성성을 지닌 힙합의 관점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내 자아를 두 개로 분리했다. [RM] 믹스테잎 커버를 흑과 백으로 나눈 것도 나의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어봐야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쪽도 다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만 보다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봉현: 하지만 '태도'를 중시하는 힙합의 전통에 비추어볼 때, 아이돌 그룹 활동으로 얻을 건 다 얻고 솔로 믹스테잎을 내서 힙합인 척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모순이고 멋이 없다는 지적 말이다. 설령 믹스테잎의 완성도가 훌륭하다고 해도. 랩몬스터: 그것도 이해한다.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욕심이 많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음악은 이쪽에도 있고 저 쪽에도 있다. 결국 내가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내 음악을 계속 찾게 된다면 그 때에는 이런 논란은 다 괜찮아지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이제 그런 것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까지 너무 많이 휘둘렸다. 지드래곤이 'Heart Breaker'를 발표했을 때를 기억한다. 그 때의 반응과 'One of a Kind'를 발표했을 때의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렇게 잘 해내지 않았나. 하지만 또 지드래곤을 싫어하는 사람은 지금도 싫어한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웃음). 김봉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랩몬스터: 이번 믹스테잎을 꼭 들어주셨으면 한다. 그냥 다운만 클릭하면 된다. 욕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씩 꼭 들어주시면 좋겠다. 인터뷰 | 김봉현 (음악비평가) 랩몬스터 'RM' 믹스테잎 | http://www.hiphopplaya.com/magazine/16586 사진 | XENOVART 방탄소년단 BTS Official Homepage http://bts.ibighit.com BTS Blog http://btsblog.ibighit.com BTS Facebook https://www.facebook.com/bangtan.official
  201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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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찬우 a.k.a 똘배 - 새로운 시선과 대안 'STONESHIP' 인터뷰  [12]
똘배 또는 석찬우. 이 씬에서 종사하고 있다면, 한 번쯤 아니 한 번 이상은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긴 시간 여러 일을 거쳐온 그가 새로운 움직임인 스톤쉽(STONESHIP)을 이제 시작하려고 한다. 스톤쉽 런칭과 함께 그가 전하는 좀 다른 시선의 힙합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봤다. 힙 : 똘배, 석찬우 중 어떤 이름을 불러야 될까요? (웃음) 똘배 (a.k.a 석찬우) : 힙합플레이야이니깐 똘배로 해주세요. 힙 : 네 알겠습니다. 그럼 똘배 씨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해요. 똘 : 본명은 석찬우이고 나이는 20대 후반 (웃음). 백앤포스(BACKnFORTH), 벅와일즈(Buckwilds) 소속이며, 최근 스톤쉽(STONESHIP)이란 회사를 설립한 청년 창업인입니다. 힙 : 그럼 옛날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어떻게 힙합 음악을 접하게 되었나요? 똘 : 처음 힙합을 접하게 된 계기는 저희 친누나 때문인데요. 저희 누나가 젝스키스 팬이었어요. 젝스키스멤버 중 은지원 씨가 힙합과 연관이 있잖아요. 당시 은지원 씨 프로필을 보면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름에 투팍(2PAC)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저희 누나가 하루는 투팍 앨범을 사왔어요. ‘All Eyez on Me’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앨범을 집에서 매일 들었죠. 그때가 힙합이란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시기인 것 같아요. 아마 저희 세대면 대부분 비슷할 거라 생각하는데 힙합하면, 음악보다는 패션이나 만화책 ‘힙합’을 보고 춤을 따라 추고 학교 가서 토마스 몇 바퀴 돌리나 내기하고. (웃음) 힙합이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만 있었지 처음에는 특별히 찾아 듣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어릴 때 저는 주로 빌보드 탑 100 위주의 팝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씨비메스(CB MASS),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같은 국내 힙합 뮤지션이 있는 걸 알았지만 따로 국내 힙합을 깊이 빠져 듣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동갑이형(The Quiett)의 ‘상자속 젊음’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어요. 그 곡이 처음 접한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이에요. 그 전에도 마스터플랜(Master Plan)의 주석 형의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와 엄청 좋다’라는 인식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상자속 젊음’은 제게 좀 달랐고 그 음악을 듣고 한국 언더그라운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빠져들었죠. 고3 때는 한국 힙합밖에 안 들었던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한국힙합을 가장 많이 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때 한국힙합을 년도 별로 다 찾아 듣고, 그러면서 가리온 등 마스터플랜 1세대 형들 팬이 되었고, 방학 때는 서울 가서 공연도 보고, 그때 소울컴퍼니 형들 무대도 처음 보고 그렇게 힙합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힙 : 이 씬에 들어온 경로가 대부분 음악을 하고 싶어서 들어오잖아요. 똘배 씨 경우도 음악을 하고 싶어 처음 씬으로 들어오게 되었나요? 똘 : 저는 처음부터 제작자가 되고 싶었어요. 랩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건 대학교 동아리 차원으로 한거라.(웃음) 제가 성공회대를 다녔는데, 그 대학교가 힙합학교에요.(웃음) 제 동기에 매드클라운(Mad Clown)이 있고, 선배로는 화나(FANA)형, 콰이엇형, 같은 동아리였던 영보이즈(Young Boyz)였던 ADV의 루피(Lupi)형, 제이큐(J-Cue)형이 있고, 그리고 리미(Rimi a.k.a 남수림)도 우리 학교로 알고 있고, 최근에는 영제이(Young jay)라는 친구도 우리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주변에 힙합음악 하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20살에 전 동아리 래퍼였는데(웃음) 그 당시 제일 친했던 친구가 동림이 (매드클라운) 형이에요. 지금은 별로 안 좋은 관계이지만(웃음). 매드클라운 형하고 저하고 아래윗집으로 자취를 같은 건물에 했었어요. 같은과에, 아래윗집 살고, 힙합도 좋아하고 그래서 친해졌죠. 아직도 기억 나는 게 그때 제가 동아리 래퍼니깐 매드크라운 형한테 ’나 가사도 쓴다 가사 쓰는 거 가르쳐 줄까?‘(웃음)라 했어요. 소울컴퍼니 좋아하냐? ’나는 소울 컴퍼니 좋아한다.‘ 이랬죠. 그때 당시 매드클라운 형이 콰이엇 형의 ‘Q Train'의 ’Interlude‘에 막 참여했을 때였거든요. 하지만 얼굴도 알려져 있지 않고 해서 저는 매드클라운 자체가 매드클라운인지도 몰랐어요.(웃음) 근데 제가 그랬으니 얼마나 웃겼겠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속으로 웃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형이 매드클라운인것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마침 그때 소울컴퍼니에서 스탭을 뽑았어요. 나름 서류 전형에 붙고 2차 면접을 가니 7명 정도가 있더라고요. 2차 면접은 키비(Kebee)형과 그 당시 소울컴퍼니 스탭이였던 아붕 씨와 면접을 봤는데 키비형이‘P&Q 앨범이 곧 나오는데 어떻게 마케팅을 할 수 있겠나?란 질문을 했어요. 그때 제가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은 안 나는데 결과적으로 낙방했어요. 나중에 키비형한테 저를 떨어트린 이유를 물어보니 제가 너무 야망이 커보였데요.(웃음) 그렇게 소울컴퍼니 스텝에 떨어지고 저는 21살이 되었죠. 21살에 전 학교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았어요. 화나 형과 첫 만남은 제가 총학선거운동 할 때 선거송을 화나형의 ‘그날이 오면’을 이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매드클라운 형 통해서 화나형 번호를 받아 전화해서 개사 허락을 받았어요 (웃음), 동갑이형은 매드클라운 통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고 소울컴퍼니 일부 멤버들과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학생회 일 중 하나인 학교축제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때 당시 저희 학교 축제가 진짜 재미없는 걸로 유명했거든요. 진보성향의 학교다 보니 민중가요 노래패 위주의 축제고 소위 대중가수들의 섭외가 없었어요. 사실 개런티는 별차이가 없었거든요. 그때 제가 우리학교 뮤지션들을 부르는게 낫지 않겠냐 했고, 처음으로 그래도 대중가수 라 할사람들을 섭외를 했죠. 그때 콰이엇형, 화나형, 매드클라운 형을 섭외하면서 다시 소울컴퍼니와 인연이 닿게되었어요. 그리고 21살이 끝날 무렵보통의 남자들 처럼군대 문제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마침 학교 동아리 엠알크루(M.R Crew)의루피형과 제이큐형은 진지하게 음악을 시작해서 씬으로 나가고 싶어했고, 저도 씬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다르다면 뮤지션이 아닌 무언가를 제작을 하고 싶은, 새로운 레이블을 만들고 싶다 라는 마음이 앞서있었죠.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하루는콰이엇형한테 전화가 와서는소울컴퍼니에서 같이 일하자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수락했죠. 더콰이엇 낙하산으로 소울컴퍼니가 된거죠. (웃음) 같이 일하게 되면서 키비형이 저를 보고 일부러 떨어트렸는데 어떻게든 들어왔다고 하고(웃음) 그래서 학기가 끝날때쯤 휴학 신청을 하고, 홍대로 넘어왔어요. 21살에소울컴퍼니스텝을 시작 하면서 처음 씬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힙 : 소울컴퍼니 스탭으로 활동하다 자연스럽게 활동 영역을 넓혀갔어요. 그 당시 흐름을 좀 더 자세 말해준다면. 똘 : 먼저 UMF(Underground Microphone Federation)를 설명해야 될 것 같은데요. 2007년 당시 UMF를 디제이 스킵(DJ SKIP)형과 플래닛블랙(Planet Black)형이 같이 만들어서 운영하던 때인데요. 제가 솔컴 스탭으로 플래닛블랙 형을 도와 자연스럽게 UMF 일도 하고 그러면서 스킵형과 엄청 친해졌어요. 당시 저랑 생각도 많이 비슷했고, 일단 노는 코드가 잘 맞았거든요. 2007년 당시엔 옴니버스 공연이 별로 없었어요. 컨셉이 있는 옴니버스 공연은 UMF가 거의 유일했던 것 같은데 그 당시 UMF는 언더그라운드를 지키는 의미도 있고, 현재의 옴니버스 형태 공연과는 다르게 뮤지션들에게 리스펙을 받는 공연이었어요. 이 공연에 선다는 거 자체가 래퍼로서 인정받는 바이브가 존재했었어요. 그렇게 UMF를 진행하다 보니 UMF 무대에 서고 싶고 씬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신인들을 많이 보게 되었고, 고정화된 출구가 없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분명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서 진행하게 된 게 UMF 슈퍼루키였어요. 2008년 한번 2009년 한번 진행을 했었는데 참여한 뮤지션들이 많아요. 방사능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던 리듬파워도 있고, 앤덥(Andup), 깐모, 영보이즈, 아날로그소년, 디즈원(Diz'one)형도 있었고 또 크루셜스타(Crucial Star), 로꼬(Loco), 크러쉬(Crush), 디제이돕쉬(DJ Dopsh) 등 지원해서 낙방했지만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엄청 많아요. 현재 중심적인 활동을 하는 친구들 중 UMF 슈퍼루키에 참여한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제가 그 친구들 데모테잎을 다 가지고 있거든요. 농담 삼아 이것들 뿌린다고 협박하기도 했죠.(웃음) 그렇게 해서 슈퍼루키를 진행했는데, 슈퍼루키로 뽑힌 친구들은UMF에 매주 설 수 있었어요. 그렇게 UMF가 신인들과 기존의 역량 있는 아티스트의 교두보가 되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작을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고, 마침 스킵형도 한량사를 접고 다른 갈망을 가지고 계셨었던 시기였죠. 소울컴퍼니에선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어요. 소울컴퍼니는 이미 잘 정착이 되어 있고, 그에 따른 시스템이 있던 회사였어서 지금은 해체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소울컴퍼니는 많은 계획들을 가지고 있었어요. 가장 핫한 레이블이었고 사업적으로도 많이 뻗쳐나갈 수 있는 위치였지만, 제가 그 안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엔 한계점이 있었죠. 이미 정착되있는게 많으니깐. 저는 스스로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은 욕심이 있어 자연스럽게 소울컴퍼니를 정리하고 세웠던 게 킹더형레코드(King The '兄' Records)에요. 당시에 개인적으로 킹더형레코드를 설립한 의의는UMF를 통해 알게 된 슈퍼루키들을 좀 더 붐업시켜주고 싶은 마음 플러스 새로운 대안체가 되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 전 대안체가 되는 레이블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비슷해요. 저는 이 씬에 젊은 피가 항상 잘 수혈돼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고정화가 되면 시장은 굳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씬에 있는 뮤지션들이 보통 세대로 많이들 표현하잖아요. 1세대 2세대 3세대 지금 친구들한테는 4세대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세대가 이렇게 표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잘, 제대로흘러야 된다고 생각해요. 당시엔 그 순환의 역할에 대한 뚜렷한 생각이 있어서 슈퍼루키를 진행 했던 거였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킹더형레코드를 세우게 되었죠. 힙 : 소울컴퍼니 스텝 이후 킹더형레코드의 대표가 되었어요. 말해주신 대로 좋은 뜻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레이블의 끝은 흐릿한 부분이 있어요. 이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있나요? 똘 : 음.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킹더형레코드의 해체에 큰 이유가 되었던 건 DJ스킵형이 J2 Entertainment(제이투엔터테인먼트)란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에요. 일단 킹더형레코드를 설립하는데 들어갔던 자본은 100% 제 자본이었습니다. 이름을 ‘킹더형’이라고 했던 이유는 당시엔 제가 스킵형에 대한 리스펙이 있어 그 이름으로 하자 했을 때 수락했었던 거고 경영적인 부분, 자본 운영에 대한 권한은 제가 가지고 있었어요. 스킵형은 레이블 안에서 컨텐츠 적인 부분, 아이디어와 기획을 하고 함께 하는 입장으로 시작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제가 당시에 너무 어렸고, 레이블 운영을 하기에 너무 경험이 없었어요. 겨우 21, 2살 이였는데 욕심만 컸던 거죠. 그러다 보니 겁이 너무 없었어요. 레이블에 투자된 자금은 저희 부모님의 적금과 대출을 통해 마련했어요. 당시를 생각해보면 앨범을 내면 무조건 잘 되겠지 라는 생각이 밑에 깊이 깔려있어 갚을 능력도, 상환 계획도 뚜렷하게 없이 무작정 돈을 빌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처음 제작했던 앨범이 레이블 컴필앨범이였어요. 저는 그 앨범이 분명히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고, 자신감도 있었는데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거죠. 컴필앨범 제작하고, 몇 개의 믹스테잎 부터 마지막 앨범인 인디언팜 까지 나름 몇 개 앨범을 제작했어요. 그러면서 되고 안 되고의 개념부터, 실제 산업에 관한 일에 대해 부딪히며 많이 배웠죠. 일에는 사무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그전에는 몰랐는데 앨범을 직접 제작하면서 사무적인 일의 필요성도 알게 되고, 일종의 프로세스라고 할까요. 그런 과정들을 마스터했죠. 그러면서 킹더형은 인디언팜의 앨범을 마지막으로 자연스럽게 J2엔터테인먼트에 흡수되었어요. 그렇게 된 계기엔 당시 J2엔터테인먼트는 현 PJR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료지 씨가 공동대표로 있었는데요. 료지 대표님의 일본 쪽 커넥션을 통해 파티기획을 많이 하는 기획사였어요, 그러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기획사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스킵형이 같이 일하게 되었고 소울다이브 형들과 함께 J2엔터테인먼트로 들어가면서 직원이 되셨죠. 당시 J2엔터테인먼트는 본인의 개인적인 일이고, 킹더형은 킹더형대로 할 거 다 하셨지만, 나중에 보니 제가 소울다이브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더라고요. 돌이켜 생각하면 당시의 제가 나이가 어려서 구분 짓기를 너무 잘 못 한 거 같아요. 처음에는 J2엔터테인먼트에서 킹더형을 후에 서브레이블로 두면서 도움을 준다고 저에게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제가 소울다이브 일을 돕게 되었던 거고요.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깐 그런 이야기 자체가 없었던 거더라고요. 저도 너무나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시간이 흘러 J2엔터테인먼트와 컨텐츠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흡수 합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킹더형 소속의 아티스트들에겐 조건을 이야기해서 몇몇은 함께 하고 몇몇은 각자의 노선을 가는 걸로 자연스럽게 킹더형은 해체가 되었죠. 그 해체의 과정에 있어 당시 뮤지션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어쨌든 이렇게 된 이유가 대표단인 저와 스킵형 때문이기도 했고 아티스트들 입장에선 본인의 회사와 위치가 붕 떠버리고, 이게 뭔가 싶었을 거에요. 비프리형 같은 경우엔 영입되고 한 달도 채 안 되었을 때였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티스트들에게 약속했던 하나는 제이투 녹음실 무료 사용권이었어요. 방사능의 리듬파워 EP와 비프리EP 등이 제이투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면서 낸 앨범이에요. 당시 너무 미안한 마음은 아직도 항상 갖고 있어요. 여튼 여러 이유들과 환경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킹더형은 해체가 되고 저는 제이투의 직원이 되어 소울다이브의 일을 보게 되었죠. 이후 제이투에는 정기고형도 들어왔었고, KCM, 크라운제이 뮤지션이 추가적으로 영입이 되면서 메이져 기획사로 발돋움하려고 노력을 했죠. 거기에서 A&R에 대한 일과 사무적인 일을 제가 도맡아 하게 되었고요 힙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제이투에서 배웠던 업무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나요? 똘 : 네, 실무적인 거에서는 킹더형때는 제가 앨범을 제작하고 씬의 흐름을 읽어내는 감각을 배웠다면, 제이투에서는 제가 직접 부딪혀 배우면서 일 처리에 대한 맞고 틀림을 많이 익혔어요. 그때 익힌 게 지금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힙 : 다른 인터뷰에서 했던 말인데 제이투에서 일하던 도중 회의감을 느껴 입대를 결심했다고 말했어요. 그 회의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똘 : 제일 큰 회의감은 인간관계적인 부분이 컸어요. 우선 제가 나이도 많이 어렸고, 그 비즈니스 안에 있었던 이유는 열망, 꿈, 이런 추상적인 이유였어요. 제가 버는 거에 대한 인식도 크게 없었고, 돈을 많이 벌어야지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냥 뭔가 재미있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가슴 뜨겁게 할 수 있는 걸 하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제이투에서는 그 뜨거움을 느낄 수 없었어요. 소울다이브형들은 제가 좋아하는 팀이지만, 슈퍼루키들 만큼은 아니었어요. 제가 처음부터 뭔가를 함께 시작한 아티스트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회사 내부적인 문제도 많이 있었어요. 경연진들 사이에서 갈등도 있었고, 그렇다고 제가 뭔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제가 제이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생기고, 애착을 가질 동기부여가 없었지는 거죠. 예를 들어 소속 가수 중에 KCM과 크라운제이가 있었는데 같이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이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나 이런 생각도 드는 거죠. KCM은 힙합 아티스트가 아니었고, 크라운제이도 언더그라운드를 통해 탄생한 아티스트가 아니잖아요. 거기서 회의감이 들고, 경영진과 갈등에서 회의가 들었죠. 그리고 저는 슈퍼루키 출신들이나 슈프림팀(Supreme Team) 형들처럼 씬에 있는 아티스들과 친하게 진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인간적으로 멀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거기서 제일 큰 회의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생각을 했죠. 힙 :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힙합이 아니다 ? 똘 : 그렇죠. 제가 어릴 때 생각하고 느낀 힙합의 모습이 아닌거죠.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솔컴 스탭 때부터 이센스 형과 집도 가깝고 자주 보며 친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센스형은 어릴 때부터 씬에 있던 사람이고, 씬 안에서 나름대로 갈등도 많이 겪었던 형이 씬을 바라보는 눈이 뚜렷이 있는 사람이니깐 제 생각들을 센스형한테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어느 날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 힙합은 원러브 해야 되는 거 아니냐? 힙합은 원러브가 될 수 있다. 나는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자 센스형이 ‘너 진짜 멋도 모르는 소리한다. 착각하고 있는거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이해하는 시기가 온 거죠. 왜 힙합에서 디스전이 일어나는지, 씬안에서 사람 간의 갈등이란 게 이렇게 생기는구나, 느끼는 거죠. 다른 건 다 견딜 수 있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인식도 못 받고, 뭔가 물질적 대가를 바라고 시작하지 않았지만 인간적인 기대감이나 감정적 피드백도 못 받으니까 회의감공허함이 너무 커져서 이제 이 일을 그만해야겠다 생각했고 입대를 결심했죠. 그때가 24살 끝 무렵이었어요. 3~4년 이 씬에서 일을 했는데 제가 생각하던 힙합의 모습이 무너진 거죠. 대학교를 처음 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느꼈거든요. 제가 고1 때부터 성공회대를 가려고 생각했어요. 학교 자체가 진보대학이라는 색깔이 있어서 거기에 가면 다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들일 올 줄 알았죠. 하지만 막상 대학을 가니 점수에 맞추어 온 친구들도 태반이고, 그런 인식 자체도 없는 친구들도 태반인거에요. 이 씬도 그랬죠. 저는 힙합 음악과 가사에서 느낄 수 있는 태도에 매료되었던고 힙합 음악 자체가 장르적 특성상 계몽적인 게 있잖아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런 게 있었어요 힙합 들으면 빨리 철든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그래서 제가 너무 모든 걸 성선설로 본거죠.(웃음) 씬에 들어왔는데 앞서 말한 회의감들로 실망이 크다 보니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욕심도 줄고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입대를 하는 게 났겠다 해서 입대를 하였습니다. 힙 : 하지만 전역 후에 다시 씬에 복귀를 했어요. 그 이야기를 좀 더 해준다면. 똘 : 휴가 때도 이쪽 사람들을 거의 안 만났어요. 리듬파워형들이나 센스형, 벅와일즈 동생들 정도? 원래 친했던 사람들은 만났지만 비즈니스적인 만남은 안 했죠. 휴가라는 게 길지 안잖아요. 거기서 뭘 할 수가 없어요. 그냥 재미있는 것만 찾아다니고, 파티 있으면 놀러 가고 이런 형태로 놀기만 했어요. 전역하고 미래를 그리려 하지도 않았어요. 전역을 하면 그냥 취업을 하려고 했어요. 학교가 1년 남았으니 빨리 졸업하고, CJ 같은 문화 계통 기업에 취직을 하려고 했죠. 그리고 2012년 8월 8일에 전역을 했어요. 그리고 칼복학 하려고 8월 중순에 서울에 올라왔는데 딱 올라온 날 펌킨(DJ PUMKIN)형에게 전화가 왔어요. 사실 펌킨형 같은 경우 입대 전 같이 놀던 형이었지만, 군대에 있을 때는 한 번도 연락이 없었거든요.(웃음) 전화 와서 뭐하냐고, 웨건(DJ WEGUN)이랑 같이 밥 먹자고 해서 만나러 나갔죠. 그리고 그때 펌킨 형이 백엔포스 일을 함께하자고 했어요. 군 시절 때 힙플에 한 번씩 들어가서 뉴스소식은 접하고 있었기에 백엔포스에 대한 간단한 사항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저는 파티 날 하루 스텝으로 도와 달라는 건 줄 알고 알겠다고 했죠. 근데 계속 멤버로 함께 하자는 이야기였어요. 제가 전역을 했을 때 백엔포스는 1년 차에 접어들 때였는데 그동안 펌킨형과 웨건형이 일적인 부분을 선두에 서서 많은 일을 진행했더라구요. 그런데 두 사람다 아티스트이다 보니 일에 집중하는 게 힘든 부분이 많았던 거죠. 본인들 음악 틀어야 될 것도 신경 써야 되고, 사무적인 일도 신경 써야 되니 버거웠던 거죠. 그래서 전문적으로 일을 할 친구가 필요했었는데 마침 제가 전역을 한 거에요. 제가 제이투에 있을 때 국제영화제 파티나 워커힐 파티 같은 거를 맡아 진행을 해서 파티 부분을 잘 알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사업자등록증이 있긴 하지만 백엔포스는 레이블 같은 사업체도 아니고, 시작 취지도 재미난 걸 하자가 크기 때문에 제가 백앤포스를 하면서 씬에 다시 들어와야지 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냥 재미난 우리 파티 정도로 생각했어요. 제가 이쪽 일을 다시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된 건 화나형 ' FANAttitude' 앨범을 같이 만들어가면서부터에요. 제가 전역을 하고 학교를 복학했는데 마침 화나형도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화나형도 마지막 학기이고, 저도 마지막 학년이고 복학생이다 보니 아는 사람도 없고 자연스럽게 둘이 계속 만나서 놀 수밖에 없게 되었죠, 집도 가까웠고. 제가 군대 가기 전에는 화나 형과 엄청 친하진 않았거든요. 또 화나형은 웨건형이랑 프레쉬에비뉴(Fresh Avenue)도하고 있고, 웨건형은 저랑 백엔포스를 하고 있고 그전부터 많이 친했고 프레쉬에비뉴와 함께 놀다 보니 자연스레 부바형과도 친해지고, 비다로까(Vida Loca)와도 친해지고 아티스트들과 인간적인 정을 다시 쌓게 되었죠. 화나형과 자연스럽게 음악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앨범 이야기가 나왔고 씬에서 뭔가 다시 해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힙 : 화나 씨 앨범 이야기는 뒤에서 한 번 더 나누도록 하고, 안 좋은 일 때문에 일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다시 이 일을 시작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을 텐데 그런 걱정은 없었나요? 똘 : 당연히 있었죠. 하지만 백엔포스, 프레쉬에비뉴는 저에게 좀 달랐어요. 과거 제이투에 있을 때는 내가 필요해서 일을 한다기보단 일을 시키기 위해서 제가 있는 느낌이 컸어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어도 상관없는 일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가장 믿었던 형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인간적인 존중을 받는 거에 대한 회의감이 많았는데 백엔포스나 프레쉬에비뉴 에선 제가 존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펌킨형이 저한테 먼저 연락 와서 함께 하자고 해줬던 것도 그렇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응원을 해주니깐 저도 마음을 다해서 일을 할 수가 있는 거죠. 그런 부분이 좀 입장이 다른 거 같아요. 펌킨형도 웨건형도 디제이잖아요.플레이어들은 무대에서 서포트라잇과 주목을 많이 받지만 디제이들은 뒤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포지션 이에요. 그래서 MC들도 항상 자기와 함께하는 DJ를 shotout 하고 그런 존중이 중요하고, 디제이와 저는 서로 다른 포지션이지만 뒤에서 지킨다는 입장이란 게 마음 안에서도 공유가 된 거 같고 그게 서로의 리스펙으로도 이어주게 한 거 같아요. 이 사람들과는 함께 해볼 수 있겠구나 이걸 확실히 느꼈죠. 힙 : 그렇게 백엔포스 멤버로 합류를 했어요. 백엔포스가 단순하게 파티 이름이 아니잖아요. 그 백엔포스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면. 똘 : 백엔포스는 우선 저를 포함해 현재 8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어요. 디제이가 4명 DJ 손, DJ 펌킨, DJ 웨건, 프라이머리(Primary) 그리고 포토그래퍼 부바(Booba), 브이제이 하자드(VJ Hazard), 호스트엠씨 염따(Yumdda), A&R을 담당하는 저까지 8명의 멤버로 움직이고 있고, 단순히 파티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집단은 아니에요. 시작은 디제이 4명이 중심이 되어서 움직였고 힙합과 서브컬쳐,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브랜딩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요. 360사운드가 그런 움직임을 먼저 시작했지만 더 뚜렷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요. 그러한 부분에서 백앤포스는 좀 더 길게 보고 움직이는 게 많아요. 파티도 그런 무브먼트 중 하나이고, 올해엔 파티뿐만 아니라 많은 걸 기획하고 있어요. 부바형 전시회도 기획하고 있고 머천다이징 사업도 준비하고 있고요. 백앤포스에서 뺄 수 없는 건 DJ에요. DJ 문화의 교두보적인 역할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디제이라는 포지션은 힙합 안에서 제일 존중 받아야 하는 포지션이고 컬쳐이며, 중요한 뿌리인데 이런 인식이 사람들은 많이 없어요. 또 지금은 장비들이 많이 발달하다 보니 텐테이블 쓰는 디제이들도 많이 없어지고, 턴테이블리즘 이란 것이 사라져 가고 있어요. 백앤포스 디제이들은 텐테이블리즘이 기반된 디제이에요. 그래서 오리지널리티를 중요시하고 이런 움직임을 통해 디제이를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모으거나 이 오리지널리티한 움직임에 관심과 인식을 갖게 만들어서 좀 더 멋진 그림을 그려보자는 게 백엔포스를 하는 큰 의미죠. 힙 : 그 말씀 해 주신대로 그 뭐 정말 힙합적인 바이브를 갖고 있어서 성공한 부분도 있고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똘배씨가 돌아오면서 더 잘되기 시작했어요 똘 : 네 좀 많이 달렸어요 (웃음) 힙 : 현재 공연 시장을 보면 주요 소비층이 10대 중후반 층이 많잖아요. 파티인 경우 그 소비층을 포기를 해야 되는데, 계속해서 성공적인 파티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똘 : 우선 시대가 변한거 같아요. 제이투 있을 때도 파티는 많이 했어요. 하지만 현재 백앤포스가 만드는 느낌의 힙합파티는 아니었고 일렉파티도 꽤 있었고, 파티는 힙합씬, 언더그라운드란 곳과는 조금 떨어진 느낌이 항상 있었죠. 당시에 힙합파티는 무브먼트 형들같이 메이져 뮤지션이 꼭 껴있다던가 진행 방식이 행사의 개념이 컸어요. 이게 하나의 힙합파티라는 느낌보다는 기업행사, 기업프로모션 느낌이 강했던 파티가 많았죠. 백앤포스에 그런 바이브는 존재하지 않아요. 전역 후 제가 백엔포스를 해보니 힙합문화, 언더그라운드 씬의 20대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 졌어요. 아니 원래 있던 건데 가시적으로 드러난 거죠. 물론 아직도 10대가 제일 많아요. 이런 이야기는 저 21살 때부터 하던 이야기에요. 10대 때는 힙합 듣다가 20대가 되면 안 듣는다. 제가 지금 올해 28인데 21살부터면 7년째 잖아요 그때 공연장에 오던 중, 고등학생들이 현재 공연장엔 잘 안 온단 말이에요. 그들도 현재 20대 일 텐데. 예전에는 20대가 돼서 공연장에 오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힙합음악도 등한시하게 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달라진 게 친구들이 공연장에는 오지 않지만 파티에는 오더라고요. 파티의 형태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20대 힙합 팬들도 놀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준 계기가 된 거 같아요. 옛날을 생각해보면 10대 때는 공연장을 올 수 있지만 20대가 되어서도 공연장에 온다는 게 뭔가 20대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느낌도 들고 그러니까 20대 친구들이 성인으로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없었던 건데 파티라는 게 자리 잡아가면서 동조가 된 거 같아요. 드러나지 않았던 20대 팬들이 표출 된 거죠. 생각해보면 저도 고등학교 때 같이 힙합 듣던 친구들 그때 당시에 소울컴퍼니 좋아하던 제 또래 팬들이 있거든요 걔네들이 백앤포스는 놀러 올 수 있게 된거죠. 그전에도 아프로킹이나 삼육공사운즈 형들이 파티를 많이 열고 했지만 이젠 좀 더 씬 안으로 들어와 있는 20대 소비자들에게 더 열려있는 컨텐츠 형태를 많이 만든 거 같아요. 또 힙합음악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대중화가 된 것도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해요. 이 부분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느끼고 있잖아요. 음원 차트 상위에 힙합 장르의 음악이 있고, 이 음악에 대해서는 뒤에 더 이야기하고. 전역하면서 놀란 건 빈지노(Beenzino)나 자이언티(Zion.T) 같은 아티스트가 생겼다는 거에요. 이전에는 없던 입지이거든요 이 정도 파급력과 이런 효과를 내면서 교두보가 되는 아티스트는 없었어요. 전역하고 제일 놀랬던 거는 성빈이(빈지노)와 해솔이(자이언티)가 너무 떳다.(웃음) 휴가나와서 만났을 때는 인식을 못 했어요. 전역하고 보니 엄청난 인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예전을 생각해보면 피앤큐(P&Q)가 핫했을 때 소울컴퍼니도 파티를 만들었다가 안 하게 된 게 사람들이 안 와서 에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죠. 하이라이트 같은 경우도 자신들만의 파티를 20대 팬들을 위해 꾸준히 하잖아요. 시장이 변한 건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물론 아직 많이 멀었지만요. 힙 : 앞서도 살짝 말해주셨는데요, 백앤포스의 계획 다시 말해 주신다면. 똘 : 가장 가까운 거는 저희가 부바형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고, 그다음에는 저희 엠디 상품들이 나올 거에요. 또 계속해서 파티들을 준비할 예정이에요. 사실 멤버 각자 너무 바바서 하고 싶은 거는 많은데 못 하고 있어요. 그래도 똑같은 형태 말고 좀 더 재미있고 문화를 담을 수 있는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어요. 힙 : 알겠습니다. 그러면 똘배씨의 또 하나의 크루 벅와일즈(BUCKWILDS)에 대해서 얘기해볼게요. 벅와일즈 소속 뮤지션 인터뷰때 마다 벅와일즈 합류 계기를 물으면 제이통(JTONG)의 강요였는데.(웃음) 똘배 씨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요? 똘 : 네. 저도 제이통의 강요로.(웃음) 강요라기보다는 제이통이라는 사람에 끌려 들어가게 되었죠.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벅와일즈는 제이통이 리더이고 제이통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크루에요. 저를 포함해서 화나형, 웨건형, 기린형 등 최근에는 나이가 있는 사람도 들어 왔지만 그전까지는 대부분 제이통 동생들이었고, 제이통이 하자고 해서 한 거였죠. 벅와일즈 자체도 제이통이 고등학교 때부터 하던 거에요. 제이통 고등학교 친구였던 멤버도 있고, 아닌 친구도 있고 회사원도 있고 저희가 모르는 벅와일즈 출신들이 있어요.(웃음) 역사를 파고들면 어렵고 씬에 인지가 되고 자리를 잡은 거는 지금 벅와일즈 친구들 대부분 두메인(DO’Main) 친구들인데, 그 친구들과 제이통이 움직임을 같이 해서 씬에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막 전역을 했을 때 제이통의 '모히칸과 맨발'이 막 나왔어요. 거기 타이틀곡인 '사직동찬가'를 처음 듣고 낯간지럽지만 제이통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부산사람으로서 니가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부산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을 만들어줘서 참 고맙다 이런 식의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은 없었죠.(웃음) 그리고 2012년 연말에 백엔포스 젠틀 파티를 했는데 그때 아이케이(illest konfusion) 사람들과 함께 제이통이 놀러 왔어요. 저는 일하고 있는데 제이통이 술을 먹고 저한테 오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형 저는 옛날부터 형이 졸라 멋있다 생각합니다.'그래서 제가 뭐가 멋있냐고 물으니 ‘그거는 부끄러워서 말 못하겠다.(웃음) 그냥 형 멋있다 좋다 같이 벅와일즈하자’이러는 거에요. 처음에는 그냥 장난처럼 느꼈기 때문에 거절을 했어요. 별생각도 안 했고. 벅와일즈는 그냥 동생들 모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다음 만나면 항상 '형 같이 하죠' 하고 계속 이야기 했어요. 그러다 싸타쇼(SouthTown Show) 부산행이라는 공연을 전 놀러 가는 맘으로 갔는데 공연에 정리가 안 돼 있는 거에요. 진행할 줄 아는 애들도 없고 그러다 이 친구들에게 내가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행을 준비하면서 관장약 협찬 진행도 하면서 벅와일즈가 되었죠. 전 처음에 제이통이 저한테 벅와일즈를 하자 했을 때 벅와일즈를 비즈니스적으로 풀어가고 싶구나라 생각했어요. 저라는 포지션이 뮤지션은 아니고 일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고민도 하고 했던 건데 나중에 보니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벅와일즈는 그냥 카톡 단체방에 초대되면 벅와일즈에요.(웃음) 제이통이 단체방에 초대하고 '벅와찡'하면 그냥 벅와일즈가 되거든요. 그냥 제이통은 제가 좋아서,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들이 그냥 좋아서 우리 끼리 재미있게 하자 그랬던 거지 이걸 사업적으로 상업적인 전략을 짜고 그런 부분은 없었어요. 처음에 제가 잘 못 생각 했던 거죠. 벅와일즈는 그냥 벅와일즈에요.(웃음) 음악으로 비즈니스를 하기보다는 서로 경쟁을 하죠. 힙 : 벅와일즈에는 일명 비뮤지션이 똘배 씨 혼자가 아니죠? 똘 : 지금 카톡방에 27명이 있는데 그중에는 제작 A&R 하는 저도 있고, 포토그래퍼인 부바형도 있고, '모히칸과 맨발' 사진 다 찍었던 원혁이라는 친구도 있고, 타투이스트이면서 음악도 하는 화로, 원혁이랑 같이 부산에서 일하는 동현이, 영상팀 굿즈(9oods)의 삼이라는 친구 등 비뮤지션과 아직 결과물이 안 나온 친구들도 많아요. 또한, 벅와일즈 합류 경로가 다양해요. 화나형 같은 경우는 제가 하자고 해서 한 것도 있고, 기리보이(Giriboy)도 제이통이 하자고 해서 했고 오성이란 친구는 금연에 성공했다고 멤버가 되었어요.(웃음) 그냥 제이통이 하자고 하면 하는 거에요. 그래서 순수성을 계속 갖고 있는 거고, 들어오는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이질감이 없는 거죠. 제이통 중심으로 돌아가고, 다른 친구들도 제이통이 리더라는 걸 확실히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또 제이통은 그 안에서 본인이 음악적으로 절대 흐틀림 없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해요. 멤버들도 제이통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다 하는 거죠. 힙 :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벅와일즈는 단순 크루이고, 상업적인 성격은 띄지 않는다 했는데. 제작자인 똘배씨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있는 좋은 컨텐츠의 입장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은 없나요? 똘 : 제가 벅와일즈 합류한다고 했을 때 벅와일즈 멤버를 데리고 레이블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몇 분 있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멤버들의 비즈니스 니즈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아니지 마음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어요. 사실 돈 백 원만 오고 가도 비즈니스잖아요. 저희가 힙플쇼 할 때도 벅와일즈로 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가운데서 어느 정도 역할을 했던 게 있는데 이 부분도 올해 들어서는 최소화 하기로 정리를 했어요. 제 역할에는 비즈니스적인 움직임이 끼는 경우가 많은데 소속사가 있는 친구들은 특별히 관여할 게 없고 문제는 소속사가 없는 친구들이 케어를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생기는 비즈니스 부분들을 제가 도움을 주는 부분이 있었어요. 또 개별이 아닌 단체로 비즈니스가 생기는 문제도 있어요. 일부 공연기획사 및 업자들이 힙합에서의 크루라는 개념을 이해나 리스펙 없이 힙합 애들은 한데 묶으면 싸구나 라는 생각으로 퉁치고 들어 오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제가 소속사 있는 친구들과 없는 친구들 서로 이야기하고 조율하면서 또 진행되면 움직이는 형태로 가는 부분들에 제 역할이 있었죠. 또 벅와일즈끼리 진행되는 비즈니스들이 몇 개 있어요. 예를 들어 싸타쇼도 그렇게 볼 수 있고 저희끼리 노는 파티 같은 거 몇 가지. 그런 것들은 제이통이 중심이 되고 결정을 하는 거에요. 저도 제이통이 주는 페이로 일을 했고 벅와일즈에 대해 결정은 제이통이 가지고 있어요. 힙 : 벅와일즈 크루로서 또는 소속 아티스트의 계획이나 근황이 궁금하네요. 똘 : 우선 제이통은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도 싸타쇼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멈춘 이유가 제이통이 본인 앨범을 내고 하자고 해서 지금은 멈춰있죠. 아까 말한 것처럼 벅와일즈의 리더는 제이통이고 벅와일즈 자체 컨텐츠라 볼 수 있는 건 제이통의 의견을 따라요. 그리고 어글리덕, 테이크원(Take One) 등 다른 멤버들 역시 앨범 준비를 하고 있어요. 올해 들어 각자의 둥지를 튼 아티스트들도 많이 있고, 비뮤지션인 경우에는 우선 저는 스톤쉽이라는 회사를 준비하고 있고, 부바형은 백앤포스 및 개인 전시회 준비와 함께 포토그래퍼로서 좀 더 브랜딩을 하는 작업이 있어요. 벅와일즈 내 뮤지션들은 동료지만 음악적으로는 서로 경쟁자에요. 서로 자신들의 음악을 잘 공개하지 않아요. 필요할 때는 서로 돕고 피처링 부탁하면 도와주고 이런 부분은 자유롭지만, 각자의 음반이 나올 때 까지는 경쟁의식이 있는것 같아요. 저는 뮤지션이 아니다 보니 뮤지션들끼리의 경쟁구도가 보이고, 느껴지거든요.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멤버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죠. 벅와일즈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부끄러운 결과물을 내고 싶지 않다’라는 게 있어요. 그런 거를 내면 채팅방에서 엄첨 놀리거든요 (웃음) 그런 부분들이 서로 촉각을 세우고, 좋은 쪽으로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힙 : A&R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A&R의 사전적 의미는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 아티스트의 발굴이나 계약, 육성 및 제작을 담당이라고 나와 있어요. 이 부분을 좀 더 쉽게 설명을 해 주신다면. 똘 : A&R이라는 말 자체는 그냥 하나의 부서 이름이에요. 기획사 또는 레이블의 부서 이름이고 한국식으로 변형하면 한국 기획사에서 주로 쓰는 이름으로 신인개발팀이라는 부서로도 많이 쓰고 마케팅 전략팀이라는 형태로 많이 쓰고 있어요. 말한 대로 하나의 부서일 뿐이지만, 해외에서는 A&R이란 포지셔닝 자체를 직종으로 많이들 인식하고 있어요. A&R, 디렉터 또는 크레이티브 디렉터란 이름으로 아티스트의 음악을 가지고 2차 3차 컨텐츠를 개발하고, 그 컨텐츠를 종이컵에 담을지 머그컵에 담을지 등 담길 그릇을 정하고, 이거를 여름에 낼지 겨울에 낼지 등 여러 전략을 짜는 부서에요. 시작은 부서 이름이에요. 그게 A&R입니다. 힙 : 앨범 제작에 전방위적인 일을 하는군요. 똘 : 네 그렇죠. 발매 전까지 앞서 말한 모든 부분을 총괄을 해야 해요. 예를 들어 어떤 아티스트가 5월 1일 앨범을 발매한다면, 발매 전까지 앨범 타이틀곡 지정부터, 프로모션 계획 이후 쇼케이스 플랜까지 다 결정하는 역할과 부서가 A&R이죠. 힙 : 이제는 똘배 씨가 SNS 통해 남긴 내용을 토대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게요. 학교 후배 중 한 명이 전형적인 음악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사기꾼들 만나는 케이스였다. 이런 친구들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건 이 씬, 이 산업에 전문적 제작, A&R집단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제가 이뤄낼 거, 나아갈 거, 보여줄 거, 모두 기대해 주세요 힙 : 'A&R 집단이 많아져야 한다.' 이미 근 10년 이상 힙합씬에서 아티스트가 데뷔를 하고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해왔는데 전문적인 A&R 집단이 없었다고 생각하나요? 똘 : 네. 일단 힙합이란 장르를 A&R 하는 것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한국에서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성장형 형태가 아니라 양성형 형태로 흘러 왔거든요. 아이돌의 경우도 회사에서 누군가를 키워낸다. 길러냈다라는 개념이 크게 박혀있잖아요. 공정 거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표준 전속계약서만 봐도 기획사가 계약자를 독립적 자아가 있는 아티스트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길러내야 하는 상품처럼 인식을 하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힙합은 한국 엔테인먼트 산업과는 맞지 않는 형대로 움직였죠. 힙합에서는 뮤지션 스스로가 음악을 생산해 내고 자신의 컨셉이나 색깔을 본인이 결정하는 게 크잖아요. 그래서 A&R이라는요소 자체가 아티스트 중심적으로 이뤄졌던 게 많이 있어요. 그러니 특별한 A&R 없이 시장에서 풀어가는 데의 한계와 그다음 자본적인 부분에서의 한계가 생겼죠. 또 일반적으로 매니지먼트사라고 하는 일반 기획사에서 A&R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아티스트와의 호흡이나 소통,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없어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 건데 아티스트의 바이브를 이해 하고 있는 그런 게 없는 거죠. 그리고 일단 힙합 음악에 대한 바이브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요. 자신의 아티스트와 어떤 일을 콜라보 할 수 있다 라는 존중이 안 되어 있어요. 당연한 게 이 친구들도 그냥 취업준비생이었다가 취업을 한 케이스가 대부분 일 거고 생각해 보면 힙합은 씬의 생리라는 게 있잖아요. 대부분 이 판, 이 문화권은 뮤지션, 아티스트가 독자적으로 일궈낸 게 많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해도나 존중이 없이 서로를 견제하게 되고, 일들이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그런 걸 보면서 전문적인 A&R 집단이 없다고 느꼈고, 지금도 없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포지션의 사람이 정말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SNS 통해서 말한 이야기는 힙합뿐아니라 이 엔터테인인먼트 산업 자체에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된다고 해서 쓴 이야기에요. 기획자가 문화를 상업적으로도 생각 해야겠지만 그것보다 우선 그 문화적 뿌리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성장형이 아닌 양성형 시스템이다 보니 뭐도 모르고 ‘내가 키워줄게’ 형태가 된 거죠. A&R은 프리매니지먼트에요(pre-management). 제작이 되기 전까지 형태고, 제작 후에는 PR 매니져들이 프로모션을 맡아 담당하는데, 지금 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산업 구조와 시장을 만들고 움직이는 게 주로 PR 매니져 출신들이 많아요. PR 매니저들이 이 문화가 좋아서 또는 이 음악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시작한 사람들이 많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속된 말로 양아치들이 너무 많아요. 사기꾼도 많고. 자신이 어느 정도 힘을 가졌을 때 그걸 이용해서 사기를 많이 치는 거죠. 이 산업이 단가가 없잖아요. 피쳐링을 예로 누가 부탁했을 때 무료가 될 수도 있고, 누가 부탁하면 천만 원이 될 수도 있잖아요. 이런 작은 부분들부터 사기 치는 경우가 많이 있고, 음악을 처음 시작하거나 이 산업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은 누구 말이 진실이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힘들잖아요. 저는 이제 조금 알 수 있죠. 이 사람이 말하는 능력의 실체가 진짜인지 아닌지 전체적 흐름은 읽을 수 있죠. 말씀하신 대로 지난 10년 동안 힙합씬에서 많은 앨범이 나왔고 제작자 형태로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몇 있고 제가 아는 형들도 몇 있는데 그 사람들 중 끝까지 남아서 씬을 키워가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현실이죠. 그런 부분은 아티스트들과의 충돌 때문일 수도 있고 저는 개인적으로 성과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전에도 말했었지만 이 게임에 저 같은 포지셔닝의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존중받아야 되며 증명 해야 된다 생각합니다. Hiphop, Blackmusic, Sub culture 전문 Agency를 구성하는 게 앞으로 제 목표입니다 힙 : 많은 사람들이 합힙이 커졌다고 말하는데 왜 똘배 씨 같은 포지셔닝의 위치가 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말씀해 주신 존중받고, 증명해야 된다는 말은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똘 : 씬이 커진 만큼 산업 종사자에 관한 수요는 많이 생겼어요. 이유는 이 힙합뿐만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가 케이팝, 한류 열풍으로 시장이 커졌고, 그와 연계되어 공연 기획학과, 매니지먼트학과 등 관련 학교도 많이 생겼어요. 2년제 전문대부터 학사를 인정해 주는 학교까지 많이 생겼어요. 최근 어느 명문대학교에도 유사 학과가 생겼어요. 문제는 구조적인 형태로 수요는 늘어났는데, 이 수요를 채워 줄 양질의 엑기스 컨텐츠를 공급할 사람이 부족 하단 거에요. 공연기획학과 친구들이 졸업을 앞두고 만든 공연 기획서를 받아 봤는데 너무 터무니가 없었어요. 또 학과의 교수진들도 대부분 뮤지컬이나 콘서트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맡아서 하는 사람들인 거에요. 그런 일은 기획이 아닌 정말 엔지니어적인 일이거든요. 숙련과 연습으로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계속 이렇게 되면 이 산업 자체도 오래 못 간다 생각해요. 컨텐츠 산업이라는 게 단순 사무직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감’이라는 걸 익혀야 되는데, 이 ‘감’이라는건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연구가 필요한 거고, 본인 만의 색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기획자, 제작자들도 아티스트적인 태도를 지녀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 스스로 아티스트란 인식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해외에서는 비즈니스도 하나의 아트의 영역으로 인정을 해주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즈니스라하면 뭔가 구리고, 썩은 물 느낌을 주고 창의적 예술가들을 지원해 주는 느낌이 들지 않죠. 나라나 기업들이 지원을 해주지도 않고, 그러니깐 기업형태를 가지고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추구하는 건 구린 형태의 커머셜한 컨텐츠다 라는 생각이 들고 그런 부분에서 아티스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당연히 존중이 없고 이해가 없다는 생각을 하죠. 반대로 일하는 사람들도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고, 아티스트들과 충돌만 일어나니까 '힙합 하는 애들은 너무 빡세다 모두 지들 맘대로다.'라는 말을 해요. 저도 이런 말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서로 존중심이 없어 그런 거죠. 그런데 해외에서도 힙합씬은 유독 그래요. 저스틴비버나 케이트페리 등 일반적 팝 가수의 경우는 유니버셜이면 유니버셜, 소니면 소니 하나의 퍼블리싱 회사와 단독적으로 계약이 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힙합 아티스트들은 자기 레이블도 따로 있고, 퍼블리싱 회사도 따로 있고, 매니지먼트 회사도 따로 있고. SNS 시대가 되면서, 해외 아티스트들 뿐만 아니라 제작사, 제작자나 프로모터들의 소식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데요. 다른 팝가수들과 달리 힙합아티스트와 비즈니스를 풀어가는 게 쉽지 않아요. 보면 시장규모만 다르지 한국과 비슷한 것 같아요. 결국 제작자와 아티스트 사이에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걸 얼마나 최소화하고 서로 얼마나 존중을 갖고 일을 하느냐에 중심을 두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씬에 대해서 일을 해오며 시작한 사람이 없고, 지금 이쪽으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그런 인식조차 없이 들어오니 문제가 되는 거죠. 힙 : 저는 글을 보고 '내 위치를 존중해 달라'라는 느낌을 많이 느꼈어요. 전부 다 그러지는 않지만 일부 뮤지션 및 종사자들은 똘배 씨 같은 포지셔닝의 사람은 단순히 일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똘 : 말씀하신 대로 뮤지션들도 다 제각각이에요. 그래서 저랑 맞지 않는 뮤지션도 있을 거고 저랑 잘 맞는 뮤지션도 있을 거예요. 제가 화나형 ‘FANAtittude’앨범 A&R을 하면서 정말 재미를 느꼈어요. 화나형과 앨범 제작 목표는 ‘서로 재미를 배우자’ 가 제일 컸는데 그래서 그런지 서로 의견이 충분히 수용되고, 존중이 되면서 아이디어가 보태졌어요. 그러면서 갈등은 최소화하고. 보통 이곳에 들어왔던 사람들 태도 자체가 내가 너희들을 끌어줄께의 형태의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부정적인 부분을 느낀 뮤지션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러니 저보다 형들인 뮤지션의 경우 자신이 어느 정도 입지가 되고, 힘이 생겼을 때 그간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표현 되는 거죠. 우리 것을 뺏긴다는 인식이 너무 강한 거에요. 저는 지난 컨트롤 사건도 그런 이유가 있다고 봐요. 컨트롤사건이 개인별 디스로도 볼 수 있지만, 저는 시스템의 문제가 만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비즈니스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본인들도 아티스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를 아티스트로서 존중하는 형태가 되었으면, 이렇게 많은 갈등이 생기진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부분이 아직 잡혀있지 않으니깐, 문화 자체에 대한 존중이나 인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으니깐 그런 의미에서 컨트롤 사건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힙합플레이야 보면 김용준 대표님같은 경우 오랫동안 씬을 뮤지션이 아닌 포지션에서 이끌어왔던 분이잖아요. 이렇게 오래 있을 수 있는 자체가 힙합 씬과 문화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씬에 들어와서 뭔가를 제작하고 기획하러 온 사람들 중에서 이런 마음을 갖고 오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고. 요즘 메이져 기획사에서 힙합씬에 손을 내밀고 있잖아요. 그 이유는 단순해요. 첫째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 두 번째는 자생하여 만들어진 씬의 팬덤이 있는데. 이 부분을 쉽게 가져가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뒤에 쇼미더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하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산업은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보단 아티스트를 이용해 먹으려는 형태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안 없는 비판은 무의미하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이 움직임이 이 바닥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작은 힘과 대안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스톤쉽 #STONESHIP 힙 : 이야기가 좀 심오해지네요. 그럼 더 심오하게 가보겠습니다.(웃음) SNS 통해서 여러 생각을 토해냈고, 스톤쉽에 대한 첫 번째 언급을 했어요. 아까 말씀해주신 대로 화나 씨 앨범 제작이 스톤쉽의 첫 발걸음이었나요? 똘 : 네 그렇죠. 일단 화나형 앨범 이야기를 하자면 저희 두 사람에게 'FANAttitude'의 목적은 재미와 배움이었어요. 화나형도 4년 만에 정규 앨범이었고, 저도 군대를 갔다 와서 처음 제작에 참여하는 앨범이었고 앨범 제작에 관한 총괄은 화나형이 다했고, 저는 A&R라는 품목으로서 에이전시 형태로 제작 과정에 참여를 하게 되었죠. 앞서 말한 제작 목적 중 하나가 배움인 이유는 무엇을 진행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는지, 어떤 피드백이 나는지 모르니깐 해볼 거 다 해봤거든요. 소위 메이져 기획사란 곳에서 하는 뻔한 전략들도 써보고, 우리끼리만 재미있을 수 있는 것도 해보고, 그걸 통해서 저와 화나형은 재미를 느끼고 많이 배웠어요. 그러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뭔가 구분화된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스톤쉽이라는 회사를 만들게 되었죠. 스톤쉽이라는 이름 자체는 사실 그냥 저에요. 똘배, 돌배니깐 '스톤+쉽' 이거든요.(웃음) 여기에 뜻을 붙이자면, 스톤(Stone)이라는 말이 돌, 바위 튼튼한 바이브에 슬랭으로 큰돈, 목돈 안 움직이는 큰돈을 의미하고, 딥한 것도 스톤이라고 표현하죠. 거기에 쉽(Ship)은 파트너쉽, 관계(relationship)를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저와 관계를 맺으면 돈을 벌고 딥해질 수 있다 라는 의미이죠. 스톤쉽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톤쉽’ 이란 것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식 되는 거에요. 제가 레이블도 해봤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도 일을 해봤는데 일단 이 레이블, 엔터테인먼트 이런 네이밍에 거부감이 너무 컸었어요. 뭔가 레이블이라고 했을 때 한계도 있고 엔터테인먼트라고 했을 때도 한계가 있는 거에요. 이것들이 아닌 대안을 찾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어쨌든 어떻게 이름과 그 시스템을 인식하느냐가 중요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일단 제일 처음 생각한 건 에이전시라는 형태였고 그래서 ‘스톤쉽 에이전시’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하려고 했는데 에이전시도 하나의 사업영역으로 뺀 이유는 스톤쉽 자체가 힙합, 흑인음악을 하는 뮤지션, 아티스트들에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식이 되길 바래서 에요. 그래서 스톤쉽이라고 지었고 스톤쉽이라는 회사는 그 형태로 가고 모든 사업영역들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다 구별화시켜놨어요. 홈페이지가 나오면 아시겠지만 에이전시 영역이 있고 메니지먼트 영역이 있고 프로덕션 영역이 있고 A&R 영역이 있고 각자 영역들을 구분해서 아티스트들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일을 진행하고 아티스트들에게 필요한 만큼 필요한 효과들만 주는 개념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진행하죠. 어떤 아티스들은 자신의 색이나 음악이나 구도 등 여러 요소가 완성되어있고 뭔가 프로모션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냥 그 프로모션만 해주면 돼요. 또 어떤 아티스트는 랩은 잘하고 하는데 하나의 앨범으로 구성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하면은 그런 부분에서는 제가 힘을 같이 보태기도 하구요. 사실 이런 부분은 뮤지션이 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아 똘배 감이 있다’라는게 인정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서 A&R 영역까지 같이 믿음을 주면서 하는 거죠. 제가 이 일을 하고 씬에 있으면서 겪었던 비즈니스적인 요소들을 세분화해서 진행을 하고 그런 케이스 바이 케이스 진행이 되는 아티스트들하고만 스톤쉽을 하는 거에요. 1차적으로 그래서 스톤쉽이랑 함께하는 아티스트들. 또 스톤쉽을 할 아티스트들은 뮤지션으로서의 자아가 부족한 친구들은 할 수가 없어요. 스톤쉽은 하나의 세분화 시스템이라 기본적으로 본인이 힙합 뮤지션으로서 아티스트라는 인식이 뚜렷하고 인디펜던트성이 강해야 할 수 있어요. 저 또한 원하는 태도기도 하고 그러니까 하루빨리 뭔가 연예인이 되고 싶고 뜨고 싶어 하는 그런 친구들하고는 일 할 마음도 없고 그런 친구들한테 제가 당장에 충족시킬 수 있는 것도 없어요. 힙 : 네 말씀해주신 대로 어떻게 보면 기존에 있어 왔지만 표면화 된 첫 번째 움직임인 것 같아요. 스톤쉽에 대해서 처음으로 언급된 게 우탄씨 인터뷰였거든요. 그래서 질문 드려볼게요. 스톤쉽이 참여하는 일을 우탄씨 앨범을 예로 들어 설명해 준다면. 똘 : 처음 표면화가 된 걸 치면 우탄의 주레카 앨범인데, 사실 화나형 앨범이 A&R적으로 더 많은 업무를 했어요. 우탄이 앨범은 비스메이져가 비스메이져 컴퍼니(이하 VMC)로 레이블화 되면서 나온 첫 앨범이에요. 레이블의 입지와 공식화를 위해 또 저도 스톤쉽의 구성을 위해서 우탄이 앨범이 빨리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제작 비용이나 A&R적 사무, 유통 프로모션, 세월호 사건 때문에 진행되지 못한 쇼케이스 등 일부 제가 일을 진행했지만 컨텐츠에 관해서는 크게 개입한 부분은 없어요. 당시 저 말고 우탄이 앨범을 도와준다고 여러 사람이 개입되어 있어서 제 독립적인 일로 무언가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안 들었고, 그래서 저한테는 좀 아쉬운 앨범이에요. 아마 우탄이 입장에서도 그런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해요. 저는 주레카 앨범을 진행했다기보단 VMC 창립을 위해 제가 서포트를 했고 연장선으로 우탄이 앨범에 참여했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앞으로 스톤쉽과 함께 하는 비즈니스 형태의 그림을 보여준 느낌이고 앨범이에요. 화나형 앨범 같은 경우는 제가 컨버스와 콜라보를 만들어 낸 것도 있고, 아트디렉팅 연결이나 앨범 이후 TUJL 진행 등 제가 계속 A&R을 해왔어요. 스톤쉽의 업무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합니다. 힙 : 네. 직접적으로 말하면, 가지고 있는 인맥, 지식, 노하우를 가지고 레이블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 냈어요. 이유가 있나요? 똘 : 말씀드렸다시피 제 스스로 레이블, 엔터테인먼트란 이름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컸어요. 제일 처음 생각했던 게 에이전시라는 형태였고, 그래서 스톤쉽이 에이전시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준비하다 보니 에이전시 역시 하나의 영역으로 빼고 스톤쉽 자체를 힙합이나 흑인음악을 준비하는 뮤지션들에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식이 되길 바라는 거죠. 스톤쉽은 모든 사업영역들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다 구별화시켜놨어요. 에이전시, 메니지먼트, 프로덕션, A&R 등 각 영역이 있고, 아티스트들이 필요한 영역만큼 담당을 해서 필요한 효과를 만들어주는 거죠. 예를 들어 어떤 아티스트는 자신의 음악색이나, 캐릭터가 완성되어 있고 프로모션만 필요하다면 제가 프로모션만 해주면 돼요. 아니면 랩은 잘하는데 이걸 하나의 앨범으로 구성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하면 제가 제작 부분에 힘을 보태 앨범을 만들 수 있고요. 하지만 이런 부분 모두 저를 신뢰해야 할 수 있는 거죠. 두 번째로는 레이블이라는 시스템의 한계를 느꼈어요. 우선 올해 스톤쉽과 계약한 아티스트 17팀 정도 돼요. 예를 들면 제가 싸이코반형 앨범을 제작하고, 상구형(딥플로우) 앨범을 제작해요. 그런데 두 앨범과 아티스트가 같은 레이블이다 라는 게 그림이 안 맞잖아요. 저는 정말 여러색의 뮤지션을 좋아해요. 그래서 싸이코반형 앨범도 재미있게 제작하고 싶고, 상구형 앨범도 멋있게 제작하고 싶어요. 근데 이 두 사람이 같은 레이블에 나온다면, 이상할 것 같아요. 저는 힙합 레이블은 색이 뚜렷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이라이트 뮤지션, 일리네어 뮤지션, 비스메이져 뮤지션 다 레이블 이름에 맞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걸 개별화하고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금 스톤쉽의 시스템을 생각했죠. 근데 실제로 미국도 이런 시스템으로 많이 변해 가더라고요. 제가 스톤쉽을 하면서 많이 참고하고, 레퍼런스라고 말할 수 있는 형태가 현재의 데프젬(Def Jam)이에요. 데프잼은 초기 레이블로 시작했지만, 지금 데프잼의 시스템은 스톤쉽의 형태와 비슷해요. 각자 다른 레이블의 아티스트들이 데프잼을 통해 앨범을 발표하는데, 앨범을 낸 아티스트들이 다른 에이전시를 두고 각자 다른 움직임을 보여요. 그래서 데프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릭로스도 있고, 나스도 있고, 칸예도 있지만 다 다른 레이블 소속으로 독립적인 움직임을 보이거든요. 또 나스 같은 경우는 활동 매니지먼트 역할을 안 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데프잼 계정을 통한 프로모션을 보면 나스는 크게 언급이 없죠. 최근에 보면 이기 아젤리아나 릭로스는 엄청 푸쉬하던데 나스 활동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 안 하거든요. 하지만 나스의 앨범은 데프잼을 통해서 나와요. 개별화된 시스템으로 아티스트 각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시스템이거든요. 지금은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일단 신인들에게는 이런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하고 차이점을 말해도 잘 인식을 못 하더라고요. 한가지 제가 확신하는 건 이런 시스템이 아티스트들에겐 엄청 좋은 조건이에요. 지금 스톤쉽과 계약한 아티스트 비율도 좋아요. 회사의 시작이기도 하고 제가 아티스트를 위하는 비율로 계약을 했거든요. 씬에서 어느 정도 활동을 해오던 뮤지션들은 스톤쉽 시스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VMC나 데이즈얼라이브(DAZE ALIVE)같은 레이블도 그렇고, 화나 형 사이코반 형 등 개인 아티스트들도 저와 계약하는 데 있어 이질감이 없는데 신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체감을 못 하더라고요. 저도 그래서 처음부터 무리해서 엄청 많은 아티스트들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나중에 좋은 모습을 보이면 다른 레이블이나 개별 뮤지션이 저와 함께하고 싶어 하겠죠. 그렇게 계속 넒혀가야죠. 힙 : 그럼 분명 기존 가요시장 A&R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힙합씬에 A&R은 어떤 점을 중요시해야 될까요 똘 : 마침 오늘도 메이져 엔터테인먼트란 곳에서 일을 하는 A&R 담당자와 만나고 왔어요. 일단 장르에 상관없이 A&R을 하려면 음악을 많이 듣고 많이 알아야겠죠. 그리고 뮤지션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음악을 이해하고 캐치 할 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어떤 래퍼가 랩을 엄청 잘한 곡을 내면 랩퍼들은 랩에 대해서만 열광을 해요. 당연히 본인이 랩퍼니까 음악을 들을 때 랩적인 요소, 라이밍이나 플로우를 연구하는데 포인트를 크게 잡겠죠. 저 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 외에 이 음악이 어떠한 경로, 어떤 회사에서 나왔고, 어떤 피드백과 프로모션을 했고 할 수 있겠나 라는 부분에 포인트를 많이 잡거든요. 이런 것도 우선은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뮤지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뮤지션들이 일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도 이 사람과 음악 이야기를 해봐야 뭘 알겠나 라는 뉘앙스가 있거든요.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음악을 많이 듣고 자신이 케어하는 아티스트에게 레퍼런스가 될 음악도 찾아주고, 음악적인 고민을 함께할 수 있을 만큼 음악을 알아야 된다 생각해요. 그런 게 없으니 메이져 가요시장에 나간 힙합 아티스트들이 뽕짝으로 밖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들이 원하는 그림이 그게 아니잖아요. 힙합씬에서 일하고 싶다면, 흑인음악에 대한 지식이 넓을수록 좋아요. 두 번째로는 이 사람들 자체가 이걸 생산해내는 아티스트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돼요. 최종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건 아티스트이고, 뮤지션 자체가 캐릭터라는 점을 인식하고, 거기에 대해서 평가를 할 수 있어야겠죠. 이런 부분이 일반 가요시장과 다른 점이에요. 최근에도 어떤 큰 가요 기획사에서 모아티스트랑 랩디레팅으로 문제로 함께 일을 했는데. 그쪽은 아티스트라는 존중이 없어요. 그쪽은 트렌드는 읽고 있지만 정작 그 바이브나 태도를 읽고 있지는 않거든요. 메이저 산업 사람들이 쓰는 용어인 작가님이라는 말로 여러 사람한테 받아서 하나를 만들어 내는 거에요. 어떤 작가님한테 랩디레팅받고, 어떤 작가님한테는 안무 받고, 코디에게 옷 받고 아이돌, 연습생들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발라드 가수나 일반적 보컬들은 작곡가나 프로듀서들이 가이드를 짜주는 대로하니깐 이런 부분에서 거품들이 발생한다고 봐요. ‘내가 A&R해서 엄청 싸게 하는 거야’ 이런 바이브로 가요 시장은 시작 자체가 가수가 아티스트로서의 인지나 존중이 없는 상태인데 힙합은 아티스트로서 존중이 더 중요해요. 아티스트들이 해왔던 음악을 다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내가 이 아티스트들 보다 더 많은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어야 서포팅이 되겠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이해 없이 이 친구한테 이런 걸 입혀서 시켜야지 같은 개념이라면 아티스트와 싸울 수밖에 없고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을 거예요. 아티스트들이 바뀌어야 되는 부분들도 분명 있죠. 예를 들어 어떤 노래를 했을 때 뮤지션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랩을 했다고 인식하는 데만 중점을 둔다면, 회사가 어떤 마케팅을 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에 대해서도 캐치해야 되요. 그런 부분을 캐치해준다면 서로 존중받고 인정받고 생각의 전환이나 진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없으면 결국 따로따로 노는 거겠죠. 어떤 기획사에서 한 아티스트가 하드코어한 음악의 앨범을 냈는데 마케팅은 샤방샤방하게 나가는 거예요. 그건 잘못 된 거죠.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나 캐릭터 자체를 상품으로 만들어서 만족할 수 있는 마케팅을 제시했어야 되는데 다른 일반적 가수들이 했던 똑같은 형태로 프로모션하거나 방송노출 방법을 찾으면 당연히 안 되는 거죠. 뮤직비디오, 아트워크 등 음악 이후로 생겨나는 2차 3차 컨텐츠들도 다 A&R의 요소인데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죠. 제가 메이져 기획사에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티스트들을 이해하고, 뭔가 기발하다라는 느낌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쪽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방향성에 대한 뚜렷함을 가지고 있고, 뮤지션의 바이브를 이해했으면 해요. 힙 : 스톤쉽에서 준비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죠. '문화 교육 워크샵'을 준비하고 있다 들었어요. 이건 뮤지션들이 아닌 넓은 의미의 리스너들을 위한 계획 같은데. 똘 : 제가 이 일을 하면서 하나 느낀 게 저를 똘배로 인식하는 팬들이 있어요. 물론 예전에도 UMF 하면 ‘똘배오빠’ 하면서 알아봐 주는 사람은 있었지만 지금 형태가 더 다양해요. 제가 뮤지션들과 함께 움직이고, 자주 사진도 찍히고 그런 게 SNS로 올라오다 보니 제 SNS를 통해 '팬이에요.'라는 메시지가 와요. 그럼 제가 누군지 아냐고 물으면 '래퍼아니에요?' 라 대답해요. 그럼 저는 당황하지 않고 그런 친구들을 바로 차단.(웃음) 농담이고 그런 친구들이 많았어요. 화나형 앨범부터 백엔포스 등이 저를 많이 소개했고, 주변 아티스트들도 똘배라는 친구가 있고 어떠한 일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저를 많이 표면화해줬어요. 그러면서 저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앞서 말했지만 꼭 힙합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가 커지면서 대학교 자체에서 공연 기획이나 매니지먼트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면서 문화 산업분야에 종사하고픈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근데 제가 그런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보고 어떠한 걸 배우는지 물어보면 좀 답답해요. 우선 가르치는 교수진들이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뭘 가르치겠나란 생각도 들고 커리큘럼을 보면 솔직히 대학교에서 4년 동안 배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이론도 중요하고, 실무도 중요하지만 기술적인 접근보다는 감이 중요하거든요. 그 사람의 인문학적 소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친구가 얼마나 넓은 인문학적 베이스가 깔려있고, 구성원을 이해하고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있는지, 그런 부분이 넓은 게 오히려 이 일을 시작하는데 더 좋거든요. 그래서 저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10대 친구들에게 상담 요청이 오면 공연기획과 같은데 말고 차라리 사회학과나 경영학과 또는 인문학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길을 택하라고 조언해줘요. 사고의 틀이 넓어질 수 있는 일을 했을 때 이 일은 롱런 할 수 있지 그냥 단순하게 공연기획학과 같은데 가면 하나의 길, 공연 스텝으로 형태밖에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모르겠어요 누구는 그것도 하나의 꿈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무튼 제가 그런 수요가 늘어났다고 느끼는 부분은 그런 꿈을 꾸고 있는 친구들이 저한테 상담 요청을 많이 해요. 그래서 메일이나 쪽지로 연락이 오고, 그래서 뭔가 제대로 된 지식을 공급하고 싶었어요. 실용음악학원, 뮤직 아카데미 등 음악을 가르치는 곳은 있지만 문화 산업종사자를 위한 아카데미나 워크숍은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상상마당 같은 곳에서 소규모적으로 진행된 부분들이 있지만 제대로 커리큘럼을 갖추고 하지는 않죠. 그래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된 공급책이 되고 싶어요. 힙합씬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고, 앞서 말한 데로 저 같은 포지션의 사람이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하니깐 물론 수적으로 많아지는 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일 잘 못 하는 사람 10명보다 제대로 된 인력 2명 있는 게 훨씬 낫거든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을 제 워크샵 통해서 선별하고 싶어요. 거기에 플러스 괜찮은 친구가 있으면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지금 저 혼자 감당하기엔 일의 양이 버거운 것도 있거든요. 그래서 스톤쉽 런칭 후 가장 먼저 시작할 사업은 워크숍이에요. 워크샵을 통해 스톤쉽에서 제작하는 앨범이나, 기획들에 대해 실무적인 일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할 거에요 최근 몇몇 옴니버스공연을 보면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공연 인력을 모으더라고요.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형태라 생각해요. 서포터즈를 관리하는 체계도 없고, 단순히 팬심을 이용해서 무료 인력을 쓰고, 그 인력들도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저는 그 형태는 옳지 않다고 보거든요. 제대로 된 인력은 돈을 받고 일해야죠. 저도 공연 때 가보면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데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자기들끼리 사진 찍고,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더라고요.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좀 척결하고 싶어요. 힙 : 지금 말한 부분이 '실제로 함께 일할 사람을 워크샵 통해 뽑겠다.'라는 말로 이해해도 되는 거죠? 똘 : 네 그렇죠. 취업이라고 생각했을 때 인사관리를 하잖아요. 단순히 이력서 보고, 면접보고 이렇게 해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일은 서울대 법대를 나온다고 해서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학을 못 나와서 못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단순히 이력서와 짧은 면접으로 사람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앞에 말했듯이 저 혼자 스톤쉽 일을 진행하다 보니 늦어지는 부분이 많거든요. 이 부분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좋은 인재에게 정당한 페이를 주고 함께 일하고 싶어요. 물론 이 친구들이 저와 일을 안 하고 더 좋은 기회를 찾아가도 돼요. 그리고 이 워크샵 자체가 단순히 힙합씬 A&R만 이야기 하는 게 아니에요. 여기서 여러 지식을 습득하고 광고 회사를 가도 되고, 메이져 기획사를 가도 되고 저는 본인이 선택한 진로에 대해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워크샵을 통해 실무적인 부분도 물론 서브컬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 문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 도매스틱 브랜드 대표 또는 페스티벌 공연 기획자, 음원 유통사 투자 담당자 등 직접적으로 현업에 있는 다양한 분들을 모시고 세미나도 기획해서 특강도 진행해요. 이 부분은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어요. 잘 된다면 나중에는 아카데미화 형태로 할 마음도 있어요. 우선 올해 1년을 해보고 생각해야겠죠. 사람들이 어떤 마인드와 태도로 오는지 알아보고 싶어요.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서포터즈 마인드로 오는 친구들은 별로 가르칠 것도 없어요. 물론 실무적인 이야기는 해주겠지만 제가 그 친구들을 직접 고용해서 쓰지는 않겠죠. 정말 괜찮은 친구들은 제가 먼저 구애를 하기도 할 거고. 힙 : 회사를 움직이려면 수익을 창출 해야 되고, 앞서 말한 부분을 정말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힙합으로 돈 벌겠다는 말이잖아요. 거기에 있어 확고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자신감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나요 똘 : 우선 시장 자체가 커진 게 있고, 저와 제 아티스트들의 음악적인 부분을 믿고 있어요. 저도 이 회사를 통해서 더 배우고 뚫어 나가야죠. 메이져 기획사가 하고 있는 PR 마케팅과 그 PR 매니져들하고도 섞여야겠죠. 섞여서 메이저 기획사처럼 구린 것을 한다는 건 아니에요. 저는 자신 있어요. 인식 차이인데 현재 지금 PR 매니져들이 어떻게 방송에 꼽고 접대를 하고 바닥 흘러가는 생리를 그간 경험들로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 인프라가 넓어지고 저도 힘이 많이 생겼을 때 현재의 태도와 입장 등이 변하면 안 되겠죠. 제가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전 제가 뮤지션들에게 믿음과 존중을 받고 있다 생각하고, 그게 없다면 저도 진작 사라졌을 존재겠죠. 힙 : 응원하겠습니다. 뮤지션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보는 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크게 물어볼게요. 처음 씬에 들어 왔을 때와 2014년 현재 씬을 비교하면 어떤 것 같아요 ? 똘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시장이 확실히 커졌어요. 예를 들면 이전 다른 아티스트에 대한 인식과 지금 빈지노에 대한 인식이 달라요. 이전에는 씬에서 잘 나갔어도 제 일반 친구들에 그 아티스트를 물어보면 몰랐어요. 근데 빈지노는 친구들도 알고, 심지어는 저희 어머니도 알아요. 그런 것을 보면 힙합이라는 시장이 커진 건 확실해요.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힙합플레이야도 기여한 부분이 있고 여러 아티스트들이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라 생각해요. 대학교 힙합 동아리부터 아티스트까지 이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금을 이뤄낸 거라고 생각해요. 힙 : 음악적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해요? 똘 : 음악도 많이 변했죠.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시장 크기는 커졌고, 대중들이 생각하는 힙합 음악이란 것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라고 생각하고, 언더그라운드 또는 한국힙합이라는 부분에 대해 색을 내는 부분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음악이 팝적으로 많이 변했고, 이게 힙합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노력을 하지 않는 거 같아요. 물론 대중화가 된 만큼 타협한 부분도 많겠죠. 그런 점은 이해하는 부분도 있고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시장의 크기와 음악적 태도 유지는 별개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죠. 힙 : 큰 변화 중 하나가 팬층에 대한 변화가 아닐까 해요. 최근 공연장을 보면 여성 관객 비율이 8:2 정도로 크게 늘었고, 그로인해 힙합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어요. 이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똘 :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지금처럼 여자 팬들이 많았어요. 쉽게 말해 ‘나 팬이에요’라고 드러내는 사람이 여성이 많은 거지. 팬들 증에 남성분들도 상당히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남성팬들은 꿈이 뮤지션으로 많이 이동을 해요. 예전에는 남자들이 뮤지션이 되고 싶다란 욕망보다 음악으로서 그냥 그 사람의 팬으로 지내며 각자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뮤지션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로 이어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여성 관객이 많이 보이는 거겠죠. 예전 소울컴퍼니 공연이나 UMF 때도 대부분 다 여성 관객이었어요. 또 문제는 남자들이 와서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별로 없어요. 음악의 멋이라는 것은 다 취향 차이도 있고 각자 다른데 포괄적으로 여성이 좋아하는 멋과 남성이 좋아하는 멋이 달라요. 이곳에서 생산하는 컨텐츠나 음악들은 소득을 위해 어쨌든 여성 중심적으로 만들어진다 생각해요. 여자들이 좋아해야 지갑이 열린다고 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확실히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여성 위주의 마케팅이 생겨나고 반응을 하는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음악적인 부분 또한 그런 쪽으로 컨설팅이 되는 형태가 많죠. 남성팬들은 음악을 좋아하며,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자신이 여성들에게 또 주목을 받고 싶다라는 형태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시장 크기를 넓히는 거에는 여성팬들의 역할이 컸어요. 저도 공연을 기획하고 파티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소비하는 여성팬들이 많으면 좋긴 한데, 장기적으로는 위험성이 있어요. 좀 더 범대중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그렇다고 힙합적인 요소를 놓치면서 생각 없는 컨텐츠를 만들 수는 없고요. 화나형 앨범을 제작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화나형 앨범이 생각보다 매출이 좋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좋아요. 현재 시장의 흐름이나 앨범 판매도를 보면 다른 사람들이 예상하는 이상으로 좋거든요. 하지만 화나형 앨범 자체가 매출이 좋다는 게 티가 나지 않아요. 여성팬들이 극성적으로 보이는 아티스트들 중에 실제로 매출도가 안 받쳐주는 아티스트들도 많이 있거든요. 이 부분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고정 팬들의 충성도 부분과 아티스트 캐릭터가 커머셜하게 풀어내는 부분이 다르다고 봐요. 이 두 가지를 다 갖고 있는 아티스트가 멋잇고 대단한 거죠. 모든 아티스트들이 이러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것이 힘들어서 안타깝죠. 저 같은 사람은 그것 또한 미리 파악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지금 힙합음악의 흐름 같은 경우는 조금 경계를 하고 좀 더 비판적으로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힙 : 변화 중 하나가 옴니부스 형태의 공연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공연 문화가 너무 획일화되지 않느냐 라는 비판이 있는데. 똘 :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옴니버스 형태의 공연이 많아지고 있는 거에 스스로 제 살 깎아 먹기라고 생각해요. 우선 현재 그런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제가 군대 갔다 와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에요. 여기 있었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나타나 공연을 만들고 있죠. 그 사람들이 이 씬에 대한 이해나 존중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얼마나 이 씬에 머무를지 모르겠고,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잠깐 왔다 간 사람들 많이 봤어요. 존중 없는 옴니버스 공연은 서로 살 깎아 먹기가 될 거에요. 아티스트들은 힙합 공연을 행사처럼 인식해서 공연의 질 자체는 낮아지고, 이걸 기획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힙합은 퉁치기 좋은 문화로 인식을 할 거에요. 개발화된 아티스트들이 더 성장해 나가야 이 씬자체가 커지는데 여기서 딜레마에 빠지는 거죠. 내가 범대중적으로 타협을 해야 되냐, 아니면 이걸 이겨내고 나아가야 되냐 항상 딜레마가 생기고 그런 부분을 풀어내는 게 과제이죠. 힙 : 반대로 공연 기획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생각할 수 없으니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어도 티켓 파워가 있는 일부 뮤지션에 한정돼 섭외가 이뤄지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요. 똘배씨의 경우 좀 더 다른 방식의 공연을 생각할 것 같은데. 똘 : 스톤쉽에서도 공연을 기획할 거에요. 모든 컨텐츠 역영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인데요 공연이던, 음반이던, 옷이던 컬쳐가 담겨 있어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컬쳐가 담겨 있어야 된다는 말이 어떤 말이냐면, 앞서 말한 UMF를 예를 들어 설명할게요. UMF자체는 작은 공연이었지만 정기 공연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인 뮤지션들도 UMF 무대에 서는 게 꿈이 되고, 기존 아티스트들의 존중을 받아서였다고 생각해요. 옴니버스 형태의 힙합 공연을 만든다 하면 그 안에 힙합 문화가 담겨있어야 되는데. 기획하는 사람 자체가 디제이 장비에 대해서도 모르고, 단순히 하는 일이라고는 라인업 섭외만으로 일을 끝내는 거에요. 출연하는 아티스트가 어떤 곡을 부르면 이걸 멋있게 어떻게 포장을 해줄까 라는 개념이 없는 거죠. 그런 부분이나 인식 없이 공연에 가면, 무대 연출도 없고 그냥 MR 틀어서 노래하고 계속 이렇게 반복되다 보니 뮤지션들도 행사 참여 마인드로 변하고 기획자들에 대한 존중심이 없고, ‘절대 우리를 멋있게 만들어 줄 무대가 아니다 니네가 뭘 알겠어’ 라는 생각을 가지는 거죠. 기획자들이 그런 부분을 바꿔나가고 증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칸예가 위져스 앨범 공연을 하는데 피라미드도 나오고, 드레이크 공연에는 우주선이 나오고 스케일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앨범 자체의 컨셉이 공연까지 다 이어져 있거든요. 거기에 조명이나 여러 연출, 모든 부분이 맞춰서 진행되어야 되는데. 아티스트들도 기획자에게, 기획자들은 아티스트들에게 존중이 없다 보니 서로 비협조적이게 되는 거죠. 근데 공연은 서로 마음먹고 같이 움직여야 하는 영역이에요. 콘서트 하나 만들 때 기획 단계부터 자주 보고 하나에 올인해서 거기에 집중 해야 하는데. 각자 바쁘고 비협조적으로 일이 진행되니 소위 말해 뻔한 라입업으로 뻔한 공연이 나오게 되죠. 홍보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뻔한 홍보로 예매가 진행되죠. 요즘은 공연 포스터들도 온라인으로만 찍고 출력하지 않잖아요. 저는 오프라인 마케팅도 같이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은 커뮤니티나 SNS 통해서만 홍보가 이뤄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깐 당연히 발전이 없죠. 그런 부분에 더 투자할 마인드도 필요하고,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기획자 입장에서는 멀리를 보며 문화에 대한 걸 많이 담아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첫 회는 손해 보더라도 2회 3회 4회 점점 진행이 되면 형태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어글리정션이 그런 형태의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소규모 형태고 아티스트인 화나형이 직접 운영하니 앞서 말한 공연들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태도적인 부분은 제가 말한 부분과 같거든요. 이런 식으로 기획자들이 컬처적인 마음을 심는 형태로 공연을 진행하면 저는 큰 형태의 공연들도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정기 공연을 해봤던 사람들이 나중에 개별 아티스트의 단독 공연도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서로 같이 가야 해요. 공연만 성장하는 게 아니고 아티스트들이 좀 더 대중에게 뻗어 나가는 부분도 필요하고. 힙 : 또한, 음악 시장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그에 따라 홍보방법 및 활동 방법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똘배씨의 생각은 어때요? 똘 : 네 음반은 정말 끝났다고 생각해요. 끝났다는 표현보다는 시장 경제적인 관점으로 음반은 소모가 되지 않는 컨텐츠이고 그게 음원으로 이동을 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음반에서 음원으로 시장이 변하면서 음원 정액제 같은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많죠. 음원 시장으로 바뀌면서 유통사의 힘이 너무 강해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티스트, 기획사, 제작사가 힘을 더 길러야 되는데 대부분 제작사들도 유통사와 한 통 속인 경우가 많아요. 음원 시장으로 변하면서 음악 자체만으로는 경제적인 큰 메리트가 없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음악을 습득하는 게 저렴해 진거죠. 인기 아이돌 같은 경우도 음원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 안 돼요. 그 친구들 차트 1등 만들어 버는 돈에 비해 그 친구들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 외적인 추가 컨텐츠들로 수익을 얻고 있죠. 하지만 힙합은 음악으로 돈을 가장 많이 벌어야 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가 너무 횡포적이에요. 그래서 그런 시장에 대해 아티스트들이 저항하고 있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정액제를 반대하고, 스트리밍을 거부하고 그래서 음반 매출을 더 올린다는 부분은 좋다고 보는 데 그것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저는 음반이 아닌 다른 형태의 대안 미디어, 컨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음반보다 좀 더 소장가치가 있는 형태이면서 디지털과 결합된 게 뭐가 있을지 생각 많이 하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거예요. 먼저 물꼬를 튼 사람이 돈방석에 앉겠죠.(웃음) 음반 판매량이 줄어드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거기는 워낙 인구규모, 시장이 크니깐 줄어도 어느 정도 산업이 되는 건 데 우리나라는 인구규모도 작고 물리적인 한계가 있죠. 음반 판매가 높은 게 뮤지션들이나 제작사 입장에서도 돈을 제일 많이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에요. 그런 부분이 없어져 아쉬운 부분은 있죠. 힙 : 음반에서 음원으로 시장이 변하면서, 음악 소비에 대한 청자의 반응 또한 변하지 않았나 해요. 뭐랄까 음악 자체가 1회성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정규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내는 아티스트들도 줄었다라고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똘 : 예전에 슈프림팀 형들과 타블로(Tablo of Epik High)와 함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타블로 형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제 앨범을 내는 거에 있어서 큰 의미와 가치를 점점 못 느끼겠다.'요즘 모든 것이 싱글화 되고 한 곡으로 승부를 보잖아요. 제작에 있어 싱글이 아닌 앨범의 재미가 있거든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 싱글은 하나의 단편 소설이고, 장편 소설로 치면 싱글은 한 챕터이고 그게 모여 하나의 앨범이 되는 거라고. 영화나 플롯에 기승전결이 있듯, 기승전은 결을 위해 필요한 요소가 돼야 하는 부분이 있죠. 모든 곡 하나하나가 다 타이틀곡이 될 수는 없거든요. 앨범이라는 거는 뮤지션의 즉흥성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당시 재미의 SKIT 형태가 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음원화 된 시장에서 싱글 싸움으로 가다 보니깐 이런 재미 요소들이 사라지고, 뮤지션들도 싱글의 차트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이럴수록 유통사는 당연히 더 큰 힘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음반이 판매가 되지 않은 이유가 시장 한계성도 있지만 그걸 구성하는 컨텐츠가 재미없어서 라는 생각도 해요. 뮤지션들도 자각을 해야 되는 부분인데 단순히 음반이 안 팔린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음악을 가지고 풀랭스 앨범을 제작하고 완성시키는 태도가 이전과는 다르다고 봐요. 이 음반으로써 뭔가 색을 표현하거나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뚜렷한 이야기가 있어야 되는데 리스너들이 앨범을 통해 감화 되는 게 없으니깐 당연히 안 팔리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지금 음악을 시작하는 많은 친구들도 정규앨범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 같아요. 힙 : 흔히 말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뮤지션들의 이름을 이제 음원 차트 상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그것도 힙합이란 장르로 말이죠. 하지만 그것 역시 말이 많죠. 물론 자기 색깔을 지키면서 음원 차트 상위에 있는 뮤지션들도 있지만 일명 '발라드랩'이란 논란에 휩쓸리면서, 대중과 매니아들의 평가가 극을 달리는 곡들도 있어요. 제작을 생각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해요? 똘 : 이성적으로 설명하자면 먼저 기업, 제작사 입장에서는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아티스트를 그런 형태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자기가 빨리 뜨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타협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머리로는 이 둘 다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확실한 건 스톤쉽에서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스톤쉽에서 제작하고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뭔가 뻔한 걸 할 마음도 없고, 뻔한 태도의 아티스트들이라면 저도 그렇고 그 아티스트도 서로 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 저는 이런 비유를 많이 해요. '힙합 음악은 베스킨라빈스 같다' 무슨 말이냐면 베스킨라빈스에 가면 아이스크림 종류가 많잖아요. 그 중에서 체리쥬빌레 같은 스테디셀러도 있고, 각각의 맛이 다 다르고 소비하는 취향의 형태도 다 다르게 존재한단 말이에요. 그 베스킨라빈스를 힙합음악 이라고 했을 때 래퍼들 마다 다 다른 스타일이고, 다 다른 맛을 내고 있잖아요. 문제는 이런 힙합음악은 다양한 취향과 다양한 장르로 퍼져서 베스킨라빈스 같이 다양성을 띄는데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이 스스로 학교 앞 분식집 아이스크림으로 전락하지는 않거든요. 베스킨라빈스에도 일반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있어요. 근데 그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학교 앞 분식점에서 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내려가지 않죠. 물론 베스킨라빈스 바닐라 아이스크림 매출보다 학교 앞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매출이 더 높겠죠. 결국에 격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데 우리가 우리 격을 올려놓은 입장에서 우리 격을 낮추는 태도를 지닌 모습들에 저는 반대고 그렇게 하는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사실 존중이 없어요. 그렇다고 그 아티스트들이 그렇게 된 환경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하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 아티스트들을 설득하는 메이져 기획사 또는 제작사 입장도 이해하죠. 하지만 스스로 겪을 낮추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지면 베스킨라빈스 장사가 되겠어요? 그냥 동네 아이스크림 먹겠죠. 저는 그 차이인 것 같아요. 롱런하고 싶으냐 안 하고 싶으냐 차이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 차트음악을 보면 예전에 우리가 무시하고 디스를 했던 페이크 엠씨. 예를 들어 엠씨몽 같은 차트형 가수들, 연예인들의 음악을 그냥 언더그라운드 출신들이 대체하고 있다는 느낌이거든요. 음악 형태도 똑같죠, 차이는 랩이 좀 더 기술적으로 잘한다는 거? 랩에 기술도가 늘어났지만 장인적인 정신면에서는 더 줄어든 거 같고 뮤지션을 준비하는 이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지금 아이돌이나 연습생 중에서 랩 잘하는 친구들 많이 있을 거에요. 결국 그냥 랩을 기술적으로 표현하는 래퍼냐, 아니면 하나의 아티스트 MC이냐 달라지는 것 같아요. 스톤쉽은 기술적인 래퍼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나 그런 태도를 가진 친구들과는 일할 마음이 없어요. 저희 회사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저는 이 하나의 아티스트 MC로써 자신의 꿈이 있고 자신의 음악과 메세지가 있는 친구들을 서포팅 할거고 그런 친구들이 더 잘되기 위해서 저는 노력을 할 거고 산업 자체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할 거에요. 힙 : 항상 이슈가 있는 문제인 샘플링 작법, 샘플클리어 문제를 이야기해 볼게요. 제작자 입장에서는 샘플링 작법, 샘플클리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똘 : 샘플클리어를 하는 게 맞는 말이죠. 결국 돈의 개념으로 가야 되는데, 그럴 때 내가 갑부거나 로또가 돼서 클리어를 하고 싶다,(웃음) 사실 음악의 퀄리티를 말하는 거에 있어 욕심 차이가 존재해요. 더 좋은 환경에서 녹음을 하고, 더 좋은 환경에서 외국곡도 받고 싶고 그런 욕심인데 이걸 얼마나 소비를 하느냐 차이잖아요. 내가 손해 보더라도 그냥 멋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해서 매출은 천 밖에 안되지만 돈 몇억 써가면서 제작을 도와주고 싶은 아티스트들도 있죠. 아티스트의 그런 욕심은 끝이 없는 거고, 제작자 또한 욕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샘플링에 대한 인식부터 다시 이야기 해야 될 것 같아요. 샘플클리어의 법적인 절차나 당위성에 대해 지적을 한다면 당연히 잘 못 해왔던 것들이고, 많은 뮤지션이 반성하고, 더불어 제작사 또한 반성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그런 부분에 동감하고 있죠. 물론 앞으로 이런 부분이 점점 나아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샘플클리어 문제를 찾아내고 인식하는 자체가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없기 때문에 언론플레이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슈를 만들고 샘플링을 표절 가수로 만들어 내는 게 언론이고, 여론이잖아요. 어떻게 샘플링이 표절음악이에요? 좋은 음악을 매도시키는 개념이죠. 그러니까 뮤지션 입장에서는 힘도 안 나고. 샘플링곡 중 대부분의 원곡이 힙합장르가 아니잖아요. 재즈나 소울음악 일 수도 있고, 물론 같은 힙합에서 샘플을 딸 수도 있죠. 여튼 당연히 다른 음악이고, 노래거든요. 예를 들어 (마시고 있는 주스를 가르키며)이 회사에 망고 쥬스도 있고 오랜지쥬스도 있잖아요. 같은 회사에서 냈으니깐 망고쥬스와 오랜지쥬스가 똑같다 라고 하는 거에요. 당연히 맛이 다른데도. 이 문화를 소비하는 태도 자체가 하나를 물면 그냥 잡았다 이런 태도로 가지거든요. 냉정하게 보면, 이런 분위기는 뮤지션 이나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이 먼저 나서서 하는 것도 있어요. 소위 잘되는 아티스트들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그런 것을 파고든다고 봐요. 사실 일반 청자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좋은 소비자들은 샘플링 원곡이 뭔지도 모르고 굳이 찾아낼 생각이 없어요. 하지만 어중간하게 음악을 배워 어중간하게 음악 하는 친구들이 뭔가 아는 체를 하기 위해서 또는 비꼬기 위해서 이런 걸 그냥 잡아 문단 말이죠. 이 음악은 표절입니다. 이런 음악 감상 태도부터가 잘못 된 거죠. 뭔가를 잡아내기 위해 음악을 들은 거 밖에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인식부터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샘플링도 하나의 창작물인 거에 대한 인식이 되어있고, 그렇게 된 상태에서 너희가 이걸 무단 도용했다 이건 법적으로 잘 못 되지 않았느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아티스트, 제작사들이 공감하고 더 나은 문화를 위해 개선의 여지를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샘플클리어라는 것 때문에 아티스트들이 발목이 붙잡혀있다는 사실이 슬퍼요. 음악을 더 이해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묘하게 미디형태로 해서 샘플링 느낌을 낼 수 있거든요. 그럼 샘플클리어를 하지 않아도 되요. 더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미디로 하되 샘플링 같이 만들 수 있단 말이죠. 지금 시대가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문제를 피해 가는 아티스트들도 있어요. 하지만 이게 다 편법이란 말이죠, 꼼수이고, 이런 꼼수가 만들어지게끔 하는 문화 자체가 소비자들이 아티스트들을 너무 쪼이니깐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죠.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정말 넓은 아량으로 음반이나 음원을 다 사주면서 소비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문제죠. 힙 : 알겠습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들어보니 새로운 의견이 있네요. 또 하나의 이슈인 쇼미더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이미 공개된 사항들만 봐도 전 시즌보다 참여진 규모부터가 다른데. 쇼미더머니에 대해서는 항상 찬/반이 공존하고 있어요. 똘배씨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똘 : 우선 저는 쇼미더머니를 지금까지 구성해온 방송국과 제작진의 형태는 반대에요. 그들의 태도는 절대 힙합적이지 않고 또한, 힙합을 이해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힙합이라는 이름으로 또 아티스트의 이름에 값을 매겨서 기획하고 이슈를 만들어 내거든요. 원하는 건 시청율이고 이슈니깐 하지만 이런 출구가 생김으로써 교두보가 되는 역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에픽하이 형들 앨범에 인피닛플로우가 피처링 한 것처럼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앨범에 참여시키면서 언더그라운에 스며든 리스너들이 많고, 뮤지션 중에도 그렇게 들어온 친구들이 많아요. 에픽하이 앨범 듣다 더콰이엇을 알게 되고, 소울컴퍼니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흡수가 되죠. 씬의 메인에 있는 사람들이 이걸 끌어주는 교두보 역할에 대해서는 저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그 모양새가 잘못 된 거죠. 엠넷에서 힙합을 소재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거에 대해서는 이질감이 없어요. 하지만 쇼미더머니가 그간 해왔던 태도나 형태는 잘 못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고 싶어요. 같은 방송국의 '밴드의 시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는 기성 밴드들이 대결 구도로 무대를 만들었어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멋진 무대를 만들어 냈거든요. 쇼미더머니는 오디션이라는 잘 못된 포맷에서 시작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잘못된 잣대 자체가 너무 많았고, 앞서 힙합은 베스킨라빈스 같다고 했는데 저는 체리쥬빌레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요커트를 좋아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체리쥬빌레가 답이야 라고 할 수 없는 건데 제가 요거트를 평가하는 개념인 거죠. 시즌 1 때는 신인들 위주의 무대였으니깐 어느 정도 이해를 하지만 2 때부터는 기존 래퍼들인 인지도 상승 등 여러 요소 때문에 참여를 했고 결국 그런 것들만 가십거리가 됐단 말이에요. 더 안타까운 건 이거에 대해서 기존 뮤지션들도 태도를 지켜주면서 움직여야 되는데 그런 아티스트들은 거의 없었죠. 그래서 거기 참가한 아티스트들의 태도적인 부분을 존중하지 않았어요. 이번 1차 예선에 3,000명이 지원해서 새벽까지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고생한 부분은 알지만, 거기 참여한 3,000명 지원자 중 80%는 남성이잖아요. 그러면 아까 말한 질문이 나오는 거죠. 거기에 나온 3,000명은 왜 공연장에 안 오냐는 거죠. 힙합음악을 듣고 꿈을 키우는 애들 자체가 많은데 대부분은 공연장도 안가고 문화를 이해 못 하는 것 같아요. 힙합이 라이브로써 공연으로써 멋이 있고, 가사의 문학성과 멋과 태도를 라이브로 느꼈을 때 느낌이 달라요. 근데 그냥 음원으로만 듣고, 인터넷으로 영상만 보고 꿈만 찾다 보니 진짜 아티스트가 주는 바이브나 아우라는 직접적으로 못 느끼는 거 같아요. 그냥 음원으로만 듣고, 나도 빨리 래퍼가 돼서 스웩해야지 여자한테 인기가 많아지고 싶어 이런 태도가 지배해 버리니깐 쇼미더머니 같은 게 더 인기를 얻는 거죠. 그러니깐 기존 래퍼들 참가한다니깐 욕하면서도 앞에서 래퍼들 만나면 사진 찍고, 아티스트로서 이미 마인드셋 자체가 안 되어 있는 거예요. 자아가 없는 형태에서 그냥 기술자로서 래퍼가 되고 싶은 애들이 너무 많은 거죠. 그런 애들을 데리고 상대하는 게 쇼미더머니이고 그런 형태의 애들이 설령 우승도 못 하겠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 등급을 레벨업해서 올라가는 친구들은 끝나고 나서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쇼미더머니 출신이라고 했던 친구들 중에서 지금 EP 정도는 있지만 풀랭스 앨범을 낸 아티스트는 적고, 출연진들이 출연 이후 뭔가 뚜렷한 음악을 내세운 건 없다고 봐요. 방송 출연하고 나서 멋있는 태도가 없잖아요.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죠. 힙 : 그러면 단도직입적으로 여쭤 볼게요. 이번 시즌 3가 기대가 되나요? 똘 : 네 저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냥 예능 보는 재미로(웃음) 쇼미더머니는 다 같이 봐야 재미있어요.(웃음) 시즌2 때도 벅와일즈 애들끼리 뭉쳐서 봤는데, 말도 안 되는 웃긴 애들 나와서 재미있었죠. 갑자기 깡통 차고, 슈퍼스타K 힙통령 처럼 웃긴 애들 나오겠죠. 엠넷은 그런 거 좋아하니깐 방송에 분명히 나올 거에요. 그런 거 나오면 개그맨 보듯이 웃으면서 보죠. 앞서 말했다시피 힙합의 교두보를 하는 프로그램이 생기는 거에 이질감은 없어요. 기대하는 건 좀 더 바른 태도와 바른 모습으로 그림을 그려주면 더 좋겠다라는 인식이 있는 거죠.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참여 아티스트들의 움직임이 중요한 것 같아요. 힙 : 똘배씨와 마찬가지로 이씬의 일원이 되기 위해 준비 또는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있다며. 똘 : 우선 제가 하는 워크샵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일은 음악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못 하는 거 같아요. 물론 음악 안 좋아할 사람 어딨냐 하겠지만 컨텐츠 산업은 진짜 꿈으로 버티는 곳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단순히 본인이 이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보단 좀 더 디테일한 길을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막연했지만 지금은 내가 이 일을 평생할 수 있을까?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더 고민을 하고 아티스트들과 동화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가 워크샵을 한다고 하지만 워크샵을 통해서 학습적인 태도로 있는 친구들은 큰 발전이 없어요. 제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본인 연구고 본인의 감이에요. 그 맛을 내는 건 본인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르죠. 어쨌든 계속 넓게 음악 듣고, 음악뿐만 아니라 추가 컨텐츠 뮤직비디오며, 아트워크며, 환경이며, 기획사이며, 제작사며 그런 거에 대해서 연구를 할 수 있어야 되요. 그게 어떤 피드백이었고 수치적인 분석이든 바이브적인 분석이든 여러 가지 컨텐츠 안에서 본인의 취향이랑 잘 맞는 게 어떤 거이며,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하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정말 많이 있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세분화되게 고민을 한 번씩 해보고, 그렇게 했을 때도 정말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된다면 겁먹지 말고 덤벼야죠. 누구나 하는 이야기인데 정말 인력이 부족하거든요. 전에 콰이엇형, 화나형, 제리케이형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한 이야기 있어요. 올해가 소울컴퍼니 뱅어즈 발매 10주년 이거든요. 그래서 10주년 관련 뭘 해야 되지 않을까 했는데 각자 너무 바쁘고 다른 길을 가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가 모여서 뭔가를 진행하기 힘든데 이럴 때 열정 있는 *새끼들이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웃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 *새끼라는 뜻이 욕이 아니라 좋은 바이브의 열정이 있어서 *새끼다 이 새끼 진짜 열정에 미친놈이다 이런 뜻이죠. 저는 그런 친구들이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항상 여기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뭔가 맛만 보려는 하는 친구들이나 자신의 가오를 위해서 뮤지션들과 친해지기 위해 들어오는 장사꾼밖에 없다 보니 결국 존중이 안 되는 거예요. 정말 그런 부분은 오래오래 계속 소통하고 시간이 생겨야 나타날 수 있는 존중이잖아요. 저같이 이 씬에서 몇 년을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노력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이쪽 꿈을 꾸는 친구들이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많을 텐데 그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 일을 시작할 때 태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형태로 가면 좋죠. 이 부분은 뮤지션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고요. 신인 뮤지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데 판이 커진 거에 대해선 본인들의 역할을 더해가려면 태도적인 부분에서 같이 할 수 있어야 롱런할 수 있고 그런 태도로 씬이 지탱되어야 세대가 바뀌고 씬이 더 커졌어도 더 멋있는 부분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힙 : 알겠습니다 그럼 반대로 동료들 뮤지션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또는 그 뭐 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똘 : 저희들 끼리 이런 이야기 많이 해요. 공연장에 오는 것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피드백을 주는 팬들도 감사한데 보이지 않는 팬들 중에 고마운 분들이 오히려 더 많다고요. 저는 그런 분들이 더 멋있다고 생각해요. 예전 제 나이 또래의 지인이 가게를 창업했는데 그 친구 가게에서는 계속 한국 힙합 음악이 나와요. 그런 사람들은 공연장에 오던지 그런 1차적인 소비는 안 해주지만 뭔가 전파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많이 고마워요. 막 피드백하고 소위 말하는 덕후 개념의 친구들이 극성으로 부렸다가 확 꺼지는 거 보다 그냥 꾸준히 계속 좋아해 주고 30~40대가 돼서도 그런 친구들이 많아지면 그게 저는 더 넓은 전파력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뭐 과거에 1세대 형들 힙합도 틀고 거기에 온 손님들이 그런 음악도 듣고 또 새로운 전파자가 되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서 청자분들한테는 좀 길게 길게 한국힙합을 사랑해 주시면 더 감사하고요.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본인들이 이 음악을 안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게 크단 말이에요. 근데 이게 이제 뮤지션들에게 이어지는 얘기인데 이걸 유지시켜 주려면 뮤지션들이 잘 해야 해요. 제작하는 사람들도 잘 해야 되고 지금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매드클라운의 '견딜만해' 나 차트성 음악을 그 친구들이 안다고 해서 자부심을 느끼겠냐는 거죠. 하나도 안 느낄 거에요. 예를 들어 옛날에 소울컴퍼니에서 냈던 음악을 듣고 감화가 됐던 친구들이 더 많지 견딜만해에서 느낄 가사 내용도 없고 그냥 그건 대중 판매용. 내가 그 애를 알았다는 거에 대해서 프라이드를 못 느낄 거란 말이에요. 그런 거는 뮤지션들의 태도적으로도 팬들에게 계속 그런 환상을 심어줘야 되는 거고 캐슬을 만들어 줘야 되요. 우리를 좋아해 줘서 고맙고 너희가 이 음악을 계속 들으면서 자랑스럽게 해줄게. 그런 태도들이 변하지 않게끔 그리고 이런 태도를 지키는 사람들을 몰수하는 그런 분위기는 안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제작을 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뮤지션들도 또 다른 부분으로 인식을 했으면 하는 부분은 어쨌든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머리가 좀 더 트여야 되고 제작을 하는 입장에서 뮤지션들이 답답한 부분도 있거든요. 뮤지션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 기획자나 제작자를 존중을 할 수 있어야 되고 이건 상충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저도 노력을 많이 해야 되고 그걸 뮤지션들에게 증명을 해야 되고 뮤지션들이 그거에 대해서 인정을 하고 본인 스스로도 그런 부분에서는 변화를 줄 수 있게 한다면 더 나은 씬이 되지 않을까 저는 생각을 합니다. 힙 : 알겠습니다 그럼 스톤쉽이 아닌 석찬우 똘배의 계획이 있다면? 똘 : 일단 올해는 스톤쉽 경영에 제일 힘을 쓸 거 같고 백앤포스나 백와일즈 내에서 생기는 이벤트들이나 컨텐츠들에 대해서 계속 진행하고 많이 돕고 할거에요. 계속 이곳을 멋있게 만들 수 있는 고민을 하면서 살겠죠 힙 : 궁극적으로는 그럼 이 힙합씬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싶어요? 똘 : 제 롤모델이 러쉘 시몬스(Russell Simmons)에요. 데프젬 창시자인데 지금은 데프잼 안 하고 요가 하고 있죠. (웃음)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멋진 제작자와 비즈니스도 하나의 예술 분야라는 인지와 인정이 되는 그림을 만드는 거에요. 그렇게 되면 앞서 말한 러쉘시몬스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작자라고 하면 단순히 회사 사장님 이런 개념이지 뭔가 디테일한 인식이 없어요. 정확히 하는 일도 구분되어 있지 않고요. 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니 제작자라는 포지션을 대중들에게 더 많이 인식시켜줘야 되고, 제가 나이가 들었을 때는 러쉘시몬스 같이 존중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톤쉽 자체가 시스템이 되길 원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말한 대로 스톤쉽이 대안이 되어 좋은 컨텐츠를 개발하고 교두보적역할의 회사가 된다면, 회사를 잘 성장시켜서 크게 만들고 싶고. 그때도 지금처럼 벅와일즈 애들이랑 계속 놀고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죠. 지금은 어릴 적 처럼 돈을 못 벌어도 재밌어야만 할 수 있다고는 말 못 해요. 나이도 있고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수익적인 것도 생각하면서 일을 진행해야죠. 제가 스톤쉽을 계속 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돈을 잘 벌어야 돼요. 그 그림이 당장은 아니지만 2~3년 후에 봤을 때 제가 옳았다면 순환이 잘 돼서 저도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죠. 하지만 제 생각이 틀렸거나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면, 또는 너무 늦었다면 회사가 망하겠죠. 저는 스톤쉽 계약하는 아티들스들과 이렇게 이야기해요. 1년 해보고 답 안 나오면 안 하겠다고(웃음), 여기서 제가 말하는 성공은 큰돈이라기 보다는 제가 하는 방식에 대한 증명이죠. 증명이 된다면 계속 이 일을 이어갈 거에요. 하지만 그냥 시간만 꾸역꾸역 먹는 일이다 싶으면 미련없이 떠날 거에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죠. 인터뷰 진행 | HIPHOPPLAYA.COM 사진제공 | 스톤쉽 (http://www.stoneship.kr) 관련링크 | 스톤쉽 홈페이지 (http://www.stoneship.kr) 스톤쉽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stoneshipkr) 스톤쉽 트위터 (http://www.twitter.com/stoneship_) 스톤쉽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stoneship_) * 'Unplugged Night' 공연정보 자세히 보기 : http://hiphopplaya.com/live/2417
  201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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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넉살, “작은 것들의 신이니까. 작은 사람들은 싸우지 못하거든”  [16]
HIPHOPPLAYA (이하 힙플) : 앨범이 상당히 미뤄진 걸로 알고 있다. Nucksal (이하 넉) : 원래는 VMC에 들어오기 전 한 3년전부터 이미 내 머릿속에 있던 EP규격의 앨범이었다. 그러니까 이 스토리는 다섯 곡으로 완성하려고 생각했던 앨범이었는데. 결국에는 ‘밥값’, ‘올가미’, ‘작은 것들의 신’이 살아남고 앨범은 더 크게 확장되었다. 힙플 : ‘밥값’, ‘올가미’, ‘작은 것들의 신’이 그렇게 오래된 곡이라고 전혀 생각 못했다. 앨범을 확장시킨 특별한 이유가 있나? 넉 : 상구형이 말하길 ‘이렇게 시간이 길어진 상태에서 EP앨범으로는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 할거다’라고 하더라. 게다가 작품을 한 단위로 볼 때 EP는 의미가 없으니 플랭스로 가자는 조언을 해줬다. 결국 12트랙으로 앨범을 확장했지만, 시간은 더 지체 됐지.. (웃음) 힙플 : 기간으로 따지면 얼마나 걸린 앨범인가? 넉 : 내용정리 하는 데만 1년정도가 걸렸고, 비트 교체하고 후반작업이 7~8개월 정도 걸렸다. 힙플 : 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원제의 책이 있지 않나, 책과 앨범의 연관성에 대해 넉 : 솔직히 제목 말고는 없다. 그래도 책의 내용과 비슷한 메타포를 따온 게 있다면, 결국 그 책에서 말하는 게 어떤 소수 신앙자들을 얘기할 때나 그것들을 표현 할 때, 작은 것들이라는 얘기를 하거든. 소소한 것들, 우리는 거대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결국 굉장히 작은 것들을 입밖에 낼 수밖에 없다는 건데, 그런 식의 정서들을 내 방식의 메타포로 사용했던 것 같다. 우리 같이 알바나 비정규직으로 사는 사람들, 내 주변이 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대변하고 싶었다.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왜 항상 잘되는 사람만 잘될까? 안 되는 사람들은 왜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가?’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신은 있을까? 그런 메타포를 책에서 빌려왔고, 거기서 우리의 일상을 대입 시켰다. 힙플 : 'Make it slow'에서 넉살은 시간에 초연하지만, 이제 이곳의 논리를 알만한 짬밥이고, 아는 만큼 눈에 보이고 보이는 것들이 눈에 밟힐 나이 아닌가, 왠지 이 곡이야 말로 스스로에게 용기를 복 돋아 주는 곡일 것 같다. 넉 : 이건 진짜 귀신 같다. (웃음) ‘Make it slow’는 정말로 나 자신을 위로하려고 쓴 가사였다. 나이 서른이나 처먹었는데 아직도 뭔가 이렇게 부유물처럼 떠있는 거 같고, 돈도 제대로 못 벌고 시간은 항상 촉박한데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압박감이란 게 솔직히 없을 수가 없거든. 아무리 초연해지려고 노력해도 말이다. 그런 식으로 내가 불안하니까 사실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나를 위로하는 트랙들이 많았다. 나 자신한테 ‘그래 괜찮아 할 수 있어’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Make It Slow’는 정말 그거였다. ‘서른이 돼도 좋은 음악을 하면 가능할거야, 늦지 않았어’ 라는 막연한 희망들. 세상이 아무리 날 떠밀고, 너 망했어 시발 너 존나 늦었다고 얘기해도 ‘아니야 나 같은 인간도 서른 나이에 상구형 같은 좋은 사람 만나서 이런 음악 낼 수 있어 할 수 있어!’라고 나 자신한테 계속 복 돋아 준거지. 무서울 정도로 정확히 포착했다. 힙플 : 제이지, 무라카미 하루키, 비비안 웨스트우드 모두 대기만성한 아티스트들이다. 이들의 존재가 실제로 어떤 영감을 주기도 했나? 넉 : 하루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다. [잡문집]이라는 수필집이 있는데 거기에 하루키가 언제, 왜 글을 썼는지가 나온다. 야구경기를 보다가 어떤 타자가 구회 말에 장외 홈런을 치는 순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나이 서른에 말이다. 멋있게 살 붙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웃음) 어쨌든, 그 구절이 너무 멋있었다. 내가 딱 서른이 되던 해에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됐다. 제이지의 첫 번째 앨범이 28살 즈음이었고,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자신의 샵을 차렸을 때가 서른이었다고 한다. 그들을 나열하면서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힙플 : 넉살이 가지고 있는 그런 불안감의 원인에 분명 지금의 시대상황이 한몫 했을 것 같다. 어쨌든, 미디어가 커리어에 상처를 줄 거란 걸 알면서도 등을 떠미는 상황이다. 악마들과 TV 프로 속 PD 야바위꾼들의 빠른 손놀림 너의 등을 떠미는 정체 불명 불안감의 원인 뭘 해도 늦은 듯한 기분이 들어 그래서 너의 재능을 상처 입힐 채찍을 들어? 넉 : 맞다. 요새 상황이 그렇다. 그런데 이 구절은 미디어에 대한 악감정이 아니라 철저히 삼자입장에서 상황을 묘사하고 싶었다. 실제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미디어가 인디음악, 힙합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뜻 봐도 너무 실체화 되어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굳이 감정적으로 묘사하기는 싫었다. 어차피 내가 얘기하니까 주관적이고 일차원적이겠지만 말이다. 음악은 그냥 음악인데 요즘은 음악들이 미디어를 통해 눈에 보이는 비주얼적인 가치로만 판가름 나고 있다. 그 중심에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 있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공중파 방송에서 ‘랩스타의 탄생’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다뤘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렇게 힙합이 다루어지는걸 보면 참 웃기다. 솔직히 말해서 난 음악은 그냥 음악만으로 남았으면 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Make It Slow’나 앨범 전체적으로 그런 가사들이 되게 많았는데, 그렇지만 그게 미디어를 보이콧하는 느낌이었다기 보다는 실제상황에 대한 내 나름의 묘사였다. 거기에 악감정이 묻어났다면 어쩔 수 없지만.. (웃음) 다만, 최소한 그런 가사를 쓸 때에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묘사하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다. 힙플 : ‘Make it slow’에서 시간에 초연하지만, 뭔가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그 반대지점에 ‘올가미’가 있는 것 같다. 쫓아오는 시간에 대한 실제적인 압박감들 말이다. 넉 : ‘올가미’는 진짜 쓰는데 6개월 정도가 걸린 것 같다. 왜냐면 지금도 정말 보고 싶지 않은 글이거든. ‘내 머리 하나 들어갈 올가미’라는 게 자살할 때의 목줄을 표현한 거였다. 쓰지 말아야 되는 가사인데 써야만 하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꼭 필요했다. 뭔가 X같은데 필요한 거. ‘살아서 뭐하냐’라는 가사를 꼭 쓰고 싶었다. 그런 가사를 쓸 때면 내면으로 계속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우울해지고 착잡해진다. 힙플 : 내가본 넉살은 쾌활하고 어둠 없는 사람인데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편인가? 넉 : 물론 한다. 고등학교 때는 그게 좀 심해서 병원도 다니고 그랬었다. 사람이 자기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그런 생각들을 안 할 수가 없거든. ‘살아서 뭐하냐 일해서 뭐해 아무 의미가 없는데’라는 생각들, 한번씩 하지 않나? 그저 양면화 돼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 그럼 ‘올가미’ 가사작업은 여러모로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 같다. 넉 : 죽음에 가장 가까운 가사를 써야 하는데 그걸 쓰려고 집중하다 보면 사람이 우울해지더라. 그리고, ‘올가미’는 사실 ‘밥값’의 인터루드 같은 곡이다. 처음에는 인터루드라는 단어를 붙일까도 생각했었다. ‘밥값’이랑 연결되는 구절들은 ‘무말랑이’ 같은 단어들인데, 음식들을 나열하면서 밥값의 예고편 느낌을 주고 싶었다. 힙플 : 이 곡을 많이 듣지는 않겠군 넉 : 잘 안 듣는다. (웃음) 하지만, 굉장히 힘들게 쓴 만큼 되게 마음에 드는 곡이다. 힙플 : 'Skill Skill Skill'은 재치 있는 주제의 워드플레이도 인상 깊지만, 어쨌든 랩퍼의 하드웨어를 강조하는 곡이다. 사실 요즘엔 하드웨어적으로 탄탄한 랩보다도 탄탄한 기믹랩이 주류로 떠오른 감이 있다. 넉 : 이게 참.. 요즘에 랩 하는 사람들은 연기를 잘해야 된다. 액팅이 가미된 랩들의 세상인 것 같다. 말하자면 워드나 문장이 뿜어내는 바이브보다 ‘나는 이런 캐릭터라 이런 랩을 해’라는 액팅이 가미된 음악들이 지금의 주류를 차지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어떤 면에서 나는 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런 식의 외부적인 것들이 부각될수록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은 분명히 힘을 잃어 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Skill Skill Skill’같은 경우에 그런 하드웨어에 대한 고찰들이 비중을 차지한다기 보다는 그냥 ‘내가 랩 이만큼 잘해요’ 하는 트랙이다. 거기에 뻔하지 않기 위해 ‘랩 테크닉 = 직업 기술’이라는 장치를 넣은 거지. 아버지한테 타이어도 하나 못 가는 놈이 무슨 음악을 하냐고 가서 기술이나 배우라는 말을 듣고 정말 거기서 초안을 짜서 만들었다. 힙플 : 아마 넉살의 톤과 발성이 1차적으로 테크니션의 인상을 심어주는 것 같다. 딥플로우는 자신의 랩을 베이스기타에 비유했는데, 넉살의 랩은 비유하자면? 넉 : 예전에 인터뷰에서 나는 내 톤을 싫어한다고 얘기한적이 있는데 난 사실 이 하이톤에 로망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난 랩을 한다면 상구형 같은 톤에 그런 묵직한 라이밍을 박는 랩을 하고 싶었다. 내가 옛날에 들었던 랩들이 그런 것들이었고, 그런 거에 심취해서 시작을 한 건데 어쩌다 보니까 내가 이렇게 되어있더라. (웃음) 뭐, 어쨌든 상구형이 적절한 표현을 해준 것 같다. 상구형은 말 그대로 덩치처럼 묵직한 베이스기타 같은 스타일이다. 그리고, 상구형은 라이밍 만으로도 스토리라인을 연결할 수 있을 정도로 라이밍 구사에 있어선 한국에서 탑 수준이기도 하다. 상구형 라이밍에는 어떤 타격감까지 있는데 심지어 거기다 이야기가 연결될 정도니 라이밍에 있어선 엄청난 고수다. 그래서 상구형은 ‘랩 하면 라임’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말 그대로 베이스 랩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라임에 대한 구조를 많이 깨려고 한다. 더 이야기처럼 문장 전체를 살리는데 힘쓰는데 그런 식이니까 아무래도 라임보다는 변주가 많이 필요한 스타일이다. 내가 내 랩을 일렉기타에 비유 한 건, 내가 랩을 화려하게 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면 내 가사는 진지하고 묵직하게 랩하면 그대로 진지충이 되는 가사거라는 말이다. (웃음) 분명 ‘아 이 새끼 뭔데 혼자 세상 다 산 것처럼 존나 진지해’ 하겠지. (웃음) 그래서 내 나름대로 진지한 가사이되 재미있게 들리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던 것 같다. 나는 본질적으로 박히는 가사들을 들려주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조금 더 화려하고 일렉기타 같은 랩이 필요했던 것 같다. 힙플 : 어떻게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기도 하겠다. 넉 : 뭐, 좋다 (웃음) 랩 잘한다고 해서 좋은데, 사실 지금은 ‘나 가사도 꽤 써요’라고 어필해야 되는 상황이 되긴 했지 (웃음) 힙플 : 씨잼이 힙플 인터뷰에서 ‘랩퍼는 랩을 잘해야 된다’라고 하더라 (웃음) 넉 : 그건 당연한 거지 힙플 : 가만 보면 기똥차게 뱉는 랩퍼들 입장에선 충분히 배알 꼴릴 것 같기도 하다. (웃음) 넉 : 근데 상구형 말대로 결국에는 ‘정신 똑바로 박힌 랩퍼’만 살아남게 된다. 랩이라는 건 내가 보기엔 도구와 같다. 힙합이라는 틀 안에서 어떤걸 표현하고자 할 때 쓰는 도구인데, 생각해보면 ‘무엇을 표현하고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 표현하려면 결국에 랩을 잘해야겠지. 음식점에 가도 일단은 맛이 있어야 되지 않나 힙플 : (웃음) 딥플로우가 라디오에서 우스개 소리로 '정신 똑바로 박힌 랩'이라는 말을 꺼냈지만, 굉장히 펀치감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넉살이 다른 스킬풀한 MC와 분류되는 구별점이기도 하고. 넉 : 음식점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중요한 건, 앞으로는 그 안에 어떤 재료가 들어있고, 어떤 구성이 갖춰져 있어서 본질적으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가 부각되는 시대가 분명히 올 거다. 상구형이 라디오에서 말한 ‘정신 똑바로 박힌 랩’은 아마 그런 얘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본질이다. ‘무엇을 표현을 하려 하는가’가 확실히 뿌리 박혀 있어야 되고, 그게 의문사로 끝나든 느낌표로 끝나든 에너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거다. 랩 자체의 청각적인 즐거움을 넘어서야 한다는 거지. 랩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노래와 비교해 단순하게 가사가 졸라 많다는 점인데, 만약 16마디를 4마디씩 4개로 나눈다면 그건 4연짜리 시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4개 문단으로 나누었을 때 문학적인 장치가 분명히 있어야 되고, 가사적으로는 메시지라는 에너지가 있어야 되겠지. 하지만, 메시지라는 게 꼭 사회를 선동한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랩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그린클럽(Green Club)이 이번에 나왔는데, 그 곡들은 가벼운 내용에 굉장히 쉬운 단어들을 사용해 표현한 랩이지만, 그 앨범이 표현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확실했기 때문에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힙플 : '밥값'의 비디오가 공개됐다. 이 비디오의 콘티를 살짝 들었었는데, 스토리라인이 기똥차더라 넉 : 상구형이 녹음을 하는 순간 이 스토리를 다 생각했다. 이 앨범은 전곡이 상구형의 디렉을 받은 앨범이거든. 밥값을 녹음하면서 이 뮤비에 대한 스토리를 얘기해주더라 결국에는 돈의 순환을 얘기하는 건데, 사실 ‘밥값’에서 진짜 담고자 했던 내용의 일부만 발췌한 거지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고등학생 친구가 CD를 사면서 낸 만원이 계속 돌고 돌아서 노래방 도우미한테도 갔다가 직장인한테도 갔다가 나한테도 왔다가, 다시 그 소년에게 돌아가는 식의 돈의 순환과정인데 ‘밥값’은 내가 일부러 장치를 많이 뒀고,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곡이다. 힙플 : 이 곡은 개인적으로 감동적인 곡이었다. 넉 : 뮤비가 또 한 몫 했다. 엄마랑 된장찌개 나오면 끝이지! (웃음) 힙플 : 라디오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좋은 '질'에 항상 높은 '값'이 따라오는 건 아니다. '밥값'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넉 : 라디오에서도 얘기했지만, 난 곡에 대한 주석 자체를 싫어하기도 하고, 나한테는 그게 크다. 받아들이는 청자가 마지막으로 완성 시키는 것. 어떻게 해석하느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에디슨’ 같은 가사에서 많은 의문들을 던졌던 거고, 이번에 힙플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Q’에서도 그런 라인들을 많이 넣은 거였다. 인터뷰니만큼 ‘밥값’에 대한 내 나름의 코멘트를 달자면 그건 정말 ‘값’과 ‘가치’에 대한 얘기였다. 나도 가끔씩 내가 랩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응당 그 만큼의 값을 받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그럴 거다. 육체노동을 하던지 재능을 파는 사람이라 던지 분명 다들 어느 정도의 불만들이 있을 건데, 내 경우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값이 매겨지는 매커니즘에 대해 정말 원초적인 것부터 따지고 들어가봤던 것 같다. 결국에는 살기 위해 필요한 의식주가 있는데 그 중 식을 택해서 원초적으로 값을 밥으로 표현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한 마디로 ‘밥값’이라는 건 내가 응당 받아야 되는 값인 거다. 힙플 : 하지만, 이 곡이 인상적인 건 그런 볼 맨 소리들이나 불만토로로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달한 결론이 있나? 넉 :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니 ‘그럼 이제 여기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될까?’ 라는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달한 결론은 결국 값이 가치를 만드는 건 아니니까 그 가치에만 집중하자는 거였다. 마치 승패와 상관없이 엄마가 차려주는 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듯이, 사랑이 기다리고 있듯이, 값이 가치와 일치될 때까지. ‘만약 너도 가치에 집중하며 부끄럼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면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거다.’ 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힙플 : 하지만, 곡의 마지막 구절은 상당히 씁쓸한 결말이다. 혹은 차가운 방 불 꺼진 겨울 타지에서 혼자 꿈을 끓이는 이의 열망 내가 지던 이기던 신경 쓰지 않는 세상과 매일 아침 마주하는 그 밥상의 값은 얼마 넉 : 맞다. 사실은 엄마만 우리를 기다리지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된다’ 라는 라인도 하나 넣어놨다. 여러 가지를 담고 싶었고, 담아낸 곡이다. 힙플 : 그런 점에서 ‘Do it For’에서 넉살의 벌스는 개인적으로 꼽은 최고의 벌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30살 신인 랩퍼 넉살이 치열하게 살아남고 변해온 과정들이 한번에 읽혔거든. ‘난 사랑을 내밀었지만, 세상은 돈을 원해 그래 나도 그게 편해’ 넉 : 그야말로 실제로 랩에서 화를 내기 때문에.. (웃음) 나는 개인적으로 로맨티스트가 되고 싶다. 뱃사공형처럼 항상 로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로망이나 꿈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그라들지만, 항상 영혼을 믿는 거고. 그런데, 실제 세상에서 로망이라는 건 사실 그저 기호품 같은 거다. 담배처럼 피든 안 피든 상관이 없는 거지. 세상이 그런걸 원하지 않는데 나만 그런걸 원하고 갖고 있다면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 세상이 원하는 대화방식은 돈인데 그런 상황에서 괜히 내 영혼이나 곤조나 가치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어느 순간 에너지 소모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그래.. 돈 얘기가 오히려 나도 편하다’라는 자세를 취하는 거지. 힙플 : 잘쓴 가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리리시스트들의 공통점은 자칫 감상에 빠질 수 있는 주제도 촌스러운 코드들을 잘 피해간다는 점. 딥플로우는 페이소스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점이 넉살 가사의 포인트라고 했다. 넉 : 쥐어짜려고 하는 트랙은 그렇게 가주는 게 맞다. 페이소스나 그런 식의 음악적 장치를 많이 이용할수록 진부함을 피할 수 있거든. 내가 실제로 그런 것들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긴 하다. 사실 이번 앨범은 내가 주제를 굉장히 기발하거나 독특하게 잡은 앨범이 아니기 때문에 ‘에디슨’ 같은 가사나 ‘Organ’류의 스페셜한 혹은 독특한 가사들은 없었을 거다. 페이소스 같은 장치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 뻔한 얘기를 뻔하게 랩하고 뻔하게 표현한다면 누가 그걸 듣겠나, 뻔한 주제를 쓴다면 철저히 나만의 색깔로 풀어야 한다. 한 마디로 내 가사에서 페이소스들은 어떤 기교가 아닌 필수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힙플 : 사람들은 아직 랩 테크니션으로서의 넉살에 더 주목하는 듯 하다. 사실 그 이전에 뛰어난 리리시즘이 빛난 앨범 아닌가. 피드백에 대한 어떤 아쉬움은 없나? 넉 : (웃음) 사실은 작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힙플 : 피드백을 살펴보는 편인가? 넉 : 1분에 한번씩 노이로제 정신병자처럼 계속 찾는다. (웃음) 솔직히 안 본다면 구라고 진짜 많이 찾아보는데, 피드백들에서 조금 아쉬웠던 건, 요소적인 장치로 ‘여기로 들어오세요’ 했던 곡들, 예를 들면 ‘악당출현’ 같은 곡만을 맛있게 먹어주는 건 조금 아쉬웠다. 실제로 ‘악당출현’이 가장 반응이 좋았고, 성공했는데, 사실 그건 대놓고 그런 함정을 파 놓은 곡이었거든. 그런데, ‘밥값’이나 이야기했던 ‘Do it For’의 벌스나 여러 가지 문학적인 장치를 동원해 ‘이 가사는 여기서 애들이 싸겠다’ 했던 라인들은.. (웃음) 의도들을 또 피해가더라. 그냥 ‘랩이 좋네, 먹먹하네 눈물 나네, 밥값 해야겠네’ 이런 식으로 (웃음) ‘밥값 하러 갑니다~’ 류의 피드백들. 사실 밥값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 담고자 했던 메시지는 치열하게 산 너의 삶조차 응원한다는 거였거든. 힙플 : 딥플로우는 ‘이 곡(밥값)의 반응이 없으면 은퇴를 해버리겠다!’라는 발언까지 한 상태인데.. 심각한 거 아닌가? (웃음) 넉 : 하지만 이 정도면 선방은 했기 때문에, 은퇴는 안 해도 될 거 같다.. ^^; 힙플 : ‘ONE MIC’라는 곡 이야기를 해보자. 쇼미더머니로 인생이 바뀌는 랩퍼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이번 스눕독 사건을 묘사하기도 했다. 넉 : 첫 벌스부터 중반까지는 내 이야기다. 쇼미더머니2에 나갔을 때의 상황과 똑같거든. 힙플 : 쇼미더머니에 나간 커리어가 이런 가사를 쓰는데 발목을 잡진 않았나? 넉 : 전혀. 만약에 그게 쪽팔리다고 생각하고, 나의 흑역사를 들춰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밑도 끝도 없다. 비록 떨어져서 아쉽지만 지금은 그냥 재미있게 잘 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회사원 형님이랑 하는 영상이 아직도 돌고 있는 걸 볼 때면 막 찌릿찌릿하고 (웃음) 볼 때마다 미칠 거 같긴 하지만.. 뭐 어떻게 하겠어? 지나간 일인데 (웃음) 어찌됐든 중반까지 나의 경험을 토대로 가사를 썼고, 그 다음부터는 스눕독 사건을 보고 나서 느낀 그 충격과 공포와 전율의 도가니에 관해 이야기했다. 상구형이 그걸 보자마자 그 주제를 생각했고, 나한테 던져주었다. 힙플 : 가사 내용처럼 그런 식으로 태도가 변한 랩퍼들을 실제로 본적이 있나? 넉 : 벌스3는 완전한 픽션이었지만, 사실 뭐, 딱 봐도 그럴 거 같다. 힙플 : ‘HOOD’ 역시 스토리텔링으로 서사를 끌고 가는 곡이었다. ‘원하던 성공을 이뤘지만 어딘가 삐끗한 삶들’ 정도로 압축해본다면 ‘ONE MIC’의 이야기와 무척 닮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넉 : 맞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이야기들이다. ‘보이즈 앤 후드(Boyz N The Hood)’라는 영화를 옛날에 봤었는데, 마일드비츠 형한테 비트를 받아서 듣는 순간 그 영화가 생각이 나더라. 게토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 그걸 한국식으로 대입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에 했고, 주제의 초안을 잡았다. 돈을 벌러 동네를 떠났는데, 지금의 자신이 부끄러워서 동네에 못 돌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분들을 상상했다. 힙플 : 넉살도 뭔가 마음의 안식처 같은 후드가 있나? 넉 : 나한테는 연희동이 그렇다. 힙플 : 레이블들의 숱한 공연곡들이 있지만, '악당출현'은 소재 선택에서 이미 임팩트가 굉장하다. 산왕 홈그라운드에 들어간 북산의 이미지라니. VMC와 굉장히 잘 맞아떨어진다. 넉 : 이 곡은 원래 VMC 컴필레이션을 만들 때 수록하려고 했던 곡인데, 내 앨범에 가져가게 됐다. 상구형이 앨범의 전체적인 디렉션도 보지만 ‘악당출현’같은 경우에는 상구형이 ‘버기(Buggy)’한테 곡을 요구해서 만들어냈고, 랩 더블링부터 훅까지 모두 상구형이 정리 하기도 했다. 힙플 : 아직 앨범이 전부 소화되기엔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악당출현을 앨범의 킬링트랙으로 꼽았다. 물론 좋은 곡이지만, 어느 정도 단체 곡 어드벤티지를 가지고 갔다고도 생각된다. 양화의 작두처럼. 넉 : 아까 얘기했다시피 의도와 함정이 다른 곳에도 분포돼있는데, 다른 함정에도 좀 듬성듬성 빠져줬으면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웃음) 힙플 : 이번 앨범에서 가장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곡이 있다면? 넉 : 솔직히 열 두 곡 모두 애착이 있다. 상구형이랑 쥐어짜고 싸우면서 만든 앨범이니까. 굳이 꼽자면 ‘작은 것들의 신’의 첫 구절이 생각나는데, 그 가사를 보면 진짜 감회가 새롭다. ‘하수구 냄새를 맡으며’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실제로 플스방 알바 할 때 옆에 싱크대에서 하수구 냄새가 계속 났거든. 모니터 꺼지지 않게 마우스를 흔드는 것도 실제로 포스 화면 안 꺼지게 마우스 건드는 게 일이었다. 지금 보면 정말 고등학교만 나와서 알바만 하던 애가 힙합 앨범을 냈다는 감회에 젖는 가사다. 힙플 : 딥플로우가 ‘너는 아직 오르간을 뛰어넘지 못했다’라는 말을 했다고 했는데 (웃음) 이 앨범으로 커리어 하이를 갱신한 것 같나? 넉 : 그거는 사람들이 평가해주겠지 (웃음) 나는 그냥 이 앨범을 내서 기분이 좋다. ‘오르간’은 그때의 바이브와 나의 집중력이 맞아 떨어진 곡이고, 이 앨범은 내가 서른이 돼서 본 풍경과 그 동안 겪은 삶에 대한 얘기니까 또 나름의 그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 개인적으로 이런 소시민적 코드에 되게 취약한 취향이 아닌데도, 감정선을 여러 번 건드리는 앨범이었다. 같은 의미로 [양화]나 [The Anecdote] 정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본인이 직접 두 앨범의 영향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넉 : 솔직히 디테일은 모르겠다. 그런데 딱하나 얘기할 수 있는 건 작년에 앨범을 준비하면서 센스형의 ‘비행’을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뱃사공형이랑도 맨날 그 얘기를 하는데, 딱 듣는 순간 사람이 존나 우울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소리가 몸 속으로 들어와서 마음을 어그러트리는 느낌. ‘비행’이라는 곡이 나한테 딱 그랬다. ‘내가 많이 변했냐?’라는 첫 구절에 이미 게임 끝난 거지 (웃음) 그런걸 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좋든 안 좋든 사람들의 마음을 만질 수 있는 그런 랩 말이다. [The Anecdote]나 [양화]가 그게 쌨던 것 같다. 힙플 : ‘Sleep Tight’은 어땠나? 넉 : ‘Sleep Tight’은 개인적으로 노멀했다. 나는 ‘비행’이 작년 통틀어서 내가 들은 한국 음악 중에 제일 좋다. 근데 너무 마음을 뒤흔드니까 자주 듣지는 못했지 우울해질 까봐 힙플 : ‘작은 것들의 신’은 시스템의 불합리를 정서적으로 깔고 가는 앨범이지만, 그럼에도 X 같은 시스템이라고 말하거나 그런 것들에 저항하는 가사를 담지 않았다. 넉살만의 확고한 서사 규칙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넉 : 작은 것들의 신이니까. 왜냐면 작은 사람들은 싸우지 못하거든 (웃음) 소시민들은 절대 시스템에 싸우지 않는다. 가정을 하자면 이런 거다. 굉장히 불편한 의자가 있는데 그 의자에 항상 앉아야 있어야 된다. 그럼 어떻게 될까? 아마 이 의자가 불편하다는 생각을 잊고 그 의자에 적응을 하고, 처음에는 불편한 의자였지만 결국 편하게 앉는 방법을 찾게 될 거다. 그리고 나중에는 편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겠지. 인간의 적응 같은 거다. 힙플 : 다른 말로 노예근성 넉 : 담배 값이 오천 원이라고?! 지금 누가 그런 말하나 아무도 그런 말 안 한다. 두 배로 올랐는데도 (웃음) 힙플 : 매소드 랩이었던 건가? (웃음) 넉 : 그게 좀 담겨져 있다. ‘아, X같아..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어’ 같은 생각은 당연한 거다. 누구나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 이 구조가 기형적인 건 모두가 안다. 하지만, 기형적이라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그건 모순적이지만, 내 앨범에서도 ‘이 사회의 불합리와 내 등을 떠미는 세상, 그걸 고쳐야 합니다’라고 얘기 하진 않는다. 난 그냥 ‘이 세상은 기형적이에요’ 정도 까지만 얘기할 뿐이지 그걸 고칠지 말지는 각자의 판단이다. 힙플 : 그런 서사 방식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한다. 넉 : 나한테는 그게 정말 중요하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음악이 사람들한테 닿았을 때 온전히 그 순간 와 닿는 감상이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힙플 : 이번 앨범을 잘 감상할 수 있는 팁이랄까? 넉 : 뭐, 뻔할 뻔자로 처음에는 재미있는 랩을 즐겨주시고, 시간이 좀 된다면 가사와 함께 보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나는 텍스트로만 봐도 얘기가 멋있게 나오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힙플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궁금하다. 넉 : 어떤 방식으로일지는 모르겠지만, 오디(ODEE)와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코드쿤스트(Code Kunst)와 EP프로젝트가 있는데, 그거에 대한 주제들이 몇 개 있는 상태다. 그 두 개가 내 개인적인 올해의 목표고, 싱글이나 무료공개곡들도 자주 하려고 한다. 힙플 : 이제 막바지다. VMC는 한결같이 강단을 지켜왔고, 그 강단이 이끌어온 감이 있다. 그런데, 얄팍한 생각으로 ‘그 강단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봤다. 많은 레이블들이 다른 길로 샐 수 있다는 많은 여지를 만들어놓지 않나 넉 : 나는 내가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걸 수도 있겠지만, 그 강단이라는 게, 한 번도 틀린 말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거를 강단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건데, 누가 들으면 ‘내 욕하는 거 아니야?’ 라고 들릴만한 강단임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그게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상구형이 만든 스탠스는 반드시 필요한 거였다고 본다. 내가 아는 상구형은 절대 개소리나 뻘소리 하는 사람이 아니다. 확실히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강단이 발목을 잡더라도 우리는 ‘틀린 말 한 거 아닌데 뭐 어때?’하고 넘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난 그런 강단이 좋다. 사실, 누구를 미워하는 건 내 타입도 아니고, 난 겁쟁이라서 누구를 직접적으로 디스하는 건 잘 못하지만, 그래도 할말은 하고 살아야 하지 않나? 말도 안 되는 랩으로 돈 버는 애들한테는 일침 한번 쏴주는 게 필요할 때도 있는 거다. 힙플 : 2016년 VMC는 어떨 것 같나? 넉 : 내가 옛날에 개그맨 이국주씨를 보면서 그랬다. ‘아 저 사람은 진짜 재미가 없다 진짜 안되겠다’ 했는데 어느 순간 엄청나게 재미있어지고, 그 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대가 오더라. 그때 느낀 게 있는데, 버티고 살아남으면 언젠가는 화살표처럼 후르르 하다가 차례가 온다는 거다. 그런데, 올해 비로소 포기하지 않고 이 게임을 떠나지 않고 있었더니 그 화살표가 우리한테 굉장히 가까이 온 것 같은 느낌이 온다. 화살표가 또르르 가다가 사람들 다 돌고, ‘너희 남았네?’ 하면서 우리한테 오고 있는데, 그 타이밍이 올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넉살 [작은것들의 신] 쇼케이스 http://hiphopplaya.com/live/3108 인터뷰 | 차예준 (HIPHOPPLAYA.COM) 넉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ucksal/ 넉살 트위터 https://twitter.com/nucksal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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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넉살(Nucksal) | 개똥철학, 혹은 '병신 같지만 멋있어'  [14]
HIPHOPPLAYA (이하 힙플):힙합플레이야 인터뷰는 처음이다. 랩네임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한다. 넉살: 넉살이라는 이름은 고등학생 때 지었다. 영어 이름도 있었지만 한글로 된 이름을 가지고 싶었고, 광대.. 뭐 이런 몇 가지 이름들이 스쳐 지나갔는데 (웃음) 결국 넉살이라고 이름을 지었지. 힙플: 고등학생 때부터 랩을 한 건가? 넉살: 맞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에 힙합이라는 만화책이 유행했었는데, 그 만화책 보면서 중학생 때는 친구들이랑 춤을 췄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로 넘어오면서 랩을 시작하게 된 건데 딱히 계기라고 하면 우리 집이 사남매 집안이라 누나들이 세 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누나들이 힙합을 좋아해서 집에 항상 대한민국 시리즈라던가, 조피디의 앨범 등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허니패밀리(Honey Family)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중학생 때는 마스터플랜(Master Plan) 앨범을 들으면서 관심을 키웠던 것 같다. 그때부터는 외국힙합도 듣기 시작했지. 힙플: 2009년부터는 애니마토(Animato)와 팀을 결성하여 퓨쳐헤븐(Future Heaven)으로 데뷔를 했는데, 당시 활동은 어땠나? 넉살: 고등학생 때 내 꿈은 원래 글을 쓰는 거였다. 근데, 학교는 재미없고..랩 하다가 대학은 못 갔지.. (웃음) 그나마 실기로만 갈 수 있는 학교를 찾다가 기껏 준비하던 서울예대는 결국 떨어졌다. 그 바람에 알바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글 쓰는 공부를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대학교 힙합 동아리에 들어간 고등학교 친구의 소개로 애니마토 형을 만났다. 리드메카(Rhydmeka) 멤버 중에 쿠마라고 왜 돼지같이 뚱뚱한 친구 있지 않나, 그 친구가 나랑 고등학교 시절부터 같이 랩을 하던 친구였다. 어쨌든, 이 친구가 대학교 힙합동아리에서 만난 선배(애니마토)한테, 당시에 노래방에서 MP3로 녹음했던 음원들을 들려줬고, 그걸 계기로 애니마토 형과 만나 퓨쳐헤븐이라는 팀까지 결성하게 됐다. 2009년이면 내가 23살 때인데 그때 처음으로 EP앨범도 냈었지. 힙플: 데뷔시기로만 보면 사실상 베테랑이다. (웃음) 그럼에도 아직까지 루키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건, 불편한 상황일 수도? 넉살: 퓨처헤븐으로 쭉 해왔다 해도, 퓨처헤븐이라는 팀 네임이 베테랑이 되는 것뿐이지 실력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나는 넉살로의 커리어를 시작하면서부터 커리어가 새로 refresh 됐기 때문에 해당 사항 없다. 베테랑은 무슨.. 실력이 베테랑이지 경력이 베테랑이겠나 (웃음) 힙플: 솔로로 커리어를 전향한건 언제부터인가? 넉살: 군대 전역하고 나서였을 거다. 2009년에 퓨처헤븐 앨범을 1,2로 두 장을 내고 바로 입대를 했거든. 2011년인가 2012년에 전역을 했는데, 애니마토 형이 전업 프로듀서를 선언하더라. 그때부터 솔로로 전향했다. 햇수로 한 3년쯤 됐을 거다. 힙플: 팀이 해체 된 건가? 넉살: 나는 아직도 퓨쳐헤븐이라는 타이틀을 항상 샤라웃한다. 팀으로 활동은 안 하지만, 애니마토 형이 프로듀서로 있고 내가 랩을 하는 트랙이면 그것도 결국은 퓨쳐헤븐인거다. 힙플: 그렇군. 그러고 보니 ‘악마들이 춤 추는 댄스홀’이나 ‘RHYD YO’ 등 꾸준히 애니마토와 호흡을 맞추고 있지 않나? 넉살: ‘악마들이 춤추는 댄스홀’은 애니마토 형이 작곡과 엔지니어링을 했고, ‘RHYDYO’에서는 엔지니어링을 도와줬다. 'RHYD YO'의 작곡은 영제이(Young Jay)가 했다. 힙플: 그래 영제이가 했지. 말이 나온 김에 리드메카 크루랑 개릴라즈(GUE) 크루에 대해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넉살: 리드메카는 흔히 말하는 내 후드다. 고등학교 친구들부터 이십 대 초반, 주위에 힙합 음악 하던 친구들이 한 명 한 명 모여 만들어진 크루.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뭉쳐 다니며, 술 먹고 놀던 팀이지. 그 중 애니마토 형은 나한테 힙합음악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알려준 형이다. 나한테는 음악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스승같은 사람이다. 리드메카 크루는 그렇게 나랑 애니마토형, 쿠마 그리고 블랭타임(Blnk-Time), 영제이, 아이딜(Ideal) 형이 있고, 용우라는 노래하는 친구랑 들개, 허씨, 일균이 형, 원플로우라는 큰 형도 한명 있다. 씬에 완전히 들어와 있지는 않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겸하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힙플: 리짓군즈가 리드메카에서 파생된 건가? 넉살: 그렇진 않다. 리짓군즈는 다른 곳에서 자라난 암세포들이다. 리드메카는 리드메카대로 잡초 같은 사람들이고. (웃음) 힙플 :개릴라즈는? 넉살: 내가 군대를 막 전역했을 때 디제이 티즈(DJ Tiz)형이 갓 전역한 나를 불쌍히 여겨 공연 장에 데리고 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요즘에는 티즈형이 공연장에서 디제잉을 많이 안하지만 티즈 형이 한참 활동하던 때 티즈형의 디제이 타임에 내가 한두 곡 정도를 같이 하곤 했는데, 마침 그 시기에 뉴블락베이비즈(NewBlockBabyz)를 하고 있던 뉴챔프(NewChamp)형이 내 라이브를 보고 뭔가 좀 더 랩이 위주가 된 유닛을 꾸리고 싶었는지 나한테 컨택을했다. 그렇게 랩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발휘해 보자는 취지하에 개릴라즈가 만들어졌다. 멤버로는 챔프형과 나, 콸라(Qwala), 영제이, 제이호(Jayho) 그리고 서사무엘(Seo Samuel)과 지금은 아트 디렉팅을 하는 명선이 형까지 여섯 명이 속해있다. 힙플: 사실상, 개릴라즈와 리드메카 더 보면 리짓군즈 까지는 접점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춘추전국시대엔 의기투합도 생각 해 볼만 하지 않나? (웃음) 넉살: 맞다. 서로서로 접점이 많고, 선이 없다. 그런데, 내가 속해 있는 크루는 정확히 리드메카와 개릴라즈 두 개뿐이다. 아, 그리고 개릴라즈는 지금은 이름을 바꿔서 'GUE'라고 부른다. 리짓군즈는 그저 임원진일 뿐. (웃음) 리짓군즈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내가 항상 함께 있었다. 그들과는 엄청난 양의 술자리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처음에 어떻게 태동이 됐고, [Change The Mood]라는 앨범이 어떻게 시작되고 완성됐는지도 옆에서 계속 지켜봤다. 솔직히 크루 멤버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런데 내가 리짓군즈에 명단을 넣고 활동하지 않은 이유는 내 나름대로 다른 데서 힘을 키우고, 그걸 리짓군즈한테 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굳이 소속감이나 선을 만드는 것 보다는 어차피 사람들은 리짓군즈와 내가 잘 맞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냥 그들의 서포터가 되고 싶었다. 힙플: ‘GUE'크루의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까지 들은 것 같다. 콸라 말로는 멤버들 간의 색이 너무 다르고 뚜렷해서 한 트랙에 묶이기가 힘들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틀이 잡히지 않은 상황인가? 넉살: 그렇다. 틀은 아직도 거의 안 잡혀있고, 그건 GUE의 올해 목표다. 서로 생각하는 것들이나 개성이 너무 달라서 좀처럼 쉽지 않다. 랩싯으로 와다다다! 풀어내는 트랙은 쉽게 할 수 있어도 완성도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려면 어떤 확실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은 보류상태다. 힙플: 의견 수렴이 안 되나 보군. 넉살: 거기다 요즘에는 각자가 앞두고 있는 앨범들이 있기 때문에 힘을 ‘팍!’하고 한 번 쏟아 부을 여유가 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냥 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지금 나는 앨범을 준비하고 있고, 제이호도 마찬가지다. 사무엘이랑 영제이도 지금 앨범을 거의 완성한 걸로 알고 있다. 올해 상반기가 될지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각자 앨범 준비가 마무리됐을 때, GUE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볼 생각이다. 힙플: 콸라 말로는 넉살이 그렇게 독설가라고 넉살: (웃음) 병원에 가야만할 것 같다. 맨 정신에는 안 그러는데, 술만 먹으면 스멀스멀 욕을 하고 싶다. 사실 독설가라기보다는.. 글쎄, 독설가는 어떤 타당한 근거에 의해서 비판을 하고, 말을 싹수없게 하더라도 상대방이 반박할 수 없도록, 납득되는 욕을 하는 사람인데 나는 그건 아닌 것 같다. 그저 내 기분 내키는 대로 ‘너 쓰레기야 너 구려’식이니까 그게 많이 기분 나쁘고 그랬을 거다. 콸라랑 예전에 많이 그랬었지.. 힙플: 멱살 잡고 싸웠다고 들었다. 넉살: GUE는 술 먹고 자주 싸운다. 아주 많이..(웃음) 술 먹는 자리에서는 항상 두 명씩 짝지어서 싸우고 있다.(웃음) 그 중심에 대부분 내가 있는데, 콸라와는 이번 [Monsta Truck 2014]의 ‘동양똥개’나 ‘뻠삥’ 같은 트랙이 나오기 전까지 특히 그랬다. 힙플: 음악으로 싸우면, 보통 어떤 이유로 싸우나? 넉살: 내가 봐온 콸라는 어떤 음악적 기류가 있을 때, 그걸 되게 빨리 흡수하고, 캐치를 해내서 내버리는 타입이었다. 근데, 그건 내가보기에 너무 생명력이 짧아 보였던 거지. 난 항상 자기만의 근간을 둬야 된다고 생각한다. 콸라가 됐든 누가 됐든, 뮤지션을 떠올릴 때 단지 목소리가 아닌 어떤 것들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콸라한테 '근간을 잡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얘기를 해줬다. 물론, 친하니까 하는 얘기겠지. 어쨌든, 그 얘기를 맨날 하니 그만해 제발!’ 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진 거다. (웃음) 내가 항상 하는 얘기가 ‘집에서 나오지 말고 폐관 수련하면서 더 딥하게 들어가라’ 이런 레퍼토리였다. 근데 그 얘기를 백 번째 들으니 폭발할 수밖에.. (웃음) 그런데, 그 후에 콸라가 ‘그래.. 시발 내가 집에 가서 만들어 올게..’ 하더니 나온 앨범이 [Monsta Truck 2014]다. 그걸 듣고 바로 사과했다. (웃음) 어쨌든, 내 생각에 콸라는 이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금보다도 분명히 좋은 것들이 나올 거고, 근간을 두고 쌓아 올라가는 결과물들이 나올 것 같다. 예전 EP들은 좀 중구난방한 느낌이었거든. 오히려 나는 하나의 컨셉을 두더라도, 지금이 더 좋은 거 같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들이지만. (웃음) 힙플: 돌아가서 작년 초 ‘Just Do It’부터 ‘RHYD YO’가 넉살 커리어의 시작인 것 같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넉살을 주목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은데, 준비 과정이 있었나? 당시가 아무래도 쇼미더머니 직후였으니까 넉살: 그냥 그러고 있었다. 쇼미더머니가 끝난 후 나는 다시 원래의 이준영으로 돌아가서 술 먹고 술 먹고 다시 술 먹고 계속 이러고 있었다. 그러다 정신 차리면 아르바이트하고 있고, 아르바이트 끝나면 고작 하루에 한두 시간 가사 쓰는 그런 패턴의 생활이었지. 그러던 중에 애니마토형의 뭐라도 하라는 압박에 못 이겨냈던 곡이 ‘Just Do It’이다. 프리모(DJ Premier)의 ‘Classic’에 발판을 둔 비트가 내 컴퓨터에 있길래 그냥 틀고서 무작정 가사를 썼다. 자켓도 애니마토형이 뻑큐 한 번 해보라 길래 바로 밖에 나가서 뻑큐한 사진으로 포장한 거였다. 근데 그 사진을 아직도 힙플에서 쓰고 있더군 (웃음) 어쨌든, 사운드 클라우드에 곡을 올렸는데 쇼미더머니2의 여파인 건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주목을 받았다. 힙플: 결국 쇼미더머니 득을 본 건가 넉살: 쇼미더머니 당시를 생각하면 나는 참 고맙다. 일단 내 인지도를 올려줬으니까. 그리고, ‘아오 저 병신새끼’ 하는 반응보다 ‘저 사람 잘하는데 왜 떨어졌냐’ 하는 말도 안 되는 여론이 생긴 것도 고맙다. 힙플: VMC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 내 기억에 딥플로우가 FA시장 1%라며, 랩 제일 잘하는 랩퍼로 넉살을 지목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넉살: 뭐, 지금은 상구형이 쓴 물 삼키고 있지.(웃음) VMC에 입단한 건 작년이었는데, 사실상 상구 형을 안지는 꽤 오래됐다. 정확히 말하면 인사만 하던 사이였다. 계기는 작년 즈음 ‘RHYD YO’를 내고 앨범의 비트를 모으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상구형이랑 술자리에서 한두 번 만났는데, 상구 형이‘너 지금 뭐 준비하고 있냐’ 물어보길래 내가 준비하고 있는 앨범에 대해 열심히 약을 팔았다. (웃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야 시작한 앨범인데 그렇게 한 1년 반 정도를 상구형한테 약을 팔았던 것 같다. (웃음) 아무튼, 내가 주절주절 얘기하니까 지루했는지 당시에는 ‘그래 잘 준비해’하고 마무리 됐었는데, 얼마 후에 공연이 끝나고 리짓군즈랑 술을 먹으러 가는 길에 상구 형을 또 만났다. 그런데 그 때 상구형이 의미심장하게 ‘이따가 술 한잔하자’하더라. 당황했지 (웃음) 사실 따로 술을 먹을 정도로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거든.. ‘맞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과 ‘VMC에 나를 데리고 가려나’ 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칠성포차에 가니 상구 형이 각 잡고 앉아있더군. 상석에는 상구형, 옆에는 지인 한 명. 이렇게 셋이서 술을 먹었다. 상구 형이‘너 지금 뭐 준비하고 있냐’를 또 물어보더라. 데자뷰를 느꼈지만, 했던 얘기를 또 했다. 물론, 앨범은 전혀 진전이 없던 상태였지만.. 그땐 그냥 약을 팔았다. 힙플: 누가 회유 했다고 하기에 애매한 스토리 같다. (웃음) 넉살: 상구 형은 기본적으로 말을 정말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착하기도 하지만, 내가볼 때 명석하고 지혜로운 형이거든. 당시에는 좀 취하기도 했지만, 그런 면모에 회유 당했던 것 같다. 투자금, 회사에 대한 얘기를 좀 하더니 ‘차라리 VMC에 들어와서 네 앨범을 내는 게 어떠냐’ 라고 하더라 힙플: VMC를 주저 없이 선택한 이유가 있나 넉살: 한 마디로 ‘앨범 준비하는 거 있으면 어영부영 내서 사라지지 말고, 서포트 해줄테니 VMC에 들어와라’ 였다. 그리고 당시에 나 역시도 별로 재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상구형 음악 하나는 진짜 리스펙하기 때문이다. 일단, 가사적인 부분에 내가 굉장히 신경 쓰는 디테일이 있고, 라이밍도 좋고, 여러 면에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순조로웠지. 힙플: ‘Nuckle Flow’는 대외적으로 VMC 입단 출사표 같은 곡이었지만, 가사를 들춰보면 나올 얘기가 많다. 발췌한 가사로 정리해보면, '이 바닥의 내면을 비춰본 적 없는 페이크들 때문에 힙합은 힙합비치들의 가십거리가 됐고, 로우디가(Row Digga) 같은 사람들은 환멸을 느끼고 입을 닫았다' 라는 건데 넉살: (웃음) 그렇게까지 해석이 되나? 힙플: 얻어걸린 건가? 넉살: 절대 아니다. 내 가사가 원래 돕하다. 힙플: 아무튼 그 곡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넉살: 어차피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들어올 거란 건, 이제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은 임팩트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앨범에 수록되지 않을 수도 있는 애매한 곡으로 내가 벌스 두 개를 하고 상구형이 두 번째 벌스에 들어오는 구성으로 만들었다. 근데, 상구형의 드랍더밤이 안 된다는 컨펌을 받고 한 번 어그러졌다. 원래 발표를 한두 달 전에는 했어야 됐는데, 계속 밀린 거지. 그 다음에 나온 아이디어가 50마디를 ‘와다다’ 쏟아내라는 상구형의 주문이었다. (웃음) 정말 디테일하게 설명해줬다. 어떤 부분에 강약을 주는지 까지.. (웃음) 어쨌든, 그런 곡을 만들었지만, 사실 난 이 곡이 정말 싫었다. 내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는데, 나는 ‘내가 이만큼 랩을 잘하고, 본때를 보여주겠다 이놈들!’ 하는 걸 표면으로 드러내는 게 싫었거든. 사실 그게 거의 전부인 트랙이지 않나, 난 그 의도가 너무 오그라들더라. (웃음) 힙플: 그럼에도 했던 건 회사의 압박이었나 (웃음) 넉살: 상구형이 말하길 ‘이걸 게임이라고 생각해봐라 어떤 포인트가 중요한 거다’라고 하더라. 예를 들어 음악적인 디스코그래피나 내 인생에서 봤을 때, 이건 내가 갑자기 벌거벗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그런 이벤트와 같은 거라고..(웃음) 수긍이 갔고 그래서 50마디를 썼다. 제목은 상구형이 정해줬다. 가사적인 얘기를 하자면 어찌됐든 아무리 내가 랩을 잘한다는 얘기를 하더라도 그걸로 50마디를 끌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말 했듯이 좆같이 웃기는 이곳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거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줄게 내 rap을 받어 비춰봐 넌 본적이 없지 이 바닥의 내면’ ‘그러니 니넨 hip hop bitch들의 가십거리 밖엔 안돼’ ‘닥치고 그만 꺼져 이 게임에 부랑자들 불안종자들, 말도 섞기 싫어 그래서 로디형은 자켓 뒤에 숨어’ 힙플: 넉살이 쓰는 단어들, 이미지적으로 참 진흙탕 같고 좋다. 넉살: 그러니까.. 이건 뭐 VMC 사람들이나 주변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건데, 사실 난 가사를 쓸 때 연계성을 명확하게 두지 않고, 라인이 넘어갈 때 마다 가사적인 이미지만 제공하는 걸 굉장히 즐겨 한다. 그러니까, 어두운 이 바닥의 내면을 비추기 위해서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주는 게 아니라 단지, 어두운 내면이라는 이미지만 주고 그 다음에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거지. 이런 식으로 이미지를 이어가는 식이다. 하지만 ‘Nuckle Flow’ 가사를 쓸 때는 ‘내가 50마디를 하더라도 너희는 지겹지 않게 들을 수 있다’라는게 첫 번째 의도였다. 가사적인 의도는 사실 덤이었지. 그냥 내가 이 게임을 봤을 때 좆같은걸 썼다. 예를 들면 이 흐름에 들어오기 전 겉에서 봤을 때는 이 힙합씬이 참 예쁘고 좋은데 그 강물 속에 들어갔더니 똥물이었던 거지. 환멸감까지는 아니어도 그런 것들에 대해서 비꼬듯이 썼다. 특정한 무엇을 거론할 것도 없이 구린 것들에 대한 풍경 정도다. 그렇다고 내가 멋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힙플: 구구절절 해지기 싫은 심정 이해한다. 넉살: 그러니까, 내가 누구를 말할 처지인가? (웃음) 나부터 앨범 한 장이 없는데.. 제정신이야 내가? 힙플: 작년부터 피쳐링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같다. 작년 한 해 어땠나? 넉살: 작년 한해는 여러 가지로 많이 했다. 나는 내 자신이 되게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뭐 하나가 나오는 것도 사실은 굉장히 느리고, 요새는 술 담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집중력도 떨어졌다. 20분만 지나면 발작하면서 컴퓨터로 웹서핑하고 있을 정도로 (웃음) 그런데 작년에 피쳐링을 많이 했던 게 16마디를 끌어가는 능력이나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어서 도움이 참 많이 됐다. 피쳐링 곡에서 퀄리티를 구리게 준건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실험을 많이 해볼 수 있었으니까. 힙플: 얼마 전에 넉살이 피쳐링한 챈시더글로우(Chancey The Glow) 앨범의 수록곡‘come 15’의 벌스를 보면‘작년 한 해에 다리 좀 벌리고, 걸레 짓을 했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 구절만 보면 작년이 썩 맘에 들었던 건 아닌 줄 알았는데? 넉살: 그것도 맞다. 말 그대로 피쳐링 부탁을 받았을 때 일이 많이 겹치면서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로 욕심 때문에 한 피쳐링들이 많았다. 그리고 기분 나쁜 피쳐링도 많았다. 중간 중간 연락하면서 기껏 피쳐링 했는데, 나오지도 않은 트랙들은 진짜 리스펙이 존나 없는 거지. 힙플: 피쳐링이 들어오면 일단 하고 보는 편인가 넉살: 작년에는 그랬다. 그런데 내가 어떤 랩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쓰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그리고 말했듯이 피쳐링을 해줬는데 곡을 안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사실 그건, 비단 작년뿐만이 아니라 2009년 때부터 그랬다. 솔직히 랩 피쳐링이라는게 쉽게 부탁할 수 있지만, 하는 입장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심하거든. 당연히 리스펙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안 좋다. 힙플: 페이보다 존중이라는 말인가? 넉살: 중요한 건 여기는 최소한 존중이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는 거다. 페이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페이를 안 줄 거면 존중이라도 있어야지. 뭐 돈 주면 존중이고 뭐고 장땡이긴 하다. 페이만 주면 엄마아빠지. 힙플: 본인이 생각했을 때 작년에 한 그 무수한 피쳐링 곡들 중 커리어 하이는 어떤 곡인가 넉살: 그건 너무 분명하다. 코드쿤스트(Code Kunst)가 ‘Organ’으로 나한테 호흡기를 대줬다. 조성우씨가 나한테는 참 은사다. 암.. 은사지.. 힙플: (웃음) 호흡기까지야.. 윈윈한 거 아닌가. 넉살: 윈윈했지. ‘Organ’도 그렇고 ‘에디슨’도 그렇고 생각이 많이 난다. 당연히 작년 피쳐링 곡으로 치면 코쿤이 앨범에 ‘Organ’이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지만 사실, 다른 것들이 생각이 날법하다가도 어딜 가든 오르간이라는 단어가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니까 ‘내가 그게 제일 잘했나..?’ 이렇게 반 세뇌 당한 거 같기도 하다. 힙플: 어떻게 하다 보니 넉살이 코드쿤스트의 페르소나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코드쿤스트와의 시너지는 어떤가 넉살: 코드쿤스트와 처음 작업을 시작한 게 작년인데 당시만 해도 코드쿤스트랑 나는 그냥 사이버친구였다. 근데, 코드쿤스트가 앨범을 준비하면서 트랙 하나를 부탁하더라, 그렇게 받은 비트를 처음에 듣자마자 든 생각이 ‘아.. 똥이다 똥.. 개새끼’ 였다. 내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던 거지. (웃음) 정말 아무것도 안 떠올랐다. (웃음)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라고 개새끼야..’ 이러면서 손을 놓고 있었는데, 앨범 발매까지 한 달 즈음 남았을 때 ‘거의 다 되셨죠? ^^;’ 라는 메시지를 받고 정신을 차렸다. 반사적으로 ‘물론이야~ 준비는 항상 다 돼있지!’ 했지만 첫 벌스 말고는 사실 아무것도 안 돼 있었다. 그래서 나머지 작업을 사무엘의 작업실에서 급하게 작업했지. 지금 들어 보면, 녹음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보컬소스가 굉장히 좋지 않지만 어쨌든 코쿤이가 만족을 했고, 또 이상하게 시너지가 잘 발휘돼서 그 곡이 터져버렸다. 힙플: (웃음) 정말 기대하지 않은 트랙이었나? 넉살: 전혀 없었다. 근데 아직도 상구형은 나한테 ‘넌 아직도 오르간을 넘지 못했어..’ 라고 말한다. (웃음) 어쩌다 보니 내 인생트랙이 됐지. 힙플: 개인적으로도 둘의 시너지를 좋아한다. 넉살이 유독 코드쿤스트 곡에서 딥하고 의미심장하더라고 넉살: 그때는 정말로 내가 그 비트를 못 느꼈던 거고, 지금은 생각이 드는 게 코드쿤스트의 비트는 랩퍼가 창의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코드쿤스트는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프로듀서의 감각이 있다. 자기 의도대로 물길을 딸 줄 아는 거지. 흐름의 방향은 잡아주지만, 랩퍼가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다른 프로듀서들이랑 작업을 할 때는 여러 곡 중에 좋은 곡 고르고, 앨범 제목만 아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곤 하는데, 코드쿤스트는 앨범의 컨셉부터 설명을 해주고 ‘어떤 트랙이었으면 좋겠다’ 까지 소통을 한다. 나는 나름대로 그게 좋다고 생각을 한다. 왜냐면 내가 내 창의력만 불어넣어서 내가 좋아하는 비트로 만들어버리면 그 앨범은 그냥 그 비트 한 곡만 살아남는 거지 않나, 그러면 그건 '한 곡 짜리 싱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코드쿤스트와 지금까지 했던 작업들은 모두 '앨범의 수록곡'이었다. 그러면 그 곡들은 앨범에 위치했을 때 앨범의 장치로서의 생명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더욱 강력한 곡이 된다. 아마 [Novel]에서도 앨범으로 들었을 때 'Organ'구간에서 터져주는 시너지와 'Organ'만의 시너지가 같이 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감동을 느꼈다고 본다. 힙플 :개인적으로 ‘Organ’이나 ‘에디슨’ 가사는 곱씹을 정도로 좋아했다. 두 곡의 가사적인 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해줄 수 있나? 아무래도 직관적인 가사는 아니다 보니 넉살: 일단, 'Organ'은 내가 ‘감각의 제국’이라고 지었던 부제를 코드쿤스트가 바꾼 거다. (웃음) 나는 확실히 가방 끈이 짧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이 바닥에 들어오면서부터 배운, 말 그대로 Street Knowledge'라는게 있지 않나, 나름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경제관념과 그러면서도 음악을 해야 한다는 열정들. ‘Organ’은 그 두 가지를 저울질 하며, 방황하던 때 쓴 곡이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Organ’의 가사를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해하지 말고 느껴야 한다’라는 거다. 내 가사가 모호하고 다소 현학적인 늬앙스를 줄 때가 있는데, 사실 난 느낌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좀 웃긴 말로 하면 대가리로는 못 알아들어도 안에서 뭔가 ‘아.. 이거 시발 병신 같긴 한데 멋이가 있어..’ 할 수 있다면 그 느낌이 내가 추구하는 느낌인 거다. 그런 것처럼 나는 어떤 감동의 전달은 꼭 귀를 통하지 않고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르간의 첫 번째 벌스는 여러 가지 염세적인 단어들이 나열 되어있지만 '우리를 진짜로 만들어 주는 건 의식하며 이해하는 것들이 아닌, 내가 진짜로 느끼고 하고 싶은 것들, 그것들이 우리를 움직이는 거다'라는 얘기를 한 거다. 두 번째 벌스는 내가 꼴 보기 싫어했던 것들이다. 울고 싶을 때조차 우울한 뭔가를 봐서 억지로 눈물 짜내는 상황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음악을 따라 들으며 정작 자신이 좋다고 하는 건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변명하는 그런 풍토들 말이다. 한 마디로 ‘나도 알아 네가 느끼는 거, 내가 느끼는 거 너도 알지? 그럼 얘기 끝났네.’ 라는 거다. 힙플: 에디슨은? 넉살: '에디슨'도 코드쿤스트가 제목을 정해줬다. 에디슨의 비트는 처음에 받을 때부터 생색이 엄청났다. 유수의 많은 랩퍼들이 모두 달라고 했던 걸 나를 위해 쳐낸 귀한 비트라나 (웃음) 그리고, ‘이번 앨범에 당신이 꼭 필요해!’라며 독려도 잊지 않았지.. 아무튼 ‘에디슨’은 내 플로우가 아주 창의력이 넘친다는 단서와 (웃음) 랩을 쏟아내면 되는 랩싯이라는 컨셉트를 받고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짱이야’ 식의 랩싯은 내가 재미가 없으니, 생각을 했던 게, 에디슨의 발명품이었다. 에디슨이 전구도 만들었지만 전기의자도 만든 걸 알고 있었고, 거기서 착안을 해 가사를 썼다. 말하자면, 투팍은 힙합 안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누군가에게 권총을 당기게 한 살인교사 범죄자일 거다. 그럼 이 전구와 전기의자의 잣대는 누가 결정할까? 그건 너라는 거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결국 그 사람한테 닿아야지만 전구인지 전기의자인지 알 수 있는 거고. 힙플: 오르간보다 명확하게 설명한 것 같다. (웃음) 넉살 :이 곡은 아주 딥하게 갈 수도 있었던 내용인데, 나는 나름대로 만족한다. 재미있었다. (웃음) 그런데, 사실 누가 한번 듣고 아 그런 내용이구나!’하고 알아듣겠나. 웃음) 힙플: 그건 그거대로 좋지 않나, 곱씹을 수 있는 가사였다는 것만으로 좋은 거라고 생각 한다. 가사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넉살: 많이 있다.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자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인데, 단점으로 보면 나는 가사를 너무 어렵게 표현하려고 한다. 내가 생각한 것들은 말 그대로 느낌의 전달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어떤 실체화된 완벽한 문장, 예를 들어 ‘나는 이 의자가 편합니다.’ 라는 문장으로 얘기하기엔 한계가 있다. 내가 어떻게 편한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느낌이 죽는다. 그래서 더 꼬부라지고 더 깊은 의미 안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이게 내 가장 큰 약점이다. 나한테는 그걸 자제하고, 쉽게 표현을 하려고 해서 그나마 ‘Organ’이라는 트랙 도가 나온 거였다. 힙플: 거기서 조금 더 딥하게 들어가면 에디슨이 되는 건가? 넉살: 에디슨은 어느 정도 선을 많이 넘은 개념이긴 하다. 그렇지만, 신경을 많이 써서 쉽게 표현하려고 했다. 말했듯이 이게 장점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한 번 더 곱씹었을 때 알고 보니 안쪽에 또 다른 내용물이 있구나' 라는 걸 사람들이 발견하게 할 수 있게끔 단서들만 잘 놔준다면, 충분히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다만, 그 밸런스가 어려울 뿐. 힙플: 자칫하면, 매우 현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지금의 밸런스는 만족하는 편인가 넉살: 말 그대로 개똥철학이 되느냐, 혹은 누군가에게 ‘씨발 뭔지 모르겠지만 존나 멋있어’가 되느냐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힙플: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항상 커먼(Common)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인가 넉살: 맞다. 힙플: 커먼은 어떤 존재인가? 넉살: 내 궁극적인 목표다. 내가 생각하는 커먼은 여러 가지 앨범들을 냈지만, 뭐랄까 그 안에서‘희망을 가져야 돼’ 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열심히 살고 좋은 일을 해라’라고도 얘기하지도 않고, 다만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어야 된다’는 것까지만 내포한다. 나는 비록 염세적인 단어들로 문장을 많이 만들지만 ‘그냥 뒤져야지’가 아니라 그걸 넘어서 그런 문장들로도 가사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포하고 싶은 게 궁극적인 내 가사의 모습이다. 힙플: 좋은 메타포에 대한 갈망인 것 같다. 넉살: [천로역정]이라고 성경의 얘기를 동화처럼 그린 책이 있다. 어렸을 때, 친구가 제발 사탄에서 벗어나라고 선물해준 책인데 (웃음), 그 책의 인트로를 보면 ‘성경에서는 너에게 진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무엇이다'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라고 한다. ‘무조건 Like가 붙는 비유적인 진리일 뿐 네가 잘 해석해서 그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라고. 멋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신실한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like을 빗대서 얘기하는 성경의 화법은 나는 참 좋다고 본다. 힙플: 물론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거겠지만, 요즘에는 리릭시즘이 선택해야 하는 옵션 중 하나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넉살: 좀 아쉽다. 어찌됐든 내가 받았던 감동을 줄 수 있는 뮤지션들이 점점 적어진다는 뜻이니까. 감동이라는 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리릭시즘은 어떤 식으로든 감동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을 한다. 무조건 가슴으로 쭉 오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게 직설적이든 비유적이든 그건 상관없다. 랩의 구조로도 감동을 줄 수 있겠지. 한 문장에 여운을 남기며 오랫동안 가져갈 수 있는 것처럼. 예를 들면 비프리(B-Free)형의 가사들은 터프할 정도로 직설적인데도 감동을 주지 않나 ‘힘들지? 나도 힘들어’라며 깔고 가는 나레이션들이 어쩌면 오그라들 수 있는 건데도 와 닿는 게 있다. 그건 내 기준에서 리릭시즘에 의한 감동이고, 나는 좋은 메타포들만이 좋은 리릭시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문제는 요즘은 그런 것들보다 랩퍼들이 너무 기술에 취해있다는 거다. 꼭 트랩이어야하고, 랫칫이 유행하니까 그 흐름을 또 따라가고.. 돈 얘기, 비치 타령.. 그건 조금 아쉽기는 하다. 물론, 그 안에서도 리릭시즘은 존재 할 수 있다고 보는데, 말하자면 너무 조미료 같은 랩들만 많아졌다. 가사적인 감동에서 오는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긴 하다. 힙플: 공연장에서의 넉살의 라이브는 알 사람은 다 알 거다. 공연에서 특히나 포텐을 터트리는 랩퍼 중 한 명인데. 넉살: 할 때 마다 하는 얘기인데, 너무 떨린다. 공연은 나한테 되게 스트레스다.(웃음) 막상 올라가면 너무 재미있지. 사람들 에너지도 받고, 내 에너지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건 진짜로 1차원적인 직접 소통이지 않나, 그런데 내가 긴장을 좀 많이 하는 편이라 수백 번 불렀던 곡들도 공연 전에는 너무 떨린다. 나 같은 경우에는 사실 트랙으로보다도 라이브로 더 인정을 받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힙플: 베이스크림(Basecream) 크루의 친구들이나 비투비(BTB)같은 브랜드에서 댄서 씬이나 랩 씬과 같이 국내에 흩뿌려져 있는 서브컬쳐들을 응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안다. 그 움직임의 프론트 MC가 넉살인 듯한데 얼마 전 배드캠프라는 공연을 기획하지 않았나. 넉살: 내가 참 행운아인 게 나는 내가 가진 재능이 작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잘하는 건, 굉장히 집약적이거든. 그래서 다른 필드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근데 운이 좋게도 그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런 움직임을 시작을 한 건데, 어찌됐든 힙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같이 있어서 그런지 말이 너무 잘 통한다. 베이스크림은 쿠키(Kooky)라는 친구가 만든 크루인데, 뮤지션으로는 그 안에 혁오 밴드나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 같은 아티스트들이 속해있다. 거기에 디자인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브랜딩도 하고 있다. 다들 너무 잘하고 어린 친구들의 에너지가 있어서 굉장히 뜨거운 덩어리같은 팀이다. 그리고 비투비 같은 경우는 댄서씬에서 활동하는 제이락(J-Roc)과 댄디(Dandy)라는 친구가 쌍두마차로 있는 브랜드다. 올드스쿨 감성이 확실하지. 그 둘이 페이데이(Payday)라는 공연에 함께하고 있는데, 그 공연을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 랩퍼들의 힙합씬 보다 멋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힙플: 공연장 분위기에 반한 건가 넉살: 비투비와 리짓군즈 멤버인 호림이의 소개로 처음 페이데이를 보러 갔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도 이런 컬쳐가 있구나’ 싶었지. 그래서 그 친구들과 함께 배드캠프라는 공연으로 이 문화를 섞어보자는 얘기를 한 거다. 지금도 준비하고 있다. 곧 '배드캠프 VOL.2'가 5월 달 쯤에 공연을 할 예정인데, 나한테는 너무 좋은 기회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 댄서들이 춤을 출 때, 랩퍼들이 랩을 할 때는 느끼는 감정들을 서로 교류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 힙플: 좋은 움직임들이다. 우리나라 공연씬에 그 느낌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넉살: 지금 작게 시작이 됐으니까, 아마 앞으로는 눈덩이 불어나듯이 커질 거다. 결국 나중에는 커다란 눈사람이라도 하나 만들지 않을까 싶다. 힙플: 마지막이다. [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앨범인지 간략하게 프리뷰해줄 수 있나 넉살: 일단,‘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책이 있다. 아룬다티로이라는 인도의 여성작가가 쓴 책인데, 내가 앨범에 넣으려고 했던 내용과는 조금 틀리지만, 그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 앨범은 작고 사소한 일들과 꿈을 응원하는 이야기 부터 내가 자라면서 봐왔던 세상의 이야기가 채워질 것이다. 힙플: 기대 많이 하고 있다. 정말 마지막으로 넉살한테 스톤쉽 프로필 사진이란? (전원웃음) 넉살: 반드시 제거해야 할.. (웃음) 사실, 내 사진은 나쁘지 않은데 던밀스(Don Mills)나 오디(Odee)도 그렇고, 우리 사장님 사진은 누가 보면 뮤지컬 악단인줄 알겠다. (웃음) 프로필은 아마 조만간 교체될 거다. 힙플: 긴 시간 인터뷰 수고 많았다. 앨범 기대하겠다! 기사작성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사진제공 | 스톤쉽 넉살 https://twitter.com/nucksal 비스메이져 https://twitter.com/VISMAJOR_crew 스톤쉽 http://www.stoneship.kr/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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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스트 뮤직(JUST MUSIC) - '파급효과' 인터뷰  [97]
Photo by Boobagraphy 힙 : 회원 분들한테 인사부터 하고 인터뷰 시작할게요. 스윙스 (이하 스) : 오케이. 이건 (씨잼)네가 해봐 한번. 오늘 정말 여러분들이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씨 : 힙합플레이야 유저 여러분들, 저희는 저스트 뮤직이고 저는 스물두 살 씨잼(C Jamm), 제주도 랩퍼입니다. 힙 : 제주도랑 인천이랑 번갈아 가면서 샤라웃 해주시네요. 씨 : 네 (웃음) 힙 :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한지 2주 정도 지났잖아요. 근황이 어떤지 기 : 근황, 그냥. 스 : 말 그대로 그냥이지 뭐, 기 : 그냥, 예 (웃음) 그냥 있어요 스 : 예~ 저스트 있어요. Photo by Boobagraphy 힙 : 얼마 전에 씨잼 님에 이어서 바스코(Vasco)님까지 레이블 멤버들의 대거 영입이 있었잖아요? 스 : 일단 저스트 뮤직의 뮤지션이 저(Swings)하고 노창(Nochang), 기리보이(Giriboy)밖에 없었으니까. 대웅이(Black Nut)는 이제 공익 가있고. 잠깐.. 나 빼먹은 사람 있나? 그래서 저희가 아무래도 조금 부족했죠. 몸집을 키워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브라더수(Brother Su)하고 러비(Lovey)라는 남매가 저하고 맥주를 먹으면서 하는 얘기가 씨잼이 짱이라고 하더라고요. 씨잼하고 짰을지도 몰라요. ‘네가 스윙스한테 가서 씨잼이 짱이라고 하면, 난 튕길게 세 번’ (웃음) 이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씨잼이라는 귀한 분을 모셔왔고, (웃음) 바스코 형도 논현동 직업여성들이 많이 계시는 작업실에서 데리고 나왔죠. 바스코(이하 바) : ?! 스 : 아니 그 동네에.. 작업실에 있다는 게 아니고 (웃음) 바스코 형에게 제안하게 된 건 베테랑이 필요했어요. 우리한테도 x나 배테랑이 한 명 있으면 (저스트 뮤직이) 진짜 단단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이제는 완벽한, 필요 없는 사람이 없는 회사가 되었죠. 완벽하다는 말은 아직 그렇고, 완전한 회사가 되었죠. 기 : 아, 생각났는데 씨잼은 예전에 저스트잼에 와서 CD도 돌렸었어요. CD 돌리면 남들은 다 버리잖아요. (스윙스)형도 안 듣고 힙 : 진짜 버려요? (웃음) 스 : 아 버리진 않아요. (웃음) 집에 가져서 놔두기만 하죠. 기 : 그런데, 저는 할거 없을 때 다 듣거든요. 그때 씨잼 CD도 들었는데, 딱 듣고 그때부터 알았어요. 씨 : 아.. 그거 엄청 예전이네 기 : 코드쿤스트(Code kunst) 앨범에 참여한 것도 듣고 ‘아 진짜 X나 잘한다’ 생각했는데, 한번은 공연에서 만나가지고 제가 한번 던졌어요. 저스트 뮤직 들어오라고 씨 : 아 맞아 맞아 싸타쇼(South Town Show)인가, 어글리정션(Ugly Junction)인가 에서. 기 : 처음엔 형인 줄 알았는데.. (전원 웃음) 힙 : 그럼 새 멤버 영입에 대한 건 전적으로 사장님 의견인가요? 스 : 아니요. 저희는 무조건 모두 동의를 해야 돼요. 제가 영입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이 친구(기리보이)가 반대를 하거나, 노창이 반대를 하면 저도 안 하는 거죠. 제가 옛날에 매드클라운(Mad Clown) 형을 엄청 데리고 오고 싶어했어요. 근데 크게 반대했다기 보다는 이 친구들 의견이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느낌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매드클라운 형한테 제안을 했는데 효린씨한테 가더라고요. (전원웃음) 저흴 버렸어요. 그래서 그쪽이 매드클라운을 ‘소유’하고 있죠, You Know? (전원웃음) x나 x신같다.. (웃음) 힙 : 노창씨랑 기리보이(Giriboy)씨는 어떤 이유에서 반대를 했던 거에요? 기 : 그냥. 제가 생각하는 잘함의 기준은 아니었어요. 저는 스윙스 형처럼 가사를 쓰는 사람을 좋아해요. 씨잼은 거기에 완전 적합하잖아요. 공연도 확 잘해버리고. 그런걸 많이 봤죠. 아예 100% 인정이 되지 않는 사람이 들어오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비트를 줬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힙 : 그럼 노창 씨는? 노 : 저도 거의 비슷한 이유였어요. 이 팀에서 프로듀싱을 중점으로 하다 보니까 뭔가 큰 그림 같은 게 안보였던 것 같아요. 제 비트가 일반적인 룹은 아니잖아요. 근데 스윙스 형 같은 경우에는 그냥 하거든요. 구성 없이 랩만 쭉 해서 보내주시고, 그럼 저는 또 거기서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데, 약간 그런 이미지 자체가 저한테는 없었던 것 같아요. 스 : 음~ 확실히 제가 느끼기에는 저희 셋(바스코, 스윙스, 씨잼)은 천상 랩퍼지만, 이 두 친구(노창, 기리보이)는 창의적인 면에 있어서 일반적인 거를 싫어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게 저스트 뮤직의 특징이 되어버렸어요. 저도 이 두 사람한테 색깔이 배었고 기 : 저도 완전 잘하는 것 보단, 캐릭터가 있는걸 좋아하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힙 : 스윙스씨가 씨잼을 영입할 때 삼고초려 한 건 유명하잖아요. 블랙넛 영입설도 그렇고..(웃음) 스 : 삼고초려.. 뭔지 알어 그거? 노 : 네 (웃음) 스 : 아니 난 그거 그때 처음 들었거든. 삼고초려..(웃음) 아, 블랙넛 그 개x끼는 절 싫어하는 눈치에요. (웃음) Photo by Boobagraphy 힙 : 보면 이미지와는 다르게, 스윙스 씨가 굽혀줄 줄 아는 성격인 것 같네요? 스 : 그냥 저는 어제도 바스코 형이랑 얘기했는데, 인격은 별로 안 중요한 거 같아요. 어떤 사람이 그냥 창의적이고 멋있으면 저는 굳이 자존심 같은 거 생각 안 해요. 멋있으면 그냥 같이 하고 싶어요. 씨잼 엄청 잘하고, 바스코 형 색깔 엄청 뚜렷하고, 얘도 미쳤고, 얘도 미쳤지만, 대웅이는 완전 미쳤잖아요. (전원 웃음) 뭐.. 나이가 저보다 15살 어린 초등학생이어도 저는 그냥 아이스크림 졸라 많이 사주고, 스니커즈 박스 세 개 주면서 꼬실 수 있어요. (웃음) 힙 : 그럼 블랙넛은 회의를 하거나 하면 보통 참여하는 편인가요? 스 : 아, 절대 안 하죠. 전주 한옥마을에서 비빔밥 먹으면서 우리 비웃고 있을 거에요. (전원웃음) 힙 : 사실 바스코씨 합류는 많은 사람들이 의외였을 거 같아요. 왜냐면 바스코씨 이미지가 그 동안 리더의 이미지였잖아요. 그래서 더 의외였을 거 같은데 바 : 우선 지기펠라즈(Jiggy Fellaz) 할 때도 그렇고, 인디펜던트(Independent Records) 하면서도 그렇고 지쳐 있었어요. 뭔가 리드한다는 것도 지쳐있었고, 그냥 누군가가 나를 리드를 해줬으면 하는 시기였어요. 되게 적절했던 것 같아요. 뭐 다른 기획사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JM 들어온 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일반적인 기획사가 아티스트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매니저해주는 거 하고, 차 해주는 거 하고, 홍보해주는 그런 것들? JM이 회사로서 아티스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다른 거에요. 물론 그런 것들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아티스트들을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거거든요. 이 회사 들어와서 그냥 대화 나누는 것 만으로 실력이 늘어요. 정말 대화만 나눠도 실력이 느는 곳이에요. 그래서 저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해요. 그냥 말만 해도 실력이 느니까 스 : 왜 그런지 얘기해줘 기 : 그러니까 다들 아이디어가 넘치고, 다 색깔이 다르다 보니까, 서로 배울 점이 많기도 하고, 일단 두 분(노창, 바스코)이 지식이 너무 많아서 배울 점이 되게 많은 거 같아요. 힙 : 그러니까 바스코씨랑 스윙스씨는 원래 교류가 많았잖아요. 사람들이 ‘바스코가 저스트뮤직에 합류할 수도 있겠다’ 라고 처음으로 느낀 건 아무래도 ‘이겨낼거야 2’ 뮤직비디오에 갑작스럽게 나왔을 때였을 것 같아요. 스 : 그 땐 얘기가 이미 끝났었고, 저희가 그랬죠. 이 형(바스코)이 정장입고 여기서 그냥 가오 잡고 있으면, 이걸로 이제 한번 던져주는 거라고. (웃음) 비즈니스 머리. (웃음) 기 : 뭐지? 이거 뭐지? (웃음) 스 : 왜 여기 있음? (웃음) SWINGS - 이겨낼거야 2 M/V 힙 : 스윙스씨가 그럼 바스코씨의 감정상태를 잘 캐치를 한 거네요. ‘아 지금 이 형을 데려오면 바로 넘어 오겠다’ 이런.. 스 : 아주 그냥 낚아 챘지 그냥.. (전원웃음) 제일 좋아하는 고기를 여기다 꽂은 다음에 딱 재니까 냄새 맡고 알아서 물었죠. (전원웃음) 그건 제가 놓칠 리가 없죠~ (전원 웃음) 노 : 이제 여기 그거 나오겠다, 괄호 전원웃음 (전원웃음) 힙 : 영입할 때 스포일러가 나가버린 해프닝도 있었잖아요. 스 : 아, ‘난 앞으로만’을 발표할 때 이름이 미리 나가버렸죠. 그래서 '걸렸으니까 이걸 쿨하고, 멋있게 대처하자' 해서 다 같이 바스코 형 사진을 올린 다음에 ‘그래 바스코다 씨발’ 이렇게 딱 쓰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걸 유머로 받아 들이더라고요. 기 : 전 안 했는데. 스 : 개x끼 (웃음) 역시 기리 사장님 힙 : 커뮤니티의 반응 중 '마케팅 똑똑하다, 잘한다' 라고 했던 게 사람들이 계속 추론할 수 있게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것도 마케팅인 줄 알았거든요. (웃음) 스 : 아니에요. (웃음) 기 : 뽀록 (웃음) 스 : 초 뽀록 힙 : 바스코님은 가사처럼 감독으로 벤치에 앉아있다가 선수가 된 거잖아요, 감회가 있을 거 같아요. 바 : 요즘은 랩에만 집중하는 느낌이에요, 더 이상 남의 것 믹싱 해줄 필요도 없고 제작해줄 필요도 없어요. 그냥 랩에만 집중하는 느낌? 스 : 저는 그런 바스코 형의 상태에 너무 좋아요. 이제야 음악을 하는 사람 같아요. 예전에는 이것저것 다 했으니까. 바 : 지쳤었어요. 힙 : 바스코님 같은 경우에는 대형 크루의 리더도 했었고, 그 다음에 레이블의 대표도 했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리더와 대표의 경우에는 자기 음악 외에도 신경 쓸게 되게 많잖아요, 이제는 소속 가수가 되었고, 그런 부분에서 조금 나아졌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 스윙스씨한테 조언을 해주는 경우가 있나요? 바 : 가끔씩? 제가 했던 실수? 뭐 뮤직비디오 관련이나, cd 프레싱도 그렇지만, 근데 그거는 의견일 뿐이거든요. 결국은 모두가 다 얘기를 하고 대다수가 찍지 말자라고 해야 안 찍는 거고, 근데 대다수가 찍자고 하면 찍는 거고. 그냥 제가 하는 조언은 제가 했던 실수 정도인 것 같아요. 스 : 전체적으로 그냥 분위기가 자유롭게, 민주적으로 흘러가요. 저는 사실 아무 파워가 없는 (웃음) 영국의 여왕 같은 느낌이에요. 이름은 여왕인데 아무것도 못하는 여자 있잖아요. 제가 그 사람이에요. 힙 : 다들 동의 하시나요? (웃음) 노 : 네, 저희는 뭐 나이 상관없이 압력 같은 게 없어요. 힙 : 되게 의외네요. 스 : 오히려 저한테 압력이 많아요. (전원 웃음) 다 제 위에 앉아있어요. Photo by Boobagraphy 힙 : 그럼 뭐 지금 멤버들 외에도 스타일리스트 김욱과 홍기영 디자이너도 저스트뮤직으로 함께하고 있잖아요. 씨 : 김욱 형은 프리랜서라고 해야 하나. 저스트 뮤직에 소속된 게 아니라 그 둘은 크루로써 움직이는 그런 멤버들이에요. 욱이형은 우리 외에도 엑소(EXO), 비투비(BtoB), AOMG 쪽에서도 많이 하고 있어요. 힙 : 어떻게 컨텍이 된 거에요? 스 : 제 친구 중에 이혁진이라고 있거든요. 타고난 백수가 있어요. (전원웃음) 그 친구가 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그 친구가 엮어줬어요. 그 친구가 아무것도 없어도 사람은 많아요. (전원웃음) 힙 : 그럼 홍기영 디자이너는.. 스 : 홍기영은 노창의 소개로 알게 됐는데, 둘이 감성이 맞고 그래서 친해졌어요. 그러다가 노창이 자연스럽게 소개를 시켜주더라고요. 우리는 어차피 진짜 오래 바라볼 거니까 음악과 패션은 뗄래야 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옷을 이렇게 입어놓고 이런 말 해서 웃긴데, (웃음) 그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두 분 다 모셔왔죠. 힙 : 혹시 그 외에도 다른 멤버들을 영입할 계획이 잡혀있나요? 스 : 항상 있는데, 구체적인 건 없어요. 일단 모두가 동의를 한다는 전제 하에 멋있고, 기리가 말한 것처럼 창의적인 사람이라면 언제든 인데, 지금은 우리로 일단 만족하고 있어요. 힙 : 그럼 다른 분들은 눈여겨보는 다른 뮤지션들이 혹시 있어요 ? 스 : 아 혹시 있어요? 기 : 자이언티(Zion T) (웃음) 씨 : 저 빈지노(Beenzino) (웃음) 노 : 카.. 칸예 웨스트(Kanye West) (전원웃음) 아 저 이 얘기 하면 안 되는데, 또 빠돌이라고 욕먹을 텐데. 힙 : 칸예 웨스트는 조금 이따 나올 거에요. (웃음) 노 : !! 힙 :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지금이 저스트 뮤직 창단 후 햇수로 5년 만이잖아요. 힙합 팬으로써 느끼기에도 이제야 레이블이 제대로 완성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데, 올해 초부터 여기저기 레이블에서 굉장히 파이팅 했지만, 저스트 뮤직도 어떻게 보면 올해 초부터 파이팅 하면서 치고 올라온 거에요. 어떤 기폭제라고 할만한 게 있었나요? 스 : 기폭제는.. 제가 쇼미더머니 끝나고 맛있는 거 좀 많이 먹기로 해서, 그래서 이거 유지하려면 돈 많이 벌어야 되겠다는 생각이죠. (웃음) 장난이고요. 그냥 저는 진심으로 제 인생을 게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리니지 같은 게임 있잖아요. 레벨업 해야 되고 케릭터 키우는 거. 저는 그 재미를 갖고 살 때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요 2~3년 동안 되게 힘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너무 교만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아 X발 내가 이러면 안 되는 구나.’ 얘네 둘(노창, 기리보이)에 대한 책임에 되게 미안했었어요. 노창은 한 때 저를 되게 미워했었거든요. 저한테 고백을 할 정도였으니, 왜냐면 제가 너무 책임감이 없었거든요. 저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조금도 열 받지 않았고, 그냥 고마웠을 뿐이었어요. 기리도 저랑 같이 제 집에서 살면서 몇 번 표정에서 그게 나타났어요. 괘씸한 새끼. (웃음) 저도 그걸 느꼈었던 적이 몇 번 있어서 되게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이런데도 내 옆에 있어줘서. ‘나는 참 이기적인 놈이야’하고 요즘 제가 저를 비우는 연습을 여전히 하고 있는데, 옛날에 제 마음이란 공간 안에 제가 95%였다면 지금 한 50%정도로 줄어든 것 같아요. 이제 나 말고 내 옆에, 내가 병신이 되어도 있어줄 사람들을 챙기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스트 뮤직이 그 해결책 중에 하나인데, 돈은 솔직히 말해서 맨날 ‘돈 많이 벌고 싶다’ 이렇게 말하고, 어제 쇼미더머니 기자회견에서도 ‘돈 벌고 싶어서 나왔다’고 했지만 제가 볼 때 항상 첫 번째는 어떤 즐거움과 창의력을 표현해서 여자들을 유혹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인정이에요. 그리고 같이 하는 사람들을 똑같이 그렇게 만들어주는 거에요. 요즘에 저희한테 루피 해적단이라는 별명까지 생기고 있는데, 그런 느낌 인 거 같아요. 소년의 야망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저희 모두 같을 거에요. 힙 : 반대로 물어보면, 저스트 뮤직 같은 경우에는 맨 처음 런칭 되었을 때 주목을 받았다가, 소속 멤버들이 탈퇴를 하게 되고 어떻게 보면 스윙스의 독자적인 레이블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이번에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거잖아요. (기리보이, 노창)두 분 같은 경우에는 그 사이에 ‘이 레이블 말고 다른 길을 찾아야 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 적 있어요? 노 : 그게 서운했던 건데요, 솔직히 잘은 기억 안나요. 그때는 되게 화가 났어요. '왜 우리는 이렇게 안 크지?' 이런 느낌. 진짜 농담으로 옆에 사는 동생이랑 만나서 ‘아 나 일리네어 가야겠다.’ (웃음) 할 정도로 많이 서운했는데, 스윙스 형이 쇼미더머니에 나갔다 오시고부터 ‘우리 힘내자 우리 힘내자’ 하셨어요. 솔직히 그 정도로 잘될 걸 예상하고 쇼미더머니를 나가시진 않았거든요. 스윙스형도 나가면서도 후회하셨었고요. 나가도 문제인 이미지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로요. 근데 쇼미더머니가 끝나고, 형이 좋아지는 것도 보고, 잘되는 거 보면서 형이 스스로도 우리 힘내자고 하는데, 거기서 제일 큰 기폭제가 됐던 건 이 두 분(바스코, 씨잼)이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씨잼 들어올 때 되게 싫어했거든요. 힙 : 왜요? 노 : 그냥, 제가 조금 소심해서 입지가 작아질 까봐요. (웃음) 심지어 사람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일부러 안 들어보고, (웃음) 믹싱할 때 처음 들어봤어요. 그 정도로 미워했는데.. 씨 : 스윙스 형이 절 스카우트 하고 계실 때, 제가 오프닝을 했었거든요. 스윙스형이 대기실에서 갑자기 ‘야 프리스타일 하자 프리스타일’ 하는데 처음에는 아무도 안 했어요. 근데, 저는 왠지 이게 기회인 것 같더라고요. 꼭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거기서 노창형 표정이 ‘저 새끼.. 저 새끼 안 했으면 좋겠다.’ (웃음) 노 : 어떤 감정이었냐 하면, 진짜 잘해요 프리스타일을. 정말 노래 틀어놓고 둘이 주고받고 계속 하는 거에요. (웃음) 아.. 들어오면 망하겠다. (전원웃음) x나 째려보고 옆에서. 씨 : 그때 목도리 같은 걸 둘러싸고 있었는데, 무섭게 째려봤죠. 노 : 건방지게 인사하고. ‘수고했어요’ (웃음) 어쨌든 기폭제가 이 두 분이었던 것 같아요. 힘내자 힘내자 하는 에너지를 항상 뿜어주셨는데, 이 두 분이 들어오니까 크루로서 에너지가 넘치게 됐죠. Photo by Boobagraphy 힙 : 기리보이씨 같은 경우에는.. 기 : 저는 그냥, ‘이게 뭐 하는 짓이지?’ 하던 때도 있었어요. 근데 뭐, 저한테 스윙스 형은 힙합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제일 좋아했던 분이고, 전 오버클래스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영쿡(Youngcook)형까지도 다 좋아했는데, 저스트 뮤직이 조금 주춤했을 때도, 그냥 언젠가는 다시 할 것 같다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일단 저스트 뮤직이라는 이름이 그냥 좋아서 스 : 얘는 항상 좋아하는 포인트가 달라요. 이름이 좋아서 들어온 케이스에요. 기 : 이름의 의미가 좋아요. 저스트 뮤직, 그냥 음악이라는 게 스 : 한계가 없잖아. 기 : 가사에 뭐 심오한 거 안 써도 되고 그냥 들으라는 게 마음에 들어서 그냥 있었어요. 잠깐 아이돌 작곡가를 해볼까도 생각 했었는데, 잘 한 거 같아요. 힙 : 기리보이씨는 처음에 작곡가로 시작을 한 거에요 ? 기 : 원래 처음엔 랩을 했는데, (웃음) 힙 : 음.. 그냥 음악을 하고 싶었던 건가요? 아니면은 힙합씬에 있고 싶었던 건가요? 기 : 처음에 제 스타일은 원래 첫 앨범을 낸 거랑 달랐어요. 어글리덕(Ugly Duck) 형 같은 그런 랩 하면서, 발라드 무시하고 일렉 무시하고 다른 음악 다 무시했죠. 비트도 힙합만 찍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검정치마의 앨범을 듣고 나서부터 확 바뀌어서 이렇게 된 거에요. 지금 저는 아이돌 음악이고 뭐고 그냥 진짜 다 듣거든요. 이상한 것도 다 들어요. Photo by Boobagraphy 힙 : 이번 앨범에 프레싱을 안 했어요. 물론 판매수익을 의식한 이유가 크겠지만, 그래도 바스코씨나 스윙스씨는 피지컬 앨범을 많이 내봤잖아요. 나머지 분들은 피지컬 앨범에 대한 욕심이 좀 있지는 않았나요? 어쨌든 로망이잖아요. 씨 : 저는 그런 거에 대해서는 딱히 상관 없어요. 아예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었거든요. 찍으면 찍는 것 대로 좋은 거지만, 바스코 형이나 스윙스 형이 그 돈으로 뮤비나 다른 컨텐츠들을 만들어내는 게 요즘엔 더 훨씬 파급력이 있다고 하길래 납득했죠. 그럼 그게 좋은 거니까 했어요. 스 : 이 친구는 엄청 열려 있어요. 모든 면에서. ‘일단 난 다 수용하고 보겠다’ 라는 마인드에요. 얘(노창)하고 얘(기리보이)는 정말 땅땅한 스타일이고. 기 : 저는 원래 진짜 찍고 싶었거든요. 음악 앨범은 원래 소장하는 그 맛이 있고, 그 안에는 음악 외에도 그림, 사진들과 가사가 담겨있는 작품 같은 거잖아요. 책 같은 거죠. 저는 그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찍고 싶었는데, 바스코 형 말을 딱 듣고 나니까 그게 맞을 거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장이 계속 변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수용 했던 것 같아요. 힙 : 노창 씨는요? 노 : 저도 요새 음원이나 가격이나 유통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데, 한 5~10년 안에 음원 이라는 것에 수익이 0원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우리가 음원을 내거나 cd를 냈을 때 중국 블로그나 러시아 블로그, 구글 쳐보면 다 나와요. 그런 게 더 빨라질 거란 말이죠. 그래서 우리가 돈을 벌 수 있는 건 다른 컨텐츠들. 무대를 더 멋있게 꾸며서 좀 더 가격을 받을 수 있다던가,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저도 cd를 많이 샀지만 산 사람 입장에서 이건 단순 허세라고도 생각 되는 게, 사 놓고 cd로는 안 듣거든요. 당연히 (웃음). 그냥 꽂아 놨다가 가끔 열어보고 이런 거? 물론 그 감성도 좋지만, 저는 시장이 변하는 데에 집중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힙 : 노창 씨는 얼마 전에 천재노창으로 개명을 했잖아요. 스 : (웃음) 개명 (전원 웃음) 힙 : 노골적으로 천재를 표방을 하는 게, 솔직히 별 이유는 없어 보이기는 한데.. 노 : 네 (웃음) 정말 없어요. 저 그냥 스윙스 형한테 말도 안하고 멜론에 다가 바꿨어요. 그러고 나서 형 만나서 ‘형 저 천재노창으로 이름 바꿨어요.’ 라고 일방 통보했죠. (웃음) 근데 어떤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고, 천재나 종교적 의미에서 신과 같이 우리가 칭송하는 그런 단어들이 있잖아요. 그게 그냥 좋았어요. 천재가 되고 싶고. 그냥 이런 거? 가끔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써 자아도취에 빠지잖아요. 자기가 어떤 멋있는 걸 만들었다 하면 ‘아.. 나 천재인가 봐’ (웃음) 잠깐 짧은 순간 동안 저는 그런 감정이 많이 들었거든요. 항상 소심하고 이런데, 작품을 만든 그 순간에 드는 ‘난 천재야 개 쩔어’ 이런 느낌? 그냥 그게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사람들이 적어놓은 글들, 되게 민감한 글을 보고 나서는 ‘나 진짜 이거 괜히 바꿨다..’ 라는 후회도 했어요. 근데, 바꾸고 나서 또 그냥 노창으로 바꾸기는 또 웃기잖아요. (웃음) 스 : 이제 와서 보통노창.. (웃음) 기 : 일반노창? (웃음) 힙 : 씬에선 어쨌든 자랑을 하면 욕 먹기 쉬운 형태잖아요. 그러니까 천재노창이라는 단어를 붙이면서 그 생각도 했을 텐데. 노 : 솔직히 그 이름 붙일 때는 없었어요. 근데 평소에 스윙스 형이 항상 말하는 게 ‘너 리스너한테 눌리지 말고 네 자신을 키워서 네가 더 대단하다는 거를 느껴라’ 라고 했었는데, 제가 그걸 잘못 받아들인 거죠. (웃음) 리스너한테 ‘이 x밥들아’ 라는 감성을 잘못 가지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름 바꾼 시기랑 겹치다 보니까 그건 제가 잘못했던 게 맞는 거 같고요. 되게 바보 같은 선택이었네요. 스 : 뭐 자기 마음이고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노 : 근데 그 과정이 저한테는 되게 중요했어요, 저한테는. 힙 : 그럼 저작권 협회에 천재노창이라고 등록이 되어 있는 건가요? 노 : 네, 이번에 가입했어요. (웃음) 힙 : 그래도 이번 앨범으로 천재 소리 많이 들었죠? (웃음) 노창님이 앨범 총괄 디렉터잖아요. 그 만큼 앨범 전면에 노창님이 부각이 되고, 딱 들었을 때 노창 프로덕션이다 라는 게 느껴지잖아요. 뭐 권한이 다 자기한테 있으니까 ‘어떤 앨범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을 거 같아요. 노 : 그러니까 이 컴필앨범 얘기를 1년 정도 전부터 했는데, 두 분(바스코, 씨잼)이 없었을 때부터 계획은 계속 가지고 있다가 이제 막 최근에 진행이 된 거에요. 그래서 제가 옛날에 보내놓은 비트에 다가 녹음을 해서 보내 주셨더라고요. 힙 : 아 이게 오래된 비트에요? 노 : 맨 처음에 녹음해서 보내줬을 땐, 옛날 비트 들이었는데.. 스 : 싹 다 바꿨어요. 하나도 가만 안 놔두더라고.. 노 : 근데 요즘 다들 트랩 쪽으로 몰려가니까, ‘좀 옛날 힙합을 세련되게 바꿔보자’ 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사실 일리네어(illionaire records) 트랙리스트에 MC메타(MC Meta)님이 있는 거 보고, ‘약간 생각이 겹치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근데 일리네어 앨범이 나오는 날 들어보니까 또 방향 완전 다르더라고요. 약간 그런 식으로 갔었던 것 같아요. Photo by Boobagraphy 힙 : 그 동안 노창 개인의 작업물들을 보면 앱스트랙하고 전위적인 스타일을 지향했잖아요. 혹시 개인 작업물이랑 컴필레이션 앨범 작업물이랑 접근하는 부분에서 다른 점이 있나요? 노 : 되게 자제 많이 했어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요. 빼는 작업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스윙스 형이 저랑 작업을 많이 해서 잘 아시겠지만, ‘노창아, 이거 좋은데 여기 나오는 이상한 소리 좀.. 이거 뭐야 빼면 안되냐?’ 약간 이런 뉘앙스로 말하시거든요. (웃음) 그럼 저는 ‘아뇨. 그게 멋있는 거에요.’ (웃음) 하고, 넘어가곤 하는데, 근데 이게 연대 책임 저한테 몰리니까, 그런걸 한번쯤은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빼는 작업을 되게 많이 했어요. 완전 바꾸고. 힙 : 그럼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본인이 의도했던 그런 바이브를 가장 잘 캐치한 랩퍼가 있었나요? 노 : 저희는 그 과정이 없었던 것 같아요. 녹음된 걸 가지고 제가 비트를 바꾸는 식이어서.. 그리고, 다시 녹음을 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 없었던 게 쇼미더머니나 다른 스케줄로 다들 너무 바빠서.. 바 : 오히려 랩에 맞춰서 곡을 다시 만들고, 그게 랩을 살린? 기 : 저희는 그냥 들으면서 ‘와, 좋다’ 이런 거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바 : 랩퍼들 색깔이 다 틀린 데, 그걸 곡으로 다시 맞춰주면서 따로 놀 던걸 하나로 뭉쳐버리게 만드는.. 스 : 음악으로 스타일링 해주잖아요. 맞아 그런 느낌이었어. 힙 : 바스코씨 같은 경우에는 이제까지 많은 앨범을 작업하셨는데, 이번 앨범의 방식은 약간 새로운 방식이잖아요. 처음에 거부감 같은 건 없었어요? 바 : 전혀요. 완전 좋았어요. 이 방식이 어떻게 보면은 앞으로 계속 해야 될 방식인 것 같기도 해요. 그전까지 작업은 되게 MC중심의 작업이었어요. MC가 이렇게 들어가라 라고 프로듀서들한테 요구를 하는 거죠. 근데 MC 보다 곡의 구성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솔직히 곡 주인이에요. 프로듀서가 더 잘 알아요. 스트링을 찍으면서 스트링은 여기서 빠지고 그 다음에 뭐가 나오면 여기서 터지겠다. 그걸 제일 잘 하는 사람은 프로듀서거든요. 멀티로 보고 있으니까요. 근데 확실히 랩퍼는 전체적인 큰 분위기와 바이브만 제시를 해주고, 받아서 가사를 쓰고 녹음을 하고 전체적인 건 프로듀서가 다시 한번 만져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아요. 이기적이지 않고. 힙 : 프로듀서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이요. 바 : 지금의 방식이 계속 가져야 될 좋은 자세인 거 같아요, 제가 봤을 땐. 아카펠라를 또 하나의 악기로 사용하는 거잖아요. 그것도 되게 좋은 것 같아요. 힙 : 얘기 중에 일리네어 얘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앨범의 방향을 트렌드에서 빗겨 잡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건 그럼 노창님인가요? 스 : 최초엔 기리보이였어요. 힙 : 어떤 이유에서요? 기 : 그냥 새로운 게 재미있잖아요. 스 : 뻔해지는 걸 싫어해요 얘는 힙 : 일리네어 발매 시기랑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공교롭게 일리네어 앨범이랑 많이 비교가 되는 것 같아요. 스 : 누구한테 공교로운 거에요? 힙 : 공교롭다는건 누가 좋다는 게 아닌데.. (웃음) 노 : 당황하셨다. (웃음) 스 : 지금 미리 말씀 드리지만, 저는 공교롭다고 생각 안 했고 오히려 같은 날에 내자고 그랬어요. 얘네 팬들은 어쩔 수 없이 이거 다 듣게 되고, 우리는 얻어먹기 밖에 안 한다 라고 했는데, 어쩌다가 날짜가 안 맞았어요. 힙 : 일리네어는 완전 트랜드의 최선두잖아요. 완전 트랩을 하고 있고, 그래서 든 생각이 일리네어 키워드가 약간 야망이라면, 저스트 뮤직은 패기인 거 같아요. 일리네어랑 전략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낸 거네요 그럼? 스 : 네, 이걸 말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어요, 저는. 좋아요. 힙 : 일리네어의 앨범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스 : 아, 되게 재미있게 들었어요. 무엇보다 저는 빈지노 랩의 진화에 놀랐어요. 너무 잘하고, 그걸 통해서 제 기준 안에서 탑3 안으로 들어왔어요. 힙 : 탑5에서 탑3로? 다른 분들은 어떻게 들었어요? 노 : 저는 너무 좋았어요. 커뮤니티 다 봤거든요, 일리네어에 대한 건. 저희와 비교하는 건 저희가 더 늦게 나와서 나중에 봤고, 일리네어 앨범이 나오고 커뮤니티를 한번 봤어요. 근데 저는 더콰이엇(The Quiett)형 랩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저도 좀 바보 같은 걸 되게 좋아해요. (웃음) 그 분이 바보 같다는 게 아니라, 제가 냈던 ‘127시간’을 보면 약간 바보스럽고, 진짜 옛날 힙합의 멍청함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연결고리 들었을 때는 개 재밌다, 이건 애국가 해도 되겠다고 (웃음) 그 정도로 되게 좋아했어요. 힙 : 일리네어 앨범이 처음 나왔을 때 여러 커뮤니티에서 나왔던 부정적인 피드백이 해외에 있는 플로우를 그냥 그대로 갖고 와서 한국어로 한 번안곡 수준이다. 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뮤지션들 입장에서는 어떤 느낌인가요? 씨 : 저는 일단 1번이 그거에요. 왜 이렇게 사람들이 분석을 하면서 듣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내가 들었을 때 맛있는 맛이면 먹는 거고, 매운걸 안 좋아하면 안 먹으면 되잖아요. 무슨 급식으로 나온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사는 거잖아요. 사람들이 수동적인 거 같아요. 그냥 평론가 같은 사람들이 구분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장르라는 걸 만든 거잖아요. 음악을 만든 사람이 그걸 만든 게 아니라. 근데 거기에 너무 시스템에 갇혀서 수동적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려고 하니까, 자기들 마음대로 구분 짓는 것 같아요. 노 : 잘해..(웃음) 스 : 와우.. 엄청 명쾌하다. 수동적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게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인 거 같아요. 그니까 예를 들어 예쁜 여자를 보면 와 예쁘다 하면 되는데, 반드시 분석을 해요. 아 얘는 얼굴이 너무 커, 아 얘는 팔이 짧아. 꼭 이런 식으로 얘기하잖아요. 저를 봐도 그래요. 그리고, 저는 이런 경우를 많이 봤어요. 댓글들 많이 보는데, 누가 ‘스윙스 너무 귀여워 근데 아 근데 쟤는 뭐가 어떻고 배가 너무 나오지 않았어?’ 라든가. 어떤 것을 좋다고 하는 거를 두려워하는 거 같아요. 자기들이 멍청해 보일까봐. 그래서 그런 습성이 음악에도 많이 나오는 것 같고, 저도 제 가사를 쓰면서 느끼는 게 자꾸 저와 남을 비교하고 나의 우월성을 강요하는데, 사회 잣대에 너무 찔리다 보니까 자연스럽고 아이러니하게 그게 배어 나와서 그 잣대에 오히려 극단적으로 맞춰 사는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되게 슬프면서 재미있는 현상이고 현실적인 우리의 본 모습의 반영인 것 같아요. 힙 : 앨범 얘기를 해볼게요. 기리보이 씨 얘기를 해보자면, 이번 앨범에 그 동안 했던 거랑 다른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저는 기리보이 씨가 이전에 했던 앨범의 스타일과 너무 달라서, 스펙트럼이 엄청 넓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다른 랩퍼 분들이야 원래 그런 배틀랩이나 그런걸 추구했잖아요. 근데 기리보이에겐 새로운 시도였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기 : 가사에도 나오는데,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고딩 때로 돌아가는, 그냥 그런 마음으로 했어요. 일단 쇼미더머니를 준비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이걸 하기 시작하니까, 원래 제 앨범 같은 게 잘 안 되요. (웃음) 너무 많이 해가지고.. 그게 좀 걱정이에요.(웃음) 스 : 저도 얘 말에 살을 붙이자면, 딱 들으면서 이 생각 했어요. ‘아 기리보이가 다시 남자이고 싶구나’ 기 : 그건 아니에요. 스 : 아냐? (전원웃음) 아니면 말고.. (웃음) 개X끼. 힙 : 그러면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전투력을 갖췄는데, 그간 앨범들은 어떻게 그렇게 나왔던 거에요? 원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내뿜고 싶잖아요. 기 : 근데 그냥, 버벌진트(Verbal Jint)와 검정치마(The Black Skirts)의 영향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이고 싶었어요 그때는. 근데, 지금은 쇼미더머니에 나가서 전투적으로 해야 되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아 그것도 있었어요. 랩을 너무 다 잘하니까, 여기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되지? 이런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 같아요. 힙 : 멤버들 간의 시너지가 굉장히 강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어쩔 수 없이 영향을받는 부분들이 각자 있을 거 같은데. 멤버들끼리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면. 바 : 처음 들어오자마자 우울증 비슷한 게 걸렸었어요. 우울증이 다 나아서 들어왔는데 다시 걸려서.. 처음에는 ‘JM 같이 할래요 형?’ ‘오케이 완전 좋아’. ‘우리 목요일마다 회의하니까 넘어오세요.’ 해서 넘어가고 인사하고, ‘자 이제 컴필 진행하고 있던 게 있는데 보내줄게요.’ 하길래 받았는데, 그때 스윙스랑 씨잼 녹음물이 있어서 듣는데, 미친 거에요. 그 사이에 또 발전을 해있는 거에요. ‘아 x됐다.’ 제일 처음 ‘난 앞으로만’ 작업을 했어요. 들어와서 며칠 안됐을 때, 녹음을 해서 보내주고 공개가 됐는데 반응이 안 좋은 거에요. ‘아 내가 진짜 실력적으로 여기서 꿀리는구나’ 그러고 나서 우울증 같은 상태? 그때 무슨 상태였는지 알지? 약간 멘붕 오고 작업을 너무 많이 해서 뭔가 너무 무너졌어요. 그리고, 작업 속도도 너무 빠른 거에요. 이걸 쫓아가려는데 너무 힘든 거에요. 근데 그거를 겪어냈고, 어찌됐던 지금 해냈잖아요. 해내고 나니까 실력이 좀 늘었구나 라는 생각이 벌써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들어온 지 세 달 됐나? 세달 사이에 실력이 늘었다는 걸 체감을 하고 있어요. 일년 후면 내가 여기서 얼마나 늘까 라는 생각이 벌써 들고 있어요. 스 : 저는 초반에 씨잼 들어오고 나서 에너지 엄청 받았어요. 그래서 ‘X발 이때를 잘 이용해야 돼!’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얘 맨날 우리 집에 데려와서 작업하다가 형까지 하니까. 그러고 맨날 모이면 세 명 다 병신이 되어 있었어요. (전원웃음)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밤새 모여서 얘기만 하다가 작업을 못한 게 연속으로 5~6 번 있으니까 그때 제가 판단했어요. 이러다 세 명 다 X되겠다 싶어서 제가 멈췄죠. 우리 이제 당분간 모이지 말자고. 너무 많이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이거하고 저거하고 저거까지 하니까 형도 쇼미더머니 이거하고 저거하고, 얘도 마찬가지고. 세 명 다 표정이 기억나는데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어요. 피자 먹고 막. (웃음)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개 좋은 경험이었어요. 근육이 그 안에서 또 생긴 거에요. 그래서 지금은 ‘야 시작하자 하면 벌써 해놓고’ ‘한번 더 하자’ ‘합시다!’ 이런 식이에요. 바 : 근데 그 상태였는데도 작업은 절대 멈추지 않고 결과물은 계속 나왔어요. 씨 : 한 밤 동안 곡을 네 개 했어요. 지금 안 나온 것들도 있고.. 스 : 네 많아요. 그거였던 것 같아요. 힘들었던 게 이거였어요. 그냥 ‘우리 백 마디씩 쓰자’ 하면 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의식의 흐름을 타면 되잖아요. 그 파도를. 근데 그게 아니고 ‘곡의 주제를 갖고 이걸 통해서 제대로 뭔가 터뜨려야 된다.’ 이 마음가짐이 있으니까 그냥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안 되는 게 느껴졌어요. 옆에서 ‘훅을 누가 만들어봐!!’하면 다들 그냥 축 늘어지고, 저도 안되니까 나중엔 그냥 노창한테 다 떠넘겼는데..(웃음) 이 새끼 여자친구도 없겠다. 얘한테 주자 이렇게 된 거죠. (전원웃음) 얘 혼자 마지막에 다 고생했어요. 노 : 훅 아무도 안 해줘. (웃음) 혼자 다 만들었어요. 힙 : 이 앨범의 훅을 그러면 등 떠밀려서 만든 거에요? 스 : 그런 셈이죠. 다들 ‘나 쇼미더머니 해야 되요~’ 하고 문닫고, 바스코형 문닫고, 씨잼 문닫고, 나도 지쳐서 그냥 도망가고.. 얘 혼자 그냥 계속 열심히 청소했죠. 노 : (웃음) 힙 : 그 시너지 얘기를 다시 하자면,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무대 퍼모밍을 제일 잘하는 뮤지션 중에 하나가 스윙스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런 느낌을 씨잼 씨 무대에서 보게 되었어요. 그런 식의 직접적인 어드바이스가 있었나요? 스 : 아 저희끼리 모여서 초반에 책을 많이 읽었어요. 제가 읽은 걸 가지고 ‘요! 너도 한번 보라고, 재미있다고. 카리스마는 이럴 때 보여진다, 발산하는 거다’ 라고 얘기를 했는데 바로 다들 캐치를 하시더라고요. 저도 역시 그걸 수련하는 사람이고, 근데 씨잼이 저한테 직접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분명히 제가 정말 열심히 얘기했던 건 기억나요. 어쨌든 쟤가 굉장히 열려있는 애라서 열심히 들었던 것 같아요. 힙 : 씨잼 씨는 뭐 따로.. 씨 : 저는 뭐 예전 힙합 빠돌이 시절부터 바스코 형이랑 스윙스 형이랑 엄청 봤거든요, 싸이월드 올라오고 이런 거. 근데 이제 옆에서 직접 볼 수 도 있고, 그리고 한번 스윙스 형이 그 말을 했어요. 저는 너무 파이팅이 들어가 있다고. 너가 밀림에서 걸어 다니는 숫사자라고 생각하라고 숫사자는 내 앞을 아무도 안 막을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긴장한 채로 걷지 않잖아요. 그냥 털 날리면서 자연스럽게 걷는 그 모습을 상상하니까 뭐가 더 카리스마 있는 건지 알았고, 그걸 저한테 더 맞게 약간 원숭이 같은 모습으로 바꿔서 하니까 훨씬 저도 자유롭고 더 재미있게 됐어요. 스 : 무기 장착을 한 거죠. 자기한테 어울리는 씨 : 그 말이 되게 큰 영향이 됐어요. 스 : 숫사자 멋있다. 내가 한말이라니 믿겨지지 않는다. (전원 웃음) 힙 : 그럼 곡 얘기로 넘어가 볼게요. 앨범 타이틀 곡이 ‘더’에요. 그 곡을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스 : 그냥 뭐 일단 편곡 나온걸 딱 듣자마자, ‘어우 X발 X나 멋있다.’ 마침 얄미운 기리보이도 랩을 안 했겠다 바로 채택을 했죠. (웃음) 장난이고. 근데 너는 왜 참여 안 했지? 힙 : 기리보이 입장에서는 뮤비도 촬영했는데, 타이틀 곡에 빠진 건 서운하지 않으세요? 기 : 아니요. 별로.. (웃음) 스 : 니가 안하고 싶어서 안 했지 기 : 네, 그 곡에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스 : 다시 말하지만, 얘는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아는 애라서 ‘저는 이거 안하고 싶어요’ 하면..끝이에요. JUST MUSIC - 더 M/V 힙 : 뮤직비디오나 앨범 제작 같은 여러 부분을 스윙스씨의 자본으로 투자를 하는 거잖아요? 브랜뉴에서 벌고, 저스트 뮤직에 쏟아 붇는 건가요? 스 : 네 맞아요, 제가 그거에요. 기러기 아빠인데 미국 가서 (전원웃음) 외화 벌어다가 한국에 있는 가족들한테 쓰는 좋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죠. (웃음) 힙 : 그럼 브랜뉴에서 싫어하지 않나요? 스 : 싫다고 까진 안 하는데, 그냥 뭐. 제가 애초에 브랜뉴와 계약을 했을 때, 난 저스트 뮤직이 있다. 손대지 마라 했는데, 그때는 제가 아무것도 없었잖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쟤 뭐, 취미 활동한대’ 이 정도였겠죠. 그냥 뭐.. ‘스윙스가 발레를 취미로 하는데 열심히 해서 대회를 나가겠대’ 이 정도 느낌? (웃음) 근데, 이제 진짜 발레리노가 됐어요. 전세계급 발레리노가 (웃음) 힙 : 반대로 저스트 뮤직 내에서 소속 뮤지션이 나도 내 회사를 가지고 싶다 하면 스윙스씨는 그런 거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거에요? 스 : 만약 한다고 한다면, ‘좋아 그럼 나랑 같이 손잡고 가자!’ 이렇게 캐쉬머니(Cash Money)나 영머니(Young Money) 같은 제안을 하고 싶죠. 진심으로 제 꿈이 뭐냐 하면, 동의 안 할 수도 있는데. X나 큰 제국을 만들고 싶어요. 음악 제국. 그래서 잘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오게 만드는 거에요. 어느 날 빈지노가 명품 살 돈이 없으면 ‘형 나 진짜 힘들어.. 저스트뮤직 들어가고 싶어요.’ 하면 ‘아 당연하지’ 하고 받는 이런 정도로 불려나가고 싶어요. 파급효과.. (웃음) 아이돌 중에 망한 친구들도 우리 회사 왔으면 좋겠어요. 에너지 있고 재능 있는 친구라면요. 비주얼도 좋고 재능도 있는데 하루 종일 춤 12시간 추는 그 의지와 환경까지 갖춰주면 뭘 못하겠어요.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실제로 아이돌 친구 중에 되게 친한 친구가 있는데, 빅스(Vixx)에 걔 이름 뭐냐.. 라비(Ravi)라고 있어요. 얘가 저한테 맨날 문자 보내고 맨날 노래 보내요. 나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런 친구를 항상 저는 상상해요. 얼굴도 잘생기고 되게 남자답고 성격이 너무 좋거든요. ‘와 이런 애가 나중에 되게 열심히 해서 저스트 뮤직 오면 짱이겠다’ 라는 생각까지도 해봤어요. 물론 지금 실력가지곤 그냥 그런데, 걔는 진짜 클 놈이에요. 힙 : 얼마 전에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메이저로 진출한 언더그라운드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많잖아요. 그 사람들이 메이저에서 성공을 일궈내면은 그냥 거기에 그대로 안착하고 적응해 간다는 거에요. ‘변했다’ 이런걸 말하는 게 아니라 스윙스 씨가 브랜뉴에서 벌어서 저스트뮤직에 재투자하는 것처럼 뭔가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 재투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가 없지 않나 하는 얘기에요. 스 : 제가 그랬다고요? 힙 : 아뇨 (웃음) 저희끼리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많은 메이저에서 성공한 아티스트들이 여기 언더그라운드는 보지 않고 있잖아요. 스 : 그분들은 본인 마음이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만약에 5억을 벌었어요, 그걸 저희 엄마한테 다 투자하고 싶어요. 그건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본인 마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제가 저 자신을 생각할 때 이상적으로 어떤 모습이 되고 싶냐면 나중에 늙어서는 사비에 박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엑스맨에 휠체어 타는 대머리 아저씨 있잖아요. 진짜 재능 있는 사람들을 모아가지고 X나 멋있는 문화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게 제 꿈 중에 하난데, 예. 뭐.. 그런 사람들의 삶이나 사상을 전혀 비난하고 싶지 않고요. 단지 이런 건 싫어요. 대한민국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 중에 랩만하면 자기가 힙합이라고 하는.. 저는 그래서 항상 얘길 해요. 이건 힙합이 아니라고. 그니까 랩 하는 건 좋고, 돈 많이 버는 것도 좋고, 대중적인 음악 만드는 것도 좋아요. 근데 ‘어우! 난 그냥 완전 힙합.’ 이런 건 안되죠. 그냥 저는 그 정도로 생각해요. 이건 전혀 꼰대 같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어쨌던 간에 힙합이라는 거에 분명한 색깔이 존재하는 건데, 이쪽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걸 들었을 때에는 혼란스러워 할 수 도 있으니까, 그런 건 분명히 구분하는 게 저는 좋은 거 같아요. 힙 : 잠깐 빠졌는데, 다시 곡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파급효과 도입부에 신나래 팀장님 샤라웃한 건 에피소드가 있어서 그런 건가요? 스 : 아 제가 나래를 엄청 좋아해요. 어제도 얘기 했는데, 제가 돈 없을 때 페이 안받고 오랫동안 일해주고 그랬었거든요. 제가 어제 그랬어요. 나중에 잘되면 너 정직원으로 해서 우리 제대로 하자고. 그래서 그냥 기분 좋아서 나래 생각나서 했던 말이에요. ‘야 내가 너 부자 만들어 준 댔지!!’ 근데, 아직 부자 안 만들어줬죠. 그냥 미래를 생각하고 한 말이에요. 힙 : 많은 사람들이 여자친구인 줄 알고 있더라고요. 스 : 네.. 여자친구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정말 호구스럽다고 생각해요. (전원웃음) 굳이 여자친구한테.. 그런 건 별로라고 생각해요. 힙 : 스윙스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펀치라인 같은 워드 플레이인데. 이번 앨범에서도 그렇지만, 최근엔 그런 것들보다도, 스윙스 씨 랩을 들으면, 목소리 변주나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 변화가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피드백들을 보면 워드플레이들이 좀 난해해졌다는 피드백들도 있고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스 : 저는 그거에요. 사람들이 펀치라인킹, 펀치라인킹이라고 하는 게 유치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재미없어졌어요. 펀치라인이라는 게 제가 처음에 시작할 때는 되게 이슈였어요. 랩퍼들 사이에서 그걸 잘하는 게 더 잘하는 거다. 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릴 웨인(Lil wayne)이 당시에 엄청 많이 했었죠. 근데, 제가 볼 땐 그게 끝물이었어요. 어느 새부터 시대가 변하면서 말장난을 해도 티 안 나게 하는 거에 더 꽂혔던 거 같아요. 이건 정말로 X발 아침에 일어날 때 아침 먹으면서 5000개 생각나니까 떡 하나 던져주는 느낌이에요. 억지로 막 하는 게 아니고요. 근데 블랙넛 같은 경우는 신기하게도 예전 방식 그대로 하는데 안 촌스러워요. 저는 그걸 버린 지는 오래됐어요. 왜 자꾸 내가 하는 표현마다 펀치라인을 쓸려고 하다가 실패한 사람 취급 하는지 모르겠어요. 되게 자존심 상하더라고요. ‘어우 스윙스 X나 멍청해 이게 멋있다고 생각하나 봐’ 이러는데..(전원웃음) 그냥 ‘노우!! 그냥 던져주고 가는 거야 먹어 먹어! 나 케이크 먹고 있는데 부스러기 몇 개 먹어!’ 이런 기분으로 쓰고 넘어가는 거에요. 예를 들어 일부러 ‘just’라는 노래에서는 개 멍청하게 갔었거든요. 뭐.. ‘닥쳐 병신아 니 여자도 내 노랠 받아 개쪽 주기 전에 닥쳐 나 존나 똑똑해’ 이런 식으로요. 그냥 이런 게 개 멍청하게 쓴 거에요. 놀리듯이.. 막 ‘에~~ 맞아 나 펀치라인 존나 못써’ 이런 감성으로 쓴 거거든요. 근데 그게 전 더 좋아요. 말장난이라는 건 이제는 그냥 16마디 안에 내가 넣고 싶을 때 넣는 거지 막 정교하게 넣어 갖고. ‘야 봐봐 X발 빨리 웃어 와 X나 멋있어’ X발 이게 아니에요 이젠 시대가 지났어요. 힙 : 2008년도 그 시기의 방식과는 작별한 거네요. 스 : 네 그건 뭐.. ‘타이거 제이와는 다르게?’ 하면 ‘미래가 없지’ (전원웃음) 옛날엔 이게 유행이었어요. 근데 이제 시대가 변한 거죠. 이제 와서 저러면 ‘아.. 저 새끼 뭐야 X나 오버해..’ 이렇게 되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그런 것 보다 어떤 게 더 전 재밌냐면, 그냥 사람들이 딱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사람이 그려지거나 어떤 장면이 그려지는. 그런 가사가 제일 좋아요. 정육점 아저씨에 비유하면 딱 잘라서 ‘먹어’ 하고 던져주는데 확 받아 먹는 그런 간지에 가사를 더 좋아해요. 기 : 근데 제가 느끼기에도 08년 때 스윙스 형이랑 많이 달라졌잖아요. 그래서, 좀 별로였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을 아예 지우고 들으면 좋은 것 같아요. ‘그 펀치라인을 쓰던 사람이 아니다, 그냥 새로운 사람이다’ 라고 요즘에 생각을 하고 받아들이는데, 그러면 잘한다는 생각이 분명 들거든요. 이전 가사에서 진화된 느낌이에요. 제가 느끼기엔 스윙스 형의 옛날 노래에 묶여있는 사람들은 옛날 기억을 버리고 들으면 좀 더 잘 들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스 : 너무 말 잘해줬어요. 저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거 지났어, 왜 넌 아직도 어릴 때 바지에 똥쌌던 그 애로 기억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 하고 싶어요. 난 이제 바지에 똥 안 쌀 만큼 절제력 있어. 힙 : 사실 그 당시에 스윙스 씨가 등장하고, 펀치라인이라는 걸 모두가 한창 쓰던 때가 있었잖아요. 커뮤니티엔 그런 글도 올라왔어요. 국내힙합은 스윙스 때문에 망했다. 혹시 보셨나요? 스 : 아 저도 봤어요, 재미있었어요. 그거. 힙 : 말 그대로만 놓고 보면 그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스윙스씨의 도의적인 책임인 거죠. (웃음) 많은 랩퍼들이 다 거기에 묶여 있었잖아요. 스 : 다른 사람들은 지금 하고 있는 거잖아요. 어제 것을 하고 있는데, 뭐 저 때문에 망했다면 저는 기뻐요. 제가 한국 힙합씬을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저는 기뻐요. ‘와 나한테 이런 파워가 있어? 예~’ 이런 기분인데, 그 글도 너무 기분 좋았고, 그냥 열 받으면서 기분 좋은 거 있잖아요. ‘역시.. 이건 인정이야..’ (웃음) 이렇게 받아들였죠. 근데 저는 랩퍼들 본인들한테 책임을 묻고 싶어요. 예전에 저한테 이런 말 했던 사람들 있어요. ‘너 미국에서 살다 와서 영어 잘하니까 네가 유리한 거야. 너는 걔네가 하는 말 다 알아들을 수 있어서 그걸 한국말로 해석해낼 수 있잖아’ 이랬는데, ‘X까 병신아 힙합LE는 왜 있는데?’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뭐 자기가 자기를 망하게 했다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자기 책임이에요. 힙 : 결론은 그런 식의 펀치라인은 이젠 촌스럽다? 스 : 네, 그런 시대가 갔어요. 아예 너무 촌스러워진 그런 수준은 아닌데, 그냥 약간 멀어지고 싶은 그런 거. 그래서 릴 웨인이 요즘 헷갈려 하는 거 같아요. 옛날에 그걸로 너무 떴는데, 요즘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느낌이 됐거든요. 그래서 이상해진 것 같아요. 힙 : 얼마 전에 나온 믹스테잎을 들었는데, 슈퍼비(Superbee) 그분이 완전 그런 식으로 펀치라인을 쓰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스윙스 씨 제자라고 들었어요. 스 : 음.. 네 맞아요. 근데 걔는 그것 플러스 요즘 것이 섞여 있는 느낌이 나서 그렇게 촌스럽지는 않아요. 적절해요. 굉장히. 씨 : 문맥이 계속 이어지니까 스 : 맞아요, 얘가 말을 너무 잘했는데, 옛날에는 문맥 없이 하는 게 멋있었어요. ‘요! 타이거제이와 다르게?’ ‘미래가 없지’, ‘난 양현석처럼’ ‘탑 위에 있지’ 이렇게 뻑뻑뻑 날리면서, 난 이 기술도 있고, 저 기술도 있고, 저 기술도 있어. 이런 느낌이었다면, 요즘에는 전체적으로 어떤 캐릭터의 느낌으로 가사를 쓰는 느낌이거든요. 성격이 딱 묻어날 수 있게. 자연스러움인 거 같아요. 패션이랑 음악에서 미니멀리즘이 어떤 대세라면서요. 가사를 쓰는 데에 있어서 만약에 어떤 사조가 있다면, 지금 제가 볼 땐 현실주의인 거 같아요. 마치 말하는 것 같고 이 사람이 평소에 이렇게 할 것 같은 느낌이 되게 많이 배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힙 : 그런 의미에서 지금 펀치라인을 제일 잘 쓰는 사람은 누군가요? 스 : 언제나 언어적인 간지는 저인 거 같아요.(웃음) 저를 따라 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5년 뒤에 다 이거 하고 있을 거에요. 지금 제가 쓰는 거 힙 : 그럼 블랙넛이랑 펀치라인으로 비교당하는 것들은 많이 언짢겠네요. (웃음) 스 : 아 그냥 이런 느낌에요. ‘그래 해, 짱해! 타블로(Tablo) 형한테 주고 다 해. 난 이제 이거 안 해.’ 이런 느낌이에요. 힙 : 씨잼 벌스에 대한 호평이 많아요. 이번 앨범에서. 커뮤니티에서도 씨잼이 참여했던 오픈 마이크 컴페티션 작업물을 찾아내서 하드 허슬에 좋은 사례로 들더라고요. 그만큼 단기간 내에 엄청난 발전을 한 거잖아요? 연습량이 엄청날 것 같아요. 씨 : 그런 거 같아요. 다시 되돌아보니까. 16살 때부터 랩을 했는데, 스무 살 때까지 진짜 하나도 안 늘었거든요. 지금 돌아보니 제가 그땐 귀가 되게 낮았던 거 같아요 그때는. 근데 이제 귀가 좀 높아지니까 제가 얼마나 모자란 지 알게 돼서 그때부터 발전을 했어요. 힙합에 있는 기본적 감성이 자신감, 남자음악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너무 그것만 바보같이 흡수하니까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자신만 있어서 저를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엄청 못했다가, 한 스무 살 때 좀 귀가 열리니까 제가 같이 하고 싶던 랩퍼들이랑 저랑 얼마나 먼지 알게 되가지고, 그때부터 좀 실질적인 달리기를 시작한 것 같아요. 스 : 제가 느낀 건데 혼자 하면 진짜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누구라도. 그래서 어떤 단체에 속해 있는 건 진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씨잼 얘기를 들어보니까. 힙 : 각자 그럼 이번 앨범에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곡이 있나요 ? 기 : 저는 ‘소문’? 그냥 제 개인 앨범에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서에요. 주제도 신선하고 뚜렷하고요. 거기다 멜로디도 좋고. 그게 제일 애착이 가요. 스 : 저는 'Rain Showers Remix’하고 ‘Just’요. ‘Just’는 진짜 현재 저의 기분이에요. ‘닥쳐 병신아~’ 말장난 하는데 얘가 못 알아 들을 거 알고 하는 말장난 있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했어요. ‘Rain Showers Remix’ 는 그냥 얘 훅 때문에.. ‘밖에 비 온다~(웃음)’ 이런 감성. 저스트 훅도 마찬가지에요. ‘요 요 우린 그냥 저스트 뮤직 덤비지 마요 그러다 총맞아요’ (전원웃음) 그냥 우탱클랜[Wu-tang Clan] 감성이란 말이에요. 뭔 말인지 알죠. 바스코 형은 알아듣는단 말이에요. 저보다 훨씬 오래 살았.. 훨씬 오래는 아니지.. (웃음) 좀 오래 살았고, 그 임팩트를 아니까.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게 슬픈데, 얘는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해해요, 얘도 알고 얘도 안단 말이에요. 너무 앞서 갔어요. 옛날 걸 레트로스펙트 한 거잖아요. 근데, 사람들은 답글 쓸 때 ‘얘 왜 이렇게 멍청하냐’ 이거에요. 노 : 왜 한국에서 총 얘기 하지? (웃음) 스 : 예 (웃음) 그 멍청함이 매력인 훅이고. ‘밖에 비 온다 주룩주룩’도 그렇고. 이 가사가 진짜 센스 있었어요. ‘한편, 내가’ (웃음) 만화 보면 누가 싸우고 있다가 옆 장면에 ‘한편, 조커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갑자기 카메라 구도를 확 바꾸는 거죠. 얘한테. 벌거벗은 여자들이 젖어가지고 유륜 보이고 (웃음) 그런 느낌이 확 와 갖고 엄청 그림이 잘 그려지는 것 같아요. 미쳤다고 생각을 했어요. 바 : 이건 미래야 라는 말이 딱 인 것 같아요. 씨 : 근데 그것도 중의적인 표현이잖아요. 스 : 네, ‘이건 미래야~.’ 이것도 중의적인 표현인 게, 퓨쳐(Future) 훅 스러워서 ‘임마! 이건! 미래야~!’ 한 거거든요. 노 : 원래 영어 가사를 썼는데, 제대로 멍청하려면 한글로 쓰는 게 더 멋있는 것 같아서, 한글로 바꿨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르더라고요. 힙 : 저스트의 훅은 저는 개인적으로도 올해의 훅으로 꼽을 정도로, 강렬하게 인상에 남는데. 훅을 작업하면서 영감을 받았다거나, 어디에 중점을 두었는지.. 노 : 저는 프로듀서로써 그게 강한 거 같아요. 누구를 줘야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곡을 만들어요. 그래서 솔직히 ‘이건 퓨쳐를 줘야 해’ 라고 생각했지만, 말도 안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해서 제가 부른 거일 뿐이고, 원래 그 곡이 싱글 나오기 이틀 전까진 완전 다른 곡이었어요. 그것도 옛날 힙합이긴 한데, 근데 저도 내기 좀 뭔가 우리 컴필인데, 뭔가 느낌이 세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막 바꿔서 기리한테 제일 먼저 들려줬어요. 불안했거든요, 이런 건 처음 해봐서. 기리한테 답장이 왔는데, ‘오 개좋다!!’ (웃음) 이렇게 온 거에요. 스윙스 형이랑 바스코 형, 씨잼도 그렇고.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기리가 ‘우리 훅 이런 식으로 하는 거 어때’ 하면서 비슷한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줬어요. 스 : 우린 그냥 저스트 뮤직. 그냥이 반복되는 거잖아요. 개 멍청하잖아요. 노 : 만약에 멋있게 했으면 욕먹었어야 스 : 깊이가 쩌는 저스트 뮤직! 노 : 요 박자도 좀 이상하게 넣고, ‘요요요요요!’ 멋없고 바보 같은 느낌으로 한 거란 것을 사람들이 알아줬음 좋겠어요. 스 : 되게 똥싸는 사람한테 똥 먹어라 하는 그거 너무 좋았어요. 노 : 멤버들이 좋아해서 좋았죠. 힙 : 그게 그 등 떠밀려 만든 훅이라는 게. 노 : 아아 예, 시간이 없었어요. 힙 : 그럼 이어서 바스코님은 어떤 곡이 애착이 가요? 바 : 저는 ‘Just’가 우선 소리적으로 제가 어릴 때 좋아하던 소리 질감을 그대로 만들어 내서 좋아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거에 멈춰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요즘 리듬들, 요즘 유행하는 감성들이 다 숨어 있어요. 옛날 건데 요즘 거고, 요즘 건데 옛날 거에요. 모든 걸 다 갖추고 있어요. 훅 뛰어났고, 벌스도 너무 좋았고. 최고였던 것 같아요. 씨 : 저도 원래는 ‘Just’인데, 너무 많이 나와서 저는 ‘Jungle’로 할게요. 그냥 요즘 제일 많이 들어요. 너무 좋아서. 바 : 정글 작업도 후딱 됐죠. 노 : 음원사에 넘기기 이틀 전에 야 ‘Jungle’ 넣는 거 어때? (전원웃음) 아 이 형들 왜이래 진짜. 바 : 씨잼이랑 같이 운동을 하고, 집에 같이 와서, 제가 쓴 벌스를 들려줬다가. ‘그냥 한마디씩 주고받을까?’ 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작업을 했죠. 노 : 저는 ‘Outro’요. 원래 피아노를 제가 아예 못 쳐요. 한마디씩 쳐서 녹음을 했는데. 우리 신나래 팀장이 피아노 전공이거든요. 그래서 스튜디오에 가서 피아노 연주를 녹음 받아다 줬어요. 시간도 없고 다들 바빠서 마무리를 못하고 있었는데, 항상 커뮤니티에 ‘근데 블랙넛 이번에 참여해요?’ 이런 글들을 봤던 게 떠올라서 대웅이 형 우동 먹는 소리를 삽입했죠. (웃음) 힙 : 아 그게 우동 먹는 소리에요? 스 : 아 저는 섹스인줄 알았어요.(전원웃음) 노 : 되게 묘하지 않아요? 제가 옛날에 듣고 완전 웃었던 건데. 힘들 때 들으니까 개웃기더라고요. 힙 : 저는 특히 [Still not over II] 그 비트 애착이 강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스윙스 넘버원 믹스테잎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한데, 작업기에 원래 자기가 쓰려고 했던 비트인데 넣어놨다고 밝히셨잖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약간 숙원을 풀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노 : 솔직히 저는 참여를 안 하려고 했어요. 두 분만 녹음을 보내줬는데, 다른 분이 또 참여하는 줄 알고 비워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곡이 또 너무 짧아지니까 훅을 부를까 하다가 뭐 멋있는 것도 안 떠오르고 이래서 그냥 제가 했어요. 힙 : 파트 원 때부터 도입부에 넣은 칼리토 대사는 저스트 뮤직이랑 되게 오버랩이 잘 되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그 도입부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스 : You think you’re big time?!! (웃음) 노 : 저도 칼리토를 되게 많이 봤거든요. 힙 :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곡에 노창 씨 랩에서 칸예웨스트가 SNL에서 라이브한 ‘New Slaves’가 떠올랐는데, 혹시 그런 피드백도 받았나요? 노 : 아 그래요? 저 이번 앨범 만들 때 칸예 앨범 두 달 동안 안 들었어요. 진짜 (전원웃음) ‘New Slave’가 무슨 노래인지 알고, 들어도 봤는데 그건, 전혀 모르겠던데.. 힙 : 왜냐면 그 분노가 느껴졌거든요. 노 : 아, 분노는 항상 숨겨왔죠. 제가 화내려고 해봐야 화낼 급이 안되고. 애들한테 욕해봐야 나만 욕먹고 이런 걸 아니까.. 근데 이번엔 ‘아 몰라 X발. 죽어!!’ (웃음) 이러면서 랩 했거든요. 근데, 뭐 따라 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요. (웃음) 스 : 너 그거 걔한테 영감 받아서 쓴 거냐. 아 그.. 백인인데, 죽었고.. 아 걔.. 짱 천재.. 빌!! 아냐.. 하.. 리키.. 노 : 넘어가죠? (웃음) 스 : 네 넘어가죠 (웃음) 힙 : 말씀하신 것처럼, 칸예웨스트의 바이브들이 항상 따라다니는 건데. 그러니까 이번 앨범에선 일부러 거기서 벗어나려 의식한 게 있던 건가요? 노 : 의식해서 다 뺐어요. 믹스 레퍼런스에도 심지어 안 썼어요. 오히려 드레이크(Drake)를 들으면서 킥이 얼마나 커야 되는 지만.. (웃음) 참고하고, 그냥 계속 피해 갈려고만 했어요. ‘안 들어 안 들어 안 들어!’ 저는 솔직히 말해서 랩은 누구한테도 딸려요. 더 발전해야 할 길이 남았어요. 근데 저는 비트를 만들면서 ‘내가 또 발전 했구나’를 굉장히 짧은 시기에 계속 느끼거든요.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고. 그 누구한테도 안 꿀린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제가 따라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제 갈길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요. 근데 제가 처음에 좀.. [억지로 웃지 않ㄹ 위치ㄹ]를 할 때 어떻게든 사운드도 따라가고 비트도 비슷하게 만들긴 했어요. 근데 그 이미지 딱지가 한번 붙으니까 사람들이 다 그렇게만 보더라고요. 심지어 그것도 봤는데 어떤 고등학생 여자애가 ‘칸예 빠돌이 답네..’ 이러는데.. 정말 ‘제가 칸예에 뭐를 알지..?(웃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혀 알만한 사람도 아닌데 그냥 그 딱지 때문에 폄하 받는 건 좀.. [HP RADIO] 수요일밤 E16 - Guest. Just Music 힙 : 힙플 라디오에서도 언급을 하셨었는데, 억지로 웃지 않.. 이거 어떻게 읽어야 되는 거에요? (웃음) 그 앨범 리뷰가 성지가 됐어요. 개인적으로 그 리뷰가 나왔을 당시에 저도 그 리뷰를 봤는데, 저도 ‘과연 아티스트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거든요. 노 : 진짜 힘들었죠. 그때도 라디오에서도 말하긴 했는데, 솔직히 저는 힙합 쪽은 아닌 거 같아요. 멤버들 보다 저는 가사 신경 안 쓰고 오히려 청각적으로 들리는 플로우나 사운드에 더 집중을 하고, 음악의 진행에만 신경을 한 95%는 쓰는 편인데, 어쨌든 그런 리뷰를 보고 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진짜. 힙 : 그게 정곡을 찔려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요 노 : 정곡도 찔렸고, 이 정도로 내가 인격체로서 욕을 먹어야 되는 건가 하는 마음도 있었죠. 어떻게 보면 욕을 먹는 건 당연한 건데, 제가 억울한 부분도 있죠. 자기 본인이니까. 소심하기도하고, 되게 힘들었어요. 그때도 말했지만 기리한테 전화해서 울었어요. 기 : (웃음) 노 : 어머니도 보시고 왜 그러냐고 대낮에 술 먹고 왜 우냐고 괜찮다고. (웃음) ‘에이 썅! ㅠㅠ‘ 이러면서 계속 울면서 며칠 동안 잠만 자고 그랬죠. 힙 : 힙플 라디오에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그런 음악을 하면 뭔가 되게 강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부정적 피드백들의 영향을 벗어난 사람일 거라고 생각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의외였어요. 지금 이미지도 의외고요. (웃음) 스스로 약간은 자기 본 모습과 음악인으로 보여줘야 되겠다 하는 모습 사이에 거리감을 두는 부분이 있었나요? 노 : 있었죠. 아까 말했듯이 형이 말했던 걸 잘못 받아들였던 것도 있었고, 씨잼이 말했듯이 자신감 있는 척하고 그런 게 힙합의 기본적인 색깔이잖아요. 그것만 알고서 했던 거죠. 칸예도 좋아했고. 걔는.. 아니 걔란다.. 그 사람은 이제 급이 되고 이러니까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이 ‘그래..’ 이렇게 되는데 저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데 하니까, 욕먹는 게 당연했죠. 말하자면, 욕 먹는 거 자체가 힘들었던 거에요. 힙 : 지금은 그러면 그런 피드백에 대해서는 좀 단단해졌나요? 노 : 스윙스 형이 일단 잘되고 보라고 말했어요. 제가 힘들어 하는 거 보고. 근데 칭찬 좀 받고 이러다 보니까, ‘노창 x신새끼’ 이런 말 보면 (웃음) ‘에유 귀엽네(웃음)’ 하고 넘어갈 수 있어지더라고요. 힙 : 그래서 ‘소문’이나 ‘Still not over II’에서의 감성이나 ‘Feelin like a imp’ 같은 가사들을 당시에 감정상태로 받아 들였던 거 같아요. 어때요? 노 : 맞아요. 그 곡은 원래 뒤에는 제이지 곡의 악기를 따서 샘플을 전체로 쭉 진행시켰었는데, 왠지 그것도 욕먹을 것 같아서 아예 싹 바꿨죠. 힙 : 바스코님이 노창님이 힘들어 했던 시기가 [GUERRILLA MUZIK Vol. 3 ‘EXODOS’] 전인지 후인지 궁금해 하셨잖아요. 특별히 궁금해 한 이유가 있나요? 바 : 힘들어한 건데 [EXODOS]를 만들어낸 건지. 좋은 상태에서 [EXODOS]를 만들어내고 힘들어진 건지, 그 과정이 궁금했어요. 노 : 근데 그때가 아마 비슷한 시기였을 거에요. 제가 힘들다 생각하고 있을 때 바스코 형이 작업실에 불러서 갔는데, 형이 완전 빼빼 말라가지고 배고프신데 편의점에서 산 1500원짜리 햄버거를 들고, 이러고 계시는데.. 제가 힘들어할 수 가 없더라고요. ‘아, 힘들 다는 건, 이런 거구나..이게 힘든 거구나..’ 스 : (웃음) 이게 힘든 거구나.. 바 : 불 다 꺼져있고.. 조명하나 켜놓고 (웃음) 노 : 이렇게 마르셔가지고.. 바 : 그때 55키로? 너무 빠졌었죠. 하루 세끼 다 귀찮아서 햄버거 먹고 계속 작업만 하고 믹스만 하던 때에요. 힙 : 질문이 자꾸 노창씨한테 집중이 되는데, 아까 말 했던 것처럼 샘플 얘기를 해주셨어요. 프로듀서 분들께서 오시면 샘플클리어에 대해서 여쭤보는데, 노창씨는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노 : 네, 저는 약간 또 리스너들이 욕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이슈가 됐던 건 빈지노 형의 ‘Dali, Van, Picasso’ 잖아요. 그런데, 그건 샘플 딴 사람과 샘플 원작자의 문제지. 리스너들이 와서 ‘너 사기꾼이다’ 이러고, 왜 끼어드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저는 그건, 둘이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리스너들이 거기에 껴들어가지고,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고, 표절로 덮어버리는 건 너무 껴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며칠 전에, 트위터로도 메시지가 왔는데, ‘Outro’ 피아노가 무슨 일본 피아니스트의 곡과 똑같다는 거에요. 그래서 깜짝 놀라가지고. 또 논란이 되면 안되니까 들어봤어요. 근데 저는 전혀 모르겠는 거에요. 제가 화성학을 잘 몰라서 피아노 전공한 나래한테 이거 혹시 비슷한 거냐고, 코드 이런 거 비슷하냐고 물어봐도 전혀 아니라고 하고. 그 사람한텐 ‘제가 물어봤는데 아니라네요’ 라고 답변을 줬는데, ‘저는 리스너로서의 의무를 다했을 뿐입니다’ 이러는 거에요. ‘이게 뭐지? 리스너면 그냥 들으면 되는 건데 왜 거기다 따지고 들지?’ 약간 이런 거? 샘플 얘기로 넘어가서, 샘플클리어를 안 해도 사랑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뭐냐면, 진짜 창의적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통으로 따서 쓰는 건 진짜 저도 사실 별로에요. 샘플 클리어를 하든 안 하든 간에 저는 좀 그렇거든요. 창의력이 없어 보이고. 스 : 날로 먹는다는 표현? 노 : 네 거기다 자기 이름 다는 거 자체가 웃긴 거고.. 근데 정말 창의적으로 순간순간 안 걸리게 몇 마디만 센스 있게 쓸 수 있다면, 저는 그게 멋있는 샘플링이라고 생각해요. 샘플 클리어는 해야 되는 게 맞지만, 제 생각에는 리스너들이 끼어들 문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바 : 개인적으로 더해서 얘기하면 리스너들이 좀 아는 척을 하는 거 같아요. 근데 그게 누구를 깎아 내리면서, 그 빈틈을 잡아 내면서 자기가 음악을 많이 안다는 걸 어필하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그건 제가 제가 중학교 때 저도 그랬어요. 왜 누가 에어로스미스(Aerosmith) 듣고 있으면, 에어로스미스는 유명하니까, 에어로스미스 들어? X도 안 유명한 누구 이름을 대면서 ‘얘 알아? 얘가 진짜 음악이야’ 하면서 음악적 지식이 내가 높은걸 자위 하는 거죠. 기 : 저도 그랬는데.(웃음) 바 : 저도 그랬고, 아마 다들 그랬을 거에요. 그런 현상이 인터넷 세상에서 엄청나게 커진 것뿐이에요. 특히 음악 커뮤니티 안에서니까. 근데, ‘Been there and done that’ 한 사람들 눈에서는 너무 유치해 보이죠. ‘내가 샘플링 어떤 거를 찾아냈어! 난 우월해 봐봐 얘들아 사기였어. 얘는 진짜 음악인이 아니었어.’ 노 : 되게 웃긴 게 있는데 ‘Just’ 맨 처음에 다른 노래가 나오잖아요. 그게 제가 찍은 비트고 기리보이 첫 벌스를 리버스 한 거거든요? 근데 페북 쪽지로 한 세 개가 왔어요. ‘형 이거 저 처음 보는 가수 누구 거꾸로 돌린 거죠?’ 이러는 거에요. ‘기리보인데요’ (전원웃음) 약간 그런 거 자부심이 있는 거 같아요. 물론 저도 그랬었지만. 바 : 그게 인터넷이 활성화가 안됐을 때는 크게 문제가 아니었는데,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인 거 같아요. 제가 이 예를 들게요. 네이버 지식인에 내가 지금 기침을 하는데 무슨 증상이 있다고 올렸는데, 네이버 지식인에 답글이 달렸어요. 어려운 단어 말하면서 ‘폐결핵을 의심해볼 수 있으니 빨리 병원에 가보세요.’ 라고 달렸는데, 이 댓글을 단 애가 중딩이래요. (전원웃음) 대학생 직장인들이 올리는 질문에 댓글 다는 게 중딩인데, ‘어른들이 그걸 보고 진짜 그런가? 어떡하지’ 하면서 걱정하는 거에요. 그런 경우가 엄청 많아요. 지금 음악씬도 중딩의 그 얕은 지식들이 마치 정답인 냥 퍼지고 있는데, 되게 위험한 상태죠. 스 :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고, 인터넷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밀도가 세계 최고급이니까 어쩔 수 없는 슬픈 현상인 거 같아요. 막을 수도 없고. 씨 : 월드컵 그런 것도 한 번 지면 페이스북 같은 데에다가 욕하고 그렇잖아요. 스 : 근데 정도라는 게 있잖아요. 씨 : 뭔지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까지 하는지. 기성용이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알 거 같아요. ‘답답하면 니들이 뛰라고’ 바 : 그런 의미에서 그런 애들이 갖고 있는 것도 저희 앨범이랑 똑같이 그 친구들도 파급효과를 갖고 있어요. 구려 하면서 분석하면서 쓰는데 그게 그렇게 되요. ‘맞어 맞어 맞어’ 하면서. 그렇게 퍼져요. 근데 이번 앨범의 큰 파급효과. 이번 앨범이 대단했던 거는 그런 애들이 그렇게 써요, 근데 그 밑에 댓글이 하나 달리는 것과 같아요. ‘아냐 X신아 이게 멋있는 거야’ 라는 댓글들이 달린다는 거에요. 오히려 그래서 이 앨범의 파급효과가 더 세다고 느껴요. 스 : 그래서 결론은 우리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된다는 거에요. 그냥 무조건. 바 : 자꾸 바보들이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하는데 그게 안 먹힐 정도로 좋은 음악을 만들면 되는 거에요. 힙 : 저스트 뮤직 컴필레이션은 블랙넛 합류 후에 두 번째 후속 작을 만든다고 들었는데 진행이 되고 있는 건가요? 기 : 만들고 있어요. 근데 아직. 부담이 되가지고..(웃음) 만들고 있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비트만 많이 무작정 많이 만들고 있어요. 힙 : 방금 말씀하신 부담이 어떤 부담이에요? 앞서 나온 전작이 성공해서? 기 : 네 전작이 너무 뛰어나서. 스 : 기리야 걱정 마. 그 다음 꺼는 내가 프로듀싱 하니까 (웃음) 힙 : 멤버들이 번갈아 가면서 하는 건가요? 스 : 네, 하고 싶은 사람에 한해서요. 근데 기리가 이번에 맡았는데 사실 벌써 한 곡을 줬어요. 저하고 씨잼한테. 그래서 저희 둘이 녹음만 하면 되는 상태에요. 기 : 근데 저는 한 50곡 만든 다음에 거기서 추리려고요.(웃음) 힙 : 발매 시기가 언제 쯤이 될까요? 노 : 섣불리 말하지마. (웃음) 스 : 맞네 맞네.. 내가 기리보이한테 무리주지 않은 선에서, 대웅이 나오고. 늦가을이 됐으면 좋겠어요. Photo by Boobagraphy 힙 : 블랙넛만큼 오피셜한 작업물 없이 존재감이 큰 랩퍼가 없는 거 같아요. 스 : 아예 없죠. 걔는 미쳤어요. 힙 : 이번 컴필레이션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을 거 아녜요. 반응이 어때요? 스 : 어땠냐 하면 우리가 뭐 글레디에이터라고 치면 싸우면서 피 터지고 있는데, 걔 혼자 부상당해서 침대에 묶여서 ‘악! 악!’ 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빨리 나오고 싶어서. 근데 원래 걔도 맛이 갔었어요. 저처럼 맛이 갔고, 바스코 형처럼 맛이 갔는데, 요즘엔 혼자서 엄청 헐크가 되어 있어요. 빨리 우리를 죽이고 싶어서 안달 났어요. 가사에도 이미 저만 욕하는 노래가 하나 있어요. (웃음) 제 유륜을 거론하면서 계속 저를 까요. (전원웃음) 스포일러 하나 드리는 거에요. 근데 저도 들으면서 너무 웃겼어요. (웃음) 아이 X발 근데, 이거 나잖아. (웃음) 노 : 대웅이 형이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역할이 커요. 왜냐 면은 처음에 전체다 만들어서 들려줬을 때, 이거 이런 거 약하지 않냐고. ‘소문’이랑 ‘Still Not Over’는 그 형 때문에 들어 간 거거든요. 그 두 개를 빼면, 어둡고 그냥 힙합적이고 그랬어요. 대웅이 형이 저한테 개인 카톡으로 너무 어두운 것 같다고, 추가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급하게 만들었죠. 스 : 역시 걔도 프로듀서에요. 뭘 좀 알아요. 노 : 그런 센스가 없었으면, 멤버들이 저는 그냥 경주마처럼 여기만 보고 달리는 느낌이었을 거에요. 힙 : 씨잼씨 졸리신 거 같은데 약간? (웃음) 씨 : 아뇨, 저 렌즈를 너무 오래 껴가지고. (웃음) 스 : 안경 안 갖고 왔어? 씨 : 갖고 왔는데 이거 빼면 넣을 데가 없어가지고. 스 : 아 1회용 렌즈 아냐? 씨 : 1회용인데, 여분을 안 가져 왔어요. 스 : 그럼 안경 계속 쓰고 있으면 되잖아. 노 : 못생겨 지잖아요. (전원 웃음) 미안해 농담이야 (웃음) 힙 : 노창 씨 다시 질문 돌아가서, 요번 앨범의 믹싱, 마스터링을 직접 했잖아요. 이유가 딱히 있나요? 노 : 저는 음악에서 사운드가 80.. 아, 그건 너무 오바다. 어쨌든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려고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원래 바스코 형이랑 얘기를 되게 많이 하는 편이에요. 형도 형 앨범을 직접 믹싱, 마스터링 하시니까, 힙 : 엔지니어로써의 욕심이 아니라, 이 앨범은 내거니까 내가 만들어야 하는 그런 느낌인가요? 노 : 욕심도 분명히 있어요. 바 : 저도 엔지니어 욕심 있어요. 힙 : 그러면 내가 곡을 주는 사람의 곡도 마스터링까지 책임지고 계신 거에요? 노 : 제 곡은 무조건 하고요. 그리고, 우리 멤버 안에서 누구한테 맡겼다 했을 때 듣고서 ‘이건 이 사람한테 안 맡기는 게 좋겠다’라는 의견이나 ‘다시 한번 하는 게 좋겠다’ 라고 의견을 내는 편이죠. 힙 :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링이 잘된 앨범을 하나 꼽는다면? 노 : 어.. 힙 : 국외든, 국내든. 노 : 근데, 어떻게 보면 요즘 회의감도 들어요. 빈지노 형의 [24:26] 그 앨범이 개인적으로 되게 많이 안타깝거든요. 믹싱, 마스터링이. 더 좋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엄청 팔렸잖아요. 그냥 음악이 좋으면 되는 거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근데 어떻게 보면 믹싱, 마스터링은 대중들이 전혀 알 수 있는 분야가 아니고, 한 80%는 자위인 거 같아요. 제가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 근데 잘된 걸로 치자면 칸예 5집.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에요. 자기가 하고 있는 음악을 잘 맞춰야 되는 거죠. 어쨌든 잘하는 사람은 많아요. 그러니까 가장 말하고 싶은 건 그 곡에 맞는 믹싱을 잘해야 된다는 거. 처음에 저스트 나왔을 때도 보컬 개 작아 베이스만 개 커 이런 거. 의도한 거였거든요. 나중에 가서 앨범버전으로 바꿀 때 바스코형이 그거 바꾸지 말라고 그랬는데, 결국 바꾸긴 했는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음악하고 사운드를 총체적으로 다 잡고 내도 대중들이 뭐라고 하면 결국 아닌 거잖아요. 요즘 생각은 되게 복잡해요. 사운드에 대해. 그래서 답은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힙 : 그러면 이제 앨범 이야기는 마무리 짓고. 앞으로 핫 할 쇼미더 머니 얘기를 잠깐 해볼게요. 저스트 뮤직 소속 뮤지션이 쇼미더머니에 세 분이 출전하게 됐어요. 바스코, 씨잼, 기리보이. 이거 같은 경우에는 CEO인 스윙스의 권유가 있었나요? 스 : 네, 바스코형은 원래 나가려고 그랬고, 저스트 뮤직 들어오기 전부터. 씨잼은 나오기를 꺼려했고, 기리보이는 넌 어땠었지? 기 : 아무 생각 없었어요. 스 : 이 친구는 불분명 했어요. 근데 제가 엄청 설득을 했어요.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아무리 뭐 랩 세계에서 제일 잘해봤자 제 생각에는, 안 알려지면 소용 없다는 걸 저는 6년 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고집 엄청 부렸어요. ‘아 x까 내가 잘하면 알아서 유명해지게 되어 있어!’ 이랬었는데. 대중 매체를 사용하는 게 무슨 죄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죠. 근데, 그것보다 어리석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오히려 저는 오만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보시다시피 도끼(Dok2)하고 더 콰이엇도 원래는 쇼미더머니를 직접적으로 디스를 했고, 방송 나와서 그러면 안 된다 했는데 결국 나왔잖아요. 그건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거에요. 바스코형은 스스로 느껴서 그렇게 했겠지만, 이 세 사람의 재능. 저희 코미디 적인 면, 다른 면 이런걸 어떻게 보여 줄 거에요. 그래서 쇼미더머니는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욕할 수 있지. 내가 원하는 음악을 돈 안들이고 방송국에서 다 무대에 채워주지. 뭐가 부족하다는 지 모르겠어요. 기 : 근데 저는 약간 처음엔 나가기 싫어했었거든요. 제가 스스로 바뀔까 봐. 거기에 가면 약간 공격적으로 해야 되잖아요. 근데 제가 그런 사람으로 바뀔까 봐 걱정됐어요. 그래도 나갔는데 지금 약간 우려했던 게 일어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약간 후회하기도 하는데, 근데 모르겠어요. 힙 : 시즌 2때는 스윙스가 오디션 참가를 해서 말이 있었는데, 시즌3는 바스코가 참여해서 어떻게 보면 ‘1세대가 오디션에 참여한다’라는 큰 반향이 있었어요. 바스코 씨 같은 경우에는 어떤 계기로 참여를 하게 되었어요? 바 : 우선 제 커리어를 보면, 14년 동안 등장해서 쭉쭉쭉 치고 올라가고, 지기펠라즈 쭉쭉 올라가다가, 살짝 무너졌다가 인디펜던트로 다시 올라가려다가, 푹 무너졌잖아요. 그 다음에 [EXODOS] 앨범 내고 혼자서 다시 바닥부터 올라가고 있는데, 한번에 빨리 올라가고 싶어요 저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느껴져요. 35살이지, 애는 크지. 나는 혼자지. 그냥 빨리 한번에 커야 되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바닥의 많은 사람들이 저를 까먹고 있더라고요. 내 이름이 거론도 안되고 날 아예 잊어버린 거에요. 죽은 랩퍼죠. 그래서 다시 살아날 유일한 창구이자 확실히 빠른 창구는 쇼미더머니다 라고 생각했고, 그걸 쇼미더머니 시작하기 2013년 5월, 4월부터 버릇처럼 얘기하고 다녔어요. ‘나 쇼미더머니 나갈거야, 그리고 1등 할거야. 쇼미더머니 1등 하면 멜론 1위 찍을 거고, 그럼 나 떼돈 벌 거야’ 라고 버릇처럼 얘기하고 다녔어요. 그게 진짜 현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버릇처럼 맨날 얘기하고 있어요. 쇼미더머니 1위 내가 한다고 (웃음) 그거에요. 그냥 빨리 올라가고 싶어서. 힙 : 쇼미더머니의 부정적인 느낌은 없는 건가요? 바 : 전혀 없어요. 전혀. 깐 적도 없어요. 쇼미더머니를 [쇼미더머니3 / NO CUT] 바스코(VASCO) 1차 오디션 무삭제 ver. 힙 : (웃음)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곧 방송 시작하니까 나머지는 방송을 통해서 보도록 하고, 출연진으로써 약간 포인트 잡아주신다면. 이거를 좀 더 집중적으로 보면 좋겠다 하는 게 있나요? 씨 : 모르겠어요 그냥. 얘기 들어보니까 딱히 저희가 원하는 모습들이 그렇게 많이 나올 거 같지 않아서.. (웃음) 제가 거기서 엄청 많이 랩 했거든요. 근데 반도 안 나온대요, 그게 그냥 아쉬운 점? 굳이 싫다기 보다 연습하고 한 건데, 안 나오니까 아쉬웠어요. 바 : 이게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까, 착한 모습이나, ‘어떻게 할거에요?’ 라고 물어보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화이팅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건 우선 다 잘린대요.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까 완전 잃을 거 없는 애들이 막말하는 것들이 많이 나올 수 있고 초반에는. 아마 많이 안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씨 : 처음 오디션에 짱인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막 목탁 들고 와서 (웃음) 묵언수행이라고 써놓고 말 안하고 (전원웃음) [쇼미더머니3 / NO CUT] 씨잼 (C Jamm) 1차 오디션 무삭제 ver 힙 : 그럼 이제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스윙스 씨는 어떤 점을 주목해서 봤으면 좋겠어요? 스 : 그냥.. 하.. 어떤 모습이 나올지 저도 도저히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일단은 장담하는데 저는 그 띠꺼운 케릭터가 될 거 같고요. 어..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성격이니까, 그게 밀집돼서 나가는 거에 대해선 저는 불만이거든요. 이것도 나고 지금 현재 이 모습도 난데, 근데 그것만 나가니까 모르겠어요. 그냥 맨날 저한테 제가 하는 얘기가 있어요. ‘나는 엔터테이너다. 엔터테이너니까 사람들이 날 욕하는 것도 일종의 내 직업에 포함되는 부분이다’ 라는 건데, 극단적이지만 않을 정도로 까이면 저는 뭐 웃으면서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아..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나름 착한 척 많이 했는데 (웃음) 먹힐지 모르겠어요. 바 : 그건 편집이야. (웃음) 스 : 싹둑, 스윙스는 이래야 돼!!!!(웃음) 힙 : 최근 쇼미더머니도 껴있고, 멤버들 개개인 공연 이제 하고 있고 좀 바쁠 거 같은데, 혹시 컴필레이션 공연 계획을 또 가지고 있나요? 스 : 원래 딱 오늘쯤 할라고 그랬거든요? 근데 시간이 안 맞아서 취소되고, 8월에 열 생각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7월에 열고 싶어요. 근데, 다들 너무 바빠서.. 계획은 하고 있어요. 이제부터 저희 컨셉은 좀 더 싸게 가고 사람들이 더 많이 즐길 수 있게 하는 거에요. 앞으로도 큰 공연장에서 하고 싶어요. 힙 : 이제 뭐 인터뷰 공식적인 질문은 거의 마친 것 같고요. 멤버 개개인 또는 레이블의 활동 계획 좀 듣고 마무리 할게요. 씨 : 일단, 컴필레이션 앨범이 있고요. 그걸 병행하면서 제 것도 만들 것 같은데, 파급효과 만들면서도 너무 배운 게 많아서 어떻게 만들지 모르겠어요. 지금 몇 개 막 써놓은 것도 있는데 그게 나중에 앨범에 실릴지도 장담을 못할 거 같아요. 매일매일 새로 들어오는 게 너무 많아서. 아직은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는 모양을 못 잡았어요. 근데 올해 내로는 제 개인앨범을 무조건 내고 싶어요. 1집이라고 해야 되나. 노 : 저는 일단, 전부터 오랫동안 만들던 제 앨범을 빨리 내고 싶고요. 그리고 이 파급효과 앨범 만들고 나서 느낀 건데 총괄 프로듀서라는 게 힘들지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꼭 하고 싶은 사람들의 총괄 프로듀싱을 많이 해보려고 접촉도 하고 있고, 노력도 하고 있어요. 우리 회사 내에서도 그렇고. 스 : 저는 [감정기복 part2], [감정기복 part3] 끝내고, 이제 [for the ladies] 라는 앨범 내고, 다음 걸 준비 중이에요. 싱글을 계속 내고. 이 바닥, 가요계든 힙합계든 저는 홍수 내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아 스윙스 맨날 나와’ 저는 이말 꼭 듣고 싶어요. 저 새끼는 안 쉬네 이 리스펙트를 받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계속 낼 거에요. 힙 : 그럼 감정기복 시리즈는 이미 완성이 된 건가요? 아니면 작업을 계속 하고 계신 건가요? 스 : 2는 현재 마스터링 중이에요. 힙 : 곧 나오겠네요. 스 : 네 곧 나와요, 7월 중순 생각하고 있어요. 힙 : 기리보이는요 기 : 저도 스윙스형처럼 3부작으로 낼 생각이거든요. 그니까 제목까지 결정이 되었는데, [ad ap hybrid]라고 리그오브레전드 하시는 분들은 알지만, ad가 공격력이고, ap가 주문력이고 hybrid는 합친 거에요. 그래서 [ad]앨범을 먼저 내는데, ad는 제가 앨범을 받아서 제가 랩을 할 수 있는 그런 앨범이고, [ap]앨범은 제가 비트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을 참여시키는 거고, [hybrid] 앨범은 그냥 기존에 제가 해왔던 걸 합쳐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노 : 멋있다 스 : 음 좋은데? 기 : 그리고 저는 트랙을 많이 드리고 싶어요, 많은 랩퍼들에게. 그런 것도 해보고 싶은데 많이 안 들어와서(웃음).. 많이 해보고 싶어요. 힙 : 바스코님은 바 : 저는 3부작 시리즈가 있잖아요. [Guerrilla Muzik Vol.1 – Prologue]랑 [Guerrilla Muzik Vol. 3 `Exodos`]가 나왔는데, 볼륨 2의 총괄프로듀서는 노창이 될 거고요. 그냥 X됐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힙 : 부제가? 바 : 아직. 노창이랑 얘기 중에 있는데, 곡 만들면서 중간중간에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고. 그리고 아마 그렇게 게릴라뮤직 시리즈가 끝날 것 같고. 그리고 ep? 싱글? 이런 것들 계속 좀 내려고 생각 중이에요. 물론 컴필레이션 작업도 할거고요 힙 : 제이키드먼(Jay Kidman)과 함께하는 ‘Molotov Coctail’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바 : ‘Molotov Cocktail’은 오늘 얘기하고 왔어요. 우선은 그 친구 군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고 나면은 얘기해보기로 했어요. 힙 : 다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 덧붙이실 말 있으면 마지막으로 인터뷰 끝내도록 할게요. 스 : 저스트 뮤직은 멈추지 않을 거에요. 대한민국 다 먹을 때까지. 그게 적어도 우리 모두 다 똑 같은 꿈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짱 먹을 거에요. 어떤 기준의 짱이냐고 묻는다면 전부 다요. 그게 제 꿈이에요.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재미있게 할 테니까 많이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힙 : 그럼 수고하셨고요, 인터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진행 | HIPHOPPLAYA.COM 관련링크 | 저스트뮤직 트위터 (https://twitter.com/JUSTMUSIC_ENT) 이미지 제공 | 저스트뮤직
  20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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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천재노창 ㅣ'그저 이 상황을 똑똑하게 사용해야만 했다'  [34]
힙플 : 라쇼컬쳐스에서 ‘기억시옷’ 등을 발매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를 소회한다면? 노창 : 낚였다고 말하면 정확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오해하고 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그 시절에 대한 악감정은 이제 없다. 그것도 나의 초석이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 힙플 : 예전에 했던 음악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때 즈음을 말하는 건가? 노창 : 그런 것 같다. 가사나 곡이 좋은 건 몇 곡 있지만, 당시의 음악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지금은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누가 꺼내보는 것 같은 기분이 더 크긴 하다. (안웃음) 힙플 : 2012년부터 저스트 뮤직에 합류해 ‘127시간’ 등 무료 곡들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당시 ‘127 시간’을 둘러싼 반응들은 여러모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딜리버리가 아니라, 정말 음악의 이해에 관한 반응들이었다. (웃음) 돌이켜보면 어떤가? 노창 : 127시간은 그냥 정신 놓고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음악이다. 실제로 나 스스로나, 내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이 제일 어려워 하는 건 ‘이런날이뻐해’일건데, 나도 무슨 말 하는지 모르는 게 많다. 감정은 전달되어 오는데 사람의 말로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21살 후반부터인가 22살때부터인가 우울증과 정신분열 초기 증상으로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고, 처방 받은 약을 매일 먹고 우울해하고 이러던 때 썼던 가사들이라 나조차도 이해 안 되는 가사가 80프로였다. 정신과 쪽 약을 먹으면 멍-해지고 몇 분 전의 상황도 흐릿하게 생각난다. (몇 분전에도 멍 때리고 있었을 테니). 그래도 내가 듣기엔 그때의 내 비트 자체는 들을 만한 게 어느 정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힙플 : 어쨌든,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화법은 직설적인 편인 것 같다. 노창 : 그런 것 같다.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기도 하면서 용감해지기도 했다. 힙플 : 배경 스토리(인스타그램 해프닝)를 깔고 나온 앨범이다. 계획된 프로모션은 당연히 아니었을 테고.. 그럼 이 앨범은 즉흥적인 앨범인가? 노창 : 계획됐다는 말이 나오는 게 참 가슴이 아프다. 난 그저 이 상황을 내가 똑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영원히 창피당하고 괴로워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꽤나 잘 사용해서 모두를 웃게 만들었으니 됐다. 여전히 나는 참 괴롭지만 말이다. (최초의 내려고 했던)앨범은 두 달 전부터 준비했고, 그 중간 지점 즈음 사건이 터졌다. 앨범 전체의 방향이라기 보다는 60~70% 정도의 디테일이 바뀌고 엎어졌다. 힙플 : 그럼 원래 계획했던 앨범은 어떤 그림이었나? 노창 : 지금 들어보면 쓸데 없이 진지하고 ‘나 랩 잘할 줄 알아!’ 라고 발악하는 느낌의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앨범 자체의 컨셉은 ‘비꼼’이였다. 요즘 힙합음악을 비꼬고 꼬집고 – 하지만, 결국 나 자신 역시 내가 비꼬는 그 모습들인.. 그런 앨범을 만들려고 했다. 예를 들면 ‘위아더월드’ 같은 곡이 화석처럼 원래 컨셉에서 살아남은 곡이다. 힙플 : 예를 들면 트랜드를 과장되게 의식한 플로우나 마찬가지로 힙합어법에 과장되게 집착하는 가사들은 어떤 비꼼이었다는 말인가? 거의 모든 곡에 힙합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간다. 노창 : 난 요즘 힙합에 대해 불만도 많고, 꼬인 생각도 많은데 멀찍이 떨어져서 보니 내가 비꼬는 테두리 속 무리들에 껴서 제일 신나게 놀고,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이 나라는 걸 느꼈다. 말하자면, 그런 주제의식을 가진 앨범을 만들던 중이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이 앨범의 전체적 방향과 의도와 컨셉은 ‘나 스스로의 혼란’이다. 난 내가 힙합이라고 생각 안 한다, 그냥 음악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태의 커리어는 다 힙합이었다. 그래서 그 혼란 속에서 나온 가사들이다. 내가 답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고 다 질문을 던지는 가사들이다. 힙합이란 단어가 나오는 내 가사들은 모두 내 스스로에게나 모두에게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특정 인물은 아무도 디스 안 했다. 이 앨범의 초반 컨셉은 유행에 관한 비꼼과, 비꼬는 대상에 나도 아주 크게 포함되어있다는 걸 전제로 시작되었으니 비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아주 평범하게 가정하자면, 요즘 트렌드나 유행인 힙합을 비꼬려면 시대 지난 힙합이나, 아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비꼬았겠지. 나는 그냥 혼란스러운 거다 내 스스로가. 그리고, 난 트랩 좋아한다. 신나니까. 힙플 : 어쨌든, 본의 아니게 방향을 우회한 앨범이다. 준비하면서 노창의 정서랄까? 노창 : 사건 후의 감정은 다 안 좋고 슬프고, 부정적이고, 화 뿐이었다. 힙플 : 예상했을 테지만, 앨범 반응 역시 혼돈의 카오스다.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 노창 : 재미있고, 욕이 많아도 슬프지 않다. 내가 의도한 바를 나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고, 욕이나 비난이나, 심지어 대부분의 비판-비평 마저 난 찔리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감정이 안 든다. 예전엔 욕이나 비난이야 상처받으며 그냥 지나쳐왔고, 비판-비평만큼은 내 자신을 송두리 째 흔들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요번에는 아니다. 내가 의도한 바와, 내 의식과 나 자체를 내 방식대로 표현해서 내가 아닌 사람은 당연히 백 퍼센트 공감을 못할 앨범이니, 아주 빗나가는 비판들이 날라온다. 그래, 심지어 칸예웨스트(Kanye West) 얘기가 나와도 요번의 난 아주 당당하고 뻔뻔한 표정으로 ‘지랄ㅎ’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소소한 예로 난 [MBDTF] 앨범이 나왔을 때 2년 8개월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씩 그 앨범을 들었다. 나보고 칸예 갖다 붙이는 애들은 나보다 칸예 음악에 대해 모른다. 그리고 심지어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는 칸예 음악은 단 한번도 안 들었다. 입 좀 닥쳐줬으면 좋겠다. 난 지금 아주 당당하게 말하는 거니까. 트래비스스캇(Travi$ Scott)은 [Cruel Summer]에 들어있는 것만 들어봤다. 아, 사이퍼 영상에서 랩 하는 것과 ‘BLOCKA’란 곡도.. 그 외에는 멤버들이 다른 방에서 듣고 있을 때 화장실 가면서 흘려 듣던 것 중에 한 곡 정도가 다다. 난 아주 나 자체인 앨범을 냈다. 빗나가는 화살들 그건 아무렇지 않다. 나한테 날아오지도 못하거나 방향자체를 잘못 잡은 화살들만 내 옆에 흩어져있다. 하지만, 반응이 많다는 건, 어떤 의미가 됐건 감사하고, 무엇보다 내가 내 앨범을 노예 짓 하지 않고 냈다는 거에 스스로 만족하고, 뿌듯해하고 있다. 힙플 : 일단, 긍정적 호응이 폭발적이라는 걸 전제로,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척하는 싸이코’ 혹은 ‘천재가 싼 똥’이라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노창 역시 이번 앨범에서 충분한 대답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주고 받기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노창 : 일단 제일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수 차례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나는 천재라는 존재가 좋고, 천재가 되고 싶어서 이름 앞에 천재를 붙이고 활동한다. 멋있자고 사는 사람이고, 멋있자고 붙인 이름인데, 그렇다고 풀네임으로 ‘천재인인물들이몹시존경스러워천재가되고싶어이름앞에천재를붙인천재노창’ 으로 하긴 싫다. 날 낳아주신 부모님은 나에게 이름을 줬고, 날 아티스트로 태어나게 한 내 자신이 내게 이름을 붙인 거다. 이름에 관한 건 여기까지 하고, 내가 작품을 내고 그 안에서 대중을 욕하고, 대중들이 나를 욕하는 - 그 주고받기가 언제까지 계속 될지는 나란 사람이 걱정할 이유도, 연구할 이유도 없다. 난 내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난 ‘문화 안에 속한 모두를 행복하고 평화롭게 유지시키는 UN같은 단체’의 단원이거나 대장이 아니다. 관심 없다. 힙플 : 악플에 민감한 편인 걸로 안다. 그 시기보다 더 많은 피드백을 얻는 위치가 되었는데, 요즘은 어떤가? 그런 반응들이 여전히 불편한가? 혹은 내성이 생겼나? 노창 : ‘꽃가루’란 곡 마지막 부분이 딱 지금의 나다. ‘좆까 얘들아 좆까 빈지노 더큐 도끼 어떻게 돈 쓰든지 너네 알 바 아냐 너넨 그냥 병신 쥐디 발톱 때만도 못한 병신 슬프지 않니 인생을 바꿔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이 씨발 좆밥 새끼들아’ – 꽃가루 진짜 어쩌라고다. 내 정곡을 찌르는 비판-비평만을 아프지만, 결심하고 받아들여 소화한다. 예전만큼 인터넷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자취하는 집에 인터넷이 끊기는 일도 있었고, 그 정보의 바다에 한번 안 들어가다 보니 인터넷, TV, 뉴스 모두 멀리한지 꽤 됐다. 이번에는 앨범이 나와서 많이 훑어보긴 했지만. 힙플 : 주로 민감한 피드백은 어떤 것들인가? 노창 : 앞서 말했듯이 내가 찔릴만한 비판과 비평의 글들이다. 그 외에 제일 싫어하는 말은 ‘약빨았네’이다. 나 약 안 빤다. 약 팔뚝에 꽂지도 않는다. 코로 빨지도 않는다. 술은 빤다. 내 창의력을 표현하기 위한 나의 노력을 그 따위 표현으로 뭉뚱그리지 않았으면 한다. ‘약 빨았네’ 라고 쓰는 애들 다 약은 한 번 빨아보고 저런 말 쓰는지 궁금하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그 문장으로 밖에 기분이나 감상을 표현 못하는 사람들의 표현력에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고 싶다. 표현력 연습 좀 해보라고. 진심으로 이건 사소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표현력 연습하면 나중에 인생에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다, 아주 쉬운 예로 남자든 여자든 이성에게(뭐 혹은 동성에게) 고백 할 때, 표현 하나만 달라도 더 와 닿을 테니까. 그리고, 한국은 마약 금지국이다. 나는 타이레놀이랑, 성대에 뿌리는 스프레이, 그리고 지금 다니는 병원에서 받는 약 말고는 약 안 먹으니까, 약 빨았단 말 자꾸 해서 마약 단속국에서 내 머리털 하나라도 뽑아가는 상황이 오면, 당연히 아주 깨끗한 상태로 나와서 자비로 아이피 수사대 차려서 다 콩밥 먹게 할 거다. 힙플 : 우스개 소리로 노예노창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해방자유’는 스윙스의 군생활 타이밍을 염두 해둔 곡인가? 노창 : 아니다. 그냥 앨범이 나오니까 나온 노래다. 꼭 나만 할 수 있다기보다 나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한 곡이다. 지금은 나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이야기를 한 거다. 힙플 : '해방자유'의 관점에서 작년 한 해, 레이블 활동에 대한 소회가 있다면? ‘털ㄴ업해야해’에서도 저스트뮤직을 소소하게 디스하지 않나 (웃음) 노창 : 비유해보자면 만약 어떤 가족 안에서 자녀가 아버지 심부름을 계속하고, 그 와중 꿀밤도 귀엽게 한대 맞고 한다면 자녀는 불만이 많을 거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더 크겠지. 커다란 신뢰와 아끼는 마음 안에 아주 작고 짙은 불만을 재미있게 디스로 표현해서 쓴 가사들이다. 너무 짙어서 꼬추 아니 좆을 때려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나에겐 ‘저스트뮤직’만큼 나를 알아주고 아껴주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공간과 사람들은 없다. 오히려 빚지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 정도다. 힙플 : 곡을 들은 동료들의 반응은 어떻던가? 노창 : 다들 재미있어했고, 대견해 하면서 존중, 존경을 표해줬다. '행'을 앨범 나오기 2일 전에 가사를 쓰고 녹음하고 믹스하던 일요일 오전 10시쯤? 기리(Giriboy)가 갑자기 뜬금없이 전화해서는 ‘ㅇ..애..앨범 다 들어봤는데 ㅈ...존나 존나 쩔어!’라고 말해서 되게 감동 받았다. 누구보다 듣는 귀 좋고, 표현 잘 안 하는 친구에게 저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 좋았다. 혁진이형은 가끔 진행되던 곡들 가사보고 그 라이오넬 리치 표정을 짓기도 했고, 대웅이 형은 매 곡마다 들어주며 엄지를 척! 해줬다. 힙플 : 근래 가장 성공가도를 달리는 프로듀서다. 유명세가 이 앨범에 미친 영향이라면? 노창 : 성공가도를 달리는 노예였다. 난 프로듀서가 아니다. 나 단독의 아티스트다. 원래 항상 그래왔고 이렇게 말을 했어야 했지만, 앨범 한장 없이 저 말을 할 자격은 스스로에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제야 말한다. 유명세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참 크다. 유명해진다는 건 알려지는 과정에 있어서 인정을 받는다는 거니까. 그렇지만, 회사 앞에서 (우리를)기다리는 (혹은 일부러 그 길을 걸어다닌다던지..) 우리 회사의 나를 포함한 누군가의 팬이나, 자기 자신을 나에게 각인시키려는 팬들, 내가 고갤 숙이고 빠르게 걷고 있는데 내 팔을 잡아채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들, ‘그 사건’ 때문에 그간 기분이 좋을 수 있을 리 없던 내가 정중히 거절하면 차라리 욕을 하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끝까지 매달리는 사람들은 나에게는 맞지 않는 유명세의 유형인 건 확실하다. 내 작품들만 유명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몇몇 곡에 실려있다. 힙플 : 유명해지고 나서 사람들이 이전보다 본인의 감성을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노창 : 완전한 공감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날 느끼는 사람은 적다고 본다. 왜냐면 나와 인간으로서의 삶이나, 경험, 생각하는 방향이 같을 정도로 비슷한 사람들만 날 70% 이상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란 사람의 음악이 좋아서, 혹은 내가 좋아서 공감하려는 머리 안의 노력이 내 감성을 이해한다기보단 감싸주려 하는 것 같다. 어쨌든 감사한 마음이야 변함없고 커다랗다. 힙플 : 앨범의 거의 모든 곡에서 드러나는 감정기복만큼 비트 변주도 변화폭이 크다. 본인이 쓴 비트지만, 소화하기에는 어땠나? 노창 : 박자들을 모두 새롭게 시도해봤는데, 랩을 하기에는 새로운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좀 어렵기도 했다. 처음인 것들도 많아서. ‘털ㄴ업해야해’의 초반부는 거의 다 박자를 몸에 익히기도 전에 가사 쓰자마자 녹음한 가녹파일을 그대로 썼다. 오히려 느낌이 더 잘살길래(ㅋㅋ). 진짜 특이하고 박자도 어려웠다 내겐. 힙플 : 앨범의 많은 가사들이 그렇지만, 특히나 ‘칭챙총’이나 ‘털ㄴ업해야해’의 비꼼이 (피타입이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기도 했던) 로컬라이징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혹시 비슷한 고민이나 갈등이 있었나? 노창 : 별로 힙합문화 발전에 대해 기여하고픈 마음이나, 힙합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인종이나 힙합의 태생 문화와 다른 문화권에 사는 우리가 해야 할 고민, 이런 거 생각 안 한다. 내가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면, 나 스스로에게 별로 유익한 시간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나에겐 그럴 시간에 음악을 만들던지, 그림을 그리던지 산책이나 하는 게 낫다. 힙플 : ‘위아더월드’의 아웃트로는 찾아보니 데릭월콧의 유명한 시 구절이더라, 브릿지로 넣어야 했던 의도가 궁금하다. 노창 : 일단 그 시는 ‘love after love’라는 제목의 시다. 사랑을 주제로 진행되는 시이고, 아주 현명하고, 모든걸 경험해본 나이가 지긋한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처럼 와 닿았다. 사랑이란 단어나 주제로 진행되지만, 난 그 시를 인생으로 대치해서 받아들이기도 했다. 정말 멋진 구절들이다. 신기하게 그 시를 한 줄씩 읽어내려 가다 보면 눈앞의 배경이 서서히 바뀌고, 안락한 따듯함이 스며드는 시이다. 힙플 : 원곡을 찾고 싶었는데 찾지 못했다. 노창 : 원곡은 타블로와 함께했던 ‘All Day’다. 일단 올데이 보다 느리고, 기타랑 오르간 두 개만 썼던가. 심지어 기타는 원곡에 세션 받아 둔걸 그대로 박자 맞춰서 쓴 거다. 그 두 악기 위에 내가 노래 불러서 느리게 재생했다. ‘위아더월드’ 마지막 부분은 결국 내가 부른 ‘멜로디는 올데이, 가사는 시’인 곡이다. 힙플 : 앨범 곳곳에 주변 잡음에 대해 아티스트 나름의 빅엿을 보내는 독기도 느껴진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먼저 커뮤니티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엄청난 경멸이 느껴진다 ‘음 커뮤니티 바다는 전문가들이 너무도 만연하지 지깟것들이 마치 피겨 여왕의 아버지께서 강씨인 것처럼 강연하지 답 줘야지 난 오직 중지로만 답해, 간편하지 음 음 여명 삼십병 엿 간편하지’ – 위아더월드 노창 : 커뮤니티든 리뷰 창이든 그냥 인터넷 바다이건, 내 음악을 예로 들었을 때, 거기에 글을 써서 날 칭송하건, 칭찬하건, 비판하건, 비난하건 욕을 하건, 그 사람들은 나보다 음악을 모른다. 난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어디 껴들고 싶어서 안달 난 채로 개소리하는 꼴이 참 같잖다. 자 기분이 나쁠테니,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면, 주식시장에 관한 커뮤니티가 있는데, 주식의 좆도 모르는 내가 그 커뮤니티에 가서 ‘야 ㅋㅋㅋㅋ 병신들 그 주식 왜 샸냐 노답 ㅋㅋㅋㅋㅉㅉ 이거라니까 요번 주는 아휴.. 말을 말자’ 이런 글을 쓰는 것과 같다. 주식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내가 음악으로 마이클잭슨만큼 대단해도, 주식을 모르면 그냥 난 껴들지도 말아야 하는 날파리라는 것이다. 배우고 싶다면 배우는 자세를 갖추고, 말투를 깨끗이해라. (나는)애 같은 성격이 좋고 평생 그렇게 살고 싶더라도 성숙함과 공존할 수 있는 성격이니까, 성숙해져라. 병신들아, 사랑해요. (해쉬택조울증) 힙플 : (웃음) 그 외에도 모든 뮤지션들이 멜론을 비롯한 음원사이트들과 암투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번 앨범에서 노창의 경우에는 완전히 노골적이었다. ‘멜론 뿌리부터 잘라야지 그땐 보게 될 거야 진짜 수액’ – 칭챙총 ‘미안 과일은 제일 빨리 썩어 사라져 그냥 처 먹는 게 가장 현명한 답이잖어’ – 좆간지 노창 : ‘그 사건’을 이후로 정신 나가고, 목 줄 끊긴 망나니 핏불이 된 것 같다. 후회나 두려움은 없다. 전부터 쭉 불만이었고 내 머리 속에 있던 생각이었다. 이제야 용기가 났고, 막 나가는 태도가 생겼기 때문에 이제야 소리친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존경스럽고 멋진 부분은 멜론의 욕이 저렇게 노골적으로 담겨있는데 프로모션도 해주고, 유통을 해준 로엔(멜론)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 드리고 싶다. 존경한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힙플 : 노창이 시스템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듣고 싶다. 노창 : (시스템을)깨는 건 나중 문제, 일단 이 시스템 밖으로 혼자 나가서 멀리서 큰 그림을 볼 거다. 어쩌면 이 시스템이 정말 맞을 수도 있으니까. 힙플 : 그런데, 시스템을 탈출한 사례라고 할만한 것들이 있나? 특히 한국에서 노창 : 기억나는 일은 없다. 하지만, 한국을 나가서 한국 상식선의 시스템이 아닌 곳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많다. 힙플 : 그럼, 저스트뮤직의 행보는 어떤가? 노창 : 좋다. 어느 때보다 노창하고 있다. 힙플 : 워드플레이들이 타이트하게 들어가 있는 앨범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정도로 알게 모르게 들어가있는 장치들이 상당하더라 당장 기억에 남는 라인이 있다면? 노창 : 내가 틀려버린 ‘울 엄마 김정례씬 한살림 알바생이지’ 라는 구절이다. 우리 어머니한테 정직원이라고 정정 카톡이 왔다. 음.. 그리고 해방자유에서 ‘일을 맡기는 멤버들이 생각하는 내 능력치는 나이키 – Nothing Is Impossible’ 라는 라인이다. 참고로 나이키 표어는 ‘Just Do It’, 아디다스가 ‘Nothing Is Impossible’이다. 멤버들은 내가 노예로 살던 시절 나란 사람이 나이키인지 아디다스인지 신경도 안 썼다. 자신들이 주문하고 싶은 게 나이키인지 아디다스인지도 모른 채로, 그저 ‘너에게 불가능이란 없으니 그냥 해! 아몰랑!’이었다는 말이다. 이런 엉망진창이었던 경험을 가사로 적어낸 라인이다. 모든 가사들이 다 재미있게 연결 돼있고 열심히 자기 본래 뜻이나 모습을 감추고 있는 라인들이 많다. 천천히 잘 찾아보면 더 피식 하거나 새로운 메세지가 발견 될 수도 있다. 전곡을 이어서 들어야 와 닿을 구절도 있을 거다. 힙플 : ‘다음에 또 봐ㅇ’ 같은 곡은 파급효과 앨범의 아웃트로와 연결되는 곡인 것 같다. 어떤 연관이 있나? 노창 : 이 일이 있기 전 원래 계획했던 앨범의 흐름 상으로는 똑같이 ‘다음에 또 봐요’가 제목으로 된 곡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피아노 곡으로 한 4분 정도 되는 긴 곡이었는데, ‘요’에서 모음 하나가 빠진 건, 말하자면 원래 흐름대로 가고 있다가 마무리 직전 사건으로 내 멘탈의 엔진 부품이 빠진 거다. ‘다음에 또 봐요’로 맺으려는 상태에서 일이 생겨버리는 바람에, ㅇ까지 치고 갑자기 푸슉하면서 터져버린 거지. 내가 하고 싶은 걸, 끝까지 못하고 바뀌어버린 상황을 스스로 의미 삼아서 ㅇ까지만 쳤다. 원래는 피아노 곡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힙플 : 스캔들에 관한 주제는 앨범에서 꾸준히 다뤘다. 현재의 감정은 어떤가? 노창 : 늪 아래 늪 아래 늪 아래 늪 아래 염라대왕 부관직에 앉아있다. 10번 곡 마지막 부분, 그 곡 안에 다 설명되어있고 난 거기에 있다. 힙플 : 사실, 지금도 맥주를 가져온걸 보고 흠칫했다. 노창 : 내 작업실을 가서 보면 알게 바로 알게 될 텐데 설명해보자면, 정말로 술병이 쌓여있다. (웃음) 그리고 백 프로 약 빨았다는 얘기가 나올 거 같아서 일부러 치우지도 않았다. 양주, 소주, 맥주.. 뭐 술이란 술은 다 이만큼씩 빈 병인 채로 쌓여있다. 심지어 회사에서 내 방이 사운드를 잡아야 하는 방이라서 제일 넓은데도 불구하고, 움직일 때마다 덜그럭 소리가 날 정도니.. 그 정도로 난 계속 취해 살았고, 여태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다. 정말 위기인 순간도 많았고, 병원도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내 인생은 매우 고통스럽다. 일단, 질문지를 받았을 때,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냐는 질문이 있는걸 봤다. 대답부터 하자면, 만약 내 실수로 인한 쪽팔림이나 나만의 과거였다면, 나는 다 얘기할 수 있다. 어차피 알게 될 거고, 누군가는 찾아낼 거니까. 근데, 내가 얘기를 안 하는 이유는 나 말고 여러 사람이 엮여있고, 그 사람들은 내 실수로 인해 이미 너무 많은 피해를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9번트랙에서 그렇게 화를 내면서 기자의 실명까지 언급하면서 화를 냈는데도 이 질문을 내게 물어야겠다고 아이디어를 낸 분께 진짜로 화가 나고, 살기 있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싶었다. 나한테 결국 이 질문을 하다니... 어쨌든 지금의 나는 그 정도의 감정이다. 힙플 : (찔끔) 김한길 기자와는 연락이 닿았나? 노창 : 그분은 내 새 인스타그램도 모를 거다. 그분?.. 그 $%@#는 내 인스타그램도 모를 거다. 당시에 그 메시지를 잘못 썼을 때, 나는 5분만에 글을 지우고 아이디까지 지워버렸다. 근데, 그 사람 기사를 보니까 그 5분 사이에 그 글을 캡처해서 올렸더라. 처음에는 ‘뭐지?’ 싶었다. 만약 내 팬이 아니라면 어떻게 저걸 5분만에 캡처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고, 만약 팬이라면 내가 음악을 냈을 때 홍보기사라도 한 번 내줄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것만 물어가는지.. 그것도 이해가 안됐다. 만약에 내 팬이어서 그 메시지를 타이밍 좋게 볼 수 있었다고 치자. 그렇다 해도 기사를 써서 올렸으니 나는 정말 그 인간을 죽창 같은 걸로 안 죽을 부분만 골라 안 죽을 때까지만 빽빽히 찔러서 남대문에 밧줄로 매달아 걸어놓고 싶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왜냐면 이건 나만 달린 일이 아니거든. 만약에 내가 인스타그램에 내 누드 사진을 5분동안 올렸다가 지웠는데 기사가 난 거였다면, 나는 그냥 혼자 고통스러워하고 말았을 거다. 근데 이건 여러 명이 엮여있는 일이었고, 누구에게도 유익하지도 않았고 필요했던 정보가 담겨있는 기사가 아니었다. 난 인간이 아닌 취급을 당한 기분이었다. 물론 내가 실수는 했지만, 그건 나와 실제 사건에 엮여있는 사람들 간의 문제지 않나. 왜 굳이 나 같이 유명하지 않은 인간을 괴롭혀야 했었나 싶다. 기자로서의 사명감이나 자존심은 없는 건가. 내 인생은 지금 그냥 좆 됐고 죽을 정도로 망가졌는데? 힙플 : 김한길 기자와 실제로 만나기를 원하나? 노창 : 안 만나야지. 얼굴 앞에 두지를 말아야지.. 슬프고 힘든 순간들은 ‘행’ 같은 노래나 9번트랙을 통해서 이미 모두 드러냈고, 사람들이 알게 됐다면 그냥 그걸로 됐다. 그 사람도 인간이라면, 그리고 내 상황을 알게 됐다면 미안해하겠지. 그렇지만 서로 대면은 없어야겠다. 죽여버릴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간 꼭 한번 되갚을 거니 잘 기다리고 편안하고 방심으로 가득한 나날들 보내고 계시길. 힙플 : 마지막 곡 ‘행’은 멋진 마무리 트랙으로 남을 것 같다. 작가가 앨범에 한 발짝 떨어져서 본 에필로그 같았달까, 앨범에서 유일하게 이성적이기도 했고.. 노창 : 나도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힙플 : 혹시 힙합플레이야 게시판에 올라온 ‘행’에 관한 리뷰를 본적이 있나? 어떤 유저가 ‘행’에 관해 아주 의미심장한 해석을 남겼다. 노창 '행' 주관적 리뷰. (From. r) http://board.hiphopplaya.com/view/1096055 노창 : 아.. 신나래 팀장이 보내줘서 봤는데, 거의 90프로 정도 의도를 알아주셔서 되게 신기하고, 소름 돋았다. ‘와.. 진짜 이 곡도 내가 의도한바 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신기해했다. 힙플 : ‘행’이라는 제목의 의미부터 듣고 싶다. 노창 : 3개의 의미를 의도해서 사용했다. 먼저 행복의 첫 글자 ‘행’도 땄고, 그 다음에 글을 나누는 행의 의미도 있고, 영타로는 ‘god’의 의미도 된다. 나는 종교가 없고,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종교서적이나 신화를 읽는 건 되게 좋아한다. 그리고, 신화이건 종교이건 실존하건 않건 모두 떠나서 신들을 존경하고. 차라리 신이 있었으면 세상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하는데.. 어쨌든, 나는 내가 신이라고 생각한다. 내 육체가 신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말하자면 이 커피잔을 보더라도 어떻게 쳐다보느냐, 그리고 무슨 소리를 어떻게 듣느냐, 무언가를 어떻게 느끼느냐를 조종하는 건 결국 내 머리 안에 있는 자아와 생각이라는 거다. 그 자체로 나는 내가 나 자신의 신이라고 생각한다. 신이란 존재의 크기와 나를 비교하진 않는다. 내가 보는 모든 세상을 만드는 건 내 자신과 내 자아와 내 생각이라는 점에서 내가 ‘나 자신의 신’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여러 가지 종교 서적에서나 나올법한 단어들을 쓰면서 곡을 진행시켰다. 그리고, 불교서적이든 성경이든 장∙절 같은 챕터의 개념이 있는 것처럼 이어서나 마침, 다음 같은 구성을 했다. 힙플 : 개인적으로는 가사에서 늪과 아름다움에 관한 구절이 인상 깊었다. 노창 : 늪이란 단어를 ‘혼란 내지 고통, 혼돈, 슬픔 등의 부류의 감정’을 담은 단어로 사용했다. 아름다움은 ‘내가 그냥 바라보고 염원하고 이상적인 상황, 상태, 배경’ 등을 나타낸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늪은 지옥. 근데 최근에 작업하면서 이렇게 힘들면서도 - 그러니까 늪 안에 있으면서도 - 그 상황의 내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상황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늪 안에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은 그 신기한 감정에서 시작됐다. ‘내가 가장 힘들 때도 내가 행복할 만한 결과물을 낼 수 있구나’ 라는 감정이다. 아름다움 속에 늪이 존재하기도 한다고 한 건 - 평온하고 행복한 상황에 살고 있어도, 언제나 가까이에 있던 예상치 못한 늪에 빠질 수도 있고, 행복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늪을 만들어내는 상황, 혹은 그냥 늪이 스물스물 생겨나는 상황이 분명히 있다는 뜻으로 쓴 가사다. 늪이 나의 바로 옆에 있을 수도 있고, 늪 밑에 늪 밑에 늪 밑에 늪이 있을 수 있고 아름다움 위에 아름다움 위에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사들이 그다지 철학적이지는 않다. 비유들이 많이 쓰였을 뿐이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크게 안 복잡하다. 힙플 : 노창에게 창작이라는 건, 혼란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말인가? 노창 : 창작이라기 보다는 내 인생의 관한 곡이었다. 물론 정말 내 인생은 창작이 가끔은 원인이 되긴 지만, 대부분은 조울증 때문에 극악으로 떨어질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냥 우울증이 있을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근데 한 번도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다. 우울증은 기쁘거나 행복한 리듬이 없이 그저 단조롭게 우울하다라는 박자만 이어지는 느낌이라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조울증이 생겨난 건지 우울증이 괴물이 되어서 조울증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울증은 날 위아래로 계속 쥐고, 큰 폭으로 흔들었다. 조울증은 내가 살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게 한다. 그런데, 이게 진짜 무서운 거다. 나는 당장 죽어버릴 거 같은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진짜 나 죽는 건가? 하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거대해져서 머리위로 떨어진다. 질문에 제대로 답해보자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이 창작이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창작이라는 게 혼란 속으로 간다거나 날 보낸다기 보다는 내 인생이 혼란과 혼돈 속으로 가고 있고, 그 상황에서 창작물이 나오는 거다. 그 창작물들은 내 상황을 고스란히 담을 수밖에 없다. 힙플 : 후반부엔 어김없이 지옥구간으로 빠진다. 현재의 감정 상태인가 노창 : 지금 내가 있는 곳. 거기서 외치는 말들은 친구 가족 동료 내가 아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말하는 거다. 아직 오지 말라고, 실은 아직 오지 말라는 게 아니고 너는 절대 여기 오지 말라는 메시지다. 현재 여기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곳에는 절대 오지 말았으면 한다. 정말 힘드니까, 보기 힘든 광경들과 달팽이관 뽑아서 다 버리고 싶은 만큼의 잡음들이 들리는 곳이다. 그래서 ‘너는 버틸 수 없으니까, 너는 행복하게 살아야 돼’. 라는 얘기를 지금 내 위치에서 말하는 거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내고 여기서 나간다면, 그 안에서의 나의 노력과 경험들, 그리고 내가 만들어 낼 것, 내가 만들어 낼 행동, 내가 할 말들, 그건 내가 진심으로 모두를 아끼는 마음으로 하는 것들일 테니까, 내가 이겨낸 그 증명만 보고 날 따라오길 이라고 가사로 썼다. 힙플 : 난 별로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괜히 짠한 곡이었다. 그만큼 많이 들었고. 노창 : 난 원래 내 음악을 아이폰에 넣지 않는데, 처음으로 이 노래를 넣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어떤 사람들이 멜론에다가 처음부터 듣다 보니까 어지럽고 울렁거린다고 써놨길래 ‘어휴...뭐래...’ 이러면서 (웃음) 나는 처음으로 제대로 낸 내 앨범에 뿌듯해하면서 계속 신나게 듣고 있었다. 근데 진짜 어떨 때는 조금 울렁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웃음) 왠지는 모르겠는데.. 힙플 : 마지막 곡 ‘행’까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주변 얘기를 조금 더 나눠보자. 정규앨범 [나의 주식회사 금]을 예고했었고, 블랙넛과의 합작 앨범도 이야기가 나왔었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노창 : 대웅이형이랑 하는 앨범은 한동안은 못 나올 것 같다. 올해만큼은 오직 내 음악만 하려 한다. 힙플 : 그 2012년 기사에 꾸준히 댓글이 달리고 있다. (웃음) 노창 : 그건 나중에 제이지(Jay-z)랑 뭐야 칸예가 했던 [Watch the Throne] 간지로 우리 둘 다 탑이 되가지고 낼 거다. 그래야 또 새롭고 강력한 파급력이 생길 테니. 아, 난 왜 비유에 꼭 한번씩 칸예가 껴있는지.. 징글징글하다. (웃음) 힙플 : 정규앨범 [나의 주식회사 금]은 어떤 앨범인가? 노창 : 비트는 이미 다 찍혀있다. 근데, 한.. 3년 전에 찍은 비트들이다. 힙플 : 갈아 엎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노창 : 그건 아니다. 그대로 갈 거다. 지금 찍으라면 못 찍을 비트들이기 때문에.. 참 신기하다. 한 2년만에 첫 트랙을 틀어봤는데 ‘와 어떻게 이렇게 했지? 이 때는 또 이 때만의 정신상태가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사운드도 심지어 지금보다 더 골 때린다, 복잡하고. 오히려 지금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것과는 다르더라. 그래서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힙플 : 앨범은 얼마나 진행되었나? 노창 : 트랙이 한 25트랙 정도가 있는데, 걸러내기도 해야 할 테고, 가사를 어떻게 쓸지 연주 트랙을 어떻게 넣을지 이런 거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주제는 잡혀있고, 어떤 의식을 갖고 만들고 있었는지는 확실하게 기억을 하고 있으니까 생각보다 빨리 나올 것 같다. 그러니까 이번에 나온 앨범이 나한테는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나의 주식회사 금]은 사실, 겁나서 못 냈었다. 완벽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앨범은 내 스스로의 기준에서 완벽하지 않다. 하나도 안 완벽하다. 그렇지만 이게 나에게는 초석이되었다. 초석이라는 말의 의미는 몇 년 간, 가사의 첫 글자도 못썼던 사람이, 4마디 반복인 후렴구 가사도 며칠 동안 쓰던 사람이, 피쳐링 한 명도 없이 내 앨범을 냈다는 거다. 힙플 : 이번 앨범, 스스로 완벽하지 않았는데도 꽤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보지 않았나 용기가 되었을 것 같다. 노창 : 나는‘Don’이나, ‘Rain Shower’ 같은 곡을 내면서 훅 중독자라는 별명을 얻고, ‘훅 개쩐다’ 이런 얘기를 들었지만, 사실 훅 하나 하는 거에도 겁을 냈다. 근데 지금은 가사 쓰고 앨범을 내서 욕 엄청 먹어도 ‘근데 병신아’ 할 수 있는 내성이 생겼다. (웃음)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정말 병신이라는 게 아니라, 내 자아가 이젠 그 욕들에게 ‘근데 병신아’할 수 있는 태도를 갖췄다는 얘기다. 지금의 나는 아티스트로서 갖춰야 할, 인간으로서의 내가 아닌, 내가 가진 재능의 자아가 단단해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제대로 정규앨범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10트랙이나 됐는데도.. (뭐 많은 것도 아니지만) EP앨범인 이유는 내가 원래 담고자 했던 이야기도 아니었을 뿐더러 내 자아를 제대로 찾고서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랜 기간 공 들인 앨범도 아니다. 이 앨범은 그저 순간적인 지금의 감정을 빨리 뾰족하게 튀어나오게 하고 싶은 마음에 낸 앨범이었다. 이미지 출처 : W website (http://www.wkorea.com/content/view_02.asp?menu_id=06040200&c_idx=012203080000032&_C_=5) 힙플 : 최근에는 포토그래퍼 구영준과 함께 브랜드 ‘Won I Closed’를 론칭했다. 이제는 음악 외적으로도 영역을 점점 넓혀가는 건가? 저스트 뮤직의 멤버들 대부분이 그런 쪽으로 노력하는 것 같다. 노창 : 머리들.. 지랄들 좀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웃음) 다 또라이 같아서 무섭다. 같이 지나가고 있으면 노란 머리, 뽀글이, 막 삐죽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는 거지 않나.. 아우씨. 농담이고, 뭐 멤버들 다 멋있어지는 걸 꿈꾸고 그걸 바라고 있기 때문에 다들 스스로 그게 옷이 됐건, 자신의 인성이 됐건, 음악이 됐건, 행동이 됐건 다 스스로의 길을 찾고 있다. 구영준이라는 형은 내가 알기로는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스트릿 포토그래퍼다. ‘Won I Closed’는 대단하고, 멋진 삶을 살고 있는 형과 내가 런칭한 브랜드인데, 쿠형이 찍은 스트릿 패션사진을 토대로 내가 그래픽 작업을 해서 옷을 만드는 걸로 시작했다. 힙플 : 스윙스가 입대 전에 밝혔던 곧 들어온다던 새 멤버의 존재도 조만간 확인해 볼 수 있을까? 노창 : 아마 있겠지, 있을 거 같은데.. 기본적으로 저스트뮤직은 우리 모두가 동의해야 들어온다. 근데 가장 대장인 스윙스형이 멀리 떨어져있고, 연락이 잘 안되다 보니 그게 좀 더뎌지고 있긴 하다. 그리고, 다들 새로운 영역의 활동을 각자가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은 거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바스코형 같은 경우는 ‘Secret Society’라는 클럽을 열었고, 씨잼(C.Jamm)은 정규앨범을 만들고 있다. 기리 역시 피쳐링, 방송활동, 새로운 사람들과의 작업 등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가고 있고, 나는 내 앨범 활동을, 대웅이형은 쇼미더머니 촬영 중에 있다. 이런 식으로 각자의 갈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힙플 : 스윙스가 없는 회사에 적응은 잘 되어가고 있는 상태인가? 노창 : 뭐 요즘은 별탈 없이? 뭐 더 나아졌다고 하면 스윙스형이 없는 게 더 낫다고 들릴 수도 있는데 그 뜻이 아니고 정말 잘 적응해나가고 잘 하고 있다. 힙플 : 이제 다들 앨범이 나올 거라고 했다. 컴필레이션 앨범도 남아 있는데, 진행이 되고 있나? 노창 : 난 컴필 앨범 비트는 다 만들어놨다. 근데, 프로듀서가 바뀔 수도 있다. 왜냐면 원래는 올해 1월부터 내 음악을 할 생각이었는데, 거의 한 4개월이 밀렸다. 4~5개월 사이에 있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 하자면.. 이번에 블랙넛형 싱글 나온 거, 그걸 만들자고 한 게 3일인가 4일전에 갑자기 결정됐다.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급하게 나와야 했고,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내가 아끼는 비트를 갑자기 쓰겠다고 하더라. 갑자기 빡이 돌았다.. (웃음) 이제야 겨우 멤버들 거 다 하고, 내 거(요번 EP)를 시작해서 집중하고 있는 동시에 ‘그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갑자기 진짜 화가 났다. 그러던 중 어느 한 명이 ‘야 그냥 딱 오늘 하루만 얘한테 헌신해 꼭 해야 되고, 며칠 뒤면 나오니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더라 갑자기 목 뒤까지 뜨거워졌다. 개 예민한 빡빡이.. ‘아 진짜 나 노예구나..' (웃음) '나는 개 좆밥이구나 여기서..’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 마디로 나는 이 회사에서 이미지가 굳을 대로 굳혀져 있던 거다. 일단, 일은 빨리 다 해버렸다. 어떻게 보면 화 때문에 조금의 대충도 있었는데 어쨌든, 블랙넛이 사용할 내 곡의 편곡을 마치고, 기리가 만든 다른 한 곡도 세션 다 받아서 두 곡 모두 믹스 마스터를 끝내버렸다. 그리고 그 날은 내거는 하나도 못하고 그냥 집에 와서 술 먹고 누웠지. 근데 저녁 늦게 내가 잠들 즈음에 갑자기 대웅이형한테 카톡오더라. ‘요맨 나 이거 하나 고치고 싶은데 부탁 좀 해도 될까ㅠㅠ...?’ 라고.. 갑자기 눈물이 났다. 몸도 머리속도 힘들었던 때라. 카톡을 장문으로 막 따다다닥 쏴 붙였다. 그리고 계속 보고 있었다. 1없어지나 안 없어지나.. 없어지자마자 답장이 안 오길래 한 30초 기다리다가 전화를 했다. '아ㅁ러ㅏ이;ja!!' 울면서(웃음) '아 나 진짜 이러기 싫다고!! 나 내 꺼 하고 싶다고!!' 막 화내고 한탄했다. 형도 황당했겠지.. (웃음) 나도 형한테 그러면 안됐었는데. 그때 오랜만에 화를 필름이 끊길 정도로 세게 냈다. 필름이 끊겨서 이후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웃음) 힙플 : (웃음)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됐나? 노창 : 이제야 모두가 나를 존중해주더라. (웃음) 역시 화 한번은 내야 돼.. 저스트뮤직 모두가 개새끼가 되는 일화를 말해서.. 사람들이 참 재미있어 할만한 인터뷰가 되겠군. 힙플 : (웃음) 좋은 마무리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다면? 노창 : 하고 싶은 얘기야 많지만, '나한테 어떻게 해달라'라고 하는 건, 대중한테 해도 안 먹히니까 그런 방식의 이야기는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난 또 앨범을 낼 거고, 계속 음악할거고, 정규 앨범 빠른 시일 내에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할거다. '여러 분 늪에 빠지지 마세요. 다들 행복하고 멋진 하루 되시길.' 인터뷰 l 차예준(HIPHOPPLAYA.COM), 고지현 사진 l 저스트뮤직(JUST MUSIC) 천재노창 ㅣ https://twitter.com/MeasureCloth
  20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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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밀스(Don Mills) - 'Young Don' 인터뷰  [26]
힙 : 루키로 이미지가 박혀있는데 되게 오래 전부터 활동을 해왔잖아요?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하게 된 시기가 언제부터였나요? 던 : 처음에 힙합음악을 듣고 ‘나도 가사를 써봐야겠다’ 하고 가사를 쓰기 시작한 건 제가 중학교 3학년때였어요. 그게 2003년이었는데 당시에 8마일 영화 보면 에미넴(Eminem)이 버스에서 종이 쪼가리에 가사 쓰잖아요. 그거보고 ‘아, 가사는 저렇게 쓰는 거구나’ 하면서 저도 똑같이 버스에서 가사를 쓰기 시작했죠. (웃음) 근데, 그게 생각처럼 그렇게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안 하다가 나중에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제대로 랩을 하기 시작했어요. 힙 : 중학교 3학년때면 캐나다에 계실 때고요? 던 : 네 캐나다에 있을 때죠. 힙 : 검색해보니까 캐나다에서도 좋은 학교에 진학하셨었네요? 던 : 아, 중고등학교는 그냥 일반 학교를 다녔는데, 아마 좋은 대학교를 얘기 하는 거 같아요. 그게 제가 처음에는 성적이 별로 안 좋아서 전문대에 입학 했었는데, 과가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가서 성적을 높여서 원하는 과에 맞춘 다음에 다시 입학을 했어요. 그런데, 거기도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그때 즈음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뭘까’ 많이 생각하다가 ‘음악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던 거 같아요. 힙 : 그러면 그때 그런 생각을 하고,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혼자 건너 오신 거에요? 던 : 원래 저는 유학생이었고, 또 ‘언젠가는 돌아가야지’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말하자면 그렇죠. 음악 하려고 한국에 오긴 했지만, 한국에 오는 건 제가 계속 원해왔던 거였어요. 힙 : 황마케이(Hwangma K)라는 이름으로 자녹게(자작녹음게시판) 활동을 해오셨는데, 황마케이에서 지금 던밀스로 바뀌기까지 ‘음악을 본격적인 업으로 삼아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기점은 언제부터였어요? 던 : 저는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자녹게 이런 것도 잘 몰랐어요. 황마케이로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제가 녹음을 해도 사람들한테 피드백 받고 이런 곳이 없었거든요. 그때는 뭐 공연도 별로 없고 주변에 친구들도 막 거기는(캐나다) 아무나 그냥 뭐 다 랩한다고 하니까요. 그냥 바다TV라는 한인커뮤니티에 올리는 정도였는데, 주변 친구들이 힙플 자녹게에 올려보라고 추천하더라고요. 그렇게 자녹게에 처음 올렸는데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뭐 계속 올렸죠. 계속 막 매일매일 올렸어요. (웃음) 그러다 보니까 이 사람 작업물이 많다는 식으로 차츰차츰 눈에 띄기 시작했죠. 근데, 원래 질문이 뭐였죠? 프로로 전향한 계기? 힙 : (웃음)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하게 된 계기.. 던 : 아 계기는 어떻게 보면 황마케이 때도 저는 어떻게 보면 ‘제대로 하고 있다’ 라고 생각을 했어요. 다만, 그때는 여건이 좀 안 좋았죠. 장비가 좋은 것도 아니고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고 저 혼자서 어떻게 어떻게 하는 정도였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얘기가 하나 있어요. (전원웃음) ‘내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얼 하며 살아야 하나’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 하고 꼭 해야만 하는 게 무언가’ 이런 생각을 한참 하던 시기였고, 그러면서 ‘아 나는 랩을 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은 시기였죠. 친구들하고 농구를 하고 햄버거 가게에 갔어요. 근데 어떤 흑인 거지가 저한테 오더라고요. 담배 있냐고 물어보더니 ‘담배 없다’ 그랬더니 알았다 하고 갔다가 다시 또 오더니 ‘혹시 마약 한번 팔아볼래?’ 이러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나는 마약은 안 팔고 나는 랩을 한다’ 그렇게 말을 했어요. 약간 장난 식으로 그랬더니 갑자기 ‘그럼 랩 해봐’ 이러길래 막 랩을 했죠. 그리고 나서 그 흑인이 번호를 하나 주더라고요. ‘여기로 가면 녹음실이 있다’ 그렇게 처음 녹음을 시작했죠. 힙 : 그럼 그건 공짜 녹음실이었던 거에요? 던 : 네 처음에는 공짜로 하고 했는데, 나중에는 제가 그 사람들하고 제가 피가 섞인 것도 아니고, 마냥 공짜로 쓰기 미안해서.. 음식도 사주고 뭐 사주고 하다가. 나중에는 ‘여기 사용료가 얼마냐’라고 솔직히 물어서 그런 식으로 돈을 조금씩 주면서 썼었어요. 힙 : 그 거지는 정체가 뭐에요? (웃음) 던 : 그러니까 인생을 살면서 세 번의 귀인을 만난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런걸 수도 있죠. 제가 그 당시에 가사는 진짜 많이 썼는데, 뭐가 필요한지도 모르고 마이크만 있으면 녹음할 수 있는 줄 아는.. 그런 시기였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그 흑인 거지가 나타난 거죠. 뭔가 신기했어요. 그때는 ‘이게 운명이구나’ 막 이러고.. 힙 : 그 밖에도 황마케이로 활동을 하면서 메타(MC Meta)와 렉스(DJ Wreckx) 컴피티션 수상 등의 경력도 있는데, 이런 것들도 어떤 동기부여가 됐겠네요. 던 : 그렇죠 그때가 제가 컨덴서마이크를 막 사가지고 자녹게에 엄청 올렸던 시기인데, 힙플에 컴피티션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컴피티션도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제이통(JTong)도 있었고 우주선도 있었고 그런 걸 꾸준히 참여했는데, 뭐 다 별로 관심이 없더라고요 저한테 (웃음) 그러다가.. 그렇죠.. 메타와 렉스.. 그냥 해봐야지 하고 별생각 없이 했는데 발표날 되니까 제가 수상했더라고요. 근데 그건 저 말고도 거의 뭐 엄청 많은 수상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 혼자였다면, 뭐 좀 됐겠지만.. 수상자들이 너무 많아서 (웃음) 힙 : 지금 확인해보니까, 듀오로 싱글이 나온 것도 있던데 던 : 아 그렇죠. 한국에 와서 제가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있어봤자 부모님이나 친척들 정도인데, 어떻게 제가 캐나다에 있을 때 열심히 하면서 무료로 ep를 낸 적이 있어요. 힙플을 통해서 옛날에 공개를 했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까, 그 중에 ‘휴학한유학생’ 파일이 있더라고요. ‘이거를 무료로 냈었던 거니까, 어떻게 유통을 한번 해봐야겠다’ 하고 그걸 유통했죠. 머스마스(MusMas)라는 듀오로도 활동을 했었는데, 같이했던 친구는 제가 캐나다에서 있었을 때 ‘휴학한유학생’ 뮤직비디오를 찍어준 친구가 소개해준 친구였어요. Hwangma K - 휴학한 유학생 M/V 힙 : 캐나다 토론토에도 한인들이 뭉쳐서 활동하는 크루들이 몇 개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던밀스 역시 크루에 소속되어있는 건가요? 던 : 토론토에서 제가 처음에 알게 된 녹음실 얘기를 했잖아요. 그 녹음실에 가면 진짜 저 빼고는 다 흑인이었어요. 그 사람들하고 그냥 조그만 소규모 카페나 펍에서 이제 공연도 하고 이랬는데, 토론토는 또 엄청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란 말이에요. 어차피 한국말을 쓰고, 한국말로 랩을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힙 : 토론토에 있을 때도 영어 랩이 아니라 한국말로 랩을 하신 건가요? 던 : 처음에 중학교 때는 영어를 썼는데, 저는 한국말로 랩 하는 게 더 편하더라고요. 말씀하신 그 친구들은 캐나다 한인 다음카페에서 만난 친구들이에요. 다음카페를 돌아다니다가 랩퍼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전화를 해서 알게 된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마음이 좀 맞는 애들이 있었죠. 당시에 주말마다 주차장에서 랩 하면서 놀던 친구들인데, 그 친구들이 또 한국에 왔더라고요. 다들 열심히 하려고 하는 친구들이고, 저도 공연이 아예 없었을 때도 있었으니까 ‘이 친구들 공연하고 싶을 텐데’ 하면서 어글리정션에서 같이 무대에 섰던 거죠. 힙 : 영상 보니까 갓현보님도 있던데 던 : 아 그렇죠. 갓디보 (웃음) 영디보가 쇼미더머니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힙 : 자녹게에서 도약한 그런 아마추어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블랙넛(BlackNut)과 더불어서 이제는 자녹게 네임드의 뭔가 심벌처럼 됐어요. 지금 둘 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차세대 랩퍼로 각광받고 있잖아요. 뭔가 소회가 있을 거 같아요. 던 : 음..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사실 자녹게에서 엄청나게 유명하고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블랙넛은 그 당시에 MC기형아로 활동했는데, 엄청났죠. 제가 자녹게 활동할 때 잘한다고 유명했던 사람은 그 MC기형아 그리고 너티벌스(Nuttyverse) 그리고 식케이(Sik-K) 이 정도가 유명했고, 저는 거기서 그렇게 유명한 입장은 아니었죠. 가끔가다가 추천수 높은 곡이 나오는 정도? 어떻게 보면 제가 만약에 20대 초반도 한국에서 보냈다면, 아마추어 공연도 많이 하고 이랬을 텐데 저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유일한 소통구가 자녹게였어요. 그거에 따른 행복감은.. 요즘에는 그래도 옛날하고는 좀 많이 달라졌으니까 되게 좋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항상 해요. 안주할 수는 없는 거니까 힙 : 그럼 자녹게에 그런 네임드들을 재치고, 비스메이저에서 던밀스를 선택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던 : 아 제가 활동을 별로 안 한 것 같지만 믹스테이프가 4장이 있었고 그리고 EP가 있었어요. 발표된 작업물들 중 나름대로 괜찮은 곡들을 선별해서 20장 정도?를 CD로 만들어서 갖고 왔어요. 제가 사실 처음에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에서 제 데모를 돌려봐야겠다고 계속 계획하고 있었거든요. CD 수량이 적으니까 아무나 줄 수는 없고 회사들 위주로 갔죠. 일리네어(Illionaire Records) 주소 찾아가지고 막 거기 가고, 하이라이트(HI-LITE Records) 주소 찾고 뭐 다 갔어요. 그러다가 상구형 같은 경우는 제가 옛날에 캐나다에서 크루를 하고 있을 때, 같은 크루의 비트메이커 형이 비스메이저 들어갔거든요. 지금도 같이 하고 있는데.. 힙 : 누구에요? 던 : 스타일리스트(Stylelist)라는 형인데 우탄(Wutan)이의 ‘데려다 줄게’ 비트를 만들어준 형이에요. 아무튼 그 형한테 부탁해서 상구형의 헤비딥 1주년 공연에 가게 됐죠. 왜냐면 비스메이저는 사무실이 안 나오더라고요. (웃음) 아무튼 그날 상구형을 처음 만났죠. 원래 상구형의 진짜 엄청난 팬이었는데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형 안녕하세요.. 형 저 락라디오 진짜 엄청 많이 봤어요’ 이런 말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그날 공연 끝나고 술자리에 제가 쫓아갔어요. 쫓아가서 상구형한테 제가 음악을 보내드리면 들어주시겠냐고 물었더니, ‘아우 당연하지 보내줘!’ 하길래 그날 집에 가서 새벽에 바로 보냈죠. 그 이후에 연락이 없으시더라고요 (웃음) 힙 : (웃음) 던 : 나중에 형이 제가 공연하는 걸 얼떨결에 보게 되면서 마음에 들게 된 것 같아요. 힙 : 그러면 처음 만났을 때랑 비스메이저 크루 합류까지 그 기간이 얼마나 되요? (웃음) 던 : 제 기억에 2012년 11월쯤에 처음 만나고 비스메이저에 들어간 건 2013년 한 6월즈음 들어갔으니까, 한 7개월 정도 걸렸네요. (웃음) 힙 : 데모를 회사들에 엄청 돌렸을 정도면 비스메이저여야만 했던 건 아니었겠네요. (웃음) 던 : 근데 이거는 제가 지금 비스메이저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솔직히 원래 들어가고 싶었던 곳은 비스메이저 말고도 몇 군대 있었어요. 하이라이트랑 일리네어랑 그리고 비스메이저 이 세 곳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비스메이저는 회사 주소가 없었던 거죠. 힙 : 하이라이트랑 일리네어는 회사잖아요. 비스메이저는 당시에는 크루였는데.. 던 : 그렇죠. 그렇지만 일단 상구형이 화끈하게 계셨고, 그리고 그 당시 우탄이가 제가 오기 직전에 ‘하하하’라는 싱글을 내고, 오디(Odee) 이 친구도 믹스테이프 영상을 냈었는데, 그런 것들을 보고 ‘멋있다 되게 잘한다’ 라고 느꼈었거든요. 근데 저는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은 뭐 그냥 그런 크루라고 느낄 수 있어도 저는 ‘하하하’라는 곡을 듣고 ‘비스메이저가 한국힙합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구나’ 라는 걸 느꼈었거든요. 근데 당시에는 뭐, 말한 회사들 말고도 아메바컬쳐(Amoeba Culture)에도 뿌리고, 스탠다트(Standart Music Group)에도 뿌리고 막 그랬었죠. (웃음) 힙 : 반응이 왔던 회사는 있었어요? 던 : 반응이 왔던 회사는 가리온(Garion) 형들의 소속사였던 타일뮤직이라는 데에서 연락이 왔는데, 들리는 얘기가 화끈하다 길래 찾아갔는데.. 쇼파에 먼지가 막 쌓여있고.. (웃음) 힙 : 지난 힙플라디오때 잠깐 출연하셨었는데, 그때 언뜻 언급했던 레이블 계약조건이 충격적이에요. 본인이 제안을 했다고 하는 그 35년 전속계약 그건 뭐 어떻게 되는 거에요? 던 : 그건 그냥 제 나름대로는 ‘나는 배신하지 않을 거다’ 라는 일종의 퍼포먼스였죠. (웃음) 왜냐면 당시에 제 이미지가 박혀있던 게, 그러니까 형들하고 비스메이저 동생들하고 친구들이 우스개 소리로 하는 얘기가, ‘저놈은 데모를 여기저기 돌렸던 놈이니까, 얘는 언제든지 나갈 수도 있다’ 이런 이미지였거든요. 근데, 저는 그런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걸 표현을 한 거죠. 나름대로 (웃음) 힙 : (웃음) 그럼 비스메이저가 크루부터 시작해서 컴퍼니로 바뀌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비스메이저 크루 안에 있는 일부 멤버들만 계약이 된 거잖아요. 던 : 네 그렇죠. 현재는 힙 : 그럼 쉽게 말해서 계약으로 묶여있는 관계인가요? 던 :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그냥 크루랑 비슷한 거에요. 어떻게 보면 넉살(Nucksal)형이 첫 외부 뮤지션이잖아요. 그런데도 비스메이저랑은 다 친하게 지내고 그래요. 힙 : 이제 앨범 이야기를 해볼까요? 앨범 타이틀이 [Young Don]이에요. 그러니까 영던이라고 타이틀을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던 : 제가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앨범명을 많이 생각했어요. 근데 제 감성에 맞추려고 멋있는 영어나 한국어를 쓰는 것보다는 약간의 틈새시장을 노렸던 거에요. (웃음)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화끈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뭐랄까 ‘화끈’ ‘튼튼’ 이런 걸 좋아해서 (웃음) 어떻게 보면 유치하지만 그래도 제가 그런걸 좀 좋아하거든요. 그런걸 생각을 좀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사람들한테 들려주면 재밌고 웃고 하는데 그렇게 가면 완전히 코믹이미지로 갈까봐, 어느 정도 중간을 지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너무 멋있는 영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웃기지도 않은 단어를 골랐어요. 물론, 제가 엄청 젊고 어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어린 시기에 낸 앨범이다’ 라는 의미죠. 힙 : 모든 랩퍼들이 정규 데뷔앨범에 애착을 갖겠지만, 이번 앨범에 대해서 스스로 평가를 해보자면은 어떤 것 같아요? 던 : 사실 처음에 앨범을 내면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근데 사람들이 ‘어?! 던밀스 앨범 나온다’ 하고 기대를 하더라고요. 근데 저 개인적으로는 총 9곡이었는데, 거기서 일단 ‘귀가’ ‘Don Mills’ 또 ‘88’ 88 Remix’ 는 이미 공개가 된 곡이라, 새로 공개하는 건 5곡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실망을 할거고 이걸로 분명히 또 얘기가 많을 거라고 마음 한 켠에 그런 마음이 있었거든요. 근데, 앨범 자체로만 보면 저는 이것 보다는 좀 더 확실한 거를 내고 싶은 마음이 있죠. 힙 : 던밀스님이 스테디하게 뭔가를 쏟아내고 싶어하는 그런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사실 요즘 추세가 딱 그렇기도 하고요. 그런 던밀스님 스타일에 딥플로우님이 제동을 걸었다고 들었어요. 다작하는 것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심혈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던 : 제가 비스메이저에 들어가기 전 황마케이 때는 그냥 제 마음대로 이상한 거 빵! 해놓고 그날 한 거 그날 올리고 끝. 이런 식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비스메이저에 들어왔는데, 상구형하고 얘기를 하면서 ‘이건 조금 아껴놓고, 이거는 좀 별로인데? 이건 고치고’ 이런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처음에 들었던 생각이, ‘아 이렇게 하다 보면 내거는 언제 내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Don Mills’가 나오고 ‘귀가’가 나오고 보니까, 그 두 개로 다른 게 느껴지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은 ‘무조건 상구형 말을 들어야겠다’ 하면서 작업을 계속하는데, 저 스스로도 제 자신이 바뀐 게 느껴지죠. 옛날에는 완전히 쓸데없는 낙서를 가지고 랩을 했던 것 같은 기분이에요. 힙 : 가다듬는 작업을 많이 하게 된 거네요? 던 : 그렇죠 많이 가다듬고 또 다시 돌아보고 그런 게 많아졌어요. 힙 : 그럼 그 정도로 작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면 버리는 곡도 엄청 많겠네요? 던 : 버리는 게 많아서 나중에는 만약에 새로운 비트가 나왔을 때 ‘맞아 그때 썼던 게 괜찮았던 거 같아’ 하면서 다시 가져오는 라인들도 있고 그래요. 쓱 하고 저만 아는 비밀공간에서 가져오는 거죠. 물론, 아예 버려지는 것들도 있고요. 힙 : 이번 앨범이 정확하게 말하면 정규 1집은 아니잖아요. 던 : 정규 1집은 아니죠. 힙 : 그렇게 되면 이번 앨범이 다작을 통해 걸러낸 많은 곡들을 압축해서 엮어낸 앨범으로 봐도 되나요? 던 : 사실은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버린 트랙들도 많은데, 근데 그거는 앞으로는 아예 버릴 거 같고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압축한 앨범이 맞는 것 같아요. 힙 : 첫 앨범을 정규앨범으로 낸다면 그게 더 의미가 더 깊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나요? 던 : 그런건 따로 없고, 제가 솔직히 많이 알려지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물론, 정규 1집으로 냈어도 상관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제가 그 정도의 깜냥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데뷔앨범. 이 정도의 무게가 딱 적당한 것 같더라고요. 힙 : 앨범 보도자료의 표현을 빌리자면 던밀스를 ‘촌스러움과 세련됨의 절묘한 조화’라고 표현 했어요. 본인은 이 표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던 : 촌스러움과 세련.. 아 그거 진짜 좋은 표현인 거 같아요. 힙 : 이 보도자료는 누가 쓴 거에요? 던 :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보도자료로 봤거든요. 아마도 똘배형이나, 로우디가(Row digga)형이 쓰지 않았을까.. 힙 : 그러니까 이 문장이 던밀스를 표현하는 뭔가 황금문구인 것 같은데, 황마케이가 아니라 던밀스 가사에서는 RAW하고 투박한 그런 게 더 강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황마케이 때 가사를 쓰던 방식과 최근 가사를 쓸 때 중점을 두는 부분에 있어서 뭔가 달라진 게 있나요? 던 : 황마케이랑 던밀스의 차이점은 제가 볼 때는.. 제가 랩을 할 때 약간 타령처럼 약간의 기교를 넣는 경향이 있었어요. 황마케이 때는 일부러 그거를 더 끌어내려고 했어요. 그게 멋있는 줄 알고 그렇게 했는데, 던밀스 때는 그런 걸 살짝 버리고 무식할 때는 진짜 무식하면서 또 진중할 때는 진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많이 듣는 평이 ‘던밀스는 랩을 못한다’ 에요. 그러니까 랩퍼로서 랩 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제 캐릭터를 ‘88’ 이런 곡들만 듣고 미국의 치프키프(Chief keef)나 그런 친구들처럼 보는 건데.. 랩퍼로서 솔직히 싫죠. 힙 : 그런 ‘무식’ ‘무대포’를 컨셉으로 가져가려는 건 아니다? 던 : 네 그런데, 사람들은 저를 그런 사람으로 알고 있으니까, ‘쟤는 힙합도 모르면서 뭐 하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요. 힙 : 그런 의미에서 ‘Young Don’이나 ‘귀가’ 같은 곡들은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로 보이기도 해요. 던 : 그렇죠. 저도 그런 진중한 가사들을 나름대로 잘 쓰고 그런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는 랩퍼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어떻게 보면 ‘Young Don’은 회심의 한 곡이었어요. 그만큼 제가 제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고 또 작업을 신중하게 했죠. 던밀스 (Don Mills) - 귀가 (歸歌) M/V 힙 : 다른 매체 인터뷰를 좀 많이 하셨던데, 제가 본 답변 중에 하나가 ‘그루브 있는 가사를 쓰려고 하다 보면 촌스럽게 나올 때가 있고 그걸 세련되게 다듬는 연습을 많이 한다’라는 말을 하셨더라고요. 이 말이 인상 깊은데, 그러니까 제가 느끼기에는 뭔가 투박한 바이브에 세련된 것들을 적당하게 배합한다는 말로 들렸거든요. 보도자료의 그 문장처럼요. 던 : 예를 들면 그 그루브있는 가사를 쓰려고 하다 보면 타령이 되는거에요. 저 같은 경우는요. 그렇게 되면, 황마케이가 돌아와 버려가지고 (웃음) 거기서 타령, 뽕끼를 빼는 작업을 하는 거죠. 힙 : 쇼미더머니 나왔던 아이언(Iron)이나 리짓군즈의 블랭타임(Blnk-Time) 같은 사람들이 약간의 그런 뽕끼를 섞어내는 플로우잖아요.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던 : 근데 블랭타임은 어울리는 거 같아요. 블랭타임은 딱 적절하게 맞춰서 하거든요. 저는 적정수준을 넘어서는 거고요. (웃음) 제가 그게 잘 안 되서.. 차라리 뽕끼를 버리려는 노력을 하는 거에요. 아이언 같은 경우는 제가 솔직히 쇼미더머니를 안 봤는데, 예선은 재미있잖아요. 아는 사람도 많이 나오고 하니까 그것만 보고 경연할 때는 잘 안 보는데, 아이언은 크~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화끈한 목소리가나서 좋더라고요. 그 성대가 부럽기도 하고 힙 : VMC가 출범하면서 ‘88’로 뭔가 하드코어한 음악과 음악보다 하드코어한 그런 비주얼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는데, ’88’을 발표했을 당시에 반응이 상당했어요. 느끼기에 주변반응이 어땠어요? 던 : 사실 ‘88’은 비스메이져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니까 ‘아, 다시 믹스테이프나 하자’ 하고 곡을 만들다가 탄생한 노래인데, 어제 올리고 오늘 올리고 내일 올리고 이러던 중에 하나가 걸린 게 ‘88’이에요.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쉽고, 이런걸 좀 해보자 해가지고 만든 곡이죠. 그래서, 이미 주변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가지고 주변반응은 잘 모르겠고, 뮤비는 멋있다는 얘기를 진짜 많이 들었죠. Don Mills – 88 M/V 힙 : 그럼 ‘88’이 빈지노(Beenzino)의 미쳤어 작업을 하게 된 실질적인 계기가 된 건가요? 던 : 그렇죠. 이건 나중에 알게 됐는데, 만나서 얘기를 하는데 디씨트라이브(DCTribe)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서 빈지노형이 댓글도 달았다고 하더라고요. 힙 : 트위터로도 샤라웃도 했었잖아요. 던 : 진짜요? 저 몰랐는데 힙 : 네 그래서, 빈지노 새 앨범에 던밀스 이름이 들어가있을 때 사실 별로 놀랍지 않았어요. (웃음) 던 : 어우 그건 몰랐어요. (웃음) 힙 : 아무튼 그럼 ‘미쳤어’ 곡 작업 같은 경우는 어떻게 진행하게 된 거에요? 던 : 그게 저도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그러니까 당시에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플스방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을 시기인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고요. 일단 뭐 받았죠. ‘여보세요?’ 했더니 ‘안녕하세요 던밀스죠? 저 빈지노입니다’ (웃음) 이러는 거에요. 저는 당연히 친구가 장난치는 걸로 알았죠. 특히 티케이(TK)가 이런 장난을 자주 치거든요. 그래서 ‘누구야 너 일혁이지? 누구야 똑바로 말해’ 그랬더니 ‘아 저 빈지노예요 (웃음)’ 증거를 대라고 했죠. ‘어떻게 증거를 대지?’ 이러는데, 그러면서도 약간 목소리 톤이나 이런 게 맞는 것 같은 거에요. (웃음) ‘진짜 빈지노세요?’ 그날 만나서 작업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완전히 영광이었죠. 힙 : 작업하면서 따로 에피소드 같은 건 없었어요? 곡만 들어도 되게 재미있었을 거 같은데 던 : 그러니까 저는 보통 피쳐링 제의를 받으면 제가 따로 녹음해서 보내주는 식이었는데, 그래서 제가 연락 받자마자 바로 작업을 해가지고 그 다음날 보내줬는데, 이 형이 바쁜 형이니까 늦게 답변이 온 거에요. 그래서 속으로 ‘설마 어그러졌나’ 이런 생각도 했는데 나중에 오케이 사인 받고, 만나서 본 녹음도 작업했죠. 녹음 분위기는 진짜 재미있었어요. 중간에 브릿지로 들어가는, ‘땡큐!!’나 뭐 ‘참깨’ 이런 건 형이 아이디어를 주시더라고요. ‘이 부분에서 한번 또 화끈하게 한번 애드립 넣어주는 게 어떻겠냐고’ ‘당연하지’ 이런 것도요. (웃음) 힙 : 던밀스님 가사를 보면 ‘88’에서 ‘다리 아파? 어디앉아’ 이런 가사 혹은 ‘강백호’에서 ‘배 아프면 마셔 매실’ 이런 되게 1차원적이고 허를 찌르는 가사들이 있잖아요. 굉장히 위트 있게 느껴지거든요. 하이개그처럼요. 던 :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힙 : 던밀스 음악에서 그런 가사들이 위트 있게 느껴지는 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던 : 그러니까 만약 평소에 진지한 사람이 가사에 그런걸 쓰면, 자기한테 안 맞는 거 일수도 있잖아요. 근데 저는 제 평소 성격이 약간 그런 식이거든요. 말도 안 되는 말 하고, 나오는 대로 바로 바로 말하다 보니까 ‘다리 아파? 어디 앉아’ 뭐 이런 식으로 되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 같아요. 의도적으로 1차원적으로 쓰는 것도 있고요. ‘배 아프면 마셔 매실’ 같은 라인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지만 펀치라인일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게 진짜로 제 경험담에서 나온 건데 대구에 공연을 갔는데 공연 끝나고 고기를 먹는데 너무 배고파서 하얀색 삼겹살을 너무 많이 먹었어요. 외갓집이 대구라서, 들렸는데 배가 너무 아프다고 했더니 외숙모가 매실차를 주시더라고요. 배 아프면 매실이에요. (웃음) 힙 : 어떻게 보면 ‘88’이 던밀스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타이틀곡을 강백호로 정한 이유가 있어요? 던 : 일단 타이틀곡을 정하는 데 여러 가지로 제가 원했던 건 솔직히 ‘Young Don’을 타이틀로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뭔가 제 이미지가 ‘88’로 고정이 된 느낌이 있어서, 강백호가 어느 정도 중심을 잘 잡아줄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강백호를 타이틀로 했죠 Don Mills - 강백호 M/V 힙 : 그런 반응도 있더라고요. ‘너무 단발적인 컨셉트가 아니냐’, ‘1회성이 짙다’ 그러니까 ‘88’을 이어가기 위한 노림수가 보였다는 뉘앙스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던 : 그게 그렇게 보였으면은 어쩔 수 없지만, 저는 그냥 재미있어서 한 거고, 훅도 제가 그런 노래하는 훅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만족을 해요. 힙 : 어떤 의미에서 리짓군즈(Legit Goons)가 세련되게 촌스러움을 추구하는 무리들인데, 강백호 뮤비에 참여를 했어요. 의외로 잘 어울리더라고요. 던 : 일단 리짓군즈의 뱃사공 형을 제가 황마케이 때부터 진짜 좋아했던 게 그 형이 옛날에 믹스테이프를 냈는데 그 믹스테이프에서 아이폰으로 뮤비를 찍은 게 있어요. 그때부터 그 형이 되게 좋았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도 번호를 알아내서 연락을 하고 그랬어요. 리짓군즈는 그렇게 뱃사공형을 통해서 친분이 있었는데, 제 강백호 뮤비를 찍자고 했을 때 상구형 아이디어가 네가 강백호인데, 그렇다고 채치수 송태섭을 출연시키기는 너무 얄팍한 거 같다. 강백호의 진정한 친구들 백호군단을 투입하자’ 하더라고요. 그래서 리짓군즈를 섭외했죠. 힙 : 뮤직비디오에서 소연을 맡은 여자분도 직접 섭외하신 거에요? 던 : 네 소연씨를 어떻게 섭외를 해서 왔어요. 사람들이 남자들 밖에 없으니까, ‘소연씨 오면 말도 많이 붙여주고 잘해주자’ 하면서 다 떨리는 그런 입장이었는데, 막상 오니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웃음) 결국 그날 만나가지고 했던 얘기가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두 마디 밖에 없었어요. 힙 : (웃음) 모델은 어떻게 섭외한 건데요? 던 : 모델을 섭외할 수 있는 그런 사이트가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까 여기에 에피소드가 있는데, 소연 후보로 오른 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근데 상구형이 ‘아 이건 진짜 소연이다!’ 해서 연락을 하면 다 ‘알겠어요 할게요’ 하고 ‘근데 어떤 분 뮤비를 하는 겁니까?’ 하고 물어봐요. 그래서 던밀스를 보여주면 (웃음) ‘남자친구가 이 사람 너무 위험할거 같다고..’ 하면서 거절하더라고요. (웃음) 진짜 좀 그랬죠.. 그러다가 결국 지금의 소연씨가 힙 : 일본식 교복은 다 어디서 구했어요? 던 : 그것도 아마 똘배형이 다 대여를 했을 거에요. 힙 : 돌아와서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 ‘Young Don’이라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던 : ‘Young Don’을 쓰면서 제 진정성을 많이 넣었고, 훅도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황마케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얘기가 ‘네 자신대로 살아라, 남대로 살지 말고’ 이건데 그 훅의 내용이 약간 그런 거거든요. 어떻게 보면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온전하게 담은 곡이라서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힙 : 저도 ‘Young Don’이나 ‘귀가’ 이런 곡들을 인상 깊게 들었는데, 가사들에 강박감에 대한 구절들이 많이 등장을 하더라고요. 던 : 그러니까 ‘강박이 날 움직이는 그 원동력일까’ 뭐 이런 가사가 있는데 그냥 제가 평상시에 가사를 쓸 때도 항상 그런 강박증이 있어요. 남들 작업물들이 나올 때마다 ‘아 나도 이러고 있으면 안되겠다 빨리 해야지’ 하고 그게 어떻게 보면 지금도 그런데, 여유를 가져야지 하면서도 여유를 가지면 왠지 내가 지금 현실에 안주하는 거 같은.. 그런 기분. 또 그렇다고 ‘오늘 한번 곡을 써보자!’ 하고 가사 쓴 다음에 ‘됐어! 이거는 돈 되겠어!’ 이러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거 많이 해야지’ 라는 강박증이 있는 거 같아요. 힙 : 또 많은 곡에 걸쳐서 주방에 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주방이 던밀스한테는 게토죠. 지금은 그 게토를 좀 벗어났나요? 던 : 지금은 벗어났죠. 저는 유학을 가긴 했지만 부유하게 자란 게 절대 아니거든요. 제가 저의 과거 중에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성실하게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더러운 일들을 많이 했다는 거에요. 특히 뭐, 주방에서는 편하다면 편했지만, 오후 한 5시에 출근해서 마감하면 오전 4시쯤 됐어요. 캐나다는 또 문을 닫아야 되니까 4시쯤 문을 닫으면 주방에 좁은 공간에 갇혀가지고 요리하면서 하기 싫은 일도 많이 했죠. 힙 : 그 귀가라는 곡에서 가사에도 나왔듯이 요즘 날고기는 랩퍼들이 다 20살이잖아요 그러니까 20대 초반의 젊고 어린 래퍼들인데 요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혈기왕성한 루키들과는 어떻게 보면 같은 선상에서 출발을 하는 단계잖아요. 어떤 생각이 들어요? 던 : 그런 게 있죠. 그 친구들은 어리고 그만큼 앞으로 기회가 더 많을 거고 제가 누리지 못했던 걸 이미 누리고 있고, 그냥 약간 아쉬운 부분이에요. 제가 좀 일찍 한국에 와서 솔직히 대학 졸업한 것도 아닌데, 대학교 다니면서 썼을 돈으로 한국에 와서 활동했으면 나도 지금 보다는 뭔가 더 만들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그래도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해요. 그 친구들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 만큼 제가 또 더 열심히 해야죠. 힙 : 반대로 던밀스씨를 보면 비프리씨가 생각이 나기도 해요. 그러니까 여러 가지 이미지 겹쳐 보이거든요. 대한민국을 샤라웃하는 부분이랑 이야기하는 과정들 혹시 영향 받는 게 있나요? 던 : 비프리형의 정규1집 [Freedumb] 그 앨범을 듣고 진짜 멋있다고 느꼈어요. 저는 지금도 비프리형의 팬이고 항상 약간 동경하는 마음이 있어요. 사람들이 저보고 ‘비프리 같아’ 하면 기분 좋죠. 제가 의도적으로 ‘비프리형을 따라 해야지’ 이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느낌을 내가 갖고 있으면 누군가가 저를 보고 제가 그 형을 보고 느꼈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좋아요 경쟁심이라기 보다는 그냥 리스펙이죠. 힙 : 그러면 던밀스님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한국 랩퍼가 있어요? 던 : 롤모델.. ‘이 형처럼 돼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단은 가장 많이 보고 옆에 있는 상구형.상구형이 음악적인걸 떠나서 인간적으로 되게 좋은 게 많아요. 동생들한테 권위적인 형도 아니고, 뭐랄까 눈높이를 맞춰 주는 거 같아요. 힙 : 앨범에서 여러 프로듀서들이랑 호흡을 맞췄지만 사운드적으로 ‘무겁고 낮은’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앨범 전체적인 색깔을 의도한 부분이 있나요? 던 : 저는 의도한 게 없어요. 저는 처음에 이걸 듣고 ‘아 이게 이렇게 앨범을 내도 되는 건가?’ 이런 생각마저 들었거든요. 트랩도 있고 이것저것 섞여있어서 믹스테이프 같은 느낌도 나는 것 같아서 혼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전혀 그런걸 의도한 건 아니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게 뭉뚱그려서 나온 것 같아요. 힙 : 던밀스님 가사 중에 계속 회자되고 있는 가사들이 몇 개가 있잖아요. ‘인생은 돌고 돌아 김연아’ ‘세 번째 다리’ 같은 따라부르기 쉬운 이런 구절들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건지 궁금해요. 던 : ‘88’의 가사는 제가 토론토에 있을 때 나온 가사에요. 술집주방에서 한 4년정도 일을 했는데, 4년정도 일을 하니까 술집 주방 말고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오기 한 1년 전부터 스시집에서 일을 했는데, 그때 참치를 보고 떠올린 가사에요. 참치 중에서도 마지막 생명에 발버둥치는 그 갓 잡아 올린 참치.. 제가 88년생이니까 유치하지만, 팔팔하다는 의미로 팔팔한 게 뭐가 있을까 찾다가 참치를 쓴 거죠. (웃음) 그 다음에는 ‘팔팔해’와 맞는 라임을 찾다가 ‘딱딱해가 있구나’ 해서 ‘딱딱한 게 뭐가 있지?’ 하다가.. (웃음) 힙 : 그럼 자신이 쓴 가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가 있나요? 던 : 제가 가사를 엄청 잘 쓰는 랩퍼는 아니라서 희한하게도 또 기억에 남는 구절은 별로 없네요 힙 : 그럼 본인이 가사를 잘 쓴다는 생각을 안 하시는 건가요? 던 : 제 나름대로는 그런 게 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걸 제가 만족시켜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나름대로 이걸 표현한 건데 ‘이게 무슨 말이야?’ 이렇게 되는 거죠. 그건 어떻게 보면 제가 아직 더 열심히 해야 되는 그런 건데, 저도 물론 가사를 항상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고 노력을 많이 하지만, 뭔가 제가 메시지적으로 죽이는 가사를 쓰는 사람은 아니 것 같아요. 힙 : 뭐랄까, 그럼 바이브 위주의? 던 : 그렇죠 제 스스로 생각할 때도 한국 힙합에서 누구나 하지 않으려고 하는 위치를 제가 하고 싶거든요. 예를 들면 다들 켄드릭라마(Kendrick Lamar)나 이런 사람들이 되고 싶어하지만, ‘나는 미고스(Migos)처럼 랩하고 싶어’ 이런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물론 저도 ‘미고스처럼 할거야’ 이런 건 아닌데, 그런 약간의 멍청함과 독특함과 무식한 캐릭터가 제가 가장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평소 성격도 약간 좀 단순하고 무식해서 힙 : 랩 가사를 치밀하고 정교하게 쓰는 것만 ‘랩 잘한다’라고 하는 그런 분위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시겠네요? 던 : 근데 그게 어떻게 보면 사실이죠. 왜냐면 대중들이 좋아하는 게 그런 거라면 그게 정답일 수도 있지만, 뭐 이것도 좋아하고 저것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저는 지금 이대로 해야죠 그렇지만, 가사도 분명히 발전을 해야 되는걸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책도 많이 읽고 해야죠. 앞으로 경험을 더 많이 하고 힙 : ‘인생은 돌고 돌아 김연아’ ‘배 아프면 마셔 매실’ 이런 게 저는 던밀스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좀 더 발전시키겠다’라는 고민인건가요? 던 : 그런 것도 있고, 제가 진중한 가사를 쓸 때 저 혼자만 알아듣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죠. 이건 분명히 진지한 말인데 ‘100% 공감이 안 된다’라고 하는 그런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걸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에요. 그런 가사를 좀 많이 쓰고 싶어요. 힙 : 앨범 쇼케이스 혹은 단독 공연 뭐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던 : 그렇죠 아직 날짜가 확정된 건 아니에요. 보통 여름에 투어를 많이 하는데 비스메이저는 작년에도 그렇고 투어기간이 가을 즈음이어서 시기적으로 앨범도 나오고 하다 보니까 10월안에 투어를 할 계획이 있어요. 힙 : 공연 얘기가 나왔으니까, 공연장에서 던밀스의 에너지에 대한 얘기들이 화끈하잖아요. 본인 생각에 공연장에서의 자기 자신은 어떤 거 같아요? 던 : 공연장에서의 저는 제가 생각했을 때 그냥 평소의 저인데 거기서 좀 더 올라간 느낌이에요. 왜냐면 제가 사람들 재미있게 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흥분하니까 제가 더 신나서 한 단계 더 올라가거든요. 근데 솔직히 공연장보다 더 화끈한 건 리허설 현장이에요. 합주실에서는 정말 더 화끈한 거 같아요. 공연 때도 이제 합주처럼 하면 좋은데, 합주처럼 했다가는 사람들이 너무 기겁을 할까 봐.. 제 공연은 합주 때가 진짜 재미있어요. 힙 : 그 마지막 질문 남았는데 마지막 질문 하기 전에 쇼미더머니에 대해서 얘기해볼게요 어떻게 보면은 그 뭐랄까 이번에 혹시 출연할 마음이 있었나요? 던 : 별로 없었어요. 제가 감정이 좀 남아 있었어요. 저 나름대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제가 쇼미더머니2에 지원을 했었어요. 그래서 제작진이 제 번호를 알고 있었나 봐요. 그래서 이번에 전화가 오더라고요. 저는 ‘아 던밀스를 섭외하려고 전화했나’ 생각했는데, ‘쇼미더머니인데 황동현씨죠?’ 이러면서 ‘작년에 지원하셨던 데 이번에 또 하세요’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에요. 힙 : 쇼미더머니에서 원래 전화를 돌리나 봐요? 던 :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좀 안 좋더라고요. 이 사람들은 정말로 아무 영혼 없이 전화하는 거잖아요. 진심으로 나를 섭외하고 싶으면 황동현을 검색했을 테고, 그럼 던밀스가 나올 건데, 아무런 영혼 없이 섭외를 하려고 드는 건 감정이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쇼미더머니 망해라’ 솔직히 이러고 그랬어요. 쇼미더머니는 뭐랄까 오락프로그램으로서는 재미있는데, 이건 힙합으로 보면 진짜 아닌 거 같아요. 육지담 뭐 이런 사람이 나와가지고.. 솔직히 예.. 하여튼 그래요. 힙 : 쇼미더머니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 그리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큰 축이 ‘이 프로그램이 그래도 힙합에 대해 발전을 이루는 부분이 있다’ 혹은 ‘힙합에 대한 발전은커녕 악영향을 끼치는 프로그램이다’로 나뉘는데 던밀스님 생각은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던 : 어느 정도는 발전이 있지만, 그게 진짜 힙합의 발전은 아닌 것 같고, 랩 이런 걸로 봐야 할 것 같아요. 랩에 관심을 더 가질 수 있게 할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쇼미더머니는 절대 힙합이 아니죠. 제 생각에는 그래요. 힙 : 내부적으로도 비스메이저의 오디님이 예선탈락을 했는데, 그때 비스메이저의 분위기는 어땠어요? 던 : 하.. 오디는 굉장히 침울하고 안 좋았죠. 오디가 잘됐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아무리 쇼미더머니가 그런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또 자기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르잖아요. 그래서 분명히 오디도 멋있게 연출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이 되게 아쉬웠어요. 진짜로 오디 탈락한 거는 ‘탈락할 정도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 힙 : 만약에 쇼미더머니 시즌4가 나온다면 많은 분들이 예상하는 라인업 중에 하나가 비스메이저에요. ‘아마 이제는 프로듀서진으로 비스메이저의 누군가가 들어가지 않겠느냐’ 그리고 그 구색을 본다면 ‘참가자로 던밀스가 참가할 것 같다’ 라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던 : 아직은 그게 확정이 된 게 아니라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서 쇼미더머니4에 프로듀서고 프로듀서로 딥플로우가 나간다면, 어떻게 보면 스윙스(Swings)와 씨잼(C Jamm)의 관계잖아요. 혹은 스윙스와 기리보이(Giriboy) 스윙스와 바스코(Vasco)형은 좀 다르지만 어쨌든 그런 관계인데, 저는 모르겠어요. 별로 나가고 싶지는 않아요. 솔직히 유명해져서 방송 후에 랩퍼들이 인기를 얻고 하는 거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요. 씨잼을 보면서 느낀 건데, 그러니까 힙합을 잘 몰라도 씨잼은 알 정도로 씨잼이 확실히 떴더라고요. 뭐, 결론은 제가 나가는 건 모르겠고 만약에 나간다면 나중에 ‘쇼미더머니 시즌 45’ 정도 할 때 (웃음) 프로듀서로 나가야죠. 힙 :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유명세를 얻는 것도 어떻게 보면 유혹일텐데.. 던 : 그렇죠 달콤한 유혹. ‘쇼미더머니 나가면 저렇게 인기 많아지나?’ 이런 얄팍한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거기에 나가서 제가 그렇게 될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물론 나가게 되면 열심히 하겠지만.. 안 나가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저 말고 다른 친구가 나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힙 : 그럼 비스메이저 내부적으로도 쇼미더머니에 대한 찬반 분위기는 갈려있나요? 던 : 확실히 ‘난 반대야’, ‘난 찬성이야’ 이렇게는 안 해도 그냥 말하는 거에서 느껴지는 그런 게 있잖아요. 대중들도 찬반이 있는데 비스메이저도 찬반이 있죠. 힙 : 알겠습니다. 준비한 질문은 거의 다 마친 거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거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을 해주신다면 던 : 계획하고 있는 것들은 제가 지금은 약간 화끈한 캐릭터고 이래서 어떻게 보면 단발성에 끝날 수도 있는데, 세상 어떤 사람이 ‘나는 이걸 1년만하고 그만둬야지’ 이러겠어요. 저는 당연히 이게 저의 직업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계발을 할 생각이에요. 저도 이제 프로듀싱이나 믹싱 마스터링 경험도 하고 싶고, 나중에 제가 나이가 들었을 때는 랩퍼말고 다른 그런 쪽으로도 많이 하고 싶어요. 힙 : 예 알겠습니다. 어쨌든 던밀스님 다음 행보 기대하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인터뷰진행 | HIPHOPPLAYA.COM 관련링크 | 던밀스 트위터 (https://twitter.com/DonMills1988) 이미지 제공 | 스톤쉽
  201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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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뱅크투브라더스, 제이락(J-Roc) & 호림(Horim)  [5]
HIPHOPPLAYA(이하 힙) : 디렉터 인터뷰를 통해 꼭 취재하고 싶었다. 본인 소개 부탁한다. J-roc(이하 제) : 뱅크투브라더스(BANK ll BROTHERS) 디렉터를 하고 있고, 힙합팀 CRACKKIDZ(크렉키즈)와 CREAM082(크림082)에서 댄서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락이다. Horim(이하 호) : 내 개인적인 소개인 건가? 리짓군즈(Legit Goons)와 비투비(BTB), 라이브앤다이렉트(Live&Direct)에서 활동하고 있는 Horim이다. 리짓군즈에서는 보컬, 비투비에서는 대외활동과 공연 기획을 전담하고 민재형(J-roc)과 브랜드 컨셉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눈다. 라앤다 팀에서는 주로 진행 담당을 맡고 있다. 힙 : 비투비 의류의 모든 디자인은 제이락이 직접 맡아서 하고 있나? 제 : 옷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맡아서 하고 있다. 디자이너 겸, 디렉터 겸, 생산 겸(웃음). 얼마 전에 옷 프로모션을 맡긴 분한테 디자인이랑 생산 모두 혼자 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못하실 텐데..’ 하더라 (웃음) 호 : 비투비는 제이락형이 2012년에 시작한 브랜드다. 때문에 노하우도 스스로 익혀와서 그런지 혼자서 많은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아무래도 브랜드를 이끄는 데에 있어서 혼자 하기에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멤버들이 각자 분담을 해서 밸런스를 맞춰가는 중이다. 아마, 한해 한해 지날 때마다 더 좋아질 거다. 힙 : 두 사람 외에 다른 멤버들도 있는 걸로 안다. 간략하게 소개해줄 수 있나 제 : 이제는 소개를 많이 해줘 버릇해서 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비투비는 일단 내가 디렉터를 맡고 있고, 호림이가 흔히 브랜드들에서 하는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특이하게 댄서들을 전담하는 친구가 따로 있는데, 댄디(Dandy)라는 친구가 댄서로 활동하면서 댄스 씬에서 활발한 대외활동 및 판매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내 여자친구인 비비(Beebi)라는 친구가 총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친구는 비투비에 정식으로 속해있다기 보다는 내가 일을 허투루 하니까 옆에서 어쩔 수 없이 나를 조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호 : 제일 중요한 역할이지.. 정신적 지주라고 볼 수 있겠다. (웃음) 힙 : 일을 허투루 한다니 (웃음) 제 : 내가 약간 그런 타입이다. 애들이 ‘형 이거 해야 돼’ 하면 ‘아 이거 내일~’ 하고 느긋하게 넘기는. 그러면 여자친구가 옆에서 ‘지금 해’라면서 못박는다. (웃음) 마지막으로 비투비(BTB) 막내이자 최근에 들어와서 일을 배우고 있는 솔소우(Solsow)라는 친구가 있다. 원래는 내 제자인데, 내가 이 친구가 속해 있는 오디베이(Odybey)라는 댄스 팀을 만들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일도 함께하게 됐다. 호 : 기원이(Solsow)는 최근에 들어오기도 했고 막내이지만, 요즘 이 친구가 많은 일을 해주고 있다. 멤버는 이렇게 5명인데, 그 외에 패밀리쉽으로 도와주고 있는 형,동생들이 많이 있다. AFTER PARTY at grill5taco 힙 : 제이락은 비투비 오너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현역 댄서로도 활동하고 있지 않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건 어떤 계기가 있어서인가? 제 : 되게 뻔한 얘기가 될 것 같지만, 처음에는 단순했던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댄서들이 그렇듯이 나도 돈은 없는데 옷은 잘입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명이었거든. 그래서 단순하게는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잘입고 싶어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뭐, 일이 점점 진행되면서부터는 ‘주변의 댄서들에게 좀 더 싸고, 좋은 옷, 멋있는 옷을 입혀주자’라는 생각도 들게 됐지만, 지금에 와서 시작했을 때를 돌아보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힙 : 일단, 멤버들 각자 겸하고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애로사항도 있을 것 같다. 댄서활동을 하면서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제 :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확실히 둘 다 집중해야 되는 시기가 겹칠 때는 정신이 없긴 하다. 옷도 힘들던 시기가 잠깐 있었는데, 지금 여기 새 쇼룸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많이 적응된 것 같다. 왜냐면 이제는 춤 레슨을 많이 뺐거든. 힙 : 브랜드가 그 정도로 궤도에 오른 건가? (웃음) 제 :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선택을 했다. 원래 성격이 큰 결정을 하는데 있어선 질질 끌지 않고, 빨리 결정하는 편이다. 춤의 비중이 80이고 브랜드가 20이었다 치면, 결국에는 브랜드 쪽을 더 많이 키우고 싶었는데, 댄서로서 많은 활동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돈이 좀 없고 힘들더라도 완전히 주객전도를 시켜버렸던 게 이 곳 새로운 사무실로 넘어오면서다. 일주일 내내 하던 춤 레슨을 많이 줄이고 그냥 여기에 집중을 하게 된 거지. 졸지에 백수가 됐다. (웃음) 힙 : 댄서로서 쌓아온 개인 커리어가 있는데 아쉽지는 않나? 브랜드와 댄서로서의 커리어를 저울질해봤을 것 같다. 제 :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은 브랜드 커리어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이라서 할 수 있는 말 같은데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댄서로서의 커리어는 이제 난 욕심이 별로 없다. 부정적으로 내가 더 이상 춤을 안 추겠다. 발전을 멈추겠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나한테만 집중하면 될 뿐이고, 댄서인 제이락으로 남들한테 보여지는 이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 멋있다는 생각이 들고, 발전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커리어에 욕심이 없다고 춤을 열심히 안 하는 게 아니니까. 실제로 요즘 춤은 나한테 집중하는 재미로 추고 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래서 그런지 다른 의미로 춤이 즐겁다. 말하자면 자기위로 같은 거다. 힙 : 연습에 소홀해지거나 그러진 않나? 제 : 음.. 원래 연습을 잘 안 해서.. 호 : 재작년부터 형을 옆에서 계속 봐왔는데, 옛날 얘기를 들어보면 형도 연습을 많이 했었지만 요즘은 지금은 자기가 세워놓은 커리큘럼 안에서 그때그때 관심 가는 걸 적용해서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댄서로서 커리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말을 약간 부연하자면, 댄서들도 씬 안에서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크고 작은 공연을 뛴다거나 배틀에서 좋은 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그런 행사들에서 심사위원으로 있을 수도 있고, 스트릿댄스 스튜디오에서 강사를 하거나 교수직까지 할 수도 있다. 댄서로서 자신의 위치를 올리고 싶다면 그런 과정들이 필요하지만, 제이락 형은 그런 활동보다는 브랜드를 발전시키는 데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재미있는 건, 비투비라는 브랜드가 댄서 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니, 점점 스트릿댄스 컬쳐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역으로 댄스 씬에서도 점차 우리만의 장이 생기고 있는 게 느껴지더라.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면 정말 멋있는 행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댄서들 안에서도 이런 식으로 걸어나가는 팀은 별로 없기 때문에 그 지점에 우리가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힙 : 댄스 신을 기반으로 둔 브랜드가 지금은 비투비 하나인가? 제 : 사실 우리나라 스트릿 댄스씬도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어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우리 팀 하나만 열심히 보고 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 쪽 패밀리가 좀 하드코어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끼리는 다 친한 사람들이어도, 남들이 볼 때는 좀 다가오기 어려워 하더라. 무서워하고 (웃음)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실 남들이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옛날에는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우리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나는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실제로도 주위의 댄서가 옷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권장해주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주고 있다. 오히려 나는 독점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게 더 싫다. 앞으로는 댄스 씬을 기반으로 여러 브랜드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호 : 댄서들도 개인적으로 옷을 많이 만들긴 한다. 댄서들은 보여지는 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고 또 아무래도 그 안에 크루 문화가 깊게 자리한 직업이기 때문에 공연 의상은 말할 것도 없고 팀 복장, 행사 복장 등 다양한 형태로 옷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 댄서들이나 팀들 중에서 세계적으로 정말 유명한 댄서들은 자신의 이름을 건 MD들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주로 단발적이고, 우리처럼 브랜드를 기획하는 형태가 있지는 않다. 제 : 실제로 정말 유명한 어떤 댄서는 자신의 티를 만들어서 파는데, 꽤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층이 확실히 있어서 그런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힙 : 그럼 그 옷들은 수요가 많나? 제 : 아예 다 품절이 되고, 중국에서는 ‘짝퉁’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진짜 월드 클래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힙합 씬으로 보자면 일리네어의 808 머천다이즈로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힙 : 질문이 늦었다. 뱅크투브라더스의 뜻을 소개해달라. 제 : 설명할 때 마다 너무 힘들다.(웃음). 심지어 예전보다 뜻이 더 늘어난 것 같다. 어감상 뱅크투브라더스에 BANK가 있어서 그런지, 돈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냐고 하는데 (웃음), 그보다는 ‘뚝심 있는 형제들’이라는 의미다. 기존에 있는 단어는 아니지만, BANK, 2, BROTHERS라는 단어가 모여서 Brothership을 형성해 주는 것이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사실 BANK 단어대로 돈을 좀 많이 벌어서 은행에 자주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웃음) 2016년 시즌부터 뱅크투브라더스 로고 밑에 ‘FROM THE VAULT’이라는 문구도 두 가지 의미가 있다. VAULT이라는 단어가 금고라는 뜻 외에 지하창고, 납골당 이런 의미가 있는데, 밑에서부터 올라왔다는 부분이 우리랑 잘 맞기도 하고, 역시 금고라는 뜻이 있어 바램도 담겨있고 (웃음) 호 : 이름이 참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보면 그 이름대로 가는 것 같다. 처음에 민재형한테 단어만 들었을 때는 개인적으로 오글거리는 만화의 장면이 떠올랐다. 뭔가 석양을 맞으며 형제들이 절벽 위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앞날을 다짐하는 그런….(웃음) 하지만 그런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나도 우리 브랜드가 끈끈하게 다른 사람들과도 같이 커져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뭔가 일확천금을 얻을 만한 그런 일은 없었지만, 우리 브랜드를 댄서들에서 랩퍼들, 그리고 일반인 분들까지 찾아주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힙 : 내 기억으로 호림에게 브랜드를 소개 받은 게 작년 초였던 것 같다. 실제로 브랜드가 만들어진 건 언제인가? 제 : 브랜드가 만들어진 건 12년도인데, 나도 사실 작년부터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멤버가 갖춰진 것도 작년이고, 사업자도 작년에 냈다. 그 전에는 그냥 댄서들을 위한 브랜드였지, 이름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한 건 아니었으니까. 2012' BANKIIBROTHERS 힙 : 근 1년동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고 본다면, 굉장히 단기간 내에 멋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브랜딩 하는데 있어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제 : 나조차도 놀랍고, 거기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아직 1년도 안됐는데, 신기하게도 네이버에 브랜드 이름을 검색하면 쭉 나오니까. 아직은 달려가기에 바빠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생각들을 적용시키고 진행하고 있다. 호 : 브랜딩하기 까지는 1년의 시간밖에 없었지만, 그 전에 형이 홀로 이끌어온 3년의 시간이 있었다. 형이 혼자서 이것저것 시행착오도 미리 겪어 본 것도 있고, 다른 브랜드가 그렇듯이 디렉터 스스로가 빠져있는 문화와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멤버들 모두도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댄서라서 그런지 다른 브랜드가 갖기 힘든 색다른 바이브의 움직임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민재형은 일 이전에 유대관계를 중요시 하는 스타일이라서 멤버들간의 유대감이 쫀쫀한 것도 한몫 했다. 제 : 호림이 말대로 3년간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다. 그간 금전적인 면부터 사람 문제도 많았고, 여러 상황이 격변하던 시기였다. 그러다 작년에 브랜드로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을 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확고함이 생겼다. 멤버들한테 어느 정도의 부담감을 줘야 하며, 어느 정도는 내가 무조건 안고 가야 하는지. 그런 걸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나니, 처음 하던 때 보다는 나 스스로도 정리가 된 것 같다. 힙 : 무엇보다 비투비는 단단한 컬쳐씬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게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작지만 단단한 댄서씬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제 : 글쎄.. 이건 풀면 몇 시간 짜리라서..(웃음) 힙 : 흔히들 댄서씬이라고 하면 비보이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나만해도 그랬고. 제 : 비보이 말고도 현재 힙합, 팝핀, 락킹, 왁킹 등 많은 장르의 스트릿 댄서들이 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많은 움직임이 있다. 1년 내내 일주일에 규모를 막론하고 2~3개 정도의 배틀 및 공연단위의 행사가 있으니 말이다. 속사정에 대해서 말하자면 댄서씬에 있는 사람들은 멋있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다.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댄서들도 자기애가 없으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라, 그래서 그런지 크고 작은 이슈도 많이 생기는 편인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사실 사이가 좋은 댄서들이 많지 않다. 실제로 내가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웃음)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을 주고, 그 외적인 사람들한테는 굳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긴 하다. 호 : 사실 밖을 많이 돌아다녀야 많은 교류가 있는 건데, 형이 비투비를 점점 더 열심히 하면서 점점 더 안 돌아다니더라.(웃음) 제 : 그래서 그 역할을 댄디라는 친구가 하고 있다. (웃음) 호 : 나도 전부터 춤도 조금씩 배우기도 했었고, 스트릿댄스 씬에 꽤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말 모르는 씬이 많다. 아무래도 우리는 댄디형이 활동을 왕성하게 해서 그런지 많은 댄서분들 역시 우리를 많이 알아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제 : 댄디는 사람들한테 무조건 친절한 타입이다. 가리지 않고. 힙 : 그래서 댄디인가. 제 : 아 그건 고등학교 때 소개팅에서 이름 정하는 거 하다가, 그날 댄디하게 입고 나가서 그냥 댄디가 됐다고 한다. (웃음) 힙 : 실제 스타일도 댄디한가? 제 : 그런가? 이상한데? 구린데.. (웃음) 호 : 안타깝게도 댄디스럽진 않다.(웃음) 근데 이름이 엄청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댄디형 완전 멋있다.(웃음) 제 : 분명히 댄디가 내가 해 야할 일을 해주고 있다. 나 혼자 했으면 이렇게까지 댄서들이 우리를찾아주지는 않았을 거다. 물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나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이 개인 취향에 맞는 사람들은 찾아주었겠지만 가장 먼저 합류한 댄디가 댄서씬 안에서 우리를 많이 알려주었다. 댄서씬은 워낙 변화가 빨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우린 그냥 여기 안에서 우리끼리 움직이니까, 요즘 애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를 거다. 원래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진 않았지만..(웃음) 어쨌든 그걸 댄디가 대신 해주고 있는 거지. 여담이지만, 얼마 전 얼반이라는 장르를 하는 10대 댄서가 내가 누군지 모르고 너무 무례하게 메시지를 하더라.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그 순간엔 정말 폭발 할 뻔 했다. (웃음) 호 : 그래서 외부담당 멤버, 댄서담당 멤버가 우리는 무조건 나뉘어져 있어야 한다. 제 : 왜냐하면 디렉터가 글도 예쁘게 올리고, 홍보도 맨날 하고 그래야 되는데 나는 일절 안 한다. 댄디는 제품이 나오면 댄서들에게 사진을 쭉 보내거나, 본인이 올린다. 그럼 댄디에게 질문들이 몰리는데, 그 때 영업을 한다. (웃음) 호 : 요즘 들어서 그 전문성이 나날이 늘어가는 것 같다.(웃음) 힙 : 댄서씬을 기반으로 하니, 확실히 그들의 수요가 판매 지분에 있어서 클 것 같다. 호 : 그 부분이 1년 동안 브랜딩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제품을 내는 데에 고정된 수량이 있는데, 어느 정도 구매해주는 수요층이 있기 때문에, ‘아 이거 일반인들이 몰라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없었다. 감사하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게지. 제 : 근데 문제도 있다. 댄서들의 수요가 시기마다 위 아래로 움직이는 유동성이 커서, 수량 조절이 어렵다.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우리는 우리에게 다이렉트로 문의하는 댄서들이 꽤 많기 때문에 시즌마다 그런 수치를 잡는 데에 애를 많이 먹는다. 오프라인 거래처들과도 호흡을 맞춰가는 중이라 그런지 아직 가늠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힙 : 댄서씬은 말 그대로 밖에 있는 스트릿씬이다. 힙합플레이야나 힙합엘이 등의 웹 상의 구심점이 없지 않나, 댄서들은 어떻게 씬에 들어오고 씬을 형성하나. 제 : 나 같은 경우에는 간간이 해주는 댄서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모두가 그렇듯 ‘힙합’ 만화책을 보고, 동네 형들 쫓아다니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담배 심부름도 하고, 정말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길거리 주차장에서도 추면서 배워왔던 것 같다. 지금은 스튜디오도 전보다 정말 많이 생겨났고, 학교에서도 강의가 많이 개설되어 있어서 전보다는 지망생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진 것 같다. 호 : 아무래도 이제는 형과 같은 경로로 배우는 친구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많이 좋아진 시스템 덕에 배워보고 싶었던 춤을 배워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제 : 씬에서는 내가 거의 종의 마지막인 것 같다. 나 이전의 형들은 거의 다 그런 식이었다. 힙 : 여담으로 힙합씬에는 쇼미더머니가 있고, 댄서들에게는 댄싱나인이 있다. (웃음) 제 : 어떻게 보면 힙합 씬에서 생각하는 쇼미더머니와 우리가 생각하는 댄싱나인은 거의 비슷한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댄서들은 그런 프로그램을 나가는 것에 있어서 댄서씬을 더 알려야겠다는 애티튜드를 개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본인이 성공을 해서 이 씬을 더 알려야겠다 하는 사명감도 있는 것 같은데, 물론 그 프로그램 자체는 구리다. 호 : 아무래도 힙합이 대중화가 됨에 따라 쇼미더머니에 참여하는 랩퍼들은 특정 씬을 알리려는 것보다는 말 그대로 본인의 이름을 알리고 그에 따른 보상을 챙기게 되는데, 댄서들은 각자가 아직 대중들이 잘 모르는 자신들의 씬을 알리려고 하는 것 같다. 힙 : 힙합씬에서는 쇼미더머니에 대해 부정적인 축이 항상 있고, 그런 분위기 조성이 꾸준히 되어왔는데 댄서씬도 마찬가지인가? 제 : 우리도 구린 건 구리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안 나간다. 근데 만약에 댄디가 나간다고 하면..나가 달라고 할거다. (웃음) 내년에 꼭 우리 옷 입고 나가줘. 많은 부분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호림이가 말한 대로 임하는 자세가 다르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랩퍼들보다 댄서들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댄싱나인에서도 랩퍼들에게 연락 돌리듯 어디까지는 그냥 올라가게 해주겠다 하고 딜이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다. 호 : 최근에 방송한 댄싱나인 시즌은 보지 못했지만, 시즌1 당시에는 댄싱나인을 매번 챙겨봤었는데,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을 섞어서 전혀 다른 분야의 춤을 제대로 추라고 시키는 포맷에 혀를 내둘렀던 것 같다. 이건 쇼미더머니에서 억지 디스를 시키는 그런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랩퍼한테 국악을 시키는 것과 같은 건데, 솔직히 힙합 댄서가 스포츠 댄스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웃음) 제 : 그 프로그램이 애초에 스트릿 댄스 씬을 밀려다가, 스트릿은 협회도 없고 구심점이 없는 상태라 상황이 변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비교적 더 단단하게 자리잡은 발레, 현대무용 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간 것도 같고. BADCAMP Vol.2 힙 : 개인적으로 댄서씬이 온라인 위에 있지 않다는 게 멋있고 나름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비투비가 주최하는 파티만 가보더라도 관객과 무대의 갭이 안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좋더라. 호 : 근데 그런 부분이 좋으면서도 안 좋은 거다. 공연하는 사람도, 즐기러 오는 사람도 댄서들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하나가 되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와서 즐기기엔 뭔가 장벽이 있을 것 같다. 내가 페이데이(PAYDAY)같은 파티에 처음 갔을 때도 그랬었다. 궁금해서 가봤는데 무섭게 생긴 사람들만 있으니 약간 뻘쭘 하더라. (웃음) 어쨌든 우리는 더 많은 분들이 와서 이 문화를 같이 즐기길 바란다. 그러려면 우리도 열심히 해야지. 제 : 관객과 공연진이 밀착된 분위기는 사실 우리가 그런 포맷으로 하고 있는 거지, 다른 댄서들은 관객석과 무대가 나뉜 큰 무대에서도 많이 공연을 한다. 그건 단지 우리가 관객이랑 붙어서 공연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다. 힙 : 다시 돌아와서 댄서씬을 기반으로 하지만, 프로모션은 아무래도 랩퍼들을 통해서 많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유별나게 좋아하는 랩퍼가 있나 제 : 넉살(Nucksal) 형이 제일 좋다. 호 : 실제로 제일 좋아한다. 넉살 형이 변변치 않았을 시절에 (전원웃음) 내가 페이데이 공연에 리짓군즈와 넉살 형을 데리고 가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그때 민재형이 넉살형의 랩하는 모습을 보고 꽂힌 것 같았다.. 그때부터 우리가 넉살형을 꾸준히 서포트 했는데, 되든 안 되든 잘 밀어보자 했었던 것 같다. 제 : 원래 한국 랩을 안 들었다. 외국 랩에만 춤을 췄기 때문에, 호림이 만나기 전까지는 듣지도 않았고, 무조건 구리다고만 생각했었지. 그러다가 얘 때문에 한국 힙합을 점점 알게 되고, 라이브를 실제로 처음 봤었는데, 그게 넉살 형이었다. 우리나라 랩퍼들이 다 이 정도로 하나 하고 충격을 먹었는데, 그 정도로 라이브가 정말 강했다. 그 뒤로 점점 다른 사람들의 라이브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근데 뭐.. 다는 아니더라고 (웃음) 호 : 형이 그 동안 해왔던 우리 팀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넉살 형이랑 어글리덕(Ugly Duck)이 어울리는 것 같다. 실제로 이 두 명은 우리 옷을 굉장히 좋아한다. 제 :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최근에는 나플라(Nafla)나 루피(Loopy)를 보면서도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루피의 경우에는 재작년에 어거스트 프록스(August Frogs)의 세희 형이 ‘WA$$UP’ 뮤비를 보여줘서 알게 되었는데, 당시에 세희 형이 자기가 보기에 조만간 터질 거라고 하더라. 근데 실제로 지금 완전 주목 받는 랩퍼가 됐지. 물론, 라이브는 아직 못 봤지만 (웃음) 호 : 우리와 함께 하는 던밀스(Don Mills)형과 리짓군즈 형들도 좋다. 우리의 느낌과 어울리는 랩퍼도 있지만, 우리는 자기만의 느낌이 있는 랩퍼들을 좋아한다. 황치형도 짱! (웃음) 힙 : 비투비가 속해 있는 배드캠프 공연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한다. 제 : 배드캠프의 멤버들을 소개하자면 우리 비투비 멤버들, 리짓군즈, 넉살 형, 던밀스(Don Mills), 어덕이 등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애들끼리 돈도 안보고 부담 없이 열었던 공연이다. 지금은 처음의 그 없는 느낌은 반감되었지만, 더 멋있어지긴 하겠지 (웃음) 시작하게 된 건, 홍대 커피숍에서 이런 거 한번 해볼까 하고 던지듯이 얘기가 나왔던 게 갑자기 단체 카톡방으로 회의가 진행되고, 이름이 정해지고 (웃음). 영상, 섭외, 포스터 등등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재미있게 시작했던 공연이다. 호 : 올해도 언제 할까 고민하고 있다. 민재형 말대로 처음에는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자기 색깔이 뚜렷한 댄서들과 랩퍼들이 모여서 옴니버스식 공연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페이데이 공연에 랩퍼들을 데리고 와서 댄서들의 공연 느낌을 보여주면서 점점 더 구체화가 되었다. 1회를 하고 나서는 랩퍼 형들이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아 그리고 배드캠프에는 드러머 까멜로(CAMELO)형이 항상 패밀리로 함께 해주고 있다. 까멜로형은 보기 드문 ‘힙합’ 드러머인데, 힙합 드러머가 외국에는 많이 있지만, 한국에는 정말 손에 꼽히기 때문에 정말 보석 같은 분이다. DRUMMER CAMELO at PAYDAY 힙 : 배드캠프 1회를 열고나서는 어땠나? 제 : 1회 때 돈을 1도 안 남기고 다 썼던 기억이 있다. 행사를 다 마무리 하고 마지막 남은 십 몇 만원 그걸로 회식했거든. (웃음) 재미있었던 건, 그러다가 갑자기 다들 즉흥적으로 길바닥에서 프리스타일을 하면서 놀았는데, 까멜로형은 드럼 세트 놓고, 우리는 소파 누가 버린 거 가져와서 고프로 하나 설치하고 경찰이 올 때까지 프리스타일을 했었다. 그리고, 그 때 어덕이는 배드캠프의 멤버가 아니었는데, 친구 차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우리를 발견해서 같이 놀다가 그 이후로 배드캠프에 합류하기도 했다. 아마 영상이 어디 있을 텐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웃음) 당시에 넉살 형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힙합의 형태였다’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 형이 돈 맛을 봐서 어떤지 모르겠다. (전원웃음) 힙 : 그런 식의 대외적인 컨텐츠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 같은 의류 브랜드로서의 마케팅은 유난히 없었다. 그런 니즈가 있지는 않나? 제 : 그게 내가 모자란 부분인 것 같다. 디렉팅을 혼자 하다 보니, 그런 부분까지 팔이 뻗지 못하는데, 우리도 당연히 콜라보도 해보고 싶고, 이것 저것 해보고 싶다. 다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진 않은 것 같다. 호 : 한 문장으로 얘기하자면 ‘안 해봐서’ 인 것 같다. 우리랑 잘 맞으면, 우리 것 보다 더 열심히 할 의향도 있다. 그런데 일단 안 해봐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콜라보 하는 거 누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웃음) 제 : 우리가 성격상 모르는 사람에게 제안서를 보내고 이런 걸 잘 못한다. 보통은 놀다 보니 친해져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옷 하는 사람들과는 아직 교류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힙 : 정말 콜라보를 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호 : 나는 갑자기 지샥(G-shock)이.. (웃음). 즉흥적이긴 한데 사실 인터뷰하기 전에 아카풀코골드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컬렉션에 지샥이 있는 걸 봤다. 아카풀코에서 나이키와 콜라보 했었던 덩크처럼 지샥도 색깔이 예쁘게 나왔더라. 그래서 갑자기 ‘우리도 나중에 지샥이랑 하면 멋진 컬러가 나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카풀코 골드와도 언젠가 콜라보를 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운이 좋아서 브루클린에 있는 본사에도 가본 적이 있는데, 참 멋진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제 : 호림이가 말한 아카풀코골드도 좋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브랜드들보다 우리랑 비슷한 느낌의 콜라보였으면 좋겠다. 일본의 에프터베이스(Afterbase)라는 브랜드랑 하고 싶다. 거기도 댄서들이 소속되어있는 브랜드거든. 힙 : 접점이 많지 않나? 일본에 자주 가기도 하고. 제 : 에프터베이스가 우리랑 비슷한 느낌이고, 나이대도 비슷한 친구들인 걸로 알고 있다. 일본에갔을 때 직접 샵에 가서 보니, 옷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다. 개인적으로 셀렉샵을 차리면 제일 먼저 들여오고 싶었는데, 이번에 이미 한국으로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다. 나중에 셀렉샵 같은 걸 하게 되면 우리나라에 아예 없는 브랜드, 또 돈이 안 되는 짓이지만(웃음)사람들이 모르는 특이한 옷들을 모아놓고 싶었다. 에프터베이스는 그 위시리스트에 있던 브랜드다. 우리가 좋아하는 느낌을 다른 식으로 훨씬 멋있게 풀어내고 있거든. 기회가 닿아서 멋진 작업을 해봤으면 좋겠다. 15 FW ACROSS THE UNIVERSE 힙 : 작년 F/W 컨셉이 ACROSS THE UNIVERSE 였는데, 어떻게 진행했나. 제 : 사실 혼자 했던 3년간 아이디어를 다 써버린 것 같다. 그 이후로는 항상 갈팡질팡하는 것 같은데, 일단 컨셉을 정할 때는 컨셉을 3~4개 정도 준비하고 문구도 정한 다음에, 이것 저것 만들어 놓는다. (웃음) 디자인을 전문으로 한 게 아니다 보니, 머리 속에 있는걸 옮겨보면 잘 안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여러 개 하다가 맞춰놓은 컨셉에 얻어 걸리면 거기에 집중하는 편이다. 힙 : 너무 솔직한데? (웃음) 호 : 그 전 단계는 편하게 둘이 만나서 얘기하다가 형이 멋있게 본 것들을 보여주고, 나도 보여주면서 교환하는 식이다. 카톡으로도 종종 보내는데, 보통 형이 괜찮다 생각하면 답장이 오고, 별로면 아예 답장을 안 준다. 1만 없어지고. 읽기만 하는 거지(웃음) 제 : 내가 원래 카톡 답장을 잘 안 한다. 특히 호림이는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해서.. (웃음) 카톡 켜놓고 씹는다. 가끔 보면 얘는 나보다 더 하드코어한 취향을 갖고 있어서 이상한 옷을 종종 보내는데, 나도 이해 못하는 수준의 하드코어함이다. (웃음) 호 : ACROSS THE UNIVERSE는 형이 우주 같은 걸 하면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내가 마침 우주 관련된 영화를 한창 보고 있을 때여서 저 문구를 던져줬다. 형은 꽂히는 걸 던져주면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다. 힙 : 디자인을 전문인력이 아니면 디자인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제 : 사실 디자인은 하루 이틀 만에 나온다. 엄청 매달려서 하게 되면 스트레스도 받고 민감해지는데, 갑자기 한 번에 풀릴 때가 있다. 예열이 오래 걸리지만, 풀리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 내에 다 만들어내곤 한다. 호 : 이번 시즌 같은 경우도, 형이 갑자기 사무실로 부르더니 본인이 고민한 걸 펼쳐서 보여주더라. 나랑 30분 정도 정리하고, 디자인은 1시간만에 끝냈다. (웃음) 힙 : 가장 힘들었던 작업이 있었다면? 제 : 로고다. 전부터 메인 로고가 3가지 로고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뱅크투브라더스 풀네임 로고, BTB 로고, B로고. 그때 당시에 BTB 로고는 빨리 끝냈는데, B로고가 너무 안 떠올랐다. 한 3일 정도 걸렸나. 그러다가 어느 날 단순하게 멍 때리면서 모니터를 보는데, 어떤 B로고에 별이 들어있었다. 우리 거에 적용했더니 예쁘더라고. 호 : 개인적으로 이런 단계에서 별건 아니지만 자유로운 느낌이 좋다. 옛날 힙합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흑인 몇 명이 다 같이 앉아있다가 한 명이 ‘피자 먹을래?’ 하면 ‘갑자기 왜?’ ‘그냥 저기 앞에 보이는 피자집 간판이 이쁘길래!’ 하면서 신나서 나가는 그런 충동적인 부분이 우리 팀에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것 때문에 정리가 안되고 산만하기는 하지만. (웃음) 제 : 맞아, 러프하지. 근데, 이번 여름 제품은 우리가 안 해본 시도도 많고, 퀄리티도 저번 것 보다는 많이 올라갈 것 같다. 투자도 그만큼 많이 했으니, 이번 여름 제품들에 기대감이 있다. 실제로 제품들이 너무 마음에 들 때는 ‘안 팔려도 괜찮다, 내가 다 입으면 된다’ 하는 그런 게 있는데, 이번 여름 시즌이 모자부터 해서 벌써 그렇게 나오고 있다. 다들 신나서 ‘이거 우리 브랜드 맞아?’ 할 정도로 (웃음) 어떻게 보면 우리의 자신감이지. 좀 사줬으면 좋겠다.(웃음) 힙 : 비투비 옷들을 보면 스트라이프나, 단색 컬러웨이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제 : 원래 그런 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까 우리 아이덴티티가 잡히는 느낌이더라. 사실 이번 시즌에는 단가라가 없었는데, 갑자기 들어갔다. 갑자기 예전 제품을 보다가 여자친구한테 작년에 단가라 예쁘지 않았냐 했더니, 그렇다고 해서 바로 호림이랑 상의하고 이번에도 진행했다. 완전 즉흥적인 거지, 이것도. 호 : 돈 많이 벌면 아마 우리는 훨씬 재미있는 거 많이 할 거다. 지금은 우리 여건상.. (웃음) 제 : 근데 거기에 우리 느낌을 넣는 거다. 기본으로 나오는 반팔 같은 건 우리의 색깔을 보여주는 거고, 전체적인 힘을 쏟은 부분은 이제 새로 나온 제품이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바지나 나일론 롱빌캡 같은 경우가 그렇다. 아마 앞으로도 기본 로고 제품은 조금씩 바꿔가면서 계속 나올 예정이다. 힙 : 평소 영향을 받거나 영감의 원천이라고 할만한 게 있나? 제 : 여담이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일이 아니라 온전히 여행으로 보라카이를 갔었는데, 알 수 없는 시너지 같은 게 나오더라. 사람이 여유로워지고, 여자친구가 말하길 거기서는 화도 안 낸다고.. (웃음). 영감을 받았다기 보다 마음이 좀 편안해지면서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거였다면 요즘은 사소한 것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하는 편이다. 힙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받는 영감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비즈마키(Biz Markie)라는 랩퍼가 있었던 것 같다. 컨셉은 그렇게 안 나왔을 수 있는데, 비즈마키 특유의 색감을 우리식대로 풀어본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비즈마키가 옛 시절의 타일러라고 생각한다. 뮤비를 보면 엄청 컬러풀하고 느낌 있게 옷을 잘 입는다. 호 : 그리고 저번에는 형 집에서 윌스미스(Will Smith)가 프레쉬 프린스(The Fresh Prince)로 활동 할 때의 시트콤을 봤다. 나는 제대로 처음 봤는데 옷이 하나같이 주옥 같더라 정말. 제 : 시즌이 몇 개가 있는데, 윌 스미스가 거기서 완전 미친놈이었다.(웃음) 말은 잘 못 알아듣지만 옷을 많이 봤다. 호 : 형은 또 외국랩퍼들이나 댄서들 영상을 많이 보는데, 구글링을 좀 해줘야 접할 수 있는 매니아들의 영상을 본다. 블랭형(Blnk Time)이나 어글리덕도 디깅력이 있어서 가끔 만나서 얘기하면 건질 것들이 되게 많다. 제 : 블랭이랑은 저번에 만나서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영화 얘기를 많이 했다. 힙 : 마지막 질문이다. 비투비의 올해 목표가 있다면. 호 : 내가 들어온 재작년까지는 형이 혼자 해왔던 때처럼 브랜드라기 보다는 댄서들이 애용하는옷 느낌이었지만, 작년 들어 비로소 브랜드로써의 행보를 처음 디딘 것 같다. 올해는 옷 수량도 많아졌고, 안 해봤던 아이템들도 도전할 계획이라 이제 또 우리 브랜드만의 밸런스를 새롭게 맞춰갈 때가 아닌가 싶다. 더 탄탄해져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더 나아갈 수 있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더 잘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넉살 형한테 황치와 넉치 때마다 뱅크투브라더스 입고 나와줘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웃음) 제 : 사실 얘 말은 잘 못 알아듣겠다. (웃음) 내 목표는 음.. 지금 생각해봤는데 우리 브랜드 식구들한테 다 풍족한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태가 됐음 좋겠다. 물론, 이번 년도에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웃음) 댄디야 워낙 댄서로서 많이 벌고 있고, 여자친구도 다른 일을 하니까 걱정을 안 하는데, 호림이나 막내 같은 경우는 우리 쪽에서 두둑하게 월급을 주면서 같이 사업을 굴려 나가게 되면 그때는 안도할 수 있을 것 같다. 호 : 나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번 겨울에 패딩 만드는 게 목표다. 제 : 그 소리 할 줄 알았다. (웃음). 인터뷰 ㅣ 차예준 김가람 (HIPHOPPLAYA.COM) 비투비 힙플스토어 ㅣ http://b2b.hiphopplaya.com 비투비 16SS 시즌 룩북 ㅣ http://goo.gl/Rd1o19 비투비 인스타그램 ㅣ http://www.instagram.com/banktwobrothers_b2b/
  20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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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l Music' [누명] 버벌진트와의 인터뷰  [90]
힙플: 흑인음악 팬 분들, 그리고 힙합플레이야 회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버벌진트: 안녕하세요, 힙합플레이야 회원 여러분들! 누명 발매하고, 여러분께, 거나하게 인사드리고 있는 버벌진트 입니다.(웃음) 힙플: 최근 근황은 어떻게 되세요? 버벌진트: 누명이 정식 발매 된 것이 일주일이 아직 안돼서 그런지 여기저기, 짜잘한 일들이 많아요. 음원회사에 쪽에 필요한 거 자료 보내고, 어디서 리뷰 한다고 그러면, 보도자료 보내주고, 홍보 반 줄 사람들 찾아다니면서 드리고 하면서 지내고 있고요. 요즘 믹스테잎들 많이 나오잖아요. 거기에 자극을 좀 받아서, -예전부터 하긴 했었는데- 요새 그런 재미로 하는 가사쓰기가 갑자기 물꼬가 터져서 A Milli(from Lil Wayne - Tha Carter III) 했었고.. 그냥 심심할 때, 가사 쓰고 있어요. (웃음) 힙플: 믹스테잎에 자극을 받으셔서 이른바 벙개 송을 계속 내고 계신 거였네요. 버벌진트: 사실 미국 믹스테잎들을 한 2년 전부터, 엄청 많이 들었거든요. 특히 릴 웨인(Lil Wayne) 믹스테잎이나, 거의 정규처럼 완전 빵빵하게 나왔던, Pharrell Williams 믹스테잎이나... 음. 그런 것들 너무 재밌게 들으면서 편한 마음으로 제가 좋아했던 외국비트 위에다가 가사 쓰고 패러디도 하고 즐기고 있어요. 힙플: 앞서 말씀하신데로 믹스테잎이 최근 한창 많이 팔리는 추세고 한데, 믹스테잎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국내시장에 반영되는 것에서나, 이런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서. 버벌진트: 기본적으로는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몇 년 전부터 믹스테잎이란게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제가, 이게 맞는 판단인지 모르겠는데, 옛날에 예전 mc 들은 가사를 그렇게 다작을 하는 스타일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가사 쓰는 형식상으로도 조금 달랐던 것 같고.. 그래서 옛날에 믹스테잎 이야기를 꺼내면 주변에 형들... 주변 뮤지션들이 하던 말씀 중에는 ‘아깝게 무슨 에너지를 소비 하냐.. 정규를 내지.. 가사를 왜 낭비하느냐’ 라는 반응들이 꽤 있었죠. 그 이유라면 아마, 음반시장이 그때도 많이 작아지고 있었지만, 지금도 점점 잘 안 되가 면서, 정규앨범을 내는 게 오히려 더 부담스러운 일로 바뀐 것 같아요. 그리고 믹스테잎은 오히려 부담 없이 돈 많이 안들이면서 자기 실력을 뽐낼 수 있고... 일단 시장 분위기가 그렇게 되니까, 믹스테잎이 더 환영받는 분위기가 된 것 같고요. 그 다음에 또 한 가지는 mc들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이 돼서, 뭐랄까 진짜 미국 애들 하는 것처럼 가사가 쏟아져 나오는 거죠. 그냥 생활 자체가 랩인 친구들이 많아 진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은 가사가 아깝지가 않거든요. 저도 약간 그런 친구들한테, 양적인 면에서 뒤지고 싶지는 않아서.. 되게 자극도 많이 받고 있고요... 정말, 미국 믹스테잎이든, 최근에 한국에서 나온 믹스테잎이든, 들으면 항상 자극이 뭔가 되는 게 있어요. 되게 부담 없이 작업해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담겨 있고 하니까.. 음. 두 가지 인 것 같아요. 시장이 일단 정규 만드는 게 더 힘든 일이 되어버렸고요, 두 번째는 mc들 가사 쓰는 기량이 더 높아 진거죠. 그래서 믹스테잎이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저는 기본적으로 환영해요.. 재밌고. 정규 앨범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어깨에 힘들어가고 긴장이 되니까.. 하고 싶었는데 예를 들어서 ‘이런 건 뻘 짓 같은데?’ 해서 못하는 것들 있죠.. 그런 것들을 믹스테잎 에서는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것 같고요. 진짜 언더 속에서 언더 있잖아요. 정규 작을 내봤자 그야말로 묻힐 가능성이 있는 그런 친구들한테는 부담 없이 자기실력을 내보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고, 좋은 것 같아요. 근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믹스테잎이 팬들. 어린 팬들이 봤을 때 되게 새롭잖아요. 정규작하고 느낌과는 다르게... 그러니까 믹스테잎과 정규작품과의 감상을 할 때, 정규 작은 정규 작으로써 감상을 하고, 믹스테잎은 믹스테잎으로써 감상을 해서, 서로 다른 게임이라는 걸 알고 느끼시고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믹스테잎들이 막 떠 오른 지 얼마 안 되서 믹스테잎의 힘이 너무 센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부분에서 약간 걱정되는 게 있어요. 힙플: 이번 ‘누명’ 판매도 잘 되고, 반응 좋은 것 같아요. 버벌진트: 제가 만들면서도 음... ‘음악이’ 음악을 만드는 버벌진트 보다 더 커져버린 느낌을 받았어요. 작업을 하면서.. ‘이거는 내가 소유한.. 나의 창작물이다. 내 이름표를 달고 싶다’ 라는 느낌보다...자랑이라기보다는 요... 음... 음악 앞에서 제가 약간 경건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얘는 내 손을 통해서 내 머리와 판단을 통해 만들었지만, 좀 더 거대한 것이 들어갔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더블시디를 하면서도 가격도 낮게 한 편으로 알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지난 피버(Fever) 여섯 번째 공연 때도 이야기했는데, 이 음반을 살 의사가 없는 사람들은 다운 받아서라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이 음반은 저한테는 되게 소울 뮤직(soul music)이에요. 되게 소울 풀(soulful)한 음악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제 나름대로 영혼이 담겨 있고, 이 음반 자체를 제가 만들었다고, ‘버벌진트 꺼!’ 하는 것도 아닐 정도로 -제 나름대로 봤을 때- 음악자체가 성숙하게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은 마음을 거의 비우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런 부분들도 많은 분들이 느끼신 것 같아요. 기분 좋죠... 지금도 제 자세는 혹시 살 생각이 없는 그런 분들도 어디서든 다운을 받아서 들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힙플: 아마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안 들어보실 분들은 없을 것 같고요..(웃음) 이번 앨범의 완성도를 떠나서 많은 분들이 더 관심을 갖고 구매하게 된 영향 중 하나가, '마지막 정규 작'이라고 알려진 것의 영향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 마지막 정규 작 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데요. 버벌진트: 사실, 거기에 대해서 인터뷰를 통해, 많이 할 이야기는 없는데요. 음.... (정적. 버벌진트는 이 질문에 대해서 많은 시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되게 말 꺼내기가 어려운데, 여자하고 사귈 때로 비유 하자면, 애인관계로 오랫동안 사귀다가 ‘이런 순간이 오게 되리라고 난 이미 사실은 느껴왔었어’ 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순간이 정말로 딱 올 때가 있거든요.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의 관계하고는 앞으로의 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겠다.’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요. 음... 그러니까, 그런 것을 느꼈어요. 다시 여자와의 관계로 비유를 하자면, ‘관계가 좀 바뀌어야 될 것 같아. 애인은 더 이상 못 할 것 같다.’ 그런 식의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정규앨범이라는 이야기였고요. 제가 아니, 버벌진트가 힙합을 듣는 사람들하고, 작용하던 그런 방식. 그런 관계 맺는 방식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특별히 ‘이유가 이러이러해서 이랬다.’ 라고 말하기가 여자하고 헤어질 때도 되게 힘들잖아요. 제가 가장 성의 있게 답변을 드릴 수 있는 건 음반에 있는 가사들이고요.. 방금 말씀 드린 건 조금 더, 비유적으로 이야기를 했달 까요? 네... 이정도 밖에 말 못하겠어요. 힙플: 그렇다면, ‘애정이 사라졌다.’ 라고 해석을 해야 될까요? 이제까지는 애정을 담아서 음악을 했고, 이 씬의 변화나 뮤지션들의 변화를 애정이나 소울을 담아서 원했었는데, 이제는 그건 아니고.. 할 수 있으니까 하겠다.. 이런 식의 말씀이신가요? 버벌진트: 말씀하신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음...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뜨거운 단계가 있거든요. 그게 좋게 뜨겁든 나쁘게 뜨겁든 간에... 관계가 뜨겁다는 것은 ‘애증’이라는 말 쓰잖아요. 뜨겁다는 것은 서로에게서 뭔가를 기대하고 끌어내고 싶어 하고.. 상대가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고... 어떻게 보면 되게 어린 방식의 관계맺음의 방식 인 것 같아요. 어리다는 게, 어리석다는 그런 뜻은 아니고요.. 어린 나이에 가능한 것 같다는 이야기죠. 그, 뜨거운 관계로 평생을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거든요. 어느 단계에서는 쿨다운(cool down) 하는 단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이런 걸 느꼈어요. 지금까지는 사실 저는 뜨거움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해요. 처음 힙합 팬 분들과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엄청 뜨거웠을 때도 있었고, 아무튼 계속 뜨거운 단계였는데.. 모르겠어요.. 뜨거운 그것. 이제는 머리를 좀 식힐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힙플: 계속 어떤 연관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앨범 내에서 안녕을 고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제시하셨고, 이유를 설명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어떤 무명 앨범 발매의 이후의 반응들이나, 이른바 IP사건 제이독(J-Dogg of RhymeBus)과의 Diss. 그때의 영향들이 좀 많이 컸던 것 같은데요. 버벌진트: 제이 독하고 있었던 일은 순서로 보자면 무명보다 먼저였었죠. 어쨌든, 제가 지금 와서 돌아보면서 생각을 해보면은, 그 제이 독하고의 일, IP사건의 이야기들이든 간에, 약간 이상한 생각일 수도 있는데 정확히 그 형태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뭔가가 터졌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뭐랄까, 한국에서 힙합음악을 듣는 사람들... 힙합플레이야를 방문하고, 언더그라운드 음반들을 사고하는 그 사람들 간의 갖고 있는 이질감이라고 해야 되나? 그 중에도 여러 가지 부류들이 있잖아요. 나이로 봐도 엄청나게 다양한 나이 대가 존재하고, 힙합을 언제부터 들었냐로 따져도 엄청 다양하고요. 미국힙합을 듣는 사람들이냐, 아니면 정말 한국힙합으로 시작해서 한국힙합만을 듣는 사람이냐... 쉽게 말하면 이런 거고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음악에서 뭐가 중요하냐를 가지고 많이 싸우잖아요.. 어떤 잘 부딪히고, 주로 부딪히곤 했던 그런 그룹들이, 제이 독 때도 그랬었고, 다른 사건들이 있었을 때도 그랬었고... 그런 부딪힘이 확 터져 나왔던, 그런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근데, 그걸 통해서 저는 음... 그걸 통해서 뭔가 기존에는 잠잠한, 평화로운.. 게시판. 잠잠하고 재밌는 특별한 가십(gossip)거리 없을 때에는 얌전하잖아요. 그니까, 그 사람들의 심리라는 게, 얌전하다가 어떤 자극적인 일이 생겼다 했을 때, 그게 터져 나오는 것 같거든요. 그런 뭔가가 터졌을 때가 진짜 사람들의 성향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그 기회를 통해서 저는 실망을 한 부분들도 있고, ‘아 이럴 줄 알았는데, 정말 그렇구나.’ 하고 느낀 점들도 있고요. 다시 질문으로 간단하게 돌아가자면, 그런 상황들... 뭐가 터졌던 그런 것들이 저한테 영향을 당연히 줬긴 줬죠. 근데 그 영향을 준 근본적인 요소들은 제가 힙합음악 한다고 시작 할 때부터 존재해왔던 그 요소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것들이 가끔씩 가열되었다가, 가끔 잠잠해졌다가... 이게 작년에 뭐가 터지고 했을 때, 그 사람들이 완전 부글부글해서 터지는 그런 계기들이 되고, 그게 한 번, 두 번 터지면서 확연하게 제 눈에 보였던 것 같고요.. 어떤 성향이랄까요? 한국힙합 팬들의 그 성향이 대충 어떻게, 어떻게 걸리는지 같은 것이 되게... 분명하게 들어났던 그런 일이었던 것 같아요. 힙플: 제가 또 느꼈던 것은, ‘misunderstood’ 'Where The Real MC's at Now?' 'Losing My Love'. 결국은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들려줘도 진가를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 무명 시즌 때도 혹은 그 전부터도 아주 굉장히 답답해하고 계신 점이 결정적이라고 봐도 될까요? 버벌진트: 그것도 맞는 말이죠. 근본적인 것은 제가 힙합음악을 들을 때뿐만 아니라, 흑인 음악 등 모든 음악을 들을 때, 중요시 하고 감동받는 그런 요소들이라는 건, 쉽게 말해서 제가 이른바 ‘쩐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뭐라고 바꾸어 표현할 수 있냐면, ‘소울이 담겼다.’ 고 표현할 수 있거든요. 소울 풀한 음악이 저한테 감동을 주는데... 음. 많은 분들이 제가 이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음악에 있어서 테크닉(technic), 스킬(skill)적인 면을 넘어서 -그런 것들을 강조 한 게 아니라,- 어떻게 소울 풀한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그러니까, 한국인인데 흑인음악형태를 가지고 와서 어떻게 진심이 담기고 진짜 의미 있는 진실한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해왔었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쟤는 기술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다. 내용보다는...’ 이라며 거꾸로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그게 ‘misunderstood’ 진짜 희한하게도 정말 반대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되게 많거든요. 제가 배후라는 노래에서도(웃음) 제가 약간 코믹하게 묘사를 하긴 했지만, 거기 보면 ‘찌질한 의도로 만들면 애들은 리얼 힙합. 내가 리얼한 의도로 만들면 찌질 힙합’이라고 그러고.. 그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내가 이렇게 냈는데 몰라주는 거야?’ 하는 것도 당연히 있죠. 사람인데.. 근데 그거를 넘어서서 힙합음악이 멋있게 앞으로 나아갈 때. 어떤 사람들은 인정을 받아야 되고, 어떤 사람들은 무언가에 대해서 좀 욕을 먹어도 되고... 욕먹고 자극도 받고 이래야 될 것 같은데, 어쩔 때는 그게 반대로 가더라 이거죠. 많이 안타까웠었고, 지금도 안타까운 점이고요. 갑자기 하나의 예가 생각이 났는데, 비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게요. 작년에 ‘창작과 비트.’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형이 그 음반을 냈어요. 제가 오버하는 걸 수도 있지만, 너무 놀랐어요. 그 음반에 랩 한 구절 없는데, 그런 식의 리듬 구성이라는 거, 그런 식의 소리구성이라는 거 자체에서 이거는 ‘성과’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소울스케이프 형 개인으로 봤을 때는 어떤 건지는 저도 잘 모르죠. 그 형이 평소에 연습으로 해놨던 것을 낸 건지 어떤 건지 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거기에 있는 그런 비트들은 그 당시에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리듬. 쉽게 말해서 여러분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그루브(groove). 그런 것들을 제대로 담고 있거든요.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트랙에... 작년에 비트들을 이야기할 때, 창작과 비트의 비트들은 많이 거론이 안 되었던 부분. ‘이거는 소울스케이프 매니아들만 사라고 만든 건가 보다.’ 이런 식의 분위기가 됐던 것 같아요. 네. 조그만 예를 들자면 이런 경우죠. 힙플; 말씀하신 부분이 음악을 오래 안 들어서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거론이 되고 안 되고는 게시판을 통해서 거론이 되잖아요. 그렇다면 이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버벌진트: 놓치고 있다 라기 보다는, 글쎄요. 표현하기 좀 어려운 것 같은데. 음... 이런 것 같아요. ‘나는 힙합음악 팬이야.’ 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그 음악 듣는 패턴이나, 갖고 있는 애정이라는 것을 보면, 음반 안사고 가요 차트 상위권에 오른 거 즐겨듣고 좋아하고 하는 팬이랑 똑같은, 아무차이가 없는 그런 팬들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뭐라고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힙합음악...... 흑인음악에서 줄 수 있는, 거기서만 나올 수 있는 진실들이 있거든요? 정수들이 있는데... 제가 봤을 때, 꽤 많은 수가 한국힙합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게 힙합음악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좀 더 다가가기 쉬운 ‘작은 가요계.’ 이런 식의 느낌으로... 특히 어린 분들이 다가 오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똑같이 해당되는지 모르겠는데, 가요계에 SG워너비, 소녀시대, 원더걸스가 있으면 원더걸스한테, 소녀시대한테 사인받기는 어렵거든요. 근데 여기는 미니홈피 일촌도 되게 쉽게 할 수 있고, 공연장에 오면 인원도 상대적으로 작은 공연장에서 가까운데서 볼 수 있고... 조금 더 가까운 스타라고 해야 될까요? 접근성이 좀 있는 그런 스타. 조그만 가요계... 물론, 당연히 그 음악 속에 담긴. 정서나 어떤 메시지나 그런 것에 감동을 하는 게 당연히 있으니까,. 물론 이쪽으로 넘어 온 거죠. 그거에 대해서는 절대 부정하지고 않고요.. 그런 거는 당연히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그 분들이 힙합음악을 접할 때, 그냥 가요계랑 똑같이 접한다는 거죠. 여기서 미덕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서만 통하는 미덕이랄까.. 그리고 힙합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힙합음악이 커왔던, 어떤 그런 할 수 있는 장점들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 그런 맛을 아직 접해보지 못하신 채로 1년 2년째, 힙합음반을 사는 구매자 층으로 존재를 해왔는데, 근데 그런 맛을 내려는 랩퍼들이 막 갑자기 나와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오히려 그 사람들을 ‘돌 아이’로 보고 ‘왜 잘 존재하고 있는 힙합씬에 소란을 일으키려고 하느냐...’ 이런 식으로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고... 어떤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거는 단순하게 미국을 따라가자 한국 고유분위기를 만들자 이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힙합이 왜 힙합인지에 대해서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요. 이게 조그만 가요계가 되어버리면 정말 재미없고,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힙플: 말씀해주신 대로라면, 리스너들 뿐만 아니라, 가사에도 나오는 ‘Where The Real MC's at Now?’ 소가요계로 만들어 질 수밖에 없도록 뮤지션들이 제공을 한 측면도 있지 않나... 버벌진트: 어떤 작은 문화가 생명력을 얻고, 활기를 얻고 성장을 하는 데에는 창작자 층하고, 소비자층. 둘 다가 역할을 해야 되거든요. 어느 한 쪽만 뜨거워지고 어느 한쪽은 차갑거나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거나 하면은 그 문화가 잘 돌아가지 않을 거고요. 그게 심해질 경우에는 그 문화가 죽었다. 그 씬이 죽었다. 이렇게 되는 건데. 음... 전 한국은 어떤 조그만 문화들이랄까요.. 자생적인 어떤 그런 게 정말 성공한 적이 별로 없는 나라인 것 같거든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봤을 때, 한국힙합은 그래도 진짜 오랫동안 생명력을 갖고 건강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은.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는 과정들을 겪으면서 어쨌든 지금까지, 한국힙합. 되게 활발하게 온 것 같아요. 다른 가요계는 확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이쪽에서는 작은 움직임들이지만, 축소되지 않고 계속 뭔가 이렇게 하고 있잖아요. 저는 그런 건 되게 긍정적으로 봐요. 근데, 뮤지션들 입장에서... 글쎄요. 요새는 제가 방금 전에 질문 들었던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해요.. 뮤지션들끼리. 옛날에 분위기는 제가 완전 동생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정확히 캐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분위기는 ‘우리 한 번 크게 한 번 살려보자 이거를. 한 번 잘나가보자. 가요계로 확 잘나가보자’ 이게 어떤 주 된 주제의식이었다면, 요즘의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틀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많은 뮤지션들이 점점 더 고민의 양도 많아지고...똑똑한 MC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힙플: 이제 앨범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자켓의 이미지들부터, 유기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앨범인 것 같아요. 버벌진트: 만들 때, 어떤 생각이 기본으로 깔려 있었냐면, 역사를 다루는 영화들 있죠? 그런 느낌이 되더라고요 하다보니까. 애초에 ‘역사영화처럼 해야지’ 이런 건 아니었고요. 트랙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다 보니까 그런 식으로 줄기가 잡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형성이 되었고요, 제가 자켓 촬영할 때도 어떤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냐면 일제시대 때 뭔가에 누명을 쓰고 자기가 했던 의도와는 다른 반대되는 누명을 쓰고 투옥된 그런 분위기를 내고 싶었어요, 사실은. 너무 현대적이고 싶지도 않았고. 뭐라고 해야 될까.. 잘 나온 것 같아요. 일종의 역사영화처럼 앨범 흐름이 구성이 된 것 같아요. 초반의 트랙들.. 영화를 보면요, 중요한 사건. 예를 들어 영화순서상으로 첫 장면이 어떤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요. 그런 이야기가 앞부분에 나와요. 그 다음에 영화를 보다 보니까, 옛날이야기가 다시 돌아와요. ‘옛날에 이러이러 했던 거였어...’ 그런 스토리가 나와요. 약간 그런 식의 구성이랄까요.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힙플: 게시판으로도 말씀하셨던, 핵심적인 요소인 인스(instrumental)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1차원적으로?, 트랙의 제목으로만 연결 지어 봐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고요.(웃음) 버벌진트: 일단, 쉽게 말하면 제목을 따라가면서 들으시면, 명확할 것 같고요. 인스들이 스타일상으로는 되게 다양해요. 1번 트랙 같은 경우는 거의 힙합이 아니에요. 80년대 밴드 음악 같기도 하고..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닌 특이한 게 나왔어요. 음... 말씀드렸듯이 스타일상으로는 되게 다양한데요, 이것들을 뽐내기 용으로 넣었다 이런 건 전혀 아니에요. 뽐 내기용으로 넣으려면 넣기에 더 적합했을 다른 비트들도 있어요. 근데, 그런 건 아니었고요. 어떤 영화를 만약에 상상을 하신다면, 그 영화에 배경음악인데, 진짜 찡한 배경음악 있죠? 화면이 중심이 돼서 배경음악이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는데 배경음악이 가슴을 후벼 파는 거 있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넣었고요. ‘편견’ ‘선고’ ‘누명’. 그 장면에서 이런 게 깔린다 라고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첫 부분을 오히려 더 처절한 느낌으로 만들었고요. 뒤 부분은 오히려 저는 첫 부분이 처절하고, 이미 첫 부분에서 영화 시간상으로 끝장이 어떻게 났느냐가 나오고.. 그 다음에 앨범 트랙 뒤로 갈수록 옛날이야기 같은 느낌이랄까요.. ‘옛날에 이런 시절이었어. 이렇게, 이렇게 했었어..’ 하고, 맨 끝에 가서는 오히려 저는 긍정적인 느낌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사자에서 어린아이로’, ‘여여’ 같은 건 긍정적인 느낌으로 끝내고 싶었었고.. 이 정도면 조금 더 가이드(guide)가 될까요? 근데 사실은 이거 다 배제하고 그 중에 한 트랙이 꽂히셨을 때, 즉 한 곡에만 꽂히는 분들이 있을 거거든요.. 분명히. 저는 그런 반응들을 사실 기대하고 있는데, ‘왠지 가사 없는 곡인데, 되게 꽂힌다.’ 그거는 듣는 분들의 소유거든요. 자기 마음대로 상상하면 되는 거죠. 저는 제목을 그렇게 붙였지만, 기능성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꽂히는 곡이 있다면, 그 곡을 통해서 어떤 상상을 하시든, 그건 다 맞는 상상이고.. 특히 연주곡이라는 것의 묘미는 그런 것 같아요. 듣는 사람이 거기에 자기 그림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 제가 추천하는 제일 애착 가는 곡은 5번 트랙 ‘망각’이라는 노래에요. 애착이 많이 가요.... 힙플: 어떤 '심정'이 많이 담겨서 인가요? 버벌진트: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가 전하고 싶은 느낌이 담긴 것 같아요. 말로 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마 말로 할 수 있는 거라면 랩을 했을 거고요. 힙플: 말씀하신대로, 스타일상으로 엄청나게 많이 쏟아내셨어요. 어떤 ‘통 샘플링’ 에 대해서도 예전부터도 그러셨지만, 한 발짝 물러 서있는 곡들이고. 직접 쓰신 비트들에 반해서 ‘JA’이나 논란의 중심이 되는 분들도 참여를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오는 어떤 GAP은 없었나요? 버벌진트: 일단 음악 색깔 상으로 앨범흐름이 너무 엉뚱하게 깨지면 넣지 않았겠죠. 제가 판단했을 때는 여기에 '딱 이다' 싶어서 넣게 된 거고요. 물론, 작법이 다르죠.. 저랑. JA도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저도 보아서 알고 있거든요, 근데 그거는 사실 예전부터 우리끼리도 이야기하는 부분이고.... 근데 JA가 하는 작법이 그 한 가지 뿐인 것도 아니에요. 뮤지션에 대해서, 뭐가 이렇게 뭔가 나왔을 때, 무조건 '감싸 달라' 이런 것이 아니라, 한 뮤지션을 -감히 평가라는 말을 쓰자면- 평가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냥, 노래 좋으면 좋은 거고, 이런 분들이 계신 반면에 힙합 열혈 리스너들이 있어요. 뮤지션들을 평가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죠. 그게 나쁜 건 아니고요... 그런 분들이 당연히 존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죠. 근데, 그런 분들이 평가를 함에 있어서 맨 날 안타만 치다가, 한 번 파울을 쳤을 때, 그거 하나에 확 돌아서는 그런 것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되게 안타까운 거 같아요. 그런 분위기가 조금 있는 거 같아서 좀 아쉬워요. JA를 한 명의 아티스트로써, JA의 전체색깔이나, 작법이나 거기 담겨 있는 세계를 저는 되게 존중하고요, 되게 좋아해요. 그 방식 중에 쉽게 말하는 통 샘플링이라고 하는 방식이 그 중에 일부 있다는 사실도 맞는 사실이죠. 최근에 터졌던 그 이야기는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는 것 같고요. 여러 결과물들을 종합해서, 만약에 정말 심판을 내리고 싶다면 종합해서 심판을 내렸으면 좋겠어요. 네, 그렇게 생각해요. 힙플: 여전히 본인이 만드실 때에는 좋아하시는 스타일은 소위 말하는 모자이크 샘플링을 선호 하시는 거죠? 버벌진트: 일단 저는 룹(LOOP)을 따와서 돌리는 방식은 딱 한번 빼고는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그거를 못한다고 해야 될까요? 잘 못 해요.(웃음) 제가 모던 라임즈(Modern Rhymes) 때 했던 것은 말씀하신 모자이크 식 샘플링이랄까요? 소스들을 따와서 완전 해체한 후에 재조합 하는 그런 방식이 있고요. ‘무명’이나 ‘누명’의 곡들은 그냥 작곡이에요. 쉽게 말하면 미디 작곡이죠. ‘VSTi’(가상악기) 사용해서...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모르실수도 있는데, 프로듀서 지망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거고 해서, 조금 자세하게 설명하면, VSTi 도 쓰고, 큐 베이스 바탕으로 작업을 하고요. 최근에 작업들은 거의 100% 미디 작곡이고요. 샘플링이 사실은 아예 없죠. 누명에도 제가 만든 비트는 샘플링이 아예 없고요, 미디 악기들과 야마하 모티프(Motif) 신디사이저.. 노드(Nord) 리드가 유명한데, 리드 말고. 일렉트로(Electro)라는 키보드가 있어요. 되게 좋아하는건데... 그런 키보드나, 최근에 무그(Moog) 를 구입을 했거든요. 그런 것들과 제가 좋아하는 키보드들 사용해서 다 만들었어요. 제가 샘플링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제 방식은 이런 것 같아요. 저는 미디 작곡으로 언제부터인가 아예 확 들어서 버린 것 같아요. 예전에 IF - Bed Scene, Defconn - 두근두근 레이싱 때도 그렇고, 그냥 작곡이에요(웃음) 물론, 미국에도 넵튠(Neptunes)도 있고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오리지널 힙합간지엔 샘플링이 있거든요. 그게 원래 간지거든요. 거기에서 나오는 맛이 존재하는데 그 맛은 사실, 제가 하는 그 맛하고는 다르죠. 물론 제가 하는 방식이 지금 주류에서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는 한데... 특별히 뭐 하나를 선호하고 이런 것은 없어요. 힙플: 더 콰이엇(The Quiett)의 두 비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버벌진트: 솔직히 처음에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 만약에 ‘왜 나왔던 비트를 또 쓰냐...’ 하면서 누가 그거에 대해서 욕을 한다면, 할 말이 사실 없어요. 그냥 좋아서 썼어요. 너무 좋아서.... ‘완전 소울이다’ 느꼈고요(웃음) 그게 더 콰이엇 3집에 리스닝(The Listening) 이란 노래인데, 그것도 전 엄청 좋아했고요. 여기서 좀 다른 이야기인데, 저는 더 콰이엇 랩도 되게 좋아해요. 특히, 이번 믹스테잎에서는 되게 즐겁게 들었고요. 더 콰이엇의 어떤 솔로 힙합 아티스트로써의 완결성이랄까요? 그런 거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오자면(웃음) 제가 되게 조심스럽게 부탁들 했어요. 어떻게 보면 무례한 이야기로, 창작자대 창작자 입장으로써 이건 이거랑 똑같잖아요. ‘형 Favorite 비트 내 정규 앨범에 싣고 싶다. 근데 내가 노래 마음대로 할 거다. 해도 되겠냐.’ 이런 건데.. 어떻게 보면 되게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거든요. 싫어할 수도 있고요...본인이. 저는 알 수 없는 문제라서 되게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더 콰이엇이 일단, 되게 흔쾌히 허락을 해줘서 하게 됐고요. 앞서 말했다시피, 리스닝 가사가 싫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되게 좋았던 노래이지만, 그 비트에 저는 제 누명에 맞는 이야기가 너무 잘 들어맞는 걸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FEEL이 와서 그렇게 선택을 했고요. 그 곡은 아마 구정 때 녹음한 걸로 기억이 되는데, 가사가 순식간에 나왔어요.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simulation) 했던 거는 독립 운동 혹은 반정부 운동을 하는 ‘혁명’ 이런 운동하다가 내일은 자수하거나, 내일은 분명히 내가 잡혀가는 것을 알고 있는 그 과정에서 함께 했던 애인 혹은 사랑했던 여자한테 이제 못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건데, 겉으로는 당연히 ‘다시 만날 수 있지’ 라고 말하는 거예요. 하지만 사실은 못 만나는 그런 이야기. 그런 상황을 영화처럼 생각하고 썼고요, ‘역사의 간지’는 The Lost Me. 더 콰이엇이 무료로 인터넷에 공개했던 그 비트 중에서 선택을 했던 건데 그 비트들은 더 콰이엇이 다른 랩퍼가 써도 된다하고 공개 한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곡은 사실 딱히 할 말은 없고요.(웃음) 역시 제 앨범 사운드상의 흐름이나 주제상의 흐름에 되게 잘 들어맞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적재적소에 잘 선택을 하게 된 것 같고요. 힙플: 제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있는데, ‘INC(Elcue & R-Est)’와의 작업이 좀 의외였거든요.. 곡 자체도 이 누명 안에서 어떻게 해석을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도 있고요. 버벌진트: 트랙이 혼자 밝다고 해야 되나요? 조금 이질적이죠. 음... 이 곡은 JayRockin이라는 프로듀서가 비트를 만들었고요, 원래는 INC 노래였었어요. INC가 오히려 저한테 피처링을 부탁한 노래였는데, 제가 뺐어왔죠.(웃음) 아까 말씀드렸던, 영화스토리상으로 말하자면, 뭐 좋은 시절에 대한 부분이죠. 그런 건데..(웃음) INC 음악이 Runnin' 디지털 싱글밖에 공식적으로 나온 게 없는데요, INC도 현재 준비를 하고 있고 한데, 저는 되게 좋아해요. 'Want You' 이 트랙을 통해서 INC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했으면 좋겠는데, 약간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운데요. INC의 랩. 그런 랩이 저는, 한국에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랩이 잘하는 랩에 들어가거든요. 되게, 탄탄한 랩에 들어가는데. 음... 어떤 화려하게 쪼개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조금 없다 라는 것 때문에 조금 평가 절하되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들었을 때는 되게 즐거운 랩이거든요. 한 번 더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힙플: 그럼 이번에는 얼마 전에 오버클래스의 새로 함께 하게 된, 산(SAN). ‘산 선생님’(모두 웃음)과의 작업은 어떠셨어요? 버벌진트: 일단, 미국에 있으니까, 예전에 제가 Living Legend 작업했던 것처럼, 얼굴 한 번 안보고 작업 한 거죠. 물론, 나중에 현도형님은 뵈었지만 산은 아직 얼굴도 못 봤고요. 힙플: 오버클래스 분들 모두요?? 버벌진트: 네, 다 못 봤죠.(모두 웃음) 아무도 못 봤어요. 일단은 산 가사센스는 이걸 많이들 아시겠지만, 너무 좋아하고요, 좀 골 때리는 신선한 가사들을 많이 쓰더라고요. 그런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죠. ‘2008대한민국’ 그 곡은 작업부터 먼저 하고 제목을 나중에 붙였어요. 제목은 그냥 약간 뭐 ‘잘난 체’죠.(웃음) 예전에 1999 대한민국으로 해서 2001 대한민국이 있었는데, 그게 어느 순간 없어졌잖아요. 그러니까, ‘2008년에 제일 뜨겁고 이야기가 많이 되는 랩퍼들이다.’ 하는 자부심 같은 것이 담긴 제목이에요. 산, 스윙스(Swings) 저... 되게 밉상 라인업이죠(웃음). 되게 재밌었어요. 산과 스윙스 전 부 다 각자 가진 것에서 걸맞게 잘 뽑아준 거 같고, 비트는 오래된엘피 비트구요. 그 곡의 시작은 오래된엘피의 비트가 마음에 들어서 시작한 거예요. 비트 딱 듣고 FEEL이 딱 와서, '아 이거는 산이랑 스윙스랑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근데 얼굴 안 보고, 메신저로 왔다 갔다 한 작업이라서 좀 아쉬워요. 만나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웃음) 해야 되는데. 그리고 JYP 랑 무슨 이야기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데, 메신저로만 대화하고 있어요. (결국 산은 7월19일 오버클래스 컨퍼런스 2 공연에 깜짝 등장했다고 한다.) 힙플: 얼른 만나 뵙길 바라고요(웃음) DISC2. 리믹스(Remix)의 대향연이죠. SIMO의 리믹스가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한데, 이런 리믹스 트랙들을 따로 담게 된 의도라든지, 이 DISC2에 대한 이야기 부탁드릴게요. 버벌진트: 물론, 약속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오픈마이크로 ‘투 올 더 힙합키즈 투 리믹스 컴피티션’을 했고, 그거를 시디로 내겠다고 했었거든요. 이거를 지키고 싶었어요. 물론, 억지로 지킨 것은 아니고요. 그 리믹스들이 되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죠... 제 입장에서. 저도 음악 듣는 팬 입장에서 되게 신선한 사람들인 것 같았고, 시모(SIMO) 사이렌(SIREN) 밤덕(BAMDUCK) 싸이코반(PSYCOBAN) 네 분 다 되게 좋았고요. 컴피티션 지켜봤던 많은 분들이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듣고 잊어버리시잖아요. 그래서 음반형태로 그걸 내고 싶었고요.. 거기에 추가 된 다른 리믹스들은 그 때 리믹스가 열풍이었어요. 제가 부탁도 안했는데 주변에서 ‘이거 해봤어’ 하면서(웃음) 작업해서 보내주고... 그 중에 또 좋은 것들, 되게 신선한 것들... ‘이건 나 혼자 듣기엔 아깝다’ 하는 것들을 보너스 개념으로 ‘이런 식으로도 리믹스가 가능하구나’ 하는 재미를 줄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을 골랐고요. 그런 의도였었고.. Get 2 Know U 리믹스는.. 힙플: 저는 그 곡을 제일 재밌게 들었어요.(웃음) 버벌진트: 아... (웃음) 감사합니다. 그 곡은 제가 한 건데, 평소에 하는 거랑 다른 스타일로 간 거죠. 약간 저는 솔직히 민망해요. 만약에 음악적으로 누가, 선생님 같은 사람이 있어서, ‘누명’을 점수를 매긴다면, 저는 Get 2 Know U 리믹스 부분이 제일 부끄러울 것 같거든요.왜냐하면 평소에 안 하던 거니까, 이게 잘 된 건지 아니면 뻘 짓을 한 건지 잘 모르겠거든요.(웃음) 그런데도 Get 2 Know U 를 수록하기로 결정한건, 당시 원곡의 멜로디랑 가사를 금방 만들긴 했지만 애착이 가는 곡이고, 그 멜로디랑 가사 부분을 완전히 제 것으로 더 해석해 보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었어요. 힙플: 앨범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칠까 해요. 보도자료 그대로, 말씀하신 그대로 거대한 ‘소울’이 담긴 ‘누명’이잖아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버벌진트의 역사에서 어떤 앨범으로 남을까요. 버벌진트: 버벌진트 이름을 떼고서 보더라도 저 개인적으로, 10대 때 음악 좋아하고 팬의 입장이었다면, 20대에 들어서서 많은 사람들 앞에 곡을 발표하고, 형성해왔던 그 흐름의 클라이막스(climax)가 아닐까 싶어요. 이게 다음 클라이막스가 있을지 없을지 저는 모르고요. 진짜 알 수 없어요... 누명 내고나서의 시기는 머리를 식히는 시기가 될 거 라고 생각을 하고, 어디 여행을 갈지도 모르겠고... 아직 정확히 정해진 건 없지만, 제 나름대로 어떤 피크(peak)를 친 것 같아요. 만약에 누명을 작업함에 있어서 제가 ‘마지막 앨범이다.’라고 생각을 안 한 상태에서 그냥 누명을 내고, 그 다음에 ‘또 달려야지.’해서 달리다가는 머리가 터졌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버벌진트에 대해서라면, 앞서 말씀 드린 대로 클라이막스인 것 같아요. 힙플: 비솝(b-soap)앨범을 비롯해서, 외부 참여 곡은 아직 남아 있는 거죠? 버벌진트: 피처링(featuring) 한 것 되게 많아요. 지금 제가 갑자기 한강물에 빠져도(웃음) 나올 곡들이 되게 많아요.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피처링을 하고서 진짜 발표를 너무 늦게 하는 분들이 있어서요..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만요. 아무래도 되게 밀려 있는 것들이 많은데요. 그 중에도 사실은 되게 재밌는 거 많거든요. 누명하고 안 어울리는 것들도 많고요. 최근에는 미국식 하드코어 음악 하는 베이스먼트 킬러(Basement Killer)라는 밴드하고도 작업했어요. 예전부터 아는 형 한 분과, 자니로얄(Johnny Royal)에 계시던 멤버 분들하고 다른 분들하고 합해서 만든, 디제이 준(DJ Jun)도 속해 있는 그런 밴드에요, 누명하고 같은 날짜에 온라인 음원 시작 된 가리나 프로젝트라고 있어요. 찾아보시면 작년에 UCC로 되게 떴던 동영상의 주인공인데요. 가리나 프로젝트 피처링도 했고... 외부작업은 사실, 지금 손을 놔도 나올 것들이 되게 많이 있어요. 힙플: 오버클래스(Overclass)와 살롱(Salon)의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버벌진트: 살롱이 독자노선을 다시 걷는 거죠. 살롱은 원래 있었거든요. 오버클래스보다도 역사가 더 깊고요. 뭐 특별한 불화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이제는 각자의 노선을 따로 걷는다 뿐이지, 서로 요새도 가끔씩 보고, 작업 도와주고 그러고 있어요. 동반자의 느낌으로 함께 걷는 거죠. 힙플: 앞서 말씀해 주신, 비솝 앨범을 비롯해서, 현재 계획되고 있는 오버클래스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버벌진트: 일단, 굵직한 게 비솝 형이고요. 비솝 형 앨범은 저는 솔직히 좀 두려워요. 너무 오래 작업을 해서..(웃음) 어쨌든, 되게 독특한 앨범이 될 거에요. 비솝 형의 개성.. personality 가 워낙 강해서... 비솝 형이 피처링을 통해서야 여러 번 자기 색깔을 보여줬지만, 비솝이라는 뮤지션의 스타일을 1번곡부터, 십 몇 번까지 쫙 들려줄 그런 적은 없었기 때문에 많은 힙합 팬들한테,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원래는 이번 달에 나왔었어야 되는데, 모르겠어요.. 이번 달 아니면 다음 달에 나올 거예요. 그리고 엄청난 창작욕과 발전 속도의 스윙스(Swings). 단단하고 뜨거운 믹스테입 ‘#1’ 곧 나올 예정이고, 웜맨(Warmman)은 사회적 이슈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곡들로 최근작은 충격을 주었는데요. 본인의 정규앨범 작업하고 있고요, 저와 함께 오버클래스 센뜨랄(Overclass Central)의 운영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케이준(Kjun)은 힙합 써클 바깥에서 계속 작곡자, 편곡 자, CF 성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일이 많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로보토미의 영국(youngcook) 역시 힙합 써클의 밖에서 특유의 품격 있는 활동을 하고 있고, 믹스테입을 준비한다던 소문이 있는데 자세한 건 아직 저도 모르겠어요. 스테디 비(steady b) 역시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결과물을 준비 중입니다. 아, 그리고 오버클래스 ‘꼴라주 2’(Collage 2) 역시 스물, 스물 형태를 갖추어가고 있어요. 힙플: King of Flow? 버벌진트: 티 아이(T.I)가 자기가 킹(KING)이라고 하고요. 릴 웨인(Lil Wayne)은 베스트랩퍼 얼라이브(Best Rapper Alive)라고 하고요.(웃음) 제이 지(Jay-Z)는 자기를 갓 엠씨(God MC)라고 하거든요. 사실은, 저는 제 나름의 근거와 어떤 자신감을 가지고서 이걸 내세우는 건데, 인정하기 싫으면 인정 안 해도 돼요. 그걸 인정을 안 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쁠 건 없고요. 사실, 음악이 스포츠도 아니고, King of Flow 그걸 외치는 건 어떻게 보면 아까 말한 미국힙합에서 외치는 것처럼 일종의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위한 재미요소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는. 원래는 이렇게까지 말하면 안 되는 건데, 스윙스가 펀치라인 킹(punch line king)이라고 외치잖아요. 그게.. 사실은 그런 어떤 칭호들이 되게 프로레슬링 같잖아요?(웃음) 그런 식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게 진짜로써 받아 들여 진다면 좀 더 무게 있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는 거고요. 그니까, 제가 봤을 때 지금까지 누구든 간에 말도 안 되는, 어울리지 않는 칭호를 가지고 자기한테 자칭하는 경우는 전 별로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게 받아들여져서 별명처럼 애칭처럼 부르는 게 됐잖아요. 지금에 와서는 즐겁게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힙플: 너무 심오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재미요소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는 말씀이시죠?(웃음) 버벌진트: 물론, 게시판 놀이.. 같은 거 할 수 있죠. ‘한국에서 플로우는 누가 제일 화려한 것 같나요?’(웃음)하면서. 솔직히 저는 그런 이야기를 누군가 하고 있으면, 본질적으로는 충분히 자신 있죠. 힙합음악에 있어서는 이런 자신감이라는 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까 소울 이야기를 했지만, 힙합음악은 사실은 기술이 필수적으로 있는 상태에서 그게 담겨져야 되요. 어떤 악기를 가지고 소리도 못 내면서 ‘여기 진심을 담았다.’ 라고 하는 건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소리를 낼 줄 아는 상태에서 거기에 자기에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아야지... 어쨌든 명칭은, ‘난 King of Flow 고 나머지는 다 백성이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는 거죠. 힙플: 라임의 선구자, 이슈메이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이미지인데, 항상 수작[秀作]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는 아티스트 정도로 그간의 이미지를 정리해 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이 이미지들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가 주었던, 주고 있는 영향들에 대해서. 버벌진트: 음.. 사람은 어떤 카테고리로 규정 지어 질 때, 그걸 계속 깨고 싶어 하는 그런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없다면, 그런 사람은 창작자로써 부적격이라고 생각하고요. ‘이 사람은 이런, 이런 랩퍼. 이런, 이런 뮤지션.’ 으로 딱 규정이 지어져버리는 순간이 그 규정자체는 되게 구닥다리가 되어버리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계속 끊임없이 진화할 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 사람이든, 영화감독이든..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 면요. 음... 제가 만약에 누명 같은 주제의식으로 똑같은 앨범을 또 낸다면.... 똑같은 무게감과 되게 성실하게 만든 비트와 적절한 참여진과 함께해서 어쨌든 웰메이드(well­made)로 또 내요. 그래서 또 잘 팔리고 사람들이 ‘역시 잘 만드네..’ 이럴 수 있는데, 저한테는 아무의미가 없거든요. 누명 같은 앨범은 누명 하나로 충분한 거고 Favorite 같은 앨범은 Favorite 하나면 충분 한 거고.. 모던 라임즈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모던 라임즈가 목표했던 것이 전혀 안됐을 때, 그게 좀 안타까운, 되게 불쌍한 경우가 되는데 저는 이제까지 제가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거를 성취하고 싶다’ 했는데 못 성취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고통이 있었지만, 이런 걸 떠나서 지금까지 되게 변화를 잘 받아들이면서 진화해 온 것 같고요. 지금의 수작 이상을 만드는 사람에서 갑자기 수작을 못 만드는 사람으로 바뀌는 건 안 되죠.. 당연히(웃음) 어쨌든, 이미지라는 거는요.... 저는 계속 변화하는 이미지였으면 좋겠고, 그게 고정 되어 버리면, 화석처럼 되는 것 같아요. 전 음악 듣는 취향도 계속 변하거든요.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간 다기 보다 시대의 흐름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진실성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의 진실 된 무엇을 담고 있는 진실 된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서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고요.. 그런 트렌드(trend)들이나, 굵직한 변화들을 받아들일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힙플: ‘힙합’ 하면 딱 떠오르는 것? 버벌진트: 나를 왜 존중해야 되는지를 설명하는 거예요. ‘나는 리스펙(respect)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다.’ 하는 표현이요. 그렇게 생각해요 (웃음) 그것은 힙합 뮤지션뿐만 아니라, 힙합을 듣는 사람도 제가 봤을 때는 힙합을 통해서 느끼는, 의미는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힙플: ‘누명’이 여여(如如)로 마무리 되는데, 저는 한자가 가진 뜻대로 ‘변함이 없음’으로 해석했거든요. ‘변화’ 언제 쯤 올까요? 버벌진트: 음.. 그렇게도 해석 될 수 있는데, 여여(如如) 도 역시 어떤 불교철학 용어인데요. 뭐냐면, 외부에서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하거나, 사람들끼리 무슨 일이 벌어지거나 해도 거기에 크게 동요 되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러가도록 두고 집착 하지 않고, 갑자기 뜨거워지지 않는. 이런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런 거랑 비슷한 건데요(웃음) 아까 이야기했다시피, 뜨거워지는 버벌진트가 아닌 거죠. 강물을 관조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식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엔딩을.. 앨범의 끝을요. 변화가 없다는 것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긴 걸로 받아들여진 것 같은데, 그런 의도는 아니고요. 힙플: 긴 시간 수고하셨고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 부탁드릴게요. 버벌진트: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누명을 사신 분들, 사실 분들에게 되게 감사하고요. 그 다음에 구입 할 의사가 없는 분들도 꼭 다운받아서라도 마음을 열고 들어 봐주시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 오랜 시간 진심을 담아, 인터뷰에 응해 준, Verbal Jint 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인터뷰 | 김대형 (HIPHOPPLAYA.COM) 사진제공 | Overclass (club.cyworld.com/overclass7) 관련링크 | 버벌진트 공식 팬 카페 (cafe.daum.net/verbaljint)
  2008.07.25
조회: 23,036
추천: 25
  [인터뷰] 화지, '상아탑에서 불구경 편하게 하던지, 불에 타 죽던지'  [14]
HIPHOPPLAYA (이하 힙플) : 2년만의 정규 앨범이다. 공백이 꽤 길었는데 감회가 어떤가? HWAJI (이하 화) : 글쎄, 후련함 밖에 없는 것 같다. ‘아 나왔다. 이제 다음 거 할 수 있겠구나’ 힙플 : 얼마나 준비한 앨범인가? 화 : 자잘한 준비기간까지 모두 합치면 1년정도 되는 것 같은데, 다시는 이렇게 장기간이 걸리는 작업은 안 하려고 한다 (웃음) 힙플 : 원래는 작업속도가 빠른 편인가? 화 : 그건 또 아니다. (웃음) 쓸데없는 완벽주의라고 할까? 원래는 더 심했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내려놓은 상태다. 힙플 : 1집때와 비교하면 준비과정은 어땠나? 화 : 더 재미있게 한 것 같다. [EAT]를 통해 풀랭스 앨범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머릿속에 쌓여있는 쓸데없는 고민거리를 조금 덜어낸 상태로 작업했다. 하지만, 반면에 1집에서 시작한 썰을 매듭지어야겠다는 욕망은 커졌지. 결국 거기까지 해소를 잘 한 것 같다. 힙플 : 일단 [ZISSOU] 발매를 축하한다. 화 : 고맙다. 기분 좋다. (웃음) 힙플 : 1~2집 합본패키지가 예약판매 이틀 만에 품절됐다. 발매하지 않았었던 1집의 힘인가? 감회가 있었을 것 같다. 화 : 1집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 진짜 그 앨범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좀 계시는 거 같더라. 그래서 말 그대로 스페셜에디션으로 발매했던 건데. 정말 그렇게 다 나가고 나니 기분이 당연히 좋았다. (웃음) 사실, 나도 그 앨범을 가지고 싶은데 내가 가질 수 있는 수량도 없었다. 더 드릴 말은 없고, 사주신 분들에게 진짜 감사하다. 힙플 : 지난 앨범 [EAT]가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상을 수상했다. 당시를 소회한다면? 화 : 정말 내가 탈 거라는 기대 전혀 없이 그 자리에 간 거였기 때문에 상을 탈 때는 그냥 어안이 벙벙했던 것 같다. 무대 위에 올라서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웃음) 힙플 : 당시 수상소감으로 과정의 미학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화 : 맞다. 지금은 뭐든 인스턴트로 소비하는 시대인데 뭐, 그걸 두고 구조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소비패턴에 맞는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인기와는 무관하게 과정에서의 낭만을 좇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는 건데, 그런 사람들이 존중 받을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할 따름이다. 한대음 수상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정말 좋았다. 힙플 : 작품성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화 : (웃음)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다. 힙플 : 하지만 동시에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생기진 않았나? 화 : 존나 멋있는 척 하는 것 같지만, 그럼 부담보다도 항상 내가 내 작품에 만족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 그게 제일 괴로운 것 같다. 힙플 :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그런 슬럼프가 있었나? 화 : 되게 많았다. 사는 게 빡샐 때 찾아오는 기복들 말이다. 물론 지금도 빡새지만.. (웃음) 살다 보면 생기는 이런저런 문제들이 많지 않나, 그런 것 때문에 다운이 되다 보면 창작샘이라는게 그런 멘탈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 같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는 그런 업앤다운되는 삶이 솔직하게 녹아있다. 힙플 : 게시판 피드백은 좀 챙겨보는 편인가? 화 : 일부러 좀 안 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게 칭찬이든 욕이든 거기서 영향 받는 게 오히려 안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 줏대 있고 솔직하게 내가 가장 즐겁다고 느끼는걸 해야지 그런 피드백들에 영향 받는 게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앨범에 관한 피드백은 잘 안보는 편인데, 그래도 그런 건 봤다. 앨범 예쁘게 찍어서 올린 인증샷들. 그런걸 보면 기분은 굉장히 좋다. 힙플 : 그럼 주변반응은 어떤가? 화 : 앨범이 나오고 지금은 귀를 쉬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한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나왔다는 그 즐거움을 만끽하는 중이다. 힙플 : 일단, 앨범에 관한 호평이 대부분이지만, 비슷한 무드로 진행되는 구성이 지루하다는 피드백도 있는 것 같다. 화 :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다 잘 맞는 앨범이겠나 (웃음) 어떤 사람들은 나랑 좋은 대화를 하고 웃으면서 얘기 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들이 모두 나한테 술친구가 되지는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음악도 사람이 하는 거니까 맞는 사람이 있으면, 안 맞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두를 만족 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사람들이 즐거워해준 앨범이고 나는 거기에 보람차게 생각한다. 힙플 : 앨범 타이틀 [ZISSOU]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스티브지소와의 해저 생활’에서 따왔다고, 영화가 어떤 영감을 주었나? 화 : 내 인생영화 중에 하나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디테일이 굉장히 살아있고, 꽉꽉 채워 담는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나는 작품을 볼 때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맙게 여긴다. 그러니까 아티스트가 작품에 들인 공들이 느껴지는 순간들 말이다. 그럴 때마다 그것들을 경험하고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든. 아무튼,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이고 ‘스티브지소와의 해저 생활’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데, (사실 감독 이전에 이 영화의 주인공인 빌 머레이(Bill Murray)의 빅팬이다) 이 영화는 자크 쿠스토라는 해양 다큐멘터리 감독의 인생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정말 다보고 죽고 싶다는 거였다. 세상은 넓고 생은 너무 짧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영화 안에서 스티브지소라는 인물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에 가장 가깝게 살다간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 앨범의 전곡을 팀메이트 영 소울이 프로듀싱했다. 그에게 프로덕션을 일임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화 : 가장 빨리 되니까! (웃음) 이 친구도 작업량이 엄청난 스타일인데, 항상 편하게 가서 ‘야 이거 오늘 꽂히는데 이걸로 작업해보자’ 할 수 있는 작업물들이 늘 쌓여있다. 그리고, 한 명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확실히 어떤 통일성을 가져갈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통일성이 좀 전에 질문한 것처럼 어떤 사람들에게 지루함으로 다가갈 수 있겠지만 뭐, 항상 똑 같은 음악만 할 것도 아니고 딱히 신경 쓰지는 않는다. 힙플 : 영 소울의 랩을 들어본 지 좀 되었다. 둘의 랩 케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라디오스타(Radiostarr)의 작업물은 언제쯤 들어볼 수 있나? 화 : 나도 그렇고 그 친구도 성격이 재미없어지면 절대 안 하는, 그러니까 시켜도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걔가 느끼기에 랩을 해서 얻는 쾌감보다 프로듀싱을 할 때의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하더라. 랩을 하지 않는다고 슬프거나 그런 건 없다. 어쨌든 시간은 없고 좋아하는 걸 하려면 안배를 해야 하니까. 힙플 : 그럼 라디오스타라는 팀은 사실상 이제는 원프로듀서 원MC 팀으로 굳혀진건가? 화 : 글쎄 잘 모르겠다. 우리가 그 이름을 가지고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시도들을 해볼 거고, 어쨌든 다 도전하고 죽으려고 한다. (웃음) 힙플 : 앨범 아트워크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아트워크를 그려준 배즈본에 대해 소개해달라. 화 : 옛날에 라디오스타로 나왔었던 [Villainaire]라는 미니앨범이 있는데, 그 앨범의 커버를 그려줬던 분의 소개로 알게됐다. 박재광씨라고.. 지금은 촉망 받는 만화가인데.. (웃음) 아무튼, 배즈본이라는 친구가 어글리덕(Ugly Duck)의 싱글 커버를 멋지게 그려준 것도 보고해서 의뢰를 하게 됐다. 제천에 있는 온천으로 여행을 가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나눴는데, (웃음) 굉장히 재능 있는 친구고, 내가 생각했던 걸 그림으로 잘 구현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힙플 : 싱글 곡들의 커버 이미지들이 [ZISSOU]의 전체 아트워크로 이어지는 발상이 굉장히 참신했다. 화 : 일단, 뭐 이건 이런 뜻이야 저런 뜻이야 하기보단 그림으로서 예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첫 번째였다. 그림이 점점 줌아웃이 되는 건데, 앨범 중심에 있는 테마가 ‘큰 차원에서 바라보는 세상’이었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을 담고 싶었다. 그걸 너무 잘 담아준 배즈본한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힙플 : 아트워크에 지구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이번 앨범에서 화지의 시점인 것 같은데, 조망효과라고 하나? 화 : 맞다. 조망효과라는 건, 말하자면 우주비행사 같은 사람들이 지구 바깥으로 나갔을 때 느끼게 되는 의식의 전환 같은 거다. 상상해봐라 처음으로 지구 밖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상황을. 지구 주변에는 무한대로 아무것도 없고, 우리는 이 얇은 산소막 덕에 살고 있는 작은 존재인지를 느끼게 되는 거다. 60억 인구가 들어있는 우주선에 살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무한대처럼 펼쳐져 있는 어둠을 보면서 이 밖으로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의식의 업그레이드 같은 거지. 이번 앨범은 그런 걸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다. 유명세에 대한 비유를 하자면, 유명세 자체가 좋다기 보다, 유명해지고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 때 그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커지지 않나.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의식의 주파가 맞춰지듯이. 힙플 : ‘상아탑’을 듣다 보면 어쨌든 지금의 위치나 현실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관하고 있는 것 같다. 흔히 속세를 떠나 즐기는 경지에 일컫는 사람들을 상아탑에 빗대서 표현하지 않나 화 : 사실 ‘상아탑’같은 곡이나 이런 모든 것들이 나를 비관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막상 즐겁게 살고 있거든. 그러니까 그런 식의 세상의 멸종을 암시한다 던지 하는 가사들은 사람들의 기억에 더 남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던 것 같다. 그리고, ‘상아탑’은 어느 정도 상아탑이라는 말에 대한 비꼬는 표현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아이보리 타워라고 하는데, 사실 그건 말 그대로 근데 ‘아이보리 타워에서 좀 내려와!’ 할 때 쓰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있는 표현이거든. 결국, 상아탑에 올라서 불구경 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그것만이 답이 될 수는 없는 거다. 결국, 탑에 갇히게 되면 세상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적어지니까 말이다. 어쨌든, 지금 세상이 이렇게 잔인한 세상이다. 상아탑에 올라가서 불구경 편하게 하던지, 불에 타 죽던지 해야 하니까.. (웃음) 힙플 : ‘상아탑’의 특정 구절은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캠페인 ‘Do The Right Rap’을 겨냥한 듯한데? 올바른 랩 이딴 거 씨발 됐고 니 챙겨 나는 백퍼 재미 위주, 아님 왜 여기 있겠어? – 상아탑 화 : 근데 그건 ‘Do The Right Rap’ 벌스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 그 캠페인의 취지 역시 엄격하게 ‘올바른 랩 해야 돼, 너네 이거 아니면 존나 틀렸어’라고 하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힙플 : 앨범의 참여진이 많지 않다. 곡들마다 참여 뮤지션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화 : 뭐 기준이라고 하긴 우습고, 팔로형이랑 상구형 같은 경우는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내 세대의 랩퍼들이다.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때 힙합 공연을 가게 되면 보는 형들 말이다. 그런 형들과 항상 작업을 같이 하고 싶었다. 힙플 : 딥플로우가 라디오에서 ‘정신 똑바로 박힌 랩’이라는 말을 했다 화지도 정신 똑바로 박힌 랩퍼 중 한 명이 아닌가 싶은데.. (웃음) 화 : 내가 랩에서 정신이 똑바로 박혔는진 모르겠지만, 뭐.. 내가 정신 똑바로 박힌 놈은 아닌 것 같다. 음.. 절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웃음) 근데, 형이 뭘 말하려는 건지는 알 것 같다. 힙플 : 앨범 작업 중, 영화 외에 가장 큰 영감이 된 것들이 있나? 화 : 뭐든지 자연스러운 것 같다. 내가 좀 애 같은 면이 있어서 주변에 딸랑딸랑 소리 나는 게 있으면 이거 잡았다 저거 잡았다 하는 편이다. 아무튼, 관심이 가고 안가고 하는 것들이 있는데, 최근에는 진짜 이거 들어봐야 되겠다 할만한 음악이라 던지 그런 건 딱히 없었던 것 같다. 한국힙합에 있어서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뭔가 만족이 안 되더라. 듣기 좋은 것들이 많이 나오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힙플 :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음악들에 관한 얘기인가? 화 : 맞다. 근데 말초적인 것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나도 말초적인 거 되게 좋아하거든. 말초적으로 쳐먹어서 살도 이렇게 막 찌는 거다. (웃음) 뭐, 어쨌든, 내가 말하는 건, 뭔가 어떤 세계관에 확 동기화 되어서 빠져들었다고 할만한 앨범이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말이 좀 우습지만, 지적으로 머리가 충족이 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내가 생각하는 랩은 굉장히 인텔리전트한 음악이고, 말로 할 수 있는 최상의 노래인데 말이다. 힙플 : 힙플 : 과거 인터뷰에서 한국 힙합 씬을 누리는 사람들이 문화적인 이해가 많이 없다는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느끼는 생각은 어떠한가? 화 : 글쎄, 잘 모르겠다. 그게 강요될 수는 없는 부분이니까. 다만, 선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나도 그렇고 이곳에서 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음악을 떠나, 사는 방식에 있어서 멋있게 살고 그런 선례가 된다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상아탑’의 가사처럼 그것 또한 오만일 수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아닌 것들이 있는데 어쨌든 그건 내가 바꿀 수 없는 거기 때문에 나부터가 선례가 되는 게 맞는 것 같다. 힙플 : ‘꺼져’와 ‘그건 그래’는 1집 수록곡 ‘새로운 신’의 후속편 같은 느낌이다. 친구 혹은 동창생과의 대화 상황을 가사의 설정으로 계속 활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화 : 작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내 핸드폰이 내 가사 노트인데, 요즘에는 다 동기화되고 편하지 않나, 그래서 걸어 다닐 때 생각나는 것들을 그냥 그 자리에서 쓰는 편이다. 내 앨범에 핵심이 되는 주제의식이 있으면 그거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장치나 소스들이 살면서 문득문득 떠오르기 때문인데 그리고, 그건 백퍼센트 친구들 혹은 동창들이 모여서 취해서 개소리하는 술자리인 경우가 많다. ‘그건 그래’ 역시 그런 식이었다. 동창생들이 모인 술자리에 갔는데, 그 때의 존나 재미없는 순간들이 내 앨범을 표현하는 장치로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의 일들을 적어놨고, 그때의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 같다. 힙플 : UGK에서 언급하는 개미와 배짱이들은 동창생들과 화지로 대변되는 두 그룹인 것 같다. 화 : 굳이 이분법적으로 그렇게 세상을 나누기는 싫지만, 개미가 있으면 배짱이가 있기 마련이다. 뭐 그건,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들어왔던 얘기니까. 어쨌든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걸 얻기 위해 살아 가는 거라고 본다면 그 과정에서 각자만의 방식이 있는 거겠지. 배짱이들도 그들이 사는 방식이 있는데, 내가 타고난 거기도 하지만, 이 사람들은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이건 정말 좋은 뜻으로 얘기하는 건데 우리는 타고난 한량이란 말이다. 근데 이 배짱이들의 장점이 뭐냐면 똑같은 순간에서도 개미들보다 훨씬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다는 거다. 그건 자부할 수 있다. 왜냐면 우리는 순간의 쾌락을 항상 추구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힙플 : UGK가 얘기가 나와서 곡 제목을 UGK로 지은 특별한 의미가 있나? 화 : 일단, UGK를 되게 좋아하고, 영소울이 비트를 줄 때의 비트제목이 ‘UGK’였다. 이게 전형적인 UGK 느낌의 곡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남쪽의 그 리듬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곡을 썼는데, 곡의 내용이 ‘100 유지해’이기도 하고 약자가 ‘Underground King’이기도 해서 제목으로도 좋다 싶었다. 사실, 제목 고민은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웃음) 힙플 : ‘100 유지해’란 구절은 ‘Keep it 100’라는 영어식 표현을 의미 그대로 옮긴 건데, 그런 식의 한글 표현에 대한 시도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화 : 생색을 좀 내자면 그래서 이게 어려운 작업인 거다. (웃음) 그 표현을 이렇게 가지고 왔을 때 이게 무슨 국뽕이 되면 안되지 않나 (웃음) 그 느낌 그대로 살아야 성공한 건데, 만약 그렇지 못했을 때는 샤프한 재미를 죽이게 되는 거거든. 우리나라 전통적인 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영어 표현의 날카로운 토씨까지의 구현이다. 예를 들면 센스형은 그런 방면으로 엄청나다. 말 그대로 완성된 한국식 표현들이고, 때문에 분명 우리나라 말인데 들어도 존나 멋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 한영혼용 랩에 대한 강박이라고 하면 좀 과장인가? (웃음) 화 : 강박이라기 보다는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그리고 이게 더 어렵다. 확실히 그냥 영어로만 하면 굴러가는 소리에 쌔고 영어만의 발음이 있기 때문에 그루브 형성이 잘 되는데 한글로 그걸 표현하려면 훨씬 더 어려운 게 있다. 이건, 내 나름의 도전의식 같은 거지 (웃음) 힙플 : [ZISSOU]의 트랙들을 관통하는 두 가지 정서가 있다. ’쾌락주의’와 ‘허무주의’인데, 언뜻 보면 대립할 것 같은 개념인데도 앨범 속에서 공존하고 있더라 화 : 나는 허무주의 때문에 쾌락주의가 따라 온다고 항상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 이유가 결국에는 생각의 생각의 생각의 끝을 끝까지 가다 보면 모든 질문의 끝에 ‘야 X발 그럼 난 뭔데?’가 있어서라고 하지 않나, 존나 큰 우주에서 하염없이 작은 나의 존재는 뭘까 하는 그런 허무주의에 빠진다는 거다. 아까 조망효과에 대해 얘기한 것도 이거와 비슷한데, 그렇지만, 난 그런 허무주의에 빠질 때 반대로 좀 더 큰 그림에 기대서 지금의 걱정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허무주의가 쾌락주의를 동반하는 거지. ‘어차피 내가 하는 거 다 부질없다’라는 생각이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쾌락은 다 누리다 가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가 그렇게 살았었는데, 지금은 그 벨런스를 많이 찾은 상태다. 힙플 : [ZISSOU]에는 몇몇 곡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오는 구절들이 있다. 먼저 “세상이 미친 게 아니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화 : 무슨 뜻으로 썼는지에 대한 대답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가사를 쓸 때 최대한 안 꼬아서 쓰고 어느 정도는 직선적으로 얘기하려고 하는데 결국에는 사람들이 상상하기 나름이니까. 자라면서 어떤 자아가 형성이 될수록 조망효과의 일부처럼 자신의 자아만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자아가 이 세상 어디에 어떻게 위치해 있는지에 대한 걸 알게 된다. 그 전환이 누구나 다 거치는 거라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더라 결국, 이 세상이 미친 게 아니라,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런 발상이 허무주의에 빠지는 발상이라 조심해야 하지만 (웃음) 아무튼, 이 구절은 그런 발상에서 나온 구절이다. 질문에 허무주의와 쾌락주의가 대립하는 것 같다고 말했듯이. 내가 듣기에도 재미있는 게 분명히 그랬던 것 같다. 그런 두 관점의 대립이 계속 되면 결국에는 내가 생각하는 열반에 가까운 거를 찾게 되는데, 이 앨범은 그 과정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힙플 : 1년안에 굉장한 세계관을 펼친 것 같다 (웃음) 화 : 힘들지만, 기분 되게 좋을 때도 있었다. 중요한 건, 어쨌든 이런 작업은 다시는 안 할거다. (웃음) 힙플 : “우린 우주의 작은 점”이라는 구절도 무려 세 곡에서 등장한다. (’Ill’, ‘Gypsy Girl’, ‘이르바나’) 화 : 마찬가지로 조망효과에 대한 관점에서 우리는 진짜 우주의 작은 점이라는 발상이었다. 그런 발상으로부터 허무주의라던지 아니면 쾌락주의, 열반으로 향하는 양 갈래길이 펼쳐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 그런 생각들에 발단이 된 영감들이 있나? 왠지 평소에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 엄청 볼 것만 같다. 화 : 글쎄.. 그거 재미있다. 옛날에 칼세이건이 먼저 했었고, 닐 타이슨이 복각한 코스모스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인데 어딘가에 있을 거다. 티비 다시보기 이런 거에 무슨 오바마가 추천한 특집 다큐.. 이런 식으로 있을 거 같은데, 그걸 보는걸 추천한다. (웃음) 그거 말고도 원체 옛날부터 별이 많은데 살아서 어릴 때부터 어딜 가도 올려다보면 항상 하늘에 별이 가득 있었는데, 사람이 그런데 살다 보면 이런 끼가 생기는 것 같다. (웃음) 힙플 : ‘서울을 떠야 돼’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화지가 정의하는 ‘21세기 히피’가 ‘20세기 히피’와 다른 점이 궁금하다. 언뜻 비슷해 보여도 우린 절대 아냐 20세기 히피 요새 보면 욕심 그릇 큰 베짱이가 군림 판은 뒤집혔지 이미 - 서울을 떠야 돼 화 : 돈맛 본거? 21세기 히피는 돈이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비싼 삶의 방식인 거지. 그래서 그 삶을 유지하려면 공격적으로 쟁취를 해야 되는데, 그거를 아는 사람들을 나와 내 주변의 친한 친구들은 21세기 히피라고 부른다.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정의한 건데, 이 노래도 거기서 파생된 노래다. 힙플 : 공격적으로 쟁취해야 되는 거.. 히피로 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웃음) 화 : 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걸 아는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유지를 해야 누릴수 있는 거 아닌가, 그걸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힙플 : 화지에게 서울은 어떤 공간인가? 화 : 서울? 답답하다. 옛날에 대학 다닐 때는 방학에 한국 들어오면 진짜 놀러 오기 좋은 곳이었지만, 그래도 이곳에 몇 년 있어보니까 이제 알겠더라고. 놀러 오기에만 좋은 곳이라는걸.. 일단, 빡빡하고 사람들은 여유 하나도 없고, 예의도 없다. (웃음) 그렇게 살다 보면 가끔씩은 서울을 떠나서 상쾌하게 기분 전환을 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내일 시골에 내려갔다 올 예정이다. 힙플 : 이 앨범에선 ‘바하마’가 서울의 대척점 같은 곳인데, 왜 바하마인가? 화 : 막연한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웃음) 그게 내가 어렸을 때 꽂힌 단어인데, 지금 막상 알아보니 따지고 들었을 때, 그렇게 천국 같은 곳이 아니더라 (웃음) 만약 선택하라면 거기 말고 나는 다른데 갈 것 같거든.. (웃음) 근데, 바하마는 어릴 때부터 내 머릿속에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왠지는 모르겠다. 어릴 때 티비에서 어떤 미국채널을 봤다던지 이러지 않았을까? 뭔가 야자수가 깔려있고, 바다가 펼쳐져 있는 그런 장면들이 어렴풋이 남아있거든. 어떻게 보면 되게 개인적인 단어긴 한데, 그냥 바하마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 아는 곳이니까. 그런 식으로 나한테 개인적인 단어가, 사람들한테 어떤 의미로 공감이 되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다. 힙플 : ‘나르시시스트’에서는 이슈에 민감한 소셜미디어 속 목소리들을 나르시시즘이라며 조롱한다. 어떤 계기로 이 곡을 쓰게 됐는지 궁금하다. 화 : 그냥 내가 나르시시스트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어느정도 그런 기질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겠다 싶기도 하고.. 더군다나 우리는 어쨌든 이거밖에 없지 않나. 그리고, 더 깊게 들어가서는 어떤 생각까지 했냐면 선한 사람의 선행들, 예를 들어 이웃집에 떡을 돌리고 남 몰래 하는 선행들도 어떻게 보면 다 일종의 나르시시즘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것도 어느 정도 감정의 다운타임에 나온 발상이긴 한데, 결국에는 그게 지금의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힙플 : 어떻게 보면 [ZISSOU]의 준비과정이 본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을 것 같은데, 마지막 트랙 ‘이르바나’ 같은 경우는 사전적 의미로 열반이다. 마지막 트랙에 어떤 열반을 했는지 궁금하다. 화 : 해답이라고 할만한 건 당연히 없다. 내가 예수, 부처도 아니고 얼마나 살았다고 거창한 해답을 내리겠나 다만, 마음은 편하다. ‘내가 올바르게 내가 원하는걸 좇으면서 가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나한테는 일종의 작은 이르바나였던거지. 힙플 : 딥플로우의 [양화]에 수록되어 있는 ‘열반’이라는 트랙에 ‘좆같은걸 초월한 뒤에 남은 열망은 영감을 채워 만들 명반밖에 없다’라는 라인이 있다. 이번 앨범의 화지와 그 라인이 굉장히 오버랩 되더라 화 : 맞다. 그래서 내가 항상 상구형의 팬이다. 그냥 죽는 순간에 진짜 후회가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거 모두 시도라도 한번 해보고 죽고 싶다. 열반을 통해서 뭔가를 쟁취할거라기보다는 그냥 열반 자체를 원하는 거지. 마음의 평화를 지킨 상태로 이 세상을 뜨고 싶다. 힙플 : 마지막 질문이다. 화지 본인이 직접 청자들에게 앨범의 감상 포인트를 짚어 준다면? 화 : 그런 거 없고, 듣고 싶은 대로 개인적인 공간이든 어디서든 접하시고 싶으신대로 하십쇼. 다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첫 곡부터 끝까지 한번쯤은 돌려봐주면 좋을 것 같다. 그 이상은 부탁할 수가 없다. 인터뷰 | 이승준, 차예준 (HIPHOPPLAYA.COM) https://twitter.com/Hwajilla https://www.instagram.com/hwajilla/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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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윙스(Swings) - '#1 MIXTAPE Vol.2' 인터뷰  [89]
힙합플레이야 (이하 힙)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인만큼 회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스윙스 (이하 스) : 팬 여러분 너무 반갑습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재밌는 일이 있었고, 지금도 재밌게 하고 있어요. 힙 : ‘성장통’ 인터뷰 이후 첫 인터뷰네요. 성장통 인터뷰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로 스윙스씨가 브랜뉴뮤직(BrandNewMusic)에 합류한 것을 꼽을 수 있잖아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어요? 스 : 저스트피자가 망하면서 가족과 저 모두 경제난을 겪었어요. 하필 그 때 어머니도 하시던 일이 안됐었거든요. 또 저희 아버지는 신촌 YBM에서 되게 오랫동안 영어강사를 하셨는데 점점 떨어지더니 다른 곳으로 옮기고 안 좋은 상황이었어요. 저는 원래 메이저회사로 다시 갈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제 현실을 생각해서 메이저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저랑 인간적으로 가장 잘 맞는 사람이 라이머(Rhymer)형이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어요. 힙 : 스윙스씨가 브랜뉴뮤직의 소속 아티스트로 처음 낸 작품이 윤종신씨와 함께한 ‘Lonely’잖아요. 곡 자체도 좋고 뮤직비디오도 좋았는데 추가활동이 없었어요. 스 : 'Lonely'는 2012년 11월에 나왔는데 사실 맛보기로 냈던 거예요. 12월이나 1월에 바로 앨범을 또 낼 생각이었는데 결국 무산됐어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사실 'Lonely'에 대해서는 일부러 홍보를 안했었는데 홍보를 했다면 좀 더 잘 됐을 것 같아서 저도 아쉬워요. [M/V] Swings - Lonely (Feat.윤종신) http://hiphopplaya.com/magazine/10043 힙 : 스윙스씨는 브랜뉴뮤직 소속 아티스트이면서 저스트뮤직(JustMusic)을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잖아요. 저스트뮤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스 : 저스트뮤직은 제가 2009년에 'Punch Line KingⅡ'라는 앨범을 내면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 때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그냥 이 게임의 선수로서 잘하고 있을 때 뭔가 감독질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어설프게 시작했는데, 다행이도 저를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 중에서 다수가 나갔고 지금 저스트뮤직에 남아있는 사람은 기리보이(Giriboy), 노창, 블랙넛(Blacknut) 이렇게 세 명인데 되게 잘 되고 있어요. 이제는 인프라도 잡혔고 좋아요. 힙 : 최근에는 XXL에서 선정한 ‘싸이 외에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 랩퍼 15인’에 뽑히셨잖아요. 먼저 축하드립니다. 세계적으로도 펀치라인킹으로 소개되었는데, 선정된 소감이 어떠셨어요? 스 : 솔직히 미국인의 입장에서 ‘동양 애들이 하네’ 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미친 영광이라고는 생각 안하지만, 감사한 동시에 이럴 때 일수록 더 겸손하자고 생각하고 더 높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XXL 홈페이지 캡쳐 [링크] * 15 Korean Rappers You Should Know That Aren’t Psy @ XXL http://www.xxlmag.com/rap-music/2013/02/15-korean-rappers-you-should-know-thats-not-psy/ * 싸이 말고 당신이 알아야할 한국 래퍼 15인(번역) @ HIPHOPLE (http://hiphople.com) http://hiphople.com/scrap/587833 힙 : 비슷한 시기에 힙플 게시판에는 '스윙스 때문에 국내힙합이 망했다‘는 글이 논란이 됐었는데 혹시 보셨어요? (ID: dmltls09, fuck123) 스 : 네, 봤어요. 되게 잘 읽었고 그 글에서 저를 언급한 자체가 저를 그만큼의 영향력 가진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기분이 나쁘기도 해요. 왜냐면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저를 인간적으로 싫어하더라구요. 제 노래에도 “얜 구리대 인격 날 알았다면 그 말은 절대 못했을 걸” 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냥 이 정도 얘기하고 싶어요. 근데 그 사람들이 미워도 제가 더 잘해서 결국 인정을 받아내는 게 랩퍼로서 가장 멋있는 태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재밌었고 이것 때문에 논란이 돼서 좋아요. 그냥 관심받는 게 좋아요. 힙 : XXL에서도 그렇고 힙플 게시판 글도 보면 펀치라인(Punchline)에 대해 언급했어요. 스윙스에게 펀치라인이라는 건 어떤 의미예요? 스 : 우선 펀치라인에 대해서 똑바로 정의 내려야 할 것 같아요. 한국 MC들 중 다수가 제가 등장하기 전에 펀치라인이라는 말을 다 썼었어요. 이름은 언급 안하겠는데 제가 아는 사람만 해도 적어도 4명은 알거든요. 그 중에 몇 명은 제가 설득을 시켰는데, 몇 명은 끝까지 고집을 부리더라구요. 그 사람들이 인터뷰에서 스윙스가 펀치라인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하는데, 난 미국에서 살다왔잖아요. 근데 펀치라인이라는 건 다른 의미가 없어요. 유머에서 끝부분, 웃기는 부분이 펀치라인이거든요. 펀치라인이라는 말은 미국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에요. 사람들끼리 놀다가 “아 이건 펀치라인 구린데?” 이렇게 얘기하는 게 맞는건데 몇몇 MC들이 그걸 잘못 전달하고 있어요. 펀치라인은 그거 딱 한 가지 의미에요. 이것밖에 없어요. 힙 : 펀치라인킹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스윙스씨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메시지가 희석되기도 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 : 저는 이해해요. 저를, 제 음악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떻게 100%가 다 이해할 수 있겠어요. 저를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은 저를, 제 음악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 사람들이 많은 걸 놓치는 거에 대해서 솔직히 열 받기도해요 물론. 그런 사람들한테 대놓고 얘기한다면 ‘니가 멍청해서 못 알아듣는 거고 니가 나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불행한거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데, 이제 좀 더 큰 사람이 되고 싶어서 ‘좀만 더 마음을 열어’ 라고 얘기해보려고요. 제가 펀치라인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고, 절대로 누구한테 물려줄 생각도 없어요. 저는 다른 걸 이미 많이 증명했어요. 예를 들어 ‘500Bombs’라는 노래만 들어봐도 이미 증명해냈고요. 힙 : 그러니까 음악을 듣는 태도의 문제라는 건가요? 스 : 네.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리스너 중에 꼰대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그것도 힙합에만. 발라드 노래를 들을 때 박효신은 발성이 구리네, 나얼이 이래서 별로네 이런 얘기는 안하거든요. 락하는 사람들한테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힙합은 듣는 연령층이 어린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삿대질하는 걸 좋아하는 애들이 많더라고. 그래서 얘기하고 싶은 게 너무 닫혀있는 마음으로 들으면 절대로 즐길수 없다는거? 그니까 팬들 중에 몇몇은 랩퍼들이 어떤 가사를 쓸 때 성격이 하나의 메리트라고 보지 않고 깊어야 된다, 진지해야 된다는 식으로 얘기해요. 근데 음악이라는 건 여러 가지를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고, 절대로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다양하게 표현할수록 더 멋있는 예술인이라고 생각해요. 힙 : 그럼 펀치라인킹이라는 타이틀은 계속 가지고 가고 싶으신가요? 스 : 당연하죠. 내가 킹인데. 저보다 말장난 잘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힙 : 이제 다른 얘기 좀 해볼게요. 디스사건이 벌써 1년이 지났어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디스사건에 대한 스윙스씨의 생각이 궁금해요. 스 : 일단 시원했어요. 너무 재밌었고. 'urltv'이라고 되게 유명한 힙합 배틀 사이트 보세요. 거길 보면 미국 애들은 지들끼리 진짜 심하게 말을 하는데 끝나면 악수하고 웃고 넘어가거든요. 그게 프로라고 생각해요. 많이 생각해봤는데 우리나라에서 힙합이라는 게 조금 더 프로적인 느낌이 나려면 예의, 인맥같은 걸 좀 적당히 절제시키고 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Audio] 스윙스 - '심각하다' (http://hiphopplaya.com/magazine/9037) 힙 : 그럼 한국힙합에서 디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인가요? 스 : 일단 디스가 있으려면 감정적인 걸 배제할 필요가 있어요. 제가 디스 한번 할 때마다 그 때 제 인맥의 삼분의 일은 잘려나갔어요. 저를 보면 불편한 사람들도 많고 제 친구였던 사람들은 다 떠났어요. 우리나라는 형동생문화가 강하잖아요. 그게 되게 아름다운 문화지만 힙합이랑 섞이면 기형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모두가 좀 더 쿨해져서 얘네 둘이 싸운다고 하면 그냥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격투기 보듯이 소리 지르면서 응원하고 피터지면 좋아하고 그런 태도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스가 끝나면 악수할 수도 있는 거고. 근데 지금 현실에서는 좀 불가능해요. 왜냐면 시장이 너무 작아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저랑 디스를 했던 사람들은 이미 랩퍼로서 불구가 되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거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거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디스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그게 무서우면 적어도 까맣게 옷 입고 문신하고 센 척 안했으면 좋겠어요. 결국은 그게 다 코스프레잖아요. 힙 : ‘한국 힙합에서 디스는 안 된다’로 결론내도 될까요? 스 : 해도 되요. 전 재밌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젊은 MC들이 좀 더 깡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옛날에 제가 처음 등장했던 2007년, 2008년에는 깡이 센 랩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센스(E-Sens), 산이형(San E), 그리고 진태형(VerbalJint)까지. 근데 지금 어린 MC들을 보면 저희가 해왔던 걸 전혀 안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왜냐면 다 손해를 보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저도 모범케이스나 예시가 될 수 있는데 요즘 어린 친구들은 ‘저 형이 했던 건 안해야지’ 이런 느낌이 있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워요. 다들 깡이 없는 것 같아요. 언더가 대중들의 눈치를 안 봐도 되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까 말 그대로 눈치를 안 봤으면 좋겠어요. 제 경우에는 약간 애매한 포지션에 있는 것 같아요.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동생들을 데리고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고. 아는 동생 한 명이 저한테 적을 그만 만들라고 하더라구요. 그 때 되게 마음이 아팠어요. 왜냐면 얘가 “이 형한테 부탁해서 피쳐링 하게 하면 안 돼?” 라고 했을 때 제가 “아 근데 나 걔랑 사이 안 좋은데.” 라고 대답하면 얘가 얼마나 막막함을 느낄지 이해가 가거든요. 그래서 제가 더 세져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안 했어요. 그런 행동을 해도 또 토막으로 내 사람을 잃지 않을 수준의 권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힙 : 예전에 자라왔던 환경 때문에 인간관계나 체계에 대해서 부정을 많이 느낀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부정을 느껴서 항의를 하려고 하다보니까 디스사건이 나왔던 거고. 디스사건울 겪다 보니까 그런 부정이 수그러들었을 것 같아요. 스 : 수그러드는 것도 분명히 있어요. 더 현실주의자가 됐고 지금은 더 똑똑하게 움직이려고 해요. 제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좋은데 조금 더 똑똑해지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당시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 성격이 남들한테 불편할 수도 있고, 무례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저는 저 자신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아서 여전히 싸우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서도 내가 괴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찾고 있는데 지금 거기에 가장 근접하게 살고 있어요. 아직 멀었지만. 힙 : 그런 감정들이 녹아있는 앨범이 이번 앨범일 것 같아요. 그런 감정들이 녹아있는 만큼 타이틀이 ‘넘버원(#1)’ 보다는 ‘감정기복’이나 ‘성장통’이 더 맞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스 :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지막에 와서는 ‘감정기복2’라는 타이틀에 정규 3집으로 내고 싶었어요. 처음엔 저도 믹스테잎이라고 생각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이 앨범이 정규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바뀌었거든요. 근데 이미 자켓도 찍고 작업을 다 마친 상태였고, 라이머(Rhymer)형도 믹스테잎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강했어요. 사람들이 흔히 믹스테잎이라면 대충 만들었을 거라고 편견을 가지잖아요. 이 앨범도 대충 만들었다고 생각할까봐 되게 아쉬웠어요. 다음에 ‘감정기복2’나 ‘성장통2’를 죽어도 낼 거예요. 힙 : 곧 있으면 ‘For the ladies’앨범이 나오잖아요. 정규앨범 발매가 얼마 안 남은 지금 시점에 믹스테잎이 나온 이유가 뭔가요? 스 : 제가 그동안 많이 괴로웠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경제적 상황도 좋지 않았고 정신적으로도 되게 힘들었어요. 맨날 또 목소리 들리고 원치 않은 생각들이 자꾸 머리에서 메아리처럼 울려서 일도 안 되고. 앨범도 안 나오고 라이머형하고도 많은 일이 있었고 회사와의 관계도 별로였어요. 제가 워낙 제멋대로 성격이고 독립적인 성격인데 라이머형한테 “형 이 노래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였고, 이것저것 요구를 받을 때도 힘들었고. 그래서 그동안 힘들었던 감정을 분출하기 위해 만든 앨범이에요. 아! 또 다른 이유를 말하자면 다시 왕이 되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재낀다는 열등감을 태어나서 처음 제대로 느꼈어요. 힙합 쪽에서 제가 밀려난 게 현실이었어요. 솔직히 도끼(dok2), 더콰이엇형(The Quiett), 빈지노(Beenzino) 다 저를 재꼈어요. 그동안 제가 스스로 자만에 취해서 ‘어 이제 내가 킹이야, fuck everybody!’ 이런 태도가 있었는데 그게 진짜 무서운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진짜 우물 안 개구리인데. 항상 현실을 부정했어요. 한 6개월 동안 혼자 걸으면서 아무도 못 보게 뿔테안경 쓰고 후드 뒤집어쓰고 음악 들으면서 막 울었어요. 내가 어떤 상태인지 진짜 모르겠는 거예요, 심지어는 제가 가르쳤던 고등학생 학생들이 랩을 잘해오면 제가 더 못하는 것 같이 들리기도 했어요. 멘붕의 연속이었어요. 만약에 뇌가 컵이라면 그 안에 미숫가루가 있는데 뚜껑을 덮고 흔들면 되게 정신없잖아요. 그게 가라앉길 바라는 거였어요. 이런 현상이 저에게 중학교 이후로 거의 2~3년에 한 번 찾아왔는데 이번에 크게 왔었어요. 이 앨범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제가 처음 제대로 겪은 열등감 때문에 한국힙합이랑 미국힙합을 다 안 들었어요. 옛날 노래만 들으면서 ‘아 이때가 재밌었지.’ 하고 혼자 취해있었어요. 과거에서 사는 바보같은 짓들을 반복하다가 용기를 딱 냈어요. 제 동생 중에 포레스트(forrest)라는 아주 고마운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이번 앨범을 만들 때 제일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 놈이 맨날 저를 따라다니면서 형은 이래서 잘 할 수 있으니까 제발 그만 좀 빠져있으라고. (멘붕에) 피터팬에게 있어서 팅커벨같은 역할을 했어요. 제가 옛날에 취한 척하면서 요즘 노래를 안 들으려고 하니까 요즘 노래 들으라고 따라다니면서 제가 쇼파에 혼자 누워서 식물인간 되려 하고 있을 때 계속 음악 크게 틀었어요. 고문이었어요. 지금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는 두렵다는 걸 인정하지 못했어요. 그 때는 진짜 두려웠어요. 제가 얘네 노래를 들으면 실력차가 느껴지지 않을까 해서. 그러다가 포레스트란 친구가 이번에 도끼 믹스테잎이 나왔는데 11트랙, 11트랙 해서 2CD로 나왔으니까 들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들어봤는데 갑자기 제가 얼음에 갇혀 있다가 얼음을 후드득 깨고 나온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 든 생각이 ‘도끼 존나 멋있는데 나도 이 정도는 하잖아?’이러면서 바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앨범을 일주일 만에 끝내고 나니까 제가 다시 옛날의 저로 돌아오는 게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저에게 있어서 항상 제 의견에 태클을 걸어야만 하는 투자자인 라이머형이랑 술을 간만에 마시고 엄청 다투면서 결국 악수를 하며 잘해보자고 하고, 없는 돈 다 돈 끌어모아서 장비도 사고. 결론적으로 병신같이 두려운 걸 다 이겨냈고, 그래서 앨범을 냈어요. 다시 넘버원이 되기 위해. 힙 : 녹음 기간이 총 일주일이라고 하셨는데, 녹음을 빨리 끝낼 수 있던 원동력이 있다면? 스 : 그동안 제 음악적 발전을 저해했던 것 중에 빨리 녹음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게 예전에는 먹혔는데 이제 전세계의 랩퍼들의 랩 수준이 팍 올라가서 그 동안 대강대강했던 태도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느꼈죠. 이번 녹음을 할 때 제가 또 자만에 빠졌어요. 원래 제가 녹음을 해서 들려주면 사람들은 저의 고집 세고 기 센 모습 때문에 노래가 싫어도 좋다고 하고 말거든요. 심지어 저보다 형들도 그랬는데 아까 말한 포레스트라는 친구가 항상 심판 역할을 지 고집대로 해줬어요. 녹음할 때 항상 옆에 있어줬는데 심판처럼 이거 반칙이라고 휘슬 불어주고. 노래를 들려주면 이 친구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이거 진짜 아니라고 딱 얘기를 해요. 그럼 저는 막 화내면서 얘를 죽이고 싶었어요. ‘이 새끼만 없었다면 빨리 끝낼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건지 알면서도 하고. 끝나고 술 마시면서 그 친구한테 난 사실 니가 미웠다, 하지만 니가 없었으면 난 못했을 거라고 하고. 그 친구도 이해해주고. 그렇게 해서 이 앨범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제 두려움이 이만큼도 없고 존나 기뻐요. 한 마디로 미숫가루가 가라앉은 것 같아요. 포레스트라는 친구를 비롯해서 주변에 절 도와줬던 사람들이나 제가 두려워했던 사람들한테 되게 고마워요. 이제 안 두려우니까. 힙 : 아까 도끼씨 믹스테잎 얘기를 잠깐 하셨는데, 도끼씨가 2CD로 낸 걸 의식해서 2CD로 발매하신 건가요? 스 : 네, 의식했어요(웃음). CD 한 개에 11곡씩 했길래 난 12곡 할래 하고 12곡 했어요. 모두보다 우월하다는 걸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항상. 힙 : 발매 전에 총 다섯 곡을 선공개했어요. 선공개한 곡에 혹시 선정기준이 있다면? 스 : 머리 굴리면서 했어요. 이쯤엔 이거, 이쯤엔 이거. 아, 애들이 나 영어 못한다고 하네? 좋아, 내가 제일 잘해. 오, 이거 좋아. 이번엔 여기서 약간 논란을 일으켜볼까? 그런 식으로 머리 굴리면서 했어요. 힙 : 선공개한 다섯 곡 모두 자켓을 만들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선공개곡마다 커버를 만든 이유가 있나요? 스 : 라이머형이랑 다섯 곡을 선공개하기로 정한 다음에 라이머형한테 말도 안하고 로 디가(Row Digga)라는 친구를 찾아갔어요. 예전에는 제가 제 음악을 너무 상품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 공짜로 내고 그런 면이 있었거든요.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 제 믹스테잎들은 멜론에서 찾아 듣지도 못하고 씨디로 듣는 시대도 아니기 때문에 제 예전 믹스테잎들이 없어질 거란 거 저도 잘 알아요. 그래서 제 믹스테잎이 잊혀지고 없어지는 걸 막기 위해 로 디가라는 친구를 찾아간 거예요. 무료공개곡이긴 하지만 곡마다 커버를 만들면 그 이미지가 남아서 음악과 함께 기억할 게 하나 더 생기는 거니까. 라이머형한테는 말도 안하고 제 사비로 한 건데, 되게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 면에서 성공한 것 같아요. 힙 : 로우 디가(Row Digga)씨도 앨범커버 디자인 쪽에서 되게 유명한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스윙스씨가 직접 소개 해주신다면? 스 : 로 디가는 저랑 동갑인데,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어릴 때부터 친구였어요. 이 친구가 원래 음악을 하다가 회사에 다니는 게 마음이 아팠어요. 근데 커버디자인을 하면서 얘가 뻗어 나가는 게 보이거든요. 이 친구는 완벽주의자에 깐깐하고 자기가 이쪽에서 잘난 것도 알아요. 그래서 저도 이 친구랑 얘기를 할 때 조심스럽게 얘기하게 되고. 또 조금도 대충하는 게 없기 때문에 배울게 많다는 걸 느꼈어요. 얘를 홍보해주고 싶었는데, 지금 이 인터뷰 읽는 사람들도 나중에 랩퍼되면 꼭 이 친구한테 연락을 하라고 하고 싶어요. 진짜 멋있는 친구고 말 그대로 프로예요. [링크] * 로우 디가 트위터 (https://twitter.com/Rowdee38) * [Neighborhood] Row Digga (http://hiphople.com/neighborhood/631364) @ HIPHOPLE (http://hiphople.com) 힙 : 그럼 커버를 스윙스씨가 이런 식으로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하신 건가요? 아니면 로 디가씨가 노래를 듣고 느낌으로 하신 건가요 스 : 둘 다 했어요. 예를 들어서 'No mercy'같은 경우에는 조니 뎁하고 페넬로페 크루즈가 나오는 ‘Blow’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런 느낌으로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랬더니 너무 유치할 것 같다고 살짝 바꾸고. ‘Fly back’은 비행기 띄운 다음에 졸라 푸른 하늘같은 느낌, 시원한 느낌으로 해달라고 하고. ‘찢어’라는 곡은 핏불 얼굴로 해달라고 했더니 핏불은 너무 촌스럽다고 그리즐리 베어로 바꾸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도 자기가 제 노래 듣고 나름대로 해석해서 하기도 하고. 힙 : 그럼 1CD와 2CD를 나누거나 트랙배치를 할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스 : 2CD를 1CD보다 세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1과 2를 나누면서 적당한 밸런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런 걸 정할 때 깐깐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모든 작업에 있어서 본능적으로 해요. 깊게 생각하면 오히려 뒤죽박죽 되더라고요. 그래서 첫 느낌을 되게 중요시하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2CD가 더 무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소로 치면 2CD가 더 내려가게. 그런 점을 신경썼기 때문에 노래를 들을 때 트랙 순서대로 들었으면 해요. 힙 : 이번에는 기존에 함께했던 JA씨나 더콰이엇(The Quiett)씨, 크라이베이비(Crybaby)씨 말고도 새로운 분들이랑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레이(GRAY)씨나 오리진(ORGN/MRDN)씨 같은 분들. 스 : 다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람들인데, 저는 특별한 건 없고 딱 듣고 좋으면 되요. 좋으면 계속 연락해서 달라고 하고. 그레이라는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에 믹싱도 많이 했는데, 훅도 잘 만들고 사람도 좋아요. 음악중독인에 진짜 잘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해요. 약간 빈지노과? 이 친구랑 처음 만나서 작업 했을 때 누구보다도 저를 잘 이해하고 빨리 넘어가는 게 시원해서 결국엔 얘랑 아예 팀을 하기로 했어요. 처음으로. '그레이스윙스'라는 이름으로 나올 거예요. 그래서 첫 번째 앨범 이름은 업'그레이'드로 할 거예요. 그래서 그 새끼, 아니 그 친구 개 짱이에요. 그 친구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힙 : 그레이씨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레이씨가 소속된 크루 비비드(VV:D)의 다른 멤버들과도 교류가 있는 것 같아요. 엘로(ELO)씨도 피쳐링에 참여했고, 크러쉬(Crush)씨의 싱글에는 스윙스씨가 피쳐링으로 참여하셨잖아요.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스 : 비비드 멤버들과는 전혀 몰랐어요. 예전에 그레이랑 저랑 잘 몰랐을 때 준 비트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레이한테 내가 잘 몰랐는데 잘한다고 같이 얘기 좀 하자고 해서 술을 한 잔 했어요. 그 때 그레이가 자기 크루에 누구 누구가 있다고 소개했는데 언티(Zion.T) 빼고 다들 잘 몰랐어요. 그리고 한 번은 자이언티랑 술 한 잔 하는데 자기 크루가 완전 잘한다는 거예요. 근데 언티는 자기가 짱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른 사람 칭찬 안하거든요. 칭찬 잘 안하는 애가 칭찬하니까 믿음이 가잖아요. 그래서 노래 들려달라고 해서 들어봤더니 완전 잘하는 거예요. 그래서 반했어요. [기사] 크러쉬, 스윙스와 함께한 싱글 'Crush On You' 발표 http://hiphopplaya.com/magazine/10319 힙 : ORGN/MRDN씨를 비롯해서 더 소개해주고 싶은 프로듀서가 있다면? 스 : 오리진이라는 친구는 JJK형이랑 ADV크루에 있어요. 근데 그 친구가 많은 사람하고 교류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것 같았어요. 집에서 음악만 하는 스타일인데 이 친구도 짱이에요. 오리진도 잘하니까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후디보이(Hoodi Boi)도 제이비토(Jay Vito)라는 친구랑 둘이 크루를 하는데, 비트가 옛날 느낌도 나고 멋있어요. 후디보이랑 제이비토도 잠재능력이 쩌는 친구들이에요. 제 앨범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신인들인데 다 잘해요. 오래했던 JA형도 마찬가지지만 멋있는 친구들이라서 계속 밀어줬으면 좋겠어요. 힙 : 말씀해주신 것처럼 신인들과 함께 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모니터링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스 : 예. 저는 제가 직접 들어가서 한다기보다는 랩 하려는 동생들이 주위에 많거든요. 걔네한테 제가 개사냥하듯이 저는 총들고 "야 빨리 갔다와" 하면 얘네들이 다 잡아와요. 그래서 물어오면 들어보고 이런 식으로 모니터링을 해요. 들어보고 좋으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요. 왜냐면 진태형(VerbalJint)이 저한테 그렇게 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똑같이 하고 싶어요. 분명히 환경이 안 되는 동생들이 굉장히 많을텐테 그 친구들이 발견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노창도 그런 케이스고. 힙 : 그럼 혹시 공개 오디션이나 트위터, 이메일을 통해서 저스트뮤직(JustMusic)의 멤버를 모집하고 계신가요? 스 : 어떤 사람은 제 번호를 알아내고, 어떤 사람은 페이스북, 어떤 사람은 싸이월드로 보내고 하니까 정리가 안 되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거기에서 모집하려고 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잘 하고 싶은 동생들 많은 거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조금 기다렸다가 홈페이지를 만들면 한꺼번에 보내달라는 거예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작업물을 보낼 때 태도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애들은 "안녕하세요. 팬인데 들어주세요."라고 보내는데 그렇게 보내면 '내가 왜 들어야 되는데? 니가 나한테 존중을 표했어? 예의 좋게 얘기했어?'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반면에 어떤 애들은 "형,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곡을 들었고, 이렇게 해서 진심으로 팬인데 바쁘겠지만 들어주면 고맙겠다" 이런 식으로 보내주면 미안해서 안 들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그 태도에 대해서 조금만 더 알고 살면 훨씬 나은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힙 : 네. 다시 믹스테잎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트랙수가 많은데 그에 비해 피쳐링 참여가 적어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스 : 저 혼자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상구형(Deepflow)을 넣은 이유는 그 형하고 저하고 각별한 사이니까 그것보다 더 힙합일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어요. 또 블랫넛(Blacknut), 노창, 기리보이(Giriboy)를 넣은 건 얘네가 내 동생들이고 얘네는 짱이라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 마디로 나머지는 필요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스윙스는 정규앨범 못 만든다’, ‘피쳐링이나 해라’ 이런 얘기를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근데 저는 남이 저를 무시할 때 가장 잘 반응하거든요. 그런 평을 들으면 '니가 나에 대해서 뭘 아냐. OK. 이길 수 있는 방법 중에 제일 멋있는 건 보여주는 거 하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맨 처음엔 '처럼, 처럼' 너무 많이 쓴다, 그 다음엔 '라이크, 라이크' 너무 많이 쓴다. 오케이, 나 안 써. 이렇게 하면서 계속 하게 된 것 같아요. 저를 무시하는 사람들 얼굴에 똥칠하는 것보다 시원한 건 없는 것 같아요. 힙 : 이번 앨범에 스윙스씨가 직접 보컬에도 참여를 하셨잖아요. 랩 없이 곡 전체에서 노래를 할 생각은 없나요? 스 : 하고 싶어요. 예전부터 발라드 앨범을 꼭 내고 싶었어요. 배우들도 인터뷰에서 왜 이런 역을 맡았냐는 질문을 받으면 거의 모든 배우가 그런 역할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두려웠기 때문에 도전했다고 대답해요. 근데 저는 음악하는 사람들도 이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 역시도 힙합이 멋있긴 하지만 언젠간 다른 장르도 다 하고 싶어요. 제가 전혀 못하는 거, 두려워하는 거 다 정복하는 태도로 살고 싶어요. 그래서 발라드 앨범은 죽기 전에 꼭 낼 거예요. 죽어도. 힙 : 이제 곡에 대한 이야기 좀 해볼게요. 첫 번째 트랙인 'No mercy'라는 곡은 가장 스윙스다운 트랙인 것 같아요. 이 곡에 대해 스윙스씨가 직접 소개해주신다면? 스 : 'No mercy'가 가장 저다운 곡이라는 얘기가 많더라구요. 이 곡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제가 겪은 모든 것을 토대로 감정을 뭉쳐서 하나도 편집을 안 하고 제 마음을 썼어요. 저는 전형적인 남자 호구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좀만 잘해주면 저는 더 잘해주고, 퍼주면서 제 자신은 책임 못 지고 그런 스타일? 저를 잘 모르는 사람은 호탕하고 통 큰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저를 많이 아는 사람은 저를 호구라고 생각하기 쉬웠을 것 같아요. 그래서 돈도 막 쓰고. 그런 짓을 하다가 결국에는 제가 제 구덩이에 빠지면서 한 해동안 반성의 시간을 가졌는데 거기서 나온 발상들이라고 보면 되요. 이제 나는 시니컬해질 거고, 사람들한테 안 잘해줄 거고, 누가 나를 재고 있을 땐 그게 누구든 나도 똑같이 재고 있을 거니까 두고 봐라. 이런 마음. 날 비웃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저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그 사람들을 위한 협박이었어요. 내가 잘 되는 거 보라고, 죽여버릴 거라고 독을 품고 만들었어요. [기사] 스윙스, 믹스테잎 27일 발표 & 두 번째 공개곡 'No Mercy' 공개 http://hiphopplaya.com/magazine/10360 힙 : 그러니까 지난 경험에 의해서 탄생한 곡이네요. 그럼 혹시 '듣고 있어'같은 말랑말랑한 곡들도 경험에서 나온 건가요? (ID: sks6635) 스 : 대부분의 노래는 거의 다 제 경험인데 ‘듣고 있어’는 경험과 여러 가지가 섞인 곡이에요. 저는 애인과 사귈 때 쿨하게 놓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마음에 미련도 많이 남아있는 스타일이고. 그래서 이 노래가 나온 것 같아요. 힙 : 수록곡을 보면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 있는 것 같아요. '김윤석'이라는 곡도 영화 '추격자'가 배경이 되고, '야 그냥 해'도 '황해'를 토대로 만든 것 같아요. 평소 나홍진 감독을 좋아해서 노래에 넣으신 건가요? 스 : 김윤석 아저씨를 좋아해요. 그중에서 '황해'라는 영화를 미친듯이 좋아하거든요. 김윤석 아저씨의 연기가 항상 인상적인데, 황해에서 가장 충격을 받았어요. 김윤석 아저씨 캐릭터가 좋아서 그 캐릭터로 갱스터 영화같은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미국 갱스터음악, 특히 갱스터 힙합은 다 어떤 인물을 토대로 만들어지거든요. 스카페이스(Scarface)부터 시작해서 대부, 칼리토(Carlito) 다 그런 건데 한국에는 이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곡을 만들게 됐고, 나중에는 '갱스터'라는 타이틀로 앨범을 내서 느와르 장르의 음악을 꼭 해보고 싶어요. '니 입안에다 시멘트를 넣고'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힙 : '김윤석' 이라는 곡을 들어보면 '왓치 더 트론(Watch The Throne)'의 비트 한 구절이 나와요. 이 곡 말고도 노창씨의 트랙들을 보면 비트가 한 구절씩 나오는데 이유가 있다면? 스 : 노창이 칸예(Kanye West)를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저하고 상의도 안하고 넣었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듣고 이래도 되는 거냐니까 그냥 넣었대요. 결론은 표절 때문에 시비 거는 거 자체가 절대 있을 수 없지만 만약에 시비를 걸면 우리는 유명해지는 거고, 우리는 존경하는 마음에 했으니까 그냥 넣자는 마음으로 넣었어요. 저도 칸예 개 좋아하고, 제이지 완전 좋아하는데 우리 노래 들으면 오히려 칭찬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했어요. 힙 : '야 그냥 해' 는 딥플로우(Deepflow)씨랑 함께 했는데 호흡이 좋아요. 따로 팀을 만들거나 계속 함께하는 트랙을 만들 생각도 하시나요? 스 : 없어요. 왜냐면 라디오 같이 했는데 상구형(Deepflow)은 저랑 진짜 안 맞아요. 저도 예전에 5초 정도 생각해봤는데 상구형이랑 같이 한 라디오 보면 알겠지만 저랑 대화하는 형식이 너무 달라요. 저는 하나가지고 쭉 늘어 가는 걸 좋아하는데 상구형은 만화적인 요소를 넣으면서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무슨 말을 하면 반드시 거기에 장난치고, 새로운 말 하면 거기에 멘트 달고. 근데 전 그 코드를 잘 이해를 못해서 항상 헷갈렸어요. 저하고 상구형은 절대 안 맞아요. 형 동생으로는 최곤데 음악은 같이 하면 안돼요. 힙 : 네(웃음). 이제 다른 곡 얘기 좀 해볼게요. 'Fly back'은 영어트랙이잖아요. 이 곡에 대해서 어떤 곡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스 : 'Fly back'은 원래 콰이엇(The Quiett)형이 만든 'Airplane Music'이라는 노래로 3년 전에 만든 노래에요. 사실 제가 꿈이 미국에 믹스테잎을 내고 미국에서 MC로 활동하는 건데 그 시작이라는 의미로 이 곡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말 그대로 Fly back, 제가 어렸을 때 살던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제목을 그렇게 지었어요. 특히 이 곡은 헤이터들한테는 '봐라 병신아. 난 여기서 제일 잘하는 사람이고 난 이제 진짜 이길 거니까 지켜봐라.' 이런 마음이고, 팬들한테는 '내가 멀리 뛰어갈 수 있게 내 용수철이 되어줘.' 이런 마음도 있어요. Swings - 'Fly back' 해석 Verse 1 What's Up ATL? I'm flyin back 애틀랜타시 잘 지냈나요, 저 다시 가요 (날아서) *스윙스는 어릴 때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거주한 적이 있다 18 yrs, I ain't lying man felt like Daniel in the lion's den 18년이나 지났네, 과장 안 하고 다니엘이 사자굴에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었어 (답답한 기분을 과장하여 설명) my flows on fire like a frying pan and since I'm high let's make a movie 내 플로우는 불났어 후라잉 팬처럼 그리고 나 지금 높이 떠 있으니까 영화나 찍어보자 I'm In The Air George Clooney I'm staying fly, no Kamikaze 난 공중에 있어: 조지 클루니 *조지 클루니 주연 영화 In the Air 난 항상 플라이 할거야. 노 가미가제 *가미가제는 2차세계대전 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살비행 사들 *fly하다는 말은 '멋있다,' '간지난다,' '경제적 부유' 등등의 뜻으로도 사용된다. please don't drop Atom bombs on me I come in peace no need for hammers 부탁합니다. 원자폭탄 저에게 떨어뜨리지 마세요 전 누굴 해칠 목적으로 온게 아닙니다, 그러니 총은 꺼낼 필요 없음. but can i meet with DJ Green Lantern? 근데 저 DJ Green Lantern 만나게 해주면 안 돼요? *DJ Green Lantern이라는 사람은 'Invasion' (침공)이라는 라디오쇼를 진행하는 미국 유명 라디오 디제이다. 그 프로에 나가겠다는 말임과 동시에 총 꺼내지 말라고 해 놓고 침공하겠다는 말장난. Man I missed the Old Country Buffet and the nice Korean girls American made the ones that come home back from college I liked their heads filled with better knowledge 아 나 old country 부페가 너무 그리워 그리고 미국 스타일로 교육 받고 자란 한국 여자들 대학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애들 말이야 더 많은 지식으로 찬 그들의 머리가 너무 좋고 *old country 부페는 스윙스가 어릴 때 남부에서 유명했던 남부 음식 위주의 유명 부페 체인점이었다. *head는 다른 말로 구경성교도 된다. 외설적인 말장난. my fans all pitched in to get me here make sure you get an autograph from Britney Spears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팬들이 조금씩 힘을 모아서 날 도와줬다 '꼭 브리트니 스피어스 싸인 받아와야 해!' *한국에선 당시에 미국 팝스타하면 브리트니가 매우 큰 아이콘 이었기 때문에 그녀 이름을 사용. 미국으로 떠나는 스윙스가 비행 기 타기 전 뒤에서 그의 사람들이 그에게 귀엽게 외쳐주는 말을 그림. Hook Hop on this big ol plane, close your eyes and get high high high high its like a video game, when you glide in the sky sky sky sky sky 이 큰 비행기에 어서 올라타. 눈 감고 높아져라 하늘 위에서 활공할 때 꼭 비디오 게임 같더라 *high 라는 말은 높다도 되지만 또 마약할 때 처럼 정신의 황홀한 상태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극대화 된 기쁨을 얘기하기도 한다. Verse 2 They say "stay away from Crack and AKs, wake up early, before the day breaks" yea, "work hard my son Ji Hooni n if it don't work out, go back to Uni." 그들은 말하더라 '미국가면 크랙 (마약) 그리고 AK총 조심하라고 일찍 일어나, 해 뜨기 전에' '그래 지훈아 열심히 하고 만약 안 되면 다시 대학가면 되지!' *미국인이 봤을 때, 혹은 교포가 봤을 때 한국인의 특성을 해학적으로 쓴 가사. 위 가사를 예로 들자면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 사람들은 미국간다고 하면 총과 마약을 조심하라고들 많이 하는데 사실 헐리웃 영화만큼 위험하진 않다. 그리고 두번째로 한국 어머니들이 사업을 위해 외국으로 가는 자식을 걱정하며 늘 하는 말씀: '실패하면 다시 공부하면 되지!' 이런 간지의 말을 해학적으로 풀어씀. body is with Seoul, flows across the globe two places at once this feeling everybody gots to know yea its way better than blunts 내 몸은 서울이랑 있찌만 내 플로우는 지구 반대편이 있음 동시에 두 군데에 있는 그 기분 모두가 알아야해 대마초 피는 것보다는 나을거야 *실제로 미국에 가는 것이 아니고 음악을 통해서 미국 팬들을 확보하겠다는 노래이기 때문에 이렇게 쓴 것 workin my way from Kimchi to butter stretch my reach from Asia like rubber can't look back n see tears from mother spread my wings, now watch me hover 김치에서 버터로의 전환을 위해 일하는 중 아시아에서 쭉 내 리치를 뻗지 고무줄같이 뒤 돌아 와서 어머니의 눈물을 절대 볼 수 없어 이제 날개를 필거니까 내가 떠 있는 걸 봐봐 land of oppurtunities it's America I'm on Cloud 9, yes I'm very high committed to my dream like a married guy 기회의 땅 아메리까! 난 구름 9호 위에 있어 아주 많이 하이 됐지 내 꿈에 헌신했어 결혼한 남자처럼 *Cloud 9은 극적으로 좋은 기분이나 마약해서 극적으로 좋은 기분 상태를 이야기함. 동시에 구름을 연상케하니 공중에 뜬 느낌과 무드를 만들어주는 장치. Hook Verse 3 man I used to live in a dream but at this moment i'm livin my dream i'm sayin I used to live in the past and right now I'm just playing it back 야, 나 한 때 그냥 꿈 안에서 살았어 (착각, 우물안 개구리) 하지만 이 순간에는 내 꿈을 살고 있어 무슨 말이냐면 난 한 때 과거에서 살았었다고 하지만 지금 난 그걸 재생하고 있다는 말이야 what I mean is this is the sequel like the Bible it only got better 무슨 말이냐면 이건 속편이야 성경처럼 좋아지기만 했을 뿐 *이 가사 듣고 조금 헷갈릴지도. 한 때 스윙스는 환상뿐인, 즉 현실과는 동떨어진 과거에서 살았고. 지금은 자신의 꿈을 현실과 연결시켰다는 얘기. 즉 더 이상 환상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그게 알고 보면 자신은 과거로 돌아갔다는 것. 하지만 그게 알고 보면 결국에는 속편이라는 것. 정리하자면 과거라는 현실은 구렸지만 과거라는 환상은 좋았고 그 환상을 현실화 했기 때문에 결코 구린 과거로 간게 아니다 라는 ... 나름 하이개그 ㅋ *성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구약 성경봐는 기독교의 hero 예수가 등장하는 신약성서부터 잼있어진다고 한다. My New Testament. Used to be lactose intolerent, but now i got cheddar 이건 나의 신약 성서야. 한 때 나는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이 있었지만 이젠 나에게 체더치즈가 있다. *유당분해효소결핍증: 소에서 나오는 음식 못 먹는거. 예) 우유, 치즈 등등 *cheddar: 치즈의 한 종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돈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동음이의어 my voice to your ear at the speed of sound I'm airbourne now I ain't need no bounds my lyrics are deep, heavy like Iron man but flow thru these waves like Iron Man 음속으로 달리는 내 목소리는 니 귀로 간다 난 지금 공중에 떠 있잖아 아무런 체제나 테두리에 갇혀 있을 필요 없다. 내 가사는 깊어, 무게가 있지 철처럼 하지만 동시에 이 공기를 부드럽게 날아 아이언 맨같이 and everything I do, science can't ya'll gonna hear me like a siren damn 그리고 내가 해내는 모든 건, 과학이 못하는 짓이지 너넨 싸이런처럼 날 무조건 듣게 될거야 시바 *과학이 해내지 못한다는 건 스윙스의 랩이라는 건 그 어떤 기술 로도 대체 할 수 없다는 강한 힙부심, 예술가부심 I'm doin my thing my heart is royal like a suicide king 난 지금 내가 잘 하는 걸 잘 하고 있어 내 심장은 위대하다 (고귀하다) 슈사이드 킹 처럼 *Suicide King: 게임용 카드에서 하트(heart)의 킹(king)에 대한 또 다른 명칭. 즉 또 동음어 I need to catch up, but my skin's mustard to be hot, dog, ya need hoes and cuss words that's what "they say" said ordinary John i guess i gotta spit way more than every one 난 따라잡아야 돼 (ketchup) 하지만 내 피부는 머스터더야 (노란색) 내가 핫 하려면 친구야 (dog는 미국에서 친구도 됨) 여자를 무시하는 가사도 써야 하고 욕설도 써야 해 그들이 그러더라 (They say: john legend가 피쳐링한 common이라는 래퍼의 노래) 라고 평범한 존이 그랬어 (존 래전드의 첫 히트곡 제목은 Ordinary People 즉 '평범한' 사람들이었음) 그래서 난 그냥 다른 사람들보다 기왕이면 많이뱉어야 할 것 같다 *극단적인 말장난. 캐쳡, 머스터드, 핫도그는 다 합치면 핫도그가 되는 요리로 되는 동시에 캐첩이라는 빨간 소스의 발음은 따라잡는다는 말도 된다. 또 핫(잘나가기) 뒤에 바로 친구라는 뜻을 가진 dog라는 말을 붙였기 때문에 위의 단어들이 연관이 생기는 것이다. *여자를 무시하는 가사와 욕설: 미국의 힙합 트랜드는 일반적으로 돈, 외설, 현실적인 욕설과 폭력, 직설적인 정서가 강하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기왕이면 많이 뱉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해오던 것들이었고 난 신참이니 남들보다 더 해야지 하는 어투. to prove myself after all I'm new here brown ain't the only sweet around like root beer my brother wanna to be a pilot, he wanna touch the sky Imma let his dream fly 난 나를 증명해야 하잖아, 어차피 신참인데 뭐 흑색, 갈색만 달콤한 맛 나는거 아니야 루트비어처럼 우리 형은 파일럿이 되고 싶대, 그는 하늘을 만지고 싶대.. 그러니까 난 그의 꿈을 날게 해줄거야. *루트비어: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미국 갈색 탄산 음료. 흑인들만 멋있는게 아니야 스윙스 본인도 할 수 있다는 얘기 *스윙스의 친형 문태훈은 3년전에 스윙스가 이 노래를 만들기로 작정했을 때 그 당시의 꿈이 비행조종사였다고 한다. [링크] 스윙스, 믹스테잎 세 번째 공개곡 'Fly Back' 공개 http://hiphopplaya.com/magazine/10406 힙 : 2010년에 예정되어있던 믹스테입 ‘The american dream’에 Airplane Music 리믹스 버전이 들어갈 예정이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혹시 그 때 그 곡이 Fly back인가요? 스 : 네. 그 때 믹스테잎을 준비하다가 마음이 없어져서 말았는데 다시 처음부터 만들 거예요. 제가 더뎌진 이유는 딱 하나예요. 제가 꿈이 되게 분명하게 단계가 있어요.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유명하면서 곤조 안 버린 랩 아티스트가 되는 게 미국 진출보다 먼저 이뤄야 할 꿈이에요. 사람들이 저한테 그렇게 자신 있으면 여기 버리고 미국 먼저 가라고 하는데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반드시 여기서 먼저 이룬 다음에 지원을 받고 미국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지금은 여기서 이루는 걸 여전히 못해내고 있기 때문에 이걸 먼저 해내려고요.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힙 : 그럼 인터뷰 때마다 단골 질문이지만 한영혼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 : 옛날에는 한국말로만 하자는 취지가 있었어요. 저도 중고등학교 때 쉽게 말해서 양아치새끼였어요. 예전에 양아치 같은 애들이 오토바이 뒤에 스피커 달아놓고 소찬휘, 김경호 노래 졸라 크게 틀고 다녔거든요. 저는 한국 양아치들이 제 노래 틀어놓는 게 꿈이었어요. 그럼 존나 멋있을 것 같은데 걔네들은 솔직히 영어 못하잖아요. 그래서 멋있는 형, 실수 많이 하는 형으로서 얘네들이 알아듣고 좋아할 수 있게 한국말로만 하고 싶었는데, 하다보니까 생각이 달라졌어요. 한국말로만 하겠다고 해놓고 말 바꾼다고 곤조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걔네들은 영어 못 알아들어도 영어를 좋아하잖아요. 근데 영어는 제 무긴데 내 팔까지 잘라가면서 싸워야 되나? 팔 두개 가지고 다 패면 되지. 이런 마음이에요. 힙 : 스윙스씨처럼 영어를 잘하는 랩퍼한테는 영어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영어를 못하는 랩퍼들한테는 좀 다를 것 같아요. 스 : 저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굉장히 사랑하는 거 알아요. 그냥 얘기를 할 때도 "야 컵 하나 줘."라고 하지 "잔 하나 줘"라고 표현 안 하잖아요. 이제는 영어가 너무 자연스럽게 돼서 굳이 영어를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MC들한테 권유하는 게 있다면 영어로 해도 자기 고유의 발음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영어에도 여러 가지 영어가 존재하잖아요. 필리핀 영어, 아프리카 어떤 나라의 영어, 유럽 영어. 걔네들은 뉴스에 나와서 되게 자신있게 자기 발음으로 영어해요. 그럼 하나도 안 추하고 멋있어요. 제가 영문학과 다닐 때 제 교수님이 했던 얘기가 한국 사람들은 발음에 너무 극단적으로 매달린다고 하셨어요. 한국사람이 미국사람, 백인처럼 들리려고 해도 그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 아니냐고. 흑인 따라할 땐 더 병신 같거든요. 제가 만약에 김윤석아저씨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갑자기 조선족 사투리를 쓰면 얼마나 병신 같겠어요. 영어를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냥 무식하게 한국스타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외국인한테 욕먹을 걸 생각하고 이것 때문에 눈치 볼 거면 아예 안 쓰는 게 낫고. MC라면 적어도 랩을 할 때는 부자연스러운, 멋있지 않은 모습은 절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영어를 쓰더라도 좀 더 자존감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어요. 힙 : '2 cool 4 school'이나 ‘국초세대’는 학교에 대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학교에 대한 생각에 부정적인 생각을 전하는 것 같은데,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유가 있나요? 스 : 제가 타고난 반항아라서 그런 것 같아요. ‘2 cool 4 school’이라는 표현은 원래 미국에 있는 흔한 표현인데, 나는 체계 따위엔 순응 안해! 이런 건방진 태도를 말해요. 벌스(verse)1 에서는 나는 너네랑 다르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고, 2에서는 사회적인 문제를 얘기하면서 삼성을 직접 언급했어요. 근데 삼성은 하나의 비유였을 뿐이고, 스쿨도 하나의 비유일 뿐이에요. 어느 나라라도 우리와 다르진 않겠지만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결국 우리는 다 얘네들이 만든 시스템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거예요. 어항 속에 있는 물고기나 박스 안에 있는 쥐처럼 장난감을 가져다 놓으면 거기서 뛰면서 자기는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저와 저같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좋은 예로 중산층에 개념에 묻는 조사를 했을 때 우리나라 애들은 차 얼마짜리 이상, 봉금 얼마 이상, 집 몇 평 이상이라고 대답했대요. 근데 프랑스나 미국, 영국같은 외국애들은 악기 하나 다루기, 미술 감상할 줄 알기, 외국어 하나씩 하기, 선량하게 사는 것 이런 대답이 나왔어요. 너무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이 조사를 통해서 우리가 그 시스템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거예요. 결국에 그 차와 집을 만드는 건 기업들이잖아요. 우리가 왜 이 차를 사야하고 왜 이 집을 사야 하는지는 생각을 안 하고 너무 물질만능주의적으로 가고 있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어요. 미국힙합이나 요즘 한국 힙합도 그런 거 되게 좋아하는데 이제 저는 반대로 가고 싶어요. 이런 거 없어도 멋있을 수 있다는 쪽으로 갈 거고, 그런 점에서 ‘2 cool 4 school’이나 ‘국초세대’같은 노래가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저한테 의미가 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한테 이런 거 못사니까 그런 거 아니냐고 하거나 아니면 “난 차가 좋은데?”, “좋은 집이 나한테 행복을 주는 건데?” 라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 제 말이 절대 하나밖에 없는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는 제 관점대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이런 체계에 있어서 그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정도의 주관만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어떤 제안이 있을 때 그걸 자기한테 좋은 건지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체제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제 노래를 통해 생각해보게 된다면 저는 제 목적을 달성한 거라 생각해요. 힙 :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MC가 가지고 있는 역할 중 하나가 자기의 의사를 사람들한테 전달하는 게 있어요. 근데 최근에는 그런 곡들이 많이 없어졌잖아요. 그런 곡을 만들지 않는 세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 : 저는 어떤 주제로든 랩퍼는 최대한 자기 규범을 좁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또 예술인이라면 자기가 두려워하는 걸 얘기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만약에 의도적으로 그런 주제를 가진 곡을 만들지 않는 거라면 저는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부모님이 자식과의 관계에 있어서 종교적인 얘기를 일부로 배제하는 것과 비슷해요. 그 경우에도 부모님이 거기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안하는 거잖아요. 근데 이걸 두려워서 피하는 거라면 얘기가 달라져요. 저는 그런 사람에게 비난까지는 안하지만 멋있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래서 다 도전적인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2 cool 4 school’같은 경우에는 제 논리가 있어서 허점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저는 조심스럽게 썼어요. 이 곡을 쓸 때 제가 확실히 주관을 키우고 쓴 것처럼 확실하게 자기 주관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저한테도 이런 주제가 굉장히 큰 주제였고 저도 그걸 두려워했었는데 시원하게 얘기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프라이드를 가져요. 결론은 랩퍼들이 항상 학생의 태도를 버리지 않고 사람들한테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전했으면 좋겠어요. 예술인이라면 그 정도는 하려고 노력해야 되요. 힙 : 다시 앨범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모든 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지만 트랙수가 너무 많아서 혹시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스 : 저랑 블랙넛이 한 '찢어'라는 곡의 가사 스타일이 한국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았어요. 그런 스타일을 해시태그(hashtag)랩이라고 하는데 저는 옛날부터 좋아했던 스타일이에요. 칸예(Kanye West) 노래 중에 ‘Barry Bonds’라는 노래가 있어요. 훅 부분을 보면 ‘here's another hit, Barry Bonds’ 이렇게 말하는데 그게 해시태그 랩이거든요. 그러니까 여기 히트 하나 더 있다, 그 다음에 해시태그, 그리고 배리본즈. 배리본즈라는 사람이 흑인 야구선수인데, 그 사람이 힛(야구공을 치다)을 하잖아요. 근데 힛은 또 다른 의미로 히트곡, 대박곡이라는 뜻이 있잖아요. 그래서 ‘찢어’에서 보면 ‘병신은 세수 퐁퐁 skinny jeans? 난 못 입오, 호모?’ 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병신놈아 피부 다 상하게 퐁퐁으로 세수해라’라는 뜻이에요. 그걸 일부러 열 받게 하려고 싸질렀어요. 저는 변태적으로 제가 싫어하는 사람 놔두지 않고 열 받게 하는 거에 쾌감을 느끼거든요. 아무튼 배리본즈라는 노래도 2007년에 나왔는데, 우리나라에는 해시태그 랩이 너무 소개가 안 된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소개하고 싶은 곡인데, ‘찢어’같은 노래는 너무 논리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랩 가사는 절대 논문이 아니에요. 그냥 자기 스타일로 쓰는 거기 때문에 이센스(E-Sens)같이 가사 쓰는 사람이 있고, 진태형(VerbalJint)같이 가사 쓰는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러니까 그 캐릭터 자체를 봤으면 좋겠어요. 음악에는 사람 고유의 성격이 묻어나올 때 가장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자기가 생각하는 형식 내에서 이게 맞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식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힙 : 믹스테잎과 관련해서 마지막 질문 할게요. 전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하는 가이드라인을 주신다면 어떤 점이 있나요? 예를 들어 플로우가 단조롭다는 평이 있는데 들어보면 아니잖아요. 스 : 지금은 아니죠. 저 플로우 단조롭다는 얘기 어느 정도 인정하거든요. 예전에는 사실 누구한테는 재밌을 수도 있지만 단조로울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좀 더 요즘시대에 맞게 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은 제가 넘버원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팬들한테 제출하는 논문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냉정하게 평가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제가 저 스스로에게 던지는 도전이기도 해요. 만약에 제 플로우가 단조롭다고 생각하시면 한 번 그 기준으로 들어보세요. 과연 단조로운가. 가사 못 쓰나, 비유가 억지스러운가 한 번 들어보세요. 예전에 가사 전달이 잘 안 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는데, 저도 인정해요. 근데 이번에 가사가 잘 안 들리나 들어보세요. 제가 이 앨범을 만들 때 여러 가지 태도가 있었지만 안 까이기 위해 만든 앨범이에요. 그러니까 과학자가 현미경을 가지고 보듯이 그렇게 들었으면 좋겠어요. 냉정하게 그리고 더 차갑게. 힙 : 잘 알겠습니다. 이제 뮤지션 스윙스 말고 사장님 스윙스의 입장에서 노창, 블랙넛, 기리보이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스 : 노창은 그야말로 ‘2 cool 4 school’이에요. 얘는 비트를 만들 때 체계 자체가 이미 모든 랩퍼들과 달라요. 다른 랩퍼들이 허들 잘 뛰는 육상선수라면 얘는 그냥 날라다니는 외계인 같아요. 그니까 종족이 다른 놈? 블랙넛도 마찬가지고. 블랙넛은 집이 어려워서 중학교 때부터 어머니, 아버지가 하시는 가게에서 서빙을 했어요. 그것 때문에 서울에 못 올라오고 있어요. 제가 돈 다 대줄테니까 저희 집에 와서 살라고 해도 안 해요. 제가 이걸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얘가 자랑스럽기 때문이에요. 얘는 자기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열등감, 외로움, 가난 때문에 느끼는 감정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표현하는 게 제일 용기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있는 모든 랩퍼들 통틀어서 얘가 제일 용기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기리보이는 되게 섬세한 친구예요. 제가 기리보이한테 방을 하나 주고 작업실로 쓰라고 해서 저희 집에 살다시피 지내는데 얘를 보면 제가 자극을 엄청 받아요. 저는 미드 보고 웃으면서 아이디어를 어떻게 해서든 떠올리려고 하는데 얘는 14시간씩 작업을 해요. 얘를 보고 있으면 뭔가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느낌? 그리고 얘는 자기 장르를 자기가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영향을 다 받은 게 티가 나고. 얘는 자기 스포츠를 자기가 잘 하고 있으니까 아무도 뭐라고 못해요. 그런데도 제일 겸손하고, 조심스럽고, 섬세하고, 아닌 것처럼 하지만 사실 모두를 보고 있어요. 관찰력도 뛰어나고 나이에 비해 지혜로운 친구예요. 세 명 다 제가 진짜 아끼고, 다 멋있는 애들이에요. 힙 : 그런데 블랙넛씨의 컨셉이나 가사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스 : 제가 얼마 전에 팀버튼전에 다녀왔는데 노창이나 블랙넛이 팀버튼이랑 비슷해요. 팀버튼이 쓴 글 읽어보면 되게 변태적인 얘기가 많아요. 근데 그런 걸 보면 블랙넛이 생각나요. 사람들이 팀버튼한테는 천재라고 하고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하잖아요. 예술하는 사람이 자기 뇌 속에 있는 걸 그대로 종이에 그리거나 가사를 쓴다면 그게 죄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강간도 하고 머리도 자르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감독이 개새끼냐고 묻고 싶어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할 걸요? 그럼 블랙넛이나 노창이 개새끼냐고 물어봤을 때 적어도 맞다고 대답할 수 없다는 거예요. 힙 : 그럼 저스트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의 작업물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스 : 기리보이는 다음 달에 정규앨범이 하나 더 나올 거고, 블랙넛은 여러 가지 일 때문에 피쳐링만 하고 지내다가 이제 믹스테잎을 올해 중순까지 발표할 계획이에요. 노창은 정규 앨범이 원래 이번 달에 나올 계획이었는데, 노창이 워낙 완벽주의자라 4월 쯤 나올 것 같아요. 이게 다 나오면 저희 컴필(compilation)을 올해 가을쯤에 낼 생각이에요. 힙 : 그럼 씬에 대한 질문 하나 할게요. 최근 논란이 있었던 샘플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 : 저는 사실 이 논란이 뭔지는 알지만 샘플링이 어디서 문제가 생기고 어디가 잘못된 건지 잘 몰라요. 근데 소리헤다씨는 너무 소심하게 반응한 것 같아요. 은퇴하겠다, 내리겠다 이건 진짜 자기를 더 욕먹게 하는 일이거든요. 저는 그분에 대해 잘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 분의 문제는 음악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음악적인 실력 자체를 의심하는 뮤지션들이 제 주변에 너무 많더라고. 전 듣지도 않았어요. 그러니까 당신 음악 잘 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간적인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이 스윙스인데, 저도 그때마다 일어섰잖아요. 그럴 때마다 다시 곡을 냈잖아요. 저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잘 하시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힙 : 그럼 최근 한국 힙합씬이 재미없다, 들을만한 음악이 없다고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 : 솔직히 맞는 말 같아요. 한국힙합 전체적으로 재미없고 저도 한국 힙합 잘 안 들어요. 근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음원을 안 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요즘 일리네어가 영향력이 엄청 큰데, 일리네어가 돈 없으면 힙합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많이 주고 있잖아요. 그 영향을 받은 MC들 보고 고추 좀 키우라고 말하고 싶어요. 남들이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아 난 돈 없으니까 힙합 아닌가?’ 하면서 시무룩해질 거였으면 애초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요즘 돈 자랑하는 가사가 대세라고 그걸 따라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MC들이 펀치라인 하나라도 썼었어요? 스웩(Swag) 있었어요? 다 저 따라해요. 건방지게 형들 까는 가사, 비트 끄고 랩 하는 거, 물 뿌리는 거, 건방진 태도 다 제가 제일 먼저 했어요. 다 제가 하는 걸 따라하다가 이제 새로운 짱이 나와서 돈 얘기를 하니까 그걸 본 MC들이 돈 없는데 이제 어떡하냐는 식이에요. 이번 앨범을 아예 물질만능주의랑 상관없는 얘기로 간 게 이 이유때문이기도 해요. 돈 얘기 안 해도 멋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래서 요즘 MC들한테 고추 떼든지 고추 키우든지 하라고 꼭 말하고 싶어요. 힙 : 이번 믹스테잎 다음 작품으로 정규앨범 ‘For the ladies’가 나오잖아요. 이 앨범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스: 말 그대로 여자들한테 주는 선물이에요. 저는 여자에 대한 타고난 죄책감이 있어요. 안 좋은 행동도 많이 했고, 멋있지 않은 행동도 많이 하고, 언더힙합하면서 여자 분들을 많이 만나고 그랬는데 그런 거 돌아보면서 만든 앨범이기도 해요. 제가 실제로 사귀는 여자친구한테 쓴 노래들도 있고 심지어는 어머니를 위한 노래도 있어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여자를 위한 앨범이에요. 힙 : 정규앨범 타이틀명이나 춤을 춘다는 것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을 것 같아요. 스 :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게 뭔지 알거든요. 내가 가요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무게 있어요. 제가 거지가 되지 않는 이상 그렇게 안 할 거예요. 멋있는 것만 할 거예요. 힙 : 스윙스씨는 공연기획도 직접 하시잖아요. 2011년 8월부터 지금까지 저스트잼(JustJam)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혹시 향후 공연 계획이 있나요? 스 : 스윙스 듀엣이라는 이름으로 계획 중에 있어요. 이번 공연 컨셉은 그동안 제 앨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다 초대해서 듀엣으로 할 예정이에요. 저스트잼은 앞으로도 계속 할 거고 공연 쪽에 꿈이 있다면 저스트잼이 나중에 졸라 큰 페스티벌이 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몇 년 뒤 얘기겠지만. 힙 : 벌써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신지 6-7년이 되었어요. 2007년의 스윙스와 지금 스윙스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스 : 많이 자폭한 사람으로서 아직 여전한 꼴통이지만 많이 지혜로워졌어요.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은 게, 물론 저는 안 그러고 싶지만 제 성격상 앞으로 제가 사회적인 물의를 분명히 일으킬 거예요. 제가 또 그랬을 때 저를 그동안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아 저 형 또 저러나보다, 저 오빠 또 저러나보다. 난 저 사람 아니까 그냥 웃고 넘어갈래. 이러다 또 좀 있다가 앨범 들고 나오겠지.’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또 제가 본질 자체는 그렇게 못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고. 그냥 저를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저를 통해서 많은 엔터테인먼트라도 얻었으면 좋겠어요. 힙 : ‘The american dream'이나 천 마디 같이 발표 예정이었다가 연기된 작업물들은 다 작업중이신가요? 스 : 천 마디 같은 경우에는 녹음, 믹싱까지 다 했는데 급하게 만든 티가 나서 엎어버렸어요. 그래서 나중에 꼭 할 거예요. 아메리칸 드림도 나중에 꼭 할 거고. 엎어진 게 되게 많은데 그거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아요. 미뤄진 일에 대해서 핑계는 안 댈 거고 계속 내야죠. 힙 : 마지막으로 힙플 회원분들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스 : 인터뷰 보시는 모든 분들, 이거 읽는 사람 중에 예술 하는 사람이나 랩퍼 되고 싶은 사람 되게 많을텐데 자기가 두려워하는 거에 계속 도전해서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또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아웃라이어’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을 꼭 읽으라고 하고 싶어요. 이 책에 나왔던 얘기중에 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대요. 이 법칙이 뭐냐면 어떤 사람이 어떤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만 시간을 투자해야 그걸 완벽하게 연마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근데 저는 그걸 아직 다 못 채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빨리 그 만 시간을 채웠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보면 결국에는 재능보다는 노력과 환경이 중요하다고 결론이 내려져요. 그래서 이 인터뷰를 보는 모든 분들도 자기한테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고,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스윙스는 진짜 잘하는데 재능으로만 이룬 게 아니었으니까. (웃음) 인터뷰 진행 | HIPHOPPLAYA.COM / 이인혜 (ih0703@nate.com / http://twitter.com/inhye_inhye / http://www.facebook.com/inhye.lee.520 ) 인터뷰 편집 | 이인혜 (ih0703@nate.com / http://twitter.com/inhye_inhye / http://www.facebook.com/inhye.lee.520 ) 사진, 영상 | Directed by SIN (https://twitter.com/dHstudiostory / http://instagram.com/studiostory/) 관련링크 | 스윙스 트위터 (http://www.twitter.com/@itsjustswings) 저스트뮤직 트위터 (http://twitter.com/JUSTMUSIC_ENT) 브랜뉴뮤직 트위터 (http://twitter.com/BN_Music)
  201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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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제이통(J-Tong), '이정훈' 이 문화를 바로 잡아 다스리는데 큰 공을 세울 이름  [83]
힙플: 오랜만이다. ‘모히칸과 맨발’ 이후, 행방이 크게 도드라지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지냈나? 제이통 : 잘 지냈다. 힙플: 작년, 이센스와의 레이블 설립 설이 있었다. 실제로 진행이 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어떤 이유로 함께 하지 못하게 된 건가. 제이통: 유통사와의 계약을 앞두고 서로 엇갈렸다. 센스형은 지금 존재하는 유통망이나 음원 사이트 등 편리하게 갖춰진 시스템을 ‘이용하자.’ 였고, 나는 아무것도 ‘이용하지 말자.’ 였다. 난 내 20대 초반을 센스형과 붙어 지냈다. 난 센스형이 회사의 계약, 시스템에 의해 겪어온 상처를 가장 가까이서 봐온 사람 중 하나이고, 그 센스형의 상처를 통해 시스템을 배운 놈이다. 그런 과정을 겪은 나로서는 이제 센스형과 아무런 제약 없는 시스템 밖에서, 그 어떠한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평생 행보를 같이 하고 싶다 라는 바램이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여 지금도 아쉽다. 힙플: 아메바컬쳐와의 협업 이후, 앞서 설명해 준 이센스와의 레이블 설 이후 크게 다른 소식은 없었고, 급작스레 새 앨범을 발표하는데, 레이블에 대한 이야기는 없더라. 독립 레이블로 혼자 진행하고 있는 건가? 제이통: 모든것들을 혼자 진행하고 있다. 힙플: 이유는? 제이통: 우리나라에선 음악을 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이 많다. 기획사랑 계약을 해야 하고, 유통사와 계약을 해야 하고, 음원 사이트와 계약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라고 불리는 단체는 철저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음악 위에 돈을 벌기 위한 회사의 생각이 낄 수밖에 없다. 계약 수칙을 어기면 법적인 조치가 따르며, 모든 건 계약에 맞추어 돌아간다. 난 돈을 벌기 위해 음악을 만드는 노예가 아니다. 난 여러 계약들을 지킬 마음도 없고, 그럴 자신도 없다. 힙플: 이번 음반의 판매 방식은 음원, 음반 모두 특정 사이트(http://www.ikbuckjtong.com)와 제이통이 직접 진행하는 앨범 직거래로만 구매가 가능하다. 모험적인 시도인데, 어떻게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건가. 제이통: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누구의 생각도 반영되지 않은, 오로지 내 선택으로만 이루어진 하나의 창작물을 내 방식대로 선보일 수 있어서 의미가 있고, 내 음악을 느끼는,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진 별난 인간들을 직거래로 직접 만나는데 의미가 있다.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여러 창구와 매체가 즐비 하는 요새 시대에 어떤 미친 가수가 직접 만나서 직거래를 하는가? 모든 것들이 편리하게 디지털 화 되어가는 현재 시대를 내 방식대로 역행하여 살아남는 것이 내 삶의 의미이고 목표다. 힙플: 한정 배포/판매는 특정 사람들에게만 공유 되는 형태이다. ‘널리’ 들려졌으면 하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은 없나? ‘갈’을 통해 접한 메시지로 보자면 아쉬움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만. 제이통: 내 음악을 사기 위해서는 남루한 내 사이트의 성인인증을 거쳐야한다. 내가 28세인데 28세의 생각을 미성년자가 공감하리라 생각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신보 [이정훈]은 비싸다. 3만원이며, 1집 모히칸과 맨발은 4만원, EP는 5만원이다. 앨범이 비싼 이유는 내가 들인 노력과 시간을 높이 사기 때문이고, 구작이 신작보다 더 비싼 이유는 난 낡고, 오래 되었지만 성질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심지어 착불이다. 이런 과정을 직접 뚫고 날 이해하며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짜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내 팬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거 유행하면 이거 좋아하고 저거 유행하면 저거 좋아하는 분별력 없는 인간들은 내 까다로운 방식 속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내 사이트는 현재 가장 뜨거운 유행이 된 이 힙합 문화 사이에서 진짜 내 팬들을 온전히 가려내어 줄 장치이다. 힙플: 여러 반대 운동이 있었지만, 음원 수익 분배에 있어서의 불합리함은 바뀔 기미조차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제이통과 같은 방식이 소수에 그쳐서는 시도로 끝날 가능성도 커 보이는데, 여기에 있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이통: 시스템 안에서의 음원 다운로드로 유통되는 음악의 한 곡당 가격은 500원 정도이며, 스트리밍으로 유통되는 음악의 한 곡당 가격은 7.2원 정도이다. 저 가격에서 계약 된 비율로 기획사가 떼어가고, 유통사가 떼어가고, 음원 사이트가 떼어간다. 창작자 본인에게 떨어지는 금액은 껌 보다 싸며, 과자 보다 싸고, 라이타 보다 싸다. 싼 음원 가격은 결국 사재기를 유발하여 국내 음원 차트는 믿을 수 없다. 여기서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을 해 보라. 난 내 앨범을 3년 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준비했다. 앨범 아트웍은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네팔까지 가서 진행했고, 내가 관련된 모든 영상은 내가 다 편집해서 만들었으며, 작사, 녹음, 믹스, 마스터 등의 작업 과정에서도 매사 태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그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근데 왜 내가 고생하여 만든 음악들을 시스템 안에서 그들이 정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아야 하며, 왜 내가 저런 불합리한 판에 얽혀야 하나. 우리나라 래퍼들은 95% 이상이 의식 없이 대가리에 똥만 차서 멍청히 살아간다. 어떻게든 현재 유행에 맞춰 지 밥그릇 챙길 생각만 하고 있다. 잘 들어라. 힙합 문화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돈, 자기 자랑 따위가 아니라 불합리함에 분노하는 저항의식이다. 니가 벌면은 얼마나 벌며, 니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나. 니가 아무리 많이 벌어봤자 넌 더 큰 돈의 노예고, 니가 아무리 잘나봤자 이 불합리한 시스템의 노예다. 같은 속도로 나란히 달리는 버스 2대에서 각자의 창문을 통해 서로를 쳐다보고 있으면 버스는 앞으로 직진 하고 있지만 서로의 모습은 정지해 있다. 흐르는 물도 마찬가지로,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각각의 물 한방울 한방울들은 자신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평생 모를 것이다. 시스템 안에 있으면 자신이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절대 깨달을 수 없다. 시스템 밖으로 나와라. 시스템 밖으로 나와야 비로소 시스템이 보인다. 힙플: 넘어가서, 지난 앨범에서는 ‘혼란속의 형제들’ 이번 앨범에서는 ‘27인의 해적’이 수록 됐다. 여기서 ‘혼란속의 형제들 (IK)’은 어떻게 된 것인가? 자연스러운 크루 해체로 보여 진다는 의견이 대다수인데. 제이통: 우리끼리의 웃음 나는 추억이 있다. 크루는 그거면 된 거다. 지금은 각자 바빠 안본지 꽤 되어서 만나면 어색하겠지만 난 형들이 좋다. 크루가 어떻게 되는지는 기석이 형(Simon Dominic)한테 물어봐라. 힙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개량한복’에 대해서 물어보겠다. 도끼&더콰이엇를 향했는데, ‘빈지노’는 아닌 것에 대해 많은 피드백들이 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답해 줄 수 있는가? 제이통: 도끼와 더 콰이엇은 자본주의를 조장하는 사기꾼이다. 도끼는 자신이 연예인이 아닌 MC 라고 포장하지만 여러 방송에 나온다. 방송에 나오는 모습은 다 똑같다. 돈 자랑이다. 도끼의 옛 음악들을 들어봤나? 가사에 난 쇼미더머니같은 방송매체 따윈 이용하지 않는다. 난 힙합이다. 라고 이야기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쇼미더머니에 얼굴을 비춘다. 도끼는 방송에 나와 자신이 불교를 믿는다고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부처 목걸이를 보여준다. 그의 삶을 보라. 과연 부처를 믿는 자의 삶인가? 도끼는 기본적으로 언행일치가 되지 않고,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채로 일찍 돈에 눈이 멀어 허영심이 가득하고 거만하다. 세상은 돈으로 살수 없는 사람과의 관계가 있고, 돈으로 살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한 경험이 있다.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다. 몇 년째 도끼와 더콰이엇의 돈 타령은 지겹도록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 돼지새끼들이 얼마나 더 우려서 해 처먹을지 모르겠다. 지겹기 이전에 같은 창작자로써 역겹다. 내 인터뷰를 보는 분들께 질문을 하나 하겠다. 도끼와 더콰이엇의 돈 얘기에 대해 지금 더 궁금한 사람이 있는가? 창작자라면 본인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본인이 어떤 인간인지, 더 발전하여 자신의 커리어에 맞게 삶을 풀어 나가야 하는게 맞지 않는가? 트랩이라는 장르를 아는가? 미국 힙합의 유행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들은 도끼와 더콰이엇의 음악이 미국 흑인의 태도, 가사, 심지어 사운드까지 그냥 모든것을 배낀 흉내내기 음악이라는 걸 알고 있을것이다. 지노형 얘기로 넘어가면 도끼는 옛날부터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어떤 누군가를 이용하여 이익을 내는 얕은꾀를 써왔는데, 커리어 초반엔 박재범이었고 지금은 지노형이다. 지노형은 타고 났다. 청자의 가슴을 때리는 깊은 가사를 써낼 줄 알고, 섬세하고, 정의롭다. 그릇이 넓어 여러 장르에도 어울리고 멜로디도 잘 짜며 많은 색깔을 가지고 있다. 도끼의 모든 커리어를 통틀어 합쳐 몇 트럭을 가져와도 지노형의 'if i die tomorrow' 한 곡이 더욱 빛난다. 같은 돈 자랑을 해도 내 디스에 빈지노는 아닌 이유는 간단하다. 형은 자격이 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혹시 모르는 미래에 형이 도끼와 더콰이엇 같이 인기와 돈에 눈이 먼 병신이 되어 실망스러운 음악을 계속 내 놓는다 하더라도 난 형을 욕하지 않을 것이다. 나와 형은 형이 지금 빈지노이기 이전에 임성빈과 이정훈으로 만난 사이다. 형은 운동을 즐겨 항상 얼굴에 생기가 있고, 주변 교우관계도 깊으며, 심성이 착해 배려심도 깊어 주변 형, 동생들을 기분 좋게 한다. 형의 삶은 욕먹을 이유가 없다. 다시 음악 얘기로 돌아가면 힙합 한답시고 미국 본토 문화를 그대로 베껴 한국에서 흉내 내는 건 의미 없다. 이 문화가 지닌 본질과 매력을 파악하여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맞게, 자신의 나이에 맞게, 시대에 맞게 문화를 재해석해야 한다. 그 온고지신의 태도가 바로 옛 멋과 현재가 조화를 이룬 개량한복의 성격이며, 개량한복이 내 노래의 제목이 된 이유이다. 힙플: 두 번째로 ‘머저리들의 행보는 결국 쇼미더머니’ 이 구절을 두고는 ‘벅와일즈’ 멤버들의 출연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그래서 ‘졸렬하다’ 라는 식의 피드백들이 대다수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이통: 난 동생들이 쇼미더머니에 나오든 뮤직뱅크에 나오든 전국 노래자랑에 나오든 무조건 응원할 꺼다. 동생들과의 인연은 8년이 넘었다. 동생들이 큰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난 내 방구석 깊은 곳에 숨겨 줄 거다. 벅와 멤버들의 행보가 어떻든, 어떤 음악을 하든 난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가 지금 보다 더 잘 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난 벅와일즈를 사랑한다. 그 뿐이다. 날 졸렬하게 보았다면 정확하게 보았다. 미안하다. 버벌진트 산이 도끼 더콰이엇 한테는 화가 나지만 벅와 동생들한테는 화가 나지 않는다. 난 졸렬한 놈인가 보다. 오히려 동생들이 출연하기 전 보다 잘 되어서 기분이 좋다. 우린 각자의 성격들이 조화가 잘 맞아 재밌는 상황이 많이 생겨 웃긴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심지어 27명이라 거의 2주마다 누군가의 생일이다. 벅와 카톡방은 2주 마다 축제다. 벅와일즈를 통한 내 목표는 평생 재밌게 같이 공연 하며 늙는 것이며, 멤버 모두와 한번 씩 음악 작업을 하는 것이다. 물론 작업으로 생기는 저작권료와 같은 시스템 상의 수익은 난 모두 거절한다. 그리고 최근에 멤버가 한명 더 늘었다. 코리안 좀비 소속의 격투가 서진수 선수이다. 힙플: 이 곡에서는 산이와 버벌진트도 겨냥했다. 무려 네 명이나 겨냥했는데. 제이통: 산이, 버벌진트는 힙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천박한 싸구려 사랑 노래를 대중 매체를 통해 유행시켜 이 문화의 가장 중요한 매력인 마초적인 성향을 도려내었다. 듣기 좋게,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뻔한 가사에, 예쁜 아이돌 하나 골라 귀에 잘 빨리는 멜로디 만들어 훅에 끼워 맞추고는 '힙합'이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한다. 내가 생각하는 힙합은 남자의 음악이다. 산이는 예쁘게 성형수술을 하였고, 버벌진트는 방송에 나와 여성스러운 손짓을 하며 질질 짠다. 그리고 도끼, 더 콰이엇 이 둘은 자본주의를 조장하여 대중 매체를 통해 돈이 최고라는 사상을 대한민국에 널리 퍼뜨렸다. 가사에는 외제차가 몇 대니, 보석이 몇개니, 내가 버는 돈이 얼마니, 지겹게 자랑하고 돈 얘기가 아니면 다 닥치라고 하며 청자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가뜩이나 극심한 자본주의로 피폐해지는 세상에 기름을 콸콸 부어댄다. 내가 생각하는 힙합은 정의로운 음악이다. 자신이 유명하고, 돈 많이 번다고 자랑만 할게 아니라 그 와중에 자기가 찾은 옳은 정답들을 음악으로 구체화 해나가는게 맞다. 자신이 한 몫 챙겼다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위 네 명은 내가 사랑하는 문화를 망치는 역적들이다. 후한 말의 십상시와 같고, 조선말의 매국노와 같다. 힙플: [부산]에서는 ‘똥’으로, [모히칸과 맨발]에서는 ‘찌찌뽕’, 이번 앨범의 ‘개량한복’까지 의도 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태까지의 모든 앨범에서 말이다. 일정부분 어떤 주목을 받을지는 생각했을 것 같은데, 음악보다 이슈에 집중되는 것에 아쉬움은 없나? 제이통: 어려운 부분이다. 공교롭게도 나의 모든 커리어는 이슈 덩어리다. 나를 그냥 관심종자로 보는 사람도 많고, 노이즈 마케팅에 미친놈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난 그냥 나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뿐이다. 난 음악으로 돈을 많이 벌어 평생 떵떵거리며 살 생각도 없고, 어딜 가나 알아보는 유명한 가수가 될 생각도 없다. 나의 증조할머니는 건강하게 장수하시고 주무시다가 편하게 돌아가셨다. 내 꿈은 무병장수이다. 난 부모님이 일찍 이혼하여 엄마 없이 자랐다. 그 어떤 결핍이 있어서 그런지 난 유방이 너무 좋다. 난 삼시 세끼를 잘 챙겨먹으며 과일을 좋아하고 영양학에 관심이 많다. 술은 다음날 설사해서 싫다. 한달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한다. 난 평소 자연을 좋아하여 약초와 버섯, 곤충에 관심이 많으며 산에 가는걸 좋아한다. 자연 관련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은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 이다. 난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즐기는데 가장 쾌감 있는 운동은 공연이다. 자위행위도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여성과의 섹스도 중요하다. 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하여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음악 만드는 걸 좋아하고, 영상 만드는 걸 좋아한다. 고통 뒤에 얻는 쾌감을 좋아하여 문신을 좋아하고 이젠 심지어 문신 기술도 배우고 있다. 인간이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뒤죽박죽이면 어떻나, 난 멋지게 늙을 자신이 있다. 이쯤 되면 그냥 날 뒤죽박죽인 놈이라 생각하고 그러려니 너그럽게 받아드려 달라. 힙플: 이번 앨범 10곡 중 4곡을 영상으로 시각화 했다. 제이통: 이번 앨범의 모든 아트웍은 네팔에서 진행 되었다. 세계의 지붕 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의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을 보고 싶었고, 때묻지 않은 대자연을 느끼고 싶었다. 네팔 여행 과정에서 겪었던 순간들을 이영호 사진사와, 최강훈 촬영감독이 잘 포착해주었다. '눈' 이라는 영상은 이주호 음악감독의 곡 위에 맞추어 편집 하였다. 영상 안에는 주로 네팔의 오래된 옛 사원, 자연, 인간, 풍경들로 이루어져 있다. 난 내가 만들어 낸 영상들로 당신들의 '눈' 이라는 감각 기관을 통해, 내가 경험한 장면들과 느낌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 네팔에 일어난 큰 지진으로 오래된 사원들도 거의 다 무너지고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 하지만 내 영상속의 네팔 사람들은 평생 살아 숨쉬고, 내 앨범 아트웍 속의 네팔 사원들은 평생 견고하다. 내 영상과 아트웍은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백양산'으로 넘어가면, 산과 나의 인연은 깊다. 먼저 나의 아버지가 산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자사모(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다음 카페에서 미스터 폴 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며 모든 등산길에 날 데리고 다니셨다. 그리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굴절이 다른 '부동시'로 군대를 가지 못하였는데, 4급을 받고 산불감시 요원으로 발령나 근무하게 된 곳도 산이다. 바로 백양산이다. 공익 시절 2년 가까이 등산만 하여 난 백양산의 모든 등산로를 꿰고 있고, 백양산은 내 집 마냥 편하며, 산에는 내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이 있다. 내가 사는 곳은 부산진구 초읍동이며 집과 백양산 입구까지의 거리는 10분 거리다. 난 앓아눕거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시급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7일 중 3일은 눈 뜨고 일어나자마자 백양산에 간다. 등산은 사계절을 가리지않고 내가 가장 자주 즐기는 운동이다. '백양산' 이라는 영상은 내가 산을 오르내리며 직접 촬영한 풍경들로 이루어져 있다. '문신' 으로 넘어가면, 난 고통을 좋아한다. 어차피 삶은 고통이다. 고통을 이겨냈을때 다가오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문신은 가장 1차원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나에게 고통을 준다.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 것이다. 화로와는 22살때 홍대에서 타투이스트와 고객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서로의 기운이 잘 맞아 금방 친해졌다. 진심 반, 농담 반으로 서울 생활 접고 부산으로 내려오면 벅와일즈에 받아주겠다고 했는데, 미친놈이 5개월 뒤 노가다로 천만원을 모아 부산으로 이사하며 벅와일즈가 되었다. 화로와 같이 부산에서 어울리며 내가 생각하는 운율의 구조와 배치의 정답들을 공유했고, 철학과 사상을 공유했다. 화로는 나에게 오래된 친구이자, 유능한 제자이며, 문신 기술을 전수 해주는 선생이다. 마지막으로 '호흡'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성과의 만족스러운 섹스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좋은 섹스는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것 이다.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여러 행위를 기초로 두고 상대 여성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이렇게 해보고 싶다던지, 저렇게 해보고 싶다던지 에 따라 대화하고 수렴하여 호흡을 맞춘다. 섹스는 서로 '호흡'을 맞추어 각자 성향의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힙플: ‘호흡’은 유튜브의 선제대응이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널리 퍼졌으면 찌찌뽕을 잇는 이슈를 탔을 거라고 생각한다. '찌찌뽕’으로 겪어본 아티스트이기에 또 이런 시도를 했다는 자체는 좀 의아했다. 어떤 연유로 ‘다르지만 비슷한’ 류의 비디오를 또 제작했는지 궁금하다. 제이통: 인간의 큰 욕구 중 하나는 표현의 욕구이다. 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리로,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영상을 공개한지 1시간 만에 잘렸지만, 내 사이트를 통해 다시 공개 할 예정이다. 내 사이트는 '성인사이트' 다. 성인은 보통 만 20세 이상의 남녀를 이르는 단어로 쓰이지만,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성인'은 인과관계에 대한 통찰력이 있고, 분별력이 있으며, 책임감이 있다. 난 내 회원들을 믿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내 시스템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여담으로 중학교 다닐 적 설문조사 할 때, 장래희망 적는 란에 성인 AV 배우라고 적어 선생님께 혼난 적이 있다. 난 지금 내가 만든 성인 영상의 총감독 이고, 촬영감독 이며, 편집자 이며, 배우다. 난 여러모로 장래희망을 살고 있다. 힙플: 그럼 이 인스트루멘탈들은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는 궁금하다. 어떤 의도, 어떤 배경이 있는 곡들인가. 제이통: 내가 만들어 낸 곡들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여, 앨범 구성 상 흐름을 잡아 줄 차분한 소리들이 필요했다. 이주호가 제 몫을 잘 해내주었다. 주호의 또 다른 직업은 헬스 트레이너다. 힘든 노력에 의한 값진 성취의 진행 과정을 즐길 줄 아는 멋진 동생이다. 이주호 음악감독과 나의 영상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 질 것이다. 힙플: 앨범 전체적인 바이브가 ‘올드스쿨’, ‘옛 것’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제이통: 잘 보았다. 정답은 이미 옛 것에 다 나와 있다. 모든 예술은 옛 것을 자신의 삶에 맞게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거다. 난 한국의 옛날 방식을 사랑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올드스쿨 문화는 다양했고, 낭만 있었으며, 철학적이었고, 정의로웠다. 나의 가사에는 한국인이 즐겨 쓰는 쉬운 사자성어가 많다. 난 가장 단순한 표현으로, 가장 쉽게 전달한다. 사소한 말장난 하나 없이 화법도 상투적이고, 외국어도 거의 없다. 나의 노래 제목들은 '개량한복', '귀촌', 꾸짖을 '갈' 등으로, 벌써 낡아서 옛날 냄새를 풀풀 풍긴다. 나의 문신들은 그림의 선들이 뚜렷하고 간단하여 눈에 쉽게 들어오며 생활 속에서 많이 쓰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빨강, 노랑, 파랑 따위로 색칠 되어 있다. 나의 주된 행보는 '직거래'로, 난 나의 음악을 원하는 사람과 직접 만나 오른손으로 물건을 주고 왼손으로 돈을 받는 가장 1차원적인 형태의 '거래'를 하고 있다. 내 가사를 읽어봐라, 내 노래 제목들을 봐라, 내 문신들을 봐라, 내 행보를 봐라. 내 삶의 모든 방식은 '올드스쿨' 이다. 심지어 옷도 올드한게 좋다. 나와 취향이 같은 옛날의 누군가를 상상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공감을 얻고, 신기해하며 옷을 입는다. 게다가 누가 입었던 옷은 싸서 좋다. 힙플: 앨범 내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바는 시스템과 씬에 대한 ‘화’이다. 씬에, 시스템에 바라는 바가 구체적으로 있나. 제이통: 대통령에게 바라는게 있다. 주요 음원 유통사인 로엔 엔터테인먼트, CJ E&M. KT 뮤직 모두 현재 멜론, 엠넷닷컴, 지니 뮤직 등의 음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유통사가 음원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니 돈 있는 놈이 돈 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음원 사재기도 근본적으로 이 구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침투를 막아야 한다. 이젠 공연까지 기업화되어 공연 뒷 풀이는 옛 말이며, 선후배 간의 의리도 없다. 그리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없애고, 음원 가격을 내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범주로 높여, 판을 깨끗이 만들어 달라. 음악의 가치가 높아져 행복한 창작자들이 많아지고, 빌보드, 오리콘 같은 신뢰성 있는 차트가 생겨, 대한민국의 문화적인 수준이 높아진다면 당신도 좋고 나도 좋고 얼마나 좋은가. 힙플: 3년여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는데, 다음 앨범은 얼마나 걸릴까? 제이통: 내가 구축한 나만의 시스템으로 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는 돈을 모아 떳떳하게 살아남는다면 다음 앨범이 나올 것이고, 살아남지 못한다면 다음 앨범은 없다. 힙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부탁한다. 제이통: 난 똥이라는 노래 한 곡으로 소울커넥션이라는 한 단체를 없애버린 장본인이며, 부산 EP를 통해 한국힙합 문화에 지역 색을 입힌 장본인이다. 내 이름은 오얏 [이]. 바로 다스릴 [정]. 공 [훈]. 이다. 이 문화를 바로 잡아 다스리는데 큰 공을 세울 이름이다. 기사작성 | 힙합플레이야 (HIPHOPPLAYA.COM) 사진촬영 이영호 (Booba) http://instagram.com/boobagraphy 제이통 홈페이지 http://www.ikbuckjtong.com 제이통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ikbuckjtong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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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제리케이, ‘힙합도 사회의 일부, 변할 건 변해야 한다’  [9]
힙플 : [감정노동] 발표를 축하한다. 네 번째 정규 앨범이자 음반으로는 열 번째인데 감회가 어떤가? 제 : 10번째 음반이라는걸 발매 전날 컨셉 사진을 찍으려고 씨디를 꺼내보다가 알게 됐다. ‘아 10번째 음반이구나.. 여기까지 잘 버텼다’ 힙플 : 험버트(Humbert)의 경우도 풀랭스 앨범의 전곡을 프로듀싱한건 이번이 처음인 걸로 안다. 험 : 앨범이 나왔을 때 정말 내 앨범이 나온 것처럼 기뻤다. ‘해냈구나!’ 싶었지. 앨범의 엔지니어인 나잠수형의 작업실에서 CD를 받자마자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제 : 감동의 눈물을 흘리더라.. 험 : 감동의 눈물은 마음 속으로.. (웃음) 힙플 : 제리케이와 험버트는 ‘결혼결심’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추고, 그 이후로 쭉 함께 해왔다.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된 건가? 제 : 이전 앨범 [현실,적]을 내고 나서 비트를 준 김박첼라형과 믹스를 맡아준 소리헤다에게 CD도 주고, 밥이나 사줄 겸 찾아갔었는데, 이 친구가 거기에 있었다. 밥을 먹으러 나오는데 따라오더라. 참여도 안 했는데.. (웃음) 근데 뭐, 온다는데 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어서.. 험 : 초면에 밥을 얻어먹었었지.. 제 : 그때 처음 봤고, 그 뒤로는 아날로그소년의 ‘선인장’을 들으면서 이 친구가 진짜 잘하는 친구라는 걸 느끼게 됐다. 뭐랄까, 리얼 악기의 소스들을 기반으로 하면서 신스가 섞인 류의 음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또 그런 프로듀서를 찾고 있어서 그런지 험버트가 적임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혼결심’으로 험버트에게 처음 곡을 맡겼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그런데 사실, 험버트가 앨범 전체를 맡게 된 과정은 조금 다르다. 험 : 아 그건. 내가 하고 싶다고 했다. (웃음) 제리케이형은 어릴 때부터 나의 페이보릿 MC였기 때문에 그 이후로 형을 볼일이 거의 없었는데도, 내가 나서서 찾아 뵙고,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제 : 어느 날 갑자기 문자가 오더라. 할 얘기 있으니 한번 만나자고. 약간 무서웠다. (전원웃음) 그래서 전혀 아무 생각도 못하고 나갔는데, ‘제가 형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하고 싶습니다’라면서 야망을 밝히더라. 힙플 : 야망.. (웃음) 험버트의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나? 제 : 그때는 총괄 프로듀서를 둬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던 상황이라서. ‘뭐라고?’ (웃음) 하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 받아놓은 비트들도 있었기 때문에.. 험 : 난 비트들이 있는지 몰랐다. (웃음) 제 : 앨범을 만들기 위한 곡 수집은 늘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예전에 사놨던 비트들과 중간에 다른 친구들한테 받아놨던 비트들이 있었다. 어쨌든, 당시에 나는 이 친구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는 거 좋다. 그런데, 네가 전곡을 다 쓰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곡을 가지고 오면 네가 다시 한번 손을 보는 쪽으로 하자’라고 말했는데, 진행하다 보니까 이 친구 걸로만 가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더라. 힙플 : 1MC 1PROD 조합은 처음이지 않나. 작업 과정이 보통과는 좀 달랐을 것 같다. 제 : 맞다. 앨범 전체를 내가 만든 비트로만 한적은 있어도 프로듀서 한 명과 붙어서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업 과정은 보통 내가 이 친구한테 어떤 느낌을 요구하면 이 친구가 열심히 만들어서 보내고, 다시 내가 까는 식이었다. (웃음) 정말 많은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작업했다. 험 : 엄청났지.. 제 : (웃음) 그야말로 감정노동.. 이 친구가 정말 감정노동을 많이 했다. 왜냐면 나는 작업할 때 방해 받지 않는, 독립적인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타입이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시간을 보장해주려고 하는 편이다. 그 자리에서 같이 뚝딱 만들어내는 건 내 체질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친구가 나름대로 그림을 만들어 오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그걸 조금씩 쌓아 올리는 과정들이 있었다. 특히 어떤 곡들은 그런 과정들이 정말 많았지.. 험 : 그건.. 정말 힘든 곡이었다. (웃음) 제 : 그러니까 ‘Louder’나 ‘축지법’, ‘No Role Models’ 3곡은 이 친구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이 친구가 원래 하던 스타일의 곡도 아니었고, 내가 요구하는 바가 좀 많았거든 (웃음) 하지만, 어떤 곡들은 정말 처음 형태 그대로 나온 것들이 있다. 힙플 : 어떤 곡들인가? 제 : ‘#MicTwitter’ 같은 경우는 처음에 보내준 게 정말 좋아서 아주 약간의 디벨롭만 더해서 갔다. 험 : 내가 처음 만들어놓은 비트의 형태와 구성을 가장 많이 유지한 곡은 ‘기립박수’랑 ‘No More Heroes’다. 힙플 : 여담이지만, ‘No More Heroes’ 같은 경우는 처음 피아노반주에서 ‘Everest’가 떠올랐다. 험 : 의도한 건 전혀 없지만, 직접 연주를 하다 보니 청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고 본다. 힙플 : 작업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 제 : (웃음) 너 파일 날릴 뻔했잖아 험 : 아, 믹스 전날에 ‘Life Changes’ 파일을 통째로 날려버릴 뻔했다. 다행히 복구하기는 했는데, 6시간 동안 사경을 헤맸었던.. 제 : (웃음) 자고 있어나서 문자를 보는데 험버트가 제 정신이 아니더라. 그래서 문자를 쭉 내려보는데. ‘아 해결됐습니다’ (웃음) 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험 : 다행히 백업이.. 힙플 : 좋은 곡 안 날려서 다행이다. (웃음) 제 : 곡 별로 내가 개입한정도가 많이 다른데, ‘Life Changes’의 경우는 특히 이 친구가 욕심을 많이 낸 곡이었다. 편곡된 버전이, 스케치 버전과 느낌이 좀 다르고 낯설어서 원래대로 바꿔보려고 했었는데, 이 친구 의지가 강하더라. 결국에는 이 친구의 뜻대로 갔고 정말 완성도가 높아졌다. 그런데, 그게 날라갈 뻔한 거지 (웃음) 힙플 : 한 명의 프로듀서가 도맡은 앨범이어서인지 공통된 무드 안에 트랙들이 응집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앨범의 색깔이나 방향을 잡는 데에는 어떤 논의들이 있었나? 제 : 이 친구는 앨범의 전체 색깔을 잡고 가길 원했지만, 내가 작업하는 방식은 그게 아니었다. 프로듀서에게 곡을 받고 내가 마무리를 짓거나, 혹은 내가 곡을 주문하면 프로듀서가 그에 맞춘 곡을 쓰는 형태로 늘 모음집 같은 앨범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사실 이번 작업도 내 입장에선 그렇게 진행됐다. 그렇지만 한 명이 도맡다 보니 유지되는 일관성은 있었던 것 같다. 험 : 사운드적인 부분이나 편곡적인 부분을 모두 내가 하다 보니 내 딴에는 ‘이거 너무 다르지 않나’라고 느끼는 부분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관적인 무드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들이 있더라 제 : 이 친구가 전적으로 사운드를 책임지다 보니까, 사운드적인 유기성에 대해서 굉장히 날카롭게 보는 부분이 있었다. 그만큼 트랙과 트랙 사이 유기성에 관한 고민들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또 내 입장에서 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이다 보니까, 서사의 흐름을 생각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런 조율이 막판에는 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험 : 그 조율만 약 일주일을 했다. 힙플 : 특히 험버트의 경우는 악기 연주를 직접하는 프로듀서지 않나. 음악적인 역량의 배경이 궁금하다. 험 : 작곡을 전공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악기들을 다룰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비트메이커분들과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다른 비트메이커분들이 비트로서 접근을 한다고 치면 나는 작곡가적인 의도로 접근을 하는 부분이 크다. 그래서 항상 곡을 만들 때 주제가 있어야 하고, 주제에 따른 영감을 찾는 편이다. 제 : 그런 측면에서 재미있었던 곡 중에 하나가 ‘축지법’이었다. 일단 비트가 신기하지 않나, 그것은 내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내용도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축지법’이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쓸 거고, 비트를 만들어봐 달라고 했을 뿐. 그런데 이런 신기한 비트를 만들어 오더라. 뭐랄까, 상상력을 확장해가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힙플 : 그 비트를 처음 받았을 때 당황하진 않았나? (웃음) 제 : 아니, 너무 좋았다. 얘가 엄청난걸 만들어냈구나 싶었지. 물론, 그 비트의 느낌이 후반 작업에 조금 바뀌어서 지금의 형태가 됐지만, 어쨌든 되게 놀라웠다. 힙플 : 그 비트의 완급은 애초에 초안이었나? 제 : 맞다. BPM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건, 애초에 그런 컨셉이었다. 그러니까 축지법이라는 단어에서 그걸 상상해낸 거지. 음악적으로 아주 훌륭한 프로듀서다. 험 : 이걸 또 잘 살려주시다니.. 힙플 : 물론 굉장히 참신했지만, 한편으로 ‘리믹스는 틀렸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웃음) 제 : (웃음) 그건 그렇네 힙플 : 앨범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에 앞서 앨범 제목을 감정노동이라고 지은 의도가 있나? 제 : 처음에 붙였던 제목은 ‘Life Changes’였다. 이제까지 거의 매년 한 두 개씩 앨범을 계속 내오다 작년 한 해를 쉬었는데, 작년에 결혼을 하고 결혼 전후로 내 삶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 시기 즈음 그런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이 변해가고 있는 과정과 흐름들. 그 만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도 조금씩 변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 것들을 소재 삼은 가사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앞에서도 말했듯 앨범전체의 각을 잡고 한 작업이 아니다 보니 그때 그때 떠오르는 감정들과 이야기들을 썼는데, 만들다 보니 ‘Life Changes’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것들이 아니더라 그래서 ‘콜센터’라는 곡을 대표곡으로 두고 다른 제목을 생각해봤다. 나는 모든 노동자가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도, 한 명의 음악 노동자이기 때문에 내 나름의 감정노동을 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으로 생각하니 앨범 전체의 줄기가 잡히는 것 같았다. 내가 씬의 일원으로서 하고 있는 감정노동, 다른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면서 하게 되는 감정노동,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볼 때 내가 표정관리를 어디까지 해야 되는지에 대한. 뭐 이런 것들이 앨범의 주된 정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 앨범 소개에 지난 일년 여 동안의 표정관리를 해야 했던 순간들, 그때의 감정을 담았다고 했다. 구체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제 : 쇼미더머니지.. 쇼미더머니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감정노동의 장이었다. 이 앨범의 주된 소재와 테마 중의 하나가 안티-쇼미더머니 아니겠나. (웃음) 그러니까 쇼미더머니가 구리다는 걸 알면서도 나가서 정신승리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에서 몰락하는 영웅들. 나는 쇼미더머니에 나왔던 모든 사람을 다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바스코형 같은 경우는 그걸 계기로 훨씬 더 멋있어졌다고 생각을 한다. 단지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느낌과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이 대체로 멋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계속 꺼내는 건데, 사실 한번 더 생각해보면 다 동료들이고 함께 음악 했던 사람들이고 아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건 대놓고 까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묻어두자니 내 성격과 음악인으로서의 자의식이 감당을 못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선을 지키는데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신경 안 쓰면 안 쓸 수도 있을 텐데도 난 유난히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힙플 : 그런 동료 뮤지션들을 대할 때 어떤 고충이 있나? 제 : 나는 집밖에 잘 안 나간다. 사람들하고 연락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고. 그래서 면대 면으로 그럴 일은 거의 없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연락이 닿게 되면 스스로 껄끄러운 게 있었다. 아마 내가 이 앨범을 낸 후로 그와 관련된 분들이 날 본다면 그쪽도 비슷하지 않을까. 힙플 : ‘이제는 끝물이다’라고 쇼미더머니의 향방을 예측하던 게 계속 이어져오고 있고 올해만 해도 참가자들이 최대 수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제리케이 입장에서는 뭔가 허탈했을 것 같다. 제 : 그 허탈함도 이번 앨범의 주된 정서중의 하나다. 힙플 : 쇼미더머니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제 : 나는 더 갈 거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금방 단물이 빠질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럴 것 같지 않다. 왜냐면 그곳에 목매고 있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엠넷이라는 방송사는 그런 사람들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존재하는 한 그걸 계속 끌고 갈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충분히 더 갈 거라고 본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점점 더 고립될 수도 있겠지. 힙플 : 물론 여전히 고용 불안정이나 사회약자 혐오와 같은 사회적 이슈들을 앨범 곳곳에서 다루고 있지만, 전작과 비교해 이번 앨범은 제리케이의 시선이 다시 힙합씬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제 :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는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물어봐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스눕독 사건이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힙플 : 그 사건을 어떻게 봤나? 제 : 그 사건이 계기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단지 그 모습이 구리고 쪽 팔리고 역겹고 그래서가 아니다. 나는 방송 전에, 그런 상황이 연출됐다는 얘기를 미리 들었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아주 엉망진창이 됐고, 망했다라는 얘기를 먼저 들은 거다. 그래서 난, 쇼미더머니4가 승승장구를 하다가도 그 장면이 방송되는 순간 이 씬의 플레이어들 모두가 등을 돌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터진 당일 날 나는 특히나 가운데 손가락을 굉장히 높이 들었지. (웃음) 정말 높이, 있는 힘껏 들었다. 그런데 둘러보니 그렇게 들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그러니까 그걸 비웃거나 하는 정도의 반응은 있었고, 물론 화내신 분들도 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팬들이 화를 더 많이 내고, 플레이어들은 묵묵부답인 느낌이었다. 그 갭에서 온 충격이 굉장히 컸다. 그리고 실망도 많이 했지. ‘다들 이 정도까지 이걸 받아들일 생각으로 살고 있구나’ 뭐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더 날카로워지지 않았나 싶다. 힙플 : 험버트는 어땠나? 험 : 본인들에 대한 리스펙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쇼미더머니를 보고 있으면 항상 반복된다. 우리 모두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들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러겠지’ 하면서 이해를 하다가도 이번에는 또 누가 나가서 똥을 쌌다 하는 얘기를 들으면 또 화가 나고. 이런 감정의 반복인 것 같다. 아직까지도. 힙플 : 어쨌든, 제리케이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강경해져 가는 것 같다. 씬 안의 동료들에 대한 불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정도로 말이다. 제 : 뭐랄까, ‘예능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냐’는 그런 논리가 있다. 근데 엠넷이 프로그램을 풀어내놓는 방식이 예능일 뿐, 실제로 그들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을 예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고, 나가는 사람들조차 쇼미더머니를 예능이라고 생각하며 나간다고 보지 않는다. 진짜 목숨 걸고 하지 않나. 때로는 울기도 하고, 몸싸움까지 하면서 하는걸 보면 말이다. 스눕독 사건 당시에 마이크로닷이 ‘와 이거 진짜 재밌다’라는 스탠스를 취했다고 들었는데, 난 그게 오히려 쿨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예능으로 나갔다면 그렇게 했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건 구리지만 예능이니까’라고 말하는 건 정말 자기비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엠넷 측에서는 프로그램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때마다 ‘힙합 대중화’라는 키워드를 늘 꺼내며 음악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나. 그걸 그저 예능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실상은 모두가 쇼미더머니를 음악프로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걸 구리게 만들고 있고, 그것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밖에 안 되는 거다. 험 : 안쓰러운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가끔은 거기에 나가는 사람들 역시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거든. 거대자본이 만들어놓은 룰이 있고, 그걸 거부하기가 너무 힘들어진 상황이다. 그 와중에 제리케이형이 하고 있는 싸움은 지는 게 예정되어있는 싸움이다. 하지만, 질 걸 안다고 해도 누군가는 해야 되지 않나 제 : 나는 ‘누군가 해야 되니까’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런 오만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냥 내가 못 받아들이니까 하는, 훨씬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이다. 힙플 : 말했듯이 대다수의 랩퍼들이 룰 밖의 뭔가를 찾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그 룰 밖의 뭔가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이 있다. 제리케이의 생각은 어떤가? 제 : 물론, 쇼미더머니가 등용문 혹은 입신양명이란 기회의 관점으로 볼 때는 굉장히 매혹적인 선택지라는 건 인정한다. 그곳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그리고 만약 내가 랩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었다면 나 역시도 혹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나도 ‘이거 진짜 나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 정말 나가야 되나?’ 라는 고민을 했던 적도 있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운데 손가락을 높이 들겠다고 결정한 건, 내가 블랙넛 관련 코멘터리에서도 말했듯이 떳떳함이라는 나의 기준에 전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나는 힙합의 코어에 있는 정서는 떳떳함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입장이라면 정말 나 스스로를 속여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느꼈다. 힙플 : 또 한편으로는 그곳에서 부담 없이 모양새 구기지 않는 프로듀서라는 역할도 있다. 만약에 제안이 들어온다면,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거기서 뭔가를 챙길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나? 제 : 프로듀서 제안이 온다고 해도 당연히 하지 않을 거다. ‘Life Changes’ 가사에서 ‘세계는 흑과 백이 아니지’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요즘 내 판단 체계가 그렇다. 맘에 드는 부분과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늘 공존하고, 그 무게를 비교해서 따져봐야 어떤 판단이 선다. 그런 측면에서, 거기에 나가는 프로듀서들에 대한 감정은 진짜 반반이다. 어쨌든 그걸 통해서 얻어가는 게 있다는 건 당연히 인정하고, 또 그런 계산이 꼭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서는 충분히 선택 가능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시작하는 사람들이 쇼미더머니를 유혹적인 선택지로 여기듯이 베테랑들이 쇼미더머니 프로듀서를 유혹적인 선택지로 여기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렇게 이해가 가는 게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결국 그 시스템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그들 스스로가 하고 있지 않나 싶은 마음이다. 힙플 : 도의적인 측면인 건가? 제 : 말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책임이라고 하려면 그들에게 어떤 사명감을 바라는 건데, 나는 그들에게 사명감을 바랄 생각이 없거든. 그냥 스스로 떳떳하다면 오케이다. 하지만, 행여나 떳떳하지 못하다면 좀 쪽팔려 했으면 좋겠다. 그냥 그 정도다. 차마 ‘너네가 이 시스템에 일조하고 있어! 너네 진짜 그러면 안돼’ 라고는 말 못하겠다. 힙플 : 여전히 어렵고 진 빠지는 주제다 (웃음) 제 : 이런 고민을 내내 했으니, 얼마나 감정노동이 심했겠나 (웃음) 힙플 : 이 얘기는 하면 할수록 수렁이니 그만하도록 하자 제 : 정치랑 종교, 쇼미더머니는 늘 그렇다. 근데 난 그 중 두 가지 얘기를 많이 하니 참 피곤한 사람이다. (전원웃음) 힙플 : 다시 앨범 이야기로 돌아와서 처음에 의도한 트랙순서는 지금과는 달랐던 걸로 안다. 일주일을 고민한 트랙리스트라고 했는데 (웃음) 어떤 과정이 있었나? 제 : 가장 큰 차이점은, ‘No More Heroes’가 첫 트랙으로, 앨범 전체의 인트로처럼 피아노반주가 나오고 씬에 대한 환멸을 푼 뒤에 ‘No Role Models’가 나오는 구성이었다. 나는 아직 두 곡의 제목이 헷갈리기도 한다. (웃음) 험 : 두 곡의 가사도 중첩되지 않나 제 : 맞다. 의도가 이어지는 곡들이니. 그런데 제작사 스톤쉽과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처음 두 곡이 굉장히 길고, 피아노로 시작하는 구성이 너무 클리셰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 그러니까 창작자의 입장으로 접근한다면, 스톤쉽은 듣는 이의 입장으로 접근을 하기 때문에 첫 트랙에서 임팩트를 강하게 주고, 텐션을 유지한 채 끌고 가야 중반 이후까지 사람들이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해주더라. 지금의 트랙배치는 그런 측면을 고려한 결과다. 앨범을 들을 때 두 번 이상 꼭 순서대로 들어달라고 한 건, 원래 의도대로 ‘No More Heroes’와 ‘No Role Models’가 이어지는 느낌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래서였다. 힙플 : ‘No Role Models’의 경우는 의외의 피쳐링인 루피(Loopy)와 나플라(Nafla)가 참여했다. 신혼여행 중에 만나서 섭외를 한 걸로 안다. 제 : 내가 5월 30일날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LA로 간 건 7월이었다. 신혼여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뻔한 그림들이 있지 않나? 나는 그게 별로 땡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게 없을까 고민을 많이 하던 중에 7월에 LA에서 열리는 제이콜(J Cole)의 공연을 발견하게 된 거지. (웃음) 제이콜의 ‘Forest Hills Drive Tour’였는데 메인이 제이콜이고 그 앞에 게스트가 빅션(Big Sean), 제러마이(Jeremih), 와이지(YG)였다. 이정도면 사실 볼만한 공연 아닌가. 와이프는 힙합을 막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있는 심슨 스프링 필드와 미니언즈 등을 어필해서 설득했다. (웃음) 그리고 그때쯤이 루피랑 나플라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 한국에 알려질 때였던 것 같다. 나도 그들을 굉장히 멋있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힙합엘이의 네잇독(Nate Dogg)님을 통해 미팅 오퍼를 보냈다. LA 맛집 추천도 같이 부탁 드렸는데, 진짜 종류별로 너무 잘 알려줘서.. 심지어 LA에 있는 한인식당까지 알려주시더라. 거긴 갈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웃음) 아무튼, 그들과는 한인타운의 ‘노란집’이라는 카페에서 만났다. 2000년대 초반의 대학로 카페 같은 느낌의 장소였는데, LA의 한인타운이 약간 과거 한국의 느낌이 있더라. 거기에 앉아 음료수와 고구마 맛탕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사실 피쳐링을 부탁하러 간 건 아니었고, 그냥 만나보고 싶었다. 그렇게 만나서 2~3시간 정도? 굉장히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그 친구들이 한국의 시장상황을 물어보기도 하고, 음원시스템에 대한 얘기들, 쇼미더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고 나니까 유대감 같은 것도 쌓이고, 루피가 다음 날도 보자고 했는데 신혼여행 중이니 차마 그러진 못했지. 아무튼 한국에 돌아와서 준비하고 있는 곡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고, 그렇게 작업을 하게 됐다. 하고 나니 굉장히 얘기가 긴 것 같네. (웃음) 힙플 : (웃음) 제이콜의 공연은 어땠나? 제 : 나는 제이콜의 ‘Forest Hills Drive 2015’ 앨범은 프로덕션이 좀 아쉽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그걸 밴드 셋으로 풀어내니까 정말 너무 멋있었다. 힙플 : 게스트들의 공연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제 : 제러마이가 잘하는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그냥 멋있는 수준의 공연이었다면, 와이지는 웨스트코스트의 아이콘 중 하나이다 보니 정말 사람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빅션은 무대 세팅을 한참이나 하더라. 그 공연은 한 명의 공연이 끝나면 그 다음 뮤지션이 무대 세팅을 한참 하고, 그 동안 사람들은 나가서 밥도 먹고 티셔츠도 사고 한 뒤에 다시 공연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아무튼 빅션은 너무 오래 세팅을 했다. 근데 그만큼, 자기 콘서트에서 하는 무대장치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 나는 몇 년 전 빅션을 맨 처음 봤을 때 라이브 정말 못한다고 느꼈었는데, 퍼포먼스도 좋고 너무 멋있었다. 힙플 : 그 투어는 앨범으로도 나온 공연이니 엄청났을 것 같다. 제 : 맞다. 그 앨범 자켓의 지붕을 무대 세트로 만들어 놨었는데, 상대적으로 빅션이 세트를 너무 멋있는 걸 가져와서, 당시에는 사실 좀 초라해 보이긴 했다. (웃음) 그렇지만, 뒤에 깔리는 배경화면과 무대장치의 하모니가 굉장히 좋았고, 제이콜이 워낙 라이브 자체를 잘하기 때문에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진짜 멋있었던 장면이 뭐냐면, 공연 중 제이콜이 혼자 한참을 떠드는 시간이 있는데, 그 내용이 정말 인상깊었다. ‘요즘도 트위터 등으로 믹스테잎 데모를 보내오는 신인들이 있지만, 들어보면 전부 구리다. 하지만, 나 역시도 그런 때가 있었다. 온갖 음악 회사 관계자들한테 데모를 보내던 때가 있었고, 항상 까였었다. 근데, 지금은 이 말도 안 되는 “big-fuckin-screen” 앞에서 공연하고 있고, 제이지가 내 보스다. 정말 먼 길을 왔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준 그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때 노래들을 들려주겠다’ 이런 말을 하면서 첫 믹스테잎의 곡들을 메들리로 하는데 소름이 돋았다. 힙플 : 딥플로우가 작두를 만들면서 넉살의 가사를 세 번이나 다시 쓰게끔 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나플라와 루피가 요즘 가장 핫한 루키다 보니 소속사 사장으로서 슬릭과 던말릭을 참여시킬 때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제 : 나는 그런 건 잘 안 한다. 그냥 그 사람의 해석이니까. 글쎄, 작두에서는 딥플로우가 작정하고 넉살을 어떤 모습으로 보여줘야겠다는 게 있어서 그랬다고 들었다. 물론 나도 소속사 사장으로서 앨범을 제작할 때는 그런 부분을 고려한다. 예를 들어 리코의 첫 앨범이 완전 슬로우잼으로 나온 건, 첫 앨범만큼은 리코의 색깔을 분명하고 굵게 보여줬으면 한다는 나의 요구가 있어서였다. 그런 식의 디렉팅은 하지만, 랩 가사나 피쳐링에 있어서는 별로 터치를 안 하는 편이다. 내가 앨범을 작업 하면서 터치를 한 건 오직 험버트 뿐이다. (웃음) 힙플 : ‘#MicTwitter’ 얘기를 해보자. 마침 3일 후가 트위터 10주년이다. 혹시 그걸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인가? 제 : 전혀 아니다. 내가 트위터를 처음 시작할 때가 2009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여태까지 그때 즈음에 트위터가 생긴 걸로 알고 있었다. 근데 10주년의 기준이 트위터 창립자가 트위터에 첫 트윗을 날린 날로부터 계산된 거더라. 그러니까 대중들이 쓰기 시작한 건 아직 10년이 안된 거다. 그래서 당연히 그걸 염두에 뒀던 건 아니었다. 힙플 : 이번에 트위터에서 10주년을 기념하며 선정한 트위터리언 3인 중, 한 명으로 뽑힌 걸로 안다. 제 : ‘#MicTwitter’를 올리면서 #트위터미담 이라는 해시태그를 썼었는데, 마침 트위터에서 10주년 기념으로 그런 미담을 모집하고 있더라. 난 몰랐는데 그걸 모집하던 분이 우연찮게 내걸 보고 트위터를 잘 사용한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날 선정해주었다. 힙플 : 7년차 트위터 유저로서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나? (웃음) 제 : 전혀. (웃음) ‘#MicTwitter’는 모든 벌스가 140자 이하로 이루어진 컨셉이고, 이 컨셉을 처음 생각했던 건 처음 트위터를 시작할 때였다. 2009년 즈음. 당시에 소울컴퍼니 안에서도 ‘이런걸 해보면 어때?’라고 얘기를 한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묻혔었다. (웃음) 어쨌든 곡 안에서 트위터 컨셉에 맞춰서 트잉여 인증도하고, 트위터 찬양도 하고 했는데, 스톤쉽에서 일하는 희정이라는 친구가 ‘트위터 코리아에 아는 분 있는데 한번 엮어볼까요?’라고 하더라. 하지만 난 ‘2절에 대통령 얘기가 나와서… 안될 거야’라고 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트위터 코리아에서 먼저 나한테 연락이 온 거다. 성공한 트잉여다 (웃음) 힙플 : 험버트가 말한 빨리 작업된 곡 중에 ‘#MicTwitter’도 있는데 작업은 어땠나? 험 : 이 곡은 제리케이형 머릿속에 이미 어느 정도 그림이 다 그려져 있던 곡이었다. 심지어 나한테 처음 스케치를 보내줬을 때는 드럼이 있는 비트를 보내주면서 ‘이 리듬대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까지 했었다. 그래서 그걸 기반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까 빨리 빨리 됐던 것 같은데, 그때 형이 주셨던 아이디어 중에는 새소리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있었다. 제 : 정확히 새소리 같은 전자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얘기를 했었지. 근데 지금은 아마 새소리는 없을 거다. 힙플 : 조금 전 말했듯이 대통령 저격을 했는데, 일명 ‘ㄹ혜체’라고 하는 대통령의 화법을 사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제 : 이건 140자 이내로 써야 되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의 화법을 알고 있지 않으면 아마 그런 느낌으로 나오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나는 그걸 워낙 오래 해왔으니까 나한테는 체화 되어있던 화법이었다. 험 : 나는 사실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 때가 있었다. 트윗 개그는 익숙하지 않아서.. (웃음) 힙플 : 트위터 이용률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웃음) 제 : 안 그래도 뮤직비디오를 올릴 때 해시태그로 #트위터야죽지마 라고 달아 올렸었다. 트위터 서버가 한번씩 멈출 때도 있고, 트위터 임원들이 대거 사직한다는 그런 소식도 들려오고. 그래서 ‘진짜 트위터 망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걱정이 될 때도 있었는데, 지금 계속해서 줄어가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없어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굉장히 강력한 이용 층이 있거든. 힙플 : 칸예웨스트 (전원웃음) 제 : (웃음) 맞다. 그리고 한국 트위터만 두고 봐도, 지금 트위터는 정치적이거나 혹은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한 축으로 트위터를 지탱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축은 각종 덕후들인데, 그 두 축이 강력하게 트위터를 버티고 있어서 딱히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웃음) 힙플 : 이 곡 후반부 가사를 보면 ‘이 씬의 유일한 독립변수’라는 구절이 나온다. 부연설명해줄 수 있나? 제 : 그것도 쇼미더머니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가사인데, 한 마디로 축지법에서 얘기하는 ‘자격’을 갖췄고, ‘거의 유일하게 저격할 수 있는 사람이 나다’라는 그런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독립변수의 반대말이 종속변수지 않나. 나는 상대적으로 그런 류의 시스템에 종속이 덜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니까 힙플 : ‘Studio Gangstas’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한국의 힙합씬과 퍼거슨 사태 때의 미국 힙합씬을 비교했다. 두 씬이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르다고 생각하나? 제 : 퍼거슨 사건을 비롯해 연이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인권문제가 불거졌었다. 미국 랩퍼들은 흑인으로서의 프라이드를 가지고 태어나고, 그걸 계속해서 리마인드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는데, 때문에 퍼거슨 사건과 ‘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들이 그 이슈를 완전히 자기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흑인들은 흑인인권에 대한 문제를 자기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다같이 모여서 시위도 하고 추모 곡도 같이 낼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에는, 피해자들을 타자화하고 고립시키려는 언론의 흐름이 있었다. 그 언론의 흐름은 정치권에서부터 나왔고, 사람들은 그렇게 분리되어가는 과정을 겪었는데, 아마 랩퍼들도 똑같았을 거다.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도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이건 분명히 내 일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지 않나? 그 배에 내가 탔을 수도 있는 거고, 내가 타고 가던 지하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는 건데, 분명히 자기의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조차 뭔가 겁나서 말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자기일로 느끼지 못하는 것도 좀 짜증이 났고, 자기 일로 느끼고 있으면서도 어떤 발언을 했을 때 그걸 받아들이는 팬이나 대중의 시선이 겁나거나 혹은 그걸 컨트롤하는 회사가 무섭거나 하는 이유로 발언을 아끼는 게 한심해 보였다. 힙플 : 이런 식의 생각들이 있다. ‘똑같은 감정을 느꼈어도 발언하지 않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달라’ 라는. 그들은 이런 식의 문제제기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침해 받는다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제 : 당연히 그 사람들의 자유고, 나는 그 자유를 침해한적이 없다. 단지, 나는 나의 표현의 자유로 그들을 ‘비겁하다’라고 비판한 것뿐이다. 그 비판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반박하면 된다. 가치 없다고 생각하면 무시해도 되는 거고. 표현의 자유는 비판 받지 않을 자유가 절대로 아니다. 어쨌든 내 생각은 이렇다. 힙합 음악을 하고 있고, 힙합을 어떤 도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기가 느낀 부조리함이나 강력한 감정에 있어서는 다른 허들이 있어도 뛰어 넘어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힙플 : ‘기립박수’의 경우는 공연장에서 관객들과의 호흡이 기대가 되는 음악이다. 자찬을 하게 된 이유랄까? 제 : 마냥 자찬이라고 하기에는 벌스들이 자조적이다. 이 곡은 애초에 훅을 먼저 썼는데, 그땐 이 곡의 가사가 이런 식으로 나올지 나도 몰랐다. 박수를 계속 유도하는 훅이기 때문에 벌스에서도 노는 분위기로 갈까 했었는데, 그때 나의 정서가 도저히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잡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다같이 나에게 박수를 보내 줘’가 아니라 나한테 내 스스로가 박수를 쳐줘야겠구나 싶었다. 나는 그럴만한 삶을 살아왔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얘기를 풀어냈고, 이런 가사가 나오게 됐다. 험 : 내가 본 제리케이는 무의미하고, 심증뿐인 가사는 쓸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고. 힙플 : ‘기립박수’는 앨범에 있는 트랙 중 유일하게 드럼과 기타세션을 받은 곡으로 알고 있다. 제 : 이 곡 외에도 험버트가 직접 연주한 기타는 여러 곡에 들어가 있는데, 이 곡 같은 경우는 이 친구가 원래 스케치 해놨던 곡의 신스 코드웍만 그대로 가고, 세션을 받은 경우다. 험 : 그 곡은 2012년 즈음? 좀 옛날에 작업해놓은 곡이었기 때문에 요즘에 들었을 때는 그 시절의 방식이 촌스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결국에는 밴드형식으로 풀어내게 됐다. 제 : 나도 루츠(The Roots)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방향은 언제든 환영이었지만, 사실 처음 드럼 녹음을 받았을 때는 ‘어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럼을 치는 친구가 잘 쳐주기는 했는데, 다른 트랙들과 붙었을 때 힙합 트랙의 느낌과 무드를 유지하면서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런데, 워낙 출중한 프로듀서와 출중한 엔지니어가 붙으니까 사운드를 잘 살려주더라. 굉장히 만족스럽게 나온 트랙 중 하나다. 힙플 : 가사 구절 중, 백 몇 곡이 넘지만 여전히 ‘화창한 봄날에’나 ‘둘만 아는 말투’ ‘You're Not a Lady’ 같은 곡들이 나의 paycheck 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는 사랑노래가 전혀 없지 않나. 제 : 우효 씨가 있기 때문에.. (웃음) 그리고, 그게 뭐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 같지도 않더라. 사랑노래가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나는 쇼미더머니가 끼친 수많은 악영향 중에 그래도 긍정적인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뭐랄까, 기존의 가요힙합이 아닌 곡들도 대중들이 친숙하게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 그건 쇼미더머니가 가져온 몇 안 되는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전에 사랑노래를 넣었던 건 그때 그 얘기를 하고 싶어서 했던 거였다. 지금은 결혼을 했고, 안정된 삶을 기반에 깔고 나서 보니까 그 외에 것들이 더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힙플 : 유일한 페이첵이 될만한 음악들의 경우에는 대중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지만, 정치적 색깔이 짙은 음악들은 일부 리스너들은 불편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제 : 나도 그런 걸 가끔 본다. 이번에도 ‘#MicTwitter’랑 ‘콜센터’가 처음 나왔을 때, 트위터에서는 굉장히 화제가 많이 됐었는데,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뭔가 피드백들이 많이 오더라고. ‘아 제리케이 사랑노래밖에 몰랐는데, 이런 것도 있었네’ 라는 반응들. 그전에도 꾸준히 봐왔었다. ‘제리케이 노래 중에 ‘화창한 봄날에’가 제일 좋아’ 뭐 이런 반응들. 지금의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뭐 어쩌겠나? 그분들이 좋아하는걸 들어주시면 되는 거지. 그게 싫지는 않다. 그리고, 내가 좌리케이라고까지 불리는 상황에서는 그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여러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거니까. 힙플 : ‘UH! TV’에 출연했을 때 녹취를 스킷으로 넣었다. 거기에서 ‘최후의 선’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을까? 제 : 그건 어떤 맥락이었냐 하면, 논쟁에 관한 얘기였다. 그 앞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표현의 자유라는 건 어떤 말을 했을 때, 반박 받지 않을 자유가 아니라, 어떤 말을 했을 때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그 비판을 받아들이거나 반박하거나 무시하거나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그리고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논쟁이 필연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때로는 논쟁이 격화될 수도 있고 그것 때문에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표현의 자유와 격한 논쟁의 모든 것을 긍정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말하자면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사람의 인간성자체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거지. 그 스킷 뒤에 ‘Louder’와 ‘You’re Not a Man’, ‘콜센터’가 쭉 이어지는데, 나는 자유로운 논쟁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 안에서 소수자나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지 말아야만 좀 더 좋은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믿고 있기에, 그 스킷과 곡들을 이어지는 흐름으로 배치한 것이다. 힙플 : ‘You’re Not a Man’의 맨박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어떤 계기로 이 곡을 쓰게 됐나? 제 : 일단, 트위터에서 주워들은 게 많았다. (웃음) ‘You’re Not a Lady’가 내가 냈던 곡들 중에서는손꼽힐 정도로 많은 분들에게 인기를 얻었는데, 트위터에서 여성혐오적인 문화에 대한 지적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할 때 즈음 ‘You’re Not a Lady’도 여혐적이다라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때가 쇼미더머니에서 송민호씨의 산부인과 구절이 문제가 됐던 때라, 내가 예전에 써놨던 가사들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볼 계기가 됐지.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가 차별적인 시선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걸 느끼게 됐다.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어서 나 역시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왔던 거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쯤 슬릭이 이 곡의 기반이 된 맨박스에 대한 TED 강의영상을 보여줬다. 그 강의를 보면서 ‘아 이게 내가 고민하던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가능하다면 그 TED 강의도 인터뷰 링크로 꼭 첨부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꼭 보길 바란다. 힙플 : 조금 더 얘기를 이어가 보자면 지난해 말 씨잼이 ‘신기루’를 발표했을 때 ‘게이랩퍼’에 대한 구절을 지적했었다. 그 곡이 크게 터져서일지는 몰라도 당시의 피드백 중에 씨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런 식으로 핀트를 잡으면 안 된다는 피드백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제 : 내가 그걸 지적한다고 해서 씨잼의 의도가 퇴색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잘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씨잼의 신기루가 랩에서부터 가사, 비디오에 출연한 씨잼의 모습까지 완벽했다고 생각하거든. 그 표현만 뺀다면 나도 너무 좋아하고, 멋있었다고 생각하는 곡이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말하자면 서로 물고 빨아주는 랩퍼들을 ‘게이랩퍼’로 비유한 건데, 세계각지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가 되고 있는 마당에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냐’ 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게이의 이미지가 ‘서로 빨아주는 남자들밖에 아닌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명백히 차별적인 가사고, 지적할 건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내가 그걸 굳이 지적한 것도 ‘신기루’라는 곡이 좋았기 때문이거든. 정말 구린 곡에서 그런 가사가 나왔다면 지적할 필요성도 못 느꼈을 것 같다. 힙플 :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여성혐오는 미국힙합에서도 고질적인 폐단이지만, 한국힙합씬에서는 유독 제리케이 혼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유가 뭘까? 제 : 그건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가 워낙 여성차별적이고, OECD 국가 중 유리천장지수가 압도적으로 1위인 데다가, 이런 현상이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말할 정도로 뿌리깊게 배어있지 않나. 성소수자들을 죄악시 하는 시선도 일반적이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차별하지 말고 인정해야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비정상으로 보이고, 위축되게 된다. 어쨌든, 난 그건 너무 시대에 뒤쳐졌다고 생각하고 지적을 하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논리성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가지고 오는 건 ‘힙합은 원래 이래’ 라는 거였다. 하지만 힙합도 사회의 일부이고, 변할 건 변해야 하며, 그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힙플 : 타이틀곡 ‘콜센터’는 우효의 건조한 보컬이 오히려 감정전달을 극대화했다고 생각한다. 우효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된 건가? 제 : 개인적으로 우효씨의 음악을 좋아했다. 또, 작년에 되게 핫하지 않았나, 그래서 막연하게 우효씨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솔직히 ‘안 해주겠지’라는 마음이었다. (웃음) 왜냐면 그 정도로 핫했으면 피쳐링 작업물이 정말 많이 나왔어야 정상이거든. 그래도 시도나 해보자 해서 스톤쉽을 통해 러브콜을 넣었다. 그런데, 의외로 쿨하게 참여하겠다는 반응이 와서 너무 깜짝 놀랐다. 순전히 개인적인 팬심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보컬을 절절하게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절실하게 만드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우효씨는 지금 런던에 계셔서 아직까지 얼굴도 못 뵈었고, 페이스북 메시지 외에 대화도 나누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우효씨 앨범을 모두 엔지니어링하신 고현정 기사님께 믹싱을 하러 갔을 때 말씀을 전해 들어보니, 진짜 피쳐링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는데, 거의 다 거절하길래 내 것도 거절하겠거니 했는데 우효씨가 먼저 하겠다고 하셨다더라. 넘나 감동인 것. (웃음) 험 : 왜 우리 것만 한다고 했는지 포인트가 나도 되게 궁금한데,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제 : 내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나눴을 때의 느낌으로는 이 곡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메시지의 방향, 그리고 그 분이 음악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느낌이 잘 맞아떨어져서 수락한 걸로 알아들었다. 힙플 : ‘콜센터’의 가사 1절과 2절에 공통적으로 어머니세대와 비교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 부분의 의도가 궁금하다. 제 : 이 가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 문장이었다. ‘과거의 공장에서 여성들이 점하고 있던 사회적 위치를 현재는 콜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대체하고 있다’라는 문장을 어떤 기사에서 봤는데, 그게 나에게 와 닿은 거다. 그런데 실제로 이 곡을 내고 나서 콜센터에서 일하시는 분에게서 ‘왜 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못 배우고 일할 곳이 없어서 콜센터에서 일하는 것처럼 묘사를 해놨냐’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의도로 썼지만, 표현을 그렇게 들리게 한 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고 몇 번 사과를 한 바가 있다. 풀어서 말하자면, 과거에 산업화가 진행되는 와중에는 공장에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고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았다. 그래서 이력이 없는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도 도시에서 일을 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지금은 학교를 다니면서 스펙을 많이 쌓아도, 그리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도 남성이든 여성이든, 특히 여성은 더욱 더 취업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절하를 받는 사회로 가고 있다. 열심히 하는데도 사람의 가치가 점점 낮아지는 사회가 됐다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좋은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일상적인 감정노동과 불안정한 고용관계에 신음해야 하는, 삶의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만 늘어난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례를 병치 시킬 수 있었다. 엄마 세대들에서 그런 고생이 신체적인 고통과 질병으로 나타났다면, 지금 세대에서는 감정적인 차원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첫 번째 벌스에서 서술한 부분을, 좀 더 잘 풀어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긴 한다. 힙플 : 뮤직비디오에 알바노조/알바연대, 희망연대노조의 전화번호가 공개되었다. 이런 식의 엔딩을 만든 이유가 있나? 제 : 예전부터 캠페인성 뮤비들이 나올 때마다 ‘이건 음악적인 에네지와 영향력을 사회에 실질적인 액션으로 풀어내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구나’라고 생각을 해왔었고, 결정적으로 힙플의 ‘5thangs’에도 나왔다시피 레이디가가(Lady GaGa)의 뮤비를 보고 나서 ‘나도 이런 걸 꼭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콜센터’가 다룬 감정노동이라는 주제도, 그 일을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뮤비를 보면서 슬퍼하거나 혹은 공감하고 공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한발 더 나가 직접 손이 갈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게, 내가 가지고 있는 일말의 영향력을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드는데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컨텐츠적인 부분에서 스톤쉽이 육성한 A&R 어시스턴트 친구들이 큰 도움을 줬는데, 이 곡에 공감하지 않는 단체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그냥 넣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알바노조와 희망연대노조 쪽에 긴밀하게 컨택을 해서 곡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고 동의를 얻었고, 그런 식으로 실제 전화번호까지 넣을 수 있었다. 힙플 : 앨범의 제목이 될 뻔했던 ‘Life Changes’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제 : 앨범 전반에 대한 의논을 하다가, 스톤쉽에서 좀 더 자전적인 곡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줬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써온 가사들은 대체로 내 밖의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내 안의 분노에 접근하는 게 많았지, 내가 내 삶의 고독한 부분을 얘기하는 곡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True Self] 조차도 ‘좀 더 나은 내가 돼야 해’ 라고 푸쉬하는 내용에 가까웠던 것 같고. 그래서 생각해보니,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 말고, 마음 속으로 푹 빠져든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졌다. 험버트도 몰랐을 텐데, 원래 이 곡 가사의 뼈대는 무반주에 슬램처럼 하려는 기획을 가지고 썼었다. 험 : 정말 헤맸던 게, 이 곡이 유독 형의 추상적인 요구가 많았던 곡이다. ‘이건 너무 남자다운데? 뭐랄까.. 남자답지는 않고 강한 느낌?’ 이런 식의 표현이었다. (웃음) 제 : 처음에 내가 고독함이라는 주제를 던졌을 때, 락사운드 샘플이 들어간 너무 강한 느낌의 곡이 왔다. 그래서 그런 피드백을 줬는데, 그 다음에는 되게 팝한 느낌으로 오더라. 그게 마음에 들어서 가사를 쭉 썼는데, 가녹음 한 걸 보내서 편곡을 맡겼더니 또 다시 전혀 다른 게 왔다. (웃음) 그래서 ‘이전의 그 팝한 느낌이 좋았는데..’ 라고 의견을 조금 피력해봤으나 이 곡은 이 친구의 의지가 강했다. 뭐 지금은 그때 의지를 강하게 표출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특이한 사운드가 지금은 갈수록 매혹적으로 느껴지거든. 험 : 나도 이 곡은 피쳐링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확신이 80프로 정도 밖에 안됐었다. 근데 후렴을 담당해준 디스이스매너(This Is Manner)형의 목소리를 올리는 순간, 이거는 됐다 싶었지. 정말 건드릴게 없었다. 힙플 : 디스이즈매너와 딥플로우의 참여 배경도 소개 부탁한다. 제 : 딥플로우는 이런 소재로 가사를 쭉 써낸 앨범을 만들어냈고, 이런 가사를 쓴다고 할 때 참여시킬 수 있는 한국의 몇 명 안 되는 랩퍼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그 중에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곡을 보냈더니 곡이 너무 좋다고 험버트에 대한 칭찬을 막 하더라. 험 :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했나? (웃음) 제 : 너무 자만할 까봐, 왜냐면 앨범을 잘 마쳐야 됐거든. (웃음) 아무튼, 그렇게 딥플로우가 참여하게 됐고, 그 다음엔 이 곡에 남자보컬이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누가 좋을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다. 처음에는 이 곡의 스케일이 크길 원했기 때문에 스케일이 큰 보컬을 염두에 뒀었는데, 편곡이 바뀌어서 오니까 스케일 큰 보컬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누가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잘 안 떠오르더라. 그때 슬릭이 디스이스매너라는 보컬을 추천해줬다. 들어봤는데 굉장히 특이했다. 목소리가 위켄드(The Weeknd)같기도 하고, 자이언티(Zion.T)나 벤(Ven)의 느낌도 나면서 묘한 매력이 있는데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했었다. ‘이건, 진짜 잘 나오거나 아니면 전혀 안 묻거나 둘 중에 하나다’ 나중에 나도 디스이스매너한테 들은 얘기인데, 본인도 똑같이 생각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가녹음해서 보내줬을 때 내가 굉장히 수정을 많이 할 줄 알았다고 말했는데, 사실 나는 온 거에서 거의 손도 안대고 디테일만 약간 손보고 끝냈거든. 가이드 버전이 왔을 때 뭔가 이미 완성되어있었다. 힙플 : 여러모로 슬릭의 공이 큰 것 같다. 제 : 슬릭이 첫 트랙에서도 굉장히 공이 크고, 이 트랙에서도 굉장히 공이 크다. 힙플 : ‘You’re Not a Man’에서도 결정적이지 않았나 제 : 아! 그러네 (웃음) ‘앨범 프로듀서’ 크레딧에 슬릭 이름을 올렸어야 됐나 보다. 힙플 : ‘Life Changes’의 구절 중에 ‘적당히 맞춰서 살라는 쿨내 나는 인간들의 비판’ 이란 구절들이 있고, 보도자료에는 보통사람들의 사회로부터 점점 격리되는 랩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제리케이가 느끼는 보통사람들의 사회는 뭔가? 제 : 음.. 랩퍼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쇼미더머니 이후로 더더욱 사회와 동떨어져간다고 생각을 했다. 똑같은 문제의식이 ‘Studio Gangstas’에도 연결이 되는데, 그냥 그런 랩퍼들의 이미지가 전혀 2016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현 사회의 일원이라고는 생각이 안 되는 모습인 것 같았다. 와이프가 직장에서도 ‘남편은 뭐해?’라는 말에 ‘랩퍼에요’라고 대답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고 한다. 무슨 소리지 이게? 랩퍼도 그냥 사람인데.. (전원웃음) 그 정도로 동떨어져있다는 거다. 랩퍼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특히 나는 더더욱 대한민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입장에서, 랩퍼와 보통의 사회를 동 떨어뜨릴 수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 그래서 격리되어 있는 것 같다는 표현을 썼던 거다. 적당히 맞춰서 살라는 그런 말은 내가 쇼미에 관한 강경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었을 때, 전해 전해서 들었다. 플레이어들이 나에 대해 꼰대라고 얘기하고 있다는 것도 전해 들었는데, 나는 말했듯이 그냥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힙합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도 기본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가사가 나왔는데, 어쨌든 그런 맞춰가는 삶을 살라고 하는 건 나한테는 전혀 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삶을 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런 내 모습을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힙플 : ‘No More Heroes’ 같은 경우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No Role Models’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어떻게 보면 공통된 주제의 곡을 이렇게 한 앨범에 두 곡이나 할애한 건데, 이유가 있나? 제 : 나는 두 곡이 그 뿌리는 같지만 나온 모습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쓴 거다. ‘No More Heroes’ 는 어떻게 보면 ‘신기루’와도 비슷한 관점인데, 내가 지금까지 보고 자라고 동경해온, 하지만 이제는 내 마음속에서 박제 해야 되는 영웅들에 대한 제사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렇게 향불을 피우고 나서 (웃음) 나를 기점으로 내 다음 세대의 루키들에게 나 같은 괴로움을 겪지 말라고 얘기해주는 트랙이 ‘No Role Models’이다. 뿌리는 같지만 뻗어 나오는 결은 좀 다르다. 힙플 : ‘No More Heroes’ 구절 중에 ‘역겨운 개싸움에 장단 맞추는 게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되는 지금 내가 내는 화가 질투와 시기일까?’ 라는 구절이 있다. 유일한 해법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을까? 제 : 다른 건 없고, 그냥 정공법밖에 없다고 늘 생각해왔다. 쇼미더머니가 시작할 때부터 나는 쇼미더머니 싫어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가지고 있는 엄청난 영향력 밑에서 계속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을 몇 년째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늘 나오는 마지막 답은 ‘잘하면 돼’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하면 돼’ 밖에 없더라고. 잘하면 뭐, 딥플로우처럼 올해의 음악인이 될 수도 있는 거고. 한편으로는 내 안에서 ‘그들은 구리니까’ 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혹시 내가 진짜로 그들만큼 돈을 못 벌고 있고, 못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핍을 내 스스로 ‘걔네는 구리다는 걸로 합리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었다. 내 결핍을 덮기 위해서 그런 핑계를 대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 있게 그런 부분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멋없는 걸로는 돈 벌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할거면 진짜 멋있게 돈 벌고 싶다는 욕심, 그 선례가 되고 싶은 건 확실하다. 힙플 : 그 트랙들에 대한 얘기는 거의 다 마쳤고, 잠깐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이번 아트워크를 김기조 작가가 맡았다.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됐나? 제 : 김기조씨 역시 개인적으로 팬이었다. 그분이 하신 아트워크를 너무 좋아했고, 특히 나는 소울컴퍼니 때부터 한글에 대한 사랑을 가져왔던 사람으로써 한글로 된 타이포그래피를 되게 좋아하는데, 사실상 그 분야의 1인자가 김기조씨이기 때문에 늘 지켜봐왔다. 그런데, 그 분이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디자이너이고, 마침 스톤쉽이 붕가붕가레코드와 전략적 제휴 관계에 들어가면서 붕가붕가와 연이 닿았지. 그때가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랑 던밀스(Don Mills)가 합동공연을 했을 때였는데, 그날 그곳에서 김기조씨와 만나 얘기를 하게 됐다. 나와 되게 공통점이 많았고, 얘기가 잘 통했다. 그래서 그날 서로의 작업에 대한 리스펙트을 확인하고, 이번에 함께 하게 됐다. 힙플 :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레터는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제 : 김기조씨의 아이디어였다. 나는 김기조씨의 원래 느낌대로 선이 명확한 그런 레터링을 생각 했었는데, 선이 명확한 레터링은 딱 봤을 때 힙합 앨범 자켓의 느낌보다는 인디씬의 느낌이 많이 났다. 사실, 인디씬이라는 표현도 되게 웃기긴 한데, 어쨌든 밴드음악 쪽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몽글몽글한 느낌의 레터링으로 아이디어를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덧대어갔는데, 그걸 워낙 구현을 잘 해주셨다. 근데, 이 커버가 호불호가 좀 갈리더라 (웃음) 우리 안에서도 슬릭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나는 되게 좋아한다. 힙플 : 연기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제 : 음 내가 하얗게 불태웠다? (웃음) 그건 사실 그냥 가져다 붙인 거고, 김기조씨의 설명을 들었을 때는, 선이 굵은 레터링은 일관적인 느낌인데, 이렇게 짙고 옅음이 공존하는 글씨는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기 좋다고 설명을 해주셨다. 그 설명에 설득당했지. 그리고, 나는 이 앨범의 색깔이 검은색이거나 어두운 네이비 정도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색깔로 뽑아서 보다가 스톤쉽에서 주황색 컬러가 어떠냐는 말을 해주더라. 똘배는 내 앨범을 그런 색깔로 봤나 보다. 그래서 그 색깔을 입혀봤더니 확 살더라고. 뭐랄까,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음악들의 느낌과 묘하게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각적으로 봤을 때도 예쁘고. 그런데, 호불호가 갈린다고 말했듯이 험버트도 처음에는 별로 안 좋아했다. 험 : 나는 주황색을 너무 선동적이라고 얘기했었다. 제 : 하지만 내 앨범이니까.. (웃음) 힙플 : 이제 막바지다. 데이즈얼라이브 식구들의 앨범 계획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다. 제 : 솔직히 궁금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거 알고 있다. (웃음) 하지만 많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왜냐면 지금 발매 일정이 빡빡하게 있거든. 4월 19일에는 던말릭(Don Malik)이 키마(Kima)와 함께 ‘트라이비스트(Tribeast)’라는 팀으로 앨범을 낼 거다. 요즘 루키들이 하려고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는 그런 앨범이다. 전 곡이 LP 샘플링을 베이스로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철학이 견고하게 담겨있는 앨범이기 때문에 기대해도 좋다. 그리고, 아직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여름이 오기 전에 슬릭의 첫 정규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지금은 녹음이 거의 다 끝난 상태다. 슬릭이 이 앨범 작업을 한지 굉장히 오래됐다. 그리고 나도 슬릭 앨범이 나올 거라고 말하고 다닌 지도 꽤 오래됐는데, 어쨌든 지금 완성도 높은 형태로 후반 작업이 들어간 상태기 때문에 여름이 오기 전에는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힙플 : 리코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제 : 다른 인터뷰에서 좀 얘기를 했었는데, 몇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다. 개인적인 것도 있고, 다른 프로듀서랑 같이하는 작업도 하고 있고, 싱글도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데 아마 발매시기는 랩퍼 세 명이 나온 이후가 될 것 같다. 어쨌든 올해 상반기는 굉장히 바쁠 것으로 예상된다. 힙플 : 제리케이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제 : 일단, 피쳐링 해야 될 게 몇 개 있어서 그거 하고, 4월 1일날엔 마인드프리즘이라는 심리치유기업이랑 같이하는 행사가, 그리고 17일에는 ‘콜센터’와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단한 다큐멘터리인 ‘위로공단’과 함께하는 행사가 있다. 그리고 나서는 트라이비스트 앨범과 슬릭 앨범을 서포트 해야겠지. 어쨌든 레이블 대장으로써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힙플 : 험버트는? 험 : 나는 작년부터 해왔던 얘기인데, 올해는 꼭 내 앨범을 내는 게 목표다. 그리고 또 다른 1MC 1PROD 앨범이 마무리 작업 중이다. 힙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 이제 쇼미더머니5가 할 텐데 그게 진행되는걸 보면서 내가 또 어떤 스트레스를 받게 될지 걱정된다. 그리고 내가 내 얘기를 계속 해나가는데 거기에 계속 영향을 받는 것도 싫고. 그런데, 내가 눈을 감고 거기에 신경을 안 쓰는 게 잘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쨌든 늘 말해왔지만 할거면 좀 멋있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했을 때 떳떳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만한 앨범을 이번에 가지고 왔고, “proper respect”, 딱 걸 맞는 정도의 리스펙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위 인터뷰는 블랙넛과의 디스전 이전에 진행된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뷰 | 이승준, 차예준 (HIPHOPPLAYA.COM) https://twitter.com/JerrykMusic https://www.instagram.com/jerrykmusic/
  2016.04.04
조회: 22,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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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블랭타임ㅣ'Color Unique Red, 엄마와 집이 주는 편안함'  [12]
HIPHOPPLAYA(이하 힙) : 리짓군즈 인터뷰 이후로 오랜만이다. 그 동안의 근황이랄까 BLNK TIME (이하 블) : 리짓군즈 인터뷰가 재작년이었지 아마? 그 이후의 근황이랄까.. 우리끼리 문제가 좀 있었다. 그러니까 인간으로 있었던 문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굉장히 해이해졌던 것 같다. [Change The Mood]는 일찍이 만들어둔 앨범이었고, 원래는 크루 작업실을 구하면서 리짓군즈 컴필레이션 2집까지 만드는 게 계획이었는데.. 힙 : 그러고 보니, 리짓군즈 2집 이야기도 있었다. 블 : 맞다. 근데 사람들이 한 명씩 책임전가를 하기 시작하면서 놀자판이 됐지. (웃음) 지금은 거의 물거품 됐고, 6개월 정도 허송세월 하다가 이제는 개인 작업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힙 : 리짓군즈가 처음 나왔을 때 특유의 집단 느낌이 강렬했다. 당연히 2집에 대한 기대도 있었는데, 어찌됐건 아쉽게 됐네 (웃음) 블 : 가장 큰 이유는 2집의 준비과정에서 목적을 잃었기 때문인 것 같다. [Change The Mood] 때는 그런 게 있었거든 ‘지금 유행하는 거 말고 우리가 원래 좋아하던 거를 하자!’라는 어떤 목적이 있었는데, 2집을 준비하다 보니 회의를 하면서도 딱히 뭔가가 나오지 않았다.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될지, 또 우리에 대해 뭘 보여줘야 할지 말이다. 어떤 뭔가에 확실하게 꽂히지 않아서 진행을 못했다. 힙 : [Change The Mood]는 트랩 시즌에 분위기 환기하듯 등장한 붐뱁 앨범이었다. 뭘 하고 싶었던 건가? 블 : 사실 우리는 뭔가를 그렇게 따지는 사람들이 아니다. 뭐가 어디서 파생됐고 누가 누구한테 영향 받았고 이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 당시 우리가 모였을 때 좋아하는 음악들이 공교롭게 모두 비슷했고, 그 안에서 공통분모를 찾다 보니 올드한 느낌이 나왔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우리가 판을 뒤엎을 거야!’라는 큰 뜻도 없었다. ‘너네 너무 유행 따라가는 거 아니냐?’ 라면서 꼬집을 생각도 크게 없었고. 나한테는 그저 우리가 좋아하던 음악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게 전부였다. 물론,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인터뷰할 때 정훈이형(어센틱)이 그렇게 말했었는데 당연히 그 형의 생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스무리한 생각을 가지고 만드는 거지 모두 한마음일 순 없거든 (웃음) 힙 : 돌아보면 그래도 꽤 많은 작업물들이 리짓군즈 내에서 쏟아졌다. 특히 최근에 말이다. 블 : 사실 작년부터 개개인이 준비했던 것들이 뜻하지 않게 몰려서 나온 거다. 충분한 회의를 했다면 순차적으로 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치밀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 앨범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의 앨범도 자꾸 밀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맞물리게 됐다. (웃음) 그런 걸 컨트롤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회사가 아니다 보니 그럴 사람도 없고 어쩔 수 없다. 힙 : 어쨌든 여러 싱글들이 있었고, 코드쿤스트(Code Kunst)와 뱃사공의 정규 앨범, 이제 블랭타임의 정규까지 올해 방점을 찍었는데, 리짓군즈의 한 해를 돌아본 소회가 어떤가? 블 : 음.. 뭔가 잘했다기보다는 어차피 나올 것들인데 너무 늦게 나온 거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퀄리티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난 우리의 모든 앨범을 인정하거든 뱃사공 형 앨범도 너무 좋고, 성우(코드쿤스트)야 말할 것도 없지. 이제 곧 나올 제이호(Jayho) 앨범도 진짜 좋을 거다. 앨범이 아직 없는 멤버들 소개를 제대로 못했는데 결과물이 충분히 준비되면 꼭 소개를 하고 싶다. 힙 : 제이호 앨범도 기대 중이다. 블 : 제이호도 올해 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거 같긴 한데, 사실 걔는.. 그런 스타일 아니라 그냥 나오면 나오는 대로 낼 것 같다. 시골 새끼라서.. (웃음) 뭐 우리 안에서 쪼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모두 급하진 않은 것 같다. 그냥 크루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터치를 잘 안 하는 편이고, 그렇게 할 권리도 없다. 힙 : (웃음) 혹시 내부적으로 불화가 있는 건 아니지? 블 : (웃음) 사이 다 존나 좋다. 뭘 싸워.. 다 늙어빠져 가지고 힙 : 그래도 활발하다면 활발한 한 해였다. 이제 리짓군즈라는 이름이 조금씩 브랜딩 되고 있다고 느끼나? 블 : 나는 오히려 우리가 컴필 앨범을 내서 그런지 우리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리짓군즈를 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다. 근데 사실 그럴 의도는 없었거든. 뭐 그렇게 안다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웃음) 어쨌든, 우리는 이 크루를 무겁게 생각하거나 울타리를 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가 나중에 시간이 오래 지나고 누군가와의 사이가 서먹서먹해진다면 그때는 또 크루가 아닐 수도 있는 그런 거지. 그래도 인간적으로 봤을 때 몇 년이 지나서 봐도 지금처럼 장난치면서 노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 힙 : 딱히 소속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가? 블 : 그러니까 작업만 얘기하자면 나는 있되, 누구한테 강요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우리는 이제 나이도 적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케어 해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 누군가가 뭔가를 어디서 어떻게 하고 싶다는 얘기를 술자리에서 살짝 흘리면 우리는 그걸로 같이 고민해주는 모임이지 그걸로 우리가 스케줄 잡고 녹음 꼭 맞춰서 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거든. 그래도 컴필 앨범을 만든다거나 곡을 다같이 작업할 때는 소속감을 가지고 한다. 무엇보다 리짓군즈 단체활동 (등산, 야유회, 운동회, 바자회) 등을 계획하고 실행할 때는 똘똘 뭉쳐서 열심히 한다. 힙 : 블랭타임 말대로 이제 모두 연식이 좀 됐으니, 크루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할 법도 하다. 레이블에 대한 발전 가능성이라던가.. 블 : 질문이 되게 얌전하지만 답은 항상 똑같다. 돈이 있어야 하지! (웃음) 성우는 우스개 소리로 먼저 뜬 사람이 레이블 차리자고 장난스럽게 얘기 한적도 있지만, 사실 그건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 자기 행보를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란 말이다. 또 레이블이라는 게 푼돈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제 알고 있다. 만약에 조그만 회사를 차린다면 지금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크루가 마음 편할 것 같다는 게 우리 모두의 생각이다. 회사를 차린다는 것은 어떤 모든 집단의 꿈이긴 하겠지만 지금 현재 여건 상 불가능한 게 맞다. 복권에 당첨돼서 만들고 싶다. 힙 : 어쨌든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은 각개전투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블 : 맞다. 작년에 모여서 얘기했었다. 리짓군즈 컴필이 그나마 사람들한테 이름을 알렸으니 그 앨범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이제는 멤버들을 소개할 때가 된 것 같다고. 그래서 그때 모두 정규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 번 갈아엎은 거고, 뱃사공형은 그때부터 준비해서 이번에 나온 거다. 준호도 곧 나올 거고. 리짓군즈 라는 이름으로 보여진 작업물도 분명 하나의 색을 가지고 있지만, 크루 안에 속해있는 각자 모두 자신만의 색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꼭 하나 하나 보여주고 싶었다. 힙 : 씬 전체를 봐도 을해 가장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꼽는다면 당신들 중 코드쿤스트를 빼놓을 수 없다.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 블 : 다 좋아했지 진심으로 축하해줬고. 장난치는 게 생활화 되어있지만, 우리도 할 건 한다. (웃음) 우리가 인스타에서 서로 욕하고 이상한 사진 올리고 이러는 건, 그냥 나이는 먹었는데 생각이 다 애 같아서 중학생처럼 부대끼면서 노는 거다. 힙 : 당신들을 보면 훈훈하고 아름다운 유대감(?)은 아닌것 같은데, 뭔가 치열하게 자극도 받았을 것 같다. 블 : 자극은 당연히 받았지. 굳이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그건 당연하다. 비트메이커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나도 그렇고 준호도 뱃사형도 모든 사람들이 자극을 받았을 거다. 왜냐면 나는 코쿤이를 2집을 내고 나서 만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친구의 데뷔시절, 첫 싱글을 내던 때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때의 위치와 지금의 위치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친구가 했던 노력이나 음악적 역량이 발전하는 걸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열정 있게 하면 언젠가는 인정을 받는구나’ 라는 걸 느끼기도 한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거다. 우리가 나름 크루인 만큼 서로간의 어떤 진득함은 있어서 서로 시기하고 이런 건 없다. 그리고 시기해봤자 어쩔 건데 지가.. (웃음) 힙 : [Color Unique]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가장 먼저 아트워크가 눈에 들어왔다. 색감이 참 마음에 들더라 블 : 아트워크는 나랑 친한 누나가 해줬다. 스테파니안 이란 누나인데 내가 어느정도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그걸 페인팅 해줬다. 실제로 아크릴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뒤에 하나하나 찍어서 아트워크를 완성했다. 굳이 설명을 좀 더 하자면 부제인 RED 색감으로 전체적인 것을 잡았고, 양쪽의 여자는 각 skit에 해당한다. Red와 color unique red. 뒷면은 그냥 나의 편안한 모습을 담았다.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과 자연을 옆에두고 편안함의 상징인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하는 모습이다. ㅎㅎ 속지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데 취해 비틀거리는 사슴이다. 내가 술담배와 자극적인 것들로 헤롱헤롱한 모습을 귀엽게 담아보았다. 힙 : 어쨌든 블랭타임도 이제 정규1집 뮤지션이 됐는데, [Color Unique] 어떻게 얼마나 준비했나? 블 : 얼마나 라고 얘기하기가 좀 그렇다. 그러니까 작년부터 준비하다가 12월에 한 번 까먹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컬러유니크라는 앨범 제목을 확정 짓긴 했지만, 사실 수록된 곡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바뀌었다. 원래 넣으려고 했던 두 곡이 있었는데, 그 곡들 조차 이번 년도에 들어와서 없애버렸지. 힙 : 앨범을 엎은 이유가 궁금하다. 블 : 나라는 사람 자체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거를 다시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오래 걸렸다. 하지만, 그렇게 갈피를 잡고 나니, 앨범 준비에 있어서 창작을 하는 데는 3~4개월 정도밖에 안 걸리더라 힙 : ‘#SND’라는 곡으로 앨범을 처음 계획했던 걸로 안다. 그때와는 톤, 플로우, 심지어 패션 스타일까지 변했고, #SND는 이 앨범에서 누락되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블 : 일단은 생각하는 게 제일 크게 변한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전의 나는 나 자신을 표출하고 싶어하고 인정욕구가 강했다면, 앨범을 한번 엎으면서는 멘탈이 강해졌다. 사실, 막 열심히 하지도 않았거든. 그러니까 그런 나태한 나의 모습들을 보면서도 이건 정말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 내가 가면을 쓰려고 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뭔가 허황된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컬러유니크는 편안함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시작했다. 힙 : 최초 타이틀은 [Color Unique : Red]였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곱씹다 보면 레드라기 보다는 그린에 가까운 앨범이 아닌가 싶은데 (웃음) 블 : 그냥 가제를 컬러유니크 레드라고 하고 싶었다. 11번 트랙에 ‘Skit2_Color Unique Red’라는 곡이 있다. 어머니 목소리가 나오는 트랙인데, 레드라는 키워드로는 난 딱 그거 하나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작년에 내가 생각했던 레드는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화려한 모습이 맞았다. 누구에게나 섹시하고,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느낌이었지. 근데, 그걸 엎고서 스킷을 다시 짤 때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도시가 상징하는 화려한 레드 보다는 엄마의 따듯함이 주는 편안함이 훨씬 더 유니크한 레드 컬러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 : 말하자면, 도시유랑을 하면서 ‘집의 소중함을 알겠더라’ 라는? (웃음) 블 : 맞다. ‘Skit 1_RED’는 대사는 나오지 않지만, 내가 길거리를 걷다가 차를 타고 빨간 불빛이 상징하는 도시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그 사이 트랙에는 내가 생각하는 도시의 모습들이 쌘 붐뱁 음악이나 여자, 섹스이야기들로 담겨있지. 그렇지만, ‘Skit2_Color Unique Red’ 이후에는 도시를 벗어난다. 힙 : 어쨌든, 처음 계획했던 앨범의 컨셉트와는 많이 바뀐 거군 블 : 그렇지 어떻게 보면. 그러니까 내가 한번 이 앨범을 엎었던 것도 이거를 준비하기 위해서 했던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더 마음이 편한 것 같다. 물론, 이런 내용들을 음악의 느낌으로 전달받기에는 굉장히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이야기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힙 : 예전에도 한번 얘기했었지만 블랭타임 랩이 챈스더래퍼(Chance The Rapper)랑 되게 비슷했었다. 블 : 맞다. 지금도 약간 비슷하다. (웃음) 힙 : 사실, 지금은 어느 정도 떨쳐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민도 했을 텐데 블 : 그건 그냥 자연스럽게 변한 것 같다. 그러니까 예전에 했던 곡들의 가이드나 내가 갈아엎었던 곡들을 들어보면 내가 은연중에 쓰는 플로우들이 분명히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모두 챈스더래퍼가 했었던 건데 내가 의도적으로 베끼지는 않았지만 그런 바이브가 과하게 섞여있는걸 나도 느꼈다.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 일단, 내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모두 엎었다. 힙 :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건가? 블 : 맞다. 내 노래인데 다른 사람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쁜 일이다. 그렇지만, 나조차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그냥 좀 더 내공을 쌓고, 내 걸로 발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 바이브에서 못 벗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부정을 할 수가 없다. 아직도 내 오리지널리티를 찾으려고 노력 하는 중인 것 같다. 그리고 설령 다 떨쳐냈다 해도, ‘나 이제 거기서 벗어났으니까 그 문제에 대해 더는 말하지마’라고 하는 것도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한다. (웃음) 힙 : 챈스더래퍼나 빅멘사(Vic Mensa)류의 랩퍼들일 것 같다. 그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받았나? 블 : 내가 삭스(Chance the Rapper & The Social Experiment) 앨범이나 최근에 등장한 신인들의 사운드 자체를 워낙 좋아한다. 내가 이전 인터뷰 때도 한번 이야기 했었지만, 그런 사운드에 랩이 그렇게 맛깔나게 들어오는 걸 들었을 땐 거기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그렇게 거의 1년이 넘도록 지금까지도 그들의 노래만 듣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색을 섞은 랩퍼들이 나오고 거기서 파생된 친구들의 음악으로 넓혀진 건데. 그 외에도 그쪽 색깔에 자신의 옷을 입힌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걸 하나의 장르로 보는 편이다. 또 나 역시 그런 사운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뛰어든 거고. 그래도 그들과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나도 나만 할 수 있는 분명한 바이브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힙 : '데리고와'부터 본격 서래마을 한량의 정서다. 뭐랄까 이것도 일종의 로컬 프라이드일까 (웃음) 'Chillin' in my house' 에서도 동네와 집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더라 블 : 로컬까지는 아니고 (웃음) 아까도 말했다시피 두 번째 스킷을 들어보면은 편안함이 나한테 가장 이상적인 테마였던 것 같다. 그럼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뭘까 생각해보니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랐고, 그 다음에는 그냥 무조건 집이었다. 집에 있으면 마음 편하고 긴장감 하나 없이 좋잖아 (웃음) 자연스럽게 집에 혼자 있으면 생각나는 것들, 다른 거 없이 그것들에 충실했다. 듣는 쪽에선 좀 지겹겠지만 계속 쉬자 쉬자 얘기하는 것도 그냥 나한테 편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전에 준비했던 앨범을 너무 피곤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나한테 가장 필요한 바이브였다. 힙 : 'Chillin' in my house'는 비디오부터 훅멜로디 세션까지 쏟아낸 공들이 보이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트랙이기도 하고. 블 : (웃음) 앨범을 엎자마자 세곡을 만들었었다. 한 일주일 만에 세곡을 만들었는데, 그게 ‘Coloman’ 이랑 ‘Airplane Mode’랑 ‘Chillin’ in my house’다. 당연히 오래된 곡이고, 작업실에서 컴퓨터 키면 보이는 게 이 곡들이다 보니 여기저기 많이 만지게 되더라. 한 마디로 뭐가 많이 쌓여진 곡이다. 그러니까 코러스 좀 넣어볼까 하면서 코러스를 넣는다던가 아니면 호준이형(Jake)이 믹스하면서 계속 만지다가 기타를 넣어보자 하면 세션 구해서 기타 세션도 넣어보고 하는 식이었지. 힙 : 실제로 언급한 세 곡이 퀄리티적으로 돋보이는 곡들이다. (웃음) 블 : 리짓군즈에 호림(Horim)이라는 친구가 코러스로 참여했고, 아람이라는 친구는 고맙게도 내 앨범의 전체 코러스를 맡아줬는데, 결과적으로 앨범의 퀄리티적인 면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인디펜던트로 준비하는 것 치고 이 정도 퀄리티라면 일단 만족하고 있다. 그래도 다음 앨범에 있어서는 더 많은 것들을 탄탄하고 신선하게 준비하고 싶다. 힙 : 'Chillin' in my house'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라면? 블 : 일단 전체적인 주제에 가장 부합했고, 무엇보다 노래가 좋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노래네 (웃음) 힙 : 리짓군즈 때부터 계속 뮤비를 자급하지 않았나 본인만의 영상 철학이랄까 그런 게 있나? 블 : 나 혼자 만든 건 아니고 리짓군즈 사람들이 같이했지.. (웃음) 그리고, 난 영상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난 영상을 구글로 배웠고, 어떻게 보면 내 영상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감각들을 비벼서 보기만 좋게 만들어놓은 습작들이다. 영상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자들이 본다면 말이다. 근데 그것들이 좋은 기회를 만나면서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함께한 AR Film의 오준이 같은 경우가 그런 건데, 얘가 도와주니까 내가 마음에 드는 영상을 만드는 거지, 그런 게 아니었으면 내 영상들은 아마 리짓군즈가 처음에 만들었던 그 느낌 그대로 똑같은 단계에 머물러 있었을 거다. 왜냐면 그건 구글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거든. 힙 : (웃음) 업자가 보기에 블랭타임과 함께 하는 이유는? 오준(AR Film) : 감각 있다. 근데 난 얘한테도 말했지만 처음에 나한테 영상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살짝 부정적이었다. 맡길 거면 맡기는 거지 난 원래 같이하는걸 되게 싫어하기 때문에 내키지 않았는데, 얘랑 이제 두 번 정도 해보니 뭐.. 재밌네? 블 : 이 친구는 원래 광고영상을 하는 친구다. 나랑은 한 5년 전쯤부터 알던 페이스북 친구였는데 (웃음) 어떻게 또 같은 동네에 살아서 마을버스에서 가끔 마주치던 사이었지. 그렇게 페이스북으로만 가끔 소통하면서 한참 지냈는데, 결국에는 내가 염증을 느낀 게 계기가 됐다. (웃음) 이번에도 영상을 해야 되는데, 또 똑같이 감각만으로 비비기가 싫었거든. 내 지식은 여기까진데 여기서 이렇게 계속 비비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 사실 감각 좋다는 말도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정말 그걸 비벼가지고 되는 수준은 거의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이번엔 정말로 전체적인 때깔이나 퀄리티를 높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친구와 만나서 얘기를 했고, 시기적으로 이 친구도 뮤비를 하려고 생각하던 찰나에 타이밍이 잘 맞았지. 이 친구가 지금은 딥플로우(Deep Flow)형의 ‘당산대형’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는데, 나랑은 또 다른 걸 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얘랑 한 뮤직비디오들이 다 마음에 들었고, 당산대형도 내가 좋아하는 감성은 아니지만, 뮤비 자체로 마음에 들었거든. 힙 : 상투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앨범에 어떤 정갈한 흐름이 느껴진다. 구성에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블 : 옛날 힙합음악이나 소울, 알앤비 앨범을 들으면, 되게 유치하지만 알면서 당하는 그런 흐름이 있다. 일단, 노래들이 전부 이어지고 촌스럽지만 다음 곡에 대해 넌지시 광고하기도 하는 마치 라디오 메뉴얼스럽고 어떻게 보면 노골적이고 없어 보이는 구성인데, 난 그걸 하고 싶었다. 뭐, 근데 다 구현을 못했지. 그래도 노력한 흔적이 있다면 ‘Chillin’ in my house’에서 스킷1으로, ‘Vintage love’에서 스킷2로 이어지는 이음새라던가 아니면 스킷1에서 ‘Colorman’으로 넘어갈 때 암시를 준다던가 하는 정도인데 그걸 완벽하게 하고 싶었지만, 사실 후반 작업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죽도 밥도 안 돼버렸다. (웃음) 다음 앨범엔 꼭 더 멋지게 성공할거다. 그리고, 내 앨범 속지에 보면 thanks to도 적혀있다. 좀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앨범은 그냥 내가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낸 앨범이니만큼 신경 쓰지 않았다. 난 단지, 중학교 때 두근두근하며 열었던, 학교 가기 전에 한 트랙만 더 한 트랙만 더 하는 마음으로 밤 새 들었던 그때 당시에 CD에서 본 것들을 한 것뿐이거든. 앞으로도 난 시대의 흐름보다는 아주 지극히 주관적으로 내가 느꼈던 것들에 대해서 구성을 짜고 해 나갈 거다. 힙 : 담백한 앨범이다. 앨범의 구성도 일관적이고 유기적이지만, 어쩌면 누군가 에게는 무난하고 평이한 앨범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극의 시대 아닌가 블 : 자극적인 앨범을 만든다는 것은 누군가 에게는 쉬운 일 일수도, 또 어려운 일 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앨범을 자극적으로 만든다고 해도 그게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앨범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지. 물론, 내 이름을 많이 알리고 리짓군즈라는 단체를 많이 알리면 좋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자극은 유치한 트랩이나 알량한 댄스를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정말 멋있는 것 안에서도 자극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나뉜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힙 : 그게 나름 앨범의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플레이어들이 앨범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은 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앨범이라는 큰 단위 작품들이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힘을 못쓰고 있다. 원 히트 싱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블 : 조금 이상한 말을 하자면 나는 만 명의 팬보다 10명의 느낌 있는 팬들을 가지고 싶다. 아티스트의 단 한가지 요소 때문에 가벼운 팬 심을 가지게 되는 그런 게 아니라, 그 아티스트 자체, 혹은 그 음악 자체를 깊이 있게 인정하는 팬 말이지. 내가 그런 팬심을 가지는 편이라, 나도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그래서 이상한 프로모션이나, 원 히트 싱글을 만드는 것에는 욕심이 크게 없다. 꾸준히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천천히 나의 모습에 대해서 표현하고 전달해주면 그만이다. 그러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많이 들어주면 그 한 곡이 히트 싱글이 되는 게 아닐까 힙 : 이런 이야기로 깊게 빠지다 보면 결국에는 쇼미더머니가 나올 것 같다. 한국 힙합씬의 가장 큰 취업의 장 아닌가. 블랭타임의 경우에는 어떤가? 블 : 난 사실 하면 하지라는 입장이었다. 리짓군즈 안에서도 그렇고 모르는 사람들 조차 나가라고 나를 부추겼거든. 사실 그 프로그램에 대해 크게 반감도 없었다. 물론 옛날에는 있었지만, 시즌이 진행되면서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솔직히 객관적으로 봐도 좀 X같았잖아.. (웃음) 그래서 ‘하면 하지!’ 정도의 마음이었는데, 문제는 이게 너무 귀찮은 거지.. (웃음) 거기 갔던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하고, 랩도 안 시킨다던데.. 결과적으로 ‘아니 개xx들이 그럴 거면 사람들 왜 불러모으냐고 심사위원을 늘리던가 어떻게 해야지 말이야..’ 이러면서 안 나갔다 (웃음) 악감정이라기 보단 너무 귀찮아서 안 나간 게 끝이다. 나가는 사람 욕할 것도 없고, 그걸 x같다고 욕하는 사람 욕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힙 : 다음 시즌에 기회가 온다면? 블 : 그때도 아마 나간다고 하고 귀찮아서 안 가겠지. (웃음) 근데, 언프리티 랩스타가 존나 웃기던데.. 싸움은 여자싸움이더라고. 힙 : (웃음) 돌아와서 어쨌든 본인의 이야기에 충실해서일까 이번 앨범은 훨씬 더 랩 게임의 클리셰를 벗어난 느낌이다. 블 : 맞다. 그리고 잘 들어보면 실제로 내가 랩벌스를 많이 안 했다. 눈치를 챈 사람은 이미 눈치챘겠지만 거의 모든 곡이 원 벌스다. (웃음) 훅이 정말 많고, 구성도 복잡하게 짜놨다. 훅이 세 개인 것도 있고, 브릿지가 두 개인 것도 있지.. 성격이 많이 반영 된 건데, 이 앨범의 비트메이커 아이딜형과 집에서 함께 작업하다 보니 그냥 서로 손가는 대로 작업했다. ‘그래 그냥 그렇게 해~’ 하다가도 구리면 욕 하고.. (웃음) 그렇게 제재 받지 않는 분위기에서 작업하다 보니 규격 없는 자유로운 것들이 나오더라. 그래서 오히려 딱딱한 구성이나 정법에서 벗어나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큰 무기가 될 것 같다. 힙 : 그럼에도 'Color Man'에선 본인과 천편일률적인 '똥폼잡는 랩퍼들' 사이에 거리를 두지 않나 뜬금없지만, 씬 안에서 가장 추한 랩퍼의 모습은 뭐라고 생각하나? 블 : 뭉뚱그려서 얘기 하는 거지, 사실 타겟삼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그런 거 있잖아 완전 촌스러운데 그게 진심으로 멋있는 줄 아는 사람들. 힙 :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나? 블 : 에이.. 그 뭐 산이나 뭐 이런 사람들 있잖아 힙 : 저격한 거 아니라며 (웃음) 블 : (웃음) 전혀 아니다. 매드클라운이나 뭐 그런 부류들은 이제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리스트 아닌가 난 단지 모두가 아는 얘기를 굳이 노래에 짚어서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웃음) 물론 각자 가치관의 차이겠지만 존나 똥폼이잖아 솔직히.. 그래도 포장을 좀 하자면 그 사람들도 원래는 나 같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나처럼 그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싫었겠지. 근데 어떻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 평화주의자라는 걸 꼭 실어줬으면 한다. (웃음) 힙 : 지금 말한 랩퍼들의 행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인가? 블 : 아니. 근데,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최대한 평화주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근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 되겠어? (웃음) 힙 : ‘Queen’의 훵 소울한 느낌도 앨범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간이다. ‘Treat You Like A Queen’라는 구절도 유명한 소울 넘버 제목인데, 이 곡의 영감이 궁금하다. 블 : 영감이라기보다는 그건 코드쿤스트의 아이디어였다. 힙 : 근데 이 노래가 유일하게 핵심주제를 못 짚겠다. 블 : 그래서 이 노래가 ‘Sex & love’와 ‘Colorman’ 중간에 있는 거다. 그냥 내가 거리로 나갔을 때 했던 것들의 맥락이 그 안에 있는 거지. 원래는 실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곡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후반 작업할 때 급하게 들어온 곡이기도 하다. 성우랑 작업 할 때는 성우가 신경을 많이 써준다. 편곡할 때에도 내가 구성을 짜가더라도 어떤 구성이 생각나면 그걸 유연하게 바꾸기도 해서 이 곡은 작업자체가 재밌었던 곡이다. 영감이라고 할건 거의 없다. 그냥 뭐 느낌대로 하는 거지. 내가 만드는 곡들 대부분이 그렇다. 힙 : 가사를 보면 단어들을 그냥 흘리는 식이더라. 어떻게 보면, 정리된 문장을 만드는 걸 일부러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블랭타임 작법의 포인트는 뭔가? 블 : 내 생각에도 사람들이 알아듣게 쓰는 가사가 좋은 가사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내가 그렇게 전달하려고 마음 먹은 주제가 없을 뿐이다. 힙 : 말하고 싶은 주제가 없다? 블 : 맞다. 어떻게 보면, 다음 앨범에는 그런 식의 작업도 할 것 같은데, 사실 내가 영향을 받고, 어렸을 때부터 쭉 봐왔던 슬로우잼이나 여타 장르들의 가사를 보면 그냥 딱딱 박히는 단어들로 자극을 주는 식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작법을 되게 좋아한다. 예를 들어 ‘남자 셋이 여기 앉아서 치킨을 시키고 맥주를 같이 먹었다’ 라고 풀어주면 그게 좋은 거고, 알아듣기 쉬운 가사겠지만, 나는 보통 그거보다는 좀 더 함축적이고 세련되게 표현하려고 한다. ’머리 셋, 치킨 하나’ 뭐 이런 수준이지. 나는 사람들이 가사를 보면서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내 작법도 그런 쪽으로 꼭 완성을 시키고 싶다. 물론, 그런 부분에서 아직도 난 준비단계지만. 힙 : 이번 앨범의 보너스 트랙 'I Do'같은 곡에서는 국힙에 대한 소소한 애정을 드러냈지만, 동시에 씁쓸함이 섞여있는 것 같기도 하다. 블 : 간략하게만 얘기하면 난 원래 한 초등학교 5학년때 넬리 노래를 처음 듣고 힙합에 입문했다. 사실, 그 전부터 외국 팝을 들으면서 자랐는데, 오히려 힙합에 빠진 건 고등학교 때였지. 내가 고등학생 시절 3년정도가 한국힙합이 가장 핫했던 때거든 소울컴퍼니(Soul Company)나 뭐 가리온(Garion)의 [무투]같은 앨범들이 다 그 시절이니까. 아마 그때 한국적인 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나 보다. 그러다가 스무 살 즈음부터 티아이나 영지지 같은 세련된 사우스 음악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때 다시 미국 힙합 쪽에 빠졌지. 어떻게 보면 난 팝음악을 들으며 자랐지만, 힙합은 한국힙합으로 시작한 거라고 볼 수 있다. 그 가사는 아마 이런 내 음악 변천사의 연장선이겠지. 내가 고등학생 때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고 나에게 랩퍼라는 꿈을 심어줬던 사람들이었거든. 힙 : 이제 그들이 더 이상 당신에게 영감을 주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블 : 맞다. 조금은 대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실망스러웠다. 근데 이것도 내가 부리는 욕심이지. 내가 나이를 먹었는데 그 사람이 나이를 안 먹었다면 이상한 거잖아 나이를 먹으면 감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거니까 힙 : 당신도 무조건 힙합은 프레쉬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가? 블 : 그렇지는 않지만, 마흔 넘고 이랬을 때 새로운걸 창조하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힙 : 창작에도 때가 있다는 뜻인가? 블 : 문제가 될 발언일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고, 유명세가 쌓이면 포지션적으로도 그렇게 하기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팔로알토(Paloalto)같은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데 그렇게 꾸준히 탄탄함을 유지하면서 도전한다는 건 정말 멋있는 거거든. 물론, 내가 어쩔 수 없이 도태된 사람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얘가 나랑 축구 하는데 축구 좀 못했다고 싫지는 않잖아. 힙 : 미국과 비교하기 싫지만, 스눕독이나 퍼렐 같은 불혹을 넘긴 뮤지션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어떻게 보면, 그건 그냥 한국힙합의 저변일 수도 있다. 블 : 만약 미국씬 같은 선후배간의 리스펙트나 유대관계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면 분명히 프레쉬함과 노련함이 만나면서 나오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반화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었다. 힙 : 피쳐링진들과의 합은 어땠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블 : 다른 사람들이야 워낙 친한 사람들이라 피쳐링 섭외가 자연스러웠지만, 도넛맨(Donutman)은 내가 너무 좋아해서 부탁한 케이스다. 도넛맨은 내가 가지지 못한걸 가졌거든 힙 : 그게 뭔가? 블 : 담백함. 걔는 피쳐링 부탁했는데, 파일이 딱 두 개가 왔다. 메인 벌스 하나, 더블링 파일 하나 이렇게. (웃음) 원래 나는 많이 쌓는 스타일이라 이 새끼가 뭘 잘못 안 보냈나 싶었는데 정말 그게 끝이더라. ‘와 이 새끼는 진짜 잘한다’ 싶었지. 사실 그렇게 깔끔하게 딱 떨어지게 하는 랩은 정말 연구 많이 하고, 갈고 닦은 랩이거든 난 솔직히 그렇게 못한다. 힙 :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없었나? 드왕(Dwang)형이랑 한 마지막 트랙이 되게 재미있었다. 드왕형 앨범을 내가 되게 좋게 들어서 이번에 함께 작업하게 됐는데, 작법이 나랑 너무 다르고, 난 그런 작법은 처음 봤다. 드왕형 작업실에 갔는데, 처음에는 딴짓만 계속하더니 가사 있는데 들어봐 하면서 시작하는데 24마디 40마디 정도를 프리스타일로 하더니, 그거를 잘라서 조합해서 주더라고 (웃음) 어떻게 이런 작법이 있나 싶었다. 더 신기한 건 원래는 이게 안 맞아야 정상인데, 랩이 하나처럼 다 맞더라고 힙 : 그럼 마지막 보너스트랙에 피쳐링으로 참여한 랩도 짜깁기한 벌스인가? 블 : 내가 처음 가이드 받았을 때는 그렇게 했는데 마지막에 온 거는 다른 벌스가 왔다. 그 벌스도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 형은 워낙 특이한 형이라.. 존나 멋있는 형이고. 힙 : 앞에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을 한 몸에 받는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 블 : 가족들의 지지가 아니라 엄마의 지지다 (웃음) 옛날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고3 때 비디오와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예대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날 죽이려고 하더라. 그래서 병신같이 재수까지 해서 공대에 갔다. 그렇게 대학교를 3년이나 다녔지. 결국, 졸업도 못하고 때려 쳤지만. 그냥 참을 수가 없었던 거다. 3년한게 아까워서 졸업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문득 이제 더 늙으면 진짜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그때가 스물셋이었는데, 그때 시작해서 내가 언제 애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결단이 되더라. 아마, 그것 때문에 엄마가 미안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힙 : 스킷만 들어도 어머니가 멋지신 분 같다. 블 : 우리 엄마는 원래 예술에 관심이 많고 미술품도 모으셔서 그런지,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되게 높다. 솔직히 내가 하는 음악은 지금 우리 또래들에게도 호불호가 분명한 음악인데,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까 싶지만, 엄마는 나이가 되게 많으신데도 내 음악을 좋다고 해주고 응원해주거든. 뭐 아들 음악이니까 좋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거지. (웃음) 실제로 앨범 제작하는데도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인디펜던트로 솔직히 무슨 돈이 있다고 뮤비를 찍고 하겠나. 다른 형들이 나를 보고 쉽게 쉽게 한다고 얘기하는데, 진짜 쉽게 쉽게 만들었다. 만약 내가 힘들다고 얘기하면 진짜 개새끼인 게 돈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그건 힘든 게 아니거든. 생각해보면 난 다른 애들 다 하는 거 똑같이 한 것일 뿐이다. 음악 만들고 어디 가서 믹싱하고 뮤비 찍는 거야 여기 뮤지션들 다 똑같이 하는 일 아닌가. 걔네 들은 돈까지 벌어가면서 한다. 심지어 가까이 있는 뱃사형은 투잡 뛰면서 하는데 나는 마음 편하게 하는 거지. 하지만, 난 이런 거에 대해서 죄책감 같은 건 없다. 어차피 내가 다 갚아야 할 것들이라서 힙 : 각자의 환경이지 (웃음) 어쨌든, 앨범에서 그리는 블랭타임의 일상은 여유가 넘친다. 심지어 ‘Last Dance’의 이십대가 끝나감을 노래하는 순간마저 낙관적인데, 실제로는 어떤가? 블 : 그렇지. 근데 그게 말이 좋아서 여유지 (웃음) 객관적으로 봤을 땐 철딱서니 없는 개새끼다. 27살 처먹고 엄마 돈 같다가 앨범 내는 개새끼가 어디 있어! (웃음) 그건 나도 인정한다. 이건 그대로 실어줘라(웃음) 하지만, 일단 하고 싶은 게 마음이 너무 강하다 보니 욕심 부리는 거다.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거든. ‘Last Dance’ 역시 마찬가지로 내 성격이 그대로 묻어난 곡이다. 난 옛날부터 큰 걱정을 안하고 살았고, 실제로 큰 걱정이 있어도 부풀리지 않는다. 그렇게 스물일곱 살의 여름이 지나면서 20대의 마지막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Last Dance’는 앨범에서 가장 마지막에 녹음한 곡이다. 근데, 넉살 형과 얘기하면서 생각해보니 또 마냥 암담하지도 않더라고. (웃음) 오히려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 내가 하는 음악이 조금 어설프긴 해도 어떻게 해서든 표현이 되고 하니까 ‘그래도 내가 허투루 하지는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어렸을 때 만들었던 음악보다는 나 스스로 만족도가 높아졌으니, 그거에 대해 만족하고 낙관적인 가사를 쓴 거지. 게다가 이 노래는 넉살형과 아이딜형이랑 실제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가사에 옮긴 거거든. 한 3~4년 전이면.. 넉살 형도 진짜 좆도 없을 때인데..(웃음) 지금이야 인스타그램에 K달고 그러지만 그때는 쓰레기 발로차고 술 먹고 남의 차 부시던 때거든. 정호형(아이딜)도 마찬가지고. 그랬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아직 형편이 많이 나아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성장했다고 느껴지더라고. 남들은 모두 30대가 오는 걸 암울해하지만, 우리는 이제까지 쌓은 만큼 앞으로 30대가 되면 더 쌓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신나지 않나? 곡도 그래서 신나게 만들었다. 힙 : (웃음) 이 앨범은 어떻게 보면 리짓군즈 프로듀서진들이 얼마나 탄탄한지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프로듀서 아이딜에 대해 소개해달라 블 : 아이딜형이 8곡이나 했으니까 거의 반을 한 거지. 나랑 그 형은 잘 맞는다. 그러니까 그 형도 완전 힙합만 듣고 사는 사람이 아니거든. 귀가 넓다고 해야 되나 팝도 좋아하고 하우스도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얘기할 때도 분명히 나랑 코드가 잘 맞는 게 있다. 그래서 내가 적극적으로 같이 하자고 했고, 참여를 많이 했지. 이 형도 이제 솔로앨범을 준비하는데 랩퍼 한 두 명에 노래하는 사람들이나 악기 세션이 주가 된 앨범을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 형은 정말 음악성 있는 형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술,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병신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음악 할 때만큼은 정말 잘하니까 언젠가는 성공할거다. 그리고, 나랑 해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힙 : 이번 앨범을 통해 지금 본인의 이야기들은 전부 들려줬다. 이제 어떤 이야기를 할 건가? 블 : 사람이 살면서 그때그때 느끼는 게 있지 않나. 이 앨범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 가족과 집이 주는 편안함과 따뜻함이었다. 단지 그걸 하길 원했던 거지, 사람이 그것만 가지고 살지는 않으니까 할 이야기는 많다. 난 뭐, 8년만난 여자친구도 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이렇게 고생 모르고 자란 아들이 거리로 나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 할 수도 있겠지. 그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인간적으로 겪었던 것들에 대해 추상적이지는 않되 앨범을 무겁게 내고 싶다. 힙 : 2집 앨범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나? 블 : 두 가지가 있을 거 같다. 하나는 얘깃거리고, 두 번째는 음악스타일일건데 음악 스타일은 그냥 언제 낼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때 꽂히는 걸로 낼 것 같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거의 그냥 막가파지 (웃음) 요즘은 하우스 음악을 되게 좋아한다. 그리고 그냥 덤덤한 멜로디가 있는 노래들이 하고 싶다. 얘기하다 보니까 조금씩 랩에서 멀어지는 것 같은데, 사실 랩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랩은 그냥 아티스트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쓰는 도구 정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취사선택인 것 같고, 뭐 일단은 그냥 곡들이 널브러져 있는 단계라 해줄 말이 별로 없다. 힙 : 색다른 이야기가 나오려면 환경이 바뀌는게 가장 빠르지 않나? 회사 생각은 어떤가? 블 : 음악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회사는 무조건 들어가는 게 좋다고 본다. 왜냐면 겪어보니 너무 똑같은 것만 반복하면서 살다 보면 사람이 어두워지고 단조로워진다고 해야 될까? 입체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같더라고. 맨날 느꼈던 지루함이나 막연함, 분노들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못나지니, 분명 돈은 조심해야 되는 거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정말 필요한 건 돈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 세우는 것도 돈이거든. 난 지금 그 미니멈에 있는 돈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물론, 아까도 걸어오면서 얘기했듯이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해야지 내가 회사를 필요로 하면 안되기 때문에.. (웃음) 힙 : 알겠다. (웃음) 긴 시간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블 : 우선 앞으로 다양한 장르를 바탕으로 나만의 독특한 색을 좀 더 표현하고싶다. 어떤 틀 안에 갇히지않고 새로운 사람과 음악 또 새로운 영상들로 모두들에게 나란 사람에 대해서 천천히 보여주고싶다. 인터뷰 l 차예준(HIPHOPPLAYA.COM) 블랭타임 ㅣ https://twitter.com/BLNKTIME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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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더콰이엇(The Quiett), '즐기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아쉬울 필요는 없다.'  [19]
힙플: 프리모(DJ Premier)와의 콜라보 트랙이 없는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 말고 아쉬움을 줬는데, 어떤 일이 있었나. Q: 나에게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꼭 넣으려고 했던 트랙이었는데, 결국엔 스케줄 문제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기 때문에 계속 미뤄지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넣지 않게 됐다. 힙플: 새 앨범까지 꽤 긴 시간이 있었는데. Q: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원래는 작년에 내려고 했던 앨범이었지만, [11:11]이 나오고서는 너무 바빠서 작업 할 시간이 부족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행사 등이 너무 많아서 그것들 외엔 많은 걸 할 수 없었다. 그냥 매일 연결고리만 부르고 다녔다.(웃음) 힙플: 대부분의 곡에서 프리마비스타와 함께했다. 어떻게 보면, 일리네어의 객원 멤버 같은 느낌이 강한데 Q: 프리마 비스타와 나는 2007년도 쯤부터 곡을 같이 만들어왔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일리네어의 큰 부분이 됐다. 그치만 알다시피 현재 일리네어는 프로듀서를 소속 시키는 레이블이 아니다. 힙플: 부클릿이 공개 되지 않은 상태라서 그럴지도 모르는데, 샘플 클리어런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Q: 어느 시점 이후부터 우린 샘플 클리어를 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도 클리어 해야 되는 곡은 했고, 예전에 발표했던 곡들도 차근차근 하고 있는 중이다. 힙플: 단연 샘플사운드가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곡 작업, 혹은 비트 초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Q: 최근 몇 년 동안 힙합 음악의 유행이 뚜렷하긴 하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 항상 내 음악은 나의 취향에 의해서 결정 되어왔다. 그동안 발표한 내 앨범들이 시대에 따라서 변화 해오기는 했지만, 나의 음악 취향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앨범도 예외는 아니다. 힙플: 앨범 전체적인 무드나, 사운드의 좋은 피드백들에 비해서, 랩에 대한 의문부호가 많다. 부정적 피드백이 많다는 이야기다. Q: 난 화려한 랩 보다는 깔끔한 랩들을 들어왔고 하고 있다. 그 걸 더 잘하려고 하고 있는 거고. 톤 높고 빠른 랩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선 항상 인기가 많지만 내가 추구하는 건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건 자연스러운 그루브다. 사람들이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도. 힙플: 랩과 돈의 간격을 좁혔다는 구절이 있다. 힙합씬을 더콰이엇의 등장 전후로 살펴보라는 구절도. 당신의 등장 이후 어떤 것들이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나? Q: 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웃음) 그게 꼭 나 때문이라는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타이밍 상 내 또래 뮤지션들의 세대에서 바뀐게 너무 많다. 함께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나열하기는 어렵다.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 세대에서 생겨난 것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게임의 기반을 마련한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일리네어 이후의 많은 것들은 일리네어가 만들어 낸 것들이다. 힙플: 그 일리네어 행보들의 브레인은 더콰이엇이다? Q: 기본적으로 우리의 아이디어는 나와 도끼의 것이다. 그것으로 일리네어의 주 된 부분들을 만든 것이고, 빈지노는 우리 둘과는 다른 걸 함으로써 우리의 영역을 확장시켜주었다. 힙플: 실제로 단순한 페이 수준을 떠나 당신은 여러 면에서 랩퍼들이 돈을 쫓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2의 일리네어같은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Q: 내 생각엔, 자신의 방식을 믿고 밀어붙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각자의 고집대로 꾸준히, 영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결국엔 성과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힙합으로 예를 들자면 제이지의 방식, 릴웨인의 방식, 릭로스의 방식, 퍼렐의 방식, 타일러 방식 등 다양한 모양의 방식과 성공이 있을 수 있다. 근데 우리나라에선 뭐든 일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다들 비슷하게 하는데다가 쉽게 포기하거나 노선을 바꾼다. 뻔하고 안전해 보이는 행보는 관심을 받지 못한다. 힙플: 몇개의 트로피를 버렸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당신의 과거 커리어들 중 일부는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다는 뜻? Q: 그건 말 그대로다. (웃음) 비유는 아니고 실제로 트로피를 몇 개를 버렸다. 힙플: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다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그 ‘계획’은 일리네어와 본인의 이야기일 텐데 그 계획은 무엇인가? Q: 이것도 다른 의미는 없다. 'AMBITIQN'에 썼던 가사인데 한 번 더 쓴 거다. 내겐 그다지 뚜렷한 계획은 없다. (웃음) 힙플: 사람들이 참 의미를 많이 두는 것 같다. 랩을 들을 때. Q: 그런 것 같다. 정작 의미를 두어야 하는 가사들은 따로 있다. 그걸 느끼던 말던 상관은 없지만 이번 앨범엔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끼는 가사들이 많이 있다. 힙플: 일리네어의 스타일은 랩퍼지망생들의 에티튜드나 음악 스타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쩌면 랩퍼 지망생들에게 교과서나 바이블이 된 것 같기도 한데. 아마 본인들도 실감할 것 같은데 기분이 어떤가? 혹시 보거나 듣나? Q: 우리는 전혀 모른다. 젊은 뮤지션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아는 뮤지션도 드물다. 그나마 쇼미더머니3를 하면서 약간의 계기가 되었다. 차메인과 오왼도 알게 됐고, 씨잼이나 기리보이도 처음 봤다. 힙플: 모른다고 이야기해서, 더 웃겨진 질문인데. 웃긴 얘기일 수 있지만,그런 파급이 보기에 따라 아주 피곤하고 민망한 광경이 되기도 했다. 여기의 신인 랩퍼들 중 한 무더기는 일리네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웃음) Q: 우리는 전혀 몰랐다.(웃음) 힙플: 그럼 실제로 이렇다면.. 현재의 상태가. Q: 우리의 영향을 받는 건 우리로썬 좋은 일이지만 결국 자기 것을 찾아야 한다. 우리한테 배워야 할 건 힙합에 대한 사랑과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 우리가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것들은 자신의 것들로 해 나가야한다. 힙플: 엔터테인의 측면에서 혹은 메시지의 과잉들이 실제, 돈 자랑에 대한 스웨깅에 부정적인 친구들이 아직 많다. 뭐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기분도 작용하겠지만, ‘엔터테인’에 대한 요소는 청자들에게도 아직 낯선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Q: 이게 낯선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걸 즐겨주면 고마운 거지, 즐기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아쉬울 필요는 없다. 난 지금으로도 되게 만족하고 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이런 음악과 랩을 선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이 이게 뭔지 감도 못 잡았었다. 나도 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이걸 즐기게 되었다. 대학교 축제에 가면 학생들이 연결고리 랩을 따라 부르는데, 가끔씩 그 걸 보면서 기분이 좀 이상할 때가있다.(웃음) ‘어쩌다가 학생들이 이런 랩을 따라 부르고 있지’랄까. 아무튼 멋진 일이다. 힙플: 자수성가, 재벌 이런 표현들은 어떤 세대에게는 재미를, 어린 친구들에게는 분명히 희망이나 꿈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더콰이엇의 삶을 전달하는 건가, 실제 이런 의도도 있는 건가. Q: 기본적으로 랩이라는 건 개인적인 행위다. 자신의 얘기를 쓰고 그게 좋은 음악으로 완성 되는 것만으로 이미 목적은 달성 되는 것이다. 그게 어떤 사람한테 메시지가 되고 안 되고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음악에 대한 반응은 날씨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웃음). 다만 이번 앨범에서 ‘Your World’는 노골적으로 교훈적인 노래다. 나의 진심어린 조언을 담은 노래다. 내가 깨달은 진리들을 담았다. 힙플: 또, ‘성공’의 시기부터 음악에 담기는 이야기가 그저 운이 좋아 해 낸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오해들을 멀리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스트레스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아니면, 더콰이엇, 일리네어의 음악을 접하게 될 친구들이 확장되었기 때문인가. Q: 우리가 유명해질수록 오해나 환상도 커질 거라고 본다. 이젠 우리를 단순히 돈 많은 랩퍼들로 아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다. (웃음) 다만 그 이상을 봐야한다. 우리는 여기까지 오는데 되게 오래 걸렸다. 그러니까 그 ‘과정’을 말하고 싶은 거다. 우리는 계속 견뎌왔고, 앞으로도 견뎌야 한다. 이것은 누구에나 공평한 것이다. 그러니 그걸 피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Your World’에서 한 거다. 힙플: 일리네어를 향한 비아냥들에 대한 대답을 랩에 꾸준히 담아오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내가’가 있겠고. Q: 랩은 질투나 편견 등의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들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니네 말이 틀렸다’ 라든지, ‘니네가 아무리 그래도 난 내 뜻을 굽히지 않을 거야’ 라든지. 그런 걸 말하는게 랩의 목적이기도 하다. 힙플: 근데 한국 힙합 잘 안 듣지? 이 질문은 사실, 그런 곡들에 대한 대답이었냐는 질문 이었다. Q: 아. 사실 잘 안 듣고 잘 모른다.(웃음) 하지만 많은 래퍼들이 우리를 향한 가사들을 쓰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 상황자체는 알고 있지만, 굳이 찾아듣지는 않는다. 힙플: ‘언더그라운드킹 필요없어 왕관’.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힙합 ‘씬’과 거리를 두려는 행보가 엿보이기도 했다. Q: 글쎄. 일단 그 구절은 ‘난 최고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정도로 보면 될것 같다. ’씬’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선 좀 복잡한 문제다. 한국의 힙합씬이라는게 워낙 형태가 많이 변했고, 지금은 약간 형태를 알아보기는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는 논하는게 무의미 한 때라고 생각한다. 힙플: 피쳐링 의뢰도 많이 들어 올 것 같은데, 응하는 방식? 혹은 기준도 궁금하다. 안다 라든가, 우효 라든가, 원펀치의 원이라든가. Q: 여러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음악이 좋아서 하거나, 견적이 맞아서 하는 경우도 있고, 친분 때문에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 기준을 딱 잘라 말하기는 좀 어렵다. 힙플: 쇼미더머니3 이후의 대중매체의 ‘이용’ 은 제안이 들어와서겠지만, 적극적인 이용의 배경이 궁금하다. Q: 쇼미더머니3를 하면서 사람들이 기대이상으로 힙합적인 색채를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그 동안은 TV에 랩퍼들이 나와서 타협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쇼미더머니를 겪으면서 시대가 바뀌었거나, 우리가 이걸 바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흐름이 시작 된 김에 이 기회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힙플: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프로듀서’로서 출연해 온 아티스트로써. Q: 이것에 대한 문제는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경험을 얘기하자면, 쇼미더머니3는 나름 재밌었고 우린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 출연을 결정할 때부터 우린 엄청 까다롭게 시작 했었다.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요구했었다. 심지어 프로그램 제목을 바꾸라고도 했었다. 그건 못하겠다고 해서 넘어가긴 했는데(웃음), 어쨌든 이런 저런 요구를 되게 많이 했었다. 그렇게 해서 시즌 2와 3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엔 제작진의 의지이긴 하지만 우리의 요구가 작용한 부분이 적지 않다. TV 출연을 하면서 그런 걸 주장하는 출연자는 그다지 없을 것이다. 원래 우린 할 마음이 없었는데, 계속 조르니까 ‘그러면 이런 거 해줄 수 있나. 아니면 안 하겠다’ 라는 식으로 나갔다. 그래서인지 우리 출연 당시엔 크게 거슬리는 건 없었다. 그리고 결국엔 예능 프로기 때문에 애초에 어느 정도 이상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힙플: 이 프로그램은 이제는 엄연히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다. 부정적인 면? 긍정적인 면? Q: 우린 그 프로그램을 하면서 얻은게 많았기 때문에 일단은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봤다. 당연히 빛과 어둠이 존재하지만, 난 매사에 밝은 면만 보려고 하는 사람이다. 어쨌든 힙합 예능 시대에도 끝이 있을 것이고, 그 동안엔 뮤지션들은 각자의 방식을 증명하면 된다. 꼭 TV에 나온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그래왔듯 현명한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다. 힙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부탁한다. Q: 없다. 기사작성 | HIPHOPPLAYA.COM 더콰이엇 https://instagram.com/thequiett/ 일리네어 레코즈 http://www.illionaire.kr/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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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I AM NOT A HUMAN BEING 디렉터, 릴디지(Lil Deezy)  [1]
힙합플레이야(이하 힙) :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릴디지(이하 릴) : I AM NOT A HUMAN BEING 디자이너 겸 커스텀 디자이너 릴디지(lil Deezy)라고 한다. 힙 : 원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알고 있는데, 휴먼비잉 브랜드는 어떻게 런칭하게 되었나. 릴 : 어렸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형들이랑 이태원을 돌아다니며 힙합 옷을 디깅하는 걸 좋아했다. 옷을 만들기 시작한 건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에, 물감으로 옷 커스텀을 하기 시작한 건데, 그러다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브랜드까지 진행하게 됐다. 힙 : 브랜드 색깔이 독특한 것 같다. 휴먼비잉의 컨셉에 대해 소개해주자면. 릴 : I AM NOT A HUMAN BEING 슬로건이 ‘SAME OLD SHIT’이다. 내가 바스키아(화가 l Jean Michel Basquiat)를 좋아하는데, 고리타분한 것에서 벗어난 특이한 그래픽 위주로 진행을 하려 했다. 또 내가 되게 괴팍하고 튀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웃음) 힙 :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릴 : 핏과 그래픽. 런칭 초기부터 강한 그래픽을 해왔고, 그래서인지 그래픽에 대한 기대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도 그래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반면에 판매 되는 걸 보면 심플한 디자인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더라. 그런 점에서 중간 지점을 찾고 있기도 하다. 물론, 내 욕심 같아선 아직 쾌변을 못한 느낌이다. (웃음) 힙 : 런칭 이전에 커스텀 제작을 하면서, 메일로 별도제작 요청을 많이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릴 : 메일 진짜 엄청 많이 왔다. 가격 듣고 안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웃음) 래퍼라든지 R&B뮤지션분들이 많이 찾아주셨다 힙 : 말마따나 뮤지션 커스텀이 많더라. 작업했던 커스텀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릴 : 아무래도 태완(C-Luv)형의 커스텀은 제일 처음 시작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고, 바스코(Vasco)형의 클럽 시크릿 소사이어티와 했던 작업도 기억에 남는다. 힙 :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직접 커스텀한 건가. 릴 : 그렇다. 힙 : 이제까지 진행해 왔던 그래픽 작업들이 굉장히 독특하다. 본인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던 계기가 있나. 릴 : 아까도 한번 이야기 했던 바스키아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미술을 하게 된 것도 바스키아의 영향이었고. 그리고, 미스킨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예전 힙합 뮤직비디오에 많이 나왔고, 캠론(Cam’ron), 쥬엘지(Juelz Santana)가 한참 잘나갈 때 많이 입던 브랜드인데, 그 브랜드가 핸드페인트로 디자인을 하는 브랜드였다. 아마, 그런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힙 : 미스킨이란 브랜드를 언급해줬는데, 지금은 벤치마킹 하거나 롤모델로 삼는 브랜드가 있나? 릴 : 글쎄. 그건 잘..(웃음) 없는 것 같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힙 : 그래픽 작업할 때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나 릴 : 직접 그린 다음에 직접 프린팅 하는 경우도 있고, 사진 같은 경우에는 콜라주 할 때 컴퓨터 작업도 한다. 힙 : 브랜드 소개글을 보면, 일본식 해체적인 패턴을 추구한다고 되어 있다. 평범하지 않은 컨셉을 일상의 옷에 녹이는 데에 어려움 같은 건 없었나. 힙 : 우리에게도 판매 타겟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사실 그들의 취향에 맞추는 게 힘든 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건 A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걸 B라고 치면, 그걸 조율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 내 취향대로 디자인한다고 모두 판매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을 할 땐 그 지점을 생각하고 어느 정도 타협을 한다. 힙 : 그렇게 해서 나온 옷 중에 대표가 지난 시즌의 데님 콜라주 진(DENIM COLLAGE JEAN)이라고. 릴 : (웃음) 그렇다. 힙 : 나는 그게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 릴 : 처음 데님 콜라주 진이 만들어지게 된 데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돈 없는데 옷은 너무 사고 싶던 시절에, 입던 바지 세 개를 뜯어서 콜라주 식으로 새로운 바지를 만들었다. 그렇게 나를 위해 만든 것이 처음이었는데, 만들어보니 기성화시켜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힙 : 많은 그래픽 소스들이 있지 않나, 그래픽 소스들은 보통 어떤 것들에서 영감을 받나? 릴 : 취향이 딱 있다.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스카페이스나 혹성탈출도 좋아하고. 그런 좀 말도 안되지만 멋있는 영화들. 그런 데에서 영감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번에도 스카페이스를 이용한 디자인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야동. (웃음) 그렇다고 야동을 많이 보는 건 아닌데..(웃음) 힙 : 야동에서 영감을 찾나(웃음) 릴 : 야동을 보면 자극적이고 괴팍한 씬이 많은데, 어떻게 보면 그들도 돈 벌려고 하는 것 이지만, 분명히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그런 식의 외설과 예술 사이를 오가는 걸 보며 이것도 이용하면 재미있겠다 싶었고, 그렇게 야동에서 따온 그래픽들이 포르노 시리즈 옷들로 나왔다. 힙 : 포르노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 이런 과감한 그래픽이 통할까 싶었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찾더라. 릴 : 음..(웃음) 나도 생각보다 놀랐다. 사실 나로서는 그걸 메인으로 두고 디자인을 했지만, 내심‘아 이걸 사람들이 찾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사가시더라. 힙 : 이전 활동을 보니, 휠라 헤리티지와의 작업이 있었다. 이건 어떻게 닿은 인연인가. 릴 : 그건 부바(Boobagraphy)형이 촬영하신 건데, 한국에 없는 이미지인 것 같다 하시면서, 같이 찍고 싶다고 연결해주셨다. 힙 : 이후에 휠라 룩북에는 릴디지의 커스텀 옷이 나왔던데. 릴 : 휠라에서 아이즈 매거진(Eyes Magazine)과 룩북 촬영을 같이 하는데, 옷 협찬이 가능하냐고 연락이 왔었다. 힙 : 런칭을 하고,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줬다. 작년에 대한 감회가 있다면. 릴 : 일단 이렇게 까지 될 줄은 몰랐다. 내 힘든 시절을 아는 주변사람들이 ‘잘될 거야’ 라는 응원을 굉장히 많이 해줬는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효자 상품을 만들어준 지코(Zico)씨한테 특히 감사하고 있다. (웃음) 근데, 요즘 ‘인맥패션이다’ 하는 말이 많이 들리더라.(웃음) 거기에 대해 몇 마디 하자면, 이 경우에는 스타일리스트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서 옷을 가져갔다. 그리고, 지코씨와 나는 커스텀 할 때 카톡 몇 개 주고 받았을 뿐, 그 전에는 말 한마디 섞어본 적이 없다.(웃음) 힙 : 지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쇼미더머니를 통해 휴먼비잉 제품을 대중들에게 각인 시키지 않았나 릴 : 운이 좋았던 게, 그때 지코씨 스타일리스트와 송민호씨 스타일리스트 쪽에서 비슷하게 연락이 왔었다. 나는 그 두 분이 같은 팀으로 올라가는지 몰랐는데, 오키도키 무대에서 우리 제품을 같이 입고 나왔더라. (웃음) 힙 : 기폭제가 됐을 것 같다. 그때 당시를 소회하자면. 릴 : 진짜 난리가 났지. 집에 티비가 없어서, 컴퓨터로 보고 캡쳐 하느라 바빴다(웃음). 기분도 좋았고, 내가 만든 옷이 티비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일단 신기했다. 힙 : 그 이후,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을 것 같다. 사업적인 컨택같은. 릴 : 맞다. 그 이후로, 스트릿샵들에서 입점 문의가 많이 왔었다. 힙 : (웃음) 어쨌든, 대중화가 가진 양날의 검이 분명 있을 것 같다. 휴먼비잉 같이 호불호가 명확한 브랜드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은데, 원 힛 원더에 대한 걱정 같은 건 없나. 릴 : 사실 근본적인 마인드는 멋진 옷을 많은 사람들이 입어주길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원 힛 원더에 대한 걱정이나, 셀럽들의 홍보가 꼭 필요하다는 등의 생각은 없다. 어쨌든, 옷이 예쁘면 사람들이 찾아 올 거고, 나는 그만큼 멋진 디자인과 좋은 퀄리티의 옷을 만들 것이다. 퀄리티는 정말 자신 있거든 힙 : 퀄리티적인 면에서 휴먼비잉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릴 : 원단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스트릿 좋아하는 사람들은 슈프림(Supreme)의 빳빳한 느낌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결코 그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부드러운 재질도, 가벼운 재질도 충분히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많이 알아줬음 좋겠다. 나는 사용할 원단을 발주부터 신경 쓰고, 좋은 원단을 좋은 가격에 맞춰 상품을 출시하려고 하지만, 컴플레인 사례들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기모 원단은 빨면 어쩔 수 없이 줄어들기 마련이라 조심해달라는 의미로 캐어 라벨을 붙이는데, ‘빨았더니 줄더라, 퀄리티가 별로더라.’ 라는 반응들이 나올 때면 아무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힙 : 원단에 대한 획일화된 이해도가 아쉽다는 얘기인가? 좋은 얘기다. 릴 : 그렇다. 빳빳하고 무거운 게 원단이 무조건 좋다라는 인식은 조금 안타깝다. 힙 : 릴디지가 갖고 있는 그런 매니악한 취향이 어쨌든 지금 통하고 있다. 어느 순간, 붐업이 됐는데, 기분이 어땠나. 릴 : 처음에는 안 와 닿았다. 근데, 런칭 이후에, 언젠가 버스에 타 있는데, 휴먼비잉 모자를 쓰신 분이 있었다. 그 분이 심지어 나를 또 알아봐주셔서 진짜 신기하긴 하더라. (웃음) 힙 : 근데 진짜 눈에 띈다(웃음). 나도 지나가다 많이 봤다. 휴먼비잉 옷 입는 사람도 많이 봤고. 릴 : 기분은 어떻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묘한 것 같다. 좋기도 하고. 힙 : 질문이 약간 늦은 감이 있는데, 브랜드 명인 ‘I AM NOT A HUMAN BEING’ 은 릴웨인(Lil wayne) 앨범에 나오는 가사이기도 한데, 혹시 그런 쪽에서 착안을 한 건가. 릴 : 착안은 아니었다. 그냥 정말 ‘인간이 아니다’ 라는 컨셉의 그래픽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런 옷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한국 옷 시장을 보면 다 돌고 돌고, 여러 브랜드 들이 똑같은 거 카피하고 그렇지 않나. 근데 그런 시장에서 진짜 특이하고 레어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 해서 그렇게 지은 것뿐이다. 힙 : 지금 옷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보기에 지금 스트릿 시장은 어떤 것 같나? 릴 : 어떻게 보면 디스일 수 있는데.(웃음) 독특한 옷들이 많이 나오면, 나 역시 자극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데, 다수의 브랜드들이 아이덴티티가 없는 것 같아서 아쉽긴 하다. 그렇지만 나도 물론 유행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사실 판매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어느 정도 생각을 하지만, 아예 동대문 같은 경우는 유행이다 싶은 아이템은 FAKE도 많이 내놓고 하니까. 힙 : 옷 시장에서는 빈티지 폴로 등 다른 브랜드를 레퍼런스하는 게 엄청 만연한 것 같다. 그런 건 어떻게 보는가. 릴 : 따로 생각은 안 해봤지만,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냥 그렇구나 하는 정도(웃음) 힙 : 또 잠깐 옛날 얘기를 하면, 브랜드의 런칭파티를 바스코의 시크릿 소사이어티 클럽에서 진행했다. 그때 당시에 재밌는 사건이나, 기억에 남는 게 있나. 릴 : 그때 너무 정신이 없었다(웃음) 아는 지인들이 다 와서 인사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 것 같다. 그래서 기억이 사실 별로 없다(웃음) 아! 바스코형이 런칭파티 때 조용히 오셔서 어깨를 두드려 주시더라. 거기서 은근히 힘이 됐다(웃음). 힙 : 바스코는 휴먼비잉의 모델로도 참여를 했었다. 어떻게 시작된 인연인지. 릴 : 태완형이 공연에서 백업을 좀 해달라고 해서 갔을 때, 바스코형이. ‘어, 너 멋있다.’ 하면서, 전화번호 교환하고, 커스텀 얘기로 시작됐던 것 같다. 힙 : 바스코 역시 이번에 의류 브랜드를 런칭했는데, 휴먼비잉과 같이 콜라보를 해도 괜찮을 거 같다.(웃음) 릴 : (웃음) 나는 뭐, 언제든지 좋다. 힙 : 전공은 의류 쪽인가. 릴 : 의류 쪽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림은 그렸었다. 예고도 나오고, 엘리트 루트라고 보면 그럴 수 있는데, 내 친구들 중에서 나만 잘 안됐던 케이스였다. 다 외국 가서 작업하고 그랬었는데(웃음) 힙 : 중간 중간에 언급한 그 어려웠던 삶은 어땠었나. 릴 :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배신을 많이 당한 케이스였다. 인스피형네 작업실에 얹혀살면서,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잠만 억지로 겨우 자는 정도로 힘들게 살았다. 그래도 앨범 그래픽 작업이 가끔씩 있어서 다행이었다. 힙: (웃음) 그래도 대기만성하지 않았나. 릴 : 아직 모자르다(웃음) 힙 : 현재 바이브(Vyve) 크루에 속해 있는데, 잠깐 소개해주자면. 릴 : 원래는 대학교 힙합 동아리였다. 거기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졸업하고 나와서 시작했는데, 큰 뜻이 있어서 ‘이런 거 해보자!!’ 해서 뭉친 건 아니다. 비디오 디렉터, 아트 디렉터, 랩퍼, 프로듀서, R&B싱어, 디자이너, 나도 있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재미있는 크루인 것 같다. 서로 필요할 때 도움도 되고, 조언도 많이 해주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힙 : 그렇다면 최근 관심사랄까. 릴 : 옷에 대한 생각 뿐이다. 지금도 레어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는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 아이디어 스케치도 하고 만들어보기도 해야, 나도 더 재미있는 생각들이 나오는데, 요즘은 일을 하다 보니까 너무 정신이 없다. 힙 : 앞으로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 릴 : 몬스터 에너지. 그 회사의 파워풀한 컨셉도 그렇고, 브랜드 로고도 우리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힙 : 의류 커뮤니티 등에서 휴먼비잉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들을 보는 편인가? 반응이 어떤 것 같나. 릴 : 안 보려고 해도 보인다.(웃음) 페이스북만 쓱 봐도. 반응은 그냥 반반인 것 같다.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는 감사하고. 별로라는 사람은.(웃음) 좋지 않은 피드백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힙 : 힙플스토어에서는 휴먼비잉이 꽤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 릴 : 아(웃음)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예쁜 옷 많이 나올 테니, 기대해도 좋다. 힙 : 다음 시즌에 대해 조금 소개해줄 수 있을까. 릴 : 이전 시즌보다는 조금 심플해졌다. 그렇다고 아예 괴팍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제를 했다. 여백의 미라고 해야 되나(웃음) 그런 느낌으로 많이 하고 있다. 힙 : 이제 2016년이 됐는데, 올해 소망하는 목표라던가 계획이 있다면? 릴 : 소망하는 건 진짜 부자가 되고 싶다.(웃음) 그렇지만 돈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한 브랜드로서 내 옷을 인정을 해주길 바란다. 나도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휴먼비잉을 발전시킬 거고, 그래서 이곳 저곳에서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 힙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한다. 릴 : 일단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바이브 크루 사람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 아, 돕덕이(Dope’Doug) 앨범은 진짜 걔만의 바이브가 다 담겨있는 좋은 앨범이니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보이즈 인 더 허슬(Boys In Da Hustle)크루의 옐라 다이아몬드(Yella Diamond)와 임채건이라는 친구에게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고, 브랜드 런칭할 때 옆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조언해주신 롸킥스 대표 정현우 사장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인터뷰 | 김가람, 차예준 (HIPHOPPLAYA.COM) 아임낫어휴먼비잉 힙플스토어 http://iamnotahumanbeing.hiphopplaya.com 릴디지 https://www.instagram.com/lil_deeeezy/
  201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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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에 대한 긍정’ Demolish 의 [Ignito]  [50]
힙플: 힙합플레이야(이하: 힙플) 회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그니토: 네 안녕하세요. 지난 8월 첫 앨범을 발표한 Ignito입니다. 반갑습니다. 힙플: 평소에 힙플을 어떻게 생각해 오셨는지, 또 힙플에서 이용하시는 주 메뉴가 있다면? 이그니토: 한 장르의 음악에 대해 오버와 언더 모두를 아우르는 사이트로서 힙플의 존재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힙플은 리스너들이 현재의 한국힙합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창의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이것은 곧 저희 같은 힙합 뮤지션들이 언제든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힙플의 위치와 역할을 매우 크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도 뉴스 란을 수시로 확인하며 새로운 소식들을 힙플을 통해서 접하고 있고요. 게시판도 틈틈이 읽어보는 편입니다. 힙플: 학교생활과 뮤지션으로써의 활동을 병행하고 계신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이그니토: 작년은 휴학을 한 상태에서 앨범을 준비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없었는데, 올해 다시 복학하면서 앨범 마무리 작업을 했거든요. 처음엔 학교 다니면서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잘 안되더군요. 그 때문에 제 앨범 마무리작업이 상당히 지연되었죠. 아무래도 시험기간 등 시간적 제약에 많이 얽매이다 보니까 작업이 수월하지 않은 부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요새도 피쳐링 작업들을 빨리빨리 못해줘서 상당히 미안합니다. 그리고 정기 빅딜 회의와 같은 모임에도 얼굴을 잘 못 비춰서 빅딜 분들의 원성을 듣기도 하고 있습니다. 힙플: Ignito 의 예명에 담긴 뜻? 이그니토: 점화한다는 뜻을 지닌 ‘Ignite' 라는 동사에서 따왔습니다. 그 뜻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발음하기 쉽고 짧으며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 이 이름으로 정하게 됐죠. 힙플: 음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그니토: 저도 남들과 다를 것 없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힙합음악을 접하고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그땐 제가 뮤지션이 될 거라 생각해본 적도 없었죠.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마침 생겨나던 힙합동아리에 가입을 하게 되었고, 결국 그게 계기가 돼서 본격적으로 랩을 하게 됐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도 랩은 취미로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주변 분들로부터 잘한다는 칭찬을 꽤나 많이 들었어요. 그런 칭찬들에 으쓱해서 더 욕심을 갖고 하게 됐고, 그렇게 2년 3년 지나다 보니까 어느새 제가 당연히 음악을 해야 되는 사람이 되어있더라고요. 저도 그런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고요. 힙플: Big Deal Records 와 함께 하시게 된 계기는요? 이그니토: 2004년경에 개인 활동을 모색하며 지내던 중 정말 우연찮은 기회에 Sleep-D라는 형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 그 형이 제 랩을 정말 좋게 들어주시고 많이 칭찬해주셨어요. 그리고 그때가 마침 빅딜레코드가 막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거든요. 정말 실력 있고 좋아 보이는 레이블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Sleep-D형이 당시 빅딜레코드에 데모 곡을 보내셔서 빅딜 분들과 상당히 친분을 쌓으셨더라고요. 근데 절 좋게 봐주신 Sleep-D형이 그 후 제 곡을 저도 모르는 새에 빅딜 분들에게 들려드렸었던 거예요. 그걸 들은 빅딜 분들이 다행히 좋게 들어주셨고, 그 뒤로 만나보고 점점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빅딜 소속이 된 겁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빅딜과 같이할 수 있게 된 데에는 Sleep-D형의 결정적인 역할이 있었죠. 힙플: 데뷔 앨범 [Demolish] 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그니토: 일단 저의 첫 앨범인 만큼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으려 많이 노력한 결과물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저라는 사람이 살아오면서 말하고 싶었던 것들, 그리고 현재의 제가 말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라도 더하거나 뺄 수 없는 상태의 완성된 작품으로 그려내 보고 싶었고, 아주 조금 만족할 수준으로 탄생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앨범 곡들의 흐름적 배열 같은 부분에 많이 신경을 썼죠. 앨범에 대한 설명은 사실 간단하게 말씀드리기에는 어느 정도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앨범에서 전하고 싶었던 의도를 직접 제 입으로 설명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들으시는 음악 그 자체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네요. 앨범 제목인 [Demolish]는 단어 뜻 그대로 파괴를 뜻합니다. 앨범 내에선 수많은 파괴가 행사되어지고 또 행사 당하여집니다. 단지 물리적인 파괴만이 아닌 관념적이고 도덕적인 파괴의 모습 등을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 앨범을 이루는 근본적인 정신인 ‘폭력에 대한 긍정’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단어 같아서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음악의 컨셉적인 면인 웅장함이나 판타지 소설적인 분위기는 청자들이 접근하기에 쉽도록 특색을 부여한 부분입니다. 제 앨범에 대한 반응들 중에서 가사보다는 중세적이고 웅장한 음악적 분위기에 반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위의 전략이 어느 정도 주효했다고 생각되어지네요. 힙플: 타이틀만큼이나, 이처럼 묵직하고 어두운 스타일을 기획한, 실행한 이유가 있다면? 이그니토: 일단 제 개인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저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분노와 외로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제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위주로 담아내려고 기획했었죠. 그런데 그렇게 쓰여지던 이야기들의 동일한 정서가 점차 개인을 넘어선 부분에까지 확장되면서 처음 계획보다는 상당히 스케일이 커져버렸습니다. 어쨌든 제 앨범은 제 개인의 삶에서 너무도 자연스러워져버린 정서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제 음악 속에 표현되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외 외부적 요소를 하나 들자면 힙합씬에서 무분별하게 등장하는 사랑과 평화에 대한 맹목적인 외침에의 반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되네요. 힙플: 이번 앨범 작업에 있어, 영향을 받은 앨범이나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이그니토: 스타일면에서 Jedi Mind Tricks의 전(全) 앨범과 Outerspace의 [Blood and Ashes] 앨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Non Phixion의 [The Future is Now] 및 Necro의 앨범들 등 주로 언더그라운드의 어둡고 하드코어한 앨범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힙플: 많은 의미들, 혹은 철학적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는 가사들이 조금 어렵다는 의견을 보이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그니토: 제 앨범이 처음 완성됐을 때 친한 뮤지션 한 분을 들려드린 적이 있었는데, 다 들어보시고는 많은 부분을 공감했고 매우 감동했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분은 제 앨범 전체를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 대한 은유로 이해하셨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상당히 놀라웠죠. 저한테는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그렇게 이해하시고 감동까지 받으셨다고 한 것에 대해서 제 앨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게 됐습니다. 제 개인적 정서를 위주로 그려낸 이야기들이지만 그 기본적 정서들에 공감할 수만 있다면, 청자들이 각자 놓인 사회적 맥락 안에서 자신에 맞게 해석되어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이야기들이라는 거죠. 빅딜에서 발표된 거창한 홍보문구나 주변에서 이미 이야기된 제 앨범에 대한 평가들에 좌지우지되지 마시고, 본인이 들으시는 대로 또 느끼시는 대로 이해해 주시는 것이 제 앨범에 친근하게 다가오실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작자의 숨은 의도에 대한 부분은 오래 들으시면서 나중에 심심할 때 생각해보셔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요. 힙플: 작가 주의적 / 철학적인 앨범으로 규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동의하시나요? 또, 가사에 있어 어떤 점을 중시 하셨는지... 이그니토: 저로서는 위의 수식어들이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이야기들 중심으로 제 앨범이 평가되어지고 있어서 정작 중요하게 평가받아야 할 랩적인 부분에 대한 말씀들은 많이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MC는 궁극적으로 랩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이번 앨범에서 저만의 라이밍 방법과 같은 랩 본연적 요소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부심도 상당히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간과되어지고 있는 게 조금 아쉬워요. 가사에 있어서는 시각적으로 이미지화 될 수 있는 표현들에 많은 중점을 뒀습니다. 많은 MC분들이 스스로를 시인이라 칭하면서 정작 시의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이미지적인 부분들엔 소홀하고 관념적인 이야기들만 나열한다고 느꼈습니다. 눈앞에 그려질듯 한 이미지들의 선 굵은 묘사를 통해서 작자인 저의 감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청자들에겐 가사를 듣는 재미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힙플: 다양한 프로듀서들의 비트를 받아 앨범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또 각각의 프로듀서 분들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이그니토: 우선 작업시작 첫 단계에서부터 앨범의 컨셉을 확실히 잡아놨었기 때문에 각 프로듀서들에게 원하는 스타일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각 프로듀서 분들도 제가 원하는 스타일을 잘 이해해주셨고, 너무도 감사하게 본인들의 기존 스타일과는 다른 제 앨범을 위한 비트들을 선뜻 제작하여주셨습니다. Loptimist와는 제 앨범에 사용될 비트들의 소스를 고르기 위해 저와 함께 LP매장에 가서 LP들을 일일이 들어보며 샘플링에 사용되어질 소스를 골랐습니다. 그렇게 해서 Loptimist가 가장먼저 10곡 정도를 완성해서 들려줬고, 그중 6곡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Mild Beats 형님께서도 그 당시 [Loaded] 및 [MFU2006] 앨범작업으로 바쁘셨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위해 짬을 내 2곡의 비트를 주셔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Keslo는 그때가 본인 앨범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를 한 상황이었는데도 본인이 먼저 제 앨범에 참여하고 싶다고 휴가 중에 곡을 만들어서 보내주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저의 오랜 친구 Dazdepth와의 작업은 곡을 너무 늦게 완성해준 것만 빼면 편하고 부담 없는 작업이었습니다. 힙플: 마일드 비츠의 'Beholder' 에서 보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안정적인 톤을 보여주셨는데, 어떠한 노력들이 있었는지? 이그니토: 우선 ‘Beholder'의 곡 분위기와 제 앨범의 분위기 자체가 워낙 다르다보니 톤도 자연스럽게 달라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선 전체적으로 더 무겁고 강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더 묵직한 톤으로 녹음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너무 억지스런 목소리라서 듣기 거북하다는 반응도 있는 것 같은데요, 저를 공연장에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아주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내고 있답니다... 그리고 각 곡들 간에도 곡마다의 색깔을 살리기 위해 톤을 조금씩 다 달리했어요. 예를 들어 ‘Extermination‘ 과 ‘Lost Chronicle’의 톤만 비교해 봐도 아실 수 있으라고 생각합니다. 힙플: Banishit Bang , 일탈, Sleep-D, Dazdepth 는 어떤 분들이신지 소개해주세요. 이그니토: 우선 Banishit Bang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99년부터 시작하여 2003년까지 온라인으로만 3장의 앨범을 발표했던 BnS라는 3인조 팀의 멤버입니다. 활동 당시에는 어느 정도 알려지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더군요. 어쨌든 그들의 활동은 매우 폐쇄적이었지만 저는 우연히 그 분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상당히 많은 충격을 받았고 바로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매우 하드코어하고 비판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팀이었는데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의 것이었고, 그들의 라이밍과 가사 또한 당시 국내의 랩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개성과 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팬으로서 지내오다가 제 앨범을 기획하면서 피쳐링 멤버를 구상하던 중 가장 먼저 BnS의 멤버였던 Banishit Bang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예전 그들의 홈피에서 봐뒀던 메일주소를 기억해내서 참여를 부탁하는 메일을 보냈죠. 메일 주소가 본인의 이름이었기 때문에 쉽게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음악을 하고 있을까 라는 걱정과 기대 속에 답장을 기다렸는데 상당한 시간 뒤에 긍정적인 답장을 받고 너무도 기뻐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돌이켜보면 제 앨범에 대한 참여 약속보다도 그들이 4번째 앨범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더 기뻤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Banishit Bang은 3번째 앨범을 발표한 후 미국에서 유학중이었고 잠깐 한국에 들어온 사이 제 앨범의 'Guillotine'과 본인들의 4집 앨범 녹음을 마치고 현재는 다시 미국에서 공부중입니다. 곧 어떤 식으로든 발표될 BnS의 네 번째 앨범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Vitality를 이루고 있는 일탈, Sleep-D, Dazdepth는 정말 보석 같은 존재들입니다. 자신들이 지닌 실력과 음악적 신념의 완성도에 비해 너무도 외부로의 노출이 적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모두 바쁘기 때문인데요, 일탈은 현재 대학원생, Sleep-D형님은 해군 장교로 복무중이시고, Dazdepth도 학업 때문에 매우 바쁜 삶을 살고 있죠. 하지만 간간히 적은 곳에서 나마 지속될 그들의 활동에도 꾸준히 관심 갖고 귀를 기울여주신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물들로 보답할 것이라 믿습니다. 힙플: 앨범 내에서 좋아하시는 혹은 앨범의 색깔을 제대로 표현 한 랩의 한 구절이 있다면? 이그니토: 제 앨범의 전체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한 곡이 있는데 그 곡이 바로 ‘Carnival'입니다. 그 곡 3번째 verse에서 ’억압당한 채 입을 닫고 굴복한 자, 그들에게 분노의 자유를 선포한다. ‘ 이 구절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합니다. 그리고 'Rhapsody of the Devil'의 ’Ignito. 고통 받은 영혼들의 상처를 비집고, 억압된 증오와 분노들을 증식시켜. ‘ 라는 구절도 위의 구절과 비슷한 맥락에서 좋아하는 가사입니다. 힙플: 같은 레이블의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들인 빅딜식구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신다면? 이그니토: 정말 다들 음악밖에 모르는 순수한 분들이십니다. 빅딜 뮤지션들이 지닌 하드코어 힙합적인 이미지 때문에 오해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은 매우 온화하고 인간적인 분들이세요. 또한 빅딜 분들의 성격이 대체적으로 사교성이 좀 부족하기 때문에 힙합씬에서 매우 중요한 인맥의 형성, 유지 및 확장에의 사업에 다들 소홀하시거든요. 폐쇄적으로 보여 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낯을 가리는 성격 탓일 뿐이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시는 분들과는 급속도로 친해진답니다. (웃음) 힙플: 빅딜에서 올 해 발매 될 앨범이 있다면요? 이그니토: Deepflow의 앨범과 Marco의 앨범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앨범 다 거의 완성단계에 있지만 과연 올해 안에 나올지는 저로서도 확신할 수가 없네요. 제 앨범과 함께 제작이 진행되었던 앨범들인데 모두 솔로 MC의 정규 1집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비슷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점에서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각자의 개성이 확실히 묻어나는 앨범들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힙플: 인터뷰의 고정 질문입니다. 현재의 힙합씬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이그니토: 저는 언더그라운드씬만을 봐왔기 때문에 언더그라운드씬에 국한시켜 이야기하겠습니다. 최근 급속도로 확장된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의 팬 층에 대해 여러 뮤지션 및 관계자 분들이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과 걱정스러운 부분이 둘 다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뮤지션들 스스로가 착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런 현상이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를 일정 부분 감지하고 있고, 뮤지션들 스스로의 변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마저도 단순히 음악이 들어서 좋으면 그만인 생산물로써 소비되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죠.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청자 층의 대중적 호응을 고려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주된 흐름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고, 앞으로 일어날지 모를 상황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뮤지션들에게 있다고 봐야 합니다. 힙플: MP3와 CD에 관한 생각들은? 이그니토: 우선 CD의 미래에 관해서는 많이 생각해보았지만 비관적입니다. CD이후의 유물적인 음악 기록매체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도적 장치의 마련만이 단지 CD의 생명을 그나마 연장시킬 수 있을 뿐이라고 생각되네요. 예전 CD 등장 시의 LP가 지니고 있던 아우라와 향수를 이제 CD가 부여받게 되었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 먼 훗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날로그 음원인 LP는 기억해도 같은 디지털 음원인 CD는 많이 기억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MP3는 이미 우리나라에선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무상의 것으로 인식되고 길들어져버렸습니다. 한번 자신의 편의에 맞게 길들여진 것을 되돌리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죠. 그 행위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들은 MP3에 대가를 부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사용자들 스스로의 양심에 의한 정화는 더더욱 기대할 수 없죠. 하지만 이미 사용자들만을 탓할 순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는 이유 같네요. 힙플: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 부탁드릴게요. 이그니토: 당분간은 피쳐링 작업들 위주로 진행하면서 새로운 앨범에 대한 구상도 끊임없이 해나갈 예정입니다. 모든 구상과 컨셉이 완벽히 마무리되면 그 때 새 앨범 작업에 돌입할 생각이고요. 제 음악의 기본적 토대 위에서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릴 예정이니, 앞으로 저와 빅딜레코드의 모든 움직임에 더 많은 애정과 관심 가져주시고 지켜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 김대형 (HIPHOPPLAYA.COM) 사진 / 빅딜 레코드 (http://www.bigdeal-records.com)
  200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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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지코(ZICO)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블락비와 지코는 분명히 다르다'  [11]
힙플: 솔로 커리어를 단단하게 다진 해가 아닐까 싶다. 올해는 본인으로서도 학수고대한 순간이었을 것 같은데 2015년을 돌아보면 감회가 어떤가? ZICO (이하 지코) : 2015년은 내 개인적인 커리어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해다. 다작을 하기도 했고, 돌아봤을 때 그 결과물들의 내용이 꽉 차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해다. 힙플: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갤러리라는 타이틀의 의미에 대해. 지코: [Gallery]라는 앨범은 곡 자체를 이미지화 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앨범이다. 왜냐면 곡들마다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가 모두 극명하게 다르거든. 예를 들어 관통하는 주제 안에서 비슷한 바이브로 다르게 해석된 곡들을 나열한 일반적인 앨범이 아니라 이건 각기 장르도 다르며 주제도 다르고 심지어 풀어나가는 전개방식마저 다른 앨범이었기 때문에 그런 다양한 작품들을 한군데에 모아놨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표현이 갤러리라는 표현이었고, 거기에 맞춘 이미지 작업을 병행했다. 어쨌든, 음악도 작품인데 음악을 작품이라고 일컫는 표현이 좀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난 갤러리라는 표현을 통해서 이미지와 함께 아트적인 느낌으로서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 벅와일즈의 부바그래피형과 함께 사진 작업을 하면서도 이것들을 그냥 음악트랙으로만 분류하기에는 좋은 이미지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힙플: 각 트랙마다 겹치지 않는 아이덴티티를 보여줬다는데 의미를 둘 수도 있겠지만, 싱글 소품집으로서의 한계도 분명 있을 것 같다. 풀랭스 앨범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지는 않나? 지코: 음.. 있다. 풀랭스 앨범에 대한 욕구는 너무나 많지. 우리는 애초에 그런 앨범만 듣고 자랐으니까 힙합팬이라면 풀랭스 앨범에 대한 갈증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되게 잘 생각해야 되는 문제이기도 했다. 많은 뮤지션들이 앨범 단위로 작품을 낼 때 사람들은 앨범에 수록된 몇 곡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타이틀곡이나 피쳐링이 참여한 몇 트랙만 기억에 남고, 그 외의 트랙은 의미 없이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그래서 우선은 내가 아티스트로서 앨범 전체를 각인 시킬만한 스탠스가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힙플: ‘날’을 제외한 전곡의 뮤비가 나온 건, 비주얼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비주얼을 포함한 전체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이다.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영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혹은 각마다 곡들을 어떤 식으로 이미지화 시킬 것 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는데, 그 결과 음악작업과 중간 중간 영상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음악만으로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모두 전달하기에 역부족이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만한 피상적인 것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곡에 영상작업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었던 것 같다. 힙플: 그럼 ‘날’의 뮤직비디오도 원래는 계획되어있었나? 지코: ‘날’도 원래는 영상 적으로 준비하려고 했던 부분이 많은 곡이었다. 결국 스케줄상으로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쉽다. 힙플: 피쳐링 캐스팅에만 반 년이 걸렸다고 했다. 자이언티는 3개월, 제이통은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들을 섭외했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지코: 나도 내가 느끼는 내 하드웨어의 한계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악기의 한계고, 내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바이브의 한계인데, 물론 비트를 만들 때 내 목소리만으로 전체를 채우는 것도 좋고, 그렇게 했을 때의 미니멀한 바이브가 좋게 작용할 때도 있지만, 간혹 메이킹을 하면서 어떤 트랙들은 스스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들게끔 했다. 마치 여러 악기가 하모니로 어우러져 좋은 음악이 나오듯,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풍성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미처 내 에너지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에 피쳐링 게스트를 사용하게 됐고, 그래서인지 결코 쉽지 않은 게스트를 선택했던 것 같다. 힙플: 제이통의 경우, 아직도 지코의 행보와 부딪히는 부분이 많은데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지코: 제이통형이랑 작업하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한 3개월 정도가 걸렸고, 섭외 하는데만 한 달이 걸렸을 거다 (웃음) 처음 피쳐링 제안을 했을 때 음악 듣고 구리면 안 하겠다고 하더라. 당연히 난 무조건 자신 있다고 했지.. (웃음) 그래서 한번은 제이통형이 서울에 올라왔을 때 내가 만들어놓은 1절을 가지고 찾아가서 내 차에서 바로 음악 모니터링을 시켜줬는데, 그때까지도 확답을 주지 않더라. 그래서 아예 2절까지 만들어서 보내줬다. 그랬더니 가사를 보고 하시는 말이 ‘야 일단 해보는데.. 내 거 나오고 내 거 구리면 안 한다’ 라고 하더라.. (웃음) 우여곡절 끝에 사비를 받아냈고,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았다. 내가 타이트하게 몰아치는 부분에서 그 바이브를 이어갈 만한 묵직함을 정말 잘 표현해주시더라. 내가 원하는 그대로 묵직하고 러프하지만 날이 서있는 바이브로 받아쳐 주셔서 굉장히 만족했다. 힙플: 사실 제이통의 벌스가 들어있지 않아 의외였다. 처음부터 훅만을 원했던 건가? 지코: 맞다. 애초부터 훅에서의 강단 있는 파트를 원했고, 제이통형의 이미지대로 짧지만 간단명료하고 자극적이게 치고 빠지는 그림을 원했었다. 힙플: 지코 커리어의 피쳐링진들을 살펴보면, 그 시점에 가장 핫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지속적으로 컨택해 왔다. 씬의 흐름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살피는 편인 것 같은데 어떤가? 지코: 맞는 것 같다. 왜냐면 나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팬이니까. 작업을 목적으로 컨택 할 때도 어쨌든 팬의 입장에서 다가가는 게 큰 것 같다. 당연히 핫한 루키들이 있다면 팬으로서 즐겨 듣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비트를 만들기도 한다. 마치 공놀이를 하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임하는데, 가까운 예로 자메즈(Ja Mezz)형이 그랬고, 던밀스(Don Mills) 형 역시 그랬다. 힙플: 힙합 팬으로서 가장 최근에는 어떤가? 지코: 면도(Myundo)와 나플라(Nafla) 그리고 루피(Loopy)다. 나는 쇼미더머니 때부터 면도의 랩핑을 너무 좋아했다. 심지어 1차때 심사를 했을 때도 나와 팔로알토 형이 계속 면도를 밀었었는데 방송에는 결국 안 나오더라. 정말로 면도얘기 맨날 했는데.. (웃음) 아무튼, 3명을 꼽자면 루피 나플라 면도다. 아, 그리고 펀치멜로라는 랩퍼도 있다. 딘(DEAN)이 소속되어있는 클럽 에스키모라는 크루에 있는 어린 랩퍼인데 그 친구도 굉장히 잘한다. 그런 영하고 감각적인 사람들한테서 매번 배우는 것 같다. 그 사람들 걸 듣다 보면 아, 아직 너무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들거든. 또 최근에는 덤파운데드(Dumfoundead) 형이 낸 미장원을 듣고 그냥 넉다운 되기도 했다. (웃음) 힙플: 지금까지 했던 콜라보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콜라보가 있었다면? 지코: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 형들이랑 했던 야유회가 최근에 했던 것들 중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보면, 내 세대의 랩퍼들에게 다이나믹 듀오는 교과서 같은 존재들이지 않나 모든 랩퍼 지망생이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다이나믹 듀오 앨범에 참여한다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나 역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힙플: 보통, 어느 시점에서 판타지가 깨진다고들 얘기한다. 아직까지 그런 판타지를 유지하고 있나? 지코: 나는 아직까지 한국힙합의 팬이다. 지금도 나오는 루키들과 작업하는 게 소망이고, 공연도 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 내 포지션을 좋아하는 거기도 하고. 힙플: 메이저에서 언더그라운드로 필드를 역행한 또 한 명의 mc다. 박재범의 커리어가 기행에 가까웠다면, 지코의 경우엔 아이돌들의 스탠다드로 굳혀져 버린 것 같다. 기분이 어떤가? 지코: 왜냐면 나는 지금도 아이돌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굳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그런데, 재범이형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이 무리에서 나왔고, 지금은 아예 독립적인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ceo이기 때문에 분리될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까지 메이저에서 가요를 만드는 프로듀서이기도 하고, 케이팝 밴드 그룹을 이끄는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힙플: ‘캐릭터 모방하는 제작자’, ‘아이디어 떨어진 a&r’ 같은 가사에서 그런 상황에 대한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지 않았나 지코: 아, 스탠다드가 그런 의미라면 (웃음) 음.. 그건 어쩔 수 없는 생리인 것 같다. 제작하시는 분들은 히트곡이 나오면 무조건 그 히트 곡을 쓴 작곡가한테 우르르 몰려가고, 유명한 스타일리스트가 있으면 그 유명한 스타일리스트한테 우르르 몰려가는 습성이 있다. 어떻게 보면 유행에 굉장히 민감한 건데.. 그래서 나 같은 포지션이 나왔을 때 그 분들한테 내가 어떤 성공사례로 비춰졌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모든 아이돌들이 내가 했던 행보에 맞춰 믹스테이프 한 번 만들어보고 시작하려는 느낌이 들었을 때에도 사실 불쾌함 보다는 오히려 자존감을 느꼈다. 그 가사 역시 ‘이렇게 할 만큼 내가 열심히 했나 봐’ 혹은 ‘잘 봐, 저 제작사들도 내가 했던 패턴 그대로 자기 연습생 들한테 시키잖아’라고 말하고 싶은 어떤 자존감의 표현이었는데.. 정작 중요한 건 나는 누군가 시켜서 그것들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들이었다는 거다. 힙플: 그런 이고를 표현할 때,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제작자들이 있거나 그 때문에 불편한 기류를 느끼진 않나? 지코: 음, 없는 것 같다. 힙플: 솔로 커리어 내내 날이 잔뜩 서있는 랩만 봐와서 일까, ‘오만과 편견’ 같은 노래는 더 의미가 깊을 것 같다. 지코: 맞다. 여태 솔로로서 단순히 랩만 하는 트랙을 많이 해와서인지. 일단 톤을 전체적으로 낮게 잡고,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에게도 굉장히 신선한 도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업하는 내내 새로운 감성으로 임할 수 있었고, 리프래쉬 되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힙플: 이제 슬슬 불편한 이야기를 해도 될까? (웃음) 지코: 예상하고 있다. (웃음) 힙플: 여러모로 비트와 뮤직비디오, 랩 플로우까지 카피와 래퍼런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지코: (웃음)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사실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엔 감독님들의 의도 또한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길게 설명하진 못할 것 같지만, 비트 같은 경우엔 랫챗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랫챗이라는 장르 자체가 바이브가 국한되어 있는 장르이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들을 때 단순히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얘기하는 ‘Boys And Girls’와 ‘A-yo’가 비슷하다는 말에 대해서는 일단, 나는 절대로 그 곡의 코드워크 조차 따라간 적이 없고, 곡의 키도 전혀 그 곡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 곡은 베이스부터 즉흥적인 시퀀싱으로 창작했다 플로우 같은 경우에는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분명히 나한테 인풋 되어 온 것들이 무심결에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리스닝을 많이 하는 리스너이기 때문에 무언가에 영향을 받았을 땐 그것들을 내 안에서 새롭게 재창조해서 아웃풋시켰어야 하는데, 이번엔 그게 미처 되지 않은 채 감명만 받은 상태로 쏟아지는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날’에서 드레이크의 ‘6 Man’에서 플로우를 차용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확실히 내가 그 곡의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 부분에 있어서 미처 검토를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사실, 플로우 레퍼런스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유행하는 많은 플로우들이 공유되어왔지 않나 그때마다 이런 논란이 있었지만 말이다. 지코: 사실 미고스(Migos)의 ‘Versace’나 제이지(Jay-Z)의 ‘My 1STSong’같은 곡처럼 당대의 유행이 되는 리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애매함을 가지고 있긴 하다. 미고스의 플로우나 쥬시제이(Jucy J)가 자주 하는 이 음절 씩 끊어 치는 플로우들 모두를 카피 곡으로 봐야 하는 건가? 어떤 분들은 중복되는 플로우를 단순히 유행으로서 허용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어떤 분들은 플로우가 중복됐을 때 카피라고 하기도 한다. 그 기준점은 사실 애매한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플로우를 유사하게 뱉는 게 MC로서 독창성이 없는 행위인 건 맞다. 만약 나도 미리 알았더라면, ‘어? 이건 너무 비슷한데?’하고 바꿨을 거기 때문이다. 힙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비판에 있어서 열려있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거북선Remix’의 구절에선 비판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 선비들이 행동 개시할 차례 모방과 영감을 구분하지 못해, 왜? 자식 나면 니 얼굴도 표절했다 해 Anecdote 듣고 뻐꾸기 그만 날려, man’ - 거북선 remix 지코: 그 구절의 배경에는 확실히 그런 게 있었다. 거북선 비트는 내가 샘플cd에서 직접 컷팅 해서 만든 곡인데, 그걸 굳이 같은 샘플을 쓴 어떤 DJ의 곡을 가져와서 표절이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걸 보고,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거다. 그리고 이건 비단 거북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히트곡이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비교부터 하고 보니까, 그런 것들에 질렸었다. 리뷰들을 보면 항상 ‘이거 이거랑 똑같이 한 거네’ 식의 반응인데, 비슷한 소스의 악기만 사용해도 똑같다고 해버리는 사람들한테 한 마디 하고 싶었다. ‘날’은 그 이후에 발표된 건데, 물론, 그 곡에 온 피드백에 대해서는 ‘아니요? 아닌데? 난 내 건데?’ 라고 변명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 곡은 명백하게 내 안에서 미처 지혜롭게 풀어내지 못한 거였다. 힙플: 지코처럼 랩 피지컬이 뛰어난 랩퍼들을 얘기할 때마다 항상 ‘랩 차력’이라는 단어가 따라 등장한다.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받아들이기에 따라 좋은 피드백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코: 어떻게 보면 좋기도 한데, 어쨌든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테크나인(Tech N9ne)이나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람들인데, 그걸 랩 차력이라고 했을 땐 랩에 박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 힘이 임팩트와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피로도나 불편함을 준다는 얘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티스트가 그런 피드백을 들었을 땐 영리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힙플: 언더와 오버를 병행하는 포지셔닝에 대해 꾸준히 언급해왔다. 그리고 현재 그 역량을 갖춘 뮤지션이 되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힙합 뮤지션과 아이돌 가수의 정체성이 부딪히는 부분은 없나? 지코: 초반에는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나 스케줄적인 부분에서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울 때가 간혹 있기는 해도 음악적으로는 부딪히는 순간은 아예 없다.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영화로 치면 블락비는 전체 관람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고, 지코는 감독 판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지코는 뭔가 스코어를 목적으로 커머셜하게 푼다기 보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고, 블락비 같은 경우는 대중적인 소통을 하고, 모든 연령층을 최대한 넓게 섭렵할 수 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 둘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블락비는 절대 힙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블락비 곡 중에 힙합 곡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냥 랩이라는 악기를 많이 사용하는 그룹 중에 하나일 뿐이지, 거기다가 힙합이라는 장르를 굳이 붙이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그것 때문에 힙합이라는 장르자체를 잘못 판단하는 분들도 분명히 생길 거기 때문에 말이다. 모르시는 분들은 ‘정통 힙합 아이돌!’ 이러고 나왔을 때 ‘저게 힙합이야?’ 할 수 있단 말이다. 그런 식으로 힙합 자체를 왜곡시키고 싶지는 않다. 심지어 초반에 회사에서 블락비를 ‘정통힙합 아이돌’이라고 바이럴을 했을 때에도 나는 돌아다니면서 다 아니라고 말하고 다녔다. 우리는 그냥 좋은 음악 하는 아이돌이고, 케이팝 밴드라고 힙플: 그런 에티튜드는 멤버들이나 회사와도 공유되고 있나? 지코: 멤버들과는 당연히 공유하고 있다. 원래 멤버들 자체도 그냥 음악을 좋아하지 힙합을 엄청 좋아하는 팀은 아니거든. 힙플: 유저 질문이다. ‘지코의 경우는 언더와 아이돌을 동시에 준비해왔던 인상이 있어서요. 이와 관련해서 말인데, 시작할 때 자신이 세웠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그냥 했다"가 아니라 좀 더 거창한(?) 목표였을 거 같은 느낌..’ 지코: 시작부터 이런걸 해보고 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라이브러리를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고, 정말 내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었거든. 그래서 소통의 창구로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시장인 가요계를 공략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처음 내가 음악을 시작하게 한 태동인 힙합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고. 그래서 ‘이거 두 개 다 해볼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누가 못할 거 같다고 얘기해도 무작정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했다. 힙플: 유저질문2 ‘지코가 단순히 랩 말고 ’힙합‘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뭔가요? 마인드? 스킬적인 부분? 스킬적인 부분이라면 리릭인지 랩핑인지 플로우인지 / 마인드라면 어떤 태도인지 뭐 이런식으로 상세하게 부탁드립니다. 지코: 예전에는 가사였다면 요즘에는 무드인 것 같다. 청자들 자체도 무드를 많이 보는 것 같고. 예전에 비해 그 안에 있는 내용이 무엇이건, 그 곡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본인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서 좋은 곡, 안 좋은 곡을 기준 짓는 성향이 많아진 것 같은데, 나 역시도 그렇다. 힙플: 쇼미더머니5가 프로듀서로서 각광받은 결정적 계기가 될 것 같다. 쇼미더머니를 돌아보면 어떤가? 지코: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힙플: 역사를 쓴 스눕독 에피소드 당시는 어땠나? 지코: 하.. 기분 굉장히 안 좋았지. 당시에 장난 아니었는데.. 출연진들은 모두 알 거다. 참가자 형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는 형들이었고, 나랑 작업했던 사람, 나랑 친한 사람, 우리 크루 사람들이 섞여있었거든. 그 사람들한테 생고기 하나 던져주고 뜯어먹으라는 식으로 한다면 그걸 누가 좋아하겠나. 그런데, 초반에는 그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고, 단순히 멋있는 랩을 보며 했던 리액션이 그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다. 당연히 나한테도 그 에피소드는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한국힙합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 힙플: 올라운드 포지션에 대한 욕심이 상당한 것 같다. 특히 올해 들어 프로듀서로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그리고, 거기에 팝타임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싶은데. 팝타임에 대해 소개한다면? 지코: 팝타임형은 나랑 곡 자체를 같이 진행하는 형이다. 내가 전체적인 무드나 큰 그림을 잡으면, 팝타임형이 그 안에서 좀 더 전문적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해준다. 특히 사운드디자인에도 힘써주는, 정말 완벽한 파트너지. 지코로서 만드는 비트 자체는 나도 아직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내가 팝타입 형과 함께 작업한다면 그 한계가 무궁무진해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의 엄청난 파트너이자 내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힙플: 유저질문3 가장 많은 질문이 들어왔다. ‘에넥도트 듣고 뻐꾸기 그만 날려’ 라는 구절에 대해 코멘트가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에넥도트에 대한 무시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지코: 그건 말 그대로 정말 힙합 잘 듣지도 않았으면서 그거 하나 듣고 리뷰창에 말도 안 되는 소리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거였다. 나는 뉴블러드 믹스테이프도 전에 블랭키먼 믹스테이프부터 센스형을 들어왔고, 그걸 듣고 음악을 시작했을 정도로 이센스의 팬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뭐만 있으면 전혀 상관도 없는 음악에다가도 ‘이거 듣고 와라’라는 식으로 [The Anecdote]를 가져다 붙이더라, 사람들이 왜 전혀 장르도 다르고, 맞지도 않는 음악들에다가 에넥도트를 들이미는지.. 그건 센스형도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센스형 팬으로서 어쩌면 내 나름의 힙부심을 부린 것 같다. 힙플: 마지막이다. 못다한 말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지코: 앞으로 MC 지코로서도 꾸준히 노력할거다. 힙합팬 분들이 주시는 피드백에 대해서는 항상 귀 기울이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내가 가사에서 자신감 있게 표출하는 것들은 말 그대로 헤이터들에 대한 나의 의지를 얘기하는 거고, 정말 심도 있는 피드백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떤 피드백들은 내 독창성 없는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6년은 그런 팬들마저 즐길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려고 노력하는 해가 될 것 같다. 지코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oozico0914/ 사진 제공 | 세븐시즌스, 뮤직비디오 캡쳐 인터뷰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20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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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버벌진트(Verbal Jint), '작은 프레임 안에서 앨범을 만든다는 건 내 지성이나 모험심을 모독하는 것'  [20]
힙플 : 드디어 고하드가 나왔다. 감회가 어떤가? Verbal Jint (이하 VJ) : 2015~2016년 뿐 아니라 그 후로 올 몇 년 동안 유효할 것 같은 이야기들을 나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담아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속 시원하고, 동시에 텅 빈 느낌이다. 힙플 : 긴 시간이 걸린 앨범이다. 앨범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나? VJ : [Go Hard]라는 제목 자체가 [Go Easy]를 만들다가 생각난 것이었으므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쌓여온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다. 2011년 처음 의도한 바는 믹스테입 만들듯이 배설을 해보자는 것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다 보니 swag 얘기 없고 디스곡 없이 건조하고 밀도 높은 reality rap 앨범을 만들고 싶어졌다. 한국음악 팬들이라면 다들 아실 것으로 생각되지만, 각종 피처링, 프로듀싱 작업과 TV출연 등으로 내 앨범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기가 상당히 많았고 편곡도 많이 갈아엎었다. 그러다 보니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졌다. 힙플 : 앨범을 시작하게 만든 어떤 구체적 계기가 동기가 있었다면? VJ : [Go Easy]나 [10년동안의오독 I]에서 '김진태'로서의 이야기를 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야기나 소소한 일상이야기를 다룬 곡들로 인해 가려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버벌진트가 아닌 사회구성원 김진태의 이야기를 대놓고 하고 싶었다. 힙플 : [Go Easy]의 반작용으로 [Go Hard]가 탄생했따면 굉장히 치열한 과정이었을 것 같다. 앨범을 만들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나 슬럼프가 있었나? VJ : 하루에도 수십 번 기분이 바뀐다. [Go Hard]를 작업하는 와중에도 역시 흥미로운 일상랩, 연애랩, 심지어 전혀 힙합이 아닌 음악적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떠올랐고, 유희하는 기분으로 곡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는데 그것들을 뒤로 미뤄두고 '최대한 현실적인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단속하는 것이 어려웠다. 음악스타일 자체만 놓고 보자면 일상적으로 Metro Boomin, London on da Track, Ty Dolla $ign, Future, Mike Will Made It, Young Thug, Chance The Rapper 등등을 즐기다가 다시 내 작업에 몰두하며 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 침착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힙플 : 고하드에 대한 예고가 나온 시점부터 몇 년에 걸쳐 기대치가 정말 많이 쌓인 앨범이다. 혹시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VJ :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청자들이 나에게서 기대하는 모습에 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이 따로 있고 나는 조연을 맡을 뿐인 피처링작업에서는 다르지만) 내가 나에 대해 갖는 기대치가 가장 중요했다.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고밀도 가사를 쓰느라 에너지 소비가 많았고, 견고한 사운드 건축물을 원했기 때문에 큐베이스를 오래 붙잡고 앉아있느라 허리에 부담이 되었고, 담배가 많이 늘었다. 힙플 : 부제가 '상향평준화'에서 '양가치'로 바뀌었다. 제작 과정 중 전체적인 그림이 바뀌기도 했나? VJ : 딱히 방향설정을 바꾼 것은 아니다. 단지 작업곡이 10곡을 넘어설 때쯤 '양가치'라는 제목에 걸맞는 그림이 그려져 가는 것을 느끼고 제목을 그렇게 바꾸게 되었다. 힙플 : 일단, 고하드를 기다린 팬의 한 명으로서 감사하게 즐기고 있다. 피드백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주변 반응은 어떤 것 같나? VJ : 반응은 예상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 널려있는 힙합과는 전혀 다른 소재들을 다루다 보니 프로레슬링 선수 보듯이 랩퍼들을 대하는 수많은 힙합소비자들과는 별로 이어지는 지점이 없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두가 세입자 혹은 건물주니까 자연히 앨범 내의 몇몇 주제들에 반가워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프로덕션 면에서의 피드백도 역시 예상대로다. 힙플 : [Go Hard]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사이코반이 큰 역할을 담당할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결국 스스로 거의 대부분의 프로덕션을 총괄한 앨범이 나왔다. VJ :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특별한 계기나 의견불일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힙플 : 아마, [누명]과 [Go Easy]로 대표되는 상극의 앨범이 이번 앨범 [Go Hard]의 감상에도 개입되고, 영향을 끼칠 것만 같다. 어쨌든 양극에 있는 팬들에겐 호불호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앨범인데 VJ : 어떤 타입의 청자를 미리 설정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춰 음악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나 자신과 내 주변에 영향을 받아서 음악을 만들게 되는데 2015년, 2016년의 이야기가 2008년, 2011년의 이야기들과 같을 순 없다. 힙플 : 역대 가장 드라마틱한 앨범 중 하나인 [누명]에선 랩 게임에 대한 환멸을 그대로 담아냈고, 실제로 [Go Hard] 이전까지 씬을 달관해왔다. [Go Hard]에서 일부지만 씬 내부의 이야기들을 되새김질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VJ : 이번 앨범에서 씬 내부의 이야기를 얼마나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현재 나의 환경을 만들어준 요소들에 대해 가사를 쓰다가 몇 번 언급을 하게 된 것 같다. 힙플 : 올 초부터 에넥도트, 양화, 고하드가 빅앨범 삼두마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앞서 발표된 두 앨범들은 혹시 들어봤는지? 들어봤다면 버벌진트에게 어떤 영향이 있었나? VJ : 두 앨범 모두 반가운 마음으로 즐겁게 들었고 부지런하게 창작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그러나 내 앨범의 소재나 방향설정과는 무관했다. 힙플 : 본격적으로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앨범의 파트를 두 구간으로 나눈 의도가 궁금하다. VJ : 큰 의도는 없었다. 개인적인 작업흐름상 일단 어느 단계에서 매듭을 짓고 한숨 돌린 후 나머지를 마무리하고 싶은 정도뿐이었다. 에너지문제라고 해도 되겠다. 가사쓰고 녹음하는 것 외에 비트의 전개나 사운드 성향 하나하나 신경을 쓰다 보니 앨범 막바지작업 즈음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앨범 후반부의 10곡이 훨씬 암울한 톤으로 정리된 것 같다. 힙플 : 앨범 안에 무수히 많은 상반된 가치들이 혼재해있고, 대치하고 있다. 양가치라는 부제의 핵심인 것 같기도 한데, 구성에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VJ : 1번부터 21번까지의 구성에 대해서 주변 분들이 여러 가지 재미있는 감상평을 주셨는데 실제 내가 트랙순서를 정함에 있어서는 음악적으로 조이고 푸는 느낌, 앞 곡에서 뱉은 단어를 다음 곡이 이어받는 설정, 앞 곡의 정서를 다음 곡에서 다시 부정하는 설정 등 자잘한 구성미를 추구했던 것 같다. 힙플 : 'Rewind'는 굉장히 쉽게 나온 곡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이 곡을 포함한 '언어장벽', '건물주Flow'같이 소위 날이 서 있고, 타이트한 곡들이야말로 팬들의 예상 범위 안에 있던 [Go Hard]의 전형이었을 것 같은데. 결과적으론 훨씬 더 폭넓게 섭렵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VJ : 감사하다. 예상범위 안의 [Go Hard]라는 것이 뭔지 알 것 같긴 한데, 딱히 그 예상범위 안의 [Go Hard]만을 요구하던 사람들은 사실 팬들로 생각 안 할 뿐더러, 그 작은 프레임 안에서 앨범을 만든다는 건 내 지성이나 모험심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힙플 : 10년 전부터 버벌진트가 음악 안에서 부지런히 솎아내던 '막귀', '지진아'들은 이제는 '힙합프레임에 갇혀있는 근시안들'로 진화한 것 같다. 물론 버벌진트가 그때만큼 에너지를 할애하진 않지만, 어쨌든 옛날과 비교해 지금의 대립구도를 대하는 마인드셋이 궁금하다. VJ : 대립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힙플 : 버벌진트와 헤이터는 사실 공생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난 날 오버클래스가 보여준 어떤 투쟁의커리어는 임팩트가 대단했다. 어쩌면, 당신이 말한 '힙합헤드'들이 원하는 진정한 엔터테인 소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정작 본인 생각은 어떤가? VJ : 내가 갖고 있는 호기심과 욕심을 희생해가면서 타인을 만족시켜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대충 둘러봐도 그 역할을 기꺼이 맡고 싶어하는 랩퍼들은 많다. 힙플 : '시발점'의 코멘터리를 보면, 재즈힙합이란 카테고리에 어떤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코멘트는 서브장르에 대한 어떤 비꼼이었나? VJ : 요즘은 어디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는지 모르겠는데 Nujabes 사망시기 근처만 해도 재즈힙합으로 퉁쳐서 고급스러운 취급을 받는 대충 만든 음악들이 많다고 느꼈었다. '시발점' 비트를 처음 만들 땐 그런 음악들의 몇몇 단골 요소들만 재료로 빌려와 보겠다는 의도가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그게 잘 유지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힙플 : 이 곡에 빈지노를 섭외한 이유도 있을 것 같다. VJ : 가사나 곡의 리듬상으로 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처링 요청을 한 것이다. 힙플 : 반대로 '랩 발라드'에 대한 카테고리를 마음 속으로 설정하고 내리깎는 사람들이 있다면? VJ : 어디부터 어디까지 '랩 발라드'인지 모르겠지만 특정한 정서가 싫은 것이든, 그냥 가요적인 게 싫은 것이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지라 남이 뭐라 해봤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멜로디를 만드는 사람이고 프로듀서기도 한 나에게 한 곡 한 곡 나올 때마다 "랩! 랩! 마초랩! 아 형 이런거 말고 빨리 swag 있는 거 좀!" 이러고 앉아있는 사람을 보면 혹시 일상생활에서도 저렇게 멍청하진 않을까 의심하긴 한다. 힙플 : 다양한 플로우에 대한 시도들이 치열하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많은 영향들이 있었겠지만, '보통사람', '나대나' 같은 곡은 특히나 연출적으로 켄드릭라마가 떠오른다. VJ : 2011년부터 [To Pimp A Butterfly] 앨범 발매 즈음까지 발표된 각종 켄드릭라마(Kendrick Lamar) 의 벌스들에서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자극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남의 곡에 짧게 피처링한 벌스들에서도 항상 자기만의 랩 구조로 독특한 건축물을 쌓아 올리는 모습, 곡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요리하는 방식,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힙플 : 요즘 한창 논란 중인, 플로우 레퍼런스에 대해선 관대한 편인가? VJ : 재미있는 경우도 있고 재미없는 경우도 있다. 관대한 편이냐는 질문은 '용서하는가 용서 못하는가' 이런 뉘앙스로 들리는데 나 역시 한 명의 음악팬으로서 어떤 판단을 내릴 순 있겠지만 버벌진트로서 할 말은 없다. 다들 똑똑하게 즐겁게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힙플 : '아포가또'를 듣고, 유명세에 대해 생각해봤다. 버벌진트에게 유명세는 어떻게 다가오는지 궁금하다. VJ : 예전보다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게 신기하고, 그게 더 넓은 활동의 폭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동시에 완벽히 자유로운 산책을 하려면 좀 멀리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안타깝다. 힙플 : 사실, 곡에서 느껴지는 아포가또만큼 나름 밸런스 있는 희비라면 오히려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유명세로 파멸한 정말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지 않나 VJ : 만일 완벽히 자유로운 산책을 아예 못 할 만큼 유명해진다면, 정말 파멸할 것 같다. 힙플 : 이센스의 경우 유명세의 쓴맛을 가혹하게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벌진트 역시 'Fast Forward'에서 이센스를 샤라웃하며 대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한국에선 특히나 민감한 문제다. 그 구절을 쓰는데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나? ‘I Wanna See E Sens Shine’ – Fast Forward VJ : 큰 용기를 가지고 쓴 구절은 아니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랩음악의 상당수는 크든 작든 떨의 도움을 받은 상태에서 탄생했다고 믿고 있으며, 곡 자체가 널리 알려질 법한 스타일의 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구절로 크게 욕을 먹을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신기하게도 'Fast Forward'는 여러 방송국에서 심의를 통과했다. 힙플 : 조심스럽지만, 힙합 커뮤니티에서 이센스에 관한 반응들을 보다보면, 종종 놀랄 때가 있다. 준법정신과 힙합 팬심 사이에 발생하는 이중잣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VJ : 'Fast Forward' 가사에서도 밝혔듯 랩퍼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떨 관련해서는 이용자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 상황이 아니라면. 힙플 : 비프리와 산이의 비프는 측근으로서 어떤 감정으로 지켜봤나? ‘I Wanna See Free and San Squash Beef’ – Fast Forward VJ : 자신과 다른 personality를 가진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단지 지켜보는 눈들 때문에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창작을 못 하고 작품의 방향을 재설정하거나 자기검열을 할까봐 조금 걱정되곤 했었으나, 이마저도 나의 오지랖이라고 생각한다. 힙플 : 위 구절과 같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의 달콤함을 만끽한 아티스트라면, 나름의 성찰이 있을 것 같다. 이 곡의 핵심키워드도 아니고, 꼭 거대시스템에 저항하는 투사일 필요도 없지만 위 구절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진짜와 가짜를 반대로 위치 짓고 있는 업계 내의 Cartel’ – 아포가또 VJ : '아포가또' 가사중 '업계내 cartel' 이야기는 창작자들에게 갖다 붙여도, 평론가들에게 갖다 붙여도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그 'cartel' 측에 속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아포가또' 가사를 쓸 당시엔 아까 언급한 "랩! 랩! 마초랩! 아 형 이런거 말고 빨리 swag 있는거 좀" 이러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챈 업계 내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음흉한 의도를 가지고서 뭔가 다른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는 뮤지션들을 뭉뚱그려 우스운 그룹으로 분류한 뒤 진짜힙합 VS 가짜힙합 구도를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힙플 : 이 곡의 키워드 중 하나인 만화 '내일의 죠'의 주인공 '야부키 죠'도 복잡다단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에 어떤 동질감을 느끼고 있나? VJ : 동질감까진 아니고, 단지 '하나의 후회도 남기지 않고 하얗게 불태우고 싶다'는 가사를 쓰고 싶었다. 아, MBC에서 '내일의 죠'를 '도전자 허리케인'이란 제목으로 방영해주던 시기 오프닝곡(by 김종서)을 엄청 좋아하기도 했었다. 힙플 : 버벌진트가 빅뱅을 샤라웃하는 걸 종종 봤던 것 같다. 지드래곤의 팬이 되기까지의 변화과정이랄까? ‘…Dramatic하게 지금의 내가 G-Dragon 그의 팬이 될 줄 몰랐을 거야 누구도’ – 아포가토 VJ : 탁월한 것을 탁월하다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힙플 : 버벌진트는 어떤 순간에 '현자타임'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자신을 명확하게 돌아보는 순간들 VJ : 종합소득세 신고기간마다 현자타임을 느낀다. 나의 소비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힙플 : 버벌진트가 서울에 산다는 건? VJ : 아까도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즐거운 산책을 위해 서울을 떠날까 생각 중이다. 서울의 높은 인구밀도가 지금은 좀 버겁게 느껴진다. 힙플 : 'My Bentley'는 어쩔 수 없이 더콰이엇의 'Bentley'와 함께 듣게 되더라. 'My Audi'에서 함께 두 차주의 상반된 정서가 흥미롭다. VJ : 가사 그대로 'My Audi' 때는 '흐흐 즐거운 운전생활~' 이었고 'My Bentley' 때는 '으아아아 서울이 버겁고 지친다' 이런 느낌이다. 힙플 : '좌절좌절열매' 역시 'The Grind' 시리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곡 모두를 관통하는 '슈퍼을'의 좌절감이랄까.. 이런 문제에도 평소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인가 VJ : 가까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나름대로 각색해서 담았을 뿐이다. 아마 대부분의 랩퍼들이 잘 안 풀리는 인생, 꼬인 인생이란 소재로 가사를 쓰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낄 것이다. 함부로 다루고 싶진 않아서 많이 자제하는 편이다. 힙플 : '좌절좌절열매'의 연예인지망생을 '쇼미더머니'의 한방을 노리는 랩스타 지망생으로 설정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 같나? VJ : '좌절좌절열매'의 경우 남성화자 1인칭으로 여성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쇼미더머니'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을 것 같다. 힙플 : 쇼미더머니 이야기를 해보자. 초심얘기에 민감한 버벌진트가 '세입자flow'라는 곡을 만들 정도니 상당히 인상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대한 소회가 듣고 싶다. VJ : 쇼미더머니4 참여의 목적은 정말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에너지를 얻고싶다', '에너지를 주고싶다'였는데 첫번째는 충분히 달성했고, 두 번째에 관해서는 반성 중이다. 'I'm Da Man' 가사에서 이야기했듯 새로운 랩퍼들에게서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 힙플 : 번복이라는 오명을 남겼을 땐, 다른 팀들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그때의 심경은 어땠나? VJ : 비난은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실제 벌어진 상황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까지도 상상했었다. 관련자들과 쇼미더머니 시스템에 신뢰를 가졌다가 실망하신 시청자들에게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힙플 : 스눕독 에피소드는 충격적이었다. 심사위원으로서 당시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VJ : 내게도 충격적이었고, 그 자리에서 어떤 발언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 힙플 : 최근, 제이통의 앨범에서 디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힙합의 마초적 성향을 도려낸 장본인'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VJ : 저 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과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략 한국의 마초라 하면,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고, 쩝쩝거리며 식사하고, 소변 본 후 손 씻지 않고, 사람을 만나면 서열정리부터 해야 하고, 인종차별에 쩔어있고, 잘못한 것 사과할 줄 모르고 각종 공중예절 못 지키는 남자들이 떠오르는데, 힙합에서 마초적 성향을 도려낸 장본인이 나라고 인정해준다면 정말 고맙다. 사실 아직도 더 많이 도려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마초 컨셉이 자기 밥줄인 랩퍼들도 있을 것이고, 그것 역시 나름 존중하지만 나는 그런 차고 넘치는 힙합마초 이미지에 더 이상 뭔가를 추가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힙플 : 사수자리4나 오독2 앨범을 기대해 봐도 좋을까? 또한, 고하드의 다음파트는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있나. VJ : 아직 그 어느 것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욕구가 생기는 게 우선이고, 그 후에 뭐가 됐든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힙플 : 마지막으로 브랜뉴뮤직 내 독립 레이블 ‘OTHERSIDE’를 설립은 큰 이슈다. 타블로의 하이그라운드를 비슷한 선상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예상들이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 갈 계획인가? VJ : 아직은 추상적인 그림밖에 없다. 당연히 힙합으로 한정되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진 않으며,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 인터뷰 | 차예준 (HIPHOPPLAYA.COM) 버벌진트 https://www.instagram.com/freevjfreevj/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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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서사무엘ㅣ '정작 중요한 건 그들처럼 사는 거지, 그들처럼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다'  [11]
힙플 : 반갑다. 소개 부탁한다. 서 : 서사무엘이라고 한다. 힙플쇼나 힙플 인터뷰는 고등학생 때부터 구경만하던 것들인데, 직접 하게 되니 솔직히 지금 조금 벅찬 감정을 느끼는 중이다. (웃음) 힙플 : (웃음) 내 기억에 서사무엘의 첫 인상은 언더그라운드 색이 굉장히 짙은 랩퍼였던 걸로 기억한다. (웃음) 아무래도 지금은 그때와 느낌이 사뭇 다른 것 같은데 서 : 예전에 비해 지금은 하고 싶은 게 확실히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떤 랩퍼로서의 정체성이 틀처럼 박혀있었는데, 내가 빅딜을 나왔을 때 뉴챔프(Newchamp)형이 항상 나한테 했던 얘기가 ‘너는 랩 해야 돼’였거든. 힙플 : 빅딜과 뉴챔프 얘기가 나왔는데, 조금 옛날 이야기로 거슬러 가보자. 뉴챔프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 서 : (웃음) 뉴챔프형은 어떻게 보면 나를 살려준 사람이다. 빅딜을 나오면서 원래 난 정말로 대학을 열심히 다녀서 좋은 피아노 연주자가 되고 싶었거든. 그래서 그 동안 이곳에서 알게 된 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다녔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당시 최음제라는 사람이었다. 그 형을 만나서 ‘형 저 이제 접으려고요’ 라고 했더니 갑자기 치킨 집을 데려가더라 (웃음) 그 자리에 뉴챔프형이 있었다. 첫 만남부터 날더러 뉴블락베이비즈(New Block Babyz)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솔깃했던 게 그때라면 뉴챔프가 첫 믹스테이프를 내고 가장 핫 했을 때였거든. (웃음) 그렇게 뉴블락베이비즈에 들어가면서 다시 랩을 시작한 것 같다. 힙플 : 어떻게 보면, 뉴챔프가 서사무엘의 초창기 롤모델이었겠군 서 : 맨 처음 내 랩을 높게 사준 것도 뉴챔프형이었고, 그로부터 1년 후에 내 랩을 깎아 내리기 시작한 것도 뉴챔프형이었다. (웃음) 내가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뉴챔프형이 내 랩을 되게 좋아해줬다. 그래서 군대에서도 휴가 틈틈이 믹스테이프를 4장인가 5장이나 냈었는데, 전역을 하고 나서는 랩을 들려주니 ‘너 왜 이렇게 못하냐’라고 하더라 (웃음) 그때부터 맨붕이 와서 재기 불가능한 시점까지 간 것 같다. 왜냐면 뉴챔프 때문에 다시 힙합을 시작한 거였고, 뉴챔프가 나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이 형이 하라고 하면 한다’라는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사실 그 형은 나에게 있어선 은사고 좋은 형이기 때문에 그 마음은 지금도 비슷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멘탈이 나갔었지 (웃음) 힙플 : 그럼 그때부터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건가? 서 : 맞다. 생각했지. ‘내가 지금 잘할 수 있는 게 뭔가’ 솔직히 말해서 전역하고 나니 랩은 너무 잘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웃음) 이미 씬이 너무 많이 바뀌어있었고, 랩으로 승부를 걸기엔 ‘이 사람들을 어떻게 이기지?’하는 막막함이 있었다. 내가 살아남으려면 정말 내가 잘하는 걸 찾아야 했다. 힙플 : 한편의 성장드라마 같다. (웃음) 그래서 어떻게 찾게 됐나? 서 : 내가 잘하는 걸 하나씩 적어봤다. 딱히 잘한다고 해서 그 분야의 정상을 먹을 수 있다는게 아니라,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봤지. 그랬더니 작곡을 할 수 있더라고. 그런데 작곡을 하려면 멜로디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지 않나, 그 요소를 살리기 위해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노래를 하게 됐는데, 이제 주제는? 당시는 특히나 언어유희적인 가사들이 대세던 때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거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밀린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사의 주제 역시 차별화를 두어야만 했다. 그래서 정말 가감 없이 일기장처럼 내 얘기를 썼지. 뭐, 어설프게 언어유희를 해서 못하는 걸 부각 시키지 말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웃음) 힙플 : 랩 커리어를 접으려고 했던 건 어떤 이유인가? 서 : 눈치챘겠지만, 내가 정말 유리멘탈이다. 사실 나는 빅딜에 들어가기 전까지 랩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라임이랑 플로우라는 것도 빅딜에 들어가서 알았을 정도로.. 힙플 : 빅딜을 좋아할 정도면 힙합에 대한 그 정도 관심은 있지 않나? (웃음) 서 : 나는 힙합이라기 보단 빅딜을 사랑했다. (웃음) 랩을 처음 시작한 게 마일드비츠(Mild Beats)의 ‘Deal With Us’를 보고 시작했을 정도로 말이다. 빅딜의 오디션도 사실 되면 되는 거고, 안되면 안 되는 거지라는 심정으로 도전한 거였는데.. (웃음) 그 당시에 나랑 오디션에 뽑혀서 들어간 사람들이 진솔이라는 형이랑, 유수라는 형, 그리고 얌모(Yammo)라는 친구였다. 유수라는 형이 우리 4명을 이끄는 주장 같은 존재였는데, 그 형이 녹음을 하다가 날 보며 한숨을 쉬고 말하더라 (웃음) “사무엘아 너 라임이 뭔지 아니?” 난 “그게 뭐에요?” 라고 했지. 그렇게 어설프게 덤볐다가 내가 느낀 게 뭐냐면, ‘환상 속의 존재는 환상 안에 남겨놨을 때 가장 예쁘구나’ 라는 거였다. 빅딜은 내가 감당하기 너무 큰 그릇이었고, 나와 같이 들어온 형들이나 얌모라는 친구의 실력이 나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걸 깨달았을 때 ‘아, 이건 내 게임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 지금은 빅딜이 와해됐고, 심지어 그 마지막이 아름답진 않았다. 빅딜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지금의 감정은 어떤가? 서 : 빅딜에 대한 느낌은 여전히 똑같다. 여전히 형들이 앨범을 내주길 바라고, 특히나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다이나마이트(Dynamite)형이랑 데드피(Dead’P)형을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형 동생을 떠나서 팬심만 남아있는 것 같다. 만나더라도 이 형들은 아직까지 나한테 랩퍼 다이나마이트고, 데드피고 딥플로우(DeepFlow)인 거지. 힙플 : 속해있는 두 크루 색체가 많이 다르다. 일단 GUE는 전형적인 힙합 크루지만, XVOI는 좀 더 포괄적인 것 같거든 서 : GUE는 사실 폭파 직전이다. (웃음) GUE는 챔프형이 어느 날 일산에 모아놓고 하자 해서 하게 된 크루인데, 후자는 정말 내 동네친구들과 함께하는 모임이다. 목동의 지하주차장에 있는 창고에서 XVOI의 멤버 14명 정도가 함께 지냈었다. 거기선 문신도 하고, 작업도 하고 플스도 가져다 놓고 노는 그런 공간인데, 사실 이 친구들은 음악만 하는 친구들이 아니다. 마술을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안 하는 친구도 있다. 예외가 있다면 좀 나중에 들어온 페노메코(Penomeco)나 진솔이형, 거기다 토이(Toy) 누나까지 셋만 목동인이 아니라는 점 힙플 : 토이는 무리 안에서도 굉장히 신선한 멤버였겠다. 서 : 토이 누나는.. (웃음) 딱히 의미를 두고 영입한 건 아니었다. 그냥 이 사람이랑 작업실에 같이 있으면 굉장히 뜬금없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작업실에 들어갔는데 막 흑인이 있으면.. (웃음) 힙플 : 지난 EP앨범으로 서사무엘이라는 다재다능한 신인아티스트가 조명 받았었다. 당시를 소회하면 어떤가? 서 : 어느 순간부터 힙합 커뮤니티에 안 들어가게 됐다. 그곳의 반응들을 내 눈으로 보면 멘탈이 나갈 거 같아서.. 가끔 주변친구들이 캐내서 놀리듯이 보내는 것들로 보긴 하지만 (웃음) 어쨌든 일부러 피드백을 멀리 하는 편인데, 그 당시는 그게 가장 심했을 때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재지 않아서 너무 좋았던 때기도 하지. 그때는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정말 자연인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웃음) 한 달 동안 화장실 갈 때 빼고는 밖에 나가지 않고, 담배도 동생이 사다 줄 정도로 앨범 작업 마지막 한 달 생활을 그 안에서만 지냈다. 그곳에선 내가 뭘 만들든 간에 온전히 내가 만드는 거고, 내걸 만드는 동안 그곳에서만큼은 나한테 아무런 소리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정말 편했었지. 내 인생에 그때만한 때가 없던 것 같다. 물론, 혼자 모든걸 다하려고 했기 때문에 앨범의 완성도적인 면에선 굉장히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웃음) 힙플 : 맞다. 아트워크부터 앨범의 컨셉이나 구성들을 혼자서 전부 도맡았지 않나, 그때부터 전방위적인 아티스트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이번 앨범도 물론 그렇겠지? 서 : 이번 앨범은 그때보다 깐깐했다. 어떻게 보면 전반적인 틀 자체는 저번 앨범과 비슷하지만, 이번 작업이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나 혼자 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것 같다. 전반적인 아이디어 제시만 내가 하고, 나머지는 각 분야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 작업했다. 때문에 훨씬 만족스러운 것들이 나왔지. 게다가 그때보다 더 깐깐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내가 아니라 주변사람들이 정말 깐깐하게 잘 해줬다. 예를 들어서 민석이라는 메이크업해준 친구만 해도 그 여자애랑 한 달을 같이 살다시피 했는데, 만나서 하루에 최소 25시간 정도를 얘기하면서 작업에 대해 소통한 것 같다. 뭐랄까.. 저번 앨범은 내가 쉬고 싶을 때 쉬면서 널널한 시간을 가지고 했던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은 나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작업했던 것 같다. 음악 같은 경우도 앨범의 14곡을 뽑아내려고 내가 버린 곡이 320여곡이다. 힙플 : 그 정도면 작업량이면 트랙들을 유기적으로 묶는 것도 나름의 과제였겠다. 서 : 내가 냉정하게 나를 두고 봤을 때, 나는 목소리만 놓고 보면 전혀 개성이 없는 사람이다. 확실히 메리트가 없다는 걸 알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개성 없는 목소리가 있어서 어떤 분위기의 노래를 만들던 간에 큰 괴리감이 없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딱히 그런 고민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없었다면 이 앨범은 정말 영양가가 없었을 거다. 그 과정에서 기름이 많이 빠졌고, 내가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 나를 돌아보는 자기 수양의 시간을 가졌거든 (웃음) 힙플 : 말한 것처럼 모든 트랙별 아트워크를 제작했다. 제작과정에서 받은 영감들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서 : 이번 앨범의 곡들을 다 만들어놓고, 커버아트들로 곡들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지난 앨범 같은 경우는 내가 직접 그림을 사거나 받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면, 이번에는 좀 다른 걸 하고 싶었다. 그림이나 사진, 혹은 글귀가 아닌 다른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고민하고 있는데, 내 스타일리스트 형이 메이크업이라는 테마를 던져주더라, 그때 나 자신이 프레임이 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스로 액자가 되어서 내 안에 뭔가를 그려 넣으면 첫 번째 앨범의 작업방식과도 일맥상통하면서 더 괜찮은 작업이 이루어지겠구나 싶었지. 그렇게 소개 받은 게 민석이라는 친구다. 되게 신기했던 건, 내가 생각했던 모든 뻔한 틀을 그 친구가 다 깨줬다. ‘앨범 커버아트에 메이크업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이다’라고 하는 내 나름의 잣대가 모두 무너졌지 (웃음) 그 친구 왈 ‘네가 뭐를 생각하던 내가 받아들이는 건 다를 거고, 최대한 나의 생각에 기반을 둬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거다’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냉정하게 말하면 직관적으로 봤을 때 음악하고 매칭되는 아트워크는 없다. 하지만, 사실 까고 들어가면 그것들은 100% 매치가 되는 아트워크들인 거다. 가사를 재해석해 놓은 메이크업도 있었고, 굉장히 다양한 접근방식이 생긴 거지. 힙플 : 개인적으로 지난 앨범과 비교하면, 이번 앨범은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었다. 거창한 주제의식이 없어서일까? 일상처럼 흘러가는 앨범인 것 같다. 서 : 애초에 앨범에 수록할 곡들을 고르면서 내가 살면서 정말 기억에 남는 순간들만 담으려고 했다. 정확히 그거에만 포인트를 뒀기 때문에, 어떨 때는 여자친구에 대한 얘기가 될 수도 있고, 부모님의 생각에 대한 얘기가 될 수도 있었다. 굳이 평소에 고민해서 생각하지 않더라도 문득문득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에 대한 주제를 담았고, 그리고 그 주제에 맞는 소리를 찾다 보니까 전반적으로 기름기가 쫙 빠진 편안한 느낌이 나온 것 같다. 힙플 : 절제되고 미니멀한 사운드들은 작금의 트랜드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어떤가? 서사무엘은 트랜드에 민감한 사람인가? 서 : 아니, 전혀. (웃음) 사실 나는 음악을 많이 안 듣는 편이다. 뭐라고 해야 되지.. 정말 찾아 듣는 것만 듣게 되는데, 그것들마저도 굉장히 옛날 음악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난 내 유치원시절이나 초등학생 시절에 듣던 밴드음악을 주로 듣는다. 지금도 제일 많이 듣는 음악은 슬립낫(Slipknot) 1집이나 데프톤즈(Deftones) 1집 같은 앨범들이다. 그래서 내 음악들도 요즘 새로 나오는 자극적인 소리를 찾기 보단 그냥 내가 들었을 때 시간이 지나도 들을 수 있는 것들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힙플 : 요즘 등장하는 플레이어들을 힙합프레임으로만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당연히 서사무엘도 그 중 한 명인데, 단적인 예로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같은 포지션이 독특한 뮤지션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서 : 그런 랩퍼들의 영향도 분명 굉장히 크지만, 그 영향이 그들의 음악에서 오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그들의 인터뷰나 다큐멘터리에서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는 편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MNEK라는 뮤지션도 그렇고, 차일디쉬 감비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제일 크게 오는 건 항상 릴웨인(Lil Wayne)인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사는 걸 보고 있으면 그렇더라고. 일단 자유롭고, 뭘 표현하던 간에 가급적이면 최소한만 남겨놓고 자신들이 살아온 것들에 대해서만 표현하려고 한다. 소리 역시도 자신들이 살아온 것에 근거를 둔 소리들만 내려고 하는 게 보이니까 그런 것들에서 굉장히 큰 영감을 받는다. 정작 중요한 건 이 사람들처럼 사는 거지, 이 사람들처럼 음악을 하는 건 아니거든. 힙플 : 이 앨범은 음악색이나 비주얼적으로도 대중성을 어필해 볼만한 앨범이었던 것 같다. 이 앨범의 대중적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았나? 서 : 전혀. (웃음) 여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서, 딱히 그런 걸 기대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그냥 차곡차곡 쌓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나는 진심으로 책장에 펼쳐놓고 봤을 때 ‘아 그래도 이 만큼 했다’라고 자기만족을 할 수 있는 그런 앨범들을 쌓고 싶다. 힙플 : 굉장히 낙관적인 것 같다. (웃음) 인디 뮤지션으로서의 생존(?)문제도 있지 않나 서 : 생존이 중요한 과제긴 하다. 실제로 옛날의 나는 무조건 상업적으로 성공해서 멋있는 차를 타고, 아버지 어머니한테 효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거든. 물론 그건 지금도 똑같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편하게 먹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이 너무 극에 다르니 예민해지고, 주변사람들에게 막대하게 되더라고. 한동안 내가 굉장히 예민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가 돈에 대한 압박이 가장 심했을 때다. 지금은 어차피 상황이 변하지 않을 거라면, 소소한 것에서 재미를 찾자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 같다. 사실 지금의 내 환경이 모든 사람이 다 갖출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원할 때 작업실 와서 음악 만들 수 있고, 바로 옆에 나의 지지자가 있다는 건 생각만해도 행복한 거다. 힙플 : 앨범에 그런 정서들이 묻은 것 같다. (웃음) 전체적으로 앨범의 무드가 담담하지 않나, 심지어 마지막 곡 ‘Frameworks’의 가사를 보면 시간에 대해 달관한 것 같은 뉘앙스도 준다. (웃음) 서 : 맞는 것 같다. 지금의 나의 정서를 잘 표현한 앨범이다.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웃음) 힙플 : 타이틀곡 ‘Make Up Love’의 반응은 어떤 것 같나? 서 : 반응은 잘 모르겠고, 그냥 내가 만족할 수 있었던 곡이다. 그러니까 그 노래의 원본은 원래 느리고, 기타선율이 조용하게 흘러가는 차분한 노래였다. 코러스도 화려하지 않았고, 멜로디도 좀 달랐지. 그 노래는 내가 지금까지 연애했던 것 중에 가장 오랫동안 연애한 여자친구에 대해 쓴 곡인데, 뭐랄까.. 나한테는 굉장히 의미가 큰 노래다. 왜냐면 그 여자친구랑 연애하면서 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질투는 다 해본 것 같고, 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구속이란 구속은 다 해본 것 같거든. (웃음) 정말 말 그대로 여자한테 미쳐있던 시기였는데, 결국은 그 여자애한테 바람맞아서 차여버렸다. 상당히 강한 트라우마로 남더라고 (웃음) 어느 정도냐 하면 그 여자애랑 갈라서고 지금 3년 반 정도가 흘렀는데도 하루도 생각을 안 한적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도 생각했다. (웃음) 근데, 그런 트라우마를 노래에서 그대로 어둡게 표현하자니, 내가 아무것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 같더라. 더군다나 내가 들었을 때 더 우울해질 거 같았다. 그래서 억지로 밝게 만들어보자 해서 나온 게 지금의 곡인데, 어떻게 보면 이 노래를 타이틀로 정한 것도 나한테 정말 의미 있는 곡이어서였기 때문에 딱히 반응을 살피거나 신경 쓰고 있지는 않다. 힙플 : 이 노래를 당사자가 들어봤을까? 서 : 들었으면 좋겠다. 진짜.. (웃음) 힙플 : (웃음) 속사정을 모르고 들으면 굉장히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노래다.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서 : 아! 반응 중에 제일 큰 반응은 뮤비에 나온 여자배우 누구냐는 메시지가 하루에 열 몇 개씩 온다. (웃음) 그 뮤직비디오의 감독은 김훈이라는 형인데, 그 형은 이런 감성만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하게 잘하는 형이다. 현장에서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깐깐한 성격이고. 그래서 이번 뮤직비디오도 정말 믿음을 가진 만큼, 정말 날 위해서 열심히 찍어줬기 때문에 난 그 뮤비에 대해서 만큼은 정말 쩌는 뮤비라고 어디서든 얘기할 수 있다. 힙플 : 타이틀곡 같은 미니멀한 팝이 있는 반면에 ‘POSSE’같은 빈티지한 사운드나 ‘Stay If You Want’같은 PBRNB 트랙들도 있다. 한 장르적 취향이 반영된 앨범이라기 보단, 뮤지션의 역량이 총망라된 앨범 같은데 서 : 나는 장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무엘씨는 피비알엔비 하시는 분이죠? 팝 하시는 분이죠?’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난 항상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거든. 그러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피비알엔비나 팝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면 나는 해드릴 말이 없는 게 나는 정말 그것들에 대해 모른다. (웃음) 난 그냥 그때그때 주제에 맞는 소리를 찾는데 충실한 타입이다. 만들고 나니까 그렇게 정의 내려질 수 있는 단어가 있다는 거에 감사할 뿐이다. 힙플 : ‘흐려져’ 같은 곡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쓴 가사인가? 서 : 그 가사들이 그렇게 받아들여졌다면 정말 기분이 좋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디렉팅하다 보니까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남이 바라보는 내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더라. 그런 얘기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옆에서 관찰한 부모님 입장에서 부모님 자신들의 모습과 그리고 그 부모님이 바라본 나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그런 생각에 빠지다 보니 나는 그 분들한테 있어서 걸림돌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 부모님은 굉장히 오랜 기간 연애를 하셨는데, 다 똑같이 20대를 거쳐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창 좋을 때 내가 나와버린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포커스가 나한테 맞춰져 버리니까 본인들 하고 싶은 거 못하면서 그렇게 사는 거지. 그렇게 아버지는 벌써 환갑이 되셨다. 이분들도 분명히 속으로는 예전같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뭐, 정작 어머니는 이 노래를 싫어하신다. (웃음) 힙플 : 가장 애착이 가는 트랙이 있다면? 서 : ‘When I Grow Up’인 것 같다. 난 어렸을 때부터 나 자신에 대해 항상 불안해 하던 애였거든. 공부도 어중간하게 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유일하게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하던 게 피아노였는데, 만약 내가 당시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나온 노래다. 가사도 내 생각엔 어렵지 않게 풀었고, 정말 편하게 나한테 할 수 있는 말을 담담하게 한 것 같아서 애착이 가는 곡이다. 힙플 : 이번 앨범에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다음 앨범은 어떤 방향이 될 것 같나? 서 : 다음 앨범은 뭔가 확 오기 전에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전반적인 것들을 앨범에 풀어놨기 때문에, 만약 지금 또다시 무언가를 얘기한다면 똑같은 소리를 할 것 같거든. 그게 싫어서 새로운 감정이 생길 때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일단은 많이 경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사의 대표인 준백형도 나한테 하는 얘기가 사무실에 있지 말고 나가서 영화보고 책보고 놀다 오라고 말한다. 그렇게 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와서 느낀 점을 자기와 함께 다시 얘기해 보자고. 어떻게 보면 이 형도 나랑 비슷한 게 나만큼 기계적으로 작업하는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준백형 말처럼 나는 지금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 얘기를 어떻게 더 새롭게 풀어나가야 할 지가 과제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 같다. 4시에 기상해서 4시 반부터 6시 반까지 뛰고 걷고, 계속 돌아다닌다. 힙플 : 곧 쇼케이스도 계획중인 걸로 알고 있다. 11월 7일에 홍대 폼텍웍스홀이란 곳에서 진행을 하는데, 거기는 신설 공연장이고 굉장히 음향이 좋을 예정이다. (웃음) 힙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 :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빈말이 아니고 감동적이어서 말이 정돈이 안 된다. 힙합플레이야라니 (웃음) 빅딜을 맨 처음에 접하게 해준 매체도 힙합플레이야였고, 나에 대한 얘기가 처음 퍼진 것도 힙합플레이야였고, 내가 맨 처음 본 공연도, 서고 싶어한 공연도 힙합플레이야였다. 그리고, 인터뷰를 언젠가 한다면 해보고 싶은 곳도 힙합플레이야였는데, 일단 해보고 싶었던 것 하나를 이뤄서 너무 영광이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될 거란 생각을 가지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사작성 | 차예준 (HIPHOPPLAYA.COM) 서사무엘 https://instagram.com/iam.samuelseo/
  201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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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씨잼ㅣ '랩퍼는 랩을 잘해야 한다'  [31]
HIPHOPPLAYA (이하 힙플) : 데뷔 믹스테잎을 발표한지 3년만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하였는데, 소감이 어떤가? C Jamm (이하 C) : 그냥.. 뭔가 엄청나게 특별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웃음) 기분이 좋다. 이미 지난주에 쌌어야 됐던 똥을 지금 싼 느낌.. H : 쇼미더머니 끝날 무렵부터 앨범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C : 맞다. 근데, 그때 준비했던 곡은 한 곡도 안 들어간 거 같다. 지금의 앨범은 최근 몇 개월 동안 만든 곡들이 수록 되었다. H : 작업량이 엄청났다는 소리로 들린다. C : 거의 믹스테이프 3장은 낼 수 있을 만한 분량이었던 것 같다. 근데, 내가 변덕이 좀 심해서, 계속 생각하는 것도 바뀌고, 취향도 바뀌었지. 그리고, 웃기지만 중요한 건 컴퓨터가 중간에 고장 나는 바람에 그 컴퓨터에 있던 자료들이 자동 폐기되었다. (웃음) H : (웃음) 살아남거나 남겨둔 곡들이 있다면 믹스테이프로 낼 생각도 해볼 법한데 C :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메모장에 가사들은 살아있기 때문에.. H : 생각이 계속 바뀌었다고 했는데, 처음에 기획했던 앨범은 지금의 그림과는 좀 많이 달랐던 건가? C :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 거창한 기획을 하지는 않았다. 사실, 어떻게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저 계속 내가 어떤 사람인지만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앨범을 만들어야지’라던가 1집이라는 타이틀이 괜히 뭔가 부담이 되기도 했고. 그러던 중 어떤 책을 봤는데, ‘네가 어떤 사람인지, 혹은 네가 뭘 만들지만 고민하고 있으면 그냥 그 고민만 계속하게 된다’ 라고 하더라. 뭐라도 하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거라도 그냥 계속 했다. 그래서 한 8곡쯤 만들어진 후에 앨범 제목을 지었던 것 같다. 내 생각에 이 앨범은 앨범 제목이 제일 멋있는 것 같다. (웃음) H : (웃음) 앨범 제목이 [Good Boy Doing Bad Things] 이다. 앨범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C : 나는 내가 굿보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걸 많이 경험해왔다. 예를 들면 나는 무릎을 구부리고 앉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수업시간에 열심히 수업을 듣다가 선생님한테 질문을 하면, 선생님이 자꾸 나를 혼냈었다. 그래서 ‘수업 열심히 듣고 있는데 왜 혼나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선생님이 말하길 버릇이 너무 없다고 하시더라. 단적으로 그런 상황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물론, 그걸 앨범에 완전히 넣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내가 스스로 ‘Good Boy’라고 생각하는데 반해 내가 하는 행동이 사람들한테 ‘Bad Things’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녹여냈다. 내가 랩퍼가 된다고 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학교에서는 그런 진로에 대해 전혀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 길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는 정해진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들 눈에는 내가 걷는 길이 마치 무단횡단 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살면서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하지 말라고 했던 것들, 예를 들면 야동을 본다 거나 담배나 술 같은 것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지. 그렇기 때문에 더 헷갈리는 그런 감정을 담고 싶었다. H : 이야기를 듣다 보니, [GKMC]의 컨셉이 떠오르기도 한다. 의식하고 있었나? C : 음.. 그건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켄드릭라마 영향을 받은 것 같기는 하다. 켄드릭라마의 가사를 내가 완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 사람의 에너지는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켄드릭라마 보다 최근에는 투팍에 엄청나게 빠져있었다. 투팍은 뭔가.. 진짜 MC지 않나, 나도 뭔가 ‘Move The Crowd’ 하고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런걸 떠나서 그냥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생각했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가지고 있는 내 생각들을 모아서 음악을 만들었다. H : 아트워크에 대한 코멘트도 필요할 것 같다. 아트워크는 누구의 작품인가? C : 아트워크는 내 친구들이 만들었다. 가사에도 나오는 내 제주도 부랄 친구들인데, 이제 곧 엄청나질 친구들이다. 다이브 인 아일랜드라는 크루 이름을 기억해둬라. 어쨌든 어렸을 때부터 그 친구들과 낭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복권 당첨되면 뭐할까?’부터 시작해서 쓸데없는 얘기들이 단골 주제였는데, 그 친구들이랑 중학교 때 약속했던 게 우린 무조건 특별한 사람 되자는 거였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뻔하지 않은 사람이 되길 바랬다. 지금은 내가 쇼미더머니로 어느 정도 돈을 벌기 시작한 후부터 이 친구들을 모두 제주도에서 불러들였다. 내가 사는 집에서 다같이 지내고 있고, 내가 가장이 됐는데, 여러 가지를 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H : 아트워크 뭘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궁금하다. C : 그 친구들은 나를 10년 넘게 봐왔다. 그래서 그냥 그 친구들을 믿고, 나와 앨범 제목을 가지고 떠오르는 거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나온 작업물이기 때문에 나도 정확한 해석은 못하겠다. H : 뭐 별의별 해석이 나오더라 (웃음) C : 내 가사에도 썼었는데, 피자가 꼭 그 속에 뭐가 들어가는지 알아야 맛있는 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나 같은 취향의 예술가들이 어떤 작품을 만드는 건 내 생각에 단순히 뭔가를 표현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거를 어떻게 분석하기를 원하고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냥 표현하고 싶은걸 표현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저 새끼가 왜 이걸 했는지 알아야 돼’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그것보다는 그냥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그 아트워크 역시 어떻게 만든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말한다면 옛날 컴퓨터 모니터를 사서 그걸 부순 다음에 그 안에다 그림을 그렸다. 내가 볼 때는 그 앨범 커버를 가지고 사람들이 수없이 해석하게 하려는 것 자체가 커버의 의도였던 것 같다. H : 개인적으로 '2-1'부터 'Golden Cow'까지 코드쿤스트와 씨잼의 시너지를 좋아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콜라보 작업들이 호평을 받지 않았나, 이번에도 코드쿤스트가 주도적으로 프로덕션을 꾸렸는데 작업하면서의 호흡은 어땠나? C : 거의 뭐 음악적인 동거자였다. 그리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지. 앨범에는 다섯 곡이 실렸는데, 사실은 그것보다 더 많은 비트를 나한테 보내줬었다. 그 정도만 해도 엄청나게 수고스러운 건데, 코드쿤스트형한테 정말 고마웠던 건 심지어 코드쿤스트형은 조이배대스(Joey Bada$$)랑 작업하면서 미국의 더 많은 사람들과도 컨택하고 바빴을 텐데, 내 앨범을 자기 앨범처럼 도와줬다는 거다. 그리고, 더더욱 고마웠던 건 작업을 하면서 나만큼 재미있어했다. 코드쿤스트형이랑은 될 수 있는 한 오랜 시간 같이 하고 싶다. 나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가서 얼룩말들이 뛰어 노는 걸 보면서 곡을 만들기로 했다 (웃음) H : ‘Golden Cow’부터 느꼈지만, 첫 곡 'Upgrade'를 들으면서, 씨잼도 이제 커리어가 궤도에 올랐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도 가사를 써내는 스펙트럼이 넓어진 걸 느끼나? 랩퍼의 간지는 커리어가 가사에 녹아든 시점부터 아닌가 C : 그런 것 같다. 옛날에는 아예 스펙트럼이 없었거든. 그래서 여기(손등)에 문신까지 새겼었다. 스펙트럼이라고.. (웃음) 정말로 스펙트럼이 아예 없던 게 나의 고민이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걸 의식하지는 않았다. 할 때는 생각 없이 하는 게 나의 모토기 때문에 그냥 생각 없이 했다. ‘Upgrade’라는 노래의 제목도 나중에 정한 거다. 빨리 앨범을 내야 됐기 때문에 제목을 정하지 않고, 그냥 곡을 쓴 뒤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하지..’ 하다가 ‘아 이건 업그레이드다!’ 하고 정했다. H : 앨범이 생각만큼 오래 준비한 건 아니었군? C : 심지어 어떤 몇 곡들은 앨범에 넣고 싶었는데, 원래 넣으려고 했던 곡이랑 나중에 만든 곡의 흐름이 안 맞는 것 같아서, 녹음 받아주는 키보형한테 잠깐 쇼미더머니 좀 보고오라고 한 다음에 바로 만들어서 녹음하고 만들어서 녹음하는 식으로도 작업했다. H : 'watch'는 여러모로 할 이야기가 많다. 일단, 과거 일리네어 지망생이었지 않나 C : 1지망생이었지. H : 도끼를 앨범에 섭외했을 때의 소회가 있을 것 같은데 C : 진짜 기분 좋았지. 일단, 나는 일리네어갱이니까. 나는 정말 일리네어갱이었고, 저스트뮤직 싸인 만큼이나 일리네어 싸인을 머리위로 들었던 사람이란 말이다. 옛날에 ‘Illionaire Day Vlog’라고 있었는데, 그것도 정말 많이 봤다. 옛날에 스윙스형이랑 같은 곡을 할 때도 똑같은 기분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제는 그 사람한테 내가 카카오톡으로 피쳐링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일단 너무 기분이 좋았다. 도끼(Dok2)형이 곡을 들어보기도 전에 흔쾌히 알았다고 했었거든. 그리고 심지어 내가 어떻게 하다 보니까 곡을 굉장히 늦게 보내줬는데도 바쁜 와중에 곡을 되게 빨리 해서 보내주시더라. 그리고 앞에 내 이름을 언급하면서 그 멋있는 톤으로 가사를 뱉는데, Shit!!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로 나중에는 외국의 랩퍼들한테서도 꼭 이런 기분을 느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어쨌든,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건 나의 영웅이 내가 만들어 놓은 그림에 들어온 거거든. 조금 더 예전에는 나의 영웅들이 저를 초대하는 기분이었단 말이다. ‘야 너 여기 와서 랩 좀 해봐’ 였다면, 이번에는 그 영웅이 내 집안에 신발까지 벗고 들어온 거다. (웃음) 게다가 열심히 자기 그림을 마저 그려주고 갔지. H : 컨소울 같은 뮤지션과는 조합이 되게 의외였다. 어떻게 알게 됐고, 참여하게 된 건가? C : 옛날부터 이름은 알고 있었다. 비와이랑 작업을 했었기 때문에.. 근데, 바스코형이 이 친구 되게 느낌 있다고 하면서 들려주더라. 어떤 느낌이었냐면 나중에 본인한테도 그렇게 말을 들었지만, 거의 뇌를 안 쓰고 랩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웃음) 그냥 이제까지 머리에 담았던 생각을 절대 꼬지 않고, 어떤 비유나 장치 없이 나오는 대로 뱉는.. 마치 순수한 애들처럼 자기의 생각을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 같아서 그런 느낌이 좋았다. 왜냐면 나는 그렇게는 못할 거 같았거든. H : 내가 느끼기엔 씨잼 역시 [Go So Yello] 같은 믹스테이프 때만 해도 짜여진 펀치라인을 던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사실 그런 계산된 짜임은 느끼지 못했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가사 작업 방식에 달라진 부분이 있나? C : 아 그냥 내 취향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릴웨인을 일단 너무 좋아했고, 릴웨인이 그런 ‘~~ 처럼 ~~’ 식의 라인을 되게 많이 썼기 때문에 그런 가사 방식이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미국에서도 그렇게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 요즘은 문장자체가 펀치라인으로 떨어지도록 가사를 쓴다. 예를 들면 ‘나한테 안될 거라고 했던 점쟁이는 이제 권사님’ 같은 가사처럼 함축된 문장으로 만드는 거지. 그 흐름에 나도 참여한 것 뿐이고, 이전의 방식은 뭐랄까.. 흥미가 떨어져서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다. H : 또 가사에서 ‘산이 왕따놀이 pussy game’ 이라는 구절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측근으로써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이랄까 C : 그 라인은 산이형을 위해서 쓴 라인은 아니다. 그냥 딱 그 문장에서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우리는 랩퍼지 않나, MC라고 말하며 스스로한테 군중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말을 붙인다. 더군다나 많은 팬들과 사람들이 우리의 생각을 닮으려고 하고 따라주는데, 그 힘을 sns에 손가락 움직여서 누군가를 욕하는데 쓰는 게 나는 되게 별로였다. 그 라인에 대해서는 여기서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스윙스형을 만나고 나서부터 내가 만든 룰이 있는데, 랩퍼로서 어떤 생각들은 랩으로만 해야 한다는 게 내 룰이거든. 그래서 이 가사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문장에서 말하는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H : 이어가자면 원래 랩 잘하는 거야 정평이 나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 씨잼의 랩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혀를 내둘렀다. 좋은 의미로 기계로 찍어내는 랩 머신 같았거든..(웃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랩 하나만큼은 이견이 없을 것 같은데 피드백은 좀 살펴봤나? C : 피드백은 원래 거의 안 보는데, 이번에는 막 들뜨고, 궁금해서 좀 보긴 했다. 아니면 친구들한테 물어보던지. 피드백은 어떻게 보면 내가 예상했던 대로긴 했다.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말이다. 글쎄.. 말해준 대로 그냥 이런 느낌이었다. 내 랩을 듣고 일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느낌이 있지 않나, ‘기계 같다’ 라던지 ‘랩을 너무 잘한다’ 같은.. 근데, 이런 사실을 두고 그걸 장점으로 보느냐 단점으로 보느냐는 사람들 저마다의 차이었던 거 같다. 누군가는 이 특징을 가지고 ‘아 너무 기계 같아’라고 말하거나 누군가는 ‘와.. 완전 기계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런데, 그냥 이 말만 하고 싶다. 우사인볼트가 개그를 잘해서 금메달을 딴 게 아니다. 우사인볼트는 달리기를 잘해서 금메달을 딴 거다. 그냥 랩퍼는 랩을 잘해야 된다. H : 이번 앨범의 가사들을 보면 워낙 EGO가 강해서 가사들이 쉽게 읽히진 않을 것 같다. C : 그럴 것 같다. 나도 이 가사들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굳이 자신의 에너지를 써가며 이해하고 싶지 않은 가사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내가 봤을 때 내 주변에서 이 앨범을 가장 깊게 느낀 사람이 바스코형이었는데, 그러니까 바스코형은 나랑 생각하는 게 되게 비슷한 거 같더라고. 서로 항상 같이 지내다 보니 되게 비슷해진 것 같다. 어쨌든, 내가 본 사람 중에 이 앨범을 가장 제대로 느낀 사람은 바스코형이었다 H : 심지어 ‘Guerillaz’ 가사 중에는 ‘내 가사도 못 느끼면서 나를 빨어, 답답함과 돈은 또 쌓여’라는 가사가 있지 않나 C : 맞다. 그런 감정을 완전 느끼고 있다. 완전 완전 느끼고 있어서.. 모르겠다. 이거는 그냥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다른 점 일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틀린걸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아직까지 내가 틀렸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지금은 그냥 내가 느끼는 거를 내 방식대로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H : 어떻게 보면 그 정점이 '걍 음악이다'였다. 알다시피 비판이 있었고, ‘걍 음악이다 Remix’에서는 직접적으로 피드백에 반응했었는데, 어떻게 받아들였나 C : 걍’ 음악이다’는 사실,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 곡이 아니다. 비트를 만든 비와이한테 이렇게 말했었다. 가끔 어떤 비트메이커들은 비트를 만들 때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토핑을 넣는다고, 너는 그냥 최대한 뺀다고 생각하고 만들어보라고 했었다. 그러고 나서 비트를 받았는데, 듣는 순간 갑자기 뭘 하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걍 음악이다!’라는 말을 내가 막 질렀고, 그게 훅이 됐다. 8마디동안 그 말만 뱉었더니 훅이 된 거지. 그래서 ‘느낌 좋은데?’ 하면서 바로 녹음 프로그램 켜놓고 프리스타일로 나오는 말을 담았다. 그렇게 16마디를 만들었지. H : 그렇게 곡을 만들었을 때 동료들 반응은 어땠나? C : 회사 사람들이랑 친구들한테 들려줬는데, ‘와.. 이거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방향으로든 쩌는 거 같아’ 라고 하더라. 그리고 나도 너무 좋았다. 이거는 거의 내가 랩을 한 게 아닌 수준으로 그 순간은 그냥 내가 있던 공간의 우연들이 겹쳐서 곡이 만들어진 느낌이었거든. 나한테 고민은 단 1퍼센트도 없었지만, 그런데도 음악이 됐다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H : 그 곡에 대한 비판들은 그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C : 거기에 따른 비판도 모두 인정하지만, 이건 그냥 음악이다. 이게 음악이 아니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3분 43초’ 라는 제목으로 곡을 내고, 3분 43초 동안 피아노 앞에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다는데, 나도 그냥 뭐든지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걍 음악이다’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그냥 음악이다’가 끝이다. 그거에 대해서 사람들이 싸우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마치 내가 말도 안 되는, 나조차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거기에 다 로그인해서 싸우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그냥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H : 그럼에도 리믹스로 다시 재구성한 이유가 있다면? C : 리믹스는 그냥 사람들이 내고 싶다고 했던 것 같다. 회사 사람들이 마지막에 왠지 노창형이 들어가면은 멋있겠다고 하길래.. 그 외에는 사실 별 이유가 없다. 그냥 곡이 너무 좋았고, 사람들한테 ‘걍 음악이다’는 정말 그냥 음악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내 가사도 못느끼면서 날 빤다’ 라는 라인이랑 연결된 거 같기도 한데, 어차피 사람들은 내가 열심히 쓴 가사도 못 느끼면서 날 판단 하니, 이것도 한번 느껴보라는 거였다. H : 반면에 ‘Good Night’ 같은 경우는 어떤가? 뒷부분을 수정하지 않았나 나름 피드백을 수용했다고 봐도 되나? C : 맞다. 그건 나도 인정. 왜냐면 내가 들을 때도 진짜 듣기 싫었거든.. (웃음) 이걸 냈을 때 난 너무 신나있었다. 내 키가 168인데, (69인지 알았는데 68이었다.) 키 168짜리 애가 굿나잇에 나오는 삶을 맨날 산다고 생각해봐라. 내 스스로도 ‘와.. 이건 재미있는 삶이다’ 싶었고 그걸 써야 됐다. 그건, 어떤 자랑 같은 게 아니었다. 그냥 내가 너무 신나니까 그런 감정을 담은 건데, 그 감정을주체하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넣은 거지. 으악! 하면서.. (웃음) 근데 그건 듣기가 너무 거북 하더라.. 다른 랩퍼들도 그렇겠지만, 어떤 곡을 내면 그 곡은 너무 많이 들어서 보통 본인은 질려 하는데, 사실, ‘Good Night’은 내고 나서도 정말 많이 들었던 곡이다. 근데, 그 뒷부분은 듣기가 싫더라고..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곡이랑 안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어서 뒷부분은 빼게 됐다. H : 다시, 돌아와서 ‘걍 음악이다’ 뮤직비디오에 투자를 많이 한 것 같다. 어쨌든 온갖 혹평을 들었던 ‘A-yo’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인데.. 디렉터 엄코가 심기일전 한 건가 C : 엄코형.. 진짜 많이 긴장했다. 물론, 나도 그렇고. 왜냐면 우리는 ‘A-yo’를 만들었던 사람들이지 않나.. (웃음) 어쨌든, ‘A-yo’ 같지 않아서 일단 다행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옛날의 나는 힙부심이 엄청나게 강해서 흑인처럼 보이고 싶어했던 것 같다. 심지어 쇼미더머니 하고 있을 때만해도 그랬던 거 같은데, 지금 보면 너무 오그라든다. H : 지금은 어떤가? (웃음) C : 일단, 나는 태어나서 흑인을 100명도 안 만나봤고, 실제로 그 문화 속에 들어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걸 자각한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게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실제로 거기서 벗어나고 나니 움직임이나 제스처같은 것들이 전보다 자유로워지더라. 그래서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는 자유롭게 깝쳤던 거 같다. 그리고, ‘걍 음악이다’를 내고 또 하나 느낀건, 뮤직비디오는 엄청나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면, 정말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와 에너지, 태도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H : (웃음) ‘칭챙총의 각성’이랄까.. 흑인 커뮤니티에서 관습화된 이미지들로부터 빠져 나오려는 시도는 노창의 앨범에서도 살짝 감지했던 것 같다. 비슷한 화두로 최근에 저스트뮤직 내에서 주고 받은 어떤 영향들이 있었나? C : 사실, 노창형 앨범은 나오고 나서 들었다. 글쎄.. 잘 모르겠다. 마침 노창형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표현하는 방식이 나보다는 좀 더 강했고, 나는 ‘내가 흑인이 아니다’라는 걸 느꼈다면, 노창형 앨범을 듣고 내가 느낀 건, ‘나는 지구인이었다’ 혹은.. ‘난 한낱, 한국사람일 뿐이었다’ 였다. (웃음) ‘아.. 나는 지구에서 랩을 하고 있구나..’ H : ‘This Feeling’만 봐도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다. 무대에서의 폭발적인 라이브가 기대되는 곡인데 C : 이 곡은 정말 너무 신날 것 같다. 음이 좀 높아서 내가 라이브로 온전히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건 진짜 재미있을 거 같다. 이 곡은 나중에 밴드와 함께 리얼 세션으로 공연해보고 싶은 곡이다. H : 트랙배치에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C : 나는 이 앨범이 어떻게 하다가 만들어진 곡들이 모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랙배치를 내가 그렇게 잘했나 싶고, 하나하나 치밀하게 배치하지는 않았지만, 그 와중에 유일했던 건 흐름이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바이브든 이야기의 흐름이든 그래도 정규앨범이니까 흐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H : 이야기를 나눠보니 굉장히 쿨한 정규다. 사실 모든 랩퍼들이 정규 앨범이라고 하면 하나부터열까지 심혈을 기울이지 않나 C : (웃음)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H : 그럼 앨범에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나? C : 아쉬운 점은 정말 너무 많지만, 그냥 다음 거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거밖에 방법이 없고, 뒤를 너무 많이 돌아보면 오히려 앞으로 못 가거든. 당연히 아쉬운 건 많다. 심지어 티는 안 냈어도 반성까지 했었다. 왜냐면 내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리고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 소수는 내 가사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도 있을 거기 때문에 분명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반성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반성이 내 태도에 대한 반성은 아니다. 나는 그냥 아무렇게나 한 음악들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 태도에 대해 반성하지는 않는데, 단지 녹음상태 라던지 엔지니어링 같은 부분에 일단 내가 아무 지식이 없었고, 충분한 퀄리티를 낼 시간적 여유 없이 작업했다는 거에는 반성하고 있다. H : ‘2014.12.18’에도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술자리 다음날 아침인 것 같은데 C : 맞다. 그때가 ‘Good Night’의 삶을 막 보낼 때였거든. ‘말달리자’의 가사도 이 시기에 썼고. 그렇게 막 노는데 어느 날 그냥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해야 되지.. ‘Good Night’의 밤이 빛이라고 하면 스킷의 내 모습은 그 빛 아래 생긴 그림자 같은 느낌이다. H : 공허함 말인가? C : 맞다. 빛이 환하면 그림자는 더 어두운 것처럼, 내가 이 스킷에서 느낀 감정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굿나잇의 밤을 보내고, 아침에 핸드폰 진동 알람 소리에 깨어났는데,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그 이상한 느낌을 그냥 메모장에 적었다. 이 스킷은 그때 적은 두서 없는 글에다 라임을 붙인 거다. H : 어쨌든, 굿모닝이 오지 않나 사실, 씨잼이 할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노래다. C : 지금까지 ‘Good’ 시리즈를 계속 해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Good Day’가 있고 ‘Good Night’도 했으니, 언젠가는 나한테 굿모닝이 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었는데, 그게 내 생각보다는 빨리 오더라. 정말로 우리 어머니는 내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걱정할 정도였거든. 막연하게 순서상 굿나잇이 있어야 굿모닝이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가 이제까지 내가 만났던 분들 중에 나한테 가장 크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 같다. H : 힙합식 세레나데를 들은 여자친구 반응은 어떤가? C : 내가 예상했던 반응 그대로인데.. 첫 벌스를 듣고는 정말 기분 안 좋아했다. 여자친구를 위해 만든 노래인데도 되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더라. 아.. 그냥 여자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