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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0, 05:15 PM / 28,780 views / 49 comments / +77 point / ID: imtrash · 자유 게시판 [한국힙합]
CJ E&M의 하이라이트 레코드 인수에 대하여
지난 주말, 힙플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하이라이트 레코즈가 CJ E&M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곧장 힙플 뉴스 게시판으로 들어가 팔로알토의 코멘트를 읽었습니다.

좀 멍한 기분이 들더군요.

해당 기사 댓글창에서 벌어진 갑론을박도 읽어보았습니다.

사태의 핵심이 잘 짚어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얘기를 좀 길게 풀어보겠습니다.




1.


저는 레이블 인수에 관한 팔로알토의 변을 읽고 불쾌감을 느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정신을 져버리고 자본의 총아 CJ에 투신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팔로알토와 하이라이트 멤버들은 음악인이기 이전에 생활인입니다.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욕망은 비난할 수 없습니다.

음악인으로서 든든한 후원에 의지하며 창작에 매진하고 싶다는 야심도

비난할 수 없겠지요.

제가 문제삼는 것은 '태도'입니다.

아래는 팔로알토가 올해 3월에 트위터에 남긴 글입니다.




Paloalto (팔로알토) ‏@paloaltongue

"어리고 젊은친구들은 자본보다 예술이 더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길 바래요!

제가 그런 움직임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https://twitter.com/paloaltongue/status/581829887859671040



다들 알다시피 팔로알토, 나아가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오랫동안 <쇼미더머니>를 향해

어금니를 드러냈습니다.

<쇼미더머니>와 야합해 돈 다발을 핥으려는 MC들을 공공연히 욕하기도 했지요.


하이라이트의 단체곡 'MY TEAM'은 이런 애티튜드를 집대성하고 있습니다.



"랩병신 찌질이 산이 같이" "Show me the money 치트키 안써도 한국 대표"

"강한척 만하던 애들이 카메라 앞에선 질질짜 비겁하지"

"난 일년째 이바닥에서 간지를 책임지는 돈키호테"

"돈다발의 똥꼬를 빠는 비열한 새끼들. 엿먹어. 감히 누가 누구를 까?

우린 여기에 얼마 없는 진짜배기 label. 차트에선 찾아볼 수 없는 내 이름.

I don't give up fuck. 관심없어."

"모두가 뜰려고 발악이네 그래 인생은 한방이네

돈땜에 모두가 쌈마이네 목말라 여기가 사막이네"



하이라이트의 이름을 걸고 멤버들이 총출동해 부른 이 곡을 듣고,

저는 그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자유롭게 색칠할 수 있는,

상업 차트와 유리된 현재의 자리에 만족하고 그 자리를 지키겠다는 선언으로 이해했습니다.

한편으론, 그런 자부심에 찬 선언을 무기 삼아 대칭의 행보를 걷는 이들을 마음껏

꾸짖을 수 있었겠지요.

이 곡은 2014년 9월에 발표됐습니다.

올 해 3월에 팔로알토가 남긴 트윗도 이런 포지션, 애티튜드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겠지요.



그런데, 하이라이트의 수장 팔로알토는 갑자기 이상행동을 합니다.

바로, 올 해 6월에 엠넷 <쇼미더머니4>에 출연한 것입니다.

"모두가 뜨려고 발악"을 하고, "랩'병신' 찌질이 산이"의 본진이며,

"카메라 앞에서 질질 짜는" 비겁한 "치트키" 프로그램에 가세한 것이지요.

저는 팔로알토의 <쇼미더머니4> 출연 소식을 듣고 거의 경악했습니다.

출연 자체도 의외였지만, 이 극명하게 모순된 행보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리네어가 챙길 것만 챙기는 것을 보고

우리도 그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을 따름입니다.

(팔로알토는 "쇼미더머니 치트키 쓰지 않겠다는 가사는 내가 쓴 게 아니다" 라는 식으로

자기가 뿌린 말들의 틈새를 찾아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팔로알토의 쇼미더머니 출연 효과와 의미는 비단 그 개인에게 머물지 않습니다.

그는 하이라이트의 수장이며, 방송진은 그런 '스펙'을 고려하여 프로듀서로 섭외했을테고,

그가 방송에 출연해 얻는 이익은 레이블 차원으로도 돌아갈테니까요)



그러면서 <쇼미더머니4>에 출연 중이던 8월 20일, 또 다시 의미심장한 트윗을 남깁니다.


Paloalto (팔로알토) ‏@paloaltongue Aug 20

"chief life때쯤부터는 그때의 내 감정에 충실할뿐이다. 하늘에서 내게 언제까지 창작을 허락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내가 만족하고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나눌수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을뿐이다. 나는 힙합씬을 위한 그 어떤 의무감도 책임감도 느끼지않는다."


올 3월에 남긴 트윗과 비교해 보십시오.


"어리고 젊은 친구들은 (...) 제가 그런 움직임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와

"나는 힙합씬을 위한 그 어떤 의무감도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다." 사이의 아득한 간극.



사실, 이번 인수합병만 놓고 보면 팔로알토 말 대로 급작스런 소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팔로알토를 위시한 하이라이트 레코즈가 일관되고 신뢰할만한

걸음을 걸었다는 뜻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느닷없이 큰 커브를 틀며 노선을 철회한 전례가 있기에

그 변화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쉽게 예감 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어떤 분들이 댓글을 남긴 것처럼

"하이라이트 최근 행보를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 아니었음?"

같은 말은 전혀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팔로알토는 "우리는 비상업적인 레이블을 추구한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라고 하며 자신이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려는 것 같습니다.

글쎄, 상업성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걸고 음악을 하는 사람/집단으로서

세상을 향해 공언한 포부를 원칙없이 파기한 건 아닌가 싶군요.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상업적 움직임에 저항하고 지금 선 자리를 지키겠다는 태도로

'언더 그라운드의 자존심'으로 대접 받았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쇼미더머니>의 수혜자는 거기 출연한 래퍼들만이 아닙니다.

<쇼미더머니>가 뭇매를 얻어 맞을 때 마다,

그와 선을 그은 래퍼들도 '반사이익'을 얻었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고,

인간은 그때 그때의 상황논리에 지배당합니다. 랩하는 엠씨라고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변화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변하게 된 이유를 설명을 하란 말입니다.

그것이 그들의 행보를 믿어주고 지지하던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 아니겠습니까.


제가 실망한 것은 정확히 이 부분입니다.

팔로알토는 별다른 해명도 없이 인수합병에 이견을 표하는 이들이

미숙하다는 듯 몰고 갑니다.


"주로 어린친구들이 부정적인 견해나 걱정을 하는 걸로 느껴지는데"

라며 어린 장르 팬들의 식견이 모자라다는 뉘앙스를 흘리고,

"매니아라고 자청하는 사람들에게 '대중음악'이라는 단어가 거부감이 큰 것 같다"

라며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반발을 '매니아부심'으로 치부합니다.

급기야, "여튼 진짜 팬들은 믿어줄 거라고 믿는다"

라며 '진짜 팬과 가짜 팬의 이분법'을 동원합니다.

이거 다 버벌진트가 브랜뉴 뮤직에 둥지를 틀고 써 먹었던 레파토립니다.


저는 과거 오버클래스가 '힙합 지진아' 운운으로 불특정 다수 장르 팬들을

멸시하며 노이즈 마케팅을 펼 때도 굉장히 언짢았습니다.

창작자와 향유자는 평등한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순전히 자신들의 어긋난 행적으로 제기 된 의구심에

저런 식으로 대응하는 건 잘못입니다.

어린 팬들, 장르 팬들은 근 10년 동안,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언더 씬을 떠받쳐 온 후원자입니다.

'어린 친구들'과 '매니아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팔로알토는 과연 <쇼미더머니>에 출연할 간판을 달 수 있었을까요?

이것은 신의의 문제입니다.



자신이 외친 선언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습니다.

합리적 해명 대신 장르 팬들을 묘하게 갈라 놓은 후 '오해'의 책임을 떠넘깁니다.



"우리가 그렇게 좌지우지될 사람들로 보이는가?"란 호언이 민망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신뢰란 그 사람이 과거에 선보인 언행의 일치로써 집적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2.


사실, 팔로알토의 코멘트에도 진실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음악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장담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대기업에 투항하였으니 음악도 쌈마이로 변할 것이다"라는 우려는

섣부릅니다.

그런 지적은 실제로 그들의 음악이 변질된 뒤에 하는 것이 공정하기 때문이며,

한편으론 정세를 잘못 파악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합병의 쟁점은 팔로알토란 MC와 하이라이트란 레이블의 음악이

변하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건 부차적 쟁점에 불과합니다.

정말로 파고들어야 할 건

이번 합병이 차후 언더 씬 전체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CJ E&M의 하이라이트 인수합병은 두 가지 서브 텍스트를 깔고 바라봐야 합니다.


하나는 이번 합병이 CJ E&M의 일관된 정책 노선 안에서 이뤄졌단 점입니다.

CJ E&M은 작년 3월 18일, 소위 '서브 레이블' '멀티 레이블' 체제를 선언합니다.

회사 산하에 다수 레이블을 거느리며 운영한다는 거지요.

레이블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음반 제작에 집중하고,

CJ는 배급과 투자, 마케팅을 지원사격하겠다는 겁니다.

해외에는 익히 존재하는 시스템이고,

국내에도 SM과 로엔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CJ E&M은 다양성 확보를 통한 '가요계 체질 개선'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이런 체제를 도입했다고 밝힙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하이라이트'였을까요.

글로벌 시장 공략이란 이정표와 키스에이프라는 키워드가 맞아떨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요즘 힙합이 돈이 되니까"같은 말은 대답이 될 수 없습니다.

몇몇 분들이 의아해하시듯,

현재 멜론차트에서 하이라이트 노래가 파퓰러한 힙합은 아니니까요.

인지도와 상업성에서 하이라이트를 앞서는 이들은 많습니다.

일리네어도 있고 브랜뉴 뮤직도 있고 AOMG도 있습니다.

아니,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랩스타> 출연진 가운데도

하이라이트 뮤지션들 보다 유명한 이들이 꽤 있습니다.

제가 볼 때 CJ E&M은 하이라이트가 지닌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대표성,

브랜드 파워를 택한 것입니다.



여기서 또 다른 서브 텍스트를 읽어야 합니다.

이번 합병은 여러모로 CJ E&M이 영화 산업에서 시도하는 독립영화 진출정책을 떠올리게 합니다.

근래 대중문화 시장의 큰 특징은 취향이 획일화되는 동시에 세분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대 관객 동원 신기록을 갈아치운 1800만 영화 <명량>과

역시 독립영화 관객 동원 기록을 갱신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관람 시장에서 공존하는 것이 단적인 현상입니다.

자본은 취향의 통합에 저항해 자신을 차별화하고픈 작은 취향들에 주목합니다.

문화적 취향 차별화의 자의식에 물든 관객들을 잡으려합니다.


CGV는 '무비 꼴라주'를 개편해 '아트 하우스'라는 독립영화 상영관을 개장했습니다.

독립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한편 배급에도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제작-배급-상영의 수직 계열화가 소위 '인디 문화'에도 엄습한 것입니다.

'인디', '예술성'이라는 간판에서 상업적 가능성을 발견할 것이겠죠.

그 후면에는 크지 않은 내수시장에서 주류 문화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에,

아직 상업적 수요를 개척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찾으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한편으론, 독과점 자본 CJ가 운영하는 CGV가 상업성 뿐 아니라

다양성에도 기여한다는 프로파간다를 구성합니다.

다양성 확보를 통해 음악시장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CJ E&M 멀티 레이블의 '대의명분'이

떠오르시는지요?



음악판 또한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현재 차트에서 가장 트렌디하면서 여전히 소수자의 음악이라는 이미지를 지닌 장르는

단연 힙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쇼미더머니>가 크게 성공하며 장르의 청취수요도 그만큼 늘었을 겁니다.

'발라드 힙합'과 조금 다른, 제대로 된 힙합을 듣고 싶다는 수요 또한 충분히 존재할 겁니다.



저는 CJ가 하이라이트에게 상업적 음악을 주문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CJ E&M 서브 레이블은 대략 7개인데,

면면을 보면 제법 다양하게 역할이 분담돼 있습니다.

남자 솔로가수록 구성된 레이블, 여자 솔로가수로 구성된 레이블,

김동률/성시경/박효신 같은 싱어송라이터/보컬리스트로 구성된

젤리피쉬도 포진돼 있고요.

라이브 공연을 타겟으로 활동하는 1877이란 레이블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9월에는 10여 년 간 '인디 씬'에서 활동한

'라이너스의 담요'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말은, 과포화된 가요시장에서 각각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익 루트를 다각화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독점 자본 안에 '문화적 다양성'을 구축하며

어떤 헤게모니를 구축하겠다는 것이지요.


제가끔 레이블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에게 '상업성'이란 획일적 잣대를

요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려면 더 파퓰러한 레이블과 손을 잡았겠죠.

그저 하이라이트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 됩니다.

그러면 언더힙합 장르팬들과 언더힙합에 흥미를 느끼는 가요팬을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닌 것을 하면 그들에게도 메리트가 없다"

라는 팔로알토의 말은 이런 행간을 집약합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CJ E&M이 원하는 것은 하이라이트의 음악적 재능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들이 품은 '언더 힙합씬'의 현행적/잠재적 수요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자본에 대한 독립 문화의 종속을 심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CGV '아트 하우스'가 출범한 이래 독립 영화계 근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막강한 자본력과 배급력을 앞세워 독립영화를 하나의 플랫폼에 흡수하려 하는데,

독립 영화 생태계엔 지각변동으로 작용하겠지요.



아트하우스의 등장과 함께 해외 예술영화 배급사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독립영화 작품들 흥망은 아트 하우스의 간택이 좌우합니다.

그런데도 CGV는 <무뢰한>, <차이나타운>같은 20억 짜리 '저예산 영화'에

('아트-버스터'란 신조어가 생긴) 아트하우스 상영관을 배정하며

관객을 그러 모읍니다.

다른 배급사 영화들이 아트하우스에서 상영될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겠지요.

여타 독립 영화의 설 자리는 여전히 비좁고,

독립영화의 (잠재적) 관객수요는 아트하우스가 흡입하고 있습니다.

이제 두 개의 독립 영화계가 생겼습니다.

아트 하우스 안의 독립영화와 아트 하우스 밖의 독립영화.



이 점을 CJ E&M의 하이라이트 합병에 비춰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합병 보도자료에 소개 문구로 인용되었듯)

'언더그라운드 발전에 힘쓴 레이블', '정통 힙합 레이블'로 포지셔닝할 것입니다.

대중들이 찾기 쉬운 곳에 하이라이트라는 '언더그라운드의 표상'이 걸려있는 한

<쇼미더머니> 이후 가뜩이나 메말라가는 '언더그라운드 씬'으로

새로운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은 차단 될 지 모릅니다.

하이라이트가 성공을 거둔다면 나머지 언더 MC들도 자본에게 간택받길 갈구하겠죠.

원한다고 받아 줄 리는 없겠지만.


어쩌면 한국 언더힙합은

하이라이트로 표상되는 언더와 실재하는 언더,

CJ가 관할하는 언더와 그 바깥의 언더로 분할될지 모릅니다.

그리고 둘은 잠재적 수요를 공유하기에 '경쟁관계'에 놓일지 모릅니다.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요?




CJ E&M이 <쇼미더머니>를 만든 앰넷의 모회사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됩니다.

힙합의 대중화 좋아하시는 분들이 <쇼미더머니>를 지지하며 외친 주장은

방송에서 힙합이 성공해야 언더 씬 파이도 커진다, 라는 논리였죠.

<쇼미더머니>는 분명 힙합 시장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 파이는 언더 씬으로 환원되는 게 아니라,

CJ E&M이 하이라이트 영입을 통해 회수하려는 형국이군요.





하이라이트의 상업적 결단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하게 평가하면, 하이라이트는

자존심을 팽개진 채 <쇼미더머니>에 나와 재주를 넘던 MC들과 달리

나름의 자긍심을 지키며 자본과 악수했습니다.

버벌진트, 산이 같은 쌈마이들과 결이 다른 음악을 선보인다면,

좀 더 장르의 본령에 충실한 힙합이 대중의 취향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좋은 일입니다.



다만, 그 대가로 잃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잔 겁니다.


저는 <쇼미더머니>의 가장 나쁜 점은,

대중들에게 힙합을 오도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언더 MC들에게 차트 성공의 단물을 맛 보여준 후

자발적 투항을 끌어내며 언더 씬을 형해화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인수합병도 같은 종점에 도착할지 모릅니다.




최후에 남아있던 저명한 언더 레이블이 상업 가요계에 레이블 채로 인수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지금 언더 그라운드라는 생태계는 어떤 의미에서건

파괴와 재편의 격류 속에 있습니다.



저는 이번 합병 사건이 주목할 가치가 분명한,

언더그라운드 씬의 미래를 예견하는 상징적 사건이라 일컫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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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9  
 Lv. 21 
 
₩affy (ID: duf071)  ·  2015.10.20, 05:36 PM    
"어쩌면 한국 언더 힙합은 CJ가 관할하는 언더와 바깥의 언더로 분할될지 모릅니다."

이 부분이 진짜 소름이네요.. 진짜 님 말씀대로 이게 언더그라운드 씬의 미래를 예견하는 상징적 사건인듯 싶어요..
 Lv. 21 
 
₩affy (ID: duf071)  ·  2015.10.20, 05:36 PM    
무튼 견해 정말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
 Lv. 120 
 
탈퇴 (ID: xhvl91)  ·  2015.10.20, 05:48 PM      
ㅇㄱㄹㅇ 지금 까는애들이 누구보다 하이라잍 좋아했는데 ㅅㅂ
 Lv. 45 
 
yunbang (장윤호)  ·  2015.10.20, 05:53 PM    
하이라이트가 진짜 랩병찌

난 안그래~ 이랬다가 무슨 우두루도 아니고
 Lv. 2538 
 
mckillerjs (박주성)  ·  2015.10.20, 06:04 PM    
딱 이런 꼴이란 말이지...
 Lv. 24 
 
gogsago2 (ID: fvckplay)  ·  2015.10.20, 06:24 PM    
오랜만에 히플에서 잘쓴 글을 봤네요

잘읽고갑니다
 Lv. 72 
 
interm (배강민)  ·  2015.10.20, 06:29 PM      
로그인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버벌진트의 힙합지진아 비유는 저도 생각하던거라 놀랄정도로 공감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Lv. 28 
 
마약카우 (ID: cephas)  ·  2015.10.20, 06:37 PM      
훌륭한 글입니다 제가 놓쳤던 부분과 생각하지 못 한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김종오 (ID: jokim011)  ·  2015.10.20, 06:46 PM      
좋은글 감사 리스펙yo
 
lth0402 (이태희)  ·  2015.10.20, 06:59 PM      
잘 읽었습니다 로그인하게 만드는 글 ㅎㅎ
`제대로 된 힙합` 이란건 뭘까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의는 의미가 없어진 것 같은데
 Lv. 3 
 
fkfkdlek (최경민)  ·  2015.10.20, 07:48 PM    
언더가 직접적으로 망가지진 않겠지만,
CJ의 우산이 덮고있는, 언더 생태계가 만들어질거 같네요.
 
힙42아 (ID: 2pacing)  ·  2015.10.20, 08:04 PM      
와 필력오진다 ... 메달받을만한 글이였습니다 정말 잘보고갑니다
 
야메롱 (ID: yamerong)  ·  2015.10.20, 08:06 PM    
매우 잘 읽었습니다. 훌륭한 통찰입니다.
 
힙42아 (ID: 2pacing)  ·  2015.10.20, 08:11 PM      
할랕마저도 인정할수밖에없는 글이네요.
통찰력에 감탄하고 갑니다. 팔로알토가 이 글을 보고 무언가를 느꼈으면 합니다.
 Lv. 34 
 
MC메기 (ID: megee53)  ·  2015.10.20, 08:19 PM    
정독하면서 읽었습니다!
 Lv. 11 
 
비스마르크 (ID: dbwltn3)  ·  2015.10.20, 08:38 PM    
글 잘 읽었습니다.
하이라이트 음악은 좋아하지만 태도는 전부터 마음에 안들었네요..
 
고시레 (ID: imtrash)  ·  2015.10.20, 09:01 PM    
다들 수고롭게 긴 글을 읽고 좋은 말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일일이 답글을 달지 못하는 걸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won90 (구원투수)  ·  2015.10.20, 09:52 PM    
와우.... 좋습니다
 Lv. 88 
 
배성민 (ID: wkalsdle)  ·  2015.10.20, 09:57 PM      
으어어...추천 100개 박고 싶네요..
 
w36273 (김진혁)  ·  2015.10.20, 10:00 PM      
3년만에 힙플와서 댓글남기는거 같네요 정말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매우 하고싶었던 말들 여기에 다있네요
당사자들도 이 글을 읽고 무언갈 느꼈으면 좋겠네요...
 
csj012 (조세진)  ·  2015.10.20, 10:24 PM    
저도 백년만에 로그인.. 좋은글 감사합니다..
 
dmschdl (ID: dmschdl)  ·  2015.10.20, 10:27 PM      
마냥 그렇게 나쁜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놓쳤던 부분을 캐치해주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king kunta (ID: cjw1297)  ·  2015.10.20, 10:37 PM      
로그인안할수가없네요 좋은글감사합니다
 
csj012 (조세진)  ·  2015.10.20, 10:41 PM    
"포기할 생각이 있었더라면 애초부터 종이와 펜을 손에 쥐지도 않았을 걸
현실앞에 무너진 많은 형제들이여 내 어깨를 빌려줄테니 다시 이리로"

이 가사를 보면서 어떤 형태로 어깨를 빌려줄건지에 대해 묻고싶었는데
팔로알토는 HI-LITE이라는 멋진 어깨를 내어줬었죠..

계속 멋진 모습 보여주길.. 가끔 돌아보고 생각하길..
 
야메롱 (ID: yamerong)  ·  2015.10.20, 10:52 PM    
물론 슬슬 가족을 가질만큼 나이를 먹어가며,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특히, 할랕의 수장인 팔로알토에게는 딜레마였겠죠. 이해는 합니다.
그래서 돈을 선택하기는 선택한 것인데, 그 이후의 행보 또한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진짜로 솔직하게 말하면 팔아야 하는 진짜 이미지가 날아가고,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니 이제는 가짜가 되고.

이해는 합니다만,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만큼 조소와 비판은 하렵니다.
 Lv. 37 
 
가니메데 (ID: 352321)  ·  2015.10.20, 11:26 PM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일단 지켜보긴 하겠다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건 어쩔수가 없네요..
그 해명,소통이 그렇게 어려울까요..
 
nav^tim12357@naver.com ()  ·  2015.10.20, 11:37 PM      
이 글에 댓글 쓰기 위해 서 가입했습니다.
이대로 한국 언더는 대기업들이 잡아먹는 건가요?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Lv. 32 
 
sinwoong (강신웅)  ·  2015.10.27, 11:28 PM    
굳이 댓글을 달 필요도 없는 좋은 글 그냥 한줄 한줄 곱씹어가며 읽어 내리다가 이 댓글 보고 며칠만인지도 모르겠는 로그인을 했네요.

시간이 좀 지나서 이걸 확인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도 그렇고, 제생각도 그렇고, 멋이 없을 뿐 잘못되었다는건 아닙니다. 그렇기에 무슨 세상 종말이 오듯 우리가 할 수있는 건 없는지 고민하실 필요까지는 없고, 그저 앞으로 랩을 하시고 싶든, 비트를 만들고 싶든, 아니면 그냥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든, 편견 없이 시류에 흔들리지말고, 넓게 들으시면 될것같습니다.
 Lv. 154 
 
edward92 (엄민섭)  ·  2015.10.20, 11:43 PM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오랜만에 힙플 로그인 했네요.

구구절절 맞는 말씀 많이 하시네요...한국힙합 화이팅입니다.
 
보다결 (ID: rdg9042)  ·  2015.10.21, 12:00 AM      
훌륭한 글 정독하고 갑니다.
 
shallday (ID: tigerj2k)  ·  2015.10.21, 12:23 AM      
글을 정말 잘 쓰시고 논지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시네요.
저는 옛날부터 느낀게 팔로알토의 말은 그냥 궤변덩어리다 라고 느꼈었습니다. 그냥 아직 잘안된 언더레이블이 취할수있는 최고의 태도의 하나를 취하고 있는거고,니네들이 더 큰 곳으로 나오려 할때 니네들이 비난했던 대상들이 겪었던 홍역을 너네들이 그대로 돌려받을꺼다 그리고 그때나 되야지 깨닫겠지 하고요. 생각보다 훨씬 장사꾼이더군요 팔로알토 ㅋㅋㅋㅋ 결론은 그냥 남 잘되는거 배아팠던거죠 뭐 지내는 다른척했지만 ㅋㅋㅋㅋ
my team이 자기들 앞날을 이렇게 방해하는 노래가 될줄이야 몰랏겠죠 ㅋㅋㅋㅋㅋ ㅂㅅㄷ ㅋㅋㅋㅋㅋㅋㅋㅋ
 Lv. 43 
 
starqoo (ID: starqoo)  ·  2015.10.21, 10:24 AM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민석 (ID: kko^33507437)  ·  2015.10.21, 02:03 PM      
글 잘 읽었습니다. 혹시 타 사이트에 링크거는 식으로 퍼가도 되는지요??
 
고시레 (ID: imtrash)  ·  2015.10.21, 02:42 PM      
민석/물론 괜찮습니다.링크를 걸어도 되고 전문을 옮기셔도 됩니다. 출처만 남겨주세요
 Lv. 7 
 
PYK (ID: angh1381)  ·  2015.10.21, 07:52 PM    
지나가다 읽었는데 로그인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뛰어난 통찰력과 그것을 풀어내는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mcganzi (김태헌)  ·  2015.10.22, 12:25 AM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플레이어로서 공감하네요
 
LOLOLOl (ID: tablo47)  ·  2015.10.22, 07:51 PM      
공감하고 갑니다 좋네요
 
dakrom (이재현)  ·  2015.10.23, 08:23 AM    
맨처음 인수건듣고 이게 뭐지 했다가 팔로알토 인터뷰듣고 좀 꺼림칙했지만 넘어가려했다가 이글 보고 또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제가 줏대없는 걸 수도 있지만...) 허나 분명히 논점을 잘 보신거같고 인상깊은 글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주셩서 감사합니다
 Lv. 339 
 
domfam (이강준)  ·  2015.10.24, 05:15 PM    
필력이 훌륭하시네요.
저도 개진하고 싶은 의견이 많지만 필력이 딸려서 말을 못 하고 있는데 ㅠㅠ
정말 잘 읽었습니다.
 
ㅇㅊㅇ (ID: kko^59927934)  ·  2015.10.25, 09:03 AM      
팔로알토도 한번 읽어봐야 할듯
 
zinsok (ID: nav^cham9815@naver.com)  ·  2015.10.26, 11:03 PM      
완전 사이다
 Lv. 6 
 
심바 (ID: mhw5143)  ·  2015.10.31, 05:18 PM    
글 잘 읽었습니다. 대단하세요. 혹시 퍼가도 괜찮을까요 ??
 
고시레 (ID: imtrash)  ·  2015.11.05, 02:01 PM      
댓글을 좀 늦게 확인했는데, 물론 괜찮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이 글은 어떤 공간으로 어떤 형식으로 공유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출처만 밝혀주시길.
 
supremet (ID: hiphop0107)  ·  2015.11.01, 11:58 PM      
헉피가 언제쯤 나올가 기다리기만하는중...
 
마스타우AR (ID: qiseok)  ·  2015.11.04, 12:48 AM    
제가 했던 생각이랑 똑같아서 로그인했습니다.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지렸습니다. 혹시 명문대학교 나오셨나요?
 Lv. 14 
 
조약돌 (ID: kdj5430)  ·  2015.11.07, 06:24 PM    
와.. 진짜 읽으면서 글 정말 잘쓴다는 생각 했습니다

'힙합의 대중화 좋아하시는 분들이 <쇼미더머니>를 지지하며 외친 주장은
방송에서 힙합이 성공해야 언더 씬 파이도 커진다, 라는 논리였죠.
<쇼미더머니>는 분명 힙합 시장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 파이는 언더 씬으로 환원되는 게 아니라,
CJ E&M이 하이라이트 영입을 통해 회수하려는 형국이군요.'

"어쩌면 한국 언더 힙합은 CJ가 관할하는 언더와 바깥의 언더로 분할될지 모릅니다."

이 두 부분이 정말 공감되네요. 앞으로 한국 힙합이 어떻게 되려는지?

이부분이랑, 첫 댓글 쓰신분이
 
iboy1205 (서형원)  ·  2015.11.10, 03:13 PM    
블로그에 퍼갈게요. 한번 읽었다가 계속 생각나서 다시 읽으러왔습니다.
 
h (ID: nav^hs36587@naver.com)  ·  2015.11.27, 03:09 PM      
근데 웃긴건 팔로알토가 쇼미더머니 특별공연에서 My Team을 불렀던걸 보면 자기도 이 논란을 어느정도 알고 그런것일지도 모르죠. 더군다나 My Team의 허클베리피 벌스에서 '너흰 히트(HIT)를 위해 거짓(LIE)을 말하지 우린 그 스펠링 재조합하지 HILITE! Fuck Radio,Fuck TV 라는 벌스가 끝나자마자 바로 팔로알토로 넘어가는데 여기서 허클베리피가 말한 히트를 위해 거짓을 말하고 그 스펠링을 재조합한 하이라이트의 수장이 쇼미더머니 출연은 물론, 허클베리피가 디스한 상대는 바로 자기 회사사장이었다는게 흠좀무... 거기에 추가로 '돈다발에 똥꼬를 빠는 비열한 XX들 엿먹어 감히 누가 누구를 까!' 도 지금 시점에선 명백한 팔로알토 디스가 되버린...
 
팟떠 (ID: kko^80228393)  ·  2016.01.07, 02:04 AM      
팔로알토 그렇게 않봤는데...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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